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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미술관 신소장품展 3월21일까지 540여점 공개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한 해 동안 수집한 작품들을 공개하는 ‘신소장품 2003’전이 20일부터 3월21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1,2전시실과 상설전시실에서 열린다.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은 42억원의 예산을 들여 211점을 구입했고,391점을 기증받았다.이번 전시에서는 이 중 540여점을 골라 선보인다. 한국화가 허건의 초기 화풍을 보여주는 ‘목포교외’(1942),네덜란드계 미국 화가 휴버트 보스가 그린 구한말 시기의 유화 ‘서울풍경’(1899),류경채의 초기작 ‘산길’(1954),김주경의 인상주의 화풍의 초기작 ‘사양’(1927) 등 미술사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유명 해외작가들의 작품도 소개된다.빌 비올라의 비디오 ‘의식’,질 아이요의 회화 ‘샤워중인 하마’,볼프강 라이프의 조각 ‘쌀집’,안드레아스 세라노의 사진 ‘생각하는 사람’,이미 크뇌벨의 회화 ‘새로운 사랑-4’,게리 시몬스의 회화 ‘갇혀진 부재’ 등이 소장품 목록에 추가됐다.기증 작품으로는 조각가 문신의 드로잉을 비롯해 김영주의 판화,홍종명의 유화 등이 나온다.국립현대미술관은 현재 5000여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02)2188-6000 김종면기자 jmkim@
  • 美 “이라크 조기총선 불가능”

    미국은 지난 18일 바그다드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이라크 내 조기 총선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현 상황에서 총선이 벌어지면 이라크 저항세력들이 더욱 기승을 부려 결국 미국의 점령기간만 연장시키게 되는,원치 않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판단에서다.연합군사령부 단지 출입문 부근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테러 사망자는 당초 23명에서 25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19일 뉴욕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폴 브리머 이라크 최고행정관은 유엔이 미국측의 입장을 이라크측에 설득시켜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시아파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알 시스타니는 직접선거를 통해 오는 7월 출범할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바그다드에서는 수만명이 시스타니의 초상을 들고 직접선거를 통한 정부 구성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그동안 시스타니는 미 군정당국이 직접선거 없이 과도정부를 구성하려는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시위와 파업 등 강력한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경고해왔다.이라크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에서 시스타니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반면 미국은 18개 지역의 당원대회를 통해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유엔도 이라크 내 조기총선은 기술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우선 인구조사가 수년간 이뤄지지 않아 투표인 명부 작성 자체가 어렵다.정당들은 겨우 창당 수준을 벗어나 제휴와 동맹관계 형성 등 정치적 게임에 약하다.이라크 국민들에게 정치 캠페인의 장을 마련해줘도 현 치안상황에서는 테러범들에게 좋은 표적만 제공할 뿐이라는 지적도 많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에서 과도정부 구성을 이끌었던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 특사는 평화정착에 대해 낸 보고서에서 선거가 이뤄지려면 광범위한 민주화와 시민사회 건설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이런 토양 없이 치러진 선거는 단시 다수의 폭력을 승인하는 데 그치거나 외부세력이 떠난 뒤에는 정부가 힘에 의해 전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은 이라크 사태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꺼리고 있다.첫째이유는 치안 부재다.유엔은 지난 8월 세르지우 비에이라 데 멜루 유엔특사의 사망 이후 사실상 활동을 정지한 상태다. 또 유엔 스스로가 위험한 상황에 개입하기를 꺼리고 있으며,표면상으로는 이라크인과 이라크 이웃 나라들의 위임권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이번 19일 회동에서도 유엔은 미국이 일정 부분 손을 뗀 7월 이후의 이라크 통치에 대해 주 관심사를 표명하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
  • 여자농구 쑥스러운 ‘아테네행’

    |센다이(일본) 박준석특파원|‘스타는 많지만 해결사는 없다.’ 한국이 지난 18일 제20회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홈팀 일본에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자 코트 안팎에서 ‘해결사 부재’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일본의 텃세가 작용하기는 했지만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사가 없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농구계는 “대표선수 면면을 보면 모두 프로팀에서 연봉 1억원 이상을 받는 스타들이지만 결정적일 때 ‘한방’을 터뜨리는 해결사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 역대 최강이란 평가 속에서 8주간의 지옥 같은 체력훈련까지 마쳐 대회 개막 이전부터 주목을 받았다.예선에서 중국을 격파하며 5년만의 정상탈환을 눈앞에 둔 듯 했다.그러나 3·4위전으로 밀려났고,결국 타이완을 88-59로 누르고 한장 남은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내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우승컵은 일본을 92-80으로 꺾은 중국에 돌아갔다. 한국은 1970∼80년대 박찬숙이라는 걸출한 ‘해결사’를 앞세워 여러차례 만리장성을 넘었다.따라서 일각에서는 박찬숙 같은 해결사를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중계방송 해설을 위해 센다이를 찾은 박찬숙씨도 “한국이 기술은 많이 좋아졌지만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헤쳐나갈 수 있는 리더가 없는 것이 아쉽다.”면서 “중국에서는 스타를 탄생시키기 위해 정상급 남녀 선수를 의도적으로 혼인시키는 노력까지도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한국대표팀에는 대표경력 14년의 전주원(32) 등 곧 대표팀을 떠날 노장들이 많이 포진했다.그러나 박찬숙씨의 말대로 정신적 지주역할을 한 선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사정이 이렇게 되자 코트에서의 파이팅도 부족했다.일본전을 지켜본 관중들은 “한번 해보자는 선수들의 의지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아쉬워 했다. pjs@
  • 금융당국 기업정책 ‘갈팡질팡’

    LG카드 처리 혼선,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의 대규모 비자금 조성 의혹 등 금융당국의 위기대응 능력과 감독 시스템이 심각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이 때문에 향후 있을 정부 조직개편때 근본적인 대수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방지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대주주 자격유지제’ 도입을 백지화했다.대주주 자격유지제란 카드·보험 등 금융회사를 설립·인수한 기업(대주주) 등에 대해서는 설립 당시는 물론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도 부채비율 등 자격요건을 엄격히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다.제조업과 달리 금융사가 부실해지면 금융시스템 전반이 흔들리는 등 사회적 위험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재경부측은 국내 기업여건상 시기상조라며 외면했다. 그랬던 재경부가 LG카드 사태로 금융사의 부도 위험이 현실화되자 ‘재벌들의 카드시장 신규진입 사실상 불허’라는 강경카드를 빼들고 나왔다.한쪽에서는 기업현실을 들어 ‘고삐’를 풀어주고 또다른 쪽에서는 옥죄는,이중적 행태다.더욱이 보험·카드·증권사마다 들쭉날쭉한 시장진입 기준을 증권사 수준으로 통일하겠다고 밝힌 상태에서,재벌의 카드시장 진입 차단만을 겨냥한 기준 강화가 타당한 지도 논란거리다.재경부측은 “카드업은 보험과 달리 30∼50일짜리 단기영업이기 때문에 특단의 규정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또 당초 LG카드를 매각하면서 응찰 참여자격을 국내 채권단으로 국한했다.“LG카드를 살리기 위해 몇조원의 돈을 지원한 국내 은행에 우선권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으냐.”는 논리였다.이면에는 ‘금융기관을 줄줄이 외국자본에 넘긴다.’는 국내 비판에 대한 부담감도 깔려 있었다.하지만 LG투자증권까지 덤으로 얹어준 매각작업이 불발로 끝나자 뒤늦게 외국계에도 인수자격을 주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매각협상에 밝은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매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국내외 자본에 모두 기회를 줘 경쟁을 유발시킨 뒤 내부적으로 국내 자본에 가산점을 주는 등 얼마든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면서 “정부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전략 부재를 드러냄과 동시에 외국언론으로부터 불필요하게 ‘국수주의’라는 비판을 자초했다.”고 꼬집었다. 국민혈세가 투입된 대우건설의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은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감독 부재가 빚어낸 합작품이다.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대우건설에 경영관리단을 파견해놓고 있으며,금감원도 워크아웃 기업에 대해서는 특별감독을 실시하고 있지만,‘눈뜬 봉사’나 다름없었다.금감원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개별기업의 문제까지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안미현기자 hyun@
  • [오늘의 눈] 외교부의 역사의식 부재

    최근 외교통상부의 한 실무국장이 중국의 고구려 역사 편입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그러나 ‘할 말을 했구나.’하는 생각도 잠시,한국 외교의 현주소가 아프게 다가왔다.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려고 발언 하나하나에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지만 역사의식이 부재한 단기적 발상은 짚어야만 할 대목이다.무엇보다 동북공정이 학술적 차원에서 출발했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2002년 2월28일 공식 출범한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취지문을 보자.“일부 국가의 역사학자들이 중국의 동북 변강(邊疆·국경)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동북 역사가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동북 변방 연구를 학술궤도에 올려 놓는 동시에 국제상의 도전에 대응할 연구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측이 정치적 색채를 분명히 드러냈음에도 우리 당국자가 오히려 “소장 역사학자들이 변방사를 정리하려는 프로젝트를 중국 정부에 제출했고 당국이 이를 승인했던 것”이라며 중국의 관변성 발언을 되풀이했다.사실 자체를 외면하고 중국측 입장에 선 것이 외교부의 깊은 ‘수읽기’인지 받아들이기 힘든 대목이다. “동북공정의 학자들이 정부정책 통제 하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발언 역시 중국을 한참 모르는 말이다.국책연구기관인 중국 사회과학원이 동북공정을 총지휘하고 동북 3성의 모든 대학이 포함됐다.단순한 학술 연구가 아니라는 반증인 것이다. 실리외교란 측면에서 타이완과의 관계를 동결하고 티베트 독립을 추구하는 달라이 라마의 입국을 불허하는 것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역사의 뿌리를 빼앗긴 채 ‘동북아 중심국가’로 설 수 있는지 냉철히 생각해야 한다.편협한 국수주의가 국사(國事)를 그르치듯 순간의 외교마찰을 모면하려는 ‘타협주의’도 경계해야 한다. 오일만 베이징 특파원 oilman@
  • ‘토론위한 토론’ 행정력 낭비 많았다/복지부, 참여정부 ‘토론문화’ 평가

    “‘토론을 위한 토론’이 많아 행정력이 낭비되는 사례가 많았다.” 보건복지부가 11일 공개한 ‘2003 변화진단 워크숍’의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복지부 공무원들은 참여정부의 코드인 ‘토론 문화’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워크숍은 국장급 4명을 포함,1∼6급 직원 56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보고서는 ‘토론 문화’에 대해 “지나친 참여 분위기로 공권력이 약화됐으며,실질적인 토론의 부재로 인해 상층부 의사대로 결론이 도출되는 등 행정력이 낭비됐다.”는 평가를 내렸다.또 자료를 위한 공허한 토론,결과없이 시간만 지연되는 토론,회의를 위한 회의 등의 지적과 함께 대표성있는 의견 수렴을 위해 토론 주제와 대상 선정에 신중해야 하며 토론 결과 도출후 재토론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많았다. 공무원들은 또 대 언론관계에 대해서는 언론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자신감 있는 업무 수행과 가판 대응 등 업무 부담 축소 등을 ‘득’으로 꼽은 반면 대립적 관계 지속,의도적 홍보전략 수립 차질,오보 속출로 대국민 신뢰 저하 등을 ‘실’로 꼽았다. 김성수기자 sskim@
  • 올 제조업 경기 햇볕드나/부품소재 설비투자 지난해 대비 53% 늘릴계획

