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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21세기판 ‘서정쇄신’/손성진 사회 에디터

    [데스크 시각] 21세기판 ‘서정쇄신’/손성진 사회 에디터

    공(功)과 과(過)를 같이 남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功) 가운데 하나는 부정부패 척결이다. ‘서정쇄신’이라는 일본 용어를 차용해 부정부패 일소 방안을 마련한 것은 1975년 3월이었다. 부패 척결을 국가 안보와 동등한 차원에서 다루었고 비리 경력을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서정쇄신연감’을 작성하는 등 충격요법을 쓰기도 했다. 이것이 정치적 쇼였는지는 모르지만 외견상 서정쇄신의 시기에 공직자의 부조리는 상당히 감소한 듯 보였다. 1980년대 이후 정권이 바뀌며 ‘숙정’ ‘중단 없는 사정’ ‘투명 사회’ 등으로 구호만 달리한 부패척결 정책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그렇게 30여년이 흘러갔지만 부정부패에 대한 공직자들의 인식과 태도는 변한 것이 없다. 5공이나 6공이나 비리 공화국이라는 점은 똑같다. 더 정도가 심해진 부패의 실상을 접한 국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패를 처단해야 할 판사와 검사의 비리는 사법부와 검찰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웠다. 최고 감독기관인 감사원마저 이꼴이니 우리가 믿고 기댈 곳은 더 이상 없어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저 같은 비리는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금감원 고위직 출신들이 거의 모든 금융기관에 고액 연봉을 받고 진출했을 때는 저축은행 사태의 싹은 이미 발아한 상태였다. 감독기관은 전관예우라는 젖줄을 통해 피감기관의 젖을 끊임없이 받아먹고 있는데 부패가 없을 리 만무하다. 그런 지적이 있었을 때 감독기관이나 그 주변자들은 무마하기에 바빴다. 이권이 있는 곳에 부패가 없는 예를 찾기는 어려운 듯하다.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50억원의 재산을 갖고도 그것도 모자라 억대의 뇌물을 받은 일은 영원히 덮였을 것이다. 반대로 지금 이 순간에도 이권이 있는 어느 곳에서든 부패 행위가 저질러지고 있을 것은 분명하다. 다만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저축은행 사태는 일각에 불과하다. 음습한 곳에서 곰팡이는 자란다. 우리 사회에는 음습한 곳이 너무 많다. 권력과 금력이 그런 곳에서 얽혀 비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사이를 오가며 부패를 조장하는 기생충 같은 존재들이 이번 수사에서도 드러났다. 최근 제도적으로 전관예우를 차단하자는 움직임이 있지만 끼리끼리 음습한 뒷방에서 어울리며 비리를 잉태시키는 사회 풍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공정사회는 요원해 보인다. 현직에서 수십억원대의 치부를 하고 재야로 나가서 한해에 수억원이 넘는 수임료나 봉급을 받는 감독기관이나 법조계의 현실에서 김홍섭 판사의 일화는 새삼 옷깃을 여미게 한다. 법원장 신분으로 고무신과 작업복 차림에 도시락을 들고 다니고 처가에서 보내준 쌀가마니를 되돌려 보낸 그의 행동을 후배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21세기판 서정쇄신을 벌여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선진국 진입은 자격부터 미달이다. 말로만 투명사회, 공정사회를 외쳐봐야 헛구호다. 비리를 차단할 제도적 장치를 꼼꼼히 마련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민원인들이나 피감기관 관계자들을 접촉하는 것 자체를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비리 공직자의 처벌은 일벌백계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강력한 제재수단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일반 사건의 기소율은 47%인데 뇌물죄 기소율은 77. 5%로 비교가 안 되게 높다. 한국의 현실은 부끄럽다. 기소율도 낮을뿐더러 법원으로 가면 너무 쉽게 풀려 나온다. 어떤 곳이든 찌르기만 하면 터져 나오는 뇌물 비리를 보는 국민은 허탈하다 못해 불감증에 빠졌다. 나는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공직자의 비율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시빌 서번트(civil servant·주민의 하인)라는 공무원의 원래 뜻을 되새기며 일하는 공직자들은 또 얼마나 될까. 우리의 공무원은 하인 의식이 아니라 군림 의식을 갖고 있다. 이것은 결국 비리로 연결된다. 이제 공무원도 먹고살 만한 봉급을 받는다. 그만큼 국민의 세금부담도 높아졌다. 그래서 공무원은 권위와 금전욕을 버리고 국민을 위해 더욱더 깨끗하고 낮은 자세로 일하기를 우리는 바란다. sonsj@seoul.co.kr
  • ‘생명운동’ 장일순의 삶 오롯이

    오월이 가기 전에 푸른 명언 하나 되새겨 보자.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 껍질을 안에서 쪼는 것을 줄(啐)이라 하고, 어미 닭이 새끼가 알에서 나오는 걸 돕기 위해 바깥에서 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하거든. 그 둘이 맞아야 된다 이 말이야. 어린 아이가 신이 나서 하게 해야지, 부모가 억지로 당긴다고 되나? 안 되지”  무위당 장일순이 생전에 강조했던 교육관이다. 고(故) 리영희 선생은 평소 존경하는 사람에 대해 얘기할 때 가장 먼저 “우리 사회에서 그런 분 같은 사람은 또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무위당을 꼽았다.  무위당은 1928년 강원 원주에서 태어나 평생 고향을 지키며 힘 없는 사람들의 벗으로 살았고 민주화 투쟁과 생명운동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교육 운동, 민주화 운동, 생명 운동에 헌신해 고향 원주를 그 중심지로 만들었다. 당대 지식인들은 스승으로 모셨지만 무위당은 자기 자신을 ‘좁쌀 한 알, 일속자(一粟子)’라고 하며 스스로 경계를 삼았다.  무위당은 서울대 미학과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그만 둔 뒤 스물여섯 나이에 원주에서 성육고등공민학교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교육 운동을 시작한다. 교육이 죽으면 미래가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인간다운 삶을 함께 배우고 느끼는 의식의 상호 작용이야말로 교육 운동의 본질이라고 여겼다. 그러던 1961년 5·16 군사정변이 일어나자 이틀 뒤 체포된다. 그가 평소에 주장하던 ‘중립화 평화통일론’이 빌미가 됐다. 무위당은 8년 형을 받고 서대문 형무소와 춘천 형무소에서 3년동안 복역했다. 출소 뒤인 1965년 대성고등학교 학생들이 고등학생으로는 전국 최초로 한·일회담 반대집회를 열었고 군사정부는 이 일을 이유로 무위당을 대성학원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이 즈음 무위당은 평생 뜻을 같이한 지학순 주교를 만나면서 재해대책사업과 가톨릭 농민회 운동, 신용협동조합 설립 등에 힘을 모은다. 자연스럽게 ‘원주 캠프’가 싹트게 됐고 ‘5·16장학회 부정부패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을 거치며 ‘80년대의 광주’처럼 ‘70년대의 원주’라고 할 만큼 민주화 운동의 진원지로 자리 잡은 그 중심에 무위당이 있었다.  지난 22일은 무위당이 세상을 떠난 지 17주기를 맞은 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무위당 장일순:생명사상의 큰 스승’(이용포 지음, 작은 씨앗 펴냄)이라는 책이 나왔다. ‘농민신문’에서 중편소설 ‘성자 가로등’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한 저자는 머리말에서 “무위당 선생의 삶을 다룬 책은 여러 권 나와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출간 동기를 밝혔다. 1만2000원   김문기자 km@seoul.co.kr
  • [이용원칼럼] 그래도 5·16은 쿠데타다

