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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꽃을 가꾸는 문화와 사회/강순주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

    [열린세상] 꽃을 가꾸는 문화와 사회/강순주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

    한국 사람이 1년에 꽃을 사는 액수는 1인당 평균 1만 5000원 수준이다. 이것도 대부분은 경조사 위주로 꽃을 구입하는 것이어서, 여기에 전체 소비의 85% 정도가 집중돼 있다. 경제 성장과 국민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꽃을 소비하는 규모는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꽃의 소비는 선진화의 수준 혹은 문화의 수준과 비례하는 듯하다. 세계에서 꽃을 가장 많이 사는 사람들은 스위스와 노르웨이 사람들이다. 이들은 연간 1인당 20만원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로 꽃을 구입한다. 그다음이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사람들의 순이다. 일본도 여기에 들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1인당 꽃을 구입하는 수준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꽃을 이 나라 국민들이 구입한다. 놀랍고 흥미롭게도 꽃을 많이 구입하는 나라의 순서가 거의 그대로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부패하지 않고 깨끗한 나라’ 평가 순위와 정확히 일치한다. 꽃을 사랑하고 가꾸며, 감상하고, 구입한다는 것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것은 단순한 상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 사람들의 인간관계와 국격,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문화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사랑과 축하, 위로, 감사, 존경의 의미로 인간은 꽃을 찾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국의 런던을 방문했을 때 매달 일정 요일에 열리는 플리마켓(flea market)을 들러보았다. 다양한 종류의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한 이동식 꽃가게들이 즐비했다.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함박웃음으로 줄 서서 꽃다발 묶음을 사들고 가는 모습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꽃을 구입하는 것 말고, 가꾸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 사회의 메마른 모습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집과 동네에서 꽃을 가꾸는 모습은 더 드물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의 주거형태가 아파트 중심으로 변모하면서 더욱 이러한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70%가 아파트에 거주하다 보니 꽃과 나무는 아파트 외부의 녹지 공간에만 있을 뿐, 작은 화단에 물을 주고 꽃을 가꾸는 일은 이제 경비나 관리원들의 몫이 돼 버렸다. 아파트에는 건축물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완충공간으로 발코니가 존재한다. 발코니는 건물의 외관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장식적 요소다. 서양에서는 집집마다 개성 있는 모양새로 예쁜 꽃을 장식하기도 하고 파라솔과 의자를 놓고 여유 있게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도시 경관에 활력을 준다. 뿐만 아니라 발코니는 남성이 여성에게 사랑의 노래나 꽃다발로 구애할 때 이를 받아들이는 장소로도 이용되기도 하고, 지나가는 이웃의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안부를 묻고 소통하는 곳이기도 해 바깥세상과 연결되는 살아있는 생활공간이다. 그러나 그 발코니는 우리나라에서 다른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다. 발코니 확장이란 말을 어린아이도 다 안다. 아파트 앞뒤로 설계된 발코니를 확장해 새시로 막아버리고 거실, 침실, 창고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추가적인 돈을 지불한다. 정부가 발코니 확장을 합법화한 이후로는 거의 무조건적으로 실내 공간화하고 있다. 외부와 소통하며 꽃을 가꾸고 자연의 숨결을 느끼고 소통하는 공간이 아닌 그저 집 크기를 늘리는 수단으로써 존재할 뿐이다. 거리에서 바라보면 아파트 일색의 삭막한 우리나라의 도시풍경을 닫힌 발코니가 더욱 삭막하게 만들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파트 분양 시의 전용면적과는 달리 발코니를 확장하면 실제 사용면적은 더 커지기 때문에 투명한 주거문화까지도 왜곡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누가 서울을 디자인 도시라 했던가! 공유공간을 확보하고 꽃을 가꾸며 서로의 관계를 보듬는 문화에서 우리는 너무도 멀리 떨어져 왔다. 생명이 숨 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문화를 우리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ning)을 장려하는 뉴스를 들으며, 꽃을 생각하게 된다. 꽃을 가꾸는 사람과 문화를 그리워하게 된다.
  • [사설] 세월호법 표류시키며 ‘방탄국회’ 소집할 땐가

    야당이 하는 일을 아무리 정의롭게 봐주려고 해도 이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엊그제 밤 자정이 되기 직전에 임시국회를 소집한 데 대한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새정치연합이 박영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임시국회 소집을 단독 요구한 시간은 19일 밤 11시 59분이다. 시간을 보면 비리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국회’임을 삼척동자도 알 만하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짓을 해놓고 끝까지 세월호특별법 핑계를 대는 야당의 행태를 이해하고 옳다고 할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왜 자정 1분 전에 부랴부랴 소집을 요구했는지는 국회법을 보면 자명해진다. 임시국회는 소집 공고 사흘 후 열도록 규정돼 있어 19일에 공고하면 22일부터 회기가 시작된다. 하루라도 빨리 국회를 열어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새정치연합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의원에게 시간을 벌어주려는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 만약에 몇 분 후 자정을 넘겨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다면 주말인 23일과 24일은 공고기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오는 25일부터 회기가 시작된다. 회기가 시작되면 의원들은 불체포특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사흘의 시간을 벌려고 자정 직전에 소집을 요구한 것이다. 이래 놓고 새 정치를 외친들 귀담아들을 국민은 없다. 여당이 이를 주도했더라도 똑같은 비난을 받을 것이다. 세월호특별법 협상과 의원 비리 수사는 전혀 무관하다. 야당은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지만 증거가 확보된 수사라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지금까지 해당 의원들이 주장해 왔듯이 결백하다면 떳떳이 검찰에 나가 돈을 받지 않았음을 입증해 보이면 될 일이다. 과거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여러 의원이 돈을 받지 않았노라고 큰소리를 쳐놓고 결국은 증거가 나오고 나서야 인정했던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물론 대법원 판결까지는 어떤 피의자라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의원들이 뇌물범이라고 미리 단정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그러나 그토록 결백하다면 당당하게 출두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누명을 벗는 게 상식 아니겠는가. 세월호특별법은 마무리하지도 못하고 방탄국회에 매달리는 모습은 왜 지지율이 떨어지는지 설명해준다. 여당 또한 이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상은·조현룡 의원이 영장이 청구된 여당도 방탄국회를 방조했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때만 되면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국민을 속여 왔던 여야가 서로 나무랄 염치나 있는가. 겉으로는 깨끗한 정치를 외치면서 이권과 유착해 거기서 이어지는 부패 사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현실은 여나 야나 마찬가지다. 로비 창구로 전락한 상임위원회의 소속 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이유로 수억원을 챙기고 민원과 청탁을 들어주었다는 수사 내용을 믿지 않고 의원들의 편을 들어줄 국민도 없다. 오는 9월 1일부터는 정기국회가 시작되기 때문에 올해 안에 비리 의원들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은 20일과 21일 이틀밖에 없다. 여야 의원 5명의 영장실질심사는 21일로 잡혔다. 이날만 피한다면 국회의 회기는 연말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의원들은 불체포특권이라는 보호막 아래 숨을 수 있다. 진정 방탄국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법정에 나와서 잘잘못을 가리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 [공직 파워 열전] 법무부 검찰국장

