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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들이 본 김영란법… “당연”과 “당황” 사이

    지난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 이들의 반응은 식사 비용까지 관여하는 법 정서가 ‘지나치다’는 쪽과 부패 관행에 젖어 있는 한국 사회를 바꿀 획기적인 법이라는 편으로 갈렸다. 또 외국인을 위한 법 안내서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7년째 한국 특파원으로 활동하는 스페인 언론사 EFE 스페니시 뉴스 에이전시 소속 저널리스트 아타우알파 아메리즈(35)는 “혈연·지연으로 얽힌 한국의 연고주의 문화, 관행화된 청탁문화 등이 비윤리적으로 비칠 수 있지만 김영란법은 너무 과한 규제”라며 “스페인에도 비슷한 법이 있지만 정치인에게만 적용되고, 선물 비용 등 규제 상한선도 한국보다 높다”고 4일 밝혔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공증 번역가 요코와(27·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교사와 식사를 하는 것은 뇌물이 아니라 보은”이라며 “너무 비싸지 않다면 순수한 마음에 대해 저의를 의심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반면 15년째 한국에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프랭크 스미스(51·캐나다)는 “한국 사회에는 매 순간 수많은 잘못된 관행이 뿌리 박혀 있는 것 같다. 김영란법은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이런 관행을 바꿀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이자 계기”라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에서는 보통 이해관계자들끼리 식사나 운동을 하는 대신 회사 사무실 등 공개된 장소에서 미팅을 한다”며 “기자도 취재 대상에게서 선물, 식사, 무료 티켓 등을 제공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원어민 교사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E(42·여)씨는 “이렇게 구체적인 법이 나온 것을 보면 한국의 부패지수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라며 “취지는 좋지만 앞으로 청탁이나 금품 수수가 더 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신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것을 모르는 외국인도 많았다. 서울의 한 사립대 조교수 F(33·영국)씨는 “들어본 적은 있는데 법의 이름이나 내용까지 정확하게 몰랐고 내가 대상일 거라고 아예 생각도 못했다. 평소 학생들이 초콜릿이나 음료수 같은 간식을 주는데 이런 것까지 다른 목적이 있는 뇌물이라고 생각하는 정서가 낯설다”고 말했다. 올 7월 현재 학업이나 사업 등의 이유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203만 4878명에 이른다.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이들도 김영란법이 정한 적용 대상에 해당되면 법을 준수해야 한다. 국내 대학의 외국인 전임교원, 초·중·고교의 외국인 기간제 교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김영란법 대상인 내국인 공무원·교사·언론인에게 청탁을 하거나 1인당 3만원 초과 식사, 5만원 초과 선물, 10만원 초과 축의금 등을 제공해도 처벌을 받게 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외국인을 위한 김영란법 안내는 전무한 상황이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을 설명한 리플릿을 영문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해설서는 양이 많아 외부 업체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법제처에서도 청탁금지법 관련 영문 법령을 준비하고 있고 11월 중순쯤 배포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사설] 체육회 이끌 수장, 깨끗하고 개혁적인 인물이어야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내일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그동안 엘리트 체육을 관장해 온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담당한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한 이후 첫 수장을 뽑는 선거여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체육 대통령’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낸 후보자는 장정수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 장호성 단국대 총장, 전병관 경희대 교수,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회장,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 등 모두 5명이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절대 강자가 없다 보니 선거 결과 예측이 어렵다고 한다. 기존에는 50여명의 대의원 투표로 회장을 선출하던 단출한 선거 방식에서 올해는 체육단체 임원과 선수, 지도자, 동호인 등 1400여명으로 대폭 늘어난 선거인단제도로 바뀐 것도 안갯속 선거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선거 결과를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체육계에서는 장 총장과 이 전 의원의 양강 구도 속에 이 전 회장과 전 교수의 추격 양상으로 전망한다. 이번 회장 선거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통합 과정에서 쌓인 단체 간의 불신과 반목 해소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등의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화합의 리더십과 체육 행정에 능한 적임자를 뽑아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부 후보자들이 정치권에 줄을 대는 구태를 보이면서 선거가 자칫 정치판 선거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런 면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번 선거 관리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맡겨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가 되도록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체육계는 잊을 만하면 비리가 터지는 바람에 비리 복마전으로 불린다. 대표선수 부정 선발, 심판의 편파 판정, 입시 비리 등 온갖 부정과 비리가 판쳤다.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세계에서 언제부터인지 돈이나 권력에 좌지우지되면서 망가졌다. 오죽하면 정부가 스포츠계의 4대 악을 뿌리 뽑겠다며 나서야 했겠는가. 체육계의 비리가 고질적인 병폐가 된 것은 스포츠 정신을 망각한 몇몇 체육협회의 임원진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이들은 단체에 오랫동안 몸담으면서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고 조직을 사유화하며 부패를 키웠다. 그렇기에 신임 회장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는 체육계의 비리 척결과 쇄신이다. 이를 위해 신임 회장 스스로 깨끗하고 개혁적인 인물이어야 한다. 체육단체를 비리로 얼룩지게 해 구렁텅이에 빠지게 한 비리 전력자가 연간 4000억원의 예산과 600만명의 거대 조직을 주무르게 할 수는 없다.
  • 北 “박 대통령, 탈북 선동 미친 나발질”

