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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학·전자 ‘맑음’ 기계공학·전산·원자력 ‘흐림’

    수학·전자 ‘맑음’ 기계공학·전산·원자력 ‘흐림’

    물리·수학·전기전자 ‘맑음’, 생명화공·기계·전산·원자력 ‘흐림’.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다니는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학문 분야이자 10년 뒤 우리나라 이공계 기상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서울신문이 27일 KAIST에서 입수한 ‘2008~2012년 학과 선택 현황’에 따르면 학생들의 학과 선택 경향이 최근 몇 년 새 크게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문에 대한 흥미보다는 취업이 쉬운 학과로 몰리는 경향이 뚜렷했다. 카이스트생들은 무학과로 입학, 2학년 진학때 학과를 선택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많은 학생들이 선택했던 생명화공과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2008년 724명 중 75명이 선택했지만, 지난해에는 956명 중 85명이 선택해 전체 전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4%에서 8.9%로 떨어졌다. 기계공학과의 하락세도 뚜렷했다. 2008년 13.5%가 선택해 최상위권이었지만, 지난해에는 9.1%까지 줄었다. 바이오와 기계 산업의 인력수요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교수직 등 고임금 일자리를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물리과는 2008년 4.4%에서 지난해 6.5%, 수리과학은 10.1%에서 13.9%까지 선택비율이 늘었다. 물리학과 수리과학의 강세를 기초과학의 부흥으로 보기는 힘들다. MBA 등 금융계에서 물리학·수학 전공이 유리하고, 여러 분야로 진출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전기 및 전자과 역시 2008년 10.4%에서 지난해 13.9%까지 늘었다. KAIST 측은 “삼성, LG 등 기업체 수요가 많고 취업이 쉽다는 점 때문에 전기 및 전자과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리과학과와 전기 및 전자과는 KAIST 15개 전공 중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각종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책에도 불구하고 전산학과는 몇 년째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KAIST 학생 중 전공으로 전산학과를 선택한 학생은 2008년 6.5%에서 지난해 5.4%로 오히려 줄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사설] 野, 새정부 표류 막을 대승적 결단 내려야

    집권 100일이 정부의 명운을 가른다고 한다. 초기에 강력한 국정운영의 동력을 살려 신속하게 개혁을 하느냐에 5년 임기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출범 사흘이 지났지만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서 국정 현안을 지켜만 보고 허송세월해야 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내각과 청와대의 국정 차질 상태가 언제 정상화될지 가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주재한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오른쪽 자리는 공석이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자리지만 현 정부조직법상 국가안보실은 유령조직인 셈이어서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던 탓이다. 북핵위기에다 북한이 대남 기습침투 비행기인 AN2로 위협공세를 펴는 상황이라 한시도 비워둬서는 안 되는 자리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박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해야 하는 그의 빈자리만큼 대한민국 안보에 공백이 생겼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위원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유일하다. 다른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국회 인사청문을 거치는 사이에 정 총리가 이명박 정부의 국무위원들과 경제 부흥과 국민 행복, 문화 융성이라는 박근혜 정부 국정기조를 협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은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설령 국무회의가 열려도 국회 통과 법안의 공표 같은 제한적이고 불가피한 의결 기능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정상적인 박근혜 정부의 가동을 가로막는 원인은 방송정책 이관 때문이다. 비보도 방송부문을 신설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기자는 여권의 입장과 방송통신위원회에 둬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팽팽히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갓 출범한 정부의 내각과 청와대가 제대로 구성될 수 없을 만큼 타협하기 어려운 사안인지 여야에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국정 차질 현상은 협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여당의 정치적 무기력과 발목을 잡고 보자는 야당의 오기가 빚어낸 합작품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2월 임시국회는 고작 엿새 남았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비협조만 탓할 게 아니라 야당이 적극 협조할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한다. 민주당도 정부조직법 처리과정에서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지 않은지 자성해야 한다. 어제 민주당 자체 대선평가에서 민주당이 대선에 패배한 원인이 오만과 편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민주당 당적인 강운태 광주시장은 “식당 주인이 밥을 짓겠다는데 흰밥이든 찰밥이든 가로막을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정상가동을 위해 민주당은 이쯤에서 대승적인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 “朴의 나홀로 조각 인상적이지 않아”

    “朴의 나홀로 조각 인상적이지 않아”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후 행보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새누리당에서 대선 전후로 영입이 검토됐던 송 교수는 이날 당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연 특강에서 박 대통령의 인선 방식과 대선 공약, 취임사 내용 등에 일침을 가했다. 송 교수는 우선 박 대통령의 인선 방식과 관련해 “‘나 홀로 조각’을 했다. ‘우(右) 율사, 좌(左) 장성, 중(中) 관료’ 형태로 돼 있다”면서 “고심은 했는데 결과가 인상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평했다. 그는 이어 “집권당과 숨겨진 채널로라도 (조각을) 상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지난 두 달 동안 새누리당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이가 완전히 분리된 상태였다”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또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정 운영의 3대 축으로 제시한 경제 부흥과 국민 행복, 문화 융성 등에 대해 “국민이 보기에 ‘새롭다’고는 하지만 학문적으로, 실질적으로 (과거 정권과) 차별성을 갖고 있느냐 하는 점에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사설] 재계, 경제민주화 순기능 실현 고민할 때

    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취임식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확실한 입장을 국민들에게 밝혔다. 그간의 ‘후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만큼 이제 여하히 실현하느냐가 과제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첫째 과제로 “경제 부흥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가겠다”고 밝혔다.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나 재계는 소모적 논쟁을 접고 경제민주화를 안착시키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재계도 이제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과제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순기능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찾아 나서길 바란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경제민주화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면서 내심 반대 논리로만 일관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인 지난 21~22일 열린 ‘2013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싱크탱크 격인 한국경제연구원의 논문을 공개해 경제민주화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향후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절차 등을 염두에 두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거나 신경전을 펼치기 위한 의도된 불만 표출은 아니었으면 한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정부와 여당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잠시 활동을 접었던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 20여명은 어제 국회에서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초청 강연을 갖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해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적기에 제재하기 위해 대기업 공시제도를 대폭 손질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새 정부와 국회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실천 방안을 고심하되, 경제민주화를 대기업을 옥죄거나 민간기업의 경영에 개입할 수단으로 악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재계와도 머리를 맞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소기업인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 해소를 경제민주화의 요체로 꼽는다. 대기업들도 경제민주화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현명한 길이라고 본다. 일감을 재벌 오너 일가나 계열사가 아닌 중소기업에 몰아줘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재계는 대기업의 양적 성장 혜택이 중소기업이나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포용적인 성장을 추구할 때다.
  • [사설] 대통령과 여야, 항시 대화하는 문화 만들라

