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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바인딩 수업/이지혜 [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단편소설]

    북바인딩 수업/이지혜 [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단편소설]

    책방 안에 희미하게 레몬빛이 돌았다. 창문에는 아이보리색 커튼이 드리워졌고, 형광등과 보조등에서 퍼져나온 빛이 커튼 위로 어우러져 따듯하면서도 산뜻했다. 윤재는 사람들과 함께 반대편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내 기척을 느낀 몇 사람이 얼굴을 돌렸고 윤재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는 줄지어 선 책장을 지나쳐 테이블 쪽으로 걸었다. 중앙에 자리 잡은 매대 위에는 윤재가 만든 책들이 놓여 있었다. 여기 있어요, 오래된 자리, 쓰고 만듦. 이모의 환갑을 열흘 앞두고 윤재는 나에게 다시 연락해왔다. 휴대폰 액정에 윤재에게 온 메시지 알림이 떴을 때 나는 윤재가 환갑잔치 일정을 알려주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메시지에 이모 이야기는 없었다. 윤재는 내가 사는 곳 근처 책방에서 북바인딩 수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날짜는 이틀 뒤였다. - 민정아, 와줄 수 있어? 나는 답장하길 망설였다. 윤재와는 한동안 거리를 두며 소원하게 지내고 있었다. 반년 만에 온 윤재의 연락이 반갑기보다는 어색했다. 윤재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여섯 살 때 아빠가 돌아가신 뒤 엄마는 나를 이모에게 부탁했다. 동생만 외할머니 집에 데려가 함께 살면서 식당에서 종일 일하며 돈을 벌었다. 아빠가 남긴 유산은 없고 병원비와 빚만 쌓여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훗날 엄마는 설명해 주었다. 일이 년 돈을 모아서 방이라도 얻을 수 있게 되면 나를 데리러 올 예정이었다고 덧붙였다. 엄마의 결정과 계획을 당시에는 알지 못한 채로 나는 이모네 집에 들어갔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사촌인 윤재와 함께 자랐다. 윤재가 한 살 많았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윤재를 오빠라고 부르지 않았다. 윤재의 형인 윤석을 꼬박꼬박 오빠라고 부른 것과 달리 윤재는 이름으로 부르며 친구처럼 대했다. - 이모 환갑은 어떻게 할 거야? 내가 되묻자 윤재는 만나서 얘기하자고 답장했다.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말을 우리는 반년 전에도 나눴다. 당시 그렇게 말한 건 나였고 윤재는 알겠다고 우선 만나자고 선뜻 대답했다. 그때 윤재도 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윤재에게 답장을 보내 책방으로 가겠다고 말해 놓고도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오늘 점심을 먹으면서도 올까 말까 망설였다. 이런 마음을 모르는 윤재는 웃으면서 나에게 손짓했다. 유난히 하얗고 마디가 굵은 윤재의 손. 어린 시절엔 지금보다 훨씬 작은 손으로 윤재가 내 등을 쓸어내렸던 적도 있었다. 처음 이모네 집에 들어갔을 때 나는 잘 웃지 않았다. 울거나 떼를 쓰지도 않았다. 엄마가 나를 데리러 오지 않을까 봐 걱정했고, 괜히 말썽을 부렸다가 이모네 집에서 쫓겨나게 될까 봐 불안해했다. 이모나 이모부가 나에게 눈치를 줬거나 윤재나 윤석과 사이가 나빴던 것도 아니었는데. 이모부는 이 년 동안 나를 거두어 키우면서도 싫은 기색을 비치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를 돕는 일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 같다. 하지만 윤재와 윤석을 대할 때는 태도가 엄격했고, 자녀의 교육과 생활 지도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이 확고했다. 거기 어긋나거나 미치지 못하면 납득이 될 때까지, 원하는 말을 들을 때까지 사람을 몰아세웠다. 왜 그렇게 했니. 말해봐, 왜.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 왜 말을 못 해. 어떻게 할 거냐니까. 윤석은 공부나 생활 면에서 이모부의 기대만큼 해내는 편이었고 이런 말을 듣는 건 대체로 윤재였다. 이모네 집에 들어간 지 세 달쯤 지났을 때 윤재가 이모부에게 크게 혼났다. 그날은 이모부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높았다. 도중에 이모부가 윤재를 때리려고 해 이모가 말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공부방으로 들어온 윤재가 테이블 앞에 주저앉았다. 윤재 눈에서 눈물이 한두 방울 떨어지는가 싶더니 줄줄 흘러내렸다. 소리 없이 우는 윤재를 보다가 나도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왜 그랬는지 윤재가 하는 것처럼 숨죽여 울었다. 한번 터진 울음은 쉽게 멈춰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누군가 내 등을 다독이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윤재가 테이블 앞으로 몸을 숙인 채 내 등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윤재의 눈에서도 계속 눈물이 흘렀다. 간식을 들고 온 이모가 우리 둘 사이에서 눈가를 훔치는 모습을 나는 봤다. 와달라는 윤재의 요청을 끝내 거절하지 못한 것, 머뭇거리면서도 뒤돌아 책방에서 나가지 못한 것, 이게 다 그 순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 나는 자주 울었고 또 웃기도 했으니까. 단지 그것뿐이라고 속으로 되뇌며 윤재에게 손을 흔들었다. 모두 여섯 사람이 색지와 실, 송곳 등이 놓인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모서리가 둥근 사각 테이블은 밝은 갈색의 원목 상판과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철제 다리로 이루어져 있었다. 벽면 스크린 앞에 서 있던 윤재가 목을 가다듬었다. “저는 책 만드는 박윤재예요. 제 목소리가 좀 작은 편이죠? 혹시 안 들리시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빔 프로젝트 화면을 넘기자 윤재가 만든 세 권의 책이 스크린에 올라왔다. “그동안 이 책들을 만들었고요. 여러 책방에서 북바인딩 수업을 진행해 왔어요. 첫 번째 책을 만든 게 벌써 칠 년 전이네요.” 윤재는 책들을 소개했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고, 어떤 상황에서 만들었으며, 독립출판으로 책을 만들고 판매하는 어려움은 또 어떻게 해결했는지, 하는 내용을 하나씩 이야기했다. 낮고 느린 목소리에서 나름대로 강약이 느껴졌다. 가끔 참여자들이 소리 내어 웃기도 했는데 사람들 앞에서 술술 이야기하는 윤재가 나는 좀 낯설었다. 윤재는 참여자들에게도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첫 번째 참여자는 프랑스어를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곧 어학연수에 갈 예정이라며 거기서 보고 느낀 것들을 책으로 펴낼 거라고 했다. 두 번째 참여자는 입을 열기 전, 옆에 앉은 세 번째 참여자를 잠깐 봤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사내 커플이었다. 퇴근 후 함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걸 즐긴다고 했다. “우리가 같이 보낼 시간을 책에 기록하고 싶어요.” 두 번째 참여자가 말하자 세 번째 참여자가 잘 부탁드린다며 인사했다. 다른 사람들은 웃으며 박수했고 윤재도 따라서 손뼉을 쳤다. 나는 타이밍을 놓쳐 고개만 끄덕거렸다. 속없이 웃는 윤재가 내심 못마땅했다. 내 차례가 왔을 때 나는 나를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혔다. “저는 호텔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일하던 호텔에서는 팬데믹 시기에 나와야 했고, 요즘 다른 호텔에서 아르바이트한다는 말을 덧붙일 순 없었다. 윤재의 사촌이라는 것은 밝히지 않았다. 그렇게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관계도 아니었다. 그 후 대화가 어떻게 이어졌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 마지막 참여자가 평소에 책을 좋아해서 신청했다고 말하는 것만 귀에 들어왔다. 내가 처음 호텔에서 일하기 시작한 때는 윤재가 첫 번째 책을 만들 무렵이었다. 당시 나는 인턴으로, 정확하게는 프리인턴으로 호텔에 입사했다. 육 개월간의 프리인턴 과정을 통과한 사람만 일 년제 인턴이 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호텔이라는 공간이 꽤 그럴싸해 보였고 그 안에서 유니폼을 맞춰 입고 구성원이 되면 든든한 소속감을 느끼게 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반년이 지나가고 인턴 전환 시험이 다가왔다. 개별 면담과 지필 시험, 조별 면접까지 마치고 며칠간 결과를 기다렸다. 어느 날 쉬는 시간, 직원 로커룸에서 친한 동기가 가방을 꾸리고 있었다. 내가 뭐 하냐고 묻자 동기는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나 집에 가.” 오후 세 시가 되기도 전에 동기는 양손 가득 짐을 들고 로커룸을 나갔다. 다음 날 나는 인턴이 되어 출근했고 평소처럼 유니폼을 입은 채 일했지만 호텔이라는 공간, 특히 매일 지나는 길고 어두운 직원 통로가 좀 무서워졌다. 나는 이런 일들을 그때그때 윤재에게 알렸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엄마는 이모네 집 가까이에 셋집을 얻었다. 윤재와 따로 살면서도 같이 밥을 먹고 숙제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이미 엄마보다는 이모를, 동생보다는 윤재를 더 친밀하게 느끼고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윤재와 가깝게 지냈고,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윤재에게 연락했다. 내 친구들이 윤재와 내가 연인 같다고 놀린 적도 있었지만, 처음에는 그런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호텔에서 있었던 일들을, 윤재는 책 만드는 작업을 주로 이야기했다. 내가 인턴으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을 알리자 윤재도 첫 번째 작업에 대해 소식을 전해왔다. 윤재가 처음으로 만든 책 <여기 있어요>는 서울아트시네마가 많은 사람의 후원과 노력에도 낙원상가에서 철수하고 서울극장 삼 층에 단일 상영관으로 축소되어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었다. 윤재는 일이 벌어지는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위치를 옮긴 서울아트시네마가 오픈하던 날부터 백 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곳에 갔다. 많은 사람이 거기 서울아트시네마가 들어섰다는 데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에선 여전히 특별기획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새로운 독립영화가 상영됐고 또 누군가는 계속 극장을 찾았다. 나는 윤재의 책을 통해서 그런 일들을 알게 되었다. 당시 윤재는 대학교 사 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윤재가 색지를 테이블 가운데로 옮겨서 색깔별로 펼쳤다. “이 두꺼운 색지는 여러분이 만들 책의 표지가 될 거예요. 좋아하는 색으로 두 장씩 골라주세요.” 같은 크기로 잘린 흰 종이도 색지 옆에 꺼내두었다. “눈에 띄는 색이 없으실까 봐 걱정인데요. 그러면 흰 종이에 색연필이나 펜으로 표지를 꾸미셔도 좋을 것 같아요.” 마음에 드는 표지를 만드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윤재가 혼잣말하듯 덧붙이고 뒤통수를 긁적였다. 여러 색의 색지들은 다 손바닥만 한 크기로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진달래색 표지 두 장을 손에 들었다. 조금 촌스러운가 생각했지만 그대로 내 앞에 가져왔다. 진달래색 색지는 묘하게 기시감이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내 매니큐어 색깔과 비슷했다. 며칠 전 나는 발톱에 짙은 분홍색 매니큐어를 발랐다. 꽃잎을 그려 넣듯 하나하나 두 번씩 덧칠했다. 매니큐어가 마른 발을 보면서 색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손을 보며 조금 씁쓸했다. 이제 정직원도 아닌데 적당히 넘어가도 되는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내가 답답하기도 했다. “이 얇은 종이들도 열 장씩 가져가세요. 