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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GREEKment’… 17시간 끝장 토론에 치프라스 무릎 꿇다

    ‘aGREEKment’… 17시간 끝장 토론에 치프라스 무릎 꿇다

    “우리는 ‘어그리크먼트’(aGreekment)에 이르렀다. 이제 잠자리에 들 수 있다.” 13일 오전 8시(현지시간),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는 없다”며 소식을 전했다. 영어 ‘합의’(agreement)를 패러디한 메시지는 전날 오후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어진 17시간의 마라톤 협상에 종지부를 찍는 ‘수사’였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이 그리스가 추가 개혁안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와 3차 구제금융에 합의했다는 뜻이다. 유로존 정상들의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위한 ‘끝장 토론’은 처음부터 덜컥거린 산고였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협상 초반 4개의 ‘마지노선’을 긋고 완강하게 저항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실사를 3차 구제금융 과정에서 배제하고, 채무 조정에 관한 채권단의 언급과 긴급유동성지원(ELA)을 유지한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확답을 요구했다. 또 독일이 제안한 500억 유로(약 62조 5000억원) 규모의 그리스 국유자산을 독립 펀드에 편입해 부채를 상환하도록 한다는 요구를 거부했다. 독립 펀드 조항은 그리스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회의는 진통을 거듭했다. 그러나 자정을 넘기며 협상장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투스크 상임의장, 치프라스 총리가 2개의 쟁점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별도로 마련된 주요국 정상회의에선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의 개혁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합의한 ‘한시적 강제 그렉시트’ 조항이 격론 끝에 삭제됐다. 이어 EU 관계자들은 유로존 정상들이 채무 탕감보다 만기 연장 등 채무 경감에 무게를 두면서 치프라스 총리가 채무 조정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고 전했다. 밤을 꼬박 새운 오전 6시를 넘기면서 EU 관계자들은 치프라스 총리가 IMF를 배제하겠다는 고집을 꺾었다고 귀띔했다. 지난 9일 그리스가 내놓은 개혁안의 핵심 단서를 포기한 것이다. 오전 7시 30분을 넘기면서 마지막 난제인 500억 유로 규모의 국유자산 펀드의 수용 여부가 남았다. 곧이어 독일, 프랑스, EU, 그리스 정상의 네 번째 담판에서 펀드 일부를 자본 확충과 투자에 사용하겠다는 수정안이 받아들여지면서 치프라스 총리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협상 타결은 메르켈 총리의 뚝심과 올랑드 대통령의 조정력이 엮어낸 합작이었다. 외신들은 “그리스 국민의 절대다수가 유로존 잔류를 원해 치프라스 총리가 내밀 협상 카드는 별로 없었다”고 전했다. 17시간의 정상회의는 마무리된 듯 보이지만 가디언은 “치프라스 총리가 15일까지 그리스 의회로부터 개혁입법을 승인받을 수 있을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그렉시트 위기 넘겼다

    그렉시트 위기 넘겼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없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13일 오전 9시(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이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개시에 합의하자 트위터를 통해 이같이 알렸다. 그렉시트 우려 해소와 더불어 은행 영업 중단과 자본 통제 시행이 2주째 접어들며 아슬아슬했던 그리스 경제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정상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정상들이 만장일치로 합의했다”며 “유로안정화기구(EMS)의 금융 프로그램을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개혁법안 입법 등 강도 높은 개혁안 이행을 약속했다. 채권단은 부채 탕감은 불가하지만 상환 유예와 만기 연장 등으로 그리스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유로존 정상회의는 17시간이 넘는 밤샘 끝장 토론을 벌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참여 문제와 500억 유로 상당의 국유자산을 룩셈부르크 펀드에 이관하는 방안 등이 타결을 막는 걸림돌이었다. 두 가지 사안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은행 파산을 막고자 채권단 요구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500억 유로 펀드에 대해 그리스가 동의하는 한편 채권단이 펀드를 국외가 아닌 그리스 내에서 운용토록 하면서 절충점을 찾았다. 우여곡절 끝에 구제금융안은 도출됐으나, 최종 지원을 받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그리스는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의 합의안대로 연금과 부가가치세, 민영화 등 4개 개혁법안에 대해 15일까지 입법 절차를 끝내야 한다. 그래야만 3년간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원) 규모의 구제금융과 120억 유로의 단기자금(브릿지론)을 제공받을 수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 앞에 놓인 길이 멀고 험하다”고 말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아리랑TV, 한국 방송 최초 ‘유엔본부 채널’ 방송개시

    아리랑TV, 한국 방송 최초 ‘유엔본부 채널’ 방송개시

    아리랑TV(사장 방석호)가 한국방송 사상 최초로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 뉴스 및 시사정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유엔본부는 14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11시) 아리랑TV의 한국관련 영어뉴스 및 시사정보 프로그램을 유엔채널(UN In-house Network)을 통해 방송한다. 이날은 유엔창설 70주년, 6·25 전쟁 유엔군 참전결정 65주년을 맞은 뜻깊은 날이다. 본격적인 방송에서 앞서 유엔본부 3층 익스프레스룸에서 크리스티나 갈라치 유엔사무차장, 오준 유엔대표부 한국대사, 방석호 아리랑TV 사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방송 론칭 계약 체결식도 갖는다. 현재 유엔채널에는 미국의 CNN International, Fox News 영국 BBC World, 카타르의 Al Jazeera, 프랑스 TV5 Monde, France 24 등 20여개 유력 매체가 참여한 상태다. 일본의 NHK World는 1년간 협의 과정을 거쳐 지난해 5월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이밖에도 Euro News, Russia Today, France 24 Arabic 등도 채널 계약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아리랑TV는 영어뉴스와 시사정보 위주의 채널을 신설하고 한국과 유엔본부 간 송수신망 및 유엔본부 내부 설비를 완료하는 등 방송을 위한 준비를 진행해왔다. 앞으로 ‘Korea Arirang’이란 이름으로 유엔채널 65번을 통해 공식 방송을 시작한다. 방석호 사장은 “대한민국 국가홍보방송으로 아리랑TV가 전 세계 각국의 외교관들과 본부 직원들이 활동하는 유엔본부 내부채널에 공식 진입함으로서 기아와 기후, 전쟁과 테러 등 국제사회의 공통 이슈는 물론 통일 등 남북문제, 역사 및 영토문제 등 극동지역의 첨예한 외교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입장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면서 “전세계 외교관들의 활동무대인 유엔본부에서 미디어 공공외교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리랑TV가 이번에 유엔채널과 계약한 채널은 뉴스 및 시사정보 프로그램 위주의 신설 채널로, 기존 방송과는 차별화된 24시간 영어뉴스와 시사정보 프로그램을 다룬다. 기존 아리랑TV에서는 평일 생방송 뉴스를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하루 총 6번 방송하지만 UN채널에서는 경제뉴스 위주의 재방송 5회를 포함해 총 11회 뉴스를 방송한다. 시사정보 프로그램인 <Newstellers>, <Money Matters>, <Peninsula Inside>, <4 Angles>, <Global Business Report>, <Bizline>, <Technologize>, <Upfront> 등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제공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축하 영상메시지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어방송 아리랑TV를 통해 여러분과 만나게 돼 대단히 반갑다”면서 “오늘 문을 여는 아리랑TV가 각국의 외교관과 유엔본부 근무자들이 한반도의 현안과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여는 채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격려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유엔채널에 이렇게 역동적인 방송사가 진입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이제 아리랑TV는 세계적인 뉴스채널들과 함께하게 됐으며 유엔과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역사적 관계 속에서 이런 가치 있는 만남은 향후에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세계 각국은 방송을 통해 해외에 자국의 입장을 전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월부터 역사문제, 영토문제 등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자민당 차원서 국가홍보 전담 국제방송 신설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국제 이슈에 대해 서방국가의 뉴스와 차별화된 자국의 시각을 전달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국영 뉴스매체 ‘스푸트니크(Sputnik)’를 출범시킨 바 있다. 아리랑TV는 이번 유엔채널 진입을 계기로 한국의 주요이슈 및 콘텐츠를 방송해 한국적 시각을 알리는 것 외에도 기후변화, 물부족, 저탄소, 환경, 식량, 인권, 평화와 안보, 테러, 인구, 고령화 문제 등 유엔이 관심을 갖고 있는 글로벌 이슈와 북한 핵 문제, 인접국의 역사인식 문제, 영토문제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이슈와 관련된 현상들을 세계 각국에서 직접 취재해 제작한 ‘21th Century’, 유엔의 활동현장을 직접 취재해 제작한 ‘UN in Action’을 주당 2편씩 30분 분량으로 방송한다. 아리랑TV는 비엔나, 나이로비, 제네바 등에 있는 유엔 산하기구 채널에도 방송을 진입시켜 공공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할 방침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고집스럽게 빚으니 그릇이 살아있네!

    [명인·명물을 찾아서] 고집스럽게 빚으니 그릇이 살아있네!

