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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모’가 덮칠 땐… 투자 초심을 기억하라 [강보영 PB의 생활 속 재테크]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는 빚에 쫓기는 수백명이 거액의 상금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서바이벌 게임에 뛰어들었다. 모두가 승자가 될 수는 없었다. 게임에서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영리하게 게임을 파악한 사람, 눈치가 빠른 사람, 운이 좋은 사람, 게임의 룰에 충실했던 사람, 그리고 게임을 즐긴 사람이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금융시장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 누군가는 사기꾼에 의해 자산을 잃어버리고, 누군가는 금융시장에서 자산을 축소당하며, 누군가는 실패를 경험한다. 누군가는 살아남으며 누군가는 자산을 지속적으로 증식한다. 위대한 투자자로 손꼽히는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돕는 정신모형으로 ‘Invert’(뒤집기)를 제안한다.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나”라고 묻기 전에 “어떻게 하면 실패하는 투자가 되는가”라고 질문하라는 것이다. 투자하려는 대상에 대해 잘 모르고 투자하는 경우, 감당할 수 있는 부채 수준보다 높은 위험을 끌어다 쓰는 경우, 탐욕에 마음이 흔들리거나 두려움과 공포 속에 비합리적으로 결정했을 경우 투자에 실패할 것이다. 지금 발 담그고 있는 부동산 시장, 주식 시장, 그리고 채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게임의 법칙은 무엇일까. 인내심을 잃거나 혹은 인내심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그 돈은 과연 누구에게로 흘러 들어갈까. 투자에 앞서 어떤 행동이 자신을 나락으로 이끌 것인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상반기 자본시장을 흔들어 놓았던 ‘차액결제거래 (CFD)를 이용한 주가 조작 및 무더기 하한가 사태’, ‘구독자 55만명을 물량받이로 이용한 슈퍼개미 유튜버’ 등의 투자 사기 및 실패담을 곱씹어봐야 한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투자 원칙을 고수할 때, 언젠가 시장의 흐름이 갑자기 자신에게 맞는 혹은 특화된 게임이 될 때 그 결과를 향유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포모’(FOMO·소외 공포증)에 휩쓸리지 말자. 두려워할 것은 오히려 투자의 초심을 잃는 것이다. 포커 게임에서 한 장의 카드를 더 받을 수 있다면 게임을 좀더 유리하게 진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자산 시장에서 나의 카드 한 장(상대우위)은 무엇일까? 자산 시장에 대한 이해, 금융시장 역사에서 체득한 통찰력, 산업에 대한 학습과 꾸준한 리서치, 남들보다 뛰어난 인내심, 그리고 이런 면을 가진 누군가를 옆에 두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카드 한 장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KB국민은행 부산PB센터 PB
  • 사상 최대 가계빚에 ‘주담대 제동’… 매수 심리 꺾기엔 산 넘어 산

    사상 최대 가계빚에 ‘주담대 제동’… 매수 심리 꺾기엔 산 넘어 산

    고금리 국면에서도 가계부채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나자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풀어 줬던 각종 대출 규제완화를 다시 거둬들일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시장의 심리와 차주들의 반발 등 걸림돌이 산적해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잇따라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나이를 제한하는 조치에 나섰다. NH농협은행은 오는 31일까지 신청을 받은 뒤 다음달 1일부터 판매를 중단한다. BNK경남은행은 오는 28일부터 판매를 중단하며, BNK부산은행은 상품 출시 계획을 보류해 재검토하고 있다. DGB대구은행은 연령 제한을 검토 중이며 SH수협은행은 이달 내에 연령 제한을 적용할 예정이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만기가 늘어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들면서 사실상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 이 탓에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급등의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지목하며 은행권에 연령 제한 등 대출 문턱을 높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와 더불어 24일부터 은행권의 주담대 취급 실태를 들여다본다. DSR 우회 여부와 여신심사 적격성 등 전반을 살펴보는 것으로,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대출과 50년 만기 주담대가 주요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48조 9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0조 1000억원 늘었다.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 줄어들던 가계대출은 4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증가폭은 2021년 4분기(12조 1000억원) 이후 가장 컸다. 주담대는 올해 2분기 14조 1000억원 급증해 잔액이 1031조 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현 101%에서 100% 아래로 떨어지도록 노력하자는 정부와 한은의 공감대가 있다”고 밝혔다. 미시적(대출 관련 정책)·거시적(기준금리 등 통화 정책) 정책이 모두 필요하다면서도 “미시적 정책 환수”를 밝히며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풀어 줬던 대출 규제를 다시 조일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집값은 오른다”는 기대감에 불붙은 영끌 행렬에 정부의 미시적 대응이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실제 5대 은행이 지난 21일까지 취급한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2조 4945억원으로, 연령 제한 등 규제 강화 가능성이 거론된 지난 6영업일간 1조 2566억원이나 불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곧 마무리되고 시장금리가 하락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고, 차주들은 장기화된 고금리에 적응한 상태”라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의 잇따른 기준금리 동결과 충분히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이지 않은 메시지,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줬다”면서 “더이상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불붙은 시장의 심리를 꺾을 시기를 이미 놓쳤다”고 했다.
  • 너무 쉬운 대출 피해 키워… 빚으로 인생 시작, 격차부터 풀어야 [2023 청년 부채 리포트<하>]

    너무 쉬운 대출 피해 키워… 빚으로 인생 시작, 격차부터 풀어야 [2023 청년 부채 리포트<하>]

