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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 신춘문예-동화 당선작]별똥별 떨어지면 스마일-이 나 영

    [2010 신춘문예-동화 당선작]별똥별 떨어지면 스마일-이 나 영

    우리 옆집에 연예인이 산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놀랍게도 나와 친하다. 과연 누굴까? 오빠는 영화배우도, 가수도 아닌 바로 개그맨이다. 그렇다면 메뚜기 유재석? 무릎팍 강호동? 혹시 독설 왕비호?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내가 아는 오빠는 아쉽게도 그들이 아니다. 오빠의 이름은 있지만. 아직 개그맨의 이름은 없다. 송희동, 오빠의 이름이다. 오빠는 어엿한 방송사 공채 개그맨이다. 내가 아주 어려서 기억도 못 할 때, 공채 개그맨 모집에 당당히 합격했다고 한다. 동네 아줌마들이 자주 이야기해 주었는데, 그 후, 오빠는 자랑스럽게 자신이 이제 개그맨이라고, 뜨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들떠서 다녔다고 한다. 아마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오빠의 가장 활기차고 적극적인 모습이었을 것이다. 한 일 년은 신바람에 실려 다녔고, 삼사 년 동안은 조금만 기다려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하며 다녔다고 한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좀 기대를 했었지만, 나중에는 오빠에게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냐고 아쉬움 섞인 농담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지 벌써 칠년이 되었다. 모두는 오빠를 연예인이라는 특별함을 잊어가고, 그저 웃기게 생긴 옆집 총각으로 기억하게 되었고, 오빠도 지쳤는지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사실 오빠는 성격이 그렇게 적극적이고, 활발한 것은 아니었다. 굳이 특기라면, 그저 잘 웃는다는 것, 얼마나 잘 웃었으면 웃는 것으로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을까? 어느 날, 오빠가 내게 말해주었다. “근데, 오빠는 뭐로 개그맨이 된 거야? 잘하는 성대모사라도 있어?” “아니, 난 그런 것 없어.” “그럼 어떻게 그 어려운 시험을 한 번에 합격한 거야?” “몰라. 그냥 웃었더니, 심사 보시는 선생님들이 같이 웃더라. 그러더니 그놈 참 잘 웃네 하며 나가보라고 하더라.” “뭐야? 그게 끝이야?” “응.” “정말?” “그렇다니까!” “뭐야? 공채 개그맨 시험은 어려운 게 아니었어?” 내가 보기에도 오빠는 웃는 것 말고는 그다지 썩 눈에 띄게 잘하는 것이 없어 보였다. 기뻐도 웃고, 놀라도 웃고, 미안해도 웃고, 심지어 화가 나도 웃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가끔 놀린다. “바보 아니야?” 희동 오빠는 어머니와 살고 있었다. 우리 할머니와 오빠 어머니는 아주 오랜 친구셨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라고 부른다. 우린 가족 같다. 오빠는 내게 사촌 오빠같이 편하게 해주고, 잘해준다. 내게 매번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깍쟁이! 예쁘게 생겨 갖고.” 그럼 내가 콧방귀를 뀌고 걸어가면, 오빠는 내 뒤통수를 보고 계속 웃었다. 희동 오빠네 할머니는 몸이 좀 불편하셨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오빠네 할머니는 동네에서 오랫동안 분식집을 하시며 홀로 희동 오빠를 키우셨다. 할머니가 만드신 떡볶이와 만두가 정말 맛있어서 분식집은 동네 학생들에게 인기가 최고였다고 했다. 바쁘게 몇 년을 일만 하셨던 할머니는 어느 날 갑자기 분식집에서 쓰러지셨다. 너무 힘드셔서 그랬을 것이라고 우리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할머니가 쓰러지고서 분식집은 닫아야 했다. 할머니는 몸의 반쪽을 잃으셨다. 걸음도 잘 못 걸으시고, 한 손도 잘 못 쓰시고, 말도 정확하게 못 하셨다. 지금까지 말이다. 할머니가 쓰러졌던 해는 희동 오빠가 공채 개그맨으로 합격한 해였다. 희동 오빠는 개그맨으로 성공해 어머니를 모셔야겠다고 생각해서, 할 수 있는 노력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매번 회의에서 오빠의 개성 없는 착한 개그는 번번이 밀려났고, 오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맡을 기회도 찾지 못했다. 오빠는 오랫동안 야간 알바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매일 오빠는 할머니를 부축하고 동네를 산책했다. 할머니를 하루에 한 번씩 운동을 시켜 드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지나가다 어딜 가느냐고 물을 때면, 오빠는 웃으며 말했다. “미녀와 데이트 가요!” 낮에는 할머니와 함께 있기도 하고, 포기할 수 없는 개그맨의 기회를 계속 찾아보고 다녔다. 힘들 텐데, 오빠는 항상 좋다. 그 누가 저 얼굴을 아픈 어머니가 계신 얼굴이라 할까? 누가 저 얼굴이 무명에 서러운 얼굴이라고 할까? 정말 오빠를 보고 있으면 울지도, 웃지도 못하겠다. “무슨 저런 눈물 나는 개그맨이 다 있어?” 동네 사람들은 오빠를 보며 자주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희동 오빠가 꼭 잘되기를 마음속으로 빌어주고 있었다. “저렇게 착한 애가 또 어디 있어? 저런 애가 잘되어야 하는데…….” 희동 오빠의 꿈은 어쩌면 언제부턴가 우리 모두의 꿈이 되어 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그만큼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의 별이 어둠에서 돋아나 반짝이는 빛을 내는 것처럼 언젠간 희동 오빠도 별처럼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희동 오빠의 눈물겨운 소원이 이루어지면 그 별에서 별똥별이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힘든 어둠 속 같은 지금을 잘 뚫고 갈 수 있게, 오빠와 함께 웃어주고, 그 웃음으로 힘을 주고, 격려를 해주고, 조금 기다려 주었다. 오빠가 반짝거리는 그날을! 그날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희동 오빠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 아직 동네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다. 오빠네 할머니가 우리 할머니만 알고 있으라고 하며 은근히 자랑을 하셨던 모양이다. 그 비밀 같지 않은 비밀을 할머니는 또 나만 알고 있으라고 하며 알려주셨다. 참 어른들이 더 웃기다니까! 내가 들은 비밀이란, 희동 오빠가 만든 개그 아이디어를 요즘 인기 좋은 선배가 뽑아주어 토요일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개그 프로그램 무대에 올리고, 오빠가 역할을 맡아 나온다는 것이다. 내가 볼 때, 두 할머니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텔레비전에, 오직 방송에 나올 수 있다는 그 한마디에 흥분하고 계셨다. 나도 물론 좋고, 기쁘다. 기다렸던 그날이 오는 걸까? 잘 되길 오늘 밤부터 기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희동 오빠는 여전히 웃고 다녔다. 특별히 좋아서 웃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오빠는 매일 저렇게 웃었으니까. “오빠! 