이건 책의 내용을 담을 내지가 될 거예요.” 윤재는 표지와 같은 크기인 흰색 종이들도 테이블 위에 죽 늘어놓았다. 어차피 내지는 다 똑같은 흰 종이라 열 장씩 나눠줘도 될 텐데 한 장 한 장 직접 골라서 가져가라고 했다. 참여자들은 테이블 중앙에 세 줄로 놓인 종이들을 훑어보다가 한 장씩 집었다. 옆 사람이 고르기를 기다렸다가 가져가기도 했고 앞 사람과 손가락이 부딪히기도 했다. 그 과정이 나는 좀 번거로웠는데 옆에 앉은 연인 참가자들은 서로 종이를 골라주며 재미있어했다. 나는 윤재를 흘끔 봤다. 윤재는 테이블 반대쪽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윤재가 나를 왜 이곳에 불렀는지 알 수 없었다. 이모 환갑잔치 일정은 전화로도 충분히 알려줄 수 있는 내용이라서 나는 윤재가 그걸 핑계로 나에게 연락해 관계를 회복하려는 게 아닌가 짐작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윤재는 나에게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다 하셨으면 이렇게 표지 사이에 내지를 넣어 보세요. 벌써 책 같은 모양이 됐죠?” 다들 윤재가 말한 대로 표지 사이에 내지를 넣어서 앞뒤로 살폈다. 나도 앞에 놓인 종이들을 한 손에 잡고 어떤 책이 완성될지 가늠해 보았다. 잘 그려지지 않았다. 윤재가 실뭉치와 송곳 두 개를 테이블 가운데로 가져오더니 이제 구멍을 뚫을 차례라고 말했다. 이미 묶어둔 견본을 펼쳐서 우리에게 보여줬다. “구멍을 잘 뚫는 게 중요해요. 그 구멍으로….” 그때 책방 문이 열리고 세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의 대화 소리가 커서 윤재의 말이 끊겼다. 책방 직원이 다가가 수업 중이니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말했다. “수업이요? 무슨?” 한 사람이 이쪽을 건너다보며 물었다. “책 만드는 수업을 하고 있어요.” 책방 직원이 목소리를 낮춰가며 대답했고 세 사람은 한 마디씩 말을 보탰다. 책이요? 그래, 책을 만든대. 그런 수업도 하는구나. “그걸 어떻게 만드는데?” 셋 중 한 사람이 물었고 실내가 조용해졌다. 세 사람은 서가 앞에 서서 이쪽을 들여다보더니 테이블 위를 둘러보고 윤재와 참가자들도 훑어봤다. “저렇게 만드는가 보네.” 그런가 보다고 몇 마디를 더 주고받고는 책방 직원을 향해 그러면 다음에 오겠다고 말했다. 문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세 사람이 나간 뒤 닫힌 문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다. “근데 저걸 왜 만들지.”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윤재는 서너 차례 목을 가다듬었다. 잠깐 내 눈치를 살피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곧 견본을 손에 잡고 테이블 앞으로 내밀었다. “구멍을 잘 뚫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죠? 그 구멍으로 한 장 한 장의 낱장들이 모이고 묶여야 책이 되는 거니까요.” 목소리가 조금 흔들리는가 싶었지만 윤재는 막힘없이 말을 마무리했다. 당황하는 기색은 없었고 마음이 상한 듯해 보이지도 않았다. 당황하고 마음이 흔들린 쪽은 오히려 나라는 것을 깨닫고 있을 때 윤재는 표지를 자세히 보라며 견본을 들어 올렸다. 구멍 사이의 간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모두 다섯 개의 구멍을 뚫어야 했다. 모든 구멍은 왼쪽 끝을 기준으로 가로 0.5cm를 띄워놓아야 했으며, 첫 번째 구멍은 왼쪽 끝 윗면에서 세로 1cm의 간격을 둬야 했고, 두 번째 구멍부터는 세로 2.5cm의 거리가 필요했다. 그렇게 간격을 유지하다 보면 마지막 다섯 번째 구멍은 자연스럽게 네 번째 구멍과는 세로 2.5cm, 종이의 아랫면과는 첫 번째 구멍과 마찬가지로 세로 1cm의 거리가 생겼다. 표지에 윤재가 알려준 간격대로 점을 찍어 두었다. 송곳이 나에게 넘어오길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들이 책 만드는 모습을 둘러봤다. 옆에 앉은 커플은 알맞은 위치에 점을 잘 찍었는지 서로 확인하는가 싶더니 책을 바꿔 상대방의 책에 구멍을 뚫어주고 있었다. “제일 끝에 있는 구멍은 잘 안 되는데? 잘못했다간 종이 찢어질 것 같아.” “이리 줘. 내가 해볼게.” 여자가 마지막 구멍을 뚫어서 남자에게 건넨 뒤 나에게 송곳을 전해줬다. 여자가 몸을 돌렸고 두 사람은 테이블에 놓인 하늘색 표지 위로 손을 포갰다. 나는 내 앞에 놓인 송곳을 잡았는데 무언가에 찔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벼려진 바늘 끝으로 오래된 흉터를 짓누르는 기분. 송곳을 고쳐 쥐었다. 진달래색 표지와 흰색 내지들을 모아서 왼손에 잡고 오른손으로 송곳을 들어 첫 번째 구멍으로 가져갔다. 종이 위에 찍어 둔 점을 송곳으로 누른 뒤 힘을 줬지만 종이는 뚫리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종이를 내려놓고 왼손 손바닥으로 고정한 채 송곳을 좌우로 돌렸다. 손의 힘이 풀려 낱장들이 자꾸 흩어졌다. 윤재가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윤재는 앞 장 표지만 가져가 송곳을 살살 돌려가며 구멍을 뚫었다. 뾰족한 송곳 끝이 표지 반대편으로 빠져나오자 내지를 서너 장씩 집어서 같은 위치에 구멍을 만들었다. 송곳을 돌리는 윤재의 손. 가까이서 보니까 작은 흉터가 많았다. 윤재가 종이를 다시 내게 건넸다. 가지런히 뚫린 다섯 개의 구멍이 흠집 같았고 그 자체로 고리 같아 보이기도 했다. 윤재는 사람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살펴보며 테이블을 한 바퀴 돌았다. 송곳 두 개를 한쪽에 모아놓고 실뭉치를 풀었다. 미리 준비해 둔 실을 손에 잡고 그 길이에 맞춰서 한 줄씩 잘라나갔다. “이제 구멍 사이에 실을 넣어서 책으로 엮어 볼게요. 실 한쪽 끝에 매듭을 만들어 주세요. 구멍에 매듭이 고정될 수 있도록이요.” 참여자들이 그 말에 따라 매듭을 묶고 있을 때 윤재 앞에 놓인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윤재는 한동안 테이블을 내려보다가 빠르게 말했다. “급한 전화라 잠깐 받고 올게요.” 테이블에서 조금 떨어져 통화를 시작하는가 싶더니 곧 몸을 돌려 책방 서가를 가로질렀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윤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지 걱정됐다. 반년간 왕래 없이 지내는 동안 윤재에게도 많은 일이 생겼을 것이다. 그전엔 윤재와 이렇게 오래 연락이 끊긴 적이 없었다. 윤재는 만들고 싶은 책이 떠오르면 나에게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며 작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나갔고, 책이 나오면 나에게 제일 먼저 보여줬다. 그런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는 윤재도 나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함께 있는 게 그저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내가 느끼지 못한 동안 윤재와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대학을 졸업한 뒤 윤재는 내가 어디냐고 물을 때마다 대개 카페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도 한 번은 윤재를 만나러 도서관에 갔다. 윤재는 열람실에서 책을 읽다가 나를 만나러 밖으로 나왔다. 어디로 가지, 우선 나갈까? 내가 묻자 윤재는 여기에도 식당이 있다며 내려가 보자고 했다. 우리는 도서관 지하 식당에서 라면과 김밥을 사 먹었다. 내가 내려고 하는 걸 여기까지 왔는데 그럴 수 없다며 윤재가 막아섰다. 내가 한 번 더 나서자 윤재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럴 땐 좀.” 식사 후에는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를 마시며 일 층 만남의 광장에서 조용조용 얘기를 나눴다. 윤재는 당시 구상 중이던 책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다. 내가 딴생각을 하지 않는지 가끔 눈치를 살피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아마 멈추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질문을 부지런히 삼켰다. 그때는 내가 정규직이 된 지 육 개월쯤 지난 시기였다. 인턴 때에 비하면 생활이 조금 나아졌고 해고에 대한 불안감은 없어졌다. 하지만 유니폼이 마치 내 일부인 듯 익숙해지면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나는 뭘 놓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은 채 애꿎은 매니큐어만 사서 모으고 있었다. 남들이 하는 것처럼 립스틱이나 아이섀도 같은 값이 더 나가는 것은 사지 못했고 가끔 퇴근길에 매니큐어를 샀다. 화장대 위에 올려둔 매니큐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더니 두세 달이 지나자 두 줄 세 줄로 길어졌다. 업무 규정 때문에 손톱에는 바를 수 없어서 나는 발톱에만 매니큐어를 발랐다. 그날 도서관에서 윤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도 화장품 가게에 들러 매니큐어를 하나 더 샀다. 일하지 않은 날 매니큐어를 산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내가 윤재를 사랑하는 마음이 발톱에만 바를 수 있는 매니큐어 같다는 생각도 그날 처음으로 했다. 이런 시간이 윤재와 나 사이에 난 구멍처럼, 적당하지 못한 간격처럼 느껴졌다. 구멍을 뚫는 건 종이에 손상을 주는 일인데도 그 구멍을 통과해야 낱장들이 하나로 묶여서 책이 된다는 윤재의 말을 곱씹었다. 지난 반년 새 우리 사이에는 확실히 거리가 생긴 것 같았다. 나는 윤재에게 호텔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지내는 근황을 알리지 못했고 어쩌면 윤재도 나한테 전하지 못한 일들이 있을 것이다. 전화를 받으러 나간 윤재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불만을 내비치는 사람은 없었지만 하나둘씩 핸드폰을 꺼내기 시작했다. 십 분쯤 지났을 때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에 가는 척하며 밖으로 나왔다. 복도는 어두웠고 아무도 없었다.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층계참에서 방향을 꺾고 뛰어 올라오는 윤재가 보였다. “미안, 많이 늦었지?” 윤재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방금 들은 말과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윤재의 모습이 어디선가 본 듯 낯익었다. “아니야, 다들 신경 안 써. 무슨 일이야?” 윤재는 발을 멈추고 주저하다가 그게, 하면서 입을 열었다.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지만 윤재는 참여자들에게 여러 차례 사과했다. “일이 생겨서 시간이 지체됐어요. 죄송합니다.” “그럴 수도 있죠. 괜찮아요. 근데, 괜찮으신 거예요?” “그래요. 작가님 별일 없으면 됐어요.” 참여자들에게서 괜찮다는 반응과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이어졌다. 윤재는 고맙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거듭 시간을 확인했다. “매듭을 만드는 데까지 했죠? 이어서 나가볼까요?” 윤재가 테이블을 훑더니 작업하던 것을 위로 올렸다. “이제 표지 뒷장 두 번째 구멍에 바늘을 넣어서 매듭으로 고정해 주세요.” 두 번째 구멍에서 나온 실로 책등을 한 바퀴 돌려서 묶고 두 번째 구멍으로 다시 돌아왔다. 세 번째 구멍으로 이동해서 또 책등을 한 바퀴 돌리고 한 번 더 옆으로 바늘을 움직였다. 윤재의 손을 따라서 나도 구멍 안으로 바늘을 넣었다. 낱장의 종이들을 묶으려고 하니까 표지와 내지가 모이는가 싶다가도 금방 실이 풀려 흩어지고 말았다. “헐거워지지 않도록 적당한 힘으로 당겨주는 게 중요해요.” 윤재의 말을 듣고 손에 더 힘을 줬다. 다시 옆으로 바늘을 돌려 책등을 만들고 아래로 이동해 나가며 종이를 엮었다. “이걸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옆에 앉은 사람이 혼잣말했다. 여러 방향을 오가며 구멍에 바늘을 넣었다가 빼야 하는 과정이라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시간이 지체된 것 때문인지 윤재는 윤재대로 조급해 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통화 내용이나 나와 나눈 이야기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졌을지도 몰랐다. 윤재는 사람들 사이를 분주하게 오갔는데 일의 진도는 빨라지지 않았다. 내 옆에 앉은 사람도 같은 자리에서 바늘을 넣었다가 빼기만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도와드릴까요? 