    올해 부품소재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조사돼 경기회복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출이 최대 규모의 호조를 보였음에도 재투자가 뒤따르지 않아 ‘수출증가→투자증대→고용확대→소비상승’ 등의 선순환 구조가 정지된 상태였다.그러나 올해에는 완성품 산업 등 기업경기의 선행적 역할을 하는 부품소재 기업들이 신제품 개발 등을 위해 활발한 투자에 나서기로 해 경기호조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하고 있다.우리나라의 부품소재 기업은 3만 5000여개에 이른다. 기업이 연간 생산계획을 수립하면서 신제품 개발에 대한 집중투자는 구조조정 등 긴축경영 단계보다 성장경영 단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결과가 주목된다. 자동차부품업체 ㈜만도는 중국의 자동차 부품시장 규모가 올해에만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현지법인 3곳 외에 추가로 2∼3곳을 늘리기로 했다.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700억원이었으나 올해에는 10%대의 생산·수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또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 등‘빅3’ 자동차업체를 상대하는 대미 수출도 지난해보다 20% 증액된 20억달러 규모를 목표로 잡았다.주력 품목은 자동차의 제동·조향·현가 장치 등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에도 내수는 기대하기 어려워 수출비중이 80%나 되는 회사의 특징을 살려 과감하게 현지법인 증설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수출호재 앞다퉈 설비증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생산·수출·설비투자 목표액을 모두 지난해 대비 10%씩 늘려잡았다.합성수지·고무 등을 주력으로 지난해 1조 1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 회사는 올해를 제2의 도약기로 삼았다. 지난해 4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기계부품업체 ㈜동영산업도 지난해에 비해 중국수출을 20% 늘리고,미국과 프랑스시장에 신규 진출하기로 했다. 설비투자 계획도 10% 높게 잡았다.업계 관계자들은 낙관적인 이들 회사의 연초 계획에 대해 “해외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아 해외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정보통신·전기·컴퓨터등 두드러져 산업자원부가 한국기계산업진흥회와 공동으로 부품소재 기업 2446곳의 산업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올해의 설비투자 예정 규모(전년대비 13.8% 증가) 가운데 부품소재 생산을 위한 투자 증가율이 52.5%나 돼 주목된다.지난해에는 증가율이 1.8%에 그쳤었다.정보화를 위한 투자도 지난해에는 14.2%가 감소했으나 올해에는 30.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설비투자 가운데 자동화,설비보수,공해방지시설 등 합리화 조치를 위한 투자는 지난해 6.2% 증가에서 올해에는 3.9% 감소로 책정했다.연구개발(R&D) 투자 증가율도 71.5%에서 7.5%로 낮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부품소재 기업들의 올해 생산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8.5% 증가한 267조 690억원으로 추산됐다.업종별로는 전기와 컴퓨터·정보통신,전자,철강 등의 생산 및 설비투자가 두드러지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수출액은 91조 6020억원으로 13.8%가 늘어날 전망이다.산자부는 설비투자 등의 증가 요인에 대해 ▲미국 등 세계경기의 낙관 ▲중국 등 해외시장의 수요증가 ▲전자·컴퓨터·전기 등 특정업종의 경쟁력 확보 ▲부품소재 업종의 기술력 신장 등을 꼽았다. ●고용은 부진,경기낙관 아직 섣불러 설비투자를 통한 생산과 수출은 늘 것으로 보이나 고용 규모는 컴퓨터·정보통신(5.9%) 부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구직난이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이명기 과장은 “국내 제조업이 완제품 중심에서 고부가가치의 부품소재 분야로 점차 전환되면서 부품소재 기업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산업연구원 안상길 연구위원은 “부품소재 업체가 설비투자를 신제품 생산 등에 집중한 것은 단기적으로 산업경기에 긍정적이나 R&D에 대한 투자를 오히려 줄인 점에서 조심스러운 투자확대로 파악된다.”면서 “산업경기가 부양되려면 고용증대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산자부는 부품소재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올해에만 정부재원 2473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 [씨줄날줄] 아름다운 기부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시인의 말도 있었지만 한국 사회의 희망과 저력은 역시 ‘보통 사람’에 있는 것 같다.지난 세밑 불우이웃돕기 성금 접수결과 부자동네로 소문난 서울 강남권 주민들의 모금액이 서울에서 하위권으로 나타났다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발표가 나와 쓴웃음을 짓게 하더니 새해 벽두에는 평범한 이웃들의 아름다운 사연이 보란 듯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어 하는 얘기다. 재산가치 400억원대의 병원을 16년 동안 가꿔 직원들에게 환원한 여수 성심병원 명예이사장 박순용(61)씨.그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상업고와 전문대를 나와 무일푼에서 자수성가한 경영인이다.숱한 실패를 겪었으면서도 “사회가 나를 믿어줘 성공했으니 세상에 진 빚을 갚아야 한다.”며 평소에도 달동네 주민 돕기 등을 해오다 이번엔 병원을 통째로 내놓았다.삶의 희망이었던 외아들 전재규씨를 남극 기지에서 잃은 아버지 전익찬(55)씨의 사연은 더욱 옷깃을 여미게 한다.가난한 과학도로서 학비를 벌고자 극지근무를 자원한 아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여행보험금,조의금 등을 모아 아들의 모교인 영월고교에 장학금 1억원을 기탁한 것이다.어떻게 보면 적은 돈일 수도 있지만 아들의 생명과 맞바꾼 ‘천금’일 수도 있는 돈을 후학들에 돌림으로써 그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있다. 사회상층부의 솔선수범을 뜻하는 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프랑스어가 있다.그러나 어쩐 일인지 우리나라에는 내로라하는 명망가보다 자수성가하거나 어려운 이들의 기부 소식이 더 자주 들린다.지금까지 거액을 쾌척했다는 이들은 삯바느질 할머니,행상 아주머니,국밥 장수 등이 대부분 아니던가.혹자는 사회 상층부의 정통성 부재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문화자본이 결핍된 천민적 졸부들이 사회적 의무를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로는 ‘보통사람’들의 ‘아름다운 기부’행위가 설명되지 않는다.텔레비전 프로그램의 ARS모금에 답지하는 온정 현상은,모든 국민은 이미 마음은 ‘노블레스(귀족)’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문제는 성숙한 일반 국민의 수준을 못 따라 주는 우리 사회의 상층부이다.‘아름다운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우리의 한심한 정치인,기업인들을 떠올리며 분노하게 되는 것도 다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신연숙 논설위원
  • [자문위원 칼럼] 독자에 대한 약속과 실천

    신문 만드는 사람(기자)들의 하루하루를 깊이 생각해보는 독자들은 많지 않으리라 짐작된다.쏟아지는 뉴스를 보기 좋고 읽기 좋게 가공하는데 제작진이 쏟는 열정은 어느 날짜 지면이라고 다를 바 없지만 유별나게 신경을 쓰는 날이 있다.신년호와 창간기념호다.올해 서울신문의 신년호는 여느 해와 의미가 달랐을 것이다.제호를 다시 바꾸는 결단과 창간 100년을 맞는 해이기에 더욱더 기자들의 혼을 담으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신년호를 읽는 재미는 더 없이 쏠쏠하다.그 해의 지면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서울신문은 ‘소통하는 사회를 만들자’고 신년사설에서 주창했다.‘소통’이라는 용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무엇보다 우리사회의 제반문제들을 한 단어로 응축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연말에 읽었던 ‘왜 우리의 저널리즘은 실패했나(한국언론재단 발행)’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시걸위원회 보고서와 중첩돼 와 닿았기 때문에 흡인력이 더했다.이 보고서는 지난 5월 제이슨 블레어라는 기자의 기사조작사건을 계기로 자사편집국의 문제점을 밀도 있게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했다.그들은 여러가지 문제점의 중심은 ‘의사소통’의 부재였다고 고백하고 보도에 대한 독자의 비판에 주목하겠다는 취지의 퍼블릭 에디터(public editor)제도를 도입했다. 필자는 지난해 ‘창간 99돌 아침 새 발행인의 다짐’(7월18일)도 찾아 다시 읽었다.‘독자가 만들고 우리가 읽겠다’는 역설적인 다짐이 비장했다.금년 신년호 사설과 지난해 발행인의 다짐을 아우르는 단어는 결국 소통으로 귀결된다.이런 다짐과 약속은 끊임없이 지면에 배어나야 한다.편집자문위원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신문을 애독하면서 ‘많이 달라지고 있구나.’하는 평가를 내린다.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는 심정이지만 여전히 아쉬운 기사들도 눈에 띈다. 신년호 3면의 ‘盧캠프 검은 돈 42억 추가발견’ 기사는 폭로 주체인 민주당의 주장만 있었다.몇몇 신문은 폭로 대상인 열린우리당의 입장을 실었다.진실여부가 불확실한 폭로기사는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전달해주는 것이 기본이다.그런 다음 그 말의 책임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질김을 보여 줘야 한다.이런 기사에 대한 진실규명 없이 흐지부지되는 관행이 지속될 때 ‘아니면 말고’식의 추악한 정쟁으로 비화한다.이런 점에서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에 언론도 책임의 일단을 면키 어렵다.공인이 말한 것이니 팩트(사실)가 있는 기사라고 강변하는 것은 언론의 소임인 ‘진실추구’를 간과한 소극적 자기변명이다.이런 언론관행을 독자들은 ‘따옴표 저널리즘’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서울신문은 2일자 3면 사고에서 기획·탐사보도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탐사보도의 전설로 내려오는 워싱턴포스트의 워터게이트사건 폭로기사나 뉴욕타임스의 국방부 기밀문서보도는 사주와 데스크의 결단,기자의 끈질긴 자료수집노력과 이 보도를 막으려는 외압에 사표를 내고서라도 보도하겠다는 기자정신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최근 컴퓨터를 활용한 통계처리는 탐사보도의 기본이 되고 있다.수없이 쏟아지는 각종 통계자료를 가공할 수 있는 기능습득 없이는 불가능하다.언론인의 재교육 수준이 ‘미용사보다 못하다.’는 미국언론의 반성을 우리언론은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기자전문화에 관한 한 서울신문을 부러워할 수 있도록 회사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해 본다. 최광범 한국언론재단 제작팀장
  • 50만원 이상 기업접대비 증빙서류 의무화/‘흥청망청 접대’ 막는다

    “나눠끊기와 돌려막기가 안 된다면 현금거래나 해야죠.”(전자업체 A기업 관계자) “경기가 안좋아 접대비를 줄일 계획이었는데 명분도 생기고 잘 됐죠.이번 기회에 접대 문화도 바뀌었으면 합니다.”(기계업체 S기업 관계자) “정부가 기업의 접대비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영업활동만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겁니다.”(부품하청업체 D기업 사장) 국세청이 50만원 이상의 접대비에 대해 ‘실명제’를 실시키로 하자 기업들의 반응이 다양하게 쏟아졌다. ▶관련기사 2면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당장 대안 부재로 고민하고 있다.술과 골프 접대를 제외하고 특별한 접대 문화가 없는 상황에서 ‘접대 실명제’ 실시로 연초부터 ‘걱정거리’를 하나 더 안겨줬다는 시각이다. 국세청은 우리사회의 후진적인 향락성 접대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입증대상 접대비와 지출증빙의 기록·보관 방법 등을 담은 ‘접대비 업무관련성 입증에 관한 국세청장 고시’를 제정,올 1월부터 시행한다고 5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업이 접대비로 건당 50만원 이상을 지출할 때에는 접대자와 접대 상대방,접대 목적 등 업무와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증빙서류를 작성해 5년 동안 비치·보관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세법상 ‘비용’처리를 받지 못해 세금을 더 내게 된다. 기업의 무분별한 접대 행위가 줄어들고,기업 임직원들이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쓰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접대비가 업무와의 관련성이 있는지를 입증하려면 정규 영수증(신용카드 매출전표,세금계산서,계산서)의 뒷면 또는 영수증을 붙인 용지의 여백에 접대자와 접대 상대방 및 접대 목적 등 지출내역을 기록,보관하면 된다. 이런 방법이 번거로우면 접대비명세서를 전산테이프나 디스켓 등 전산으로 작성해도 상관없다.이 경우에도 영수증은 반드시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국세청은 2건 이상의 지출이라도 날짜와 장소 및 거래처가 같아 하나의 지출행위로 인정될 경우에는 1건으로 보고 건당 50만원 이상 거래인지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같은 장소에서 같은 거래처에 대해 날짜를 달리해 1건의 거래금액을 50만원 미만의 소액으로 쪼개 결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증빙서류는 보관만 하고 있으면 되고 세무서에 제출할 필요는 없다.다만 세무조사를 받다가 세무당국이 기업경비의 변칙처리 등과 관련해 제출을 요구하면 이에 응해야 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기업의 접대비 지출 규모는 지난 2002년 4조 7434억원으로 2001년의 1.2배에 해당하는 등 매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또 2002년의 접대비 가운데 룸살롱,단란주점,극장식당,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에서 사용한 금액은 32.2%인 1조 5295억원에 이른다. 세법상 접대비 손비 인정 한도액은 매출액 100억원 이하 기업은 매출액의 0.2%,100억원 초과 500억원 이하는 0.1%,500억원 초과는 0.03%이다. 오승호 김경두기자 osh@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타원형 감옥의 외부-백민석 소설 목화밭 엽기전과 그 맥락

