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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3 총선을 마감하며] 국민은 ‘알파고’ 수준, 정치는 네안데르탈인 시대

    [4·13 총선을 마감하며] 국민은 ‘알파고’ 수준, 정치는 네안데르탈인 시대

    지지부진한 선거구 획정과 볼썽사나운 공천 다툼으로 시작해 충격적인 유권자들의 심판으로 귀결된 4·13 총선. 그 역사의 현장을 지켰던 기자들은 어떤 시각을 갖고 있을까. 지난 몇 달간 각 당의 심야 공천 회의를 밀착 취재하느라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전국의 선거구 표밭을 누비느라 탈진했던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들이 15일 이번 총선을 되돌아보는 소회를 털어놨다. 김상연 기자 좀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4·13 총선을 관통하면서 나를 가장 곤혹스럽게 했던 것은 ‘알파고’였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드라마틱한 대결을 보면서 나의 전두엽은 ‘사이보그’니 ‘포스트 휴먼’이니를 상상하며 마구 미래로 내달렸지만, 정작 내가 데스크에서 다뤄야 하는 기사는 네안데르탈인급의 원시적이고 퇴행적인 공천 드잡이였기 때문이다. 분명히 둘 다 21세기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이었으나 둘 사이의 간격이 비현실적으로 컸기에 차라리 몽유(夢遊)의 충동을 느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강산이 세 번 변한 뒤 치러진 이번 총선은 정치라는 것이 이제 비즈니스이자 게임처럼 변모했음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말았다. 그래도 예전 선거는 가식적일지언정 최소한의 거창한 명분을 들먹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공천 과정에서 여야는 저마다 ‘에이, 다 알면서 새삼스럽게 뭘~’ 하는 식으로 국민 앞에 안면몰수하고 승리와 세력 챙기기에만 혈안이 됐다.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지역감정의 벽을 깨겠다며 상대 당 아성에 도전했던 역사는 이제 ‘험지 출마’라는 해괴한 용어와 함께 게임처럼 변질됐다. 도대체 그 지역에 그 사람을 공천한 명분이 뭔지에 대한 설명은 없고, 여론조사 계산기를 두드리고 이런저런 계파별 친소관계를 따진 뒤 출마자를 점지하기 바빴다. 후보자의 가족들도 ‘가족 비즈니스’처럼 총동원돼 “우리 아빠, 우리 남편(아내) 찍어 주세요”라고 읍소했는데, 왜 찍어 줘야 한다는 건지 제대로 된 명분은 들어보지 못했다. 국민으로부터 권력과 세금의 사용을 위임받는 정치가 숭고함과 명분을 도외시하고 비즈니스화, 게임화할 때 그것처럼 추악한 것도 없다. 정치가 탐욕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 동물처럼 게걸스러워지면 인간의 정체성을 가진 유권자들은 모멸감을 느낀다.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것이 한 조각의 옷이라고 본다면, 명분을 쓰레기통에 내다버린 오늘 대한민국의 정치판은 역대 어느 때보다 네안데르탈인 시대에 근접해 있다. carlos@seoul.co.kr 장세훈 기자 ‘여론조사의, 여론조사에 의한, 여론조사를 위한 선거.’ 4·13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 얘기다. ‘상향식 공천’을 내세웠으나 ‘마스터플랜’만 있고 ‘액션 플랜’은 없었다. 출마 채비를 갖춘 예비후보들은 지역구 민심보다 여론조사 숫자에 집착했다. 전체 253개 선거구 중 절반이 넘는 141곳에서 여론조사로 공천자가 결정됐다. 총선 과정에서는 또다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야권에 앞서고 있다는 우세론이 득세했다. 개표 직전까지도 말이다. 공천 과정에서 여론조사는 지지층을 갈라 세웠고, 총선 국면에서 여론조사는 민심 흐름을 살피는 데 장애물이 됐다. 지난해 2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에 대한 국회 인준 여부를 여론조사로 결정하자는 제안에 대해 새누리당이 코웃음쳤던 상황이 총선 정국 내내 기자의 머리를 맴돌았다. ‘정치는 하수구여야 한다.’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의 요구다. 물론 정치 문화 자체는 깨끗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 행위는 지지층의 기대 심리가 아닌 정치 부정층이나 무당층의 반발 심리부터 오롯이 챙겨야 한다. 새누리당 핵심 인사는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둔 사석에서 “선거는 ‘구도’가 8할(80%)”이라고 했다. 야권 분열에 초점을 맞춘 표현이었다. 국정 운영에서 드러낸 집권 여당의 오만함, 공천 과정에서 표출된 계파 갈등, 정책 실패 또는 부재로 인한 국민들의 아우성 등을 외면하는 ‘외눈박이 정치’는 국민 앞에 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곰배팔 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남는 의문이다. 여권에서는 총선 결과를 놓고 제각각의 ‘곰배팔(꼬부라져 펴지 못하는 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패배의 원인에 대해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차기 당권과 대권을 겨냥한 권력 투쟁 조짐도 벌써 고개를 든다. 안으로 굽기 마련인 팔만 휘둘러서는 시쳇말로 ‘노답’(No Answer)이다. 작은 정치는 세력만 구축하면 될지 몰라도 큰 정치는 국민의 마음부터 얻어야 하지 않을까. shjang@seoul.co.kr 이재연 기자 “국민만 바라보고 앞으로 가겠습니다.”(2012년 1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전매특허였던 이 말이 언제부턴가 정치권의 유행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진영도, 소속 지역·세대도 상관없이 어디서나 보증수표처럼 통하게 됐으니까요. 야권 지도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이 구호를 차용한 지 오래입니다. “더이상 지역주의도, 진영 논리도 거부하겠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겠다.”(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4·13 총선 개표 직후). 38석이라는 대승을 거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승리 일성으로 “국민들만 쳐다보고 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국민’이라는 단어는 신기루 같습니다. ‘국민’을 앞세우는 순간 당리당략, 계파 투쟁, 정치인의 사심(私心) 따윈 사라지고 선공후사·민생 같은 절대선만 남습니다. 신기루 같기에 손에 쥐기도 힘들지만, 쥐었다 싶은 사이 손가락 새로 빠져나가는 건 더욱 순식간인가 봅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4년 전 했던 약속을 중히 여겼더라면 20대 총선 ‘122석’이라는 참패 성적표가 바뀌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뚜껑이 열리고 나서야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들만 ‘민심이 절묘하게 심판했다’고 뒷북을 쳤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속마음을, 정작 정치권과 피부를 맞댔던 저희들만 체감하지 못했나 봅니다. 교훈은 언제나 충분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 2014년 지방선거 때도 민심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여:야, 8:9’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 주지 않았더랬습니다. 2012년 대선 때도 야당의 우위가 점쳐졌지만, 유권자들의 방점은 ‘정권 교체’보다 ‘국민 행복’에 꽂혔습니다. 이제 남은 박근혜 정부 임기는 1년 10개월. 새누리당 참패의 총선 결과 앞에 김무성 대표가 “정치는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만 두려워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사퇴 일성이 귓가에 두고두고 울립니다. 국민의 따끔한 질책을 잊는다면 4년 뒤에도, 당장 내년 대선에서도 정치인들이 꿈을 꿀 자격은 주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oscal@seoul.co.kr 황비웅 기자 #장면 1. “아직 후보는 누굴 찍을지 모르겠어. 애국심들이 부족해. 맨날 싸움만 하고. 근데 당은 국민의당을 찍으려고. 새롭게 기대를 해 봐야지.”(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신당 중앙시장 앞 80대 노인) #장면 2. “30년 동안 새누리당 말고는 찍은 적이 없어요. 이번에도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를 찍겠지만, 당은 국민의당을 찍으려고요.”(지난 4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청덕동의 한 아파트 상가 내 50대 중반 남성) 4·13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순간 “헉!” 하는 낮은 한숨소리가 절로 나왔던 것은 대부분의 기자들이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저부터 반성해야겠습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수없이 수도권 위주로 현장 르포를 다니면서도 유권자들의 미묘한 심경 변화를 잡아 내지 못했다는 반성입니다. <장면 1>에 등장한 80대 노인이 불쑥 “당은 국민의당을 지지하겠다”고 했을 때 흠칫 놀랐습니다. 당연히 새누리당을 지지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장면 2>에 나온 50대 중반의 남성은 새누리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었지만, “정당투표에서 국민의당을 찍겠다”고 선언하듯 말했습니다. 현장의 분위기는 바뀌어 있었습니다. 물론 이번에 새누리당의 참패를 예상한 언론, 여론조사기관, 정치인들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특히 저를 포함한 기자들은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제가 현장 취재를 나간 수도권 격전지의 새누리당 후보들은 하나같이 “분위기에서 내가 압도하고 있다. 내가 따라잡고 있다”고 자신하듯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여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지연,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메르스 늑장 대응, 국민 합의 없는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 공천 파동 등 정부와 새누리당이 보여 준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민심의 심판은 매서웠습니다.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유권자와 정치인들의 매개체가 되어야 할 기자로서의 역할을 등한시하지는 않았나 돌아봅니다. 더이상 ‘우매한 국민’이 아닙니다. ‘우매한 기자’인 제가 먼저 반성합니다. stylist@seoul.co.kr 이영준 기자 “잘생겨서 뽑아줄 거예요.” “젊잖아요.” “아무래도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이 낫지 않겠어요.” “무조건 1번입니다.” “잘 모르겠어. 정치에 관심 없어. 아무나 뽑을 거야.” 20대 총선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에게 ‘투표의 기준’을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의 8할은 이랬다. 표심은 합리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나머지 2할은 어느 정도 정치적 식견이 있었지만 대부분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보단 진영 논리에 따른 투표의 기준을 갖고 있었다. 유권자들은 또 ‘정치 무관심’을 얘기했다. ‘생업’을 핑계로 들었다. 후보자들의 ‘표 호객 행위’ 현장에서는 귀를 막고, 또 악수를 피하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국민이 여당을 심판했다”, “새누리당 참패”. 개표 결과가 나오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다. 현장에서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결과였다. 정치에 관심 없다던 국민들이 이런 놀라운 결과를 내 놓았다는 건 뒤통수를 칠 만한 대반전이었다. 미술 기법 중 ‘사진 모자이크’라는 게 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완성된 사물을 그리고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수백, 수천 가지의 다른 사진들로 채워져 있는 작품이다. 국민들의 표심도 이런 사진 모자이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인 1표에 담긴 투표의 기준은 천차만별이지만, 그것이 모이고 모여 ‘심판’이라는 거대한 의미를 담아냈기 때문이다. 국민들 개개인의 다소 비합리적일 수 있는 기준에 따른 선택들의 총합이 고도의 ‘합리성’을 띤 결정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던 국민들이 무섭게 느껴졌다. 모르는 척하면서도 정치권에서 누가 싸우는지,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무릎을 꿇고 애걸복걸하는지, 그것이 진정성 있는 호소인지, 누가 더 나은 인물인지 정도는 가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여당의 ‘사람 보는 눈’은 국민의 ‘사람 보는 눈’을 따라가지 못했다. 국민들은 올바른 선택을 했고, 당선자도 될 사람이 됐다. apple@seoul.co.kr 김민석 기자 지난 13일 선거 결과에 새누리당도 놀랐지만 솔직히 기자도 놀랐다. 특히 수도권 격전지에서 직접 만난 후보들이 전부 낙선했다. ‘기자의 저주’라는 소문이 날까 두려울 정도였다. 기자가 만난 후보 중 정말 이길 것 같았는데 진 후보가 네 명 있었다. 서울 A 후보는 상대 쪽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 캠프에선 피로감이 느껴졌고 후보 가족은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다. A 후보는 지역에 넓게 뿌리내린 특정 직군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캠프는 잘 돌아가는 공장처럼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서울 B 후보는 가는 곳마다 박수를 받았다. 길 건너편에서도 손을 흔들어 줬다. 경기 C 후보의 캠프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19대에 단일화를 하고도 간신히 당선됐던 상대 후보가 이번엔 단일화에 실패했다. 경기 D 후보 측도 승리를 확신했다. 여당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에 공천된 전문성 있는 인물로,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뒤처지지 않았다. 흥미로웠던 것은 A, B 후보는 그 지역에서 3선을 한 강적들과 맞붙었지만 최후까지 접전을 벌였고 C, D 후보는 전통적으로 여당의 텃밭인 지역에서 커다란 표차로 졌다는 것. 바꿔 말하면 적지라 생각하고 뛴 후보들은 그나마 접전을 벌였고, ‘집토끼’의 결집을 노렸던 후보들은 완패했다는 것이다. 사실 집토끼 챙기기는 중앙당 차원의 전략이었다. ‘읍소’ 전략은 지지층 투표율이 더 중요한 재·보선에서 쓰던 것이다. “운동권 정당에 표를 주시겠냐”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지원 유세 발언들도 대부분 흔들리는 지지층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공천 과정을 보고 화가 난 것은 새누리당 지지자뿐만이 아니다. 기자가 본 후보들도 주요 지지층인 중·노년 유권자를 겨냥했다. 젊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빠져나간 낮 시간에 집중 거리 유세에 나서거나, 종일 노인 무료급식 장소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한 후보의 명함을 받은 남성이 웃으며 손을 잡아 줬다. 그때 저만치서 배낭을 맨 젊은 여성이 발길을 돌려 다른 길로 걸어갔다. shiho@seoul.co.kr
  • “주인의식 부재로 사고 발생… 몸에 밴 재난대응 체계 절실”