    [이용원칼럼] 그래도 5·16은 쿠데타다

    5·16 50주년을 맞아 재평가가 한창이다. 5·16을 옹호하는 이들의 논리는 대략 이렇다. 군대를 동원해 정권을 장악한 방식으로 보면 쿠데타이지만 근대화를 이루어 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는 혁명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5·16에 대한 평가는 곧 ‘박정희 평가’다. 박정희 집권 18년의 그늘이 워낙 넓고 깊기에, 박정희가 5·16을 주도한 인물이라는 의미보다는 5·16이 도리어 박정희를 탄생시킨 ‘사건’으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정희의 삶을 되짚는 일이 5·16의 역사성을 판단하는 데 훨씬 유효하다. 1961년 5·16을 일으킨 박정희 세력은 그 명분으로 당시 제2공화국의 장면 정부가 무능하고 부패했기 때문이라고 내세웠다. 그러나 군사정권이 몇 달 뒤 발표한 ‘장(張)정권 비리’는 김모 내무부장관이 냉장고-사실은 아이스박스-한 대를 뇌물로 받았다는 것뿐이었다. 발표거리가 고작 냉장고 한 대였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장면 정부가 얼마나 깨끗했는지를 보여준다(이용원 저 ‘제2공화국과 장면’-범우사 1999년 간-에서 인용). ‘무능’은 ‘부패’와 달리 수치로 나타나지 않기에 시대상의 변화로 가늠할 수밖에 없다. 장면 정부는 4·19혁명의 결과로 태어났다. 따라서 초기에는 ‘데모로 날이 새고 데모로 날이 질’ 만큼 혼란상이 극심했다. 하지만 갈수록 줄어들어 ‘1961년 3월 즈음에는 사회가 안정돼 갔다.’(조광 고려대 교수)는 식의 증언이 적지 않다. 오히려 ‘사회가 다소 혼란했지만 데모를 존중해 경찰이 절대로 강권을 동원하지 않았다.’는 장면 측 인사의 표현이 ‘무능’의 실체에 가까웠을 터이다. 이젠 ‘박정희 신화’에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경제성장의 업적을 따져보자. 경제성장은 박정희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장면 정부는 1960년 9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을 발표했고 이듬해 4월에는 미국이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희 세력이 집권하면서 한 일은 이미 완성된 ‘개발 계획서’의 표지를 바꾸고 성장 목표를 연 6.1%에서 7.1%로 높인 것뿐이었다. 박정희를 지지하는 이들은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강력한 지도력-독재의 다른 표현-은 필수라고 역설한다. 박정희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경제성장의 기적은 불가능했으리라는 뜻이다. 그러나 장면 정부가 경제개발을 시작하고, 역시 선거로 뽑힌 후속 정부가 개발사업을 이어받는다고 해서 성장을 이루지 못했으리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백보 양보해서 강력한 지도력을 일정 부분 인정한다 해도 우리는 ‘민주화와 동반하지 않은 경제성장’의 후유증인 사회 양극화, 노동 가치의 상실, 부정부패, 도덕적 타락 등을 지금도 몸서리치게 앓고 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박정희의 과(過)는 두드러진다. 1963년 군정(軍政)을 끝내면서 그는 원대복귀를 약속하지만 이를 어기고 대통령에 출마해 2회 연속 당선한다. 이어 1969년에는 ‘3선 개헌’을 해 세 번째로 권좌에 앉더니 결국 1972년 ‘유신헌법’을 만들어 종신 집권 체제를 갖춘다. 그 과정을 보면 박정희는 지구상에 명멸한 그 많은 독재자의 하나에 불과하다. 박정희의 끝없는 집권욕은 숱한 희생자를 만들어냈다. 그 정점은, 사후 7개월 만에 벌어진 광주민주항쟁이다. 대한민국 국군이 국민에게 총질을 해댄 그 참극은 박정희의 후계자 전두환이 벌인 일이다. 하지만 그 뿌리는 박정희와 5·16에 있음을 역사는 부인하지 않을 터이다. 아울러 1960년 국민이 민주주의를 직접 쟁취한 4·19혁명이 미완(未完)으로 끝나 27년 만에야 6월항쟁으로 되살아난 까닭도 박정희 세력이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광주민주항쟁 31돌을 맞은 아침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박정희와 5·16을 두고 왈가왈부한다.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또 남녘 땅 이름 없는 산하 한 자락에 묻힌 영령들에게 오로지 부끄러울 따름이다. ywyi@seoul.co.kr
  • [씨줄날줄] 리콴유/박홍기 논설위원

    싱가포르 리콴유(李光耀·87) 전 총리는 1994년 미국의 외교잡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3·4월호에 ‘문화는 숙명이다’라는 글을 기고했다. 글에서 “아시아는 가부장적 문화 전통 때문에 서구의 민주주의는 맞지 않는다.”라며 문화적 숙명론을 폈다. 정계를 떠나 아태평화재단 이사장으로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같은 잡지에 ‘문화는 숙명인가’라는 반박 글을 썼다. “맹자는 ‘군왕은 하늘을 대신해 백성의 행복을 실현시킬 의무가 있다. 실패했을 때 백성은 군왕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문화가 숙명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숙명이다.”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 논쟁이다. 논쟁은 피플 파워가 성장해 아시아 여러 나라가 민주화되면서 김 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내쫓기다시피 독립했을 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00달러에 불과했다. 동남아시아의 약소국(弱小國)에 지나지 않았다. 독립 46년째인 올해 1인당 GDP는 5만 7238달러로 카타르, 룩셈부르크에 이어 세계 3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싱가포르의 전체 GDP는 말레이시아의 2478억 달러를 누를 것으로 전망했다. 명실공히 강소국(强小國)이다. 도시국가로서 세계적인 금융·물류 중심지인 현재의 싱가포르를 만든 주인공이 바로 1990년 11월 퇴임, 선임장관을 거쳐 고문장관에 재직하던 리 전 총리다. 아시아 ‘네 마리 용’의 반열에 올려놓은, 세계가 주목한 정치 지도자다. 국부(國父)로 불리는 이유다. 리 전 총리는 총리 재임시절인 1959~1990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경제성장뿐 아니라 부정부패도 뿌리뽑았다. 측근 비리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지난해 ‘청렴도 1위 국가’로 선정됐을 정도다. 무단횡단, 쓰레기 투기, 침 뱉기, 금연지역에서의 흡연에 과중한 벌금과 태형 등을 매겼다. 때문에 ‘개발 독재’의 주역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없지 않다. 지난 1월 한 신문에서는 “내가 죽거든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기념관 같은 국가적 성역(聖域)으로 만들지 말고 헐어 버리라.”며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리 전 총리는 지난 14일 고문장관직을 전격 사임했다. 젊은 층으로부터 ‘정치 후진국’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다. 장남인 리셴룽(李賢龍·59) 총리의 수렴청정을 끝내겠다는 것이다. 성명에서 “새로운 정치 상황이 도래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에 리 전 총리가 거부했던 서구식 민주주의가 올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5·16 50돌] “박정희 ‘김재규는 혁명 할 사람 못돼’ 말해”