    주민 동요 막고 비난 화살 돌리기 북한이 주민들을 향한 ‘탈북 권유’를 담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를 욕설과 막말을 동원해 거칠게 비난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3일 정세논설에서 “지난 1일 그 무슨 ‘국군의 날 기념식’이라는데 우거지상을 하고 나타나 골수에 꽉 들어찬 동족 대결과 적대의 독기를 그대로 쏟아 냈다”며 “‘탈북’을 선동하는 미친 나발질(헛소리)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반공을 국시로 했다”면서 “그 딸은 한 수 더 떠서 우리의 사상과 제도, 정권을 미친듯이 헐뜯고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이 지금 그 어디에 헛눈을 팔 처지가 못 된다”며 “정윤회 사건, 성완종 사건 등 추문이 아직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우병우 사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사건 등 특대형 부정부패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와 세상을 들었다 놓고 있다”고 힐난했다. 북한의 이 같은 과격 반응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폄하함으로써 주민들의 동요를 막고 비난의 화살을 우리 내부의 문제로 돌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제68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을 향해 자유의 터전인 한국으로 오라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밝혔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직장인 57%, 김영란법 긍정평가

    직장인 57%, 김영란법 긍정평가

    직장인 절반 이상이 이른바 김영란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3일 밝힌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김영란법 시행에 대한 이메일 설문조사 결과다. 조사는 인크루트 회원 1105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7일까지 실시했다. 먼저 직장인들에게 김영란법을 아는지 물어본 결과, 응답자 8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김영란법은 시행 전부터 사회 전반에 걸쳐 화제였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접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당연한 일이며, 공직사회에서의 변화가 기대된다는 등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응답자가 57%에 달했다. 현 시점에서 많은 이야기가 대두되고 있는 권리 침해와 영업성과 저해가 우려된다는 의견은 각각 5%에 그쳤다. 김영란법이 자신의 직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응답자 45%가 그렇다고 응답하는 등 직장인들은 김영란법을 의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김영란법이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하는 분야는 어떤 분야일까? ‘건설/건축/토목/환경’이 73% 응답률을 기록하여 1위에 올랐다. ‘교육/교사/강사/교직원’과 ‘마케팅/광고/홍보/조사’, ‘의료/간호/보건/복지’ 가 각각 57%를 차지하는 등 김영란법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란법에서는 접대 비용을 식사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정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얼마 정도가 적당한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직장인을 대상으로 1회 접대비, 식사비, 선물비 한도를 물은 결과, 직장인 대부분은 접대비는 16만원, 식사비는 10만원, 선물은 14만원이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조사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김영란법과 직장인 사이에는 인식의 차이가 있어 앞으로 김영란법이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北, 벌써 대선 개입 노골화

     북한이 ‘보수 재집권’은 파렴치한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여야 대권 잠룡들이 최근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며 대선 분위기에 시동을 걸자 북한 매체들도 대선 개입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9일 ‘더 큰 재난을 몰아오는 보수패당의 재집권소동’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박근혜역도가 보수세력의 재집권을 꿈꾸고 있는 것이야말로 인민들을 우롱모독하는 파렴치한 망동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집권 후 사대매국정치와 파쇼독재통치, 반인민적 악정과 부패무능으로 남조선의 모든 것을 망쳐놓고 사상 유례없는 동족대결정책으로 북남관계까지 최악의 파국상태에 빠뜨린 괴뢰보수패당은 재집권이 아니라 인민들의 한결같은 요구대로 정치무대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마땅하다”며 억지 주장까지 슴지 않았다.  신문은 지난달 30일에도 “남조선 인민들은 청와대악녀와 그 패당에게서 기대할 것이란 아무것도 없으며 이자들이 다음기(차기) 대통령 선거를 통해 권력의 자리를 또다시 차지한다면 그보다 더 큰 불행과 재난은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며 우리 대선에 대해 언급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도 지난달 27일 “벌써부터 새누리당 내 친박근혜파들은 박근혜를 다음기 총리나 당대표로 내세우기 위한 쑥덕공론을 벌리고 있다고 한다”며 “박근혜의 장기집권이야말로 악몽 중의 악몽, 전대미문의 민족적 대재앙으로 될 것”이라며 막말을 퍼부었다.  북한은 과거부터 이처럼 우리나라의 대선과 총선 등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대남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왔다. 하지만 북한의 시도는 별다른 성과를 끌어내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필리핀의 빈곤, 토지개혁 실패가 부른 부패… 한국도 위험하다

    필리핀의 빈곤, 토지개혁 실패가 부른 부패… 한국도 위험하다

    동아시아 부패의 기원/유종성 지음/김재중 옮김/동아시아/568쪽/2만 2000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지만 국민의 대다수는 이 법이 권력 엘리트 집단의 구조화된 부패를 해소하고 불평등을 완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면 부패가 먼저일까, 불평등이 먼저일까. ‘동아시아 부패의 기원’을 쓴 유종성 호주국립대 정치 및 사회변동학과 교수는 경제적 불평등이 각종 부패를 야기한다고 확신한다. 경제적 불평등은 이념과 정책이 아닌 개별적인 특수 혜택을 제공하면서 표를 얻는 후견주의적 선거, 능력이 아니라 연고와 정치적 영향에 따라 임용되는 엽관주의 관료제, 국가의 정책이 엘리트 등 특수층의 이익으로 독점되는 국가포획의 위험성을 증가시켜 정치부패, 관료부패, 기업부패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과 대만, 필리핀의 부패 역사를 통시적으로 비교함으로써 불평등이 부패에 인과적 영향을 끼친다는 경험적 증거를 제시한다. 동아시아의 세 나라는 모두 1945년 식민지 지배에서 해방되어 독립을 맞이했고 당시 비슷한 사회·경제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으며 친미 성향을 지닌 채 50년대 이후 발전국가로 발돋움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러나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2011년 기준 필리핀 2.6, 한국 5.4, 대만 6.1로 차이를 보인다. 저자는 부패 수준의 차이를 토지개혁의 성패에서 찾았다. 저자는 “토지개혁에 실패한 필리핀과 토지개혁에 성공한 한국과 대만 사이에는 경제적 불평등 수준의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차이는 부패 수준의 차이로 이어졌고, 나아가 경제성장에도 차이를 가져왔다”고 강조한다. 한국과 대만은 성공적인 토지개혁을 통해 지주계급을 해체했다. 이로 인해 소득과 부의 분배가 이뤄짐으로써 비교적 평등한 사회가 됐다. 반면 토지개혁에 실패한 필리핀은 소수의 지주가문이 산업·금융 자본을 소유하고 정치·경제정책까지 포섭해 저성장과 빈곤의 늪에 빠졌다. 저자의 논리에 따르면 토지개혁의 분배 효과가 사라지고 경제양극화가 극심해지는 오늘날 한국사회는 그만큼 부패에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이어진 재벌집중산업화로 경제집중도가 높아지고 강력한 기업이익집단에 의해 정책이 포획된 것이 그 증거다. 저자는 “성공적인 반부패 개혁을 위해서는 부패 자체에 대한 공격뿐 아니라 경제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불평등과 빈곤이 적절하게 해결되지 않고 후견주의, 엽관주의, 국가포획을 겨냥한 효과적인 조치들이 없다면 반부패 개혁에 대한 협소한 접근은 쓸모없다”고 단언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정시 퇴근족 늘었지만 3만원 초과분 현금결제 ‘꼼수’

