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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싸인’으로 관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희선 원장에게 듣는다

    “드라마 ‘싸인’으로 관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희선 원장에게 듣는다

    2006년 겨울 서울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실. 한 법의학자가 능숙하게 40대 남성 시신의 두피를 벗겨냈다.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 뇌에 흐르는 피. 자위를 하다 그대로 굳어버린 시신의 사인(死因)은 뇌출혈이었다. 부검대 아래쪽에는 허름한 싱크대와 각종 부검 도구, 장기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 놓여 있었다. 유리벽 경계조차 없는 협소한 공간 속에서 유가족은 시신 머리맡에서 부검을 지켜봤다.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한 드라마 ‘싸인’에서 본 넓고 때깔 좋은 부검실은 5년 전 수습기자 당시 머릿속에 새겨진 기억과는 너무 달랐다. 드라마가 옳은지, 기자의 기억이 옳은지를 확인하고 싶어 지난 21일 국과수 법의학동 부검실을 다시 찾았다. 외양은 약간 달랐지만 더 이상 칙칙하고, 어둡고, 썩은 내장 냄새 때문에 속이 메스꺼웠던 열악한 공간이 아니었다. 검시관들의 건강을 위한 환기시설은 물론 참관실, 유족대기실, 면접실 등이 깔끔하게 분리돼 있었고, 폐쇄회로(CC)TV를 통해 외부에서 부검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에이즈 환자 등 부패와 전염 우려가 높은 시신 부검을 위해 완전 격리된 특수부검실도 갖췄다.  국과수를 전면 리모델링한 정희선(56) 원장을 만났다. 국과수 최초의 여성 소장이다. 지난해 10월 국과수가 ‘원’(院)으로 승격하면서 초대 원장이 됐다. 임기(3년) 만료를 4개월여 앞둔 그는 사회를 뜨겁게 달군 장자연 필체 진위 논란, 만삭 의사 부인 살해 의혹 등을 감정한 국과수 사령탑으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 원장은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자연 필체와 관련, “명백히 장자연씨의 필체가 아니다.”라고 확신했다. 그는 감정 결과에 대한 외압, 국과수 내부의 권력 암투 및 증거 조작에 대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증거 조작은 시스템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과수는 25일 개원 56돌을 맞는다.   ●장자연 필체 가짜 판명 순간 “재검토하라”  SBS가 장자연씨의 ‘친필’ 확인 감정서를 공개한 뒤 필적 감정 의뢰가 들어왔는데, 어땠나.  -필체가 맞다고 했지만 증거물이 오면 처음부터 다시 실험을 시작하는 게 원칙이다. 편견이나 선입관을 가져선 안 된다. 앞선 감정 내용들에 대해선 개의치 않는다. 증거물 양도 많고 주변에서 관심도 많아 고생했다.  지금 생각해도 명백히 가짜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있는 그대로 본다. 특징점들이 달랐고, 이는 아주 정확하다.  가짜로 판명 난 순간 기분은.  -‘친필이 아니다.’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 그래도 다시 한번 검토하라고 했다. 난 우리 직원들을 100% 신뢰한다. 능력 있는 직원들이 반복해서 얻은 결과로 나왔다면 틀림없다고 믿는다. 가짜라고는 안 했다. 내가 봤을 때 특징점들이 달랐다. 직원들이 한 것에 공감하지만 또 검토하라고 그랬다.  SBS가 받은 필체 감정서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이유는.  -그게(SBS 기자가 가져간 편지) 사본이었다. 사본을 가지고 감정하면 무리가 있기에 사본 감정은 안 한다. 원본은 눌러쓴 표시가 있지만 사본은 없다. 사본은 글씨 특징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원본을 갖고 실험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이번 사건의 포인트는 ‘사본’이었다. 경험도 매우 중요하다. 베테랑 직원 4~5명이 같이 실험하면서 동료들 간 의견을 거쳐 나왔다.  사건과 연관된 언론사, 정부 등의 입장이 부담되지 않았나.  -전혀 상관없다. 우리는 증거물이 들어오면 과학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기관이다. 누가 관여됐는지 상관 없다. 나도 직원들한테 전혀 얘기 안 한다. 오래 근무했지만 그런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듣지도 않을 것이다. 감정서에 내 이름을 쓰고 법정에 가서 증언을 한다. 다른 사람이 (결과를 바꿔달라고) 말한다해서 바꾸겠나. 자기가 증언하고 자기가 책임지는데 그런 일은 생길 수가 없다. 밖에서 누가 뭐라해도 상관 없는 체제로 돼 있다.  ‘왕첸첸(전모 씨)’의 필체인지에 대해 발표하지 않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요한 건 정자로 쓴 것과 필기로 쓴 것에 대해 맞춤법적으로 틀린 요인들이 몇 개가 나왔다. 그건 매우 중요하다. 발표 전까지 충분히 논의하고 자체 리뷰를 여러 번 한 것이기에 확신이 있다.  국과수 결과로 경찰은 재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한 여성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이대로 묻히게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인 여성 입장에서 묻는다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원장으로서는 그런 것보다 감정이 정확해야 한다. 다음 일은 수사하는 분이 해야 할 일이다. 업무가 다르며 나눠지는 게 원칙이다.  재수사는 필요 없다고 보나.  -국과수는 증거물이 들어왔을 때 과학의 힘으로 진실을 밝혀서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최선이다. 재수사 여부는 수사하는 분들이 할 얘기다.   ●최면 걸어 진범 잡아  만삭의 의사 부인 죽음이 타살이라고 확신한 근거는.  -그냥 뒤로 넘어질 때와 누군가에 의해 목 졸려 질식사했을 때 부검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  용의자인 남편이 범행을 부인하는데 부검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나.  -어렵다. 증거를 법정에 제출하면 그 다음부터는 판사가 결정한다. 우리는 요청에 의해 감정을 하지 먼저 하지 않는다.  범죄 심리를 이용하기도 하나.  -상당히 중요하다. 그 남편도 여기서 거짓말 탐지기로 조사했다. 정말 거짓말을 했을 것 같은 부분을 물어봐야 하기에 질문 요령,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국과수는 프로파일러, 거짓말 탐지기, 법 최면도 활용한다. 법 최면은 심리학의 한 분야다. 2003년 오토바이를 친 뺑소니 차량의 끝 번호 하나를 어렴풋이 기억하는 목격자를 데려다가 최면을 걸었는데 번호를 다 기억해내 진범을 잡았다. 사람들은 대개 차종은 기억하지만 번호판은 잘 기억하지 못 한다. 개인 차이가 있지만 최면에 걸리는 사람은 무의식중에 봤던 걸 다 기억해낸다.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다.   ●해적의 멜빵, 석 선장 쏜 용의자를 찾다  지난 2월 오만에서 해적에 납치된 삼호 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 몸에서 나온 탄환 한발이 해군 것이어서 당혹스러웠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 해군의 총탄이란 사실에 부담이 있었다. 다행히도 총알 한쪽이 편평하게 눌린 자국이 있었다. 이는 직접 쏜 게 아니라 어디 부딪쳤다가 유탄으로 들어갔다는 증거다.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다.  해적의 거짓말을 밝혀낸 결정적 증거는.  -지난 설 때 여기는 비상이었다. 전날 의뢰를 받은 직원은 쉬지도 못하고 오만으로 갔다. 가장 범인이 유력했던 해적은 ‘나는 총을 한번도 안 쐈다.’고 말했다. 탄환이 발사된 총기를 조사하던 직원은 배 안에서 총기를 어깨에 멜 때 쓰는 멜빵을 발견, 유전자 검사를 했다. 땀이나 손의 지문이 충분히 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그 해적과 동일한 유전자가 나왔다.  드라마 ‘싸인’, 국과수에서도 인기가 많았나.  -처음부터 대여섯편 정도 봤다. 직원들도, 나도 많이 불편했다. 특히 권력에 의해 움직이는 모습은 과학하는 사람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우리와 같지 않은 모습을 극화하니까. 다만 전체적으로 연구원의 인지도를 높이고 국민들에게 국과수를 알리는 기회가 돼 긍정적이었고 고맙게 생각한다.  (일부 대사를 읽어준 뒤) 기억에 남는 명대사가 있나.  -‘과학적인 진실만을 추구한다.’는 대사도 좋지만 그보다도 ‘우리가 마지막이다. 이 사람이 왜 죽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마지막.’이란 구절이다. 이곳은 그분들이 이 생에서 마지막으로 오는 곳이다. 그분들이 뭔가 마지막까지 몸으로 얘기하려는 걸 들어줘야 한다. 만약 안 들어주면 그분들은 그냥 이 세상을 (억울하게) 떠나게 되는거다. 우리에게는 그게 제일 중요하다. 부검은 숭고하다. 극중 원장으로 나오는 전광렬씨가 자신의 친구가 열악한 근무 조건 때문에 숨지자 다시는 그런 조건을 만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는 부분도 있다. 내가 직원들에게 그렇게 하고 있는지 정말 반성하게 됐다. 극중에서 원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문제였지만 순수하게 국과수와 직원을 사랑하는 마음은 감동이었다.  드라마처럼 자살, 타살에 대한 판단이 즉각 서나.  -질식사도 판단이 어려울 때가 많고, 추락사처럼 자신이 뛰어내린 것과 밀어서 뛰어내린 것들은 금방 판단이 안 된다.  드라마와 현실의 국과수 모습 중 닮은 점은.  -집념이다. 끝까지 진실을 찾아내려는 마음은 우리 직원들과 똑같다. 감정하는 과정은 별 차이가 없었다.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점은.  -아주 큰 차이점은 증거물을 싹 바꾸는 것. 극중 고다경(김아중)이 증거물을 가지고 나간다. 그러나 현실에서 경찰로부터 넘겨진 증거물은 바코드가 다 붙고 어디로 가는지 표시가 난다. 증거물을 빼낸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증거물 중 일부가 사라지면 실험을 할 수 없다. CCTV가 다 깔려 있다. 