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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갑 장관 “공공기관 채용비리 적발되면 무관용 원칙”

    이재갑 장관 “공공기관 채용비리 적발되면 무관용 원칙”

    이재갑(사진) 고용노동부 장관은 1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산하 공공기관장 회의에서 “최근 친·인척 채용 특혜, 고용세습 등 공공분야 채용 비리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면서 “각 기관에서 부정부패 감시와 적발 노력을 강화하고 적발되면 무관용 원칙을 확립해달라”고 말했다.이날 회의에서 이 장관과 각 기관장들은 채용 비리뿐만 아니라 성 비위, 금품 수수, 갑질 등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설 것을 다짐하는 ‘청렴 행정 실천 결의문’도 채택했다. 이 장관은 “공공기관 혁신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이나 고객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일하는 방식이나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모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혁신 추진 체계 구축과 적절한 보상 등 직원들이 혁신 활동에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관장이 노력해달라”면서 “어려운 고용 상황에서 산하 공공기관에서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비상한 각오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인터뷰 플러스] “반부패·청렴은 시대정신… 청렴 한국은 국민 요구”

    [인터뷰 플러스] “반부패·청렴은 시대정신… 청렴 한국은 국민 요구”

    “뇌물은 정의와 공정을 잠식하며 인권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빈곤퇴치의 장애물입니다. 뇌물은 상거래에 불확정적 요소를 유입하며 사업비용을 증가시키고, 상품과 서비스의 질을 약화시킵니다. 결국 뇌물은 생명과 재산의 손실로 이어지고, 기관과 조직의 신뢰를 파괴합니다. 공정경제, 효율적인 혁신성장을 위한 시장질서를 왜곡합니다. 반국가적이고 반사회적이며 반시장적인 것이 뇌물이고 부패입니다.” 박준영(49) ITS인증원 원장은 “국민들의 촛불혁명을 통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정농단과 권력형 비리를 초래한 부정부패의 근본적 해결”이라며 “반부패·청렴은 이제 시대정신이다”고 부패방지경영시스템의 국제표준으로 제시된 ‘ISO 37001’ 인증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해 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이 1순위였다”며 “유엔, OECD,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도 다양한 반부패라운드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뇌물과 부패에 대한 심각성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인식인 데다 국제투명성 기구의 투명성 강화요구와도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반부패는 세계적 흐름으로 양벌규정을 명시한 ‘반부패법’이 강화되는 것도 세계적 추세”라고 덧붙였다. 본지는 박 원장을 만나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 37001’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편집자 주→ITS인증원은 어떤 기관인가요. -ISO라고, 1946년에 설립된 국제표준화 기구가 있잖습니까. 공업상품이나 서비스의 국제교류를 원활히 하기 위해 세계 표준화를 도모하는데요. 여기서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 ISO 권고가 규격으로 공표됩니다. 우리에게는 ‘ISO 시리즈’, 그러니까 ISO 9000, ISO 9001, ISO 9002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ISO 인증이란 국제표준 인증을 말합니다. ITS인증원은 ISO 경영시스템 인증과 관련해서 미국인정기관(IAS)으로부터 국내 1호로 ISO 37001 규격에 공인된 ‘ISO 심사 전문기관’입니다. 이에 따라 ISO 국제심사원과 내부심사원을 양성하는 ITS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ITS는 특히,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반부패 규제’와 관련해 제정된 ‘ISO 37001이라 부르는 부패방지경영시스템’을 인증하고 있습니다. →부패방지경영시스템이란 무엇인가요. -부패방지 경영시스템, 즉 ISO 37001은 인증 가능한 반부패 경영시스템 표준을 말합니다. ISO 37001은 영어로는 반뇌물경영시스템(Anti-bribery management systems)에 대한 표준이지만, 우리나라는 ‘부패방지 경영시스템 표준’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이 표준은 2016년 10월 15일 제정, 공표되었습니다. 국제 사회와의 합의를 통해 마련된 ISO 37001은 부패 방지를 위해 각국 기업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은 것으로 규모와 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조직에서 부패방지경영시스템 적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기획·설계되어 있습니다. 아직은 시행 초기라지만, 글로벌 반부패 규제는 투명성, 뇌물 금지와 경제활동의 선진화를 강조하며 공공영역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 차원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OECD, 유엔 등 여러 국제기구가 부패방지 협약을 체결하고 있고, 미국·영국·프랑스와 같은 선진국 등에서도 반부패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은 회사의 부패방지 경영수준과 ISO 37001 요구사항과의 차이를 파악해 글로벌 수준의 부패방지경영시스템을 달성하기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물론 회사의 규모 및 영위 업종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것이지만, 대기업의 경우에는 통합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관리 측면에서나, 시스템의 효과 측면에서 바람직합니다. →부패도 리스크란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군요. -그렇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 세계 부패 규모를 세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약 2조 달러)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적폐청산이란 사회적·국민적 요구로 발전해 촛불혁명을 불러왔습니다. 일찍이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는 “부패 방지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다. 반부패(Anti-corruption)정책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굴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싱가포르가 1965년 독립하기 훨씬 전인 1937년과 1952년에 각각 부패방지법 제정과 부패행위조사국 설치에 나선 것을 보면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한 싱가포르의 선각자들이 반부패정책을 국가의 주요 어젠다로 인식하고 실천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1년 대가성이 없어도 공직자가 금품향응을 받으면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의해 제정이 추진됐는데요.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로 5년 만인 2016년 9월28일부터 시행됐습니다. 비슷한 시기 제정된 ISO 37001 국제표준과 함께 ‘반부패라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탄생하게 된 거죠.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로 ‘반부패 개혁으로 청렴한국 실현’을 캐츠프레이즈로 내세우며 지난 4월 ‘정부 5개년 반부패 종합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는 100점 만점에 54점으로 절대 부패국가에서 겨우 벗어난 수준입니다. 조사 대상 180개 국가 중에서는 51위입니다. OECD 35개 회원국가 중에는 29위로 거의 꼴등입니다. 세계 10위권의 한국의 경제 규모를 비롯한 국제 위상에 비해 너무나도 초라합니다. 그렇다 보니 정부는 2022년 세계 20위권 청렴 국가 도약을 목표로 ‘국민과 함께하는 청렴한 대한민국’을 내세우고 있습니다.→우리나라 공공기관과 기업들의 ISO 37001 인증 취득이 ‘부패인식지수’를 높이는 데 필요하겠습니다. -사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6년 12월에 ‘기업 반부패 가이드’란 자료를 통해 ‘부패방지경영시스템 인증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 자료에서는 반부패, 즉 부패방지와 관련한 국내 법규 및 국제적 요구수준의 강화로 인해 부패방지가 옵션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필수라는 것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도입을 확대하면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를 높이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겁니다. 나아가 ISO 37001 인증을 취득하게 되면 우선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 뇌물수수로 인한 법규 위반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파트너십 관계에 있는 조직이나 기관과 고객으로부터 신뢰도 높일 수 있고, 직원과 협력회사에 부패방지에 대한 인식공유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뇌물수수와 관련된 비용을 예방할 수 있고, 공공 기관을 포함한 다양한 입찰에서 강화되는 부패방지, 반뇌물수수 시스템을 충족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올바른 부패방지 문화의 확산에 따라 조직 구성원 모두가 기업의 부패를 모니터링 할 수 있습니다.→ISO 37001 인증은 강제사항인가요. -강제 요구사항은 아닙니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윤리와 부패방지 경영의 실천 의지를 자율적으로 구현하는 겁니다. 김영란법은 위반 시 행위자뿐만 아니라 소속법인과 단체에도 벌금 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양벌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ISO 37001 인증은 양벌규정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과 지침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적극적인 도입과 실행 노력은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ISO 37001은 제3자 심사와 인증이 가능한 국제표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증이 부패·뇌물 이슈가 없거나 향후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까지 보증하지는 못합니다. 인증만으로는 법적 면책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인증은 부패방지경영의 목표나 결과가 아닌, 조직이 부패 및 뇌물 방지를 위한 체계를 갖추고 지속적으로 개선을 도모해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과정으로 보아야 합니다. 예전에 독일 지멘스가 비자금을 조성해 아시아, 중동 등의 기업과 공공기관, 정치인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약 9000억원의 벌금을 내야 했습니다. 또 최근 브라질 대기업 2곳은 부정부패를 조장한 혐의로 약 4조원의 벌금을 내게 됐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끊임없이 뇌물과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적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뇌물과 부패행위는 사회적 경제적 손질 및 관련 비용을 발생시키며 지속 가능한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거죠.→향후 전망은 어떻습니까. -국내외 반부패 및 뇌물방지를 위한 대표적 법안으로는 미국 FCPA(해외부패방지법), 영국 Bribery Act(뇌물방지법)와 한국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등이 있습니다. ISO 37001 제정 이전에는 부패와 뇌물방지, 또는 윤리경영에 대한 국제적으로 합의된 표준이 존재하지 않아 조직이나 관리체계의 접근방법이 상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국제사회가 합의한 국제표준이 제정, 보급됨에 따라 객관적으로 관리체계를 평가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5개년 반부패 종합계획을 수립해 시행해 들어간 만큼 정부 차원에서 반부패·청렴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갈 겁니다. 반부패·청렴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국가는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서울대학교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 10점 상승 시 1인당 GDP 성장률은 0.5%P 증가하고, 1인당 GDP 4만 달러 달성도 3년 단축된다”는 분석은 시사점이 큽니다. 국제수준의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부패방지경영시스템 운영을 통한 윤리경영이 실현되어 나갈 것으로 전망합니다.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과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박준영 ITS인증원 원장 1970년생 공학사 자격 사항 ISO 37001 검증심사원 ISO 14001/ ISO 45001 ISO 22301/ ISO 27001 ISO 9001 검증심사원 경력 사항 현 ITS인증원 원장 현 GPC인증원 검증심사원 현 TCL KOREA인증원 한국대표 현 순천향대학교 웰니스 융합학부 대우교수 전 한국ISO인증원 대표 전 WCS인증원 (영국) 심사원
  •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 반부패 우수사례 ‘최우수상’ 수상