    “옹기는 들숨, 날숨을 자유롭게 쉬는 살아 있는 그릇입니다. 옹기는 그 속에 담겨 있는 음식물의 신선함, 맛, 보존 유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여러 학자의 연구 결과로 입증된 지 오래입니다.” 미력옹기를 운영하고 있는 전남도 무형문화재 제37호 이학수(59) 옹기장은 지난 11일 “천연의 그릇 옹기는 인체에 도움을 주는 무독한 용기로 수 대를 이어 주는 가치 있는 그릇임에 틀림없다”며 “실용적이며 동시에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자연의 그릇인 옹기는 인간이 닮아야 할 그릇이기도 하다”고 극찬했다. 전남 보성군 미력면 국도 29호선 옆에 위치한 미력옹기는 3300㎡(약 1000평) 부지로, 옹기를 생산하는 규모로는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이 옹기장은 무형문화재 보유자였던 아버지 이옥동(1913~1994)씨와 작은아버지 이래원(1918~2000)씨의 가업을 이어 9대째 옹기를 빚고 있다. 조선 중기부터 고집스럽게 점토를 흙으로 빚어 그릇을 만드는 전통 옹기 제조 방식을 무려 300년 동안이나 한집안에서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990년 5월 이옥동·래원 형제를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96호 옹기장으로 지정했다. 같은 종목으로 한 가족이 같은 날 옹기장에 선정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1976년 부친으로부터 미력옹기를 이어받은 이후 1994년 중요무형문화재 제96호 옹기장을 이수했으며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무형문화재 제96호 옹기장 전수 교육조교를 했다. 2003년 전수 교육조교를 반환하고 전남도 무형문화재 제37호로 지정됐다. 이 옹기장은 모든 제품을 직접 손으로 빚어낸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전승돼 온 옹기는 일본이나 중국에도 없는 우리 민족 특유의 음식 저장 용구다. 이 옹기장이 생산하는 물건은 장독대, 항아리, 그릇, 다기, 식기류 등 100여 종류에 이른다. 높이 150㎝, 폭 130㎝에 300만원 하는 대형 옹기도 있다. 작은 찻잔부터 큰 항아리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빚어내고 있다. 천연 잿물로만 쳐내 옹기를 만든다. 전통 옹기로는 국내에서 지명도가 가장 높다.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어서인지 이날 미력옹기 공장에서는 각지에서 온 사진작가 10여명이 예술 작품을 찍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서울, 경기, 광주 등에서 승용차를 타고 오거나 버스로 단체 관람을 오는 경우도 많다. 각양각색의 수많은 작품과 옹기 물레작업실, 전시실 등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자기 손으로 흙을 이겨 틀 위에 올려놓았다. 송 영감의 손은 자꾸 떨리었다. 그러나 반쯤 독을 지어 올려, 안은 조마구(도개) 밖은 부채마치(수레)로 맞두드리며 일변 발로는 틀을 돌리는 익은 솜씨만은 앓아눕기 전과 다를 바 없는 듯했다. 왱손이가 흙을 이겨 주는 대로 중옹 몇 개를 지어 냈다.” 위의 글은 소설가 황순원의 소설 ‘독 짓는 늙은이’ 중 일부다. 이 옹기장은 힘들 때마다 옹기와 장인, 수천년 세월을 담아 온 내밀한 삶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이 글을 떠올리며 힘을 얻는다고 했다. 옹기를 만드는 과정은 굉장히 복잡하고 까다롭다. 이 옹기장은 별도의 동력 없이 오로지 발 물레로 옹기를 빚는 ‘쳇바퀴 타래 기법’을 보존해 오고 있다. 전라 지역에서 사용하는 쳇바퀴 타래법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세계 유일의 고유한 기법이다. 점토 뭉치를 흙바닥에 내리쳐서 판자 모양으로 늘여 바닥판 위에 올려 쌓는 타래법이다. 대형 옹기를 만들기가 쉽고 다른 기법에 비해 속도감이 있다. 또한 힘이 적게 드는 장점도 있다. 쳇바퀴 타래법으로 큰 독을 성형하는 장면을 보는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이 기법으로 물레를 돌리는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쳇바퀴 타래법은 타래를 늘일 때 한 바퀴를 돌려 공중회전으로 늘이는데, 이 모양이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이렇게 몇 바퀴를 회전해 늘여진 타래는 양팔의 길이보다도 훨씬 길어진다. 이 옹기장은 “잘 간직하고 전승해야 할 중요한 기법인 동시에 소중한 우리의 무형문화유산”이라고 말했다. 점토를 빗살무늬 조막으로 때려 형태를 만든 후 물레질을 하면서 매끈하게 다진다. 이후 젖은 가죽으로 옹기의 주둥이를 만드는 작업을 끝낸 후 무늬를 새긴다. 이어 옹기를 그늘지고 통풍이 잘되는 곳으로 옮겨 말리고 사흘 뒤 잿물을 고루 입힌다. 잿물은 소나무를 태운 재와 낙엽이 썩어서 된 부엽토를 물과 적절히 섞어 만든다. 이 옹기장은 “옹기를 만들 때 불가마 과정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고된 작업”이라고 말했다. 크기와 모양에 따라 보름에서 두 달까지의 건조 기간을 거친 후 불가마에 넣어 수분을 빼고 가마 속 온도를 1200도까지 올려 1주일간 불을 때야 한다. 불가마는 가로 2m, 높이 1m 80㎝, 길이 20m 크기로 30~40㎝ 사이마다 촘촘히 불을 때 줘야 한다. 이 옹기장은 “가마에 불을 때는 동안 이번 옹기들은 어떻게 나올까 하는 설렘과 잘 나와야 할 텐데 하는 걱정, 궁금증으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상황이 되풀이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틀에 걸쳐 열을 식히면 옹기가 탄생한다. 이처럼 공들여 만든 옹기는 한번의 불가마 작업에서 300~500여점이 나오지만 가마의 성공률은 50~80% 정도다. 플라스틱의 등장으로 옹기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옹기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로 판매되고 있다. 옹기는 변질을 막고 신선하게 보존하는 기능과 썩지 않게 하는 방부 역할, 2급수 물도 2~3일 놔두면 1급수로 깨끗하게 만드는 정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3가지가 과학적으로 소개되면서 최근 김치냉장고에도 플라스틱 사각통을 빼고 옹기를 넣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 옹기장은 “어떤 주부가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들에게 6개월 동안 옹기에 담은 물로 씻고 마시게 했더니 완쾌된 일도 있었다”며 “옹기에서는 인체에 좋은 음이온이 나온다”고 말했다. 아버지대까지는 옹기를 만드는 일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해야 했었다는 이 옹기장은 목사인 두 아들 그림(39), 이레(34)씨가 목회를 마치면 가업을 이어 가기로 해 10대째 전통을 계승할 수 있게 됐다며 해맑게 웃었다. 이 옹기장은 대한민국 도예대전 대상,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특별상·장려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보성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새로운 50년을 열자] 조선·일본 교역의 장 ‘초량왜관’… 日문화 유입 통로로

    [새로운 50년을 열자] 조선·일본 교역의 장 ‘초량왜관’… 日문화 유입 통로로

    일본 문화가 우리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근·현대에 집중적으로 전해졌다. 대중목욕탕, 화투놀이, 가라오케 등등. 이 가운데 가장 우리 생활에 밀접한 것은 음식문화이다. 돈가스, 오므라이스, 스시, 우동, 소바, 라면, 샤부샤부, 덴푸라, 스키야키, 데판야키(철판구이), 쇼유, 다쿠안 등 다 거론할 수 없을 정도다. 신선하고 정갈한 맛이 특징인 일본 음식은 개운한 맛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호에도 맞아 기성세대는 물론 신세대의 외식문화에도 큰 몫을 차지한다. 일본 문화가 한국에 전해진 뿌리는 어디일까. 조선과 일본과의 무역 및 교류의 장이었던 초량왜관(1678~1876)이 들어섰던 용두산공원을 찾아가봤다. 초량왜관을 통해서도 다양한 일본 문화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해 내려오는 것은 거의 없다. 당시 일본인과의 접촉이 금지돼 문화교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부산과 김해 일대에는 일본 부채와 일본 양산을 들고 다니고 일본 귤과 스키야키를 먹는 등 왜류(倭流) 바람이 불었다고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200여년간 부산에 상주한 역사 그 자체가 일본 문화의 뿌리로서 상징성을 보여준다. 부산에는 왜관의 영향으로 이름 지어진 대청동, 복병산, 고관(두모포 왜관·현 동구청 자리) 등의 지명이 남아 있다. 초량왜관에 대해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한 부산대 한국학연구소 양흥숙(45) 교수와 함께 이날 초량왜관의 발자취를 따라가봤다. 양 교수는 “초량왜관은 한·일교류의 장으로서 역할이 컸지만 일본 문화가 조선에 들어오는 통로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초량왜관은 용두산공원을 낀 동광동, 광복동, 중앙동, 신창동 일대에 있었다. 당시 모습은 하나도 없어 200여년간 왜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다만 광복로와 용두산 공원 입구 등에 초량왜관이 있었던 곳이란 팻말이 세워져 있을 뿐이다. 용두산공원 타워전망대에서 동광동 쪽을 내려다보니 부산항 앞바다와 오륙도가 손에 잡힐 듯 눈앞에 확 들어왔다. 대마도는 부산과 직선거리로는 불과 49.5㎞로 제주도(약 92㎞)보다 훨씬 가깝다. 맑은 날씨에는 육안으로도 어렴풋이 섬이 보인다. “왜관은 동관(사신이 오면 머물었던 곳 · 동광동과 광복동 쪽)과 서관(당시 일본인이 상주했던 지역 · 신창동 쪽)으로 나뉘었는데 단순한 문물교류를 위한 무역뿐만 아니라 선린 교류의 장으로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계단을 이용해 5분여쯤 걸어 동광동 쪽으로 내려오니 계단 끝 화단 옆에 ‘약조제찰비’ 팻말이 있다. 양 교수는 “동래부사와 대마도주가 왜관 운영을 위한 금제조항 다섯 가지를 제정하고 공표하기 위해 세운 비석으로 원본은 부산시립박물관에 보관돼 있다”고 말했다. 오른쪽 동광교회 쪽을 지나 5분여간 걸어가면 왜관 책임자가 상주했던 관수사 터가 나온다. “초량왜관은 용두산을 포함해 광복로와 현재의 부산데파트 자리까지 10만평 규모로 상주인구는 500여명, 건물이 150여채로 많을 때에는 1000여명에 달했습니다. 당시 대마도 인구가 1만 5000여명이었던 점에 비춰볼 때 그 규모가 매우 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지요.” 최근 초량왜관이 재조명을 받으면서 사학자나 지역 향토사학연구가 등의 연구 활동이 활발, 향후 한국에 전파된 일본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양 교수는 “일제강점기 탓에 우리나라는 무조건 국내에 있는 건물과 일본풍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며 없애거나 파괴해버렸다”며 “한류에 열광하는 일본인들이 부산을 많이 찾고 있고 초량왜관은 스토리와 규모 면에서 세계적으로 찾기 힘든 독특한 유적인 만큼 스토리텔링 등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관광상품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사진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그리스 기로] 메르켈 “합의 없다” 올랑드 “그렉시트 없다” 충돌 속 일부 진전