    ‘정시 퇴근형, 편법 결제형, 몰래 접대형, 막가파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사흘째에 접어들면서 세간에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대응 방식이다. 식당 계산대에선 더치페이를 하자는 편과 1인당 3만원이 안 되는데 혼자 부담하겠다는 사람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1인당 3만원이 넘는 돈만 현금으로 낸 뒤 영수증을 찢어 버리는 편법도 동원되고 있다. 누가 신고를 하겠느냐며 예전의 행태를 그대로 이어 가는 사람도 있고, “이때만 기다렸다”며 정시에 퇴근해 어학원·헬스장을 찾거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김영란법이 바꿔 놓은 일상의 모습을 찾아봤다. 지난 29일 대기업 대관 업무를 담당했던 A(45)씨는 오랫동안 친분을 쌓았던 공무원과 저녁을 함께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됐으니 간단한 술자리를 갖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닭갈비, 순댓국, 술을 먹은 뒤 계산하니 모두 8만 4000원이 나왔다. 식대가 6만원을 넘자 그는 6만원은 법인카드로 나머지 2만 4000원은 현금으로 계산했다. 영수증은 그 자리에서 찢었다. “지금은 개인적 친분으로 만나는 사이인데, 동생에게 나머지 금액을 각각 내자고 하는 건 정서상 맞지 않아서요. 6만원에 맞춰서 먹는 게 쉬울 줄 알았는데 술을 한잔씩 마시다 보니 멈추는 게 쉽지 않네요.” 첫 케이스에 걸리면 안 된다는 조직의 압력을 받고 있는 공무원들은 1인당 3만원 미만의 식사도 더치페이를 하려고 하지만 상대의 강한 제지에 포기하기도 한다. 더치페이보다는 선후배 문화, 온정주의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아서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B(35·여)씨는 지난 28일 지인(41)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두 사람이 먹은 식사비는 합쳐서 2만 6000원이었고 B씨는 찜찜한 느낌에 더치페이를 제안했지만 “낯설고 마음이 불편하다. 직무 관련성이 없는데 왜 그러느냐”고 거절당했다. B씨는 “우리가 그 정도 사이밖에 되지 않느냐며 서운해하는데 나만 깐깐하고 유난스럽게 구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더이상 고집을 부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 감사담당관실은 최근 “특수대학원에 재학 중인 공무원도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는 만큼 자퇴도 고려해보라”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전 직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혼란을 겪는 공직사회와 달리 ‘와리(더치페이를 의미하는 군대 속어) 문화’에 익숙한 군인들은 더치페이 문화가 정착되면 그만큼 편한 게 없다고 평가했다. 부사관 C(38)씨는 “회식을 하고 한 사람이 계산한 뒤 나중에 정산하는데, 계급이 올라갈수록 오히려 부담이 적어져서 좋다”며 “상명하복 문화가 가장 강한 군대지만 회식을 시켜 주면서 부정한 업무를 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둘을 분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도 “법인카드와 현금으로 나눠 결제하거나 여러 개의 카드로 결제해도 당연히 법 위반”이라며 “당장 익숙하지 않겠지만 더치페이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당부했다. 반면 김영란법 시행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려는 직장인도 늘고 있다. 정보기술(IT)기업 홍보팀에 근무하는 김모(30)씨는 9월 초부터 수영장과 헬스장에 등록했다 “우선 9월과 10월달 약속은 대부분 취소됐거든요. 일 핑계로 아이들과 제대로 놀아 주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도 늘리려고요.”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정부패로 이어질 수 있는 접대 자리에 반강제적으로 동원되던 사람들이 그 시간을 자기 계발이나 가족을 위해 쓸 수 있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이나 가족을 위한 소비도 이뤄지는 등 사회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이명박 전 대통령 “김영란 권익위원장 내가 임명”

    이명박 전 대통령 “김영란 권익위원장 내가 임명”