증거 조작은 시스템으로 막아야 한다.  법의학자들끼리 부검 결과가 다를 땐 어떻게 하나.  -완전히 다른 경우는 거의 없다. 팩트는 하나다. 사실을 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 계속 전체 토의를 해 팩트에 가장 가까운 답을 내린다.  외압으로 유전자 검사나 부검 시 방해가 될 때가 있나.  -그런 건 받지도 않고, 없다. 외부에 있는 분들이 전혀 감정 얘기를 안 한다.  내부 권력 암투는 존재하나.  -나보고 암투를 거쳐 원장이 됐냐고 누가 묻던데 전혀 아니다. 연구원에 오래 있던 분들 중에 지원해서 뽑는다.  원장과 직원과의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수평 관계다. 한달 이상 고민하고, 위험한 화재 현장에 뛰어가는 건 자기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거다. 그런 직원들을 참 존경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일주일에 한번씩 편지를 써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현실 속 국과수는 어떤 곳인가.  -굉장히 고립돼 있다. 바깥 세상과 연결되는 게 아니라 한 케이스를 갖고 씨름하는 곳이다. 그래서 다른 분들보다 융통성이 없다고들 한다. 가족적이긴 하지만 사교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매우 우수한 직원들이 있다. 국과수의 힘은 인재다. 항상 음지에서 수사를 지원하면서 죄가 있는 사람, 죄가 없는 사람을 판정해주는 기관이다.  직원이 가장 갖춰야할 덕목은.  -자기 일에 대한 열정과 주변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자기가 맡은 케이스에 정말 정성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거기에는 항상 피해자가 있고 다른 사람들이 연결돼있다. 하나뿐인 과학의 진실은 밝히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경험과 지식, 열정을 갖고 해야 한다. 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사건 등 대형재해가 났을 때 유가족을 대할 때 배려의 마음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어떤 성격의 소유자가 국과수에 적합한가.  -이 일은 꼼꼼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모기 눈물만큼 적은 양의 유전자를 분석하려면 꼼꼼해야 한다. 일이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  드라마 주인공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처럼 일하는 직원도 있나.  -많다. 그분보다 더 낫다. 일에 대한 열정, 집념은 질 사람이 한명도 없다.  임기가 몇 개월 남지 않았다. 2008년 부임이래 2년 9개월간 목표는 이룬 것 같나.  -원으로 승격한 건 큰 자부심이다. 올해는 5월 아시아국과수학회를 우리나라에서 유치해 아시아를 선도하려 한다. 9월에는 세계학회(2014년 예정)를 유치하고자 한다. 세계 속의 국과수로 가자는 목표로 기초를 만들고 있다.  최근 다른 나라와 연대해 일한 적 있나.  -있다. 뉴질랜드 지진 참사 때 법의학, 법치의학자들이 가서 한·중·일 시신들에 대해 유전자 구분을 하고 왔다. 불에 타도 이는 남는데 이 치료 방법이 국가마다 다르다.  3년간 수장을 맡으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제일 어렵고 안 되는 게 예산 작업이다. 과학수사는 장비와의 싸움이다. 얼마나 좋은 장비를 가지고 실험하느냐에 따라 시간도 줄이고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예산 대부분이 장비비용인데 지금 장비는 옛날 것들이 많아 첨단 장비로 바꿔야 한다. 여기 이사온 지 25~30년이다. 건물도 옛날식으로 지어 환기도 안 된다. 에이즈·결핵 환자 시신 등에 대한 부검은 사실 위험 부담율이 매우 크다. 일주일에 2000건씩 들어오는 증거물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50명의 인력이 감당하는 것도 무리다.  국과수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  -분야가 넓고 다양하다. 현재 국과수에는 극중 탤런트 박신양씨가 맡았던 부검하는 법의학자 23명. 유전자 분석팀 50명. 범죄심리·거짓말탐지 분야 10명. 문서감정과 CCTV 등의 흐려진 영상을 잘 보이게 해 범인을 잡는 영상분석팀이 있다. 이곳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범인을 찾아내는 프로그램 등을 자체 개발해 특화도 많이 했다. 약독물 부검, 마약·화학·화재·교통사고·목소리 분석가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낸다.   ●“내 딸도 이곳에서 일했으면”  남은 과제는.  -연구원의 감정결과를 전부 객관화하는 작업이다. 우리의 결과가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도 인정받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국내 법의학 수준을 평가한다면.  -굉장히 높다. 인도네시아 지진 해일 때 숨진 자국민(18명)을 모두 찾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뉴질랜드 등에 강연도 간다.  부검에 대한 유가족의 인식을 바꾸려면.  -유교사상 때문에 아직도 싫어하는 분들이 많다. 미래에 영상 부검, 컴퓨터 단층 촬영(CT) 같은 걸 활용하면 도움을 줄 수 있다.  정 원장에게 국과수란 어떤 존재인가.  -국과수와 나는 아주 가깝다. 연구원이 1955년 설립됐는데 내가 1955년생이다. 대학 때 연구원에서 나온 강의를 듣고 여기로 오게 됐다. 하루 일의 90%가 이곳 일이다. 남편(유영찬 전 국과수 소장)도 여기서 만났고, 내 딸(고2·유학중)도 여기서 일했으면 좋겠다. 너무 매력적이고 지금도 일이 참 재미있다.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이곳은 매력적인 직장이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정희선 원장은 ▲출생 1955년 6월 6일 충북 충주 ▲가족 남편 유영찬 전 국과수 소장, 딸 1 ▲학력 충주여고-숙명여대 약학과 및 동대학원 석·박사,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 박사 ▲입사 1978년 국과수 이화학과 근무 ▲이력 국과수 초대 원장(2010년 10월), 국과수 최초 여성 소장(2008년 7월), 국과수 법과학부 부장, 국과수 마약분석과 과장, 국과수 약독물 과장 ▲수상 비추미여성대상 별리상, 몽골정부 전문가 훈장, 옛 과학기술부 선정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서울신문 선정 마약퇴치 대상 등 국과수에 들어가려면] “탐구정신 중요… 올부터 학력제한 폐지” 드라마 ‘싸인’의 영향으로 인기가 급상승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희선 국과수 원장은 지난 21일 국과수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탐구정신”이라면서 “그냥 보지 않고 왜 이럴까, 아까 것과 어떤 게 달라졌을까 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끈기와 집념이 있어야 한다.”면서 “한 케이스를 맡으면 끝까지 찾아낸다는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국과수에는 극중 탤런트 박신양씨가 맡았던 법의학자 외에도 유전자 분석, 범죄심리·거짓말탐지 분야, 문서감정팀과 CCTV 등의 흐려진 영상을 잘 보이게 해 범인을 잡는 영상분석팀이 있다. 영상분석팀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범인을 찾아내는 프로그램 등을 자체 개발해 특화도 많이 시켰다고 정 원장은 전했다. 약·독물 부검, 마약·화학·화재·교통사고·목소리 분석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국과수 채용은 행정안전부에서 일괄 배치하는 공채(5·7·9급)를 제외하면 모두 특별채용이다. 인터넷 홈페이지(www.nisi.go.kr) 등을 통해 수시로 뽑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특채에는 석사 이상만 지원할 수 있었으나 행안부 방침에 따라 학력제한이 폐지되면서 올해는 지원 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소요정원은 26명이다. 자연과학 기술분야(이과)에 근무하면서 관련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유리하다. 부검을 담당하는 법의학자는 10년차급 의사들을 뽑으며 행안부에서 공무원 4~5급(의무사무관)을 일괄 채용한다. 약·독극물·마약을 분석하는 보건연구사, 화학 분석을 담당하는 공업연구사, 유전자 DNA를 분석하는 공중보건연구사 등도 있다. 연구사는 통상 석사 이상, 연구관은 박사 이상이 지원했다. 연구사와 연구관은 공무원 6~7급에 해당한다. 특채는 필기시험 없이 1차 서류심사, 2차 면접으로 이뤄진다. 국과수 인사채용 관계자는 “5월 초 공무원 채용박람회를 하는데 행안부 인사방침이 확정되면 곧바로 채용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화학 분야는 올해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과수는 업무강도 대비 처우가 열악하다는 이유로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려왔다. 현재 부검을 담당하는 법의학자의 경우 정원 23명 중 4명이 결원 상태다. 하지만 정 원장은 방송 이후 올라간 국과수의 위상을 실감하며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한 고등학생이 정식으로 국과수에 민원을 보내 어떻게 해야 국과수에 들어갈 수 있는지 물었다.”면서 “어린 학생들이 미래의 직업으로 이곳을 생각하며 열심히 공부하려고 한다는 건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법의학자 자리도 지원자가 생겨 조만간 채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의학자의 연봉은 6000만~7000만원 정도다. 33년간 국과수를 지켜온 정 원장은 “미지의 물질을 찾는 기쁨이 사건의 해결로 이어지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것만으로 국과수는 선택된 자부심을 느낄 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중수부, 부산저축銀 계열사 헐값매입 집중수사

