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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선물 특집] 소중한 분 건강 위해 ‘정관장 황진단’

    [추석선물 특집] 소중한 분 건강 위해 ‘정관장 황진단’

    6년근 홍삼을 쓰는 KGC인삼공사의 정관장은 인삼산업법에 따라 홍삼 품질을 천삼, 지삼, 양삼, 절삼 등으로 구분한다. ‘정관장 황진단’은 평균 2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 홍삼 선별사가 신중하게 고른 고급 홍삼만 사용한다. 황진단은 ‘황제에게 바치는 진귀한 환’이라는 의미로 60만원대의 프리미엄 제품이다. 소중한 분을 위한 건강 선물로 알맞다는 게 KGC인삼공사의 설명이다.정관장 황진단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면역력 증진, 혈액 흐름과 기억력 개선, 항산화 기능을 인정받은 홍삼을 비롯해 부재료로 녹용, 참당귀, 산수유, 상황버섯을 넣었다. 출시 4년 만에 매출이 800억원을 넘어 정관장의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했다. 정관장은 고급 원료를 찾는 고객을 위한 100만원대 ‘황진단 천’도 지난해 출시했다. 최고 등급 홍삼인 천삼과 뉴질랜드 청정 녹용의 최상급 부위인 분골을 넣었다. 첫 생산량 1250개가 한달 만에 동날 만큼 인기를 끌었다. KGC인삼공사는 추석을 맞아 다음달 9일까지 정관장 주요 제품을 사면 혜택을 주는 행사를 연다. 정관장 제품은 전국 대리점, 백화점, 대형마트와 지난 7월 문을 연 정관장몰(www.kgcshop.co.kr)에서 살 수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살충제 달걀·생리대 파동 “정부 소통부재 탓” 쓴소리

    서울대 교수들이 최근 잇따라 발생한 살충제 달걀, 유해 생리대 파동과 관련해 정부의 소통 부족을 꼬집고 나섰다. 14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생화학물질 사태와 국민안전: 보건학의 제언’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서울대 교수들은 “위해성 평가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최경호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정부는 달걀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지 며칠도 안 돼 달걀이 안전하니 섭취해도 된다고 발표했는데 오히려 국민의 혼란만 가중됐다”면서 “안심하다는 메시지보다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이해시키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알려진 독성 영향에 근거해 한 번에 한 물질씩 평가하는 현 위해성 평가 방식으로는 21세기 화학물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위해성 평가가 다양한 건강 영향을 반영할 수 있도록 사람 중심의 통합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럽의 화학물질청(ECHA)과 비슷한 화학물질 위해성 평가 기관을 설치해 관리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명순 보건학과 교수는 “정보의 정확성은 소통의 첫 단계이자 기본 중의 기본”이라면서 “정부는 달걀의 난각(껍데기) 코드를 잘못 발표해 국민의 신뢰를 고갈시켰다”면서 “정부는 ‘끝났다’, ‘안전하다’ 등의 메시지가 아니라 현재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이고 어떻게 통제되고 있는지를 투명하고 정확하게 밝히는 등 소통 메시지의 정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행복한 나라의 집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행복한 나라의 집

