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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고교학력점수’ 연구목적 활용의 원칙/강영혜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

    최근에 서울행정법원이 연구목적의 수능성적 공개를 결정하여 교육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애초에 소송 제기자들은 수능성적과 더불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의 공개도 요구했지만, 이 자료는 학생의 개인정보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그런데 두 자료의 속성을 아는 사람으로 이번 판결을 보면서, 학력 자료를 이용한 연구목적이란 것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험점수에 대한 관심은 끔찍할 정도로 강렬하고 일상적이다.‘누가누가 잘하나’ 식의 경쟁문화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시작되어 일상적 풍경이 되더니, 최근에는 자녀의 대학성적 관리에도 부모가 관여한다고 한다. 대학생 자녀의 학년말 고사를 긴장 속에 맞이하고 성적표를 기다린다는 부모들을 볼 때면, 학점은커녕 여름방학이 언제 시작되는지도 몰랐던, 덜 유식한 부모를 가진 우리 세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번 판결에서는 ‘연구목적’을 위해 개인의 정보를 가린 채 수능성적을 공개하라고 하였다. 이 분야 연구자라면 쉽게 알 수 있듯이, 학생의 가정배경과 학교특성, 학습심리적 특성 등의 배경자료가 따라붙지 않은 학력점수만으로는 의미있는 분석을 할 여지가 거의 없다. 대도시 중산층 지역의 학교 성적이 높고, 읍·면이나 소외 지역 학교의 평균점수가 낮은 것은 누구나 아는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이번 판결대로 수능성적이 공개되면 학교간 학력격차가 어느 정도인지는 생생한 숫자로 드러나겠지만, 학교이름 외의 정보가 별로 없는 수능성적 점수가 어떤 교육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 졌는지를 보여줄 방도는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연구목적의 공개라면, 오히려 학생과 학교에 관한 배경적 자료를 포함하고 있는 학업성취도 평가자료의 활용성이 더 크다. 이나마 교육과정 개선 연구를 위해 수집된 이 자료의 표집단위가 세인의 관심사인 강남지역 학교 및 특목고와 일반학교를 적절히 비교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학력자료 공개를 줄기차게 강조하는 사람들 중에는 영미권 국가의 예를 들면서 학력자료 공개를 요구한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에서 학력자료 수집은 철저하게 법적 근거에 따라 이루어짐을 알아야 한다. 국가수준의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의회의 입법조치에 힘입어 강제성을 띠고 수집된 자료인 만큼, 이들 자료를 연구목적에 제공할 때 별도의 사후동의가 불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행 학력자료를 가지고 공개하라 말라고 하는 것은 별로 실익이 없다. 더욱이 연구과정의 윤리와 절차를 생략한 결과지상주의 연구풍토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는 교훈을 우리는 이미 황우석 교수 사태에서 경험한 바 있다. 그러므로 연구목적의 학력자료 제공을 위해서는 먼저 자료수집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가 학력자료 생산의 원칙과 목적·비용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 교육부는 적절한 기구나 전문가위원회 등을 설치하여 체계적인 학력자료를 수집·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학력자료를 활용한 연구결과의 공표와 관련하여 필자는 우리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한 검증장치를 추가하고자 한다. 학자들 중에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학회 대신 언론을 더 가까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점에서 학력자료를 활용한 연구과정과 결과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사전검증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학교간 학력 차이를 비교할 때 원점수 중심의 단순비교는 삼가야 할 것이다. 가령, 강남의 A학교 성적 평균이 강북의 B학교보다 20점이 높다면 이는 전자가 입시라는 경주에서 유리한 출발점을 가진 학생들의 집합지임을 말해주는 것이지 누구나 A학교에 전학가면 높은 수능점수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학력자료에 근거한 학교간 차이는 보다 조심스럽게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강영혜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
  • 한나라 ‘자진사퇴·지명철회’ 고수

