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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 남아공월드컵] 킬러들의 침묵 언제까지…

    태극전사들이 달라졌다. 그렇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9일 스페인 말라가스타디움에서 끝난 핀란드와의 경기를 2-0 승리로 마쳤다. 지난해 11월 덴마크와의 평가전(0-0 무)을 합쳐 네번째 A매치에서 첫 승전보를 알렸다. 핀란드와의 경기는 당초 오는 6월 12일 그리스와의 월드컵 본선 B조 첫판에 대비한 리허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핀란드는 그리스와 견주기에는 딴판인 축구를 구사하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5위로 그리스(13위)에 뒤처지는 게 사실이다. 허정무 감독이 앞서 거듭 밝힌 것처럼 “승패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장단점을 읽는 차원”이라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최전방에서 한방을 해결할 공격수를 찾지 못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핀란드를 맞아 터뜨린 2골은 전반 39분 오범석(26·울산)과 후반 16분 이정수(30·가시마 앤틀러스) 등 수비수 몫이었다. 여전히 킬러 부재를 드러냈다. 정예 15명으로 나선 공격수들의 움직임은 분명 나아졌다. 이동국(31·전북)과 염기훈(27·울산)은 활발한 모습으로 상대 수비를 흐트렸다. 특히 이동국은 초반 뺏겼던 주도권을 되찾는 데 한몫을 해냈다. 허 감독도 “적극성이나 수비 가담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며 모처럼 웃음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그 이상으로 해줘야 한다. 마지막에는 힘들었다는데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완승이라곤 하지만 그리스를 가상한 시나리오를 짜기엔 모자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초반 핀란드의 기세에 눌려 밀리다가 전반 36분 김두현(28·수원)을 들여보낸 이후에야 볼 점유율을 늘리는 등 주도권을 빼앗았다. 핀란드는 강한 압박수비를 바탕으로 ‘빠른 역습’을 노리는 그리스와 달리 그다지 위력을 보이지는 못했다. 그리스를 떠올리면 반가울 만한 소득도 있었다. 한 골도 내주지 않은 수비진의 안정감이다. 노련미를 더하며 경기를 매끄럽게 조율한 김정우(28·광주)와 역습상황에서 빠른 전환을 통해 공격의 숨통을 튼 김두현의 모습도 좋았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프로축구] 포항發 리빌딩… K-리그 지각변동 예고

    프로축구 K-리그가 핵심 선수들의 이동으로 판세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 프리미어리거 설기현(31)은 18일 입국해 “유럽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제2의 인생을 열겠다.”면서 “국내 리그는 처음이지만 쉽다고 여기진 않는다.”고 말했다. 포항과 1년 계약한 데 대해선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려고”라고 덧붙였다. 그를 영입한 포항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축구를 선보이겠다.”고 반겼다. 아직 허정무 대표팀 감독의 관심을 받을 정도로 위력을 지닌 설기현의 국내 복귀가 리그에 미칠 영향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팀과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자유계약(FA) 선수들이 리그 등록시한인 다음달 23일까지 전체 구단과 교섭을 벌일 수 있어서 후폭풍 위력은 아직 남은 셈이다. 신임 레모스 올리베이라 감독 체제로 바꾼 포항은 K-리그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다 브라질로 유턴했던 미드필더 모타(30)를 영입한 데 이어 공격수 설기현의 영입과 함께 본격적인 리빌딩을 선언했다. 지난해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리그 2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 A) 클럽월드컵에선 3위로 세계와의 격차를 실감했다. 이미 포항발 후폭풍은 거세지만 설기현의 가세로 힘을 더한 포항 앞에서 다른 팀들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앞서 지난해 리그 2위 성남은 남궁도(28), 6강 플레이오프(PO)에 나서며 잠재력을 선보인 전남은 김명중(25), 울산은 고슬기(24) 등 수준급 공격수들을 각각 데려와 화력을 키웠다. FC서울은 포항을 떠난 특급 미드필더 최효진(27)을 잡은 데 이어 울산에서도 현영민(31)을 받아 허리를 튼튼하게 만들었다. 또 성남에서 골키퍼 김용대(31)를 영입, 2009시즌 괜찮은 전력을 갖추고도 관록을 뽐내는 팀 중추 부재로 “모래알 같다.”던 평가를 벗어던지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리그 디펜딩챔프 전북은 공격에 힘을 보탰다. 서울에 미드필더 하대성(25)과 이현승(22)을 내주고 김승용과 심우연(이상 25)을 데려왔다. 대신 수비진을 보충하기 위해 일본 J-리그 오미야에서 활약한 박원재(26)를 18일 영입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울산 농어촌공사지사 통폐합 반발

    한국농어촌공사가 정부의 경영선진화 방침에 따라 울산지사를 경남 김해양산지사와 통폐합한 뒤 ‘울산지소’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지역 농업인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8일 울산지역 농업인단체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최근 경영합리화를 명분으로 연내 전국 93개 지사를 70개로 축소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다음달부터 울산지사를 경남 관할의 김해양산지사로 통합한 뒤 울산지소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승은 한국농업경영인 울산시연합회장 등 농업인 대표들은 이날 농어촌공사 본사(경기 의왕시)에서 이상용 부사장과 면담을 갖고 울산지사 존치를 강력히 요청했다. 이들은 지역 농업인 및 지자체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통폐합 계획 중단을 요구한 데 이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지역 농민들과 함께 실력행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울산쌀전업농연합회도 “광역 행정구역이 다른 울산지사와 김해양산지사를 통폐합하는 것은 지역의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울산은 농경지 대부분이 산악 및 구릉평야일 뿐 아니라 수리시설물도 광범위하게 산재돼 있어 시설의 현대화 등 각종 사업 시행을 위해 울산지사 존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농어촌공사 울산지사 노조도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울산지사가 김해양산지사로 통합되면 광역·지역특별회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와의 예산 및 업무협조가 단절될 뿐 아니라 업무·관리 기능도 절반으로 축소된다.”면서 “통폐합 계획은 울산지역 농어촌 개발사업 차질뿐 아니라 시설물 관리 부재를 불러올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여의도 돋보기] 野 5당·시민사회 갈길 먼 선거연대

    야당과 시민사회는 ‘반(反) MB 연대’의 깃발을 들 수 있을까.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친노 성향의 국민참여당 등 야5당과 시민사회 진영의 요즘 화두는 6·2 지방선거를 위한 연대다. 정책연합·후보연합 등을 통해 현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것이다. 시민사회 진영은 좋은 후보를 내세우거나 지지하는 방식으로 지방선거에 처음 참여할 방침이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와 도종환 시인이 참여한 ‘2010연대’, 박원순 변호사,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주도하는 ‘희망과 대안’, 이해찬 전 총리가 주축인 ‘시민주권모임’, 김근태 민주당 고문이 만든 ‘민주통합시민행동’ 등 4개 모임이 적극적이다. 야5당 대표와 시민사회 원로들은 지난 12일 첫 ‘5+4 모임’을 갖고, 연대의 틀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시민사회 진영은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맡기로 했다. 그러나 각 정당의 셈법이 달라 연대가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지방정부 공동운영, 시민참여배심원제, 지방의원 15% 전략공천을 내세우며 민주당을 중심으로 뭉칠 것을 호소한다. 정세균 대표는 15일 “지금은 힘을 합칠 때라는 것이 민주개혁진영의 목소리”라면서 “민주당이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데도 국민참여당이 창당을 강행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7일 창당하는 국민참여당은 “계파로 찢기고, 리더십과 시스템이 부재한 민주당에 들어가면 희망이 없다.”고 일축했다. 민노당은 진보신당과의 통합에 방점을 두고 있으나, 진보신당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연대 가능성이 낮다.”면서 “민주당 지도부가 자기 당 후보에게 양보를 설득할 구심력을 가졌는지 의문이고, 지방선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살 수 있는 국민참여당은 당연히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자신만이 ‘적통’, ‘정통’이라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지난 두 정부의 공과에 책임이 있는 정당들은 좌로 한 걸음 움직이고, 진보정당은 선명성만 내세우지 말고 실질적인 연대의 길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경영위기 농가 농지매입 확대

    부채로 경영위기에 처한 농가의 농지를 사들여 부채를 갚도록 하고, 매입한 농지는 농가가 계속 영농할 수 있도록 해서 회생을 지원하는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이 확대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1일 올해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에 지난해보다 700억원 증액된 2400억원이 지원된다고 밝혔다. 특히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재정 조기 집행계획에 따라 상반기에 60% 이상(15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2006년 시작된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을 통해 지난해까지 1752개 농가가 4270억원(농가당 2억 4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더 많은 농가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기준도 개선된다. 올해부터 지원대상 농가의 부채규모를 4000만원 이상에서 3000만원 이상으로 낮추고, 농가당 지원규모도 부채액의 120% 이내에서 100% 이내로 조정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LG생활·차병원 제휴 생명공학 화장품 낸다

    LG생활건강은 차병원 그룹의 차바이오앤디오스텍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생명공학기술을 접목한 화장품을 출시한다고 11일 밝혔다. 새로 선보이는 제품은 재조합 줄기세포 배양액 핵심성분이 있는 ‘오휘 더 퍼스트’ 8종과 태반 성분을 재조합한 물질을 함유한 ‘이자녹스 테르비나’ 6종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6월 피부재생과 노화방지 화장품 개발에 관해 전략적 제휴를 맺은 바 있다. 이천구 LG생활건강 상무는 “차병원 그룹이 임상적용이 가능한 줄기세포 역분화 기술과 양수, 태반 등에 대한 연구기술력 등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적용한 화장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겨울철 그녀의 안이 궁금해? 완전 괜찮다~