    경제 부흥과 국민 행복, 문화 융성으로 국정기조를 집약한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는 나라의 현실에 비춰 핵심 과제를 제대로 짚었다고 본다. 그러나 제 아무리 옳은 정책방향이라 해도 각 정책과제들이 빛을 보려면 국회 입법화 과정을 거쳐야 하며 따라서 박 대통령이 여야 정치권과의 관계를 어떻게 꾸려 나가느냐에 정책의 성패가 달렸다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정치가 언급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대선을 전후로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를 제안한 바 있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가 수시로 만나 국정 현안에 머리를 맞대자는 취지다. 그러나 정작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보여준 정치 행보는 그런 충정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정부조직개편안만 해도 야당과의 사전협의는 물론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시간에 쫓긴 측면도 있겠으나 당선인이 직접 야당에 정부조직 개편 내용과 배경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더라면 개편안 처리 시점은 보다 앞당겨졌을 것이다. 지금 국회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시행으로 과거처럼 정부여당의 일방통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소수라 해도 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국정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끊임없이 설득하고 타협해야만 국정이 굴러갈 지형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마련한 140개 핵심 국정과제를 추진하려면 새로 만들거나 고쳐야 할 법률안만 210개에 이른다. 올해 처리를 목표로 하는 법안만도 150개 안팎이다. 이 가운데 핵심 법안 몇 가지만 표류해도 국정은 금세 차질을 빚게 된다. 통치가 아니라 정치를 펴는 대통령이 요구된다. 진정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삼겠다면 먼저 국정에 대한 야당의 이해를 높이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경기 부양을 위해 취임 첫 100일 467명의 여야 의원을 백악관으로 불러 설득했고 끝내 감세안을 관철시켰다. 정치 토양이 다르지만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국회 수뇌부를 수시로 만나 국정의 컨센서스를 이뤄 나가는 노력만큼은 본받을 일일 것이다. 야당의 책무도 막중하다. 민주당은 127개 의석으로 원내의석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 덕에 힘은 의석 이상으로 세졌다. 불어난 힘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48%의 대선 득표율만 믿고 사사건건 견제의 고랑만 파다간 역풍을 맞을 것이다. 정부조직법 개편안과 장관 인사청문회가 시험무대다. 대승적 협력이 필요하다. 비보도부문 방송만이라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자는 여당 요구마저 거절한다면 딴죽걸기로 비칠 뿐이다. 장관 청문회 역시 투기 등 상궤를 벗어난 전력은 가차없이 지적하되 근거 없는 흠집내기 공세는 자제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 [사설] 박근혜 정부, 일자리·경제회복에 명운 걸어야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취임식을 갖고 18대 대통령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밝힌 경제 부흥과 국민 행복, 문화 융성이라는 세 가지 국정운영 기조와 대통령직인수위가 다듬어 낸 국정과제들을 하나씩 실천에 옮겨 나가야 한다. 팍팍하고 냉기가 도는 국민의 삶을 풍요롭고 온기가 돌게 만드는 일은 이제 박 대통령이 임기 동안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추구해야 할 지향점이다. 희망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박 대통령이 챙겨야 할 현안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당장은 북한 3차 핵실험으로 조성된 안보위기 해소가 ‘발등의 불’일 것이다. 매년 봄이면 되풀이되는 일본과의 과거사·독도 갈등 해결도 미·중과의 본격 정상외교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안으로는 국민들이 노후와 육아에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국민행복시대를 열어 나가는 일 또한 새 정부의 숙제다. 숱한 과제 중에서도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이 박근혜 정부가 임기 5년 동안 꾸준히 챙겨 나가야 할 핵심과제라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떠받치는 중산층이 무너져 버린 지 오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75.4%였던 중산층 비중이 2011년에 64.0%로 급락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소득수준이 떨어지고 가계부채가 증가한 탓이다. 경제를 회복시키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젊은 층과 중산층의 더 깊은 좌절과 추락은 불 보듯 뻔하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강의 기적을 네 번이나 언급한 것도 바로 경제 회복으로 중산층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받아들여진다. ‘한강의 기적’은 1960~70년대 개발경제의 산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현하려는 한강의 기적은 그때와 패러다임을 달리한, 창조경제를 통해서다. 창조경제의 중심에는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 산업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을 성장동력으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해 내겠다는 게 창조경제의 핵심이고, 그 중심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있다.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기업 위주로, 자본 투입 중심의 추격형 전략에서 과학기술과 인적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선도형 성장전략으로 전환하면 가뜩이나 추락하고 있는 우리의 성장잠재력 회복의 여지도 기대해볼 법한 일이다. 이런 창조경제는 경제민주화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경제성장도 중요하지만 경제민주화도 빠뜨려서는 안 될 시대정신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인수위의 국정목표에서 빠졌던 경제민주화를 다시 강조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경제민주와와 창조경제가 융합될 때 비로소 우리 경제의 시너지효과가 커질 것이다. 경제민주화 없는 창조경제와 경제 회복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느냐는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달려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
  • [사설] 문화가 융성하는 대한민국 되려면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취임사를 통해 “문화가 국력인 시대”를 선포하며 문화 융성을 경제 부흥, 국민 행복과 함께 3대 국정 키워드로 제시했다. 취임사에서 문화의 가치를 유독 강조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문화정책에 무게를 두겠다는 것으로 의미가 작지 않다. 선언보다 중요한 것은 물론 실천이다. 지난 대선 기간, 나아가 새 정부 출범 때까지도 문화 관련 공약은 있었으되 거의 주목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문화가 사회·복지공약 등에 치여 뒷전으로 물러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박 대통령도 지적했듯 관건은 문화와 첨단기술이 융합된 콘텐츠산업 육성을 통해 창조경제를 견인하고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문화기본법 제정과 함께 2017년까지 정부재정 가운데 문화재정 비율을 2%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문화예술 예산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바로 거기에 답이 있다. 문화는 투자다. 문화재정 2% 달성이라는, 역대 어느 정부도 제시하지 못한 ‘파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새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산하에 정보통신기술(ICT) 전담조직을 두기로 하는 등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창조경제의 핵심부서로 자리매김했다. 창조경제의 한가운데에 문화콘텐츠산업이 있다. ICT 정책을 총괄하는 미래부의 기능배분 논란은 문화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원하고 육성하는 방향으로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 박 대통령도 언급했듯 한류문화는 국민에게 큰 자긍심이 되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절정에 이른 한류는 이제 K컬처(한국문화 전반)에 기반한 ‘한류 3.0’으로 한 단계 승화돼야 한다. 강남스타일이 개인의 상상력이 곧 고부가 콘텐츠가 되는 창조경제의 산물로 평가받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콘텐츠 산업에서 ‘한국 스타일’을 창조하겠다는 공약은 그런 맥락에서 한층 구체화돼야 한다. 하지만 문화를 산업적 측면에서만 보는 것은 금물이다. 자칫 문화를 죽일 수도 있다. 기초예술과의 균형적 접근이 필요하다. “문화의 가치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지역과 세대와 계층 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일이 긴요하다. 소외계층의 문화향유권 확대와 기초예술계의 복지 향상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화산업을 창조경제를 이끄는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 북핵·금융위기 극복… 국민이 행복한 ‘제2 한강 기적’ 이룬다