    서울 영등포구가 서울시 감사위원회에서 주관한 2018년 반부패 우수사례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8일 밝혔다. 영등포구는 최근 감사원에서 시행한 자체감사활동 평가에서 최고등급(A등급)을 받은 데 이어 반부패 우수사례 공모에서도 최우수상을 받게 됐다. 이번 공모는 시 본청, 산하기관 및 자치구에서 자율적으로 개선한 반부패 우수사례를 발굴해 조직 내 청렴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마련됐다. 부패연관성, 구체성, 효과성, 파급가능성 등 심사기준을 적용해 반부패 우수사례 10건이 최종 선정됐다. 영등포구는 지난 7월 전국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제안서 평가시스템을 구축했다. 공공사업 입찰의 사업자 선정 절차에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평가업무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자료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등 평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없애 부정이나 비리를 사전에 방지한다. 구는 제안평가 과정의 시스템화를 통해 제안평가회, 결과공개와 보고, 협상대상자 통보 등 행정적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신기술을 행정에 접목해 구정의 청렴도와 신뢰도가 더욱 향상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업무 처리 절차의 개선을 통해 부정부패가 뿌리내릴 수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말레이 전 부총리 “인니 강진 동성애자에 대한 신의 심판”

    말레이 전 부총리 “인니 강진 동성애자에 대한 신의 심판”

    말레이시아 부총리를 역임한 야권 최고지도자가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네시아 지진 쓰나미 참사를 두고 동성애자에 대한 신의 심판이라고 말해 비난을 사고 있다. 24일 말레이 메일 등에 따르면 야권연합 국민전선(BN)의 아흐맛 자힛 하미디(65) 의장은 전날 하원에서 말레이시아의 동성애자 증가를 막아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자힛 의장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팔루 지역에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LGBT) 등 성 소수자 1000여명이 살고 있었다면서 “그 결과 지역 전체가 파괴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알라가 내린 벌”이라면서 “우리는 말레이시아와 LGBT에 반대하는 이들이 알라의 벌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달 28일 오후 6시쯤 중앙 술라웨시 주 동갈라 지역에서는 규모 7.5의 지진이 일어났고, 20분 뒤 진앙에서 80㎞ 떨어진 팔루 해안에 약 6m 높이의 쓰나미가 들이닥쳐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공식 확인된 사망자 수는 2256명이고, 1309명이 실종됐다. 중상자도 4612명에 달했다. 하지만 지하수가 올라와 지표면이 물러지는 지반 액상화 현상으로 거의 통째 땅에 삼켜진 마을도 다수여서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재난 당국은 지반 액상화가 일어난 팔루 시내 2개 마을에서 최소 5000명이 행방불명됐다고 밝힌 바 있다.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자힛 의장의 발언에 대해 격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희생자와 유족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BN 집권기 부정부패 의혹과 관련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자힛 의장이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고 의도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그의 발언은 이슬람 근본주의적인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이슬람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의도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동성애자 인권활동가 팡 키 텍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레이) 정치인들이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LGBT가 비난을 당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5월 총선 패배 전까지 부총리와 내무부 장관을 겸임했던 자힛 의장은 국가사업 수주를 빌미로 뇌물을 받는 등 4200만 링깃(약 11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지난 18일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단, 하노이 자매도시 방문 성공적으로 마쳐

    하노이시는 96년부터 서울시와 자매도시결연을 맺고 지속적으로 우호를 다져왔으며, 특히 올해 3월 문재인 대통령 국빈방문이 진행되는 등 다원화된 외교협력관계의 핵심도시이자 최근에는 그 범위가 더욱 넓어져 한류문화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스포츠 등 다양한 민간분야에서도 자발적으로 활발하게 상호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대표단 방문은 외유성 출장을 지양하고 내실 있는 내용으로 채우고자 지난 몇 달에 걸쳐 서울시와 베트남 간 교류 현황을 분석하고 외부 전문가를 모셔 베트남의 역사, 문화, 정책에 관한 강의를 들어 사전내용을 숙지한 뒤, 각 방문 기관에서 논의할 주제에 대해 대표단회의를 통해 의견을 모으는 등 사전준비를 철저히 마쳤다. 베트남을 방문한 대표단은 하노이시의회 응우옌 응억 뚜안 부의장과 면담을 가지고 양국 간 의회 교류 협력 및 경제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또한 하노이 인민위원회 감사과를 방문하여 최근 베트남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부정부패 척결 관련 적발 현황을 살펴보고 서울시의 사례와 비교하며 공무원 청렴도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을 방문하여 정부의 신남방정책 협력 동반자인 베트남의 경제현황과 한국기업 협력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의 자리를 가졌고, 주베트남 한국문화원에서는 K-pop과 한류열풍에 따른 한국어 수업 활용방안과 서울시와 하노이시의 문화 페스티벌 공동개최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갔다. 특히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위치한 판보이(Phan Boi) 초등학교 방문에서는 한베평화재단 구수정 상임이사의 도움으로 두 도시 간 MOU 체결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졌는데, 현재 총 623명에 달하는 학생수에 비해 사용 가능한 컴퓨터가 8대 밖에 없어 5명의 학생이 컴퓨터 1대를 함께 사용하는 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컴퓨터 및 대형TV 등 교육 교보재 지원을 위한 서울시 평생교육국과 베트남 꽝남성 인민위원회 간 ‘교육 분야 교류 협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구두 협약하고, 서울로 돌아와 서면 체결 및 지원 사업을 이행하기로 하였다. 김용석 대표의원은 “의회의 국제 교류는 단순히 형식적인 방문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실질적인 교류에 대한 구체적 성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 7월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 취임한 후, 서울시의 여러 자매 도시 중 우리 정부 정책의 교두보로 지목되고, 대통령과 총리가 방문하며 가장 중요한 협력 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베트남을 방문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과거의 아픔이 있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성실하고 열정적인 민족성이 닮아 있는 한국과 베트남이 신남방정책을 통해 서로 경제협력을 이끌어나가고, 북한 경제발전 모델로 꼽히는 베트남과 함께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이끌어내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적인 교류를 확대해나갈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명무실 김영란법? 시행 2년간 기소 34명뿐