좋은 일 있다며?” “아, 그거….엄마만 알고 있으라니까.” 오빠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수줍게 웃었다. “오, 오빠, 정말 이번에 뜨는 것 아냐? 확 뜨면, 나 오빠 펜클럽 회장 시켜줘야 해. 내가 오빠 팬 일호니까!” “야, 너 왜 그래? 부끄럽잖아.” 오빠의 뚱뚱한 몸으로 나를 밀어서 넘어질 뻔했다. 오빠가 나를 안아주며 환하게 웃었다. 오빠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하고 싶었던 일이었을까? 나도 벌써 떨리고, 기대가 되었다. 오빠가 말한 녹화하는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오빠는 매일 연습하러 가서 우리 할머니가 오빠네로 출근을 하셨다. 모두가 오빠 때문에 생긴 힘든 일이 하나도 힘들지 않은 날들이었다. 저녁이 되었다. 오빠가 집에 올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아직 오지 않았다. 할머니 두 분이 걱정을 하기 시작하셨다. 두 할머니의 걱정이 시작되면, 그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그것을 아는 나는 얼른 말했다. “제가 오빠 마중 나가 볼게요. 오빠는 제가 나가면 금방 오더라고요.” 나는 할머니들의 말이 떨어지기 전에 휙 돌아 뛰어나왔다. “왜 안 오는 거야?” 어둠 속에서 가로등 불이 한 줄기 내리고 있었다. 그 아래 누군가의 그림자가 길게 서 있다. 그림자는 길어 쓸쓸해 보이기까지 했다. 누군가 자세히 봤더니 긴 그림자의 정반대로 짧고, 뚱뚱한 희동 오빠가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희동 오빠?” 오빠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 웃었다. 그런데 어쩐지 오빠는 활짝 웃지 않았다. “수연이구나?” “왜 이렇게 늦었어?” “오빠 마중 나온 거야? 우리 예쁜이.” 오빠는 동네 편의점에 나를 데려가 내가 좋아하는 딸기 우유를 사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놀이터 그네에 앉았다. 나는 신나서 딸기 우유를 먹으며 말했다. “오빠, 방송 준비는 잘 돼가?” 무심코 던진 내 물음에 오빠의 대답은 빨리 돌아오지 않았다. 오빠는 씁쓸하게 웃었다. “오빠, 못하게 됐어.” “왜?” 나는 앉아 있던 그네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음에 하자고 하더라고.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럼 다음이 언제야?”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잘할 수 있었는데…. 웃길 수 있었는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빠는 내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우리 엄마는 모르게 해줘. 일단, 방송만 못 보고 지나가게 하게. 너한테 거짓말 시켜서 정말 미안해.” “아니야. 힘내, 오빠.” 오빠의 부탁에 나는 알았다고 했다. 선의의 거짓말이니까. 그것으로라도 힘든 오빠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나 난 알고 있었다. 이 비밀 또한 이미 비밀로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다렸던 녹화 날은 왔다. 오빠는 할머니에게 말하지 않고, 녹화하러 가는 것처럼 외출했다. 나는 마음의 입을 굳게 닫고 있었다. 이 비밀이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말이다.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나도 오빠의 안 좋은 일 때문인지 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학교 끝나고 빨리 집에 가서 일찍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굣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사거리가 있었다. 그곳은 상가가 있어 평소에도 복잡해서 꼭 엄마들이 자원봉사로 아침에 교통정리를 해주었다. 그런데 오늘은 복잡한 그대로였다. 아니, 더 시끄럽고,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좀 걸어 보니,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둘러 서 있었다. 건널목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났다. 나는 궁금해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길바닥에 케이크 상자가 덩그러니 떨어져 터진 옆구리로 하얀 생크림이 새어 나와 있었다. 앞으로 좀 더 가보니, 헬멧 쓴 아저씨가 쓰러진 오토바이를 세우고 있었다. 나는 다른 쪽을 보았다. 그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내 눈앞에 오토바이에 치여서 쓰러져 있는 사람이 바로 희동 오빠의 엄마였다. “할머니!” 나는 우리 가족들에게 연락해 병원으로 갔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다. 살짝 부딪힌 접촉 사고였다. 할머니는 가뜩이나 불편한 다리 한쪽에 깁스를 하게 되었다. 다리에 조금 금 간 것 빼고 괜찮다고 하셨다. 천만다행이었다. 병원에서 오빠에게 연락했다. 오빠가 헐레벌떡 병실로 뛰어들어 왔다. “엄마!” “희동이 왔구나?” “엄마, 어떻게 된 거야? 왜 그랬어?” “우리 희동이 첫 녹화 축하해주고 싶어서….” 할머니는 떨리는 입술로 목소리를 내셨다. 오빠는 손으로 엄마의 얼굴을 만져 드렸다. 할머니는 오빠를 축하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제과점에 걸어가 케이크를 사오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나는 내가 한 거짓말을 후회했다. 그날 저녁, 조금 늦은 시간에 우리 할머니가 죽을 쑤셔서 가져다 드리려고 하셨다. 병원이 가까워서 내가 심부름을 하겠다고 했다. 난, 지금 마음이 아플 오빠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다행인지, 오빠의 비밀은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병실 문을 스르르 살짝 열었다. 틈이 조금 생기고, 더 밀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잠시 서서 내 앞에 펼쳐진 모습을 보고 있었다. 촛불 하나 밝힌 케이크를 가운데 두고 할머니가 침대에 기대앉아 계셨고, 오빠는 서서 케이크를 바라보고 환하게 웃고 촛불을 후 불었다. 그들은 소리 안 나게 박수를 치며 마주 보고 웃었다. 그들은 웃었지만, 할머니는 행복해 보였고, 오빠는 더 슬퍼 보였다. 오빠네 할머니는 얼마 후 퇴원하셨다. 오빠는 또 원래 그 모습대로 돌아와 항상 웃고 다녔다. 변함없이 열심히 엄마를 돌봐 드리고, 밤에 일하고, 언제나 머릿속은 개그 아이디어를 찾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오빠가 그동안 열심히 만든 새로운 개그 아이디어를 내게 이야기해주었다. 희동 오빠가 무대에 서고 싶은 역할은 다름 아닌 스마일이었다. 노란 둥근 테를 두른 스마일 얼굴을 떠올려 보니 오빠와 딱 맞았다. 나는 오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눈을 감아본다. 순간, 환한 조명이 무대 위의 주인공인 스마일을 비추어준다. 관객석에서 스마일을 향한 웃음이 빵빵 터진다. 드디어 어둠 속을 뚫고 별이 뜬다. 스타다! 사람들은 스마일을 보고 있지만, 나는 스마일의 웃는 얼굴에 흐르는 땀과 눈물을 보고 있다.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진다. 스마일의 눈물이었다. <끝>
  • 새해 첫날, 세계 곳곳 ‘떡실신’ 남녀 속출