    북핵·금융위기 극복… 국민이 행복한 ‘제2 한강 기적’ 이룬다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 5344자(원고지 27매 분량)를 묶는 키워드는 ‘희망의 새 시대’다. 그동안 국가 발전이 국민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했으며, 독일의 광산과 열사의 중동 사막 등에서 일하며 ‘한강의 기적’을 만든 위대한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과 행복을 찾아드리겠다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담고 있다. 이 시대의 ‘민의’가 희망과 행복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직면한 글로벌 금융 위기와 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다시 이룩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방명록에도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으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 경제부흥 : 공정시장·경제민주화… 창조경제 꽃 피우게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 중 경제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경제민주화의 ‘부활’이다. 대선 과정에서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던 경제민주화는 최근 국정과제에서 빠지며 ‘후퇴’ 논란을 불러왔지만 취임사에서 창조경제와 더불어 ‘근혜노믹스’의 한 축으로 재등장했다. 박 대통령의 논리는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경제 부흥의 양대 주춧돌로 삼아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구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강조했던 ‘경제민주화 없는 창조경제는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좀 더 정교하게 제시했다.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되어야만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통한 대·중소기업 상생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좌절하게 하는 불공정행위 근절 등을 제시했다. 창조경제의 모습도 구체화했다.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 산업, 문화 등이 기존의 칸막이에서 벗어나 서로 융합하면서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를 선도할 것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창조경제는 기존 대기업 중심이 아닌 “창의와 열정이 가득한 융합형 인재”가 주도하는 “사람이 핵심”인 경제 구조라는 점도 강조했다. 대규모 공장에서의 소품종 대량 생산이 아닌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인재들이 운영하는 벤처·중소기업 등에서의 다품종 소량 생산이 우리 경제의 주축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한 ‘종속 변수’로 위상이 내려간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선 출마 선언 당시 경제민주화를 일자리 창출, 한국형 복지 확립과 함께 핵심 과제로 내세웠지만 취임사에서는 창조경제 뒤로 밀렸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창조경제를 8차례, 경제민주화를 2차례 언급했다. 지난 1월 2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토론 자리에서 “중소기업이 ‘열심히 노력하면 단가도 제값을 받을 수 있겠구나’라고 해야 경제주체들이 의욕을 갖고 나라가 발전한다. 경제민주화 따로, 성장 따로가 아니라 그게 다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과는 온도 차가 느껴진다. 양극화 해소나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 재편 등 구조적 변화를 의도한 발언은 아예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대적인 변화 대신 공정한 시장에 무게 중심을 둔 ‘완만한 경제민주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 국민행복 : “학벌·스펙의 사회를 능력 위주로 바꿀 것” ‘국민행복’은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었던 특별한 단어 중 하나다. 팍팍한 삶에 찌든 국민들에게 정서적으로 파고든 ‘정치 슬로건’이었다. 피폐해진 서민경제에 대한 책임론이 당시 여당 후보에게 쏠리는 것을 일정 부분 막아낸 측면도 있다. ‘국민’과 ‘행복’이라는 단어는 취임사에서도 각별했다. ‘국민’은 모두 57차례 사용될 정도로 가장 많이 나왔다. 또 ‘국민행복’(7차례)을 포함해 ‘행복’이라는 단어도 20차례 등장했다. 국민행복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가 발전이 국민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통찰의 의미도 있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민행복’을 위한 세부 과제로 국민 맞춤형 복지와 개인의 잠재된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교육, 국민 생명·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한 사회 등을 꼽았다. 우선 국민 행복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문했다. 성장과 복지가 ‘따로 가는 두 바퀴’가 아니라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두 바퀴’ 구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초연금의 도입과 4대 중증질환 무상진료, 차상위 계층의 기준을 ‘중위소득 50%’로 상향 조정한 것도 복지가 소비가 아닌 재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 조성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행복에 더욱 다가가기 위한 주요 과제로 교육을 꼽았다. 그는 “학벌과 스펙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꿈과 끼가 클 수 없고, 희망도 자랄 수 없다”면서 “개개인의 꿈과 끼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학벌 위주에서 능력 위주로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국정 과제로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비롯해 반값 등록금, 대입전형 간소화, 고교 무상교육 도입을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수단으로 ‘공정한 법 실현’을 제시했다. 18대 대선에서는 성폭력·학교폭력·가정파괴범·불량식품 등을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민행복의 필수적인 요건”이라면서 “힘이 아닌 공정한 법이 실현되는 사회, 사회적 약자에게 법이 정의로운 방패가 되어 주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 문화융성 : 세대·계층 문화격차 해소… 北에 “공동 발전”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문화 융성을 ‘3대 키워드’의 하나로 내세웠다. ‘문화가 21세기 국력인 시대’라고 평가했다. 상상력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지난 18대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 선정에서는 구체적으로 볼 수 없었던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문화 융성을 단순히 새로운 성장동력 차원으로만 접근하지 않았다. ‘문화’를 고리로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사회 갈등을 치유하겠다는 복안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문화의 가치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지역과 세대와 계층 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생활 속의 문화, 문화가 있는 복지, 문화로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핵을 내려놓고, 평화와 공동발전의 길로 나오기 바란다”는 대북 메시지를 내놓았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진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박근혜 18대 대통령 취임-취임사 전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 쌓겠다”

    [박근혜 18대 대통령 취임-취임사 전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 쌓겠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0만 해외동포 여러분! 저는 오늘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에게 이런 막중한 시대적 소명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이명박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그리고 세계 각국의 경축 사절과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의 뜻에 부응하여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이뤄낼 것입니다.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의 대한민국은 국민의 노력과 피와 땀으로 이룩된 것입니다. 하면 된다는 국민들의 강한 의지와 저력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위대한 성취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우리의 역사는 독일의 광산에서, 열사의 중동 사막에서, 밤새 불이 꺼지지 않은 공장과 연구실에서, 그리고 영하 수십도의 최전방 전선에서 가족과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위대한 우리 국민들이 계셔서 가능했습니다. 저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신 모든 우리 국민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온 우리 앞에 지금 글로벌 경제 위기와 북한의 핵무장 위협과 같은 안보 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자본주의 역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번 도전은 과거와는 달리 우리가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을 믿습니다. 역동적인 우리 국민의 강인함과 저력을 믿습니다. 이제 자랑스러운 우리 국민 여러분과 함께 희망의 새 시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고자 합니다. 국민 개개인의 행복의 크기가 국력의 크기가 되고, 그 국력을 모든 국민이 함께 향유하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하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새 정부는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그리고 ‘문화융성’을 통해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첫째,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가겠습니다. 세계적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의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기존의 시장을 단순히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융합의 터전 위에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창조경제의 중심에는 제가 핵심적인 가치를 두고 있는 과학기술과 IT산업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 과학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기술들을 전 분야에 적용해 창조경제를 구현하겠습니다. 새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창조경제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창조경제는 사람이 핵심입니다. 이제 한 사람의 개인이 국가의 가치를 높이고, 경제를 살려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 인재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겠습니다. 또한 국내의 인재들을 창의와 열정이 가득한 융합형 인재로 키워 미래 한국의 주축으로 삼겠습니다.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되어야만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갖고 땀 흘려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일어설 수 있도록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펼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경제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을 좌절하게 하는 각종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서,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일에 종사하든지 간에 모두가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그런 경제 주체들이 하나가 되고 다 함께 힘을 모을 때 국민이 행복해지고 국가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저는 그 토대 위에 경제부흥을 이루고, 국민이 행복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국가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국민의 삶이 불안하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노후가 불안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 될 때 국민행복시대는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어떤 국민도 기초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국민맞춤형의 새로운 복지패러다임으로 국민들이 근심 없이 각자의 일에 즐겁게 종사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저는 개인의 꿈을 이루고 희망의 새 시대를 여는 일은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통해 개인의 잠재된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국민 개개인의 능력을 주춧돌로 삼아 국가가 발전하게 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배움을 즐길 수 있고, 일을 사랑할 수 있는 국민이 많아질 때, 진정한 국민행복 시대를 열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입니다. 개인의 능력이 사장되고, 창의성이 상실되는 천편일률적인 경쟁에만 매달려 있으면 우리의 미래도 얼어붙을 것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모든 학생들의 잠재력을 찾아내는 일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능력을 찾아내서 자신만의 소중한 꿈을 이루어가고, 그것으로 평가받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서 사회에 나와서도 훌륭한 인재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학벌과 스펙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꿈과 끼가 클 수 없고, 희망도 자랄 수 없습니다. 개개인의 꿈과 끼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학벌위주에서 능력위주로 바꿔 가겠습니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민 행복의 필수적인 요건입니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여성이나 장애인 또는 그 누구라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정부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힘이 아닌 공정한 법이 실현되는 사회, 사회적 약자에게 법이 정의로운 방패가 되어 주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1세기는 문화가 국력인 시대입니다. 국민 개개인의 상상력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입니다. 지금 한류 문화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기쁨과 행복을 주고 있고, 국민들에게 큰 자긍심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대한민국의 5000년 유·무형의 찬란한 문화유산과 정신문화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새 정부에서는 우리 정신문화의 가치를 높이고, 사회 곳곳에 문화의 가치가 스며들게 하여 국민 모두가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문화의 가치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지역과 세대와 계층 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생활 속의 문화, 문화가 있는 복지, 문화로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문화와 첨단기술이 융합된 콘텐츠산업 육성을 통해 창조경제를 견인하고,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인종과 언어, 이념과 관습을 넘어 세계가 하나 되는 문화, 인류평화발전에 기여하고 기쁨을 나누는 문화, 새 시대의 삶을 바꾸는 ‘문화융성’의 시대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열어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국민행복은 국민이 편안하고 안전할 때 꽃 피울 수 있습니다. 저는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은 민족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도전이며,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북한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하루빨리 핵을 내려놓고, 평화와 공동발전의 길로 나오기 바랍니다. 더 이상 핵과 미사일 개발에 아까운 자원을 소모하면서 전 세계에 등을 돌리며 고립을 자초하지 말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함께 발전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현재 우리가 처한 안보 상황이 너무도 엄중하지만 여기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한민족 모두가 보다 풍요롭고 자유롭게 생활하며,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을 만들고자 합니다. 확실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에 신뢰를 쌓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습니다.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킬 때 신뢰는 쌓일 수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진전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꿈꾸는 국민행복시대는 동시에 한반도 행복시대를 열고, 지구촌 행복시대를 여는 데 기여하는 시대입니다. 앞으로 아시아에서 긴장과 갈등을 완화하고 평화와 협력이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및 아시아, 대양주 국가 등 역내 국가들과 더욱 돈독히 신뢰를 쌓을 것입니다. 나아가 세계 이웃들의 아픔을 함께 고민하고, 지구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의 임무를 시작합니다. 이 막중한 임무를 부여해 주신 국민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갈 것입니다. 나라의 국정 책임은 대통령이 지고, 나라의 운명은 국민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나가는 새로운 길에 국민 여러분이 힘을 주시고 활력을 불어넣어 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지금, 국가와 국민이 동반의 길을 함께 걷고,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이 선순환의 구조를 이루는 새로운 시대의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그 길을 성공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이 서로를 믿고 신뢰하면서 동반자의 길을 걸어가야만 합니다, 저는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겠습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을 쌓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위해 같이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시절 우리는 콩 한 쪽도 나눠 먹고 살았습니다. 우리 조상은 늦가을에 감을 따면서 까치밥으로 몇 개의 감을 남겨 두는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계와 품앗이라는 공동과 공유의 삶을 살아온 민족입니다. 그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살려서 책임과 배려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국민 행복의 새 시대를 반드시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방향을 잃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며, 세계가 맞닥뜨린 불확실성의 미래를 해결하는 모범적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저와 정부를 믿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는 길에 동참하여 주십시오. 우리 국민 모두가 또 한 번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합쳐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 “아이 키우는 데 힘 안 드는 대한민국 됐으면…”