    서울신문은 ‘이것이 우리의 위기다-청년 부채 리포트’를 주제로 1·2부에 걸쳐 주거와 소득, 부채를 중심으로 청년세대가 처한 현실을 짚어 봤다. 최근 벌어진 전세사기와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암호화폐) 보유 논란 등은 청년층의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회에 대한 불신도 확대시켰음을 확인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주형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가나다순)은 지난 17일 서울신문 회의실에서 청년세대가 처한 경제·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이들은 결국 경제적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전세사기 피해자 중 청년층 비율이 높다. 관련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지 위원장 지금 만들어진 전세사기 특별법은 몇 가지 유형으로만 전세사기 피해자를 규격화해 피해자 여부를 가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이 나오고 있다. 근본적으로 이제까지 청년들한테 너무 쉽게 전세대출을 내줬다. 월세 지원 정책도 사실상 없어 청년이 쓸 수 있는 게 대출뿐이었다. 주거권 보장을 위한 정부 제도 부족이 이번 전세사기를 통해 청년층의 피해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민 교수 경제학적으로 보면 청년 대출은 좀더 느슨하게 해야 한다는 이론적 근거가 있다. 라이프 사이클을 봤을 때 길게 벌고 앞으로 갚을 능력이 될 것이라고 보는 기대가 있다. 다만 주택 유형이나 한도에 있어 너무 쉽게 대출이 나갔다. 금융기관을 포함해 어떤 부분을 살피고 뭘 고려해야 하는지 아무도 챙기지 않은 게 문제다. 정 교수 큰 맥락에서 보면 지금 한국 정치는 일종의 ‘청년 장사’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금을 주되 시장에 맡기면 어떻게 본인이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그런데 청년이 들어가면 정책이 더 쉽게 검증 없이 시행되고, 뒷받침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재한 실정이어서 문제점들이 발생했다. -청년 주거 대책,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대표 결국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책과 제도 설계에 대해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대출 위주 정책에서 공공임대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주거비 제공 등이 필요하다. 지 위원장 살고 싶은 만큼 살 수 있는지, 살 만한 집인지, 그 집에 사는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지. 이 세 가지를 국제사회에서는 ‘주거권’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것을 주택 소유 없이는 누릴 수 없는 것이라고 여겨 왔다. 이 같은 주거권을 중심으로 정책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공공임대를 늘리고, 세입자들이 안전하게 집을 구하고, 감당 가능한 주거비를 부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 교수 보편적 주거권이 확립돼야 한다. 청년에 국한할 게 아니라 모든 사회구성원의 보편적 주거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사회적 합의가 있는 상황인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개입을 어느 정도 할 것인가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합의가 이뤄져 있는지 밑바닥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주식·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청년들의 신뢰도가 매우 낮은데. 민 교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 당국에서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잡아내는 스킬도 떨어진다. 정책적으로 불공정거래 행위를 모니터링하는 기술, 투자가 진지하게 이뤄져야 한다. 정 교수 한국 사회는 전반적으로 ‘체계 신뢰’ 수준이 굉장히 낮다. 사법부, 언론, 입법부 말고 주식도 하나의 체계라고 보면 이에 대한 신뢰가 없다. 자산 격차가 심한데 체계 신뢰가 없으니 각자도생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대표 ‘공정 담론의 회복이 가능하냐’고 묻는 것이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산 격차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정 회복은 어렵다. 격차나 불평등을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청년 부채가 급증하는데 대책은. 정 교수 구조적으로는 인생 자체를 빚으로 시작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학자금부터 빚으로 시작하는 그 구조가 눈덩이로 불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부모가 해 줬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된다. 부모가 못 하는 지원을 서유럽은 국가가 대신 해 주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이 대표 청년 부채는 경제적 어려움을 말하기도 하지만 경제적 여유를 상징하기도 한다. 있는 사람이 대출을 더 받고, 안정적인 노동 소득이 있는 사람들이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식이나 비트코인이 청년 부채 문제의 원인이라고 하는 것은 한편만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청년이 겪는 격차의 예로 ‘20대 초반 개인이 500만원, 1000만원을 빌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것이 사회적 지위와 향후 살아갈 경로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지 위원장 빚을 지는 방식도 너무 격차가 커진 것 같다. 어떤 청년은 대학생 때 창업하면서 주변에 몇억원을 빌리는데, 어떤 청년은 2만원도 빌리기 어렵다. 빚을 지고 한번 실패하면 시장은 그 사람을 낙오시킨다. 빚지는 것에 대해 ‘절대 안 된다’고 할 수 없다면 최소한 너무 위험한 빚을 지지 않고 독립된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사회가 마련해 줘야 한다. -청년도약계좌 등 윤석열 정부의 청년 금융정책에 대한 평가는. 민 교수 청년도약계좌를 두고 5년씩 적금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지적이 있다. 정부의 선의는 잘 알겠지만 진입 장벽을 너무 높였다. 전반적인 정부 대책이 최근 10년 전부터 정부가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고 이자를 보전하는 식으로 가고 있다. 지 위원장 애당초 정책 설계 단계에서 대상을 잘못 설정했다고 본다. 과연 매달 50만원을 5년 동안 넣을 수 있을까. 연 최고 10% 금리 정책 상품인 ‘청년희망적금’도 10만원 미만 납부자의 중도해지율이 49.2%다. 반면 50만원을 납부한 청년들은 중도해지율이 14.8% 정도다. ‘조금이라도 해 볼까’ 했던 사람들은 그것마저 힘들어 해지하고, 50만원을 했던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의도가 어찌 됐든 실패한 정책이 아닌가 싶다. -서울신문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개인의 노력’보다 중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는데. 정 교수 우리는 성적으로 자르는 사회다. ‘성적+다른 요소’를 보는 독일 같은 곳과 달리 우리는 성적만 본다. 내가 수능 1등급이 아니어도 의대에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원체계가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이니 경쟁하는 건 맞지만 개인의 노력을 다양하게 평가해 보상을 해 줘야 한다. 민 교수 학교는 제 역할을 못 해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몰고, 이들에게 줄서기를 시킨다. 줄서기 결과는 취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출산, 보육부터 교육으로 연결되는 부분에서 공공의 역할이 지금 저출산 위기에서 더욱 강조돼야 한다. 이 대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걸 다루려는 정치사회적 고민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청년의 삶을 진지하게 다루려고 노력하면 좋겠다. 청년이 한 개인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정책 설계가 디테일해져야 한다.
  • [단독] 전월세·고물가에 갇혀… 소득 12% 오를 때 ‘빚의 속도’ 2배 뛰었다 [2023 청년 부채 리포트<하>]

    [단독] 전월세·고물가에 갇혀… 소득 12% 오를 때 ‘빚의 속도’ 2배 뛰었다 [2023 청년 부채 리포트<하>]

    전체 가구 부채 증가율의 5배 폭증 내집 영끌 줄고 전월세 26%P 늘어 고금리에 연체 상승률도 3배 껑충“열심히 일만 했는데도 빚만 쌓여”고달픈 삶에 34%는 ‘번아웃’ 경험 “매일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빚이 쌓이는 거예요. 남들처럼 주식을 하는 것도 아니고 코인을 하는 것도 아닌데 먹고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돈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죠.”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군에 다녀와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김경민(24·가명)씨가 첫 직장에서 받은 월급은 130만원 남짓이었다. 학습교재를 파는 회사였는데 영업한 만큼 인센티브가 떨어지는 구조라 최저시급만도 못한 돈이 쥐어졌다. 영업을 위해 굴리는 차에 넣는 기름값도 자비 부담이다. 자취방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그는 소액 대출을 받으며 생계를 이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최근 직장을 옮긴 그는 조금씩 빚을 갚고 있다. “월 220만원 정도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데 이전보단 낫지만 그래도 기대만큼 번단 생각은 안 들어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희망도 잠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가 우리 경제를 짓누르며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특히 청년의 삶은 버거운 수준이다. 상당수의 청년은 경제적 여건 때문에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실정이지만 부모로부터 독립한 청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대 청년 가구의 소득은 최근 4년간 거의 제자리걸음을 걸었지만 그사이 빚은 두 배 이상 불어나며 이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통계청이 해마다 내놓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분석한 결과 20대 청년 가구의 평균 경상소득은 2018년 3533만원에서 지난해 3948만원으로 4년 새 12%(415만원) 늘었다. 이는 전 가구 평균 경상소득 증가율(12%)과 같지만 20대의 부채 증가율은 다른 세대에 비해 두드러졌다. 20대 가구의 평균 부채는 4년 사이 2591만원에서 5014만원으로 2배(94%·2423만원) 가까이 치솟았는데, 같은 기간 전체 가구 부채가 7668만원에서 9170만원으로 20%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5배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빚이 있는 20대로 조사 대상을 한정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대 가구 중 부채가 있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 60.4%로 2018년(50.8%)에 비해 9.6% 포인트 증가했다. 이들의 중위소득은 같은 기간 3030만원에서 3114만원으로 3%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부채(중앙값)는 2460만원에서 5780만원으로 135%나 급증했는데 이 또한 빚이 있는 전체 가구의 부채 상승률의 3배가 넘는다. 빚이 있는 전체 가구의 부채는 4년간 5386만원에서 7463만원으로 3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청년의 범위가 점차 확대됨에 따라 정부 정책에 포함되고 있는 30대 청년 가구의 평균 소득은 2018년 5757만원에서 지난해 6926만원으로 20% 증가하며 20대나 전 가구에 비해 양호한 모습을 보였으나 평균 부채 규모가 컸다. 이들의 평균 부채는 같은 기간 8088만원에서 40%나 늘어난 1억 1307만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40대(1억 2328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빚이 있는 30대 가구를 줄세웠을 때 가운데에 오는 중앙값(1억원)도 억단위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청년들이 빚을 낸 이유로 부동산 대박을 꿈꾸며 ‘영끌’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담보대출을 받은 이유를 살펴보면 20대의 경우 2022년 ‘거주 주택 마련’이라는 응답이 28.9%로 2018년(37.8%)보다 8.9% 포인트 떨어졌다. 그사이 전월세 보증금 마련을 위한 담보대출 비중은 38.5%에서 64.5%로 26.0% 포인트나 늘었다. 신용대출의 경우 주택 마련을 위해서라는 응답이 10.8%에서 17.1%로 증가했으며, 전월세 보증금 용도로 빌렸다는 응답 역시 40.1%에서 43.8%로 늘었다. 부채의 상당 부분이 전월세 대출인 청년층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에 원리금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9개 은행(시중·지방·인터넷은행)에서 20대의 주택 관련 대출 연체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0.41%로 2021년 9월 0.14%와 비교해 0.27% 포인트나 증가했다. 전 연령대의 연체율 상승폭(0.10% 포인트)에 비하면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고달픈 생활에 지친 청년들은 번아웃(정신적 탈진)에 시달리다 결국 사회와 단절된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 최근 1년 동안 번아웃을 경험한 청년은 33.9%였다.
  • 생활비 급한데 취업문 닫혀… ‘휴대폰깡’에 내 폰은 대포폰으로 [2023 청년 부채 리포트<하>]