    이명박 전 대통령이 30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입법의 주역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자신이 임명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임명 배경과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 기념재단’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김 전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당시 임명된 대한민국 1호 여성 대법관”이라고 소개한 뒤 “2010년 9월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그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수여하며 퇴임 후 계획에 대해 물었더니 변호사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만 해도 대법관을 그만두면 대형 로펌에 가거나 변호사 사무실을 내는 것이 관행이었고 그로 인한 전관예우 문제도 있었는데, 이를 마다한 김 전 위원장의 생각이 우리 정부의 공정사회 철학과 일치한다고 느꼈고, 권익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 역시 해외에서 공부하려던 계획을 접고 권익위원장으로서 부패 척결의 책임을 기꺼이 맡아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김영란법 시행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김영란법은) 반부패·청렴의식의 확산을 통해 우리 사회 전반의 신뢰를 구축하자는 취지로 발의됐다”면서 “각계 각층의 활발한 토론을 거쳐 어렵사리 열매를 맺었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에는 고통이 따른다. 오랜 시간 관례화된 가치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해석과 세부 적용 사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예기치 못했던 문제 또한 발생할 것”이라면서 “이 역시 우리 사회가 성숙해 가는 과정으로 겪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은 “초기에는 이해와 공감대가 부족해 과잉반응이 나올 수 있으나 안정되면 합리적인 일처리가 가능해지고 그간 느껴왔던 부담도 크게 줄 것”이라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감한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실행해야 한다. 당장의 현실을 부정적으로 탄식하기보다 건전한 소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찾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 새로운 방식의 수요가 창출되리라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소·돼지 사체 13t 한강에 무단투기한 종교인... “천지신명께 드린 것”

    소·돼지 사체 13t 한강에 무단투기한 종교인... “천지신명께 드린 것”

    소, 돼지 등 동물 사체 13t톤을 한강 식수원에 버린 전직 종교인이 구속됐다. 이모(51)씨는 하늘에 제물을 바친다는 명목으로 사체를 한강에 던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최기식 부장)는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씨를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16차례 절단된 동물 사체 98구, 13t을 한강에 몰래 버렸다. 돼지 78마리, 소 20두 등 총 98마리로 사들인 가격만 약 2억원에 달했다. 한 종교의 성직자였던 이씨는 교단을 떠난 뒤 ‘요가원’을 운영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 중 몇몇을 모아 기도를 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이씨는 과거 조상들이 ‘천지신명’께 제를 올리며 동물을 잡아 바쳤다는 점을 알게 돼 직접 실행에 옮겼다. 도축된 동물을 사들인 이씨는 주로 인적이 뜸한 심야를 틈타 경기도 하남시 미사대교 부근에 돼지는 4등분, 소는 6등분해 내다 버렸다. 미사대교 인근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점으로, 좋은 기운이 흐른다고 여겨 투기 장소로 선택했다. 1년 가까이 이어진 이씨의 범행은 지난달 한강에 동물 사체가 떠다닌다는 신고가 이어지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이 지난달 17일 이씨를 붙잡았다. 사건은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이달 초 송치됐으나 검찰은 이씨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버려진 사체의 3분의 1 정도만 수거됐는데, 부패한 모습을 보면 끔찍할 정도”라면서 “수도권 시민의 상수원 보호와 환경보전을 위해선 지속해서 많은 양의 동물 사체를 버리는 행위의 재발 방지 등 여러 측면에서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낙동강서 발견된 어린이, 실종된 류정민군으로 판명

    지난 28일 낙동강에서 수습한 시신이 유전자(DNA) 분석 결과 ‘대구 일가족 변사 사건’의 실종자 류정민(11)군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류군의 아버지 유전자 시료와 대조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30일 밝혔다.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29일 사인을 알 수 없고 외력에 의한 외상은 없으며, 부패 등으로 강물이 몸 안에 들어간 상태여서 부검만으로는 익사 소견을 내기 어렵다고 1차 소견을 제시했다. 경찰은 “정밀 검사가 끝나고 류군 최종 사인이 나오기까지는 한 달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류군이 어떻게 강에 빠진 것인지 규명하려고 숨진 어머니 조모(52)씨와 마지막으로 행적이 드러난 대구 팔달교 주변 CCTV 분석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집 주변 주민, 류군 학교 관계자 등을 추가로 탐문해 이들의 사망과 관련한 배경이 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류군은 지난 15일 오후 어머니 조씨와 함께 수성구 범물동 집을 나선 뒤 13일만에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낙동강 사문진교 하류 2㎞ 지점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류군 어머니는 지난 20일 이곳에서 상류로 10㎞ 떨어진 경북 고령군 성산면 고령대교 부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1일에는 류군 집 베란다 붙박이장에서 누나(26)가 이불과 비닐에 싸인 백골 시신으로 나오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시 폐지 합헌 “로스쿨, 약자 배려 有”…네티즌 “흙수저 희망 앗아갔다”

    사시 폐지 합헌 “로스쿨, 약자 배려 有”…네티즌 “흙수저 희망 앗아갔다”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는 29일 사시를 폐지하는 변호사시험법 부칙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재판관 5(합헌)대 4(위헌)의 의견으로 사시 수험생들이 낸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1963년부터 실시된 사시는 사시 존치 입법이 없다면 내년 2차 시험이 마지막 시험이 된다. 박한철 소장 등의 다수의견은 “로스쿨에도 약자 배려 장치가 있다. 지금은 새 제도가 도입 취지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때”라고 의견을 냈다. 헌재는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에 5회까지로 제한하는 변호사시험법에 대한 일부 로스쿨 졸업생들의 헌법소원에 대해서 합헌 취지로 각하했다.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사법시험 존치를 희망하는 댓글이 많은 공감을 받았다. 약자 배려장치....약자가 장애인이냐?(jazz****), 가난한 집안은 로스쿨 꿈도 못 꿉니다.자식들의 꿈도 앗아가는 한국( kyng****), 국회에서 사법시험 존치 시켜주세요 저희 고시생한테는 국회입법만이 마지막 희망입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발 사법시험 존치 시켜주세(zzoa****) 어디에 약자배려가있냐? 부정이판치는데. 일본도 로스쿨 폐지하려는마당에. 취지는 기회제공이였는데 그렇게 부정부패로 운영되는꼴보고도 이런판결을 내다니. 법관들도 참.극단으로가면 항상 망하는꼴이 생긴다.( zepp****) 헌법이 존중되야 하지만 이것이 누구를 위한 헌법인지 모르겠다.(kowa****), 빽없고 돈없는 한길만 가는 청춘들의 등용문을 없애서는 안된다고 봄.(duat****), 없는자들..흑수저들의 희망을 앗아가니.. 개천에서 용나는 일 마저 앗아가니..(igue****)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소비 위축에 벌써 보완 논의 나오는 ‘김영란법’