순서가 바뀐 것 같아요.” 내가 손을 내밀자 그는 나에게 자신의 책을 건넸다. 오렌지색 표지 끝부분에 자리 잡은 구멍으로 실을 빼내고 윤재가 알려줬던 순서로 다시 바늘을 넣었다가 뺐다. 다른 사람의 책을 들고 있다는 게 왠지 긴장돼서 조심히 손을 움직였다. 복도에서 윤재에게 들은 얘기가 떠오를 때마다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도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우선 느슨해진 매듭을 꽉 묶어두고 바늘로 구멍과 구멍을 옮겨가며 그의 책을 엮었다. 팽팽히 묶인 책을 건네고 나자 반대쪽 테이블에서 참여자들을 도와주던 윤재가 고개를 들었다. 몸을 세우며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방식은 동양식 바인딩이라고 말한 뒤 이쪽으로 다가왔다. 옆을 지날 때 윤재가 내 어깨에 잠깐 손을 올렸다. 두 시간 전에 고른 열두 장의 종이가 제법 책의 틀을 갖췄다. 단단하고 부드러운 표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윤재가 입을 열었다. “이제 여러분 책에 내용을 채워 보도록 할 건데요. 책의 제목은 <북바인딩 수업>이라고 정해볼게요. 이 시간 동안에 여러분께 생긴 일, 느낀 감정, 떠오른 생각 등을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윤재는 내지 첫 장에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책을 옆으로 돌려서 그 내용에 대해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적어주는 것으로 책 속 내용을 채워 나가자고 제안했다. “우리가 여기서 함께 시간을 보낸 건 맞지만, 다 같은 시간을 보낸 건 아닌 것 같거든요. 이 수업에 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으니 솔직하게 써볼까요.” 참여자들은 손에 색색의 책을 한 권씩 들고 있었다. 색연필을 나눠준 뒤 윤재는 내 맞은편에 와서 앉았다. 옆에 놓인 책장을 곁눈질로 가리켰는데 거기엔 윤재의 세 번째 책이 진열되어 있었다. 윤재가 나에게 색연필을 건넸다. 글씨 쓰기 편하도록 끝이 뾰족하게 깎여 있었다. 윤재는 나를 향해 살짝 웃더니 몸을 돌렸다. 앞에 놓인 책의 표지를 넘기고 하얀 바탕을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세 번째 책으로 윤재는 독립출판 작가들의 인터뷰집을 만들었다. 다섯 작가의 인터뷰를 싣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 책을 만들기 직전, 윤재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윤재는 카페 아르바이트 휴무일에 물류 창고 일을 하러 갔다가 허리를 다쳐 원래 하던 아르바이트도 못 하게 됐다. 당시 나는 정규직 사 년 차로 호텔의 중식 레스토랑과 베이커리를 거쳐 연회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각종 포럼이나 세미나를 위해 준비해야 했고, 결혼식이 주말마다 하루에도 두세 번씩 열렸다. 나는 손님들에게 웃으며 인사하다가 또 상사에게 웃으며 고개 끄덕이길 반복했다. 정신이 없을 땐 명찰을 착용하는 것도 잊었다. 내가 호텔 얘기를 하면 이모는 그만둬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모가 윤재에게도 같은 말을 했다는 건 나중에 전해 들었다. 뭘 선택해도 길은 있을 거라고. 하지만 나는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했든 윤재도 나도 마음껏 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였을까. 윤재가 마지막 통원 치료를 받았다며 전화를 걸어와 독립출판 작가들을 인터뷰해서 책을 만들 거라고 얘기했을 때 나는 윤재가 답답하다고 느꼈다. 윤재가 책을 만들수록 윤재와 함께할 수 있는 미래가 멀어지는 것 같았다. 애초에 쉬운 관계도 아닌데. 불쑥 눈물이 나왔다. 이번에는 참을 수 없었다. “그걸 왜 만드는데?” 윤재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윤재가 다시 입을 닫았고 나도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냥, 그냥 내가 남았어.” 윤재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지. 근데 지금 와서 보니까, 그냥 책을 만드는 내가 남았어. 나는 책이 남는 건 줄 알았지.” 윤재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테이블 위에는 손바닥만 한 책이 아홉 권 놓여 있었다. “다 적으셨으면 다른 사람의 책을 같이 완성해 봐요.” 책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윤재 앞에 오른쪽에서 넘어온 책이 놓였고 나도 옆 사람이 만든 책을 건네받았다. 내 앞에 차례로 전해지는 책들은 이 시간에 대한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어떤 책에는 책방 공간에 대한 묘사와 거기서 얻은 느낌들이 적혀 있었고, 다른 책에는 책 만드는 과정과 재미있었던 점이 쓰여 있었다. 참여자들과 겪은 에피소드를 적어둔 페이지에서 나에 관한 내용을 읽었을 때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느새 윤재의 책이 내 앞에 도착했다. 나는 민트색 표지를 넘겼다. 막상 쓰려고 하니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써봤어요.) 앞으로 북바인딩 수업을 쉬려고 했거든요. 책 만드는 것도 그만하려고 했고요. 엄마가 아프셔요. 큰 병은 아니지만 수술을 받고 잘 관리해야 한대요. 엄마 컨디션 때문에 일정이 당겨져서 오늘 수술을 받으셨는데 다행히 경과가 좋다고 연락이 왔어요. 한동안 엄마 옆에 있으려고 해요. 그래도 북바인딩 수업은 계속해야 할 것 같아요. 오늘 서툴게 진행한 부분이 있어서 이번 참여자분들은 다음 수업에 한 번 더 오실 수 있도록 할게요. (그만 사과하라고 하셨지만 정말 죄송해요.) 책, 책이요. 책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또 솔직하게 써보자면) 어영부영 책 만든다고 놓치고 산 게 많아요. 우선 옆에 있는 사람들을 돌보고 싶어요. 못 본 척해 온 것을 이젠 제대로 보고 싶고요. (더 솔직하게는) 할 수 있는 한 마음껏 사랑하며 살아보고 싶어요. 오늘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모가 아프다는 말은 복도에서 들었지만 윤재가 그런 생각을 하는 줄은 몰랐다. 오늘로 북바인딩 수업을 그만하려는 줄은. 그래서 나에게 와달라고 한 건가. 예전에 윤재에게 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을 윤재가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책 만드는 걸 쉬겠다는 윤재의 말도 뜻밖이었다. 페이지를 넘기자 참여자들이 남긴 메시지가 이어졌다. 어머님 쾌차하실 거예요, 작가님 팬인데 책도 계속 만들어 주세요. 다음에 또 뵐 수 있다니 좋네요, 같은 말들이 페이지 가득 적혀 있었다. 내가 윤재에게 어떤 말을 남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병원에 있을 이모가 걱정됐다. 아까 복도에서 윤재가 한 말이 떠올랐다. “수술 전에 엄마가 괜히 겁을 내면서 나한테 당부하더라고. 너를 잘 챙기라고.” 이모는 어째서 윤재에게 나를 부탁했을까. 어째서 윤재에게 다른 사람도 아닌 나를. 어째서 엄마나 동생이 아닌 윤재에게 나를. 그래도 우선은 수술이 잘 끝난 게 다행이었다. 얼마 전 엄마가 두 번 연달아 전화를 걸어왔는데 아마 이모 소식을 전하려던 것 같았다.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뒤로 나는 엄마의 전화를 피하고 있었다. 그날도 일이 바쁘니 다음에 전화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은 없었다. 선뜻 색연필을 들지 못하다가 윤재의 글을 다시 읽어봤다. 아까는 급하게 읽느라 놓친 것인지 이번에 유독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윤재는 못 본 척해 온 것을 이젠 제대로 보고 싶다고 썼다. 나는 윤재가 어떤 일을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반년 전 그날은 이른 장마가 끝난 직후라 여름 한복판에 들어선 듯 무더웠다. 나는 아침에 윤재에게 불쑥 전화해 만나자고 했다. 윤재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와도 만나서 얘기하자고 대답했다. 그동안 만나왔던 루트를 벗어나 윤재와 새로운 곳에 가보면 좋을 것 같았다. 처음 가는 곳에서 윤재와의 관계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우리는 우선 경복궁역에서 만나 같이 버스를 타기로 했다. 윤재가 잠깐 도서관에 들러 책을 반납한 뒤 오겠다고 해서 나는 십 분 정도를 더 계산해 집을 나섰다. 십 분 정도 늦게 나가면 시간이 딱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한 시간이 지나서도 윤재는 오지 않았다. 경복궁역 앞 잡화점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밖으로 나와 다시 십여 분을 기다렸다. 윤재는 일이 좀 꼬인다며 금방 온다고만 말했다. 금방 온다고 하지 않았다면 어디 카페에라도 가서 기다렸을 텐데 윤재는 곧 도착할 것 같다고 했고 나는 윤재와 새로운 곳에 가려고 했으므로 땡볕을 참았다. 원래 약속했던 시간보다 삼십여 분이 지나서야 윤재가 지하철 역사 안쪽에서 뛰어 올라왔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미안하다고 했는데 왜 늦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느꼈다. 아니, 윤재가 정말 미안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이미 기분이 상해서 윤재가 사과할수록 서운함만 더 커졌다. “뭐 하느라 늦었어?” “미안해.” “왜 늦었는데?” 진짜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다. 윤재는 대답이 없다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그게 버스 때문에.” “버스?” “딴생각하다가 정거장을 놓쳐서. 괜히 좀 돌아오느라.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 윤재의 답은 계속 늘어졌고 종종 끊겼다. 둘러댈 말을 찾는 것 같기도 했다. “너 지하철로 왔잖아.” 내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그래도 왔잖아.” 윤재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중간에 갈아탔어. 너무 오래 걸려서.” 말을 마치자마자 입을 다물었고 나를 앞질러서 걸어 나갔다. 윤재가 입은 파란색 티셔츠 위에 등을 따라 흐른 땀자국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그날 가려고 했던 새로운 곳에 가지 않았고 나는 하려던 말을 하지 않았다.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서 늘 마시던 아메리카노를 시켜 놓고 마주 앉았다. 윤재는 유독 말이 없었고 내가 나서서 평소에 하던 얘기라도 해보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잘되지 않아 곧 일어났다. 그 후로 한동안 윤재와 연락하지 않았다. 뜸하게 업데이트되는 윤재의 SNS 피드를 보며 나는 혼잣말했다. 그냥, 나를 보듯 너를 보며 살아야 했을까. 그날 내가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 윤재는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 윤재의 글을 한 번 더 읽었다. 색연필을 손에 잡고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하얀 종이 위에 윤재의 이름을 썼다. 윤재를 부르고 나니까 쌓여 있던 말들이 술술 풀려 나왔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쓸 수 있는 대로 모두 적었다. 나만 너무 길게 쓰는 게 아닌지, 내용이 너무 튀는 게 아닌지, 윤재를 난처하게 할 만한 말은 없는지, 신경을 쓰느라 자주 주저했지만 멈췄다가도 다시 적어나갔다. 그동안 못한 이야기들을 모두 적고 나서 추신을 남겼다. - 너의 다음 책이 또 뭘 남길지 궁금해. 색연필을 내려놓고 앞을 봤다. 윤재도 조금씩 손을 움직여 가며 누군가의 책에 메시지를 적고 있었다. 윤재가 잠깐 고개를 들었을 때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어떤 책에 답글을 적고 있는지 윤재가 볼 수 있도록 앞에 놓인 윤재의 책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윤재가 쓰던 것을 멈추고 책을 덮었다. 나는 윤재의 책을 두 손으로 잡았다가 내려놓고 민트색 표지 위에 내 손을 포개어 올렸다. 나를 바라보던 윤재의 눈매가 조금씩 휘었다. 윤재의 입술이 살짝 열렸다. 우리가 함께 만든 첫 번째 책이야,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 “청년 일자리 초토화시킨 사람을 국회의원 뽑아준다고?”...前경제수석의 일침