    강 경 석 1.기율과 충동의 사이 백민석의 소설들은 낯설다.그래서 그는 활동 초기부터 비상한 주목을 받아왔다.그러나 그런 만큼 오해와 풍문속에 내버려져 있기도 했다.그에 관한 논의들 대다수가 “긍정과 부정의 양 극단에 서”(하상일)있다는 지적은 여기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작가 백민석은 과장된 지지와 일방적 폄하 사이에서도 소설적 기율에 대한 자의식과 하위문화적 충동 간의 길항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어 문제적이다.이는 그의 소설을 전위주의(avant garde)나 키치적 신세대론으로 소급하게 만든 흔한 실마리이기도 했다.그러나 이 길항이 가지는 가시적 면모들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그보다는 하위문화소들의 무잡한 전경화 뒤에 작가가 무엇을 배치해 놓았는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하다.그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90년대적 공통감각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 혹은 “억지로 깨워 불러들여”(261면)진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작가이다.그의 소설들이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범주로의 손쉬운 편입을 수락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들은버려지고 배제된 것들(abjection) 말하자면 “병원 수술실에서 나온 적출물더미”(74면)의 잡종교배를 통해 태어났다.하위문화적 기시감으로 얼룩진 “적출물더미”들이 작중현실을 대신하면서 이들을 단순한 상징이나 알레고리로 보이게끔 만들지만,백민석의 서사전략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바는 비유적 세계의 너머에 있다. 우리가 길어 올리고자 하는 주제들은 모두 그의 네 번째 장편 ‘목화밭 엽기전’(이하 엽기전)을 경유한다.‘헤이,우리 소풍 간다’(이하 헤이)로부터 본격화된 백민석의 소설 작업은 자못 활력적이었다.그리고 그 도정의 옥매듭을 이루는 작품이 바로 ‘엽기전’이다.이후 출간된 소설집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이하 장원)이나 장편 ‘러셔’도 이 텍스트의 장력 바깥은 아니다.‘엽기전’은 백민석의 성공과 실패를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창이다. 2-1.기생(寄生)과 평질변이의 공간들 벤야민은 카프카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그것을 “멀리 떨어진 두 개의 초점이 있는 타원과 같다.”라고 썼다.이처럼 ‘엽기전’ 또한 두 개의 초점을지닌 타원 구조를 띠고 있다.그러나 카프카의 작품이 현대사회의 알레고리적 재현이라면 ‘엽기전’은 그 ‘재현’의 재현이다.은폐된 두 개의 초점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적절한 축척의 개략도 한 장을 준비하기로 한다. 주인공 한창림은 대학 강사이다.그에게는 수학과외 교사를 하는 아내 박태자가 있다.과천에 살고 있는 이들은 비교적 분명한 사회적 신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괴한 작업에 몰두한다.그것은 미소년들을 자신들의 집 지하실로 납치해 스너프필름을 찍는 일이다.이는 시종 “흰 연기”(281면)에 비유되는 공포스러운 존재 “펫숍삼촌”의 사주에 의한 것이다.‘펫숍의 영어표기 pet에’는 ‘성애의 개념도 포함되어’ 있으며 거기에서는 “도착적인 냄새”(128면)가 난다고 설명되듯 그가 한창림 부부에게 돈을 지불한 뒤 얻는 것은 관음증적 쾌락이다.이야기는 박태자의 제자이기도 했던 소년 윤수영이 이들 부부에게 납치·살해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생면부지의 한 회계사를 양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폭행하게 되고,그 때문에 오장근 형사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일이 “질서에서 어긋나”(188면)자 펫숍삼촌은 박태자를 살해한다.한창림은 오장근과 펫숍삼촌에 대해 복수를 꿈꾸지만 결국 실패하고 체포된다.이 파국의 막바지를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그는 “모자이크 처리가”(280면)된 “목화밭”을 발견한다. 물론 이상과 같은 개략도만으로 우리의 목적지가 금세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도착적 수사들을 일단 괄호치고 나면 텍스트는 의외로 쉽다.그것은 실존공간에 틈입한 우발적 폭력이 파국의 빌미로 된다는,매우 익숙한 플롯을 배면서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같은 맥락에서 “햇빛 때문에” 한 아랍인을 살해했다는 뫼르쏘(‘이방인’) 이야기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한창림과 뫼르쏘가 행사한 폭력은 부조리한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다.“양담배”나 “햇빛”은 사후에 조작된 것일뿐 폭력의 본질적인 동기는 아니기 때문이다.요컨대 ‘엽기전’은 지식인 주인공의 지리멸렬한 일상이 폭력적 충동 앞에 느닷없이 노출된 상황과 이질적이고 도착적인 수사들의 짜깁기로 구성되어 있다.이 발견을 열쇠로 삼아 텍스트에 좀더 가까이 가 보자. 우선 제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전(傳)이라는 이름의 작품 형식표지 때문이다.이것은 한 인물의 인생유전을 시간의 흐름에 입각해 서술하는,동아시아 고전문학의 대표적 형식 중 하나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현대적 굴절을 거듭해왔다.인물의 궤적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그것은 ‘박씨부인전’‘홍길동전’ 혹은 ‘라울전’(최인훈)‘유자약전’(이제하)과 같이 인물 지시와 이어지게 마련이었다.필경 전 형식을 새롭게 전유하면서 그 스타일이 고안되었을 ‘한씨연대기’(황석영)도 사례에 포함시킬 만할 것이다.그러나 엽기(獵奇)는 인물이 아니라 어떤 사태를 지시하는 말이다.그로테스크(grotesque)의 일본식 번역어일 가능성이 높은 이것은,최근 폭발적인 유행과 함께 하나의 문화적 화두가 되기도 했다.그러므로 ‘엽기전’은 엽기라는 문화적 표상들의 탄생과 성쇠를 기록한 형식이다.그러나 텍스트에 파종된 엽기들은 발생·성장·소멸이라는 시간적 체험과는 무관하게비선형(非線型)적으로 뒤엉켜있다.이런 측면은 자연스레 공간적 상상력을 유도한다.텍스트의 문면에 돋을새김 된 모티프들이 “동물원”“펫숍 건물”“지하작업실”“서울랜드”“목화밭”“과천” 등의 공간 표상들임은 시사적이다.지하분묘(grotta)의 벽에 표현된 반인반수의 기괴한 신체들로부터 파생,매스미디어적 운반을 거치면서 그로테스크는 엽기로 굴절되었거니와 엽기는 먼 기원에서부터 이미 공간 자질(지하분묘/일그러진 신체)을 보유했던 것이다.그런 면에서 ‘엽기전’의 전(傳)은 교란부호 내지 착란이다.그것은 엽기가 전(傳)이라는 선형(線型)적 시간에 뿌리내리면서 빚어진 형질변이의 결과여서,결국 의식의 ‘적출물더미 하치장’을 표상하는 공간 기호로 작동한다.이것의 대표적 작중 용례는 일상의 표면에 묻힌 한창림 부부의 “지하작업실”일 것이다.이곳에서는 마치 무의식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 설정 자체는 나체의 주술사가,흰 피부의 사내애와 벌이는,섹스의 향연이다.신께 제를 올리는 것이다.제물은 섹스이고,체액이고,신체이다.(212면) 재갈과 가죽 끈으로 포박당한 희생자는 끊임없는 린치의 반복앞에 저항할 힘조차 잃고 있다.한창림 부부는 카메라를 설치하고 상황을 연출하면서 마치 마계의 제사장처럼 행동한다.악마숭배의 제의적 모티프는 하위문화의 단골 레퍼토리이기도 하다.헤비메탈 밴드의 라이브 공연장은 가장 적절한 참조 대상이다.이들은 “무시무시한 대형 두개골 모형이 놓여 있고,사방에 스티로폼으로 만든 시체 조각 뼛조각들”(‘장원’146면)이 널린 무대에서 연주하곤 했다.그들은 관중을 향해 “날엉덩이”까지 흔들어대는 퍼포먼스를 서슴지 않는다.작가가 여기에 깊은 공감을 보이는 이유는 “모든 가식을 뚫고 자신과 현실을 직시하는 추잡한 날엉덩이의 미학”(‘장원’ 147면)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비교(秘敎)적 무대공간은 한창림의 지하작업실과 유사한 공간 자질을 갖는다.성스러운 신의 전당들이 지상으로부터 영원을 향한 상승 이미지라면,엽기전적 공간은 지하로 숨어든 하강 이미지이며,그것은 서구 고딕(Gothic)소설들이 공간적 배경으로 흔히 채용했던 폐쇄공간들(외딴 성,숲속의 저택 등)과도 통한다.한창림의 지하작업실이 “서울랜드와 동물원이 지어질 때 고립”(18면)되었다고 진술되면서부터 이들과 일정한 상호텍스트성을 획득하기 때문이다.실제로 ‘오트란토 성’(H 월폴) 같은 작품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지하실이나 비밀통로,폭력적인 남성형상 등의 모티프들이 두루 겹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엽기전’이 일반적인 공포물이나 고딕소설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그것은 소재주의에 함몰된 비약이다.상호텍스트성이 아무런 매개도 없이 동질성으로 전화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이를 과장하다보면 최인훈의 ‘웃음소리’나 박인홍의 ‘벽 앞의 어둠’,또는 이승우의 몇몇 근작조차 고딕소설의 일종으로 배분해야 지 모른다. ‘오트란토 성’이 봉건 이념의 종식을 징후적으로 포착한 경우라면,‘엽기전’은 근대 자본주의의 세포단위인 부르주아 핵가족의 내파(內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내력부터 다르다.이 앞뒤 사이에 가로놓인 역사의 심연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인데,그렇다고 텍스트에 드러난 고딕적 요소를 일방적으로 부정할 수만은 없다.그것은 ‘신체 상해’의 문학적 상관물들이 동시대의 한국문학에서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이것이 도시 체험의 축적에서 유래하는 일탈의 감각과 깊이 연루된 것이고 보면 우리 사회 일각에서 나타나는 포스트모던 징후의 하나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그런데 테리 이글턴 같은 경우는 여기서 더 나아가 포스트모던 자체를 오히려 “고딕의 뒤늦은 부흥”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그에 따르면 고딕이란,“편파적 시선에 의해 내던져진 괴기스러움의 그림자이며,허구 속에 안전하게 봉인된 팬터지이자 분노이기도 한,중간계급의 정치적 무의식”이다.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의 포스트모더니티를 과장하는 일도,서구적 맥락에서 고딕을 규정하는 일도 아니다.고딕환상물들이나 하위문화 양식들이 다양한 방향의 역사적 분절과 매체 전이를 경험하면서도 “중간계급의 정치적 무의식”이라는 기원적 동질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앞에서 말한 ‘재현(가상)의 재현’이란 무엇이 될 수밖에 없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더 중요하다.‘무의식”이라는 표현에서 예상되는 것처럼 하위문화적 충동의 1차적 재현이란 이미 “안전하게 봉인된” 저항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백민석이 수행하고 있는 ‘재현의 재현’ 전략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 것이다.버려지고 배제된 “적출물더미” 혹은 “쫓겨난 나쁜 냄새들의 익스트랙트들”(166면)은 “지하작업실”이나 “펫숍건물”에서 벌어지는 린치행위들(악마적 희생제의)과 함께 표면적으로는 위반의 정치학을 구사하면서도,내면적으로는 “사회체계”의 안전망 안에서 자기보존의 영속적 지위를 획득한 것들이다.그것은 또,하위문화 기제들의 비교(秘敎)적 무대공간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데,‘엽기전’은 이 점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다.그리하여 텍스트는 반항의 에네르기를 통제하는 봉인,“과천의 위생 처리된 맨홀 뚜껑”을 해체하는 일대 모험을 감행한다.이때부터 텍스트 전개의 중심축은 지하작업실의 은폐된 사실들이 표층으로흘러넘치면서 발생하는,파국을 향해 이주한다.한창림이 지하작업실을 불태우는 장면(234면)은 그 전환점이다.이 상상적 봉인해체 작업을 통해 백민석은 중간계급의 이상(理想)이 얼마나 안일한 기초 위에 축조된 것인가를 묻는다.한창림은 이를 “몰락”(232면)이라고 말한다.이것은 그의 목소리를 빌려 미리 암시된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얼마나 세상의 위협적인 눈들로부터 폭넓게 노출되어 있는지 깨닫곤 놀랐다.사람들은 다만 망상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자기가 안전하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 같았다.(68면) 첫 장편 ‘헤이’의 “퐁텐블로”나 ‘엽기전’의 “좋은 냄새가 나쁜 냄새들을 죄다 몰아낸 과천”은 중간계급의 이상(理想)을 외화시킨 인공낙원이다.그리고 이 공간들의 질서를 교란시키는 작업은,그 전제에서부터 “사회체계”의 기초를 탐색하는 작업과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그것은 ‘엽기전’의 전략을 논리적 비약에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럴 듯하다.이러한 종류의 탐색 작업은 늘 집 또는 가족의 문제와 관계 맺는다.근대문학의 전통이 끊임없이 물어왔고 또 동시대의 문학적 상상력들이 여전히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백민석 또한 가족이라는 공간에 대해 묻는다.그곳은 “우리의 지옥”(‘헤이’,244면)이다. 2-2.집의 포자(布子)들과 두 갈래의 초월 근대적 가족 이미지의 거처(topos)로 기능해온 ‘집’은 백민석에게 와서 다시 씌어진다.그는 가족 이념의 내파를 출산과 ‘배설의 이미지’를 오버랩시키는 실존주의 모티프를 통해 보여준다.임신 중인 박태자가 “가족 없이도(…)그럭저럭 결혼까지 하며 제법 꾸려져왔”(142면)던 자신의 삶을 강변하며 아버지의 방문을 거절하는 장면,그리고 화장실에서 사산(死産)하는 장면.이 두 장면의 연속배치는 결정적이다.자신의 기원을 부정하면서 재생산의 고리마저 끊어낸 ‘집’(또는 가족)이란 그 자체로 전복적인 하위문화 공간이자 “지옥”이다.이것은 매우 급진적인 강렬도에 의해 지탱되고 있어서 텍스트의 등장인물들은 아무도 이타카(Ithaca)의 회복을 욕망하지 않는다.이런 점에서 백민석의 인물들은 기억의 서사를 추구하는 윤대녕의 주인공들과 대조적이다.그곳에는 어떤 기억이나 회상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부조리한 충동은 거의 언제나 우발적인,비가역적 동시성의 소산이기 때문이다.기억의 돌출은 기껏해야 한창림이 자기 어머니를 떠올릴 때처럼 파편적 이미지로 던져지거나(154면),박태자의 경우처럼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암페타민의 환각”(99면)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주인공들의 성격이나 행위가 작가의 궁극적 주제를 직접 매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이는 작가가 한창림과 박태자의 교차진술을 통해 작중 상황을 반복 객관화시키면서 더욱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다.주인공의 욕망이 작가론의 직접적 상관물로 환원될 수 없다는,일견 단순한 사실이 지금껏 무시되면서 ‘엽기전’은 냉소나 허무주의적 저항담론의 일방통행로에 갇혀 버렸다.물론 ‘헤이’와 같은 초기작의 경우,하위-충동의 허무주의를 준거점으로 삼으면서 결국 세대론적 인정투쟁에 희생된 측면이 없지 않다.그러나 충동의 무정부적 방출을 일삼는 주인공이란 하나의 설정일 뿐이지 궁극은 아니다.이들을 다루는 작가의 시선은 마치 스크린 속에서 만난 괴기사건을 독자들에게 전달,‘재현의 재현’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하는 듯 담담하다.작중인물들에 대한 연민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근본적으로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우호적이지 않다.그러므로 허무주의적 세계관 또한 출발점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헤이’ 이후 작가에게는 단 두 가지 길밖에 없었다.출발점의 진화를 위해 망설임없이 밀고나가는 길,그리고 부조리한 충동들의 존재근거를 되짚는 길이 그것이다.앞의 것은 “목화밭”으로 가는 길이고 뒤의 것은 ‘내가 사랑한 캔디’,‘불쌍한 꼬마 한스’,‘이 친구를 보라’로 이어지는 자전적 소설의 길이다.그것은 단지 선택의 문제이다.“목화밭”으로 가는 길 끝에서 한창림 부부가 몰락한다는 것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자칫 이 끔찍한 존재들의 실패담이 무책임한 냉소로 비칠 수 있겠지만,하위문화의 봉인된 저항이 늘 그런 것처럼 그들은 자신들의 태생적 한계에 의해 몰락하는 것뿐이다.그것은 기원 혹은 자신의 존재근거(집)를 스스로 거절하면서부터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백민석은 이것을 “괴물들”의 숙명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숙명’이라는 말에 이미 전제된 것처럼,한창림 부부의 몰락은 단지 기성질서나 사회체계의 견고함을 인정하고 확인하는 충격적 절차에 불과하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아니 좀더 일반론적으로 말해서,주인공의 몰락은 늘 체제에 대한 굴복을 뜻하고 마는가.우리는 그 반대의 사례들을 분명히 알고 있다.쥘리앙 쏘렐((적과 흑))의 몰락이 단지 타락한 욕망의 몰락일 뿐이며 이동혁((객지))의 실패가 영웅주의의 실패에 불과한 것처럼,한창림의 파멸은 가상의 식민지 위로 흘러넘친 그 무정부적 충동의 패배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다.(엽기전)에서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결정적 토대는,기억의 환원작용을 철저히 단속하면서 “훗날,그의 기억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끔”(234면) 집이라는 상징을 소각시켜 버린 데에 있다.그것은 다만 지하작업실의 끔찍한 린치와 패악들을 포장하는 초월적 가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위-충동의 공간으로 전락한 집(獵奇傳)은 단순한 상징이기를 멈추고 마치 암세포나 포자식물들이 그렇듯 확산 증식한다.지하작업실에서 “섹스”와 “신체”가 “제물”(212면)이 된다는 진술은 그래서 설명 가능해진다.근대적 주체 재생산의 전제가 되는 남녀간의 성적 교환을 악마적 제의로 탕진하면서,출산과 배설의 이미지를 등치시켰기 때문이다.이 공간이 지닌 능력은 통상적 상상을 넘는 것이어서,거의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에 필적한다.이 “지하작업실의 깜깜한 자궁”(91면)에서 길러져 나온 포자들이란 비정상적 과정을 통해 탄생한 비정상적 존재들이며 체계의 관리망 안에서 “도착적”으로 왜곡된 인공 “수컷성”의 담지자들이기도 하다.“학교 안의 새끼 수컷들”(69면)이나 “동물원의 독방에 갇힌 만드릴 육식원숭이”(175면),“정신병원의 조울증 환자들”(138면) 등은 바로 그 증식의 사례들이다.지하작업실의 포자들은 훈육시설 즉 사회체계의 관리 시스템에서 기생한다. 이것은 빅토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어두컴컴한 실험실이 괴물을 탄생시키는 하나의 자궁으로 기능한다는 지적(G 스피박)을 연상시킨다.그러나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년)이 여행(모험)의 구조를 통해 비정상적 존재(괴물)의 정신적 성숙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면,‘엽기전’에는 성숙 혹은 교양(Bildung)의 과정이 삭제되어 있다.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조화로운 가족서사에 대한 강렬한 향수(괴물은 빅토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요구하지만 거부당한다)를 지닌 반면 후자는 가족서사 자체를 히스테리에 부쳐버린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이것은 전(傳)이라는 시간적 형식이 왜 엽기라는 그로테스크의 변종과 만나면서 공간화 되는지를 부연한다.가족은 주체의 인큐베이터이며 성숙이란 그 시간적 진화 과정이다.텍스트는 전통적인 소설의 중심축이라 할 성숙의 문제를 수락하지 않음으로써 시간성의 장력으로부터 이탈하려 한다.이 텍스트가 읽기의 습속에 저항하는 것은,한편으로 비선형적이고 공간적인 그래서 공시적 사유방식에 의해 지탱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서사의 절연과 접합된 공시적 사유방식은 의미심장하다.근대적가족 이미지가 학교나 군대와 같은 훈육시설들의 이미지와 함께 자본주의에 의해 수행되는 상징조작의 일환(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이었다는 성찰과 맞닿으면서,90년대에 등장한 이른바 신세대 작가들은 가족의 문제를 자신들의 중심 과제로 삼았던 것이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집단적 주제로부터 ‘엽기전’은 그러나 조금 더 전진해있거나 약간 비켜 서 있다. 약간의 비약이 허락된다면,분단 이후의 한국소설사는 가족의 균열을 중요한 축으로 설정해왔다고도 할 수 있다.이것은 주로 결손의 문제와 연루되어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이데올로기 갈등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이는 아비부재에 집중되어 있었다.이것은 김소진에 이르기까지 승계되었다.이 전통은 근원적 실향의식과 친족관계를 형성하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발산해왔다.그러나 90년대의 풍속 주체들은 그것을 냉소와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이들의 공과를 떠나서라도,가장 급진적인 작가로는 배수아가 적임일 것이다.그는 동요하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이미 파산선고를 내린 듯이,“어머니”를 새로운 해체대상으로 설정한다.그러므로 결손의 모티프를 구사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아비부재가 아니라 어미부재로 나타난다.그러나 “어머니,나는 이제 죽을 때까지 어머니의 아이가 아니겠어요”(‘부주의한 사랑’)라고 외치는 배수아의 “아이들”마저도 기원에 대한 향수를 무의식적으로 드러낸다.강렬한 향수야말로 이 도저한 거부의 진정한 추동력인 셈이다.‘엽기전’을 동시대의 유사한 징후들 속에서도 분별하게 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텍스트는 가족서사의 부정적 연혁을 작성하면서도 기원에 대한 향수를 음각(陰刻)하고 마는 평균적 해체작업에 만족하지 못한다.그 거부의 의지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혹독한 양상을 띤다.텍스트는 가족서사에 대해 “너무나 흔해서 얘깃거리조차 안”(48면) 된다고 말하기를 서슴지 않는다.이미 논의한 바와 같이 주인공들의 이러한 진술 자체가 텍스트의 궁극적 주제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이것은 잠정적으로 오이디푸스적 환원이라 부를 만한,근대적 가족제도의 구체적 질곡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인다.작가는 이것을 요약하기 위해 “수컷성”이라는 특유의 조어를 반복 사용하고 있다. 그 외피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오이디푸스적 환원이란 심층에서 남성적 지배질서를 지속시키려는 “사회체계”의 작동 방식을 함축한다.‘아버지와 아들의 경쟁’으로 상징되는 오이디푸스적 세계 안에서 성숙이란 결국 남성적 성숙에 다름 아니며,이는 근대적 가족 제도를 경쟁 이데올로기의 기초로 삼는 자본의 요구이자 동력이기도 하다.텍스트의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수컷성”이란 “영역싸움”“패권주의”“위계질서” 등으로 예시되는데 이것들은 경쟁 구조의 자기보존 양식을 말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이 질서에 붙들린 존재들은 어떠한 준거로도 윤리적 판단대상이 될 수 없다.이 세계에서는 선악의 이분 구도 따위가 처음부터 허락되지 않는다.충동적 가상들(수컷성)만이 거주하는 끔찍한 세계이기 때문이다.이는 전작(前作) ‘불쌍한 꼬마 한스’에서 오이디푸스적 성숙의 발생학을 탐사했던,백민석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다.잘 알려져 있다시피 꼬마한스는 프로이트의 주력 개념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전형적 사례이다.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아버지에 대한 공포를 낳고,그것이 다시 말(言)에 대한 공포로 전이되어 꼬마 한스의 신경증을 구성한 것이다.백민석의 주인공들도 공포의 기척 앞에서 실어증을 경험하곤 한다. 한창림은 공포에 전율할 때마다 “누군가 입 속에 비닐 빵봉지를 쑤셔박아넣은 것”같다고 느낀다.이 공포감은 “사회체계”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다.이는 백민석의 끈질긴 문제의식 중 하나인데,표현의 추상성을 넘어 은연중 역사적 환기력을 구체적으로 회복한 경우는 그에게 ‘엽기전’이 처음일 것이다.그는 ‘엽기전’의 후기에서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이 소설을 구상한 건 이곳 안양 평촌으로 이사오고 나서,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그게 94년이니까 벌써,칠 년 전의 일이다.(…) ‘뭔가 된’ 것은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97년의 일이다.그저 엮어 놓는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함이 컸던 것이다. 97년은 국내 경제를 준 공황시대로 내몰았던 IMF 외환위기 사태 혹은 신자유주의의전경화가 본궤도에 오른 시점이다.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엽기전’은 자본주의 사회체계의 가공할 위력에 대한 충격적 확인을 내면화한,우리들의 보고서다.한창림 부부와 그 혈육들이 하나같이 실업자이거나 비정규직이라는 것과 “뷰티풀 피플”의 남편이 파산한 사업가로 등장하는 것은 흥미로운 예증이 된다.“퐁텐블로”나 “과천”이 보여주는 위장된 혹은 상상적 안온함은 생산자본이 투기자본에 압도된 ‘거품경제’ 만큼이나 “텅 빈”,그리고 아슬아슬한 것이다.그가 작중현실로 설정하고 있는 하위문화적 충동의 세계가 그러한 것처럼 그것은 파국의 예감을 이기지 못한다.작품 구상 단계의 모호함이 명료한 의지를 얻게 된 것도,무정부적 충동의 발산에 기울어 있던 작품세계가 일정한 전환점을 획득한 것도 모두 동시대 감각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엽기전’은 우리 시대의 집단신경증(부조리한 충동)이 자본주의의 세계적 관철 혹은 “수컷성”의 일방통행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이는 백민석이 의도적으로 성숙의 문제를 삭제한 결과이다. 그런데 성숙의 문제를 괄호치는 것은 근본적으로 가능한 일인가.하위문화적 충동의 무잡한 전경화 뒤에는 이런 의문들이 도사리고 있다.성숙은 블랙홀의 심처와 같이 끊임없는 소환의 인력을 발산한다.성숙의 저 끝 간 곳은 초월의 영역일 것이며 이것은 텍스트 내부에서 두 갈래의 길을 연다.하나는 수컷성의 최상층을 차지하는 “펫숍삼촌”을 제거함으로써 빅 브라더(‘1984’)에 필적하는 질서의 지배자 혹은 신적인 관람자(펫숍은 모든 것을 알고,또 본다)가 되는 길이며,다른 하나는 무정부적 충동을 끝까지 밀고나가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편의상 앞의 것을 상승초월,뒤의 것을 하강초월이라고 이름 붙여 본다면,텍스트는 이 두 개의 극점을 지닌 일종의 타원 구조를 갖고 있다.텍스트의 등장인물들은 모두,두 개의 극점이 발산하는 인력 사이에서 진동하는 존재들이다.이는 일반적인 성숙의 서사와 그 음각인 ‘프랑켄슈타인’류의 ‘하위-충동’ 서사를 양 극점으로 삼는 구조이기도 하다.앞에서 벤야민의 카프카론을 예시했던것도 이 때문이다. 하위문화적 충동의 포자들은 소설적 기율(또는 성숙의 플롯)에 기생하면서 ‘엽기전’이라는 변종을 만들어낸다.이 변종의 변종성은 텍스트 내부의 공간 배치,확산에 의해 이루어지며 두 갈래로 나뉘어 각각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의 공간으로 작동한다.이들의 공동 거처는 “제2정부종합청사”“서울랜드”,“동물원”이 있는 공간 과천으로 설정되어 있다.이곳은 “수도권에서 가장 살기 좋은 시로 뽑힌”(165면) 곳이며 그 이유는 “좋은 냄새가 나쁜 냄새들을 죄다 몰아”냈기 때문이다.이곳은 그러므로 엄연한 실재이기를 그치고 ‘헤이’의 “퐁텐블로”처럼 중간계급적 이상의 재현물로 전도된다.“냄새”나는 “적출물더미”들을 은폐하면서 보편적 행복을 가장하기 때문이다.여기서 “나쁜 냄새”란 “수컷성”의 기화작용 혹은 확산을 말하는 것이다.이데올로기의 상징 조작이 최고의 효율성을 발휘할 때 “살기 좋은” 계획도시 과천의 지하에서는 배제의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었던 것이다. 이 배제의 희생물이 되지 않으려면 초월적 수컷이 되는 수밖에 없다.실제로 “펫숍삼촌”의 수컷성은 배제 프로그램(사회체계)을 넘어서 있다.“세상의 눈은 그걸 볼 수가 없”(125면)는 상승초월의 영역에 놓이는 것이다.“어디에도 없으면서 어디에나 있는”(117면) “펫숍 공간”은 삼촌이라는 이름의 친숙성과 결탁하면서,체계로부터 자유로워진다.그에 반해 한창림의 엽기전 공간은 “뷰티풀 피플(사업실패로 와해된 가족 형상)”과 함께 프로그램의 희생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다.그들의 충동은 태생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들은 그저 “쫓겨난 나쁜 냄새들의 익스트랙트”(166면)들이다.영역 싸움과 경쟁에서 밀려난 패배한 수컷들인 셈이다.‘엽기전’은 “흰 연기”(281면)로 표상되는 “펫숍삼촌”의 신적인 수컷성(상승초월)과 결국은 거름이 되고 말,야수의 수컷성(하강초월) 사이에서 전율하고 있는 텍스트다. 2-3.타원형 감옥에서 목화밭으로 ‘야수적 하강’과 ‘비교(秘敎)적 초월’의 두 갈래 길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갖고 뻗어나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 동일한 장소-표면에서다시 만나기도 한다.그것은 타원 구조의 양 극점이 자신의 몸을 뒤틀어 다시 만나는 뫼비우스의 띠이다.그 장소란 린치의 장소-표면이다.거기에서는 감시와 처벌,혹은 임의적인 폭력이 끊임없이 미끄러진다.등장인물들의 모든 탈출 기도가 수포로 돌아가는 이유는 텍스트의 세계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벗어날 수 없는 순환의 세계이기 때문이다.마치 버튼만 누르면 언제라도 반복재생되는 스크린처럼,그들을 둘러싼 세계는 거대한 하나의 감옥이자 부서지지 않는 벽들이다. 작중 공간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 펫숍공간은 가까이 다가가 “정체를 머릿속으로 짜맞춰보다가는,금세 덩치나 안전문이 떠올라 스스로 사고를 정지해버리”(123면)도록 만들면서 영역침범을 가로막는다.이것은 감시의 내면화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태어나기 전의 공간”(122면)인 펫숍에 구체적 형상을 부여하는 것은 오로지 벽,“시멘트벽”이다.텍스트 내에서 하강의 경험적 한계인 한창림의 지하작업실 또한 피범벅의 벽들이다.거기서는 린치의 흔적이 끊임없이 번지고 미끄러지지만,벽면들에 안전하게 둘러싸인 채이다.그러므로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은 주인공들의 폭력적 도주를 이끄는 강한 유혹이자 인력의 중심이면서,동시에 막혀 있는 어떤 것이다.“사회체계”의 어두운 핵심으로 직핍하는 길은 아무 데도 없다.저항도 발악도 체계의 허가 범위 안에서 이루어질 뿐이다.이 출구 없음은 그들이 중심 혹은 주체가 아니라 ‘만들어진 존재’ 즉 “사회체계”로부터 호출받은 타자들이기 때문이다.그들은 한갓 게임속의 평면 캐릭터에 불과한 자신의 실존을 증언한다. 그도 아내도 이 사회에서,날 때부터 운명지어진 존재들이었다.(…)괴물스러운 위력이 얼마나 막강하든,바깥에 존재(타자성-필자)하는 한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가 없다…… 그래서 괴물은 장난감 수준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잠들어 있던 괴물을 억지로 깨워 불러들여 놓곤,재미로 쫓아다니며 괴롭히고,종국엔 괴물이 왔던 곳,사회 체계의 바깥으로 다시 쫓아보내는 악취미의 희생물로 전락하는 것이다.(261면) 그들이 줄곧 “내면 없는” 존재로 진술되는 이유가 그것이다.그들은 오직 표면만을 가질 뿐이며 마치 “뷰티풀 피플” 공간에 진열된 “웃는 플라스틱”(인형)들처럼 속이 텅 빈 존재들이다.신체상해 혹은 “린치”는 텍스트의 시작점에서 끝점까지 수도 없이 자행된다.“텅 빈 목소리” 혹은 “사색하지 않는”과 같은 수사들이 끈덕지게 달라붙는 린치 장면들.‘엽기전’의 등장인물들에게 있어 내면이란 기껏해야 히스테리나 조울증·분노 등으로 표면화된다.신체는 하나의 표면이고 그 내부는 또 다른 해부학적 표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참혹한 인식이 텍스트를 무심히 곁눈질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이 피비린내 나는 일상 어디에도 사색이란 물건은 없다.”(134면) 이것은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이 막힘 혹은 “육중한 안전문”,“지표면”과 같은 일종의 벽면(표면)으로 제시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이것들은 끊임없는 표면들의 연속체로 구성되어 있다.“펫숍의 공간 구조는 자연스레,네 번째 공간,다섯 번째 공간,여섯 번째(…)갈수록 안전문은 육중해지고 접근 불가능해”(123면)지는 것이며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바닥없는 심연으로 사라지는” 것이다.그것은 그들이 스크린의 격자에 갇힌 디지털 화소조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견고한 감옥의 구조 안에서,한창림은 윤수영을 린치하고,펫숍삼촌은 한창림을 공포로 길들인다.여기서 초월의 전망은 ‘성숙한 깨달음’을 통해 생성되는 것도 아니고,절망적 추락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그것은 차라리 두 극단의 장력이 이루어내는 벡터 운동의 산물이다.실제의 공간 과천을 주무대로 배치하면서 실제의 실제성을 마음껏 왜곡하고 있는 ‘엽기전’은 표층 차원의 비현실성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현실주의의 산물이 된다.여기서의 현실은 고정된 무엇이 아니라,벡터운동이라고 했듯 생성과정 중인 어떤 것이다.그것은 근대적 가족이념의 이데올로기적 침윤 혹은 수컷성의 영역 분쟁으로 요약할 만한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의 작동방식을 기괴하게 드러낸다.“현실을 직시하는 날엉덩이의 미학”은 여기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텍스트는 현실을 괄호안에 묶는 팬터지도 아니고 은연중에 독단적 현실을 들이대고 마는 낡은사실주의도 아니다.텍스트는 생성과정 중인 현실 자체이며 끊임없이 포자 증식하는 전경화된 공간 표면들의 연쇄이다.이것이야말로 비가역적 동시성의 산물이다.이 찢어지지 않을 것 같은 혹은 “육중한 안전문” 같은 표면들은 박태자가 늘상 바라보는 “텔레비전 화면”이기도 하다.이 표면들의 연쇄는 단지 화소조합에 불과했던 한창림이 스스로를 해방시키려들면서 파국을 맞이한다.이때 자신의 근원적 종속성을 지각한,이 불길한 주연배우의 두 눈 앞에 “목화밭”이 출현한다.“목화밭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3부 제목) 한창림은 파국의 절정을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마치 우연인 듯,이 거대한 감옥의 바깥을 본다.그것은 초월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표면들의 완고함 앞에서,마치 자유의 계시인 것처럼 나타난다.그것은 언어적 해석의 대상이 아니다.너무나 낯설어서 오히려 공포감을 일으키는 어떤 것이다.텍스트는 그것을 “목화밭”이라고 부르지만,이미 통상적 기호로는 지시할 수 없는 대상이다.마치 최초의 인간이 자신의 세계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떼듯,“목화밭”이라고 우연히 발음된 것뿐이다.그것은 숭고(崇高)한 대상이다.체계에 붙들린 어떤 의미도 허락하지 않은 채 그저 “거기 목화밭이 있었다.” 거기 목화밭이 있었다.(…) 그는 알 수 없었다.어째서 여기가 목화밭인가? 씨는 아직 뿌리지도 않았는데,언제부터 목화밭인가? 그는 볼 수도 없었다.둔덕 전체에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었다.(…) 그는 목화밭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그는 삽을 놓고,두 손을 들어 눈을 가린 다음 울기 시작했다.누군가 그의 입 속에 비닐 빵봉지를 쑤셔넣은 것 같았다.커다란 쇠뭉치를 그의 입에 처넣은 것 같았다.(280면) 파멸의 순간에 우발적으로 그리고 모호하게 던져진 ‘그것’은 그러나 ‘엽기전’을 허무주의로부터 구원하면서 동시에 미래로 운반해간다.이것은 획기적이다.백민석은 언어적으로 지시하지 않는다.다만 하나의 자족적인 사물을 생성시키고자 한다.그는 텍스트 위에 어쩌면 자기 자신과도 전혀 무관한 자유를 창조하려한 것이다.그러나 이것은 어느 누구의 승리도 견인하지 않는다.우리는 모두 참패한 것이다.작가도 독자도 또 그 사이의 주인공들도 이 무시무시한 자유의 숭고한 출현을 그저 흔적의 형태로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그것은 “모자이크” 너머의 현실,진정한 현실이다.“목화밭”이라는 우발적이고도 가난한 기호가 ‘진짜 현실’의 숭고한 출현을 계시하고 있다.존재의 근본적 종속성을 깨닫는 순간 “아주 작은 한 구멍”으로 그것도 “모자이크”에 가려진 채로 그것은 나타났다.부서진 몸을 이끌고 나타난 벤야민의 “역사의 천사”처럼 자신의 가난함을 최대치로 드러내면서,이 타원형 감옥의 외부로부터 자유의 기억이 도래하는 것이다.그것은 “자유라는 이름의 형벌”(사르트르)일지도 모르지만,그 형벌은 해방의 약속과 함께 하는 형벌이다. 3.어쩌면 위험하기도 한 미래 이 스크린을 바라보는 우리들과 스크린 속의 괴물들은 서로를 되비추는 거울에 불과하다.‘엽기전’은 결국 한창림의 실패담이 우리 자신의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어쩌면 우리들 관객조차도 스크린의 표면에 붙들린 디지털 화소조합에 불과할지도 모른다.“인간은 누구도 예외없이,아직 자기 자신이 되지 못했다”는 아도르노의 말처럼,우리는 하나이면서도 여럿인,전지구적 자본주의·수컷성의 경쟁 이념·패악의 은폐전략인 가족로망스·안전처리된 저항의 초월적 가상들에 중독된 채로,우리 자신의 근본적 존재구속성을 망각한 것인지 모른다.이 중독성은 그 바깥을 사유하지 못한다.‘엽기전’은 바로 이 가상의 세계에서 가상을 껴안으며,동시에 가상의 근본적 존재구속성을 뛰어넘으려는,우리들 모험의 기록이다.동시대의 소비적 재현들이 보여주는 무분별한 질주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청신하게 환기시키는 것,이 거대한 감옥에 길들지 않은 ‘고통스러운 자유의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것은 ‘엽기전’이 ‘재현의 재현’을 전략적 준거로 삼으면서 얻어진 결론이며,어떠한 질서에도 구속되지 않으려는 간고한 투쟁의 결실이다. 그러나 ‘목화밭 엽기전’이 도달한 자유의 가능성은 매우 아슬아슬한 역학 장(場) 속에 놓여 있다.그는 알레고리적 재현 전략이 갖고 있는 근본적 허무감과 형이상학적 환원주의를 힘들게 벗어나면서,90년대의 평균서사를 딛고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 중 하나를 열었다.그러나 또 다른의 수준의 위험 앞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해체와 전도의 전략은 얼마든지 동어반복에 떨어질 수 있다.이제는 자신의 전제들조차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그가 출발한 전제들에 동의하지 않은 채로는 텍스트를 거의 읽을 수 없을 만큼 부자유스럽다.특히 그의 유난한 반인간주의가 그렇다.그가 그려내는 인간의 모습은 모두 알 수 없는 장력에 조종당하는 꼭두각시들이다.이것은 주체를 구조의 효과로 소급시키는,전형적인 구조주의식 사유법이다.반인간주의야말로 진정한 인간주의의 전제조건일 테지만,그것은 주장되고 선언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그것은 반인간주의가 지니는 미학주의적 성격 때문이다.계몽이성을 독단으로 몰아붙이면서,그 자리에 광기와 착란을 대신 들어앉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물론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숨쉬고 있는 n개의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살려내는 가운데,그것은 소멸해갈 것이다.미래를준비할 시간은 아직 필요하지 않은가. 지면 관계상 당선자의 양해 아래 원고 일부를 줄였습니다. ■당선 소감 먼저 심사를 맡아주신 두 분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그 분들은 내게 조그마한 오솔길 하나를 터 주셨다.다만 성실한 보행객이 되지 못할까 염려스러울 뿐이다.당선 소식을 접했을 때 당황했다.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세상을 보는 눈과 귀는 여태 어둡고 그것과 반드시 겹쳐져 있을 문학도,몸과 마음에서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그러나 이왕 엎질러진 물이니 헐거운 공부와 삶을 조금씩이라도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그것이 이 무책임을 모면하는 유일한 길이겠다. 이런 자리에서 문학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일은 내 깜냥도 깜냥이려니와 풋내기로서 주제넘은 짓이다.그러나 한 시대와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역동적 협업으로서의 ‘문학’이라는,큰 그림 하나는 잊지 않으려고 한다.이 협동작업의 작은 일원으로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돌이켜 보면 내게는 스승 아닌 분이 없다.은사님들은 물론이고 선후배 친구들,가족들까지도 모두 스승이었다.나는 그저 한 장의 백지가 된 것처럼 그들의 말없는 가르침에 어두운 귀를 기울였던 것뿐이다.그들의 빛나는 존재감이 나를 이리로 오게 했다.그래서 오늘의 이 고마운 자리는 영광이 아니라 갚지 못할 부채다.이 또한 잊지 않으려고 한다. 우선 고생하시는 부모님과 하나뿐인 내 여동생 경희에게 공을 돌린다.모자란 글줄이나마 더듬더듬 쓰는 법을 가르쳐준 인하대 국문과의 선생님들,선후배 동료 분들께는 소주라도 한 잔 올려야 할 것이다.학부 시절을 내내 함께 했던 청하 동인들에게는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아득하다.그리고 어려울 때마다 마음 뉠 곳을 마련해준 나의 든든한 후원자 금희에게는 사랑과 고마움을 함께 전해야 하리라. 약력 1975년 대구 출생. 인하대 국문과 대학원 재학 ■심사평 강정구씨의 ‘세상을 떠도는 목어들’은 차창룡의 시 세계를 풍자의 범주 안에 넣고 차창룡만의 특별한 풍자의 양식을 찾아내려고 애를 쓴 글이다.텍스트의 고유한 경험을 최대한 되살리는 방식으로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평론의 길이라면 강정구씨는 평론의 ABC를 안다고 할 수 있다.다만 문학의 고유한 경험은 무엇보다도 언어의 경험이지 주제의 그것이 아니다.주제를 가지고 경험의 세계를 휘젓다 보니 글이 겅중거리고 성길 수밖에 없다.김용하씨의 ‘비윤리적 세계의 재현과 윤리적 풍경의 기원’은 시적 직관을 통해 순간적으로 구현되는 창조적 공간으로서 시를 이해하고 그 창조적 공간에서만 가능한 인간 삶의 근원적인 조화의 경험을 읽겠다는 의욕이 두드러진 글이다.그러나 하나의 형식에 끈덕지게 매달렸다는 것이 개성의 표지가 될 수도 있지만,글을 도식적으로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이원동씨의 ‘떠도는 가족,주변부 삶을 보듬는 결곡한 서사’는 공선옥의 소설을 길동무처럼 따라 읽으면서 공선옥 소설의 존재의의를 설득력있게 부각시킨 글이다.그럼으로써 이 글은 독자에게는 개안을,작가에게는 위안을,그리고 글쓴 이 자신에게는 텍스트와 더불어 살아보는 경험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텍스트에 충실한 것이 얼마나 큰 미덕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글이다. 강경석씨의 ‘타원형 감옥의 외부’는 백민석 소설의 그로테스크한 세계를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와 미학적 경험 사이의 상관관계를 폭넓게 조망한 글이다.생의 적출물의 의미,폭력적 충동의 존재 형식,고딕의 정치적 무의식,가족 이념의 내파,세계의 남성적 지배와 타원형 감옥 구조,디지털 화소조합으로서의 삶의 경험 등등 현대성의 핵심적인 주제들을 망라하는 한편 문학의 글쓰기가 그 주제들과 동일체를 이루면서 또한 해체·변형을 행하는 가운데 도출되는 미학적 경험의 굴곡을 잘 보여주고 있다.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바란다. 김인환 정과리
  • [日열도에 뿌리내리는 신보수](2)퇴조하는 호헌세력