    2010년 새해가 밝았다. 대부분이 웃음과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한 데 반해, 일부는 새해 첫날부터 ‘떡실신’이 돼 언론에 노출되는 굴욕을 당했다. 2010년 1월 1일 새벽, 런던 중심가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해를 기념했지만, 일부 젊은이들은 달랐다. ‘떡실신’(‘인사불성으로 취한’을 뜻하는 유행어)이 된 한 여성은 친구들의 부축도 만류한 채 눈 위에 철퍼덕 누워버렸고, 한 남성은 추운 바람도 잊은 채 웃통을 벗어던지고 시비를 걸었다. 이날 런던 경찰은 취한 채 난동을 부리는 젊은이들을 체포하거나 집으로 되돌려 보내는데에 새벽을 모두 소비해야 했다. 버밍엄에 있는 병원 관계자들도 평소보다 훨씬 늘어난 ‘주정뱅이’들에게 응급실을 내줘야 했다. 술에 취한 사람들은 병원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누워 새해 첫날을 맞이했다. 미국 뉴욕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타임스퀘어 광장은 2009년 마지막 1분을 함께 카운트다운 하려고 모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테러 방지 차원에서 배낭과 알코올 반입 등을 금지했지만 이미 술에 취한 사람들은 비틀거리며 시내를 배회했다. 새해맞이 행사가 열린 서울의 보신각에도 7만여 명이 운집해 2010년을 맞았다. 매서운 한파와 전날 내린 눈 때문에 교통은 다소 혼잡했지만, 행사는 별 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마무리 됐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아니면 말고’식 정책으론 교육개혁 안된다

    국가의 정책은 실행에 앞서 타당성과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와 예비 검증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당장 눈앞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한 표피적 정책이라면 이내 실정의 비난에 부닥치고 혼선을 부르게 마련이다. 어제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해 업무계획이 보고를 위한 비전 제시 차원에서 한발 나아가, 현실성을 충분히 갖추었는지 냉철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교육 내실화와 사교육비 경감에 초점을 맞춘 실행 방안들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경쟁과 자율이란 큰 원칙 아래 교육 주체인 교사와 학교의 경쟁력을 부축하고 그 실적에 상응한 보상과 책임 지우기 방안들은 옳다고 본다. 사교육비 실태를 조사해 교육청 평가에 반영토록 하고 시·도 조례를 개정해 학원 야간교습을 봉쇄토록 한 것은 ‘교육비 절감 원년’에 상응한 장치로 돋보인다. 교원평가제의 전면실시와 40개 국립대에서 총액인건비제와 교수 성과연봉제를 추진키로 한 것도 교사와 학교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교육 내실화 차원에서 마땅히 도입해야 할 정책이라고 본다. 시행도 하기 전에 집단의 이익과 반발에 철회할 정도의 정책이라면 입안부터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교과부는 내년도 외고입시부터 학습계획서와 학교장추천서에 학생 스스로 사교육 여부를 기재토록 했다가 전격 철회해 망신을 산 전례가 있다. 올해 대학 구조조정을 위해 퇴출할 부실사학 명단을 연말까지 발표키로 했다가 내년 1월 이후로 미룬 것도 역시 탁상행정의 소산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계만큼 불협화음과 말썽이 많은 영역도 없을 것이다. 사소한 단초부터 세밀하게 다잡아 바로잡지 않는다면 교육개혁은 소리만 요란한 헛된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 [지방시대]서로 등밀어 주는 협동의 낭만/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시대]서로 등밀어 주는 협동의 낭만/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 주말 추운 날씨에 목욕탕을 찾았다. 찜질방에서 목욕을 하면서 조금은 생뚱맞게 ‘낭만적이지 않아요(Isn’t it romantic)?’라는 스탠더드 재즈 한 곡이 생각났다.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유명한 해머스타인이 작곡한 노래의 한 부분에 등을 밀어주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가난뱅이 청년이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부르는 이 노래에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결혼하고 나이가 들어 할 수 있는 로맨틱한 일들을 조금은 코믹하게 나열하고 있다. ‘달밤에 양파 수프 해주는 것’도, ‘애 키우는 것’이나 ‘아내가 집안 청소할 때 앉아서 빈둥거리는 것’도 로맨틱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내가 목욕하는 남편 등을 밀어주는 것’이 로맨틱하다고 노래한다. 사실 자기 등을 자신이 밀 수 없기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상부상조’ 혹은 ‘오는 정이 있어야 가는 정이 있다.’라는 뜻의 영어 표현으로 ‘내 등을 긁어주면 네 등도 긁어줄게.(Scratch my back and I’ll scratch yours.)’라는 속담도 있다. 이렇게 목욕탕에서 등 밀어주는 일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부자지간의 모습이다. 유치원 다닐 나이가 된 아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등을 밀어줄 때 아빠들은 뿌듯한 기쁨을 느낀다. 아마도 딸과 함께 목욕을 다니는 엄마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등 밀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하지만 우리 한국 사회는 이렇게 등을 밀어주는 협동의 기쁨을 얼마나 누리고 있을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서로의 등을 밀어주는 협동을 경험하는 가장 작은 단위가 바로 가정이다. 부부 사이는 물론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그리고 형제들 간의 관계에서 협동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한국의 가정은 더 이상 협동을 경험할 수 없는 곳으로 바뀌었다. 부부가 각자 다른 직장에서 일하니 그런 기회가 별로 없다. 요리, 빨래, 청소 같은 집안 일조차도 그렇다. 이제는 외식을 하고, 세탁소에 맡기고, 청소회사에 부탁한다. 일에 대해 마음을 맞추고 손발을 맞추어 협동하기보다는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되는 문제로 생각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겨울철에 나무를 해오든, 여름철에 부모의 농사를 돕든 간에 가족간 협동의 경험을 배웠지만, 이제는 각자 알아서 자기 일만 잘하면 된다. 아이들 공부하는 것도 가족들이 도울 기회가 별로 없다. 학교에서 학원으로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혼자 공부하는 것이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서로 성적 경쟁을 부축이다 보니 협동의 경험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마을 단위에서는 어떠한가? 일부 농촌마을을 제외하고는 마을에서도 서로 돕는 일이 사라져 버렸다.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옆집 사는 사람과 말도 제대로 하지 않는데 어떻게 협동이 가능하겠는가.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해야 할 일도 오직 두 가지 형태로 정리된다. 각자 자기가 알아서 할 것을 집집마다 배분하든지, 아니면 돈을 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든지 하면 된다. 집집마다 형편과 처지가 달라서 서로 힘을 모아 공동작업을 하거나, 또 할 상황이 전혀 되지 않으니 말이다. 더 이상 우리 사회가 농사짓는 시대의 협동을 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과 중앙의 양극화·고령화로 인한 세대 간 불평등, 급속한 경제변화로 인한 소득격차 등의 문제는 가정에서의 협동은 물론이고 마을 단위에서의 협동이 없이는 실질적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목욕탕에서 등을 밀어 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가족이거나 같은 동네 이웃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처럼 말이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 키가 무려 242cm…인도네시아 남성 화제