    지난달 14일 오전 9시 45분 방콕에서 출발한 소형 비행기가 곡예를 하듯 높은 산 사이의 계곡으로 착륙하자 승객들이 일제히 손뼉을 쳤다. 조종사에게 또 어쩌면 행복의 나라에 온 자신에게 박수를 보낸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한국·부탄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부탄 정부가 관광세 등 여행비용을 대폭 할인해 주던 때라서 더욱 한국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나를 포함해 그 비행기에 탔던 모든 이들은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있는 나라, 인력거를 끌거나 산악 등반 안내 같은 고된 일을 못 하게 하는 나라, 식단이 단출해지는 한이 있어도 도살은 물론 낚시도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에서 한동안 ‘행복’이라는 단어를 늘 머릿속에 떠올렸을 것이다. 부탄 사람들이 가난하지만 행복한 비결은 무엇일까? ‘라캉’이라 부르는 사원의 입구마다 탐욕, 어리석음, 성냄을 상징하는 물고기와 소, 뱀을 중심으로 윤회도를 그려 놓고 절욕하는 생활을 강조하는 라마불교와 문화·사회경제·협치·환경의 항목들로 구성한 ‘국민총행복’이라는 지표를 기준으로 펼치는 국왕과 정부의 정책에서 답을 찾는 이들이 많다. 부탄을 여행하면서 그게 그거 같아 보이는 라캉을 하나 더 보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즈음 부탄 사람들은 어디서 어떻게 해 놓고 사는지 궁금해졌다. 행복은 대개 일상의 소소함에서 얻어지는 것이니 일상의 공간, 바로 집을 보면 부탄 사람들이 행복한 또 다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이 알려진 것만큼 행복한지 아닌지 눈치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도 들었다. 마침 파로시의 키추 라캉 바로 뒤에 오래된 농가가 있어 주인인 페마 왕추크의 허락을 받고 들어가 보았다. 부탄의 건물은 농가나 사원이나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 다진 흙이나 돌로 외벽을 쌓은 상자 위에 가볍고 얇은 나무 구조체를 사뿐 앉히고 그 위에 처마가 깊은 경사 지붕을 씌운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다. 건물 몸통은 정육면체에 가까운데 열을 빼앗기는 외피 면적이 최소화돼 추운 지역에서 유리한 형태다. 처마가 깊은 경사 지붕은 장맛비로부터 흙벽과 나무 부재를 보호해 주고 겨울철 지붕에 눈이 쌓이는 것을 막아 준다. 지붕을 몸체에서 띄워서 설치해 옥상 공간이 생겼다. 지붕 재료는 널빤지 너와였는데 근대기에 함석으로 바뀌었다. 페마 왕추크의 집은 부탄의 전형적인 전통 농가 주택이다. 3층 집인데 각 층의 기능이 서로 다르다. 1층은 가축을 위한 공간이다. 부탄에서 가장 중요한 가축은 소다. 이 집에서 사육하는 소는 세 마리인데 여름이라 그런지 마당 한구석에 나무 막대를 가로질러 만든 울타리 안에 있었다. 2층은 수확한 농작물을 저장하는 공간이다. 3층은 생활을 위한 실들과 기원 공간으로 구성되는데, 아궁이가 두 개 설치된 부엌, 거실, 그리고 기도실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 위의 옥상은 개방형 창고이자 사람과 가축을 위한 음식을 말리는 건조장이다. 여기서 말린 음식이 있어 냉장고가 없어도 사람이나 가축 모두 겨울을 날 수 있다. 이 집에서 가장 특징적인 공간은 집의 가장 안쪽 깊숙이 위치한 ‘췌삼’이라 부르는 기원 공간이다. 상서로운 문양과 화려한 색채로 장식한 불단 위에 불상을 설치한 공간과 그 앞의 기도실이 나무 기둥을 사이에 두고 이어져 있다. 불단 공간의 바닥은 한 뼘 정도 높여져 집에서 가장 높은 공간이 됐다. 두 칸이 이어져 있어 어느 공간보다도 큰 기원 공간은 집 안의 사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과 가축의 거주 공간일 뿐 아니라 종교 공간이기도 한 부탄의 집은 신성한 장소가 없고 애완동물과 함께 살기 어려운 우리네 아파트와 대조적이다. 멀리서 보니 페마 집의 지붕 위에 깃발이 펄럭인다. 가족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깃발이다. 깃발이 펄럭일 때마다 바람이 가족의 기도를 온 우주에 전해 준다고 한다. 어머니를 모시고 아들, 딸을 키우는 페마와 그 부인에게 정말 행복한지 묻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자연 재료로 지은 집에서 기원 공간을 갖추고 가축과 함께 사는 모습에서 부탄 사람들은 기원을 통해 행복이 얻어진다고 믿고 있으리라 짐작해 보았다.
  • 보수통합 노리는 한국당 “박근혜·서청원·최경환 나가라”

    보수통합 노리는 한국당 “박근혜·서청원·최경환 나가라”

    혁신위 “탈당 거부 땐 출당 조치” 홍준표 “朴 1심 전후 집행 논의” 바른정당과 통합 ‘물꼬’ 주목 친박계 강력 반발… 진통 예고 박근혜 측 “지금은 할 말 없다”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13일 ‘인적 쇄신’의 일환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또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서도 ‘계파 전횡’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당적을 정리할 것을 권고했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3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류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과 서·최 의원에 대한 ‘자진 탈당’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헌·당규에 따른 출당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지 않으면 추가적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는 혁신안 발표 직후 “혁신위는 집행기관이 아니다”며 “박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이 예정된 10월 17일을 전후로 본격적으로 집행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한국당 당헌·당규는 ‘탈당 권유를 통지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탈당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윤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지체 없이 제명 처분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다만 국회의원 제명은 의원총회에서 재적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혁신위가 당내 최대 뇌관인 ‘친박 청산’ 카드를 꺼내 들면서 바른정당과의 ‘보수대통합’ 논의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혁신위는 “한국당은 탈당한 의원이 복당을 원하는 경우 대승적 차원에서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바른정당 내 새 지도체제 구성을 놓고 ‘자강파’와 ‘통합파’ 간 갈등하는 상황에서 ‘흔들기’에 나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에 덧씌워진 ‘박근혜 프레임’을 벗어던지면서 보수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앞서 바른정당 ‘통합파’ 측에서는 한국당과의 연대·통합 논의의 전제 조건으로 ‘친박 청산’을 제시했다. 그러나 탄핵 사태 이후 침묵했던 친박계 인사가 이번 혁신안 발표를 계기로 강력 반발하면서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서·최 의원의 출당 여부가 확정되기까지 당내 진통이 예상된다. 친박계 김태흠 최고위원은 “당내 화합이 우선이라고 하면서 대여 투쟁을 해야 할 시점인데 갈등을 유발하는 모순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최고위원·재선의원 연석회의가 열린 당사 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 출신인 황성욱 혁신위원은 이번 혁신안에 반발해 혁신위원 직에서 사퇴했다. 탈당을 권유받은 당사자인 최 의원 측은 “이미 징계를 받고 복권까지 된 상황에서 또다시 이처럼 요구하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난 부당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최 의원 측은 “공식 대응할 일은 아니다”고만 했다. 앞서 서·최 의원과 윤상현 의원은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으나, 대선 때 홍 대표가 징계를 풀어 줬다. 박 전 대통령 측 역시 “지금 단계에서는 우리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면서 말을 아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탈당권유 권고’에 친박계 반발 “화합 우선이라더니 갈등 유발”

