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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총체적 난국에 빠진 중국 반도체 산업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총체적 난국에 빠진 중국 반도체 산업

    미국의 공격은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데다 자금줄은 끊기고 반도체 기술력 자체도 변변찮으니…. 총체적 난국에 빠진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현주소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에 이어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상징‘으로 불리는 중신궈지지청뎬루(中芯國際集成電路·SMIC)를 블랙리스트(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려 반도체 기술·장비 공급을 차단하는 방안을 공식 추진 중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지난 6일 보도했다. 미 국방부 소식통들은 “SMIC와 중국 인민해방군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다른 정부기관들과 협력해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제재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SMIC가 중국 국방사업에 관여하고 있다고 미 정부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기업들이 SMIC에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장비나 부품을 팔 때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화웨이를 비롯해 통신장비업체 중싱(中興)통신(ZTE)과 이들 기업의 계열사 등 275개 이상 중국 기업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화웨이뿐 아니라 SMIC에 대한 수출 길도 사실상 봉쇄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2000년 설립된 SMIC는 화웨이와 더불어 중국 반도체 자급화 계획에서 양대축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4.5%(3분기 추정치)로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SMIC보다 먼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세계 1위를 다투는 스마트폰 업체이면서 중국 최대 팹리스(반도체설계) 업체인 하이쓰(海思)반도체(Hisilicon)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SMI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지티뎬루(臺灣積體電路公司·TSMC)가 하이쓰가 발주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고 있었는데, 미국의 추가 제재로 더 이상 납품을 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SMIC가 하이쓰의 생산주문을 소화할 수 있다면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무력화될 수 있겠지만, SMIC의 현 기술력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SMIC는 지난해말에야 겨우 14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 양산에 들어갔다. TSMC는 7㎚ 제품을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더욱이 TSMC 올 하반기에 5㎚ 공정 양산에 진입하는 등 기술 수준이 한참 앞서 가고 있다. SMIC와 TSMC간에는 3~5년의 기술격차가 존재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5~10년을 바라보고 SMIC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데, 미국은 아예 SMIC가 싹도 틔우기 전에 고사시키겠다는 심산이다. 미국의 SMIC 제재가 현실화하면 SMIC가 화웨이에 시스템반도체를 납품하는 만큼 미국의 제재는 화웨이에 추가적으로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SMIC가 활용하고 있는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등의 공정 장비, 부품 수급도 사실상 막히게 된다. 중국이 추진 중인 첨단 반도체 육성 전략이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가 반도체 생산을 맡겨오던 TSMC와의 관계가 끊긴 데 이어 그 대안으로 SMIC를 육성하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SMIC를 ‘마지막 보루’로 두고 집중 투자를 통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이런 와중에 중국 정부가 1300억 위안(약 22조 5000억원) 가까이 쏟아부은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렸다. 우한(武漢)시 둥시후(東西湖)구 정부는 지난달 공개한 관내 경제 투자 현황 보고서에서 “우한훙신(武漢弘芯)반도체(HSMC)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금 부족 문제가 존재한다”며 “언제든 자금이 끊어져 프로젝트가 멈출 위험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현지 정부의 이 같은 ‘고백’은 HSMC가 사실상 회생 불능의 상태에 빠져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방정부 관료들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재정난에 아랑곳없이 경쟁적으로 대규모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면서 빚어진 비극인 셈이다. HSMC는 7㎚ 이하 첨단 미세공정이 적용된 시스템 반도체를 제작을 목표로 2017년 후베이(湖北)성 우한에서 설립됐다. 우한시 중대 프로젝트로 지정된 이 회사에 투자된 자금은 1280억 위안(약 22조원)에 이른다. HSMC는 대만 TSMC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이던 장상이(蔣尙義)를 영입해 주목을 받았다. 이 덕분에 2019년 말까지 중국 정부 등에서 투자금 153억 위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HSMC는 “우한 산업 단지에 14㎚와 7㎚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웨이퍼 기준 연간 6만장을 생산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 중 7㎚ 양산이 가능한 곳은 삼성전자와 TSMC밖에 없는데, 신생 기업이 이런 기술 격차를 뛰어넘겠다고 ‘호기’(豪氣)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HSMC 문제는 지난 1월 공장 건설 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소송에 휘말리면서부터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에서 유일하게 7㎚급 공정에 쓰이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도입해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 장비는 은행에 압류된 상태다. HSMC를 세운 창업자 리쉐옌과 회사 설립에 관여한 인사들의 행방도 오리무중이고, 회사 홈페이지도 열리지 않는 상태다. 중국 기술전문 매체 콰이커지(快科技)는 ‘우리 반도체 업계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HSMC의 위기 소식을 전하면서 “수십 년 전 가장 어려운 시기 과학자들은 주판에 의지해서 원자폭탄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이 작은 반도체를 진정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한탄하기도 했다.현재 중국 전역에서 50개 대규모 반도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총투자비만 무려 2430억 달러(약 289조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289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새로 조성해 지원하고 있다. 2014년에 이어 두번째 조성되는 반도체 펀드다. 이 펀드에는 중국개발은행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주요 투자주체인 중국 지방정부들의 재정난이 한계에 달해 자금조달이 어려운 데다 선진국 업체들과 기술격차가 크고 치밀한 계획보다 최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이 사업 추진의 목적이 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중국 남부 해안도시 푸젠(福建)성 샤먼(廈門)과 가장 가난한 성(省) 가운데 하나인 구이저우(貴州)성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재원 낭비와 임금 인상이라는 부작용만 낳았다. 반도체 선진국들과의 기술 격차도 여전히 크다. 중국 칭화(淸華)대의 사업 부문인 쯔광그룹(紫光集團·Tsinghua Unigroup)의 자회사 창장춘추(長江存儲科技公司·YMTC)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가 74%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창장춘추는 중국 반도체 기업 중 전망이 밝은 업체로 꼽히지만, 선진국 플래시 메모리 업체들에 비하면 기술력에서 반세대나 뒤진 것으로 평가된다. 창장춘추는 D램 기술에 대해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 주도자로 성장하기 위해 10년 간 8000억 위안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퍼부을 계획이다. 이 중 상당수 자금이 설비 투자 못지않게 첨단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인력 확보에 쓰일 것이라는 게 반도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하지만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 국산화율은 2010년 8.5%에서 지난해 15.4%로 상승하는데 그쳤다. 다른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력 수준이 너무 열악해 내세울 만한 곳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지난해 반도체 무역적자는 2280억 달러 규모로 10년 전의 2배로 확대됐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샤워기 틀었더니 황동 조각이...” 김포 신축 아파트단지 전수조사

    “샤워기 틀었더니 황동 조각이...” 김포 신축 아파트단지 전수조사

    경기 김포의 한 신축 아파트단지 일부 세대에서 욕실 수도꼭지에서 1㎝ 길이의 황동 조각이 나와 건설사가 전수조사에 나섰다. 10일 김포시와 이 아파트단지 건설사인 A업체에 따르면, 지난 7일 욕실 샤워기에서 1㎝가량 길이의 황동 조각이 나왔다는 민원이 8건 접수됐다. 이는 샤워기 구멍을 통해 수돗물과 함께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A업체는 조사에 나서 이 황동 조각이 수도꼭지 뭉치에 연결된 황동 재질의 부품에서 나온 것을 확인했다. 업체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부품은 황동을 주조해서 제작되는데 이 과정에서 황동 조각이 나오지만 출고 전 세척하기 때문에 실제 사용 시에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 A업체는 황동 조각이 나온 세대의 부품을 모두 교체하는 한편, 해당 부품 제조사와 이 아파트단지 전 세대의 욕실을 점검하고 있다. A업체의 한 관계자는 “아직 추가 민원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입주민들의 우려가 일어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있다”며 “부품 제조상의 문제인 만큼 제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입주가 시작된 해당 아파트단지는 3510세대 규모로 지하 2층∼지상 21층, 52개 동, 2개 단지로 조성됐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수소충전소 제도적 안전 기준 갖춰… 설명회 열어 주민들 수용성 높여야”