    키가 무려 2m 42㎝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남성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수파르워노(25)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현재 세계기록을 보유한 터키의 술탄 코센보다 5㎝가량 작아 세계기록 경신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박물관기록협회로부터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남성’으로 임명돼 가족과 친지들에게 기쁨을 안겼다. 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AFP와 한 인터뷰에서 “기네스 달성에 실패해 아쉽지만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키가 큰 사람임이 틀림없다.”고 밝혔다. 큰 키와 160㎏에 달하는 몸집을 유지하려고 하루에 달걀 15개 이상과 밥 3㎏을 해치운다는 그는 “10살 때부터 내가 남들과 다른 키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나는 이미 고향에서 가장 큰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키가 큰 것이 좋지만은 않다. 혼자 걷는 것이 어려워 언제나 주변인들의 부축이 필요하다.”고 한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NOW포토] 이지아, 다리 마비로 부축받으며 입장

    [NOW포토] 이지아, 다리 마비로 부축받으며 입장

    4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한일 협력 프로젝트 ‘텔레시네마’의 첫 번째 작품인 ‘내눈에 콩깍지’(감독 이장수)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이지아가 부축을 받고 있다.’내눈에 콩깍지’는 모든 것을 갖춘 강지환이 교통사고 후유증인 일시적 시각장애로 진상녀에게 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로 오는 5일 개봉한다.서울신문NTN 이규하 기자 jud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지아 “추녀분장 좋아서 작품 선택”

    이지아 “추녀분장 좋아서 작품 선택”

    배우 이지아가 한일 합작프로젝트 ‘텔레시네마7’의 첫 영화 ‘내 눈에 콩깍지’를 선택하게 된 독특한 사연을 밝혔다. 이지아는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내 눈에 콩깍지’ 언론시사회에서 “못생기게 분장해야 한다고 해서 작품을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내 눈에 콩깍지’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일시적 시각장애를 앓는 외모와 능력을 두루 갖춘 강태풍(강지환 분)과 진상녀 왕소중(이지아 분)의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왕소중 캐릭터는 극중 스스로도 인정할 만큼 비호감 외모의 동물 잡지사 기자여서 이지아는 추녀로의 분장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이지아는 “분장하는 걸 재미있어 하는 편이다. 연기하면서 분장이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며 “못생긴 표정이나 멍청한 표정 지을 때 마음 놓고 지었다.”고 분장에 대한 장점을 설명했다. 분장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리낌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분장 때문에 작품에 끌렸고 재미있게 촬영했다는 것. 이지아는 “못생기게 분장해야 한다는 것과 이장수 감독님 연출이라는 점에서 끌렸다.”며 “국가마다 감성이 다르기 때문에 좋은 부분들을 잘 조합해서 만들면 좋겠다싶었는데 마침 이런 좋은 작품 만나서 30분 만에 결정했다. 잘 결정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지아는 이날 다리에 부상을 입은 채 부축을 받으며 시사회장에 나타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스타일’ 막바지 촬영 중 발등이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났다는 이지아는 “현재 정밀검사를 받았고 물리치료와 침치료를 병행하고 있다.”며 “금방 나을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텔레시네마 7’은 드라마 제작사 삼화네트웍스가 한국 스타 PD와 일본 유명 작가, 한류스타를 캐스팅해 TV와 극장에서 동시 상영하는 프로젝트다. ‘내 눈에 콩깍지’는 그 중 첫 번째 개봉작으로 5일 개봉한다.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 / 사진=이규하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술 좀 줘!”…세계에서 가장 슬픈 취객

    “술 좀 줘!”…세계에서 가장 슬픈 취객

    이미 흥건하게 술에 취한 남성이 맥주를 더 사겠다며 슈퍼마켓에서 악전고투를 하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가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미국 CBS뉴스에 따르면 뉴욕의 한 편의점에 지난 6일 오전 10시(현지시간)께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긴 머리를 뒤로 묶은 남성이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취기가 역력했지만 이 남성은 맥주를 더 사려고 안간힘을 쓰며 냉장고로 갔다. 그러나 다리가 풀려버렸고 급기야 한손에 캔 맥주를 든 채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당시 슈퍼마켓에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고 남성은 한동안 마치 한편에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듯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한동안 힘이 빠진듯 바닥에 누워 있다가 소리를 듣고 온 다른 손님의 부축을 받아 결국 빈손으로 편의점을 나올 수 있었다고 CBS 뉴스가 전했다. 만취한 남성의 처절한 몸부림(?)이 담긴 3분짜리 영상은 브레이크닷컴(Break.com)에 올려져 조회수 수백만 건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네티즌 중 일부는 이 남성을 “세계에서 가장 슬픈 취객”이라고 부르며 “슈퍼마켓을 나와 집에 잘 들어갔는지 궁금하다.”고 염려하기도 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당직경관에 폭행당한 장애인 일주일째 의식불명

    당직 근무를 서던 경찰관이 술에 취한 60대 장애인을 폭행해 의식불명에 빠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14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일 0시40분쯤 이 경찰서에서 당직 근무를 서던 강모(38) 경장이 경찰서 앞길에서 청각장애 2급 장애인 박모(67)씨의 얼굴을 한 차례 때려 박씨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당시 박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박씨를 태우고 가던 택시기사가 박씨가 말을 못하자 경찰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직 근무 중이던 강 경장은 박씨를 부축해 경찰서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했고 이 과정에서 박씨가 두 차례 넘어졌다. 이에 격분한 박씨가 경찰서 진입을 시도하며 강 경장을 위협하자 강 경장은 박씨의 얼굴을 한 차례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된 뒤 폭행에 의한 충격으로 급성경막하출혈증(뇌출혈) 증세를 보여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경찰은 박씨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지 5일이나 지난 12일이 돼서야 수사에 착수해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경찰서 입구 앞에서 구급차로 후송 됐으나 당직자들은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평소에도 경찰서 앞에서 노숙자들이 병원으로 후송되는 경우가 많아 당직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강 경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사설] 지자체 살림 따라 공교육 수준 달라진다면