    내수 위축 조짐, 성장률 하락 우려 사회 혼란 커지면 개정 서둘러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불과 하루 이틀 만에 사회 풍속도가 확 바뀌고 있다. 고급 식당은 손님이 없어 썰렁하다. 식사값 상한선인 3만원 이하의 밥을 먹으면서도 불필요한 의혹을 살까 각자 부담하는 이들도 많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관행과 거품이 일시에 제거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법의 애매모호한 규정으로 인한 혼란도 많다. 자칫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내수가 위축되지나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벌써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하는 조짐을 보인다. 고급 음식점은 하루 매출이 30% 이상 하락했고, 선물용 난도 주문량이 80%나 뚝 떨어졌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이례적으로 “내수 진작을 위한 국내 골프에 장관들이 나서 달라”고 요청한 것도 그만큼 김영란법으로 인한 소비 위축에 대한 고심이 깊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아니겠는가. 문제는 이 법으로 인한 경제적 파장이 어느 정도가 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내년과 후년 경제 전망치를 추정해 발표해야 하는 한국은행마저도 시뮬레이션을 하고도 정확성을 자신하지 못해 고민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사실 농·수·축산업계와 요식업계 등의 매출 감소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문화행사의 큰손이던 기업들이 후원을 줄이면서 문화예술계 등 예상치 못한 곳곳에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업의 각 재단에서 운영하던 해외연수·저술지원 등도 중단 상태다. 기업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하던 지원마저 ‘금품제공’으로 매도될 줄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우리 사회가 ‘동토(凍土)의 왕국’이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하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김영란법은 부패의 먹이사슬 선상에 있는 공직사회와 기업뿐 아니라 전 국민이 사실상 법 적용에 포함되다 보니 모든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위축이 불가피하다. 지갑을 열지 않으니 ‘소비절벽’이 나타나고, 경제 활력이 떨어져 성장률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JP모건 등이 최근 보고서에서 김영란법 등의 영향으로 한국 경제성장률이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1%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을 내놓은 것도 그래서다. 청렴한 사회를 만들자는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회적·경제적 손실 등 부작용을 외면할 수 없다. 각종 투서·고발·고소 사건으로 인한 행정력의 낭비와 불신사회 조장도 걱정이다. 더구나 법은 사회적 룰을 정해 사회의 혼란을 없애는 것인데 지금 김영란법은 법원의 판결이 없으면 위법 여부를 몰라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하면서 사회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대법원의 지적처럼 직무 관련성의 범위를 너무 넓게 잡고 모호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국회는 법안을 손질·보완하자는 개정안을 6건이나 발의했다. 사회를 과도한 혼란에 빠뜨리는 법이라면 개정을 서두르는 게 마땅하다.
  • 권익위에 상담 쇄도… 1위 “선생님 간식 정말 안 되나요?”

    경미한 신고도 전원위 상정 결론 김영란법 시행 이틀째인 29일 어린이집, 초등학교 등 교사와 학부모에게서 상담전화가 쇄도했다고 국민권익위원회는 밝혔다. 권익위 서울사무소 부패방지신고센터는 “지난 28일부터 들어온 상담 내용을 통계화하진 않았지만 상담사 대부분이 어린이집,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부모들로부터 간식 또는 선물 등을 받아도 되는지 묻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후원하는 기부금품을 받는 사회복지단체의 상담 요청도 이어졌다. 권익위는 이와 관련, “다른 법률에서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는 경우 김영란법에서도 예외로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회복지단체가 기업으로부터 받는 기부금품은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전날 권익위에 접수된 상담 내용을 살펴보면 승진을 한 직원에게 축하의 의미로 얼마짜리 선물이 적합한지, 상급자의 지시에 따른 행위라도 김영란법 저촉 시 제재를 받는지 등이 있었다. 행정자치부, 여성가족부 등 부처별 청탁방지담당관실에는 아직까지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 보상금을 노린 이른바 ‘란파라치’가 법 시행 첫날부터 성행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다른 분위기다. 국가보조금 횡령 등 부패 관련 신고를 하는 경우 상한액이 30억원인 보상금이 상당한 유인책으로 작용하지만, 김영란법은 법률 자체가 부정청탁 방지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에 보상금 지급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보상금은 위반 신고를 통해 해당 기관의 금전적 손실이 회복될 때 지급된다. 권익위는 위반 신고에 대해 형식적 요건을 갖췄다면 내용이 경미하더라도 권익위 전원위원회에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기본적인 조사 및 위원회 상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청탁금지제도과다. 총 16명이 이 과에 근무하고 있다. 매달 2회씩 열리는 전원위원회에서 상정된 안건을 어디로 이첩할지 결정한다. 감사원, 소속기관, 소속기관의 감독기관 3곳 중 한 곳으로 이첩되면 해당 기관에서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사안에 따라 법원에 과태료 처분을 위한 재판을 청구하거나 수사기관에 넘긴다. 단, 권익위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건은 곧바로 수사기관으로 넘긴다. 김유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원 재판에서는 법률만을 가지고 해석하기 때문에 권익위의 유권해석 자체가 뒤집힐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며 “사회상규에 해당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해도 실제 사회상규가 인정된 판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비자금 秘자도 못찾은 ‘먼지털기식 수사’

    비자금 秘자도 못찾은 ‘먼지털기식 수사’