    겨울철 그녀의 안이 궁금해? 완전 괜찮다~

    계속되는 맹추위에 패션족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피부는 건조해지고 군살은 자꾸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들의 고민을 한 방에 날려줄 재생화장품과 패션 실내운동복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외모를 바라는 게 여성들의 공통된 바람. 스킨케어 전문브랜드 비오템은 30대 이상의 여성을 위한 안티에이징 제품 ‘스킨 비보’를 출시했다. 피부 세포의 미세한 손상을 회복시키고, 생명 세포 기능을 활성화해 피부 개선 효과를 가져온다는 게 비오템의 설명이다. 스킨로션(125㎖·5만 9000원), 아이 케어(15㎖·7만 2000원), 세럼(50㎖·11만원) 등 총 5종으로 구성됐다. 네이처 리퍼블릭의 피부재생 크림 ‘어드밴스드 셀부스팅 스템셀 데이/나이트 크림(2종·각 50㎖·3만 5000원)’은 풍란 줄기세포와 5가지 발효 약용버섯 추출물이 함유돼 피부세포의 활성을 촉진한다. 슈에무라 ‘딥씨 하이드라빌리티’는 해양심층수를 바탕으로 각종 해조류 추출 성분 등을 포함하고 있어 수분·영양 공급 효과가 뛰어나다. 토너, 에멀젼, 에센스, 크림, 립밤 등 총 5종으로 구성돼 있으며, 가격은 총 29만 3000원이다. 입술, 손, 발 등에 집중하는 케어 제품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바이엘 헬스케어의 ‘비판톨? 립크림(7.5㎖·5000원)’은 보습과 자외선 차단, 피부 재생 기능으로 입술을 촉촉하게 보호해 준다. ㈜네오팜의 ‘핸드 케어 밤(60㎖·1만원)’과 ‘풋앤힐 케어 밤(120㎖·2만원)’은 각각 고농축 핸드크림과 풋크림이다. 찬바람을 맞는 조깅 대신에 헬스, 요가, 스트레칭 등 실내운동을 결심한 다이어트족이라면, 산뜻한 디자인의 아웃도어웨어를 골라 보자. 기윤형 K2 디자인실장은 “각 운동의 특성을 고려한 아웃도어웨어를 갖춰 입으면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타일리시한 느낌까지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K2는 실내 피트니스웨어 아이템을 다양하게 내놓았다. 스판원단 사용으로 활동성이 뛰어나고 흡습속건 기능이 탁월한 ‘액티브 라운드티(5만 9000원)’와 ‘니트 웜업팬츠(7만 9000원)’, 통풍성이 탁월한 ‘여성용 그라데이션 재킷(14만 9000원)’ 등이 추천품목으로 꼽힌다. K2의 스포츠화 ‘그랜드(18만 5000원)’는 안정적인 착화감과 뛰어난 접지력이 장점으로 피트니스를 즐길 때 부담이 없다. 여성의 경우 스포츠브라를 착용하면 더욱 편안하게 운동을 즐길 수 있다. 비비안은 쿨맥스 원단을 사용해 쾌적하고 위생적인 스포츠브라를 4만 5000원에 판매한다. 훅 없는 러닝 스타일에 가슴 모양을 잡아주는 컵이 내장돼 있다. 일반 브래지어 스타일의 스포츠브라는 3만 9000원으로 컵 아래쪽에 통기성이 좋은 메시 소재를 덧대 열이 많이 나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라푸마는 폭이 넓은 밴드를 사용한 러닝 형태의 스포츠브라(3만 5000원)를, 코오롱스포츠는 쿨맥스와 항균 작용이 있는 은나노 성분의 스포츠브라(3만 9000원)를 내놨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국회파행으로 아동성범죄 관련 법안 23건 중 처리 ‘0건’

    ‘조두순 사건’ 이후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아동성범죄를 엄단하겠다며 관련 법안을 앞다퉈 내놨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제로 처리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조두순 사건 이후 발의된 아동성범죄 관련 법안은 형법·형사소송법·성폭력특별법·청소년 성보호법·아동복지법 개정안 등 23건이었지만, 모두 법제사법위원회와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 계류돼 있을 뿐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0건은 본회의 상정 직전 단계인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넘어간 지 한 달 이상 지났다. 개정안들은 주로 아동성범죄의 공소시효 연장 혹은 폐지, 음주 등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한 형 감경 폐지 혹은 가중, 반의사 불벌죄 폐지, 수사 및 공판 단계에서 전문가 참여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날로 흉포화하는 아동성범죄를 막기 위해 입법이 시급하지만, 지난해 말 여야의 ‘예산 전쟁’으로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법사위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처리가 무산됐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도 8일로 끝나기 때문에 2월 임시국회까지 최소한 두 달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법안 처리가 지연된 가장 큰 이유는 국회의원의 문제의식 부재로 볼 수 있다. 17대 국회 때도 여야 의원 36명이 아동을 성폭행하거나 다치게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아동학대방지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3년 동안 논의 한 번 되지 않은 채 임기만료와 함께 폐지됐다. 이 법이 제때 처리됐더라면 조두순의 형량을 가중하는 법적 근거가 됐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의 논의 과정을 지켜본 한 참석자는 “연내 처리가 가능한 법안도 여럿 있었지만 ‘시급하니 집중 논의하자.’는 의견은 거의 없었고, 관련 상임위끼리 의견교환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국정감사 때는 검찰과 법원을 비판하더니, 형법이나 형사소송법 등 기본법을 의원 발의로 개정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법무부의 개정안을 기다리는 분위기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1월 이적시장’ 리버풀이 영입해야 할 선수는?

    ‘1월 이적시장’ 리버풀이 영입해야 할 선수는?

    유럽 겨울 이적시장, 위기의 리버풀이 영입해야 할 선수는 누구일까? 2009/201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선수 보강이 가장 절실한 클럽은 아마도 리버풀일 것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단골손님이자 프리미어리그 빅4 클럽 중 하나인 리버풀은, 올 시즌 공수에 걸쳐 모두 문제를 드러내며 리그 7위에 머물러 있다. 후반기 대반전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선수 영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여름 이적시장과 달리 시즌 중에 이뤄지는 겨울 이적시장의 특성상 대형 선수를 영입할 수 없다는 점과 현재 겪고 있는 재정 위기는 리버풀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 팀의 아이콘이자 주장인 스티븐 제라드의 이적설이 나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희생 없이 개혁이 불가능한 리버풀이다. ① 막시 로드리게스 (29.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1월 이적시장에서 리버풀이 가장 많이 공을 들이고 있는 선수다. 아르헨티나 대표 출신으로 측면 자원이 부족한 리버풀에 다양한 공격 옵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데드볼 스페셜리스트로 프리킥과 세트피스에서 날카로운 슈팅을 자랑한다. 스페인 현지 언론에 의하면 이미 리버풀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간의 이적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임대 이적이 아닌 완전 이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로드리게스의 에이전트인 호세 세구이는 “이적이 된다면 임대가 아닌 완전 이적이 될 것이다. 모든 건 두 구단의 결정에 달렸다.”며 리버풀 이적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음을 내비쳤다. * 장점 : 전형적인 우측면 자원으로 리버풀의 측면 부재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디르크 카윗의 최전방 배치도 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 단점 :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계속해서 하향세를 걷고 있다. 부상이 잦다는 점과 적지 않은 나이 역시 걸림돌이다. ② 루드 반 니스텔루이 (34. 레알 마드리드) 리버풀의 루드 반 니스텔루이 영입은 최선이자 동시에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우선, 페르난도 토레스에게 집중된 견제와 득점력 난조를 해결하는데 있어 반 니스텔루이는 리버풀이 올 겨울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임에 틀림없다. 이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검증이 끝난 세계 최고의 골게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부상이 잦다는 점이다. 올 시즌은 물론 지난 시즌부터 자주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결장이 잦았다. 1월 이적시장을 통해 즉시 전력감을 영입해야 하는 리버풀의 입장에서 부상 재발의 가능성이 있는 반 니스텔루이의 영입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 장점 : 득점력만큼은 이미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이 끝났다. 리버풀의 최전방에 무게감을 더해 줄 것이다. * 단점 : 오랜 부상으로 인해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다. 최근 부상이 잦다. ③ 스콧 파커 (30.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어쩌면 현재 리버풀에 가장 필요한 선수인지도 모르겠다. 올 시즌 웨스트햄에서 군계일학의 플레이를 펼치고 살림꾼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첼시와 뉴캐슬을 거쳐 웨스트햄 이적 후 한층 더 발전한 모습이다. 숏패스의 정확도가 비교적 높고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태클러 답게 수비라인 앞에서 1차 방어선 역할을 해낸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의 바르셀로나 이적설과 마땅한 백업 자원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비 알론소의 이적 이후 흔들리고 있는 리버풀 중원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 장점 :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아퀼라니와 언제 떠날지 모르는 마스체라노를 생각할 때, 최고의 보험이 될 수 있다. * 단점 : 웨스트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졸라 감독이 시즌 중에 파커를 이적시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기상이변 해부] “대통령직속 기후 총괄 컨트롤타워 구축해야”

    [기상이변 해부] “대통령직속 기후 총괄 컨트롤타워 구축해야”