    저축은행 부실경영 등에 대해 대대적으로 수사 중인 검찰은 저축은행의 ‘몸집 불리기’ 과정에서 금융권이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주요 수사대상인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타지역 저축은행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면서, 업계 1위에 오르게 된 과정을 주목하는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1970년 설립된 부산저축은행은 2006년 서울중앙저축은행(현 중앙부산저축은행), 2008년 대전저축은행(현 대전상호저축은행)과 고려저축은행(현 전주상호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총 자산이 10조원에 이르는 국내 업계 1위로 성장했다. 부산저축은행의 이 같은 성장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은 곳곳에서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배영식(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부산저축은행이 대전저축은행을 400만원에 매입했다.”며 헐값 매매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저축은행은 고려저축은행 역시 주당 1원에 매입했으며, 대전저축은행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곳으로 알려졌다. 검찰 역시 이 같은 의혹을 인지하고 있으며, 부산저축은행이 이미 부실화된 대전·고려저축은행을 헐값에 인수하고 몸집을 부풀리는 과정에서 불법로비가 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전담하는 중수부가 수사 착수를 공식 발표했다는 점에서 이미 몇몇 유력 인사의 로비 연루 정황을 포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사 5곳에는 금융감독원 출신 감사가 3명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저축은행과 금감원 간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관련한 고발이 몇건 있었으며,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서 단서가 나오면 인지수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춘천지검 형사2부(부장 황순철)는 영업이 정지된 도민저축은행 본점과 임원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 대출자료와 컴퓨터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춘천 조한종·서울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민주 “다운계약서 신기록 수준” 양건 “집사람 한일… 문제없어”

    양건 감사원장 후보자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중계약서(다운계약서) 작성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양 후보자는 “당시 관행에 따랐으며 집사람이 한 일이고, 법령 위반이 아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양 후보자는 감사원의 직무 감찰 강화를 위해 계좌 추적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 감사정책에 초점… 야, 도덕성 추궁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 한나라당은 헌법학자인 양 후보자의 도덕성에 결정적 하자가 없다고 보고 감사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야당은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도덕성과 업무 능력 검증에 집중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양 후보자의 배우자가 지난 2004년 강원 원주시 임야 867㎡(263평)를 구입한 데 대해 “주변 지역 개발을 생각한 투기가 분명하다.”며 기획부동산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김진애 의원도 “7800만원에 산 땅을 150만원에 산 것으로 50분의1 축소 신고한 것은 명백한 다운계약이며 세금탈루”라면서 “매입토지는 혁신도시 등 당시 개발 기대 심리로 투기가 집중된 지역이었다.”고 꼬집었다. 양 후보자는 당초 매매 계약서가 없다고 답했다가 김 의원이 배우자 이름이 명시된 계약서를 제시하자 당황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 후보자는 “부동산 정보를 잘 몰라 당시 관행대로 부동산업자에게 땅을 산 것이고, 땅 가치보다 많은 돈을 준 피해자”라며 투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은퇴 후 전원주택을 짓고 살기 위해 집사람이 혼자 샀고, 당시 저는 모르다가 나중에 집사람으로부터 들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다운계약서가 신기록 수준인데 실거래가 신고 안한 게 자랑이냐.”며 사과를 촉구했다. 같은 당 조경태 의원은 “건축법상 건축 허가 대상이 되지 않는 땅인 맹지에 어떻게 전원주택을 짓느냐.”고 추궁했다. 양 후보자는 “구매 전에 저는 몰랐고, 소유자들이 합의하면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도 “허심탄회하게 도의적 사과 등 유감을 표시할 수 없느냐.”고 거들었다. 그러자 양 후보자는 “논란의 소지 자체를 제공한 데 대해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양 후보자, 계좌추적권 확대 강조 양 후보자는 2009년 국민권익위원장직을 중도 사퇴한 이유에 대해 “부패 방지 관련 권익위의 권한이 너무 제약돼 한계를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감사원장직을 중도 하차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받자 양 후보자는 “감사원은 권익위와 달리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임기를 지키겠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박영아·김용태 의원이 지방정부 부패 방지 대책을 묻자 “회계 검사뿐 아니라 직무 감찰에서도 계좌 추적권이 필요하다.”면서 “지방공무원 감찰 강화를 위한 계좌 추적권 확대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는 “감사 발표를 앞둔 단계로 금융당국의 잘못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광주교육계 잇따른 비리로 ‘홍역’

    광주교육계 잇따른 비리로 ‘홍역’

    ‘교육청 간부의 투신 자살, 교육지원청에 대한 압수수색….’ 광주시교육청이 각종 비리 의혹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더욱이 장휘국 교육감이 취임 일성으로 ‘부패 척결’을 선언한 데다 조직개편과 대대적인 인사 뒤 잇따라 터진 것이어서 충격은 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광주지방경찰청은 1일 “광주교육정보원과 동부교육지원청에 수사관을 보내 공사와 납품 관련 서류 일체를 압수했다.”면서 “압수수색은 학교 공사 등과 관련한 비리 확인 차원에서 실시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구체적 혐의에 대해서는 얘기할 단계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예산이 수백억원씩 투입되는 학교 공사비리 의혹은 진상이 드러날 경우, 최근 불거진 ‘정수기 뇌물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 정수기 납품 비리 사건은 설치업자와 해당 공무원 간 유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전형적인 학교 비리다. ‘귀하로부터 ○년 ○월 ○일 정수기 설치 사례금을 대당 100만원씩 선급금으로 지불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월 ○일 교장실에서 현금으로 직접 드렸습니다.’ 정수기 설치업자 이모(67)씨는 최근 투신 자살한 사무관 김모(57)씨 등 학교 관계자에게 ‘뇌물을 돌려 달라.’며 보낸 내용증명에 금품 수수 일자와 장소 등을 이같이 명시했다. 광주서부경찰서는 현재 이씨로부터 돈을 받은 광주 지역 중·고등학교 3곳의 행정실장과 이씨를 각각 뇌물수수와 공갈·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입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해당 행정실장들은 2004~2006년 정수기 20~30대를 설치해주는 대가로 분기별로 100만~200만원씩 모두 30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가 10여년간 정수기를 납품해 온 학교 30~40곳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씨는 교육계 출신 인사와 동업하는 과정에서 사업권을 빼앗겨 사업부진을 겪었고, 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뇌물을 돌려 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소문이 파다해 교육계의 부패 수위가 한계를 넘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시교육청 A사무관은 학교 행정실장 재직 당시 17억원대의 학교 공사를 50개로 쪼개 수의계약으로 특정 업체에 밀어줬다가 들통나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 조치됐다. 이 같은 일련의 비리 사건이 꼬리를 물자 시교육청은 초상집 분위기다. 장 교육감도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의 한 직원은 “각종 비리와 동료의 자살까지 겹치면서 직원들이 망연자실해 있다.”며 “빨리 수사가 마무리돼 조직이 안정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무엇을 배우고 느낄지를 생각하면 두려움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리비아 피의 금요일] 前장관 4명 횡령 등 잇단 철창행…“책임자 처벌하라” 100만명 집회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집권 당시의 고위 관계자들이 줄줄이 부패 혐의로 체포되거나 출국금지되면서 뿌리 깊은 무바라크 정권의 비리 사슬이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이집트 국민들은 25일(현지시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비리청산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100만인 집회를 열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무바라크는 하야했지만 이집트 정국은 아직 혼란 속에 휘청거리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이집트 경찰은 24일 가택 연금돼 있던 아나스 알피키 전 정보통신 장관과 오사마 알셰이크 전 국영방송·라디오 사장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은 각각 카이로 영화제 지원기금 200만 이집트파운드(약 4억원)를 임의로 사용해 횡령한 혐의와 정부 예산을 사사로이 TV 프로그램 제작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수감된 주헤이르 가라나 전 관광장관, 아흐메드 알마그라비 전 주택장관, 하비브 알아들리 전 내무장관까지 포함하면 무바라크 정권 당시의 장관 가운데 4명이나 철창신세를 지게 된 셈이다. 아테프 무함마드 오베이드와 아메드 나지프 두 전직 총리, 파루크 호스니 전 문화장관과 기업인 9명도 출국금지를 당했다. 수출진흥기금에서 약 2억 이집트파운드를 자신과 가족이 소유한 기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모하메드 라시드 전 무역·통상장관도 조만간 법정에 설 것으로 보인다. 맨주먹으로 30년 독재를 종식시킨 이집트 국민들은 이제 부패공직자 처벌을 요구하며 임시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23일 카이로 형사법원에서는 알마그라비와 주헤이르 두 전직 장관과 집권 여당이었던 국민민주당 당수를 지낸 철강재벌 아메드 에츠 등 3명이 하얀색 죄수복을 입고 경찰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자 500명이 넘는 분노한 시민들이 “너희가 우리 돈을 훔쳐 갔다.”, “나라를 팔아먹은 놈들” 같은 야유와 욕설을 내뱉으며 거칠게 항의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도망자 신세 된 독재자… 700억달러 어디로 빼돌렸나