    [그리스 기로] 메르켈 “합의 없다” 올랑드 “그렉시트 없다” 충돌 속 일부 진전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은 12일(현지시간) 그리스 개혁안 및 구제금융 협상 재개 논의에 진전이 있었다고 밝혀 주목된다. 하지만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막판에 전격 취소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회의만 열리는 등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독일과 핀란드 등 채권국 일부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데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도 그리스의 개혁 의지와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바람에 협상이 겉돌았다. 반면 남부 유럽 국가는 그리스에 유화적인 입장을 나타내 정상회의에서 유로존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였다. 유로존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유로그룹 회의는 11일부터 이틀간에 걸쳐 그리스의 새 경제 개혁안을 두고 10여 시간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회장은 “그리스의 제안과 신뢰성, 재정적인 문제들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부채 탕감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은 뒤 “그리스 개혁안을 믿을 수 없어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재무장관도 “유로존이 그리스에 추가 구제금융 제공안을 승인할 때가 아니다”라며 “일부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유로존 회원국 절반 이상이 우리와 같은 입장”이라고 거들었다. 반면 프랑스를 비롯해 스페인, 이탈리아, 키프로스, 몰타,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은 그리스에 유화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그리스의 새로운 제안은 진지하고 신뢰할 만한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도 “협상 타결을 더욱 낙관하게 됐다”고 그리스의 입장을 두둔했다. 이에 따라 유로그룹 회의는 그렉시트를 밀어붙이는 독일, 핀란드, 벨기에,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등 북부 유럽과 유로존에 잔류시키려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 간 대결 구도로 진행됐다. 이에 앞서 독일과 핀란드가 그렉시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리스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독일 정부가 그리스가 제시한 개혁안보다 더 강도 높은 500억 유로 상당의 국유자산 매각을 통해 부채를 갚는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하든지, 아니면 앞으로 5년간 유로존을 한시적으로 떠나 채무조정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는 내용의 문건 폭로와 핀란드 의회는 그리스에 대한 어떤 추가 구제금융 방안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그렉시트 대안론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 쇼이블레 재무장관 사이에 조율된 사안이라고 DPA가 전하면서 파문이 커졌다. 보도 직후 독일 정부 문건이 ‘플랜B’ 수준으로 검토되던 실무 보고서일 뿐이라는 후속 보도가 나오고 그리스 정부도 유로그룹 회의에서 독일이 그렉시트를 거론하지 않았다고 밝혀 일단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아마존서 발견한 희귀 독수리 ‘하피 이글’

    아마존서 발견한 희귀 독수리 ‘하피 이글’

    두 개의 부채 형태 관모를 가진 독수리가 발견돼 화제다. 10일(현지시간)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생물학자 아론 포머란츠(Aaron Pomerantz)와 야생동물 사진작가 제프 크레머(Jeff Cremer)가 최근 페루 탐보파타 아마존 우림인 레푸히오 아마조나스 정글에서 희귀 독수리 하피 이글(harpy eagle)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하피 이글’은 우리나라에선 ‘부채머리독수리’라 불리며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맹금류다. 몸무게는 4~9kg이며 날개를 펼쳤을 때 최대 길이는 2m에 달한다. 길이 12cm의 날카로운 발톱으로 주로 원숭이나 나무늘도, 개미핥기 등을 잡아먹는다. 영상에는 포머란츠와 크레머가 30m나 되는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수십미터 떨어진 건너편 나무에 있는 하피 이글 둥지를 망원렌즈를 이용해 촬영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어른 하피 이글이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도 포착돼 있다. 포머란츠는 “하피 이글 새끼는 태어난 지 6개월 정도 됐다”면서 “부모 독수리는 새끼의 독립을 위해 둥지 방문 횟수를 점차 줄이고 있었으며 새끼는 곧 둥지를 떠날 수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는 나무 위 캐노피까지 안전하게 오르내렸고 독수리들이 전혀 방해받지 않았다”며 “이런 멋진 동물을 관찰할 수 있어 정말 행운이었으며 언젠가 저 새끼가 야생에서 만난 자신의 짝과 함께 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에 따르면 페루서 만난 한 야생동물 연구가는 “페루에서 하피 이글 둥지를 찾는 것은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다”라며 “하피 이글은 방대한 우림에 드물게 존재한다. 성체는 증식률이 낮고 2~3년 마다 새끼를 하나씩 낳으며 호두나무와 같은 거대한 나무 위에 둥지를 만드는 경향이 있어 땅에서 발견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하피 이글’에서 ‘하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머리는 인간, 몸은 독수리인 괴물 하피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하피 이글’은 중남미 아마존 우림의 서식지 파괴로 인해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사진·영상= Aaron Pomerantz / Rainforest Expeditions youtube 손진호 기자 n
  • [씨줄날줄] 출구 안 보이는 그리스 사태/구본영 논설고문

    중국, 이집트, 이탈리아와 같은 관광대국의 공통점은 뭘까. 선조들이 남긴 문화 유산의 혜택을 후손들이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백성들의 고혈을 짜낸 산물인 만리장성이나 피라미드가 후대를 먹여 살리고 있다니 기막힌 역설이다. 그런 점에서 서구 문명의 요람이었던 그리스도 마찬가지다. 국가 부도 상태에 빠진 그리스의 운명이 예측을 불허한다. 급진좌파 시리자 정권이 채권단을 상대로 곡예 외교를 펼치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강력한 긴축을 요구하는 채권단 개혁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부결시겼다. 하지만 그의 기대대로 총부채 3230억 유로 중 30%를 삭감하는 헤어컷(채무 탕감)이 이뤄질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미국이 일부 탕감을 중재하려는 기미가 있긴 하다. 그리스가 유로존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포석이다. 그러나 최대 채권국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정부 부채를 직접 깎아 주는 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요즘 그리스 국민들의 생활고는 말이 아니다. 수입에 의존하는 일부 기초 의약품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현금 가치가 떨어지면서 환금성 높은, 샤넬과 같은 외제 명품 가방을 구매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긴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3차 구제금융 대가로 채권단에 ‘향후 2년간 재정흑자 120억 유로(약 15조원) 추가 확보안’ 등 경제 개혁안을 제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채권단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건 논외로 치자. 목표 달성 전망이 불확실한 게 더 큰 문제다. 달콤한 복지에 맛들인 국민들이 지출 삭감을 반기지 않는 데다 외화를 벌어들일 산업 인프라도 부실한 탓이다. 그리스는 관광업과 해운업 등 광의의 서비스업이 주력 산업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보몰의 병폐’에 빠지기 쉬운 구조다. 경제가 성숙할수록 산업 구조가 서비스업 위주로 옮겨 가게 되지만,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제조업보다 낮아 파생되는 후유증을 겪는다는 얘기다. 더욱이 그리스 경제는 고용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이 아예 공동화돼 디폴트 수렁에서 출구를 찾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사실 그리스가 그간 외채의 일부라도 미래 먹거리 산업에 투자했더라면 오늘의 곤경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사회당의 테오도로스 팡갈로스 전 부총리는 아테네의 한 광장에서 “2000년대 들어 끌어들인 외채는 다 어디 갔느냐”는 청년들의 물음에 “우리가 함께 먹어 치우지 않았나”라고 답했단다.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치를 편 그리스 정치권이 국가부도 사태를 빚은 주범이라면 여기에 중독된 국민이 공범이라는 탄식처럼 들린다. 하긴 남 말 할 때가 아닌 듯싶다.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미래를 위한 구조개혁이 정치권 등 각 부문에서 저항에 부딪혀 표류하는 것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장마당 없인 못 살아”… 北주민 생존·신분상승 통로로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장마당 없인 못 살아”… 北주민 생존·신분상승 통로로