    생활비 급한데 취업문 닫혀… ‘휴대폰깡’에 내 폰은 대포폰으로 [2023 청년 부채 리포트<하>]

    폰 넘기고 대출받는 ‘내구제’ 기승대포폰 등 범죄 악용 5년새 3배로SNS서 과장광고 속여 쉽게 접근10명 중 7명은 불법인지도 몰라“제도권 금융 넓힐 방법 다양화를” “직장에서 잘리고, 극단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쳤는데, 치료비가 100만원 가까이 나왔어요. 생활비도 모자라다 보니 결국 ‘내구제대출’을 받게 됐어요.”(20대 임모씨) “카페에서 일하다가 코로나19 때문에 그만두게 됐어요. 취업 패키지 학원 다니면서 중간에 취업할 줄 알았는데 계속 안 됐고 모아둔 돈까지 다 쓰게 됐어요. 카드 대출을 받고, 그 돈을 또 갚아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내구제대출을 받게 됐어요.”(20대 김모씨) 청년들의 경제생활을 돕는 협동조합인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지난 3월 발간한 ‘내구제대출 피해 사례조사’에 나오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다. 일명 ‘휴대폰깡’으로 불리는 ‘내구제대출’이란 ‘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의 준말로, 내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제3자에게 넘기고서 그 대가로 현금 대출을 받는 방식의 불법사금융을 말한다. 내구제대출 이용자는 결국 대부업자가 사용한 수백만원 상당의 소액결제나 통신요금을 부담하게 되거나 자신이 넘긴 휴대전화가 대포폰으로 악용돼 범죄에 연루되는 피해를 당하기 일쑤다. 실제로 내구제대출 관련 범죄는 급증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1만 5910건이었던 대포폰 적발 건수는 2022년 5만 3104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상당수가 내구제대출로 만들어진 대포폰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근 내구제대출 피해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지난 11월 내구제대출 피해 상담 등 관련 기관 관계자 91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구제대출 피해자의 70.7%가 20대라고 응답했다. 박수민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장은 “20대는 사회초년생이다 보니 신용 상태가 안정화되지 않고 융통할 수 있는 돈도 적어 불법 사금융에 노출되기 쉽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이에 따라 취업 연령이 늦어지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2030세대가 온라인 서비스에 익숙하다는 점도 피해를 키웠다. 과거에는 길거리에서 전단지 등을 통해 불법대출 홍보를 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소셜미디어(SNS)에서 ‘내구제’나 ‘소액대출’ 등을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SNS의 비대면·익명성도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다. 박 이사장은 “처음에는 1금융권에서 대출이 가능한 것처럼 광고하다가 막상 대출을 신청하면 ‘확인해 보니 안 되는데, 급하면 다른 대출을 연결해 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내구제대출 자체가 불법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지난해 11월 18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0.1%에 달하는 응답자가 내구제대출이 범죄인지 몰랐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자 부담이 별로 없는 것처럼 과장 광고를 해 위험이 있는지를 잘 모르고 발을 들여놓는 경우들이 있다”면서 “청년들에 대한 금융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가전 내구제’, ‘상조 내구제’ 등 비슷한 수법의 대출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출이 필요한 사람 명의로 노트북이나 자동차 등을 할부로 사거나 건조기 등을 렌털한 뒤 대부업자가 이 물건을 팔아 수수료를 챙기고, 대출자에게 판매금액의 일정 부분을 현금으로 대출해 주는 사기 수법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청년층이 불법 사금융이 아닌 제도적 금융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백승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청년이 사는 시대는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업과 소득이 불안정해졌다”면서 “나중에 받을 국민연금을 미리 받거나 청년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尹정부 ‘3대 금융 상품’ 내놨지만… 청년 실질 도움엔 역부족 [2023 청년 부채 리포트<하>]

    尹정부 ‘3대 금융 상품’ 내놨지만… 청년 실질 도움엔 역부족 [2023 청년 부채 리포트<하>]

    윤석열 정부의 대표 정책금융 상품인 ‘청년도약계좌’와 ‘소액생계비대출’, ‘대환대출 인프라’가 출시됐지만 청년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선 보완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년도약계좌, 5년 만기에 신청 저조 서민금융진흥원(이하 서금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출시된 청년도약계좌 신청자는 두 달간 100만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 때 출시된 ‘청년희망적금’ 신청자가 첫 달 290만명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성적이 저조하다. 최대 5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 상품이지만 청년희망적금에 비해 높은 납부 한도(최대 월 70만원), 긴 만기(5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연 6%)가 문제라는 분석이다.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정부지원금 등을 합쳐 금리가 연 10% 수준으로 높았지만 4명 중 1명은 납입 부담에 중도 해지한 바 있다. 지난 3월 출시된 소액생계비대출은 연 15.9%라는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최대 100만원을 빌리기 위해 신청자가 폭주했다. 다만 20대 청년 중 일부는 소액 대출금의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서금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20대 이하 청년층의 소액생계비대출 이자 미납률이 24.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대출 금액 61만원 기준 첫 달 이자(연 15.9%)는 8000원가량인데, 20대 청년 대출자 4명 중 1명은 이마저도 갚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대환대출 플랫폼도 빚 적은 사람 쏠림 고금리 대출을 낮은 금리 상품으로 바꿔 주는 대환대출 플랫폼은 개시 이후 두 달 만에 1조원이 넘는 대출 자산이 이동할 만큼 인기가 있지만 고신용자나 대출 규모가 적은 차주한테 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실행된 대환대출 중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갈아탄 비중은 8.7%에 그쳤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1금융권 대출 비중이 40%로 제한돼 있어 빚이 많은 사람의 경우 대환대출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소득이 높지 않아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청년을 대상으로 금융교육, 자본축적 훈련 등 부가적인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하루 4.3명꼴’ 세상 등지는 20대… 그중 19%는 ‘생활고’ 였다 [2023 청년 부채 리포트<하>]

    ‘하루 4.3명꼴’ 세상 등지는 20대… 그중 19%는 ‘생활고’ 였다 [2023 청년 부채 리포트<하>]