    유명무실 김영란법? 시행 2년간 기소 34명뿐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기소 인원은 3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법무부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2016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검찰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수사한 피의자 310명 중 34명만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34명 중 법원이 서면심사만으로 결론 내리는 약식기소가 22명으로 가장 많았다. 정식 재판을 받은 피고인은 12명에 불과했다. 수사 대상자의 절반 이상인 177명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99명은 기소중지, 참고인 중지 등 처분을 내렸다.  이 의원은 “각 부처가 윤리 기준을 강화하고 청탁금지법 교육을 하는 등 부정부패를 척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에도 검찰은 국민 법 감정에 역행하는 솜방망이 처분으로 입법 취지를 저해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돈 봉투 만찬’으로 기소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도 청탁금지법 혐의에 대해 1심과 2심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법원은 직무상 상하관계에서 격려를 하기 위해 음식물과 돈을 제공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사설] ‘다스 실소유주 이명박’이란 첫 사법 판단, MB 국민앞에서 속죄해야

    자동차 부품사 ‘다스’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어제 1심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여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다스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오랜 질문에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고 “넉넉하게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피고인은 다스를 실소유하며 장기간 246억원을 횡령했다”며 “의혹만 가득했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나 피고인을 지지한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다스의 증자 대금으로 사용된 도곡동 땅 매각 대금도 이 전 대통령의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통해 다스에서 조성된 비자금 등 246억원 상당을 횡령금으로 인정했다.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 68억원을 대납한 부분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 등 대가성이 인정된다며 59억원 상당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자수서가 유죄판단의 근거가 됐다.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받은 7억원의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는 4억원은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원세훈 전 원장으로부터 받은 10만 달러는 대가성이 인정되는 뇌물로 봤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자리 대가로 받은 36억원 중에서는 23억원 상당도 뇌물로 판시했다. 이날 법원의 판단은 사필귀정이지만, 한편 만시지탄이다. 다스 의혹이 전국적인 관심으로 떠오른 계기는 2007년 7월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서울 종로에 출마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1996년 총선 직후부터 이 전 대통령이 다스 회삿돈을 마치 제 것처럼 선거비용으로 활용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던만큼 의혹이 사실로 인정되는 데 20여 년이 걸린 셈이다. 2007년 이후 검찰과 두 차례의 특검팀이 이 전 대통령의 각종 의혹을 수사했지만, 사실에 접근하지 못한 책임을 뒤늦게나마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거짓 진술을 하는 등으로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겠으나 당시 검찰과 특검이 ‘살아있는 권력’을 의식해 부실수사했다고 볼 여지가 더 크다. 그 탓에 이 전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활용해 더 많은 사리사욕을 챙킬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사실이 제때 밝혀졌다면 그는 공직자윤리법과 공직자선거법 위반에 따라 서울시장은 물론 대통령직에도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검찰이 지난 4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장에 “피고인을 피고로 해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면 그 판결 확정 시 당선무효가 될 수 있었다”고 적시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이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타나지도 않은 채 한 최후진술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부정부패, 정경유착을 가장 싫어하고 경계한 나에게 너무나 치욕적”라고 주장했다. 그의 변호인들은 ‘정치보복’라고도 주장하지만 이를 믿을 국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번 수사와 재판 과정을 보면 그의 측근들마저 그에게 등을 돌린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그는 “관련자들이 자신을 모함하고 있다”며 측근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이제 1심으로, 유죄가 확정되려면 대법원 확정까지 두 번의 재판이 더 남았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국민 앞에 자신의 죗과를 솔직히 참회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 [시론] 지방의회의 필요성을 보여 달라/육동일 자치분권위원·충남대 교수

    [시론] 지방의회의 필요성을 보여 달라/육동일 자치분권위원·충남대 교수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지난 1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주민 발안·소환 등 주민주권 구현을 핵심으로 하는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재정분권과 더불어 지방분권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자치분권 로드맵이 나왔다. 국민들은 지방분권이라고 하면 지방자치단체 집행부(시·도, 시·군·구)만을 떠올리지만 지방의회 역시 지방자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지난 7월 2일 전국의 지방의회가 개원했다. 1991년 부활한 지방의회가 운영된 지 벌써 27년이 됐다. 지방의회가 우리 사회에 남긴 가장 큰 성과는 민주주의와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전국 대부분의 지방의회는 조례의 제·개정, 예산의 심의·의결, 행정사무 감사·조사, 민의 반영 등 역할을 통해 지방정부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역민을 존중하는 지역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지방의회 운영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의 무관심과 불신이다.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만족도는 지방의회가 구성된 뒤로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 일부 지방의회에서 의장단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감투 싸움과 파행적 의회 운영은 낮설지 않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무리한 해외연수와 지방의원 의정비 책정 과정에서 나타난 주민과의 갈등은 언론의 단골 메뉴가 됐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집행기관의 인사와 예산 과정의 무리한 개입과 청탁 그리고 이에 연루된 부조리와 비리 등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성년이 된 지방의회를 여전히 냉소적으로 보고 주민들이 불신하고 있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지방의회가 주민들에 대한 봉사 의식과 책임성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필자가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결과를 보면 지난 27년간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 만족도는 25% 내외에 머물고 있는 반면, 불만족도는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광역의회보다는 기초의회에 대한 불만이 높고, 연령과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불만족도가 높았다. 주민들은 지방의원의 전문성과 봉사 자세 결여, 지방의원들의 청렴성 상실, 정당의 개입과 간섭 등을 이유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지방의원들의 전문성 제고와 봉사 자세 확립, 의원비리와 부패의 근절 그리고 중앙 정당과의 관계 재정립이야말로 민선 7기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의 지방 권력을 대부분 장악했다. 광역단체장은 17석 중 14석을, 기초단체장은 58.1%를 일당이 점유했다. 광역의회 79.1% 그리고 기초의회 55.6%를 차지해 전국 지자체 집행기관과 의결기관을 모두 독점하게 됐다. 지방선거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긍정적 측면은 현 정권의 안정적 국정 운영이 가능해지고 문재인 정권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자치분권도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자치단체 간 협력과 광역자치단체 간 초광역적 발전도 가능해진 것도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민선 7기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 또한 심각하다. 아직도 근절되지 못한 지방자치 비리와 부패, 낭비와 비능률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혁신과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청와대조차 지방의 부정부패가 만연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중앙정부와 중앙당이 지방권력을 감찰하겠다는 경고를 보낼 정도니 사안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또 특정 정당의 지역지배 구조는 지방자치를 중앙정치에 종속시킬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따라서 지방의회가 견제와 감시보다 거수기 역할에 그칠 가능성도 커졌다. 따라서 중앙의 간섭과 통제보다는 건전한 지역 언론과 시민단체가 얼마만큼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지방행정을 감시·견제할 수 있느냐도 숙제로 떠올랐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방의회의 행태가 실망스럽다고 해서 지방의회 자체를 포기해선 안 된다. 지방의회의 기본적 역할인 주민의 복리향상과 지역 민원 해결, 지방행정 감시 그리고 제반 갈등 해결 등을 제대로 알려 지방의회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깨닫게 하는 일이 제일 시급하다. 민선 7기 지방의원들이 ‘지방의회가 살아야 지방자치가 살고 지방자치가 살아야 국가도 산다’는 신념으로 각자 부여된 역사적 책무를 다해 한국 지방자치사에 오래도록 귀감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 종교가 없으면 도덕이 붕괴될까