    여야는 교착상태에 빠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 해법찾기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대척점에 섰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12일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중심당 등 소야(小野) 3당이 전날 제시한 중재안에 대해 다른 입장을 취하며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특히 강경 입장을 보이던 한나라당은 이날도 ‘온건’으로 돌아서는가 싶더니 다시 강경으로 원위치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소야 3당이 제안한 4개항의 중재안 가운데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의 법사위 인사청문회를 전격 수용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지명 철회, 자진 사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중재안에서) 법사위 논의를 권고한 점에 대해 더 이상 논란과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전격 수용키로 했다.”면서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을 신속히 매듭짓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한나라당과의 대화와 타협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야 3당의 노무현 대통령과 임채정 국회의장 사과 요구와 관련해선 “당사자들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대통령이 아니라도 청와대가 책임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한발 물러섰다.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유감 표명 정도로 매듭짓자는 것이다. 그는 “한나라당이 헌재소장 공백사태에 대해 별문제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공을 한나라당으로 넘긴 셈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 또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명 철회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강경 기류는 이날 오후 한때 “다른 야당의 중재안도 있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입장 변화가 보이면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온건론’이 목소리를 내면서 잠시 주춤하더니 오후 늦게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긴급 연석회의에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회의에 앞서 강재섭 대표는 “‘전 후보자는 안 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나 야3당 중재안대로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한다고 하고, 여당도 법사위에서 인사청문회를 하자는 분위기”라며 “계속 반대만 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청문회를 하는 것이 옳은지 판단해봐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긴급연석회의에서는 “절차상 헌법 위반이고, 청와대의 주문대로 처신한 전 후보자의 자질도 헌재소장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강경론이 우위를 보이며 기존 입장으로 급선회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와 만나 “한나라당의 기존 입장엔 변화가 없고, 전 후보자에 대해서는 상황이 변하더라도 입장 변화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전 헌법재판관 및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열린우리당과 소야 3당의 손으로 다시 넘어가게 됐다. 이들 4당이 14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할지, 아니면 임명동의안 처리를 뒤로 미루고 한나라당을 설득해 나갈지 주목된다. 전광삼 황장석기자 hisam@seoul.co.kr
  • [사설] 중금속 오염 농산물 정보 공개해야

    정부가 발표한 폐금속광산 인근지역 생산 농산물의 중금속 오염실태는 실로 충격적이다. 토양 오염정도가 가장 심한 44곳의 폐광지역을 대상으로 했다지만 이들 지역에서 생산된 쌀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납과 카드뮴이 허용기준보다 최고 32배,17배나 나왔다. 정부는 이번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산물 재배면적이 전체 농경지의 0.006%에 불과한 점을 들어 국민 건강에 위해를 미쳤을 가능성은 없다고 단정하지만 정부의 공언만으로 불안심리를 잠재울 수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폐광지역의 오염문제는 환경단체의 줄기찬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방치되다시피 했다. 이번 실태조사도 지난 2004년 경남 고성군의 폐광지역인 병산마을 ‘이타이이타이병’ 소동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농림부는 2001∼2005년 카드뮴 허용기준을 초과한 폐광지역 생산 쌀 101t을 수매해 폐기처분했다지만 관련 정보는 비밀에 부쳤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광산 피해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체계적인 역학조사를 담당할 기구를 구성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하겠다. 정부는 해당 지역 농산물 전체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조사대상 지역과 ‘위해 우려’로 분류된 9개 폐광지역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책임져야 할 정부로서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하루속히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오염지역에 대해서는 경작을 금지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폐광지역에 대해 즉각 오염실태와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 폐광촌 쌀·배추 ‘중금속 범벅’

    폐금속 광산 지역에서 생산된 쌀 등 주요 농산물에서 허용기준치 이상의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이 검출돼 파장이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농림부, 환경부, 산업자원부 등은 5일 최근 실시한 폐광 인근 지역 44곳에 대한 농작물의 중금속 오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 농산물에서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이 국제식품규격위원회(코덱스)의 허용기준치를 초과, 검출됐다고 밝혔다. 쌀의 경우 조사표본 757건 중에서 27.5%와 8.1%가 각각 납과 카드뮴의 허용기준치를 초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더욱이 일부 폐광 인근지역 재배 쌀에서는 국내 및 코덱스 허용기준을 훨씬 초과, 최고 6.547(㎎/㎏)의 납과 3.513(㎎/㎏)의 카드뮴이 각각 검출됐다. 또 조사 대상 폐광지역 44곳 중에서 39곳에서 벼농사를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각각 29곳과 15곳에서 재배된 쌀이 납과 카드뮴 허용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스러운 것은 쌀에 대한 카드뮴 허용기준이 2000년 마련돼 2001년부터 농림부가 32곳 폐광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쌀에 대해 검사를 실시, 기준을 초과하는 쌀을 전량 수매해 폐기하고 있다. 농림부는 2001∼2005년 카드뮴 초과 쌀 101t을 수매, 폐기한 바 있다고 밝혔다.국민이 많이 소비하는 농산물 중 하나인 배추도 조사 대상 367건 중에서 27.5%와 28.1%가 납과 카드뮴 허용기준을 넘어섰다. 지역적으로는 9곳에서 납이,8곳에서는 카드뮴이 각각 허용기준치를 초과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는 원인 파악 등 조사자료 분석이 완벽하지 않은 만큼 섣불리 공개하면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조사 대상 폐광 지역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이동구 기자 yidonggu@seoul.co.kr
  • [사설] 김신일 내정자 사전검증 철저하게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김신일 서울대 명예교수를 새 교육부총리 후보로 내정했다. 전임 김병준 부총리의 사표가 수리된 날이 지난달 7일이니 무려 25일 만에야 후임자가 지목된 것이다. 청와대는 교육학과 출신인 김 교수를 발탁한 배경으로 공교육 내실화와 교육 주권 확대 등에 뚜렷한 교육관을 가진 점을 들었다. 김 교수를 내정한 사실이 공개되자 교원·학부모단체는 적극 환영한다거나, 적어도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첫 반응을 보였다. 김 교수에게 큰 흠결이 없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마음이 편치 않은 국민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가 있다.‘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라는 속담처럼 김병준 전 부총리를 둘러싼 격한 논쟁과 뒤이은 사퇴로 교육 정책 수립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경험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전 부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논문 표절’ 의혹을 비롯한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본연의 업무에는 손도 대 보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러므로 교육 행정에 공백이 생긴 건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가 사퇴한 7월 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결정 및 시행을 미뤄온 교육 현안이 산적한 데 따른 손실이 어떠했는가는 새삼 지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김신일 내정자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철저히 검증 작업을 벌여 그가 교육부총리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취임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 결과 부적합하다는 판정이 나면 즉시 교체해야 함은 물론이다. 취임 후에야 흠결이 드러나 이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교육정책 결정이 또다시 전면 중지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는 김 교수에 대한 검증의 일차적인 책임이 국회의원들에게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인사 청문회가 완벽하게 진행돼 자질 논쟁이 뒤늦게 재연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국회의원들에게 있다는 뜻이다.
  • 전북대총장 후보 재선출 요청

