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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야 폭풍전야… 본회의는 열었지만

    여야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시 농성’을 벌이는 사상 초유의 씁쓸한 장면이 연출됐다. 쟁점법안 협상과 의사일정 협의가 잇따라 무산되자 여야 모두 본회의장과 국회의장석을 상대에게 내줄 수 없다는 계산에서다. 그것도 ‘합의 농성’이다. 오는 19일까지 본회의장에 의원 10명씩만 남기기로 여야는 ‘모처럼’ 합의했다. 정치력 부재와 상호 불신을 극명하게 드러낸 국회의 자화상이라는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여야는 15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마친 뒤 약속이나 한 듯 농성에 들어갔다. 이날 안건을 처리한 뒤 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기로 한, 지난주 여야 간의 ‘신사협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쟁점법안의 직권상정 논란으로 깊어진 상호 불신과 치열한 눈치전에 따른 것이다. 20일부터는 여야의 총력 대치전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대 격돌의 수순밟기에 들어간 셈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6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25일 이전까지는 직권상정 카드를 쓰지 않을 것으로 보여 여야간 긴장도는 갈수록 최고치로 치달을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레바논 파병연장 동의안과 심재철·이한구·안상수·이종걸 의원을 예결특위·윤리특위·운영위·교육과학기술위 위원장으로 선출하는 안건을 처리한 뒤 산회했다. 이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본회의장 맞은쪽에 있는 예결위회의장에서 잇따라 의원총회를 열어 오는 19일까지 본회의장 점거를 이어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여야가 의원 10명씩만 남기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본회의장에 남은 여야 의원들은 “같이 나가자.”, “함께 밥이나 먹자.”며 서로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관계자는 “상대가 나가면 우리도 철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당 지도부는 비상대기령 속에 장기전에 대비해 각각 오는 25일까지 밤샘 농성조를 편성했다.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을 50여명씩 3개조로 나눴다. 이날부터 1개조씩 본회의장에서 밤샘 농성을 벌였다. 민주당은 20여명씩 3개조로 나눠 본회의장을 지키기로 했다. 고조된 전운을 반영하듯 양당 대변인도 날 선 논평을 주고받았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민주당은 상습적인 국회 파괴 행위로 갈등을 조장하는 좀비세력으로, 본회의장에서 철수하라.”고 말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기습적 날치기 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확실히 선언하면 언제든 본회의장에서 나갈 것”이라고 맞섰다. 이에 대해 중앙대 박명호 정외과 교수는 “우리 국회가 절차에 대한 합의나 원칙, 규범이 취약한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거기에 더해 상대에 대한 신뢰,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에 심각한 위기가 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양승함 정외과 교수는 “쟁점법안을 조기에 처리하려는 여당도 문제고, 무조건 물리적으로 방어하려는 야당도 문제”라면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실망스러운 사태”라고 개탄했다. 앞서 여야는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미디어 관련법 등을 놓고 공방전을 벌였다. 한나라당 장제원 원내부대표는 “민주당이 미디어법 처리지연을 위한 술수를 부려도 우리는 서민 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한나라당안은 대자본과 언론의 연합이 핵심인 만큼 결국 한나라당도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직권상정의 키를 쥔 김 의장은 본회의 인사말에서 “과감한 양보와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진취적 발상과 함께 극적 타결을 이끌어 내는 국회를 만들자.”고 촉구했다. 김 의장은 17일 제헌절 행사를 계기로 의장 취임 이후 준비해온 개헌 논의를 끌고 갈 예정이어서 당분간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요구에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글 / 주현진 허백윤기자 jhj@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상반기 국회 ‘40점’ …의정활동 설문서 낙제점

    국민들은 올 상반기 국회의 의정 활동에 대해 ‘낙제점’으로 평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4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제주 제외)의 19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상반기 국회의 의정 활동을 점수로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40.7점을 받았다. 점수 분포는 40~60점 미만이 33.8%, 20~40점 미만이 21.7%였다. 20점 미만도 21.1%나 됐다. 80~100점의 비교적 후한 점수는 3.8%에 그쳤다.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는 원인과 관련, 47.2%가 ‘당리당략을 우선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28.2%는 ‘국회의원 자질 부족’과 15.1%는 ‘여야 지도부의 리더십 부족’을 들었다. 여야가 임시국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60%가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꼽았다. ‘미디어 관련 법안’이 9.6%,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8.1%였다. 정치권의 비정규직 개정 협상 결렬의 원인과 관련, 28.9%는 ‘민주당의 현실인식 부족과 발목잡기식 행태’를, 26.5%는 ‘한나라당의 리더십 부재’를 들며 여야 모두의 책임론을 반영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사설] 사이버 戰士 10만 양성 나서라

    지난 7일부터 사흘간 온 나라를 사이버 공황에 빠뜨린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공격이 잦아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록 무방비 상태로 허를 찔리다시피 했지만 사태 발생 후 정부와 민간보안업체들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사이버 공격이 종결 국면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변종 악성코드가 도사리고 있는 한 경계를 소홀히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가 사이버 테러에 대한 철저한 보안의식과 대응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IT강국의 명성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제 차분히 ‘7·7 사이버 테러’ 이후를 생각할 때다. 이번 사이버 대란을 통해 우리는 보안 인력과 예산 부족, 유기적인 지휘체계 부재, 관련법 미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님을 몸소 확인했다. 무엇보다 절실한 문제는 국가의 보안 전문인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부와 민간의 가교역할을 하는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의 경우 사이버 보안 업무 담당자는 40여명에 불과하다. 전문 기술과 경험을 갖춘 ‘특급’ 인력의 이직률이 최근 크게 늘고 있어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KISA측은 해킹을 막을 국가 사이버 전사(戰士)가 적어도 100명은 되어야 통상적인 사고처리와 감시활동 외에 보안기술 연구 개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최근 국가 경제기밀을 노린 해커들의 침입이 증가함에 따라 내년 초 설립하려던 ‘재정경제 사이버 보안센터’를 연내로 앞당겨 세우도록 했다. 아울러 보안 전문가가 관장하는 통합 컨트롤타워를 마련해 일관된 대응체제를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다시금 강조하건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사이버 전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일찍이 IT산업 초기에 제기된 ‘해커10만 양병설’이 새삼 주목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노출의 계절, 2% 부족한 몸매 가꾸기 (3)