    20대 청년 자살률이 60대 노년층을 제칠 정도로 가파르게 증가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꽃다운 생을 마감한 청년 5명 중 1명이 자살 이유로 경제문제를 꼽을 정도로 취업난·빈곤 문제가 심각하지만 정부 정책은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극단선택 25% 2030… 빈곤 우울 급증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지난 6월 발간한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는 총 1만 3352명으로 이 가운데 20~39세 청년이 25.6%를 차지했다. 5년 전인 2016년(22.6%)과 비교하면 3.1% 포인트 증가했다. 20대 자살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 사망자는 2016년 1097명에서 매년 급증해 2021년 1579명으로 증가했다. 5년간 증가율은 43.9%에 달했는데 이는 10대(23.8%), 30대(-0.8%), 40대(-10.9%), 50대(-4.0%), 60대(9.4%) 등 다른 연령과 비교할 때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1년간 실제 자살을 시도해 본 인구 비율 역시 20대가 단연 높았다. 19~29세 청년기 인구 자살 시도 비율은 1.3%로 집계됐다. 장년기(30~49세)와 노년기(65세 이상)가 각각 0.4%, 중년기(50~64세)가 0.1%라는 점을 감안하면 월등하게 높다. 꽃다운 청춘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정신과적 문제(54.4%)가 가장 컸지만 경제생활 문제(18.9%) 역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경기 불황과 극심한 취업난 속에 우울증 등 정신과적 문제를 겪는 청년들이 대폭 늘며 자살률 증가에 일조하는 상황에서 청년 5명 중 1명이 경제문제를 직접적인 자살 원인으로 꼽았을 만큼 청년층 빈곤 문제가 심각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청년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고통은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해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화한 ‘경제고통지수’를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 15~29세 청년은 25.1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30대는 14.4, 40대는 12.5, 50대는 13.3, 60대는 16.1로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노인·청소년에 쏠린 예방정책 바꿔야 정부가 매년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자살예방기본계획 등을 수립하고 있지만 청년층에서만큼은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년들의 일자리·주거와 엮인 빈곤 문제가 비혼, 저출산으로 이어지다 못해 이젠 자살 급증으로 비화하고 있지만 정책의 초점이 노인과 청소년에게 쏠려 있어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 연구를 전담하는 국책연구기관이 없으며 현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수행하고 있다”면서 “2020년 청년기본법이 제정돼 국가 지원 범위를 규정했으나 빈곤 청년 지원을 보완하고 수혜자 역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애플리케이션 ‘다 들어줄 개’,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단독] “빚 50만원, 반 년 새 1500만원… 독촉·협박에 하루하루가 악몽” [2023 청년 부채 리포트<하>]

    [단독] “빚 50만원, 반 년 새 1500만원… 독촉·협박에 하루하루가 악몽” [2023 청년 부채 리포트<하>]

    SNS 광고 보고 전화 걸어자판기서 물건 사듯 대출‘채무자 대리인’ 지원 신청2030 작년 73%까지 급증 ‘지이잉~’ 지난 8일 경기 안양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수민(23·가명)씨 표정은 탁자 위에서 나직이 울리는 휴대전화 진동 소리에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침묵이 흘렀다. 자신의 휴대전화 화면에 뜬 ‘발신번호 표시 제한’ 문구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정씨가 이윽고 고개를 떨구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불법 대부업체 빚 독촉 전화예요. 하루에도 수십 통씩 걸려와요. 가족과 회사 동료, 친구들을 소셜미디어(SNS) 단체 채팅방에 초대해 대출 사실을 알리겠다는 협박도 당하고 있습니다. ” 정씨는 지난 2월 처음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댔다. 정씨 아버지는 간판과 현수막 제작 일을 하는데 지난해 12월 작업 중 갈비뼈를 다쳐 차를 몰고 병원에 가다 교통사고를 냈다. 상대방 차 수리비가 수백만 원이 나왔다. 이미 사업 부도로 빚이 있었고,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개인회생 신청 중이라 신용거래가 불가능했다. 정씨도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터라 신용카드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SNS에 뜬 대출 광고를 봤다. 정씨는 “정말 이렇게라도 돈을 빌려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고심 끝에 대부업체에 전화를 걸자 대출은 자동판매기에서 물건 사듯 쉬웠다. 업체에서 요구하는 개인 신상을 적고 가족관계증명서, 재직증명서를 보내니 며칠 후 통장에 50만원이 입금됐다. 2주 후에 원금과 이자 60%를 합쳐 80만원을 갚는 조건이었다. 한 달 월급이 200만원이 채 안 됐지만 갚을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버지 병원비와 자동차 수리비 등을 내고 나니 생활은 점점 쪼들려 갔다. 제때 돈을 갚지 못해 10만~15만원 연장비가 붙었고, 이를 갚고자 다른 대출업자에게 돈을 빌려 메우기 시작하자 6개월 만에 50만원이던 빚이 1500만원으로 불어났다. 일수 업자들의 추심은 날이 갈수록 정씨의 숨통을 조여 왔다.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정씨는 결국 지난 7월 한국금융대부협회에 상담을 신청해 도움을 받고 있다. 현재 법정최고금리인 연이율 20%를 초과하는 대출은 불법이라는 사실도 그때서야 알았다.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추심에 시달리고 있다. 정씨는 “아무리 돈이 없어도 주변에서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다고 하면 꼭 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와 같이 불법 사금융 채권 추심에 시달리다가 금융당국에 변호사 등 ‘채무자 대리인’ 지원을 신청하는 청년층이 급격히 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채무자 대리인 전체 신청자 가운데 20~30대 비중은 2020년 57.8%에서 지난해 73%까지 급증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란 채무자가 변호사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하면, 채권추심인이 채무자와 접촉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 ‘암호화폐의 왕’이었는데 채식주의자 뱅크먼프리드 “빵과 물로 연명”

    ‘암호화폐의 왕’이었는데 채식주의자 뱅크먼프리드 “빵과 물로 연명”

    가상화폐 사기 등 혐의로 수감 중인 코인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31)가 구치소에서 빵과 물로만 버티고 있다고 그의 변호사가 딱한 사정을 알렸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그의 변호사는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심리에서 구치소가 채식을 제공하지 않아 의뢰인이 “글자 그대로 빵과 물로 연명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아데랄(암페타민)을 제공받지 못했고, 항우울제 엠삼도 떨어져가고 있어 재판 준비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리를 맡은 치안판사 사라 넷번은 이와 관련해 교정 당국에 뱅크먼프리드의 의약품 문제 해결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넷번 판사는 구치소에서 채식주의 식단이 제공되고 있음을 “합리적으로 확신한다”면서 다만 비건(완전 채식) 식단이 가능할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채식주의자도 다양한 편차가 존재하는데 아마도 뱅크먼프리드는 완전 채식을 고집해 먹을 수 있는 것이 빵 밖에 없는 형편인 것으로 보인다. 교정 당국은 이날 별도의 성명을 통해 수감자들은 적절한 건강관리, 의약품, 따듯한 식사를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뱅크먼프리드는 한때 ‘암호화폐의 왕’로 불리며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가다 FTX 파산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FTX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암호화폐 거래소로 320억 달러(약 43조원) 가치로 평가됐다. 미국 검찰은 뱅크먼프리드가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려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부채를 갚고 부동산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뱅크먼프리드는 당초 사기와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혐의로 기소됐으나 그 뒤 혐의 추가와 철회가 이어져 혐의가 7개로 추려졌다. 그는 FTX의 위험관리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사기 등의 혐의는 줄곧 부인해 왔다. 이날도 그는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지난해 12월 FTX 소재지인 바하마에서 미국으로 송환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고, 검찰이 그가 적어도 두 명의 증인을 만나 말을 맞추는 등의 정황이 확인됐다며 보석 취소를 요구하면서 지난 11일 다시 수감됐다. 정식 재판은 오는 10월 시작된다.
  • 1897년부터 동화약품 125년 광고사… 이노션, 책자로 제작