    커티스 멜빈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5월 20일 구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에서 ‘풀뿌리 시장경제’ 역할을 하는 장마당이 400개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멜빈 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확인할 수 있는 북한 내 장마당은 약 396개로 2010년의 200여개에서 배 가까이 늘어났다”면서 “북한 주민의 생계 수단으로 자리잡은 장마당이 규모나 거리, 정책에 상관없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활발한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대북정보 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도 “현재 북한 경제는 장마당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면서 “북한 내부가 정치적으로 긴장 국면을 띠고 있지만 장마당을 완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으로 기존의 배급체계가 무너지면서 ‘시장’은 주민들의 생계 수단이 됐다. 북한 주민들의 다수는 사실상 비공식적 시장경제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유형이 시골과 도시를 왕래하는 일명 보따리 장사고 다음으로는 금이나 골동품, 화폐를 저렴할 때 대량 구매해 뒀다가 비쌀 때 파는 투기 형태의 장사다. 하지만 북한당국이 2010년 이후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비공식 경제활동은 바로 장마당 장사다. 또한 비합법적인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도 역시 장마당이다. ●여성 상인 90% 넘어… 주민 절반 이상 장사로 생계 특히 장마당은 1990년 중반 ‘고난의 행군’과 같은 극심한 경제난 이후 주민들의 생계 유지를 위한 중요 터전이 됐다는 평가다. 북한 당국이 체제 유지를 위한 통제와 억제정책을 폈음에도 장마당은 날로 비대해지고 확산되고 있다. 통제와 억제 속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주민들은 위험보다는 이득이 더 큰 불법거래에 손을 뻗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장마당은 주민들의 생존은 물론 신분 상승의 통로로 이용된다. 기간 산업이 붕괴된 이후 중국과의 무역으로 큰 돈을 번 ‘신흥 부유층’뿐 아니라 장마당을 주 무대로 투기와 매점으로 자산을 형성한 ‘중산층’들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장마당 상인들 가운데 40~50대가 가장 많고, 지역 주민의 반 이상이 장마당 장사에 의지하며 생계를 꾸려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장마당 상인의 90% 이상이 여성인 점에 미뤄 북한 여성들의 경제적 영향력이 향상되고 가계 수입에서 높아진 위상도 엿볼 수 있다. 가끔 기계 부속품이나 자전거 판매대에 남성들이 앉아 있는 것도 눈에 띄지만 그 비율은 5% 수준으로 전해진다. ●오전 9시~오후 6시 개장… 철·시기 따라 약간 차이 장마당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부족한 전력난을 고려해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하지만 주민들이 국가적 생산활동에 동원되는 모내기철(3~4월)이나 김매기철(7월), 가을 걷이 기간(9~10월)에는 시장 개장시간이 2시간 이상 줄어든다. 도로 보수나 건설 등 국가에서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 벌어져도 시장 개장시간이 줄어든다. 장마당에서 중고품 판매는 돈이 꽤 되는 장사다. 여기서 중고품이란 주로 중국에서 들여온 옷들이고, 한국 상품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유통되는 상품들이 북한산 새 옷보다 질이 좋고 저렴해 주민들에게 선호되다 보니 수요가 높다. ●금·외화·휘발유·마약 밀거래… 인력시장도 형성 북한 장마당에서는 암거래가 비일비재하다. 암거래되는 물품들 가운데는 금, 은, 동과 같은 금속도 포함돼 있는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동(구리)과 같은 경우 중국에 비싼 가격으로 넘길 수 있기 때문에 밀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거래되는 품목에는 골동품, 디젤유, 휘발유와 같은 제품도 포함됐다. 또한 빠질 수 없는 밀거래 품목이 바로 한국 영화나 드라마, 음악이 들어 있는 ‘알판’(CD)이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담긴 USB가 판매되기도 한다. 이 외에 북한에서 ‘얼음’이라고 불리는 마약류 필로폰도 몰래 거래된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장마당을 통해 외화 거래도 이뤄지고 막노동, 가정부, 가정교사 등 인력 시장도 형성돼 있다. ●장마당 세대 부당 사회에 저항 않고 사상에도 무관심 북한체제가 제공했던 사회주의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지하경제’인 장마당을 경험하며 자란 장마당 세대는 북한 정권에 대한 애정과 미련이 없는 ‘전략적 세대’로 평가된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장마당 세대들은 부당한 사회구조에도 격렬히 저항하지는 않지만 지도자와 국가, 사상교육 등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10일 “장마당 세대는 부모 세대와 달리 국가와 당에 대한 부채 의식이 전혀 없다”면서 “국가의 보호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자라면서 생존과 시장화에 노출된 특별한 경험을 가진 계층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경제의 시장화로 내부 긴장감이 완화되고 있고, 장마당 세대에서 나타나는 탈정치화 경향이 김정은 정권에 대한 경계심을 완화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북한 내 장마당 세대의 역할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속에 상인 저항 늘어… 보안원과 집단 난투극도 북한에서 시장경제가 확산되면서 장마당 상인들이 단속반에 저항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한 북한 내부 소식통은 지난 3일 RFA에 “도로상과 골목 장터 등에서 보안원과 군인들에게 항거하는 장사꾼들의 모습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강원도 원산지방의 무허가 골목장터, 일명 ‘메뚜기장터’로 불리는 곳에서 물건을 팔고 있던 주민 10여명에게 보안원과 규찰대가 물건을 회수하려고 달려들자 집단적으로 행동해 이를 저지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북한 함경북도 무산군 장마당에서 상인들과 보안원 간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장을 단속하는 보안원들이 장사 물품을 압수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장사꾼들이 집단으로 저항한 사건이다. 북한 당국은 무장한 군인들과 우리의 경찰에 해당하는 보안원들을 대거 급파하고 나서야 이 소요를 수습할 수 있었고 시장은 완전히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과거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집단 저항 사건은 국가권력의 부당한 재산권 침해에 대해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 시발점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은 과거 배급제가 제대로 작동할 때는 당국의 보호 아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이에 순종하며 살아 왔다. 하지만 기본적인 사회보장 체계가 붕괴된 현재 자신의 힘으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야 할 주민들 입장에서 필사적인 저항을 통해서라도 재산을 지키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 시장 봉쇄 고민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현실” 탈북청년들의 인권 단체인 ‘위드 유’(with-U)의 강원철 대표는 “북한 당국도 주민들이 장마당을 이용하고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북한 당국도 시장을 완전히 봉쇄하는 방법을 고민하겠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북한의 장마당은 역설적으로 ‘식물 경제’가 된 북한 체제 유지에도 필수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시장을 완전히 봉쇄하자니 다른 대안도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한순간에 북한 정권을 몰락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내재하고 있다. 북한 정권 입장에서 장마당이 ‘필요악’이라는 뜻이다. 고질적인 경제난 해결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장마당을 통한 북한 사회의 시장화는 앞으로 점점 더 가속화될 것이고 북한체제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이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그리스·차이나 쇼크] 화끈? 그리스 파격 개혁안… 은퇴연령 67세로 상향

    [그리스·차이나 쇼크] 화끈? 그리스 파격 개혁안… 은퇴연령 67세로 상향

    그리스 정부가 9일(현지시간) 내각회의를 거쳐 국제 채권단에 제출한 개혁안은 ‘화끈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마감 시한을 2시간 남기고 내놓은 개혁안은 주요 쟁점인 연금과 부가가치세에서 채권단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부채 탕감 및 만기 연장과 함께 최소 535억 유로(약 67조 1542억원)의 3차 구제금융을 지원받아 파국을 막겠다는 그리스 정부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개혁안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구제금융만 챙기고 개혁은 뒷전으로 미루는 ‘양치기 소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마감 시한 불과 두 시간 남기고 제출… 외식업 부가세율 23%로 높여 이번 개혁안에서 그리스는 상당한 성의를 보였다. 세수 증대와 재정 지출 삭감을 통해 향후 2년간 재정 수지 개선 규모를 최대 130억 유로(약 16조 3178억원)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달 22일 제출했던 추가 개혁안의 79억 유로보다 50억 유로 이상 많은 것이다. 세수 증대를 위해 법인세율을 종전 26%에서 28%로 인상하고, 외식업에 대한 부가가치세 세율을 현행 13%에서 23%로 올렸다. 저소득 노령연금 폐지 시점이 2017년에서 2019년으로 2년 미뤄졌을 뿐 연금 개혁은 당초 제시한 오는 10월보다 3개월 앞당겨 바로 실시하기로 했다. 가디언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입장 변화가 읽힌다”고 전했다. 반면 “뼈를 깎는 긴축을 반대한다”며 국민투표에서 61% 넘게 치프라스 정권을 밀어줬던 지지층의 격한 반발이 예상된다. 그리스 의회는 10일 세수 증대와 연금 개혁 법안을 상정해 표결할 방침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주간의 은행 영업 중단으로 경제가 마비되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제금융은 챙기고 개혁은 미루는 양치기 소년 될 것” 지적도 일각에선 이번 개혁안이 3차 구제금융을 끌어내기 위한 ‘무늬만’ 개혁안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협상 타결 이후 정국 운영을 주도하기 위해 치프라스 정권은 긴축을 혐오하는 내부 반발을 무마해야 한다. 집권 시리자뿐 아니라 연금과 부가세 개혁에 저항할 노조와 노년층, 청년그룹 등을 설득해야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또 2년간 3억 유로를 삭감하겠다는 국방비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분야다. 그리스의 국방 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2.4%인 45억 유로다. 장비나 인프라 투자가 아닌 12만여명의 병력을 꾸리는 데 국방비의 73%가 소요된다. 일자리 프로그램의 성격이 강해 인건비 비중이 독일(50%)이나 미국(35%)보다 월등히 높다. 이웃 터키와의 긴장 관계도 삭감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결국 씨티그룹 등 금융회사들은 이날 그리스 경제가 취약하고 실질적 개혁 합의가 쉽지 않다며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가능성이 오히려 커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KDI “고령층·자영업자 개인 워크아웃 성공 가능성 낮아”