    “청년 일자리 초토화시킨 사람을 국회의원 뽑아준다고?”...前경제수석의 일침

    “생업으로 돈을 벌어 세금을 내본 적이 없는 사람, 세상에 ‘공짜’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 이런저런 법으로 청년 일자리를 초토화시킨 사람,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입법을 한 사람에겐 4월 총선에서 절대로 표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박병원(72)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면서 ‘잃어버린 시대’를 우려하는 상황에 내몰린 가장 큰 이유로 ‘나쁜 정치’를 들었다. 진보·보수 정부에서 경제정책 수립의 중책을 담당했고 우리금융 회장, 은행연합회 회장, 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민간부문 수장으로도 오랜 관록을 지닌 그는 당대의 경제 지략가로 통한다. 서울신문은 한국경제의 심박동을 끌어올릴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박 이사장과 편집국장 신년 대담을 가졌다.서울 종로구의 사무실 한 켠에 야생화 사진으로 만든 2024년 달력이 걸려 있었다. 지난 여름 보름 남짓 일정으로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핀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의 알프스로 트레킹을 다녀왔다는 그는 “백두대간에는 알프스처럼 케이블카, 등반열차를 설치할 수도 없고 (대피소가 아닌) 제대로 된 산장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국립공원이 불필요하게 많은 것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공원으로 지정해 달라고 국가에 요청한 결과입니다. 그래야 도로 등을 해결해 주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국립공원이 되면 규제에 묶여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지금은 지자체들이 국립공원 지정을 풀어달라고 해야 할 상황입니다.” ●규제 때문에 내수로 흐를 돈 놓쳐 -(김태균 편집국장)자연스럽게 규제 이야기로 시작하게 됐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규제 혁신이 핵심 국정과제로 강조되는 것은 그만큼 제대로 된 적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박 이사장)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를 금지하는 법이 왜 나왔나. 택시업계가 반대하니까 국회가 앞장서서 입법을 했다. 공인중개사 표를 얻으려고 국회의원들이 ‘직방(부동산 중개서비스)금지법’도 발의했다. 택시기사를 위하고 공인중개사를 위한다는 것인데, 정작 국민 전체를 위하는 의원은 없다. 문재인 정부 때 반도체산업육성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하다가 질질 끌었는데 여당 의원 중 한 명이 ‘삼성전자에 이익이 될 테니 못 해주겠다’고 했다. 그런 논리면 우리는 구멍가게밖에 할 수 없다. 정권과 정치권이 경제 논리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돈 버는 게 죄가 되는 나라에서 어떻게 경제가 잘 되겠는가. 지금도 국회는 끊임없이 규제법안을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정치의 덫에 갇혀 있다.” -4월에 총선이 치러진다. 국민들의 선택이 중요할 것 같은데. “현역(의원) 출마자들이 재임 중 어떤 나쁜 법안을 만들었고, 어떤 낭비성 예산을 통과시키는 데 참여했는지 가려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철도’에 들어갈 돈이 6조~7조원이라고 한다. 예비타당성 면제 특별법을 만든 의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새만금과 무안·양양·울진·가덕도 공항에 헛된 돈을 쓰고, 저출산으로 소멸할 위기에 처한 나라를 만들어놓은 정치인의 잘못도 따져야 한다. 나랏돈을 잘 썼으면 인구 위기가 이 정도는 아니었다.” -국회도 문제지만 정부 정책이 국가경쟁력을 잠식했다는 비판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한답시고 교육, 의료, 교통, 통신비를 최대한 억눌러 소비 지출을 최소화함으로써 국민들이 돈을 쓸 여유를 만들어주겠다 했다. 서비스업을 일자리 원천으로 생각하지 않고, 싼값에만 공급하려고 했다. 애초 가능한 일인가.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공)교육을 만들어놓고 더 좋은 교육은 학원, 해외로 가라고 해놓은 격이니 교육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의료 산업도 마찬가지다. 있는 사람들은 병을 고치러 해외로 나간다. 말도 안 되는 규제 때문에 내수로 흐를 돈을 얼마나 놓치고 있는지 봐야 한다. 국민은 돈을 쓸 각오가 돼 있는데 국가는 그럴 생각이 없다. 정부마다 새로 출범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게 통신비 인하, 카드 수수료 삭감이다. 도무지 돈을 벌 수 있게 내버려두지를 않는다. 모두에게 고만고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건데 이게 과연 국민이 원하는 걸까. 이래 서야 우리 서비스 산업이 바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역대 정부가 예외 없이 서비스산업 발전 방안을 내놓았지만, 제자리걸음이다. “싼값에 고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건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이다.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거짓말이다. 국민 누구도 ‘남보다 더 나은 교육’, ‘남보다 더 나은 의료’ 서비스는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교육, 의료에서 유출되는 막대한 외화를 우리 대학, 우리 병원으로 돌릴 수 있다면 등록금과 보험 수가를 덜 올리고도 교육의 질을 높이고 병원 적자를 줄일 수 있다.”대한민국은 ‘정치의 덫’에 갇혔다‘타다·직방 금지법’ 기득권 표심용‘예타 면제법’도 수십조 예산 낭비위기 내몬 정치인 왜 책임 안 지나싼값에 고급 서비스? 미션 임파서블!누구도 만족 못 할 공교육·공공의료그러니 사교육이나 해외로 눈 돌려제조업처럼 외국시장과 경쟁해야인구감소 흐름 ‘뉴 노멀’ 되어선 안 돼태어난 아이도 대학 전액 지원 등파괴적 출산 대책 나랏돈 쏟아야청년고용 안정 위한 노동 개혁도●산업 개방 안 하면 목숨 걸고 안 뛰어 -어디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서비스업을 제조업처럼 하면 세계 최고로 만들 수 있다. 제조업은 걸음마 단계부터 수출을 했다. 그러다 1970년대 중반 시장을 개방했다. 그러자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여태껏 시장을 개방해서 해당 분야의 산업이 몰락한 사례가 없다. 오히려 개방을 안 한 산업만 성장을 못 했다. 대표적인 게 의료, 교육, 통신, 교통 같은 서비스업이다. 개방을 안 하니까 목숨 걸고 뛰지 않는다. 전부 규제산업이기도 하다. 규제를 한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기존 시장 참여자들에게 지원과 보호를 해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은 이런 함정에 빠져 있다.” -규제 혁파나 서비스 산업 경쟁력 제고를 외치고는 있는데도 현실에서는 경쟁력이 더 떨어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비싼 땅값·노동시장 경직, 투자하겠나 “투자가 안 이뤄지면 우리 경제는 한 걸음도 못 나간다. 연구개발(R&D)이나 인적 자원 모두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는 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일자리는 기업에 의해 생긴다. 물론 투자는 이익 발생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우리의 치명적인 결함은 땅값은 너무 비싸고 노동시장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점이다. 미국도 주는 세제 혜택을 안 주는 경우가 많다. 이래서야 어떤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하겠는가. 가뜩이나 투자하기에 별 볼 일 없는 나라인데 정부의 투자 유치 노력은 더 미약해졌다. 투자가 늘어나야 좋은 일자리도 늘어나는데 그게 안 되니 ‘편의점 알바’ 자리밖에 안 생긴다. 2002년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각각 동북아와 중동의 금융허브를 만들겠다고 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의 성적표를 보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정부부처의 뿌리 깊은 규제 신봉과 행정 일선의 낡은 관행도 문제 아닌가. “총리실 규제개혁 자문위원을 1년째 하고 있는데 답답한 게 많다. 일선 공무원들이 책임지기 싫으니까 안 움직이려고 한다. 국회까지 가지 않고 조례나 시행령만 고쳐도 되는 일들도 안하는 경우가 많다. 의대 정원 증원만 해도 국회에 안 가도 되는 사안이다. 의사협회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증원에 반대하면서도 ‘의사 수가 늘어나면 국민 의료비용 증가가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터무니없는 소리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비슷한 논리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규제와 관련해 대한민국 경제의 ‘암적인 요소’가 토지 공급 부족이라는 말씀을 한 적이 있다. “서울의 경우 박원순 전 시장 때 재개발 재건축을 금지시킨 게 치명적이었다. 토지 공급 루트는 재개발·재건축 밖에 없는데 그때 완전히 끊겼다. 인재(人災)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가격 폭등도 토지 공급이 끊어진 데서 비롯됐다. 지금 풀고는 있지만 효과는 4~5년 후에 나타난다. 땅값이 비싸니 기업들이 투자를 하기 어렵다. LG필립스가 20년 전 파주 2000만평 부지에 공장을 짓겠다고 했을 때 수도권 인구 집중, 군사시설, 문화재 보호 등을 이유로 인허가를 도저히 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안 해 주면 중국 간다고 하는데 어떡하나’라고 주변을 설득해 결단을 내렸다.” -농사를 안 지을 사람은 농지를 못 사게 해놓은 현행법도 손볼 때 된 것 아닌가. “한국 농지가 미국 농지보다 30배는 비싸다. 누가 농사 짓겠다고 그 큰돈을 내겠는가. 규제 풀어주면 난개발이 이뤄진다는 건 웃기는 소리다. 규제를 없앤다고 해서 설악산, 관악산 꼭대기에 공장을 짓겠나, 만경평야 한복판에 집을 짓겠나. 규제를 풀어도 투자와 개발은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지금은 규제를 풀어주어도 정작 수요가 없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상황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인구 위기 때문에 ‘소멸’이 화두로 떠올랐다. “인구가 감소하는 경제를 운영하는 것은 인구가 증가하는 경제를 운영하는 것보다 100배 이상 힘들다. 일부에서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뉴’도 ‘노멀’도 아닌 극히 비정상적 상황이다. 인구가 감소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수요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인구대책이 경제정책의 제1조가 돼야 한다. 인구 감소는 무조건 반전시켜야 한다. 동원할 수 있는 자원, 낭비되는 재원을 탈탈 털어 출산 장려에 써야 한다. ” -정부는 2006년 이후 저출산 대책에 380조원을 썼다고 한다. 지방정부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도 출산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우선 380조원을 썼다는 얘기부터 짚어봐야 한다. 덩치 큰 청년임대주택 예산처럼 이것저것 가져다 억지로 짜맞춘 수치다. 가공의 숫자로 국민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인구 정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 예산을 ‘하나의 주머니’에 담는 것이다. 부처별로 실시하고 있는 것들 다 집어치우고 한데로 끌어모아야 한다. 돈은 뭉쳐야 힘이 있다. 위원회 같은 형태가 아니라 보건복지부든 기획재정부든 어느 한 부처에서 확실하게 틀어쥐고 컨트롤타워를 맡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 출산하는 아이들은 물론 이미 태어난 아이들도 대학 학비를 다 지원한다는 식으로 해야 한다. 국가·지방재정 따질 것 없이 끌어모아 파괴적인 출산 장려책을 펴야 한다.” ●국가 발전 위해 엘리트 이민 허용해야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우선은 외국에서 우수한 노동력과 두뇌를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할 텐데. “마지못해 ‘이민을 허용한다’는 식의 미지근한 자세로는 안 된다. 육체노동 수요 중심의 발상도 깨뜨려야 한다. 국가발전을 위해 고급인력을 스카우트해야 한다. 그걸 못 하면 수렁에서 빠져나갈 길은 없다.” -우리 청년들이 아이 낳을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출발점은 역시 양질의 일자리 확충이 아닐까. “노동개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미 취직한 사람한테 이로운 일은 그 어떤 것도 아직 취직하지 못한 사람에겐 불리한 일이 된다. 대표적인 게 정년 연장이다. 정년은 해고 제한의 반사적 거울이고, 호봉제의 폐해다. 해고가 자유롭거나 연봉제 같은 탄력적 임금체계가 확립되면 정년이 필요 없다. 정년은 회사가 계속 쓰고 싶지 않은 사람을 보호하는 제도다. 신입사원 3명분의 임금을 가져가는 사람들 때문에 청년들이 희생당하는 제도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유연성 제고라지만, 해고를 쉽게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은데. “당장은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양대 노총 눈치를 보는 정치권 때문에 그들의 기득권을 완화하는 것은 어렵다. 대신에 ‘기득권은 건드리지 않을 테니 노동자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해 달라’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테면 신입사원들에 대해서만큼은 연봉제와 성과급, 직무급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임금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호봉제는 젊은 시절에는 저임금, 나이 들어서는 고임금을 받는 구조다. 평생직장이 사라져가는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제도다. 모든 노동자가 같은 것을 원하지 않는데, 왜 그들이 다른 조건으로 취업하는 것을 가로막나. 최저임금위원회의 노사 대표들도 다 교체해야 한다. 실제 최저임금, 또는 그 이하를 주고받는 사용자·노동자들이 대표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 ■ 박병원 이사장은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은 1975년 행정고시 17회로 입직한 뒤 재정경제원 예산총괄과장과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등 요직을 역임했다. 재경부 1차관을 끝으로 30여년 공직생활을 접은 뒤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맡기도 했지만 대통령실 경제수석(이명박 정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 은행연합회 회장, 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에서 금융규제혁신회의 의장과 서비스산업 발전 태스크포스(TF)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2월 사단법인 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그는 “‘제2의 윤미향’을 막자는 취지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대기업의 후원금, 지원을 받는 법인, 비영리기관이 수만 곳인데 제대로 평가하는 기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 종착역 다다른 ‘지하철 1호선’ 그래도 학전은 계속 달린다

    종착역 다다른 ‘지하철 1호선’ 그래도 학전은 계속 달린다

    1994년 초연부터 총 4257회 운영하며 73만명이 넘는 누적 관객을 태우고 서울역과 청량리역을 부지런히 오간 ‘지하철 1호선’이 마침내 종착역에 다다랐다. 비록 지하철은 2023년을 끝으로 멈췄지만 학전은 계속 달릴 예정이다. 대학로를 대표하는 소극장 학전의 대표작인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29년 역사의 막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개막 소식과 함께 김민기 학전 대표의 건강 문제와 예산 부족으로 운영을 중단한다고 알려지면서 마지막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객이 찾은 작품이다. 원작은 독일 그립스 극단의 ‘Linie 1’. 김 대표가 이를 한국적 언어로 번안하고 각색해 1980년대 베를린을 1998년의 서울로 옮겨와 IMF 이후 한국 사회를 풍자했다. 백두산에서 풋사랑을 나눈 한국남자 제비를 찾아 중국에서 서울로 온 연변처녀 선녀가 하루 동안 지하철 1호선과 그 주변에서 부딪치고 만나는 서울 사람들의 모습을 웃음과 해학으로 그렸다. 지하철이라는 공간 속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당대 서울의 이면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제비가 건네준 주소와 사진만을 의지해 이른 아침 서울역에 도착한 선녀는 그가 알려준 청량리 588을 겨우 찾아가지만 그곳은 사창가다. 선녀는 그곳에서 열차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운동권 출신의 안경, 그를 사모하는 창녀 걸레, 혼혈고아 철수 그리고 몇몇 창녀를 만난다. 제비의 아이를 임신한 선녀를 불쌍히 여긴 철수는 제비를 찾아줄 테니 서울역 곰보할매의 포장마차에서 기다리라고 한다.선녀가 오가는 세계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먼저 내린 서울역은 노숙인들의 세상, 나중에 내린 청량리역은 창녀들의 세상이다. 청량리에서 서울역으로 돌아오지만 사이비 교주, 자해 공갈범, 잡상인, 가출소녀 등 불운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어진다. 어떻게든 희망이 찾아올까 싶지만 안경이 고결한 사회운동을 하던 지식인이란 환상이 깨진 걸레가 지하철에 뛰어들어 목숨을 잃고, 제비를 겨우 만난 선녀는 또다시 버림받는 등 우울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절망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주는 건 결국 다른 누군가의 연대임을 ‘지하철 1호선’은 일깨운다. 어떻게 보면 요즘 시대 인권 감성과 맞지 않는 작품이지만 거칠었던 당대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배우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등 이 무대를 거쳐 성장한 배우들 못지않게 마지막 시즌 공연에 나선 배우들의 열연도 작품 보는 시간이 아깝지 않게 했다. 학전이 마지막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찌감치 매진됐는데 배우들은 관객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고 공연이 끝난 후에는 먼저 계단으로 나가 관객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는 정성으로 감동을 안겼다. ‘지하철 1호선’은 김 대표가 “이번에 학전에서 열리는 공연이 마지막 ‘지하철 1호선’이 될 것”이라고 밝힌 터라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록 ‘지하철 1호선’은 이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멈췄지만 모두가 지키고자 했던 학전은 다행히도 계속 달릴 수 있게 됐다.학전은 ‘아침이슬’, ‘상록수’ 등의 명곡을 만든 김 대표가 1991년 3월 15일 대학로에 문을 열어 대중음악 공연뿐 아니라 자체 제작 뮤지컬을 비롯한 정극 중심의 작품을 선보이며 대학로 소극장 문화를 대표한 공간이었다. 가수 김광석이 1996년 세상을 떠나기 전 1000회 공연을 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영난과 김 대표의 암 투병으로 운영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본사가 전남 나주에 있어 대학로에 운영할 창작 공간이 필요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연장을 이곳저곳 알아보다가 학전과 손을 잡게 됐다. 향후 공간을 재정비해 어린이·청소년 극장이나 가수들 공연무대로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학전에 대해 “청소년극이나 가수들 무대로 만들어달라는 김민기 선생의 말씀도 있었다. 학전을 이끌어온 분의 의향을 존중하도록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운영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기존 학전 직원들은 전부 그대로 일하지 않고 팀장급 일부만 남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전은 기존에 계획했던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와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 학전 출신 예술인들의 ‘학전 어게인 콘서트’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에는 새로운 공연들이 학전의 명성을 이어간다.
  • [기고] 초고령 사회와 디지털 생활체육/김성민 한양대 스포츠사이언스학과 교수