    ‘3일 추우면 4일은 따뜻하다.’는 전통적인 삼한사온(三寒四溫)의 기온 현상이 한반도에서 사라지고 있다.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한파가 일주일간 계속되는가 하면 반나절 만에 25㎝가 넘는 기습 폭설이 도심 전체를 마비시키는 게릴라식 날씨가 현실이 됐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에도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상 기후가 심해지면서 날씨 예보와 방재대책을 종합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기상 이변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적인 공조는 물론 이에 걸맞은 투자와 기초과학의 발전도 필수적이다. ●기후변화 국제공조 참여 시급 4일 103년 만의 폭설로 서울 곳곳이 몸살을 앓았다. 기상청과 방재 당국 간 엇박자로 서울시내에 뿌려진 5000여t의 염화칼슘과 소금은 힘 한번 쓰지 못했다. 기상이변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만 예보와 방재를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예산만 낭비하는 ‘방재 허점’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번 폭설 사태 때 기후·교통·환경·정책 전문가 등을 동시에 지휘하는 컨트롤타워를 가동하고, 재난 발생 예측 모델을 근거로 대처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신속한 지휘를 위해 대통령 직속 상설기구로 ‘국가 재난 대책 위원회(가칭)’를 두고 싱크탱크를 구성해야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기상학회장을 역임한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컨트롤타워의 지휘를 통해 교통 통제, 관공서 휴무, 제설기계 도입 등 순서대로 종합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폭설 때는 지자체가 유관기관과 협조 없이 적설량에 따라 대응단계를 1에서 3단계로 올리는 식의 단순 대응에 그쳐 피해를 키웠다. 터키에서 일어난 바람과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가 2~3일 뒤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최근 기상이변의 형태도 전 세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이에 대응하려면 기상 정보에 대한 국제공조를 통해 예보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최근 세계는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국제적인 공조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급변하는 기후 변화에 대비해 우리의 노력은 여전히 선진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 유럽 등 선진국들은 기상이변에 대응하고자 각국의 과학자들간 교류를 통해 고급 기상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법적 지위를 갖춰 국제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변변한 국제기구조차 없다. 기후 예보에 대한 투자를 늘려 심층적인 연구와 최신 장비를 확충하는 등 실질적인 능력을 키워 세계 각국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상학 등 기초과학 연구 투자확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기상 이변에 대비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탄소시장 연구 등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연구를 오래전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국제적인 기준이 정해지면 당장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에도 탄소를 줄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기상예보능력은 정보의 축적과 충분한 시간 투자를 통해 이뤄진다. 전문가들은 현재 2500억원 수준인 기상청 예산을 늘려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기상 이변에 대응할 수 있는 선진화된 예보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 교수는 “기상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상과학에 대한 기초 연구를 강화해 기후변화 예측 능력을 갖춰야 한다.” 고 강조한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전문가들이 말하는 방재 문제점 시민의식·방재인력·예산부족… 제설기반 ‘3無’ 서울에 쏟아진 103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은 기상과 환경의 변화로 인한 재난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제도·인력·의식에 대한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갈수록 심화되는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한반도에도 집중 호우와 폭설 등 국지성 기후변화가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라면서 “국가적 재난 재해 상황에서 인력과 장비가 더욱 신속하게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단순히 장비만 충원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구성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모색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위주로 운용되는 방재 인력을 보완하는 민간 예비인력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이들을 긴급 상황에 투입하면 3교대, 4교대로 장비도 24시간 계속해서 운용할 수 있다.”면서 시스템 전환을 촉구했다. 김근영 강남대 도시건축공학과 교수는 관련 예산 확충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국가안전관리 시스템을 정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안전관리 선진국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재난 대책 기관인 소방방재청과 행정안전부의 일상적 예방활동에 소요되는 예산이 3000억원 수준인데 대폭적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후변화 최일선 기관인 기상청의 예산 2500억원 안팎 가운데 인건비 등 경상비를 빼면 가용 가능 예산은 13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반드시 필요한 직원 재교육 비용은 한 푼도 없는 실정이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지원 확대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민의식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기후변화는 더욱 극대화되고 있지만 이를 예측하는 능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재정지출로 슈퍼컴퓨터 몇 대를 도입하기보다는 지원 확대와 연구인력의 배양이 우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선진국이 우리보다 방재시스템 수준이 높은 것은 방재에 대한 시민의식이 높기 때문”이라면서 “같은 사고가 나면 일본인들이 한국 사람들에 비해 덜 죽는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은 방재에 대한 생활상식을 숙지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2010 신춘문예-희곡 당선작]심사평, 뛰어난 극적 구성… 동시대적 질문 가득한 수작

    [2010 신춘문예-희곡 당선작]심사평, 뛰어난 극적 구성… 동시대적 질문 가득한 수작

    2010 신춘문예는 160편이라는 많은 희곡이 응모하였다. 다수의 작품이 일상극의 형태로 가난과 실업의 고통, 낙태 등 가족의 부재와 20, 30대 청년실업의 문제들을 다뤘다. 또한 역사적 담론을 담은 작품이 적었으며 신변잡기적인 작품들과 소비 쾌락적인 작품이 주류를 이루었다. 간혹 이유 없는 엽기작품들도 섞여 있었다. 전체적으로 작가적 상상력이 부족하고 기존 희곡의 글쓰기 양식을 답습한 경우가 많았다. 미숙하고 서툴러도 자기만의 글쓰기와 상상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최종 후보작으로 ‘시체 팝니다’와 ‘누가 윤제씨를 뜯어 먹는가!’, ‘러브 이벤추얼리’, 그리고 ‘변신’ 4편을 선정하였고, 심사위원들은 그중 이시원작 ‘변신’을 주저없이 당선작으로 뽑았다. 김진아작 ‘시체를 팝니다’는 시체를 사고팔 수밖에 없는 비정한 세상을 미래를 배경으로 형상화했으나 결말 부분의 처리가 급박하고 주제가 다소 모호한 것이 약점이었다. 정진세작 ‘러브 이벤추얼리’는 상큼한 전개와 경쾌한 진행, 마지막 극적 반전이 매우 뛰어난 희곡이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가벼운 소재와 비현실적 사랑이야기, 모노드라마라는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김성제작 ‘누가 윤제씨를 뜯어먹는가!’는 40대 중년 가장의 고난한 삶을 독특한 시선으로 보여주었으나 가장의 고통이라는 한 주제에 너무 매달려 극이 진행 되어도 이야기가 쌓이지 않고 예견된 결말로 가는 단조로움이 아쉬움으로 남는 작품이었다. 반면 이시원의 ‘변신’은 뛰어난 극적 구성과 깔끔한 문체, 인간이 사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신선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작품은 인간을 품고 있으며, 동시대적 질문이 흠뻑 담긴 뛰어난 수작이라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향후 창대한 발전이 기대된다.
  • [2010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질문하는 소설, 경험하는 콜라주’-김중혁론