    50대 이상 고령층과 자영업자일수록 ‘개인워크아웃’(파산 신청에 앞서 채무를 일부 탕감해 주거나 만기를 연장해 신용회복의 기회를 주는 제도)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가계부채의 주요 문제와 대응 방안’을 주제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국제 콘퍼런스를 10일 개최한다. 오윤해 KDI 연구위원은 9일 내놓은 ‘한국의 사적 채무조정제도’라는 주제 발표 자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인 2007∼2009년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한 사람의 채무조정 실패 여부를 추적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오 연구위원은 “분석 결과 고령층과 자영업자일수록 채무조정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2007년 채무조정 신청자 가운데 50대 비중은 11.6%, 60대는 3.2%였지만 2013년에는 23.2%, 7.3%로 각각 두 배 이상 늘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자영업자의 실패 위험이 제일 높았다. 사업 확장을 위해 돈을 빌렸다가 개인워크아웃을 이용한 자영업자는 2008년 16.8%에서 2013년 26.4%로 늘었다. 또 고금리채무 비중이 높고 연체 기간이 길수록, 특히 소득 대비 월 상환액이 클수록 워크아웃의 성공 확률도 낮아졌다. 오 위원은 “악성 부채가 축적되기 전 채무자가 개인워크아웃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고 취업알선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한국의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LTV 규제 상한이 60%에서 70%로 확대되면 주택 가격은 0.8% 오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2.5%(37조원)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英 ‘복지 축소·부자 증세’ 두 토끼 잡기

    英 ‘복지 축소·부자 증세’ 두 토끼 잡기

    영국 보수당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예산안을 편성했다. 재정 적자 축소, 복지 혜택 삭감 등 보수 우파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부유층 증세, 생활임금 도입 등 좌파의 정책도 수용해 ‘새로운 보수주의’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하원에서 7420억 파운드(약 1295조원)에 이르는 2015~16년도 수정 예산안을 발표했다. 보수당은 지난 5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해 단독 정부를 구성한 뒤 지난 3월 자유민주당과 합의하에 통과시킨 예산안을 독자적으로 수정해 이날 발표했다. 내년도 예산안의 핵심은 긴축 재정이다. 오즈번 장관은 그리스 부채 위기를 지적하며 지출 통제와 흑자 재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향후 5년간 120억 파운드(약 21조원)의 복지 혜택을 삭감하는 동시에 탈세 근절, 지출 축소 등을 통해 총 370억 파운드(약 65조원)를 절약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14~15년 892억 파운드의 적자를 2019~20년까지 10억 파운드 흑자로 돌려놓겠다고 공언했다. 또 그 이후에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재정 흑자를 유지하도록 하는 입법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긴축재정의 규모와 속도는 지난 3월 예산안에 비해 다소 완화됐다. 흑자 달성 시기는 지난 3월 예산안에 비해 1년 늦춰졌으며 향후 5년간 정부 지출도 지난 3월 계획보다 830억 파운드 늘어났다. 또 복지 혜택을 축소하는 대신 생활임금을 도입해 긴축재정의 고통을 줄이고자 했다. 생활임금이란 근로자의 생계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설정된 임금으로, 오즈번 장관은 내년부터 25세 이상 근로자에게 시간당 7.2파운드(1만 3000원)의 생활임금을 보장하며 2020년까지 9파운드(1만 5700원)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즈번 장관은 부유층에 세금을 더 물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배당금 소득에 과세하고 주택담보대출 이자에 대한 세금 공제를 축소해 주식 및 부동산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에 대한 추가 법인세도 도입한다. 오즈번 장관은 예산안을 발표하며 “영국을 낮은 임금, 높은 세금, 높은 복지 혜택의 경제에서 높은 임금, 낮은 세금, 낮은 복지 혜택의 국가로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예산안에 대해 “오즈번 장관의 실용주의적 면모가 드러남과 동시에 중도파를 잡으려는 보수당의 전략이 엿보였다”고 평가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700만 소상공인 권익보호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700만 소상공인 권익보호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미용실, 빵집, PC방 등 작은 가게를 꾸리는 소상공인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정부에서 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서두르고 있으나 가게를 찾는 손님은 예전 같지 않다. 이러한 소상공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1년 전 출범한 조직이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다. 전국적으로 700만명에 달한다는 소상공인들의 현 주소를 이 연합회의 최승재(49) 회장을 통해 알아본다. 최 회장은 서울 강남의 역삼동에서 1999년부터 인터넷 PC방을 운영해 오고 있다. 외환위기 때 다니던 의류업체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으나 망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PC방이다. 당시엔 컴퓨터가 많이 보급되지 않은 데다 게임 열풍이 불면서 장사가 잘됐다고 한다. 빚도 다 갚도 작은 집도 마련했다. 그런데 지금은 PC방이 늘면서 폐업도 고려 중이다. 인천에서도 PC방을 하고 있는데 토·일요일은 직접 일한다.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 힘들어서다. 최 회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6일 서울신문 편집국 3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최저시급 문제는 추가로 전화 취재했다. →소상공인은 어떤 사람들이며 얼마나 되나. -한마디로 영세한 자영업자들이다. 소상공인지원특별법에 따라 상시근로자수 5인 이하(제조업, 광업, 건설업, 운수업체는 10인 이하)의 사업자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사업체 수로는 290만개, 고용까지 합하면 570만명이다. 여기에다 정수기 필터 교체하는 사람, 택배 배달업 종사자 등 1인 사업자를 합하면 소상공인은 700만명이 된다. 은퇴한 베이비부머가 많아진 데다 창업의 용이성으로 증가한 측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경쟁 격화로 대다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연합회에서는 이 700만명을 대상으로 지원 활동을 한다. →소상공인이 근로자 수 기준으로 분류되는 셈인데 문제점은 없나. -있다. 예를 들어 스크린 골프장은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별도 고용은 없다. 비유하자면 10억원을 투자하더라도 영세 소상공인으로 분류될 수 있다. 반면 식당은 고용인 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부자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소상공인지원특별법에 따라 지원되는 창업자금, 경영개선 교육자금, 전업자금 등은 모두 세금이다. 영세한 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재원인데 이 재원을 지원하는 데 오류가 생길 수 있지 않겠느냐. 소상공인을 고용인 수뿐만 아니라 투자금, 매출이나 소득 규모 등도 감안해서 정할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이 처한 여건은 어떤가. -최근 12년간 통계조사에서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3년간 생존율은 50% 정도다. 특히 생계형 창업인 숙박, 음식업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5년 생존율은 17%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영업자 비중은 월등히 높고 생존율은 최하위권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의 반복으로 지역경제가 급속도로 붕괴 중인 상황에서도 소상공인 지원 예산과 지원 사업이 소상공인 창업에 상당 부분 편성되면서 기존 700만 소상공인들을 살리기 위한 지원사업에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창업 지원을 받은 소상공인이 기존 소상공인의 폐업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되는 구조적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과 생계가 목적이 아닌 투자형 대형 업소들이 별다른 규제 없이 무차별적으로 골목상권으로 진입하면서 지역의 기존 영세 소상공인 업소의 경영난을 심화시키게 된다. 정부가 소상공인 창업을 당분간 억제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살아남은 소상공인들이라도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과열 경쟁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열 경쟁, 과밀화 문제가 소상공인이 처한 당면 과제 같다. -그렇다. 외국은 자영업자 수를 정부에서 나름대로 조정한다. 독일의 경우 자영업자들이 창업하려면 마이스터제도가 있어 함부로 창업을 하지 못하는 구조다. 독일은 빵집을 내려면 빵 명장 밑에서 최소 3~4년간 제빵 기술은 물론 경영 노무 등을 제대로 공부해서 창업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적성이 자기랑 맞지 않으면 진로를 바꾸는 등 창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기능이 약하다. 빵집의 경우, 우리는 빵집 오픈 시 제빵 기술을 몰라도 개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일식집도 주방장만 있으면 된다. 사업자등록증이나 임대차 계약서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묻지마 창업’이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업종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데도 옆에서 “그거 하면 먹고산다더라”거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사업 전망에 대한 말만 듣고 하려 한다. 이제는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을 평가한다면.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자영업자 비율이 OECD 평균의 2배, 미국의 4배다. 평균소비성향이 비슷하다면 상대적으로 우리 자영업자 평균 매출액이 미국의 4분의1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소상공인 과밀업종에 창업자금을 지원해 추가 진입시켜 소상공인 간 경쟁을 더욱 부추긴다. 소상공인 자금은 창업 전후 1년 안팎에 몰려 있다. 창업한 지 오래된 사람에게는 주지 않는다. 결국 가격경쟁과 규모경쟁을 일으키며 대기업과 투자 자본에 의한 대형점포들이 골목상권을 장악해 간다. 이런 근본적인 원인들을 해결하지 않는 한 자영업자들의 형편이 나아지길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부로서는 창업하면 실업자 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정부가 자랑하지 않느냐. 뻔히 알면서 장난질을 치는 거다. 생색만 내는 것이다. 그런데 소상공인 본인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외부 요인으로 망하지 않느냐. 순대, 떡볶이 집까지 대기업에서 하면 우리 같은 소상공인이 어떻게 이기겠느냐. 구글이나 폭스바겐이 떡볶이 같은 업종에 손대지는 않는다. 프랑스의 경우 대형마트가 대도시에는 입점하지 못하게 한다. 라피앵법이다. 미국도 대형마트가 도시에 입점하려면 동네 자영업자연맹과 합의를 봐야 한다. 코스트코의 경우 시 외곽에 있으나 품목을 제한한다. 낱개는 팔지 못하게 하고 박스 단위로 팔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형마트는 임대사업자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좋은지 모르겠으나 소비자 할인폭만큼 납품업자가 그 차액을 떠안는 불합리한 구조다. →메르스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소상공인들이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납부기간 연장이나 특례보증확대 등 정부 조치는 도움이 되나. -그런 일은 매년 일상 일어났던 일이다. 정부가 도와주는데 우리가 이를 싫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데 메르스 관련 불만이 있는데 우리가 많이 참았다는 것이다.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올 1분기에 5만여개가 문을 닫았다. 주로 숙박업, 음식업, 치킨점, PC방, 제과점 등 소비지향적 업종들이다. 세월호 참사 등으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힘들게 버텨 오다 메르스 사태로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소상공인들은 다중 채무자들이고 제3금융권을 이용한다.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출도 넉넉하지 않다. 신용등급이 낮은 소상공인들과 부채가 있는 상공인들은 전혀 혜택을 못 받는 모순이 있다. 정부가 대출을 해 준다고 하지만 은행 절차가 너무 늦다. 산업부에서 전기요금 인하를 안해 줬다. 소상공인은 배제됐다. 세금 연장이 아니라 감면해 줬어야 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소상공인들이 반대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5580원에서 8.1% 인상된 6030원으로 정해졌다.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근로자 고용 비중은 84%나 된다. 임금인상을 잘못하면 그리스와 같이 경제가 파탄 날 수도 있다. 물론 근로자들이 최저생계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들도 어렵지만 3~4% 인상이나 최대 7% 인상까지는 수용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근로자나 저희나 다 똑같은 ‘병’ 아니냐. 하지만 소상공인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르바이트생 등 초단기 근로자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과는 입장이 다르지 않으냐. 대안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대기업들이 일자리를 더 만드는 것이다. 또 독일처럼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 수준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업종마다 숙련도와 일하는 환경이 다른데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독일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진작은 됐으나 23만개 일자리가 날아갔다. →소상공인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한다고 들었다. -소상공인들이 손재주가 많다. 하지만 국내시장이 과밀화된 데다 대기업의 진출로 여건이 열악하다. 대기업이 동네 빵집으로 진출하면서 30년 넘게 일해 온 제과명장이 카센터에서 일하는 실정이다. 결론은 줄여야 하는데 구조조정은 쉽지 않으니 해외로 나가자는 것이다. 필리핀에서 가장 유명한 미용체인점을 한국인이 운영한다. 물가가 우리의 절반에 불과한데도 요금은 서울이랑 같다. 사업이 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PC방이 수십만개나 된다. 우리의 10~20년 전으로 보면 된다. 문제는 소상공인이 해외진출을 어떻게 할 것이냐다. 제조업은 코트라를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으나 소상공인은 그런 통로가 없다. 현재 소상공인 시장진흥공단에서 소상공인들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한 15일짜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인생 2막을 15일짜리 연수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 연합회가 정부와 협의해 해외에 ‘샘플 매장’을 내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샘플 매장에서 해외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체험해 본 뒤 승산이 있다고 판단되면 현지에서 사업을 하게 하자는 것이다. →임기 3년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소상공인연합회라는 존재를 국민들은 물론 소상공인들도 잘 모르고 있다. 임기 동안 중소기업중앙회처럼 반듯하게 조직을 꾸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연합회가 소상공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임을 알리고 싶다. 연합회가 나의 먹거리 해결은 못 하지만 최소한 피해는 보지 않게, 더이상 불공정하지않게 몸으로 막아 준다면 연합회의 존재감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정부, 기업, 국회에도 당부하고 싶다. 소상공인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실핏줄로서 일할 수 있게 해 주었으면 한다는 점이다. 소상공인이 취약계층이니 복지 혜택을 달라는 게 아니다. 우리 스스로 서비스 개선 등의 노력을 할 것이다. 숫자가 많다고 해서 정부나 정치권에서 인기성 발언 등으로 일시적인 관심을 표명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일은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근간을 만드는 일을 꼭 하고 싶다. 이를 위해 연합회는 자갈밭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박현갑 부국장 eagleduo@seoul.co.kr ■ 소상공인연합회는 업종별 단체회원과 17개 광역 지역회원 중심으로 가입돼 있다. 지난해 4월 30일 결성됐다. 슈퍼마켓협회, PC방협회, 제과협회, 목욕협회, 미용사중앙회, 주유소협회 등 36개 단체가 가입한 상태다. 구체적인 회원 수의 경우 개별 단체들이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알 수 없다. 연합회라고 하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다. 법정단체임에도 기초적인 사무실과 직원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받지 못해 회원단체들이 내는 소액의 회비로 운영하다 보니 연합회를 알릴 수 있는 여건이 아직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연합회 측의 설명이다.
  • 그리스 4대 은행 통폐합 위기

