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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청들, 짝짓기에 빠지다

    행정에서 힘을 빼니 톡톡 튀는 정책이 나온다. 서울시내 자치구들이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앞다퉈 선보이고 있는 미팅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별까지는 직접 못 따줘도 하늘이라도 보여주겠다는 심산이다. 행정에 대한 딱딱한 이미지까지 바꿀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가장 적극적인 곳은 서초구이다. 오는 5일에는 지역의 미혼 직장인 50명이 참여하는 미팅 프로그램 ‘제1회 너는 내 운명’을 개최한다. 구가 이렇듯 만남의 기회만 제공하는 데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자원봉사와 미팅을 접목한 ‘봉사팅’은 물론 아예 구청 한쪽에 결혼중매 상담코너까지 운영하고 있다. 참가자를 20∼30대 미혼 직장인으로 제한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 ‘싱글벙글 볼런투어’는 지난해 4월과 올해 4·9월 등 모두 세 차례 열렸다. 오는 18일에는 1~3회 참가자 중 배우자감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 한번의 기회를 더 주는 ‘패자부활전’ 개념의 행사도 열린다. 지난해 구청 OK민원센터에 마련된 상담코너는 회원 가입 대상을 주민과 지역 소재 직장인으로 제한하고 있음에도 가입자가 1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상담코너를 통해 인연을 맺은 ‘1호 부부’가 탄생하기도 했다. 강남구는 서울시내 자치구들이 주관하는 미팅 행사의 원조에 해당한다. 2008년부터 ‘너만을 위한 프러포즈’ 행사를 꾸준히 열고 있다. 지난 20일 역삼동 오리옥스홀에서 네번째 행사가 열렸다. 27~39세 미혼 남녀 60명이 참여해 7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제3회 행사에서 배우자를 만나 결혼한 배모씨가 참석해 성공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송파구도 지난 17일 올림픽파크텔에서 ‘내 손을 잡아줘’ 행사를 처음 열었다. 미혼 남녀 100명 중 17쌍이 연결돼 ‘그들만의 행사’를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구 관계자는 “가장 먼저 결혼하는 커플에게는 해외호텔 숙박권과 유모차 교환권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면서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만큼 매년 정례적으로 행사를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작구는 지난 10월 15일 전문건설회관에서 ‘제1회 행복한 인연 찾기’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지역에 위치한 28개 기업에 다니는 미혼 직장인 80명이 참여했다. 이 중 ‘사랑의 작대기’ 등를 통해 모두 14쌍이 커플로 맺어졌다. 문충실 동작구청장은 “내년에는 보다 체계적인 ‘장가·시집 보내기’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라고 귀띔했다. 강북구와 동대문구는 ‘내부자 거래’를 시도한 경우이다. 지난 10월 4일 경동플라자 웨딩홀에서 소속 미혼 직원들을 위한 ‘싱글&싱글 만남’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친분이 두터운 박겸수 강북구청장과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이 의기투합해 성사된 것으로, 각 구청 직원 30명씩 모두 60명이 나서 5쌍의 커플이 나왔다. 직원들의 높은 호응을 확인한 동대문구는 민간기업에도 추파(?)를 던졌다. 구청과 대상㈜에 근무하는 미혼 직원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이달 안으로 만남을 주선할 계획이다. 강동삼·장세훈·김지훈기자 shjang@seoul.co.kr
  • 임창용, 경이로운 초대박 신화를 쓰다