    고대 그리스의 부타데스(Butades of Sicyon) 이야기에서 우리는 그림 그리기의 기원에 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한 여인이 연인을 사랑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불빛에 비친 연인의 그림자를 따라 벽에 그린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옹기장이였던 여인의 아버지 부타데스가 딸의 그림을 본떠 빚은 점토 형상은 그후로도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고 전해진다. ‘실제 대상-그림자-회화-조소’로 이어지는 이 이야기 속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는 그림 그리기, 나아가 예술적 표현과 관련하여 두 가지 중요한 전제를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예술적 표현은 사적 욕망의 구체화라는 것,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욕망의 대상에 다가가고자 하면 할수록 그 대상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시간의 퇴적 속에서 예술적 표현의 방식이 보다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이제 우리는 시원(始原)의 욕망과 대상을 그저 희미한 화석으로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사적 영역(oikos)과 공적 영역(polis)의 경계가 깨지면서 발생한 것이 ‘사회’라는 아렌트의 지적대로라면, 이제 우리의 사회는 개인의 욕망조차 자아를 충족시키는 내밀함에서 벗어나 공적 담론의 장 속에서 공익적 측면을 수용하기를 요구한다. 역사의 진행을 개인 욕망의 발현 과정으로 본다면, 욕망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인 영역 속에서 욕망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가 중요시된 것이다. 이 속에서 우리의 개인적 욕망은 때로 성적(性的)인 원죄의식에 사로잡히거나, 집단적 도덕성으로 재단되기도 한다. 결국, 계량화가 가능해지고 공적 가치를 따질 수 있는 것만이 우월한 지위를 부여받으면서 순수하고 개인적인 욕망의 발현은 유아기적 망상으로 치부되기에 이른다. 더구나, 매스 미디어의 균질적 정보처리 과정을 거친 다양한 욕망들은 서열화 속에서 재배치된다. 이제 욕망은 비교우위 없는 순수한 발현을 억압당한 채 잘못된 대상에 고착되거나 인터넷의 작은 화면 속에서 일쑤 신경질적으로 해소된다. 마치, 떠나고 없는 연인의 그림자를 향해 말없음을 타박하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말이다. 욕망조차 계열화된 현실에서 소설 행위(쓰기/읽기)의 의미는 무엇보다도 욕망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 있다. 다양한 욕망이 부딪치는 공간이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야민은 소설이 이야기와 달리, 이전 시대의 경험들과 분리되어서 후대의 경험으로 확장되거나 조언을 포함하지 않는 고립성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한다. 게다가 현대 사회의 소설은 정보가 그랬듯이 상품으로서 자본주의적 유통의 과정으로 포획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결국 소설행위의 의미 역시 정보가 소비되는 방식처럼 한 순간 안에서만 소비되고, 우리의 욕망은 자본주의적 만화경 속에 갇히고 만다. 이 글이 김중혁의 소설(‘펭귄뉴스’(2006), ‘악기들의 도서관’(2008). 두 권의 단편집을 제외한 작품으로는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창작과 비평, 2009년 봄), ‘C1+y=:[8]:’(문학과 사회, 2009년 여름), ‘유리의 도시’(현대문학, 2009년 8월), ‘1F/B1’(문학동네, 2009년 가을) 등이 있다. 단편집에서 작품을 인용할 때에는 작품의 제목과 면수만 밝히기로 한다.)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일관되게 자신의 소설 안에서 무한대의 욕망과 경험들을 반복·중첩시켜 가며 소설 공간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의 소설은 종국에 이르러 개인의 순수한 욕망을 만날 수 있도록 가벼워지고, 이 가벼움은 다시 무한대의 욕망과 경험들을 가로지른다. 김중혁의 이러한 작업은 부타데스 이후 멀어져 가고만 있는 개인의 욕망을 직접 대면케 하는 동시에 소설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으로 여겨진다. 김중혁 소설의 근저에는 공통 취향을 가진 두 인물들의 반복과 변주가 배치되어 있다. 이 배치가 그의 소설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소설적 긴장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공통 취향의 공간은 독자들을 무리없이 공감하게 만든다. 이 두 명의 중심인물들은 때로 쉽게 의기투합하기도 하지만(‘무용지물 박물관’), 결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거나 협력의 지점을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두 인물들은 만나지도 않거나(‘자동 피아노’), 아니면 아예 한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위해를 가하기도 한다(‘비닐광 시대’). 반면에 이럴 때조차 이들은 서로 여전히 “작고 가냘픈”(‘자동 피아노’, 29쪽) 연결점을 가지고 있는데, 말하자면 두 인물들은 매개물을 통해 가까워진 두 개의 항이 아니라 매개물을 통해 반복되고 변주되는 하나의 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인물들은 ‘여성들의 서사적 비중이 축소된 남성적 유대관계’(신수정)나, ‘전형적인 남성 버디(buddy)소설의 면모’(심진경)로도 파악된다. 하지만 소설적 공간의 의미를 구축하는 이들의 역할에 주목하여 살펴본다면 성구분은 무의미해지고 우리는 다만 반복적 이형태(異形態)가 만들어내는 변화에 동참하게 될 뿐이다. 소설 속에서 상대자로 ‘나’와 같이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영어 이니셜이나 별명으로만 나타나는 경우 이러한 변화는 더욱 두드러지는데, 고유명사를 부여받지 않은 대상은 독립적 역할보다는 ‘나-나’로의 반복과 변화를 이끈다. 가령, ‘나와 B’에서 ‘나’는 ‘B’와 음악으로 인해 ‘핵융합’을 한 것처럼 금방 친해진다. 하지만 실제 이 둘의 관계는 ‘B’에 대한 ‘나’의 일방적인 행위로 시작되고, 전개된다. 음반 가게 점원인 ‘나’가 음반을 훔치려던 ‘B’를 처음 만난 뒤, 몇 번의 이직을 겪는 ‘나’와 무명 기타리스트에서 주목받는 신인 기타리스트가 되는 ‘B’의 사이를 ‘하나로 합쳐’졌다고 보기에 둘 사이는 느슨하다. 음악이라는 공통 취향은 있지만, 근본적으로 ‘B’는 ‘음반을 두 번 정도 듣고 난 다음엔 음반과 거의 똑같이 기타를 연주’(195쪽)하는 전문가이고, ‘나’는 심장에 무리가 가서 아예 전기기타를 배우기도 힘든 인물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두 인물의 관계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어느 날 나는 동영상을 보다가 내 습관 하나를 발견했다. 나는 화면 속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그를 볼 때마다 왼쪽 엄지로 나머지 왼손 손가락들의 끝을 비비고 있었다. 어머니가 아이의 등을 어루만지듯 매끄러운 손가락 끝을 비비고 있었다. ‘내가 손가락 끝을 비비고 있었네?’라는 생각이 들고 난 다음에도 마찬가지였다. 어째서 그런 행동이 시작됐는지 모르겠다. 대리석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는 그의 손가락 끝을 그리워했던 것일까. 아니면 굳은살 하나 박여 있지 않은 내 손가락 끝이 부끄러웠던 것일까. (…중략…) 한 달 전 기타를 한 대 샀다. 다시 기타를 배우고 싶어졌다. (…중략…) 아직 내 손가락 끝은 너무 무르다. -‘나와 B’, 210~211쪽. 결국, 소설의 마지막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것은 ‘나’ 스스로의 재발견이다. ‘나’는 ‘B’와의 만남으로 인해 이전에는 억압되어 있던 자신 내면의 어떤 지점을 발견하고 다시 이를 통해 내면에 감추어졌던 순수한 욕망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잡게 된다. 갑자기 음악(기타)을 위해 생업을 내팽개치거나 하는 등의 결단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무른 손가락 끝’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이 순간은 우리가 전망을 가지고 억압과 대결을 펼치든, 현실을 비틀어 냉소적 거리를 두든 오히려 단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던 현실적 억압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전망이나 목표는 그 자체로 억압되고 조작된 욕망에 노출되어 뒤틀린 결과물이 될 위험성을 항상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결말이 보여주는 의미는 미래에 대한 전망을 그리거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출발점과는 구별된다. 이제 우리는 조작된 욕망에서 벗어나 본래의 욕망, 즉 시원(始原)의 욕망을 대면할 수 있게 된다. 김중혁은 이러한 반복과 변주가 주는 새로운 의미의 발견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가 자신의 작업에 붙이는 이름(제목)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첫 번째 소설집 ‘펭귄뉴스’에서 우리는 ‘무용지물/ 박물관’, ‘사백 미터/ 마라톤’이라는 제목을 볼 수 있다.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내기 힘들 것 같은 두 단어가 하나의 단어로 사용되면서 묘한 호기심과 낯섦을 불러일으키는 이런 방식의 명명은 두 번째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에서 더욱 늘어난다. ‘자동/피아노’, ‘악기들의/도서관’, ‘유리/방패’, ‘무방향/버스’(제목의 /부호는 인용자) 등이 그것이다. 지적한 제목들은 모두 이질적인 두 단어가 A+B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작품을 읽은 뒤 우리는 소설의 내용이 A나 B 어느 한쪽과 관련된 이야기거나, A가 B(혹은 B가 A)를 특별한 방식으로 만드는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소설이 전달하는 의미들은 사실, A∩B를 통해 파생되며 이를 통해 A나 B가 기존의 의미에서 벗어나고 그것들의 공통점에 기반하되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 A‘(또는 B’)가 무한대로 풀려 나오게 되는 것이다. 교집합적 운동이라고 새롭게 불러도 좋을 이와 같은 김중혁의 소설적 전략은, ‘반복(repetition)’과 ‘이접(離接.disjunction)’을 통해 모든 ‘토대’를 집요하게 해체하고자 했던 일련의 운동이 문학적 테두리 안에서 갖는 성과이다. ‘엇박자 D’의 감동적인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는 이 성과를 분명하게 만날 수 있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두 사람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세 사람의 목소리로 바뀌었고, 네 사람, 다섯 사람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합창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합창이라고 하기에는 서로의 음이 맞질 않았다. 박자도 일치하지 않았다. (…중략…) 노래는 아름다웠다. 서로의 음이 달랐지만 잘못 부르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마치 화음 같았다. (…중략…) 22명의 노래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이유는, 아마도 엇박자 D의 리믹스 덕분일 것이다. 22명의 노랫소리를 절묘하게 배치했다. 목소리가 겹치지만 절대 서로의 소리를 해치지 않았다. 노래를 망치지 않았다. -‘엇박자 D’, 280~281쪽. 공연기획자인 ‘나’가 20여년 만에 우연히 만난 고등학교 합창단 친구 ‘엇박자 D’를 만나 같이 공연을 기획하게 된다. 그 공연에서 ‘나’ 몰래 친구가 준비한 앙코르 장면은 소설속의 ‘나’가 그랬듯 예기치 못한 감동을 준다. 공연을 기획한 ‘엇박자 D’는 합창단 시절, 자발적으로 단장까지 맡을 정도로 유일하게 열성적이었던 친구지만 그는 ‘놀라울 정도의 박치이자 음치’(255쪽)여서 실제 공연 때는 선생님에게 립싱크만을 강요당한다. 그러나 ‘엇박자 D’는 결국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망친 장본인이 된다. 그 뒤 의도적으로 음악을 듣지 않던 ‘엇박자 D’는 전공으로 무성영화를 선택한다. 무성영화를 통해서, 영상과의 필연성에 얽매이지 않는 소리의 자유로움을 깨닫고 위에 언급한 장면을 연출하기까지의 소설적 과정에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엇박자 D’의 의도를 알게 된다. 실상, 음치라는 것은 ‘자신이 알아낸 게 아니고 들어서 아는 것’이며 ‘평생 그렇게 세뇌’(270쪽) 당해서 살아왔다는 것을 말이다. 개인의 욕망이 자유롭게 표현된 것이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억압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기준이 음치를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억압이 작용하지 않는 시원의 욕망을 만남으로써 주체들이 자유롭게 해방되고 나아가 ‘서로의 소리’를 억압하지 않는 ‘화음’을 꿈꾸는 것, 그것이 바로 김중혁이 보여주는 교집합적 운동의 힘이다. 교집합적 운동 속에서 억압되/하지 않는 욕망을 만날 수 있다면, 역설적으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교집합의 상태 그대로 남아 있기이다. 운동성을 상실한 모든 것은 결국 그 힘을 잃고 다시 계열화 속으로 수렴될 위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 이러한 위험은 계시적인 교훈이나 전망으로 구체화되면서, 문학작품이 운동성을 상실한 채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라앉아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김중혁은 자신의 소설이 처할 수 있는 이 비극적 운명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여 표준으로 작동하는 모든 것들과 거리를 둠으로써 자신의 전략이 지속적 운동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억압적 현실⇒구체적 전망의 필연성’으로 이어지는 고정적 틀 그 자체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전망이 다시 억압으로 작동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의 비트(beat)를 억압하기 위한 진압군과 이에 맞선 저항군이 전쟁 중인 현실, 청년 실업자가 넘쳐나는 현실을 각각 배경으로 삼은 ‘펭귄뉴스’와 ‘유리방패’처럼 비교적 억압의 양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에서 이러한 의도는 더욱 잘 드러난다. 이는 억압의 체계에 포획되지 않기 위해 경계하는 작가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으로 읽힌다. ‘전쟁 중인 현실→무감각한 나→저항군인 그녀→그녀와의 우연한 만남→그녀를 따라 저항군이 되는 나’로 이어지는 ‘펭귄뉴스’의 이야기 전개는 전형적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끝에서 우리는 다소 의외로 ‘그녀’의 죽음을 확인한다. 전쟁 중인 현실조차 ‘지루하고 재미없’(263쪽)는 ‘나’에게 ‘그녀’는 ‘모든 살갗이 곤두서’(274쪽)게 하는 유일한 자극이었기 때문에 그 의외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게다가 ‘나’는 ‘그녀’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제 곁에 있던 그녀는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비극적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굳이 감상을 말해야 한다면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해야겠군요. 어쨌든 극히, 자연스럽게 그녀는 죽었고 저는 살아남았습니다. - ‘펭귄뉴스’, 357쪽. ‘비트’를 매개로 ‘나’와 ‘그녀’ 사이에서 이루어진 교집합적 상태는 필연적으로 ‘나’에게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지만, 이것 자체가 지속가능한 운동으로의 전환은 아니다. 교집합적 만남을 통해 변화된 주체는 다른 주체와 거리를 가질 때 비로소 자신의 내면에 자유의 공간 즉, 운동성을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을 생성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그녀’의 죽음 뒤에야 비로소 ‘나’는 그 어디에도 ‘반납’할 수 없는 ‘정말 사적인 비트’(357쪽)를 완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 순간, 그 ‘비트’는 ‘그녀’와 ‘나’만의 매개에서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엇박자 D’의 마지막 장면처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쿵쾅’(358쪽)거릴 수 있는 운동으로 변환한다. 