    종교가 없으면 도덕이 붕괴될까

    종교 없는 삶/필 주커먼 지음/박윤정 옮김/판미동/420쪽/1만 8000원종교는 인류가 가진 최고의 도덕률이라 한다. 개인의 바른 삶과 사회의 공동선(善)을 위한 가장 높은 가치의 규범이라는 말일 것이다. 실제로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는 “유신론이 없으면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종교는 더이상 숭앙받는 지고의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심지어는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종교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는 말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그렇다면 차라리 종교 없는 세상이라면 어떨까. ‘종교와 도덕성은 별 상관관계가 없다.’ 책은 이 명제에 주목해 폭발적으로 늘어 가는 무종교성을 파헤쳐 눈길을 끈다. 지론은 이렇다. ‘종교가 없어도, 신이 없어도, 잘사는 것이 아니라 종교가 없어야, 신이 없어야 잘산다.’ 탈종교의 흐름은 더이상 특이 현상이 아니다. 특히 미국은 탈종교의 으뜸국가로 관찰된다. 1950년대 미국인 가운데 종교가 없는 사람은 5%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신 조사에 따르면 30%까지 증가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10가지 변화의 하나로 ‘무종교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급증’을 꼽고 있다. 그렇다면 볼테르의 일갈처럼 종교의 쇠락은 도덕의 붕괴로 이어질까. 종교가 없으면 무절제하게 살고, 저만 옳다고 생각해 오만해지며, 이웃을 돌보지 않고 이기적일까. 그 답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황금률(黃金律)에서 찾을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행하지 말라.’ 기원전 600년 고대 이집트인들이 파피루스에 남긴 문구다. 공자는 논어에서 ‘친구에게 요구할 것이 있으면 먼저 친구를 대할 때 그 요구를 적용해 보라’고 했고, 고대 그리스의 탈레스는 ‘타인들에게서 발견한 허물을 스스로 행하지 않을 때 가장 착하고 바르게 살 수 있다’고 썼다.종교와 도덕의 무관함은 여러 통계에서도 입증된다. 덴마크·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사실상 신이 없는 사회인데도 범죄율·부패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낮고 잘산다. 미국에서도 신을 가장 많이 믿는다는 ‘바이블 벨트’의 중남부 주들이 교육수준·범죄율 등에서 신을 가장 덜 믿는 서부·동북부 주들보다 훨씬 낙후돼 있다. 비영리단체 비전오브휴머니티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가장 평화로운 상위 10개국은 모두 신에 대한 믿음이 약한 나라들이었다. 반대로 가장 평화적이지 않은 하위 10개국은 대단히 종교적인 나라들이다. 종교와 정치적 보수주의의 결탁, 종교지도자들의 부정부패,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 인터넷과 SNS의 발달. 저자가 짚는 탈종교화의 원인도 그다지 특이하지는 않다. 눈여겨볼 대목은 탈종교화의 어두운 그늘에서 건져 낸 무종교성의 장점들이다. 책 곳곳에 스며 있는 증언들은 이렇게 요약된다. ‘많은 무종교인들이 공감과 배려를 개인적 도덕성의 바탕으로 삼는다’ ‘자기 신뢰와 생각의 자유를 중요시한다’ ‘삶을 소중히 여기고 때때로 깊은 초월감을 느끼는 등 종교적인 가치들을 공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종교 없는 삶은 공허하고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이란 편견을 보기 좋게 뒤집는다. 저자는 “종교 비판이 아니라 사람들이 무종교인들에 대한 혐오와 불신에서 깨어나도록 돕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한다. 그 말미에 남긴 글이 인상적이다. “우리에게는 도움을 호소할 신도, 아바타도, 구세주도, 우리의 일을 대신할 예언자도 없다. 너무도 인간적인 우리 자신이 있을 뿐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 이성, 사랑, 그리고 우리의 동지애가 있을 뿐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관가 블로그] 이번엔 ‘민간단체 인사권 장악’ 시도… 행안부, 왜 이러나

    [관가 블로그] 이번엔 ‘민간단체 인사권 장악’ 시도… 행안부, 왜 이러나

    새벽에 문자로 업무 지시·협박도 장관 ‘공직 기강 잡기’ 질타 무색요즘 정부부처의 ‘맏형’ 격인 행정안전부가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갑질감사 논란과 국가기록원 직원 부정부패 연루 의혹에 이어 이번에는 ‘민간단체 낙하산 장악’ 시도가 도마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12일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민간단체인 전국재해구호협회(재협)는 “행안부가 자신들의 인사권을 장악해 사실상 낙하산 투하조직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폭로했습니다. 때마침 김 장관이 소속 기관장과 실·국장을 불러모아 공직 기강 확립을 질타한 때에 터진 일이어서 장관의 불호령은 빛이 바랬습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행안부가 국민성금으로 모금된 의연금을 배분하는 ‘배분위원회’에 행안부 추천위원 수를 늘리는 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부터입니다. 재협 관계자는 “행안부 개정안을 보면 행안부 장관 추천 배분위원이 전체 위원(20명)의 절반인 10명까지 가능해진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들은 사실상 재협이 행안부 출신 ‘낙하산’들의 투하 조직이 될 것으로 우려합니다. 반면 행안부는 이번 법 개정안이 ‘의연금 배분의 투명성’을 위한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재협의 배분위원회가 재협 이사회로만 구성돼 있어 다른 성금 모집기관이나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재협 직원들의 폭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재협 측은 행안부가 업무를 추진하면서 ‘갑질’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행안부 직원들이 새벽과 한밤중에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내 업무 지시를 내리는 등 권한을 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재협 관계자는 “행안부 담당 사무관이 ‘재협을 없애버리겠다’, ‘감사원에 고발하겠다’ 등의 협박도 했다”고 전합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새벽 업무지시는 지난해 11월 포항 지진 등 일부 특수 상황 때 벌어진 일”이라고 일축합니다. 앞서 행안부 조사관은 경기 고양시 소속 주무관을 차량에 감금하고 막말을 퍼붓는 등 인권침해 수준의 감사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대기발령 조치됐습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푸틴 심복, 푸틴 정적 ‘저민 고기’로 만들겠다 위협

    푸틴 심복, 푸틴 정적 ‘저민 고기’로 만들겠다 위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빅토르 졸로토프 러시아 국가근위대 대장이 푸틴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공개적으로 결투를 신청하고 ‘저민 고기’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졸로토프는 11일(현지시간) 국가근위대 유튜브 채널에 나발니를 비난하고 윽박지르는 영상을 올렸다. 약 7분짜리 영상 속에서 졸로토프는 “당신은 나를 모욕하고 중상했다. 장교 사회에서는 그런 행동을 용서하지 않는다”면서 “미스터 나발니, 당신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당신을 몇 분 안에 (저민 고기 요리인) 커틀릿으로 만들어 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흥분한 듯 주먹을 쥐고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졸로토프는 13년동안 푸틴 대통령의 경호수장을 역임한 측근 중의 측근이다. 졸로토프의 공개 결투 신청은 지난달 나발니가 운영하는 반(反)부패재단이 국가근위대의 식료품 조달 부정부패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반응이다. 당시 나발니 측은 조달업체가 질 낮은 식료품을 높은 가격에 근위대에 납품하고 있다면서 업체와 근위대 지도부 간 유착이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반부패재단은 또 지난 2016년 졸로토프 가족의 재산 내역을 공개하고 부정 축재 의혹도 제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법을 어기는 비양심적인 중상의 경우 그것을 뿌리부터 자를 필요가 있다. 몇몇 특별한 경우에는 모든 수단을 사용해 싸울 수 있다”면서도 “졸로토프가 자신의 동영상에 대해 크렘린과 상의하지는 않았다”며 거리를 뒀다. 나발니는 지난달 말 불법 시위를 조직한 혐의로 30일 구류를 선고받고 수감 돼 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김부겸 “공직사회 갑질·비리 이제 그만”

    김부겸 “공직사회 갑질·비리 이제 그만”

    최근 비위사건 엄중 문책·대책 지시 간부·직원들에 ‘발본색원’ 경고 서한김부겸(얼굴)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틀 연속 공직 기강이 무너진 직원들을 질타했다. 김 장관은 지난 10일 소속 기관장과 실·국장이 참석하는 긴급 전원회의를 열고 최근 비위 사건들에 대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수사 결과에 따른 엄중한 문책을 지시했다. 또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책도 함께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행안부 감사관의 ‘갑질 조사’ 의혹이 제기됐고, 각종 금품수수 의혹 등이 확대되면서 김 장관이 직원들의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전날 회의는 이례적으로 9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돼 김 장관이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드러냈다. 11일엔 ‘행정안전부 간부와 직원의 공직 기강 확립을 엄중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서한을 보내 무너진 공직 기강에 대해 다시 한번 경고했다. 그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참으로 부끄러울 따름”이라면서 “도려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뿌리부터 뽑아내 발본색원하겠다. 관련자는 강력한 문책으로 다시는 공직사회에 갑질과 부정부패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행안부 조사관이 경기 고양시 주무관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감사 대상자를 차량에 감금하고 막말을 퍼붓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행안부는 해당 조사관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경찰에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또 행안부 산하 국가기록원 부산기록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비리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사설] 20년 구형받은 MB, 이제라도 진정으로 속죄해야