    “아이 키우는 데 힘 안 드는 대한민국 됐으면…”

    “지난해 1월 집사람이 한국 국적을 얻었어요. 기념으로 아내와 아이들에게 대통령 취임식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서울 구로구에 사는 공승현(42)씨는 25일 오전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을 찾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공씨의 아내 라타리(27)씨는 캄보디아 출신으로 이들은 ‘다문화 가족’이다. 라타리씨는 대통령 취임식이라는 행사를 이날 처음 봤다. 캄보디아는 대통령제가 아닌 입헌군주제 국가이기 때문이다. 국왕이 군대의 최고 통수권자이고 행정부의 수장은 총리다. “캄보디아에서는 시골에서 살았는데 큰 국가 행사가 있으면 동네에서 마을 사람들끼리 밥도 먹고 춤도 추고 해요. 이런 행사를 직접 보게 되니 너무 신기해요.” 라타리씨뿐 아니라 함께 온 딸 아름(6)이와 아들 다운(4)이도 추운 날씨에도 나들이를 나온 게 신이 난 듯 취임식장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참석 신청을 4명까지만 할 수 있어서 두 살인 막내 우리는 라타리씨의 친구에게 맡기고 취임식장에 왔다. 2006년에 결혼한 공씨 부부는 세 아이 이름을 ‘아름다운 우리나라’에서 두 글자씩 따서 ‘아름’, ‘다운’, ‘우리’라고 지었다. 공씨에게 다문화 가족으로서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물으니 그보다는 아이 셋을 둔 평범한 한국 가장으로서의 고민을 털어놨다. 공씨는 “아내가 한국 국적이 나왔으니 우리는 굳이 다문화 가정이라고 할 필요가 없다”면서 “한국 사람으로 사는 것이지 외국인으로서 사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애들이 셋이다 보니 아무래도 유치원비가 많이 들어요. 어린이집을 보내려고 해도 자리가 없어서 보낼 곳이 없고…돈도 많이 들고…아이를 많이 낳는 가정에 국가가 더 많이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공씨는 막내 우리는 어린이집에 보냈지만 아름이와 다운이를 돌봐줄 유치원은 찾지 못했다. 간신히 자리가 있는 곳을 찾으면 영어나 피아노 등 다른 과목도 배워야 한다며 추가 비용을 요구해 포기했다. 어쩔 수 없이 공씨는 직장을 갖는 대신 아름이와 다운이를 직접 집에서 돌보는 일을 맡았다. 생계는 아내가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에서 일하며 꾸리고 있다. 덕분에 라타리씨는 다른 이주 여성보다 한국어가 훨씬 빨리 늘었다. 공씨는 큰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에 들어갈 때까지는 집에서 양육을 책임지기로 했다. “대통령 연설을 들어 보니 경제 부흥 등 굉장히 큰 이야기들이 많더라고요. 저희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요. 아이들 키우는 데만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넷째 ‘나라’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글 사진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 꼭 이뤄낼 것”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 꼭 이뤄낼 것”

    박근혜 정부 시대가 개막됐다.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내·외빈과 국민 대표 등 7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갖고 18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날 0시 군 통수권을 비롯해 대통령으로서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넘겨받은 박 대통령은 오는 2018년 2월 24일 밤 12시까지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책무와 권한을 행사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취임사를 통해 경제 부흥, 국민 행복, 문화 융성을 국정의 3대 키워드로 제시한 뒤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금 글로벌 경제 위기와 북한의 핵무장 위협과 같은 안보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한 뒤 “자랑스러운 우리 국민과 함께 희망의 새 시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박 대통령은 향후 경제정책과 관련, “경제 부흥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일자리 창출과 성장에 방점을 둔 창조경제와 공정시장이 핵심인 경제민주화를 동시에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관련,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이라며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 행복과 관련, “국가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국민의 삶이 불안하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국민 맞춤형 복지 패러다임 구축과 창의교육 실현 등을 통한 ‘국민 행복 실현’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또 “21세기는 문화가 국력인 시대”라며 문화 융성을 또 하나의 국정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 “북한의 핵실험은 민족 생존과 미래에 대한 도전이며,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북한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빈 만찬에서는 “이제는 남북한 간 지속되는 불신과 대결, 불확실성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라며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위해 북한의 동참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多讀 자랑 말고 당신만의 서재 만드세요”