우리는 이와 같이 지속적인 운동성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을 파리의 빌레트 공원(Parc de La Villette)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공원은 설계단계에서부터 문학·철학·영화 등의 다양한 비건축적 개념을 적극 끌어들인 것으로 유명한데, 이를 통해 오히려 건축의 새로운 발전가능성을 촉발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 공원은, 점·선·면의 세 체계를 따라 설계된 각각의 공간이 한 공간 안에서 중첩되고, 분열되고, 해체되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능하게 되어 있다. 설계의도에 따르면, 응집력 있는 구조들을 중첩시켰을 때 하나의 초응집적 거대구조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정될 수 없는 것, 즉 전체성에 반대하는 것이 생겨난다. 결국 이 공간은 반-맥락적인 공간이다. 따라서, 실제 공원 내 기능들의 중첩은 고정된 시설물로서의 기능성과 편의성에서 벗어나서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공간을 탄생시킨다. 일상 언어학에서 말하는 관습적인 절차나 효과로서의 ‘맥락(context)’을 파괴하는 이 공간은 2000년대 우리 소설이 새롭게 만들어 낸 소설적 공간, 이른바 ‘무중력 공간’(이광호)과 맞닿아 있다. 2000년대 소설들은 종래의 작품들에서 기피해 온 이질적인 소재나 인물군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면서 지속적으로 이야기 공간에 낯섦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시기와 비교하여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지점이다. 이 소설들이 만들어 내는 공간 자체가, 중력으로 작용하는 어떠한 억압적 기준 없이 자유로운 방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단절적인 대화나 전통적 서사 구성을 거부하는 듯한 문체, 현실과 이질감 없이 섞여 있는 환상적 비현실 또한 그 결과물이자 원동력임은 물론이다. 김중혁의 소설 역시 이와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 그러나 현실과 냉소적인 거리를 두거나 이질적인 공간을 창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수많은 현실들과 겹치면서 동시에 거리를 두는 변별성을 통해 보다 많은 욕망들을 해방시킨다. 따라서 비교적 전통 서사에 충실하게 진행되던 김중혁의 소설은 언제나 결말에 이르러 모든 것을 툭툭 털어버리고 ‘마음이 편안해’(‘자동피아노’, 35쪽)지는 경험을 안겨준다. 이때의 ‘가벼움’이 바로 단순한 현실과의 거리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김중혁만의 ‘거리두기’에서 오는 결과이다. 이 ‘거리두기’ 역시, 앞서 언급한 빌레트 공원에서 폴리(folie)라는 인상적인 개념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프랑스어로 광기, 무분별한 짓이나 말, 정열 등의 의미를 가진 폴리는 이 공원의 설계 단계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점 체계 속의 폴리는 실제 빨간색 철골 구조물들로 형상화되었는데 공원 내에서 쉽게 눈에 뜨이기 때문에 방향을 찾을 수 있는 기준점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세워진 이 폴리는 전체 공간을 나누고 분리시키는 동시에 면과 선 체계의 폴리들과는 상호충돌하고 왜곡되어, 애초 설계자의 의도대로 공원전체가 탈통합적인 공간이 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결국 모든 억압에서 벗어난 공간을 만드는 것은 기준점으로서의 ‘나’가 아니라 모든 것들과의 반복과 중첩, 그리고 다시 그것과의 거리두기에서 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M의 옆모습을 보는 순간, 어쩌면 M과 이렇게 버스를 타고 가는 것도 마지막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순간 얘기를 했지만 그사이 M과 나는 어딘가를 지나온 것 같았다. 어떤 갈림길을 지나온 것 같았다. 그는 왼쪽 길을, 나는 오른쪽 길을 선택했고, 발목에 묶여 있던 끈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스르르 풀어져 버린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유리방패’, 180쪽. 위의 장면 속 ‘나’와 ‘M’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지내면서 취업을 위한 면접시험조차 같이 치른다. 심지어 한 명만 뽑는 회사의 면접시험도 ‘막무가내’로 같이 치르는 이 둘은 전형적인 김중혁 소설의 인물들이다. 이들이 면접시험을 위해 준비했던 일종의 퍼포먼스가 우연히 인터넷 신문에 예술적 시도로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순식간에 이들은 면접관으로 불려다니는 유명인사가 된다. 서른 번의 입사시험을 치르는 동안 ‘한때 실패에 중독된 인간들’이었던 주인공들이 ‘실패중독자들을 위로해 주는 입장’(178쪽)이 된 것이다. ‘점수를 받는 사람’에서 ‘점수를 주는 사람’(176쪽)으로바뀌게 된 이 발랄한 치환은 현실의 체계를 뒤엎는 듯 보인다. 자본주의적 서열구조의 확대·재생산 방식으로 작동하는 공개취업의 기준에 함몰되어온 인물들이 그 틀을 자신들의 힘으로 벗어난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본 경우보다 오히려 짧은 시간 내-‘스무 번째였는지 스물한 번째였는지의 면접관 일을 마치고 나올 때’(178쪽)-에 ‘피곤’을 느끼고 만다. 애초부터 이들의 ‘자리바꿈’은 사실 무분별하게 정보를 생산해 내는 매스미디어 시스템이 만들어낸 ‘이벤트’였을 뿐이다. 자신들의 변화가 억압이 작동하는 체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 그 체계 안에 다시 포획되고 말았음을 느낀 순간, ‘나’는 ‘M’과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의 교집합적 운동이 다시 체계 내에 갇히고 말 때, 김중혁의 ‘거리두기’는 이를 벗어나기 위해 지속적인 운동성을 확보한다. 교집합적 반복과 변주, 그리고 거리두기까지 포괄한 김중혁 소설의 운동성은 작가 특유의 소재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 공간과 교직(交織)된다. ‘마니아적인 열정과 감수성’(박진), ‘사물들을 해방시키는 수집광’(김형중), ‘등장인물들의 마니아적 취향과 취미를 개성적으로 드러내주는 사물-예술’(심진경) 등으로 평가되는 김중혁의 사물에 대한 애착은 독자들에게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은 작품 속 소재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수공업적’ 성격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으로 등장한 ‘정보’의 유통은 후대로 전달되는 경험의 가치를 하락시킨다. 따라서 사실이 아닌 이야기에도 진실이 포함되어 있던 시대에서, 진실과 관련 없이 사건만 난무하는 시대로의 변모를 지적한 벤야민의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실시간적 확산이 가능한 정보만이 중요시되고, 전생애에 걸쳐 축적된 개인의 경험들이 획득하는 의미와 그 깊이가 외면되는 것이 여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때, 수많은 경험들이 구전적인 방식으로 축적되어 있는 이야기를 벤야민은 수공업적 형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이야기의 특성을 빗대서 말한 ‘옹기그릇에 남아있는 손흔적’은 현대사회에서 하나의 가치가 아닌 시스템의 오류로 취급될 뿐이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김중혁은 경험들이 축적되어 있는 동시에 새로운 경험들을 환기시키는 소재들을 사용한다. 마치 벤야민의 ‘이야기’처럼 그의 소재에는 다양한 욕망과 경험들이 공존의 방식으로 존재한다. 다음에서 작가가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론을 먼저 살펴보자. “잠수함 설명하기가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서 제가 집에 있는 잠수함 모형을 하나 가지고 왔어요. 비틀스의 영화 ‘Yellow Submarine’에 등장했던 잠수함이에요. 청취자 여러분들이 이걸 직접 만져볼 수 있다면 좀더 이해가 쉬울 텐데 아쉽네요. 전체적인 모습은 입이 툭 튀어나온, 심술 맞은 물고기 같아요. 심술난 것처럼 입을 삐죽 내밀고 한번 만져보세요. 잠수함 앞모습이 바로 그래요. 그리고 몸통은 비늘을 다 긁어낸 물고기라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미끈하죠. 창문은 왼쪽에 여덟 개, 오른쪽에도 여덟 개가 있어요. 이 창문을 통해서 바닷속 풍경을 보는 거죠. 그리고 꼬리 쪽에는 방향을 조종하는 지느러미 같은 게 달려 있어요. 지느러미 아래쪽에는 잠수함이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프로펠러가 두 개 달려 있어요. 프로펠러는 바람개비를 생각하면 될 거예요. 그리고 위쪽에는 네 개의 잠망경이 올라와 있는데요, 잠망경은 잠수함이 물 위로 올라오지 않고도 바깥을 볼 수 있도록 기역자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어요. 굽힐 수 있게 만든 스트로 아세요? 그걸 잠망경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음, 그리고…….” (…중략…) “자, 이제 우리가 잠수함이 한번 돼 볼까요? 제가 자주 하는 놀이인데요. 욕조에 물을 받은 다음 스트로를 물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우리에겐 그 스트로가 잠망경인 셈입니다.” -‘무용지물 박물관’, 33~34쪽. 대상과 직접적 연관없는 “물고기, 바람개비, 스트로” 등을 동원하여 잠수함을 설명하는 이 장면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모든 감각과 경험을 총동원하게 된다. 그리고 이 감각과 경험들 역시 대상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우리에게 ‘잠수함’을 경험적 실체로 인식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과정에서 대상을 보편화시키는 정의(定義)는 ‘무용지물’이 되고, 나아가 감각 주체가 스스로 대상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인식방법은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과 달리 “통조림”처럼 압축되지 않고 수많은 감각과 경험들이 중첩되면서 위의 긴 인용문에서처럼 필연적으로 비경제적이 된다. 김중혁이 선택한 소재들의 수공업적 성격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즉, 계열화된 체계 안에서 박제된 상태의 사물이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는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되는 사물이 바로 작가의 탐구 대상이다. 먼저,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의 지도가 그것이다. 나무를 깎아 만든 이 지도는 에스키모들이 ‘기억과 소리’로 만들고 촉각을 동원하여 ‘상상하는 지도’이다. 일반적인 ‘지도’의 제작과 활용에서 벗어나, 사용자들의 반복적인 경험 안에서 유용한 이 지도는 그 자체로 수공업적 소재라 할 수 있다. 이 지도로 인해 ‘나’는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78쪽)던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억하게 된다. 사물에 축적된 수많은 경험들이 ‘나’와 중첩되어 나만의 경험을 생생하게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사물 역시 갇혀있던 가치판단의 틀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이다. 이와 같은 탐구는 ‘악기들의 도서관’에서 심화되어 나타난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하다.’(109쪽)는 생각이 든 ‘나’가 우여곡절 끝에 취직하게 된 악기점에서 만든 이 ‘도서관’은 연주가 아니라 ‘그냥 악기 소리만’ 있는 곳이다. 악기는 애초에 인류가 감정표현과 전달의 도구인 신체를 보충하는 보조수단이었다. 여기에 악기를 사용해온 수많은 사용자들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하나의 도구로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악기가 분류되고 체계화되면서 점점 경험의 세계에서 분리되어 전문연주자를 필요로 하기에 이른다. 체계 내로 편입되지 않은 개별적 경험들이 가치를 발현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제 차단당한 것이다. 사실상 처음부터 박물관에 전시될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물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시되기 직전까지도 사물들은 오직 사용자들의 경험과 경험사이에서만 존재해 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본주의적 체제의 강제성을 보편타당성으로 받아들여 사물들을 분류하고 서열화해 왔던 것이다. 이제 자본주의적 질서로 재편된 박물관 안에서 사물들은 더 이상의 경험을 용납하지 않은 채 개별성을 상실하고, 인간마저 전시물과 같은 운명을 겪게 된다. 김중혁의 수공업적 사물에 대한 탐구는 이와 같은 운명을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 노력은 ‘박물관’을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체계에서 소외된 모든 것들을 ‘악기도서관’으로 이끈다. 여기서 우리는 ‘긁거나 할퀴거나 두드리거나 뜯거나 쓰다듬거나 꼬집으면서’(127쪽) 억압되/하지 않는 개별적 경험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처음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지 않냐? 그보다 더 처음으로, 더 처음” -‘유리방패’, 178~179쪽(인용자 재구성). 시원의 욕망을 꿈꾼다는 것은 가능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전도되고 억압된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기억을 통해 더듬어 가는 ‘처음’은 언제나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경계하는 데리다는 기원을 아예 결정 불가능한 것으로 본다. 부타데스의 딸이 기억에 의존하여 그림을 그리던 순간부터 실제 대상은 무시될 수밖에 없고, 차라리 현존(presence)과 부재 사이의 ‘놀이’ 그 자체가 의미를 생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 자본주의는 모든 차이의 진폭과 오류마저 자신의 안으로 포획하는 강력한 보편타당성을 지향하는 체계이다. 자본주의적 금융시스템이 자체 내의 심각한 오류를 드러내고 있는 지금에도 여전히 자본주의적 처방만이 유효하게 거론되는 현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김중혁의 소설은 이 같은 현실 속에서도 모든 욕망들을 중첩시키면서 멈추지 않고 차이들을 생산한다. 그리고 그는 그 전략으로 모든 경험과 욕망들의 ‘흔적(trace)’이 새겨진 사물을 사용한다. ‘자신만의 생각과 리듬’을 가지고 있는 ‘살아 있는 괴물에 가까’운 ‘타자기’(‘회색괴물’), 그 어떤 외부조건에도 얽매이지 않고 연주되는 순간마다 ‘자신의 몸을 통째로’ 빌려주는 ‘투명’한 ‘피아노’(‘자동피아노’), ‘수많은 밑그림 위에다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이것이 다시 ‘또다른 사람의 밑그림’이 되는 작업을 하는 디제이들의 ‘비닐레코드’(‘비닐광시대’)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 사물들이 만들어 내는 차이들이 결국 무한대의 욕망들에 열려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통해 우리들은 ‘처음’으로 이끌린다. 작가의 이런 의도는 최근작인 ‘C1+y=:[8]:’에서 ‘보드빈터’라는 공간으로 구체화된다. 정글의 특성을 도시에 연결시켜 보다 쾌적한 도심을 만들고자 하는 도시 연구가 ‘나’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도심을 다니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이 공간은 목숨을 걸고 정글을 탐사하면서까지 만들고 싶었던 공간이다. 그러나 이는 목적지로 충족되는 결과물이 아니라 도심 속 길들의 일부분이며, 수많은 익명의 스케이트 보더들이 ‘단 한 번도 신호등을 만나’거나,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도 스케이트 보드를 탈 수 있는 길의 연결일 뿐이다. 이 ‘길’이야말로 도시가 생성되기 이전 개인의 욕망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던 ‘첫 길’이며, 그 ‘처음’은 억압 자체가 무화되고 인류전체의 경험과 개인이 분리되지 않았던 시원의 욕망을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이다. 그 길 위로 부지런하게 걸음걸이를 옮기고 있는 작가의 행보에 시선을 고정시킨 이유는 그의 소설행위가 하나의 답변이 아니라 ‘처음’을 향한 지속적인 질문이 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끝>
  • 새해 정국 시계제로