    도망자 신세 된 독재자… 700억달러 어디로 빼돌렸나

    ‘현대판 파라오’를 무너뜨린 것은 차량폭탄·총격 등 10차례의 암살 시도도, 중병도 아닌 그의 국민들이었다. 29년 120일간 지속됐던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숨통을 민주화 시위가 18일 만에 끊어 놓은 것이다. 명예퇴진을 고집하던 무바라크는 이제 구원의 손길 없이 남은 세월을 가족과 함께 도망 다니는 신세로 전락했다. 1973년 이스라엘과 맞붙은 제4차 중동전쟁에서 세운 공으로 1975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으로부터 부통령으로 발탁된 그는 1981년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당하면서 4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가말 압둘라 나세르와 사다트 같은 전임 대통령들이 군사혁명으로 왕정을 무너뜨려 국민들 사이에 정통성을 획득한 것과 비교하면 처음부터 취약한 기반에서 출발한 그는 철저한 권위주의 정부를 고수했다. 30년간 국가를 옥죄어 온 비상계엄법과 이집트 최대 야권 세력인 무슬림형제단 탄압, 정당·대선 후보 조건 강화로 반대파의 정계 진입 봉쇄 등이 대표적 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정적들을 낳았다. 알지하드, 카마 이슬라미야, 탈레알파타 등 숱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암살 시도에도 여러 차례 직면했다. 하지만 외교적 수완은 남달랐다. 미국·이스라엘 등과 탄탄한 동맹을 유지, 중동평화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한 동시에 매년 15억 달러의 원조를 얻어내 이집트 경제에 수혈했다. 무바라크의 가장 큰 실책은 차남 가말을 후계자로 삼으려 했던 것이다. 이집트 국민들을 돌아서게 만든 결정적 계기였다. 가말은 결국 지난 5일 집권 국민민주당 ‘넘버 3’인 정책위 의장에서 사퇴, 세습의 꿈을 버려야 했다. 700억 달러(약 78조 8900억원)로 알려진 무바라크 일가의 재산에도 세계의 눈이 쏠려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관리들은 무바라크 가족들의 재산을 20억~3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으며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 은행에 은닉돼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무바라크가 시위기간 중 재산을 추적 불가능한 해외 계좌로 빼돌렸다고 전했다. 스위스 당국이 지난 11일 스위스 은행의 무바라크 자산을 동결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무바라크는 자산을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빼돌리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바라크 일가는 미국 뉴욕과 베벌리힐스를 비롯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에 막대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국영기업 민영화와 외국 기업의 이집트 진출 과정 등에서 이권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가말은 이집트 최대 투자은행인 EFG-헤르메스와 함께 석유, 철강, 시멘트 등의 사업에서 영향력을 행사, 부를 형성한 혐의가 짙다. 유럽연합(EU) 관계자는 14~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등에서 무바라크의 자산 동결 여부가 긴급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무바라크 일가의 부정부패로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면서 그가 이미 독일로 출국했거나 UAE,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다는 설도 나온다. 허핑턴포스트는 “무바라크가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하면 튀니지 혁명으로 축출된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과 함께 ‘독재자 클럽’을 만들 것이고 이 클럽의 회원 수는 더 많아질 것”이라는 뼈 있는 농담으로 30년 독재자의 말로를 정리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인도 31층 신형 아파트 ‘부패 혐의’로 철거위기

    인도의 한 고층빌딩이 부패 혐의(?)로 철거당할 처지에 놓였다. 문제의 건물은 인도 서부 뭄바이 시내 중심가에 있는 31층짜리 고층아파트. ●참전군인 제공 목적… 정치인에 헐값 분양 지난 16일(현지시간) AP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당초 1999년 파키스탄과의 전쟁 때 남편을 잃은 여성과 참전군인들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건립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실세 정치인과 고위급 각료의 친인척, 전·현직 군 고위급 간부들이 헐값에 분양을 받았다. AP통신은 인도 현지 언론을 인용, 아파트 103가구 가운데 단지 3가구만 국가유공자 가족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말에는 장모와 다른 친척들이 분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마하라슈트라 주 수석 장관이 사임하기도 했다. 문제를 더 키운 것은 이 아파트가 당초 건립계획에는 6층이었으나, 막상 준공할 때는 31층이 됐다는 것. 권력층이 앞다퉈 이권에 개입하면서 건립계획이 거푸 변경된 결과다. 이 때문에 주변 건물의 조망권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2008년 준공 당시엔 매매가가 600만 루피(약 1억 5000만원)였던 이 아파트는 현재 매매가가 8000만 루피(약 19억 6000만원)나 될 정도로 폭등했다. ●아파트 게이트로 번져… 3개월내 철거 명령 권력층의 비리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은 ‘아파트 게이트’로 비화했다. 자이람 라메슈 인도 환경부 장관은 이날 “이 아파트가 연안 규제를 위배했다.”며 3개월 안에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특정 건물이 환경 관련 법규 위반을 이유로 철거 명령을 받은 것은 인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소냐 간디 인도 총리도 국방장관과 재무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조사단을 구성해 관련 의혹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인도 정가에 일대 회오리가 일 전망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檢 함바비리 수사, 경찰 길들이기로 변질”

    “檢 함바비리 수사, 경찰 길들이기로 변질”