    |도쿄 황성기특파원|일본 정부가 자위대 파병을 각의에서 결정한 엿새 뒤인 지난 12월15일 국회와 의원회관 사이의 보도에서 조그만 집회가 열렸다.중의원에서 개최 중인 외교방위위원회의 자위대 파병 심의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집회였다.청년 노동자,학생들로 구성된 ‘월드 액션’ 집회의 참가자는 20명을 넘지 않았다.이들은 확성기로 호소하고,전단을 나눠주기도 했으나 지나는 시민들은 거들떠보려고 하지 않았다. 풀뿌리 신보수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사회민주주의 세력을 포함한 중도,좌파진영의 설 땅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보수화 진전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자,시민들에게 파고들지 못한 이들 진영의 전략 부재,노력 부족이 사회민주주의 세력의 퇴조를 불렀다. 패전 후 일본 정치 ‘55년 체제’의 한 축을 이뤄온 사회당의 후신인 사민당 당사는 일본의 ‘여의도’에 해당하는 도쿄의 한복판 나가타초에 널찍히 터를 잡고 있다.자민당 당사를 뺨치는 커다란 당사이지만 국회의원은 중·참의원 합쳐 12명에 불과하다.의원 253명의 대부대를 거느렸던 사회당 시절(1959년),90년대 자민당과 연정을 구성한 적도 있는 ‘좋은 시절’과 비교하면 이만저만한 격세지감이 아니다. 작년 총선에서 현역 12명이 낙선하는 바람에 의원을 포함,의원 1명당 3명의 비서가 한꺼번에 ‘실직’했다.정당보조금도 깎여 45명의 직원이 있는 당 본부 운영도 큰 부담이다. 지난달의 당 대회에서 제1야당 민주당과의 통합 제안도 나왔을 만큼 당의 진로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도이 다카코 당수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후쿠시마 미즈호 체제가 출범했으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후쿠시마 당수는 “유사법제에 찬성한 민주당과는 하나가 될 수 없다.사민당에는 사민당의 길이 있다.”고 통합에 극력 반대이다. 민주당(제1야당)의 간 나오토 대표는 “지켜보고 있다.”고 하지만 통합도 생각하는 눈치다.올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다시 의석이 줄어든다면 사민당의 앞날은 그야말로 깜깜하다.공산당(중·참의원 29명)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미국계 통신사의 일본인 기자인 히토미 가오리(30·여)는 “평화헌법을 지킨다는 호헌(護憲)은 중요하지만 연금 같은 현실적 문제에 사민·공산당이 무엇을 해줄 수 있을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없었다.”고 말했다.사민·공산당의 패인이 호헌만을 전면에 내걸었을 뿐,정작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문제에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주간지 중 거의 유일한 좌파 성향인 ‘슈칸긴요비(週刊金曜日)’는 지난해 8월 ‘패전으로부터 58년,되살아나는 내셔널리즘’이란 21쪽짜리 특집기사를 꾸몄다.6월의 유사법제 통과,이라크 파병의 배경에는 내셔널리즘의 부활이 있다고 본 때문이다. 일본 사회의 우편향을 걱정하는 이 주간지의 야심찬 특집에도 불구하고 반향은 적었다. 편집장 오카다 모토하루는 “3만부의 부수로는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한숨을 내쉰다.1993년 창간 당시 5만부로 출발한 이 잡지의 쇠락은 중도·좌파 진영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오카다는 “90년 이후 경제번영이 끝나고 일본이 침체에 빠지면서 답답한 마음이 커졌다.그런 느낌을 해소하기 위해 강한 일본,강한 국가를 바라는 사람이 늘어났다.”면서 “이런 경향을 우파의 논객,정부가 이용하고 우파 잡지들은 그 틈새에 부수를 늘렸다.”고 풀이한다. 슈칸긴요비의 대칭축에 있는 우파성향의 ‘사피오(SAPIO)’는 지난달 슈칸긴요비의 특집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본의 애국심-어디가 나빠’라는 26쪽짜리 특집을 내놓았다. ‘김정일이 납치를 시인함으로써 일본의 애국심은 눈을 떴다’는 기고를 포함한 이 특집은 서문에서 “분출하는 ‘일본 내셔널리즘’ 비판의 와중,전후 58년간 터부시돼 온 ‘나라를 위해 싸우는 마음’이 시험받고 있다.”고 쓰고 있다.이 잡지는 최근 3만부를 늘려 15만부가 됐다.불황 속의 출판계에서 이례적인 부수 증가다. 호헌이 편집 방침인 슈칸긴요비의 퇴조,‘내셔널리즘 비판’을 비판하며 애국심을 전면에 내세운 사피오의 활기는 변화하는 일본의 축소판이다. 릿쿄대학의 이종원 교수는 “호헌,혹은 사민주의 세력은 반전 평화에 기반을 두고 있었지만 일본에서 시대적 역할이 끝난 것 같다.”고 풀이한다.그는 “낡은 사고,낡은 언어만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가지 못했고,새롭게 태동한 내셔널리즘,지역주의(동아시아)를 적극 평가하면서 일본의 새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4일 선거 출마자와 당 간부가 참석한 사민당 간담회.출석한 43명 중 38명이 낙선자였다.이들은 “‘호헌’이라는 말을 젊은층들은 잘 모른다.”면서 사민당의 슬로건인 ‘호헌’의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선거 결과만을 놓고볼 때 사민세력의 부활이 불가능할 것 같지만 반드시 ‘종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이오 준 정책대학원대학 교수는 “사민·공산당 지지자의 고령화가 현저해 두 당이 세력을 늘리기는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사민 세력의 종언이라고 하기도 어렵다.”면서 “여당인 자민·공명당에도,야당인 민주당에도 사민세력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이들 사회민주주의적 사고를 살려나갈지가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marry04@ ■저널리스트 우오즈미의 진단 |도쿄 황성기특파원|저널리스트인 우오즈미 아키라(魚住昭)는 “그렇게 되면 안되겠지만 사민주의 세력이 없어질 가능성이 꽤 높다.”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다.그는 “혼네(본심)와 다테마에(입장)가 일치하는 새로운 사민주의,즉 가난하고 약한 사람도 행복하게 먹고 살아갈 수 있는,전쟁만은 안된다는 사상을 분명히 갖춘 세력,지금의 사민당을 대체할 세력이 나오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총선 결과는 일본 유권자가 사민주의 세력을 퇴장시키려고 한 것인가. -내셔널리즘의 만연이라고 할까,그런 현상이 최근 10년 동안 급격히 일어났다.9·17 북·일 정상회담에서 나온 납치사건 시인도 사민주의,사민당적인 것에 대한 반감을 강화했다.그런 의미에서 사민주의는 필요없다는 생각이 급속히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아사히신문 조사(2003년 11월)에서 갓 당선된 중의원의 70%가 개헌에 전향적이었다. -산업의 공동화라고 할 정도로 일본 기업이 해외로 가고 있다.그만큼 일본에 있어서 해외 권익이 중요하게 되고 있다.그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군사력이다.이라크 파병은 미국의 요구도 있지만,한편에서는 장래 해외 권익을 지키려는 일본 경제계의 속셈도 깔려 있다.헌법 9조 개정도 연동하고 있다.당연히 개헌이 일어날 것이다.우리처럼 개헌이 “위험하다.”는 사람들은 극소수이니까,(개헌을 막기에는)상당히 절망적 상태다. 그만큼 절망적인가. -예를 들어 동해에서 일본 어선,화물선이 북한 공격을 받아 침몰됐다고 하자.지금의 여론은 절대 북한을 용서할 수 없다.그런 일이 일어나면 일본 여론은 들끓을 것이다.정당방위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해외 공장에서 일본 권익이 침해되거나 몇명이 살해된다든가 하면,과거의 상하이사변같은 일들이 지금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전쟁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이시하라 신타로 같은 망언을 하는 사람이 300만표를 얻는 일은 10년 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지금 일본 상황은 굉장히 위험하다.더욱이 일본인에게는 과잉 동조(同調) 성향이 있어서 학교,회사 같은 조직이 요구하는 이상으로 동조해 간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구조개혁’과 내셔널리즘과의 관련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있다. -못사는 사람도 생활할 수 있도록,계층 대립이 나오지 않도록 한 것이 전후 일본 시스템이었다.고이즈미는 부자와 못사는 사람을 분명히 가르는 미국식 시장원리주의를 일본에 정착시키려 하고 있다.전락해가는 사람이 많다.자영업자,농민,직업이 없는 젊은이들은 불안감을 갖게 되고 갈 곳이 없는 분노는 내셔널리즘으로 흐르게 된다. 정치건 미디어건 중도·좌파의 힘이 없다. -태만의 결과다.이들 진영의 정치가,지식인들은 목숨걸고 헌법 이념을 지켰어야 했는데,그렇게 하지 않았다.이념을 유지해 가는데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자민당도 그렇지만 민주당(제1 야당)은 더 안된다.오히려 젊은 민주당 의원들이 더 무섭고 과격하다. ●우오즈미는 1951년생.히토쓰바시 대학 법학부 졸업.교도통신 기자를 거쳐 1996년 프리랜서로 독립.저서로는 ‘도대체 이 나라는 어떻게 돼버린 걸까’,‘특수검찰’ 등.
  • 기고/유아교육법 언제까지 미룰건가