    임창용, 경이로운 초대박 신화를 쓰다

    그동안 거취문제로 연일 이슈의 중심에 섰던 임창용이 초대박 계약에 성공하며 신화를 썼다. 임창용은 28일 원소속 구단인 야쿠르트 스왈로즈와 3년간(2+1) 15억엔(한화 약 206억원)의 금액으로 재계약에 합의했다. 앞으로 임창용은 자신이 원할 경우 야쿠르트에서 3년을 뛸수 있으며 2년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할시 풀어준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즉 사실상 계약기간 3년을 보장 받은 셈이다. 내년시즌 임창용은 연봉 4억엔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임창용의 초대박 계약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운 협상 결과다. 외국인 투수로는 역대 최고이며 일본토종 투수들 가운데 이와세 히토키(주니치, 4억 3천만엔) 후지카와 큐지(한신, 4억엔)와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역대 일본최고 연봉은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야쿠르트 시절에 받았던 7억 2천만엔, 역시 페타지니가 요미우리에서 뛸 당시 받은 7억엔이 최고다. 임창용의 연봉은 일본 최고의 선발투수인 다르빗슈 유(니혼햄 3억 3천만엔)보다 많은 금액이다. 임창용의 대박 계약에는 주변 여건이 맞아 떨어진 면도 있다. 올해 일본야구는 양대리그 모두 전문 마무리투수들이 난조를 보였다. 결국 수준높은 마무리 투수 보강은 곧 내년시즌 전망을 밝히는 바로미터로 작용돼 이미 임창용은 ‘귀하신 몸’이 된지 오래다. 여기에다 올해 요미우리에서 마무리를 맡았던 마크 크룬의 방출로 인해 임창용의 몸값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그동안 야쿠르트는 알렉스 라미레즈, 세스 그레이싱어 등과 같은 외국인 선수들로 인해 재미를 봐왔지만 결국 요미우리에게 빼앗겼다. 야쿠르트가 요미우리의 팜 역할을 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내년시즌 A 클래스 진출을 노리는 야쿠르트로서는 이번만큼은 임창용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여줬고 종국엔 3년간 15억엔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그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일본진출 3년만에 대박 신화를 쓴 임창용은 그만큼 책임감도 무거워졌다. 야쿠르트가 이러한 파격적인 계약조건으로 그를 재신임 한것은 몸값에 걸맞는 활약을 내년시즌에도 보여달라는 의미다. 올해를 기점으로 일본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우뚝 선 임창용으로서는 내년엔 더 뛰어난 성적을 남겨야 한다. 세이브왕 타이틀을 획득하면 더 좋다. 마무리 투수의 세이브 기록은 팀 전력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리 좋은 투구를 하더라도 등판기회가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올해 임창용이 그러한 케이스였다. 올 시즌 초반만 해도 야쿠르트는 빈약한 팀 타선과 선발 투수들의 난조가 겹치며 좀처럼 리드하는 경기를 만들지 못했다. 좌완 에이스인 이시카와 마사노리의 개막 후 6연패, ‘모로 가도 10승’ 이라는 전년도 다승왕 타테야마 쇼헤이 역시 승운이 없었다. 무엇보다 제이미 덴토나와 애런 가이엘의 부진은 답답한 공격력의 전형을 보여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당연히 임창용의 등판기회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웠다. 올해 임창용이 35세이브(평균자책점 1.46)를 기록하며 세이브 2위에 머문 것도 전반기 동안 세이브 쌓기에 실패한 것이 컸다. 만약 이부문 1위(42세이브)를 차지한 이와세가 야쿠르트 소속이고 임창용이 주니치에서 뛰었다면 세이브왕 타이틀은 임창용의 차지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시즌 야쿠르트는 올해보다는 더 나은 전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전도유망한 젊은 투수들이 올 한해 경험을 바탕으로 완전히 성장했다. 전반기때만 해도 ‘미완의 대기’에 머물렀던 사토 요시노리(12승), 무라나카 쿄헤이(11승)는 이제 완벽한 선발투수로의 진화를 끝마쳤다. 또한 신인 나카자와 마사토(7승)는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기대가 되는 투수가 됐다. 이시카와-타테야마-요시노리-무라나카-나카자와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은 양리그 통틀어 최고수준이다. 선발투수가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임창용의 세이브 기회도 늘어난다는 의미다. 비록 시즌 후반 부상과 체력저하로 인해 불펜 가동이 원활하지 못했지만 마쓰부치 타츠요시-오시모토 타케히코-마츠오카 켄이치로만 정상적으로 출격하면 임창용의 세이브 획득엔 문제가 없다. 이 세명의 야쿠르트 필승불펜진은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은 투수들이다. 또한 올 시즌 도중 영입한 4번타자 조쉬 화이트셀이 야쿠르트와 재계약에 합의한 것도 임창용으로서는 행운이다. 덧붙여 올해 리그 타율 1위를 차지한 아오키 노리치카(.358) 타나카 히로야스(.300) 아이카와 료지(.293)를 비롯 이이하라 야스시(.270)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한 미야모토 신야(.276) 그리고 2년연속(08-09) 리그 도루왕을 차지했던 후쿠치 카즈키(.246)가 제 모습을 찾는다면 임창용으로서는 팀이 리드하는 상황에서 보다 많은 등판 기회를 얻을수 있을 전망이다. 내년시즌 후쿠치가 부활하게 되면 올 시즌 리드오프 역할을 했던 아오키를 다시 3번타순으로 되돌릴수 있어 그만큼 타선의 짜임새가 갖춰지게 된다. 2010년 야쿠르트는 성적부진으로 인해 타카다 시게루 감독이 시즌도중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다. 신임 오가와 준지 감독의 내년 목표는 당연히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그것은 타카다 감독이 상당히 운이 없었던 시즌 초반의 악재로 인해 감독대행을 맡았고 후반기엔 팀이 본궤도에 올라왔을만큼 이젠 2년만에 다시 도전할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그 첫번째 여건은 28일 임창용의 재계약으로 인해 고민 하나가 사라졌다. 내년 시즌 도약을 꿈꾸는 야쿠르트 입장에선 임창용의 재계약이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임창용의 어깨에 책임감이란 무게가 짊어진 셈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북한=主敵’ 부활 검토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국방백서에 ‘북한=주적(主敵)’ 개념이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발간되는 국방백서에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의 의미와 배경 등이 상세히 서술될 예정이다. 28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는 당초 이달 말 ‘2010년 국방백서’를 발간할 예정이었지만 북한의 기습적 연평도 포격으로 군인과 민간인 4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을 당해 국민들의 대북 감정이 극도로 악화됐고, 주적 개념 명문화로 군의 정신무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백서의 내용을 수정·보완하고 있다. 주적 개념은 1994년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북한 측 박영수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오면서 1995년 국방백서에서 처음 사용됐다가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국방백서 이후 ‘직접적 군사위협’,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으로 대체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2010년 국방백서에 ‘북한=주적’ 개념 부활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천안함 출구전략’ 등이 논의되면서 명기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중장기적으로 남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대신 지난 9월 배포한 육군판 국방백서인 2010년 육군정책보고서에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라는 표현을 한 바 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女승무원들의 ‘섹시코드’ 2011달력 화제

    女승무원들의 ‘섹시코드’ 2011달력 화제

    멕시코 에어라인의 승무원들이 섹시 콘셉트의 2011 캘린더를 제작 발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라틴 여성다운 탄탄한 몸매와 섹시함을 뽐내는 승무원 10명이 자체적으로 이색 캘린더를 제작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멕시코 에어라인의 부활을 위한 것. 회사 측이 지난 8월 파산위기 후 힘겨운 경영을 이어가자 이들 승무원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회사에 보탬이 되고자 캘린더 제작을 계획했다. 승무원들은 경영난으로 비행 일정이 줄어 남는 시간에 멕시코시티 곳곳에서 화보를 촬영했다. 비키니를 입고 섹시한 포즈를 연출하는가 하면, 전문 모델을 능가하는 과감한 표정과 포즈도 능숙하게 표현해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은 10년차 베테랑 승무원인 코럴 페레즈. 그녀는 “우리는 일자리가 필요하고, 일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일어서야 한다. 이를 위해 사비를 털어 캘린더를 제작했다.”면서 “목표는 회사 뿐 아니라 우리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당 8파운드인 승무원들의 새해 달력은 판매를 시작한지 하루만에 1000부가 팔려나가는 쾌거를 이룩했다. 여기에 3000부 추가 주문까지 들어와 이들을 향한 사회적 관심을 짐작케 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한국 4회연속 종합 2위… 인천서 만나요