    조현오 경찰청장이 ‘함바 비리’와 관련해 검찰 측에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조 청장은 14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검찰측에 ‘10만 경찰의 명예를 위해 철저히 수사를 잘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검찰 수사를 계기로 내부 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경찰 총수로서 고충을 표현한 대목으로 읽힌다. ●조 청장 “내부 부패·비리 뿌리 뽑겠다” 조 청장은 이 같은 발언이 검찰과의 갈등으로 비쳐지는 것을 극히 경계했다. 조 청장은 “(검찰에) 시비를 걸려고 한 것은 아니다. 검경 싸움으로 몰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조 청장은 또 이날 울산경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검찰의 수사 협조 요청에 최선을 다해 협조할 것”이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관행적이었던 경찰 내부의 부패와 비리를 확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조 청장은 “함바 브로커 유상봉(65·구속기소)씨와 접촉한 것으로 조사된 해외주재관을 포함한 경찰관 43명에 대해 비리 연루 사실이 드러나면 가혹할 정도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조치 방법과 관련, “감찰에서 혐의가 나오면 직무고발을 통해 해당 경찰을 형사 입건해 처벌하겠다.”고 설명했다. 조 청장은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단계에서 (검찰의 수사가) ‘잘됐다, 잘못됐다’를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조 청장은 이날 치안정책연구소로 발령난 김병철 전 울산경찰청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검찰의 기소 결과 등을 토대로 문제가 없다고 확인되면 복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경찰의 시각은 다르다. 검찰이 ‘함바 비리’ 수사 대상으로 경찰 수뇌부를 직접 겨냥한 것에 대해 검찰과 경찰의 갈등설이 불거지고 있다. 경찰 일각에서는 “검찰의 ‘함바 비리’ 수사 초점이 건설현장 식당인 ‘함바’의 운영권 비리에서 ‘경찰 길들이기’로 옮겨 가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검찰 수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 일부 경찰의 시각이다. ●檢, 치안감급 1명 주말 소환조사 강 전 청장의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최근 검찰 수사를 보면 증거가 아니라 피의자 진술에만 의존, 성급하게 이뤄지는 경향이 없지 않다.”면서 “이번 ‘함바 비리’ 수사도 유씨의 진술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소명이 부족하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온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동부지검 관계자는 “(강 전 청장이) 경찰 조직의 수장이었던 점을 고려해 수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검찰과 경찰은 ‘순망치한’의 관계이며, 수사가 경찰 길들이기 목적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도 “검찰은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동부지검은 이번 주말에 치안감급 1명을 소환해 조사하는 등 보강 수사를 거쳐 조만간 강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에 대해서도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으로 출국금지 조치된 이는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 등 2명이다. 울산 박정훈·서울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함바게이트 등 국가발전에 심각한 장애”

    “함바게이트 등 국가발전에 심각한 장애”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은 13일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비리사건은 국가발전에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있다.”면서 “고위 공직자들의 청탁 수수행위 근절을 올해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오전 서울 계동 현대빌딩에서 열린 ‘반부패 청렴정책 추진지침 전달회의’에서 “지금 국제사회에서는 반부패 라운드가 가속화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다양한 부패방지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제력 규모에 비춰 부끄러울 만큼 청렴도 수준이 낮다.”고 말했다. 행사는 김 위원장이 지난 3일 취임한 뒤 처음 가진 공식활동으로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교육단체·공직유관단체 등 958개 각급 공공기관의 감사관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함바게이트’ 등 공직자들의 비리 의혹을 염두에 둔 듯 “올해는 연초부터 공직자들의 기강해이 문제와 더불어 고위 공직자들이 연루된 각종 비리사건이 연일 언론에 보도돼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부패는 청탁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공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청탁을 과감하게 뿌리치는 심리적인 무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부패행위자는 일벌백계로 처벌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하고 권익위는 청탁 근절을 위한 행위규범을 마련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회의에서는 범정부 차원의 반부패 청렴정책 추진방향이 논의됐고, 참석자들은 ‘반부패·청렴 결의’를 했다. 권익위는 내부직원에 의한 평가·외부 업무관계인에 의한 평가·자기기술식 평가 등 다양한 평가지표를 발굴해 2월 중 ‘고위공직자 청렴도 평가 표준 모형’을 개발, 각급 기관에 제공할 계획이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사설] ‘함바 게이트’ 한점 의혹 없이 도려내라

    건설현장 식당인 ‘함바집’ 운영권과 관련한 금품 수수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전·현직 치안감 각 2명, 전·현직 경무관과 총경 등 10여명이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는 데 도움을 주거나 건설 현장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현 국회의원, 전직 장·차관, 공사를 발주한 공기업의 전·현직 임원 등 정·관계 인사들도 금품 로비의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그동안 강 전 청장을 포함해 경찰 수뇌부들이 자정과 개혁의 목소리를 쏟아낸 걸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다. 수뇌부들은 특히 업소들과 일선 경찰관의 유착비리를 근절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 흘러나오고 있는 의혹들은 말 그대로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었음을 보여준다. 전직 치안총감과 전·현직 치안감 6명이 한꺼번에 수사를 받는 것은 경찰 창설 이래 처음이라는 점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운다. 경찰은 검찰과 함께 대표적 사정기관이다. 집권 후반기를 맞아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 사회’를 실현할 핵심 축이다. 그런데 공정사회의 모범을 보여야 할 경찰 수뇌부가 대거 사정의 대상이 되었으니 국민을 무슨 낯으로 볼 것인가. 강 전 청장은 부인하고 있지만 집무실에서 함바집 운영업체 대표로부터 취임 축하 명목 등으로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만약 그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파렴치한으로 낙인이 찍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경찰 내부에는 검찰의 수사가 경찰이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온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관계와 증거에 입각한 수사결과가 나온다면 의구심은 사라질 것이다. 검찰은 이번 기회에 건설 현장을 둘러싼 경찰의 부패 관행을 깨끗이 도려내야 한다. 건설업 관련 정치인, 부처와 공기업의 비리도 철처하게 파헤쳐 엄벌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범 정부적으로 경찰을 포함해 사정기관 전체에 대한 전방위 개혁에 나서야 한다. 현 경찰 수뇌부가 자정과 개혁을 담당할 수 있는지도 검토해봐야 한다. 그럴 능력이 없다면 외부 인사를 기용해 외과적 수술을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 승부사 伊 베를루스코니 ‘구사일생’

    승부사 伊 베를루스코니 ‘구사일생’

    ‘스캔들 메이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4) 이탈리아 총리가 또 한번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총리직 사임 위기에서 벗어났다. 가까스로 살아남긴 했지만 리더십 위기를 겪은 탓에 앞으로 정국 주도권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4일 이탈리아 상원 의회에서 벌어진 불신임투표에서 162표의 지지를 얻어 반대 135표를 누른 데 이어 하원에서도 314표를 득표, 3표 차로 불신임 위기를 모면했다. 그는 이날 승리로 2013년 차기 총선 때까지 임기를 다할 수 있게 됐다. 잇단 성추문과 부패의혹에 휘말렸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달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이 불거져 벼랑 끝으로 몰리자 “의회가 나를 신임하는지 묻는 투표를 진행하겠다.”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한때 하원에서 과반수의 의원들이 총리 불신임안 가결에 동의했다는 예측이 나왔으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집중적인 로비와 각개격파식 득표활동으로 부정적 예상을 뒤엎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7월 집권자유당을 함께 만들었던 지안프랑코 피니 하원의장과 결별한 뒤 하원의 과반의석을 잃어 향후 정국 운영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탈리아 제1야당인 민주당 당수 피에르 루이기 베르사니는 투표 직후 “베를루스코니의 생존은 피투성이 승리에 불과하다.”면서 “현 총리는 더이상 정부를 이끌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이날 수천명의 시위대가 경제위기 대처 실패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현 정권이 물러나야 한다며 로마 등 주요도시에서 집회를 열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국토부·서울시 청렴도 ‘최고’… 고용부·대검 최하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국토부·서울시 청렴도 ‘최고’… 고용부·대검 최하위