    “주인의식 부재로 사고 발생… 몸에 밴 재난대응 체계 절실”

    “어느 부처보다 더욱 국민들의 호응을 얻어야 하는 게 국민안전처입니다. 세월호 사고에서도 잘 드러났듯이 말이죠. 취임하자마자 모든 문서나 회의에서 국민 안전불감증이란 단어를 싹 지우라고 지시했습니다. 공직자들부터 잘해야죠.”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세월호 참사 2주년을 이틀 앞둔 14일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상하동욕’(上下同欲)이란 표현을 자주 썼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승리하는 쪽을 미리 알 수 있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승리는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목적·목표·행동에 얼마나 일치된 의견을 보이느냐에 달렸다는 뜻이다. 박 장관은 이를 주인의식과 연결시켰다. 또 “세월호 사고나 최근에 터진 정부서울청사 침입 사건도 모두 주인의식 부재로 인해 빚어졌다”며 그는 혀를 찼다. 이어 “법, 제도, 관행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의식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취임한 이래 첫손에 꼽을 모범정책으로 ‘안전신문고’를 들었다. 국민들이 직접 한 안전사고 우려 신고는 10만 5403건이나 된다. 1년 남짓한 기간에 꽤 쌓였다. 박 장관은 “1건의 대형 사고 앞엔 작은 사고 29건과 사소한 징후 300건이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대입하면 재난 347건을 예방한 효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초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도입했다. 지금껏 앱을 설치한 사람은 90만 8427명에 이른다. 이와 관련, 오는 8월부터 출시되는 삼성 스마트폰에 안전신문고 앱을 탑재한다고 밝혔다. LG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알려 왔다고 한다. 아울러 앞으로 학생들이 안전신문고를 활용해 안전신고를 하면 봉사점수를 인정해 주는 등 인센티브 부여로 관심을 높이기로 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늑장 출동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노후 소방헬기를 교체하기 위해선 1000억원을 쏟아붓는다. 내년 강원·제주를 시작으로 2023년까지 10대를 단계적으로 바꾼다. 박 장관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특수수요에 대해 소방안전교부세를 지원할 수 있도록 국무총리령 개정안에 기준을 구체적으로 담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연구개발(R&D) 예산에서 안전 분야가 후순위로 밀려나는 데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현재 630억원쯤으로 부처를 따지면 중·하위에 속한다는 얘기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최근 3년치 보통세 평균의 1%를 축적하는 재난관리기금을 인천시(44.9%)처럼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곳엔 권한을 최대한 행사해 불이익을 줘 따르도록 만들겠다고 입을 앙다물었다. 경남도(81.4%), 대전시(91.6%)도 해당한다. 박 장관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에서 성행하는 불법어업을 겨냥해서는 “인천 옹진군 대청도와 연평도에 경비함정과 특공대 1개 팀(6명), 방탄 고속보트를 전진 배치했다”며 “최성어기인 5월에는 소청도 남쪽에 해경함정을 1척 더 배치하고 대청도에 특공대 1개 팀과 고속보트를 추가로 배치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서해 NLL은 북한과 군사적으로 민감한 해역이라 해경의 단속 작전에 큰 제약을 받기 때문에 해군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하는 한편 중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불법조업을 예방할 수 있도록 외교적인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회에 계류된 ‘국민안전교육진흥법’도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새로 출범하는 20대 국회 초반에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낙 서둘러야겠기에 빨리 시행할 수 있도록 의원입법을 요청해 관철했는데 낮잠을 자는 형편이라 안타깝다고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교육엔 생애주기별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법률 미비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도 덧붙였다. 정책을 제대로 펴려면 예산은 물론 기관끼리 협조 등 제반 사항이 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다. 박 장관은 또 “각종 재난엔 머리로 생각할 게 아니라 몸부터 먼저 따라가야 해 안전교육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며 “성숙한 안전의식을 위해서는 60년쯤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지켜본다는 것이다. 그는 “1만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상하동욕’ 정신으로 온 힘을 다할 터이니 국민 여러분도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안전을 꼭 실천하고 안전처 정책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차기 정권 재창출 위해 문호 개방”… 사실상 탈당파 복당 허용

    “차기 정권 재창출 위해 문호 개방”… 사실상 탈당파 복당 허용

    최악의 총선 성적표를 받아든 새누리당은 14일 망연자실한 분위기였다. 4·13 총선일 직전까지 ‘과반 의석 미달’ 등 불투명한 전망이 나오긴 했었지만, 중·장년층 유권자 증가 등 ‘기울어진 선거지형’으로 인해 총선 패배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당내외 관측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연 결과는 처참한 패배였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121석, 제2당으로 밀려난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지도부가 일괄 사퇴한 새누리당은 이날 선거 패배를 추스르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및 조기 전당대회 개최, 박근혜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 동력 확보를 위한 개각 등 ‘투트랙’ 행보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날 저녁 긴급 최고위원회의 직후 김태호 최고위원은 원유철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추대를 밝힌 뒤 “(외부 인사 추천 얘기도 나왔지만) 우선적으로 출범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시급함을 드러냈다. 당내에선 총선 참패 원인을 놓고 책임론과 자성론이 쏟아졌다. 당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가 주도하는 수직적인 당청 관계에 얽매이고 대통령 눈치를 보느라 집권 여당으로서 당청·대국민 소통에 실패하고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경제활성화 정책과 노동개혁 외 4대개혁 과제 등 정책 요인에 있어서도 국민 설득 및 소통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 사퇴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라고 총대를 멨다고 한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는 공천 파동 등 총선 완패 책임을 놓고 상대를 향한 불만이 달아올랐지만, 차마 대놓고 파열음은 내지 못했다. “당장 집안 싸움을 했다가는 공멸한다”는 위기감이 절실한 이유에서다. 당선돼 생환한 의원들도 이날 공개 발언을 극도로 조심했다. 한 비박계 의원은 “김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한 마당에 초상집에서 누가 책임론을 거론하겠나”라고 말했다. 친박계는 김 대표 책임론도 내밀었다. TK(대구·경북)에선 25석 중 21석을 수성한 반면 김 대표 지역구(부산 중·영도구)인 PK(부산·경남)에선 40석 중 27석을 건지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부산은 거의 상향식 공천으로 후보를 뽑았는데도 18석 중 6석을 야권·무소속에 내줬다”며 “선거 패배는 (친박계의) 전략공천 탓이 아니라 ‘상향식 경선을 한다’고 인재 영입을 안 한 탓이다. 여기에 당 대표가 이상한 일(옥새 파동)까지 벌였으니 패배는 예견된 결과였다”고 주장했다. 공천 파동 및 선거패배 책임론은 향후 전당대회 체제까지 계파 충돌의 도화선으로 남게 됐다. 비대위원장 및 당권 주자를 놓고 당은 술렁였지만 친박계 주자들의 입지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친박계 핵심으로 ‘진박 감별사’로 나섰던 최경환 의원, 비대위원장직을 맡은 신박계 원유철 원내대표 등이 차기 당권 후보군에 꼽히나, 2선 후퇴론도 만만치 않다. 8선으로 돌아온 친박계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도 국회의장직 대신 당권을 노릴 것으로 관측되나 가능성은 미지수다. 비박계 역시 오세훈·김문수 등 잠룡들이 줄줄이 낙선한 상황에서 구심점으로 내세울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신박계로 5선에 성공한 이주영 의원 등이 관리형 당대표로 부상했다. 당 내부에선 ‘총체적인 선거 전략 부재’에 대한 비판론도 제기됐다. 당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바닥 민심이 당 지도부와 청와대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 정무·정책수석 라인에 대한 대대적인 경질 요구도 터져나왔다. 공천 파동을 딛고 당 대화합 및 국정운영 동력 확보를 위해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를 조기 복귀시켜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와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해 개혁적 보수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분들에게 문호를 대개방해야 한다는 데 최고위 합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도 이날 “무소속이라도 다 똑같은 무소속은 아니다”라며 “친여 무소속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 복당에 부정적이었던 주류의 기류 변화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NBA] 골든 스테이트, 2승 더하면 시카고 넘는다