    노출의 계절, 2% 부족한 몸매 가꾸기 (3)

     여름은 즐겁다. 직장인들에게는 휴가가 있고 학생들에게는 방학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충전할 수 있다.  또 시간이 없어 그동안 보살피지 못했던 자신의 피부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금옥 같은 시간이다.피부과 시술들이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여유롭게 회복기를 가지며 임하면 최적의 치료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CNP차앤박 피부과 양재본원 박연호 원장이 추천하는 여름휴가와 방학을 이용해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트렌드 세터들의 피부과 시술을 알아본다.  ●여드름 & 여드름 흉터 완전정복 : PDT, D.R.T 진피재생술  여드름 완전정복을 꿈꾼다면 방학 또는 휴가 전에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게 좋다. 한 번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부미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Go~ Go~  ① PDT(photodynamic diagnoisis): 광감작요법 또는 광역동치료   PDT 여드름 치료술은 광흡수제를 피부에 도포하고 1~2시간이 지난 후 레이저를 조사하면 여드름균과 피지선이 선택적으로 파괴되는 방법이다.  PDT 여드름 치료술은 여드름의 주요한 원인인 여드름균과 확장된 피지선을 파괴시킴으로 약을 먹는 것보다 염증을 빨리 가라앉히고,2~3번의 치료로 10개월 이상 여드름을 덜 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피지선과 여드름균에 선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8~12개월 동안 여드름이 거의 재발하지 않는 지속성을 가진다는 장점과 광원의 사용으로 잡티, 주근깨의 호전, 홍반 감소, 잔주름 개선 등의 피부노화도 효과가 있어 부가적인 피부개선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PDT 여드름 치료술은 피지선을 파괴시키므로 여드름 발생을 원칙적으로 예방할 수도 있다. 여드름이 생긴 후 손으로 짤 경우 자칫 흉터와 자국이 생겨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사전에 치료 할 경우 이를 예방할 수 있다. 3~5일 정도 지나면 얼굴이 붉어지고 각질이 생기지만 대략 1주일 정도가 지나면 치료 부위가 깨끗해진다.따라서 휴가나 토요일 출근을 하지 않는 금요일에 치료를 받아 가정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생활하는 것이 좋다.  ② D.R.T 진피재생술   D.R.T는 피부재생을 위한 프락셔널 방식의 레이저를 이용,치료를 원하는 부위에 핀홀을 진피층까지 생성시켜 빠르게 재생하는 시술방법이다.주위가 탄화되어 재생시간이 길어지는 기존 시술과 달리 피부에 핀홀을 생성시키면 탄화작용이 없어 재생시간이 매우 짧다는 장점이 있다.단 시술 후 홍반이 상당기간 지속된다는 단점이 있어,티가 나더라도 빠른 재생효과를 받고 싶은 환자들에게 적합하다.주로 모공, 주름, 여드름흉터, 잔주름, 피부탄력 및 피부 톤 개선에 적용 가능하다.  DRT(Dermal repair Therapy, 진피재생술)‘ 치료법은 흉터치료 레이저의 대명사인 어븀야그 레이저와 프락셀 레이저를 결합한 형태의 치료 방법이다.흉터 부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수천 개의 미세 구멍을 내서 진피의 콜라겐을 재생시키는 방법으로 수천 개의 미세 열치료 존(zone)에 의해 빠른 재생이 진행되므로 치료기간을 단축시켜 일상생활에 거의 지장 없이 흉터를 치료할 수 있다.  1996년 개원 이래 13년 동안 여드름과 여드름 흉터를 치료해온 CNP차앤박 피부과 양재본원 박연호 원장은 “지금까지 수 많은 방법을 이용하여 여드름 흉터를 치료해 왔지만 피부재생에 가장 효과가 좋은 어븀야그 레이저에 프락셔널 방법을 적용한 DRT흉터 치료는 어븀야그레이저와 프락셔널 레이저의 장점만을 적용하여 최대의 진피재생 효과를 낼 수 있는 신기술이며 여드름 흉터 뿐만 아니라 모공, 주름, 튼살에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 [디도스 테러 이후] 정부 대신한 보안업체 ‘달동네 가게’

    민간 보안업체들은 지난 7일부터 나흘간 정부를 대신해 ‘사이버 대전’을 치렀다. 공격 시기와 대상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좀비 PC’의 하드디스크 파괴, 공격의 본거지가 된 국내외 숙주 사이트 분석도 이들이 해냈다. 백신도 무료로 나눠줬다. ●보안의식 부재·지원 부족 심각 그러나 국내 보안업계는 여전히 시장규모가 영세한 수준이다. 안철수연구소를 비롯한 주요 다섯 곳의 연간 평균 영업이익은 약 26억원에 그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7억원, 하우리 27억원, 에스지어드밴텍 27억원, 이스트소프트는 107억원이다. 잉카인터넷은 영업손실 23억원을 기록했다. 때문에 보안업체의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 외에도 품질보장제도(SLA) 등 선진시스템 도입을 통한 업계 자구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보안업체 151곳의 지난해 매출액은 7724억원으로 1조원을 크게 밑돈다. 국내 이용자의 보안의식 부재, 정부 지원예산 부족 등으로 보안산업이 침체하는 가운데 안철수연구소의 시큐어소프트 인수, 이스트소프트의 시큐리티인사이트 인수 등으로 보안업계는 인수·합병을 거듭하며 간신히 사업을 유지해 나가고 있는 현실이다. ●품질보장제 등 자구노력 절실 국내 보안업계가 이번 계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만텍 등 해외 보안업체들은 품질보장제도를 도입해 서비스 레벨로 비용을 체계화하되 고객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을 경우 자체보상금을 지급한다. 또 싼 가격의 시스템 보안으로 고가의 전산장비와 가격을 따질 수 없는 귀중한 기업정보를 방어하려는 대다수 법인 고객들과 무료에 익숙한 국민 개개인의 보안의식부터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야생초 이야기⑦] 꿀풀