    [기고] 초고령 사회와 디지털 생활체육/김성민 한양대 스포츠사이언스학과 교수

    초고령 사회 진입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2025년 한국은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경제 성장과 함께 의료 기술과 사회 문화의 급격한 발달로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2.7세이지만 평균 건강수명은 64.4세다. 18.3년을 질병과 함께 생활한다는 말이다. 특히 고령자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근 감소는 그동안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여겨졌으나 2016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근감소증에 대해 질병코드를 지정했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하는 국제질병분류(ICD)에도 등록됐다. 우리나라도 2021년 질병코드를 부여해 근감소증이 질병으로 인정된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 때문에 체육활동을 통한 근감소증 진행 둔화와 건강수명 연장이 국가적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년층의 지속적인 사회 참여와 건강한 노후생활 영위를 돕는 노인 생활체육 활성화가 절실한 실정이다. 그러나 한국인을 위한 신체활동 지침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3명 중 2명은 유산소 신체활동 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노인 생활체육 증진은 건강을 유지하게 하고 질병을 예방하며 의료비 절감으로도 이어진다. 따라서 노인들의 건강증진 및 건전한 여가생활 도모와 건강수명과 평균수명의 격차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손쉽게 할 수 있는 정책은 생활체육 참여율을 높여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것이다. 노인 체육활동 수요와 선호 프로그램을 파악해 관련 시설과 프로그램을 확대해야한다. 또 체육활동을 하지 않는 노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우리나라는 2022년 의료비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9.7%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OECD 평균치를 넘어섰다. 시급한 문제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대한노인회가 스마트 경로당 사업의 하나로 진행 예정인 헬스케어 프로그램이 4대 질환(근감소증·경도 인지장애·암 경험자·당뇨병 전 단계) 예방과 치유를 위해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것은 부지 확보 및 예산 문제로 인한 시설 확충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효율적인 대안이다. 이제는 노인인구도 신체활동만 하면 건강하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디지털 스포츠 헬스케어 기반의 생활체육으로 개인 맞춤형 운동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성이 높다. 그러자면 디지털 스포츠 토털 헬스케어 플랫폼의 구축과 지속적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통한 고도화, 그리고 지역 의료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한 사회안전망 확보가 필요하다. 나아가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의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 다양한 디지털 생활체육 서비스가 보장돼야 하겠다.
  • “주민 위하는 ‘스마트 행정’… 사고 싶은 강남을 살고 싶은 강남으로”[2024 새해 포부-서울 단체장에게 듣는다]

    “주민 위하는 ‘스마트 행정’… 사고 싶은 강남을 살고 싶은 강남으로”[2024 새해 포부-서울 단체장에게 듣는다]

    조성명 서울 강남구청장은 강남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강남에서 살고 있는 최초의 강남 출신 강남구청장이다. 지난해 12월 29일 서울신문과 신년 인터뷰를 진행한 조 구청장은 2022년 취임 이후 처음으로 온전히 한 해를 보냈던 2023년은 구민들에게 다가가는 기간이었다고 돌이켰다. 새로운 2024년은 가까워진 구민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고 싶은 강남’ 이 아닌 ‘살고 싶은 강남’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첨단 스마트기술을 도입한 행정으로 주민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은 걱정 없도록 빈틈없는 도시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구청장과의 일문일답.-지난해 11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엑스포 월드 콩그레스(SCEWC) 2023’에서 안전·회복 분야 최우수 도시에 선정됐다. “디지털 기술을 행정서비스에 접목하는 일은 취임 때부터 꾸준히 추진한 사업이다. 첨단기술을 통해 단순하고 반복되는 업무의 효율을 높이면 직원들의 일손을 덜 수 있고 그만큼 구민들에 대한 행정서비스의 질도 높아진다. 지난해 1월 첫 조직개편에서 ‘디지털도시과’를 신설하고 4월엔 제1회 오픈 이노베이션 ‘강남, 디지털을 품다’를 개최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그중 가장 노력한 분야는 ‘사회·안전’이다. 강남도시관제센터의 폐쇄회로(CC)TV에 AI를 결합해 실종자 찾기와 인파밀집사고 예방 등에 활용하고 있으며 생체신호를 감지하는 스마트센서를 홀몸어르신이나 거동이 불편한 1인가구에 설치해 고독사를 막고 있다. 현장에서 보니 전 세계 주요 도시들과 글로벌 기업들도 도시 행정에 첨단기술을 도입해 사회·안전을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세계 무대에서 강남의 이런 노력을 좋게 평가해 준 것 같아 뿌듯하고 감사하다.” -테헤란로 배달 로봇 실증사업과 수서·세곡동 로봇거점지구 등 로봇 관련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강남구는 로봇산업 육성에 유리한 조건을 가졌다. 안정적 로봇 주행을 위해 잘 정비된 도로와 다양한 서비스 수요, 대전 창원 등 로봇산업 육성 지역과의 교통 연계도 잘 돼 있다. 이런 조건을 활용해 로봇산업을 강남의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수서·세곡동의 로봇거점지구는 오는 3월 수서동에 준공 예정인 ‘로봇플러스 실증 개발지원센터’에 이어 개포4동에는 로봇교육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해 의료관광 사업의 성과는 어떤가. “소이증을 앓고 있던 몽골 소녀에게 예쁜 귀를 만들어 줬던 나눔의료 사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치료받지 못하던 소녀가 커서 의사가 되겠다며 좋아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러한 홍보 활동을 비롯해 강남은 외국인 환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초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헬스 분야 전시회 ‘베트남 메디팜’에서는 6500명이 부스를 방문했고 95건의 개별 환자 상담을 진행했다. 몽골에서는 울란바토르에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베트남과 몽골에서만 연간 90억원의 환자 유치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6월부터 운영 중인 압구정동 강남메디컬투어센터는 하루 평균 30~40명의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방문할 만큼 강남 의료관광객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학여울역 세텍(SETEC) 부지 내 행정문화복합타운 건립 사업의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 “행정문화복합타운은 민선 8기 공약이자 구민들의 염원 사업이다. 올해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학여울역 일대 거점형 복합개발 기본구상 수립 용역’에는 강남구 신청사 건립을 포함해 줄 것을 건의한 상태다. 조만간 용역 결과가 나온다. 아울러 시에서도 강남구에 세텍 부지 일부를 분할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민들의 바람대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다만 시에서 세텍 부지에 중소기업을 위한 전시장 건립을 계획하고 있어 건립 기획 단계부터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전시장 건물을 철거하고 본공사에 돌입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따라서 신청사 건립 전까지 현재 각지에 흩어진 부서를 모으는 등의 방안도 고민 중이다.” -올해 세수 감소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 있을 텐데. “강남구는 2023년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전국 498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청렴도 평가에서 종합청렴도 1등급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2단계가 상승한 기록이고 민선 8기 구정을 반영한 첫 평가에서 최고의 종합청렴도를 기록한 ‘청렴 강남’ 시대가 된 것이다. 청렴도를 인정받은 만큼 이제는 내실과 효율화를 추구해야 한다. 단순히 사업을 없애거나 줄이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강남구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강남 내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주민 혜택을 늘리는 방안도 다양화하려 한다. 지난 7월 포스코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포스코 사옥 외부 공간을 시민 휴식공간으로 개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재정 안정과 함께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 감소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겠다.”
  • 광주, 오페라·뮤지컬·발레 공연 다목적 예술극장 짓는다

    광주시가 새해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는 ‘국제적 수준의 전문 예술극장’은 오페라와 뮤지컬, 발레 등 3종 공연이 한 곳에서 가능한 ‘멀티 예술극장’ 형태로 건립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국제적 수준의 전문예술극장을 건립하기 위한 타당성 분석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지난달 말 문화예술 콘텐츠 전문 기획업체인 ‘메타기획컨설팅’을 용역사로 선정했다고 1일 밝혔다. 이 업체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경영 및 공간컨설팅을 비롯해 국내 전문예술극장 건립 사업 등에 참여했다. 광주시로부터 2억 2000만원의 용역비를 받아 사업 타당성 조사, 부지 선정, 건립 규모, 총사업비, 운영 전략 마련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광주시는 ‘오페라와 뮤지컬, 발레’ 3종을 함께 공연할 수 있는 전문극장을 건립하는 방안을 용역업체와 협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개 장르에 집중하는 방안을 염두에 뒀지만 최근 건축 및 공연기술의 발전 등으로 여러 장르의 콘텐츠를 한 극장에서 공연할 수 있게 된 점을 감안했다. 시민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은 물론, 공연수익 극대화로 운영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건립규모는 부산을 비롯한 타 지역 사례를 참고해 3만~4만㎡의 부지에 2000석을 갖춘 시설을 건립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비는 부지매입비를 포함해 300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3곳 이상을 선정해 검토한다’고 발표했던 후보지의 경우 민간공원 특례개발이 추진되고 있어 접근성이 확보된 중앙공원과 중외공원 일대, 상무지구 나대지 등이 물망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사업비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지매입비를 줄이기 위해 국공유지나 시유지를 우선적으로 물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는 조만간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해 일본과 유럽 등지의 전문예술극장을 방문, 벤치마킹에 나설 계획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한 광주 지역 공연장들은 다목적 시설인 탓에 대형 공연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문화수도 광주의 위상을 높이고 시민에게 수준 높은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예술극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수요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연중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유치할 경우 관객 및 수익성 확보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규제 혁파 막는 건 ‘나쁜 정치’…대기업이 돈 벌면 죄 되는 나라, 이런 법 만든 이들 또 뽑겠나