    ‘교육발전 없이는 지역발전도 없다.’ 서울 중랑구는 올 초부터 이 같은 구정 목표를 정하고 지역학교에 대한 지원을 본격화했다. 교육경비 보조금 지원 기준을 구세 수입의 5%에서 8%로 높여 67억여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서울시 교육지원사업 종합평가에서 최우수구로 선정됐다. 저소득층 가정이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교육지원사업 등 공교육 활성화 노력이 평가를 받은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공교육 살리기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부의 공교육 부축 노력에 맞춰 지자체들이 저마다 공교육 지원 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 간 재정 격차에 따라 심화되고 있는 공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교육 지원 경쟁이 또 다른 형태의 교육 양극화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의 올해 교육부문 예산은 250억원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단연 최고다. 서울에서 재정이 열악한 축에 드는 은평구 교육예산(30억원)의 8배가 넘는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우수 강사와 방과후 프로그램을 두 배 가까이 늘릴 수 있을 정도로 ‘공교육 명품화’의 재정 여건을 갖춰 주고 있어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공교육 환경의 격차가 날로 벌어진다면 이는 예사로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서울시의 교육지원사업 평가만이라도 좀더 각 자치구의 형편을 면밀히 살펴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도록 하는 등 공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 [뉴스다큐 시선]새벽을 여는 서울지하철 2호선 신정 차량기지 사람들

    [뉴스다큐 시선]새벽을 여는 서울지하철 2호선 신정 차량기지 사람들

    “이번 역은 이 열차의 종착역인 신도림, 신도림역입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이번 역에서 빠짐없이 내리시길 바랍니다.” 사람들이 모두 떠난 텅 빈 서울지하철 2호선 열차는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모든 열차들의 출발과 마무리를 책임지는 곳, 지하철 차량 기지다. 하루 평균 200만 시민의 발을 책임지고 있는 2호선 차량 기지의 사람들을 만나봤다. 글·사진·동영상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취객들은 종착역 단골손님 계절이 바뀌고 새 학기가 시작된 9월의 첫주 금요일 밤. 신도림행 지하철 2호선 마지막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왔다. 문이 열리자 술 냄새가 퍼져 나왔다. 거나하게 취한 채 취업 걱정을 토로하는 대학생들, 한 주간 받은 스트레스를 상사 험담으로 푸는 직장인들, 구겨진 로또복권을 손에 꼭 쥔 채 잠이 든 아저씨, 이미 몇 정거장을 지났는지 졸다가 황급히 뛰어나가는 고등학생…. 지하철을 타본 사람이라면 눈에 익은 풍경이다. 젊은이들이 붐비는 이대와 홍대를 지나 한강을 건너면서 열차를 가득 메웠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떠나고 어느새 종착역인 신도림역에 도착했다. 텅 빈 지하철의 하루는 여기서 다시 시작된다. 열차의 불이 꺼지자 20년 경력의 베테랑 기관사 홍순상 차장이 운전석에서 나와 맨 끝 칸까지 200m쯤 되는 거리를 달린다. 술에 취해 잠든 승객들을 깨우기 위해서다. 아무도 남지 않은 것 같았던 열차 마지막 칸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든 40대 남성이 발견됐다. 아무리 흔들고 깨워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렇게 10여분을 씨름하다 끝내 그 남성을 부축해 열차 밖으로 끌어냈다. 홍 차장은 “하루에 평균 3~5명 정도는 잠이 든 채 내리지 못한다.”면서 “만취한 승객을 깨우는 게 운전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말했다. 취객들도 모두 나가고 이제 열차에는 기관사만 남았다. 열차의 불은 꺼졌지만 다시 시동이 걸렸다. ‘종점’을 지나 새로운 목적지인 ‘신정 차량기지’로 향했다. 단순해 보였던 지하터널도 체계적인 신호 시스템이 있었다. 구간별로 설치된 신호등은 빨간불과 노란불로 구분된다. 일반 도로와 같이 빨간불이 들어오면 열차는 멈춰야 한다. 기관사가 실수로 신호등을 보지 못해 속도를 줄이지 않더라도 레일에 설치된 센서가 자동으로 감지해 열차의 운행이 멈춰진다. 홍 차장은 “우리의 열차 시스템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배워 갈 정도로 안전하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어두운 지하 터널을 지나자 멀리서 환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의 공식 명칭은 신정 차량사업소. 사람들은 이곳을 ‘차고지’ 혹은 ‘차량 기지’로 부른다. ●종착역 다음 역은 ‘차량 기지’ 모든 열차의 운행이 중단된 오전 1시쯤. 지하철 검수원들은 이때부터 분주해진다. 신정기지에서는 하루 70여명의 검수원들이 새로운 새벽을 준비한다. 운행을 마친 열차는 대형 자동 세척기를 통과하며 하루의 묵은 때를 벗기게 된다. 200m의 긴 차체가 씻겨지면 검수고로 들어간다. 검수고에서 가장 먼저 이뤄지는 작업은 열차를 ‘죽이는’ 것. 열차에 공급되는 모든 전원을 차단하는 것을 검수원들은 “열차를 죽인다.”라고 표현한다. 전원 공급 스위치를 내렸지만 혹시 발생할지 모를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류 차단봉을 전선에 건다. 열차에 공급되는 전류는 1500V로 열차 점검 중 전류가 흐르게 되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게 되지만 전류 차단봉이 걸려 있으면 전류가 차단봉을 통해 지하로 흘러 검수원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다. 검수원들은 ‘죽은’ 열차 지붕 위로 올라가 전원을 공급받는 ‘집전판’을 점검한다. 이 집전판의 작동 상태에 이상이 생기면 열차의 운행이 중단되기 때문에 모든 집전판을 꼼꼼히 점검한다. 상부 점검과 동시에 열차 하부 점검도 진행된다. 볼트의 풀림 여부를 확인하고 전선 덮개를 열어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검수원 문영식 대리는 “남들 자는 시간에 일을 하니 다소 피곤하기는 하지만 열차를 이용하는 수백만 시민을 생각하면 뿌듯한 마음에 힘을 얻는다.”며 안전모 사이로 흐르는 땀을 닦으며 웃어보였다. 20년간 열차 점검을 담당하고 있는 유준곤 부장은 “열차 검수원들은 군대의 5분 대기조와 같다.”면서 “1000만 서울 시민들의 발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매 순간 긴장하며 열차 점검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자 빈혈약 애타게 찾은 할아버지 10량, 200m의 모든 열차에 대한 점검이 끝나자 열차 내부 청소팀이 투입됐다. 능숙한 손놀림의 청소 아주머니가 지나간 자리는 하루 200만명이 머물렀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이 깨끗해졌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신종플루는 열차 청소에도 영향을 미쳤다. 내부 청소팀 2개 조가 청소를 마치자 분무기와 손걸레를 든 또 다른 한 팀이 투입됐다. 그들은 손잡이와 의자, 기둥, 선반 곳곳을 분무기로 뿌려가며 닦고 또 닦았다. 열차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정병호 소장은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은 하루에도 수백만명이 이용하는 만큼 신종플루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면서 “승객의 안전을 위해 알코올 용액으로 손잡이, 기둥 등을 수시로 소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차 미화원들은 금요일이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주말을 보내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까지는 문제가 아니다. 술에 취해 지하철 여기저기에 구토하는 사람들이 금요일에 가장 많다는 것. 미화원 최모(51·여)씨는 “대학교 방학이 끝나면서 학생들이 인사불성이 돼 지하철을 타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른 승객들과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술은 적당히 마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승객들이 열차에 두고 간 물건도 이들이 관리한다. 열차 유실물센터가 있지만 이들이 직접 주인을 찾아 주기도 한다. 그가 기억하는 가장 소중한 유실물은 꼬깃꼬깃한 약 봉투였다. 그는 “무심코 버릴 수도 있었지만 몸이 아픈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약일 것 같아 보관하고 있었는데 한 할아버지께서 애타게 찾아 돌려 준 적이 있다.”면서 “당시 할아버지께서는 ‘손자에게 줄 빈혈약’이라며 주름진 두 손으로 제 손을 꼭 붙잡고 눈물까지 글썽이며 고마워해 지금까지 가장 보람된 순간으로 추억한다.”고 말했다. ●다시 ‘신도림, 신도림역’ 열차의 청소까지 끝난 시간은 오전 2시. 검수고의 하루가 끝나는 시간이다. 검수원들은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열차 수리 담당, 레일 점검 담당 등 차량 기지 다른 팀들의 업무가 시작됐다. 해가 떠오를 때까지 곳곳에서 기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곳 신정 차량기지는 365일 24시간 쉼 없이 돌아간다. 이곳 사람들은 “추석과 같은 명절은 이들에게 있어 비상근무 상황이기 때문에 명절이면 언제나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입을 모았다.이들의 숙소가 있는 사무실 한 편에는 ‘내일의 날씨’가 시간대별로 정리돼 있었다. 시간별 온도를 미리 확인해 열차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또 승객들이 붐비는 시간도 별도로 정리해 상황에 맞게 냉·난방을 조절한다. 홍 차장은 “열차 운행 중 가장 많은 민원이 실내 온도에 관한 민원”이라면서 “어떤 사람은 너무 덥다고 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너무 춥다고 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고민”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오전 4시30분. 검수고의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 검수원들은 2시간 전에 ‘죽였던’ 열차를 다시 살린다. 기관사는 열차의 열쇠와 핸들을 받고 오늘 하루 자신이 운행할 열차로 향했다. 몇 시간 전에 열차의 모든 점검을 마쳤지만 출발 전 열차 점검도 필수 사항이다. 출입문의 작동 여부, 안내방송 장치 등을 마치면 출발 준비가 완료된다. 기관사가 운전석에 핸들을 꽂고 시동 스위치를 올린다. 열차의 첫 행선지는 다시 ‘신도림, 신도림역’이다. 아직은 해도 뜨지 않은 토요일 첫차에 저마다의 꿈을 품은 사람들이 열차에 몸을 싣는다. [다른기사 보러가기] ☞“北 황강·상류댐 균열징후 없어” ☞고교생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 파문 ☞벌금미납자 사회봉사제 어떻게 생각하세요? ☞독도 평화호? 독도 관광선? ☞탄천에 족제비 등장 수질개선·습지조성 효과 ☞이 무슨 변고? 태양이 2개 떴다니…
  •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영원히 잠들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영원히 잠들다