    [야생초 이야기⑦] 꿀풀

    이제 바야흐로 초여름이다. 아직은 태양이 그렇게까지 따갑지는 않지만 봄꽃들은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들꽃들이 봄처럼은 다투어 피지 않는다. 대신 짙은 녹음이 천지사방을 가득 메우고 있다. 봄과 여름의 경계에서 꿀풀이 핀다. 나물로, 약재로 우리 생활에 널리 쓰이긴 했지만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꿀풀이라니…? 꿀이 많은 꽃인가? 그렇다. 부리모양의 꽃(화관), 저 속에는 꿀이 고여 있다. 다른 풀에 섞여 잘 보이지 않다가도 6월을 넘어서면서부터 30cm 정도의 높이로 쑥쑥 솟아올라 풀숲에 무리지어 피어난다. 요즘은 시골 어디로 가나 농사짓는 곳에서는 제초제를 안 쓰는 곳이 없어 그 흔했던 이 꿀풀도 보기 어려운 야생초가 되었다. 그러나 예전에는 어디서나 풀밭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고, 식용나물에서부터 피부염, 해열제 등 단방약재로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었다.보리이삭 같기도 한 꽃이삭에 보랏빛 꽃이 송골송골 모여서 핀다. 시골에서 자란 우리들은 길가에 피어 있는 이 꽃잎을 따서 꽃부리의 뒷부분을 입술에 물고 꿀을 빨아먹었다. 샐비어 꽃을 따서 꿀을 빨아본 사람이라면 금방 짐작이 갈 것이다. 달큼한 꿀물이 제법 혀끝에 묻어난다. 얼마나 꿀이 많으면 ‘꿀방망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을까. 그래서 작은 토종벌에서부터 큰 호박벌까지 꽃부리에 비집고 들어가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주 이른 봄에 싹이 나기 시작하여 어린 싹을 나물로 해먹는데 ‘가지골나물’이 그것이다. 이른 봄의 푸른 싹은 거의가 나물로 해먹었지만 특히 이 가지골나물은 약효까지 지닌다 하여 그 쌉싸래하고 개운한 맛을 즐겼다. 이른 봄 꽃대가 나오기 전에 채취해서 뜨거운 물에 약 5분 정도 데쳐서 참기름과 간장 양념을 해서 무쳐 먹기도 하며 하룻밤 물에 담가두었다가 된장국을 끓여먹기도 한다. 새순을 잘 씻은 다음 물기를 제거한 뒤 전분을 묻혀서 기름에 튀겨내어 먹기도 한다. 근래에 들어 이곳 지리산 근방에는 아예 이 꿀풀을 집단 재배하는 ‘꿀풀 마을’도 있다. 토종벌꿀 이른바 ‘꿀풀꿀’을 생산해내는 중요한 밀원으로, 그리고 한약재로써 긴요하게 쓰여 농가의 소득에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요즘은 그 활용범위가 매우 넓어져 근래에는 장식용 꽃의 부재료로 염료를 입혀서 활용하기도 하고 꽃을 따서 전병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꽃모양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20~30cm 가량의 꽃대 위에 이삭 모양의 꽃차례를 가진 꽃이삭에 보랏빛 꽃들이 옹기종기 핀다. 꽃을 싸고 있는 꽃턱잎(포)에 세 개씩의 입술모양 꽃이 핀다. 이 꽃턱잎 가장자리엔 잔털이 무수히 달려 있다. 7~8mm 정도 되는 꽃받침은 다섯 갈래로 갈라져 있는데 역시 흰 잔털이 많이 나 있다. 꽃부리는 약 2cm 되는데 아랫입술꽃잎은 세 갈래로 나뉘어져 있고 윗입술꽃잎은 곧게 서 있다. 수술이 4개인데 둘은 길고 둘은 짧다. 꽃이 지고 나면 본래의 줄기 곁으로 한 줄기가 뻗어 나와 곁에 새로운 포기가 형성된다. 그래서 대개 이 꿀풀은 무리져 있다. 볕이 잘 드는 길가나 산기슭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풀꽃이다. 온화하고 습윤한 기후를 좋아하지만 혹한에도 잘 견디는 야생초로 양지바르고 배수가 잘되는 토양에 흔히 자생한다. 그러나 여름을 지나면 다 말라버리기 때문에 꽃은 물론이고 푸르게 남아 있는 꽃대를 볼 수 없다. 이렇게 한여름이면 말라버린다 하여 한약재의 이름으로는 ‘하고초(夏枯草)’라 한다. 보랏빛 꽃빛깔이 신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꽃 자체가 그렇게 아름답거나 관상용으로 가꿀 만큼 화훼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한약재로서 뛰어난 가치를 발휘한다고 한다. 꿀풀의 약성은 차갑고 맛은 맵고 쓴 편이어서 약재로 쓰여서는 간경에 작용하고 열을 내리고 독을 풀어주고 눈을 밝게 한다. 꽃이 지고 난 다음 7,8월에 꽃대를 잘라 차를 달여 마시기도 하는데 여러 가지 약리실험에서 혈압을 내려주고, 이뇨작용을 도우며, 해로운 균을 억제하는 작용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외용약으로 사용할 때에는 꿀풀 달인 물로 환부를 씻거나 생으로 짓찧어 환부에 붙이기도 한다. 쐐기벌레나 벌에 쏘여서 환부가 붓거나 아플 때에는 꿀풀을 생으로 으깨어 붙이거나 생즙을 소주와 함께 섞어서 바르기도 한다. 우리 몸의 여러 질병에 이 꿀풀의 약리효과가 안 미치는 곳이 없다할 만큼 다양하다고 하니 이 꿀풀이 우리 민간에서 얼마나 사랑받는 야생초였던가 짐작할 만하다. 따로 재배하지 않아도 우리 생활 주변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고 우리 생활에 긴요하게 쓰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따로 외진 시골길을 찾거나 산 가까이 가야 겨우 볼 수 있지 않은가? 약재를 구하기 위해서는 약재상에 가야 만날 수 있다. 꼭 먹을 수 있어서 귀한 식물이 아니리라. 꼭 귀한 약재여서 귀한 식물이 아니리라. 그 식물들이 온전히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라면 우리 인간이라고 온전하겠는가? 인간만큼 둔한 동물도 없을 것이다. 갖가지 이변이 나타나고 자연재해가 일어나야만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우리 곁이 있었던 풀 한 포기의 소중함을 뒤늦게야 알게 되는 게 우리 인간 아닌가? 꿀방망이라 하여 한 줄기 꽃이삭을 꺾어 쥐고 꿀을 빨던 궁색한 시절이 오히려 행복했지 싶다. 더러는 시골 학교 교장선생님이 붙잡고 훈화하시던 마이크를 떠올리고 꿀풀꽃대 한 줄기를 손에 들고 교장 선생님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즐거워했다. 그 꿀풀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초여름의 들길이 그립다. 드물게 흰꿀풀꽃을 만나면 우쭐하며 신비로워하던 시절, 찔레 새순도 꺾어서 껍질 벗겨 먹으며 들로 산으로 온몸에 푸른 물이 들도록 뛰어다니던 건강한 어린 시절은 이제 꿈에서나 만나려나. 글 복효근 시인
  • [디도스 사이버테러] 좀비PC 양산한 세 요인