    “多讀 자랑 말고 당신만의 서재 만드세요”

    쭉 읽어가던 중간에 등장하는 그림 한 점. 얀 브뢰헬, 페터 파울 루벤스가 그린 1619년작 ‘시각의 알레고리’다. 척 봐도 화려하다. 온갖 값비싼 물건들과 고급스러운 미술품들이 넘쳐나고 있다. 속되게 말하자면 컬렉션에 대한, 미술품에 대한, 취미에 대한, 감식안에 대한 자랑이다. 플랑드르 혹은 저지대 화풍이라 불리는 이때의 그림들은 모직물 산업으로 지역경제가 크게 부흥한 것을 자랑하듯 가장 화려하고 정교하다. 그 이유로 광학기술, 물감, 방직기술 등이 발달해 그걸 부의 상징으로 과시하려 들었고, 과시하는 걸 부끄러워하기보다 은근히 내놓고 자랑하려는 일상과 취향의 영역이 발달했다는 해석이다. 한마디로 속물이란 건데, 마냥 비웃을 수만도 없는 게 속물근성이란 것이 은근한 사람의 욕망이기도 해서다. ‘내 마음의 서재’(정여울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를 한 폭으로 압축해 내자면 이 그림이다. 인문학 열풍이 밀어닥치면서 온갖 추천이나 권장 도서목록이 난무하고, 완독보다는 비싼 돈 내고 세트로 질렀다는 새해 결심용에서 더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이런저런 문학 전집류가 쏟아지고, 거실을 서재로 만들자더니 국내외 탐스러운 도서관에 대한 책들이 줄줄이 나오고, 1년에 100권을 읽었다는 둥, 이 정도 되는 책 정도는 읽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둥 잘난 척들이 하늘을 찌른다. 하기야 먹고살 만한 시대에 사생활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가장 고급스러운 놀잇감이 온갖 인문학적 교양 아니던가. 저자는 그래서 정말 인문학에 관심 있다면, 자신만의 서재를 만들라고 권한다. 타인의 목록을 보고 기웃대는 짓은 그만하란다. 저자나 출판사의 이름값에 휘둘릴 필요도 없다. “연인의 프러포즈 반지를 고르는 마음으로 책을 고른다면 책을 고르는 과정 자체가 어엿한 ‘셀프’ 인문학 강좌”다. 한 해 100권을 읽는다는 둥 양으로 승부할 필요도 없다. “앞으로 읽어야 할 수많은 책의 목록 때문에 이미 읽은 책들이 놓일 마음의 자리가 없”다는 것은 아주 미련한 짓이다. 대신 자기에게 와 닿는 것을 읽은 뒤 평론을 해보라고 권했다. 평론? 거창하고 어려운 게 아니다. “완결된 생각의 덩어리가 아니지만 뭔가 미세하게 간질거리는 느낌을, 일단 한번 종이 위에 옮겨 보라”는 것이다. 쓸데없이 이것저것 많이 읽고, 많이 소장하는 것보다는 백배 낫단다. 책은 이런 생각을 하는 저자의 독서편력기다. 개인적 기록인 데다 ‘시각의 알레고리’처럼 서구 명화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한층 친숙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1만 6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새 정부 성패 부처 할거주의 극복에 달렸다

    경제부총리 등 11개 부처 인선 발표에 이어 새 정부의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과 3개 수석이 내정됐다. 장관 후보자 중 일부의 청문회 통과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긴 하나 박근혜 정부의 조각은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정무수석 등 청와대 6개 수석의 인선이 남아 있긴 하지만, 어제까지 단행된 4차례 인선에서 박 당선인이 안정과 전문성을 중시한 나머지 탕평을 통해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데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일반적인 것 같다. 더욱이 경제와 복지 부문 등에서 과감한 국정개혁을 추진할 컨트롤 타워 기능에 의문부호가 켜졌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경제수석 등 남은 청와대 수석 인사와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 인선에서는 이런 평가가 반영돼 국정 운영에 활기가 넘치길 기대한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두 가지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조직의 신설로 부처 간 업무 영역 다툼이 불거질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생기는 부처들은 존재 의식을 과시하기 위해 정부 출범 초부터 정책이나 대형사업 등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 공룡 조직으로 탄생하는 미래창조과학부나 통상 업무를 넘겨 받는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등과 관련 부처 간 업무 영역 교통 정리가 제대로 됐는지 다시 한 번 정밀하게 점검해 보기 바란다. 정부가 출범한 이후 영역 다툼이 재연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부처 간 밥그릇 지키기 등으로 정책이 표류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장관 후보자들은 역대 정부에서 있었던 부처 할거주의 사례를 연구해 반면교사로 삼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차기 정부의 내각 중 관료 출신이 절반이나 되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18명 중 관료 출신은 9명이다. 분야별 전문가 집단을 활용해 신속히 조직의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 부처이기주의가 불거질 수 있다. 정책 표류 원인의 하나로 관료주의가 꼽힌다. 새 내각은 관료 집단이 보수적인 성격으로 인해 다른 의견에 인색하다는 시각을 불식시켜야 한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이런 단점을 보완한 사례로 기록되길 기대한다. 경제 위기 극복 등 새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쌓여 있다. 특히 가계 부채와 부동산 경기 침체, 자영업자 문제 등은 우리 경제에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 부흥, 지속 가능한 복지 등은 어느 한 부처만의 힘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각 부처 간 이견을 원활히 조정하지 못하면 해결이 요원한 과제들일 것이다. 국무총리의 국정 조정능력이나 경제부총리의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하다.
  • 음악교구 리코더로만 알았나요 ‘古음악’ 부흥 연주하는 챔프죠