    1897년부터 동화약품 125년 광고사… 이노션, 책자로 제작

    ‘광고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이노션은 1897년부터 125년에 달하는 동화약품의 광고 역사를 총망라한 책자를 출간했다. 이노션이 제작한 ‘동화약품 125년 광고북’은 지난해까지 진행된 동화약품의 광고활동을 한국 근현대사 흐름과 연결해 시대별 광고 발전사를 담았다. 브랜드 이념이나 기업의 역사를 담는 일반적인 ‘브랜드 북’과 달리 동화약품 광고 시각 자료 위주로 제작됐다. 총 2580여 편의 동화약품 광고물 중 224개를 선별해 수록했다. 광고북에 담긴 시대 배경은 19세기 대한제국부터 일제강점기, 해방, 현재에 이른다. 동화약품의 상표인 ‘부채표’와 국민대표 소화제 ‘까스활명수’의 등장까지 익숙한 브랜드의 탄생 과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노션은 광고북을 제작하기 위해 초기 기획 단계부터 자료수집, 최종 편집 구성 등 일체를 담당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작 기간만 1년이 소요됐다고 이노션 측은 설명했다. 특정 기업의 광고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광고사를 하나의 책으로 낸 것은 업계 최초다. 이노션 관계자는 “광고북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결과물을 통해 클라이언트에게 기억에 남을 특별한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다”며 “10년, 20년 뒤에 광고북이 리뉴얼된다면 어떤 광고물들이 지금의 시대를 그리고 있을지 또한 기대되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이번 광고북은 자사의 광고물로 대한민국 광고 역사를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제약업계 선구자로서 여태껏 대중들의 관심사와 시대 이슈를 적극 활용해 다양한 광고 활동을 펼쳐온만큼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수 있는 방법을 지속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광고북은 동화약품 공식 홈페이지에서 전자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
  • 용산구, 웹툰으로 기부채납 이해해요…정보소통광장 개설

    용산구, 웹툰으로 기부채납 이해해요…정보소통광장 개설

    서울 용산구가 구 업무용 내부망에 ‘기부채납 정보소통 광장’을 개설했다고 23일 밝혔다. 민간개발사업 기부채납 시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주민편의 시설 설치 계획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기 위해서다. 기부채납은 민간 개발사업 추진 시 용적률 등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공공시설, 기반시설 등을 공공에 설치·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기부채납 정보소통 광장에는 기부채납 개념, 게시판 이용 방법 등을 직원 누구나 알기 쉽게 웹툰으로 제작해 게시했다. 사업지 중 기부채납 시설이 가능한 곳, 예정인 곳 등을 표시한 도면과 사업별 기부채납 계획 목록, 고시문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세부 관리카드도 담았다. 8월 현재 지역 내 기부채납 진행·예정 중인 곳은 총 40곳이다. 이중 한남2·3·4·5구역, 청파1·2구역 등 24곳에 설치할 시설 계획은 윤곽이 잡혔다. 주민 수요를 고려해 시설계획을 검토해야 할 곳은 서계동33번지 일대 주택재개발, 정비창전면1구역 등 16곳이다. 구 관계자는 “성공적인 시설 설치를 위해서는 기술·행정·복지 관련 여러 부서간 협업이 필수”라며 “기부채납 예정 현황 공개가 관련 부서 소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기부채납시설 공급부서는 대부분 도시계획과·재정비사업과와 같은 개발사업 인·허가 부서인 반면, 실제 시설 수요부서는 문화진흥과·사회복지과 등으로 개발계획·공급시기 등 정보 공유가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용산 16개 동 중 13개 동에서 대규모 개발이 추진·예정 중”이라며 “각종 개발 사업에 구민이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기부채납 시설을 체계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 “영끌 대출 막차 타자”…50년 만기 주담대 6일새 1조 폭등

    “영끌 대출 막차 타자”…50년 만기 주담대 6일새 1조 폭등

    금융당국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계대출의 원인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지목한 가운데 최근 6일간(영업일 기준) 5대 은행의 해당 상품 취급액이 1조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 청년과 신혼부부 등 소득이 적은 차주들의 상환 부담을 낮춰준다는 명목으로 시중 은행들이 앞다퉈 상품을 출시하고, 금융당국도 청년층 주거 대책으로 관련 정책 상품을 내놓는 등 사실상 초장기 대출을 부추긴 책임을 피할 수 없어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지난 21일까지 취급한 50년 만기 주담대는 2조 4945억원에 달한다. 이 상품은 지난달 5일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이달 14일 우리은행까지 모든 은행이 차례대로 출시했다. 특히 지난 10일 이후 대출 취급액은 6일(영업일 기준) 만에 1조 2566억원 급증했다. 애초 주담대 만기 연장은 차주들의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나온 상품으로 금융당국에서도 주택금융공사을 통해 청년층과 신혼부부 한정으로 50년 만기 정책모기지를 선보였다. 문제는 만기 연장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액이 감소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낮아져 총 대출한도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정부의 주택 관련 규제 완화까지 겹치면서 주담대 잔액도 급증해 가계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 8000억원으로 1분기 말 대비 9조 5000억원 증가했다. 곳곳에서 가계부채 경고등이 켜지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를 열고 50년 만기 주담대 차주의 나이를 제한하는 등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이에 가장 먼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출시한 농협은행은 오는 9월부터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상품 출시 두 달도 안 됐지만 당초 설정한 2조원 한도가 이미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제도가 바뀌기 전에 막차 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대출을 부추기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실제 대출상담사들은 ‘50년 만기 막차 타야 합니다’, ‘막히기 전에 서두르세요’라며 절판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시중은행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고 사실상 청년층 대출을 확대하도록 권장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이제 와서 ‘50년 만기주담대’를 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 제주 APEC 유치때 생산유발효과 1조 넘는다… 간접효과는 경주보다 4배 높아

    제주 APEC 유치때 생산유발효과 1조 넘는다… 간접효과는 경주보다 4배 높아

    제주연구원, 경제파급효과 분석 연구 결과 발표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제주가 유치했을 경우 생산유발만 1조 783억원, 부가가치유발 4812억원, 취업유발 928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연구원은 2025년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제주유치에 따른 경제파급효과를 분석한 ‘2025 APEC 정상회의 제주유치에 따른 지역경제 효과분석’ 연구결과를 23일 발표했다. APEC은 환태평양 국가들의 경제협력을 위해 결성된 국제기구로, 2023년 현재 21개의 회원국이 참여 중이고, 정상회의는 1993년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29회차가 개최됐다. 대한민국은 2005년 부산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한 이후, 20년이 지난 2025년에 개최국으로 재선정됐고, 외교부는 국내 개최도시를 내년 4월쯤 결정할 예정이다. 8월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경상북도 경주시, 인천광역시, 부산광역시의 4개 지자체가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 유치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APEC 정상회의를 유치했을 때 인프라 투자, 회의운영 수입, 회의기간 증가관광객 지출 등 직접효과에 의해 국가 전체에 파급되는 경제효과는 생산유발 1조 783억원, 부가가치유발 4812억원, 취업유발 9288명으로 추계됐다. 이 가운데 제주지역에 파급되는 효과는 생산유발효과 7256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3463억원, 취업유발효과 7244명으로 추계됐다. 간접효과는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로 인해, 회의기간을 제외하고, 일년동안 증가하는 제주방문 관광객의 지출에 의한 경제파급효과로, 경북 경주시와 인천광역시와의 비교를 위해 추계한 결과, 제주특별자치도의 간접효과는 경북 경주시보다 4배 이상, 인천광역시보다 2배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가 타 지역에 비해 간접효과가 큰 원인은,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수가 많고, 상대적으로 긴 체류기간에 따라 1인당 지출액도 더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부가가치유발효과 3463억원, 취업유발 7244명… 캐릭터 홍보대사 ‘부라봉’ 활용 홍보전 이에 따라 도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하 APEC) 정상회의 제주 유치를 위한 온·오프라인 홍보활동을 다방면으로 전개해 도민 사회의 제주유치 지지분위기 확산에 주력한다. 도가 지난 1일 APEC 정상회의 제주유치 캐릭터 홍보대사 ‘부라봉’을 활용해 준비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증정 이벤트는 배포한 지 사흘 만에 준비한 3만 개를 모두 소진해 조기에 종료될 정도로 도민들의 큰 성원을 받았다. 또한 도내에서 개최되는 각종 행사에 ‘부라봉’(한라봉에 부씨 성을 붙여 지은 이름)과 ‘고르방’ (돌하르방에 고씨 성을 붙여 지은 이름)인형탈을 활용한 대면홍보 활동을 추진하고, 캐릭터를 활용한 부채, L홀더, 볼펜 및 봉제인형 등의 기념품을 제작하여 다양한 홍보용품으로 사용하면서 APEC 제주유치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을 높여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2025 APEC 정상회의 제주 유치를 위한 도내 민간단체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범도민적인 지지 분위기를 확산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제주도, 올해말 유치제안서 제출…내년 4월 최종 개최도시 선정 전망 도는 이번 달부터 도내·외 유명인사가 참여하는 SNS 릴레이 응원 챌린지를 전개하고, MZ세대들의 관심이 높은 워터밤 행사 등도 홍보기회로 활용하는 등 도내 각계의 지지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한 홍보활동에 주력할 방침이다. 한편 APEC 정상회의는 올해 말 개최를 희망하는 지자체로부터 유치제안서를 제출받고 현지실사 및 프리젠테이션(PT) 발표 등을 반영해 내년 4월쯤 최종 개최도시가 선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도는 지난달 28일 행정과 4개 유관기관 관계자들로 구성된 유치제안서 작성 전담 조직(TF)을 구성해 제주가 가진 강점을 살려 차별화된 유치제안서를 작성하기 위한 논리 발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항공기 잦은 지연·결항, 정석비행장 활용으로 돌파구 마련 가능성 특히 외교부의 제주공항 항공기 결항·지연이 걸림돌이라는 우려의 시선에 대해 정석비행장 등 활용 방안도 유치제안서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최명동 도 경제활력국장은 “하반기에는 2025 APEC 정상회의를 제주에 유치하기 위해 도민들의 지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온·오프라인 홍보활동과 차별화된 제안서 작성을 위한 전담 조직(TF)팀 운영을 전략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APEC 정상회의 제주 유치를 위한 도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집값 상승 기대감에 또 ‘영끌’… 빚 9조 5000억 부풀었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또 ‘영끌’… 빚 9조 5000억 부풀었다