    “수소충전소 제도적 안전 기준 갖춰… 설명회 열어 주민들 수용성 높여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한 축인 그린뉴딜은 경제와 환경의 충돌이 아닌 조화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한다. 그린뉴딜 8대 추진 과제에는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차 공급을 확대하는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계획’이 포함돼 있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2025년까지 113만대 보급 계획과 함께 수소차 양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수소차는 주행거리가 길고 충전시간이 짧아 장거리 운행에 활용한다. 수소버스 4000대, 중대형 화물차 645대를 포함해 2025년까지 20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공급 확대 관건은 수소충전소 확보다. 정부는 공공부지를 활용해 수소충전소 450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충전소 설치에 어려움을 반영한 조치다. 국민들은 폭발 위험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이처럼 그린뉴딜 계획에 따른 ‘녹색전환’ 이행과정에서 부각된 사회적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환경부와 한국갈등학회가 기획하고 서울신문 후원으로 ‘도심지 수소충전소 설치 갈등의 원인과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세미나가 9일 서울 LW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도심 수소충전소는 수소차 확산의 필수조건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수소경제로의 전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미래차 대중화 시대 개막을 위해 충전 인프라 구축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면서 “수소충전소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혜안이 공유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적극적인 정보 제공을 한결같이 주문했다. 충전소가 폭발하면 수소폭탄이 될 수 있다는 국민 불안감이 내재된 상황에서 “안전하다”는 말은 공허하고 갈등만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여광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기반구축지원실장은 도심지 수소충전소 설치 갈등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발제에서 “상이한 조건이지만 불안감이 해소되기 전에 국내외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공포감을 키우게 됐다”며 “충전시설의 잦은 고장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부품 수급 불안으로 수리가 늦어지면서 운전자 불만 및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실장은 그러나 “설비·시공에서 이격거리와 안전관리자 상주 등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안전 기준을 갖추고 있다”면서 “주민 설명회 등을 통해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소충전소 갈등과 관련한 주제 발표에서 위험 인식의 균등화와 기피시설의 집중 문제 완화를 주장했다. 은 선임연구위원은 “주유소는 위험시설이지만 상대적으로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통제가 가능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라며 “위험·기피시설이 격오지가 아닌 도심에 들어설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그린뉴딜의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충전소는 교통량이 많은 도심에 들어서는 것이 효과가 크다”면서 “지방자치단체장의 관심과 협상력,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은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국회와 정부청사에 충전소를 먼저 설치한 것은 잘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종락 서울신문 논설위원은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실천 의지를 주문했다. 이 위원은 “도심에서 300평 가까운 부지가 필요한 데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 보니 충전소 구축에 민간 참여를 기대하기가 어렵고 공공 주도에는 한계가 있다”며 “신도시에 충전소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도심 재건축·재개발과 연계해 충전소를 설치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가뜩이나 힘든데…” 영업금지로 빈 PC방 노린 도둑들

    “가뜩이나 힘든데…” 영업금지로 빈 PC방 노린 도둑들

    “안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범행” 코로나19 고위험시설로 분류돼 2주 동안 영업이 중지됐던 충남 천안지역 PC방에 잇따라 도둑이 들었다. 9일 천안서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8일 천안시 서북구 PC방 네 곳에서 “누군가 침입해 현금과 컴퓨터 부품 등을 훔쳐 갔다”는 신고가 차례차례 접수됐다. 경찰은 영업 금지 조치로 PC방 안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3명의 용의자 가운데 1명을 붙잡고 나머지 2명의 뒤를 쫓고 있다. 한편 충남도는 이날 PC방을 비롯해 노래연습장, 유흥·감성·단란주점, 콜라텍, 헌팅포차, 뷔페, 실내 집단운동, 실내 스탠딩공연장, 대형학원 등 11개 업종의 제한적 영업을 허용했다. 아울러 충남도는 집합금지 행정명령으로 2주 동안 영업을 하지 못한 도내 업소들에 지원금 100만원도 지급할 방침이다. 전날 충남지역 PC방 업주 100여명은 충남도청을 찾아 “더는 버티기 힘들다”며 영업 재개를 요청하기도 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檢, 조범동 재판서 “조국 부부, 부당한 범죄행위한 최고 엘리트들”

    檢, 조범동 재판서 “조국 부부, 부당한 범죄행위한 최고 엘리트들”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의 ‘키맨’으로 알려진 조범동(37)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에서 검찰이 “원심 판결은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사모펀드와 관련해 정경심(58) 교수와의 공모 관계를 대부분 인정하지 않은 1심 판결은 부당했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 구자헌)의 심리로 9일 오후 열린 조씨의 2심 첫 공판에서 검찰은 항소 이유에 대해 “형법을 적용하고 배척할 땐 법규정과 확립된 판례 이론에 따라야 하고 피고인의 지위나 신분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준을 적용돼야 한다”면서 “모든 법의 영역에도 동일하겠지만 특히 형사법 영역에 있어 그 적용이 피고인의 지위나 신분에 따라 달라지는 내로남불이 되면 안 된다”고 운을 뗐다. 1심은 앞서 조씨의 선고공판에서 정 교수가 공범으로 적시된 세 가지 혐의 중 증거인멸과 관련한 혐의에 한 가지만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조씨 사모펀드와 관련해서는 투자가 아닌 대여로 봐야한다”면서 “두 사람의 횡령 공모 혐의에 대해서는 정 교수에게 비난 가능성이 있지만 범죄에 적극 가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이번 사건이 ‘정치 권력과 검은 유착을 통해 상호이익을 추구한 신종 정경유착 범죄’라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면서 “이런 일부의 시각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양형 사유로 취급돼선 안 된다”고 봤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원심은 법률 규정과 기존 판례 기준이 아닌 추가적인 구성요건이라는 별도의 기준을 피고인과 정경심에게 적용했다”면서 “(이로 인해) 다른 보통 사람에게는 금지된 행위를 허용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형평의 원칙을 위배하고 그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고 못박았다.검찰은 또 조 전 장관 부부를 언급하며 이들이 도덕적 비난의 대상만 되는 것이 아니라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위법 행위자임을 강조했다. 검찰은 “민정수석인 조국을 배우자로 둔 정경심이 코링크PE 횡령 범행에 가담했을 거라는 건 상식에 비춰 쉽게 믿기 어려웠고, 수사팀과 그런 일이 있었을까 의문이었다”면서 “그래서 객관적 증거가 확인됨에도 쉽게 단정짓지 않고 동기가 뭘지 계속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 교수에겐 자녀에게 부를 대물림하려는 동기가 있었고,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 되자마자 공적권한을 남용해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부를 축적했다”면서 정 교수의 행위는 “부당한 범죄행위이지 단순히 도덕적 비난에 그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조씨 측 변호인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피고인의 인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재판부에 “새로운 시각으로 봐달라”고 요청했다. 20개의 혐의 중 1심에서 1개를 제외하면 모두 유죄나 일부 유죄 판단을 받은 것에 대해 다투겠다는 의미다. 변호인은 “검찰의 피의자 조사 때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것을 법정에서 번복했다며 믿어주지 않는 경향이 많이 있었다”면서 “피고인의 진술이 왜 번복됐는지 객관적인 점은 없는지 살펴봐달라”고 말했다. 마지막엔 자동차 부품회사인 익성을 거론하며 “이 사건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이익을 본 익성의 관계자들은 기소조자 되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이용만 당한 것도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10월 7일 열릴 예정이다. 양측이 항소 이유를 추가적으로 설명한 뒤엔 증거조사가 진행될 방침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홍익대 “경기도 화성시에 4차산업혁명캠퍼스 조성할 것”