    음악교구 리코더로만 알았나요 ‘古음악’ 부흥 연주하는 챔프죠

    그가 처음 리코더를 만난 건 초등학교 3학년 음악 시간. 담임 교사가 시키는 대로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악한 리코더를 불었다. 그 순간이 인생을 바꿨다. “엄마가 인터뷰할 때 처음 리코더를 부는 순간 리코디스트가 될 것 같은 운명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라고 했는데, 크크크, 그런 건 아니고요. 다만, 다른 애들은 소리도 잘 못 내는데 전 첫날부터 샵이랑 플랫을 불었어요.” 고(古)음악계가 주목하고 있는 리코더 샛별 염은초(21)의 얘기다. 리코더는 바로크시대에 목관악기의 챔피언으로 불렸다. 바흐나 비발디도 리코더 곡을 남겼다. 모차르트와 베토벤 시대에 다른 관악기에 밀려 오케스트라 편성에서 빠졌던 리코더가 최근 바로크 르네상스 고음악 부흥 열풍을 타고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리코더를 초등학교 음악 교구쯤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리코디스트들은 연주회에서 알토, 베이스, 소프라노용 등 10개 정도의 리코더를 쓴다. 장인들이 만든 전문 연주자용 리코더는 개당 1000~6000유로(약 145만~870만원)에 이른다. “평균 2500유로(약 363만원)쯤 해요. 교수님에게 거북이 등껍질로 만든 리코더도 있는데 10만 유로(약 1억 4495만원)도 넘는대요. 톱클래스 리코디스트들은 공방의 전속연주자로 지원받지만, 난 20대에서 유명한 정도라서…. 하하하. 부끄럽네요. 다행히 대학 은사님이 이탈리아 공방 사장님과 친구여서 할인을 받아요. 일종의 연예인 DC 같은 거죠.” 그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영재원)에 최연소 합격했다. 함께 붙은 언니, 오빠들은 대부분 중·고교생. 문제는 국내 예중·고에서는 리코더 전공을 뽑지 않는다는 것. 소녀는 당돌했다. ‘뺑뺑이’로 동네 중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 만에 자퇴를 선언했다. “4월쯤 금호 영재콘서트 오디션에 붙어서 가을에 금호아트홀 공연이 잡혔어요. 연습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모자라더라고요. 엄마한테 ‘중학교를 다니는 건 프로의 길을 걷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했죠. 내가 왕따당한 줄 알고 말리던 선생님도 결국 두 손을 들었어요.” 아빠·엄마를 스승 삼아 ‘홈스쿨링’을 하면서 출전한 국제콩쿠르(일본 야마나시 고음악콩쿠르)에서 3위와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이미 국내에서는 소녀를 가르칠 만한 스승이 없었다. 그 무렵 소녀는 뉴질랜드로 훌쩍 떠났다. 유학 중이던 동생과 보호자로 있던 엄마를 만나러 갔다가 뉴질랜드 풍광에 반해 눌러앉았다. 마침 켄터베리대 교환교수로 독일 리코디스트 볼프강 크레머가 있었다. 소녀는 크레머의 유일한 제자(음대 예비학교)이자 연주회 파트너로 투어를 다녔다. 2년 뒤 크레머는 “더 가르칠 게 없다. 유럽으로 떠나라”고 했다. 열여섯에 스위스 취리히음대에 입학했다. 역대 최연소였다. “나이도 어린데다 워낙 키도 작으니까 동료 학생들조차 ‘저 꼬마는 뭐냐’며 갸우뚱거릴 정도였다”는 게 염은초의 설명이다. 3년 전 야마나시 콩쿠르 심사위원장이던 케스 뵈케 교수를 사사했다. 2011년 졸업과 동시에 세계 고음악 연주가들에겐 선망의 대상인 바젤 스콜라 칸토룸에 입학했다. 리코더과정 정원은 딱 한명이었다. 물론, 최연소였다. 물이 오른 염은초는 지난해 니더작센 국제리코더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했다. 당시 심사위원장은 “말이 필요 없이 무대에 서야만 하는 사람, 스테이지 몬스터”라고 평했다. 6월 석사과정을 마치는 염은초를 위해 바젤 스콜라 칸토룸 측은 최고연주자 코스에 앙상블 리딩 과정을 만들어줬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 바로크 실내악단은 별도 지휘자가 있는 게 아니라 콘서트마스터가 연주를 하면서 지휘도 한다. 학교 측에선 재학생 중 유럽음악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염은초에게 리더 역할을 맡긴 것. 그는 “콩쿠르 우승경력도 있고, 연주회도 가장 많이 했기 때문에 내게 리더를 맡긴 것 같다. 동료와 내년 런던에서 열리는 요크 고음악앙상블콩쿠르에 나가게 된다. 리코더연주자가 바로크앙상블의 지휘자가 된다면 유럽에서도 센세이션한 일이다. 현대 리코더를 부활시킨 프란스 브뤼헨 등 딱 두 명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쉼표를 모른다. 지난 13일에는 프랑스 암브로네 유러피안 바로크오케스트라 오디션에 합격했다. 10월 한달간 오케스트라 멤버로 유럽투어를 갖게 된다. 갓 스물을 넘긴 그의 꿈이 궁금했다. “카네기홀에 한번쯤 서 보고 싶어요. 아니다. 우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하고 싶어요. 2200석을 채우면 얼마나 떨릴까요.”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부처 팀조직 없앤다

    새 정부 부처에서 ‘팀’ 조직이 사라진다. 행정안전부는 6일 박근혜 정부의 국정 과제에 따라 정부 하부 조직을 재편하는 기준을 각 부처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팀이 소규모로 많이 만들어져 정부 조직 운영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조직을 가능한 폐지해 군더더기를 없앨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 조직의 팀은 주로 각종 현안 해결을 위해 태스크포스(TF) 형태로 만들어진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행안부의 방침이다. 지난해 초 기준으로 정부 부처별 팀 조직은 기획재정부에 6개, 환경부에 5개, 금융위원회에 4개, 문화체육관광부·농림수산식품부·지식경제부에 각각 3개, 고용노동부에 2개, 통일부·법무부에 1개씩 있다. 각 부처는 경제 부흥이나 일자리 창출, 정부 3.0, 안전 관리 강화와 같은 새 정부의 국정 과제에 맞춰 하부 조직을 재편하게 된다. 5년 전 이명박 정부의 ‘정부 하부 조직 설계 기준’은 당시 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융합적 정책 수요와 책임 행정, 수요자 중심 설계, 부처 간 기능 중복 방지 등이었다. 또 공통 지원 부서는 축소하고 유사하거나 세분화된 기구는 대국(실·본부) 중심으로 통합하도록 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미래부 이질적 기능 뒤섞여 일자리·경제부흥 성과 의문”

    “미래부 이질적 기능 뒤섞여 일자리·경제부흥 성과 의문”

    국회에서 5일 열린 정부조직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개편안을 놓고 여야는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통상 관련 독립된 컨트롤타워 설치, 미래창조과학부의 공룡 부처화, 방송통신위원회의 권한 범위 등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주무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는 오전 공청회에 이어 오후 전체회의에서 현 15부2처18청 조직을 17부3처17청으로 바꾸는 내용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야당에서 각각 3인씩 추천한 전문가 6명이 참석했다. 손열 연세대 국제대학원장은 “당장 다가올 굵직한 여러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고려하면 현행 체제를 유지하되 시간을 두고 총리실 산하에 무역대표부를 설치하면 될 것”이라면서 “여야의 ‘국무조정 기능 강화를 통한 책임총리제’ 공약과도 부합하는 행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조정과 대부처주의 해소를 위해서는 통상 업무를 외교통상부에서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산업 전문성을 갖춘 부서에서 통상을 맡아야 국익을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화·방송·통신·원자력·우정 등 이질적인 기능을 아직 개념이 모호한 미래창조과학부라는 그릇에 담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또 “이런 공룡 부처를 만들었다고 해서 미래창조과학부 설치 목적인 일자리 창출, 경제 부흥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도 “규제와 진흥 정책 분리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현재 방통위에서 순수진흥 업무를 찾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방통위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될 수 있는 업무 영역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원희 한경대 교수는 이름이 바뀌는 안전행정부의 기능에 대해 “소방청의 대응 중심으로 안전조정 업무를 재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신설을 놓고 이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교안보정책 총괄 조정이라는 의미에선 타당하나 군 출신이 임명될 경우 경직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청회 이후 진행된 추가 토론에서 유민봉 인수위 총괄간사는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 철학을 바탕으로 정부조직개편안을 마련했다”면서 “추가 로드맵을 통해 공청회에서 제기된 세부적인 우려들을 반영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여야 협의체’ 2차 회의에서 인수위의 원안에서 제시됐던 ‘농림축산부’를 ‘농림축산식품부’로 변경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농산물은 곧 식품이기 때문에 그 연관성과 중요성 등을 고려해 ‘식품’의 진흥·육성·지원 업무를 그대로 두는 것에 여야가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기는 것이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미흡하다는 점에도 양측이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통상 교섭권 이관 등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데스크 시각] 시진핑, 아베신조, 박근혜… ‘3각 방정식’/박홍환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시진핑, 아베신조, 박근혜… ‘3각 방정식’/박홍환 국제부장