    유럽연합(EU) 정상과의 최종 협상 시한(12일)을 앞두고 그리스가 9일(현지시간)까지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경제개혁안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리스의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그리스 대형 은행 가운데 일부는 구제금융 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문을 닫거나 인수·합병(M&A)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리스 은행들은 이미 정치·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만큼 폐업이나 매각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8일 유럽연합(EU)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리스 4대 은행인 그리스 국립은행과 유로은행, 피레우스은행, 알파은행 가운데 2개로 통폐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들 가운데 지난해 재무건전성 테스트(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알파은행만 합격 판정을 받았다. 앞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키프로스도 구제금융을 조건으로 대형 은행 두 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았다. 그리스 은행들은 8000유로(약 1000만원) 이상 예금자에겐 30%를 돌려주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의 영업 중단과 현금 인출 한도가 60유로(약 7만 5000원)로 제한된 자본 통제가 오는 13일까지 연장돼 그리스 국민들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EU 정상들은 오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그리스가 9일 개혁안을 제출할 경우 12일 회의에 앞서 오는 11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이 회의를 열고 개혁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의 새 개혁안이 지난달 말 불발된 구제금융 협상 때 제시했던 것보다 더 포괄적이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도 8일 채권단의 요구를 충족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9일 “그리스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개혁안을 제출하면 국제 채권단도 그리스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부채를 탕감해 주는 현실적인 제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끝없는 물량전·집요한 심리전… 中증시 하루 만에 5.76% 급등

    최근의 중국 증시 폭락 사태를 분석하면서 ‘기이한 5대 특징’이 드러났다. 정부가 국유기업의 주식을 대놓고 매입하는 점, 유명 펀드매니저들이 깨질 걸 알면서도 자기가 관리하는 펀드에 돈을 넣고 1년 동안 빼지 않기로 결의한 점, 증권 규제기관이 구원투수로 나선 점, 전체 증시에서 2%도 안 되는 외국자본을 폭락의 주범으로 지목한 점, 상장사의 자발적 거래 정지가 환영받는 점 등이다. 이런 특징은 모두 중국의 주식시장이 ‘정부 주도형’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폭락장에서 맥없이 밀리던 중국 정부는 9일에도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 ‘물량전’과 ‘심리전’으로 나뉘어 진행된 전투에서 정부는 오랜만에 이겼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날보다 202.14포인트 급등한 3709.33으로 장을 마감했다. 하루 만에 5.76% 상승하며 단숨에 3700선을 회복했다. 정부의 부양책은 화수분과 같았다. 더이상의 대책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날도 다양한 카드가 쏟아져 나왔다. 중국증권감독위원회(증감회)는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소유한 대주주와 경영진 가운데 지난 6개월 동안 지분을 줄인 사람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지분 매도를 금지했다. 상승기에 차액을 실현했으니 고통을 감내하라는 뜻이다. 최근 4차례에 걸쳐 역환매조건부채권(RP)을 발행해 500억 위안(약 9조 1000억원)의 유동성을 긴급 공급한 인민은행은 이날도 역RP로 350억 위안(약 6조 3000억원)을 투입했다. 역RP 발행은 중앙은행이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 되파는 조건으로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자금을 푸는 것을 말한다.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는 은행이 신용거래로 주식을 사들인 개인투자자의 대출 기한을 재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심리전은 더 집요했다. 멍칭펑(孟慶豊) 공안부 부부장은 이날 오전 조사팀을 이끌고 증감회로 들어가 불법 공매도 조사에 착수했다. 공안이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세력과의 전쟁에 나선 셈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무지개는 언제나 비가 온 뒤에 나온다”며 투자자에게 인내할 것을 독려했다.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국가대표팀은 반드시 이긴다. 이겨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증감회와 인민은행 등으로 이뤄진 국가대표팀이 깃발을 들었다”며 “이제 투자자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일만 남았다”고 호소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증시와 정치를 연결시키는 보도를 금지하는 긴급 보도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실제로 실의에 빠진 투자자의 모습이 이날 아침 신문부터 자취를 감췄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中, 3000억원짜리 잠수함 공짜로 드립니다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中, 3000억원짜리 잠수함 공짜로 드립니다