    “아듀 광저우, 헬로 2014년 인천!” 45억 아시아인의 스포츠제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보름간의 열전을 끝내고 27일 막을 내린다. 1990년 베이징 이후 20년 만에 중국에서 다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대인 45개국 1만 4000여명이 출전, 42개 종목에 걸쳐 476개의 금메달을 놓고 열전을 벌였다. 대회는 27일 남녀 마라톤과 여자 배구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화보] 아시안게임 종합2위…자랑스런 그들의 모습 ‘메달 공룡’ 중국은 당초 예상대로 전체 금메달 가운데 47%에 달하는 26일 현재 197개를 쓸어 담아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4개 대회 연속 종합 2위를 노린 한국도 사격과 펜싱, 양궁, 골프, 볼링 등의 선전으로 목표했던 65개를 훌쩍 넘어선 금메달 75개를 따내며 일본(48개)을 여유 있게 제쳤다. 볼링의 황선옥이 4관왕에 오른 것을 비롯해 박태환(수영), 이대명·한진섭(이상 사격), 최복음(볼링) 등 3관왕도 쏟아졌다. 특히 박태환은 4년 전 도하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3관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부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의 ‘금빛 기대’를 부풀렸다. 이 밖에 수영의 정다래와 양궁 김우진, 체조 양학선, 바둑 이슬아 등 10대 선수들도 금메달을 따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한국은 대회 초반부터 종합 2위를 향해 내달렸다. 사격(금 13)과 유도(금 6)가 종합 2위의 뼈대를 갖췄다면 야구와 수영(금 4), 펜싱(금 7)이 살을 붙였다. 양궁과 골프는 나란히 금메달 4개를 모두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마무리는 볼링(금 8)이 했고, 내년 대구에서 세계선수권을 여는 육상(금 3)도 금메달 레이스에서 한몫을 톡톡히 했다. 중국, 한국, 일본 등이 예상대로 1~3위를 차지한 가운데 이란(금 20)이 카자흐스탄(금 18)과 인도(금 14)을 따돌리고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4위에 올랐다. ‘연평도 사태’로 맹비난과 우려를 받는 북한은 역대 최대 선수단을 파견했지만 금 6개로 ‘톱10’ 달성에 실패했다. 17번째 대회는 2014년 인천에서 열린다. 한국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다. 27일 오후 9시(한국시간) 폐회식에서 인천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대회기를 전달받는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연극’에 대한 연극-다르면서 같은 두 무대… 공통분모는 재미!

    ‘연극’에 대한 연극-다르면서 같은 두 무대… 공통분모는 재미!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 오르는 ‘경성스타’(이윤택 연출, 연희단거리패 제작)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 오르는 ‘우리 말고 또 누가 우리와 같은 말을 했을까?’(김동현 연출, 극단 코끼리만보 제작)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금기로 통용되는 자기 얘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두 작품 모두 ‘연극에 대한 연극’이다. ‘경성스타’가 일제시대 연극사를 소재로 삼았다면, ‘우리 말고’는 연극의 이야기성 그 자체에 집중한다. 과거와 현대에 대한 얘기인 셈이다. 스타일상으로도 대조된다. ‘경성스타’가 서사극으로 연대기적 서술을 선보인다면, ‘우리 말고’는 시공간이 파괴된 곳에서 뚜렷한 서사 없이 극을 전개한다. 유일한 공통점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말들이 별처럼 반짝이는 세상 - ‘우리 말고 또 누가 우리와 같은’ ‘우리 말고’는 딱 어떻다고 설명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서사구조를 갖추지 않아서다. 한 배우가 뚜벅뚜벅 걸어나와 당신은 도대체 어떤 얘기를 기대했기에 지하의 어두컴컴한 극장 안에 들어와 있냐고 되물으면서 시작된다. 그 뒤 차례로 등장하는 20여명의 배우들이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는다. 개명해서 이름이 두 개인 덕분에 두 명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남자, 뛰어난 스턴트맨이지만 “괜찮습니다.”만 연발할 뿐 이름은 가질 수 없는 남자, 13년 연기하는 동안 박수받은 순간을 합쳐 보니 단 24시간에 불과하지만 그 맛에 한다는 무대중독 여자, 엄마에게 서운한 게 있었는데 매운 낙지를 같이 먹으며 눈물 흘리다 보니 어느 순간 다 풀려버렸다는 여자 등 온갖 사연들이 다 나온다. 작품 자체가 크로키 화집 같다. 극의 리듬도 소설적이라기보다 시적이다. 공연이 끝난 뒤 극장 밖을 나설 때 잠시 발길을 멈춰 밤하늘을 올려다 보길. 그 밤하늘에 단지 20여명의 배우가 아니라 지구상 수십억명이 뱉어낸 말, 차마 뱉지 못하고 마음 속으로 삭인 말, 입이 아니라 표정이나 행동으로 건넸던 말들이 떠돌아 다닐는지 모른다. 그 말들이 그렇게 허공을 맴도는 것은 그 말들에게 쉴 곳을 만들어주지 않았던 우리 자신 때문 아닐까. 연극 마지막, 무대를 텅 비운 채 침묵 속에서 무용수의 낯선 몸짓만 번득이는 것은, 가슴을 연 우리들에게 마침내 반짝이며 다가온 별무리였을지도. ‘세상 밖, 극장 안’을 넘어 ‘극장 밖, 세상 안’으로 달려가는 미래 연극의 풍경이 아른거린다. ●우리는 집 나간 ‘노라’요, 순결 잃은 ‘카추샤’가 아니었을까-‘경성스타’ ‘경성스타’는 일제강점기 극작가 임선규(김용래)의 삶을 통해 한국 연극사를 재구성한다. 임선규는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나중에 ‘홍도야 우지마라’로 널리 알려졌다)라는 신파극으로 최고 극작가로 떠오른 인물. 서양식 연극쟁이들은 임선규의 눈물 찔찔 짜대는 극을 두고 비웃지만, 그는 조선 민중의 정서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역사에 대한 얘기라 많은 세월과 인물이 거쳐가지만 무대 뒤편에 떡하니 자리잡은 회전무대 덕에 무리 없이 넘어간다. 수많은 사건을 다루는 속도감을 올려주는 데다, 서사극적 연출 덕분에 감정과잉이 자제된다. 회전무대는 연극 막판 또 다른 명풍경을 만들어낸다. 회전무대가 쉬지 않고 돌아가면서 선배 연출과 배우가 남긴 말이 임선규 팀의 막내이자 신출내기 배우 혜숙(배보람)에게 내리꽂히는 것이다. 이 장면은 그야말로 백미다. 그런 의미에서 연극의 진정한 주인공은 임선규가 아니라 퇴물 여배우 이월화(김소희), 새내기 배우 혜숙 두 인물이다. ‘인형의 집’에서 뛰쳐나간 노라의 운명은 결국 ‘부활’의 카추샤가 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 그런 현실 앞에서 조선 남자들은 모른 척 퉁소나 불 수밖에 없었던, 이상의 ‘날개’에 나오던 풍경. 그게 조선의 모습이었고, 신극과 친일작품의 물결에 떠밀린 당대 연극인의 모습이었으리라. 이월화는 이 세월을 온몸으로 받아낸 인물이었고, 혜숙은 그 잿더미 속에서 월화를 이어가는 새싹이다. 나무꾼이 포대기에 싸인 아기를 들고 가는 장면을 남긴 영화 ‘라쇼몽’처럼, 아무리 치욕의 역사라 한들 그 시대는 이미 혜숙이란 배우를 낳아버린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공수도 이지환·안태은 銅