    한 점 차로 간신히 이긴 골든 스테이트가 20년 전 시카고 불스의 대기록에 한 걸음만 남겼다. 골든 스테이트는 10일 테네시주 페덱스포럼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정규리그 80번째 경기에서 드레이먼드 그린의 23득점 11리바운드, 클레이 톰프슨의 20득점, 스테픈 커리의 3점슛 세 방 등 17득점 9리바운드 8어시스트 활약을 엮어 멤피스에 100-99로 이겼다. 71승9패가 된 골든 스테이트는 11일 샌안토니오(원정), 14일 멤피스(홈)를 잇따라 잡으면 1995~96시즌 시카고의 역대 시즌 최다 승리(72승10패)를 뛰어넘는다. 스티브 커 감독은 경기 전 센터 앤드루 보것만 쉬게 하고 나머지를 고루 기용해 주전들의 체력 방전을 막겠다고 했다. 텍사스주 샌안토니오로 이동해 다음날 오전 8시에 경기해야 하는 버거운 일정 탓이었다. 4쿼터 종료 6분 20초를 남길 때까지 골든 스테이트는 보것의 부재를 절감하며 80-90으로 뒤처졌다. 하지만 4분여를 남기고 커리와 안드레 이궈달라가 연거푸 3점슛을 터뜨려 90-93으로 따라붙었고 2분 12초를 남기고 해리슨 반스가 3점슛을 성공해 98-97로 뒤집었다. 골든 스테이트는 두 차례 비디오 판독 덕을 봤다. 맷 반스에게 자유투를 내줘 98-99로 다시 역전당한 뒤 커리의 드라이브인을 그린이 팁인한 것이 비디오 판독 끝에 득점으로 인정돼 100-99로 뒤집었다. 그린의 손이 림에 닿았다면 득점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다. 커리의 3점슛이 또다시 림을 외면하며 궁지에 몰렸다. 그러나 종료 8초 전 멤피스는 랜스 스티븐슨의 두 차례 슛이 모두 빗나갔다. 비디오 판독을 했는데 스티븐슨의 두 번째 슛 직전 톰프슨의 손이 닿았다고 판정됐으면 자유투가 주어져 또 뒤집힐 뻔했다. 한편 커리는 이번 시즌 3점슛 388개로 남은 두 경기에서 사상 초유의 400고지 등정을 바라본다. 역대 한 시즌 최다 3점슛 2위도 커리(2014~15시즌 286개), 3위도 커리(2012~13시즌 272개)이며 4위는 이날 2개를 더한 톰프슨의 270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검사장 대박’ 거래자 조사도 못하는 윤리위

    ‘검사장 대박’ 거래자 조사도 못하는 윤리위

    진경준(49)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의 게임업체 넥슨 비상장 주식 매입 특혜 의혹에 대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윤리위)가 지난주 조사에 착수했지만, 제대로 성과가 나올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의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까지 나서 엄정한 진상 규명을 지시한 이번 사안에 대해 윤리위가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다는 지적 속에 윤리위의 조사 시스템 자체도 뚜렷한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 시스템 부재·소극적 자세 논란 10일 법조계와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윤리위가 진 검사장 의혹과 관련해 내린 조치는 지난 6일 소명 요구서를 보낸 게 현재까지는 전부다. 공직자윤리법 8조 3항에 따르면 윤리위는 의혹이 있는 공직자에 대해 ▲서면 질의 ▲자료제출 요구 ▲조사 등 3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따라서 진 검사장에 대해 직접적인 조사를 할 수 있는데도 윤리위는 이를 회피하고 가장 낮은 수위의 조치인 서면 질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윤리위는 진 검사장 본인 또는 관계자들과 직접적인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리위를 운영하는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서면 질의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당사자와 직접적인 접촉은 필요 없었다”며 “소명 요구서를 진 검사장 자택에 우편으로 발송했으며, 그쪽에서 이를 수취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윤리위 조사의 맹점 중 하나는 김정주 NXC(넥슨지주회사) 회장 등 의혹 규명에 필수적인 인물들의 강제 출석 요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김 회장뿐 아니라 박모 전 넥슨홀딩스 감사, 이모 전 넥슨 미국법인장 등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공직자윤리법 8조 6항에 따라 ‘재산등록 사항 관계인’으로 비(非)공직자인 김 회장 등을 불러 조사할 수는 있지만, 관련자들이 출석을 거부하면 그뿐이다. 검경 수사와 달리 이를 강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검경 수사로 치자면 ‘참고인 조사’를 할 수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윤리위가 무턱대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공직자윤리법 8조 7항은 해당 공직자에 대한 검찰 조사 의뢰의 조건으로 “재산을 거짓 등록하였거나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을 상당한 혐의가 있을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윤리위의 조사 기간은 기본이 3개월이고, 필요하면 추가로 3개월을 더 할 수 있다. 최장 6개월이다. 윤리위는 이번 의혹이 사회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조사를 최대한 서두른다는 방침이지만 ‘강제 조사 없는 6개월’은 필요 시 증거 인멸 등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인멸의 우려가 커지고 수사 의지만 약해질 수 있는 만큼 하루빨리 검찰이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에 공직자 재산 검증 과정에서 ‘오류’를 저지른 윤리위가 이번이라고 제대로 검증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윤리위는 지난해 초 진 검사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했을 때 그가 보유한 넥슨 주식에 대한 주식백지신탁 직무관련성 심사를 해 ‘적합’ 판정을 내렸다. 2009~2010년 증권·조세 비리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장을 지낸 진 검사장의 100억원대 주식 보유를 허가한 셈이다. 부실 검증의 책임은 청와대에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관급인 검사장 임면권은 대통령에게 있고, 검사장 인사권의 최종 검증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윤리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심의기구다. 사무국 역할은 인사혁신처 윤리과가 대신하고 있다. 윤리과 소속 공무원 중 재산등록이나 심사 등 업무를 맡는 사람은 약 10명에 불과하다. ●10여명이 13만 공무원 검증 업무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인사처 윤리과의 심사 자체가 대부분 전산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대면조사 등 역량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한 사회부처 국장급 공무원은 “지금의 윤리위 시스템으로 13만명에 이르는 공무원의 등록 재산을 면밀히 심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서 “독립 사무국이 독자적인 조사권을 가지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서울역·용산역·인천공항에 투표소… 출장·여행길에도 꼭 한표!

    서울역·용산역·인천공항에 투표소… 출장·여행길에도 꼭 한표!

    전국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가능 ‘관할구역 외’ 선관위가 등기우편 발송 사전투표제는 별도의 부재자 신고를 하지 않아도 신분증만 있으면 선거일 직전 금·토요일에 전국 모든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3년 통합선거인명부를 도입하면서 가능해졌다. 사전투표는 투표일이 총 3일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데다 휴일에도 투표할 수 있고, 출장·여행 중인 경우 전국 어느 투표소에서도 한 표 행사가 가능하다고 중앙선관위는 7일 설명했다. 투표 시간은 8~9일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신분증을 갖고 가면 투표소에서 통합선거인명부 확인 후 전용 단말기로 발급받은 투표용지를 이용해 곧바로 투표할 수 있다. 신분증은 주민등록증과 여권, 운전면허증 등을 의미하며, 공공기관이 발행한 생년월일이 나와 있는 신분증으로도 투표가 가능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의 투표 참여 확대를 위해 서울역, 용산역, 인천공항에도 사전투표소가 설치된다. 사전투표소 위치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http://www.nec.go.kr)와 휴대전화 ‘선거정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합선거인명부에는 주소, 가구주, 성별, 생년월일, 성명, 투표용지 수령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 선거인은 이 명부를 이용해 본인 확인 후 투표용지와 회송용 우편봉투를 받게 된다. 기표소에 들어가 기표한 후 이를 우편봉투에 넣어 봉하고 투표함에 넣으면 된다. 다만 자신이 거주하는 구·시·군 선관위 관할구역 내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는 선거인은 투표용지만 받아 기표한 후 투표함에 넣는다. 사전투표가 끝나면 관할 구·시·군 선관위 외 투표용지는 관할 선관위에 등기우편으로 발송된다. 관할 선관위는 등기우편이 도착하는 즉시 접수하고, 정당추천 위원이 참여하는 가운데 다시 투표함에 넣고 보관한다. 사전투표함은 선거 당일인 13일 오후 6시까지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장소에서 보관하다가 개표소로 이송된다. 사전투표함은 일반투표함과는 별도로 개표가 이뤄진다. 특히 중앙선관위 측은 “한 선거인이 두 번 이상 투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전투표소에서 선거인에게 투표용지를 나눠준 기록을 통합선거인명부 전산망을 통해 실시간 관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전투표를 한 사람은 선거 당일에 중복 투표를 할 수 없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총선 D-11] 충청 27곳 중 새누리 14곳 “우세”… 더민주 6곳 “박빙우세”

    [총선 D-11] 충청 27곳 중 새누리 14곳 “우세”… 더민주 6곳 “박빙우세”