    ‘탈당권유 권고’에 친박계 반발 “화합 우선이라더니 갈등 유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 의원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게 자진탈당을 권유한 것에 대해 당내 친박계가 반발했다.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위의 결정이 성급했다고 주장하며 정기국회 대여(對與) 투쟁을 위해 똘똘 뭉쳐야 할 정국 상황에도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흠 최고위원은 “당내 화합이 우선이라고 하면서 대여투쟁을 해야 할 시점인데 갈등을 유발하는 모순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혁신위 발표에 앞서 열린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 하나로 가는 시점에 혁신위에서 박 전 대통령이나 다른 의원들의 탈당 권유를 발표하는 것은 일단 중지시키고 절차적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박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혁신위의 결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아직 1심 판결이 남은 상태에 성급하다”며 “이제는 과감하게 털어내고 국민이 바라는 한국당의 모습을 찾아 문재인 정부를 비판·견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인적청산이 국민 정서에 부합할지 부정적으로 본다. 정치는 과거보다 미래를 보고 가야 하는데 (혁신위 결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그렇게 따지면 당 대표 등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홍준표 대표를 겨냥했다.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경우 지난 1월 인명진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당 위기 책임을 물어 당원권 정지 3년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점을 거론하며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혁신위는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고 집행은 당이 해야 할 일”이라며 “혁신위가 따질 문제는 아니다”고 답했다. 이날 혁신위의 탈당권유 권고를 받은 서청원 의원 측은 통화에서 “아직 공식 통보를 받은 바 없고 절차도 많이 남은 상태다. 현 상태에서 얘기하거나 공식 대응할 일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최경환 의원 측은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법원의 판단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당의 발전과 정치적 도리를 위해 합당하다고 간청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매우 유감”이라며 “최 의원도 이미 징계를 받고 복권까지 된 상황에서 또다시 이처럼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김이수 부결’ 협치 부활 전기로 삼으라

    이낙연 총리가 그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가 협치”라고 말했다. 총리 하면 ‘의전’, ‘대독’ 총리를 떠올릴 정도로 역대 총리 가운데 여권을 향해 쓴소리를 한 이가 드물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의 발언은 이 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자 ‘고언’일 것이다. 최근 정세균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 정례회동 말고는 협치가 빵점이다”라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부결된 것도 야권과의 협치를 외면했던 여권의 오만한 태도에 대한 경종이다. 도덕적 흠결이 없는 김 후보자이기에 청와대의 “헌정 질서를 정략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도 틀린 말은 아니다. 야당이 수개월간 그의 인준을 반대하며 헌정 질서의 공백을 초래한 것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여권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촛불 민심에 취해,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에 기대어 불통과 독주해 온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보수 야당은 차치하고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에서도 이탈표가 나온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호남 출신 인사를 내치겠느냐는 안이한 상황 인식과 전략 부재 등 여권의 무능만 드러냈다는 점에서 여권의 ‘남 탓’은 공감받기 어렵다. ‘김이수 부결’에 대한 “탄핵 보복, 정권 교체 불복”, “신야권의 적폐연대” 등 지지층 결집만을 위한 막무가내식 비난도 외려 야권의 결속력만 강화시키고 있다. 여당 내에서조차 “여당과 청와대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는 ‘수’(數)로 한다. 선거에서 이기려고 여야가 치열하게 다투는 것도 다수당이 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이 여소야대라는 절묘한 정치 지형을 만든 것은 어느 당도 독주하지 말고 대화하고 소통하며 정치하라는 지상명령이었다. 높은 국민 지지율도 여소야대의 벽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는 것이 이번에 드러난 만큼 여권은 국정 운영 방식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당장 야당의 협조 없이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와 황찬현 감사원장 후임자 국회 인준 등이 불가능하다. ‘문재인 케어’, 복지정책, 권력기관 개혁 등에 대한 개혁 입법도 야당이 어깃장을 부리면 한 발짝도 떼기 어렵다. 대의를 실현하려면 그럴수록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손을 잡아야 한다. ‘함께 가야 멀리 간다’는 속담을 되새기기 바란다. 더구나 지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시기 아닌가.
  • 가습기 살균제 3·4단계 피해자 1·2단계 수준 지원