    홍익대 “경기도 화성시에 4차산업혁명캠퍼스 조성할 것”

    홍익대학교의 4차산업혁명캠퍼스 조성 사업이 빠르게 본 궤도로 진입하고 있다. 홍익대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 양성과 연구 활성화, 산·학·연 협업체계 및 지역사회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 확보한 캠퍼스 용지에 지자체의 지원과 주요 기관의 유치를 통해 대학은 물론 산업계와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홍익대 4차산업혁명캠퍼스 조성 사업은 1단계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 2단계 ‘미래형 교육·연구 기반 고도화’, 3단계 ‘지역상생 프로그램 완성’ 등으로 진행된다. 홍익대는 그 첫 단계로 경기도, 화성시, 지역 국회의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첨단자동차기술협회, 경기과학기술대학교,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와 지난 8일 ‘2020년 미래산업 기반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화성시와 경기도 등의 지자체,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의 연구소와 함께 산·학·연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지역사회와 각 참여 기관의 공동발전을 견인하기 위한 상호 협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협약을 통해 협약기관 간의 원활한 협력을 바탕으로 미래 이공계 인재 양성, 자율주행차 부품과 스마트 HVAC 기술경쟁력 제고 및 신속한 사업화 지원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됐다고 홍익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화성시 라비돌 리조트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이용철 경기도 행정2부지사, 서철모 화성시장, 권칠승 국회의원, 양우석 홍익대학교 총장, 정동희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원장, 백재원 한국첨단자동차기술협회장, 김덕현 경기과학기술대학교 총장, 강성희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장, 이은주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장, 원유민 화성시의회 의장, 황광용 화성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 엄정룡 화성시의회 경제환경위원장을 포함한 약 40여명의 내외빈이 참석했다. 홍익대학교 양우석 총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4차산업혁명캠퍼스의 조기 정착을 기대하고 있고, 향후 교육과 연구는 물론 지역사회 유대를 위한 협력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개발해 시행할 계획”이라며 “지역의 이공계 인재를 대상으로 과학기술 아카데미와 경시대회를 개최하고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전문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4차산업혁명캠퍼스를 시민 친화적인 개방형으로 운영해 지역사회와 어우러지는 친밀한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비즈 biz@seoul.co.kr
  • “사람 없으니 짐 싣자”…대한항공, 여객기 좌석 떼고 화물기로

    “사람 없으니 짐 싣자”…대한항공, 여객기 좌석 떼고 화물기로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여객기에서 좌석을 뗀 항공기를 띄웠다. 9일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운항을 하지 않고 있던 여객기 ‘보잉 777-300ER’ 2대를 화물 수송이 가능한 항공기로 개조해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콜럼버스 리켄베커 공항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 비행기는 기존 화물적재 공간에 약 22t의 화물을 실을 수 있었는데, 이번 개조로 객실좌석(프레스티지 42석·이코노미 227석)을 제거해 약 11t의 화물을 추가로 실을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은 앞서 국토교통부에 여객기 좌석을 제거하고 객실 바닥에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개조작업 승인을 신청했다. 국토부는 제작사인 보잉의 사전 기술 검토와 항공안전감독관의 적합성, 안전성 검사를 거쳐 지난 1일 개조작업을 승인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항공산업이 적자를 내는 가운데서도 화물 실적 호조로 올 2분기 영업이익 1485억원을 기록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 4~9월 승객 없이 화물만 수송한 여객기 운항 횟수는 월평균 420회, 평균 수송량은 1만 2000t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동남아시아 화물 노선망 등과 연계해 자동차·전자 부품, 의류 등 화물 수요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정의선·최태원, ‘전기차 배터리 판매·재사용’ 손잡았다

    정의선·최태원, ‘전기차 배터리 판매·재사용’ 손잡았다

    현대·기아자동차와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협력을 구체화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회동한 이후 2개월 만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가 미래 모빌리티와 관련해 구체적인 협업에 나선 건 처음이다. 양사는 8일 리스·렌털 등 전기차 배터리 판매, 배터리 관리 서비스,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등에서 협력 체계를 검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이 전기차 배터리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친환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면서 협업이 성사됐다. 양사 관계자는 “기존 ‘배터리 공급’이라는 단편적인 협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배터리 생애주기를 고려한 선순환적 활용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업의 핵심은 전기차 배터리의 재사용 및 부품 재활용 사업으로 요약된다. 양사는 앞으로 배터리의 제조에서 재사용,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자원 선순환 체계 구축에 나선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 친환경 배터리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배터리의 재사용을 고려한 최적 설계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현재 양사는 기아차의 전기차 ‘니로 EV’에 탑재되는 배터리팩을 수거해 재사용을 위한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차량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재사용하고, 차량 배터리에서 리튬·니켈·코발트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금속을 90% 이상 추출해 재활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전기차에 한 번 사용된 배터리를 수집해 차량에 ESS 형태로 구축하면 움직이는 전기차 충전소로 활용할 수 있다. 양사는 앞으로 각자 계열사가 보유한 다양한 사업 인프라와 역량을 결합해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라 다른 관련 산업으로까지 협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탑재될 배터리 1차 공급사인 SK이노베이션과의 협력은 모빌리티사와 배터리사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현대차와 SK이노베이션이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궁극적으로 그린 뉴딜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한국카본, 직접 만든 ‘누리호’ 모형 밀양우주천문대에 기증

    한국카본, 직접 만든 ‘누리호’ 모형 밀양우주천문대에 기증

    경남 밀양시는 한국카본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축소 모형 기증식을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 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 야외광장에 설치된 누리호 축소모형은 높이 22m, 폭 1.7m의 대형 모형으로, 밀양지역 기업체인 ㈜한국카본(대표 조문수)이 최근 개관한 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의 성공적인 운영을 염원하는 의미를 담아 밀양시에 무상 기증했다. 모형에는 실제 로켓의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연기방출과 불빛연출 및 음향효과 등이 탑재돼 있어 앞으로 우주천문대를 찾아오는 많은 관람객들에게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하게 된다. 2021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는 안정적인 우주개발 계획 수행을 위해 개발 중인 대한민국 최초의 저궤도 실용위성 발사용 로켓이다. ‘누리’는 세상을 뜻하는 우리말로 ‘우주까지 확장된 새 세상을 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와 함께 우주강국을 상징하는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의 모형은 우주선의 이해 및 교육의 장으로 활용 함과 아울러 밀양의 또 다른 명품 볼거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우리 밀양에 커다란 선물을 해준 한국카본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카본은 항공우주사업을 비롯한 전자, 건축, 수송사업 등 산업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핵심부품 및 재료를 생산하는 유망 기업체로 밀양시 부북면에 소재하고 있다. 한국카본은 실제 누리호 제작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기증한 모형은 자신들의 부품으로 직접 만들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재용 ‘5G 세일즈’ 통했다… 美최대 통신사서 8조원 수주 잭팟