    공교육이 붕괴된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교육정책 결정과정에서 빚어진 두 가지 원인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첫째 정치인들의 교육철학 부재와 무소신이다.교육철학이 없는 경우는 물론이고,철학이 있다고 하더라도 유권자인 특정집단의 표를 의식하여 소신 없이 행동한 결과 우리 교육은 병들고 교육정책은 표류하게 된 것이다. 둘째,부처이기주의이다.정책도입에서부터 업무처리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들간의 상생의 관계를 정립하고 국가발전을 이루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그러나 입법과정이나 정책 도입과정에서 벌어지는 정부부처간의 불협화음은 이를 무색하게 한다.특히 교육의 경우는,‘교육은 국가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책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유아교육법 제정’추진이 부처간 갈등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유아교육법안은 이미 국민의 정부에서부터 추진해 온 것이었으나,그때는 눈치 보기에 급급한 소신 없는 국회 교육위원들에 의해 상정된 법안이 자동 폐기되었다. 금번 제정안은 현행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유아교육관련 조항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유치원의 ‘교육’적 기능뿐만 아니라,‘보호’ 기능을 추가한다는 것이다.이 과정에서 생긴 주된 쟁점은 ‘교육’과 ‘보호’ 가운데 어떤 것을 더 우위에 놓느냐 하는 것이다.‘교육’이 강조되면 교육부의 위상이,‘보호’가 우선이면 보건복지부의 영역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는 세계적인 교육변화 추세에 맞춰 질적으로 향상된 유치원 교육을 위해 초중등교육법으로부터의 유아교육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이것은 당연한 흐름이다.그러나 보건복지부 산하 어린이집,놀이방 등이 유치원으로 통합되어 전국 수만개의 보육시설들이 폐원할 수밖에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이를 반대하고 있다.이번 유아교육법제정안은 기존의 유아교육진흥법을 보다 체계화한 것으로 여겨진다. 유아교육법 제정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는 보건복지부도 곤경에 처해있지만 특정 단체의 이해득실을 따지기 전에 국가적 입장에서,공리주의에 따라이 법안을 바라보아야 한다.중장기적 관점에서 유치원 종사자들과 직접적인 교육과 보호혜택을 받을 아이들의 미래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특히 사립유치원 교사는 점진적으로 안정된 신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이들의 당당한 권리를 내세울 수 있게 된다.시설운영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최소임금으로 온갖 잡무에 시달려야 하는 노동착취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학부모 역시 사교육비 부담을 덜고,저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선택할 수 있으며,아이들은 유아교육에서부터 일관된 교육과정과 체계 속에 성장하게 될 것이다. 현재 유아교육법은 부처의 이기주의와 특정단체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무려 7년 동안이나 표류하고 있다.‘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슬로건처럼 교육의 출발점은 초등교육이 아닌 유아교육에서부터이다.평생교육에 이르는 모든 교육은 유아교육에서 비롯된다.지금 우리 아이들에게는 교육이 배제된 채 ‘보호’만 받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보호’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교육여건이 절실히 필요하다.학부모에게도 질 높은 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병설 유치원에서부터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신분을 보장하고 유치원에 대한 국가예산을 증액하는 등 유아교육법 제정에 걸맞은 제도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방탄 국회 등의 이유로 국회 해산을 종용하는 외침이 거세지는 지금,국회가 특정단체의 집단 이기주의를 벗어나 교육 백년대계를 위해 소신 있는 교육적 결단을 촉구해 본다. 최원호 한영신학대 겸임교수 명예논설위원
  • 내년엔 용병 천하?/ ML스타·日다승왕등 거물급 수혈