    공수도에서 값진 동메달이 나왔다. 25일 광둥체육관에서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공수도 구미테(대련) 부문에서 남자 67㎏급의 이지환(21·광주 상무설악)과 여자 55㎏급의 안태은(20·양산대)이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8년 만이고, 여자부에서 메달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안 게임 화보] 광저우 정복한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 이지환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경기 종료 49초 전 넘겨 지르기로 3점을 따면서 승기를 잡았다. 지난 7월 몬테네그로에서 열린 세계대학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한국 공수도에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지환은 알둘라 알로타이비(쿠웨이트)와의 준결승에서 아쉽게 4-7로 져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이어 열린 여자 55㎏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안태은은 마카오의 라오 운 렝과의 접전 끝에 4-2로 이겼다. 안태은은 베트남의 레 비치 푸옹과의 첫 경기에서 0-4로 지고 나서 패자부활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의 레기나 니야조바를 5-2로 꺾고 동메달 결정전에 나서 결국 메달을 따냈다. 레슬링 여자 자유형 48㎏급에 출전한 김형주(26·창원시청)는 3·4위 결정전에서 캄보디아의 초브 소테아라를 세트 스코어 2-0으로 물리쳐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女농구는 중국에 져 아쉬운 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16년 만의 금메달을 노렸던 여자농구 대표팀이 결국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다. 그래도 온갖 불협화음을 딛고 얻어낸 값진 은메달이었다. 그동안 대표팀에는 온갖 악재가 잇따랐다. 정선민의 부상공백은 시작에 불과했다. 광저우 출국 전 일부 구단의 선수 차출 반대로 신정자·김보미·이경은(이상 kdb생명)·김지윤(신세계) 등 선수 4명이 뒤늦게 합류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선수들은 현지에서도 부상병동이었다. 손목·발목 등 부상으로 병원 입원 중이던 김지윤은 경기를 소화할 몸이 아니었다. 김계령(신세계)도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믿었던 최장신 센터 하은주(202㎝)도 지난 21일 갑자기 발목 아킬레스건 인대 부상을 당했다. 3주 동안 경기를 뛸 수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조기 귀국까지 고려됐다. 하지만 하은주는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자진해서 나섰다. 아파도 참고 뛴 그는 19점을 몰아넣으며 부활했다. 선수들은 이에 크게 자극받았다. 그러나 임달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5일 광저우 국제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64-70으로 져 은메달에 머물렀다. 발목 인대를 다친 하은주가 부상투혼을 발휘했지만, 상대팀 센터 천난(197㎝)을 막지 못했다. 변연하는 양팀 최다인 23점을 쓸어담았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안타깝게도 리바운드 싸움에서 크게 밀렸다. 한국이 15개, 중국이 30개로 두 배나 앞섰다. 전반을 28-39로 크게 뒤진 한국은 변연하와 박정은(14점), 신정자(12점)가 맹활약해 점수차를 차근차근 좁혀나갔다. 4쿼터에는 마지막 힘을 쥐어 짜냈다. 신정자의 중거리슛이 림을 통과하는 순간 64-66으로 점수를 2점차까지 좁혔다. 그러나 종료 9초전 이미선의 반칙이 선언됐다. 타이밍이 절묘했다. 결국 자유투에 이어 골밑슛까지 성공한 중국에 승부를 내줬다. 광저우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런던통신] 루니의 컴백이 맨유에게 미치는 영향

    [런던통신] 루니의 컴백이 맨유에게 미치는 영향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킹(King)’ 웨인 루니(25)가 돌아왔다. 지난 주말 위건전을 통해 그라운드에 복귀한 루니는 레인저스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C조 5차전에서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팀의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비록 필드 골이 아닌 페널티킥에 의한 득점이었지만 약 3개월 만에 터진 루니의 득점포는 모두를 기쁘게 만들었다. 경기 전 루니는 <MUTV>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라운드 안에서의 플레이를 통해 내가 맨유의 선수로 남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증명 하겠다”고 밝혔고 골을 터트린 뒤 한 팬과 뒤엉켜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는 “팬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펼치길 원했다. 그래서 골을 넣은 뒤 팬들에게 갔고, 한 팬이 나를 향해 점프를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루니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그는 영국 방송 <ITV>와의 인터뷰에서 “페널티킥을 차기 위해선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루니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페널티킥은 한마디로 환상적(Fantastic)이었다. 물론 루니는 몇 차례 득점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공백 기간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그가 골을 성공시켜 매우 기쁘다”며 루니의 복귀를 반겼다. ▲ ‘슬로우 스타터’ 맨유 “지금부터 시작” 시즌의 약 1/3을 소화한 맨유는 현재 7승 7무(승점 28점)으로 선두 첼시(28점)에 골득실에서 뒤진 리그 2위에 올라있다. 만족할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쁜 성적도 아니다. 시즌 초반 맨유는 사실상 이 대신 잇몸으로 대부분의 경기를 치러왔다. 루니는 부상과 불륜 그리고 재계약 문제로 오히려 맨유를 흔들었고 안토니오 발렌시아는 큰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라이벌 클럽들 역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며 좀처럼 승점을 쌓지 못했다는 것이다. 잘나가던 첼시는 레이 윌킨스 코치 해임 이후 연패에 빠지며 흔들렸고 아스날은 토트넘과의 북런던 더비 패배 이후 패닉에 빠졌다. 물론 덕분에 현재 1위 첼시와 4위 맨시티의 승점 차이는 불과 4점 밖에 나지 않는다. 맨유에게는 기회인 동시에 여전히 위기인 셈이다. 그러나 맨유가 전통적인 ‘슬로우 스타터’인 점을 감안하면 시즌 초반의 혼돈 상황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맨유는 루니가 없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해 왔다. 그리고 이제는 ‘에이스’ 루니는 물론 ‘노장’ 라이언 긱스도 1군 스쿼드에 복귀한 상태다. 이는 맨유에게 매우 중요한 변화다. 오는 12월 박싱데이를 기점으로 아스날(홈), 첼시(원정), 선더랜드(홈)으로 이어지는 죽음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 퍼거슨 “루니와 베르바토프 투톱 믿는다” 최근 루니의 복귀를 가장 간절히 기다린 사람은 아마도 파트너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일 것이다. 시즌 초반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를 시작으로 거의 매 경기 득점포를 가동하며 맨유의 최전방을 책임졌다. 그 중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리버풀전이었다. 그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3-2 극적인 승리를 선사했고 언론은 ‘백작’의 부활을 선포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이후 베르바토프는 마치 리버풀의 저주에 걸린 듯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최근에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와 페데리코 마케다와의 주전 경쟁에서도 크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베르바토프가 부진에 빠지기 시작한 시점이 루니의 사건 일지와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루니의 부진과 이탈이 베르바토프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퍼거슨 감독 역시 그 점을 공식으로 인정했다. 그는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올 시즌 최전방 공격수를 너무 자주 바꿨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은 바로 감독인 나에게 있다. 이제는 좀 더 고정된 선수 선발을 유지할 것이다. 우리에겐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지만 루니가 자신의 폼을 되찾길 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루니에게 필요한 파트너는 베르바토프이다”라고 밝혔다. ▲ ‘두 개의 심장’ 박지성, 로테이션으로 복귀하다 이 밖에도 루니의 복귀는 박지성의 선발 출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루니는 공격수임에도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수비적으로 팀에 큰 도움이 되는 선수다. 그동안 퍼거슨 감독은 전방에서의 압박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박지성을 중용해왔고, 박지성은 압박과 득점이란 두 마리 토끼를 선물하며 퍼거슨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그러나 최전방에 루니가 복귀하고 포지션 경쟁자인 긱스 마저 스쿼드에 포함되면서 박지성은 다시 예전의 로테이션 시스템하에 출전 기회를 부여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지성은 지난 레인저스 원정 출전 명단에서 아예 제외되며 다가올 주말 블랙번과의 홈경기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맨유와 블랙번의 15라운드 경기는 오는 27일(한국시간) 밤 12시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 정선 병방치 ‘명품 고갯길’ 만든다