    전국 선거 판세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왔던 충청권은 21년 만에 처음으로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정당이 없는 가운데 20대 총선을 맞이하게 됐다. 현재 판세는 새누리당에 유리해 보인다. 여당 측 주장을 보면 27개 선거구 가운데 18개 선거구가 새누리당의 우세이거나 박빙 우세다. 신민주공화국부터 자유민주연합, 자유선진당 등 과거 충청권 정당들의 정치성향이 보수였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으로서는 충청권 정당의 부재는 곧 보수 유권자의 분열 요소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1일 각 당이 내놓은 판세를 보면 경합 지역이 새누리당 내 분석으로는 4곳, 더불어민주당 내 분석으로는 3곳에 불과해 우열이 비교적 뚜렷한 것이 특징적이다. 충청 지역은 지지 성향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는 통설에 비춰 보면 이례적인 분석으로, 이 역시 지역정당이 없어 유권자들로서는 선택의 폭이 더욱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19대 총선에서 6곳의 선거구를 여야가 3대3으로 나눠 가진 대전은 20대 총선에서 1개 지역구가 늘어나 7개가 되며 이번에는 어떤 ‘스코어’가 나와도 무승부는 없게 됐다. 기존 유성구 국회의원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신설 선거구인 유성을로 옮기며 사실상 유성갑에서 여야는 새로운 승부를 벌이는 셈이 됐다. 새누리당은 현역들이 도전하는 동구와 대덕구, 이은권 전 중구청장이 공천을 받은 중구를 우세한 지역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더민주는 서구 갑·을, 유성 갑·을이 우세하거나 경합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원도심은 여당에, 서구와 유성구 등 새 아파트 단지가 많은 신도심은 야당에 각각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유성을에 출마한 김신호 후보가 전직 교육감으로서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새누리당 시당에서는 당선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국민의당이 충청권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지만, 대전만은 예외다. 동구에 출마한 선병렬 전 의원, 대덕구에 출마한 김창수 전 의원 등은 ‘전직 의원’으로서 가져갈 수 있는 기본적인 조직 표가 있기 때문에 이들 지역구에 출마한 다른 후보들에게는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대전시당 더민주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출신인 선 전 의원 등은 상대적으로 더민주에 불리한 요소”라며 “국민의당으로 중구에 나온 유배근 후보도 야권 인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더민주와 지지층이 겹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북은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양당 대결 양상이 더욱 뚜렷하다. 더민주는 충남에서 ‘준수도권’인 천안 갑·을·병의 ‘싹쓸이’를 기대하고 있다. 천안 을·병은 더민주의 현역 의원들이 우세하다는 게 야당 측 전망이지만, 천안갑에 대해서는 선뜻 우열을 말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천안을 제외한 충남의 나머지 8개 선거구에서는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관심 선거구는 3선 의원 출신인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와 초선 박수현 후보가 맞붙는 공주·부여·청양이다. 선거구 획정으로 공주와 부여·청양이 합쳐진 지역구로 새누리당은 전반적으로 보수 성향인 지역 특색을 감안하면 정 후보가 ‘박빙 우세’라고 보고 있다. 반면 더민주는 박 후보가 조금씩 정 후보와 격차를 좁혀 가는 여론조사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충북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언급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반 총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다시 회자되며 충북 내 여권 지지자들의 기대감 상승과 결집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민주는 현재 ‘충북 3석’을 지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청주 청원에 출마한 변재일 의원과 청주 서원의 오제세 의원이 모두 3선 의원으로 지역에서는 다소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충북 전멸’의 위기감이 선거 막판 야당 지지층의 결집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민주는 청주 흥덕에서 새누리당 송태영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도종환 후보에도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 지역은 현역인 노영민 의원이 ‘시집 강매’와 ‘20% 컷오프(공천 배제)’ 등의 악재로 홍역을 치르기는 했지만, 현재 판세가 우려했던 만큼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총선의 주요 관심 지역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세종시이다. 6선의 ‘친노(친노무현) 좌장’ 이해찬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된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지만, 현재 판세는 녹록지 않다. ‘세종시 재선’에 대한 도전이 만만치 않았던 상황에서 ‘컷오프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세종은 야권 연대가 된다면 여당으로서는 가장 큰 악재”라며 “반대로 충남·북의 다른 지역은 야권 연대가 변수로 나타날 가능성이 ‘0’에 가깝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헤라클레스는 흙수저였다

    [고전으로 여는 아침] 헤라클레스는 흙수저였다

    서양인들에게 최고의 영웅을 꼽으라면 단연 헤라클레스다. 그는 그리스 청춘의 불굴의 투지와 용맹, 그리고 괴력의 상징이자 모델이다. 헤라클레스가 그리스의 영웅을 넘어 서구의 불멸의 영웅으로 숭배받는 이유다. 하지만 그의 출발은 흙수저였다. 기원전 2세기에 활동한 아폴로도로스가 지은 그리스 신화집 ‘비블리오테케’에는 헤라클레스의 탄생과 행적이 자세히 나온다. 헤라클레스는 페르세우스의 손자인 암피트리온과 알크메네 사이에서 쌍둥이 아들로 태어났다. 명목상 족보는 화려하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암피트리온이 전쟁에 나간 사이 평소 알크메네에게 눈독을 들이던 제우스가 암피트리온의 모습을 하고는 하룻밤을 세 배로 늘리며 알크메네와 동침을 했다. 뒤늦게 테베로 돌아온 암피트리온은 예언자로부터 아내가 제우스와 교합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엄밀히 따져 헤라클레스는 불명예스러운 사생아였다. 하지만 암피트리온은 자신의 부재 중에 잉태된 자식을 신성한 신의 핏줄로 승화시킨다. 헤라클레스를 제우스의 아들로 규정하는 순간 그는 숙명적으로 인간을 넘어선 탁월한 역량을 요구받게 된다. 게다가 외간 여인에게서 얻은 자식을 질투심 많은 제우스의 정실 헤라는 끊임없이 괴롭힌다. 이는 흙수저가 겪는 시련의 은유일 테다. 헤라클레스는 주변의 질시와 견제를 딛고 당대 최고의 고수에게 궁술과 무술을 배우고 강철 같은 체력을 갖춘다. 그러던 중 헤라의 질투로 헤라클레스는 정신착란을 일으켜 제 자식과 동생 자식들을 불 속에 던져 죽인다. 이로 인해 테베에서 추방된 헤라클레스는 간신히 죄를 정화받고 델포이의 신탁에 의해 12년 동안 페르세우스의 적통(嫡統) 손자 에우리스테우스가 부과한 12가지 고역을 수행해야 했다. 잔인한 시험이다. 그 과업을 완수하면 불멸의 존재가 되리라는 신탁을 믿고 헤라클레스는 세계 오지로 죽음의 도전을 떠났다. 사자와 괴물 히드라의 처치, 난폭한 황소 끌고 오기, 황금사과 가져오기, 저승의 개 잡아 오기 등등 하나같이 인간에게 불가능한 난제들을 모두 해결하고서야 헤라클레스는 진정한 영웅이 될 수 있었다. 그의 흙수저 탈출기는 목숨을 건 처절한 사투였다. 오늘날 청년들이 안은 과제도 험난하다. 하지만 진정 자신의 전부를 걸고 도전하는 이가 얼마인지는 의문이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열린세상] 갈등, 미래를 위한 성장통?/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갈등, 미래를 위한 성장통?/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다. 진달래, 개나리와 벚꽃이 꽃망울을 환하게 터뜨리기 시작했다. 보는 사람의 마음도 절로 아름다워진다. 이런 맑고 아름다운 봄은 쓸쓸하던 잿빛 겨울을 지내야만 온다. 작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수많은 갈등은 이런 잿빛 겨울의 모습이 아닐까. 그러나 계절과는 달리 세사는 갈등의 결과가 반드시 밝은 미래를 기약하는 것은 아니다. 총선을 앞둔 현재, 우리 사회는 너무나 많은 갈등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년이 다 되어가는 세월호 참사의 후유증은 여전히 우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미처 피우지 못한 어린 학생들을 추모하는 마음이야 누군들 다를 수 있을까. 그러나 새로 입학한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공간을 추모교실로 남겨 두어야만 추모하는 마음이 유지될까. 광화문 광장에 천막을 그대로 두어야만 추모하는 그 마음이 유지될 수 있을까. 광화문광장 얘기가 나왔으니 최근 여기에 국기게양대 설치를 둘러싼 서울시와 보훈처 간의 갈등을 생각해보자. 광화문 광장은 우리 모두를 위한 공간이다. 광장은 시민들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가 되었다. 그 장소에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국가보훈처가 영구히 태극기를 게양하고자 서울시와 협의를 했다고 한다. 보훈처는 광화문광장이 대한민국의 심장과 같은 존재임에도 여기에 조선시대를 상징하는 수많은 상징물만 있을 뿐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것은 없다는 점과, 광복과 6·25로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한 가장 중심이 되는 상징적 장소라는 점에서 국기게양대를 설치하여 영구 보존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이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는 점, 게양대 설치로 조망권이 침해되고 안전 확보가 어렵다는 점, 양해각서 체결 시 영구 설치는 없었다는 점, 광화문광장은 서울시의 상징과 같은 장소라는 점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지만 사실 핵심은 태극기와 같은 국가 상징물을 설치하는 것이 국가 중심의 가치관을 주입하려는 의도라는 입장에서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사안은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해 현재 행정조정협의회의 조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핵심은 이러한 갈등을 스스로 조정하지 못하는 우리의 갈등 조정 능력 부재와 그로 인해 국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비용이다. 갈등 조정 능력의 부재는 막대한 기회비용을 수반하여 우리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한다. 기억하는가. 원전 폐기물 저장소 건립지를 선정하지 못해 20년 이상 허송세월하면서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했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과정에서는 환경단체들의 극심한 반대를 조정하지 못해 수조원의 세금과 3년 넘는 시간을 낭비했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서울 외곽순환도로 건설과정에서 사패산 터널이 그랬고, 경부고속철도 건설과정에서 천성산터널이 그랬다. 밀양 송전탑 반대나 제주 강정마을 군항 건설도 마찬가지였다. 환경보호라는 명분과 지역 이기주의가 적절히 결합된 강력한 이익집단의 과도한 요구에 정부의 미숙함과 무능이 얹어지고 정치인들의 기회주의가 거들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갔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인정했듯이 각종 정책 갈등 사례에서 환경보호단체의 주장은 단 한번도 맞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갈등 조정을 잘못한 결과는 지불할 필요가 없었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돌아왔다. 언제까지 이를 반복할 것인가. 모든 갈등이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논쟁과 숙의 과정을 거쳐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작금의 무분별한 갈등은 건전한 논쟁의 수준을 넘어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사회의 갈등 조정 능력의 부재는 막대한 기회비용을 유발하여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10년째 계속되는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생동하는 봄은 계절처럼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겨울은 영원히 계속될 수도 있다. 봄은 오고 있지만 봄이 아니라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 나게 다가온 적이 없었다.
  • [특별기고] ‘우리 모두’ 투표해요!/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특별기고] ‘우리 모두’ 투표해요!/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아침 출근길 거리마다 허리띠를 두르고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자의 열띤 모습에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음을 느낀다. 더욱이 지난 25일 후보자 등록이 마감된 데 이어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한층 더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은 바로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로부터 나오며, 이를 통해 경제적 발전과 품격 있는 시민사회로의 성장이 가능하다.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가 이뤄질 때 민주주의가 꽃피게 된다.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개도국에서 유일하게 산업화와 동시에 민주화를 달성했다. 우리 민주화의 기저에는 공명선거 발전의 역사가 있다. 최근엔 개도국 공무원들이 선거 때 선거인명부 작성, 부재자 투표, 투·개표 관리 등 우리나라의 선거관리 업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참관할 정도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1월 14일 공명선거지원상황실을 개소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무부 등과 협력해 이번 선거가 역대 가장 깨끗하고 공명정대하게 진행되도록 몇 가지 원칙을 정해 관리해 나가고 있다. 첫째,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선거인을 확정하기 위한 명부 작성, 투표 안내문 발송, 사전투표, 선거 당일 투·개표 관리 등 법정 선거 사무를 차질 없이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3500여개 읍·면·동 공무원의 빈틈없는 일 처리가 무엇보다 요구된다. 둘째, 공무원의 선거개입 방지 등 엄정한 선거 중립이다. 지난 1월엔 전 행정기관에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이 지켜야 할 행위기준’ 지침을 배포했다. 또한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공무원의 선거 개입, 기부행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불법행위 등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행위를 막기 위해 시·도와 합동 특별감찰반을 운영 중이다. 셋째, 공명선거를 해치는 탈·불법 선거운동 근절이다. 경찰, 검찰 등 범정부 차원의 협업을 통해 ‘금품선거’, ‘흑색선전’, ‘여론조작’을 3대 선거범죄로 규정하고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단속, 처벌해 나가고 있다. 특히 경찰청에서는 전국 경찰관서에 선거사범수사상황실을 설치하고 24시간 단속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끝으로 국민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인 선거권의 적극적인 행사를 강조하고 싶다.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60.6%이던 투표율이 18대 때 46.1%, 19대 땐 54.2%로 낮아져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이번엔 선상투표, 사전투표, 귀국투표 등 국민의 참정권이 확대되고 투표하기 편리해졌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는 명언만큼이나 주권자로서 올바른 권리 행사와 투표 참여가 필요하다. 특히 4월 13일 선거일에 투표할 형편이 안 되면 사전투표 기간인 4월 8~9일 전국 읍·면·동 투표소나 인천공항 등에 추가로 설치된 투표소 어디서나 투표가 가능하다. 이번 선거는 성숙한 민주주의와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돼야 한다. 민의를 대변하고 일 잘하는 선량들의 국회 진출 여부는 국민 한 분, 한 분이 소중한 한 표를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달렸다. 국민 모두가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홍보탑 문구처럼 ‘깨끗한 한 표’를 꼭 행사하길 바란다.
  • [시론] 통화정책, 때로는 나무가 숲보다 중요하다/임지원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