    가습기 살균제 3~4단계 판정 피해자들도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폐섬유화 손상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정돼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었다. 이번 결정으로 이들은 1~2단계 판정 피해자들과 같은 수준으로 의료비(본인부담금 전액), 요양생활수당, 간병비, 장의비 등을 지원받게 된다. 12일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열린 구제계정운용위원회 3차 회의에서 정부지원 대상이 아닌 폐섬유화 3~4단계 판정자에 대한 구제 계획을 심의, 의결했다. 이에 따라 3단계(가능성 낮음) 판정자 208명에 대한 피해구제 우선 심사를 10월 말까지 완료해 지원키로 했다.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 판정자 1541명에 대해 구제급여 지원을 위한 전문위원회도 11월부터 가동해 심사기준 마련 후 순차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은 환경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인정 확대 및 재검토 계획에 따라 선제적으로 마련됐다. 구제계정위는 정부지원을 받는 1~2단계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3단계 판정자도 기존 폐 손상과 관련한 의학적 개연성과 시간적 선후관계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건강 피해의 중증도와 지속성은 요건 심사를 거쳐 최종 판정키로 했다. 최민지 환경부 환경보건관리과장은 “폐질환 이외에 태아 피해 인정 기준을 반영했고 추가 건강피해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천식에 대한 피해는 피해구제위원회에서 이견으로 논의가 중단돼 전문가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정부재정으로 지원하는 피해구제위원회와 별도로 기업 분담금(1250억원)을 활용해 건강피해 미인정자를 지원하는 구제계정운용위원회를 설치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국민의당 과반이 반대표…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도 불투명

    국민의당 과반이 반대표…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도 불투명

    한국당 “당연한 일… 與 책임” 국민의당 “임기 6년 소장 임명” 바른정당 “文대통령 협치하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11일 여야는 책임 공방을 벌이면서 하루 종일 신경전을 이어 갔다. ‘불똥’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으로 옮겨 붙는 것 아니냐는 불안한 전망도 잇따랐다.여야는 오전부터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투표 여부를 놓고 기싸움을 벌였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조찬회동을 갖고 표결 여부를 논의했다. 야당의 표결 연기 주장으로 결론은 내지 못했다. 각 당은 이후 의원총회를 열어 입장을 정리해 나갔다.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김 대법원장 후보자 등 다른 인사와 연계하지 않고 표결에 참여키로 했다. 자유한국당은 공식적으로 국회 보이콧을 철회하고 “원내외 병행 투쟁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며 표결로 가닥을 잡았다. 결국 투표에 돌입했고, 투표함 뚜껑을 열어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으로 나타나자 한국당 의석을 중심으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인준안 부결 여파는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나타났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대정부질문 자격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한국당의 참여가 국회법에 저촉된다고 주장했다. 우 원내대표는 ‘대정부질문을 하려는 각 교섭단체 대표위원은 48시간 전에 질의서를 정부에 보내야 한다’는 국회법을 거론하며 “한국당은 참석 권리가 없다”고 각을 세웠다. 하지만 정 의장은 “우리 의회는 국회법에 따라 제대로 쉬지 않고 운영돼야 옳다. 지금은 민생이나 북핵 문제 등 처리할 문제가 산적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본회의 대정부질문을 계속 진행했다. 여당은 박근혜 정부가 쌓아 놓은 적폐를 청산하는 문제를 집중 제기했고,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 문제를 지적하면서 첨예하게 맞붙었다. 대정부질문은 이날 정치 분야를 시작으로 14일까지 4일간 계속된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구체제를 청산하고 재벌 공화국 60년을 뛰어넘어 ‘노동 주도 성장’이라는 새로운 엔진을 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에 관해 한국당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헌정 사상 초유의 일에 대한 책임은 여당이 모두 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헌재의 엄정한 독립을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라면서 “임기 6년을 시작하는 새 헌재소장을 지명해야 한다”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바른정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협치 정신을 발휘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그 무엇도 진척될 수 없다는 점을 냉정하게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논평했다. 정의당은 “여당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면서 “정부·여당이 야당을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했고 기본적인 국회 운영의 표결 전략 부재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무효표 2표는 가부 등 의사표시 대신 반대 쪽에 큰 동그라미를 적은 표(O 모양)와 否(아닐 부)가 아닌 不(아닐 부)로 잘못 적은 표로 알려졌다. 무효표 모두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야3당 “김이수 부결은 코드인사 심판”