    새해 정국 시계제로

    2010년 벽두부터 정치권에 전운(戰雲)이 감돈다. 당장 4일부터 2009년의 ‘잔여 전투’가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 예산안과 노동 관련법이 단독 처리된 과정을 정치쟁점화하려 하고 있다.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계획이다. 예산안을 예산부수법안보다 먼저 통과시킨 점, 예결위 회의장을 여야 합의 없이 바꾼 점, 법사위 산회 후 하루가 지나지 않았는데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점 등을 국회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 정국의 뇌관은 오는 11일 발표될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다. 여야가 사활을 건 승부를 다짐하고 있다. 여당은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세종시법)의 개정에 실패한다면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대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조기전당대회 불가피론이 불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지 않아도 ‘민본21’을 비롯한 당내 소장그룹이 조만간 조기 전대론을 재론할 태세다. 후반기 국정운영의 앞날을 가를 지방선거의 필승을 위해 지도부를 일신해야 한다는 명분이다. 여권 일각에서 “정부가 수정안을 발표하더라도, 세종시법 개정안은 6월 지방선거 이후에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여권 내부의 균열을 노려, 세종시법 개정안을 무산시키는 데 총력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고 나서야 이명박 대통령에 맞서는 ‘MB 대 반(反)MB’ 전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후 야권 후보 단일화로 지방선거 승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단일대오’로 지방선거를 치르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4대강 예산과 노동관련법 처리 과정에서 무력감을 보였다는 자평이 늘고 있다. 당내 비주류 쪽은 3일 “지난해 말 이낙연·추미애 두 중진의원이 당론과 다른 방향으로 상임위를 이끈 것은 지도력 부재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지방선거 전에 강력한 리더십이 완성돼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조기전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무소속 정동영 의원의 복당 문제는 지방선거 공천권을 둘러싼 지분 싸움으로 확대될 개연성이 크다. 몇 차례 고비를 넘기더라도 정치 지형을 뒤흔들 요소는 곳곳에 숨어 있다. 개헌 등 정치개혁 과제도 그 하나다. 한나라당 출신인 김형오 국회의장이 오는 5월 임기를 마치기 전에 성과를 내기 위해 개헌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여권 일각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동의안과 관련해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주장하는 한나라당과 이에 반대하는 야당과의 공방도 첨예해지면서 정국의 불안정성을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결국 6월 지방선거로 수렴된다. 올해 정치일정의 하이라이트인 셈이다. 차기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 개개인의 생존에 관한 문제이며, 차기 대선의 향배를 가늠할 예비전이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벌써 달아오르고 있다. 일부 야당 의원이 “여당의 독선적 국정운영을 견제하기 위해 반드시 지방권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신년 음성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보냈을 정도다. 이지운 이창구기자 jj@seoul.co.kr
  • [점프 코리아 2010-G20시대를 열다] 기업선진화 제고방안 전문가 3인 지상대담