    3개월 총력 수사 증거 확보 실패 法 “辛 회장 혐의 법리상 다툼 여지” 포스코 비리 수사 판박이 지적도 거액 탈세·황제 경영 포착은 성과 檢 “피의자 변명 기초 기각 유감” 동력 떨어져 영장 재청구 힘들 듯 롯데그룹 비리의 정점으로 지목된 신동빈(61) 회장의 구속영장이 29일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가 흐지부지 마무리될 전망이다. 8개월여 진행됐지만 정준양(68) 전 회장의 영장 청구조차 하지 못했던 지난해 포스코 비리 수사와 판박이라는 지적도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수사 초기만 해도 검찰은 “신격호(96)·신동빈 부자의 비자금이 타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 검찰은 비자금 관련 혐의를 신 회장 영장에 적시하지도 못할 만큼 관련 수사에 성과를 내지 못했고, 결국 영장마저 기각되는 수모를 겪게 됐다. 검찰은 롯데건설에서 300억원대 비자금 ‘저수지’를 찾아냈지만 총수 일가는 물론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와의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룹 2인자였던 이인원 정책본부장이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해 초까지 모든 결정을 내렸다. 롯데그룹의 비자금은 없다”고 한 유서 앞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검찰이 신 회장을 배후로 의심하는 롯데케미칼의 270억원대 소송 사기와 200억원대 통행세 비자금 의혹도 미완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홈쇼핑의 9억원대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 규명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홈쇼핑 수사는 지난 7월 강현구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이미 동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신 회장 영장 기각을 계기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 ‘먼지털기식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수남 검찰총장은 “부정부패 수사는 정성스럽게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일선에 주문했다. 물증을 토대로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도 강조햇다. 하지만 이번에도 검찰은 물증 대신 진술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신 회장 측과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여야 할 처지다. 신 회장 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사유를 밝혔다. 1750억원 배임·횡령 혐의를 밝혀내고도 사실상의 1심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불법 경영은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지시였다’는 롯데 측 논리를 넘어서지 못한 셈이다. 물론 1967년 창립 이래 다른 어느 기업보다 베일에 가려 있던 롯데의 오너 중심 전근대적 경영행태가 드러난 점은 검찰 수사에 따른 망외의 성과로 꼽힌다. 신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라 총수 일가가 6000억원대 탈세를 저지른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대기업 조세포탈 규모 중 가장 큰 것이다. 그러나 이것조차 롯데 측은 1000억원 정도만 인정하고 있어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수사를 통해 범죄사실이 충분히 입증되고 밝혀진 횡령·배임액이 1700억여원, 총수 일가가 가로챈 이익이 1280억여원에 달할 정도로 사안이 중대함에도 피의자의 변명에만 기초해 영장을 기각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드러난 신 회장의 소명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조만간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대구 실종 초등생 사망 원인 ‘미상’, 백골된 누나 사인도 몰라

    지난 28일 낙동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류정민(11·초등학교 4학년)군 시신 부검했으나 사인을 밝힐 수 없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대구과학수사연구소에 류군 시신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사인을 알 수 없고 외력에 의한 외상은 없는 것으로 1차 소견이 나왔다고 29일 밝혔다. 부검의는 1차 소견에서 부패 등으로 강물이 몸 안에 들어간 상태여서 부검만으로는 익사 소견을 내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신이 류군이 맞는지 유전자 검사도 의뢰했다. 지난 15일 오후 5시쯤 어머니 조모(52)씨와 함께 수성구 범물동 집을 나선 뒤 사라진 류군은 실종 13일 만인 28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낙동강 사문진교 하류 2㎞ 지점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 21일 류군 집 베란다 붙박이장에서 이불과 비닐에 싸인 백골 시신으로 발견된 누나(26)의 정확한 신원과 사인을 밝히기 위해 유전자 검사와 약독물 검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지난 20일 경북 고령군 성산면 고령대교 부근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류군 어머니는 별다른 외상이 없고 물에 빠져 숨진 점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엄마가 아들과 함께 강물에 뛰어 내렸을 가능성이 크지만, 류군 누나 사인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수원 원룸서 40대 탈북 여성 숨진 채 발견, 용의자는 출국

    경기 수원의 한 원룸에서 40대 탈북여성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유력한 용의자는 전날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오전 10시쯤 경기 수원시 권선구 한 원룸 1층 A(51)씨 집 화장실에서 A씨의 지인 B(47·여)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B씨의 시신은 부패가 다소 진행돼 숨진 지 7일 이상 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A씨와 B씨는 수년 전 탈북해 국내에 정착하고서 서로 사귀어 온 사이로 전해졌다. B씨 지인은 B씨 거주지인 충북의 한 경찰서에 “B씨와 연락이 안된다”며 확인요청을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A씨 집을 방문했다가 숨져 있던 B씨를 발견했다. 집주인인 A씨는 전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인터폴과 공조해 A씨의 국내 송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사설] 김영란법 안착하려면 내부고발 보호해야