    [5·16 50돌] “박정희 ‘김재규는 혁명 할 사람 못돼’ 말해”

    5·16 혁명을 전후해 당시 육군 제2군 부사령관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주변에서 지켜본 황영준(80·경북 구미시 선산읍)씨가 지난 14일 상모동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 황씨는 2군사령부를 출입하던 동양통신 기자로, 박 전 대통령의 고향 후배이기도 하다. 그는 정치권 입문 등을 제안받았으나, 평생 선산에서 학교 서무과장과 읍장, 농협 조합장으로 지내며 여생을 보내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의 첫 만남은. -그가 2군 부사령관으로 부임한 1960년 12월 기자단과의 상견례 자리에서였다. 내가 구미 출신이라며 인사를 건네자, “반갑다.”고 말을 놓으며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비록 체구가 작아도 목소리가 분명하고 눈매가 범상치 않았다. 기자들은 그가 보통군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당시 실세 부대에 출입할 수 있었던 것은 죽마고우였던 고 김윤환 전 신한국당 대표의 친형 소개를 통해서다. →부사령관 시절 그의 모습은. -그는 다른 기자들을 거의 상대하지 않았다. 군부의 부정부패에 관여한 기자들도 많았는데, 그런 게 걸렸던 모양이다. 그는 한마디로 청렴·강직했다. 멸사봉공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하지만 고향 후배인 나와는 수시로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그는 “대구 헌병대 모 중대장과 친하게 지내라.”는 등 충고도 했다. 그는 정치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구미 출신의 제헌의원 육홍균씨, 경북도 평의원을 지낸 김우동·김동석(김 전 대표의 아버지)씨 등에 대한 근황을 자주 물었다. →5·16 혁명을 예감할 수 있었나. -사전에 눈치채지는 못했지만, 그가 혁명 직전에 사무실을 자주 비웠다. 상황을 보면서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박 부사령관을 언제 만났나. -보름쯤 뒤 만났다. 내가 그에게 “육사 동기이자 동향인 김재규(전 중앙정보부장)씨는 왜 혁명주체에 가담시키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그 사람은 혁명을 할 사람이 되지 못한다. 이번 일은 (김재규를 제외하고) 경상도와 함경도 출신 군인들이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5·16을 어떻게 평가하나. -성공한 쿠데타이다. 이에 대한 역사적 공과 과에 대해 여전히 말들이 많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혁명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발전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구미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공정사회 히든카드 전관예우 타파…유럽순방 떠나면서도 MB특명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전관예우’ 관행 개선에 나선다. 이는 최근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인해 민심이 극도로 악화되자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를 챙겨 불공정한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오는 25일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불거진 금융감독기관 출신 직원의 피감기관 진출 행태 등을 비롯, 고위공직자의 전관예우 관행 개선 대책에 대해 보고를 받는다고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이 자리에는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 기획재정부·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과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해 전관예우 관행의 실태와 문제점 및 개선책 등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총리실의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 관계자들이 회의에 참여할지도 관심이다. 지난 9일 출범한 TF는 시스템 전반을 개선, 이번에 드러난 금융감독의 부정부패 및 부실 행태 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다음 달 중에 대책을 마련해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전관예우 관행 개선에 대한 이 대통령의 관심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유럽 3개국을 순방중인 이 대통령은 순방을 떠나기 전 참모진들에게 고위 공직자가 업무와 관련이 있는 민간 기업에 재취업하는 행태에 대해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앞서 지난 4일에는 여의도 금감원을 직접 방문해 자체 쇄신안을 보고받고 전관예우 행태를 강하게 질책한 뒤 별도의 특별기구를 구성해 고강도 개혁안을 내놓으라고 지시한 바 있다. 국무회의에서도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 등을 강조했었다. 정부 내에서도 뿌리 깊은 전관예우 관행을 손볼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공정 사회 추진회의’를 지속적으로 열어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한 각 부처의 과제를 보고받고, 구체적 실현 방안을 논의해 왔다. 정부는 이를 위해 5대 추진방향과 8개 중점과제를 선정했는데, ‘권리가 보장되고 특권이 없는 사회’가 추진방향에 포함돼 있고 ‘전관예우성 관행 개선’이 중점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김 총리 역시 국무회의를 통해 “공정사회를 구현하는 차원에서 그동안 금융당국 퇴직자가 민간 금융회사에 재취업해오던 관행에 너무 관대한 기준을 적용했던 측면이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금융감독원 등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다른 공정사회 주제를 먼저 다룰까 하다가 이번 기회에 공직자 윤리 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다루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이 금감원 ‘깜짝 방문’에 이어 직접 보고 청취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번 저축은행 사태가 이명박정부 후반기의 국정운영기조인 ‘공정한 사회 구현’에 치명타가 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여당의 근거지 가운데 한곳인 부산지역에 피해가 집중돼 민심이 나빠지고 있는 점 등도 감안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법인이 고위공직자 영입할 때 숫자 제한하는 장치 필요”

    “법인이 고위공직자 영입할 때 숫자 제한하는 장치 필요”