    이번 분산서비스거부(DDoS)공격에 진보된 기술이 사용되기는 했지만 컴퓨터 사용자의 보안의식 부재와 액티브X 남용도 화를 키웠다. 디도스 공격이 계속되자 KT와 SK브로드밴드 등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은 지난 9일 가입자 중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용자들에게 인터넷 접속이 되면 감염사실을 알리는 경고문구와 백신프로그램을 내려받으라는 팝업창을 띄었다. 이마저도 모자라 개별적으로 고객들이 백신을 내려받은 뒤 검사해야 한다고 안내전화까지 했다. 하지만 이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KT가입자 8600여명 중 백신치료를 한 가입자는 2300여명에 불과했다. 전화 등으로 경고한 SK브로드밴드 가입자 405명 중에서는 불과 3명만 악성코드를 치료했다. 이날 자정 악성코드가 PC의 하드디스크를 삭제할 수 있다는 경고를 듣고서 그때서야 부랴부랴 백신프로그램 등을 내려받은 경우가 많았다. PC에 백신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고 설치했더라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 있으나마나한 경우도 적지 않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사장은 “악성코드에 감염된 좀비PC 사용자가 백신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도 지금까지 본인에게 피해가 없었다는 점이 보안의식 부재로 이어졌다.”면서 “이런 보안의식 부재가 더 큰 피해 상황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초고속인터넷 비중이 높아 적은 PC만으로도 디도스공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과 개인간 파일을 주고 받는 P2P 사이트 사용이 많다는 점도 디도스공격의 또다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보안 업계와 인터넷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웹사이트들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브X’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액티브X는 웹브라우저에서 자동으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기술이다. 편리하지만 액티브X 등을 통해 웹사이트 관리자나 PC사용자 모르게 악성코드를 퍼뜨리는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 보안에 취약해 외국에서는 우리나라만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한 보안 관계자는 “보안에 취약한 액티브X를 많이 쓴다는 점에서는 우리나라는 해커가 좀비PC를 만드는데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女談餘談] 소통의 미학/이은주 사회2부 기자

    [女談餘談] 소통의 미학/이은주 사회2부 기자

    기자란 직업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소통이 주는 매력 때문이었다. 생면부지의 타인들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삶의 경험을 나누도록 돕는 일. 그것은 무척 어려우면서도 때론 짜릿하기까지 하다. 취재 경험이 늘면서 자연스레 인터뷰에 의욕이 생겼다. 뭐니뭐니 해도 사람들 사는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 대중문화 취재를 담당한 까닭에 연예인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렇다고 화려한 ‘스타와의 인터뷰’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제한된 짧은 시간에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민감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과정은 차라리 ‘심리전’에 가깝다. 유명 연예인들과 무수한 기싸움에서 터득한 나만의 노하우는 이렇다. 사전에 그 인물의 관심사에 대해 최대한 치밀하게 조사한 뒤 인터뷰에 들어가서는 모든 서먹함을 허물고, 빙의한 듯 그 인물에 몰입하는 것. 그러면 제아무리 얼음장 같던 톱스타도 마음의 빗장을 풀고 속내를 털어놓기 마련이다. 기사 욕심에 조급하게 뭔가를 얻어내려 하거나 내가 의도한 쪽으로 상대방을 몰아갈 때는 인터뷰가 잘 되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진심으로 그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일 때 비로소 소통이 가능했다. 지금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화두는 ‘소통’이다. 현재 우리의 각계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요소로 ‘소통의 부재’를 꼽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대화를 하면서도 자기 나름의 결론을 모두 내려 놓고 남의 말은 그저 듣는 시늉만 하는 일도 있다. 이들에게 타협이란 상대에게 지는 것, 즉 굴복을 의미한다. 대화나 토론은 싸움이 아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내 생각도 바뀔 수 있다는 열린 자세가 전제돼야 소통이 가능하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살아온 방식이 다르다고 마음 속 장막이 소통을 가로막지는 않는지 돌아볼 때다. 소통의 미학은 49재를 마치고 영면에 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숙제이기도 하다. 이은주 사회2부 기자 erin@seoul.co.kr
  • [DDos 공습] 뒤늦은 국가정보시스템 주의령

    8일 정부와 민간의 주요 사이트가 동시다발적으로 해킹 공격을 당한 것과 관련, 정부가 국가정보시스템에 ‘주의령’을 발령했다.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원, 방송통신위원회 등은 7~8일 청와대 등 주요 정부기관과 민간사이트 35곳을 무더기로 공격해 접속을 중단시키고 인터넷뱅킹 등 서비스 장애를 일으키게 한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위협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고 8일 밝혔다. 행안부와 국정원은 이날 공동으로 모든 행정기관에 DDoS 주의 경보를 발령하고 모든 공무원 개인컴퓨터에 해킹 트래픽(해킹으로 인한 접속 부하상태)을 긴급 점검하도록 조치했다. 또 대전 통합전산센터에는 DDoS 대응 종합상황실을 설치해 정부 각 부처에 대한 DDoS 공격을 실시간으로 감시·차단하기로 했다. 이미 DDoS공격을 받은 부처에 대해서는 민관 합동으로 특별 감시체계를 가동해 대응토록 했다. 이와 함께 행안부는 올 연말까지 DDoS에 취약한 국세, 외교, 경찰, 관세, 보건, 교육, 특허, 국토·해양 분야 등에 대응 체계를 완전 구축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 일각에선 기관별로 분산 대응해오던 해킹 대응체계의 ‘컨트롤타워 부재’가 이번 사고를 불렀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활성화된 DDoS 공격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많이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한나라 “미디어법 13일까지만 협상” 최후통첩