    [공직 파워 열전] 법무부 검찰국장

    사회비리 등 거악 척결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전국 1900여명의 검사가 모두 ‘검찰의 별’인 검사장(차관급)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택된 49명만이 영예를 안는다. 49자리의 검사장 직급 가운데서도 법무부 검찰국장은 단연 ‘검찰의 꽃’이라고 할 만하다. 검찰 인사와 예산, 수사, 정보를 모두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 능력은 물론 정무 감각까지 갖춘 당대 최고의 엘리트 검사가 보임되는 이유다. 검찰국장에 보임되면 서울지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까지 탄탄대로가 열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법무부 내 검사장 보직 가운데 검찰국장은 서울지검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공안부장과 함께 ‘빅4’로 불려왔다. 서울지검이 고검장급 보직인 서울중앙지검으로 격상되고 중수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금도 여전히 검찰국장만은 법무·검찰 최고위층으로 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엘리트 코스로 인식되고 있다. 막강한 권한만큼 해마다 국정감사 등에서 정치권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법무부가 검찰 인사와 예산을 쥐고 있는 검찰국을 통해 수사에 개입한다는 게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지적이다. 정치적 외풍을 막아야 하고 정치권과도 원활한 교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국장 재임 뒤 정치권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00년 이후 검찰국장 출신 정치인으로는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과 김학재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장 의원은 2003년 검찰국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나 이듬해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북 영주에서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했다. 강금실 당시 법무장관이 단행한 첫 인사에서 서울고검 차장으로 밀려난 것에 반발해 인사 당일 사표를 던진 장 의원은 국회에 입성한 뒤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강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앞서 DJ 정부 시절인 2000~2001년 검찰국장을 지냈던 김 전 의원은 이후 법무부 차관을 거쳐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연수원장, 대검 차장까지 승승장구한 뒤 2011년 4월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현직을 제외한 2000년 이후 검찰국장 13명 가운데 송광수·임채진·한상대 등 3명이 검찰총장까지 올랐다. 평검사 시절에도 주관이 뚜렷하고 상관에게도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송 전 총장은 조직 관리 능력과 뛰어난 지휘·통솔력을 인정받았다. 총장 재직 당시 안대희 중수부장과 짝을 이뤄 불법 대선 자금 수사를 이끌며 국민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검찰국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른 경우도 임 전 총장과 한 전 총장을 포함해 5명이나 된다. 현재 검찰에 남아 있는 검찰국장 출신은 국민수 서울고검장이 유일하다. 대검 공보관 출신인 그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검찰국장 재직 시절 여야 구분 없이 국회와 원만한 소통을 이끌어 냈고, 법무·검찰 제도 개혁에도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선 지검장 시절에는 사회지도층의 부패와 토착 비리 근절을 강조했다. 법무부 차관을 거쳤다. 초급 검사 시절부터 ‘총장감’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 역시 대검 공보관과 검찰국장을 거쳐 대검 차장 등 주요 보직을 섭렵했지만 아쉽게도 검찰총장에 오르지는 못했다. 김주현 현 국장은 검찰과장 출신의 기획통이다. 법무부 대변인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섭렵했다. 수사와 업무 처리에 있어서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친화력이 뛰어나 후배 검사들의 신망이 두텁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명절 공직비리 척결 고강도 감찰

    추석을 앞두고 떡값 명목의 금품 및 향응 수수, 고액 선물 등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정부가 고강도 특별감찰에 나선다. 안전행정부는 오는 25일부터 연말까지 전국 자치단체와 공기업 등을 대상으로 특별감찰을 실시한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6일 열린 제1차 부패척결 관계장관회의 후속 조치인 이번 특별감찰은 국민안전 등 5개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안행부는 유원지 등 다중이용시설이나 철도, 선박 등 공공교통 분야와 관련된 국민안전 분야의 부실한 관리·감독이나 먹이사슬식 금품수수 비리, 세무조사나 방위사업 등 폐쇄적인 분야에서 일어나는 비리,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등 국가재정 손실, 지역 토착 비리나 관급공사 관련 비리와 같은 반복적 민생 비리 등에 공직자의 연루 여부를 감찰하게 된다. 아울러 추석을 앞두고 떡값 명목의 금품 수수 행위, 공직기강 해이 사례 등 고질적인 명절 비리도 감시 대상이다. 안행부는 이러한 공직부패 척결의 후속조치를 위해 21일 ‘시도 감사관 회의’를 열어 각 자치단체 실정에 맞는 부정부패 척결 종합대책을 실시할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감찰에서 적발되는 공직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처벌되고 감찰결과 공개 및 부패로 인한 부당이득을 전액 반납해야 한다. 안행부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추석까지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대대적인 감찰을 벌인 뒤 부패원인 등을 분석하겠다”며 “이후 인허가 처리과정 공개, 비위 발생 때 연대책임 강화 등 부패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서울광장] 교황 방한 이후, 사람의 가치와 세월호/박찬구 논설위원