    국립대인 전북대의 총장 후보 1순위자에 대해 청와대가 부적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전북대는 총장후보를 다시 선출하게 된다. 22일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청와대는 최근 전북대 총장 후보 1순위로 추천된 김오환 교수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교육부에 통보했다. 부적격 사유는 김 후보의 음주운전 전력과 재산 형성 과정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이날 인사위원회를 열어 전북대 총장 후보에 대한 부적격 결정 사실을 학교측에 통보하고 총장 후보를 다시 선출해줄 것을 요청했다.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줄기세포 치료법 퇴보?

    줄기세포 치료법은 더 이상 가망이 없는가. 줄기세포 연구가 의학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가 줄어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기에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기금 지원을 제한한 것도 큰 장애물로 작용했다. 부시 대통령은 연방기금 지원을 지난 2001년 8월9일 이전에 수립된 줄기세포주로 한정해 놓고 있다. 그 뒤로 5년이 흘렀지만 최근의 법 개정에도 거부권을 행사해 줄기세포 연구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세포치료법 개발을 줄기세포 연구의 첫번째 목표로 생각하지 않고 있고, 가까운 장래에 세포치료법을 개발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기업들과도 결별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기대를 모아온 세포치료법은 최소한 5∼10년이 지나야 가능할 것이란 견해이다. 이들은 2001년 전에 수립된 줄기세포주는 의학적 치료에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연구 목적으로 쓰기에도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줄기세포 연구는 2001년 이후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태. 많은 연구자들은 대신 인간 배아세포를 질병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연구 도구로 사용하는 장기적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연구과정에서 이른 시일 안에 신약 같은 새로운 질병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인간 배아 줄기세포에서 각종 세포를 배양해 질병을 치료한다는 개념은 부분적으로는 골수이식 수술이 큰 성공을 거둔 것이 촉매제가 됐다. 하지만 골수이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며,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로 배양한 치료세포 역시 그가 앓고 있는 같은 질병에 취약하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컬럼비아대 의학센터의 토머스 제셀(신경생물학) 박사는 “5년 안에 새로운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제가 개발될 것으로 희망한다.”면서 “하지만 세포 기반의 치료법이 나오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靑, 교육부총리 고민