    태국 국방부는 지난 6월 중순, 잠수함 도입을 위한 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중국의 최신형 잠수함인 Type 041 위안(元)급 잠수함 3척 구매를 의결했다. 형식상 ‘구매’를 의결이지만, 실제로는 ‘공짜로 받아오는 것을 확정짓는’ 자리였다. 원래 잠수함이라는 물건은 엄청난 수압을 견뎌야 하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깊은 바다 속을 항해해야 하기 때문에 현존하는 모든 첨단 기술이 집약된 값비싼 물건이다. 우리 해군에 도입된 1,800톤 크기의 손원일급 잠수함은 척당 4,000억 원이 넘고, 미국의 7,000톤짜리 버지니아급 원자력 잠수함의 가격은 무려 2조원에 육박한다. 이번에 태국해군이 도입하는 잠수함 역시 중국제라고는 하지만 국제 무기 시장에서 척당 4,000억 원 이상을 호가하는 3,500톤짜리 중형 잠수함이고, 심지어 AIP(Air-Independent Propulsion) 시스템이 탑재되어 수중에서 장기간 작전이 가능한 최신형 잠수함이다. 이런 값비싼 무기를 태국은 어떻게 공짜로 얻게 되었을까? -태국해군, 한국제 대신 중국제 구매 태국해군이 잠수함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독일과 미국 잠수함들의 맹활약을 본 이후였다. 그러나 경제력이 넉넉지 않은 태국의 상황에서 값비싼 잠수함을 구매한다는 것은 제약이 많았고, 태국해군은 약 70여 년간 주변국들의 잠수함 도입에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베트남이 러시아로부터 킬로(Kilo)급 잠수함을 도입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도 신형 잠수함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인접한 빈국(貧國) 미얀마조차 러시아에서 신형 잠수함을 구매하는 등 동남아시아에서 잠수함 보유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태국은 최소의 비용으로 잠수함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곳을 수소문했고, 독일해군이 노후 잠수함을 퇴역시키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독일정부와 접촉했다. 태국은 독일해군이 운용하던 500톤 크기의 소형 잠수함 U206A 6척을 76억 바트(약 2,500억 원)에 판매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잠수함들은 소형일 뿐만 아니라 1970년대에 건조되어 수명이 30년을 넘은 상태였고, 선체 피로도 상태도 심각해 태국해군이 도입하더라도 6~7년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그러나 태국해군이 제시한 조건을 독일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계획은 무산됐고, 대신 잠수함 건조사인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ThyssenKrupp Marine Systems)이 태국정부에게 “중고 잠수함 대신 신품인 U-209 잠수함이나 U210 잠수함을 도입하는 더 나을 것”이라는 제안을 해 왔다. 태국해군 역시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물밑으로 잠수함 승조원 양성을 위해 독일과 한국에 10여 명의 장교를 파견, 잠수함 승조원 교육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태국해군은 독일보다는 기술적 신뢰성이 더 우수하고, 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후속 군수지원도 유리한 한국의 U209 잠수함 도입을 내심 바라고 있었지만, 태국 국방부는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공정한 경쟁을 위해 잠수함 사업을 공개경쟁입찰에 붙였다. 이 사업에는 중국의 CSIC(China Shipbuilding Industry Corps)가 Type 041 잠수함을, 러시아 국영 무기수출중계사인 로소본엑스퍼트(Rosoboronexport)가 킬로(Kilo) 636 잠수함을, 프랑스 DCNS가 스콜펜(Scorpene)급 잠수함을 제안했고, 우리나라의 대우조선해양(DSME) 역시 장보고급 개량형 잠수함을 제시했다. 4개국이 경합을 벌였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우조선해양의 낙승을 점쳤다. 킬로급 잠수함은 태국 주변국들이 도입하고 있는 기종이어서 태국해군이 꺼렸고, 프랑스의 스콜펜급은 너무 비쌌다. 그렇다고 중국제 잠수함을 도입하자니 중국제 무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발목을 잡았다. -‘Made in China’에 대한 악몽 태국은 1990년대 초반 중국으로부터 2척의 3,000톤급 호위함을 헐값에 들여온 적이 있었다. 태국해군은 이 호위함에 대한 기대를 가득 담아 이 배의 이름을 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추앙받는 나레수안(Nresuan) 대왕의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이 호위함은 오래 가지 않아 나레수안이라는 이름에 먹칠을 했다. 도대체 어떻게 건조를 했는지 볼트와 나사가 곳곳에 튀어나와 있었고, 군함이 적 미사일이나 포탄에 피격되었을 때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방수격벽조차 없었다. 격벽은 배가 피격되었을 때 배 안의 다른 구역으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것이지만, 나레수안에는 이러한 격벽은 없었다. 화재 발생 시 진화를 위한 소화시설도 없었고 무장 발사 버튼을 눌러도 미사일이나 함포가 발사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결국 태국해군은 7,300만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스웨덴 사브(SAAB)에 사격통제장치와 지휘통제시설에 대한 전면 개조를 의뢰했고, 삼성탈레스 등 한국기업에 전투정보시스템 개량과 유지보수를 맡겼다. 그래도 못 미더운 이 호위함들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에 4억 7,000만 달러짜리 신형 호위함을 발주했다. 태국해군은 그동안 중국제 호위함의 신뢰성 부족과 결함 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으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고, 한국산 함정에 대한 기대가 컸던 데다가 잠수함 부대 기간요원들이 될 장교들이 한국에서 교육을 받아 한국제 장비를 상당히 선호했기 때문에 태국해군의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승리는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져 왔었다. 태국해군 잠수함 도입사업에서 한국의 승리가 유력시되던 상황은 중국이 일반적인 상거래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단숨에 뒤집혔다. 중국이 제시한 결제방식은 25년 거치 분할상환에 무이자 조건이었고, 약 1조원에 달하는 전체 계약 가격의 3배에 달하는 절충교역, 즉 약 3조 원어치의 태국산 물품을 구매해주기로 하였으며, 태국해군이 중국산 군함의 신뢰성에 불만이 많다는 점에 착안, 운용기간 중 품질을 중국정부가 보증해주기로 했다. 태국은 당장 돈 한 푼 안 들이고 동남아시아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잠수함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능의 최신형 잠수함 3척을 얻게 되었고, 덤으로 막대한 수출 이익까지 챙기게 됐다. 중국정부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태국에 잠수함을 제공하려하는 것은 단순히 일개 조선소의 영업이익을 위한 차원이 아닌 국가의 전략적 이익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미국은 중국과 해양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거나 분쟁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서태평양 국가들을 규합해 중국에 대항하는 연합전선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군사대국화의 브레이크를 풀어버렸고, 필리핀에 미군 재배치를 추진 중이며, 호주-싱가포르에 해군력 전진 배치를 천명했다. 이 지역의 우방국들에 대한 군사적 지원과 무기 판매를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을 양쪽에서 압박하고 있다. -‘공짜 무기’ 뿌리는 중국의 속내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포위망을 뚫기 위해 필사적으로 ‘친구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이미 태국육군의 신형 다련장 로켓 개발 사업을 지원하고 있고, 자국제 초음속 훈련기를 태국에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 파키스탄에는 핵탄두 설계도와 고농축 우라늄을 넘겼고, 신형 전투기를 아예 새로 개발해 넘겨주기도 했다. 중국의 이러한 ‘친구 만들기’는 아프리카나 서태평양 각지의 후진국들에게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앙골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자이르, 수단 등의 국가에 낮은 이자로 차관을 제공하거나 부채를 탕감해주고, 군용 차량과 장갑차, 탄약 등을 무상으로 제공해주고 있다. 태평양 일대에서 다랑어 등 수산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을 끌어안기 위해 마이크로네시아, 팔라우, 나우루 등의 국가에 학교와 교량 등 인프라를 건설해주고 있다. 중국이 이러한 ‘선심 쓰기’ 정책을 계속해 나가는 것은 외환보유고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달러를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통해 미국을 능가하는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영향력 확대 차원이라고 보는 분석이 많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잿더미가 된 유럽의 공산화를 막고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 지원 프로그램, 이른바 ‘마셜 플랜'(Marshall Plan)을 진행한 바 있고,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각국에도 이러한 재정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수많은 동맹국과 우방국을 만들어 세계 유일의 패권국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미국의 전례를 중국이 따라하면서 점차 그 영향력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대외정책 속에서 세계 방산시장은 빠르게 ‘Made in China'가 잠식해 나가고 있다. 태국의 군함들도, 파키스탄의 전차와 전투기도, 심지어 친미 국가인 쿠웨이트의 자주포와 전투기까지 중국제 장비들이 깔리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이제 막 세계 방산시장에 뛰어든 한국 방산제품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일우 군사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강서, SKT와 CCTV 무상설치 협약

    강서 주민의 안전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강서구는 이동통신사업자(SK텔레콤)에 관내 폐쇄회로(CC)TV 인프라 사용 권한을 주고, 업체로부터 방범용 CCTV를 무상설치받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최근 들어 방범 CCTV의 범죄예방 효과에 대한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CCTV를 설치해 달라는 주민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예산이 부족한 탓에 주민들의 민원을 모두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민간 사업자인 SKT는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LTE 중계기 등의 통신설비를 설치할 만한 시설물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공공 CCTV 인프라 활용이 그 대안이 되었고 민관 양측이 상생을 위한 업무협약에 들어갔다. 협약은 SKT가 방범용 CCTV가 설치된 폴 72개에 통신설비를 설치하고 10년간 무상으로 사용하는 대신 방범용 CCTV 45대를 설치, 구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또 통신설비가 설치된 CCTV 폴이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SKT에서 폴을 교체하도록 돼 있다. 당초 SKT에서는 관내 CCTV 인프라를 10년간 사용하는 대가로 연간임대료 지급과 앞으로 3년간 20대의 방범 CCTV 무상설치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구는 도시안전망 강화를 위해 CCTV 인프라를 조속히 추가 확충해야 한다고 판단, SKT에 강서구 CCTV 인프라 사용료를 면제하고 올해 안에 45대의 방범용 CCTV 설치를 제안해 지난 4월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구는 이번 상생협력으로 부족했던 CCTV 인프라를 빠른 속도로 확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3억 9000여만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보게 됐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중국發 경제 불안] “中 실물경제까지 위협” 비관론… ‘최대 교역’ 한국 경제 치명타