    전체 가계빚이 지난 2분기(4~6월)에 9조 5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연속 줄었던 가계빚은 부동산 ‘영끌’ 행렬이 부활하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모는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 8000억원으로 1분기 말 대비 9조 5000억원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금액과 신용카드 대금 등을 합한 금액으로 포괄적인 가계빚(부채)을 의미한다. 가계신용은 지난해 3분기(7~9월) 말 1870조 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뒤 고금리와 주택거래 부진 등으로 4분기(-3조 6000억원)와 올해 1분기(-14조 3000억원)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3개 분기 만에 다시 증가 전환했다. 2분기 증가폭은 2021년 4분기(+17조 4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가계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2분기 말 잔액 1748조 9000억원)은 지난해 3분기(-3000억원)와 4분기(-7조원), 올해 1분기(-11조원)까지의 감소 흐름을 뒤집고 2분기에 10조 1000억원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14조 5000억원 폭증한 주담대가 이끌었다. 2분기 말 주담대 잔액(1031조 2000억원)은 지난 1분기(1017조 1000억원)의 역대 최대 기록을 뛰어넘었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국면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멈추지 않는 것은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년 뒤 집값 상승 심리를 보여 주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5포인트 올라 지난해 11월(61) 이후 9개월 연속 상승세다. 반면 고물가와 고금리, 중국발(發) 리스크 등의 여파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0.1포인트 내려 6개월 만에 하락했다.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물가와 금리가 오르지만 결국 집값은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동결해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됐다는 신호를 보낸 한은과 은행을 압박해 대출금리를 내리도록 한 금융당국에 (가계부채 급증의) 책임이 있다”면서 “한 번 불붙은 부동산시장의 흐름은 꺾기가 힘든데도 안일한 판단을 한 통화·금융 정책의 실패”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가계부채가 너무 많이 증가해 적정 수준으로 지속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정책 목표”라고 말했다.
  • 한전 부채 사상 첫 200조 돌파… 4분기 전기요금 또 인상되나

    한전 부채 사상 첫 200조 돌파… 4분기 전기요금 또 인상되나

    재정난을 겪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부채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한전의 재정 건전성이 또다시 화두에 오르며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전은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가 201조 35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하는 반기보고서를 22일 전자공시 시스템에 올렸다. 지난해 말 192조 8047억원이었던 총부채가 6개월 만에 약 8조원 늘어난 것이다. 한전의 총부채가 200조원을 넘긴 것은 역대 처음이며 국내 상장사 중에서도 부채가 가장 많은 수준이다. 2020년까지 132조원 수준이었던 한전의 총부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에너지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2021년 145조 7970억원으로 급등했다. 2021년 10월부터 발전사에서 구입하는 전기 가격이 가정 및 기업에 판매하는 가격보다 높아 전기를 판매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는 ‘역마진’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2분기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약 40% 가까이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재정 건전성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5월 한전은 입장문을 내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며 부동산 매각과 임직원 임금 반납 등 2026년까지 25조원 이상의 재무구조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 국제에너지 가격의 안정화로 지난 5월 한전의 전력 구매가격이 전기요금보다 낮아지면서 1년 7개월 만에 역마진 구조가 해소되는 등 수익 구조가 정상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그간의 적자폭이 워낙 컸던 탓에 재정난을 벗어나기까진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전은 지난 11일 상반기 결산실적을 발표하며 “요금 조정과 연료가격 안정화로 2분기 영업손실은 지난 1분기에 비해 상당히 감소했다”면서도 “상반기 적자로 인해 올해 말 대규모 적립금 감소와 향후 자금조달의 제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적립금이 감소할 경우 한전은 내년도에 발행할 수 있는 한전채 발행 한도가 줄어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한전은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해 운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전은 지난 3분기 동결됐던 전기요금에 대해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재무위기 극복을 위해 긴축 및 자구 노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원가주의에 입각한 전기요금 현실화를 추진하고 자금조달 위험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 [단독] 지옥고 탈출, 지옥이 됐다 [이것이 우리의 위기다-2023 청년 부채 리포트]

    [단독] 지옥고 탈출, 지옥이 됐다 [이것이 우리의 위기다-2023 청년 부채 리포트]