    靑, 교육부총리 고민

    ‘쓸 인물도, 나서는 인물도 없다.’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후임 인선에 대한 청와대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청와대는 집권 후반기 교육 개혁을 이끌 김 부총리의 후임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의 경질 배경을 둘러싼 논란도 교육부총리 인선에 악재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교육부총리의 인선난은 참여정부의 위기를 반영하는 듯싶다. 참여정부의 협소한 ‘인재풀’도 문제지만 선뜻 국정에 참여할 인물들이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부총리에 누구를 발탁하느냐가 노무현 대통령의 향후 교육정책을 비롯, 국정 운영의 방향을 가늠케 하는 척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 향배는 권력누수현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 부총리의 사표가 수리된 지 1주일이 다 되지만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3일 “정무직 특히 교육부총리의 잣대가 너무 높아져 후보 선정 자체가 난관”이라면서 “이번 주도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청와대에는 ‘인재난’ 속에서도 자천타천의 후보군들은 적지 않다. 교육계에서는 어윤대 고려대 총장,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이현청 호남대 총장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관가에서는 서범석 전 교육부차관, 설동근 교육혁신위원장,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 박찬석(경북대 총장 출신)·박명광(경희대 교수 〃) 의원을 비롯, 이미경 의원이 물망에 올라 있다. 또 민주당 김효석 의원도 거명된다. 여당은 박찬석·박명광 의원을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선은 쉽지 않다. 우선 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는 까닭에서다. 또 김 전 부총리의 사태에 따라 더욱 까다로워진 검증절차도 무리없이 통과해야 한다. 유력한 후보군인 교수출신들은 나서기를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층 강화된 기준과 검증시스템을 통과하기가 버겁다는 우려에서다. 학자들의 논문 검증은 필수가 됐다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설령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라 할지라도 수락할지도 미지수다. 정치인 출신은 ‘전문성 논란’과 ‘코드 인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징후가 농후하다. 관료 출신의 경우, 교육개혁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교육부총리의 위상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차관 출신 중 딱히 뚜렷한 인사도 찾지 못했지만 차관에서 부총리로 발탁하기에도 부담이라는 것이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Zoom in서울] 강남·강동구 국민임대주택단지 무산 이후

    ‘국민임대주택단지 무산에 왜 자치구가 반색하는 것일까.’ 정부의 국민임대주택건설사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앙도시계획위원회(중도위)로부터 개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강동구 강일 3지구와 강남구 세곡 2지구의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자치구와 주민들은 “취소 결정은 당연한 것”이라고 환영하면서 “정부가 무리하게 목표에 매달려 강행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부적합 판정으로 서민층의 주거안정 정책 기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국민임대단지를 꺼리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서민층 주거안정보다는 지역의 슬럼화 등을 우려한 근시안적인 결정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강동구,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 강동구는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강일 3지구를 국민임대주택단지로 지정하자 수차례 취소 의견을 냈다. 주민 3만 8000여명은 “특정 자치구에 임대주택을 집중시키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구에 청원을 내며 구와 구의회를 압박했다. 구의회도 임대주택 건립 취소 결의문을 냈다. 강동구의 반대 이유는 정부가 추진 중인 임대주택 건설계획이 강동구에 집중돼 있다는 것. 강일 3지구에 1860가구의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고덕지구 3620가구, 강일 1·2지구 6312가구 등과 합쳐 모두 1만 1812가구가 강동구에 지어진다. 이는 10만호 건설 목표인 서울시 전체 물량의 11.8%로 적정수준인 4%를 훨씬 넘어선다는 지적이다.2010년 완공예정인 강동 1·2지구는 1만 385가구 가운데 60.7%인 6312가구가 임대아파트다. 한 주민은 “임대주택이 많아지면 동네가 슬럼화될 우려가 있고, 이들에 대한 복지예산도 구에서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표정 관리하는 강남구 강남구는 드러내놓고 반색을 하지 않지만 반기는 분위기다. 정부는 당초 헌인릉 주변인 세곡 2지구 16만 5000평에 들어서는 4740가구 가운데 3140가구를 국민임대로 지을 계획이었다. 구와 구민들은 “수요도 없는 임대주택이 많아지면 땅(그린벨트)도 버리고, 동네도 슬럼화된다.”면서 “땅에는 그에 걸맞은 개발 정책이 필요한데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대보다는 분양을 선호하는 최근 추세에 맞춰 서민들마저 국민임대주택을 외면하면서 임대주택이 곳곳에서 남아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분양했던 고양일산 2지구 538가구도 현재 56%만 계약됐고, 음성 금왕지구와 서산 예천지구, 부산 서외지구, 담양 백동지구 등의 계약률도 30∼60%에 머물고 있다. 그마저도 해약이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이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사설] 이런 인사파동 언제까지 봐야 하나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결국 사퇴했다. 취임 13일, 논문의혹이 불거진 지 9일 만이다. 부총리에 내정되면서 코드인사 논란에 휩싸였던 것까지 따지면 꼬박 한달 간 그의 거취로 나라가 시끄러웠던 셈이다. 때 늦은 감은 있으나 정국이 더 큰 소모적 공방에 매몰되지 않게 된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특정인의 진퇴에 온 나라가 들끓어야 하는지 아쉬움과 함께 걱정이 앞선다.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앙인사위를 방문해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다짐을 방명록에 남겼다. 그러나 이후 나라의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개각 때마다 ‘코드 논란’이 불거졌고, 부적합을 이유로 중도 하차한 고위인사가 한 둘이 아니다.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최낙정 전 해양수산부장관, 강동석 전 건교부장관,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 본인의 흠결로 물러난 인사가 줄을 잇는다. 국회 해임건의로 경질된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이나, 논란끝에 임명된 유시민 복지부장관과 이종석 통일부장관처럼 임면과정에서 정치적 마찰을 부른 인선은 열거조차 어렵다. 국민들은 이런 인사파동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하다. 청와대는 등용문을 넓히고 인재풀을 확대해야 한다. 국가경영에 내사람 네사람이 어디 있는가. 대통령이 임명하면 다 대통령 사람이 되는 것 아닌가.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도 보다 정교하게 손질해야 한다. 국회 역시 형식적인 검증이나 어거지 청문회가 되지 않도록 인사청문회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충분한 자료조사 등 사전준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 부총리 파문은 일단락됐으나 조만간 있을 법무장관 인선이 걱정스럽다. 유력후보인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여당이 반대의 뜻을 정했다고 한다. 임기 후반 여권내 인사갈등은 권력누수로 직결된다. 당·청간 신중한 논의를 당부한다.
  • 그린벨트 임대주택 무산