    이재용 ‘5G 세일즈’ 통했다… 美최대 통신사서 8조원 수주 잭팟

    삼성전자가 미국 1위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으로부터 8조원 규모의 5세대(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따냈다. 우리나라 통신장비산업 역사상 단일 수출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통신의 본고장´이자 세계 기지국 투자의 20~25%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5G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유럽 등 다른 시장에서의 추가 수주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삼성전자는 종속회사인 미국 법인이 버라이즌과 66억 4000만 달러(약 7조 8982억원) 규모의 통신장비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7일 공시했다. 삼성전자 지난해 매출의 3.43%에 이르는 금액이다. 계약 기간은 2025년 12월 말까지로, 삼성은 앞으로 5년간 버라이즌에 5G 이동통신 장비를 아우르는 네트워크 솔루션을 공급하고 설치·보수해 준다. 그간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 글로벌 통신 강자들에게 뒤처졌던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으로 미국 5G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점유율 확대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3.2%로 1위 업체 화웨이(35.7%)와의 격차가 큰 가운데 4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주요 정부의 화웨이 배제 움직임이 속속 가시화되면서 삼성전자에 ‘반전의 시간´이 찾아왔다. 최근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캐나다 비디오트론, 지난 2월 미국 US셀룰러, 3월 뉴질랜드 스파크, 지난 6월 캐나다 텔러스 등 글로벌 통신사들로부터 잇따라 신규 통신장비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다른 미국 통신사들도 4분기부터 대규모 5G 투자에 나설 예정인 데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캐나다, 호주, 인도 등이 자국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겠다고 밝힌 만큼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최근 삼성전자와 에릭슨, 노키아를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한 캐나다 텔러스도 그간 화웨이의 4G 통신장비를 100% 써오다 방향을 튼 사례다. 이번 수주로 그동안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에 공을 들여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목받고 있다. 3G 시절이던 2011년 5G 기술 연구를 전담할 차세대 통신연구 조직 신설을 지시하고 무선통신 분야 전문가인 전경훈(당시 포항공대 교수)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을 영입했다. 이후 무선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에 분산돼 있던 통신기술 연구 조직을 통합해 5G 사업을 전담하는 ‘차세대사업팀’으로 조직을 키우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공동 연구 및 협력 확대를 지원하는 등 5G 통신기술 연구개발에 힘을 보탰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5G를 신성장사업으로 직접 챙기며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리더들과의 네트워킹에 오랜 기간 공들였다고 강조한다. 이 부회장은 2018년 ‘180조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5G를 인공지능(AI), 전장용 반도체, 바이오와 더불어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꼽고 3년간 25조원을 투자해 집중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을 찾은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는 직접 만나 5G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올해도 이번 계약을 앞두고 수차례 베스트베리 CEO와 화상 통화를 하며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이병철 선대회장이나 이건희 회장이 주도한 반도체 사업의 초격차 전략이 현재 삼성을 일궜다면 5G에 이어 6G까지 바라보는 첨단 통신장비산업이 이 부회장의 첫 번째 주력 사업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 통신장비 제품에 부품을 조달하는 86개 중소 협력사들의 매출과 고용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5G 장비는 국내 부품 비중이 40~60% 수준으로 국산화 비중이 높기 때문에 대규모 수주가 이뤄지면 중소기업들이 동반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이재용 ‘5G 세일즈’ 통했다...미 최대 통신사 8조 수주

    이재용 ‘5G 세일즈’ 통했다...미 최대 통신사 8조 수주

    삼성전자가 미국 1위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으로부터 8조원 규모의 5세대(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따냈다. 우리나라 통신장비산업 역사상 단일 수출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통신의 본고장‘이자 세계 기지국 투자의 20~25%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5G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유럽 등 다른 시장에서의 추가 수주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삼성전자는 종속회사인 미국 법인이 버라이즌과 66억 4000만 달러(약 7조 8982억원) 규모의 통신장비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7일 공시했다. 삼성전자 지난해 매출의 3.43%에 이르는 금액이다. 계약 기간은 2025년 12월 말까지로, 삼성은 앞으로 5년간 버라이즌에 5G 이동통신 장비를 아우르는 네트워크 솔루션을 공급하고 설� ㅊ맑置� 준다. 그간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 글로벌 통신 강자들에게 뒤처졌던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으로 미국 5G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점유율 확대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3.2%로 1위 업체 화웨이(35.7%)와의 격차가 큰 가운데 4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주요 정부의 화웨이 배제 움직임이 속속 가시화되면서 삼성전자에 ‘반전의 시간‘이 찾아왔다. 최근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캐나다 비디오트론, 지난 2월 미국 US셀룰러, 3월 뉴질랜드 스파크, 지난 6월 캐나다 텔러스 등 글로벌 통신사들로부터 잇따라 신규 통신장비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다른 미국 통신사들도 4분기부터 대규모 5G 투자에 나설 예정인 데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캐나다, 호주, 인도 등이 자국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겠다고 밝힌 만큼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최근 삼성전자와 에릭슨, 노키아를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한 캐나다 텔러스도 그간 화웨이의 4G 통신장비를 100% 써오다 방향을 튼 사례다. 이번 수주로 그동안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에 공을 들여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5G를 신성장사업으로 직접 챙기며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리더들과의 네트워킹에 오랜 기간 공들인 결과라고 강조한다. 이 부회장은 2018년 ‘180조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5G를 인공지능(AI), 전장용 반도체, 바이오와 더불어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꼽고 3년간 25조원을 투자해 집중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한국을 찾은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는 직접 만나 5G 사업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올해도 이번 계약을 앞두고 수차례 베스트베리 CEO와 화상 통화를 하며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이병철 선대회장이나 이건희 회장이 주도한 반도체 사업의 초격차 전략이 현재 삼성을 일궜다면 5G에 이어 6G까지 바라보는 첨단 통신장비산업이 이 부회장의 첫 번째 주력 사업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수주로 삼성전자 통신장비 제품에 부품을 조달하는 86개 중소 협력사들의 매출과 고용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5G 장비는 국내 부품 비중이 40~60% 수준으로 국산화 비중이 높기 때문에 대규모 수주가 이뤄지면 중소기업들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기술과 보안 등 여러 측면에서 신뢰를 인정받으며 미국 진출 20여년 만에 핵심 통신장비 공급자로 올라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언택트 시대를 맞아 국내외에서 네트워크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출 공백을 메우고 내수를 활성화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얼굴’ 쏘나타 보다 많이 팔리는 제네시스 G80

    ‘얼굴’ 쏘나타 보다 많이 팔리는 제네시스 G80

    현대자동차 고급브랜드 제네시스가 현대차의 대표 ‘볼륨 모델’(많이 팔리는 차) 쏘나타보다 더 많이 팔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비싼 차가 잘 팔리다 보니 현대차의 평균 판매 단가도 2년 사이 20% 증가했다. 6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3월 출시된 제네시스 준대형 세단 G80은 4~8월 5개월간 3만 507대가 팔렸다. 월평균 5000대꼴이다. 같은 기간 현대차 중형 세단 쏘나타는 2만 9083대에 그쳤다. G80이 쏘나타보다 많이 팔린 건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이후 처음이다. G80 가격은 기본 5291만~6214만원에 선택품목을 붙이면 8000만원대가 된다. 쏘나타는 절반 이하인 2386만~3579만원 수준이다. 제네시스 인기 비결로는 뛰어난 상품성이 꼽힌다. 현대차의 평균 판매단가도 2018년 2800만원에서 올해 2분기 3340만원으로 2년 사이 540만원(19.3%) 훌쩍 뛰었다. 제네시스 GV80 등 세단보다 더 큰 부품이 많이 들어가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인기도 단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배터리 소송전, 끝까지 간다…LG화학 “SK, 훔친 기술로 특허낸 뒤 다시 소송”