    [시론] 통화정책, 때로는 나무가 숲보다 중요하다/임지원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중앙은행들의 정책 또한 해마다 새로워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으로 금리 인하가 단행되고 주요국을 중심으로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이 시행되더니 2012년부터는 마이너스 금리를 선택하는 국가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뉴노멀 시대이다 보니 적절한 통화 정책과 균형 금리에 대한 기준이 어느 정도 변화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각론이다. 특히 금융시장의 구조나 체질이 국가마다 다르다는 사실에 집중할 경우 논의는 좀 더 복잡해진다. 양적완화 정책부터 생각해 보자. 그 첫 사례는 미국이 아닌 일본이다. 일본이 2001년 시행했던 것은 교과서적 정의에 충실한 양적완화로, 중앙은행이 주로 안전자산인 국채 등을 사들여 시중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고자 했다. 그러나 몇 차례에 걸친 투입에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자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은 실패한 통화 정책으로 간주되게 된다. 반면 2008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도입한 양적완화는 모기지 채권처럼 신용 리스크가 커 거래가 안 되던 위험자산까지도 대규모로 매입한, 다소 변형된 형태의 양적완화 정책이었다.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인하하면서 돈을 풀었지만, 그 풍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위험회피 성향에 의해 신용 경색이 완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에 착안한 선택이었다. 규모도 보다 과감했다. 결과적으로 연준이 시도한 양적완화는 지속적 구조조정과 함께 미국의 자본시장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게 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미국 사례를 참조해 일본과 유로 지역 또한 자국의 금융시장 구조에 맞춰 보다 적절하게 변형시킨 양적완화 정책을 2010년과 2015년 각각 채택했다. 얼마나 성공적일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최소한 지난 10여년간의 경험을 고려해 볼 때 같은 양적완화 정책이라 할지라도 그 ‘세부사항’이 어떤가에 따라 상당히 다른 정책 효과를 갖게 되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2012년 이후 시도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 또한 각국의 경제상황과 금융시장 구조에 따라 효과가 크게 차별화되고 있다. 덴마크나 스위스와 같이 경제 규모는 작으나 그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견조하고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목적이 경기 부양이 아닌 과도한 자본 유입을 통제하기 위한 경우에는 효과성이 부각된다. 반면 경제 규모가 큰 유럽이나 일본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시도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일본의 경우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가치가 글로벌 경기에 역행하는 경향이 있는 엔화의 독특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예대 금리차 등으로 인해 득보다 실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만족스럽지 않은 성장세가 계속되고 주변국의 통화 완화가 지속됨에 따라 추가적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심지어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요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총론적으로 볼 때 분명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국 금융시장의 구조를 고려할 때 금리가 낮아질수록 그 효과는 영미권 국가에 비해 떨어지는 반면 비용은 상대적으로 올라가게 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흔히 인용하는 가계부채나 자본유출 가능성과 같은 금융 안정성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가계의 금융자산 구성이 대부분 예금이나 보험상품과 같이 정책 금리 움직임에 연동된 것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 시중에 제대로 된 중위험 금융 상품이 부재하다는 것 등은 영미권에 비해 금리 인하 효과를 크게 제한하는 요소다. 또한 한국만의 독특한 주거 형태인 전세 가격이 금리가 내려갈수록 상승하고 이로 인한 영향이 월세에도 미치는 점 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주변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완화를 단행하고 있다고 무조건 따라가기보다는 한국의 금융 구조에 적절한 정책 수단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추가적 완화에 대한 득과 실을 계산하는 데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은 몇 번을 강조해도 과하지 않은 듯싶다.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0]텃밭에 핀 붉은 양귀비꽃, ‘약손’의 비밀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0]텃밭에 핀 붉은 양귀비꽃, ‘약손’의 비밀