    검찰이 350억원대의 다스 자금 횡령과 1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사익 추구 수단으로 남용해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며 “전례를 찾기 어려운 부패 사건으로 엄정한 법의 심판이 불가피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를 사실상 지배하면서 349억원을 횡령하고, 직원의 횡령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31억원대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약 68억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7억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에게서 자리 대가로 36억여원 등 110억원대 뇌물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국가기록원에 넘겨야 할 청와대 문건을 빼돌린 혐의까지 모두 16가지 공소사실로 기소됐다. 검찰은 “다스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알면서도 철저히 은폐하고 국민을 기만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제17대 대통령에 취임할 수 있었다”며 “취임 후에도 갖은 범죄를 저지른 것이 확인됐음에도 철저히 부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 참담한 마음”이라고 질타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초기부터 정치보복 프레임을 내세워 억울함을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 조사에도 한 차례만 응했을 뿐이고 법정 신문에 응하지 않는 등 사실상 재판 거부로 일관했다. 이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고 할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은 어제 최후진술에서 “부정부패, 정경유착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이를 경계하며 살아온 저에게는 너무나 치욕적인 일”이라고 항변했다. “다스 주식은 한 주도 가진 적 없고, 집 한 채가 전 재산”이라고도 했다.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과 핵심 측근들의 진술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궤변이다. ‘정권이 아니라 이권을 잡았다’는 험악한 말이 나돌 정도로 대통령 권력을 불법적 자금 수수의 수단으로 삼고도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이 전 대통령에게 재판부의 준엄한 심판만이 남아 있다.
  • MB 16분 최후 항변 “재산 집 한 채뿐… 부정부패 가장 싫다”

    MB 16분 최후 항변 “재산 집 한 채뿐… 부정부패 가장 싫다”

    다스 350억 횡령·삼성 등 110억 뇌물 혐의 “최고 권력의 전례 없는 부패… 국민 기망” 벌금 150억·추징금 111억도 함께 요청 MB “치욕적이다”… 새달 5일 1심 선고검찰이 350억원대 횡령 및 110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이명박(77)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재판에 넘겨진 지 150일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면서도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선 “너무나 치욕적”이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50억원, 111억 4131만여원의 추징금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대통령의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행태들을 보였다”면서 “국가기관을 사익 추구에 동원해 헌법이 보장하는 핵심 가치를 유린했고, 그 결과 범죄로 구속된 역대 4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돼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인 ‘다스’를 사실상 지배하면서 349억여원을 횡령하고, 31억원대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는다. 또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약 68억원을 대납받고 재임 기간 국가정보원에서 7억원 상당의 자금을 뇌물로 받은 혐의도 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 등에게서 36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 총 16개 공소사실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핵심 쟁점인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소유주와 관련해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데도 국민을 기망했다”고 주장했고, 공직 임명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부분에 대해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유형의 부패”라고도 지적했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을 제일 싫어하고 가장 경계하며 살아온 저에게 너무나 치욕적인 일”이라며 최후 진술을 통해 격하게 반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A4 용지 6장 분량의 메모를 읽으며 16분 남짓 동안 항변을 이어 갔다. 특히 “검찰 기소 내용 대부분이 돈과 결부돼 있는데 그런 상투적인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면서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소리쳤다. 이 전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를 치열하게 살았지만, 돈을 탐하지 않았다”면서 “제가 살아온 과정을 명철하게 살피면 이 점을 능히 꿰뚫어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다스 소유주에 대해선 “형님(이상은 다스 회장)이 33년 전에 설립해 아무 탈 없이 경영해 왔고, 저는 다스 주식 한 주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했고, 삼성의 소송비 대납 혐의를 두고는 “뇌물 대가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사면했다는 의혹은 분노를 넘어 비애를 느낀다”고 반박했다. 이어 “아무런 증거 없이 터무니없는 가정을 근거로 죄를 만들었다”면서 “제 재산은 논현동 집 한 채가 전부”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재임 기간 이뤄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녹색성장 등을 열거하며 한참을 토로하던 이 전 대통령은 “어디에 있든 내 나라, 이 국민을 위해 기도하겠다”며 최후 진술을 마쳤다. 선고는 다음달 5일 이뤄지고, 1심 구속 기간은 다음달 8일까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징역 20년’ 구형에 이명박 최후진술…“치욕적…전재산은 집 한 채”