    야3당 “김이수 부결은 코드인사 심판”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은 11일 정부·여당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과 관련해 야권을 비판하는 것을 두고 ‘적반하장식 책임 떠넘기기’라며 반발했다.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김 후보자 부결에 대해 정부는 ‘무책임의 극치’, 집권여당은 ‘정권교체 불복’이라고 했다”며 “이는 정부·여당이 합심해 4.13 총선에 대한 민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정부·여당의 반응은 부적격 인사들의 임명을 차례로 강행해왔던 오만과 독선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작태”라며 “탄핵 가결은 정의이고 부적격자 인준 부결은 적폐냐”며 쏘아붙였다. 강 대변인은 “정부·여당은 청와대의 고장 난 인사시스템과 협치에 실패한 여당의 정치력 부재를 탓해야 한다”며 “이번 부결은 야 3당이 코드인사를 고집하는 현 정권의 전횡에 대해 내린 준엄한 심판”이라고 말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도 서면 논평을 통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은 적반하장격”이라며 “호들갑을 떨며 책임 떠넘기기에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인사청문회 이후 90여 일간 무엇을 했는지 자성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의당 의원들은 각자 헌법기관으로서 충분한 고심 끝에 소신 있게 자유 투표했다”면서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난 4개월을 잘 돌아보고 인사 5대 원칙 적용 문제, 부적격한 인사 추천, 인사검증 과정의 문제 등을 꼼꼼히 살펴보라”고 주문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청와대의 오만과 자만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며 “국회와 싸우자고 드는 건지, 참으로 몰상식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삼권분립에 비춰봐도 행정부가 입법부의 결정을 비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품격 없는 청와대에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의당 “김이수 임명동의안 부결 참담…낡은 정당정치의 끝”

    정의당 “김이수 임명동의안 부결 참담…낡은 정당정치의 끝”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이날로 223일을 맞은 역대 최장의 헌재소장 공백 사태는 더욱 장기화할 전망이다.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을 모두 비판하고 나섰다.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낡은 정당정치의 끝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면서 “김 후보자 표결 결과를 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헌재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사례는 헌정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9일 만인 지난 5월 19일 김 후보자를 헌재소장으로 지명했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반발로 인준 표결은 장기 표류해 왔다. 고비마다 낙마한 다른 공직 후보자들과 연계되며 인준 투표는 여러 차례 밀려오다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낙마 이후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처리하는 쪽으로 여야 간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정기국회 개회일인 지난 1일 김장겸 MBC 사장의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해 자유한국당이 전격 보이콧을 선언해 국회 표결은 다시 무산됐고, 자유한국당이 국회에 복귀한 첫날 열린 본회의에서 결국 김 후보자의 인준안은 부결됐다. 추 수석대변인은 “특히 자유한국당은 국회에 복귀하자마자 헌재 정상화부터 발목을 잡았다”면서 “민의를 배반한 것이다.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추 수석대변인은 집권여당인 민주당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결 결과에는 여당인 민주당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면서 “정부·여당이 야당을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했고, 기본적인 국회 운영에 따른 표결 전략 부재가 완전히 드러났다. 여당의 무능이 개탄스럽다”고 발혔다. 국민의당도 정의당의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특히 국민의당은 이번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다. 김동균 부대변인은 이날 별도의 논평을 내고 “안철수 대표는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에 대해 ‘국민의당이 20대 국회 결정권을 가졌다’고 말했다”면서 “사상 초유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및 헌재소장 최장기 공백 사태에 일조한 것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중간을 좋아하는 안 대표께 충고드린다. 가만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금언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정치를 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내 가족과 이웃에게 나는 익숙한 존재일까

    내 가족과 이웃에게 나는 익숙한 존재일까

    타인에 대한 믿음이 불가능해진 사회 모른다는 사실 인정이 ‘관계’ 첫걸음 모르는 사람들/이승우 지음/문학동네/248쪽/1만 3000원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가장 쉽고 위험한 방법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이해하는 것이다. 가장 쉽지만, 이것은 사실은 이해가 아니라 오해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해하지 않는 것보다 위험하다.”(21쪽 ‘모르는 사람’)잘 알지도 못하면서 때때로 우리는 타인을 잘 안다고 믿는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남을 이해할 리 만무하다. 나와 타인의 간극을 좁힐 수 없는 한 우리는 영영 그의 진심에 가닿을 수 없을 터다. 그래서 우리는 남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오해하며 산다. 신과 인간, 죄와 죄의식, 구원과 초월 등 생의 근원적인 문제를 심도 깊게 다뤄 온 소설가 이승우가 이번에는 타인에 대한 무지와 그로 인한 관계의 피상성, 타인에 대한 믿음을 불가능하게 하는 세상의 면면을 짚어냈다. 2014년 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발표한 8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 ‘모르는 사람들’에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대부분 타인에 대해 무지하거나 타인을 불신한다. 자신이 태어났다는 M시에 근무한 뒤 30여년 전 부모가 결혼하고, 자신이 유복자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복숭아 향기), 자신과 한국 이름이 같은 말레이시아인 찰스가 자신의 삶을 파고드는 게 신경 쓰이는 대학교수 김철수(찰스),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위해 매일 밤 자신의 집 근처를 배회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의심하는 그녀(넘어가지 않습니다) 등 타인을 이해하는 것의 난해함과 고단함을 깨닫는 군상들의 내면을 작가는 깊숙이 들여다본다. 특히 타인이라고 하기엔 오랜 시간 살을 부비며 살아온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피할 수 없는 오해를 마주한 순간 화자들은 아연해지고 만다. ‘모르는 사람’에서 ‘나’의 아버지는 11년 전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러시아 국적 보잉 747 비행기가 유럽의 한 도시에 추락한 날이다. 어머니는 그날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그 항공기에 타고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또 탑승자 명단에서 아버지 회사 광고 모델로 출연한 한 여배우의 이름을 본 어머니는 비논리적인 이유를 붙여 아버지의 부재를 단정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부고는 11년 만에 뜻밖의 장소인 아프리카 레소토에서 들려온다. 낯선 이에게 듣는 아버지의 지난 11년은 믿기 어려운 일들로 가득하다. 아버지는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이자 ‘가장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그저 허망할 뿐이다.‘강의’에서 나는 아버지가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빌렸던 ‘금융 백화점’에서 그가 돈 때문에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알게 된다. 평소 아들인 자신에게 생활의 결핍이나 부족함을 느끼게 한 적이 없었던 아버지는 사실 퇴직금을 담보로 퇴직금보다 많은 돈을 빌리면서 가정을 지탱하고 있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오자 아버지는 ‘이젠 지쳤다’라는 말과 함께 숨을 거뒀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나와 어머니는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으로 그의 형편을 알아채지 못한 자신들의 무신경함을 대신한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투명해 보이던 아버지야말로 우리가 가장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채 말이다. 작품 속 화자들은 타인에 대해 자신이 지닌 기억의 불완전함을 깨닫고 이내 자신 역시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과거의 기억을 돌이키며 자신을 내내 반성하는 작품 속 화자들은 결국 작가 자신이자 우리 모두일 터다. ‘모르는 사람들’은 ‘끝내 우리는 상대방을 알 수 없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우친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타인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또 다른 첫걸음이라는 사실도.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금요 포커스] 경주 지진 1년 후, 그리고 문화재/최맹식 국립문화재연구소장