    배터리 소송전, 끝까지 간다…LG화학 “SK, 훔친 기술로 특허낸 뒤 다시 소송”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이 다음달 최종 결론을 앞둔 가운데 양사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에서 탈취한 기술로 낸 특허로 되려 LG화학에게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고 비난했다. LG화학은 4일 양사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전 관련 참고자료를 내고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이미 개발한 기술을 가져간 데 이어 특허로 등록했다”면서 “이것으로 모자라 오히려 특허침해 소송까지 제기한 뒤 이를 감추기 위해 증거인멸도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SK이노베이션은 ITC에 “LG화학이 ‘994특허’를 침해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994특허는 자동차전지 파우치형 배터리셀 구조 관련 특허다. 앞서 지난해 4월 LG가 SK에 대해 ‘영업기밀 침해’ 혐의로 제소한 것에 맞고소를 한 것이다. 그러나 LG화학은 994특허가 SK이노베이션이 특허를 출원하기 전부터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이 특허를 낸 것이 2015년 6월인데, LG화학은 이미 이 기술을 탑재한 A7배터리셀을 완성차업체인 크라이슬러에 여러 차례 판매한 바 있다는 것이다. 994특허가 LG화학 제품에서 고안한 기술이라는 것에 대한 증거로 LG화학은 ①특허 발명자가 LG화학에서 전직한 인물로, 선행기술 배터리 관련 재료, 무게, 용량, 사이즈, 밀도 등 세부 정보가 담긴 문서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 ②LG화학의 선행기술 배터리 및 994특허에 직결되는 아이디어에 대해 논의한 프레젠테이션 파일이 삭제됐다가 포렌식을 통해 복원됐는데, 이 파일이 크라이슬러가 LG화학의 A7배터리를 선택하고 며칠 뒤인 2013년 5월 29일에 작성됐다는 점 등을 들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훔친 기술 등으로 미국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행위로 ITC에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부정한 손’(Unclean hands)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부정한 손 원칙이란 영미 형평법상 원칙으로 원고가 현재 주장하는 권리를 획득하는 데 부정한 수단을 사용했으므로, 구제 청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예비판결 나왔지만, 양사 합의는 난망 한편, ITC는 올해 2월 두 회사의 소송전에서 예비판결을 통해 LG화학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이의가 받아들여지면서 재심의에 들어갔고 다음달 5일 최종 결론이 내려진다. 결정인 나오면 미국 앨라배마 연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의 최종 재판이 열리고, 여기서도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면 미국으로 배터리 부품, 소재 수출이 금지된다. 예비판결에 대해 LG화학은 “최종 판결에서 결과가 뒤집힌 적 없다”고, SK이노베이션은 “이의제기가 만장일치로 받아들여진 적이 없다”면서 저마다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 양사가 합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배상금 규모를 놓고 LG화학은 수조원대를 요구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원대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해도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을 거부하면 SK는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증설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지금껏 ITC 결정을 거부한 사례는 없다. 그럼에도 SK에게 수출금지 조치가 내려지면 미국 내 일자리를 가장 많이 창출하는 포드 등의 전기차 생산 프로젝트가 물건너가는 만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초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내년 국산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1700억원 투입

    내년 국산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1700억원 투입

    정부가 내년에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1700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지원을 위한 예산 1707억원을 편성했다고 4일 밝혔다. 후보물질 발굴에 319억원, 효능과 독성평가 등 영장류를 활용한 비임상에 74억원을 투입한다. 10개 후보물질이 있는 치료제 임상에는 627억원을, 12개 후보물질이 있는 백신 임상 분야에는 687억원 등 유효성·안전성을 검증하는 임상 1∼3상 지원에 1314억원을 들인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지원과 함께 감염병 연구 인프라 구축, 질병관리본부 내 국립감염병연구소 실험장비 확충, 바이러스기초연구소 신설 등 감염병 대응 기초연구 강화에 모두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는 감염병 대응을 포함한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 24조 2000억원보다 12.3% 증가한 27조 2000억원으로 편성했다. 2017년 1.9%, 2018년 1.1%, 2019년 4.4%였던 R&D 예산 증가율은 올해 18.0%로 껑충 뛴 데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특히 6개 핵심 분야 R&D에 올해보다 20.1% 늘린 13조 2000억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6개 핵심 분야는 감염병, 한국판 뉴딜, 소재·부품·장비, 바이오·헬스·미래차·시스템반도체 등 ‘BIG3’, 기초·원천연구, 인재양성 등이다. 한국판 뉴딜을 위한 R&D 예산은 1조 9000억원 편성했다. 인공지능, 5G, 비대면 산업 기술 개발 등 디지털 뉴딜에 1조 1000억원, 저탄소 고효율 건축기술, 신재생 에너지 고효율화 등 그린뉴딜에 8000억원을 배정했다. 소재·부품·장비에는 2조 2000억원을 들인다. 대일(對日) 100대 품목을 대(對)세계 338개 품목으로 확대해 관리할 계획이다. 신약과 의료기기 지원 등 바이오·헬스 분야에 1조 7000억원, 2027년 완전자율차 상용화를 위해 미래차에 4000억원, 원천기술 제품화 지원 등 시스템반도체에 3000억원을 투자한다. 미래과학기술 역량을 키울 기초 R&D에는 7조 3000억원을 배정했고, 신기술분야 핵심 고급인재 양성에도 3000억원을 편성했다. 정부는 R&D 예산이 큰 폭으로 증가한 만큼 다부처 공동 융합 R&D 지원 확대(1조2000억원→1조8000억원), 출연연구기관 조직ㆍ사업 개편 추진 등을 통해 예산 효율화에 노력할 방침이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김현삼 의원 “반월시화 스마트산단 혁신 인프라 확충해야”

    김현삼 의원 “반월시화 스마트산단 혁신 인프라 확충해야”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김현삼(더불어민주당·안산7) 의원이 3일 경노위 추가경정예산 심의에서 반월시화 스마트산업단지의 인프라 확충 등 해당 사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4일 김현삼 의원실에 따르면 경기도는 반월시화산업단지 스마트산단 구축 사업을 위해 이번 추경에 혁신데이터센터 구축비용 2억 원, 사물기반인터넷(IoT)기반 폐쇄회로(CC) TV설치에 4억 2700만원을 편성했다. 김 의원은 “노후화된 산단을 쾌적한 근로환경으로 바꾸어 청년들이 스스로 모여들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 보안·안전문제 등을 개선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형 인프라 조성이 필요하다”며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에서 제조업은 일자리를 지켜주는 버팀목이었으며, 안정적인 생필품 조달처가 돼 국가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면서 “이번 사업을 통해 반월시화 산단이 혁신 인프라를 확충함으로써 제조업 경쟁력 강화 기반을 더욱 단단히 다질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스마트산업단지란 단지 내 기업간 데이터 연결·공유로 동일 업종·밸류체인 기업들이 스스로 스마트화되는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제조업 활력 회복과 지역경제 재생을 위한 혁신 대책으로 꼽힌다. 특히 반월시화산단은 1977년 조성된 국내 최대 중소기업 제조업 집적단지로 수도권 전방 주력산업을 보조해주는 부품·소재 업체가 밀집돼 있다. 수도권 최대 고용·생산 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스마트산단 구축 사업을 통한 첨단 제조산업기지로의 전환이 기대되는 곳이라고 김 의원은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혁신클러스터 완공 땐 연 생산유발 8000억·일자리 1300개 창출”

    “혁신클러스터 완공 땐 연 생산유발 8000억·일자리 1300개 창출”