    ‘징역 20년’ 구형에 이명박 최후진술…“치욕적…전재산은 집 한 채”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모든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돈과 결부된 상투적 이미지를 참을 수 없다”며 “치욕적”이라고 밝혔다. 350억원대 다스(자동차 부품회사) 자금 횡령과 110억원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 측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20년과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 4131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자 불쾌감을 나타냈다. 최후진술에 나선 이 전 대통령은 “저에 대한 기소 내용은 대부분 돈과 결부돼 있는데, 그 상투적인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며 “부정부패, 정경유착을 가장 싫어하고 경계한 제게 너무나 치욕적”이라고 반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주식을 한 주도 가져본 적이 없다”며 “형님도 자기 회사라고 하고 있다. 많은 분쟁을 봐 왔으나 한 사람은 자기 것이라 하고 다른 사람은 아니라 하는 일은 들어 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을 대가로 이건희 회장을 사면했다는 터무니없는 의혹으로 저를 기소한 것에는 분노를 넘어서 비애를 느낀다”며 “재임 중 이건희 회장을 포함해 재벌 총수 한사람도 독대하거나 금품을 거래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제 재산은 현재 사는 집 한 채가 전부이고, 검찰이 두는 혐의는 알지 못한다”며 “제게 덧씌워진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지 마시고, 살아온 과정과 문제로 제기된 사안의 앞뒤를 명철히 살피면 이를 꿰뚫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도 검찰이 무리하고 가혹한 수사를 했다고 주장하며 “정치보복이 반복되면 독재국가가 된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최고 권력자였던 제17대 대통령의 총체적 비리 행각이 낱낱이 드러난 권력형 비리 사건”이라며 “피고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에게 위임받은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사익 추구 수단으로 남용해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달 5일 오후 2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기로 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국정농단 외척·임금에도 비판의 칼…격동 구한말 ‘붓끝 의병’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국정농단 외척·임금에도 비판의 칼…격동 구한말 ‘붓끝 의병’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의 시대는 전통과 근대, 동양과 서양, 상층과 하층의 다양한 지층들이 충돌하는 지각변동의 시기였다. 1876년의 개항에서부터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농민전쟁, 청일전쟁, 갑오개혁, 을미사변, 을사늑약, 한일합병으로 이어지는, 그야말로 ‘변역(變易)과 위망(危亡)의 시대’였다. 그 질풍노도 속에서 매천은 어떻게 해야 지식인으로서의 시대 소임을 다할 수 있는지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격변의 구한말을 예리한 눈으로 기록하고 비판하며 개혁하려 했던 그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그 시대의 격랑 속으로 들어가 보자.#도깨비 나라에 미치광이는 되고 싶지 않다 전남 광양의 시골 청년 매천은 약관의 나이에 대학사들이 모여 있는 서울로 상경했다. 그는 강위(姜瑋), 김택영(金澤榮), 이건창(李建昌) 등 당대의 명사들과 교유하면서 시재(詩才)를 인정받았고 이후 전국적으로 문명을 떨쳤다. 하지만 서울에서 그가 목격한 현실은 도깨비 나라에 미치광이들이 판치는 요지경 속이었다. “초시(初試)를 매매하던 당초에는 그 가격이 200냥 혹은 300냥으로 일정치 않다가 갑오년 직전의 몇 차례 식년시(式年試)에는 천여 냥씩 해도 사람들이 놀라지 않았고, 회시(會試)의 경우는 대충 만여 냥씩 하였다./ 임금은 군수를 임명함에 있어 자주 팔면 돈이 많이 생긴다 여겨 1년도 못 되어 금방 교체시켰다. 돈을 바치고 임명을 받은 자들은 그런 사실을 이미 알아서 부임하자마자 즉시 수탈을 일삼았다.” (‘매천야록’(梅泉野錄)권1 상)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과거시험과 관직 임용이 검은돈으로 거래되고 어처구니없게도 임금이 그 일에 앞장을 서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귀족 자제들을 합격시켜 주기 위한 시험이 따로 있을 정도였고 종친이면 촌수를 안 가리고 무조건 합격시켰다. 이런 현실을 목도한 매천은 마침내 청운의 꿈을 포기하고 “도깨비 나라에 미치광이는 되고 싶지 않다”며 미련 없이 낙향했다. #매화는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지난해 봄에 집을 짓게 되었는데, 담도 치지 않고 울타리도 하지 않았으며 대나무를 쪼개 창문을 만들었다. 그렇게 겨우 세 칸의 집을 완성하고는 동쪽 방을 책 읽는 서실로 삼았다. 그래도 안으로 들어가면 겨울에는 구들이 따뜻하고 여름에는 대자리가 시원하였다. 나는 비좁다거나 누추하다는 생각은 잊어버린 채, 충분히 편안하게 지낼 만한 곳으로 여겼다.” ‘매천집’ 권6에 나오는 ‘구안실기’(苟安室記)의 한 대목이다. 전남 구례의 산골 만수동으로 들어간 매천은 작은 집을 짓고 직접 농사지으면서 책도 읽고 여행도 하며 은둔자로 살았다. 이른바 ‘소확행’을 즐겼던 셈인데, 그때가 그에게는 “세상 근심 잊어서 꿈이 담박하고 가난을 먹고살아 시가 고상하던” 참으로 아름다운 시절이었다.#매천의 붓끝 아래 온전한 사람 없다 그러나 때때로 들려오는 풍전등화와 같은 나라 소식에 언제까지 초연할 수는 없었다. 1905년 을사늑약이 발표되자, 매천은 여러 날 아무것도 먹지 않고 통곡만 하였다. 그리고 민영환(閔泳煥)을 비롯한 지사들의 자결 소식을 듣고는 눈물로 ‘오애시’(五哀詩)를 지어 그 숭고한 뜻을 기렸다. 비분강개의 마음으로 우국시를 쓰고, 의병장들을 애도하는 시를 짓고, 호양학교(壺陽學校)를 세워 신교육에 나섰으며, 또 보고들은 바를 토대로 계속 ‘매천야록’을 집필해 갔던 것이다. “이등박문은 이번에 올 때 300만 원을 가지고 와서 정부에 두루 뇌물을 주어 조약을 성사시키고자 도모하였다. 적신(賊臣) 중 약삭빠른 자는 그 돈으로 넓은 장원(莊園)을 구입하고 귀향하여 편안하게 지냈는데, 권중현 같은 자가 그러했다. 이근택과 박제순 또한 이 때문에 갑자기 거부가 되었다./ 7월 14일, 이등박문이 일본으로 돌아갔는데, 이용원은 성묘를 간다 핑계 대고 앞서 출발하여 대전까지 가서 이등박문을 전송하였다.” ‘매천야록’ 권4(1905)와 권6(1909)의 기록이다. 당시의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위정자들의 행태와 일본의 간교한 술수를 적나라하게 적고 있다. 그 직필(直筆)의 대상에는 예외가 없었다. 국정을 농단하던 권세가와 외척들, 무능한 위정자들, 심지어 임금과 왕비까지도 서슴없이 비판했다.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에 의해 시해되자 “왕(황)후는 기민하고 권모술수에 능했는데, 정치에 간여한 20여 년 동안 점차 망국에 이르게 하더니 마침내는 천고에 없는 변을 당하였다”고 평했다. ‘매천의 붓끝 아래 온전한 사람이 없다’(梅泉筆下無完人)는 말이 실감 난다. #사진을 보며 55년의 인생을 돌아보다 “일찍이 세상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비분강개를 토하는 지사도 못 되었네. 책 읽기 즐겼으나 문원에도 못 끼고 먼 유람 좋아해도 발해를 못 건넌 채, 그저 옛사람들만 들먹이고 있나니, 묻노라, 한평생 그대 무슨 회한을 지녔는가.” (‘매천집’ 권7 ‘오십오세소영자찬’(五十五歲小影自贊)) 1909년 가을, 매천은 상해에서 잠시 귀국한 친구 김택영을 보려고 상경했으나 그가 출국하는 바람에 만나지 못했다. 귀향하던 길에 천연당 사진관에 들러 사진을 찍고 시를 짓게 되는데, 위의 사진과 시가 바로 그것이다. 이 시는 매천이 자결하기 한 해 전에 썼고 사진과 함께 남아 있어 그 의미가 더해진다. 상념에 잠긴 모습과 55년을 회고하는 시를 보노라면 왠지 모르게 최후를 준비하는 듯한 쓸쓸함이 느껴진다. #인간 세상에 식자 노릇 참으로 어렵구나 “난리 속에 어느덧 백발의 나이 되었구나. 몇 번이고 죽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네. 오늘 참으로 어쩌지 못할 상황되니 바람 앞 촛불만 하늘을 비추네.” “금수도 슬피 울고 산하도 찡그리니 무궁화 세상은 이미 망해 버렸네. 가을 등불 아래서 책 덮고 회고하니 인간 세상 식자 노릇 참으로 어렵구나.” (‘매천집’ 권5 ‘절명시’(絶命詩)) 매천이 자결하기 직전에 쓴 ‘절명시’ 가운데 두 수이다. 1910년 8월 29일 한일합병 조약이 공표되고, 나라를 양보한다는 조서(詔書)가 구례에 도착한 날, 매천은 조서를 절반도 읽지 못하고 기둥 위에 매달아 놓았다. 그리고 9월 9일 새벽 4경, 문을 닫아걸고 앉아서 절명시 네 수와 자제들에게 남기는 유서를 쓴 다음 조용히 음독 자결을 시도하였다. 얼마 뒤에 급히 연락을 받고 온 동생 황원이 아이 오줌과 생강즙을 올리자, 그릇을 밀쳐 엎어버리고는 “세상일이 이리 되면 선비는 의당 죽어야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의식이 점점 혼미해지더니 9월 10일 새벽닭이 두 번째 울 때 운명하였다. 내일, 29일이 한일합병의 치욕이 있었던 날이다. “나라가 망한 날, 선비로서 죽는 이가 한 사람도 없다면 어찌 통탄스럽지 않겠느냐”며 매천이 자결한 뒤, 절의를 가슴에 새긴 수많은 독립지사들의 투쟁과 헌신으로 어렵게 나라를 되찾았다. 그러나 10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국정 농단과 부정부패로 시끄러운 현실을 볼 때, 비애를 금할 길이 없다. 이제 다시는 같은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 다 함께 결연히 매천의 정신을 되새겨 보고 어떻게 해야 각자의 시대 소임을 다할 수 있는지 고민할 때이다. 이기찬 한국고전번역원 고전문헌번역실장■ ‘매천집’은 일제 검열 피해 유고는 상해로 원집은 매천이 서거한 이듬해에, 속집은 1913년 중국 난퉁(南通)의 한묵림서국(翰墨林書局)에서 간행되었다. 일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상해의 김택영에게 유고가 보내졌고, 그의 편정(編定)을 거쳐 간행한 뒤 비밀리에 국내에 보급하였다. 이렇듯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문집이 간행된 것은 매천의 동생과 제자들이 적극적으로 모금 활동을 벌였고 그 뜻에 호응한 영호남의 인사들이 정성을 합한 결과였다. ‘매천집’의 번역은 그의 성인(成仁) 10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고전번역원에서 2010년에 네 권으로 펴냈다. 강위, 김택영, 이건창과 더불어 한말 사대가로 평가받는 매천은 맑고 강건한 시와 예리한 필치의 산문을 다수 남겼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매천야록’은 그의 날카로운 비판 정신이 빛나는 불후의 명저이다.
  • [글로벌 인사이트] 태국판 ‘하나회’ 민정이양 속셈은… 군부·왕권 공생 작전