    중국과 영국이 벌였던 아편전쟁은 ‘역사상 가장 부도덕한 전쟁’의 하나로 꼽힙니다.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확보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일군 영국이 떼돈 좀 벌어보겠다고 중국 전역에 막대한 양의 아편을 풀어 폐해가 속출하자 청나라 황제였던 선종이 아편 교역금지령을 내리고, 특사를 파견해 영국의 아편상들을 척결하도록 했지요. 아편 때문에 나라가 무너질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러자 아편을 식민지 교역의 ‘전략상품’으로 내세워 큰 재미를 보고 있던 영국이 엉뚱하게도 자국 무역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중국에 군대를 출병시켜 벌어진 전쟁, 바로 아편전쟁입니다. 그 아편 바람에 중국이 초토화했고, 중국과 교역을 하던 우리 나라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속절없이 아편의 덫에 걸려 신음해야 했었지요.  결국,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구축한 영국의 해군력에 청나라가 굴복해 홍콩을 영국에 할양하는 유명한 난징조약이 맺어졌습니다만, 역사를 바꾼 이 전쟁의 빌미가 된 것이 바로 아편(阿片)입니다.  ‘할양’이라는 용어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한일병탄을 앞두고 우리 나라도 일본에 많은 땅을 할양했고, 이곳을 무대로 일인들은 야금야금 조선을 먹어치웠으니까요. 그 때부터 일본은 우리 나라 곳곳에 ‘작은 일본’을 만들어 식민지 경영을 시작했습니다. 한일병탄 후에야 온 나라가 다 그들 땅이었으니 할양이라는 말을 쓸 이유도 없었지요. 그 때 일인들은 스스로를 ‘내지인’이라고 불러 ‘조센징’이나 ‘반도인’이라며 비하했던 우리들과 차별화했고, 거주지 등 생활권도 따로 꾸렸는데, 이 때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 말이 바로 ‘혼마찌’나 ‘사꾸라마찌’ 같은 용어들이었습니다. 국권 침탈보다 먼저 이뤄진 할양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통 효과 뛰어난 아편  아편이라는 말은 아편의 영어 표기인 ‘Opium(오피엄)’에서 따온 차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 모르핀의 원료이기도 한 아편은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강력한 진통작용은 물론 경련을 진정시키거나 설사를 멈추게 하는 등 활용 범위도 무척 넓었습니다.  그러나 중독성이 강해 한번 습관성에 빠지면 ‘목은 잘라도 아편은 못 끊는다’고 할 정도였답니다. 값도 비싸서 한번 의존성에 빠져들면 살림은 물론 삶 자체가 거덜나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러니 중국이 영국을 상대로 아편전쟁을 벌인 게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우리도 영국이 동인도회사를 통해 인도의 벵갈지방에서 대량으로 재배, 생산해 중국에 퍼뜨린 이 아편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임오군란을 계기로 조선에 출병한 청나라 병사들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바로 그 영국산 아편이 퍼졌다니 말입니다.  이런 아편은 우리의 민간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더러는 의아해 하기도 하겠지만, 약도 의사도 없던 시절에는 아편만큼 요긴한 상비약도 없었습니다.  ●아편 혹은 앵속(罌粟)  마당 한켠의 토담을 끼고 돌면 탱자나무에 둘러싸인 텃밭이 있었습니다. 넓이가 어지간한 집 마당보다 훨씬 넓었으니 아마 너댓 마지기는 됐을 것입니다. 평수로 따지면 1000평쯤 되었겠지요.  집 안쪽으로 이어진 토담을 따라 텃밭 안쪽으로 들어가면 어른 키를 훌쩍 넘을만큼 높다랗게 아주까리며 옥수수가 자라 있었고, 그 옆에는 당귀와 모시풀 등속이 심어져 있었는데, 그 안쪽에서 양귀비가 몰래 자라고 있었습니다. 높다란 흙담에 가려지고, 골목길 쪽으로는 무성한 탱자울에 당귀와 아주까리 등이 숲을 이뤄 밖에서는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할머니의 영역’이었습니다.  텃밭에 심은 고추며 채마밭 고랑을 따라 아침, 저녁으로 이곳을 찾은 할머니는 양귀비 꽃이 피면 혼잣말로 “앵속, 참 곱다”면서도 누가 볼세라 꽃잎을 다 따내 버리곤 했습니다. 그 때만 해도 더러 앵속 단속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등잔 밑이 어두웠던지 단속반이 떠도 주로 외진 산비탈의 뙈기밭이나 뒤지지 마을 가운데 있는 텃밭까지 뒤지지는 않았거든요.  어린 제가 봐도 그 꽃은 참 붉고 예뻤습니다. 텃밭에 살랑∼ 바람이라도 스치면 가는 꽃대궁 위에서 막 꽃망울을 터뜨리고 나온 꽃잎이 하늘거리는 모습이 너무 뇌세적이어서 보고 있노라면 불현듯 목줄기가 타드는 듯한 충동이 일곤 했습니다.  시골에서 살다보면 오래 기억에 남는 색조의 충동이 그것 뿐만은 아닙니다. 빨간 고추잠자리가 무리지어 나는 방죽 너머로 해가 막 넘어갈 때면 노을이 마치 잉걸불처럼 이글거리기도 했고, 이슬이 찬 9월이면 매운 맛이 들어 붉어지는 고추가 또 보기만 해도 화닥거릴 정도로 붉었습니다. 홍시로 익어가는 땡감이야 그렇다 해도 그 감나무 잎에 단풍이 들면 붉은 색조가 한 순간 마당 한켠을 뜨겁게 물들였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옻이 오를까봐 곁에 가지도 않았던 옻나무 잎도 가을이면 정말 다가가 만져보고 싶을만큼 붉어져 길 가다가 한참을 바라보고 서있기도 했습니다.  양귀비 꽃잎은 이런 붉음을 무색하게 할만큼 선연하게 붉었습니다. 붉다 못해 검어 보이거나, 붉은 꽃잎의 가장자리에 흰 테두리를 둘러 붉음이 더 선명하기도 했던 그 꽃잎을 똑똑 따서 버리는 할머니에게 “왜 꽃을 따버리느냐”고 물으면 “글씨, 앵속은 나라에서 못 키우게 하니 그렇지”라고 말하곤 했지요. 그런 말을 들으면서 어렴풋 그 꽃의 정체를 알아갔지만, 그 꽃에서 ‘기막힌 약’이 생산된다는 건 몰랐습니다.  꽃이 피었다 지면 할머니는 대나무를 삐져서 만든 손칼로 통통하게 살이 오른 씨방에 죽죽 칼집을 내곤 했습니다. 그러면 이내 하얀 수액이 칼집을 따라 배어나곤 했는데, 그 이후엔 어떻게 처리를 했는지 잘 모릅니다. 예닐곱 시절의 기억이지만, 딱지치기도 해야 했고, 자치기도 했야 했으니, 그 또래 아이들이 다 그렇듯 저도 나름 바쁜 축이어서 맨날 할머니 치맛자락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거든요.  나중에 할머니가 보리알만 한 아편을 비닐에 싸서 앞닫이 속에 깊숙이 넣어둔 걸로 봐서는 씨방의 상처 자국에서 솟아 적당하게 굳어진 양귀비 수액을 따모아 잘 개어서 보관했던 것 같습니다. 손끝에 따모은 수액을 손으로 개면 이내 검은 고약처럼 변했지요. 마치 옻나무 수액처럼.  ●의사도 없고 약도 없으니  참 아픈 곳이 많았던 시절이었고, 세상이었습니다.  물론, 병원도 없고, 약도 없어 어지간한 고통은 다 참고 견뎠지만, 그러다가 고질이 된 통증이 적지 않았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은 마디마디 관절염과 치통, 결핵에 해소와 천식을 갖지 않은 사람이 드물었고, 아이들은 시나브로 횟배앓이를 하거나 동통이 지독한 몸살에 크고 작은 외상도 많앗습니다.  형제가 많았던 우리도 번갈아가며 배앓이를 하곤 했는데, 배가 한번씩 뒤틀리기 시작하면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나자빠져 뒹굴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얼른 할매한테 가봐라”시며 등을 떠밀었고, 그러면 득달같이 할머니 방으로 달려가 그 ‘명약’을 청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윗목 앞닫이를 열고 잘 감춰둔 그 약을 꺼내 손칼 끝으로 깨알만큼 떼어낸 뒤 입안에 넣어주시고는 배를 살살 쓸어주셨습니다.  배앓이에 부대낀 탓인지, 그 약의 효험 때문인지 한동안 뒹굴다가 잠이 들었고, 자고 나면 씻은 듯 고통이 사라져 다시 마당으로 나가 언제 그랬냐는 듯 천방지축 뛰어놀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절제없는 아편은 ‘마약(魔藥)’  새삼 말하지 않아도 아편은 매우 위험한 약물입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위험성은 습관성에 빠지는 것이지요. 질병 때문에 몰핀을 자주 사용하는 환자들은 내성도 경계해야 합니다. 그래서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몰핀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처방이나 사용에도 엄격한 약전 기준을 적용합니다.  물론, 최근 통증의학 분야에서는 이런 진통제를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처방하는 추세가 뚜렷합니다. 환자가 극심한 통증 때문에 고통을 겪는 것보다 마약성 진통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득이 많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이렇게 사용하는 진통제는 비록 아편 성분이 든 마약성일지라도 중독 등 위험 부담이 적습니다. 전문의들이 정해진 기준과 준칙에 따라 적절하게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의사도, 약도 귀했던 예전에는 통증이 반복될 때마다 아편을 쓰다가 중독에 빠져 종국에는 패가망신한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통증이라고 하면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질병은 통증을 수반합니다. 특히, 처음에는 통증과 무관하다고 여기는 질환도 마지막은 통증으로 귀결하는데, 암도 그렇고, 고혈압이나 당뇨병도 예외가 아닙니다. 통증의 정도도 다양합니다. 현재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통증 척도인 VAS 기준에 따르면, 총 10단계 중 1단계는 통증이 없는 상태, 10단계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단계에 해당합니다. 통증이 8~9단계 정도에 이르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여기게 되니까요.  그러니 따지고 보면 고통을 못 견뎌 아편을 쓸 수밖에 없었던 사람 탓이라기보다 그런 고통을 해결해주지 못한 몽매함과 미개함, 거기에서 비롯된 낙후한 의료시스템과 보건안전망의 부재 탓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세상이 다 그랬으니 그걸 탓하는 것도 부질없는 일입니다.  한 때는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이었습니다만, 요즘 들어 갈수록 마약 밀수량이 많아지고, 유통량도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마약은 퇴폐적인 향락의 주술(呪術) 같은 것이어서 마약 밀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 사회의 건전성이 훼손되는 징후라고도 봐도 틀리지 않습니다. 물론 의료용 마약의 소비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이고, 마약이 인간의 자유의지를 충족시키는 많은 방법 중 하나라는 강변에 동의하지도 않습니다. 인간이 가진 본연의 성정을 왜곡하는 물질인 데다 습관성의 폐해가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부담없이 되돌아보는 약손의 추억이지만, 거기에는 이런 위험도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일까요. 할머니는 절대로 한 사람에게 이 약을 두 번, 세 번 잇따라 쓰지 않았습니다. 어제 아팠던 배가 오늘 다시 아파도 할머니는 “약 다 쓰고 없다”며 배만 쓸어 주셨는데, 아마 아편의 중독 위험성을 알고 계셨던 게 틀림없는 듯 합니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은 수많은 아들과 딸들이 또한 이 세상을 만들어 냈으니, 알아도 모른 척 했던 약손의 효험을 새삼 의심하고 지워버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체온으로 전해진 그 약손의 사랑이야말로 지금은 더 이상 누릴 수 없는, 참으로 외경스러운 ‘내리사랑’의 기억이니까요.  jeshim@seoul.co.kr
  • [열린세상] 기업의 ‘조직 혁신’ 경영자 태도가 변수/이상일 언론인