    중국 증시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면서 세계 각국은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외국인 투자 제한이 많아 해외 투기 자본에 쉽게 농락당하지 않기 때문에 당국의 관리로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부양책이 오히려 하락을 촉진시키는 상황이 되자 “실물 경제까지 위협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의 개인투자자 9000만명의 불안 심리가 세계경제까지 위태롭게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주가 하락은 당장 중국 경제의 자신감을 앗아 갔다.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자랑하던 중국은 올해 7% 성장률을 맞추려고 금리 인하 등 각종 경기 부양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경기가 살아나기는커녕 오히려 증시에 거품만 잔뜩 불어넣었다가 급기야 터지기 시작했다. 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외국계 금융기관 32곳이 전망한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평균 6.80%로 집계됐다. 중국 국가정보센터(SIC)의 판지안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L’자형이 될 것이며 언제 반등할지 예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정적자 폭을 더욱 늘릴 전망이다. 그러나 부채 증가는 재정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 지난해 2분기 기준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중은 282%였다. 특히 ‘뇌관’인 지방정부 부채를 건드릴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국영은행을 활용해 지방채 발행을 승인해 주며 지방정부의 숨통을 열어주고 있지만, 부채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증시의 위기가 실물 경제로 옮겨가면 세계 경제는 곧바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은 한국은 물론 일본, 아세안(ASEAN), 호주 등의 최대 교역국이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의 2위 교역국이다. 중국 경제 부진이 심각해지면 미국 경제에도 악재로 작용하면서 오는 9월로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다. 원자재 수출을 많이 하는 남미 국가들도 중국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중국의 경기 침체는 치명적이다. 다만, 중국 증시와 세계경제의 연결 고리가 약하고, 4조 달러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다양한 재정 정책을 펼 수 있는 데다 국내 소비력도 왕성해 증시 폭락이 곧바로 실물경제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국 주가는 5년 넘게 침체를 이어왔지만, 같은 기간에 중국의 경제는 목표 성장률을 달성하며 내실을 다져 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EU “12일 결판”… 그리스에 최후통첩

    EU “12일 결판”… 그리스에 최후통첩

    그리스의 운명이 5일 뒤 판가름날 전망이다. 단일 통화 체제 유지를 유럽연합(EU) 존립의 중대 요소로 여겨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그렉시트)를 막고자 지난 5년간 협상을 벌여 온 EU 정상들이 결국 그리스에 최후통첩을 날렸다. EU 28개국 정상들은 오는 12일 출범 22년 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그렉시트를 포함한 그리스 사태를 논의하기로 했다. 그리스는 9일까지 3차 구제금융 개시를 위한 개혁안을 제출해야 하며 EU 정상들은 이를 검토해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특히 국민투표 이후 7일 처음 열린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와 유로존 정상회담에 그리스가 ‘빈손’으로 나타나면서 채권단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이날 ‘호텔 메모지’ 1장만 달랑 들고 유로그룹 회의에 데뷔한 에우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재무장관의 면전에 대고 참석자들은 “시간 낭비”라며 성의 없는 그리스의 태도를 질타했다. 유로존 정상들은 그동안 금기시했던 그렉시트 가능성을 입에 올렸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회의 후 “세부적인 그렉시트 시나리오를 준비해 놓고 있다”고 경고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유럽중앙은행(ECB)과 EU 집행위원회(EC)에 그렉시트에 대비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을 요구했다고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점도 명시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금까지 데드라인에 대한 언급은 피해 왔지만 이번 주가 마지막이라는 점을 크고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경고에 차칼로토스 장관은 결국 “(긴축을 위한) 연금과 세제 개혁 논의를 다음 주초부터 착수하겠다”는 내용으로 서명한 서한을 채권단에 보냈다. 서한에는 유럽안정화기구(ESM)에 공식적으로 2~3년간의 구제금융 자금 지원과 채무 재조정을 신청하는 내용도 담겼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유럽의회에 나와 개혁안에 대해 설명했다. 애초 그리스는 부채 탕감을 강력히 요구해 왔으나 최대 채권국 독일의 강경한 입장에 한발 물러난 분위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로존 정상회담 뒤 “그리스 부채 탕감은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닷새 뒤 열릴 EU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특별히 낙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7일 미국 경제 연례 평가 보고서에서 기준금리의 인상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늦출 것을 권고했다. IMF는 “그리스와 중동, 우크라이나 사태 등은 미국에 영향을 미친다”며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의 징후가 있을 때까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 인상을 늦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보고서에서 달러 가치가 더 뛰면 “미국의 성장이 심각하게 약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열린세상] 신발 끈을 조여 맬 때다/강태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신발 끈을 조여 맬 때다/강태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자 갚을 생각에 잠을 설친다. 주택담보 대출 금리가 8%라니…. 당혹스런 상황이 3~4년 내 닥칠 수 있다. 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부의장의 경고다(“3~4년 후 기준금리가 3.25~4.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 환율이 안정적이라는 전제하에 미국 금리 인상폭이 4%면 한국은 4% 이상이 된다. 금리가 오르면 리스크 프리미엄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요즘 차입 금리가 3~4% 정도니까 3년 후 ‘8% 대출 금리’가 허구(虛構)는 아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코앞에 다가왔다. 0~0.25% 바닥까지 떨어뜨린 게 2008년 12월이다. 7년 만에 올린다. 세계 경제는 가 보지 않은 영역으로 진입하게 된다. 환경이 바뀌면 통화정책도 변한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의 최근 연설 제목은 그래서 ‘뉴 노멀 통화정책’이다. 시장을 달래려는 시도가 연설 내내 역력하다. ‘점진적’이라는 표현이 14회 반복된다. ‘그린스펀 사다리’ 공포가 마음에 걸리나 보다. 그린스펀 의장 시절 2년간(2004년 6월~2006년 6월) 17차례에 걸쳐 4% 포인트 이상(1→5.25%) 끌어올린 과거사 말이다. ‘안심 발언’은 계속된다. 금리 조정은 인플레이션, 실업률, 성장률 등 ‘데이터에 기반’할 거라는 강조가 반복된다. 다른 나라 형편까지 염려해 주는 걸로 고마워한다면 잘못 짚은 ‘짝사랑’이다. 옐런 의장이 보겠다는 ‘데이터’는 미국 데이터다. 연설 어디에도 신흥국 이야기는 없다. ‘데이터 기반’ 운운은 앞날을 위해 미리 깔아 두는 전략용 포석일 수 있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을 쫓아가다 보면 동결도 하고, 내리게도 되며, ‘급하게’ 올릴 때도 생긴다. ‘옐런 사다리’도 출현할 수 있다. 이미지는 온화한데 발언 수위는 갈수록 위협적이다. “금리 인상을 결정할 때 시장 혼란이 없다고는 약속 못 한다.”(6월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직후). 스스로 알아서 대응하라는 냉정한 말씀이다. 미국 금리 인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2%에 미치지 못함에도 인상 당위성이 강하게 대두된다. 그대로 두면 2%를 훨씬 상회할 거라는 진단이 있지 않았을까. 경기 회복에 대해 강한 확신이 없다면 절대 못 올리는 게 금리다. 우리에게도 굿 뉴스인 이유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몰고 올 거친 ‘쓰나미’부터 극복해야 ‘굿 뉴스’가 된다. ‘1100조원 가계부채’ 관리가 발등의 불이다. 자본유출 압력도 높다. 미국 탓할 필요 없다. 미국도 자국 경제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하는 거다. 쓰나미에 대비할 책임은 100% 우리 몫이다. 우선 가계가 짊어질 스트레스 크기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다. 4~5% 포인트 금리 인상은 차입 가계에 엄청난 충격이다. 모든 가계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할 수 있다면 최상이다. 전수조사는 아니지만 최근 한국은행이 차주별 가계부채 미시 데이터를 대폭 보강했다고 한다. 미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한은이다. 정부, 감독 당국과 테스트 결과를 공유하는 게 쓰나미 대응의 시작이다. 자본 유출 상황에 특화한 거시 건전성 수단 보완도 시급하다. 기존 거시 건전성 정책의 초점은 은행을 통한 단기자본 유입 억제다. 외자 유출입의 큰 물줄기가 은행에서 채권, 주식으로 바뀐 지 오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전인데 벌써 신흥국에서 ‘달러 썰물’이 목격된다. 인도네시아는 중앙은행 발행 채권에 대해 ‘최소 의무 보유기간’을 부과한 바 있다. 저소득 서민층을 위한 정책금융 강화 조치는 시기적으로 양날의 칼이다. 4대 서민금융상품(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공급 확대를 포함해 2018년까지 정책자금 22조원이 추가 지원된다. 서민층의 채무 부담을 줄여 준다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차입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취약계층에 도움이 될지 고민이 필요하다. 금리 인상이 예고된 시점 아닌가. 800만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빠르게 퇴직 중이다. 주택구매 주수요층(35~55세) 인구수도 2016년 이후 줄게 된다. 금리는 오르는데 집값은 떨어지는 그림이다. 취약가구 채무 상환이 우려된다. ‘금융 위기’는 취약계층부터 시작된다. 신발 끈을 단단히 조여 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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