    부패수준에 대한 일반인과 공직자 간 인식 차는 사법부의 상류층에 대한 법 집행이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엘리트 집단의 법과 제도 악용 방지를 위한 단호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위공직자들의 로펌행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국가 청렴도를 높이려면 고위공직자의 퇴임 후 재취업뿐만 아니라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직자 인식전환·제도개선 해야 각계 시민사회·전문가 30여명이 국민권익위원회에 국가 청렴도 향상을 위해 제시한 의견들이다. 지난달 13일과 27일 등 최근 6차례에 걸쳐 간담회 형식으로 이뤄진 권익위의 전문가 의견 청취에는 노한균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라영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박흥식 부정부패추방실천시민회 대표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효과적인 부패방지를 위해서는 공직자의 인식전환과 함께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권익위는 이 같은 의견을 국가청렴도 제고방안 마련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전·현공무원 유착방지시스템 필요 전문가들은 고위공직자 등 우리 사회 엘리트 집단의 법과 제도 악용을 막는 데 권익위가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영재(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협성대 교수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엔 고위공직자에 대한 직무 관련 분야 취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로펌 등 고위공직자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로 취업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면서 “재무, 세무, 건설,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이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알선, 중재 등 부정의 개연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 등 더 강력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 등 선진 국가에서는 퇴직공직자가 업무상 현직의 공직자들을 만나면 반드시 공직자윤리위원회 등에 신고토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퇴직 고위공직자와 현직 공무원과의 유착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래에 대한 보험 차원이 전관예우 이와 더불어 고위공직자는 법 이외에 사적영역의 행위기준까지 마련해 퇴직 후 로펌행 등은 고위공직자가 할 일이 아니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는 데 권익위가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또 전관 예우의 발생원인이 사실상 현직이 미래에 대한 보험차원에서 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조기퇴직을 유도하면서 자리를 마련해 주는 관행이나 특정부서에 근무해야 산하기관 등에 재취업이 가능한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고 꾸짖었다. 전관예우 및 ‘쪽지예산’ 방지 등 사법부와 입법부의 부패 취약 분야에 대해서 권익위의 제도개선 권고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주문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국회 행동강령 제정도 제안했다. ●청렴정책 수렴시 구체적 방향 제시 부패문제는 가장 첨예한 시각으로 선제적, 선도적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나라는 무엇이 청렴이고 부패인지 모호하다며 지진발생 시 한·일 간 대처 요령의 차이점을 사례로 제시했다. 일본은 “책상 밑으로” 대피하라고 하는 반면 한국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식이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위공직자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민간분야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없진 않지만 특정집단에 과도하게 진출한다면 부패나 사유화 등의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다.”면서 “법인이 고위공직자들을 영입할 수 있는 숫자를 제한하는 장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익위를 중심으로 시민사회와 함께 반부패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라는 주문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지자체장 등 선출직과 임명직 공직자들의 부패예방 정책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박흥식 부정부패추방실천시민회 대표는 “공직자 행동강령이나 부정부패방지법 등 제도적 장치는 충분하지만 이를 철저히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고위 공직자들의 부당한 행위가 사회문제화된다.”면서 공직자 범죄에 대한 보다 엄격한 법 적용과 원칙을 강조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국가기관이 솔선해 법과 원칙 지켜야”

    법조 삼륜인 법원과 검찰, 변호사 관련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논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제48회 법의 날 기념식이 25일 열렸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진행된 기념식에는 이강국 헌법재판소장과 이귀남 법무부장관, 박일환 법원행정처장, 김준규 검찰총장, 신영무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법조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소장은 기념사에서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법의 지배 원칙이 권력은 물론 여론으로부터 독립해 한결같이 관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사회 통합과 지속 성장을 가로막는 주범인 불공정한 법 집행과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공직윤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처장은 “준법을 위해 입법·사법·행정부 공무원들이 본분을 다해 법을 제정·운용하는지 되돌아보고, 국가기관이 솔선해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최근 법조계 현안을 의식한 듯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법조 개혁을 주도해 나가고 있지만 법조 삼륜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기념식에서는 류택형 변호사가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으며, 김진태 대구지검장과 손진상 안동대 교수가 황조근정훈장을, 정안식 법무부 범죄예방위원과 김창선 법무사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김재형 서울대 법대 교수와 백찬하 서울고검 검사는 홍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또 한길용 춘천교도소 교정위원이 국민포장을, 탁희성 형사정책연구원 센터장과 권영준 대검 서기관이 대통령 표창을, 사단법인 부산범죄피해자지원센터 ‘햇살’은 국무총리 표창을 각각 받았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무바라크 발포명령 확인 땐 사형될 것”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 시민 혁명 과정에서 시위대를 사살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드러나면 사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이집트 법원 고위 관계자가 주장했다. 반면 무바라크는 “나는 시민들에게 발포하라고 명령한 적이 없다.”며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그는 최근 부정부패와 유혈진압 혐의로 두 아들과 함께 15일간 구속됐다. 카이로 항소법원의 자카리아 샬라쉬 법원장은 15일 현지 유력지인 알아흐람과의 인터뷰에서 “무바라크가 시위대에 발포명령을 내렸다면 교수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위대에 발포 명령을 내린 혐의로 앞서 기소된 하비브 알아들리 전 내무장관은 “무바라크가 시위대를 강경하게 진압하도록 경찰에 명령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무바라크는 이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시위자들에게 발포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걸프 데일리 뉴스’가 보도했다. 그는 “거리로 나온 시민을 보호하고 안정시키라는 명령만 군부대에 내렸다.”면서 “만약 내무부 책임자들이 내가 연루됐다고 말했다면 그들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무바라크가 오는 19일 카이로 법정에 출두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페루 대선 친한파 VS 일본계

    페루 대선 친한파 VS 일본계

    오는 6월 5일 치러질 남미의 페루 대통령 선거 결선은 좌파 성향인 남성 후보와 우파 성향인 전직 대통령 딸의 대결로 압축됐다. 12일(현지시간) 대선 예선 개표 결과 좌파인 오얀타 우말라(48)가 31.8%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고, 우파 진영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35) 의원이 23.5%로 2위를 기록했다.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가 없어 1, 2위 후보 간 결선이 6월 치러진다. 이번 페루 대선은 좌우와 남녀 성 대결 못지않게 친한파 후보와 일본계 후보 간의 격돌이라는 면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대선에 두 번째 도전하는 우말라는 2004년 8~12월 한국 주재 페루대사관에서 국방무관으로 근무하면서 한국의 높은 교육 수준과 의료 분야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갖게 된 친한파로 전해진다. 5년 전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예비역 중령 출신의 우말라는 빈민층을 겨냥, 국가의 개입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약들을 내놓았다. 그는 급진적 이미지를 벗기 위해 중앙은행 독립성과 이미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자신을 지원했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는 거리를 두고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롤 모델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부정부패와 인권탄압 등의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 게이코는 부친의 고정 지지층을 발판으로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19세 때 부모의 이혼으로 최연소 퍼스트레이디에 올랐던 게이코는 최연소 대선 후보에다 페루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노린다. 빈민층을 겨냥한 각종 사회복지정책과 함께 사형제 도입과 시장경제 촉진, 연 7% 경제성장률 달성 등 시장친화적인 공약들로 차별화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기고] 우리도 이제 PAC 도입할 때/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회장 전 뉴욕 한인회장

    [기고] 우리도 이제 PAC 도입할 때/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회장 전 뉴욕 한인회장