    그린벨트 임대주택 무산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고 국민임대주택을 지으려던 계획이 민간위원회의 제동으로 무산됐다.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중앙도시계획위원회(중도위)는 서울 강남구 세곡동과 강동구 상일·하일동에 7500여가구의 국민임대 주택단지를 지으려던 정부의 계획에 부결판정을 내렸다. 정부가 국민임대주택을 짓기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것은 지난 2002년 국민임대주택 건설사업 추진 이후 처음이다. 건설교통부는 31일 “서울 강남구 세곡 2지구와 강동구 강일 3지구, 구로구 천왕 2지구 등 그린벨트 3곳에 국민임대 주택단지를 짓기 위해 중도위에 그린벨트 해제를 위한 국책사업 지정을 신청했으나 세곡 2지구와 강일 3지구 등 2곳은 개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지역은 지금처럼 그린벨트로 보존된다. 이에 따라 연내 서울지역 그린벨트 조정가능지 5곳을 국민임대 주택단지지구로 지정하고 이곳에 1만 4000여가구를 지어 서민 주거안정을 꾀하려던 건교부와 서울시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해당 지역 임대주택을 염두에 뒀던 서민들의 불만도 예상된다. 건교부 관계자는 “중도위는 해당 지역이 송파신도시와 가까워 국민임대 주택단지가 개발될 경우 녹지 보존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승인을 거절했다.”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이 인근에 국민임대 주택단지가 들어서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교부는 서울시에 대체지를 물색할 것을 요청했다. 헌릉로 주변의 세곡 2지구는 16만 5000평 규모로 국민임대 3160가구 등 4740가구, 강일 3지구는 10만 7000평에 국민임대 1860가구 등 2790가구가 2009년까지 들어설 예정이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백합나무 ‘경제수종 간판’ 되나