    강원 정선군 귤암·광하리 동강변 주민들이 정선읍 장터로 가기 위해 콩 자루를 지고 오르던 ‘뱅뱅이 아라리 고갯길’(옛 병방치)이 명품 고갯길로 새롭게 태어난다. 정선군은 24일 아라리 고갯길 가운데 하나인 병방치 길을 명품 고갯길로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군은 사업비 2억 6000만원을 들여 차량통행 등으로 무너진 구간을 고치고 일부 구간은 새로 신설하는 등 아름다운 동강을 감상할 수 있는 총 길이 9㎞의 고갯길로 만들기로 했다. 고갯마루에 서면 뱅뱅 돌아가는 동강이 한눈에 들어와 ‘뱅뱅이 고갯길’로도 불리는 이 길은 동강 변 옛 주민들의 생명길이었다. 동강 변에서 콩, 귀리, 팥 등 밭농사를 하던 주민들은 이 고갯길을 통해 농산물을 정선읍에 내다 팔고 생필품을 사서 돌아왔다. ‘나는 새도 쉬어 간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험하고 경사가 심해 많은 주민이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면서 땀 흘려 오르내리던 애환이 깃든 고갯길이기도 하다. 군은 이 고갯길을 병방치 스카이워크, 생태환경 종합레저타운 등과 연계한 명품 길로 만들어 관광객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은 “한때 이용자가 없어 잊혀지기도 했던 병방치가 화려하게 부활해 정선을 대표하는 아리랑 고갯길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선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차 한잔에 한민족 2000년 문화가 담겨있죠”

    “차 한잔에 한민족 2000년 문화가 담겨있죠”

    “흔히 영국이나 일본, 중국의 차 문화만 대단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차문화 역사는 2000년이 넘습니다. ‘차례’의 차가 바로 술이 아니라 차를 의미하지 않습니까. 한 잔의 차에 한민족의 뿌리와 역사가 담겨 있는 셈입니다.” ●제사에 올릴 정도로 차를 사랑한 민족 24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박권흠(77) 세계차인(茶人)연합회장은 ‘차례’의 어원을 얘기하며 한민족을 ‘제사에 차를 올려 조상에 바칠 정도로 차를 사랑했던 민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기 48년 가락국 김수로왕의 비 허씨 황후가 아유타국(인도)에서 시집올 때 차씨를 가져와 배월산에 심었다는 역사를 끄집어내며 한국 차문화의 전통을 설명했다. 박 회장은 “조선시대 병자호란 이후 오랑캐인 청나라에 차를 조공할 수 없다는 농민들이 늘면서 급속히 차 재배가 줄어 일부 사찰에서만 재배가 이뤄졌고, 그마저도 일제시대 들어 종적을 감췄다.”면서 “1970년대 후반에서야 한국의 차문화를 부활시키자는 움직임이 조금씩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박 회장은 1992년 차인연합회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차문화 전도사로 발벗고 나섰다. 1994년 한국다도대학원을 개설해, 다도 지도자를 양성하기 시작했고 1996년에는 국제차문화 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했다. 1979년 연합회가 처음 설립될 당시 30여개에 불과했던 가맹단체는 현재 320개로 늘었고 차문화 인구는 500여만명(연합회 추산)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박 회장은 “차를 재배하는 농민이나 파는 상인, 차를 즐기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국산차의 인기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도자기 산업이 차문화 부흥으로 인해 다기로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것도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국산차 브랜드 가치 높이는 일 앞장 국산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도 박 회장이 힘을 쏟는 분야다. 국산차의 생산량이 적어 아직까지 해외 수출은 꿈도 못 꾸는 처지지만, 언젠가는 중국과 일본차를 넘어 해외시장에서 명차로 이름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 차품평회가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지 농민과 상인들을 이끌고 ‘세일즈 방문’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0월 타이완에서 열린 세계차문화 대회에서는 4년 임기의 세계차인연합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세계차인연합회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 타이완, 말레이시아 등 차가 대량으로 생산되는 범아시아권의 차산업을 총괄하는 연합체다. 박 회장은 “중국의 보이차나 일본차에 열광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우리 차의 진정한 가치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서 “신토불이라는 말은 차에도 적용되는 것인 만큼 정부가 우리차 중흥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글 사진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24일 차 없는 신촌거리 걸어볼까