    지난 6월25일 숨진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사망 70일 만인 3일(현지시간) 영원히 잠들었다. AP통신 등은 잭슨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글렌데일의 포리스트 론 공원묘지에서 잭슨의 가족과 친구 등 200여명이 함께한 가운데 안장식이 진행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날 안장식은 당초 저녁 7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유가족들이 늦게 도착해 1시간 늦게 시작됐다. 잭슨의 어머니인 캐서린은 지인의 부축을 받고 움직일 정도로 깊은 슬픔에 빠져 있었다고 장례식에 참석한 한 인사는 전했다. 또 안장식에는 고인의 절친한 친구였던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비롯해 배우 매컬린 컬킨, 야구선수 배리 본즈, 흑인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 등이 참석했다. 붉은 장미가 놓인 금도금 된 잭슨의 관에는 세 자녀가 아버지에 남긴 글과 함께 잭슨이 히트곡 ‘빌리진’을 부를 때마다 끼던 흰색 장갑 한 짝이 함께 묻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안장식에서는 추모곡으로 잭슨의 히트곡 ‘네버 캔 세이 굿바이(Never can say goodbye)’ 등이 들렸다고 AP는 전했다. 안장식은 지난 7월7일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의 성대한 공개 장례식과는 달리 일반인의 접근이 엄격히 통제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하지만 잭슨의 포스터와 꽃 등을 든 팬들은 LA 엔시노의 잭슨가(家) 앞까지 찾아오는 등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잭슨가는 안장식을 마친 뒤 성명에서 “힘든 시기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준 전 세계 팬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다.”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고인이 잠든 포리스트 론 공원묘지는 클라크 게이블과 진 할로, 캐롤 롬바드 등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묻힌 곳이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진영아…진영언니!” 빈소 앞 통곡한 여배우들

    “진영아…진영언니!” 빈소 앞 통곡한 여배우들

    서른일곱 해 짧은 생을 마감한 영화배우 장진영의 마지막 길은 외롭지 않았다. 1년 간 위암과 싸우다 떠난 장진영을 배웅하러 많은 동료 배우들이 빈소를 찾았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지난 1일 오후부터 사망 소식을 접한 선후배 연예인들이 달려와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탤런트 김민종, 안재욱, 차태현이 비보를 접하자마자 한걸음에 찾아와 조문했으며 함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김주혁, 박해일 등이 영정 앞에 국화꽃을 바쳤다. 특히 생전 남다른 우정을 나눈 여자 배우들이 빈소를 찾았다. 전도연, 엄정화, 김아중, 공효진, 유선은 예기치 못한 동료의 죽음 앞에 눈물 지었으며 송혜교, 임수정, 한지민 등은 상심에 젖어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조문했다. 이밖에도 송일국, 이병헌, 김유미, 오달수, 박철, 이덕화, 김석훈 등 연예계 선후배 수십명이 1일 새벽 빈소를 찾아, 병마와 싸우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장진영의 넋을 달랬다. 한편 故 장진영은 1일 오후 4시5분께 신부전을 동반한 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 이에 앞서 지난 해 9월 위암 선고를 받고 병원 치료를 받고 호전되는 듯 싶었지만 8월 초 미국 요양을 마치고 귀국 직후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31일 입원했지만 끝내 세상을 등졌다. 사진=서울신문 ntn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NOW포토] 부축받으며 빈소로 향하는 송혜교