    공공기관의 청렴도에는 기관장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관장이 의지를 갖고 반부패 시책 등을 추진한 기관의 경우 내부 청렴도를 중심으로 종합 청렴도가 크게 상승했고, 기관장이 비리나 부패에 휘말린 기관은 청렴도가 급락하거나 하위권에 머물렀다. ‘2010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국토해양부와 서울시의 약진이다. 두 기관 모두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이권관계로 인한 분쟁의 소지 또한 많은 탓에 통상 부패취약 요인이 적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9위를 기록해 턱걸이로 ‘보통’ 등급에 들었던 국토해양부는 올해 내부 청렴도(보통→매우 우수)와 외부 청렴도(보통→우수) 모두 크게 올라 2위를 차지했다. 특히 민원인을 대상으로 하는 업무가 7개나 돼 평가에서 다소 불리했지만 좋은 성적을 받았다. 박성권 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은 “직접 민원업무를 처리해본 민원인들은 통상 인식보다 국토해양부의 청렴도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정종환 장관 부임 이후 중앙부처 중에서 유일하게 고위직 간부 청렴도 평가를 실시하고 있고, 하위직 개개인에 대한 평가도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역시 지난해보다 두 등급이 올라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매우 우수’ 등급으로 평가됐다. 서울시의 경우 외부 청렴도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우수’ 등급이었지만, 내부 청렴도가 ‘미흡’에서 ‘매우 우수’로 3등급이나 올랐다. 또 서울시는 반부패·청렴활동 노력도를 평가하는 ‘공공기관 부패방지시책평가’ 결과에서도 ‘매우 우수’ 등급을 받았다. 권익위는 “기관장의 관심과 적극적인 반부패활동 노력이 기관 청렴도 향상을 좌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기관장이 부패에 연루됐거나 조직 내부의 비리가 드러난 기관들은 청렴도 평과 결과에서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이런 기관들은 특히 내부 청렴도가 큰 폭으로 하락해 직원들의 자괴감과 상실감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유명환 전 장관의 딸 특채 사건 등 고위직 외교관들의 자녀와 관련된 인사 비리로 홍역을 치른 외교통상부의 청렴도 순위는 지난해 10위에서 올해 22위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내부 청렴도가 ‘보통’에서 ‘매우 미흡’으로 두 단계나 떨어졌다. 외교부의 내부 청렴도는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최하위였다. 선거 범죄로 직위를 상실한 공정택 전 교육감 사건을 비롯해 학교장 등이 연루된 각종 인사·뇌물 비리로 복마전 양상까지 보인 서울시교육청의 내부 청렴도도 ‘보통’에서 ‘매우 미흡’으로 하락했다. 종합 청렴도는 연이어 ‘미흡’으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뇌물 수수 혐의로 최근 구속된 이대엽 전 시장의 여파로 경기 성남시의 청렴도는 경기도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내부 청렴도는 ‘매우 미흡’이었다. 공무원 횡령 의혹에 인사 비리까지 터졌던 서울 강남구 역시 종합 청렴도가 지난해 ‘우수’에서 올해 ‘매우 미흡’으로 크게 낮아졌다. 외교부의 특채 비리 파문과 서울시교육청의 인사 비리 등은 공직 인사와 관련된 공무원들의 인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청렴도 평가 요소 가운데 하나인 인사업무 청렴도 평가 결과는 7.82점으로 지난해(7.95점)보다 0.13점 떨어졌다. 관리자가 부당한 업무지시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중·하위직 공직자의 비율은 지난해 3.2%에서 올해 6%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업무지시 공정성 평가 결과도 지난해 7.30점에서 올해 6.54점으로 크게 떨어졌다. 권익위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청렴 교육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 개인에 대한 청렴도 평가 모형을 각 기관에 보고할 계획이다.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던 금품 제공률과 향응 제공률은 각각 0.4%와 0.5%로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평균 금품제공 빈도는 지난해 2.96회에서 2.43회로 줄었고 평균 금품제공 액수도 135만여원에서 79만여원으로 크게 줄었다. 향응제공 빈도와 금액 역시 감소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스포츠 외교에 울고웃은 美·러

    스포츠 외교에 울고웃은 美·러

    냉전시대 라이벌인 러시아와 미국의 정치 지도자가 3일 스포츠 외교 ‘성적표’를 들고 웃고 울었다. 블라디미르 푸틴(위 얼굴) 러시아 총리는 2018년 월드컵 유치 소식에 환호한 반면, 버락 오바마(아래 얼굴) 미국 대통령은 지지도 만회 카드로 힘을 쏟았던 2022년 월드컵 유치가 물 건너가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푸틴 총리는 장막 뒤에서 월드컵 유치전을 진두지휘하며 결국 월드컵 유치권을 따냈다. 2007년 대통령 재임 때 2014년 열릴 소치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그는 스포츠 외교를 통해 또 한번 존재감을 과시했다. 3일 러시아의 월드컵 개최가 확정되자 “러시아가 가진 냉전시대의 두려운 이미지를 지울 기회를 얻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로써 2012년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푸틴은 정치적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진 셈이다. 특히 막판 유치전에서 ‘정치 9단’답게 고도의 심리전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푸틴 총리는 개최지 발표 하루 전 “몇몇 나라가 월드컵을 유치하려고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지켜볼 것”이라면서 FIFA에 무언의 압력을 넣었다. 하지만 후보국 홍보의 마지막 기회인 최종 프레젠테이션에는 “FIFA 집행위원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그들을 존중한다.”며 나타나지 않는 등 강온전략을 두루 구사했다. 반면 같은 날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실패한 오바마 대통령은 “FIFA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며 비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국 언론들도 ‘미국의 국제사회 영향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라거나 ‘FIFA 집행위원들의 부패 의혹이 불거진 것을 보면 개최 능력 외에 다른 변수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등의 분석을 내놓았다. 2016년 하계올림픽 유치 실패에 이어 월드컵 카드마저 놓친 오바마 대통령은 더 캄캄한 수렁으로 내몰리게 됐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살얼음 정국’과 여권의 고뇌

    [김형준 정치비평] ‘살얼음 정국’과 여권의 고뇌

    G20 서울 정상회의가 막을 내리면서 4대강 예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대포폰 수사 등 정치권에 산재했던 현안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정치권에 전개될 몇 가지 흐름과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명박 대통령(MB)의 국정운영 지지도의 후광효과에 대한 흐름이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MB의 지지도가 50%대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결과는 ‘대통령이 일은 열심히 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친서민과 공정사회’와 같은 미래가치를 토대로 국정 어젠다를 주도하고 있으며, 각종 정상외교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민의 자긍심을 높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MB의 높은 지지도에 힘입어 여권 수뇌부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할 기세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최근 “선진국으로 가고 부패를 없애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을 이루려면 나라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안했다. 이런 제안은 4년 중임제 개헌을 지향하는 친박계와의 대충돌을 예고하는 것이다. 친박계는 오래전부터 어떤 형태의 ‘분권형 개헌’도 ‘박근혜 죽이기’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야당은 여권의 개헌 드라이브에 대해 “국면전환용”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도 “개헌이야말로 정치인을 위한 정치놀음”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하튼 친박계와 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개헌은 성사될 가능성은 없고 실익도 없다. 더구나 대통령이 집권 4년차를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정치 전면에 나설 경우, 역대 정권에서 보듯이 오히려 역풍이 불어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경향이 있다. 여하튼 의욕만 앞선, 준비 안 된 ‘분권형 개헌론’은 최근 형성된 MB와 박 전 대표 간의 ‘전략적 밀월관계’를 한방에 날려 버릴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세종시 때와 같이 친이-친박 간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MB와 박 전 대표의 지지도가 동반하락할지도 모른다. 둘째, 청목회 수사를 둘러싼 정치권과 검찰의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관심사다. 검찰이 국민의 지지에 힘입어 정치권 길들이기에 나설 경우, 의외의 복병을 만날 수 있다. 궁지에 몰린 정치권이 역으로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부실수사를 명분으로 국정조사 카드를 들고 나올 개연성이 있다. 정·검(政·檢) 충돌은 모두를 패자로 만들 것이며, 오히려 정치권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사정정국이 초래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정정국은 의도하지 않은 정국의 불확실성과 불예측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다. 셋째, 주요 정치 현안을 둘러싼 여당 내 갈등이 향후 정국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당장 감세논쟁을 둘러싸고 현재 권력인 MB와 미래 권력을 노리는 박 전 대표 간에 충돌이 예상된다. MB는 “원칙적으로 정책의 방향은 감세해서 세율을 낮추고 세원은 넓히는 쪽으로 가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감세기조 유지 원칙을 천명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소득세 최고 세율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법인세는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감세 부분철회 입장을 밝혔다. ‘MB 노믹스’의 근간인 감세를 둘러싼 두 권력의 충돌은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여당은 정책 의원총회를 통해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지도부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갈팡질팡할 경우, 씻을 수 없는 내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전개될지도 모를 ‘살얼음 정국’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일차적인 책임은 여권 수뇌부에 있다. 개헌안에 대한 당내 합의도 없이 지금이 개헌 시점인지,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새로운 물증이 나온 상황에서 검찰 재수사에 언제까지 침묵을 지킬지, 감세 철회가 당의 정체성을 흔드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여권 수뇌부의 깊은 고뇌가 필요할 때다. 민감한 정치 현안들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해서 생산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역동적 리더십만이 해법이 될 수 있다. 리더십의 핵심은 여당 수뇌부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담대하게 행하는 것이다.
  • [사설] 대통령 친구일수록 더 엄정히 수사해야