    [점프 코리아 2010-G20시대를 열다] 기업선진화 제고방안 전문가 3인 지상대담

    유례없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 선진화 방안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기업 재무 및 경영진의 회계책임을 강화하고 경영자 감시 및 규율과 관련된 내부 지배구조의 개선, 사외이사 제도 등 외부지배 구조의 개선이 주요 내용이다.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과 김진방 인하대 교수, 한상완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의 지상(紙上) 대담을 통해 기업선진화와 투명성 제고방안을 들어봤다. 참여자들은 기업의 자정노력을 강조하는 한편 지배주주의 배타적인 지배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투명성이 필요한 이유는 김진방 교수 기업의 투명성은 기업의 자금 조달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투자자의 신뢰를 얻어 더 낮은 이자의 채권이나 더 낮은 가격의 주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업의 투명성은 특정 시점이 아니라 언제나 필요하다. 앞으로 투자 확대와 자금 조달이 더 많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상완 본부장 서브 프라임 금융위기의 본질은 기업에 대한 감시장치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욕심은 규제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파생상품을 만들어냈다. 신용파산스와프(CDS·채무자가 파산해도 채권자가 부채를 보장받는 파생상품)는 보험상품에 가깝다. 규제가 강하다 보니 파생상품으로 포장한 셈이다. 기업 스스로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황인학 본부장 기업 운영의 투명성은 시장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척도다. 불투명한 경영으로 기업 평가가 왜곡돼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시장평가가 낮다면 언제든지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영진이 교체되는 등 위험이 있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가 투명한 기업 운영을 필수적이라고 느끼고 있다. →현재 대기업 경영구조에 대한 평가는 김 교수 경영구조보다 지배구조가 문제이다. 현재 우리 대기업 경영자는 지배주주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보다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뜻대로 구성될 뿐만 아니라 그 지배주주가 적지 않은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소유지배 구조에서 경영자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한 본부장 요즘 같은 경영 환경에서는 현재의 대기업 구조가 장점이 더 많다. 대주주가 존재하기 때문에 장기 성장동력을 찾는 투자에 더 과감할 수 있다. 전문경영인들의 사리사욕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다만 대주주 경영구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염두에 두고 기업들도 자성해야 한다. 과거의 관행이 없어졌다면 적극 알리고, 후진적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면 경영 투명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황 본부장 외국에서는 우리나라가 대규모 해고사태 없이 금융위기를 극복한 요인으로 오너경영 체제를 꼽고 있다. 반면 전문경영인 체제가 주류였던 미국은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됐고 경기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의 장점이 발휘됐다고 할 수 있다. →기업투명성(혹은 선진화)의 걸림돌은 김 교수 지배주주, 즉 재벌총수 일가의 영향력이 개혁을 막고 있다. 정치와 행정뿐만 아니라 언론과 학계를 포함한 사회 전체가 이들의 영향력에 압도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독약증권 도입을 비롯한 여러 ‘기업 프렌들리’ 정책도 그 결과다. 한 본부장 최근 기업들의 선진경영 기법은 잘 관리하자는 취지가 대세다. 관리만 잘하면 성장 궤도에서 이탈해 중소형 기업으로 추락하고 만다. 근원적인 이유는 경영학석사(MBA) 방식의 경영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MBA는 관리만 가르친다. 최고경영자로서 갖춰야 할 상상력이나 모험심, 창의력은 가르치지 않는다. 이를 극복할 방안이 필요하다. 황 본부장 기업회계가 불투명하면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자금을 차입할 때 금융비용이 증가하는 등 시장의 감시가 엄격한 상황이다. 시장의 감시 장치가 충분함에도 기업투명성 제고라는 명목으로 새 제도만 자꾸 도입하게 되면 경영활동이 위축된다. 정치적 논리에 따라 투명성 관련제도를 도입하면 득보다 실이 더 많다. →투명성 확보방안은 김 교수 지배주주의 배타적 지배를 막기 위해 외부주주들이 한 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어야 한다. 집중투표제를 정관으로 배제시킨 현행 상법을 개정하거나 사외이사 선임에서 지배주주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증권거래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투명하지 못해 가치가 떨어진 기업은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개혁해야 한다. 집단소송이 더 쉬워지고 폭이 넓어지도록 증권집단소송법이 개정돼야 한다. 한 본부장 우리나라는 기업 지배구조 감시와 관련된 제도의 경우 탄탄한 편이다. 다만 금융시장에 대한 적절한 감시제도 강화는 필요하다. 자본시장통합법과 금산분리 제도를 완화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감원의 감독기능을 확대·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인들의 자정 노력이다. 경영학과에 기업윤리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개설할 필요도 있다. 황 본부장 기업의 투명성 확보는 기업 가치를 높이는 수단이자 자율적인 사항인데, 제도로 강제하려는 경우를 보게 된다. 사외이사 선임을 의무화하고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 등이다. 경영환경에 맞는 제도를 기업이 스스로 마련하게 하고 지키기 어려운 제도는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업선진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은 한 본부장 요즘 경영환경에서는 사업 실패의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신성장 산업은 더욱 심하다. 신사업 연구개발 투자의 일정 부분을 정부에서 감당해 주거나 사업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무상으로 용지를 공급해주는 것 등이다. 황 본부장 시장의 자율적인 감시·감독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강제적인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최소화해야 한다. 정리 구혜영 안동환 이두걸기자 koohy@seoul.co.kr
  • “집앞까지 지켜주니 안심” 주민, 파출소 귀환에 웃다

    “집앞까지 지켜주니 안심” 주민, 파출소 귀환에 웃다

    지령실:“280호, 압구정 XX 절도 발생, XX 현장 확인바람” 순찰차: “XX” 2009년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2시. 순찰차에 설치된 무전기로 지령실의 다급한 명령이 떨어졌다. 운전대를 잡은 서울 강남경찰서 압구정동 한양파출소 소속 안원노 경장의 동작도 빨라졌다. 민간인들이 알아들을 수 없도록 음어(암호)로 전달된 무전 내용은 관내의 한 아파트에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다. 사건 장소에 범인이 있는 급박한 상황. 지령을 받은 순찰차는 2분이 못 돼 현장에 도착했다. 다행히 단순 오인 신고로 밝혀졌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경찰의 신속한 대처에 “집 앞 파출소 덕분에 혹시 모를 범죄도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구대체제’ 6년만에 폐지 한양파출소는 지난달 1일부터 지구대 개념의 치안센터에서 파출소로 탈바꿈했다. ‘치안의 최전선’ 역할을 담당했던 파출소가 6년 만에 시민들 곁으로 돌아왔다. 경찰청은 치안의 효율성을 위해 지난 2003년 3000여개의 파출소를 묶어 800여개 지구대로 개편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지구대 숫자가 줄어 시민들과의 대면 접촉은 떨어진데다 관할지역만 넓어지면서 출동 지연과 순찰 감소 등으로 각종 범죄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결국 올해부터는 서울 시내도 파출소 체제로 복귀하게 됐다. ●관할구역 줄어 치안공백 덜할 듯 이날 한양파출소가 운영하는 순찰차를 기자가 직접 타고 현장을 돌아본 결과 주민들의 호응은 컸다. “무엇보다 집 바로 앞에 파출소가 생기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이 든다고 하더군요.” 순찰차에 같이 오른 조영효 경위의 설명이었다. 순찰차는 압구정동 로데오 골목을 지나 갤러리아 백화점으로 향했다. “이 지역은 고급주택과 아파트가 밀집한 동네다 보니 어린이나 여성을 노린 납치사건이 많은 편입니다.” 조 경위의 설명이 이어졌다. 도산공원을 지난 순찰차는 파출소 앞을 지나 한양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수고하십니다. 오늘도 이렇게 안쪽까지 샅샅이 돌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경비실에서 수위를 보던 60대 노인이 인사를 전했다. 한양파출소는 압구정동 일대의 치안을 담당한다. 면적은 1.14㎢, 상주인구는 4500가구 1만 2000명으로 지구대가 있을 때보다 순찰 구역이 약 3분의1로 줄었다. 그만큼 보다 촘촘하고 꼼꼼하게 방범순찰이 가능해진 셈이다. 주민 이혜정(60·여)씨는 “전에 오토바이 날치기를 당했는데 치안센터는 부재중 표시만 붙여 놓아 도움이 안 됐다.”면서 “파출소가 범죄예방 효과는 훨씬 큰 것 같다.”고 말했다. ●5명 3교대 근무여건은 열악해 다만 파출소 체제 가동 이후 인원보충 등 근무여건 개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경찰관은 “1일 4교대인 지구대와 달리 3교대로 돌다보니 5명이 한팀으로 구성돼 일주일에 12시간 주간근무 3번, 야간근무 2번까지 돌다보면 젊은 사람도 힘겹다.”면서 “인력보강 없이 기존 지구대에서 근무자를 뽑다보니 파출소 근무를 자원하는 경우는 극소수”라고 말했다. 김성수 한양파출소장은 “주민들이 사랑방처럼 들러서 먹을거리도 주시고 인사도 자주 하다 보니 보람이 크다.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근무하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사설] 세밑 묵은 앙금 털어낸 용산참사 극적타결

    1년 가까이 끌어온 용산 참사 관련 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다. 정부의 공식사과와 책임자 처벌, 유가족 보상 문제 등을 놓고 그동안 한치 양보 없이 대립해온 유족 측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와 협상 파트너인 정부·서울시는 어제 12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협상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사태 해결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던 데 견줘 극적인 반전이었다. 합의안은 범대위 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쪽으로 결론났다. 장례 비용과 유가족 위로금, 세입자 보상금은 재개발조합이 부담하고 유족과 세입자, 조합은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또 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사과문 형태로 유족 측에 유감을 표시하기로 했다. 범대위는 임대 상가 요구 등 일부 조건을 양보했다. 양측 모두 해를 넘겨선 안 된다는 여론의 엄중한 요구를 무겁게 인식하고 결자해지의 자세로 막판 타협에 임한 결과로 판단된다. 용산 참사 발생과 이후 진행된 사태 해결 과정은 지난 1년간 우리 사회의 소통 부재와 대립을 첨예하게 드러낸 상징적 이슈였다. 철거민 5명, 경찰관 1명 등 6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는 원주민과 상가 세입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폐해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유엔 위원회는 이와 관련, 지난 11월 용산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해 강제 철거를 마지막 수단으로 하고, 개발사업추진시 임시 이주 시설을 필수적으로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주민과 세입자 보호대책 강화 등 재발방지에 노력하겠다.”고 한 점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한 것이라고 본다. 세밑에 전해진 용산 참사의 극적 해결이 분열을 넘어 통합의 새 시대를 여는 전령이 되기를 바란다.
  • 2009 연말 시상식 ‘드레스 전쟁’

    2009 연말 시상식 ‘드레스 전쟁’