    백합나무 ‘경제수종 간판’ 되나

    최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백합나무가 낙엽송·잣나무보다 성장속도가 2배 빠르고, 경제성은 10배나 높은 미래의 우수 산림자원으로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산림과학원이 조림을 적극 권장하고 나섬에 따라 백합나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경제수종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연구용 백합나무 묘목을 처음 심은 것은 임목육종연구소 시절인 1969년이다. 조림을 권고하기까지 무려 37년이 흐른 셈이다. 백합나무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치산녹화가 지상과제였던 당시에 들여왔다. 14일 찾아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안뜰에는 열대 우림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거목이 자라고 있었다. 높이가 30m에 이르고 밑둥은 어른 두 사람이 양손을 벌려야 간신히 잡을 수 있을까말까할 정도. 게다가 하늘을 항해 곧게 치솟은 백합나무의 모습은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경제성뿐 아니라 국토를 아름답게 하는 데도 한몫을 할 것으로 보였다. 이렇듯 다른 국가기관이라면 용납되지 않을 ‘느린 행정’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산림유전자원부 직원들은 그러나 새로운 개발이나 발굴은 아니라고 애써 겸손해했다. 이미 백합나무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자원으로 부상한 만큼 국내에서도 제대로 자랄 수 있는지 확인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20년 넘게 백합나무와 살아온 연구팀의 유근옥(54) 박사는 “나무가 자생지를 떠나면 겉모습에는 변화가 없더라도 재질이 퇴화하는 현상이 일어난다.”면서 “특히 외래수종은 심고 나서 벨 때까지 기간(벌기령)의 절반은 지나야 적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뮬레이션으로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초스피드 시대에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무를 가꾸는 일은 종종 ‘느림의 미학’으로 표현된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섣부른 결론은 장구한 세월의 투자가 필요한 나무심기의 특성상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를 낳는다. 자연의 섭리에 순종하며 충실해야 하는 끈기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백합나무도 이미 1980년대에 양묘 및 조림에 실패한 쓰라린 과거가 있다고 한다. 외래수종을 풍토가 다른 지역에 성공적으로 옮겨심는 작업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현재까지 국내에는 38개국에서 415종의 외래수종이 도입됐으나 보급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수종은 고작 7개에 불과하다. 유 박사가 한때 기억에서 지워버렸던 백합나무를 다시 찾은 것은 독림가의 조언이 계기가 됐다.15년이 넘어야 제대로 자란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10년도 안된 상황에서 그저그런 모습의 모양새를 보고 오판한 결과였다고 한다. 유 박사는 “그 분이 키우던 20년을 넘긴 백합나무들을 보면서 가슴이 뜨끔했다.”면서 “전국을 돌며 눈으로 확인을 거치면서 ‘바로 이것’이라는 확신이 섰다.”고 했다. 그러나 연구를 다시 시작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외래수종은 실패위험이 높고 장기간 연구과정이 필요하기에 월등한 가치가 전제돼야 했다. 확신을 갖고 국내외를 누비며 자료를 수집했고, 낙엽송보다 16배의 경제성이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할 수 있었다. 대량보급에 필요한 양묘·조림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유 박사는 “백합나무 씨앗은 발아조건이 맞지 않으면 7년 동안 땅속에서 그대로 머무를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면서 “온실에서 충분한 수분과 온도를 맞춰주니 드디어 싹이 났다.”고 당시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재질에 대한 평가는 목재를 직접 쓰는 목기장과 가구공장에 맡겼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요즘 ‘백합나무 전도사’로 변신한 유 박사팀은 전국 각지의 산주인들을 찾아다니며 나무의 우수성과 경제성을 알리는 데 열심이다. 유 박사는 “백합나무의 경제적 가치를 감안해 우리나라에서는 벌기령을 30년으로 정했다.”면서 “목재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백합나무는 목재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유용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글 수원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백합나무 조림 효과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산림정책의 최우선은 치산녹화였다. 헐벗은 국토를 푸르게 만드는 것이 지상과제이다 보니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가 효자였다. 그 결과 치산녹화에는 성공했지만, 국토의 69.1%가 산림인 나라에서 목재자급률은 5%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됐다.50년 동안 키운 낙엽송 1㏊에서 500만원밖에 나오지 않았다.‘나무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함께 심어진 것이다. 돈이 되는 수종을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경제수림의 5대 조건으로 ▲비싼 목재가격 ▲강한 입지적응력 ▲곧고 굵은 나무 ▲병해충에 강한 나무 ▲적은 육림비용을 들고 있다. 백합나무가 이런 조건을 잘 충족시키는 수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28년생 백합나무 한 그루의 부피는 0.71㎡로 현사시 0.50㎡, 낙엽송 0.36㎡보다 월등하다. 연간생장량은 최소 11㎥로 2배 이상이다. 산지와 농지 어디든 잘 자라고, 병해충이 적으며 초기 가지치기만 잘해 주면 관리가 필요없다. 리기다소나무를 대체할 수 있는 최적수종으로 평가된다. 전국 48만㏊에 심어진 리기다는 산림 토양을 향상시킨 일등공신이지만 목재로는 재질이 나쁘다. 산림과학원 유근옥 박사는 “베어낼 시기가 된 리기다소나무를 30만㏊만 벌채하고 백합나무를 심으면 국내 원목수요의 40%인 330만㎥를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합나무는 20만㏊에 이르는 한계농지 조림용으로도 최적인 것으로 판명됐다. 전북 완주의 산지에서 자란 수령 33년짜리의 흉고(사람 가슴높이의 나무 지름)가 37.1㎝인 반면 수원의 농지에서 키운 20년생은 42㎝로 생육이 훨씬 우수했다. 산지보다 평지에서 훨씬 더 잘 자라는 셈이다. 황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아카시나무를 대체할 수 있는 수종이기도 하다. 꽃이 피어있는 기간이 25일로 아카시보다 길어 꿀 생산에 유리하다. 유 박사는 “백합나무는 가로수로 부적합하고 해발 300m 이상에서는 생장력이 떨어진다.”면서 “백합나무를 전국에 심자는 것이 아니라, 목재수입이 95%에 이르는 상황에서 산림의 80%는 보존하되 자급용 육종단지를 조성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원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길섶에서] 산등성이/ 임태순 논설위원

    우연히 인도 대통령 압둘 칼람의 자서전 ‘불의 날개’를 읽게 됐다. 동료들과 힘을 모아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과정도 감동적이었지만 ‘산등성이’를 강조한 대목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생명을 기르는 곳은 산등성이지,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만물이 자라고, 경험을 얻고 기술을 습득하는 곳은 산등성이지 결코 산꼭대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그의 말대로 산 정상에는 바위나 흙만 있고 나무나 풀 등 생명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상은 삶의 터로 맞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정상의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다. 그는 “정상의 중요성은 다만 산등성이를 규정하는 데 있을 뿐”이라면서 산을 오르되 산등성이를 찬찬히 음미하며 오를 것을 권했다. 인생이고 등산이고 정상에 있는 시간은 잠깐이다. 정상은 생존여건으로 부적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 대부분의 시간은 정상이 아닌 산등성이에서 보낸다. 산중턱을 오르면서 아름다운 나무를 만나고 땀을 흘린다. 산등성이에 이미 눈을 떠서인지 압둘 칼람은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전처럼 조그만 집에서 소박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정부, 이강두 생체협회장 취임승인 거부