    검찰이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사법처리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제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한 데 이어 어제 대리인 등을 통해 일본에 체류 중인 천 회장에게 자진귀국해 조사에 응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을 전후해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로부터 금융기관 대출 알선 등의 청탁을 받고 40억여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지기로 대선을 적극 도왔다는 천 회장이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검찰 수사에 오른 것 자체가 민망한 일이다. 대통령과 가까운 인연이라면 더욱 몸조심해야 할 인사가 이권을 챙긴 부패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다니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 게다가 신병치료를 핑계로 두 달째 해외에 머무는 것을 보니 굳이 수사 기록을 보지 않더라도 뭔가 떳떳지 못한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절로 생긴다. 청와대도 곤혹스러운지 “대통령 친구라도 법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얼마나 칼을 댈 수 있을지 영 미덥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가 지난해 5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지 않았는가. 벌써부터 일각에서 과거 정권을 겨눈다는 태광과 C&그룹 수사와 천 회장 수사 간 모종의 ‘빅딜’이 우려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대통령의 측근이기에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더욱 엄정해야 한다. 여권은 이 문제를 개인 비리로 선을 긋는 분위기다. 현 정부 들어 실세 기업인으로 통한 그이기에 자칫 권력형 비리로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의 친분이 수사에 영향을 준다면 ‘공정사회’와는 거리가 멀뿐더러 불신의 늪에서 벗어나야 할 검찰에게 치명적인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
  • 이재오 장관 사정관련 발언 전말은

    이재오 특임장관이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서울신문 10월 25일자 1, 4면>에서 답변한 검찰의 기업 비자금 사정(司正) 관련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자 지난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문답을 공개했다. 이 장관은 또 27일 트위터를 통해 “타인의 말을 자신 또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왜곡하여 소란을 피우는 것은 공정한 사회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특히 잘 알아 보지도 않고 논평을 하거나 비판부터 하는 것은 참으로 망칙한 것이다. 사회를 오염시키는 것이다.”라고 인터뷰 내용을 정치쟁점화하는 야당 측을 비판했다. 서울신문도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장관의 인터뷰 가운데 사정 관련 부분에 대한 녹취록을 게재한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이재오 장관 사정관련 발언 전문 →야당 정치인들이 사정정국이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그런 게 아니고, 공정한 사회라고 하는 것이 특별한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기획해서 어떤 것을 타깃으로 정해서 수사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공정하다. 그게 아니고, 그러나 비리나 부패 혐의가 드러나서 그 드러난 것을, 그것은 성역 없이 수사하는 게 공정한 사회 아니냐. 드러난 부패와 비리에 대해서는. 일부러 뭐, 사정정국을…. 요즘 어느 세상인데. →형평성 이야기가 나와서. -그건 그런 뜻이 아니고. 여든 야든, 성역 없이 일단 부패혐의가 드러났고, 당국에 부패 혐의가 들어오면, 그것은 구별하지 않고 수사해야 한단 말이지. →벌써 이름이 거명되는 의원들도 있고 그러던데. -그래? 나보다 빠르네. 난 한 사람도 모르는데. →그럼 일단 의원들도 사정정국이다, 이런 것 염려할 필요 없는 겁니까. -염려할 필요가 없지. 옛날처럼 집권당이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사정정국을 만들거나 특정인을 손보기 위해 하는 게 아니니까. 아니고. →그래도 나오는 건 해야 할 것 아닙니까. -나오는 거에 대해선 공정하게 하겠단 거니까. 나오지 않는 걸 일부러 목표를 두고 캐내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 →야당에선 나오는 걸 하긴 하는데, 왜 야당 나오는 것만 주로 하느냐고… -그야 야당만 나오니까 그렇겠지. 지난 정권 때란 게 그분들이 여당할 때 아니야, 그때 우리가 야당 때고. 그러니까 그사람들이 지금은 야당이지만, 불과 2년 전만 해도 여당이었잖아, 10년간. 지금의 야당 것만 하면 안 되고, 정확하게 말하면, 구 여당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맞지. 왜냐 그러면 그사람들이 여당 10년 했지만 야당은 2년밖에 안 했잖아 이제. 만약에 그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거는 구 여당, 그들 집권시절의 문제이지 지금 그들이 뭐…. →야당에선 천신일 회장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건 어떻게 처리해야 되겠습니까. -그것도 공정하게 하겠지 뭐. 그게 혐의가 있는데 덮고 가거나 그렇게 할 수 있겠어. 혐의가 없는 걸 일부러 형평성 맞추려고 할 것도 없지만. 이번 기회가 검찰이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하나의 가늠자가 되는 거니까. →천 회장이 대통령과 친구가 되고 이래서 검찰도 약간 부담이 있을 수도 있고. -검찰에서도 그런 거 안 봐주지. 그러면 공정한 사회가 안 되지. 그렇다고 해서 세간의 눈을 그런 의혹을, 그런 의심을 의식해서 무리하게 없는 걸 짜맞춘다든지 이렇게 해서도 안 되는 거지. 그렇잖아요. →천 회장도 곧 귀국해야겠네요 그러면. -그건 잘 모르겠어요, 난 사실이 어떤지. →천신일 회장 사건 이게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할 가능성은 없는지. -그랬다 해도 그건 개인의 문제지. 천회장이 장관을 한 사람이냐, 차관을 한 사람이냐, 권력을 잡은 사람이냐. 그렇잖아. 그럼 우리가 정권 잡기 전 문제들 아니야. 현정권 위력을 빌려 부패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말이지. →기업들은 어때요. 정부의 친서민 공정사회 정책을 충분히 이해하고 협조하는 것 같습니까. -해야지. 하지. 왜냐하면 지금 기업들도 옛날부터 내려왔던 산업화시대 때, 우리가 못 살 때, 정경유착하고, 그래도 기업이 잘 돼야 한다 그런 식 사고할 때 하고는, 그래야 일자리도 창출하고 하는 그런 시대는 좀 지났잖아. 지금은 오히려 공정한 사회가 돼야 기업도 성장한다는 것이 국제적인 흐름이니까. 이 틀에 맞출 수밖에 없을 거야. 기업들도 뭐, 정·관계가 공정하게 나가면 기업이 자기네들이 지난날에 부패한 관행을 그대로 이어갈 수가 없지. 안 그러겠어. 그게 다 정·관계 로비한다는 건데 지난날의 정경유착이란 게. 그걸 끊으면 기업들도 좋지 뭐.
  • 사정정국 숨고르기… 여야 셈법은

    대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에 집중되면서 정치권의 물밑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구 여권 타깃’ 발언 이후 정치권이 공정한 수사를 주문하며 일단 정국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강경드라이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사정의 원심력이 강해질수록 여야의 권력 견제기능이 떨어진다. 당·청 종속성도 심화된다. 여기까지가 현 상황을 바라보는 여야의 공통된 시선이다. 하지만 사정 정국이 노리는 정치적 효과와 파장을 따지고 들어가면 여야의 셈법은 달라진다. 한나라당은 외견상으론 표적 수사가 아니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C&그룹과 한화·태광그룹을 확연하게 분리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한화·태광은 내부자 고발 제보에 의해 수사하는 게 분명하지만 C&그룹은 권력을 등에 업고 금융권에 피해를 준 기업이다. (C&그룹에 대해) 이렇게 늦게 수사가 시작된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 대통령의 측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해 “천 회장이 현 정권의 위력을 빌려 부패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여권이 사정 정국을 공식화한 것은 현 정부의 안정적인 집권 후반기를 뒷받침하는 한편, 권력 누수를 막으려는 시도로 이해된다. 이 대통령이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선진 사회를 강조하며 국정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이런 분석과 겹쳐진다. 집권 3년차가 정권의 미래를 결정짓는 절대적 시기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물론 예산 정국에서 야당의 저항을 막으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반면 민주당은 좀더 복잡하다. 하필 이 시기에 사정 한파가 몰아닥쳤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손학규 대표 출범 직후라는 점에 주목한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구 여권을 타깃으로 한다면 손 대표는 상관없는 사람 아니냐.”고 되물었다. 손 대표 중심의 전열 정비를 막고 여권을 향한 대립각을 무디게 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듯하다. 구 여권의 실세는 친노 세력이다. C&그룹 수사에서 이들의 이니셜이 떠돌고 있다. 손 대표가 당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선 친노 세력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손 대표는 연일 “야권에 대한 정치 보복은 안 된다.”고 못박았다. 초점을 손 대표에게 집중한다면 사정 정국은 당 안팎을 관통하는 시험대라고 볼 수 있다. 당 일각에서는 사정이 개헌론 관철의 지렛대라는 의견도 있다. 여권 핵심부의 개헌 방향은 분권형, 이원집정부제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면 사정이 한나라당 내 특정 세력에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는지도 계속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이재오 특임장관 “비자금 혐의 덮고 갈 수 없다”

    이재오 특임장관 “비자금 혐의 덮고 갈 수 없다”