    박근혜(61)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하면 동북아시아 핵심 3국인 한국, 일본, 중국의 최고지도자 교체가 마무리된다. 앞서 아베 신조(59) 일본 총리는 지난해 12월 말 취임했고, 시진핑(習近平·60)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아베 총리보다 한 달여 먼저 권력서열 1위의 자리에 올랐다. 이처럼 한·중·일 3국의 최고지도자가 동시에 교체되는 중대한 시기에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이라는 ‘모험’에 나섰다. 3국의 새 최고지도자들로서는 첫번째 ‘도전’인 셈이다. 박 당선인을 비롯한 3인의 ‘해법’이 주목되는 이유다. 시 총서기와 아베 총리, 그리고 박 당선인에게는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박 당선인, 시 총서기, 아베 총리 순으로 한 살 터울인 이들 3인은 모두 전후세대 정치인이다. 폐허 속에서 국가의 새로운 기틀을 세우던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친이나 조부 등의 후광이 있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박 당선인과 시 총서기는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혹독한 세월’을 외롭게 견뎌내야 했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박 당선인, 아베 총리, 시 총서기가 모두 1990년대에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박 당선인은 1998년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고, 아베 총리는 그보다 5년 앞서 1993년 정계에 뛰어들었다. 시 총서기가 중국 동부 연안의 물산이 풍부한 푸젠(福建)성 성도 푸저우(福州)시의 공산당 최고책임자가 된 것은 1990년이다. 냉전이 종식되고 세상이 요동치던 시기다. 당시 그들이 어떤 이상을 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동년배로서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시대를 경험하면서 성장해 왔다는 사실이다. ‘공통분모’만 제대로 찾아낸다면 상호협력의 길은 열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로선 ‘3인4각’은 어려워 보인다. 시 총서기와 아베 총리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이미 어긋난 상태이다. 아베 총리와 박 당선인 사이에도 과거사 문제라는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박 당선인과 시 총서기의 우호적인 기류가 계속된다는 보장도 없다. 한·중 관계는 북한 ‘변수’만 등장하면 흐려지곤 했다. 시 총서기와 아베 총리가 내세우는 국정 구호도 박 당선인으로선 우려할 만하다. 시 총서기는 ‘중화민족의 부흥’ ‘강국의 꿈’을 얘기한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총선에서 ‘일본을 되찾자’고 부르짖으며 과거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약속해 압승했다. 그대로 된다면 대한민국은 ‘강력한 중국’과 ‘재무장한 일본’ 사이에 놓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좀 더 비약해 말하면 조선 말의 상황과 다르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 총서기나 아베 총리 모두 박 당선인과의 협력을 바라고 있다는 점이다. 특사를 보내고, 과거의 친서까지 공개하며 ‘구애’하고 있다. 그만큼 동북아시아 세력경쟁에서 한국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방증이다. 강대국 사이에 끼인 약소국의 설움은 충분히 경험했다. 선택을 잘못하면 진짜 조선 말과 같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박 당선인에게는 민족의 명운을 좌우할 엄청난 책무가 맡겨져 있는 셈이다. 박 당선인은 5년 임기 내내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 stinger@seoul.co.kr
  • [사설] 저성장 탈출해야 복지·일자리 가능하다

    우리 경제가 본격적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 걱정이다. 경제성장률은 지난 2011년 3.6%에서 지난해 2%로 뚝 떨어졌다. 잠재성장률을 훨씬 밑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전분기에 비해 0.4% 성장하는 데 그쳐 7분기 연속 0%대의 성장세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환경 악화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데다 가계 부채와 부동산 경기 침체, 취업난 등의 여파로 내수마저 얼어붙어 있으니 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3%대 중반 정도로 예측되고 있는 잠재성장률이 올해부터 5년간 3%를 턱걸이하다가 2020년대는 2%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오는 2017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점도 경제성장엔 마이너스 요인이다. 새 정부는 성장이 사실상 정체하는 시기가 머지않아 온다는 인식을 하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두기 바란다. 우선 일본 아베 정부의 엔저 정책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상정하고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조치부터 조속히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독일 등 선진국들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엔저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의 통화팽창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에 중대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완화할 거시건전성 조치가 빨리 나오길 기대한다. 차기 정부도 성장을 하지 않고서는 복지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 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경제 부흥을 국민 안전과 함께 국정운영의 2대 축으로 삼겠다고 밝힌 데서 그런 기류가 읽혀진다. 경제 뇌관이라 할 가계부채의 합리적인 해결로 소비가 살아나게 하고 기업의 투자 활성화로 수출과 일자리 창출이 이뤄져야 한다. 조세저항이나 기업의 투자 심리 위축 등의 변수로 미루어 볼 때 당분간은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인상과 같은 증세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성장을 통해 법인세 등 세수(稅收)와 일자리를 늘리는 경제정책은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설비투자를 늘리기는커녕 되레 1.8% 줄였다. 세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작용했을 수 있다. 투자 규모가 기업들이 가진 능력에 비해 낮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투자가 부실해서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없기에 투자 유인책을 보강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1% 포인트 높이면 연간 6만개의 일자리와 수조원의 세수 확보 효과가 생긴다고 한다. 새 정부는 중소 수출기업 육성, 새로운 수출 상품과 시장 개척, 신성장동력의 추가 발굴, 경제체질 개선 등으로 저성장을 극복하기 바란다.
  • [새정부 첫 총리 김용준 지명] 판관형 총리, 보스형 부총리, 朴心 비서실장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새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지명하면서 새 정부 ‘빅3’(총리·경제부총리·비서실장)의 역할 분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정부 조직 개편의 ‘3대 키워드’는 책임총리제와 경제부총리 부활, ‘작은 청와대’를 꼽을 수 있다. 총리가 국정의 제2인자로서 내각을 책임지고, 경제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은 경제부총리가 맡으며, 내각에 대한 간섭보다 대통령 보좌에 주력하도록 비서실의 규모를 줄여 놓은 것이다. 박 당선인이 법과 원칙의 ‘마지막 보루’인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김 위원장을 총리로 지명함으로써 이들 빅3의 역할 분담에 대한 윤곽을 그려 볼 수 있다. 박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책임총리제를 강조했지만 김 위원장의 스타일상 권한을 강조하거나 이에 집착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법과 원칙에 따라 ‘일하는 내각’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처 간 갈등과 충돌을 조율하는 조정자의 역할보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판결자의 역할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리 후보자는 “최선을 다해 헌법에 따라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황태순 시사평론가는 “책임총리제의 핵심은 총리의 인사제청권 보장”이라면서 “김 총리 후보자의 스타일과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임하는 비서실장의 역할을 감안하면 총리는 박 당선인의 의중을 따르는 2인자로서의 역할에 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내각의 목소리는 경제부총리가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대책과 직면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부흥을 진두지휘한다는 점에서 ‘조용한 부총리’보다 ‘보스형 부총리’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총리가 국정 전반을 책임지고 복지 컨트롤타워가 총리실 산하에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세계경제 상황과 정부 예산편성권을 감안하면 경제부총리의 발언권이 세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총리 후보자는 경제부총리와의 역할 배분과 관련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그의 스타일상 전면에 나서는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서실장의 역할도 박 당선인의 의중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조직 개편으로 비서실장의 위상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많지만 대통령의 인선을 지원하고 검증하는 인사위원장을 겸임하는 만큼 더 세졌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다만 박 당선인이 권력 2인자를 인정하지 않아 핵심 실세로 나서기보다 박 당선인의 ‘복심’을 전달하는 역할에 그칠 수 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리가 법조인이라면 경제부총리는 전문성과 리더십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고, 비서실장은 박 당선인을 보좌할 정무 능력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이런 점을 고려하면 새 정부 ‘빅3’의 역할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세계 연구중심대학을 가다] 독일 자브뤼켄 잘란트 주립대 산학 클러스터