    한나라 “미디어법 13일까지만 협상” 최후통첩

    비정규직법 유보에 미련이 남은 여당이 7일 직권상정 카드를 매만지며 야당을 압박했다.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법 처리를 위한 협상시한도 ‘오는 13일’로 못박았다. 더이상 야당의 지연 전술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오기’가 담겼다. 반면 야당은 여당의 직권상정 압박을 “어처구니없다.”며 일축했다. 법이 이미 시행된 이상 소급입법은 불가능하다는 ‘배짱’이 느껴진다. 여당의 협상시한 제시에는 “입장차가 벌어졌는데 토론 시한을 정하는 것은 식민지 국가와 피지배 국가간에도 없던 일”이라고 쏘아붙였다. 협상 부재의 날선 신경전은 여야간 물리적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이날 미디어관련법 처리를 위해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과 만난 뒤 “13일까지 여야 논의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13일 이후에는 직권상정 등 강행처리를 불사하겠다는 ‘최후 통첩’이다. 민주당이 ‘이번 주에 대안을 내겠다.’며 협상의지를 밝혔지만 한나라당은 ‘시간끌기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박희태 대표 “직권상정 불법 아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직권상정은 불법이 아니다.”며 힘을 보탰다. 야당을 압박하는 한편 김형오 국회의장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는 “직권상정도 법에 있고, 타협하고 합의하다 안되면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 간사인 전 의원은 “13일까지 상임위를 마친다면 그날은 한나라당에 재앙의 날이 될 것”이라면서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오 의장, 중앙홀 농성자 철수 요구 한나라당은 여세를 몰아 비정규직법 개정안의 직권상정 가능성도 내비쳤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2~3일 냉각기를 두고 간사들이 물밑에서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협상 노력을 계속하다 안되면 김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8일 노동부와 당정협의를 갖고 법 시행에 따른 고용시장의 실태를 보고받을 계획이다. 법 시행 이후 실제 해고 현상이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다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때문에 직권상정 카드가 대안 부재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가림막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책 궤도의 수정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에 민주당은 정면돌파 의지를 되새겼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노동부와 한나라당이 주장했던 해고대란은 지금 어디에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장은 이날 비정규직법을 여야가 합의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여파가 큰 노동문제를 강행처리한다면 적잖은 후유증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또 오는 17일 제헌절 기념 행사와 18일 파견기간이 끝나는 레바논 동명부대의 파견 연장안 처리를 앞두고 야당을 자극해 득이 될 게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김 의장은 이날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점거농성 중인 야당 의원들에게 “제헌절을 앞두고 어린이, 외국인, 주한외교사절이 의사당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즉시 철수할 것을 요청했다. 주현진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최동호 오솔길 산책] 여름 도시의 빛과 소쇄원의 바람

    [최동호 오솔길 산책] 여름 도시의 빛과 소쇄원의 바람

    여름 도시의 빛은 화려하다. 현란한 색들이 밀림처럼 눈앞을 가로막아 꼼짝도 못하고 땀만 흘리고 있는 것 같다. 화려한 여름 도시의 빛깔 뒤에 온갖 욕망이 번득인다. 오늘의 우리가 처한 암담한 현실은 모두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견해를 수정하거나 방향을 바꿀 생각은 아예 없는 사람들이 도처에서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진실을 말해 줄 사람도, 진실을 경청할 사람도 사회의 중심에는 없는 것 같다. 공포와 독단이 지배적이다. 답답한 마음을 씻어 보고자 담양 소쇄원(瀟灑園)을 찾기로 하였다. 알려진 대로 소쇄원은 개혁정국을 주도하던 조광조가 기묘사화(1519년)로 능주로 유배되었다가 사사되자 그의 문하였던 양산보(1503~1557년)가 출세의 뜻을 버리고 자연 속에 숨어 살기 위해 건립한 정원이다. 하늘로 치솟은 죽림 사이로 드리운 그늘을 지나 소쇄원에 도달했다. 소쇄원은 예상보다 협소하지만 아기자기하게 중첩된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계류를 뒤에 두고 대봉정(待鳳亭)이 있고 조그만 계곡을 건너 광풍각(光風閣)이 있고 그 뒤에 제월당(霽月堂)이 있었다. 제월당은 ‘비 갠 하늘의 상쾌한 달’이란 말이요, 광풍각은 ‘비 갠 뒤 햇빛 가득 머금은 청량한 바람’이라는 말이다. 소쇄원에서 직접 본 것은 작열하는 햇빛 속에 잔뿌리가 드러난 나무줄기요, 메마른 계류였다. 실오라기 같은 물이 흐르고 있을 뿐 소쇄원 어디에도 시원한 바람은 없고 메마르고 잔인한 햇살이 칼날처럼 빛나고 있었다. 16세기 전후 조선의 정치적 구도는 사림파와 훈구파의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그들의 세력이 교체될 때마다 사화가 일어나고 이는 그 후 당쟁으로 발전되어 조선조의 망국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나라가 망하는 일이 있어도 당리댱략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일도 마지않았던 것이 조선조 사색당쟁의 폐단이 아니었던가. 오늘의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치 눈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인기에 편승하려는 권력투쟁 아니면 누가 뭐라 해도 소신껏 나가겠다는 소통부재의 독선이 지배하는 것이 오늘 우리가 당면한 사회적 상황이다.  혹자는 양산보가 건립한 소쇄원을 양반 사림의 호사 취미라 몰아붙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쇄원은 호남의 사림이 도학과 절의라는 그들의 자존심을 지키고 힘들여 일구어나간 전통문화의 한 증거이다. 세속의 욕망을 버리고 자연에 은둔하기로 한 그들에게 소쇄원은 16세기 한국문화의 새 전통을 창출하였던 소통의 공간이다.  권력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갔어도 그들을 지켜 주는 문화적 자존심으로 인해 그들은 당당하게 생을 살아나갈 수 있었다. 소쇄원을 중심으로 모여든 송순, 정철, 기대승, 김인후, 고경명 등은 이후 거듭된 사화는 물론 임진왜란의 위기도 극복하는 저력을 길러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문화적 자부심 위에서 17세기 후반 겸재 정선을 필두로 진경산수화가 전개되어 비로소 한국의 산과 들이 우리들 자신의 손에 의해 미학적으로 표현되기 시작한 것일 터이다. 기대승이나 김인후의 도학이나 송순이나 정철의 가사문학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문화적 전통의 깊이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고갈한 소쇄원의 계류에서 오늘의 난마와 같은 정치적 현실을 돌아본다. 양상은 다르지만 진보와 보수의 격돌은 언제나 역사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이 뜨거운 정치판에 한바탕 시원한 장맛비가 쏟아졌으면 좋겠다. 소쇄원 광풍각의 청량한 바람이라도 불어 대결적 구도를 만들어 낸 당사자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진실을 말하게 하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로 탈바꿈시켰으면 좋겠다. 최동호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 “대화로 풀면 안될게 뭐있나…불교 화합 위한 도깨비될 것”