    보육원 떠나 10년 고시원 살이주말도 없이 일하며 1억원 모아그렇게 얻은, 꿈만 같은 전셋집전세사기 악몽으로 결혼도 포기“죽을 용기가 없어서 그냥 살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는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다. 고도성장기가 끝나고 저성장 시대가 시작되면서 ‘열심히 일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기성세대의 성공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경제 계층 하위군에 속한 청년층은 전세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됐다. ‘계층 이동 사다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주식시장과 코인판마저 돈과 정보력을 가진 기득권의 놀이터였음을 증명하는 사건들도 잇따랐다. 서울신문은 상,하에 걸쳐 각종 통계 수치에 가려진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점과 대책을 짚어 본다.10년간의 고시원 생활을 마친 뒤 처음으로 얻은 전셋집이었다. 2019년 1월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신축 빌라에 입주했을 때 박민우(37·가명)씨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이제 나도 사람답게 살아 보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5월 불행은 도둑처럼 불쑥 들이닥쳤다. ‘전세사기’라고 했다. 보증금 1억원을 그렇게 날렸다. 10년 동안 택배 상하차 등 가리지 않고 주말도 없이 일해 모은 돈이었다. 박씨의 미래도 그렇게 허공에서 사라졌다. “지금부터 다시 그 돈을 모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내 집 마련은 날아간 꿈이고, 결혼이나 연애도 당연히 포기했죠. 저는 그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에요.” 지난달 11일 저녁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씨의 첫인상은 또래 성인들과 다를 게 없었다. 나이를 묻자 박씨는 “제가 고아라서, 86년생 정도 될 것 같다”고 했다.박씨는 만 18세 성인이 되면서 보육원에서 나왔다. 성인이 된 후 수소문 끝에 부모를 찾아 딱 한 번 만났는데,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후 부모와는 연락을 끊었다. 군대 전역 후 2008년부터는 살아남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운영업체에 취직해 주중에는 오전 9시에서 저녁 7시까지 근무했다. 주말에는 새벽에 나가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렇게 해서 한 달에 200만원 정도를 손에 쥐었다. 박씨가 10년 동안 살았던 신림동 고시원은 창문이 없었다. 월세가 35만원이었다. “창문이 있는 방은 5만원이나 더 비쌌거든요.” 박씨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고시원은 2~3평 정도로 침대 하나가 들어가면 꽉 찼다. 그래도 ‘샤워실 겸 개인 화장실이 있어 환경이 좋다’고 생각했다. 밥값을 아끼려고 공용 주방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밥과 김치로 끼니를 때우곤 했다. 월세와 생활비로 100만원을 쓰고 남은 100만원을 꼬박꼬박 10년간 저금했다. 박씨에게 전세금 1억원은 그런 돈이었다. 2019년 고시원 인근 부동산을 돌며 전셋집을 구했다. 부동산 세 군데를 갔었는데 이상하게 모두 난곡동에 있는 같은 빌라를 추천했다. 9평 남짓한 1.5룸 신축 빌라였다. 무엇보다 커다란 창문이 있어 마음에 들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부동산에서는 집주인이 신탁회사에서 돈을 빌려 건물을 지었다며 “건물이 이것 말고도 여러 개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켰다.부동산에서 직접 그 자리에서 등기부등본도 떼서 줬다. 30대 신모씨가 집주인으로 돼 있을 뿐 멀쩡해 보였다. 당시 박씨가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부동산에서는 “변호사를 통해서 집주인에게 문제가 생기면 전세금을 바로 돌려주겠다는 공증도 써 주겠다”고 했다. 3년 뒤 ‘신탁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공증은 휴지조각에 지나지 않았다. 부동산에서 보여 줬던 등기부등본도 조작된 서류였다. 명의상 주인인 신씨가 부동산 신탁회사에서 집 담보대출을 받고 소유권을 넘긴 터였다. 신탁회사가 동의하지 않은 임대차 계약은 원천 무효였다. 이런 점을 모르고 전세를 계약한 박씨 같은 사람이 50여명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박씨는 집을 비워 달라는 소장을 받았다. 전세사기 피해 규모가 커지자 지난 6월 1일부터 전세사기특별법이 시행됐지만 박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이 전세금을 일부라도 돌려받을 길은 없다. 박씨는 인터뷰 말미에 사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고백했다. “그 돈을 돌려받지 않는 한 길이 보이지 않아요. 전세사기를 당하면 미래가 없습니다. 그냥 죽을 용기가 없어서 사는 것일 뿐이에요.”
  • “10년 징역 살면 1000억 벌어… 참, 사기 치기 좋은 나라 아닌가” [2023 청년 부채 리포트(상)]

    “10년 징역 살면 1000억 벌어… 참, 사기 치기 좋은 나라 아닌가” [2023 청년 부채 리포트(상)]

    사기죄 법정형 겨우 10년 이하처벌 수위 강화 법은 지지부진반복되는 전세사기 원인 지적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전세사기범들에 대한 처벌이 약해 유사 범죄가 반복된다고 입을 모은다. 전세사기 피해자 A(37)씨는 “인천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많이 나왔다. 20대, 30대 청년들이다. 이 나라 사기 치기 참 좋은 나라다. 10년만 살고 나오면 1000억을 번다”며 양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피고인들이 사기로 얻는 돈이 억대에 달해 감옥에 몇 년 갔다 오더라도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에도 수도권 일대에서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를 벌인 ‘세 모녀 전세사기단’의 모친 김모씨가 사기 혐의로 10년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12일 김씨는 2017년부터 각각 34세, 31세인 두 딸의 명의로 서울 강서구와 관악구 등의 빌라 500여채를 전세를 끼고 사들인 뒤 세입자 85명에게서 183억원 상당의 전세 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기소된 혐의를 모두 합하면 김씨에게 피해를 본 세입자는 최소 355명, 총피해 규모는 795억원대에 이른다. 1심 8년보다 가중된 결과가 나왔다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에 견줘 형량이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전세사기는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되며, 사기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다. 피해자가 여러 명일 경우 경합범이 돼 최고형의 2분의1인 5년을 가중한 징역 15년까지 가능하고 피해자별로 사기죄가 성립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 그러나 전세사기 사건은 대개 피해자별 금액이 5억원을 넘지 않아 특경법 적용이 쉽지 않다. 전세사기범들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특경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4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여러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중대 재산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기 위해 범행 방법이 유사하거나 합산 피해액이 5억원을 초과하면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발의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특정 피해자의 최고 액수가 아니라 전체 피해 액수를 기준으로 양형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단독] ‘사기꾼 빚’ 떠안아… 투잡, 스리잡 강박에 15㎏ 빠졌어요 [2023 청년 부채 리포트(상)]

    [단독] ‘사기꾼 빚’ 떠안아… 투잡, 스리잡 강박에 15㎏ 빠졌어요 [2023 청년 부채 리포트(상)]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 60% 2030스물넷, 전 재산 날리고 개인회생매달 50만원 갚고 신용거래 막혀“이제는 원수 같은 집이 됐어요” “반지하였지만 정말 마음에 들었거든요. 이제는 원수 같은 집이 됐어요.” 지난해 9월 허민우(24)씨는 8000만원을 주고 인천 계양구에 전세를 얻었다. 반지하였지만 14평이나 됐다. 서울에서 월세로 3평짜리 원룸에서 살다가 이사를 하니 ‘궁궐’이나 다름없었다. 취미가 요리라 넓은 주방이 마음에 쏙 들었다. 주말이면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행복도 느꼈다. 전세사기는 허씨의 반지하 행복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전세살이 6개월째 되던 지난 2월 허씨는 집주인으로부터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 본인이 파산할 예정이니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자들은 보험 처리를 하라’고 했다. 허씨는 그제야 본인이 살고 있는 반지하의 매매 시세가 전세금의 절반인 4000만원임을 알게 됐다. 당시에는 전세 보증금이 주택 매매가의 100% 이하여야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에 들 수 있었기 때문에 보험 가입도 불가능했다. 허씨는 결국 스물넷이라는 젊은 나이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책으로 전셋집을 선순위로 낙찰받을 수 있다고도 했지만 빚을 더 낼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달리 방도가 없었다. 전세금 8000만원 가운데 7200만원은 청년버팀목전세자금대출로 마련한 돈이었다. 개인회생으로 빚을 1800만원으로 겨우 줄였지만 매달 50만원씩 갚아야 하고 5년 동안 신용 거래도 불가능해졌다. ‘사기꾼의 빚’은 오롯이 허씨의 몫으로 남았다. 만져 보지도 못한 돈을 고스란히 날린 허씨는 피해 사실을 알고는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다. 두 달여 만에 몸무게가 15kg이나 빠졌다. 한 푼이라도 더 모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주말에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인천 미추홀구와 계양구 등지에서 일어난 전세사기는 가난한 사람들을 표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악질적이다. 이 지역들은 인천 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편이다. 사회생활 기간이 짧아 목돈이 없고, 부모님 도움도 받기 어려운 청년들이 몰려들었다.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전세사기 피해자 765명 중 20대·30대가 59.5%로 가장 많았다. 1인당 피해액은 5000만~1억원 사이가 76.4%에 달한다.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고 생각하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아니었다. 미래를 위한 종잣돈이었고, 대부분이 빚이었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는 좌절에 빠졌다. 지난 2월부터 3개월 동안 피해자 4명이 그렇게 목숨을 끊었다.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거주 중인 이미연(37·가명)씨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고백했다. 전세사기 피해 사실을 알고 난 후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다. 이씨는 “집주인부터 부동산 중개업자, 빌라 관리업체까지 모두 한통속으로 친 사기에 당한 게 너무 분하다”며 울먹였다. 이씨는 2020년 1월 피해 주택에서 신혼집을 꾸렸다. 전세금 6500만원 중 80%가 빚이었다. 남편은 중소기업 기술직에 종사했다. 곧 캐나다로 기술 이민을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집주인으로부터 내용증명 한 통을 받았다. 본인은 사실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기에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이씨는 “소송 등을 진행하려면 몇 년은 걸린다고 한다. 이민도 자녀 계획도 포기한 상태”라고 했다. 전세 피해자들을 더 분노케 하는 것은 전세사기를 친 피의자들이 버젓이 잘 살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 피해자 강하나(28·가명)씨는 “저는 지옥에 살고 있는데 공인중개사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니 해외여행 간 사진을 올렸더라”며 분개했다. 전세사기 피해는 지난해 10월 수도권에서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돌연 사망한 40대 임대업자 김모씨가 ‘빌라왕’으로 알려지면서 공론화됐고, 지난 2월 피해자가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심각해졌지만 해결된 것은 없다.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정부 대책은 지원 기준이 까다롭고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많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지난 6월부터 시행됐지만 피해자로 인정되더라도 피해를 보상받을 수 없을뿐더러 그나마 피해자로 인정받으려면 하세월에 조건도 까다롭다.어머니와 같은 동네 빌라에서 살다가 모자가 전세사기를 당한 이재헌(38)씨는 “현재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가 너무 많아 피해자로 선정되려면 두 달은 걸린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자로 인정받으려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에서 정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경매자금 저리 대출 지원 요건도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로 제한돼 ‘결혼 페널티(불이익)’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청년들 빚만 늘리는 대출 확대 말고 공공주택 공급 늘려야” [2023 청년 부채 리포트(상)]