    외국인선수가 내년 프로야구 판도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올시즌 국내무대를 밟은 외국인선수들이 최악의 흉작을 기록한 가운데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각 구단들이 굵직한 외국인선수를 잇따라 영입,돌풍을 예고했다.특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삼성과 LG는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용병을 끌어들여 판도 변화를 주도할 태세다. 업그레이드된 용병 수입에 불씨를 지핀 것은 LG.11시즌동안 메이저리그에서 줄곧 활약한 현역 외야수 알 마틴(36)과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오릭스 블루웨이브)를 모두 거친 투수 에드윈 후타도(33·베네수엘라) 영입에 성공한 것.‘호타준족’의 마틴은 올시즌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에서 타율 .252에 그쳤지만 외야수,왼손거포,4번타자 부재의 LG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되며,후타도 역시 선발로 한몫할 전망. ‘영원한 우승후보’ 삼성은 지난해 일본 센트럴리그 다승왕(17승8패·방어율 3.41)인 케빈 호지스(30·미국)를 잡았다.호지스는 임창용과 함께 ‘원투 펀치’로 무너진 마운드를곧추세울 것으로 기대된다.삼성은 현재 이승엽(일본 롯데 마린스)과 마해영(기아)의 공백을 메울 거포 물색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내년에도 바닥권으로 점쳐진 한화는 외야수 제이 데이비스(34)와 포수 엔젤 페냐(29·도미니카)를 낚았다.데이비스는 지난 1999년부터 4년간 한화의 중심타자로 맹활약한 검증된 강타자이며 페냐는 올시즌 독립리그 63경기에서 홈런 16개 등 타율 .338,타점 66개를 올린 슬러거.한화는 이들이 4강 진출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FA 정수근과 이상목을 낚아 탈꼴찌를 선언한 롯데가 역대 최고의 외국인타자 펠릭스 호세를 붙잡을 경우 내년 판도에 대혼전이 예상된다. 김민수기자 kimms@
  • “부부 머리 맞대고 부자되세요”재테크 노하우 책펴낸 기업銀 이종민 팀장