    “특장차 산업단지는 관련 산업 파급효과가 매우 커 지역의 산업체질을 개선하는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준배 김제시장은 3일 “백구특장차전문단지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2020년 투자선도지구로 선정돼 김제의 백년대계를 위한 초석을 다질 수 있게 됐다”며 국내 유일의 특장차 혁신클러스터 청사진을 펼쳐보였다. -조성 배경은. “특장차 산업은 자동차와 산업기계가 융합해 새로운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내는 성장 가능성 높은 분야다. 김제는 주변에 완성차 생산업체와 주행시험장, 다수의 협력업체, 대학과 연구소 등이 있어 어느 지자체보다 특장차산업에 선제적으로 대응 가능한 지리적 이점을 보유하고 있다.” -백구 특장차 산업단지 경쟁력은. “지방 최초로 특장차 안전검사와 성능시험을 할 수 있는 자기인증센터를 구축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특장차 생산과 인증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어 기업의 운송비용이 연간 22억원 이상 절감된다. 검사비용도 수도권의 3분의1 수준으로 저렴하다.” -특장차 산업단지가 김제시 산업성장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은. “2개 산업단지와 7개 농공단지 가운데 최근 준공한 특장차 산업단지에 거는 기대가 가장 크다. 관련 산업 파급효과가 커 지역의 산업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장차 혁신클러스터가 완공되면 연간 8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300여명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특장차 산업단지 발전 계획은. “제1전문단지 조성에 이어 제2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수요가 많고 전망도 밝아 제3단지 조성도 구상하고 있다. 입주기업에는 세제혜택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지역상생거점단지를 조성해 근로자와 지역민이 상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겠다.” -특장차 혁신클러스터 육성 과제는. “기술개발에서부터 부품제조, 조립, 인증 및 검사를 모두 한자리에서 할 수 있는 특장차종합지원센터를 완성하는 것이다. 특장차 전문단지를 지역성장거점과 글로벌 허브로 육성하겠다.” 김제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특장차 산단 키워 글로벌 허브로… ‘농업도시’ 김제의 혁신

    특장차 산단 키워 글로벌 허브로… ‘농업도시’ 김제의 혁신

    전북 김제시 백구면 반월리 ‘특장차 혁신클러스터 투자선도지구’. 전형적인 농촌지역이었던 이곳이 최근 전국 최고의 ‘특장차전문산업단지’로 떠오르고 있다. 백구 특장차단지에는 작지만 우수한 기술력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강소기업들이 입주해 활기가 넘친다. 캠핑카, 청소차, 구난차, 고소작업차 등을 제작하는 업체가 빼곡히 들어찼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곳은 주문이 밀려 불황을 모른다. 전북도와 김제시는 이곳을 국내 유일의 ‘특장건설기계 혁신클러스터’로 육성해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특장차는 특수한 장비를 갖추고 특수한 용도에 사용하는 차량이다. 구난, 긴급의료, 사회복지, 건설 등 특수한 목적에 사용되는 모든 차량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다. 최근 자동차의 개념이 고안전, 고편의, 고효율,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변화하면서 고객 맞춤형 소량 생산에 특화된 특장차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캠핑카를 임시 병상, 격리시설, 의료진 숙소 등으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특장차 제조업체들은 산업기계를 자동차에 융합해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낸다. ‘소품종’을 ‘대량’ 생산하는 대기업 완성차 업체와 달리 주문자가 요구하는 ‘다품종’을 ‘소량’ 생산하기 때문에 장비·기술인력·협력업체가 포진돼 있어야 경쟁력이 높다. ●완주 현대차·군산 타타대우 가깝고 교통 편리 백구 특장차전문단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조업체와 부품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호남평야의 중심지로 농업이 주력산업인 김제시가 특장차 산업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5년 전이었다. 국내 중대형 상용차의 94%를 생산하는 전북에 특장차단지가 없는 것을 아쉬워하는 관련 업체들의 요청이 이어지면서부터다. 그동안 특장차 산업은 수요가 많은 경기와 전남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으나 집단화되지는 않았다. 업체들은 트럭과 버스를 생산하는 완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군산 타타대우와 거리가 가까우면서 교통이 편리한 김제시에 특장차 업체 집단화 단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전북도와 김제시는 탄소소재산업 1번지이기도 한 전북에 특장차 전문단지를 조성하면 지역특화산업으로 자리잡아 산업구조가 개선되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판단, 조성에 나섰다. 김제시는 2018년 상용차 공장이 있는 완주군과 군산시 중간지점인 백구에 32만 8733㎡의 공단을 만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완성차 8개사, 부품생산 20개사 등 28개 업체가 앞다퉈 입주했다. 캠핑카 메이커 ㈜유니캠프, 청소차를 제조하는 ㈜에이엠특장, 트레일러 적재함을 만드는 신흥티지, 고소작업차를 생산하는 ㈜나래 등 지명도 높은 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일부 업체는 수출도 하고 있다. 예상대로 일자리가 500여개 늘어나고 농업에 치우친 산업구조가 개선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김제시는 추가 입주 문의가 이어지자 1단지 인근에 36만 6322㎡ 규모의 2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착공도 하기 전에 이미 17개 업체가 입주 계약했다. 올해 국토교통부로부터 투자선도지구로 선정돼 날개까지 달았다.●첨단장비 갖춘 자기인증센터로 비용 절감 김제가 인기 있는 이유는 상용차 공장과 가깝고 생산과 인증 절차가 원스톱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등 타 지역 특장차 제조업체는 완주나 군산에서 생산된 상용차를 개조하려면 100㎞ 이상 이동해야 한다. 반면 김제 특장차 산업단지는 생산공장과 거리가 10여㎞에 불과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백구산업단지는 2017년 4월 특장차 안전검사와 성능시험을 할 수 있는 ‘자기인증센터’를 개소했다. 경기 화성에 이어 두 번째다. 자기인증센터는 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한다. 백구 인증센터는 수도권 인증센터보다 검사수수료가 훨씬 싸고 검사 기간도 짧아 전국 특장차 업체들이 몰려든다. 화성 인증센터는 검사수수료가 대당 1100만원인데 비해 백구는 330만원으로 3분의1 수준이다. 센터 건립비를 국비와 지방비로 부담해 검사비용을 낮췄다. 최근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가변축 조작장치, 도난방지장치 시험인증검사가 의무화됨에 따라 성능시험 장비 보강을 위해 안전평가동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 검사장치는 백구 인증센터가 전국에서 유일하다. ●종합지원센터 구축해 핵심전략사업 육성 전북도와 김제시는 백구 특장차 단지가 예상 외로 좋은 반응을 보임에 따라 특장건설기계산업을 핵심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산업단지를 확장하고 특장과 튜닝에 필요한 부품연구시설과 실증센터 연계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종합지원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도 구축한다. 특장차협의회, 전북자동차융합기술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주대, 폴리텍대학 등과 체계적인 교육 및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근로자들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백구면 부용리에 ‘지역상생거점단지’도 조성한다. 100가구의 일자리연계형 지원주택, 복지119센터, 보건소 등을 신축하고 공원, 광장, 주차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정효곤 김제시 산단조성담당은 “투자선도지구에 기술개발에서부터 부품제조, 조립, 인증 및 검사 등을 한자리에서 할 수 있는 특장기계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특장차 혁신클러스터를 완성하고 핵심전략산업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제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벤츠·현대-기아차·혼다·아우디 등 36개 차종 결함…리콜 조치

    국토교통부는 국내외 브랜드의 자동차와 이륜차 36개 차종 8만 5355대에서 제작 결함이 발견돼 리콜(시정조치)한다고 2일 밝혔다. 리콜 대상 차종의 제작·판매사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혼다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비엠더블유(BMW)코리아, 화창상사, 바이크코리아 등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E220d 등 10개 차종 4만 3757대는 전기 버스바(Bus Bar·전류 통로 역할을 하는 막대형 전도체)에 빗물 등이 유입되면 전원 공급 라인과 접지선에 부식이 생기거나 합선으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어 리콜에 들어간다. 기아자동차의 K5(DL3) 등 2개 차종 2만 3522대와 현대자동차의 싼타페(TM PE) 2099대는 자동차 안정성 제어장치(ESC) 소프트웨어 오류로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장치(RSPA)를 작동할 때 제동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혼다코리아의 오디세이 2424대는 슬라이딩 도어 걸쇠 장치 내 부품(케이블)의 방수 처리가 불량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아우디A8 4.0(TFSI LWB qu) 등 7개 차종 981대는 엔진룸 밀봉을 위해 장착된 고무재(seal)가 엔진룸 열에 의해 변형돼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승강기 글로벌시장 최상층까지 쭈욱… 충북, 올라갑니다