    1995년 7월 필자를 비롯한 일단의 한국계 미국인 대표들이 미국의 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들은 이제 한국인들도 당당히 미국의 주류사회에서 정치적 참여를 통해 한인들의 지위향상을 꾀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인이민 역사상 최초 한인 정치활동위원회(KA-PAC)의 출범이었다. PAC(정치활동위원회)는 7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미국 정치자금후원제도다. 합법적으로 자금을 모금해 지지하는 후보자나 정당에 후원금을 전달하거나, 반대 후보자의 낙선운동을 한다. 미국연방선거법에 따라 PAC는 후보 선거캠프에 5000달러, 정당에 연 1만 5000달러를 기부할 수 있다. 또 다른 PAC에 5000달러를 기부할 수도 있다. 단순한 수치로 한 후보를 위해 합법적으로 2만 5000달러를 쓸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PAC의 활동영역은 이것뿐이 아니다. PAC는 모금 활동을 통해 모은 후원금을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액수에 제한 없이 광고비로 사용할 수 있으며, 그 단체의 의제나 믿음에 대해 자체 선전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미국에는 4600여개의 PAC가 활동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PAC를 통해 10억 달러가 넘는 선거자금을 지원받았다. 미국 정치인들은 PAC를 통해 40% 정도의 선거자금을 기부받고 있다. 이들 돈의 흐름은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보고되며 투명하게 공개된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의심스러운 그런 컴컴한 정치자금의 움직임이 아니다. 정치자금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법을 만들어야 할 당사자들이 앞서 나서긴 간지럽고, 또 속보이게 졸속으로 담합해 나섰다가는 국민과 언론의 돌팔매를 맞게 되니 지지부진하다. 국회의원 이름만 한번 달면 평생 연금에 가족 수당까지 챙기는 판이니 더욱 정치자금법 개정에 관한 한 국민의 불신과 비판의 수위를 넘기가 쉽지 않으리라. 그러나 이제 30년 넘은 정치자금법을 개선해야 할 때다. 현재의 정치자금제도는 2004년 봄 개정됐다. 2002년 대선에서 이른바 ‘차떼기 사건’의 후유증으로 부정부패의 차단과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목적으로 개선되었다. 그러니 지나친 규제로 정치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때로는 음성적 유혹에 휘둘리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개인이 현찰로 100달러 이상을 기부할 수 없다. 또 50달러 이상은 반드시 이름을 밝혀야만 한다. 정치자금의 뒷거래가 미국에서는 있을 수 없으며, 설사 이런 뒷거래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철저히 파헤쳐지게 된다. 단돈 10만원 정도에 정치생명을 끝내고 싶은 정치인은 아마 한국에도 없을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권한과 역할도 커져야 한다. 이를 통해 정치자금의 투명성, 공개원칙과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차단, 소액기부제도의 활성화와 대대적인 국민 계몽 홍보가 뒤따라야 한다. 그래서 선진화된 투명한 정치자금통로를 만들어 이제 더는 떡값이니, 쪼개기 후원이니 하는 음성적 행위를 몰아내 선명한 정치자금행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정치자금법개혁으로 공정사회로 가는 길목을 만들어 내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사설] 양극화 대학교수 연봉 과연 적절한 건가

    국내 대학 교수들의 연봉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앞으로 교수들의 연봉 공개를 정례화하고 확대해야 한다. 밀실 속의 계약이나 행정은 야합을 부른다. 햇빛 아래에 투명하게 공개해 누구라도 볼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부정부패 개연성은 훨씬 줄어든다. 이번에 공개된 교수들의 연봉에 대해 일률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대학에 따라 천차만별인 데다 양극화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4년제 대학 중 10위 안에 드는 대학 교수들의 평균 연봉은 1억 1000만원 이상인 데 비해 하위 10위 안 대학은 4300만원 이하였다. 1위는 1억 5468만원, 최하위는 1231만원이었다. 하위권 교수들은 양극화를 재확인하고 자괴감이 들었을 것이다.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에 비하면 교수들은 철밥통일 뿐 아니라 연봉도 높다는 느낌도 들었을 법하다. 국내 대학 재정의 등록금 의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인 75%라고 한다. 그래서 대학들이 학부모와 학생들만 쥐어짠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 상황인데도 4년제 대학 정교수들의 평균 연봉은 8596만원이었다. 물론 사립대 교수들의 연봉 책정은 사적인 영역이므로 경쟁의 원리가 작동하고 대학마다 사정도 다를 것이다. 그러나 천차만별인 연봉을 살펴보면 그런 사정으로만 치부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대학이나 교수는 장사꾼이 아니다. 교수 연봉도 시장 원리로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대학당국과 교수들은 공기업 최고경영자와 직원들이 ‘신의 직장’이라는 비난에 처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연봉을 줄인 것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대학이 등록금을 올려 교수들에게만 좋은 일을 해 준 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조직적인 저항에 처하면 감당하기가 어렵게 된다. 얼마 전에도 대학들은 전형료 장사에 등록금 인상뿐 아니라 기숙사비마저 마구 올린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연봉은 2억원 남짓이며, 장·차관의 연봉도 일부 4년제 대학 정교수들의 연봉에 미치지 못한다. 이번 기회에 선진 외국 대학의 등록금과 교수의 연봉 수준 등을 참고해 산정 기준과 선례를 객관적으로 확립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교수들의 연봉 수준도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얻는 범위 안에서 형평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 국민권익위 부패방지 제도개선 성과 얼마나