    “대화로 풀면 안될게 뭐있나…불교 화합 위한 도깨비될 것”

    “불교 화합을 위한 도깨비가 되겠다.” 동국대 신임 이사장 정련(67) 스님의 별명은 ‘도깨비 스님’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눈 깜짝할 사이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니기 때문이다. 주지로 있는 부산 내원정사는 물론이요 경남 거제에 있는 중증장애인 요양시설까지 돌보느라 그의 발걸음은 바쁘기만 하다. 최근 동국대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된 그는 6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로 풀어서 안 될 게 뭐가 있겠느냐. 한국불교의 소통을 위해 부지런히 다닐 생각이다.”면서 ‘화합과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학내 이사들의 화합은 물론 총무원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 동국대는 법장 스님이 추대된 31대 총무원장 선거 이후 계파 갈등으로 총무원측과 10여년간 소원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게다가 현재 32대 총무원장 자리를 두고 지관 스님과 경합했던 정련 스님으로서는 이런 화합과 소통의 행보가 파격적일 수밖에 없다. 그는 이사장 선출 이후 ‘화합의 행보’를 위해 오래 이어진 소통의 부재를 걷어내고 있다. 지난 3일에는 해인사에 있는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을 예방했다. 또 6일에는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찾아가 21일 동국대에서 열릴 취임 법회에 참석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정치적 문제는 선거 이후 모두 잊었다.”면서 “윗선에서 단합하지 않으면 아래에서는 절대 화합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사회가 안정돼야 학내 구성원들도 안정되고 학교가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스님은 최근 종단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자연공원법에 대해서도 역시 대화를 강조했다. 그는 “일방적인 법제정은 화장실 하나 제대로 못 짓는 사찰을 만들었다.”면서 “처음 사업계획을 세우고 법령을 정비할 때 대화를 나눴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종단 담당자들도 이제 세속법을 알고 공부해 실정자들과 대화로 문제를 풀어갈 수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사설] 현직 대통령 첫 재산기부 참뜻 살리길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331억여원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결정, 구체적인 내역을 발표한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현직 대통령이 거의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 것은 국내에서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사회·경제적으로 한국의 미래에 좋은 영향을 끼치리라고 본다.이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기부문화가 널리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기부문화가 활성화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미흡하다. 2007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평균 기부액은 10만 9000원이었고, 개인의 기부 참여율은 55%였다. 미국은 113만원, 83%에 달한다. 특히 국가 최고통치권자가 재산기부를 앞장서 실천함으로써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사회 각 분야에 정착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이 대통령은 재산기부를 통해 지난 대선 공약을 이행했다. 기부시점이 조금 늦어진 것을 비판하는 측이 있으나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는 약속을 지켰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이번 기부와 관련, 전직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를 끊는 단초가 될지 여부도 정치적으로는 관심사다. 이전 대통령들은 재임시 부정한 돈을 받았다가 퇴임 후 곤욕을 치르곤 했다. 자신이 가진 재산을 스스로 내놓은 대통령이 불법자금을 받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이 대통령은 재산을 기부한 정신을 살려 앞으로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하여야 한다. 이 대통령의 기부재산을 관리할 재단을 투명하게 운영해 청소년 장학과 복지사업에 기부재산이 제대로 쓰이도록 하기 바란다.정부는 대통령의 결정을 ‘부자정권’ 이미지를 탈피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오늘이 있기까지 저를 도와주신 분들은 하나같이 가난한 분들”이라면서 “제 재산을 의미롭게 쓰는 것이 그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정부가 약자와 소외계층을 보듬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는다면 국민통합은 꿈이 아니다. 청렴하고 능력있는 인사들을 발굴해 기용하고, 진정한 서민정책을 펼쳐 이 대통령의 기부문화 정신이 정부의 인사·정책에도 투영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 [모닝 브리핑] 선관위, 재·보선 사전투표제 도입 제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보선 사전투표제 도입을 담은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냈다고 6일 밝혔다.사전투표제란 선거일 전에 별도 신고나 신청 절차 없이 선관위가 설치한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제도다. 현재 유권자는 부재자 투표 또는 선거 당일 투표로만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제를 도입하면 재·보선 투표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제를 전국 단위 대선이나 총선이 아닌 재·보선에만 적용하고, 선거일 전 4일부터 이틀간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는 안을 내놓았다.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구로 인터넷전화 시스템 구축

    서울 구로구가 전화 시스템을 디지털로 교체했다. 구로구는 6일 시대적 환경변화에 발맞춰 최근 구청사와 동사무소의 전화기를 모두 인터넷 전화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전화 설치로 다양한 민원서비스도 가능하게 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보이스 메일 서비스’. 업무 담당자가 부재중일 경우 음성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시스템이다. 민원인은 음성메시지를 통해 반복적으로 전화를 해야 하는 수고를 들 수 있게 됐다. 다자간 통화도 가능해져 복합민원의 처리도 쉬워질 전망이다. 복합민원이란 2개 이상의 부서가 담당해야 하는 민원을 말한다. 이전에는 민원인이 부서마다 방문해야 했지만 다자통화를 통해 민원인과 복합민원을 담당하는 다수의 공무원이 동시에 대화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전화비 감소를 통한 예산절감의 효과도 기대된다. 구는 인터넷 전화 구축으로 1년에 2000만원의 전화비 절감을 예상하고 있다. 유영환 구로구 디지털홍보과장은 “인터넷 전화 구축으로 디지털 행정이 또 한번 업그레이드됐다.”면서 “주민홍보를 통해 민원인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아내 집비운 새 철부지 식모에게 덤벼들어