    승강기 글로벌시장 최상층까지 쭈욱… 충북, 올라갑니다

    현대엘리베이터 본사·생산시설 유치세계 최고 높이 300m 테스트타워 등2022년까지 신공장 1단계 사업 추진 道, 4500억원 투입 인프라·기술 개발기술자문 협의체 구성 세계 시장 공략자기부상·초고속 승강기 육성도 계획“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스스로 고장까지 예측하는 최첨단 엘리베이터가 충북에서 개발됩니다.” 충주를 중심으로 한 충북 북부권이 승강기산업 중심지로 육성된다. 충북도가 국내 대표 승강기업체인 현대엘리베이터 본사와 생산시설 유치를 계기로 다양한 승강기산업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을 추진한다. 1일 도에 따르면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충주시 용탄동 충주 제5산업단지에 신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1단계 사업으로 2022년까지 충주5산업단지 15만여㎡ 부지에 연간 2만 5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와 세계 최고 높이인 300m 테스트 타워, 기숙사 등을 지을 예정이다. 이어 2028년까지 경기 이천에 있는 본사와 천안 물류센터도 충주로 이전할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2500억원이다. 1984년 설립된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유일 토종 승강기업체다. 연매출 2조원, 임직원 2200여명, 협력업체 300여개에 달하며 13년째 국내 승강기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천의 본사 부지와 공장 등을 SK하이닉스에 매각하면서 충주로 이전하게 됐다.‘대어’를 잡은 도는 만족하지 않고 ‘승강기시장 선점’이라는 큰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도는 이를 위해 충북 북부권 승강기산업 거점지역 조성 전략을 최근 마련했다. 2030년까지 지방비 1970억원 등 총 4500억원을 투입해 승강기산업 인프라 구축과 기술개발 등에 나선다는 게 골자다. 전략보고서에 따르면 충주시 엄정면과 산척면 일대에 140만 700여㎡ 규모의 승강기 특화단지가 조성된다. 이곳은 현대엘리베이터 협력사들을 위한 산업단지이다. 도는 3년 내 50개, 10년까지는 100개의 협력사 유치를 목표로 잡았다. 동반 이전하는 협력사들을 위해 기술지원 및 정주여건 개선사업이 마련된다. 승강기 완성품 업체와 중소 부품업체들이 집적화되면 공동 기술개발은 물론 안정적인 부품납품과 공급망 확보 등이 가능해 국내 승강기산업의 요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는 이곳에 기업 간 교류 등을 지원할 승강기 종합지원센터와 시험생산동을 구축해 산업단지 내에서 모든 업무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특화단지 인근에 승강기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직업교육원도 건립된다. 150억원이 투입되는 직업교육원은 5층(연면적 1000㎡) 규모로 강의장과 실습장을 갖출 예정이다. 도는 엘리베이터 완성업체들과 손을 잡고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교육과정은 설계, 가공, 제어, 조립, 품질관리, 전기기기, 설치, 유지관리 등으로 세분화된다. 연구개발, 국제협력, 기술이전 등을 지원할 승강기산업진흥원과 승강기안전체험센터도 마련될 예정이다. 도는 글로벌시장 선점을 위해 승강기산업 기술자문 협의체를 구성한 뒤 신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세부 전략 가운데 승강기 고장발생 진단 및 예측시스템 개발이 눈에 띈다. 승강기 고장 시 나타났던 진동 및 소음을 측정해 빅데이터화한 뒤 이를 통해 스스로 고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는 것이다. 또한 고객이 점검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아도 엘리베이터 상태를 원격 분석하고 관리까지 가능한 시스템 개발도 추진된다. 자기부상 엘리베이터와 초고속 엘리베이터 육성사업도 진행된다. 자기부상 엘리베이터는 케이블 없이 수직·수평으로 이동이 가능하고 하나의 승강로에 승강기 여러 대가 운행할 수 있다. 에너지소비를 줄이며 수송능력을 높일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이 늘고 있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도는 부속품 경량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탑승공간의 유선형 설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미쓰비시가 중국 상하이타워에 설치한 승강기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분속 1230m다. 국내에선 롯데타워 승강기로 분속 600m다. 아직 상용화 이전 단계지만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5월 분속 1260m 승강기 기술을 개발했다. 금속 로프보다 무게가 6분1 정도 가벼운 탄소섬유벨트를 적용했다. 이 기술을 지상 최고 건물인 부르즈 할리파에 적용하면 현재 57초인 최고층 도달시간을 46초로 단축시킬 수 있다. 국내 지자체 가운데 승강기산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것은 경남 거창이다. 거창군은 2008년부터 승강기산업을 지역특화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승강기안전기술원이 들어섰고, 승강기업체 37곳이 둥지를 틀었다. 이들 업체가 협력해 만든 승강기 완성품 G엘리베이터도 출시했다. 2010년에는 폐교 위기에 처한 한국폴리텍대학을 인수한 뒤 기능을 전환해 승강기 대학을 설립했다. 거창에선 충북의 승강기산업 육성에 대해 중복투자를 우려하지만 충북은 차별화를 시도하면 상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광호 도 산업육성과 팀장은 “거창은 중소기업 위주로 국내시장을 노리고, 충북은 현대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면 양 지역이 동반 성장할 수 있다”며 “수도권에 위치한 많은 승강기 업체들을 위해서라도 접근성이 뛰어난 충북지역의 인프라 구축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공장 굴뚝과 문화예술의 건강한 공존