    24일 차 없는 신촌거리 걸어볼까

    서대문구는 신촌 전철역부터 연세대 앞 굴다리까지 470m와 현대백화점 별관에서부터 명물거리에 있는 형제갈비까지 120m 구간에서 24일 오후 1~5시 차 없는 거리를 시범 운영한다고 23일 밝혔다. 이 구간을 경유하는 버스 노선은 시내버스 14개 노선과 마을버스 3개, 경기버스 1개 노선 등 모두 18개 노선이다. 이에 따라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 앞을 거쳐 연희입체교차로로 운행하던 버스는 동교동 로터리로 우회하고 연세대 앞에서 신촌 전철역 방향으로 가던 버스는 신촌 기차역으로 돌아서 신촌 전철역을 거쳐 동교동 방향으로 운행한다. 구는 시범 운영 결과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차 없는 거리를 24시간 365일로 상시화해 문화광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문석진 구청장은 22일 신촌 창천교회에서 주민과의 대화를 갖고 젊음이 살아 숨쉬는 신촌 문화광장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문 구청장은 “차 없는 거리 운영은 신촌의 상권을 되살리고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면서 “앞으로 신촌을 친인간적이고 다시 찾고 싶은 거리로 조성하면 상점 매출액이 20~40%까지 증가하는 등 상권이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차 없는 거리와 함께 신촌 일대를 특성화하기 위해 산학 클러스터도 구상 중”이라며 “세브란스병원의 높은 의료기술을 활용한 의료관광 활성화와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에 비즈니스 호텔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없는 4시간 동안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를 비롯한 6개 대학 500여명이 신촌문화 네트워크를 구성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마련한다. ‘눈 깜빡할 사이에’라는 주제의 거리 공연을 시작으로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다. 대학동아리 댄스 3개팀과 외국인으로 구성된 거리악사팀이 나와 즉석 공연을 펼친다. 보디페인팅 행사는 ‘신촌르네상스’라는 글자를 그린 대형 종이판 위에 학생과 시민들이 물감을 찍어 색을 칠하는 참여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1960~70년대 서대문구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전을 열고 제기차기, 단체 줄넘기, 덤블링 등을 할 수 있는 신촌놀이터 공간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 별관 앞 광장에서는 홍은2동의 난타공연, 신촌동의 하프 연주, 홍제2동의 에어로빅 등 서대문구 10개 자치회관에서 준비한 신촌 길거리 공연이 펼쳐진다. 인디밴드의 거리 공연이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다. 구는 스티커 붙이기를 이용해 ‘테마와 문화가 있는 거리’의 선호도도 조사한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장관급 과학기술委 만든다

    비상임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설치안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한다.’는 조항을 뺀 정부안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달 말까지 정부안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23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장관급 위원장을 둔 행정위원회로 국과위를 설치하는 내용의 과학기술기본법 등에 대한 정부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10월 ‘국과위 위상 및 기능 강화방안’을 발표할 때 포함됐던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한다.’는 조항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폐기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현재 비상설 자문위 형태로 운영되는 국과위가 행정위로 격상되면 위원장은 국회와 국무회의 출석·발언권을 갖게 된다. 또 위원장 산하에 2명의 차관급 상임위원이 배치되는 등 모두 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교육과학기술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 공무원이 파견근무를 하게 되는 등 사실상 행정부처와 같은 조직으로 출범하게 된다. 국과위는 또 범부처 과학기술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전체의 75%에 이르는 연구·개발(R&D) 관련 예산을 배분·조정하게 된다. 여기에다 재정부가 담당하는 R&D 사업평가 업무도 국과위가 맡는 등 사실상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중심 기구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교과부와 통폐합돼 사라진 이전의 과학기술부가 사실상 부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무리한 정부부처 통폐합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조치”라고 지적하고 있어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두고 여야가 대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英 윌리엄왕자 내년 4월 웨스트민스터 사원서 결혼

    英 윌리엄왕자 내년 4월 웨스트민스터 사원서 결혼

    영국 왕위계승 서열 2위 윌리엄(오른쪽) 왕자와 약혼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이 내년 4월 왕자의 어머니 다이애나비의 장례식이 열렸던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다. 두 사람은 8년간의 연애 끝에 지난 13일(현지시간) 약혼 사실을 공개했지만 정확한 결혼 날짜와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런던 세인트제임스궁은 23일 “윌리엄 왕자와 미들턴의 결혼식이 내년 4월 29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다.”고 공식 발표했다. 두 사람이 결혼하는 4월 29일이 공휴일로 지정되면 영국인들은 부활절 주일로 이어지는 4일간의 연휴를 즐길 수 있게 된다. 경호를 제외한 모든 결혼식 비용은 영국 왕실 재정으로 충당된다. 영국 왕 또는 여왕의 대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여왕의 모후가 결혼식을 올린 바 있다. 윌리엄 왕자의 아버지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는 성바오로 성당에서 결혼했다. 두 사람은 결혼한 뒤 윌리엄 왕자가 공군 조종사로 복무 중인 웨일스 북부에 거주할 예정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전북도 LH본사 이전 관제시위 눈살

    전북도 LH본사 이전 관제시위 눈살

    전북도가 한국토지주택공사 유치를 위해 대대적인 여론 몰이에 나서자 후진국형 관제시위라는 역풍이 불고 있다. 도와 전북애향운동본부는 24일 전주시청 앞 광장에서 ‘LH 분산 배치’를 요구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궐기대회에는 전북도와 전주시, 완주군 등 혁신도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자치단체 공무원들은 물론 유관 기관·단체까지 모두 7000여명이 동원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전주 시내 곳곳에는 LH 본사 유치와 분산 배치를 촉구하는 현수막 수백장이 내걸렸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은 자치단체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전형적인 관제시위라는 지적이 있다. LH본사유치추진비상대책위원회, 전주상공회의소, 무공수훈자회 등 각종 단체들 명의로 된 현수막들은 하나같이 내용과 크기가 비슷하고 장소도 같아 후진국형 관제 시위의 부활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특히 LH가 전북의 희망과는 달리 경남진주혁신도시로 일괄 이전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가 LH 본사 유치를 위해 도민과 각종 단체를 앞세워 여론 몰이에 나선 것이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내 사회단체 관계자는 “자치단체의 요청으로 인력 동원에 나서고 있지만 전형적인 낯내기 행정에 맞장구를 치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전북도가 소모적인 궐기대회를 추진하기보다는 분산 배치의 논리와 명분을 개발하고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2월 정부의 LH 지방이전 결정을 앞두고 전북은 분산 배치, 경남은 일괄 이전을 촉구하며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하트비트’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하트비트’