    [서울광장] 교황 방한 이후, 사람의 가치와 세월호/박찬구 논설위원

    교황이 돌아갔다. 기댈 곳 없는 세월호의 영혼에 위안과 안식을 건넨 시간이었다. 교황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4개월이 넘도록 죽음의 바다에 머물고 있는 학생, 교사, 어린이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자필 서명으로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아픈 감동이다. 참어른의 부재로 얼마나 목이 말라 있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교황의 방한은 자본과 권력 앞에 매몰된 사람의 가치를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사람이 중심인 사회, 국민을 가치의 중심에 두는 국가. 민주주의의 상식이 퇴색되고 고사돼 교과서 속의 이상향이 돼 버린 것이 우리의 군색한 현실 아니던가. 교황은 가고 세월호는 남았다. 국가로부터, 위정자로부터 세월호 피해자와 갑남을녀의 시민들은 이미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쥐락펴락하는 사법체계라는 것이 무고한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사람의 가치를 살리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인지 따지고 싶다. 무소불위의 권력이 통치수단으로 이용하며 이현령비현령으로 농락하고 좌지우지해 온 게 이 땅의 알량한 사법체계 아니던가. 세월호 특별법이 정파의 이해관계에 끌려다니는 사이 신뢰와 소통에는 금이 갈 대로 가버렸다. 참사 당시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왜 불통됐고 청와대는 무슨 역할을 했는지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교황의 방한으로 눈물의 농도는 일시 옅어졌지만 명치 끝에 똬리를 튼 묵직한 돌덩이는 여전히 온몸의 신경을 짓누르고 있다. 도무지 상식과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은 피해자가, 희생자의 가족이 단식하고 고행의 길을 걸으며 마치 구걸하고 빚 독촉을 하듯이 진상 규명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선량한 시민들이 무슨 이유로 떼죽음을 당해야 했는지, 자초지종의 경위를 밝히는 건 국가와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이다. 국가와 정부가 먼저 나서서 죽음의 이유와 참사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할 테니 피해자들은 거리낌없이 슬퍼하고 마를 때까지 눈물을 흘리라고, 영혼을 치유할 시간을 가지라고, 그렇게 다독여야 정상 아닌가. 그것이 제대로 된 국가요, 정부라 할 수 있다. 꼬박꼬박 국가가 요구하는 세금을 다 내고 정부가 규정한 커리큘럼에 따라 학교에 다니고 수학여행을 가고, 그러던 시민이고 학생들이다. 왜 그들의 주검 앞에서 ‘제3자’로 뒷짐을 쥐고 있는지,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를 되묻는다. 교황의 가르침이 우리 안의 가치로 온전히 내면화될 수 있을까. 사람의 가치가 부재한 이 땅의 현실에서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참사 이후 국가와 정치권의 행태를 돌아보면 진정한 변화란 헛된 희망이 아닐까도 싶다. 세월호 피해자들은 교황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족들이 죽어간 이유를 알고 싶다’는 ‘단순’한 요구조차 묵살당하고 ‘거짓말과 기만으로 일관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권력과 싸우려고’ 하니 ‘이 모든 부정부패와 냉담한 현실 속에서 싸워나갈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간청했다. 세월호 참사는 결코 이들만의 비극이 아니다. 참사는 반복되고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국가의 부작위는 계속될 것이다. 더 이상 시민의 권리를 교과서와 법 조항의 그럴싸한 레토릭에 가둬둘 수 없는 노릇이다. 기본적인 생존권과 재난 피해자의 당연한 요구조차 외면 당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권력과 자본의 탐욕과 이기심에 경종을 울리고 진정성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결국 깨어 있는 시민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 세월호 피해자들의 표현대로 이는 ‘국민 모두의 싸움’이라 할 만하다. 김장훈, 송강호, 김혜수…. 모두 같은 마음일 테다. 국가와 정부에 당당하게 권리를 요구하고 사람의 가치를 살리는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건 오롯이 시민들의 몫이다. 비폭력 저항운동이든 공동체 개혁운동이든 선거 혁명이든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대로 변혁을 일궈나가야 한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손을 잡을 때 비로소 세월호는 살아날 수 있다. ckpark@seoul.co.kr
  • 민관 6년만에 손잡고 부패척결 나선다

    민관 6년만에 손잡고 부패척결 나선다

    부패 척결은 내부고발자나 제보, 외부 감시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어느 한 기관의 의지만으로는 근절이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과 시민사회 영역의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여해 협력하는 ‘민관 거버넌스’(協治)는 유독 반부패·청렴 분야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실제로 2008년 정부와 재계, 시민사회가 참여했던 ‘투명사회협약 실천협의회’를 마지막으로 6년간 민관 협치가 이뤄지지 않은 전례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한국투명성기구, YMCA 등 시민사회단체, 공기업 등과 함께 ‘투명사회실천 네트워크’를 구성, 다음달 3일 출범식을 열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적폐로 지목된 사회 전반의 부패·비리와 관련해 민간과 공공기관이 6년 만에 다시 손을 맞잡은 것이다. 네트워크에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반부패전국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8곳, 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철도공사(코레일)·교통안전공단·근로복지공단 등 공공기관 18곳, 대구·부산 등의 지역 네트워크 단체 5곳, 대한상공회의소·한국공인회계사회 등 직능단체 5곳이 참여한다.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실천 위주의 활동을 하기 위해 민관 합동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며 “더 많은 민간·공공 단체들의 참여를 유도해 청렴문화를 확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네트워크에는 상시적인 활동을 위해 사무처와 운영위원회 등이 설치되며 ▲민관 공동 협력사업 발굴 ▲반부패 우수기관 탐방 ▲전문교육 인력 양성 등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공동 연구활동이나 심포지엄 등을 통해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과 같은 부배 방지를 위한 법이나 새로운 제도를 발굴해 정부에 정책 제안을 하게 된다. 아울러 반부패 관련 우수사례도 발굴해 공공기관 등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시민사회단체가 그동안 축적한 부패 척결 노하우나 연구성과 등을 활용해 실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며 “정책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와 전문가의 시각에서 부패 방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은 “외부에서 공공기관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기존의 역할뿐만 아니라 제대로 실행되지 않거나 바꿔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네트워크 구축은 민간과 공공기관 사이 토론의 장이 제도적으로 마련된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독자의 소리] 공직자의 청렴, 제2 도약을 위한 토대