    “부부끼리 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빚더미에 올라앉기 십상입니다.” 최근 맞벌이 부부들 사이에서 10억원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기업은행 이종민(사진·40) PB사업팀장이 ‘둘이 하면 3배 빠른 재테크’(21세기북스)라는 제목의 책으로 부부재테크 노하우를 소개했다.미국의 금융교육가인 데이비드 바크와 함께 쓴 것이다. 2001년부터 은행 고객들을 대상으로 재테크 상담을 해온 이 팀장은 부부재테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초짜부부들은 사랑한다면 돈때문에 싸울리 없다고 오해하죠.그러나 결혼생활이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사랑보다 더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부부가 돈 때문에 갈등을 빚는다면 사랑에 금이 간 것이 아니라 둘 사이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돈 문제 터놓고 얘기하자 ▲카페라테 한 잔의 유혹에서 벗어나자 ▲똑똑한 부부의 가장 흔한 10가지 실수 ▲미래의 꿈을 함께 설계하자 등을 9단계로 나눠 소개하면서 부부가 돈 문제를 되돌아보도록 했다.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계획을 세운다면 서너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부부 이혼 사유 중 가장 큰 게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부부가 경제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경제적인 성공도 거둘 수 있도록 책을 썼다.”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
  • 종목분석/종합포털 변신 ‘KTH’

    PC통신 ‘하이텔’로 알려진 KTH가 종합포털업체로서의 기업 대변신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이 회사는 최근 KT로부터 유선포털인 ‘한미르’를 인수한데 이어 내년부터는 검색분야 보강,인수·합병(M&A)을 통한 경쟁력 제고 등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KT는 KTH를 KT그룹의 중심 포털로 육성하기로 했다.이에 따라 KT의 디지털홈 컨소시엄 콘텐츠 사업자로 결정되는 등 그룹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도 기대된다. 검색포털로 시작한 한미르는 국내 인터넷 포털 및 검색포털 순위가 각각 24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다.특히 웹스코리지,메신저,지도,전화번호 등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KTH는 한미르를 오는 2006년 국내 1위의 포털업체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이를 위해 내년부터 메신저 등 1등 분야에 대한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아울러 상대적으로 취약한 검색엔진 교체를 통해 선도업체와의 격차를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T와 KTF라는 그룹내 우수한 통신업체의 직·간접적인 지원도 기대된다.아울러 1000억원 이상의 풍부한 현금을바탕으로 필요한 분야에 대한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따라서 경쟁력 강화 정책이 가시화되는 내년부터는 한미르의 순위 상승이 돋보일 것으로 전망된다.올 하반기에는 SK텔레콤의 통합포털인 ‘네이트’의 점유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KTH는 지난해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순손실(156억원)을 기록했다.올해에도 투자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손실처리와 수익모델의 부재,영업손실 지속 등으로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올해 분기별 영업손실의 축소 추세로 미뤄볼 때 4·4분기에는 흑자전환이 조심스럽게 기대되고 있다.1·4분기에는 13억 8000만원,2·4분기 10억 5000만원,3·4분기 5억 7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KTH는 내년에는 영업이익 및 순이익을 올리고,인터넷주로 부각될 전망이다.경쟁력이 크게 강화되는 한미르의 사이트 순위가 내년에 돋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KTH의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사이트 순위는 인터넷업체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김동준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연구위원
  • 2003 프로야구 스토브리그 결산

    ‘꼴찌 롯데의 반란을 주목하라.’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사상 유례없는 호황과 대형 트레이드로 뜨겁게 달아오른 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올 연말로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올시즌 꼴찌 롯데가 내년시즌 최대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튼실한 재정에도 불구,8개 구단중 가장 투자에 인색해 부산 홈팬들로부터 “차라리 팀을 팔라.”는 비난까지 산 롯데가 마침내 돈보따리를 풀어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한 것. 또 기아는 올해도 과감한 투자로 거포를 끌어들였고,올시즌 챔피언 현대와 준우승팀 SK도 전력의 누수가 없어 어느 때보다 치열한 패권 다툼이 점쳐진다. ‘영원한 우승후보’ 삼성은 이승엽과 마해영의 공백을 메이저리그급 용병으로 메울 계획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추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연봉 협상의 난항으로 막판 초대형 트레이드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는 현대의 정민태와 심정수,특급 용병 영입 여부가 내년 판도의 마지막 변수다. ●기아 ‘우승 0순위' 급부상 기아가 서둘러 FA 최대어인 거포 마해영을 낚으면서단숨에 우승후보 ‘0순위’로 떠올랐다.창단 이후 명가 재건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해온 기아는 올시즌 30홈런-100타점을 돌파한 마해영을 잡은 데 이어 두산의 심재학을 영입,해결사와 좌타자 부재의 고민을 말끔히 씻었다.이로써 이종범-김종국-장성호-마해영-박재홍-홍세완-심재학으로 이어지는 타선은 연쇄폭발의 막강 화력을 뽐내게 됐다.게다가 진필중 대신 좌완 조규제가 마운드에 가세해 좌투수 부재의 투수 운용에도 숨통을 트게 됐다. 현대는 부동의 2루수 박종호를 삼성에 내줬지만 우승에 한몫한 FA 이숭용을 끌어안았고,한화의 강타자 송지만을 트레이드해와 타선의 구멍은 없는 셈이다.연봉 몸살을 앓는 에이스 정민태와 간판타자 심정수의 연봉 문제만 무난히 매듭지으면 여전히 강력한 우승 후보다. SK는 지난해 구원왕 조웅천을 팀에 주저앉혔고 경험 부족의 ‘영건’들이 한국시리즈를 통해 한단계 성숙해져 내년 우승의 꿈을 한껏 부풀린다. ●호세 가세땐 ‘롯데 돌풍' 거셀듯 줄곧 바닥을 헤맨 롯데는 3박자를 고루 갖춘 재간둥이 정수근과 올시즌 다승 2위(15승) 이상목을 한꺼번에 끌어들여 투타에 걸쳐 힘을 배가시켰다.여기에 1999년과 2000년 두시즌동안 타율 .331,홈런 72개,타점 224개의 무서운 파괴력을 과시한 펠릭스 호세가 복귀하면 우승도 넘볼 만하다.다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마이너리그팀과 계약한 호세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치며 거액을 요구,곤혹스러워하고 있다.그러나 롯데도 끝까지 호세 영입 의지를 감추지 않아 결과가 주목된다. ‘국민타자’ 이승엽 잡기에 실패한 삼성은 박종호를 끌어들이기는 했지만 올시즌 267타점을 합작해낸 이승엽 마해영의 공백이 워낙 커 고심중이다. 현재 삼성은 메이저리그급 외국인선수를 투타에 1명씩 영입할 계획이나 여의치 않을 경우 4강마저도 위태로운 처지다.하지만 롯데와 삼성이 눈여겨 둔 외국인선수 영입에 성공한다면 3강 구도를 5강 구도로 바꿀 가능성은 충분하다. LG는 마무리 진필중을 영입하는 데 그쳤고,두산은 장원진을 붙잡았지만 정수근과 심재학을 넘겨 서울팀의 고전이 예상된다.한화도 송지만 대신 권준헌을 받아 이상목의 자리를 어느정도 메웠지만 걸출한 외국인선수를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바닥 탈출은 힘겨울 전망이다. 김민수기자 kimms@ ■美·日 스토브리그는 어떻게 미국 일본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어느 해보다 뜨겁다.만년 하위팀들이 모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해 내년 시즌 돌풍을 예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퍼시픽리그 만년 하위팀인 롯데 마린스는 아시아시즌 최다홈런(56개) 기록을 작성한 이승엽(27)을 연봉 2억엔에 영입하고,메이저리그 출신인 베니 아그바야니(32)를 붙잡았다.아그바야니는 2000년 뉴욕 메츠 시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연장 결승 홈런을 뽑아내 깊은 인상을 심어준 선수다. 미국에서는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위력에 눌려 기를 못 편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하위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만년 꼴찌 탬파베이 데블레이스는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골드글러브를 받은 호세 크루스(29·외야수)를 지난 15일 영입하는 등 차근차근 전력을 보강하고 있다.좌완투수마크 헨드릭슨(29),노장 1루수 티노 마르티네스(36) 등 대어급은 아니지만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탬파베이는 1998년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이후 단 한번도 지구 꼴찌를 벗어나지 못한 채 3할대 승률에 머물고 있다. 탬파베이 덕분에 꼴찌를 면한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2002년 최우수선수(MVP)인 특급 유격수 미구엘 테하다(27)를 붙잡았다.포수 이반 로드리게스(플로리다 말린스),외야수 블라디미르 게레로(몬트리올 엑스포스) 등 거물급 영입에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김영중기자 jeunesse@
  • 남미문학의 거두 ‘요사’ 국내 첫 소개