    국민권익위 부패방지 제도개선 성과 얼마나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최근 유엔을 찾아 우리의 반부패 기술지원 사업을 설명하고, 유엔의 각종 개도국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부패방지 수준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과연 우리의 부패방지 제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것일까. 권익위원회가 지난해 부패방지를 위해 제도 개선을 권고한 22건의 사례 등을 통해 우리나라 부패방지 제도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골프장 인허가 투명성 높여 한 시민단체의 조사결과 공공부문의 뇌물수수 부패사건의 절반(55%) 이상이 건설 및 주택분야로 나타난 바 있다. 특히 공공공사의 낙찰과 관련, 업체의 뇌물제공 등이 빈발하고 있지만 대부분 개인비리로 처벌받는 데 그친다. 이에 권익위는 지난해 1월 국토해양부 등에 뇌물제공 비리업체 ‘영업정지’ 처벌 규정을 실질화하고 원도급자가 제3자 또는 임원이 아닌 직원을 이용해 금품제공을 지시한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토록 했다. 또 공공기관이 자체 감사, 신고 등을 통해 적발한 하도급자의 뇌물 제공 사실을 건설업 등록관청에 통보할 것을 의무화했다. 아울러 조달청 등은 공정위 입찰담합 관련 과징금 의결·통보 시 부정당업자 제재 등 후속조치 이행을 의무화하도록 권고했다. 골프장 인허가 관련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골프장의 사업승인 전에 일정금액 이상의 자기자본금 확보와 2년 이내 공사착수 등을 의무화했고 회원모집 유사행위를 금지했다. 이 밖에도 도시계획의 심의·보상 등에서 공정성 확보를 위해 지구단위계획 시 건폐율, 용적률처럼 지자체별 여건에 맞도록 공원·녹지 확보 상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토록 했다. ●사회복지시설 정보시스템 확대 복지보조금의 전달체계 확립 및 예산낭비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권익위는 지난해 4월 사회복지시설 위탁운영 및 보조금 집행에 대한 제도개선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시설의 위탁운영을 위한 심사기준, 심사항목별 배점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하고 신규업체의 진입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재위탁의 경우 1회로 제한했다. 보조금의 부적절한 집행을 막기 위해 복지보조금 전용카드와 사회복지시설 정보시스템 운영을 확대, 실시하도록 했고, 사회복지시설의 직원채용시 운영위원회의 심의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또 국·공립병원의 의료폐기물 수집, 운반, 중간처리에 대한 단가산정 기준을 마련해 의료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부정부패의 개연성을 없앴다. 이와 함께 지자체별로 차이 나는 자동차 번호판 발급수수료의 책정방식도 일원화해 시·도지사의 인가를 받도록 했고, 대포차 양산 등을 방지하기 위해 등록번호판 발급 대행자의 결격사유 기준을 마련토록 했다. ●문화예술진흥보조금 횡령 방지 금융기관의 감독 업무에 대한 투명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권익위는 금융회사의 감사후보 추천요청 금지 및 업무유착 방지기준을 마련하도록 금융위원회 등에 권고했다. 또 공직유관단체의 불공정 계약관행과 형식적인 위탁대금 지급 확인, 용역원가 부풀리기 등을 개선하기 위해 각종 정부 사업 계약 시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특히 권익위는 일부 공공기관의 편법수당, 대규모 경영적자에도 불구하고 과다한 성과급 지급사례 등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와 별도로 경영성과급 지급을 유보하거나 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도록 했다. 취약분야의 지원을 위한 각종 정부지원금도 부패의 단골 먹잇감이 된다. 권익위는 지난해 전통시장 시설현대화사업 보조금, 직업능력 개발훈련 지원금, 문화예술진흥보조금 등과 관련된 부패방지 개선안을 내놓았다. 전통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의 경우 상인회의 횡령 등을 예방하기 위해 국고보조금의 상인회 위탁규정을 삭제하고 시·군·구청장이 직접 집행하도록 했다. 직업훈련 기관의 부실운영으로 인한 훈련생의 피해를 신속하고 적절히 처리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에 훈련생 피해 신고센터를 설치토록 했다. 또 문화예술진흥 보조금의 신청, 성과보고서 제출 시 ‘국가문화예술 지원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했고 지자체가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재단 출연금 등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지역협력 사업 보조금의 관리원칙과 보조금 수급 민간단체의 부당행위에 대한 제재기준을 만들도록 했다. ●부패공무원 솜방망이 처벌 줄여 교육분야의 부패연결고리로 꼽히고 있는 교육전문직의 교장·교감으로의 전직 등 관행적 순환인사를 차단하도록 권고했다. 또 근무성적 평정의 객관성,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 교감승진 평정 시 승진 지위의 직무수행 능력과 무관한 자격취득 점수를 연수성적 평가에서 배제하고, 가산점 평점에서 자의성이 높은 임의적 선택가산 항목은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도록 했다. 또 부패공무원의 솜방이 처벌 사례를 줄이기 위해 표창공적, 정상참작, 깊은 반성 등 불명확한 사유에 의한 감경을 제한하고 부패행위로 소청제기 시 소청심사 상정의원에 징계감경 제한대상 비위임을 명시토록 권고했다. 이 밖에도 권익위는 무형문화재 심사의 공정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심사위원 선정 기준을 마련하고 외부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하며 공정심사 서약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부패는 예방적인 제도를 통해 개연성을 없애야 한다.”면서 “부패방지를 위한 이 같은 제도개선 권고는 90% 이상이 받아들여져 법제화된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중수부, 부산저축銀 계열사 헐값매입 집중수사

    저축은행 부실경영 등에 대해 대대적으로 수사 중인 검찰은 저축은행의 ‘몸집 불리기’ 과정에서 금융권이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주요 수사대상인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타지역 저축은행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면서, 업계 1위에 오르게 된 과정을 주목하는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1970년 설립된 부산저축은행은 2006년 서울중앙저축은행(현 중앙부산저축은행), 2008년 대전저축은행(현 대전상호저축은행)과 고려저축은행(현 전주상호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총 자산이 10조원에 이르는 국내 업계 1위로 성장했다. 부산저축은행의 이 같은 성장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은 곳곳에서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배영식(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부산저축은행이 대전저축은행을 400만원에 매입했다.”며 헐값 매매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저축은행은 고려저축은행 역시 주당 1원에 매입했으며, 대전저축은행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곳으로 알려졌다. 검찰 역시 이 같은 의혹을 인지하고 있으며, 부산저축은행이 이미 부실화된 대전·고려저축은행을 헐값에 인수하고 몸집을 부풀리는 과정에서 불법로비가 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전담하는 중수부가 수사 착수를 공식 발표했다는 점에서 이미 몇몇 유력 인사의 로비 연루 정황을 포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사 5곳에는 금융감독원 출신 감사가 3명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저축은행과 금감원 간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관련한 고발이 몇건 있었으며,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서 단서가 나오면 인지수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춘천지검 형사2부(부장 황순철)는 영업이 정지된 도민저축은행 본점과 임원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 대출자료와 컴퓨터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춘천 조한종·서울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판·검사 범죄 특별수사청 추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판·검사와 검찰수사관의 직무 관련 범죄를 다루기 위해 ‘특별수사청’을 설치키로 했다. 사개특위는 이와 함께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판·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할 때 퇴직 전 1년간 근무했던 기관에서 취급하는 민·형사 및 행정사건 수임을 개업 후 1년간 금지하는 방안도 도입하기로 했다. 사개특위 소위원회는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법조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법조계의 반발이 심한 데다 특별수사청 설치 등은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여서 국회 통과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사개특위 소위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8명의 대법관을 민사·특허부(1부)와 형사·행정부(2부)로 9명씩 나눈 뒤 각 부 산하에 3명씩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3개 재판부를 둬 총 6개 재판부를 구성키로 했다. 또 법조 일원화를 위해 검사·변호사·법학교수 등 법조 경력 10년 이상의 법조인 중에서 법관을 임용하는 경력법관제를 2017년부터 전면 실시키로 했다. 검찰의 ‘특별수사청’은 대검 소속으로 설치하되 인사·예산과 수사활동에서는 독립기구로 운용키로 했다. 한편 사개특위의 안이 발표되자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오전부터 박용석 차장 및 부장급 간부 등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가졌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공식 성명을 내고 “중수부는 그동안 각종 부정부패의 파수꾼 역할을 했고, 서민을 상대로 수사한 적은 없다.”면서 “중수부 폐지는 대형 부정부패 사건에 대한 ‘파수꾼’을 무장 해제한 것으로, 이로 인한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명확하다.”고 밝혔다. 이지운·강주리기자 jj@seoul.co.kr
  • “무상급식 반대가 아닙니다” “돈있는 사람은 사먹어야죠”