    요즘은 세월호와 군대 사망 사건 그리고 각종 공직자 부패에 관한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참으로 마음이 심란하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 사회문제를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잘 극복하고 제2의 도약을 이룰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우선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기초가 되는 근본이 잘 구비돼 있어야 한다. 그 근본이란 바로 ‘부패 없는 깨끗한 사회’라고 감히 단언하고 싶다. 바퀴의 축이 바퀴의 정 가운데에 있을 때 바퀴가 가장 잘 굴러간다. 그 축이 가운데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면 바퀴는 심하게 요동치면서 힘들게 굴러갈 것이다. 그런데 바퀴의 축은 공직자가 청렴할 때만 바퀴의 정중앙에 자리 잡을 수 있다. 공직자가 청렴에서 멀어지는 순간 바퀴의 축은 정중앙에서 벗어나 힘들게 굴러갈 것이며, 그 결과는 바로 배를 불린 소수의 부패자와 선량한 대다수 국민의 눈물로 나타날 것이다. 공직자의 청렴을 확보하고 공고히 하는 첩경은 무엇인가. 그것은 공직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능력과 실적이 1차적으로 먼저 고려돼 반영되고, 거기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 때 지연, 학연, 혈연, 배경, 백 등이 2차적 부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공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 모두는 ‘청렴’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해 제2의 도약의 토대가 되는 ‘청렴한 사회’를 다져 나가는데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동참하고 공감하여 우리 아들과 딸에게 희망으로 가득한 우리나라를 물려주었으면 한다. 서세원 서울남대문경찰서 행정주사
  • 이-팔 교전에 동물원 동물들도 수난…원숭이·가젤·사자·여우 등 사체 널려있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교전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가자지구 동물원의 동물들도 수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18일 CNN 방송 인터넷판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의 알-비산 공원 부설 동물원에서는 개코원숭이 한 마리가 불에 그을린 풀밭에서 씨앗을 찾는 장면이 취재진에 목격됐다.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 필사적으로 먹는 개코원숭이 옆에는 이미 부패해 버린 그의 짝과 새끼 5마리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다. 동물원 직원 아부 사미르는 “8∼10마리의 원숭이가 죽었고, 공작, 가젤(영양), 사자, 여우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우리 사이 그을린 풀 위에는 죽은 원숭이들의 사체가 흩어져 있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비치는 악어 우리에는 물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악어들과 함께 생활하는 펠리컨, 오리들도 고난에 처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 동물원은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 과정에서 여러 차례 폭격을 맞았다. 사미르는 “동물들이 약해진 상태고 우리가 더러워 점점 많은 동물이 병들고 있다”며 “청소를 하려면 동물을 옮겨야 하지만 그럴 장소가 없다”고 말했다. 사자 세 마리는 열흘 이상 굶은 상태다. 한 마리는 이미 죽었다. 폭격이 지속하는 동안 사자들에게 접근할 수도 없었고, 사자에게 먹일 고기를 살 돈도 없다고 사미르는 전했다. CNN 취재진이 가져간 닭고기를 보자 사자들은 우리 가장자리로 달려들어 울부짖기도 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알-비산 공원은 2008년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공원 안의 축구장과 놀이시설, 건물들은 최근 공습으로 모두 무너져내렸다. 사미르는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동물들을 살리는 것”이라며 “먼저 음식을 줘야 하고 그 다음에 우리를 복구해 다시 살기 적합한 장소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동물원이 이스라엘의 공습에 파괴됐다는 주장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계의 창] 시진핑의 덩샤오핑 띄우기 왜?

    [세계의 창] 시진핑의 덩샤오핑 띄우기 왜?

    중국에서는 22일 기념일을 앞두고 연일 ‘덩샤오핑(鄧小平) 띄우기’가 한창이다. 중국중앙(CC)TV의 덩샤오핑 드라마와 그의 사상과 이론을 설명하는 관영 신문의 기사·칼럼은 물론이고 도서전, 그림전, 토론회, 강연회, 문화 예술 공연 등 그의 치적을 조명하는 기념 행사가 넘쳐난다. 인민망과 공산당신문망은 공동으로 덩샤오핑 인터넷 추모관도 개설했다. 지난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덩샤오핑 추모 그림 전시회-봄날의 이야기’에서 덩샤오핑의 장녀 덩린(鄧林)은 “우리가 덩샤오핑을 기리는 것은 개인을 추모하는 게 아니라 인민은 생활이 더 좋아지고, 국가는 (그가 정해준) 부흥의 도로(개혁·개방)로 계속 나아가도록 기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덩샤오핑 띄우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권위 수립과 연관이 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부패와 개혁 드라이브에 나선 시 주석이 덩샤오핑의 계승자임을 강조하는 식으로 정통성을 내세워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2012년 말 총서기 취임 직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가 이뤄진 지역들을 첫 시찰지로 찾아 덩샤오핑의 계승자임을 선포한 바 있다. 시 주석의 국정운영 철학과 정책들도 덩샤오핑을 답습하거나 발전시킨 게 많다. 우선 시 주석이 총서기에 취임한 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국정운영 비전으로 내놓은 ‘두 개의 100년’(兩個一百年)과 ‘중국의 꿈’(中國夢)은 덩샤오핑이 1979년 제시한 백년대계 ‘싼부쩌우’(三步走·현대화 건설 3단계 발전 방안)와 일맥상통한다. ‘싼부쩌우’란 삶의 수준을 1990년까지 원바오(溫飽·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에 이어 2000년까지 샤오캉(小康·먹고살 만한 상태)에 올려놓은 뒤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 현대화된 선진국 단계로 거듭나게 한다는 것이다.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를 완성하고,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현대화를 이룩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자는 ‘두 개의 100년’과 ‘중국의 꿈’은 싼부쩌우와 흡사하다. 공산당 직속인 중앙당교의 옌수한(嚴書翰) 교수는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 ‘주권은 절대로 타협·양보의 대상이 아니다’ 등 시 주석의 대외 원칙도 덩샤오핑이 했던 말들”이라며 시 주석의 외교 노선은 덩샤오핑의 것을 계승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덩샤오핑의 과오인 6·4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관련, 시 주석이 관련자들을 복권시킬지는 의견이 갈린다. 당분간 덩샤오핑의 ‘정좌경우’(政左經右·정치는 좌, 경제는 우) 노선이 바뀌기 어렵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광안(쓰촨성)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원로들 “원자바오 일가 비리 조사 말라”