    학술적으로 의미있는 인문사회과학 서적들을 번역 출간하며 한국 지성계를 살찌워온 새물결출판사가 ‘세계의 문학’시리즈를 내기 시작했다. 동서양의 고전,현대의 고전작가와 젊은 작가를 조명한다는 신선한 의욕이 담긴 첫번째 결실은 남미 문학의 대표주자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페루)의 ‘세상 종말 전쟁’.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지만 정작 그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의 배경은 19세기 말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브라질.중앙에서 일어난 정세의 급변을 알 리 없는 오지에서 종교집단이 반란을 일으킨다. 빗나간 교리해석으로 공화국을 ‘적’으로 규정한 그들을 진압하기 위해 정부군이 파견되지만 도중에 자멸하고 오지에서의 전술 부재로 참패한다.하지만 정부군이 현지에 맞게 전술을 바꾸면서 반란군을 무차별 학살한다는게 줄거리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중심 축은 네 가지.공화주의자들을 ‘악마’라 부르는 종교 집단과 그들을 ‘비이성적 집단’으로 비판하는 공화주의자,그리고 종교집단에서 혁명의 꿈을 찾으려고 유럽에서 건너온 혁명가이자 골상학자 갈릴레오 갈,전쟁을 취재하다 종교집단의 평등과 박애주의 정신에 감명받은 기자 등이다. 소설은 기자가 들려주는 이들의 여정을 중심으로 시공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인물과 여러가지 사건을 숨가쁘게 배치하면서 당시 사회의 역사와 정치,종교 현실을 총체적으로 그린다. 작가는 이 소용돌이에 휩쓸렸던 숱한 인간들의 삶에 특유의 꼼꼼한 묘사와 생생한 표현으로 숨결을 불어넣는다.물고 물리는 인간들의 다양한 사연을 그물처럼 이어나가는 작가의 솜씨에 힘입어 작품은 강한 흡입력을 갖는다.그 과정에 희로애락을 대변하는 낱낱의 이야기가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적 의미로 살아 숨쉰다. 이종수기자
  • “시장 영합했다면 소니는 없었을 것”이데이 소니회장 4번의 위기 소개

    |도쿄 황성기특파원| 소니의 최고사령탑인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사진) 회장 겸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항간에 나도는 ‘소니 위기설’을 일축하는 이례적인 반론을 제기,이목을 끌고 있다. 이데이 회장은 월간 분게이주(文藝春秋) 신년특별호 기고를 통해 “내가 입사해서 소니 신화는 적어도 5차례는 붕괴했다.”면서 “여러 위기를 통해 느낀 것은 소니는 ‘소니 신화 붕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강해진다는 점 이었다.”고 밝혔다.소니는 최근 2∼3년간 히트상품 부재,이익률 저하,영화·음악에 이은 금융업 진출 등 지나친 사업 다양화로 위기에 직면했다고 일부 일본 언론들이 지적했다. 이데이 회장이 열거한 ‘위기’ 사례는 4가지.먼저 개인용 컴퓨터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1983년.두번째가 80년대 말 일본 빅터-마쓰시타(松下)연합과의 ‘VHS 대 베타 방식경쟁’에서 패했을 때로 당시 이데이 회장은 홈 비디오 사업본부장이었다. 세번째가 사장이 된 뒤 소니-필립스 연합과 도시바-마쓰시타 연합 사이에 전개된 DVD 규격통일 경쟁에서양자가 서로 양보를 통해 가까스로 해결했을 때.네번째가 엔고(高)에 의한 큰폭의 실적악화를 기록한 1999년이었다. 그는 “1983년의 실패는 1997년 ‘VAIO’(노트북 컴퓨터)로 재도전했을 때 확실한 거름이 됐다.”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몇번이고 도전하는 ‘소니 정신’에 의해 우리들은 언제나 부활을 이뤄왔다.”고 강조했다. 이데이 회장은 “단기적 결과와 업적을 요구하는 시장의 기대에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화붕괴를 두려워해 임기응변으로 대응,시장에 영합했다면 지금의 소니는 없었을 것”이라고 전제,“따라서 2006년까지 내다본 장기 전망에 입각한 우리들의 개혁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소니는 지난 10월 ‘변혁 60’이라는 새 경영방침을 통해 ▲1.5%인 이익률을 2006년까지 10%로 끌어올리고 ▲3년간 연구개발비,투자연구에 1조엔을 투입하며 ▲서비스 거점의 통폐합,부품표준화를 통해 고정비 3300억엔 삭감,2만명(현재 전세계 종업원 15만 4500명)감원을 발표한 바 있다. 이데이 회장은 “글로법 기업으로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타사와의 제휴전략도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면서 독일 미디어기업인 베텔스만과의 음악부문 통합,액정 디스플레이 패널제조에서 한국 삼성전자와의 합작회사 설립 등을 꼽았다. 이데이 회장은 소니와 일본의 상황이 비슷하다고 역설하면서 “소니처럼 일본도 언제까지 과거의 성공체험에 매달려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그는 “21세기가 가까워질 때부터 세계경제 전체의 큰 변화에 의해 일본의 전후 성공모델이 통용되지 않게 되었으며 그것은 메이지 유신,2차대전 패전에 이은 ‘제3의 개혁’의 물결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이 회장은 미국에 대한 일본의 재역전도 호소했다.그는 “재역전을 위한 많은 과제가 있으나 가장 큰 것은 정치의 역동성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을 이끄는 소니의 선도적 역할도 강조했다.그는 “변화는 질량이 ‘가벼운’ 영역부터 일어난다.”면서 “가장 가벼운 ‘돈’을 다루는 금융업계가 변하고 다음에 영화나 음악같은 콘텐츠가 인터넷을 통해 오가는 지식정보산업의 큰 물결이 있고,그 다음으로 일렉트로닉스 산업이 자동차에 비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산업구조 재편의 압박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이데이 회장은 “그런 의미에서 소니는 일본의 변화를 위한 선두에 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면서 “글로벌 기업인 소니의 시점을 살려 일본의 경쟁력을 보다 높이는 대담한 제언을 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는 “소니에 요구되는 것은 언제나 도전자였으면 하는 점”이라면서 “10년 후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형태의 회사로 변할지 모르지만 늘 공격의 자세를 잊지 않는 소니 정신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나는 CEO로서 분명히 그 변화의 길을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marry04@
  • “北核 철저한 사찰 위해 추가의정서 필요”엘바라데이 IAEA사무총장 본지 단독 인터뷰

    북한 핵문제 해소를 위한 후속 6자회담의 연내 개최가 결국 불발될 전망이다.북한핵 문제가 미국과 북한 사이의 공방으로 진행되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주무기관이면서도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난 감이 없지 않았다.하지만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IAEA는 북한핵 문제 해결에 있어 분명한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바로 핵비확산에 대한 국제적 약속은 지켜져야 하며 철저한 사찰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본지 국제부 김균미 차장이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IAEA본부에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61) 사무총장을 만나 북한핵 해법에 대한 그의 생각과 충고를 들어 보았다. 북한의 핵 저지능력과 관련해 정확한 정보부재로 상충되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북한의 핵 저지능력에 대한 IAEA 평가는. -IAEA 사무총장으로서 북한 핵 저지능력에 대한 평가란 없다.IAEA 사찰단원들이 지난해 12월 북한에서 추방됐다.사찰단원들이 현장이 있지 않는 한,(현지에서) 검증을 하지 않는 한 IAEA는 특정 국가의 핵 개발 상태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입장이 못 된다.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핵 저지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입장이 안 된다. 북한의 NPT(핵확산금지조약)와 관련한 법적 지위는 무엇인가.탈퇴선언으로 더 이상 회원국이 아닌가. -이 문제는 IAEA가 아닌 NPT회원국들이 결정할 사안이다.북한의 NPT 지위 문제를 놓고 내가 알기로는 회원국간에 의견이 갈리고 있다.유럽 회원국가들은 북한이 아직 NPT 회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다른 회원국들은 더 이상 회원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아직까지는 북한의 NPT 탈퇴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회원국이 탈퇴를 선언하고 90일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발효토록 돼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그렇다면 북한은 NPT에서 탈퇴했다고 봐야 하지 않나. -현재 회원국간에 절차상 문제를 놓고 논란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회원국이 탈퇴하려면 특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북한이 이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탈퇴의사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회원국들에 개별 통보를 해야 하는데,아직 이같은 사실을 공식 통보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회원국들이 있어 논란의 소지가 남아 있는 것이다.하지만 몇가지 실리적 이유들 때문에 NPT 회원국들이 이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고 있다.(탈퇴 여부를 명확히 해서 얻는 실익이 없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NPT에 남아 있으면 6자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합의에 도달할 경우 IAEA가 북한에 대한 핵사찰을 재개하기가 쉽기 때문인가. -그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탈퇴했다 재가입할 경우 IAEA가 빠른 시일내에 사찰을 재개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일단 북핵 사찰 재개를 통보하면 실제로 사찰재개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북핵 결의안은 북한이 탈퇴했는지 아닌지의 문제가 아니다.현재 북한이 NPT 회원국인지 아닌지 여부가 분명치 않지만,북한이 회원국들과 NPT회원으로서의 의무를 다시 이행할 것을 합의하면 북한의 법적 지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북한이 미국 등과 6자회담에서 안전보장과 경제적 지원의 대가로 핵 개발 프로그램의 ‘되돌이킬 수 없고 검증가능한 해체’에 합의할 경우 북한 핵 프로그램은어떤 과정을 거쳐 해체되나.그 과정에서 IAEA의 역할과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해체까지는 시일이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나. -무엇보다도 6자회담에서 관련 당사국들이 합의를 해야 한다.합의에 따라 IAEA가 북한 핵 시설 및 프로그램에 대한 사찰을 할 수 있을 것이다.핵 시설들이 평화적인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지를 검증하게 될 것이다.적확하고 보다 광범위한 사찰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추가 의정서’ 체결과 북한의 전폭적인 협조가 필요하다.현재로서는 북한이 해체대상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북한 현지에 가서 직접 본 뒤에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핵재처리시설의 가동 상태와 우라늄 농축시설 실태 등 북한이 지금까지 주장했던 핵 개발 프로그램들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IAEA가 북한에 되돌아가서 북한의 모든 핵 개발활동을 사찰할 수 있는 광범위한(포괄적인) 권한을 갖고 핵시설을 검증하는 것이다.북한은 모든 시설을 공개해야 한다.사찰기간은 전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많이 보느냐에 달려 있다. 북핵 시설의 ‘되돌이킬 수 없는’ 해체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북한이 계속해서 IAEA 사찰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북한이 다시 핵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핵 프로그램의 재가동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보다 강력한 검증체제를 뜻한다.해체된 핵 관련시설의 외국 반출을 뜻할 수도 있다.민간용 핵발전소를 포함한 모든 핵시설까지 해체,해외로 이전할 것인지 등 논의과정에서 반출 대상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사찰단이 북한에 상주하며 모든 것을 계속해서 검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한에 대한 핵사찰이 재개될 경우 1994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나. -당시 최대 실수는 북한에 대한 사찰이 매우 제한적이었으며,전면 사찰을 북한이 경수로 주요 부품을 확보한 뒤로 미뤘다는 것이다.1994년부터 2000년까지 IAEA는 북한에 대한 일반 사찰만 실시할 수 있었다.그 기간 북한은 다양한 핵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따라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찰 첫 날부터 북한의 모든 핵시설 및 프로그램에 대한 광범위하고 강력한 검증을 해야 한다. 이라크 상황에서 볼 수 있듯 아무리 IAEA가 전면적인 사찰을 실시하겠다고 작정을 해도 해당 국가가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오느냐가 중요한데. -앞서도 언급했지만 북한에 대한 보다 폭넓은 핵사찰을 내용으로 하는 NPT 추가의정서를 최소한 체결해야 한다.추가의정서에 따르면 IAEA는 핵 개발이 의심되는 모든 시설을 사찰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북한이 추가의정서에 서명하고도 사찰에 적극 협조하지 않아 사찰단원들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되면 IAEA는 핵 관련 시설들이 평화적인 목적을 띤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그렇게 되면 국제사회가 이에 따른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북한이 핵사찰에 적극 협조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게 효과적일 것으로 보나. -상황에 따라 경제적 지원이나 안전보장 등 인센티브와 경제제재·고립정책 등 강경책간에 균형을 맞추느냐가 결정된다고 본다.현재 북한 핵과 관련해서는 이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외교력과 검증 권한 등 국제사회가 갖고 있는 모든 수단을 어떻게 최대한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북핵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진행중인 6자회담에 대해서는 만족하나. -대화를 통해 북한 핵위기를 해소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만족한다.하지만 회담 진행속도가 너무 느리다.좀더 빠르게 진행돼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대화를 수년씩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핵비확산 노력에 대한 최대의 위협이자 도전이다.북한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북한은 한마디로 국제사회에 나쁜 선례가 되고 있다.하지 말아야 할 것은 모두 했다.예를 들어 북한은 NPT에 가입한 뒤 임계실험실만 사찰하는 부분안정조치협정에 서명하는데 7년이나 걸렸다.그때도 신고된 시설에 한해서만 사찰을 받기로 합의한 것이 최대의 잘못이었다.1994년에 전면 사찰 시기를 유예하기로 합의한 것도 잘못이다.북한이 핵카드로 국제사회를 협박한 것도 잘못이다.따라서 이번에 국제사회가 북한 핵 문제에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앞으로 유사한 경우에 대비해 매우 중요하다. 핵개발 의혹이 불거진 이란이 최근 IAEA와 추가의정서를 체결하기로 합의한 것이 북한에 무엇을 시사하나. -이란의 경우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대화로 문제를 해결했다.북한의 경우에도 먼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가능한 방법을 강구하고 그렇게 하고도 실패할 경우 제재를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개인적으로 대화를 통한 해법이 강압적인 방법보다 효과적이고 지속적이라고 믿는다.강압적인 방법은 상대방이 지하로 숨어들어 은밀하게 핵개발을 하게 만든다.따라서 이번의 이란의 경우는 좋은 선례가 된다고 본다. 인도나 파키스탄,이스라엘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현재의 NPT체제로는 핵 확산을 막는데 한계가 많다.현재 NPT체제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적인 핵확산체제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됐는데. -현재의 NPT체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NPT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앞으로는 NPT 회원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급 핵 물질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제거하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여가야 한다.동시에 이들 핵보유 3개국이 핵비확산을 추구하는 국제사회의 틀안으로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NPT에 가입할 가능성은 낮고 새로운 국제사회 포럼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은 소형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결정을 내려 새로운 핵무기 경쟁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IAEA가 NPT체제내 합법적인 핵확산을 비롯해 늘어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나. -미국과 같은 핵보유국에 대해서는 IAEA가 사찰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국제사회가 핵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금처럼 중요한 시점에 미국이 훨씬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소형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이는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이 문제는 NPT총회에서 보다 심도있게 다뤄질 것으로 본다. 대담·정리 빈(오스트리아) 김균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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