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과제는…/개혁의 성공여부 경제에 달렸다
◎정부,위축된 재벌의 불안감 씻어줘야/기업 투자비전 제시로 경기활력 부축/미래지향적 사정 지속… 동참세력 확충도 중요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의지는 단호하다.개혁세력들 역시 흔들리지 않는 단심을 다짐하고 있다.
아무도 의지의 부족으로 개혁이 중단되리라곤 의심하지 않고 있다.그러나 역사상의 많은 개혁들이 상황논리를 빠져나오지 못했거나,예기치 않은 돌부리에 걸려 좌초했던 것도 사실이고 보면 의지의 강도만으로 개혁의 미래를 점치기는 어렵다.
이제부터의 개혁은 사정을 통해 정지된 토대위에서 김영삼정부가 그려온 이상적 정치·경제·사회상을 구체적으로 건설해나가는 작업이 된다.
○가시적 작업 펼칠때
구체적인 건설작업은 기득권층의 부패와 부도덕을 척결하는 사정작업보다는 관객의 입장에서 훨씬 흥미롭지 못하게 마련이다.뿐만아니라 집단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노동집약적인 성격을 지닐 수 밖에 없다.흥미는 반감하고 많은 세력이 동참해야하며 개혁의 과실을 조금씩 체감케해야하는 과정이 지금부터 시작된다.
김대통령이 지난 27일 재계인사들과 가진 오찬간담회는 대통령의 자발적 의지에서가 아니라 청와대 비서진들의 「설득」에 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개혁1백일이 지나는데도 기업의 설비투자는 미동도 않고 있다.비서진들은 이런 현상이 재계가 굳어있기 때문이며,대통령이 나서 재계의 굳은 마음을 푸는 길밖에 없다는 판단을 해 「해빙오찬」이 만들어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는 개혁의 지속적인 성공여부가 경제에 달려있다는 점에 공감하는 분위기다.국민들은 개혁의 과실을,느리고 피부에 와닿지 않는 사회의 총체적 변화보다 손에 잡히는 경제적 이익에서 찾게 마련인 탓이다.경제적 과실이 수반되지 않는 개혁은 국민에게 공감을 주지 못하게 마련이다.개혁이 꾸준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과실을 국민에게 조금씩이나마 안겨주어야 한다.
○경제적 과실 따라야
그러나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이후의 바닥권에서 좀체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투자는 마이너스성장을 계속하고 있다.대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위해서는 재벌기업의 정부에대한 「신뢰」,즉 자신들을 다치게 하지않을 것이란 믿음이 필요하다.대통령이 개혁과 투자촉진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혹은 어떤 선에서 조화점을 찾을 것인지가 앞으로의 개혁방향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전체 국내경기가 얼마나 빨리 정상화될 것인지가 개혁의지와 상관없이 개혁의 속도를 상당부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집단과 사회의 상층부를 형성하고 있는 기득권 세력을 적극적으로 개혁에 동참시키는 일도 주요한 과제다.사회단체들을 통한 의식개혁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의식의 개혁운동만으로 개혁을 완성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개혁의 완성을 위해서는 제도화와 법제화가 필요하다.사회운동으로서의 의식개혁은 이를 확산시키고 속도를 높이는 보조수단 이상이기 어렵다.효과적인 법제화와 제도화가 의미하는 개혁의 정착을 위해서는 공무원과 보수세력을 개혁세력에 동참시켜야 하고 이를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투자의욕 확충,개혁주체세력의 확대를 위해 사정은 계속하되 미래지향적이어야 할 것이란 지적이 만만찮다.어느 누구도 사정바람 앞에서는 무사할 수 없다는 피해의식에 시달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재벌이 그렇고 공무원이 그렇다.도덕 불감증의 시대를 같이 살아온 대다수 사회지도층이 이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다.공무원과 사회지도층을 형성하는 보수세력을 반드시 개혁의 걸림돌로만 파악할 게 아니라 개혁에 동참하게 하는 것이 개혁의 두번째 과제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이와관련해 개혁세력들이 사정보다는 미래지향적인 개혁을 하기로 내부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음이 주목된다.
○보수세력 참여 유도
사회와 생활여건을 부정부패 없이도 살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김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모범여성근로자들과의 오찬에서 근검절약분위기의 정착을 위해 룸살롱등 호화사치업소들에 중과세를 해 스스로 문을 닫게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부정부패 없이도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첫 작업인 셈이다.호화사치업소가 있고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일반인들의 주위에 산재해 있는 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곳을 출입하도록 유혹받게 된다.이는 곧 부정부패의 한 원인이 되면서 계층간 갈등을 부추기는 사회적 갈등요인으로 활동하게 마련이다.
○부정부패요인 척결
이같은 점 때문에 부정부패의 척결노력보다 오히려 부정부패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분위기,생활여건의 조성에 더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갖는다.구체적으로 이런 노력에는 대중교통수단의 고급화,구내식당의 고급화,관혼상제 관습의 변화,회사차원의 휴양시설구비등 기본적으로 월급으로 생활이 가능한 방편들이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맑은사회여건 조성
최근 기승을 부린 학생시위에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일부에서는 두 전직대통령을 겨냥한 이같은 학생시위가 사실은 개혁작업을 딜레마에 빠뜨리려는 시도로 보기도 한다.
청와대만이 아닌 정부기관,제도권 모두가 개혁에 동참해야만 이런 시도는 손쉽게 제거될 수 있다.개혁에의 적극적인 동참세력을 확대해야하는 필요성은 이런데서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