    최근 폐막한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일가에 대한 비리 혐의 조사 중단이 결정됐다고 미국에 서버를 둔 반체제 매체 명경(明鏡)이 18일 보도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공산당 원로와 지도부가 여름휴가를 겸해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자리다. 명경은 “원로들은 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반부패 조사의 폭이 너무 커 당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며 “원자바오 등 전 상무위원 4인에 대한 비리 조사를 중단하기로 결의했다”고 전했다. 원자바오를 비롯해 허궈창(賀國强)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자칭린(賈慶林)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리창춘(李長春) 전 언론·선전 담당 상무위원 등이 조사 중단 대상자다. 명경은 관계자를 인용해 “원자바오 등 비리 조사설이 나오는 전직 지도부는 배우자, 자녀, 측근들 때문에 문제가 된 것으로, 본인이 부패를 일삼은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이같이 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사 중단설이 제기되는 것은 권력투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신호여서 아직 결과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른 중화권 매체인 둬웨이(多維)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이런 결의가 이뤄진 바 없으며 시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는 강화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7월 저우융캉 조사 공개 이후 베이징 정가에서는 차기 ‘큰 호랑이’(부패 몸통)에 대한 추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자바오는 2012년 뉴욕타임스가 27억 달러에 달하는 부정 축재 의혹을 제기한 뒤 각종 구설에 오르면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세월호 유족 배려·수십만 인파에 외신도 주목

    뉴욕타임스, AP통신, BBC 등 전 세계 주요 외신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복식 행사를 비중 있게 다뤘다.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교황의 배려와 약 20만명이 운집한 시복식 열기에 주목했다. BBC는 “교황의 방한 일정 중 최대 행사인 시복식이 수많은 사람이 참석한 가운데 광화문광장에서 치러졌다”면서 “교황을 처음으로 직접 본 사람들이 감동했다”고 전했다. BBC는 격식을 차리지 않는 교황의 모습에 한국인들이 열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스턴글로브는 교황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 김영오씨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김씨는 보스턴글로브에 “나는 (가톨릭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교황이 진심으로 우리를 신경 써 주는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보스턴글로브는 “대중은 (교황에) 환호하고, 언론들은 앞다퉈 교황의 소식을 보도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교황의 시복식 행사에 대해서는 “가톨릭 신자가 아닌 일반 국민까지 열광했다”면서 “히트 쳤다”고 표현했다. AP통신은 교황이 세월호 유족 이호진씨에게 직접 세례를 준 것을 보도하며 “교황이 다시 한번 세월호 가족을 위해 행동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외신은 일부 기독교인들이 교황 방한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가톨릭이 기독교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제목으로 “교황을 반대하는 것은 불교신자나 유학자들이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기독교”라면서 “시복식 행사 중 광화문광장 옆에서 기독교인들이 교황 반대 집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기독교 언론이 현재 가장 큰 뉴스거리인 교황 방문을 비교적 적게 보도한다고도 전했다. 보스턴글로브는 부패 의혹을 받던 신부가 운영하는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 여론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동료 사체 바라보는 원숭이…가자지구의 ‘잔혹한 동물원’

    동료 사체 바라보는 원숭이…가자지구의 ‘잔혹한 동물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향한 이스라엘의 폭격과 이에 맞선 무장 조직 하마스의 무력 대응이 이어지면서 사람 뿐 아니라 동물들도 끔직한 피해를 입고 있다. AFP의 17일자 보도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알-비산(Al-Bisan)동물원은 이미 상당 부분이 폐허가 된 상태이며, 동물들은 극심한 배고픔과 끔찍한 트라우마에 몸부림 치고 있다. 최근 공개된 현장 사진은 살아남은 원숭이 한 마리가 이미 죽어 부패가 진행중인 또 다른 원숭이 동료 사체 곁에서 넋을 놓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을 담고 있다. 사자 우리는 폭격 당시 무너져 내렸고, 살아남은 사자들은 ‘동물의 왕’이라는 표현이 믿기지 않을 만큼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 채 앉아있다. 보금자리가 파괴된 동물 일부는 어쩔 수 없이 한 우리에서 지내기도 한다. 영양과 동물인 가젤과 거위가 무너져 내린 판자 틈 사이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곳 동물원 관계자인 하마드는 폭격 당시 많은 동물들이 목숨을 잃거나 상처를 입었으며, 폭격 이전에는 어느 동물원보다도 아름다운 곳이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동물원 내부에는 공격용으로 보이는 로켓 발사대가 곳곳에 설치된 상태지만, 동물원 측은 “단 한번도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동물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동물원에 로켓 발사대가 있다는 이유 때문에 이스라엘 군은 이 곳을 사정없이 폭격하고 공격했다”면서 “하지만 이곳은 그저 가자지구 주민들과 아이들을 위한 아름다운 휴식처일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스라엘 군이 이 동물원을 파괴할 목적으로 로켓을 쏘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어떤 공식 입장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사진= ⓒ AFPBBNews=News1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씨줄날줄] 제2부속실과 개인 트레이너/문소영 논설위원