    “무상급식 반대가 아닙니다” “돈있는 사람은 사먹어야죠”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면’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손자가 무상급식을 받는다면, 그 손자에게 연간 25만원씩 보조하는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과 대주주를 다 똑같이 세금으로 도와주자는 것은 나라 망하자는 것입니다.” 류태영(75) 전 건국대 부총장은 7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농촌·청소년미래재단’ 고문 사무실에서 이런 논리를 쏟아냈다. 류 전 부총장은 ‘전면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실시를 위한 청구인 공동대표’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주민청구 대표로 나섰을 때 주변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전북 임실 출생으로 ‘머슴의 자식’으로 태어난 그는 “젖을 뗀 이후로 밥 굶기가 일쑤였다.”고 했다. 19~22살에는 서울로 올라와 구두닦기, 신문팔이, 길거리 행상 등 안 해본 일 없었기 때문이다. 건국대 야간 대학생일 때도 노숙을 하며 거지로 사는 등 13년을 어렵게 서울살이를 했다. 30대 초반 그가 덴마크 국왕인 프레데릭 9세의 초청으로 덴마크 노르딕 농과대학에서 공부하게 될 때까지도 그에게 가난과 배고픔은 마치 고질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물론 그는 1970년대 박정희 정부의 ‘초대 새마을운동 담당자’를 시작으로 노무현 정부까지 정부에서 고문, 자문, 위원 등으로 일해왔다. 그래서 그는 정권의 성격에 관계없이 스스로를 ‘만년여당’이라고 한다. ●무상진료·반액 등록금도 문제 그는 “제가 이스라엘에서 교수생활하고 1978년에 귀국했을 때 국내에는 정의감에 불타는 운동권 대학생들이 많았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민주주의를 이루고자 하는 순수한 청년들이었다. 그런데 이들을 매도하고 데모했다고 감옥에 넣고, 취직도 못하게 하고, 사회적 격리를 하고 하니 앙심이 더 커지게 된 것 아니냐.”고 했다. 류 전 부총장은 “전면 무상급식이 통과되면 무상진료, 반액 등록금을 하자는 것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전세를 사는 아버지가 있는데, 월급받아서 아들, 딸이 달라는대로 다 나눠주고 나면, 절대 전세를 못 면한다. 지출을 통제하면, 몇년 후 집을 살 수 있다.”고 비유했다. ●복지는 경제발전 속도 따라가야 류 전 부총장은 “단계적 복지를 해야 한다고 봤을 때 경제발전의 속도에 따라서 복지가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 내 주장”이라고 했다. 그가 허용해도 된다는 무상급식의 대상은 누구일까. 그는 “서울의 경우 생활수준 50% 이하에는 전면 무상급식을, 50% 초과는 단계적으로 하자.”고 했다. 덧붙여 “농촌은 90%까지 해야 한다. 아니 농촌은 다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지역 유권자의 5%(약 42만명)의 서명을 받으면 전면 무상급식을 할지에 대해 주민투표에 회부할 수 있다. 유권자의 3분의1 이상이 투표를 하고 그 중 과반수가 찬성하면 결정이 나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3개월 이내에 최소 60만명에서 100만명의 서명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류 전 부총장을 대리해 서명을 요청하는 위임자도 이미 1만 5000명을 넘었다. 주민청구가 이뤄지면, 투표와 관리 등에 180억~2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전면 무상급식을 위해 편성한 올해 예산이 69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액수다. 이에 류 전 부총장은 ”무상급식에는 매년 돈이 들어가지만, 주민투표에는 한 차례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돈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주민들의 서명이 42만명을 채우지 못하거나, 투표자가 3분의 1이 안 되거나, 또는 투표에서 부결되거나 한다면 “그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겠다.”고 했다. ●주민투표 부결땐 깨끗이 승복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무상급식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주민의 지지를 받고 당선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곽 교육감의 당선에 도움은 됐겠지만, 그것은 10가지 공약 중 하나일 뿐이다. 분리해서 다시 해봐야 한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책임론에 대해서도 그는 “주민들이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투표결과가 나와도 곽 교육감이 사표를 내는 것에 반대한다. ”면서 “마찬가지로 오 시장도 사표를 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이 있으니 정책을 바꾸자는 것이지, 어디 사람 옷을 벗기자는 것이냐.”라고 되물었다. 글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이슈 추적] 오바마·구글어스·알자지라… 아랍을 깨웠다

    고물가, 청년실업, 소셜미디어, 부정부패…. 중동 전역을 혁명의 소용돌이로 빠뜨린 주범들이다. 하지만 또 다른 유력한 배후가 지목됐다. 오바마와 구글어스, 베이징올림픽, 알자지라 등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이 요인들이 중동 젊은이들로 하여금 부패한 현실을 자각하게 하고 분노를 폭발시킨 동력이 됐다고 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미국인들은 급진적인 선택으로 중동 피플파워를 견인했다. 후세인이라는 중간이름을 가진 흑인, 즉 버락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다. 중동 청년들은 2009년 이집트 카이로 연설에서 자신과 같은 이름, 같은 피부색을 가진 오바마를 보고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이고, 자신은 투표권도 미래도 없는 나라의 실업자일 뿐이라는 생각이 혁명에 불을 질렀다. 페이스북이 이집트를 뒤집어 놓았다면 ‘구글어스’는 바레인의 정치 지형을 바꿔 놓았다. 바레인 총선을 하루 앞둔 2006년 11월 27일,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현실을 조명했다. “부모, 형제자매, 아이 등 17명의 가족과 한집에 사는 마무드는 구글어스로 바레인 땅을 들여다볼 때마다 더 큰 절망에 빠진다. 수만명의 가난한 시아파 사람들이 비좁은 땅에서 부대끼고 있는데, 광활한 빈 영토가 보이기 때문이다.” 마무드가 구글어스에서 본 것은 국왕 일가가 거느린 수십개의 궁전과 대규모 부동산이었다. 알자지라, 아랍TV 등 중동의 움직임을 기민하게 따라붙은 중동 방송채널의 역할도 컸다. 특히 에후드 올메르트 전 총리와 모셰 카차브 전 대통령 등 이스라엘 고위 지도자들이 뇌물수수, 강간 등으로 처벌을 받고 권좌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본 중동인들은 수십년간 독재와 부정부패로 배를 불린 자국 지도자에게 화살을 돌렸다. 1950년대만 해도 중국은 이집트보다 더 굶주렸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반면 이집트는 여전히 해외원조에 기대 연명하고 있다. 특히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성대한 개막식은 결정타였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열린세상] 3·1운동과 SNS/이창원 한성대 행정학 교수