    지난 주말, 영상자료원에서 기누가사 데이노스케의 ‘지옥문’을 보았다. ‘지옥문’은 일본 영화로는 처음으로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의 주제인 ‘미친 사랑’이 프랑스인의 구미와 맞아떨어진 것도 수상에 한몫했을 터. 사랑에 눈이 먼 무사는 끝내 비극을 맞는다. 오죽했으면 그 사랑을 ‘지옥’에 비유했을까. ‘라무르 푸’(미치광이 사랑)는 프랑스 문화를 읽을 때 종종 등장하는 말이다. 작가 앙드레 브르통이 일찌기 1937년에 발표한 작품의 제목이 ‘미친 사랑’이고, 감독 자크 리베트가 1968년에 연출한 영화의 제목도 ‘미친 사랑’이다. 캐나다와 프랑스를 오가며 배우와 감독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자비에 돌란의 신작 ‘하트비트’ 또한 그 사랑에 매혹당한 작품이다. ‘하트비트’는 조르주 상드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었던 프랑스 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의 글로 시작한다. 뮈세는 ‘세상에 유일한 진실은 이성을 잃은 사랑이다.’라고 했다. 그날, 파티 내내 그와 그녀는 한 사람에게 관심을 쏟았다. 부엌에서 은밀한 대화를 나누던 프랑시스와 마리, 두 남녀는 아름다운 금발의 남자 니콜라를 동시에 사랑하게 됐다. 니콜라는 쿨하고 신비한 친구였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은 채 마리와 프랑시스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으면서도, 미소 하나로 두 사람의 마음을 단번에 빼앗을 줄 아는 그런 사람이었다. 니콜라로 인해 프랑시스와 마리는 어쩔 수 없이 서먹한 관계를 유지한다. 친구였던 사람이 어느새 차가운 적으로 변한 것이다. 갓 성년을 통과한 돌란의 ‘하트비트’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하나다. 요즘의 청춘에게 사랑이란 현실적인 대상이다. 세 인물 외에 일군의 젊은이와 나눈 인터뷰를 극 중 삽입해 놓았는데, 그들이 말하는 ‘사랑과 관계’는 전혀 뜨겁지 않다. 이기적이고 가벼운 그들에게 미친 사랑은 어울리지 않는 질병이다. 미친 사랑이란 죽음조차 불사하는 것이며(뮈세는 상드에게 칼을 겨누었다), 사랑의 고통으로 상처받은 심장에선 피가 흘러야 한다. 미친 사랑을 하고 있다고 믿는 프랑시스와 마리는 실제로 그런 사랑엔 자격 미달인 인물이다. 그들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음악에 젖어 낭만적인 사랑을 나누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혹시 ‘아델 H의 이야기’나 ‘베티 블루’ 같은, 열정적이고 위험하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예상했다면 기대를 접는 게 좋다. ‘하트비트’는 그냥 어리석고 예쁜 사랑 이야기다. 데뷔작 ‘나는 엄마를 죽였다’와 ‘하트비트’가 칸영화제에 연이어 초대되면서 돌란은 주목할 만한 신성으로 떠올랐다. 과감한 촬영, 평범하지 않은 구도, 대담한 컬러, 인터뷰와 코미디를 교차하는 양식, 그리고 관습을 거부하는 편집과 전개 등에서 ‘하트비트’는 누벨바그 시대의 영화를 향해 애정을 표현한다. 하지만 작년으로 50세를 맞은 누벨바그는 기억해야 할 이름이지 부활의 대상은 아니다. 각각 누벨바그와 포스트누벨바그의 상징인 장 뤽 고다르와 필립 가렐의 근작과 비교해 봐도 ‘하트비트’의 참신함과 도전성은 오히려 떨어지는 편이다. 돌란은 아직 개구쟁이 감독이다. 그러므로 뮈세의 글을 인용한 그의 영화에 대고 다시 뮈세의 글로 답하련다. ‘네 밤의 꿈들은 낮보다 순수하고, 사랑을 말하기에 너는 너무 어리다.’ 102분. 청소년관람불가. 25일 개봉. 영화평론가
  • ‘효자’ 레슬링 불효자?

    한국 레슬링 대표팀이 의기소침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부활을 노렸지만 이튿날에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남자 그레코로만형 7체급 가운데 6체급의 경기가 끝난 22일 현재 은 2·동메달 2개를 따는데 그쳤다. 당초 목표는 금메달 3개였다. 23일 열리는 120㎏급에서도 금메달을 못 따면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이후 28년 만에 그레코로만형 ‘노 골드’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하나 더 달게 된다. ☞[아시안 게임 화보] 광저우 정복한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 이세열(20·경성대)은 광저우 화궁체육관에서 열린 그레코로만형 84㎏급 결승에서 탈레브 네마트푸르(이란)에게 0-2로 져 은메달에 머물렀다. 지난해 처음 태극마크를 단 대표팀 막내 이세열은 중앙아시아 강호를 차례로 격파했지만 체력 소모가 심해 결승에서는 제대로 기술 한번 써보지 못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74㎏급 박진성(25·상무)과 96㎏급 안창건(24·조폐공사)은 동메달에 만족했다. 레슬링은 자타공인 1등 효자종목이었다. 한국의 첫 올림픽 금메달이 레슬링에서 나왔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자유형 62㎏급에 출전한 양정모가 주인공. 1984년 LA올림픽 이후 대회마다 금메달(총 10개)을 따냈다. ‘효자의 방황’이 시작된 건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다. 24년 만에 올림픽 금맥이 끊겼다. 치욕이었다. 지난해 9월 덴마크 헤르닝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동메달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은 1·동메달 1개였다. 1999년 이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1년째 금메달이 없다.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됐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바뀐 3전 2선승제 경기방식에 적응하지 못했다. 세대교체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대표팀은 모든 지적을 받아들였다. 젊은 선수로 대폭 물갈이했다. 안 그래도 혹독하기로 소문난 훈련 강도를 더 높였다. 태릉선수촌 매트엔 땀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런데 왜일까. 광저우 매트 위에서 우리 선수들은 맥없이 물러났다. 비틀거렸다. 그 이유도 두 가지다.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 중동 및 중앙아시아 강호의 기량이 세계 수준으로 올라왔다. 체격과 힘, 유연성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대교체는 성공했지만 신예 선수들은 아직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다. 아직 희망은 있다. 레슬링은 26일까지 계속된다. 금메달 11개가 남아 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10년아성 균열 노키아의 시련