    청와대 비서실이라고 부르는 대통령 비서실 제2부속실의 존재는 사실 이상하다. 대통령 비서실 내부의 모든 조직이 이름 그대로 대통령을 보좌하는 조직인데, 제2부속실은 대통령의 배우자를 보좌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비서실은 혈세인 세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배우자를 보좌해야 하는가는 논란의 대상이다. 영부인은 바쁜 대통령을 대신해 여성·문화·복지·아동·청소년 등의 행사에 참석하므로 대통령 비서실에서 개입한다는 결론이 난다. 제2부속실은 규모가 문제다.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클린턴 정부를 모델로 만들었다는 미국 정치 드라마 ‘웨스트 윙’에서도 제2부속실의 규모를 두고 논쟁이 붙는다. ‘투표 한 번에, 힐러리 클린턴을 공짜로 얻는다’고 대선 홍보를 했던 만큼 아동과 의료법 등 복지 관련 법 제정에 깊숙이 개입해 활동하는 영부인을 보좌할 백악관 제2부속실의 규모와 역할도 문제가 됐다. 한국에서 대통령 비서실 제2부속실은 흔히 ‘영부인 프로젝트’라 부르는 일을 전담한다. 영부인이 활발한 활동으로 소외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도와주면 재벌들도 적극 나서 기부하곤 했다. 그러나 때때로 이 프로젝트가 부정부패의 통로로 활용되는 등 말썽을 빚기도 해 철저히 은둔하는 영부인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제2부속실의 규모는 실장 1인, 국장 1인, 행정관 한두 명으로 단출했다. 배우자가 없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당연히 제2부속실의 폐지가 거론됐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 시절에 이 조직을 유지하기로 해 “소외된 계층을 살피는 민원 창구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영부인 없는 영부인 프로젝트를 상상했다. 대통령 비서실 내 제2부속실의 윤전추 행정관의 존재는 제2부속실의 역할과, 그 조직이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사실 등을 종합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올해 34살의 윤 행정관은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내 피트니스클럽에서 연예인과 재벌 관계자들의 퍼스널 트레이너로 오랫동안 일해 왔던 인물이다. 특히 S라인의 대명사인 연예인 전지현과 한예슬의 트레이너로 유명세를 탔고, 방송과 잡지 등에도 자주 출연했다. 윤 행정관의 존재와 업무에 대해 청와대는 해외 순방에 동행했고, 의상과 화장을 담당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개인 트레이너를 채용할 수 없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당연히 할 수 있다. 다만 그 개인 헬스 트레이너에게 공무원의 신분을 제공하고,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일이 온당한가, 따져볼 일이다. 1882년 임오군란 이후 명성황후가 총애하던 무녀 이씨에게 ‘진령군 여대감’ 벼슬을 준 사례가 떠오른다면 너무 과한가?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촌지 10만원 받아도 파면” 서울교육청 비리척결 선언

    2년 연속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청렴도 최하위를 기록한 서울시교육청이 교육비리 척결을 선언하고 나섰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3일 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0만원 이상의 촌지를 받는 교육공무원은 모두 파면하거나 해임하는 등 천만 시민과 함께하는 청렴 무결점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100만원 미만의 촌지를 받은 경우 경징계에 그쳤다.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하면 사법기관에 고발한다. 시교육청은 주요 대책으로 ▲청렴 문화 조성을 위한 ‘청렴 무결점 운동’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감사활동 ▲부패·비리 관련자에 대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외부의 반부패 전문가나 시민이 참여하는 ‘청렴 서울교육 종합대책협의회’를 구성하고 매년 감사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학부모와 시민의 의견을 반영한다. 감사 착수 한 달 전부터는 시교육청 웹사이트에 감사대상 기관에 대한 비리신고 접수처를 개설하고 현재 20명으로 운영되는 ‘시민감사관’을 30명으로 확대한다. 상근 시민감사관제와 반상근 시민감사관 제도도 도입된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특별기고] 신령한 향기와 같은 분, 혼돈과 악취를 걷어주소서

    [특별기고] 신령한 향기와 같은 분, 혼돈과 악취를 걷어주소서

    “십자가를 지고 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속적으로는 사제요, 주교요, 추기경이요, 교황일 수 있지만 주님의 제자들은 아닙니다.” 266대 프란치스코 교황이 봉헌한 첫 미사에서 하신 말씀이다. 그분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수장이 되고 나서도 그 직위가 제공하는 많은 특혜를 내려놓는 것으로 직무를 시작했다. 교황 관저 대신 여행자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머물고, 이탈리아 장인이 바느질한 수단과 명품 구두를 사양하고 대신 자신이 평소에 입던 값싼 소재로 만든 수단과 낡은 구두를 그대로 신고, 전용 리무진 대신 작은 차를 탔다. 즉위 시 교황청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보너스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 오랜 세월 지켜 온 관행을 깨기도 했다. 그분의 이런 행보는 새삼스러울 것도 파격적일 것도 없었다. 예수 십자가의 길을 충실하게 따르고자 하는 제자 된 모습은 검은 사제복을 입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빈민가 사람들의 삶을 함께 나누면서 ‘살아 계신 하나님의 복음’을 증거해 온 교구신부 시절의 연장선일 뿐이었다. 그분은 대교구장, 추기경을 거쳐 2013년 3월 3일 베드로 성당의 굴뚝에서 피어 오른 흰 연기를 신호로 “지극히 탁월하고 공경받으실 분의 이름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입니다”라는 선포와 함께 그 이름이 세계로 타전되었다. 그렇다 해도 무엇이 달라질 게 있을까. 교황청이란 오래고 거대한 종교 조직의 관행과 부패의 척결은 쉽지 않겠지만, 나이 많은 추기경들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예수 십자가의 남은 고난을 짊어지려는 성직자의 본분은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세족식에서 마약 중독자의 발을 씻겨 준 뒤 그 발에 입을 맞추는 모습, 베드로 광장에서 신경섬유종 환자를 포옹하고 그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 그분이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어느 환자 가족이 침대째 환자를 데려와서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선뜻 차를 멈추고 밖으로 나와 환자에게 입 맞추는 모습은 그분 자신이라기보다 그분 안의 예수 그리스도였다. 이때의 초점은 정작 입맞춤과 포옹을 당하는 사람들 쪽에 있었다. 섬유종 환자 비니초 리바는 “지난 40년간 그처럼 따뜻하게 안아 준 사람은 교황이 처음”이라 했고, 침대에 누운 채 입맞춤과 기도를 받은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은 그분을 통해 하나님의 은총을 눈물겹게 체험했다. 그분이 우리나라를 찾아오셨다. 너무도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참으로 선하고 아름다운 존재는 참으로 신령한 향기와 같다. 혼돈과 악취로 어지럽고 고통스러운 세상을 맑게 정화시키고 숨쉴 만한 곳으로 변화시킨다. 우리는 각자 믿고 있는 종교가 어떤 것인지를 떠나서 그처럼 아름답고 선한 분을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하신 신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 땅을 밟고 서서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을 축복해 주실 그 순간이 가슴 떨리게 기다려진다. 또 그분의 눈에 비칠 우리나라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 또한 감격스럽기 그지없다. 그분 앞에 지난 세기 우리 민족이 낳은 많은 순교자들과 지고지순했던 신앙인의 당당한 삶과 그분들이 걸어간 자취들을 보여 드릴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자랑스럽고 너무도 감격스럽다. 진리를 향하여, 복음을 향하여, 보다 선하고 아름다운 삶을 향하여, 모든 것을 바친 선조들이 우리들의 정신과 영혼의 기둥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감사하다. 지금의 우리는 너무도 보잘것없고 많이 부족한 존재들이기는 하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 앞에 우리 선조들의 장하고 아름다운 삶을 드러내 놓고 함께 신에게 감사하게 될 크나큰 축복의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아! 세상은 이렇게 해서 보다 더 나은 곳으로 변화한다. 그 일에 대해서도 그분과 함께 신께 깊이 감사드리자.
  • 국민보다 권력 눈치보는 정부… 교황님, 꾸짖어 주세요