    [NOW포토] 부축받으며 빈소로 향하는 송혜교

    배우 송혜교가 1일 오후 故 장진영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풍납동 현대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조문을 하기위해 빈소로 향하고 있다. 장진영은 지난해 9월 건강검진 후 위암선고를 받고 병원치료와 침을 이용한 한방 치료를 받아오다 이날 오후 4시 3분 강남 성모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서울신문NTN 한윤종 기자 han0709@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신촌유흥가 취객 노린 부축빼기 기승

    서울 신촌·마포 일대에 취객의 호주머니를 상습적으로 터는 ‘부축빼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의 홍익대 근처와 신촌 등 유흥가가 밀집한 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부축빼기는 술에 취한 사람을 부축해 주는 척하면서 주머니를 털어가는 소매치기 수법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8일 늦은 밤 유흥가 길가에 쓰러져 잠든 취객을 상대로 부축빼기 수법으로 10년간 5000여만원의 현금과 물품을 훔친 강모(43·절도 등 3범)씨를 붙잡아 강도상해 및 특가법 상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강씨는 지난 23일 서울 창천동에서 술에 취해 길가에서 잠자던 전모(33)씨의 바지주머니에서 시가 90만원 정도 되는 휴대전화 1대를 훔치는 등 1999년부터 최근까지 83회에 걸쳐 모두 5114만원을 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NOW포토] 故최진실 모친 “진실아~”

    [NOW포토] 故최진실 모친 “진실아~”

    26일 오전 경기도 양평경찰서에서 故 최진실 모친이 절도된 딸의 유골함을 되찾은 뒤 경찰 부축을 받으며 오열하고 있다. 서울신문NTN(양평) 한윤종 기자 han0709@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NOW포토] 고 최진실 모친, 유골함 되찾고 오열

    [NOW포토] 고 최진실 모친, 유골함 되찾고 오열

    26일 오전 경기도 양평경찰서에서 故 최진실 모친이 절도된 딸의 유골함을 되찾은 뒤 경찰 부축을 받으며 오열하고 있다. 서울신문NTN(양평) 한윤종 기자 han0709@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나로호 ‘우주의 꿈’ 오늘은 성공하나

    나로호 ‘우주의 꿈’ 오늘은 성공하나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의 네 번째 도전의 날이 밝았다. 지금까지 최종 발사일이 7월30일, 8월11일, 8월19일까지 세 차례 정해졌다가 연기됐으니 이번 도전은 사수인 셈이다. 나로우주센터 기술진도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한다.”며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기술적 문제 발견 가능성 상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4일 나로호의 최종 예행연습을 성공적으로 끝마쳤으며 종합적인 점검 결과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한·러 비행시험위원회는 최종 점검 상황과 기상조건 등을 고려해 오후 1시30분쯤 최종 발사시간을 발표한다. 마찬가지로 발사 예정시간은 오후 5시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발사 진행과정은 지난번과 같다. 오전 10시15분부터 약 35분간 밸브 및 엔진 제어용 헬륨이 충전된다. 지난번 발사를 중단시켰던 압력측정 센서가 있는 고압탱크의 헬륨을 채우는 작업이다. 오후 3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연료인 케로신(등유의 일종)과 산화제인 LOX(액체산소)가 채워진다. 발사 50분 전 오후 4시10분쯤 나로호를 부축하던 기립장치(Erector)가 철수되면 나로호는 혼자 힘으로 우뚝 서서 우주로 솟구칠 일만 남게 된다. 과연 이번에는 카운트다운 이후 15분간 진행되는 자동발사시스템을 넘어 무사히 발사에 성공할까? 최종 예행연습은 연료와 같은 매질을 넣지 않고 실시하는 모의연습이기 때문에 연료나 헬륨을 충전한 뒤 기술적인 문제가 발견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지난번에는 연료 공급 경로의 밸브가 작동하는 단계에서 압력측정 센서의 인식오류로 멈췄지만, 그 이후에도 발사 300초전(5분전) 발사체 배터리 충전, 3.8초전 엔진 연소점화 등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인도는 발사 1초전 중단되기도 해외사례에서도 자동발사시스템이 가동된 이후 중단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1년 인도의 GSLV호는 카운트다운 이후 액체엔진 부스터가 오작동해 발사 1초전 자동발사시스템이 이를 감지, 발사가 중단됐다. 2007년에는 발사 15초전 이유없이 발사가 멈추기도 했다. 2003년 일본의 H2A호도 로켓의 자세제어장치 내의 전압 변환기에서 오신호가 발생, 발사 직전에 자동발사시스템이 멈췄다. 2006년 유럽의 아리안5호(Ariane-V)도 카운트다운 도중 상단의 압력이 떨어져서 발사를 중단했고 2007년에는 발사 7분전 물공급 시스템 결함으로 발사가 중지됐다. 로켓 전문가들은 “발사 연기는 우주 선진국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면서 “그래도 이번만큼은 발사에 성공하지 않겠느냐.”며 낙관하는 분위기다. 고흥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대입 수시모집 전형 주의할 점은 한·미 어린이 국산 애니 ‘뚜바뚜바’ 동시에 본다 서울 마포대교 아래 ‘색공원’ 시민안전 ‘빨간불’ 덜 뽑는 공공기관 더 뽑는 대기업 “은나노 입자, 폐와 간에 치명적” ‘통장이 뭐길래’ 지자체 임기제한 추진에 시끌 경기 앞지르는 자산 급등 거품 논란 ‘휴대전화료 인하’ 이통사 저울질
  • [김대중 前대통령 국장] “국민 존경한 님이여… 이제 그 존경 당신께 드립니다”

    [김대중 前대통령 국장] “국민 존경한 님이여… 이제 그 존경 당신께 드립니다”