    규제 혁파 막는 건 ‘나쁜 정치’…대기업이 돈 벌면 죄 되는 나라, 이런 법 만든 이들 또 뽑겠나

    “생업으로 돈을 벌어 세금을 내본 적이 없는 사람, 세상에 ‘공짜’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 이런저런 법으로 청년 일자리를 초토화시킨 사람,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입법을 한 사람에겐 4월 총선에서 절대로 표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박병원(72)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면서 ‘잃어버린 시대’를 우려하는 상황에 내몰린 가장 큰 이유로 ‘나쁜 정치’를 들었다. 진보·보수 정부에서 경제정책 수립의 중책을 담당했고 우리금융 회장, 은행연합회 회장, 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민간부문 수장으로도 오랜 관록을 지닌 그는 당대의 경제 지략가로 통한다. 서울신문은 한국경제의 심박동을 끌어올릴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박 이사장과 편집국장 신년 대담을 가졌다.서울 종로구의 사무실 한 켠에 야생화 사진으로 만든 2024년 달력이 걸려 있었다. 지난 여름 보름 남짓 일정으로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핀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의 알프스로 트레킹을 다녀왔다는 그는 “백두대간에는 알프스처럼 케이블카, 등반열차를 설치할 수도 없고 (대피소가 아닌) 제대로 된 산장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국립공원이 불필요하게 많은 것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공원으로 지정해 달라고 국가에 요청한 결과입니다. 그래야 도로 등을 해결해 주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국립공원이 되면 규제에 묶여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지금은 지자체들이 국립공원 지정을 풀어달라고 해야 할 상황입니다.” ●규제 때문에 내수로 흐를 돈 놓쳐 -(김태균 편집국장)자연스럽게 규제 이야기로 시작하게 됐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규제 혁신이 핵심 국정과제로 강조되는 것은 그만큼 제대로 된 적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박 이사장)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를 금지하는 법이 왜 나왔나. 택시업계가 반대하니까 국회가 앞장서서 입법을 했다. 공인중개사 표를 얻으려고 국회의원들이 ‘직방(부동산 중개서비스)금지법’도 발의했다. 택시기사를 위하고 공인중개사를 위한다는 것인데, 정작 국민 전체를 위하는 의원은 없다. 문재인 정부 때 반도체산업육성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하다가 질질 끌었는데 여당 의원 중 한 명이 ‘삼성전자에 이익이 될 테니 못 해주겠다’고 했다. 그런 논리면 우리는 구멍가게밖에 할 수 없다. 정권과 정치권이 경제 논리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돈 버는 게 죄가 되는 나라에서 어떻게 경제가 잘 되겠는가. 지금도 국회는 끊임없이 규제법안을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정치의 덫에 갇혀 있다.” -4월에 총선이 치러진다. 국민들의 선택이 중요할 것 같은데. “현역(의원) 출마자들이 재임 중 어떤 나쁜 법안을 만들었고, 어떤 낭비성 예산을 통과시키는 데 참여했는지 가려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철도’에 들어갈 돈이 6조~7조원이라고 한다. 예비타당성 면제 특별법을 만든 의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새만금과 무안·양양·울진·가덕도 공항에 헛된 돈을 쓰고, 저출산으로 소멸할 위기에 처한 나라를 만들어놓은 정치인의 잘못도 따져야 한다. 나랏돈을 잘 썼으면 인구 위기가 이 정도는 아니었다.” -국회도 문제지만 정부 정책이 국가경쟁력을 잠식했다는 비판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한답시고 교육, 의료, 교통, 통신비를 최대한 억눌러 소비 지출을 최소화함으로써 국민들이 돈을 쓸 여유를 만들어주겠다 했다. 서비스업을 일자리 원천으로 생각하지 않고, 싼값에만 공급하려고 했다. 애초 가능한 일인가.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공)교육을 만들어놓고 더 좋은 교육은 학원, 해외로 가라고 해놓은 격이니 교육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의료 산업도 마찬가지다. 있는 사람들은 병을 고치러 해외로 나간다. 말도 안 되는 규제 때문에 내수로 흐를 돈을 얼마나 놓치고 있는지 봐야 한다. 국민은 돈을 쓸 각오가 돼 있는데 국가는 그럴 생각이 없다. 정부마다 새로 출범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게 통신비 인하, 카드 수수료 삭감이다. 도무지 돈을 벌 수 있게 내버려두지를 않는다. 모두에게 고만고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건데 이게 과연 국민이 원하는 걸까. 이래 서야 우리 서비스 산업이 바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역대 정부가 예외 없이 서비스산업 발전 방안을 내놓았지만, 제자리걸음이다. “싼값에 고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건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이다.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거짓말이다. 국민 누구도 ‘남보다 더 나은 교육’, ‘남보다 더 나은 의료’ 서비스는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교육, 의료에서 유출되는 막대한 외화를 우리 대학, 우리 병원으로 돌릴 수 있다면 등록금과 보험 수가를 덜 올리고도 교육의 질을 높이고 병원 적자를 줄일 수 있다.”대한민국은 ‘정치의 덫’에 갇혔다‘타다·직방 금지법’ 기득권 표심용‘예타 면제법’도 수십조 예산 낭비위기 내몬 정치인 왜 책임 안 지나싼값에 고급 서비스? 미션 임파서블!누구도 만족 못 할 공교육·공공의료그러니 사교육이나 해외로 눈 돌려제조업처럼 외국시장과 경쟁해야인구감소 흐름 ‘뉴 노멀’ 되어선 안 돼태어난 아이도 대학 전액 지원 등파괴적 출산 대책 나랏돈 쏟아야청년고용 안정 위한 노동 개혁도●산업 개방 안 하면 목숨 걸고 안 뛰어 -어디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서비스업을 제조업처럼 하면 세계 최고로 만들 수 있다. 제조업은 걸음마 단계부터 수출을 했다. 그러다 1970년대 중반 시장을 개방했다. 그러자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여태껏 시장을 개방해서 해당 분야의 산업이 몰락한 사례가 없다. 오히려 개방을 안 한 산업만 성장을 못 했다. 대표적인 게 의료, 교육, 통신, 교통 같은 서비스업이다. 개방을 안 하니까 목숨 걸고 뛰지 않는다. 전부 규제산업이기도 하다. 규제를 한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기존 시장 참여자들에게 지원과 보호를 해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은 이런 함정에 빠져 있다.” -규제 혁파나 서비스 산업 경쟁력 제고를 외치고는 있는데도 현실에서는 경쟁력이 더 떨어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비싼 땅값·노동시장 경직, 투자하겠나 “투자가 안 이뤄지면 우리 경제는 한 걸음도 못 나간다. 연구개발(R&D)이나 인적 자원 모두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는 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일자리는 기업에 의해 생긴다. 물론 투자는 이익 발생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우리의 치명적인 결함은 땅값은 너무 비싸고 노동시장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점이다. 미국도 주는 세제 혜택을 안 주는 경우가 많다. 이래서야 어떤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하겠는가. 가뜩이나 투자하기에 별 볼 일 없는 나라인데 정부의 투자 유치 노력은 더 미약해졌다. 투자가 늘어나야 좋은 일자리도 늘어나는데 그게 안 되니 ‘편의점 알바’ 자리밖에 안 생긴다. 2002년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각각 동북아와 중동의 금융허브를 만들겠다고 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의 성적표를 보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정부부처의 뿌리 깊은 규제 신봉과 행정 일선의 낡은 관행도 문제 아닌가. “총리실 규제개혁 자문위원을 1년째 하고 있는데 답답한 게 많다. 일선 공무원들이 책임지기 싫으니까 안 움직이려고 한다. 국회까지 가지 않고 조례나 시행령만 고쳐도 되는 일들도 안하는 경우가 많다. 의대 정원 증원만 해도 국회에 안 가도 되는 사안이다. 의사협회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증원에 반대하면서도 ‘의사 수가 늘어나면 국민 의료비용 증가가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터무니없는 소리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비슷한 논리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규제와 관련해 대한민국 경제의 ‘암적인 요소’가 토지 공급 부족이라는 말씀을 한 적이 있다. “서울의 경우 박원순 전 시장 때 재개발 재건축을 금지시킨 게 치명적이었다. 토지 공급 루트는 재개발·재건축 밖에 없는데 그때 완전히 끊겼다. 인재(人災)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가격 폭등도 토지 공급이 끊어진 데서 비롯됐다. 지금 풀고는 있지만 효과는 4~5년 후에 나타난다. 땅값이 비싸니 기업들이 투자를 하기 어렵다. LG필립스가 20년 전 파주 2000만평 부지에 공장을 짓겠다고 했을 때 수도권 인구 집중, 군사시설, 문화재 보호 등을 이유로 인허가를 도저히 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안 해 주면 중국 간다고 하는데 어떡하나’라고 주변을 설득해 결단을 내렸다.” -농사를 안 지을 사람은 농지를 못 사게 해놓은 현행법도 손볼 때 된 것 아닌가. “한국 농지가 미국 농지보다 30배는 비싸다. 누가 농사 짓겠다고 그 큰돈을 내겠는가. 규제 풀어주면 난개발이 이뤄진다는 건 웃기는 소리다. 규제를 없앤다고 해서 설악산, 관악산 꼭대기에 공장을 짓겠나, 만경평야 한복판에 집을 짓겠나. 규제를 풀어도 투자와 개발은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지금은 규제를 풀어주어도 정작 수요가 없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상황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인구 위기 때문에 ‘소멸’이 화두로 떠올랐다. “인구가 감소하는 경제를 운영하는 것은 인구가 증가하는 경제를 운영하는 것보다 100배 이상 힘들다. 일부에서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뉴’도 ‘노멀’도 아닌 극히 비정상적 상황이다. 인구가 감소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수요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인구대책이 경제정책의 제1조가 돼야 한다. 인구 감소는 무조건 반전시켜야 한다. 동원할 수 있는 자원, 낭비되는 재원을 탈탈 털어 출산 장려에 써야 한다. ” -정부는 2006년 이후 저출산 대책에 380조원을 썼다고 한다. 지방정부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도 출산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우선 380조원을 썼다는 얘기부터 짚어봐야 한다. 덩치 큰 청년임대주택 예산처럼 이것저것 가져다 억지로 짜맞춘 수치다. 가공의 숫자로 국민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인구 정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 예산을 ‘하나의 주머니’에 담는 것이다. 부처별로 실시하고 있는 것들 다 집어치우고 한데로 끌어모아야 한다. 돈은 뭉쳐야 힘이 있다. 위원회 같은 형태가 아니라 보건복지부든 기획재정부든 어느 한 부처에서 확실하게 틀어쥐고 컨트롤타워를 맡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 출산하는 아이들은 물론 이미 태어난 아이들도 대학 학비를 다 지원한다는 식으로 해야 한다. 국가·지방재정 따질 것 없이 끌어모아 파괴적인 출산 장려책을 펴야 한다.” ●국가 발전 위해 엘리트 이민 허용해야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우선은 외국에서 우수한 노동력과 두뇌를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할 텐데. “마지못해 ‘이민을 허용한다’는 식의 미지근한 자세로는 안 된다. 육체노동 수요 중심의 발상도 깨뜨려야 한다. 국가발전을 위해 고급인력을 스카우트해야 한다. 그걸 못 하면 수렁에서 빠져나갈 길은 없다.” -우리 청년들이 아이 낳을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출발점은 역시 양질의 일자리 확충이 아닐까. “노동개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미 취직한 사람한테 이로운 일은 그 어떤 것도 아직 취직하지 못한 사람에겐 불리한 일이 된다. 대표적인 게 정년 연장이다. 정년은 해고 제한의 반사적 거울이고, 호봉제의 폐해다. 해고가 자유롭거나 연봉제 같은 탄력적 임금체계가 확립되면 정년이 필요 없다. 정년은 회사가 계속 쓰고 싶지 않은 사람을 보호하는 제도다. 신입사원 3명분의 임금을 가져가는 사람들 때문에 청년들이 희생당하는 제도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유연성 제고라지만, 해고를 쉽게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은데. “당장은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양대 노총 눈치를 보는 정치권 때문에 그들의 기득권을 완화하는 것은 어렵다. 대신에 ‘기득권은 건드리지 않을 테니 노동자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해 달라’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테면 신입사원들에 대해서만큼은 연봉제와 성과급, 직무급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임금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호봉제는 젊은 시절에는 저임금, 나이 들어서는 고임금을 받는 구조다. 평생직장이 사라져가는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제도다. 모든 노동자가 같은 것을 원하지 않는데, 왜 그들이 다른 조건으로 취업하는 것을 가로막나. 최저임금위원회의 노사 대표들도 다 교체해야 한다. 실제 최저임금, 또는 그 이하를 주고받는 사용자·노동자들이 대표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 ■ 박병원 이사장은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은 1975년 행정고시 17회로 입직한 뒤 재정경제원 예산총괄과장과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등 요직을 역임했다. 재경부 1차관을 끝으로 30여년 공직생활을 접은 뒤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맡기도 했지만 대통령실 경제수석(이명박 정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 은행연합회 회장, 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에서 금융규제혁신회의 의장과 서비스산업 발전 태스크포스(TF)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2월 사단법인 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그는 “‘제2의 윤미향’을 막자는 취지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대기업의 후원금, 지원을 받는 법인, 비영리기관이 수만 곳인데 제대로 평가하는 기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 이재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반칙·특권 없는 세상 만들겠다”

    이재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반칙·특권 없는 세상 만들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했다. 이 대표를 포함해 홍익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한 후 오후 1시 30분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봉하마을에는 민주당 지지자 500여명이 이 대표와 당 지도부를 맞았다. 일부 지지자는 파란색 모자나 목도리를 맞춰 쓰거나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바람개비를 아이와 함께 들고 손은 흔들었다. 이들은 이 대표가 묘역 입구에서 헌화하는 입구까지 가는 동안 긴 행렬로 동행하며 “총선 승리”, “이재명 힘내라” 등을 연신 외쳤다. 이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눈웃음으로 화답했다. 노 전 대통령 묘역 앞에 도착한 이 대표는 헌화 및 분양 후 노 전 대통령이 잠든 너럭바위 앞에서 묵념했다. 홍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김두관 경남도당위원장을 비롯해 올해 4월 총선 출마자들이 함께했다.이 대표는 참배 후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깨어있는 시민과 함께 사람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꼭 만들겠습니다”고 적었다. ‘깨어있는 시민’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청와대 브리핑에서 “깨어있는 시민의 단결된 힘이 바로 민주주의의 보루이자 우리의 미래”라고 한 말에서 유래됐다.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묘역 입구로 나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노 전 대통령 사저로 이동해 권양숙 여사를 비공개 예방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 사위 곽상언 변호사와 최고위원 등이 동석했다. 이들은 봉하 쌀로 만든 떡국을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권 여사는 이 대표에게 “거목으로 자랄 때까지 흔들리지 않고 크는 나무가 어딨겠느냐. 흔들리는 끝에 고통스럽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 단련되고 지혜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무난하기만 하면 어떻게 지혜가 생기겠느냐”라면서 건강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고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이에 이 대표는 “저희가 더욱더 노력해서 다가오는 선거를 잘 준비하겠다. 더 단합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2일에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해 부산 현안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하고,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할 계획이다.
  • 이재명 신년사 “총선서 승리해 국민과 나라 지키는 사명만 있을 뿐”