    국민보다 권력 눈치보는 정부… 교황님, 꾸짖어 주세요

    “교황님은 평화와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리의 약자를 보살피신다고 들었습니다. 제발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고 김유민양 아버지 김영오씨가 담담한 목소리로 ‘교황님과 세계 시민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읽어 내려갔다. 이날로 31일째 단식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김씨는 “생명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탐욕적인 세상, 부패하고 무능하며 국민보다 권력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부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인류 보편의 문제”라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교황이 세월호 일을 잘 알고 있다고 들었지만 면담 과정에서 우리가 단식 농성을 하는 이유와 120일이 넘도록 대통령이 약속한 진상 규명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겠다”며 “세계인과 가톨릭 신자들이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관심과 성원을 보내 주길 부탁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가 눈물 흘리는 사람을 내쫓고 미사를 거행할 수 없다고 말씀해 줘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14일 가족 4명이 서울공항에서 교황을 직접 맞이하고,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미사 직후 가족 10명이 교황과 비공개 면담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전 미사에서는 전국을 도보순례 중인 세월호 희생자 가족 3명이 지고 다니는 십자가를 교황이 직접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광화문 시복 미사가 열리는 16일에도 일부 가족들이 교황을 만나고, 17일 폐막 미사에는 생존 학생과 부모들이 참석할 계획이다.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고 박성호군의 누나인 박보나씨는 ‘교황님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고통의 시간을 겪는 건 저희만으로도 충분하다”면서 “다시는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소중한 생명들이 탐욕의 제물이 돼 죽어 가지 말아야겠기에, 우리나라를 안전한 나라로 만들고 싶기에, 슬픔을 딛고 눈물을 참으며 단식과 노숙을 하고 생명 문화를 수호하는 외침을 계속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이날 낮 12시 50분쯤 청와대 앞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나아가던 세월호 유가족과 ‘416 농성단’이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이 강제해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고 박예지양의 어머니 엄지영씨와 고 최성호군의 아버지 최경덕씨 등이 실신하면서 119구급대에 실려 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기고] 국가 개조의 세 가지 방법/장철균 서희외교포럼대표

    [기고] 국가 개조의 세 가지 방법/장철균 서희외교포럼대표

    세월호의 침몰, 유병언씨의 죽음과 검·경의 엇박자 수사, 그리고 특별법 채택을 둘러싼 여야 공방의 난맥상을 국민 모두가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세월호 사고는 권력과 이권이 밀착된 구조적 비리가 그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이번 기회에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한 국가 개조를 선언했고 국무총리 산하에 국가혁신위원회를 뒀다. 하지만 소통 부족 등으로 오히려 청와대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국회도, 정치권도, 관료도, 언론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즈음에서 우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한국은 상반된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최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한 모범적인 국가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에서 부패지수가 매우 높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 압축 성장은 압축 갈등을 동반했으나 갈등해결 능력은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민주화로 여야 정권교체는 이뤘지만 대권정치의 이전투구로 인해 오히려 사회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물질적으로 풍요한 사회, 정신적으로 가난한 사회’가 된 것이다.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처방전은 국가를 개조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개조의 거대담론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제2의 도약을 통해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이 최종 목표임을 유념해야 한다. 공직자의 의식과 기존의 관행이 과거와 결별하지 못하면 국가개조는 정치적 구호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제도는 단번에 개조할 수 있어도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권력과 이권이 밀착하는 조직적 부패의 고리를 단절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김영란법’과 같은 공직자윤리법을 채택해야 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부패를 근절하는 데 있어 강력한 징벌적 규범만 한 것이 없다. 그리고 이 규범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모든 기관의 공인에게 적용해야 한다. 국회의원도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 그래야 권력의 사유화를 예방할 수 있고 부패의 연결고리도 차단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음으로 권력의 무게 중심이 위에 집중돼 있는 전근대적 권력구조를 개조해야 한다. 권력의 집중은 부패의 원인을 제공하므로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권력을 아래로 분산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과 ‘군림하는 국회의원’의 과도한 권한을 재편성하고, 지방의 권한을 강화하되 그에 따른 책임도 공유하는 민주적 지방자치제도를 구현해야한다. 이 문제는 앞으로 예상되는 개헌 과정에서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진학이 목적이 되어 버린 비정상적인 교육제도를 개조해야 한다. 9년제 의무교육을 제도화하고 인성교육을 함양해 일그러진 자화상을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선진화를 이루어 명실공히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다. 국민의식의 개혁도 필요하지만 먼저 사회지도층이 법을 지키고 비리를 멀리해 부패의 고리를 차단하는 것이 국가개조의 순서라고 생각한다.
  • 경북도 공직 부패와의 전쟁