    이재오(얼굴) 특임장관은 최근 검찰의 기업 수사와 관련, “비자금 혐의가 나오면 누구도 덮고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특별한 목적을 갖고 타깃을 정해 수사하는 것은 불공정하지만, 비리나 부패 혐의가 드러나면 성역 없이 수사하는 게 공정한 사회 아니겠느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집권당이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사정정국을 만들거나 특정인을 손보기 위해 하는 수사는 없기 때문에 (야권도) 염려할 것이 없다.”면서 “지금 야당에서 문제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집권 시절의 문제일 것이고, 정확히는 구 여당 것도 수사한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은 검찰의 소환에 불응한 채 해외에 도피중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관련, “혐의가 없는데 형평성을 맞추려 일부러 (수사)하는 것도 안 되지만, 혐의가 있다면 덮고 갈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그러나 “천 회장이 현 정권의 위력을 빌려 부패한 것은 아니다.”면서 “(천 회장 관련 의혹은) 개인의 문제이고, 우리가 집권하기 전의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에 봐준다면 공정한 사회가 안 된다.”면서 “이번 기회가 검찰이 신뢰를 받을 수 있는지 판가름하는 하나의 가늠자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남북관계와 관련, “우리가 풀려는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이 풀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면서 “천안함 사건,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등 현안을 만들어 놓은 쪽이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덮어놓고 하자고 하면 되겠느냐.”면서 “정상회담을 해서 사과하겠다든지 그런 얘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후반기 국정과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서민경제이고, 두 번째는 정치개혁”이라면서 “개헌, 선거구제 개편, 행정구역체제 개편 등을 통해 개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황장엽 자연사” 의혹은 남아…

    지난 10일 서울 논현동 안가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故)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의 사인은 심장질환으로 인한 자연사로 결론 났다. 하지만 황 전 비서의 사망 시점이 알려진 것보다 반나절 이상 앞서고, 발견 당시 욕조 물이 따뜻했다는 경찰 발표를 두고 일각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9일 “황 전 비서가 9일 오후 3시 10분쯤 자택에 도착해 반신욕을 하던 중 심장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 타살 혐의점이 없어 내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황씨는 10일 오전 욕조 안에서 알몸으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누운 채 입과 코가 반쯤 욕조 물에 잠겨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평소 황씨가 사생활 노출을 극도로 꺼려 귀가 즉시 방문을 잠그고 아침 출근 때까지 외부 출입을 차단했으며, 신변보호팀에도 출입을 허락하지 않아 사망 사실을 늦게 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황씨의 위에서 소화되지 않은 콩나물과 부추 등이 발견돼 마지막 식사 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위 내용물 등에서 독물이나 약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황씨가 반신욕을 하던 중 심장질환으로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해 욕조에 있는 물을 마시면서 사망에 이르렀다.”고 결론지었다. 이와 관련해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강남서는 황 전 비서 발견 당시 “반신욕을 하던 욕조물이 미지근한 상태”라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인터넷 등에서는 사망한 뒤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17~18시간이 지났는데도 물이 식지 않았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황운하 서울청 형사과장은 “10일 황 전 비서 발견 당시 욕실 온도는 31도, 욕조의 물 온도는 29도였다.”면서 “황 전 비서 발견 직후 사망 상황을 재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욕조의 물 온도를 반신욕 물 온도의 평균인 40도로 맞춘 뒤 17~18시간 지나 온도를 측정해 보니 28~29도 정도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 황 전 비서의 목과 정수리에 남아 있는 피하 출혈흔에 대해서도 경찰은 “사망 당일 제자이자 수지침 강사인 강모(62·여)씨가 했던 마사지로 인해 생긴 것”이라면서 “외부의 힘에 의한 타살 시도로 생긴 것이 아님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강씨는 2005년 고인이 강의했던 ‘인간중심철학’을 통해 알게 됐으며, 황 전 비서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고 전화 통화도 자주 하는 등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경찰은 황 전 비서가 강씨와 거의 매일 오후 6∼8시 안부전화를 하다가 지난 9일 연락이 없었던 점 등을 사망 시점 추정의 근거로 들었다. 경찰은 처음 발견 당시 황 전 비서의 아랫배가 부풀어 오르고 부패로 인해 푸른색으로 변해 있던 사실도 확인했으나 발표에서는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황 전 비서의 경우 장기가 복부 아래쪽에 쏠려 있어 아랫배가 나온 특이 체질인 데다 부패 현상도 정확한 부검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속단할 수 없어 발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서울광장] 정치인을 닮아 가는 관리들/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치인을 닮아 가는 관리들/최광숙 논설위원

    공직사회가 뒤숭숭하다. 그렇지 않아도 ‘철밥통’소리를 듣더니 외교통상부 특채 파문으로 더욱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됐다. 딸 특채 의혹이 터지자 “요즘 어떤 세상인데….”라며 강하게 부인하던 유명환 전 장관을 TV에서 봤던 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비리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와중에도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결국 감옥으로 갔던 정치인 모습과 너무나 흡사했다. 진실이 드러날 때 드러나더라도 ‘오리발’부터 내미는 것이다. 공직자들이 ‘나쁜’ 정치인을 닮아가고 있다. 정치인의 몰염치야 다 알지만 관리들도 결코 뒤지지 않음이 이번 일로 드러났다.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자리를 즐기는 관리들을 먼 발치에서 한 번이라도 봤어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니라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썩었을 줄이야. 친인척들을 보좌관으로 쓰는 국회의원이나 자식에게 공직까지 ‘대물림’하려는 관리 모두 한 통속이지 싶다. 공직사회에서 나랏일보다 자리를 탐하고, 소리(小利) 앞에서도 물불 가리지 않는 이른바 ‘정치관료’들이 설친 지 오래됐다. 전 총리 A씨가 중앙 부처 1급으로 있을 때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자 총무과에 전화를 걸어 본적을 호남으로 바꾸도록 한 일은 유명하다. 혀를 내두르게 한 그의 약삭빠른 처세 덕분인지 총리 자리까지 올랐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요직을 맡고 있다. 흔히 정치인은 표를 위해서라면 영혼도 판다고 하는데, 정치관료들은 출세를 위해 영혼은 물론 한술 더 떠 본적까지 ‘세탁’한다. 이들은 학연·지연은 기본이고, 엮을 만한 것이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엮어 자신의 이익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 전 장관 B씨는 고교 선배인 총리가 테니스를 잘 친다는 얘기를 듣고 테니스 모임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고 한다. 전 부총리 C씨는 고교 후배가 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두 번이나 승진에서 물을 먹자 청와대 인사 담당자를 찾아 구원투수 역할을 자청했다. 정치관료들은 초선의원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정치 감각과 처세술을 갖고 있다. ‘영포라인’ ‘서울랜드(서울고-서울대)’ ‘이헌재 사단’이 뜬다 싶으면 거기에 올라타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영향력이 있으면 아랫사람이라도 머리를 조아린다. 차관 인사를 앞둔 한 인사는 밤 늦게 청와대 인사라인과 가깝던 후배 집까지 찾아가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정권 교체에도 살아남는 ‘슈퍼 정치관료’들도 적지 않다. 한 차관은 남들은 한 번도 어렵다는 청와대 파견근무를 세 정권을 넘나들며 했다. 이쯤 되면 그 놀라운 생존력에 ‘감화’ 받은 후배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한 차관급 인사는 참여정부 임기말 혁신도시로 지정된 고향에서 착공식을 강행해 정권이 바뀌어도 끄떡없도록 ‘대못박기’를 했고, 다른 차관은 재임 중 특정 대학에 연구개발비를 몰아주고 퇴임 후 그 대학 교수로 갔다고 한다. 정치관료들이 판치면 공직사회는 병들게 된다. 능력이 있어 장·차관 하면 누가 욕하겠는가. 실세 정치인이 뒤를 봐줘서, 줄서기에 성공해 윗자리에 올라가면 그 조직은 정치 바람을 탈 수밖에 없다. 자신을 돌봐준 ‘누군가’에게 ‘보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사청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조직 인사는 왜곡된다. 이익집단을 대표한 ‘누군가’의 입김에 정책은 뒤틀린다. 그 과정에서 부패와 비리가 싹튼다. 정치관료들의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강해 ‘줄서야 성공한다.’는 인식을 퍼트려 너도나도 정치관료의 길을 유혹 받게 된다. 언변이나 감각은 부족해도 묵묵히 뒤에서 일에 몰두하는 참다운 공직자의 사기와 의욕을 떨어뜨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인근 유리창이 모두 깨진다는 ‘깨진 유리창’ 법칙은 여기에도 적용된다. 공직사회도 보다 공정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깨진 유리’ 정치관료부터 솎아내야 한다. 그들은 공직사회를 좀먹고, 궁극적으로 정부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b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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