    [열린세상] 기업의 ‘조직 혁신’ 경영자 태도가 변수/이상일 언론인

    국내 대기업들에서 사내 문화를 쇄신하는 분위기가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관료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온 삼성전자는 부회장 주도로 불필요한 야근이나 회의, 보고를 줄이려 하고 있다고 한다. LG전자는 사원, 대리, 과장급 등 직급 중심의 호칭을 파트장 등 업무 중심으로 바꾸고 상사 눈치 보며 못 가는 휴가 문화도 연월차를 자유롭게 쓰도록 바꾼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은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100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임직원 4만명을 상대로 기업 문화를 진단한 조사 결과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조사에서 임직원들은 한국 기업의 가장 큰 병폐를 ‘잦은 야근’과 ‘비합리적 업무 문화’라고 손꼽았다. 평균적으로 직장인은 1주에 이틀 넘게 야근을 하고 직장인의 12%는 주 5일 모두 야근한다는 것이다. ‘저녁이 없거나 바쁜 삶’이 한국 직장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한 집의 가장들이 적지 않다고 보면 집안 식구들이 함께 저녁밥 먹을 시간조차 없는 셈이다. 여기에다 기업 임원실은 ‘엄숙한 장례식장’처럼 회의 때면 조용하며 상명하복 분위기에다 비효율적인 회의와 보고 문화 등이 지적됐다. 이런 분위기는 사실 대기업과 중견기업뿐 아니라 한국의 공기업과 정부 조직까지 확대해 봐도 비슷할 것이다. 결국 필요 이상의 잦은 회의와 긴 근무시간, 이로 인한 생산성 저하, 윗사람 눈치 보는 회의 분위기와 소통 부재는 한국 조직들의 공통분모인 셈이다. 이런 풍토는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해 비효율성을 높여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또 발전에 필요한 창의성을 감소시켜 경쟁력을 낮춘다. 이런 비효율과 고비용에 민감한 대기업들이 요즘 발 빠르게 움직여 쇄신해 보려고 나서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조직 혁신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되돌아보면 큰 시도 중 하나는 1990년대 후반 유행한 ‘팀제’를 들 수 있다. 팀으로 바꾸어 조직을 유연하게 하며 소통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몇 년 후 대부분의 조직이 종전대로 ‘**부’로 돌아갔다. 팀제로 바꾸기만 했지 효과가 없었던 탓이다. 조직의 병폐는 조직 구조나 명칭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소프트웨어를 바꾸지 않은 채 위계질서 명칭만 바꾼다고 조직 유연성이 살아나지는 않는다. 회의가 많고 분위기가 무거운 것도 한국 조직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오너가 10시간 넘게 회의를 주재하는 바람에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어 회의 참석자들이 미리 물도 마시지 않는다거나 회장 주재 회의가 강의 식으로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토론이 없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대부분 한국 조직의 공통적인 문제다. 회의 참석자들 간의 심리적 미묘함은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비슷한 모양이다. 직원들이 ‘자신의 발언 때문에 바보나 나쁜 사람처럼 보일지 모른다는 불안감,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남에게 위축되거나 보복당할지 모른다는 공포 등’을 갖는다고 미국 한 경영자는 지적한 바 있다. 조직 구성원들이 갖는 심리적 문제를 조직의 리더, 경영자들이 세심하게 파악하고 중요시하며 개선하는 것이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길이다. 한 미국 유명 기업 사장은 회의 때 기다란 테이블에서 회의를 하는지, 작은 사무실에서 정사각형 테이블에서 회의를 하는지에 따라 참석자들의 의견 개진이 활발하거나 둔하다는 차이를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이 알아챘다며 탄식을 했다. 습관과 관례에 익숙한 리더는 조직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리더가 자신의 권위와 직원들의 활발한 토론 가운데 어느 것을 선호하느냐, 조직원의 창의성을 끌어내려고 어느 정도 노력하느냐가 조직 문화를 바꾸는 갈림길이 될 것이다. 사무용품 제조 업체인 미국의 ‘3M’은 직원들이 근무시간의 15%를 자신을 위해 사용하도록 허용한다고 한다. 직원들이 연월차 휴가를 자유롭게 가도록 하고 창의성을 위한 자기계발 시간을 허용할 것이냐는 사실 리더의 포용력과 경영철학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조직문화 개선은 상당 부분 경영자들의 태도에 달려 있는 셈이다. 조직문화 개선 시도가 이번에는 성과를 거둘지, 또다시 일과성 행사에 그칠지 두고 볼 일이다.
  • [투자가 미래다] CJ그룹, 글로벌 브랜드·택배 인프라 구축

    [투자가 미래다] CJ그룹, 글로벌 브랜드·택배 인프라 구축

    CJ그룹은 올해 글로벌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해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는 문화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CJ그룹은 각 계열사의 주력 사업을 더욱 성장시켜 사업 영역별로 글로벌 1등 브랜드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그룹의 글로벌 성장 재원 확보를 위해 비효율적인 부분을 제거하고 수익 극대화를 추진한다. 이어 글로벌 핵심 역량 강화를 통해 압도적 시장 지위를 구축하는 등의 계획을 구상했다. 이를 위해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장기 부재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분야에는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1조 9000억원을 투자해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사업 부문 콘텐츠를 제작하고 시설 투자에 활용할 방침이다. 또 바이오 사업 부문의 연구·개발(R&D)과 물류 부문 택배사업 인프라 구축에도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해외에서는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중국, 베트남 등에서 글로벌 합작 콘텐츠 공동 제작과 제작 역량 확대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또 CJ푸드빌과 CJ CGV 해외 사이트 확장도 적극 추진한다. 이 밖에도 CJ대한통운이 지난해 중국 최대 냉동물류 회사인 롱칭물류를 인수한 것처럼 해외 인수·합병(M&A)도 꾸준히 진행하기로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법원 “이인선 공천 효력 정지”…주호영 신청한 가처분 인용

    법원이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이 제기한 이인선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의 공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총선 공천이나 경선 결과에 불복한 예비 후보자들이 제기한 효력 정지 가처분이 인용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 심우용)는 23일 주 의원이 새누리당을 상대로 제기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새누리당이 대구 수성을 지역구를 여성 우선 추천 지역으로 선정하고 이 전 부지사를 단수 후보로 추천한 결정을 다투는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공천 결정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해당 선거구의 후보자가 자신이라는 점을 확인해 달라’는 주 의원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여성 우선 추천 지역 재심사 1차 회의에서 부결된 것과 다름없는 안건을 2차 회의에서 재의결한 것은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어긋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고 회의가 끝났다면 안건은 부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한 번 부결된 안건을 다시 제출하지 못한다는)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따라 최고위원회의는 다시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추천 신청자가 한 명인 선거구를 여성 우선 추천 지역으로 선정한 것은 당헌·당규에 위배되고 공천 결정이 헌법과 정당법에 어긋난다는 주 의원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공관위는 대구 수성을에 후보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이날 심야 기자회견에서 “법률지원단에서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만 밝힌 뒤 공관위 회의를 종료했다. 주 의원은 후보 등록일인 24일부터 당적 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날 대구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한편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도 이날 탈당했다. 윤 의원은 24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남을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영입 1호도 줄줄이 탈락…명암 엇갈린 ‘여의도 법조인’

    영입 1호도 줄줄이 탈락…명암 엇갈린 ‘여의도 법조인’

    여야 각 정당의 4·13 총선 공천 일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금배지’에 도전한 법조인들의 명암도 엇갈리고 있다. 당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경선 없이 단수 공천된 법조인도 있는 반면, 총선을 대비해 당이 외부에서 영입한 ‘1호’ 법조인들이 경선에서 탈락하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  총선 후보 등록 마감을 이틀 앞둔 23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친 법조인은 모두 138명이다. 이는 검사, 판사, 변호사 출신 전·현직 국회의원까지 모두 포함된 규모로 이 가운데 이번 총선을 통해 처음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일부 정치 신인들은 ‘국회 물갈이’ 여론이 맞물리면서 실제 공천 여부가 유권자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여론의 관심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차기 대권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안대희(61·사법연수원 7기) 전 대법관에게 집중됐다.  ●새누리의 검사들, 친박과 진박의 진격 새누리당 입당 이후 줄곧 고향 부산의 해운대 지역에서 정치 기반을 다져왔던 안 전 대법관은 당의 ‘험지 출마’ 요구에 따라 지난 1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직으로 있는 서울 마포갑 출마를 선언했다. 대검 중앙수사부장 재직 당시 ‘국민검사’라는 별칭을 얻었을 정도로 과거 국민의 지지를 받았고 대법관까지 지낸 안 전 대법관이라면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부산 지역구보다는 야당 강세 지역으로 공천하는 게 유리하다는 당의 계산과 안 전 대법관의 자신감도 깔린 결정이었다. 이후 새누리당은 지난 15일 안 전 대법관을 경선 없이 서울 마포갑 지역에 단수 추천했고, 19대 총선에서 노 후보에게 패한 뒤 지역 기반을 닦아 온 같은 당 강승규 후보는 당의 결정에 반발하며 탈당, 무소속 출마했다.   새누리당에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전직 검찰 간부급들이 문을 두드리면서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의 이목도 집중됐다. 검찰총장에 이어 검찰 서열 2위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의 최교일(54·15기) 전 검사장, 곽상도(57·15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석동현(56·15기) 전 부산지검장, 강경필(53·17기) 전 의정부지검장 등이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또 권태호(62·9기) 전 춘천지검장과 영화감독 곽경택씨의 동생인 곽규택(45·25기) 전 부장검사도 새누리당에 합류, 총선에 도전했다.   검찰 출신이라고 해서 공천이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최 전 중앙지검장과 ‘진박’(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인사로 분류되는 곽 전 민정수석은 각각 새누리당의 텃밭인 경북 영주·문경·예천과 대구 중·남구 공천이 확정됐지만, 석 전 지검장은 더민주에서 새누리당으로 옮겨 온 조경태 의원에 밀려 부산 사하을 경선에서 떨어졌다. 제주 서귀포에 출마한 강 전 검사장과 청주청원 선거구의 권 전 지검장, 부산 서구의 곽 전 부장검사도 경선에서 탈락했다. 반면 지난 19대 총선 서울 광진을 선거구에서 추미애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패한 정준길(50·25기) 전 검사는 이번에도 서울 광진을 출마가 확정됐다. 정 전 검사 역시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에서 공보위원을 지낸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총선을 위해 영입한 1호 인사들의 성적표는 더욱 초라하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외부에서 영입한 6명의 인사를 소개했다. 1차 인재 영입에는 최진녕(45·33기) 변호사와 변환봉(39·36기) 변호사, 김태현(43·37기) 변호사, 배승희(여·34·41기) 변호사가 포함됐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성남수정에 출마한 변 변호사만 공천이 확정됐을 뿐, 나머지 3명은 모두 경선에서 탈락됐다.  ●‘안철수의 남자’에서 더민주 ‘전략’된 특수부 검사 제1 야당인 더민주는 새누리당에 비해 법조인 쏠림 현상이 덜한 편이다. 더민주 측에서 주목하고 있는 법조 출신 인사는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의 남자’로 불렸던 금태섭(49·24기) 변호사다. 대검 중수부 출신의 금 변호사는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뒤 서울대 법대 86학번 동기인 정준길 전 검사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대선 이후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 공동대표의 당내 소통 부재 등을 비판해 온 금 변호사는 안 전 대표의 탈당에도 더민주에 남았고, 더민주는 금 변호사를 탈당한 신기남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단수 공천했다.   수원을 선거구에서는 검사 출신의 백혜련(여·49·29기) 변호사가 더민주 후보로 확정됐다. 백 변호사는 2011년 11월 대구지검 검사 재임 당시 검찰 내부 전산망에 “검찰이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되는 큰 사건들을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키며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사표를 냈다.   이 밖에 더민주는 ‘세월호 변호사’로 이름을 알린 박주민(43·35기) 변호사와 미국법과 중국법에 정통한 통상·투자유치 전문 오기형(50·29기) 변호사를 각각 서울 은평갑과 서울 도봉을에 전략공천했다. 판사 출신인 김관기(52·20기) 변호사와 총선을 앞두고 더민주가 영입한 이헌욱(48·30) 변호사는 경선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핫뉴스] 이해욱 갑질 ‘안 편한 세상’…“속도 떨어지면 뒤통수 맞고 욕설” [핫뉴스] [속보] 김종인, 대표직 유지 “고민끝에 이 당 남겠다 생각”
  • 법원, 주호영 가처분 인용…“이인선후보 공천 효력 정지”