    2009년은 TV 드라마 속 여배우들의 경쟁 구도가 두드러진 해였다. MBC 드라마 ‘선덕여왕’의 고현정과 이요원은 카리스마 대결을 비롯, ‘내조의 여왕’ 속 김남주와 이혜영의 내조 전쟁, ‘지붕뚫고 하이킥’의 신세경과 황정음 등이 대표적이다. 브라운관속에서 연기 대결을 펼친 이들은 시상식 레드카펫 위에서 ‘스타일 전쟁’을 벌이며 이목을 사로잡았다. ◇ ‘선덕여왕’ 고현정 VS 이요원 ‘선덕여왕’의 두 여걸 미실과 선덕여왕을 연기한 고현정과 이요원은 31일 오후 진행된 MBC 연기대상에서 상반된 매력을 드러냈다. 고현정은 지난 11월 서울신문NTN과의 인터뷰에서 “드레스를 떨쳐입고 시상식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하지만 고현정은 어깨와 허리선의 보석 장식이 눈에 띄는 블랙 컬러의 하이웨이스트라인 드레스를 입고 미실의 섹시한 카리스마를 재현했다. 다만 고현정의 긴 생머리가 드레스의 포인트인 시스루 스타일을 가려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이요원은 크림색 튜브톱 드레스에 금색 클러치를 매치해 섹시함보다는 순수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머리를 하나로 묶어 우아한 목선을 드러낸 이요원은 반짝이는 초커 목걸이로 화사함을 더했다. ◇ ‘내조의 여왕’ 김남주 VS 이혜영 ‘내조의 여왕’의 푼수 아줌마 천지애로 사랑받은 김남주는 어깨 장식으로 포인트를 준 블랙 컬러의 롱 드레스를 선택했다. 한치의 노출도 허락하지 않은 김남주의 드레스는 정숙한 우아함을 표현했지만, 다소 답답해 보였다. 극중 천지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물결 머리를 선보인 김남주는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눈매를 강조했다. ‘내조의 여왕’에서 김남주의 친구이자 라이벌인 양봉순으로 분했던 이혜영은 카나리아색 비대칭 드레스를 입었다. 튜브톱으로 상체의 볼륨을 강조한 이혜영의 드레스는 각선미까지 드러내며 김남주와는 다른 섹시함을 부각시켰다. ◇ ‘지붕킥’ 신세경 VS 황정음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두 히로인 신세경과 황정음은 30일 오후 열린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신예다운 청초한 모습으로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신세경은 봄날의 벚꽃을 연상시키는 연분홍색 튜브 드레스로 조신하고 여성스러움 모습을 선보였다. ‘청순글래머’라는 애칭을 가진 스타답게 신세경은 특별한 액세서리도 없이 단아한 드레스를 우아하게 소화해냈다. 극중 톡톡 튀는 매력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황정음은 초록색 시폰 드레이프 드레스로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황정음은 브이(V)형 네크라인으로 클래비지를 노출해 상체 볼륨을 부각시키는 시각적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시선을 모을 수 있는 목걸이 등 액세서리의 부재가 아쉬웠다.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 사진=이규하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데스크 시각] 또 다른 절망이 나를 기다릴지라도…/박찬구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또 다른 절망이 나를 기다릴지라도…/박찬구 정치부 차장

    부고(訃告)의 한 해가 간다. 아무도 미워할 수 없는 자들의 죽음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시간이 흐른다. 한 해는 가지만, 부고는 좀처럼 갈무리되지 않는다. 두 전직 대통령은 가슴과 역사에 묻는다지만, 용산참사 희생자는 만 1년이 되도록 안식을 찾기조차 힘들어 보인다. 남은 자들의 분노와 회한, 일상과 비겁이 점점(點點)으로 흩어지는 연말이다. 시민에게 국가와 공권력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한 해였다. 국가와 법치를 앞세운 공권력 앞에서 개인의 신념과 견해, 정당한 비평,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종속변수로 전락한다. 공권력과 국가는 때로 시민에게 유·무형의 폭력으로 와닿는다. 과잉 진압, 피의사실 흘리기, 혐의 내용과 무관한 여론 재판, 반대파와 비판자 탄압…. 온·오프 라인에서 시민의 기본권은 위축된다. 항변은 소외된다. 검찰 수사와 여론 재판 사이에서 개인의 일상과 양심은 밑바닥까지 까발려진다. 합법적 폭력에 노출된 시민은 초라하고, 비루해진다. 강요된 질서는 강제된 굴종, 침묵과 다름없다. 제도화된 폭력에 개인으로서의 시민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자문(自問)하는 한 해였다. 한 해와 함께, 광장이 간다. 지금, 광장은 없다. 논쟁 속에 미로의 출구를 찾는, 사통팔달의 개방된 광장은 사라졌다. 서울광장, 광화문광장은 이미 광장의 속성을 상실했다. 보여주는 대로 관람하고, 화살표대로 움직이는 건 광장이 아니다. 홍보전시장, 이벤트장일 뿐이다. 열린 토론과 사유의 분출, 자유정신과 이상의 지향이 넘실대는 광장이 잊히면서, 시민 사회는 무기력증에 빠져든다. 광장의 동력이 없는 사회에서 어떻게 민주를 논하고, 가치를 얘기할 수 있는지, 답답한 한 해가 저문다. ‘서민’의 남발에 혼란스러운, 한 해였다. 언제부터인가, ‘서민’이란 용어는 통치와 정치의 수단, 중도의 레토릭이 됐다. ‘서민’은 사회 변혁의 의지나 주체성을 상실한 채, 일방적인 시혜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묘사된다. 감세 정책의 기조는 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서민’을 쫓아가는 여당의 몸짓은 어색하다 못해 기만적이다. 효율과 시장, 부자 정책을 희석하는 개념으로 쓰이는 ‘서민’의 실체가 낯설고 생경하다. 불통(不通)의 한 해가 간다. 소통 부재가 남긴 골은 깊다. 언어가 같아도 말이 통하지 않고, 말이 오가도 교감과 절충에 인색하다. 진정성이 막힌다. 일방의 속도전만 난무한다. 국회도, 정치도,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약자와 패자, 빈자(貧者)는 퇴출되고, 또 배제된다. 패자부활전은 없다. 착각이고 미망(迷妄)이다. 불신과 단절이 틈입한다. 공동체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되묻는 한 해였다. 4대강을 타고 한 해가 온다. ‘산은 그 자리에, 강은 그곳에, 그대로 흐르게 하라.’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성당 앞에서 마주치는 경구다. 강산(江山)을 개발과 수익의 대상으로 여기는 천박한 자본주의와 토건주의를 꾸짖는다. 인위(人爲)와 성형에 국토가 움찔한다. 물길은 이미 촛불에서 막히고, 틀어졌다. 역류(逆流)의 시간이 반복된다. 세밑, 눈 덮인 도심 위로 구름이 아침 해를 가린다. 눈길에도, 서대문 할머니는 키를 넘는 폐지 더미를 고물상에 실어나르고, 홍은동 어머니는 아들이 탄 휠체어를 민다. 지하철역 출구 옆 수레에서는 주름 팬 아저씨가 오늘도 숨쉴 새 없이 토스트를 익힌다. 절망의 심연에서 희망을 본다. 방관과 침묵에서 깨어나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가장 강한 힘은 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나온다는, 해묵은 교훈을 되새긴다. 그렇게 한 해를 맞는다. 또 다른 절망이 나를 기다릴지라도…. ckpark@seoul.co.kr
  • [서울플러스] 화요일 민원서비스 오후8시까지

    동대문구(구청장 대행 방태원)시간적 제약 때문에 민원 신청이 어려웠던 주민들을 위해 2010년 1월 1일부터 민원서비스 시간을 연장한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화요일엔 2시간을 연장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서비스 대상은 ▲혼인 ▲출생 ▲사망 ▲이혼 ▲개명 ▲실종 ▲부재 ▲등록기준지변경 ▲성·본 변경 ▲친양자 입양 등 ‘가족관계등록’에 관한 업무다. 구청 1층 종합민원실 7번 창구에서 신고서를 접수하면 된다. 처리 결과는 민원인에게 문자나 이메일로 통보된다. 민원여권과 2127-4426.
  • 초등생 방학스트레스 ‘일기’

    초등생 방학스트레스 ‘일기’

    경남 남해 창선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에게 방학 때 가장 하기 싫은 일을 묻자 “일기쓰기요.”라는 대답이 수화기 너머에서 한목소리처럼 울렸다. 기자와 통화한 전혜선·장혜은양은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것이 일기인데 선생님께 검사를 받는 게 싫고, 특별히 쓸 것도 없는데 매일매일 써야하는 게 귀찮아서 싫다.”고 말했다. 초등온라인교육사이트 에듀모아가 전국의 초등학생 8118명을 대상으로 ‘즐거운 겨울방학’이라는 주제의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방학숙제 이것만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물음에 3336명(41.1%)이 ‘일기쓰기’를 들었다. 이들은 일기쓰기를 ‘마지 못해 하는 일’로 인식하고 있었다. 자녀에게 일기쓰기를 강조하는 학부모들에게서도 학창시절 일기쓰기를 좋아했다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왜 이렇게 학생들은 한결같이 일기쓰기를 싫어할까. 서울대 교육학과 김동일 교수는 아이들이 일기쓰기를 기피하는 이유로 피드백의 부재와 강제성, 정형화된 형식을 들었다. 김 교수는 “일기쓰기가 아이 혼자에게 덩그렇게 맡겨지는 게 문제”라면서 “학부모나 교사들은 아이에게 일기를 쓰라고만 강요하지 어떤 일기가 잘 쓴 것인지를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일기쓰기를 꺼린다.”는 의견을 내놨다. 서울교대 초등교육과 김성식 교수는 “하루를 반성하는 내용을 포함해 무조건 교훈적으로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기의 내용·형식·기간 모두에서 간섭과 제한을 받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일기는 본인 스스로 필요에 의해 작성해야 의미가 있는데 과제로 분류돼 내용까지 검사하니 쓰기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며 “부모나 교사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일기가 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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