    [열린세상] 3·1운동과 SNS/이창원 한성대 행정학 교수

    때는 92년 전 3월 1일, 조선의 민족대표 29인은 늦게 온 4명을 제외하고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인사동 태화관에서 조선이 독립국임을 선언하였다. 선언 후 총독부 정무총감 야마가타 이자부로에게 전화를 걸어 독립선언 사실을 알렸고, 60여명의 일본 경찰들이 태화관으로 몰려와서 우리 대표들을 남산 경무총감부와 현재의 중부경찰서로 연행하였다. 거사 당일 당연히 통신수단의 미비로 민족 대표들끼리의 연락도 쉽지 않았지만, 대표들과 학생 시위대와의 소통도 전혀 원활하지 않았다. 더욱이 시위학생들과의 원래 약속장소는 태화관과 300m 떨어진 탑골공원이어서, 민족대표 33인이 나타나지 않자 당황한 학생대표는 단독으로 팔각정에 올라가 독립선언서 낭독까지 했다. 3·1운동으로 말미암아 상해로 망명한 독립운동가들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였고, 전 세계에 우리민족의 독립에 대한 결의와 의지를 전파하는 큰 성과가 있었다. 여기서, 필자는 좀 엉뚱한 생각이기는 하지만, 시계를 반대로 돌려 92년 전 3·1운동 당시 요즘과 같은 정보통신(IT) 기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존재했다면 3·1운동의 시위 양상과 그 결과 역시 달라졌을지 모른다고 본다.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최근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 도미노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역할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사실 92년 전 한반도에는 조직화된 반정부 세력이나 시민사회가 존재하지 않았고, 요즘의 튀니지·이집트·리비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 3개 국가에서 시위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하여 시위를 주도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시위장면을 생중계하면서 부패 청산, 장기 독재정권 퇴진, 기본권 보장 같은 실질적인 주장을 전파하니 그 효과가 아주 절대적이다. 대학까지 나왔지만 취직이 안 돼 튀니지 인구 4만의 소도시 시드 부지드에서 청과물 노점상을 하던 모하메드 부아지지는 경찰의 단속으로 청과물을 압류당했고, 이를 항의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자 분신을 선택했다. 이러한 불행한 소식이 금방 SNS를 타고 가공할 실업률, 부정부패와 장기독재로 얼룩진 튀니지에서는 시민불복종 운동으로 발전되고, 곧 23년 독재자 벤 알리 대통령에 대한 전국적 정권퇴진 운동으로 발전했다. 벤 알리 대통령은 인터넷을 차단하고, 비판적 인사들의 이메일과 SNS 계정을 해킹하면서까지 이러한 반정부 시위를 막고자 했지만, 도리어 우회 경로를 통해 페이스북 등으로 시위가 확산되었고, 결국 시위 2개월 만인 지난 1월 15일 외국으로 야반도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튀니지의 인구가 1000만명 정도인데, 이중 페이스북 가입자가 무려 180만명 정도로, 18%에 달한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다. 이집트 역시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제안된 반정부 집회에 엄청난 시민들이 호응을 했고, 휴대전화·스마트폰·노트북 등으로 무장한 시위대들은 집회 장소와 시위 상황 등을 SNS를 통해 생중계했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 역시 인터넷 차단과 주요 시위 주도자에 대한 감금으로 대응했지만, 결국 2월 11일 헬기를 타고 휴양지로 도망을 가는 신세가 되 고 말았다. 지식정보사회에서 무서운 것은 일반 대중이 총으로 무장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디지털 카메라·노트북 등으로 무장한 대중이 이러한 정보를 다시 SNS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SNS가 민주화와 개방화에 기여만 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왜곡된 정보도 정말 효과적으로 그리고 신속하게 전 세계에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나 권력집단에 의한 정보 왜곡은 정말 두려운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정치인들이 요즘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매달리고 있지만, 이러한 것들이 우리 사회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미지수다. 물론 정부나 정치인들의 정보 왜곡은 일반 시민들과 미디어의 개방적 네트워크에 의한 지속적 검증으로 막는 방법 외에는 없다. 왜냐하면, SNS의 진정한 위력도 민주화와 개방화를 위한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의식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 [지청천 ‘자유일기’] 근·현대사 조명 중요사료 평가

    [지청천 ‘자유일기’] 근·현대사 조명 중요사료 평가

    백산 지청천의 ‘자유일기’는 1919년 그가 일본군을 탈출해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망명하면서부터 시작돼 타계하기 한달여 전인 1956년 12월 11일까지의 ‘숨겨졌던’ 기록이다. 일기에는 만주와 상하이 등지에서의 독립운동과 해방 직후 한국 정치사에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그의 시각과 견해가 꼼꼼히 담겨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조명하는 중요 사료로 평가되고 있다. 백산이 시장주의에 반대해 계획경제를 주장한 것과 관련, 김희곤 안동대 사학과 교수는 “임시정부는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했으나 경제적으로는 대토지 국유화 등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지향했다.”며 “이는 당시의 상황에서 보면 매우 선진적인 시각”이라고 해석했다. 이승만 정부와 대립한 백산에 대해 정재정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백산의 일기는 독립군 노선과 이승만 노선이 서로 결합했다가 흩어지는 과정, 독립군 노선이 밀려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료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전쟁 중에 독립운동 시절의 기록인 50년 이전의 일기를 모두 잃어버린 점은 아쉽다. 현재는 그 이후의 기록인 일기장 5권과 수첩 2권만이 전해진다. 일기를 소장해 온 백산의 딸이자 독립운동가인 지복영(池復榮·1920∼2007) 여사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많아 살아 생전에는 절대 공개 못 한다.”고 할 만큼 50년대 이승만 정부 당시 국내 정세, 민생, 개헌, 노동 문제 등이 소상하게 기록돼 있다. 특히 항일독립운동가이자 대표적 우파 정치인인 그가 이승만 독재정권의 부정부패와 용인술을 준엄하게 꾸짖고 건국 초기 국가의 발전 방향을 두고 고심하는 대목에서는 당시 이념 논쟁이 극심한 가운데서도 민생 안정과 진정한 자주독립을 이루려 한 독립운동가의 우국충정과 고뇌를 엿볼 수 있다. 김동현·윤샘이나기자 moses@seoul.co.kr
  • “北 고위간부 신문 이집트 시위 보도”

    북한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퇴진과 관련해 최근 시위 상황을 간부들에게 부분적으로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8일 한 대북소식통의 말을 인용, “북한 간부들에게 배포되는 ‘참고신문’(소식)에 이집트 시위 소식이 실렸으며, 이 신문은 무바라크 대통령 체제를 무너뜨린 이번 사태의 동기를 이집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정부 관리들의 부정부패로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또 “무바라크 대통령이 중동에서 친미 외교정책을 펴면서 장기집권을 했지만, 오히려 무바라크가 축출될 위험에 처하자 미국이 손을 떼고 배반했다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이번 시위의 촉매제 중 하나인 무바라크 대통령의 권력세습 기도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참고신문’은 북한 내 고위 간부들에게 국제정세를 알려주기 위해 외국 언론을 취합해 배포하는 것으로 당 간부와 군 당급 책임비서, 조직비서 이상 간부들만 볼 수 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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