    [글로벌 인사이트] 태국판 ‘하나회’ 민정이양 속셈은… 군부·왕권 공생 작전

    “내년 2월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일정상) 불가능하다면 나중에 그 문제를 논의할 것이지만 총선은 2월 24일 치러져야 한다.” 2014년 군부 쿠데타를 통해 4년 이상 집권 중인 쁘라윳 짠오차(64) 태국 총리가 지난 21일 구체적 날짜를 명시하며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년부터 태국의 민주주의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는 요원하다. 집권 후 4차례나 총선 시기를 늦춰 비판을 받아 온 쁘라윳 총리가 이제 더이상 총선을 늦추지 않아도 군부가 장기 집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태국 차기 총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군부가 정권을 유지할 것임은 확실하다”면서 “군부가 태국 정치의 핵심으로 남는 제도적 틀을 만드는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입헌군주제 국가를 표방하는 태국이 지난 4년간 전제군주와 군부가 공생하며 권력을 분점하는 체제로 변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그동안 ‘탕아’로만 알려졌던 새 국왕의 권력 의지와 그 후원을 받고 자란 태국 군부 내 파벌의 결탁이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일상화된 쿠데타… 군주와의 ‘권력 나누기’ 태국은 입헌군주국으로 전환된 1932년부터 2014년까지 모두 19차례의 군부 쿠데타가 발생할 정도로 쿠데타가 일상화된 국가다. 국민의 존경을 받았던 푸미폰 아둔야뎃(라마 9세) 국왕 시절에는 쿠데타가 발생하면 국왕이 이를 사후 승인해 군부가 집권한 뒤 민정으로 전환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국왕이 쿠데타를 승인하지 않아 쿠데타가 실패로 끝나는 사례도 있었다. 2014년 5월 당시 육군참모총장이던 쁘라윳이 이끄는 군부는 극심한 정치 갈등과 혼란을 잠재운 뒤 정권을 민간에 이양하겠다며 계엄령을 선포한 후 잉락 친나왓(51·여) 당시 총리를 축출했다. 쁘라윳 총리는 쿠데타 직후 2015년 10월쯤 총선을 치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2016년으로, 다시 2017년으로 연기했다. 쁘라윳 총리는 지난해 말에는 2018년 11월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가 올해 초 다시 내년으로 연기했다. ●퇴폐적이고 방탕한 후계자의 이중생활 민정 이양이 늦춰지는 와중인 2016년 10월 70년간 재위하며 태국 정치의 구심점이 돼 온 푸미폰 국왕이 서거했다. 그의 장남인 마하 와치랄롱꼰(66) 왕세자가 라마 10세로 즉위했지만 왕위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했다. 공식적으로 세 차례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 왕세자는 퇴폐적이며 방탕하며 기행을 일삼는 인물로 알려졌다. 특히 2009년 공개된 동영상은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세 번째 부인인 스리라스미 왕세자비(2014년 이혼)가 속옷 하의만 입고 왕세자의 생일을 축하하는 외설적 장면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푸미폰 국왕 생전에 차기 왕위는 왕세자가 아니라 국민의 신망이 두터운 그의 여동생 마하 짜끄리 시린톤(63) 공주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쿠데타 주역들은 와치랄롱꼰 신임 국왕을 왕세자 시절부터 지지해 왔다. 쁘라윳 총리를 비롯한 쿠데타 주역들은 와치랄롱꼰 국왕을 지지한 국왕의 어머니 씨리낏(86) 태후가 후원한 군부 내 유력 사조직인 ‘동부 호랑이’ 파벌 출신들이다. 2006년부터 태국 군부를 장악해 태국판 ‘하나회’로 알려진 이 파벌은 ‘왕비의 근위대’인 태국 육군 2사단 21연대에서 장교 생활을 했던 군인들이 주축이 된 집단이다. 씨리낏 태후는 푸미폰 국왕의 왕비 시절 이 부대의 명예 연대장을 맡아 쁘라윳 총리 등 장교들을 각별히 챙겨 와치랄롱꼰 왕세자의 후원 세력으로 키웠고, 평판이 좋지 않은 왕세자가 차기 국왕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나섰다. 쁘라윳 총리 이외에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 아누퐁 파오찐다 내무부 장관 등 주요 요직에 앉은 인사들이 동부 호랑이 파벌의 실세들이다. 쁘라윳 정권은 집권한 직후 푸미폰 국왕이 서거할 때를 대비해 젊고 효심 깊은 이미지의 왕세자를 홍보하는 데 적극 나서 후계 구도를 공고히 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12월 부왕의 뒤를 이어 즉위한 와치랄롱꼰은 ‘탕아’라는 이미지가 무색하게 강력한 정국 장악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1월에는 새 헌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 수정을 요구해 국왕의 일시적 부재 시 섭정을 지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삽입했다. 원래 조항에서는 왕실 자문기구 추밀원이 국왕 부재 시 섭정을 지명하고 의회 승인 절차를 밟도록 규정했었다. 아울러 태국 국민들의 구심이자 불교 지도자인 승왕을 직접 임명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에는 승려들의 원로회의에서 승왕을 임명해 국왕에게 추천하도록 했는데 이를 직접 임명함으로써 불교계에 대한 국왕의 통제를 강화한 셈이다. 새 국왕의 전제왕권이 막강해진 것은 지난해 8월 군부 정권이 왕실자산관리국(CPB)을 국왕이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하도록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300억 달러가 넘는 왕실 재산을 관리하는 왕실자산관리국은 원래 재무부 장관을 비롯한 4인 이상 위원으로 구성됐으나 국왕이 직접 위원장과 위원들을 임명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태국 왕실의 자산은 산유국인 브루나이 왕실(200억 달러)이나 사우디아라비아 왕실(180억 달러)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고 정부의 감사도 면제된다. ●개헌·창당까지… 쁘라윳의 정치 야망 활활 동부 호랑이 파벌이 주축이 된 군부는 왕권 강화의 대가로 정치 개입의 제도화를 이뤘다. 쁘라윳 정권은 태국의 새 헌법 초안을 마련하고 2016년 8월 국민 투표를 통해 개헌을 성사시켰다. 새 헌법에는 총선 후 5년간의 민정 이양기에 250명의 상원의원을 최고 군정 기구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가 임명하고, 이들이 선출직 의원 500명으로 구성된 하원의 총리 선출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이 담겼다. 군부 지도자들도 상원의원에 자동적으로 포함된다. 또 선출직 의원에게만 주어지던 총리 출마 자격도 비선출직 명망가에게 줄 수 있도록 해 군 출신인 쁘라윳 총리에게 굳이 선출직 의원을 하지 않아도 다시 총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군사 정권의 막강한 정치 권력과 비교해 정치적 반대 세력은 왜소하다. 쿠데타로 물러난 잉락 친나왓 전 총리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영국으로 도피한 상태이며, 궐석재판에서 5년형을 선고받았다. 잉락은 재임 중이던 2011~2014년 부정부패와 재정 손실 혐의를 받고 있다.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됐던 잉락의 친오빠 탁신 전 총리도 2008년 해외로 도피했다. 쁘라윳 총리는 차기 총선에서 정당 추천 후보로 출마해 총리로 당선되기 위한 유리한 정치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군부는 직접 새 정당인 ‘팔랑 쁘라차랏’ 창당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기존 양대 정당인 프어타이당과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을 회유해 포섭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탁신 전 총리 계열인 프어타이당에 대한 지지율이 31%로 팔랑 쁘라차랏당(22%)보다 높지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할 정당은 없다. 차기 총리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쁘라윳 총리가 31%로 1위를 차지했다. 차기 총선 결과 팔랑 쁘라차랏당과 쁘라윳을 지지하는 일부 군소 정당 간 연립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지표 호전도 군부 자신감 뒷받침 쁘라윳 정권은 값싼 노동력과 천연자원, 관광업 등에 의존했던 태국 경제의 체질을 노동집약적 첨단 기술 위주로 탈바꿈하기 위한 국가경제발전계획 ‘태국 4.0’을 제시해 민심을 다스리고 있다. 실제로 2014년 0.9%였던 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4% 수준으로 격상됐고, 올해 1분기 수출 증가율은 최근 7년래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사상 최대인 3500만명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경제지표의 호전은 군부의 자신감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쁘라윳 총리는 시사주간 타임 인터뷰에서 “지금이 태국의 안정을 되찾고 미래로 전진하기 위해 중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죽창을 든 조선의 노비, 폭압에 맞선 분투의 기록