    오랜 산통을 거쳐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어제 시행됐다. 청탁과 연줄에 얽매인 우리 사회의 묵은 체질을 바꿔 줄 낯선 법에 국민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놓고 있다. 낯선 제도는 당장은 거치적거리고 불편하게 마련이다. 그래도 조금씩 익숙해지면 머지않아 대한민국 사회의 토양이 몰라보게 바뀔 것으로 많은 이들이 낙관하고 있다. 국가 청렴도가 높아져 대외적 신뢰도 또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김영란법은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우여곡절 끝에 시행됐지만 출발선에서 새로 받아 든 숙제는 여러 가지다. 부패 척결의 법 취지를 십분 살리기 위해 그중에서도 가장 절실히 돌아볼 과제는 내부고발자 보호 문제다. 내부 고발을 활성화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요란하게 변죽만 울린 법으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 최근 잇따라 사회적 충격을 던지고 있는 법조계의 스폰서 관행만 봐도 그렇다. 외부의 접근이 쉽지 않은 영역의 부정부패는 내부 고발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형체조차 더듬기 어렵다. 폐쇄적인 조직일수록 밀실 청탁의 유혹과 폐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김영란법에는 부정부패 신고자에게 보상금과 포상금을 지급하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김영란법 위반 사건에서 국고로 환수되는 돈이 있을 경우 신고자는 최대 20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포상금은 최대 2억원까지 지급된다. 이런 두둑한 보상금을 노린 이른바 ‘란파라치’ 육성 학원들까지 성업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활약에 부패척결의 기반이 다져질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정부기관과 기업 등의 고질 부패가 뿌리 뽑히지 않는 이유는 간명하다. 공익 내부고발자를 백안시하는 인식과 턱없이 미흡한 보호 대책 탓이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이 마련돼 있지만 실제로 내부고발자들이 보호받은 사례는 드물다. 보호는커녕 고발 이후 심각한 정신적 피해로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는 이가 많다. 내부 공익신고자의 60%가 직장에서 파면이나 해임을 당했다는 통계도 있다. 내부고발을 배신행위로 여기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주변 부조리를 눈감아 주는 것이 더이상 미덕일 수 없다는 인식을 함께 다져야 한다. 누구도 예외가 아닌 우리 모두의 몫이다. 아울러 실질적인 보호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기존의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신고자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돼 주지 못했다. 구석구석 되돌아보고 정부 차원에서 보완책을 강구할 일이다.
  • ‘비리 낙마’ 中 랴오닝성 당서기… 훙샹그룹과 은밀한 거래

    ‘비리 낙마’ 中 랴오닝성 당서기… 훙샹그룹과 은밀한 거래

    日언론 “단둥소재 10개 무역회사 中당국 불법 대북거래 혐의 조사” 지난해 비리 혐의로 낙마한 왕민(王珉) 전 랴오닝(遼寧) 당서기 사건이 북핵 개발에 연루된 마샤오훙(馬曉紅) 랴오닝훙샹그룹 총재(대표)와도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랴오닝성 관료 및 인민 대표들이 비리 혐의로 대거 적발된 사건과 훙샹그룹 사건이 얽혀 있다는 의미다. 28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왕민 전 랴오닝 당서기에 대해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는데, 이와 관련한 연루자 조사 대상 중에 마 총재도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왕민 전 서기는 지난달 공금 유용, 인사 관련 뇌물 수수 등으로 당적과 공직이 박탈당하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미국 정부는 마샤오훙 총재와 훙샹그룹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어기고 북한에 핵 무기 개발 관련 물자를 몰래 수출했다는 사실을 중국에 통보하면서 강력한 조치를 요구해 상황이 복잡해졌다. 실제로 최근 중국 동북3성의 중심인 랴오닝성 정가는 발칵 뒤집힌 상황이다. 2013년 실시된 인민대표 부정 선거가 폭로돼 처벌된 인사만 500여명에 달한다. 이 중에는 마 총재도 포함돼 있다. 대북 소식통은 “랴오닝성이 대규모 부패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마샤오훙과 훙샹그룹에 국한될 것”이라면서 “중국은 훙샹에 대한 독자적 제재를 통해 대북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은 마 총재가 중국 세관당국에 뇌물을 보내 북한의 핵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재료를 대부분 자유롭게 수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북·중 무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마 총재의 회사가 아니었다면 북한이 이렇게까지 (핵 개발에) 성공할 수 없었다”면서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군용 전자부품을 수출한 의혹도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중국 당국이 훙샹그룹과는 별도로 단둥 소재 10개 무역회사에 대해서도 대북 불법 거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마 총재는 다롄, 칭다오 세관에도 얼굴이 알려져 그가 취급하는 무역품은 세관이 거의 검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도쿄 이석우특파원 jun88@seoul.co.kr
  • 실종 초등생 추정 시신 발견... 대구 변사 사건 미궁으로

    대구 일가족 사망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28일 오전 11시 10분께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낙동강 사문진교 하류 2㎞ 지점에서 실종된 류정민(11·초등4)군으로 보이는 시신을 발견했다. 1차 검시 결과 류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착용한 신발과 모자, 체격까지 모두 수배 전단에 나온 류군의 것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하기로 했다. 경찰은 지난 21일 대구 수성구 범물동 류 군 집 베란다 붙박이장에서도 20대 여성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 숨진 지 1년가량 된 이 시신은 이불과 비닐에 싸여 있었다. 경찰은 류군의 누나(26)라고 밝혔으나 심하게 부패한 뒤라 정확한 사인은 확인하지 못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일에는 경북 고령군 성산면 낙동강 고령대교 주변에서 이들의 엄마 조모(52)씨도 숨진 채 발견됐다. 조씨는 별다른 외상이 없는 점으로 미뤄 타살 가능성은 크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모녀 모두 유서가 없고 휴대전화 통화기록에서도 별다른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 조씨는 홈스쿨링을 하는 아들이 잠시 다닌 학교 교사 외에 특정인과 여러 차례 통화한 흔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딸도 특별한 직업 없이 타인과 거의 교류하지 않아 모녀 주변 인물 탐문수사가 차질을 빚었다. 경찰은 류 군 아버지를 상대로 조사했지만 8년 전 이혼한 뒤 사실상 접촉이 끊어진 상태라 사인을 규명할 뚜렷한 단서를 찾지는 못했다. 류군마저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사건 전모를 밝히기 어렵게 됐다. 경찰은 “현재 엄마가 아들과 함께 강물에 뛰어내렸을 가능성이 크지만, 동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류군 누나 사인은 더더욱 알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학살자에 평화상을?…노벨상에 드리웠던 그림자들