    [세계 연구중심대학을 가다] 독일 자브뤼켄 잘란트 주립대 산학 클러스터

    독일 서부에 위치한 잘란트주는 독일에서 가장 작은 주다. 주 전체 인구가 10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1960~70년대 석탄·철강산업의 전성기에는 호황도 누렸지만, 그 후로는 ‘가난하고 척박한 동네’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강원랜드조차 없는 강원도의 산골 폐광촌을 연상하게 하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잘란트는 지식산업을 기반으로 한 부흥에 가슴이 설레는 곳이 됐다. 그 중심에 잘란트의 주도인 자브뤼켄의 잘란트 주립대학이 있다. 한때 프랑스 낭시대학 분교였던 잘란트대는 대학 자체로는 별다른 경쟁력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독일 4대 연구회’와 함께 구성한 ‘산학 클러스터’ 덕분에 훌륭한 시너지효과를 거두고 있다. 아헨공대나 에콜 폴리테크니크처럼 우수한 인력을 처음부터 유치할 수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 연구중심 대학의 장점을 취할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좋은 사례다. 잘란트대 일대에는 막스플랑크, 프라운호퍼, 헬름홀츠, 라이프니치 등 독일 연구회 산하 연구소들과 한국 정부 출연연구소의 유럽진출 교두보인 한국과학기술원(KIST) 유럽연구소가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 독일 4대 연구회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과학강국을 자부하는 독일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기초과학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막스플랑크는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다. ‘(정부는)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철저하게 적용되는 탓에 연구에 대한 자율성이 높아 전 세계 과학자들이 선망하는 연구회로 유명하다. 막스플랑크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8년 설립된 후 지금까지 2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1911년 설립된 전신인 카이저빌헬름협회의 16명을 포함하면 미국 하버드대,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손색이 없다. ‘노벨상 사관학교’라는 말이 허언이 아닌 셈이다. 한해 1만 5000여건에 달하는 연구 결과물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는 독일 전체 연간 우수 논문의 40%에 해당한다. 막스플랑크는 3개 분야 80여개의 연구소를 독일 전역에 갖고 있다. 자브뤼켄에 위치한 막스플랑크 정보학연구소(MPII) 역시 이 같은 구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베트람 소미에스키 박사는 “무엇이 될지 생각하지 않고 연구를 시작하고 진행하는 것이 막스플랑크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막스플랑크는 최소 20~30년 후를 내다보는 연구를 맡는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연구소의 특성 때문에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배출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막스플랑크는 각 연구소가 위치한 지역의 대학들과 학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 때문에 막스플랑크의 영년직 연구원 중 상당수는 ‘대학교수’ 직함도 갖고 있다. 이 같은 구도는 주변 대학의 우수한 학생들이 막스플랑크에서 연구하면서 실력과 아이디어를 키우는 원동력이다.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 것이다. 소미에스키 박사는 “연구원은 논문으로만 평가받고, 상당 시간을 학생들의 교육에 할애하는 역할을 동시에 부여받는다”면서 “80여개의 막스플랑크 연구소 간에 중첩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여럿이 연구하면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역시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막스플랑크의 대척점에 프라운호퍼가 위치해 있다. ‘프라운호퍼 라인’을 발견한 과학자이자 발명가, 사업가였던 요제프 폰 프라운호퍼의 이름을 딴 연구소답게 철저하게 실용적인 연구를 중시한다. 1949년 설립된 이후 일관되게 유지해온 기조다. 60개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각 분야별로 정보기술, 광학, 제품, 방위산업 등 7개 그룹으로 나뉜다. 이 예산 중 프라운호퍼 재단은 평균 30%만 부담한다. 나머지는 산업체나 지역사회 등에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소들은 끊임없이 협력 프로그램을 모색한다. 프라운호퍼 연구소들은 지역 대학 및 중소기업과의 공동연구에 전체 연구 비중의 40% 이상을 할애한다. 그 결과, 독일에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40%가 넘는 강소기업들이 1300여개나 된다. 막스플랑크가 논문으로 평가받는다면 프라운호퍼는 ‘특허’가 핵심이다. 얼마나 산업에 기여하는지를 보기 위한 핵심 지표다. 잘란트대 인근에 위치한 프라운호퍼 비파괴시험연구소(IzFP) 역시 특허와 기업 서비스에 절대적인 비중을 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건축물이나 교량, 원자력발전소, 철로 등에 손상을 주지 않고 외부에서 강도와 내구성 등을 측정하는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중점적으로 제작된다. 1972년에 설립돼 드레스덴 분원을 포함해 모두 377명의 박사급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프라운호퍼 IzFP의 주요 연구원들 역시 잘란트대 교수직을 갖고 있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기초과학을 발전시켜 나가는 기술이 어떻게 산업과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실제 연구소 운영을 통해 보여준다. 지그프라이드 크라우스 부소장은 “40년 전 자브뤼켄에 IzFP가 처음 설립된 이후 다른 연구소들이 자리잡기 시작했고, 이는 지역 활성화의 중요한 시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막스플랑크나 프라운호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라이프니치 연구회 역시 독일을 이끄는 중요한 축이다. 라이프니치 연구회의 구조는 거대과학을 담당하는 헬름홀츠를 포함한 나머지 3대 연구회와는 구조가 크게 다르다. 다른 연구회들이 재단본부의 판단에 따라 설립과 폐쇄가 결정되는 데 반해 라이프니치 연구회는 ‘가입된 기관들의 연합’ 형태로 구성된다. 라이프니치 연구회 소속 86개 기관 중에는 연구소뿐 아니라 뮌헨의 ‘독일 박물관’이나 자연사박물관도 포함돼 있다. 나머지 연구소들 중 상당수도 민간이나 주정부에 의해 설립된 것들이 많다. 연구회의 까다로운 가입 심사 평가를 통과하면 개별 연구소들은 라이프니치 연구회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찾는다. 매 5~7년마다 연구회의 중간 평가를 실시해 역량이 기준에 못 미친다고 판단되면 연구회 이름을 환수한다. 대신 이름을 사용하는 동안에는 연간 14억 유로의 예산을 골고루 분배해 사용하게 하는 특전을 누릴 수 있다. 잘란트대 인근 라이프니치 신소재연구소(INM)는 태생적으로 잘란트 주정부가 잘란트대 클러스터를 키우기 위해 25년 전에 유치한 연구소다. 전체 예산의 51%를 잘란트대에서 지원받고, 연구성과 역시 대학과 공유한다. 이에 맞춰 INM은 지역특화적인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롤란드 롤스 소장은 “재단은 기초와 응용 어느 쪽에도 치중하지 않는 구조를 원한다”면서 “두 가지 부분을 균형 있게 조정하는 것이 각 연구소에 부여된 임무”라고 밝혔다. 연구소가 응용을 전담한다면, 기초연구는 주로 잘란트대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이뤄진다. 라이프니치 INM은 100명 규모에 불과하지만 2010년부터 2011년 사이에 800편 이상의 국제논문을 출간할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잘란트대 학생들을 연구에 참여시키면서 끊임없는 아이디어를 공급받기 때문이다. INM 연구원인 이주석 박사는 “용액에서 파우더를 만들어내는 기술, 태양전지의 반사를 줄이는 코팅 기술, 자동차를 균일하게 도장하는 기술 등이 이곳 연구소에서 개발돼 상용화로 이어졌고, 지역사회에 기술기반 기업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면서 “아직까지 잘란트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근로자 임금이 10~15% 낮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빈곤하지만, 클러스터 덕분에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전했다. 글 사진 자브뤼켄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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