    공장 굴뚝과 문화예술의 건강한 공존

    서울과 인천을 잇는 국도를 경인로라고 부른다. 부천 소사로 복숭아를 먹으러 간 기억이 있는 세대에게는 경인가도라는 이름이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국토의 대동맥이라면 자연스럽게 경부고속도로가 떠오르지만 19세기 개항 이후 오랫동안 우리 산업의 대동맥은 경인로였다. 전국 곳곳에 대형 산업단지가 줄지어 들어선 오늘날에도 수도권 서남부지역 일대로 확대된 경인공업지대는 여전히 한국 최대의 산업단지라는 지위를 잃지 않고 있다. 경인로의 서울 쪽 시발점인 영등포 일대는 경인공업지대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경인선 철도는 경인로와 나란히 놓였다. 경부선 철도는 서울역을 출발해 경인선과 같은 선로를 타고 달리다가 영등포역을 지나 구로동에 이르면 남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그저 경인선과 경부선의 분기점 노릇만 하던 곳에 1974년 서울지하철 1호선이 완공되면서 구로역이 지어졌다.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20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4회 ‘문래창작촌’은 구로역 광장에서 출발해 영등포역이 바라보이는 문래동 창작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차산업의 발상지인 경인공업지대가 3차산업 시대에 어떻게 적응해 가고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됐다. 산업단지가 클수록 노동자의 희생도 비례해 컸던 만큼 모순을 극복하려 했던 노력의 일단을 확인한 것도 소득이다.구로라는 땅 이름에선 ‘산업 발전의 메카’ 같은 긍정적 이미지보다는 ‘처절한 생존의 현장’처럼 다소 어두운 이미지가 감도는 것도 사실이다. 구로공단이 구로디지털단지와 가산디지털단지로, 구로공단역이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이름을 바꾼 것도 상당 부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구로역은 여전히 구로역이다. 역사는 환승역의 기능에 충실하다. 서울지하철 1호선은 개통 당시 청량리에서 인천과 수원과 오가는 두 갈래 노선이었다. 구로역은 우리나라 최초의 전철 환승역이라는 의미를 부여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럼에도 지하철을 타고 구로역에 내리는 순간 이곳에서는 왠지 즐거운 만남보다는 슬픈 이별이 더 많았을 것 같은 느낌이 스쳐 지나갔다. 여전한 남아 있는 선입견 탓이었다. 하지만 3번 출구로 나서 환하고 깨끗한 광장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처절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한쪽에서는 아주머니 한 분이 텃밭에서 길렀음 직한 채소를 광주리에 조금씩 담아 팔고 있다. 고구마순이며 애호박이 구매욕을 자극하지만 참는다. 광장 앞 경인로 건너편에는 우리 목적지의 하나인 구로기계공구상가단지가 사거리 좌우로 나뉘어 펼쳐져 있다. 건널목에서 녹색 신호등이 켜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줄지은 초대형 곡물저장고에 CJ제일제당의 로고가 보인다. 이전에는 1960년대 건빵 한 품목으로 당시 7대 기업에 오른 동립산업의 밀가루 공장 라인이었다고 한다. 이 공장 터는 조만간 복합 문화 공간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그 길 건너에는 하동환자동차 공장이 있었다. 1954년 창업한 버스 제조 회사로 1966년 베트남과 보르네오에 버스를 수출한 기록을 남겼다. V자 날개 모양 가운데 H자가 새겨진 로고를 달았던 하동환 버스가 기억났다.구로기계공구단지는 일대 산업단지의 지원 공단 역할을 톡톡히 하는 듯했다. 1981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산업용품 유통단지로 5만종 남짓한 기계 관련 부품과 공구가 품목별로 블록을 달리해 배치돼 있다. 4개 블록 24동 건물에 모두 1920개 업체가 들어 있는데, 기계·전기·광산·목공·화공·용접에 소방까지 산업 관련 기자재라면 없는 것이 없다고 큰소리친다. 궂은 날씨에도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골목을 오가는 화물차며 오토바이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불황을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상가 입주율은 여전히 100%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기계공구단지를 나서 동쪽 신도림역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넓게 뚫린 경인로 양쪽으로 플라타너스가 우람하다. 과거 경인로는 왕복 2차로의 길 양쪽으로 일제강점기에 심은 플라타너스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이제 노거수로 자라난 플라타너스는 당시의 흔적이다. 신도림역에 접근해 가면서 오른쪽에 2011년 세워진 디큐브시티가 보인다. 호텔과 백화점, 뮤지컬 공연장, 영화관, 대형서점, 식당가, 일반 주거시설이 밀집한 복합 공간이다. 40~50층의 고층건물이 밀집해 들어선 이곳은 대성연탄 공장 터다. CJ제일제당의 밀가루 공장 터도 아마 이런 방식으로 탈바꿈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연탄 공장이 뮤지컬 전용 공연장으로 탈바꿈한 것을 극적 변신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삶의 양상 역시 이렇듯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디큐브시티를 지나며 돌아보게 된다. 밀가루 공장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찾아올지 기대하게도 된다. 35만㎡에 이른다는 디큐브시티 곁에는 대성그룹 계열사 간판을 달고 있는 주유소도 보인다. ‘연탄 공장이 엄청나게 넓었던 모양이군’ 하고 혼잣말을 했다. 투어단 일행이 걷고 있는 왼쪽, 곧 디큐브시티 건너의 대우푸르지오 오피스텔은 한국타이어 공장이 있던 자리다. 주변 조흥화학과 삼영화학 터에는 동아아파트·종근당·동일제강이, 기아특수강 자리에는 대림아파트·롯데아파트·태영아파트가 각각 자리잡았다. 구로구 최대 공장 밀집 지대가 이제는 구로구 최고 주거단지가 됐다. 주민들의 자부심이 높다고 한다. 도림천을 건너 도림교 사거리에서 경인로를 건넌다. 신도림역이 있는 도림천 서쪽이 대형 공장지대였다면 도림천 동쪽 블록에는 지금도 작은 철공소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경인로 남쪽 골목으로 들어섰다. 층고가 높은 작업장 2층에 반원형 혹은 박공 모양의 삼각형 다락이 딸린 건물이 줄지어 있는 전형적인 ‘영등포식 공장지대’가 시작된다. 외지에서 찾아오는 손님을 위한 카페는 보이지 않는다. 일대 철공소 종사자가 끼니를 해결하는 식당과 주점은 몇 개 보인다. ‘엄마밥상 호프’가 눈길을 끈다. 옆에서 걷던 일행에게 “된장찌개가 끓는 백반이 떠오르는 엄마밥상과 치맥이 생각나는 호프는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네” 하고 말을 건네니 “점심에는 백반을 하고 저녁에는 치맥을 파나 보지, 뭐”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런지 아닌지 확인해 보지는 못했다. 그럴수록 세련미와는 거리가 있는 이 동네의 레트로 감성이 조금은 매력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문래동사거리에서 도림동성당에 가려면 도림고가차도로 경부선과 경인선 철길을 건너야 한다. 1921년 영등포공소로 출발한 도림동성당은 명동 종현성당과 중림동 약현성당, 혜화동 백동본당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긴 역사를 갖고 있다고 한다.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잡은 지금의 건물은 1963년 지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아파트 단지가 둘러싸기 전에는 멀리서도 바라보였을 것 같다. 도림동성당의 역사는 우리나라의 가톨릭노동청년회가 1960년 이 성당을 중심으로 창설됐다고 적고 있다. 공장지대에 자리잡은 성당에서 가톨릭노동운동이 태동한 것은 자연스럽다. 가톨릭노동청년회는 이후 우리 노동운동사에 적지 않은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이제는 그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신 회랑이 아름다운 이 성당은 최근 혼배성사의 명소로 떠올랐다고 한다. 비가 뿌리는 이날도 결혼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도림고가차도를 다시 건너 문래동으로 간다. 문래동사거리에서는 우성특수강 건물과 연결된 이웃 우진스텐 건물 옥상에 올라가 볼 일이다. 높지 않은 3층짜리 건물이지만 문래창작촌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철공소 밀집 지역답게 검붉은 색깔이 주조를 이루는 지붕 사이사이에 창작촌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예술가들의 작업이 가까이, 또 멀리 보인다. 철공소와 예술가가 공존하는 문래창작촌은 2003년부터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됐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철공소 색채와 예술가들의 원색 작업이 강렬한 콘트라스트를 이루면서 특유의 매력을 뽐냈다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원색이 바래면서 또 다른 조화를 이뤄 내고 있다. 문래창작촌은 벌써 문래카페촌이 됐다. 창작촌이 이름을 알리기 날리기 시작하자 홍대 앞과 대학로 등 서울 중심부에서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난 카페와 음식점들이 아파트형 공장으로 이전한 철공소의 빈자리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명성이 높아지는 만큼 임대료도 오르면서 이제는 또 다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개성 있는 카페와 음식점 거리는 이웃 블록으로 확장되고 있다. 규모는 다르지만 홍대 앞 문화가 망원시장으로 연남동으로 넓어진 현상과 닮은꼴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이번 투어에서는 문래창작촌의 명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지만, 경인공업지대의 시발점으로 문래동 철공소 동네의 성가도 변치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래창작촌의 의미를 퇴락해 가는 공장지대를 예술과 문화가 대체하는 것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문래동 철공소들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고 우리 산업에서 굳건하게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문래동 현상’은 이질적으로 보일 뿐 대표적인 2차산업과 대표적인 3차산업의 건강한 공존으로 해석하고 싶다. 2차산업의 중심이었던 구로공단은 3차산업을 추구하는 가산디지털단지로 발 빠르게 성격을 바꿨지만, ‘문래동의 공존’은 훨씬 더 오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서동철 문화재위원회 위원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 다음 일정제15회 서울풍물시장 ●일시 : 9월 5일(토) 오전 10시 ●신청: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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