    죽창을 든 조선의 노비, 폭압에 맞선 분투의 기록

    조선에 반하다/조윤민 지음/글항아리/400쪽/1만 7000원숙종 26년인 1700년 겨울, 얼마 전 천민 신분을 벗어난 이명과 이가음이(李加音伊) 형제는 경북 상주 읍내의 한 기와집에 잠입했다. 이날만 기다리며 13년간 절치부심하던 형제는 사랑채에 머물고 있던 한 양반을 살해했다. 그는 세상을 떠난 노비 출신 아버지의 옛 상전이었다. 철종 11년인 1860년에는 경희궁과 인근 관청에서 보수 작업을 하던 목수들이 포도청에 난입해 닥치는 대로 시설을 때려 부수고 관원과 하졸들을 마구잡이로 구타했다. 그 다음해인 1861년에는 30대 중반의 조만준이라는 남자가 왕실 사당에 행차하는 임금의 가마에 주먹만 한 돌멩이를 느닷없이 던져 가마 꼭대기의 황금 봉황 장식을 부러뜨렸다.신분 차별이 엄격했던 조선시대, 밖으로 뛰쳐나온 하층민들이 감행한 이 같은 행위를 보면 절로 떠오르는 속담이 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괜히 꿈틀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힘없고 보잘것없는 미물이라도 극심한 횡포 앞에서는 절로 분노하게 되는 법이다. 신간 ‘조선에 반하다’는 조선시대 주류 흐름과 지배 세력에서 벗어나 있었던 ‘외부자’ ‘이탈자’ ‘탈락자’들이 싸우고 분투한 기록이다. 책은 도대체 왜 이들이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반역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저자에 따르면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은 순응하던 백성을 시위와 난동의 주역인 난민(亂民)으로 만들었다”. 미천한 신분인 아버지를 채찍으로 매질해 죽인 양반 상전에 복수하기 위해서, 관청에 차출돼 일하면서 품삯을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데 푼돈마저 포졸에게 탈취당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관료의 부정부패가 횡행해 백성이 도탄에 빠져 있지만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군주에게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서 백성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생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난동을 주도한 백성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권세를 앞세운 폭압을 중단하고 행정과 법을 빙자한 수탈을 멈춰 달라는 것”이었다.파편처럼 곳곳에서 일어났던 개인들의 저항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배층에 전면적으로 맞서는 집단적인 움직임으로 거듭난다. 17세기 미륵과 생불이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사람들이 승려와 무당의 통솔 아래 정치변란을 일으키고, 조선 왕조의 몰락을 희구하며 ‘정감록’ 같은 예언서에 기댄 반란을 모의하기도 했다. 19세기에는 진주민란, 홍경래의 난 등 탐관오리들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 농민들을 규합한 대규모 항쟁 바람이 전국 곳곳에서 불었다. 반란을 주동했던 사람 중 홍경래(1771~1812)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평안도 지역의 세도 정치를 비판하면서 농민 반란을 일으킨 그의 봉기 의지는 반란의 후예들에게 두고두고 이어졌다. 오죽하면 그가 죽고 난 후인 1817년 전북 장수에 ‘홍경래 생존설’이 퍼졌고, 그로부터 9년 뒤인 1826년 청주에 걸린 괘서에도 홍경래가 거병을 도울 것이라는 내용이 등장했다. ‘홍경래 불사설’이 끈질기게 이어진 것은 그만큼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길 바라는 백성들의 마음이 간절했다는 방증일 터다. 저자는 “명징과 미혹이 교차하고 진전과 좌절이 함께하는 역사의 난장판에서 제대로 발언할 기회를 갖지 못한 이들에게 외칠 자리 하나를 마련하려 한다. 압제의 대상에서 저항의 주체로 거듭난 이들의 몸짓을 헤아리면서 조선 지배층이 구축한 억압과 착취의 사회구조 한 자락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때로 격렬하고 폭력적이었던 시위들이 단순히 지배 세력에 대한 저항의 발로였다고 정당화될 수는 없다. 다만 “반항은 한순간 한순간마다 세계를 재고할 대상으로 문제 삼는다”는 알베르 카뮈의 말처럼 분노와 투쟁의 기록을 살피는 일은 자못 중요하다. 부당함에 순응하지 않았던 인간의 의지를 확인하는 동시에 지금 이 시대의 이면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한국당 당원권 정지 조항 윤리위 구성해 새로 논의

    한국당 당원권 정지 조항 윤리위 구성해 새로 논의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비리 혐의로 기소된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의 당원권 정지 조치를 혁신 차원에서 23일 단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새로운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키로 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첫 인적 청산 시도로 주목을 받았으나 당내 현역 의원들의 반발에 부닥치면서 혁신이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비대위원장은 23일 당원권 정지 당규에 대해 “(다른 당에 비해) 엄한 것은 사실”이라며 “윤리위를 재구성해서 검토 후 의견을 내는 것이 어떠냐(는 말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1·2심) 판결을 통해 무죄가 선고된 의원에 대해선 최종 대법원 판결 이전에라도 윤리위를 통해 당원권 자격 정지를 회복하는 문제를 심의할 수 있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 한국당 당규에 따르면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원은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이 자동으로 정지된다. 그러나 현재 기소된 한국당 의원 중 일부는 바른정당에 있을 때 기소된 뒤 한국당에 복당한 경우여서 이 규정에 적용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한국당에서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원은 14명이고 이 중 당원권이 정지된 의원은 9명이다. 일부 현역 의원은 당원권 정지가 가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당원권이 정지되면 당협위원장도 맡지 못할 뿐 아니라 당내 선거 투표권이 박탈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당원권 정지 규정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해 온 정현호 비대위원은 “당원권 정지가 유보된 의원이 나중에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그동안의 당무활동 정당성은 훼손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중남미 마약의 두 얼굴...멕시코는 합법화, 콜롬비아는 드론 제초

    중남미 마약의 두 얼굴...멕시코는 합법화, 콜롬비아는 드론 제초

    세계 주요 마약 생산지로 꼽히는 중남미의 멕시코와 콜롬비아가 마약 범죄 조직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상반된 해법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멕시코 지방자치단체는 합법화를, 콜롬비아 정부는 드론으로 제초제를 살포해 마약 농가를 황폐화시키는 방안을 내놓았다.1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남부 태평양 연안의 게레로주 의회는 지난 17일 아편 생산과 의약용 공급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킨 뒤 연방 상원에서 이 문제를 더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마약 합법화를 위해서는 연방 보건정책과 관련 법, 처벌 조항등을 모두 개정해야 되기 때문이다. 산악지대가 많은 게레로주는 미국에서 사용하는 헤로인(아편을 정제한 마약)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원료인 양귀비 열매와 아편 덩어리의 집중 생산지로 꼽힌다. 리카르도 메히야 게레로주의원은 “가난하고 고립된 오지에서 약 12만명으로 추산되는 사람들이 양귀비를 재배하고 있다”면서 “양귀비 액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농민들에게는 합법적인 판매 루트를 마련하는 것이 고정 수입을 얻게 해주고 지역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레로주 시에라 마드레 산맥의 험준한 산악지대 양귀비 밭들은 범죄조직들이 지배하고 있다. 이 지역 농부들은 커피나 망고 농사 대신 폭력조직들로부터 최근 수십년 동안 양귀비 재배를 강요받고 협박을 당해왔다. 멕시코 정부가 그동안 숱한 ‘마약과의 전쟁’을 치뤘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는 점에 미뤄 범죄조직으로부터 농부들을 해방시키고 자유를 되찾게 하는 방법은 양귀비 재배의 합법화 밖에 없으며 현재 범죄조직이 주민들의 경제활동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멕시코 사회의 고착화된 빈부격차와 부정부패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코카인(코카 나무에서 채취한 마약)의 주산지인 콜롬비아 정부는 드론(무인기)을 활용해 코카인의 재료가 되는 코카 잎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콜롬비아 경찰은 최근 남서부 나리뇨 지역에서 고엽제를 탑재한 드론이 코카인의 재료가 되는 코카 잎을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는지를 시험했으며, 각각 50파운드의 제초제를 실은 10대의 드론을 띄워 코카 잎 제초 살포 성능을 실험한 결과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했다. 드론이 합법적인 농작물 재배지역 인근에서 자라는 코카 잎을 선별해 90%가량 없앴다는 것이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신임 대통령은 지난 6월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하기 전 카라콜 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드론은 저고도에서 정밀하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제3자에게 미치는 피해와 영향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고 이같은 방안에 찬성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유인 항공기를 활용해 코카 농가에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를 이용해 살포해왔지만 두케의 전임자인 후안 마누엘 산토스 전 대통령은 글리포세이트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농민 단체들이 소송을 제기하자 이를 금지한 바 있다. 하지만 코카 잎 근절에 드론을 투입하는 방식에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 우선 코카 잎을 없애려는 정부에 화난 농민이나 마약 업자들이 드론을 파괴하지 못하게 하려면 군인들이 위험한 산간오지에 배치돼야 한다. 또 드론이 살포할 수 있는 제초제 양이 제초제 살포용 항공기보다 현저히 적은 만큼 소규모 지역에서만 유용하다. 코카 잎 재배 농민을 대표하는 단체의 레이데르 발렌시아 대변인은 “정부가 강제적으로 제초제를 살포한다면 경찰과 대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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