    경북도가 공직 부패와의 전쟁에 나섰다. 도는 암행감찰단 상시 운영과 산하 출자·출연기관 공무원 가족 채용 제한 등 공직사회 부패 척결을 위한 대책을 마련,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우선 명절이나 연말연시 등에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공직감찰(출자·출연기관 포함)을 연중 실시한다. 이를 위해 6명으로 암행감찰단을 구성했다. 출자·출연기관 등에는 공무원 가족채용을 제한한다. 도 소속기관 및 출자·출연 기관·단체를 지도, 감독, 규제,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가족이 해당 기관이나 단체에 채용되는 것을 금지한다. 물론 공개경쟁시험을 통한 채용은 제외된다. 개방형 별정직 또는 임기제 공무원이 직전에 몸담았던 기관이나 단체에 특혜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지속 관리한다. 특히 안전사고 관련자는 어떠한 공적이 있더라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중 문책한다. 비위공무원에 대한 징계 기준도 강화했다. 100만원 이상 공금을 횡령·유용하거나 직무 관련 금품·향응을 수수하고 위법·부당한 처분을 한 경우의 징계를 정직 이상에서 해임 이상으로 규정했다. 사법기관 고발 기준도 200만원 이상에서 누계 금액 100만원 이상으로 강화했다. 김종환 도 감사관은 “감사관실에는 부정청탁 및 공익신고센터를 설치하고 감사관 직통 핫라인(053-950-3434)도 운영한다”면서 “정부의 강력한 부정부패 척결 의지에 발맞춰 청렴 사회 구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일… 일… 일… 정홍원 총리 ‘유별난 휴가’

    ‘국무회의 주재하고, 재난상황실를 점검하고, 교황 방문 예정지 찾고….’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주에 유별난 여름휴가 일정을 소화했다. 한마디로 ‘휴가 실종’이다. 목요일인 지난 7일 “나흘 동안 휴가를 보내겠다”며 정부청사를 나섰던 정 총리는 결국 일요일인 10일 하루만 교회에 다녀온 뒤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개인 일정을 보냈을 뿐이다. 그것도 오후 늦게는 다음날 일정의 소화를 위해 KTX 편으로 서울로 왔다. 앞서 토요일이던 9일엔 총리실 직원들과 세종시에서 1시간쯤 떨어진 거리의 대전 대덕구 계족산을 3시간가량 올랐다. 여기에는 홍윤식 국무1차장 등, 간부들과 직원 30여명이 함께했다. “간부들이 평소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을 자랑하는 정 총리의 발걸음을 쫓느라 힘겨워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물론 이날 등산은 그냥 즐기는 자리가 아니었다. 정 총리는 공직사회 부패척결에 대해 다시 언급하면서 여러 세부적인 지시를 했다고 한다. 전날인 8일 휴가 중에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 “부패척결에 모든 의지를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권이 바뀌면 의례적으로 강조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이번에는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휴가 첫날인 7일 충남도청 종합상황실을 찾아 재난대응 업무를 점검한 뒤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났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 예정지인 해미읍성에 가서 교황의 동선, 경호 문제 등을 일일이 확인하며 준비상황을 챙겼다. 또 부근의 대천해수욕장에 가서는 해양경찰의 수난구조 시연을 지켜본 뒤 전북도청으로 이동해 송하진 전북지사 등과 전주혁신도시로 옮겨온 공공기관장들을 만나 이전 등에 따른 상황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휴가 기간에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최연혁 저)’등 두 권의 책을 독파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바쁜 일정 탓에 완독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부정부패·망언도 못 막은 ‘터키 푸틴’ 집권연장의 꿈

    부정부패·망언도 못 막은 ‘터키 푸틴’ 집권연장의 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첫 직선 대통령 선거에서 손쉽게 승리했다. 독재와 도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가 ‘터키의 푸틴’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유다. 11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터키 대선의 개표가 거의 끝난 가운데 에르도안 총리가 52%의 표를 얻어 2차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 지었다. 야당인 공화인민당과 민족주의행동당의 단일후보 에크멜레딘 이흐산오울루 후보는 38.3%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에르도안이 장기집권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슬람주의 강화’와 ‘경제 성장’이다. 그는 2003년 이슬람주의를 강조하며 세속주의자와 군부 엘리트들로부터 권력을 빼앗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며 처음 총리가 됐다. 터키 국민의 90%가 무슬림이다. 이 때문에 기독교인과 서방 국가는 에르도안에게 ‘현대판 술탄’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터키가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유도 이슬람주의 강화와 무관하지 않다. 에르도안은 지난 3월 거액의 현금을 숨길 것을 아들에게 지시하는 통화 내용이 공개되며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 지난 5월엔 301명이 숨진 소마 탄광 사고에 대해 “사고는 어디서든 일어나곤 하는 것”이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지난 3월 도청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수백명을 잡아들이는 등 권위주의적인 통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그는 2002년 정의개발당을 창당한 이후 선거에서 한번도 진 적이 없다. 그가 확신하는 대로 다음 대선에서도 승리하게 되면 그의 집권 기간은 총 21년이 된다. 내친김에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중심제로 바꾸기 위해 조기 총선을 계획하고 있다. 그가 닮아가고 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3연임이 불가능해지자 2번의 임기를 마친 뒤 4년 동안 총리직에 있다가 2012년 3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그도 다음 대선에서 연임에 성공하면 대통령직만 20년을 유지하게 된다. 에르도안이 푸틴에 필적하는 이유는 또 있다. 터키 국민은 에르도안이 터키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유럽 국가처럼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이 푸틴을 선택한 이유와 같다.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구제금융을 19차례나 지원받았던 터키는 그의 집권 기간 동안 세계 17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에르도안은 1994~1998년 이스탄불 시장으로 재직할 때도 물부족, 교통대란, 대기오염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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