    [금요 포커스] 경주 지진 1년 후, 그리고 문화재/최맹식 국립문화재연구소장

    딱 1년 전인 지난해 이맘때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국내 지진계측 이래 가장 큰 규모여서 지진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문화재에 대한 종합 학술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필자 같은 사람들에게도 그간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꾸어야 하는 계기가 됐다. 필자가 근무하는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969년 설립됐다. 고고학부터 건축, 미술, 자연유산, 보존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일해 왔지만 문화재 안전과 방재를 연구하는 부서는 없었다. 경주 지진이 계기가 되어 올 1월 안전방재연구실이 신설돼, 지진과 같은 각종 재해로부터 문화재를 보호하는 연구를 비롯해 국가지정 건축문화재에 대한 정기조사와 중요 건축문화재에 대한 안전점검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건축 문화재는 재료를 기준으로 나무로 된 목조, 돌로 된 석조로 구분된다. 두 유형은 쌓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나무는 기둥을 세우고 대들보를 얹어 뼈대를 먼저 만들고 빈 벽을 채우는 방식인 반면 돌은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라가며, 창문이나 문을 둘 공간을 비워 놓고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지진에 대응하는 특성도 다른데, 석조문화재는 목조문화재보다 상대적으로 지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현대 건축물에 철골로 보강재 대듯이 문화재를 보강할 수는 없다. 문화재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원형을 보존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화재는 내진설계 기준에 맞추어 만들어진 요즘 건축물과 달리 장인이 직관적으로 만든 것들이라서, 연구자 입장에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수백 년의 역사와 가치를 담은 문화재는 사용된 구조와 부재의 퇴락 정도에 따라 각각 다른 지진 대응 특성을 갖고 있다. 우리 문화재가 지진으로부터 안전해지려면 지진에 따른 위험도가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연구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경주 지진은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그날 이후 연구소 직원들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지진이 규모 4.0 이상이 될 때마다 연구원들은 조를 짜서 첨성대와 불국사, 석굴암, 경주남산을 오르내렸다. 그리고 변화와 피해를 하나하나 기록하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그간 이론 연구에만 그쳤던 지진대응 연구는 새롭고 풍부한 데이터를 많이 얻었고 보다 실제적인 연구도 가능하게 됐다. 이 데이터들을 근거로 안전방재연구실에서는 석조문화재의 지진 대응 특성을 분석하고 피해 예방을 위한 보강방안 연구, 체계적인 재해대응을 위한 기획연구를 하고 있다. 중요 국가지정문화재 안전점검과 국보?보물 지정 건축문화재 정기조사도 하고 석탑문화재의 손상도 연구도 진행 중이다. 실제 건축문화재를 그대로 축소한 모형을 만들어 실험할 수 있는 연면적 625㎡ 규모의 시험연구동도 건립 중이다. 11월 완공되면 연구는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문화재 지진 대응 연구는 사실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연구도 활성화되지 않았다. 지진이 빈번한 일본과 이탈리아 등의 연구 성과에 의존하는 편이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1995년 고베 대지진을 겪고 연구에 매진했고, 그 결과를 현장에 적용했다. 니가타현에 있는 조코지 본당의 경우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약 8년간 구조 해석과 지진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피해를 예측하고 진도 5 규모의 지진이 와도 피해가 없도록 철골 프레임을 내부에 설치하기도 했다. 문화재는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소중한 유산이고, 이 유산을 온전히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현 세대의 사명이다. 지진 같은 자연재해는 예측하기 어렵고 완전한 예방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연구를 계속해 나간다면 결과는 사뭇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그 사실을 경주 지진을 통해서 직접 경험했다. 연구자들은 오늘도 현장에서 문화재를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내일은 더 나은 해법을 제시할 것이다.
  • 이혜훈 결국 사퇴… 김무성·유승민 등판 ?