    이재명 신년사 “총선서 승리해 국민과 나라 지키는 사명만 있을 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저 이재명과 민주당이 가진 것은 오직 절박함과 절실함뿐이다. 다가올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국민과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신년사에서 “윤석열 정권은 야당파괴와 국회 무시로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정치보복과 독단의 국정운영으로 대한민국을 고사시키고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작년 한 해 우리 국민에게 국가는 없었다”며 “159명 젊은이가 이태원에서 속절없이 목숨을 잃었지만, 국가는 외면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전 재산을 잃고 억울함을 호소해도 그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억울하게 죽은 해병대원 사건을 수사한 군인은 ‘집단항명 수괴’가 됐고 평화와 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는 나날이 긴장감만 높아간다”며 “민생도, 경제도, 평화도, 그리고 민주주의도 붕괴 위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맹자는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잘못된 통치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차이가 없다’고 했다”며 “치솟는 물가와 금리로 민생경제는 파탄지경이다. 취약계층은 물론, 청년·노인·자영업자·직장인 모두가 고통받고 있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 대표는 “국민 마음속, 불씨마저 꺼져가는 희망을 살리겠다. 상처와 고통을 보듬겠다”며 “국민 삶을 지키기 위해, 민주당은 어느 때보다 크고 단단한 하나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과 함께 가는 길이 승리를 향한 길”이라며 “오늘의 절망이 내일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는 “보통 정치, 그러면 정치인들끼리 모여서 뭔가 작전을 하고 협의하고 끌어나간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다. 모든 권력은 오로지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이란 것이 마치 내가 어딘가에서 싸워서 그야말로 뺏어온 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결국 그 권력이란 것도 국민으로부터 나온 거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 행사돼야 하는 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해야 할 일들은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라며 “물가가 오르면 물가가 오르지 않도록 노력하거나 오른 물가에 국민이 적응할 수 있도록 조치해나가는 게 정치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물가가 많이 올랐으니 아껴 쓰라, 난방비가 부담되면 덜 써라’ 이건 대책이 아니다. 그건 방관자가 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또 “어려운 이 상황을 우리가 반드시 깨고 더 나은 길, 새로운 길을 찾아가야 한다”며 “청룡의 해, 이 청룡의 힘으로 평화의 위기, 민생의 위기, 민주주의 위기 다 털어내고 새로운 희망으로 더 나은 미래를 함께 힘있게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한다. 오후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다. 다음 날인 2일에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해 부산 현안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하고,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할 계획이다.
  • 한동훈 신년사 “몸 사리지 않을 것…국민의힘부터 변화하겠다” [전문]

    한동훈 신년사 “몸 사리지 않을 것…국민의힘부터 변화하겠다” [전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미래는 온전히 우리에게 달려있다”며 “국민의힘은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미래를 위해 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여러분 모두에게 지난해보다 나은 올해가 되도록, 나와 우리 국민의힘이 한발 앞서 부지런히 준비하고 실천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부터 변화하겠다. 무기력 속에 안주하거나, 계산하고 몸 사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비판을 경청하며, 즉시 반응하고 바꿔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동료 시민과 함께 공동체를 지키고, 미래를 준비해 나가겠다. 모든 국민의 삶에 집중하고 함께하겠다”며 “저희가 더 잘하겠다. 저희와 함께해달라”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지난 26일 취임 당시 “이제 무기력 속에 안주하지 말자. 계산하고 몸 사리지 말자. 국민들께서 합리적인 비판을 하시면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반응하고 바꾸자”라고 당의 변화를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그는 “이제 정말 달라질 거라 약속드리고, 바로바로 보여드리자”라고도 했다. 아래는 한 위원장 신년사 전문. 존경하는 동료시민 여러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한동훈입니다. 지난 한 해, 좋은 한 해 되셨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지난 해보다 나은 올해가 되도록, 저와 우리 국민의힘이 한발 앞서 부지런히 준비하고 실천하겠습니다. 미래는 온전히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국민의힘은,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미래를 위해 할 일을 하겠습니다. 국민의힘부터 변화하겠습니다. 무기력 속에 안주하거나, 계산하고 몸 사리지 않겠습니다. 국민의 비판을 경청하며, 즉시 반응하고 바꿔나가겠습니다. 동료시민과 함께 공동체를 지키고, 미래를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모든 국민의 삶에 집중하고 함께 하겠습니다. 저희가 더 잘하겠습니다. 저희와 함께 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인천 검단연장선 역명 놓고 갈등 “신도시 이미지에…”

    인천 검단연장선 역명 놓고 갈등 “신도시 이미지에…”

    2025년 개통 예정인 인천1호선 검단연장선의 주요 역명을 놓고 인천시와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신도시’ 이미지에 맞는 역명을, 시는 ‘이해하기 쉬운’ 역명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1일 인천시 온라인 소통 창구인 열린시장실에는 “검단 102역명을 인천원당역으로 정하는 행정예고에 결사반대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고 아흐레 만인 이날 현재 3030여 명으로 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시는 30일 간 3000명 이상이 공감할 경우 입장을 공식답변 해야 한다. 글을 올린 이모씨는 “5000명이 넘게 참여한 역명 선호도 조사에서 인천원당역은 4순위였다”며 “일부 역명심의위원회 위원의 발언으로 수천명의 투표가 무산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의 뜻과 다르게 정보 공개 없는 ‘밀실’ 위원회의 결정을 따를 수 없다”며 “인천원당역의 느낌은 누가 봐도 신도시 역사의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인천시는 역명심의위원회에서 관련 지침과 주민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합한 명칭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역명은 일반적으로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지명이나 행정구역명,역 주변 대표 공공기관과 시설 명칭 등 시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명칭’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102역은 ‘검단중앙역’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으나 검단신도시나 검단 지역 전체를 봤을 때 위치상 중심에 있지 않아 방위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 이와 달리 101역은 행정구역상 아라동에 위치한 데다 인천지법 북부지원과 인천지검 북부지청 개청이 확정돼 역명과 함께 부기까지 정해졌다. 103역은 반경 500m 안에 검단호수공원 조성을 앞두고 있어 주요 시설을 반영하기에 적합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앞서 시는 지난달 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인천지하철 1호선 검단연장선 3개 역(101·102·103역)의 공식 명칭을 정하기 위한 온라인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역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101역은 아라역(법원검찰청역),102역은 인천원당역,103역은 검단호수공원역으로 각각 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후 102역은 4순위에 있던 ‘인천원당역’으로 명칭이 선정된 사실이 알려지며 잡음이 일었다. 선호도 조사에서 102역은 검단중앙역이 전체의 55.4%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으며 검단역(16.6%)·이음역(15.8%)·인천원당역(6.2%)·고산역(6%) 순으로 집계됐다. 102역 일대 입주예정자를 포함한 일부 주민들은 “시가 설문 참여자들을 농락했다”며 “역명 심의 내용과 선정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 역명 심의를 통해 관련 안건을 의결한 단계인 만큼 명칭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라며 ”주민 의견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1호선 계양역부터 검단신도시를 잇는 검단연장선은 총길이 6.8㎞에 달하며 2025년 상반기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35년 베테랑인데…” ‘푸바오 할부지’, 악플 시달리고 있다

    “35년 베테랑인데…” ‘푸바오 할부지’, 악플 시달리고 있다

    ‘푸바오 할아버지’로 불리는 강철원 에버랜드 사육사가 최근 유튜브상에서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에버랜드 측은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30일 에버랜드 공식 유튜브 채널 ‘말하는 동물원 뿌빠TV’는 입장문을 내 “최근 푸바오의 환경이 변화하는 것을 두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바오패밀리를 사랑해주시는 마음은 감사하나, 사육사 개인을 향한 지나친 비난 또는 팬들 간의 과열된 댓글이 늘어나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직접적인 비방·욕설이 아니더라도 타인에게 불편감·불쾌감을 주는 댓글은 지양해 달라”며 “타인을 저격하고 비난하는 글 또한 마찬가지로, 이에 해당되는 댓글들은 관리자의 모니터링 하에 삭제 조치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에버랜드 공식 유튜브 채널 ‘말하는 동물원 뿌빠TV’에는 ‘푸바오 언니 목소리가 들려! 바깥나들이를 준비하는 루이후이의 퇴근전쟁 시즌2 맛보기 일상’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해당 영상에는 방사장으로 나갈 연습을 하는 아이바오와 쌍둥이 아기 판다 루이바오, 후이바오 모습이 담겼다. 세 판다는 내실에서 방사장으로 이어지는 문 앞 통로를 오르내리고 냄새를 맡는 등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방사장에 있던 푸바오와 내실에 있는 아이바오·루이바오·후이바오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순간도 있었다. 영상에서는 낯선 냄새와 인기척을 느끼고 통로 문 안쪽에 집중하는 푸바오의 모습이 담겼다. 푸바오는 경계하며 “꿍”하는 울음소리를 냈고, 아이바오는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푸바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문 앞에 앉아 있었다. 영상이 공개된 후 팬들 사이에서는 “아이바오가 푸바오를 기억하는 것 같다”, “푸바오와 아이바오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너무 슬프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일부는 “아이바오와 푸바오가 소통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같은 반응이 이어지자 강 사육사는 직접 댓글을 남겨 설명에 나섰다. 강 사육사는 “아이바오와 루이·후이바오 통로적응 과정에서 밖에 있는 푸바오의 행동과 소리에 대해 많은 걱정들을 하시는 것 같다”며 “또 아이바오와 푸바오 간 소통의 필요성도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현재 소통을 시키는 것은 독립의 완성단계에 있는 푸바오에게도, 육아 중인 아이바오에게도, 열심히 성장하고 있는 쌍둥이 아기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아이바오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만약 소통을 진행하게 되면 푸바오에게는 혼란, 아이바오에게는 경계, 루이·후이바오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사육사는 “바오 가족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담당 사육사로서 말씀드리오니 믿고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늘 바오 가족들 입장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강 사육사는 35년간 에버랜드에서 여러 동물을 관리해 온 베테랑 사육사로 2016년부터 에버랜드 ‘개장 40주년’을 기념해 국내로 들어온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를 돌봤다. 2020년에는 국내 최초로 판다의 자연분만 번식에 성공해 푸바오를 얻었으며, 올해에도 자연분만을 통해 쌍둥이 판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를 얻어냈다.
  • “단일 칩에 트랜지스터 1조 개” 대만 TSMC의 반도체 야망 [고든 정의 TECH+]

    “단일 칩에 트랜지스터 1조 개” 대만 TSMC의 반도체 야망 [고든 정의 TECH+]

    1965년 인텔의 창립 멤버 고든 무어(당시 페어차일드 세미컨덕터 근무)는 일렉트로닉스 잡지에 반도체 공정 복잡도가 1년마다 두 배로 증가하는 경향이 10년 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글을 실었습니다.  10년 후 고든 무어는 2년마다 두 배로 자신의 전망을 수정했습니다. 반도체의 성능이나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2년마다 두 배 증가하는 경향은 한동안 이어졌고 이는 무어의 법칙으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후 수십 년간 무어의 법칙은 대체로 큰 수정 없이 이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1978년 등장한 인텔 8086 프로세서(x86 아키텍처의 시조)은 2만9000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했지만 1985년에 등장한 80386은 27만5000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했습니다. 1991년 펜티엄 프로세서는 310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했고 2002년 펜티엄 4(노스우드)는 5500만 개를 집적했습니다. 2012년 등장한 3세대 코어 프로세서(아이비브릿지)는 쿼드 코어 기준으로 14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사용됐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모바일 AP도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100억 개를 넘고 있습니다. 집적도만 따지면 2년에 두 배까지는 안되지만, 성능 향상까지 생각하면 얼추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반도체 미세 공정의 진보 덕분이었습니다. 더 복잡하고 빠른 프로세서를 같은 크기로 제조할 수 있다 보니 점점 더 성능이 올라갔던 것입니다. 하지만 미세 공정이 극한에 도달하면서 점점 발전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에 따라 무어의 법칙은 사실상 유효 기간이 지났거나 곧 그렇게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는 이 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EUV 리소그래피 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미세 공정과 여러 개의 작은 칩을 3차원적으로 모아 하나의 거대한 프로세서를 만드는 3D 패키징 기술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만 TSMC는 최근 열린 IEDM 콘퍼런스에서 2030년대 1조 개의 트랜지스터를 지닌 초대형 프로세서 제작도 가능하다는 야심 찬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TSMC는 현재 진행 중인 2㎚ 공정인 N2와 N2P 진행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으며 1.4㎚ 및 1㎚ 공정도 현재 개발 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현재 가장 복잡하고 큰 단일 칩(monolithic) 프로세서는 800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엔비디아의 H100 GPU입니다. 그 면적은 800㎟가 넘는데, 이 정도가 현재 웨이퍼에서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칩입니다. 4㎚ 공정에서도 이 정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TSMC는 조만간 1000억 개가 넘는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단일 칩 프로세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2030년 전후로는 2000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단일 칩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1㎚ 공정에서 그 정도 트랜지스터 밀도 증가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TSMC는 CoWoS-L이라는 새로운 패키징 기술을 통해 최대 858㎟의 칩 6개를 하나의 슈퍼 캐리어 인터포저 층에 올린 시스템 인 패키지(SiP)도 구현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나의 칩에서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2000억 개까지 높일 수 있다면 1조 2000억 개의 집적도를 넘볼 수 있는 수준입니다.  다만 공정 미세화에 따라 반도체 웨이퍼 가격이 지속해서 비싸지고 있고 여기에 복잡한 패키징 기술까지 들어가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점은 문제입니다. 더구나 이미 프로세서의 전력 소모량과 발열량은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간 상태로 칩이 더 거대해지면 이 문제도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언젠가 1조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프로세서도 등장하겠지만, 갈수록 증가하는 비용과 전력 소모량을 어떻게 억제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목표로 떠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 캘리포니아 대선 투표지에 트럼프 포함…민주당 정치인 반대했는데