    학살자에 평화상을?…노벨상에 드리웠던 그림자들

    인문과학, 자연과학, 정치, 문학 등 여러 분야에서 인류에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들을 선별해 주는 노벨상은 각계 전문가들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영예 중 하나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그 영향력이 거대한 만큼 세계 열강의 입김과 국제적으로 얽힌 이해관계의 그물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도 항상 따른다. 국제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노벨상 수상 사례를 알아봤다. 1. 버락 오바마 - 노벨 평화상(2009)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다양한 외교적 성과와 국제 화합을 위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이 결정은 그러나 많은 사람들을 당혹케 했는데 오바마가 평화상 후보에 오른 시점이 고작 임기 12일째였기 때문이다. 노벨 위원회는 오바마가 국제 협력 분야에서 ‘추후 기울일 노력’을 사전에 응원하는 차원에서 수여를 결정했다고 해명했으나 정치적 의도가 존재한다는 국제적 의혹을 뿌리치지는 못했다. 2. 코델 헐 - 노벨 평화상(1945) 1945년, 미국 정치인 코델 헐은 UN 설립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수상 6년 전 발생한 ‘S.S. 세인트루이스 사태’에서 보여준 헐의 행적이 그의 평화상 수상 자격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S.S. 세인트루이스 사태’는 헐이 미국 루즈벨트 정권에서 국무장관을 지내던 1939년 나치로부터 도망친 유대인 난민 950명이 미국에 망명을 시도했던 사건이다.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은 난민들을 수용하려 했으나 헐은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남부 민주당원들과 합세해 차기 선거의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같은 해 7월 4일 루즈벨트는 난민 수송선 입항을 거부했으며, 유럽으로 회항한 이들 난민의 4분의 1 이상은 홀로코스트의 희생자가 됐다. 3. 야세르 아라파트 - 노벨 평화상(1994) 지난 1994년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기구 의장은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과 함께 오슬로협정을 체결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노벨 위원회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합법 정부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오슬로협정이 “중동에서의 화합을 향한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라파트의 반대 세력은 그가 “장기간 폭력을 조장해 온 몰염치한 테러리스트”에 불과하다며 비난했고 심사위원 코레 크리스티안센은 그의 수상에 반대하며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4. 존 포브스 내시 - 노벨 경제학상(1994)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 잘 알려진 수학자 존 내시 또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노벨상 수상자다. 1994년 내시는 당시로부터 40여 년 전 프린스턴 대학교 대학원생이었던 시절 이룩한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게임이론 등 여러 분야에서 이룩한 업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인정받았음에도 그가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 그리고 더 나아가 반유대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은 수상 적합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해당 논란은 노벨 운영위원회의 제도 개편으로까지 이어져 원래 무기한이었던 위원회 멤버들의 임기가 3년으로 줄어드는 계기가 됐다. 5. 알렉산더 플레밍 - 노벨 의학상(1945)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 ‘최초 발견자’의 명예를 알렉산더 플레밍이 오롯이 가져도 좋은지 여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이로 인해 1945년에 플레밍이 노벨 의학상을 수상했을 때에도 반대의 목소리는 결코 작지 않았다. 반대론자들은 1870년대에도 페니실린의 원천인 푸른곰팡이 ‘페니킬리움 노타툼’이 항균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었다는 점을 들어 그의 공로를 저평가했으며 심지어 플레밍 본인조차 페니실린 발견이 완전한 우연에 의한 것이었다고 시인했던 바 있다. 그러나 플레밍은 페니실린을 추출, 생산했던 최초의 인물이며 해당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무수한 사람을 구해낸 시초가 됐던 만큼 그의 노벨상 수상은 정당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6. 하랄트 추어 하우젠 - 노벨 생리의학상(2008) 독일 의학자 하랄트 추어 하우젠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가 자궁경부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20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두 종류의 HPV 백신 제품에 대해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노벨 생리의학상 선정위원회 멤버 중 두 명의 인사와 강력한 유대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들이 하우젠의 노벨상 수상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불거졌다. 이 의심은 결국 노벨기구 전반에 대한 비리 의혹의 발단이 돼 스웨덴 경찰의 조사로 이어졌고, 반부패 수사팀은 위원회에 대한 고소를 고려했으나 끝내 고소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7. 헨리 키신저 - 노벨 평화상(1973) 독일 출신의 미국 정치학자 겸 정치인 헨리 키신저는 북베트남 정치인 레둑토와 함께 ‘1968년 베트남 화평교섭을 위한 파리회담’에서 성공적 교섭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1973년 노벨 평화상을 공동수상했다. 그러나 미 정부 국무장관을 지내며 비인도적 해외 정치공작과 전쟁행위를 주도했던 키신저의 평화상 수상은 곧 전 세계의 반발과 조롱, 그리고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키신저는 베트남전 당시 선전포고 없이 중립국이었던 캄보디아와 라오스 국경에 대해 대규모 폭격작전을 강행해 확전을 촉발한 인물이다. 베트남군 보급로인 ‘호치민 루트’를 차단하기 위해 국제법과 교전수칙을 어겨가며 미국 내에서도 극비리에 이루어진 이 폭격은 캄보디아 및 라오스에서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발생시켰으며 이후 캄보디아 크메르 루주 정권 수립 및 킬링필드 학살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키신저는 또한 남미 국가들의 국민압제 정책인 ‘콘도르 작전’을 대대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 파라과이, 볼리비아, 브라질 등 정부가 각자 정보기관을 동원해 자행했던 대대적 국민압제 정책인 ‘콘도르 작전’은 노조, 좌익인사, 성직자, 학생, 지식인 등을 대상으로 했으며 비밀리에 진행돼 정확한 희생자 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소 6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키신저의 수상에 반대한 두 명의 노르웨이 노벨 위원은 사의를 표명했으며, 정치풍자 코미디언 톰 레러는 “헨리 키신저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는 시점에서 정치풍자는 한물간 것이 돼버렸다”고 촌평하며 풍자극보다도 모순적인 현실상황을 비꼬기도 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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