    문화관광부와 수장을 새로 뽑은 국민생활체육협의회(이하 생체협)의 ‘기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김명곤 문화부 장관은 10일 브리핑을 통해 “이강두 생체협 회장 당선자는 특정 정당의 당적을 보유한 국회의원으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해당 단체의 회장직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불승인 처분을 내리고 회장 재선출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 5일에도 “국민들의 생활체육 향상을 위한 단체를 정치인이 맡던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며 이 당선자에 대한 승인 불허 방침을 밝혔었다. 지난달 26일 단독 입후보한 이 의원을 회장으로 옹립한 생체협은 “법적인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선언,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생체협은 “회장 선출은 법적 하자가 없는 데다 현역 정치인은 회장이 될 수 없다는 등식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반박했다. 문화부와 생체협의 최근 힘겨루기는 정부 여당과 야당인 한나라당의 ‘대리전’ 양상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 당선자에 대한 불가 방침은 여당(의원)은 되고 야당은 안 된다는 발상”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화부는 “인구 40%의 국민이 수혜자인 데다 지난해만 해도 169억원의 예산을 집행한 거대 단체는 중립적 인사가 맡아 공공성과 순수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생체협이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을 적용받는 기관인 만큼 승복하지 않는다면 특별감사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서울 신월동 정수장 쉼터로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월정수장이 이르면 2008년 말까지 공원으로 조성될 전망이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2003년 폐쇄된 신월정수장 부지 4만 1000여평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는 당초 이곳에 영어체험마을 조성을 검토했으나 김포공항 항공기 소음 등으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에 따라 자연 환경이 뛰어난 생태공원 형태로 보존키로 결정했다. 시는 이 부지 내에 벤치, 운동기구,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산책로를 조성해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부지 내에 있는 2만평 규모의 기존 저수지에는 정수된 한강 물을 채우고 소형 보트 등을 놓아 물놀이도 할 수 있는 인공호수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수장의 기존 건물은 상수도 홍보 전시관 등으로 리모델링해 시민들이 공원 조성의 과정이나 역사, 물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시는 공원화가 계획대로 추진되면 실시설계를 거쳐 내년 하반기쯤 착공, 이르면 2008년 말까지 조성 공사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서울시내에 100만평의 녹지 조성을 약속했었다. 시 관계자는 “공원이 조성되면 서남권 주민들이 보다 쾌적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광주 신설학교 ‘부실덩어리’

    광주지역 상당수 신설학교가 부적합한 설계와 시공, 예산낭비 등으로 부실 의혹을 낳고 있다. 6일 광주·전남 2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주·전남 교육연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개교한 6개 초·중교 대부분은 1100여명이 식사해야 할 급식소가 250석 규모로 설계됐다. 이에 비해 1년에 몇차례 사용에 불과한 시청각실은 별도로 설치돼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S중 등 일부 학교는 교실 배치가 ‘ㅌ’자형으로 이뤄져 북쪽과 가운데 교실이 일조량 부족으로 비위생적 환경과 악취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D초교는 비행기 이·착륙이 수시로 이뤄지는 공항에 인접했음에도 이중창이 갖춰져 있지 않아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J중학교의 경우 도서관에 비치된 도서는 몇권에 그친 반면 도서관 비품구입비로만 2000만원이 넘게 들었다. 이밖에 ▲신발장이 붙박이형이 아닌 돌출형으로 설계돼 복도통행에 불편을 초래한 학교 ▲방음 벽지가 제구실을 못하는 학교 ▲복도 장판이 들뜬 학교 등도 대표적인 부실 의혹 사례로 지적됐다. 교육연대 관계자는 “부실한 시공으로 인한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며 “학교 설계단계부터 비품구입까지 전 과정을 학부모단체나 교원단체와 협의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교육청은 “이들 신설 학교의 설계 및 비품구입 등에 대해 오는 19∼20일쯤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중국산 꽃게 실태조사