    이혜훈 결국 사퇴… 김무성·유승민 등판 ?

    비대위원장 김무성·유승민 거론 金 “뒤에서 돕는게 나아” 부정적 劉 “당 총의로 결정할 일” 여지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7일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전격 사퇴했다. 지난 6·26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지 74일 만이다. 이에 따라 바른정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는 등 새 지도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 전체회의에 참석해 “야당 대표로 막중한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사려 깊지 못했던 저의 불찰로 많은 심려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거짓 주장이 바른정당의 가치 정치를 훼손하고 바른정당의 전진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장고 끝에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한 데에는 ‘깨끗한 보수’라는 당 이미지가 훼손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사업가 옥모씨에게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명품가방, 현금 등 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모든 진실과 저의 결백을 검찰에서 떳떳하게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이 어떤 형태로 새 지도부 체제를 꾸리느냐에 따라 당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당내에서는 비대위를 구성하고 김무성·유승민 의원 중 한 명을 비대위원장으로 합의 추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안보·민생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위기를 맞은 당을 이끌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자신의 등판 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유 의원은 “당의 총의로 결정할 일”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김 의원은 이날 소속 의원과 오찬 모임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비대위원장을 맡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하지 않겠다. 뒤에서 돕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9월 정기국회가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해 ‘원내사령탑’인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분간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최고위원은 “(유 의원과 김 의원 간) 합의가 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리더십 부재로 당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른정당은 이번 주말 의원총회를 열고 새 지도부 구성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주 원내대표는 “주말 동안 의원들과 당원들의 뜻을 모아 다음주 정도에 지도부를 어떻게 꾸릴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사퇴로 야권 내에서 부상하는 보수 연대·통합론이 탄력을 받을지도 관심사다. 특히 ‘통합론자’로 분류되는 김 의원이 당을 이끌게 되면 자유한국당 등과의 연대·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강론자’로 불리는 유 의원은 “저는 자강이란 단어 자체를 써 본 적이 없다”며 “당이 성공하고 잘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통합·연대의 대상인 한국당도 바른정당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독자 생존에 무게를 뒀던 이 대표가 사퇴하면서 연대·통합 논의에 물꼬가 트일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 대표 사퇴 직후 “(이 대표의 사퇴가) 바른정당이 동력을 잃어가는 계기가 된다면 (통합론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박성숙 서울시의원 “서울시 위기의식, 시민체감과 괴리”

    박성숙 서울시의원 “서울시 위기의식, 시민체감과 괴리”

    서울시의회 박성숙 의원(자유한국당, 비례대표)은 최근 서울시의 행정을 보면 서울시의 위기의식이 국제정세나 시민들의 체감하는 것에 매우 못 미친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을지훈련동안 서울시의 기관장이 휴가를 간 사례가 있고, 서울시의 특별전 중 ‘평양전’은 핵과학자 등 북한의 일부 특권층이 거주하는 곳을 마치 일반적인 거주구역인 것으로 시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러한 일들이 서울시가 최근 연일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도발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처럼 판단되고, 서울시의 이러한 안이한 사고방식이 향후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김태호 사장은 지난 8월 18일부터 25일까지 개인적인 일정을 이유로 여름휴가를 떠났고 서울시민의 교통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김 사장이 21일부터 24일까지 실시된 을지훈련에 통째로 불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서울교통공사는 22일에 4호선 열차 운행을 10여 분간 중단시키는 등 실제상황을 방불케하는 훈련강도에 비추어 봤을 때, 총 책임자인 김 사장의 부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 뿐만 아니라 서울시는 9월 2일부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일환으로 ‘평양전’을 전시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는 북한의 일부 고위층의 모습만을 보여줌으로써 시민들에게 북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 의원은 “기관장의 위기의식 부족은 곧 시민들의 불안과 직결될 수 있다. 서울시 지하철의 총 책임자라 할 수 있는 교통공사 사장이 개인사정으로 인해 을지훈련에 불참했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고 언급하고 “또한, 시에서 하는 전시회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조금 더 신중이 결정할 필요가 있다” 고 아쉬움을 전했다. 끝으로 박 의원은 “박원순 시장은 현 시국에서 이번 전시회를 개최한 의도를 궁금해 하는 시민들과 언론의 의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해야 할 것” 이라고 말한 뒤 “북한 예술전과 영화 상영 등 현 시국을 외면한 행정이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내린 결정인가, 시장은 시민들의 안위를 책임져야 한다는 자각이 있는가?” 라고 대북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박 시장의 안이한 대응을 규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치광장] 청년들에게 물고기를 나눠 줄 때다/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