     법원이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이 제기한 이인선 전 경북 경제부지사의 공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총선 공천이나 경선 결과에 불복한 예비 후보자들이 제기한 효력 정지 가처분이 인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 심우용)는 23일 주 의원이 새누리당을 상대로 제기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새누리당이 대구 수성을 지역구를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하고 이 전 부지사를 단수 후보로 추천한 결정을 다투는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공천 결정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해당 선거구의 후보자가 자신이라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주 의원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여성우선추천지역 재심사 1차 회의에서 부결된 것과 다름 없는 안건을 2차회의에서 재의결을 한 것은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어긋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고위원회의 요구로 지난 16일 여성우선추천지역 선정 결정 재심사 1차 회의를 개최했지만 의결정족수인 재적위원 3분의 2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종료됐다. 이후 최고위원회는 재차 재의를 요구했고, 공천관리위원회는 20일 회의에서 원안을 유지하는 내용으로 재의결했다.  재판부는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고 회의가 끝났다면 안건은 부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한 번 부결된 안건을 다시 제출하지 못한다는)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따라 최고위원회는 다시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추천신청자가 한 명인 선거구를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한 것은 당헌·당규에 위배된다, 공천결정이 헌법과 정당법에 어긋난다는 주 의원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음악이 흐르는 통영의 초대

    음악이 흐르는 통영의 초대

    개·폐막·백건우 공연 매진 등 흥행 예감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등 대가들 눈길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필립 글래스, 마사아키 스즈키, 백건우 등 음악의 대가들이 통영으로 모여든다.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리는 ‘2016 통영국제음악제’ 무대를 위해서다. ‘음악의 미래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음악제는 고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300여년의 시간 속에서 응축된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을 펼쳐 낸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개·폐막 공연과 미국 현대 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 피아니스트 백건우 리사이틀로 이 공연들은 이미 매진됐거나 매진을 앞두고 있다. 25일 개막 공연은 최근 국내 지휘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성시연 지휘자가 연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이자 예술단장인 그는 바그너 오페라 ‘파르지팔’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성 금요일의 마법’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 등을 연주한다. 4월 3일 폐막 공연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휘봉을 잡는다. 지난 1월 정명훈 예술감독의 부재로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의 지휘를 맡아 줬던 에센바흐는 세계 각국의 유명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이뤄진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함께 버르토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들려준다. 처음 내한하는 소프라노 마리솔 몬탈보와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가 각각 협연하는 진은숙의 ‘사이렌의 침묵’과 만토바니의 첼로 협주곡은 아시아 초연작이다.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는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페루초 부소니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부소니의 바흐 판타지, 카르멘 판타지 등을 연주한다. 독주회가 열리는 다음달 1일은 부소니가 태어난 날이라 더욱 의미 있는 레퍼토리다. 일본 고음악의 거장 마사아키 스즈키는 자신이 창단한 고음악 앙상블 바흐 콜레기움 재팬, 국내 고음악 앙상블인 바흐솔리스텐 서울과 함께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선사한다. ‘바로크 음악의 모든 형식을 다룬 만화경’ ‘인류 예술의 걸작’ 등의 찬사를 받는 3시간짜리 대곡은 부활절 전날인 26일 울려 퍼진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현악 4중주단 카잘스 콰르텟은 통영음악제를 통해 국내 관객과 처음 만난다. 1997년 마드리드에서의 첫 연주 직후 ‘새 천년을 위한 콰르텟’이라는 평을 받은 이들은 28일, 30일 무대에서 하이든의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 베베른의 ‘6개의 바가텔’ 등을 들려준다. 이번 음악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작곡가 네트워크인 국제현대음악협회(ISCM)가 주최하는 ‘2016 세계현대음악제’와 함께 열린다. 현시대 음악의 흐름을 짚어 볼 70여곡의 신곡을 감상할 수 있다. 2만~10만원. (055)650-0400.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세계 물의 날] 칸막이 예산·무관심… ‘물관리기본법안’ 10년째 낮잠

    세계가 통합 물관리를 도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미흡하다. 기능별·시설별·개별적으로 계획, 관리되고 있어 과잉 투자와 효율적 이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 현재 물관리 예산은 부처별 소관 부문에 대한 법률 및 사업계획을 기반으로 편성된다. 광역·지방상수도 간 조정체계가 미흡해 엄청난 투자 낭비도 다반사다. 이처럼 다원화된 물관리 체계가 통합 물관리 계획, 시행을 제한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 주관의 수자원관리는 하천법·지하수법·댐법 등에 분산됐다. 수도법은 환경부가 주관하지만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광역상수도는 국토부가 주로 관리한다. 지방상수도는 작은 기초지자체의 몫으로 넘겨져 노후관로 개선 투자 등이 매우 지지부진하다. 저수지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한다. 수량과 수질은 뗄 수 없는 관계지만 수질은 환경부, 수량은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결국 부처별 칸막이 예산 구조가 물관리 예산의 통합을 막고 중복투자를 불러오는 가장 큰 원인이다. 물이용·배분을 둘러싼 지역 갈등도 심화되고 있지만 개별적 접근에 봉착, 물관리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 간 수리권 싸움으로 물값 불평등은 물론 과잉 투자를 방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하천 위주로 투자돼 농촌·도서 지역의 물복지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모두가 통합 물관리 시스템 부재에서 오는 부작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물관리기본법안’을 마련했지만 10여년 넘게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국가 지도자·정치권의 무관심과 정부의 의지 부족 탓이다. 물관리기본법은 물관리 기본 원칙을 공공성, 유역관리, 통합관리, 수요관리 우선, 기후변화 고려, 물관리 분권화에 두고 있다. 물 관련 정책과 계획을 총괄하고 물분쟁을 조정하는 기구인 물관리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물관리 계획 간 중복 제거 및 연계성을 강화하고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유역 단위로 수립한 계획을 상위 계획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물의 이용과 분쟁을 조정하고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물 문화 정착을 추구하고 있지만 관련 법률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법전은 덮어도 고시촌 미래는 펴야죠”

    “법전은 덮어도 고시촌 미래는 펴야죠”

    서울 신림동서 가장 오래된 고시원… 외국인이 먼저 찾는 주거 공동체로 바꿔 “협동조합 만들어 동네 살리는 게 목표” “관악구 고시촌을 외국인과 예술가들이 사는 지구촌 예술마을로 바꿔 나갈 계획입니다.” 사법고시 폐지로 쇠락해 가는 서울 관악구 고시촌을 글로벌 문화마을로 새롭게 일으키는 젊은이가 있다. 부모가 20년 넘게 운영한 고시원 ‘태학관’을 아들 이우진(36)씨가 재작년부터 외국인을 위한 커뮤니티 하우스로 운영 중이다. 이씨는 인도, 싱가포르 등의 한국기업 해외법인에서 8년간 일했다. 하지만 60대인 아버지가 예전 같지 않은 고시원 운영을 힘겨워하자 회사는 언제든 다시 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관악구로 돌아왔다. 태학관의 33개 방 가운데 70%의 방에는 서울대 교환학생으로 온 외국인 유학생들이 산다. 처음에는 외국에서 생활한 이씨의 인맥으로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을 이용해 손님을 찾았다. 이젠 입소문이 나면서 외국인들이 먼저 찾는다. 대학18길의 태학관은 1983년 고시촌에서 세 번째로 생겼지만 1, 2호가 모두 폐업, 가장 오래된 고시원이 됐다. 이씨는 태학관을 기존의 답답한 골방에서 가구와 가전제품을 모두 갖춘 밝고 환한 원룸으로 바꿨다. 16~26㎡(약 5~8평)의 공간에 월세는 30만원이다. “결국 무산됐지만 신림경전철에 고시촌역을 신설한다고 고시촌이 부흥하진 않아요. 폐쇄회로(CC)TV 설치를 늘려 고시촌의 쓰레기 무단투기, 성추행과 같은 치안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급선무죠.” 지난 16일 2021년 개통 예정인 신림경전철 계획안을 결정한 서울시는 서울대 안에 역을 신설하는 것만 협의 사항으로 남겼다. 이씨의 목표는 태학관 부흥에만 있지 않다. 한때 고시 합격의 꿈을 꾸는 젊은이들의 공간에서 노인들만 남아 치안 부재 지역으로 슬럼화된 대학18길을 글로벌 아트타운으로 키우는 게 그의 계획이다. 협동조합을 설립해서 바꿔 나가면 고시촌 전체로 변화가 확산되리란 게 그의 기대다. 글· 사진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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