    중국산 냉동 꽃게에서 표백제 성분이 과다 검출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추적 조사에 들어갔다. 식약청은 16일 중국산 냉동 꽃게에서 인체에 해로운 표백제 성분(이산화황)이 기준치(30)의 20배가 넘는 690이 검출됐다는 보도에 따라 실태파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식약청은 유통 중인 제품을 수거 검사하고, 부적합 냉동 꽃게를 압류해 폐기할 계획이다. 또 수거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문제의 냉동 꽃게를 잠정 판매 중지하도록 해수부에 요청할 예정이다. 이처럼 냉동 꽃게에서 이산화황이 과다 검출된 것은 일부 중국 수출업자들이 냉동 꽃게를 표백제에 넣어 하얗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수입 검역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이산화황 검사를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해수부도 통관 검사 항목에 이산화황을 추가해 검사를 실시키로 했다.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새달 허가” vs “식수원 오염”

    “새달 허가” vs “식수원 오염”

    경남 김해시 상동면 매리공단 조성을 둘러싸고 부산시와 김해시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시민단체 등은 부산시민의 젖줄인 낙동강의 물금취수장 인근에 공장이 들어서면 식수원 오염이 우려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김해시는 무방류 시스템을 채택하는 등 환경오염에 충분히 대비한 데다가 입주 지연시 업체들의 부도가 우려된다며 사업추진을 강행할 태세다. ●낙동강 옆 공단 조성이 불씨 김해시는 지난 2003년 장유면에 택지가 조성되면서 이곳 율하리에 있던 공장들을 상동면 매리 일대로 옮기기로 하고,4만 3000여평 규모의 공단 조성을 추진해 왔었다. 이곳은 현재 부지가 조성된 상태. 이에 따라 공장이전을 원하는 업체들은 지난 2004년 2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김해시에 공장설립승인 신청을 했으나 김해시는 인근 주민들의 반대와 낙동강 환경청의 부적합 통보 등을 이유로 신청서를 반려했었다. 하지만 김해시는 석산개발지역에 대한 절개지 안전진단 및 복구실시설계, 사전환경성 검토 용역 등을 거쳐 문제점을 보완한다는 전제 아래 최근 허가를 내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부산 시민들 범대위 구성 저지 나서 부산시는 370만 부산시민의 젖줄인 물금취수장과 불과 2.7㎞ 거리에 공단이 들어서면 상수원 오염은 불보듯 뻔하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부산시민단체와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범시민대책위원회는 김해시가 제출한 사전환경성 검토와 관련, 상수원 보호는 최소의 가능성이나 검증하기 힘든 문제까지 포함해 판단해야 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범시민대책위는 지난 10일 부산역 광장에서 상수원 보호 시민대회를 갖고 공단 조성을 허가하려는 김해시를 규탄하는 한편 환경부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이성근 처장은 “기업의 부도 방지를 이유로 부산시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해시·업체 ‘더 미루면 업체 부도’ 김해시는 현재 부산시의 요청으로 1개월간 교부시기를 늦추고 있으며 대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다음달 초 허가증을 교부할 방침이다. 김해시는 방류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3 이하 요구에 대해선 폐수를 방류하지 않는 무방류시스템을 도입, 해결했으며 이외에도 각종 환경오염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해시 조종호 허가과장은 “이전 대상 기업의 경우 현재 공장임대료는 물론 대출받은 이전 예정지 부지 매입비도 제대로 갚지 못해 부지에 경매가 진행되는 곳도 있다.”면서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입주 예정업체인 우림산업대표 정문홍씨는 “31개 업체 가운데 4개업체가 이미 부도가 났으며 대부분의 업체들도 도산직전에 직면해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론스타’ 검찰·법원 신경전

    검찰과 법원이 긴급체포의 적법성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론스타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12일 전날 구속영장이 기각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와 오모 론스타코리아 전 과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채동욱 대검 수사 기획관은 “법원이 긴급체포의 부적법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보완수사 뒤 유씨 등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채 기획관은 또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했던 피의자의 범죄 혐의가 밝혀진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할 때까지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현행법상 긴급체포밖에 없다면서 “이는 전체 형사 사건에 있어 중요한 문제로 법원의 공식적인 의견인지 확인해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자백을 위한 긴급체포 남발은 없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법원이 이런 식으로 영장을 기각하면 수사기관은 곤란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유 대표 등의 영장실질 심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이상주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유씨의 경우 혐의를 부인하는 등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고 오씨의 경우 긴급체포의 긴급성이 없는 등 부적합했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다.”면서 기각사유를 밝혔다. 또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는 인신구속사무 처리기준을 공개하면서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를 높이고 피의자가 합리적 근거를 들어 범죄 혐의를 다툴 경우 불구속하는 등 방어권 보장을 위한 불구속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라이프플러스] 국산 컬러렌즈 2종 부적합 판정

    국내에서 제조된 컬러렌즈 2종이 세균오염 등으로 위험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8개 컬러렌즈를 수거해 품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2개 제품이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나 회수 및 폐기 조치했다. 해당 제품은 지앤지콘택트렌즈의 ‘G&G BT’와 다본콘택트의 ‘AURORA DIVA’ 2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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