    “청년들 빚만 늘리는 대출 확대 말고 공공주택 공급 늘려야” [2023 청년 부채 리포트(상)]

    보증금반환보증, 깡통 전세 악용유럽 공공임대 아파트 비중 30%소득 수준 맞는 주택 공급 필요 지금까지 정부의 청년 주거 안정 대책은 금융지원 중심이라 청년들의 주거 불안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최근 전세사기가 급증한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전세가격이 오르자 정부는 전세금 대출을 확대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중 하나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다.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보증회사가 대신 돈을 돌려주는 제도다. 2017년 초 정부는 아파트, 다세대 등 주택 형태에 따라 75~90%로 차등 적용했던 담보인정비율을 모두 100%로 확대했다. 이는 전셋값은 물론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사기꾼들은 또 세입자를 모집할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 보증금을 100% 보증한다’는 식으로 전세금과 매매가가 동일하거나 혹은 전세금이 더 높은 이른바 ‘깡통전세’ 계약을 유도했다. ‘빌라왕’ 김모씨처럼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도 가입했다고 거짓말한 경우도 상당했다. 이런 사기에 걸려든 대부분이 빌라 전세 수요가 높은 청년들이다. 정부는 뒤늦게 지난 5월 전세가율을 90%로 강화했지만 피해자가 양산된 뒤였다. 청년주거협동조합 민달팽이유니온의 지수 위원장은 “청년 세대를 대상으로 정부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확대했던 정책이 사실상 청년들이 빚을 지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해 정부가 마련한 ‘전세사기특별법’ 역시 결국 ‘빚을 더 내라’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정흔(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이제까지 전세자금 대출을 마구잡이로 해 줘서 전세금의 90%까지 대출을 받은 세입자들이 많은데 또다시 대출을 받으라니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조 위원장은 “정부가 청년들이 자신의 소득으로 주거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주택을 많이 공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유럽에서는 전체 주택 가운데 공공임대 아파트 비중이 30% 정도 되는 반면 우리는 10%도 되지 않는다. 정부에서 공공임대 아파트, 청년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정부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정책 예산을 전년 대비 5조원 이상 삭감했다. 특히 주거 취약계층 등 저소득층을 위한 매입임대주택과 전세임대주택 예산은 5조 5000억원으로 3조원 이상 줄였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대책으로 내놓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 예산도 이같이 줄어든 예산 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4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증액할 수 있다”고 했지만 증액 추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전세금 몽땅 떼일라… 차라리 月56만원 ‘지옥고’서 살게요 [2023 청년 부채 리포트(상)]

    전세금 몽땅 떼일라… 차라리 月56만원 ‘지옥고’서 살게요 [2023 청년 부채 리포트(상)]

    주거비 과부담 청년 76만 가구‘목돈 모을 전세’ 꿈마저도 접어반지하·옥탑 등 월세 수요 몰려서울 월세 1년새 10% 이상 급등 “우리도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를 벗어나고 싶고 이왕이면 매달 돈 내는 월세보다 목돈을 모을 수 있는 전세에 살고 싶죠. 그런데 전세사기로 돈을 몽땅 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전세는 안 살기로 마음먹었어요.” 지난 4년간 서울과 경기권에서 월셋집을 전전하던 정동명(28·가명)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매달 적게는 40만원에서 많게는 60만원까지 월세를 내면서 1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녔던 정씨는 3평 남짓한 고시원에서도 살아 봤고 친구가 살던 집 한켠에 몸을 누인 적도 있었다. 뜨내기 같은 삶을 끝내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에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지만 최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전세사기 피해 사태를 지켜보자니 두려움이 앞선다. 청년들이 반지하·옥탑방·고시원 같은 ‘지옥고’를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의 하나였던 전세대출제도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청년층 주거에 비상이 걸렸다. 번듯한 집에서 살아 보고 싶다는 희망은 좌절됐고, 그나마 있던 월셋집들은 청년들의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치솟았다. 결국 이전에 살던 곳보다 더 허름한 곳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로 내몰리고 있다. ‘전세 공포’로 월세 수요가 늘면서 월세 가격은 급등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청년들이 주로 거주하는 연립·다세대(60㎡ 이하)의 월세 가격은 지난해 1월 평균 보증금 3801만원에 월 45만원에서 지난해 말 전세사기 사태를 거친 뒤인 올해 1월 보증금 3689만원에 월 49만 4000원으로 뛰어올랐다. 보증금이 112만원 줄어드는 동안 월세는 4만 4000원 오른 것이다. 서울로 지역을 좁히면 오름폭은 더 컸다. 같은 조건에서 서울 평균 보증금은 5395만원에서 5367만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월세는 50만 3000원에서 56만 7000원으로 10% 이상 올랐다. 20대 청년들이 주로 거주하는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전용 33㎡)의 평균 월세(지난 6월 기준) 역시 보증금 1000만원에 56만 7000원으로 1년 새 8.2% 상승했는데 이는 최근 3년(2019~2022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오름세다. 청년들이 취약한 주거 환경에 놓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토연구원 박미선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의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경제적 취약(주거비 과부담) 청년은 75만 8000가구에 달하며 물리적 취약(최저주거기준 미달·지옥고 거주) 청년은 42만 9000가구에 이른다. 경제적·물리적·심리적 측면에서 어느 하나라도 해당되는 청년은 최대 181만 가구로 추정된다. 국토부가 지난해 말 공개한 2021년 기준 주거실태조사에서도 청년가구(만 19~34세) 중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비율은 7.9%나 됐는데 이는 일반 가구(4.5%)의 거의 두 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공공임대를 늘리는 한편 전세대출을 확대했지만 공공임대의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고 전세대출 제도는 결과적으로 청년들을 빚더미에 앉게 만들었다. 안정적인 주거에 대한 청년층의 희망도 사그라졌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의 소득만으로 자가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청년은 10명 중 2명(23.7%)에 불과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한국 사회에서 청년은 곧 임차인이라는 말과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면서 “임차권에 대한 보호가 미비한 상황에선 언제든지 이런 전세사기가 재발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세입자들이 대항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열악한 주거 환경에 처한 청년들을 위한 공공임대 확충과 더불어 주거비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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