    10년아성 균열 노키아의 시련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 부동의 1위인 노키아의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 3분기 시장 점유율이 2004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30% 밑으로 떨어졌고, 애플 아이폰을 겨냥해 출시한 스마트폰 N8는 제품 결함 논란이 불거지며 신용평가사들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키아가 ‘야심작’ N8의 치명적인 전원 결함을 인정했다.”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품 결함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N8 자체를 소비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선보인 N8는 1200만 화소 카메라와 독특한 디자인으로 아이폰이나 삼성의 갤럭시S에 대항할 수 있는 노키아의 ‘미래’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출시 이후 특별한 이유 없이 전원이 꺼진다는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며 논란을 빚었다. FT는 이에 대해 “N8를 내세워 부활을 노리던 노키아 입장에서는 심각한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10년 넘게 휴대전화 시장 1위를 지켜온 노키아의 하락세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노키아의 3분기 세계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6.7%에서 28.2%로 떨어졌고, 20%포인트가 넘던 2위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10%포인트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가트너 측은 “노키아가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산 저가 휴대전화로 인해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면서 “스마트폰 중심으로 제품 구성을 바꾼 다른 메이저 업체들보다 중저가 상품 위주인 노키아가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키아는 저가 모델을 앞세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아직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지난해 44.6%에서 올해 36.6%로 떨어진 상태다. 특히 스마트폰 수익성 면에서는 애플이나 삼성, 리서치인모션(RIM) 등의 경쟁사들에 현저히 떨어진다. 노키아는 지난 9월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스티븐 엘롭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고 1800명을 감원하는 등 승부수를 띄웠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N8의 위기로 인해 세계시장 2위에서 5위권 밑으로 추락한 모토롤라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키아의 부진이 1등 기업의 자만심에 취해 시장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노키아가 폐쇄적인 자체 OS 심비안만을 고집해 다양한 콘텐츠 공급에 실패하면서 고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들의 평가도 비관 일색이다. 무디스는 지난달 말 노키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고, 이달에는 피치가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내렸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일사불란 조직’ 탈바꿈… ‘이재용 시대’ 안착 포석

    ‘일사불란 조직’ 탈바꿈… ‘이재용 시대’ 안착 포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를 복원키로 한 것은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시장의 환경에 대응할 ‘일사불란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다. 곧 출범할 것으로 보이는 ‘이재용 시대’를 서둘러 안착시키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2008년 6월 삼성특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건희 회장 퇴진과 함께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지 2년 5개월 만이다. 이런 방침이 발표된 19일은 고 이병철 회장의 23주기가 되는 날이며, 올해는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응 삼성은 ‘이건희 회장-그룹 조직-계열사 최고경영자(CEO)’라는 3개의 축을 중심으로 업무가 이뤄져 왔다. 현재는 그룹 조직이란 실체가 없으나 앞으로는 새 조직이 계열사 67개, 임직원 27만 5000명, 연간매출 220조원(지난해 말 기준)의 글로벌 대기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이 총괄 지휘조직의 복원을 결심한 것은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조직으로 삼성 전체를 탈바꿈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그룹 전략기획실의 해체 이후 그룹 전체를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사라져 장기전략 수립이 어려웠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요타 리콜 사태와 애플 스마트 기기의 급부상 등을 바라보며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시장의 냉엄한 법칙을 확인하면서 어떤 환경에서도 빠르게 적응할 조직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판단된다. ●‘옛 체제로 회귀’ 논란 예상 또 연말 임원 인사 때 사장급으로 승진이 예상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을 본격적으로 지원함으로써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착실히 준비하겠다는 포석으로도 분석된다. 아울러 점진적으로 이 부사장 안팎에 젊고 창의성 있는 인재들을 전진 배치함으로써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뜻도 엿보인다. 하지만 컨트롤타워의 부활에 대한 재계의 논란도 예상된다. 그동안 전략기획실이 삼성 관련 의혹의 중심지로 거론돼 온 만큼 ‘옛 체제로 회귀한다.’는 비난 또한 흘러나오는 게 사실이다. 이를 의식해 삼성 측은 “신설되는 그룹 조직은 21세기의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신사업을 육성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과거 전략기획실장을 맡았던 이학수 삼성전자 상임고문을 삼성물산 건설 부문 고문으로, 전략기획실 차장이던 김인주 삼성전자 상담역을 삼성카드 고문으로 발령한 것도 ‘과거와는 완전히 선을 긋겠다.’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구체제 재무라인 퇴진

    구체제 재무라인 퇴진

    19일 김순택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에 대한 발탁 인사는 과거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와 전략기획실로 이어지는 재무·금융 출신의 퇴진과 함께 연구개발(R&D)·사업 출신의 중용으로 풀이된다. 일선에서 퇴진하는 재무·금융 출신 사령탑은 이학수(왼쪽·64)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전략기획실 부회장)과 김인주(오른쪽·52) 상담역(전 전략기획실 사장)을 말한다. 이 상임고문은 그룹의 제2인자 지휘봉을 13년 만에 김순택 부회장에게 넘겨주게 됐다. 경남 밀양 출신의 이 상임고문은 1971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회장 비서실의 재무담당 이사를 거쳐 1997년 비서실장(사장급)에 올랐다. 그 직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터졌고, 그는 기업구조조정본부장으로 말을 갈아타며 막강한 권한을 이어갔다. 이 상임고문은 이때 김해 출신의 김인주 상담역에게 구조본 재무담당(당시 전무급)을 맡기며 끊을 수 없는 인연을 이어갔다. 김 상담역의 뒤에는 당시 최광해 재무팀장(54·현 삼성전자 보좌역·부사장급)이 있었다. 구조본은 2006년 전략기획실로 개편된다. 그러나 이학수-김인주-최광해로 이어지는 전략기획실의 재무 라인은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 헐값 발행, 편법 증여 등 각종 의혹의 진앙지로 지목받았다. 지난 3월 이건희 회장이 복권한 뒤에는 국내외에서 노골적으로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왔다. 구조본이나 전략기획실과 같은 총괄지휘 조직의 부활이 정당성을 갖게 된 것이다. 이를 지휘할 사령탑은 구시대의 인물이 아니라 기술을 중시하는 새 인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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