    B=마포(麻浦)쪽에선 주인이 식모애를 덮쳤다가 잡혀온 파렴치한 사건이 났지. 마포구 노고산(老姑山)동에 사는 중년 사나이 심모(37)씨는 1남1녀의 가장인데 4일 밤10시쯤 퇴근해서 집에 오니 부인이 부재중이었단 말야. 저녁밥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변소에 갈 셈으로 마루에 나오니 식모방의 문이 열려 있었어. 식모 김(金)모양(15)이 잠들어 있는데 집안은 조용하것다, 마누라도 없것다 해서 쳐들어가 덮쳐버렸어. 김양은 그게 뭔지도 모르고 끙끙거리다가 며칠 뒤 오빠를 만나 거기가 아프다고 하소연.오빠가 고소를 해 버린 거야. H=주부들은 남편 관리를 잘해야 되겠군. [선데이서울 72년 9월 17일호 제5권 38호 통권 제 206호]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세비지 그레이스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세비지 그레이스

    ‘세비지 그레이스’는 ‘근친상간과 저주’에 관한 비극이다. 이런 주제라면 즉시 연상될 작품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과 (한국에선 음악이 더 유명한) 줄스 다신의 ‘페드라’(1962년)일 것이다. 그런데 비극적인 운명의 칼날을 다룬 심각한 영화일지언정 ‘세비지 그레이스’는 그리스 비극의 심오한 주제까지 탐하진 않는다. 1972년에 서구사회를 뒤흔든 살인사건에 바탕을 둔 이 퇴폐주의 영화가 가장 큰 빚을 지고 있는 작품은 루이 말의 ‘마음의 속삭임’(1971년)이다. 두 영화의 중심에는 풍요 속의 혼란을 겪는, (소년 또는) 성숙하지 않은 남자가 있다. 1949년 뉴욕. 바바라 데일리 베이클랜드는 귀족들과의 식사를 주선 중이다. 남편 브룩스가 아내의 호들갑을 시큰둥한 시선으로 대하는 것과 반대로, 천진난만한 얼굴의 아기 안토니는 미소를 짓고 있다. ‘세비지 그레이스’는, 합성수지를 발명한 선조 덕에 거부로 사는 베이클랜드 가족의 이후 20여년을 몇 년의 간격을 두고 묘사한다. 아버지가 가정 밖에서 나돌고, 어머니의 삶이 서서히 무너지는 동안, 정체성을 구하지 못한 아들은 불안이라는 괴물을 몸 안에 키운다. 어느 날, 안토니는 자신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는 물건을 놓고 어머니와 다툰 끝에 가둬놓았던 괴물에게 칼을 쥐어 준다. 안토니는 증조부의 말 - ‘돈이 있으면 실수의 결과를 책임질 필요가 없어진다.’ - 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노동할 이유라곤 없고, 사교생활과 나른한 휴식이 전부인 삶을 사는 소년에게 인생은 기나긴 권태의 연속이다. 좋은 옷을 걸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귀족이나 예술가와 어울려도, 행동할 수 없는 인간에게 주어진 것은 무감각과 공허감뿐이다. 삶에 염증이 난 채 애욕과 질투의 감정으로 지탱하는 그들을, ‘세비지 그레이스’는 우아한 외양 아래 야만적인 얼굴을 가린 존재로 파악한다. 그렇다면 보통사람들이 정서적으로 반응하기 힘든 인물을 통해 감독이 말하려는 바는 무엇일까. 답을 얻으려면 톰 케일린의 전작(이자 퀴어영화의 기념비)인 ‘스운’과 ‘세비지 그레이스’를 연결해야만 한다. 케일린이 15년 동안 발표한 단 두 편의 장편영화는 공히 부르주아지 청년이 저지른 실제 패륜사건을 영화화한 것이다. 극중 바바라는 부자를 ‘애칭이 주어지지 않은 인간들’이라 부른다. 케일린은 부르주아지의 비극과 몰락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보다 처연한 심정으로 바라보기를 선택한다. 그의 눈에, 삶이 끝나기 전까지 고통에서 해방되지 못하는 건 부르주아지도 마찬가지인 게다. F. 스콧 피츠제럴드가 물질적으로 부유하나 도덕적으로 타락한 세대를 문학의 한 주제로 삼았던 것처럼, 케일린은 자본주의 먹이사슬의 최상층부를 차지한 인간들을 파고든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거니와 스스로도 사랑하지 않는 인간들에게서, 케일린은 ‘미국의 꿈’의 어두운 면을 발견한다. 1981년, 안토니 베이크필드는 감옥에서 비닐봉지를 머리에 두르고 자살했다. 그가 자살의 도구로 사용한 도구가, 그의 선조가 발명해 엄청난 부를 낳은 물건에서 파생된 비닐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그 아이러니, 그 슬픔, 그 희망의 부재가 바로 ‘세비지 그레이스’의 주제다. 원제 ‘Savage Grace’, 감독 톰 케일린, 개봉 9일. 영화평론가
  • 포항시 전·현직 공무원 비리에 얼룩

    경북 포항시가 직원들의 공금 횡령 등 잇단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포항시는 29일 북구 청하면사무소 공무원 H모(46·7급)씨가 지난 1월부터 면사무소에 배정된 각종 예산을 집행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3억 4000여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 정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이날 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 해당 면사무소의 면장과 부면장을 직위 해제하고 경찰에 H씨에 대한 출국금지와 수사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H씨는 최근 포항시의 조사가 시작되자 지난 주 관련 서류를 챙겨 잠적했다. H씨는 2006년부터 청하면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면서 부면장 부재 시 인장을 도용해 출금 전표에 찍는 수법으로 모두 30여차례에 걸쳐 거액을 횡령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포항 아파트 인·허가 해결을 미끼로 시공업체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포항시 전·현직 공무원 5명은 지난 10일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포항지원(형사 2단독 정철민 판사)은 아파트 업체로부터 1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직 포항시청 과장 S(54)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전직 담당 J(51·6급)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 인사청탁 대가로 전·현직 포항시 공무원에게서 2100만원을 받아 구속된 포항시 구청장 출신 J(60)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아파트 업체에 대한 편의 제공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아 구속기소된 포항시 현직 과장 S(51)씨는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포항 주민들은 “시 공무원들의 도덕 불감증과 공직기강 해이가 극에 달했다.”고 비난했고, 직원들은 “시민들에게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곤혹스러워했다. 한편 박승호 포항시장은 지난 3월 직원들의 아파트 허가와 인사 비리와 관련, 대시민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었다. 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거리낌 없이 전하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