    ■영결식 시종 장중하고 엄숙했다. 볕이 뜨거운 늦여름 민주주의와 남북화해를 위해 헌신한 ‘인동초 김대중’은 국회에서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눴다. 23일 오후 1시55분 국회 본청 앞. 영결식 사회를 맡은 손숙 전 환경부 장관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신 영구차가 입장하고 있다.”고 말하자 조곡이 울려 퍼졌다. 고인의 대형 영정이 운구차 앞에 섰고, 무궁화대훈장과 노벨평화상 상장이 뒤따랐다. 운구차 뒤로 비통한 표정의 이희호 여사와 유가족이 영결식장에 입장했다. 이어 역대 국장·국민장 사상 최대 규모인 2만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결식이 진행됐다. 영결식은 조악대의 애국가 연주와 묵념,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의 약력보고,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총리의 조사, 김 전 대통령 내외와 각별한 관계인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의 추도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한 총리는 조사를 통해 “대통령님의 높은 위업을 어찌 몇 마디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라면서 “온 국민이 슬픔 속에 대통령님을 추모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국민을 존경하고 사랑했던 선생님, 이제 그 존경과 사랑을 당신께 드립니다.”라면서 “지난날은 진정 고단했으니 부디 편히 쉬십시오.”라고 목이 멘 채 추도사를 낭독했다. 이어 천주교, 불교, 기독교, 원불교 순으로 종교의식이 진행됐다. 김 전 대통령이 천주교 신자였던 만큼 최창무 광주대교구장이 집전하는 천주교의 제례가 먼저 이뤄졌다. 불교에서는 조계사 주지인 세민 스님이, 기독교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삼환 회장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엄신형 대표회장이, 원불교에서는 김혜봉 대전충남 교구장이 각각 집전했다. 종교의식이 끝나고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동영상 ‘대통령 김대중’이 상영되자 유가족과 조문객들은 조금씩 흐느끼기 시작했다. 1998년 2월 15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김 전 대통령이 “우리 모두는 땀과 눈물과…”라며 울먹이는 모습이 비치자 이들은 북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한 채 울음을 터뜨렸다. 동영상 상영 직후 이 여사는 침통한 표정으로 부축을 받으며 영정에 헌화했다. 이 여사는 울음을 참으려 입을 꼭 다물었다. 아들 홍일·홍업·홍걸씨 등 유가족이 헌화하는 동안 고개를 숙인 채 입을 꼭 다물던 이 여사는 헌화를 마친 뒤 뒤돌아서면서 그제서야 울먹이기 시작했다. 유족들의 분향이 끝난 뒤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제단에 오르자 영결식장 VIP석 뒤쪽에 있던 한 40대 남성이 “위선자”라고 소리쳐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이 남성은 곧 퇴장해 버렸다. 이어 전두환·김영삼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헌화했다. 김 전 대통령은 영원한 동지이자 경쟁자였던 고인과의 과거를 회고하듯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권 여사는 고개 숙여 영면을 기원한 뒤 눈을 꼭 감고 울먹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영구차가 영결식장에 도착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목례한 뒤 식장 정면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을 계속 응시했다. 유가족이 들어오자 고개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주요 인사들의 헌화와 분향이 끝나자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성악가 김영미씨, 평화방송 소년소녀합창단이 부른 추모곡 ‘그대 있음에’와 ‘우리의 소원’이 영결식장에 울려 퍼졌다. 3군 조총대가 3발의 조총을 발사했고, 이어 “이제 우리가 존경하고 사랑했던 고 김대중 대통령을 보내드려야 할 시간”이라는 손 전 장관의 울먹임 속에 영결식은 마무리됐다. 고인을 실은 운구차는 1시간10분 남짓 걸린 영결식이 끝나자 오후 3시12분쯤 국회를 나가기 위해 서서히 움직였다. 국회 본청 앞과 의원회관 앞을 지나 3시29분쯤 국회를 떠났다. 운구차는 국회를 나가던 도중 이 여사 앞에 잠시 멈춰 섰다. 이 여사는 끝내 고개를 들지 못한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의회주의자 김대중’은 국회를 뒤로하고 멀어져 갔다. 김지훈 김민희 허백윤기자 kjh@seoul.co.kr
  • [김대중 前대통령 국장]홍일씨 “끝까지 옆에서 모시겠다” 울부짖어

    평생의 동지이자 반려자를 잃은 이희호 여사는 23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 내내 고개를 떨군 채 흐느꼈다. 외로움보다는 평생을 함께 걸어온 동지를 홀로 떠나보내는 미안함이 묻어났다. 그래서인지 이 여사는 이날 영정 속 남편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지 못했다. ●추도사 들으며 굵은 탄식 87세의 고령에도 36일간 이어진 투병 간호, 그리고 6일간의 국장 내내 남편 곁을 지킨 이 여사는 영결식장에서 부축을 받고서야 거동할 정도로 심신이 피로해 보였다. 그러면서도 혼신의 기운을 녹여내는 듯한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이 여사는 특히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이 영결식 추도사 끝부분에서 “지난 6·15 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 준비위원들과의 오찬자리에서 매일 밤 이 여사와 함께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한다고 하시면서 목이 메어 말씀을 한참 잇지 못했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회고한 대목에선 참기 힘든 듯 굵은 탄식을 쏟아냈다. 앞서 이 여사는 이날 오전 8시쯤 동교동 사저에서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10분 남짓 전화 통화를 나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을 친구이자 동료로 생각했다. 아내와 함께 조의를 표한다.”고 위로하자, 이 여사는 “지난 18일 보내준 메시지는 저뿐 아니라 한국 국민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됐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 여사는 이어 “이번에 용기있는 북한 방문을 통해 대단한 성과를 올리신 데 대해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누워 계실 때였지만 방북 소식을 알려드렸다.”고 전했다. 이에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께서 늘 하셨던 일을 발판삼아 했을 뿐이고, 그 일을 제가 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영광”이라면서 “김 전 대통령을 평생의 친구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여사는 “앞으로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계속 수고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3형제, 아버지 대형영정서 눈 못떼 이날 홍일·홍걸·홍업 3형제는 단상 위 국화 꽃 속에 놓여진 아버지의 대형 영정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몸이 불편한 홍일씨는 ‘끝까지 옆에서 모시겠다.’며 울부짖어 주위를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주변에서는 홍일씨에게 건강을 고려해 ‘영결식과 서울현충원 안장식만 참관하고 운구행렬에는 참석하지 말라.’고 말리기도 했다. 김대중평화센터 최경환 비서관은 “투병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고 전했다. ‘영원한 비서실장’인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이날 마지막 순간까지 김 전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 권노갑·한화갑·한광옥·김옥두 전 의원 등 동교동계 가신그룹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고인의 의중을 잘 알아 ‘DJ의 입’으로 불렸던 박 의원은 고인의 투병과 국상 기간에도 대언론 창구 역할을 의연하게 치러냈다. 정치권에서는 박 의원의 이같은 모습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전후에 문재인 비서실장이 보인 차분하고 절제된 언동과 비교하기도 한다. 이날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한 박 이사장은 이 여사의 대학후배로 고인과 이 여사가 결혼하기 전부터 각각 알고 지낸 지인이다. 1988년 여성으로는 처음 비례대표 1번을 평민당에서 배정받았다. 여성 지위 향상에 앞장선 고인의 유지를 계승한다는 뜻도 박 이사장의 추도사 낭독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규 허백윤기자 coo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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