    캘리포니아 대선 투표지에 트럼프 포함…민주당 정치인 반대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 자격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민주당 강세 지역인 캘리포니아주가 트럼프 전 대통령 이름을 대선 후보 경선 투표용지에 넣어 눈길을 끈다. 2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주(州)정부에 따르면 최고 선거관리자인 셜리 웨버 총무장관은 전날 대선 예비경선(프라이머리) 투표용지 인증 명단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포함해 카운티 선거관리 당국에 발송했다. 앞서 민주당 소속인 엘레니 쿠날라키스 캘리포니아 부지사 등 일부 정치인들은 웨버 총무장관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투표용지에서 뺄 것을 요구한 일이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차기 잠룡으로 거론되는 개빈 뉴섬 주지사는 지난주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가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캘리포니아에서 우리는 투표로 이긴다. 그 밖의 모든 것은 정치적인 혼란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캘리포니아 인구는 약 3900만명으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많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공화당 대의원 수는 169명으로,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전날 동부 메인주 총무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6 의회 폭동에 가담해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는 결정을 내놓았다. 앞서 콜로라도주 대법원도 지난 19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화당 대선 경선 투표용지에서 제외할 것을 주 정부에 명령하는 판결을 했다. 이에 콜로라도 공화당이 연방 대법원에 항소해 최종 판단은 연방 대법원이 내리게 된다. 한편 메인주는 콜로라도주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경선에서 작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메인주는 네브래스카주와 함께 승자독식제를 채택하지 않는다. 선거인단은 4명밖에 되지 않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메인주에서 선거인 한 명을 가져갔기 때문에 메인주 출마가 불발될 경우 접전이 예상되는 상황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반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콜로라도주에선 2020년 대선 때 트럼프가 득표율 13%포인트 차로 패했기 때문에,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콜로라도주의 승리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메인주의 결정이 민주주의와 투표권을 둘러싼 미국 내 긴장을 보여주는 것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을 둘러싼 정치 논쟁에 연방대법원이 개입해야 할 긴박한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수정헌법 14조를 인용한 두 번째 주가 나오면서 연방대법원이 이번 논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내다봤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리처드 헤이슨 법학 교수는 이번 결정을 두고 콜로라도주 법원 판결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NYT에 “주요 후보자의 자격 박탈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일단 콜로라도 법원이 이를 실행하고 대중에 공개하자 다른 사람들도 (하기가) 쉬워졌다”고 말했다. 앞서 비슷한 소송이 제기된 미네소타와 뉴햄프셔, 미시간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이겼다. 이들 주 대법원은 주 정부가 수정헌법 14조 3항을 근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경선 참여를 제한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
  • 윤종진 전 보훈부 차관, 포항 북구 총선 출마 선언

    윤종진 전 보훈부 차관, 포항 북구 총선 출마 선언

    윤종진 전 국가보훈부 차관이 내년 총선에서 현역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윤 전 차관은 28일 포항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포항 북구 출마를 선언했다. 윤 전 차관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면서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포항은 정치권이 똘똘 뭉치지 못하고 각자도생하며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입성해 포항의 새로운 정치 토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대통령비서실부터 일선 지방정부를 넘나드는 폭넓은 공무원 보직 경로와 다양한 성과는 평생 갈고 닦고 성실하게 공직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자부한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포항 지역발전을 위해 쓰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약으로 포항지역 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책과 산업 활성화 방안 등을 내놓았다. 포항과 경주, 대구, 울산을 연결하는 광역전철망체계를 구축해 경북 동남부권과 대구를 아우르는 광역경제권을 형성해 수도권에 버금가는 도시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포항 북구지역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공공기관 포항 유치, 이차전지·수소·바이오산업 등 3대 신산업 생태계 조성을 약속했다. 포항시 북구 기북면에서 태어난 윤 전 차관은 포항고,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1990년 행정고시에 합격 후 33년 동안 공직에 몸담았다. 경상북도 행정부지사, 행정안전부 안전정책실장, 지방자치인재개발원장 등을 거쳐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보훈부 차관을 역임했다.
  • 군위 사라온이야기마을 내년 1월부터 무료 개방

    군위 사라온이야기마을 내년 1월부터 무료 개방

    대구 군위군은 내년 1월부터 역사문화재현테마공원인 ‘사라온 이야기 마을’을 무료 개방한다고 29일 밝혔다. 개방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까지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명절 연휴 다음의 첫 번째 평일, 근로자의 날은 휴관한다. 군위읍 옛 군청부지 7948㎡의 터에 자리잡은 사라온이야기마을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와 문화·관광이 어우러진 테마공원이다. 이 공원은 적라촌, 적라청, 적라골 3개 구역으로 구성돼 있고 전시체험시설 17개동, 휴식공간 3개동 등 모두 20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김진열 군위군수는 “사라온이야기마을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조들의 삶과 지혜,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하기 위해 무료 개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 경기도 경제부지사에 김현곤 기재부 재정관리국장 내정

    경기도 경제부지사에 김현곤 기재부 재정관리국장 내정

    경기도 신임 경제부지사로 김현곤(51)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이 내정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김 내정자는 행정고시 38회로 기획재정부 예산관리과장, 고용환경과장, 재정혁신국장 등을 거쳤으며 2차례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있던 2018년에는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도 관계자는 ”김 국장이 거시경제·정책기획조정·국제협력·재정운용 관련 경력 등이 탁월해 경제부지사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쟁쟁한 경력의 후보자들이 지원한 가운데 공정한 채용 절차를 거쳤다“고 말했다. 경제부지사 공모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2명, 중앙은행 출신 2명, 중앙 경제부처 출신 2명, 대기업 임원 출신 2명 등 8명이 지원했다. 이와 관련 도의회 국민의힘 이애형 수석대변인은 “경제부지사를 개방형 직위로 처음 공모했는데 현직인 김 국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도가 기재부의 산하기관으로 비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기재부 사직 절차 등을 거쳐 내년 초 정식 임명될 예정이다. 한편, 김진욱 경기도 대변인(3급)이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 27일 도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는 조만간 행정절차를 거쳐 후임 대변인을 임명할 계획이다.
  • 가스안전공사 사장에 박경국 前차관

    가스안전공사 사장에 박경국 前차관

    정부는 28일 한국가스안전공사 제18대 사장으로 박경국 전 안전행정부 1차관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박 신임 사장은 충북 단양군수, 경제통상국장, 내무국장, 기획관리실장, 행정부지사 등을 역임했고 중앙부처에서는 대통령 소속 지역발전위원회 지역협력국장, 국가기록원장, 안전행정부 1차관 등 자리를 거쳤다. 산업통합감독위원장으로 공직생활을 마친 이후엔 충북대 석좌교수, 강동대 초빙교수,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지방분권분과 위원장 등 활동을 해왔다. 이날부터 시작되는 박 신임 사장의 임기는 2026년 12월까지 3년이다.
  • 수원시, 성균관대와 손잡고 ‘R&D 사이언스파크’ 조성사업 본격 추진

    수원시, 성균관대와 손잡고 ‘R&D 사이언스파크’ 조성사업 본격 추진

    수원시가 성균관대학교와 손잡고 ‘수원 R&D 사이언스파크’ 조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수원시와 성균관대는 29일 시청 상황실에서 수원 R&D 사이언스파크 조성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두 기관은 조성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고, 우수 기업·연구소를 유치하기 위해 협력·지원하기로 했다. 성균관대는 우수한 연구력과 산학협력 역량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우수 인재풀을 연계해 사이언스 파크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수원시는 성균관대의 연구개발 클러스터 조성이 실현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황인국 제2부시장, 성균관대 유지범 총장, 최재붕 부총장, 수원시의회 조미옥 도시환경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재준 시장은 “이번 협약은 새로운 수원의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성균관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수원 R&D 사이언스파크를 조성해 수원의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고 말했다. 유지범 총장은 “미국에 스탠퍼드대학이 있어서 실리콘밸리가 만들어졌는데, 성균관대가 R&D 사이언스파크를 조성할 때 스탠퍼드대학과 같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고의 R&D 사이언스파크가 조성될 수 있도록 성균관대가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협약식 후 시청 중회의실에서 율천동·입북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원 R&D 사이언스파크 조성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이재준 시장이 주민들에게 사업 추진상황을 설명했다. 수원 R&D 사이언스파크는 권선구 입북동 484번지 일원 35만 2600㎡ 부지에 조성할 계획이다. 부지의 87%를 성균관대가 소유하고 있다. 2011년 성균관대가 경기도에 사업을 건의하면서 첫발을 뗀 수원 R&D 사이언스파크 사업은 2013년 사업추진계획을 수립하고, 2014년 사업계획을 발표한 후, 2016년에 국토교통부에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위한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을 신청하면서 급물살을 탔지만 토지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무혐의), 감사원 감사(불문) 등으로 좌초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2021년 국토교통부에 사업신청서를 다시 제출했지만 국토부는 “행정절차를 다시 이행하라”고 회신했고, 민선 8기 출범 후 다시 국토부, 성균관대, 경기도와 사업 재추진을 위한 협의를 지속해서 진행했다. 국토부는 “조건(성균관대와 합의)을 이행하면 행정절차를 수행하겠다”고 회신했고, 수원시는 성균관대와 꾸준히 협의한 끝에 이날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재준 시장은 “수원 R&D 사이언스파크는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분야 첨단과학연구소로 채워질 것”이라며 “R&D 사이언스파크를 발판으로 서수원 시대를 열고, 수원시는 첨단과학연구도시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시는 국토부에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신청해 2024년 10월까지 R&D 사이언스파크 부지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2025년 7월까지 도시개발구역지정·개발계획 수립을 마칠 계획이다. 2025년 12월까지 실시계획 인가를 완료하고, 2026년 1월에 착공하는 게 목표다.
  • 충남제조업 10곳 중 3곳 ‘영업이익 10% 이상’ 미달

    충남제조업 10곳 중 3곳 ‘영업이익 10% 이상’ 미달

    1분기 BSI, 기준치(100)보다 낮은 ‘87’ 실적 미달 핵심 요인 39% 내수 부진 충남제조업계 10곳 중 3곳은 올해 목표 대비 영업이익 실적이 10% 이상 미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도 매출 전망은 30% 이상의 기업이 올해 대비 ‘감소’로 전망했다. 29일 충남북부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천안·아산·예산·홍성 등 북부지역 15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24년 1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기준치(100)보다 낮은 ‘87’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화학(의약·화장품 포함) ‘108’과 전기·전자(디스플레이 등) ‘100’을 기록했지만, 자동차 부품 ‘95’, 식음료 ‘67’ 등이 기준선을 밑돌았다. 연초 목표 대비 영업이익 실적 수준을 질문에서는 ‘10% 이상 미달’이 34.0%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10% 이내 미달(28.7%)’과 ‘연간목표 달성(25.5%)’, ‘10% 이내 초과달성(7.5%)’, ‘10% 이상 초과달성(4.3%)’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적 미달의 핵심 요인은 ‘내수 부진(39.7%)’ 응답이 가장 높았고, 이어 ‘원자재가격(25.0%)’, ‘수출 부진(22.1%)’, ‘고금리(7.4%)’ 등으로 응답했다. 내년도 대내외 경영 위험 요인을 묻는 설문에서는 ‘고금리 등 자금조달 부담’이 25.6%를 차지했다. ‘고유가 및 원자재가(22.1%)’, ‘인력수급 및 노사갈등(18.0%)’, ‘수출 부진 장기화(13.4%)’, ‘원부자재 조달애로(8.7%)’ 등이 뒤를 이었다.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 산업이 활력 저하와 함께 소비 심리 위축으로 생산·소비·투자 모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라며 “내년 한국경제 회복을 위해 물가 관리 및 금리 정상화가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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