    ‘(추풍령 감자탕이) 지금처럼 입맛을 돋우는 음식이 아니라 욕망이나 욕정을 잠재우는 음식이었다고 하면 점주는 내 말을 믿어주기나 할까.’(‘추풍령’ 중에서) 소설가 이현수의 상상력은 참으로 능청스럽다. 1991년 이후 20년 가까운 문단생활에 고작 장편 둘에 소설집 하나를 남긴 더딘 걸음이지만, 이런 천연덕스러운 발자국을 남기려고 걸음을 서두르지 않았나 싶다. 그의 두 번째 소설집 ‘장미나무 식기장’(문학동네 펴냄)의 수록작들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거리낌 없이 전하는 힘이 있다. 각 작품들을 은근하게 서로 연결하는 주제나 상황 설정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자칫 무거워질 이야기들을 처지지 않도록 당겨주는 재치있는 문체가 그렇다. 과부로 가득한 종가댁 이야기 ‘추풍령’이나 무능하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사업수완 좋은 어머니를 다룬 표제작 ‘장미나무 식기장’ 등 수록작들은 끊임없이 남성 부재 상황을 이야기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어머니 상을 제시한다. 그 상황에서 어머니들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그들은 ‘서방 잡아 먹은 년’이자 ‘벌떡증’(일종의 화병) 걸린 사람들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비애를 능청스러운 긴 호흡의 문장으로 적절히 감춰버린다. 예를 들면 “머릿수건이나 머플러를 두른 여자를 본 적은 있어도 이슬람교도처럼 머리에 터번을 쓴 여자는 처음 봤고, 담요나 요가 깔린 바닥은 본 적 있어도 사람이 다니는 곳에 깔린 서양 카펫은 세상에 태어난 이래 처음 보고 또 그걸 직접 밟아 폭신한 촉감까지 즐기던 중이었으니 무슨 정신이 있었겠는가”와 같이 덤덤한 표정으로 던지는 수준급 유머와 같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씨는 “이현수의 작품은 초인의 윤리와 세속의 절망 사이에서 서성대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품의 해설을 달았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문학계간지에 발표한 작품을 모았다는 작가는 “이 책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은 오랫동안 곁에 두어 눈독이 새파랗게 올랐다.”면서 “작품을 넣을까 뺄까, 목차는 어떻게 할까 한참을 고민했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 “책이 나오는 데 뭐하나 쉬운 게 없었으니 책값 비싸다고 하지 마시라.”고 장난스레 덧붙였다. 1만원.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특파원 칼럼] 구(舊)정치와의 단절/이종수 파리특파원

    [특파원 칼럼] 구(舊)정치와의 단절/이종수 파리특파원

    최근 프랑스의 주요 화제는 23일(현지시간) 단행된 중폭의 개각과 그 전날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베르사유궁에서 행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이었다. 프랑스 언론들은 잇따라 터진 이 굵직굵직한 소식들을 전하느라 분주했다. 국내 언론에는 크게 보도되지 않았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이 22일 프랑스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 것은 프랑스의 ‘큰 역사’였다.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 것은 161년 만에 처음이고, 프랑스 5공화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이었다. 프랑스 제5공화국은 헌법으로 정부와 의회를 분리함에 따라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것을 금지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사르코지 대통령이 주도한 헌법 개정이 상·하원을 통과하면서 이날 연설이 가능했다. 개정 헌법에 따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의회에 출석해 정부의 정책을 설명했다. 사르코지가 지난해 개헌을 주도한 것은 그가 표방하던 ‘구(舊) 정치와의 단절’ 가운데 하나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단절’을 강조했다. 민감한 것은 넘어가고 그럭저럭 통치하던 관행에서 벗어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에 따라 공기업 연금개혁이나 국립대학 개혁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는 과제들에 과감하게 손을 댔다. 물론 노동계와 대학가에서 강력한 저항이 잇따랐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줄기차게 밀어붙였다. 그리고 이런 풍경은 지금도 현재형이다. 사르코지의 일관된 의지는 23일 단행한 개각에서도 읽을 수 있다. 그는 1기 내각 구성에 이어 이번에도 좌우파 정당을 아우르는 이른바 ‘개방 인사’를 실행했다. 2007년 1기 내각에서 그는 사회당 유명인사인 베르나르 쿠슈네르를 외무장관에 전격 기용하는 등 6명의 사회당 인사를 내각에 기용했다. 이어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특보를 지낸 자크 아탈리, ‘미테랑의 의형제’라 불렸던 자크 랑 전 문화부 장관 등을 미래의 청사진을 만드는 위원회에 중용했다. 좌우를 아우르는 이런 행보는 이번 개각에도 여실히 나타났다. 미테랑 전 대통령의 조카 프레데릭 미테랑을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여당 대중운동연합의 후보 자리를 놓고 다투었던 정적(政敵) 도미니크 드 빌팽 전 총리의 측근인 브뤼노 르 메르를 농업장관으로 중용했다. 또 대선 1차투표에서 사르코지에 맞서 중도파 돌풍을 일으킨 프랑수아 바이루 후보의 측근인 미셸 메르시에 상원의원을 도시공간 및 국토정비 담당 장관으로 임명했다. 이를 정치 감각이 뛰어난 사르코지 대통령의 ‘정치 공학’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구 정치와의 단절’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르코지가 시도하고 있는 구 정치와의 단절 행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여의도 정치 불신론’을 떠오르게 한다.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는 여의도 정치의 구태, 그 비생산성과 비효율성을 지적한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옳았다. 그리고 그런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려는 시도도 일면 타당해 보인다. 여기까지는 사르코지와 닮아 보인다. 그러나 대안에서는 달라 보인다. 사르코지는 구 정치와 단절은 시도하되 대안 역시 정치적 장(場)에서 찾았다. 멀리는 노동계 대파업때 조합 대표들을 엘리제궁으로 불러들여 대화를 시도했다. 최근엔 상·하원 합동회의에 출석해 경제위기, 퇴직 연령 연장 등 당면한 현안을 설명하고 의원들에게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구 정치와의 단절을 정치 고유의 작동과정 밖에서 시도하려고 한 것 같다. 그 결과 다양한 영역에서 소통의 부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 수행이 본질적으로 고도의 정치 행위라고 본다면 구 정치와의 단절도 정치 메커니즘 안에서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이종수 파리특파원 vie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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