    [자치광장] 청년들에게 물고기를 나눠 줄 때다/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

    지난해 서울시 ‘청년수당’ 논쟁 때 정부는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은 청년수당에 대해 “청년들이 일자리를 갖도록 돕는 것은 정부의 가장 시급한 책무”라며 “그 방식은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잡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바다에 물고기가 많을 때는 잡는 방법을 아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바다에서 물고기 찾기가 어려워졌다. 가끔 지나가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동네 청년 모두가 낚싯대를 들고 바닷가에 앉아 있다가는 전부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굶어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먹을 물고기를 나눠 줘야 한다. 인류학자 제임스 퍼거슨은 저서 ‘사람들에게 물고기를 줘라’(Give a Man a Fish)에서 “이 시대에 어떤 인간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실업자 어부를 양산하거나, 기껏해야 이미 경쟁이 포화 상태인 분야에 뜨내기 한 명을 추가하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가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물고기도 아니고, 더 많은 어부도 아니며, 전 세계적인 생산을 통해 거둬들이고 있는 풍성한 수확을 자기 몫을 갖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절히 나눠 줄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받는 사람은 경제적 처지와 무관하게 계층 이동이 가능했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과도한 고등교육 경쟁은 불필요한 학력 인플레이션을 조장해 사회 진출을 늦추거나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창업은 괜찮을까. 괜찮은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창업에 뛰어드는 비자발적 창업자 양상은 결과적으로 악순환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창업은 일자리 창출 대책의 뼈대가 될 수 없다. 청년정책은 이제 일자리 몇 만개를 더 만들어 내는 것보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일자리 중심의 청년 정책에서 청년의 주거, 건강, 부채 등 기본권 보호와 사회 참여를 확대하는 종합적인 사회 안전망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행정이나 정책 결정권자가 아니라 청년 당사자에게 필요한 정책과 지원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올해 청년들은 서울시에 일정 기간 새로운 환경에서 진로를 모색할 때 지원하는 ‘서울형 청년 갭이어(Gap year)’, 심리 상담을 받을 때 비용 일부를 보조하는 ‘청년마음건강 바우처’ 등을 제안했다. 청년 문제는 청년 개인의 고통을 넘어 대한민국 미래의 문제이기에 이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 부재는 정책 실패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 미래 사회 재앙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종합적이고 사전 예방적인 지원 없이 청년 활기를 기대하긴 어렵지 않을까.
  • [In&Out] 한국 미술시장의 도약을 위한 제언/유진상 계원예술대 교수

    [In&Out] 한국 미술시장의 도약을 위한 제언/유진상 계원예술대 교수

    2017년 아트 바젤이 발표한 전 세계 미술시장의 규모는 566억 달러(약 60조원)이다. 이 ‘글로벌 파이’는 미국이 약 40%, 영국이 21% 그리고 중국이 20%를 점하면서 세 나라가 80% 이상을 가져가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대한민국의 미술시장 규모는 3500억원 정도로, 불과 0.6% 수준이다.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콘텐츠의 절반 이상은 2차대전 전후부터 지금까지의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이 차지하고 있다. 2차대전 이전의 근현대미술, 즉 모던아트가 23%, 그리고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회화는 12%, 고미술 등 기타 예술품이 10%대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시대 미술시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시장구조는 향후 몇 세기에 걸친 문화적 위계와 그에 따른 이익의 배분에 영향을 줄 것이다. 한국미술은 해외로 나아가야 한다. 내수 미술시장은 정체를 거듭하고 있다. 가장 커다란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의 연매출이 200억원 아래를 머물고 있다는 것은 국내 미술시장이 지닌 문제와 한계를 보여 준다. 닷새간 2조원대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하는 스위스 바젤까지는 아니더라도 홍콩 바젤이 4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걸 보면 미술시장 전체를 기획하는 수준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한국 미술시장의 부진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다루는 콘텐츠가 국제적인 경향이나 기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많은 해외 전문가들이 한국의 동시대 미술이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하고, 뛰어난 예술가들이 많다고 인정하면서도 정작 미술시장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내리는 걸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국제적인 평가기준과는 다른 예술작품들로 채워져 정체된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엔 홍콩, 상하이, 싱가포르 등지에서 실행되고 있는 강력한 프로모션 정책이 없다는 점이다. 이들 지역은 강력한 예술품 면세지역 정책을 실행해 왔거나 추진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공공 컬렉션을 구축함으로써 미술관 관광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키워드는 ‘아시아’와 ‘동시대 콘텐츠’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이러한 정책은 아시아를 판도로 하는 문화관광시장을 선점하려는 주도권 전략과 맞물려 있다. 음악, 영화, 드라마 등 한국의 대중문화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시장으로 활로를 개척했던 방식에서 배울 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대중문화와 미술 같은 고급문화 사이에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단정한다. 물론 그 차이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창작·생산에서 배급과 홍보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에이전시 형태의 대중문화 기획사들은 고급 인적 자원을 구축하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등 끊임없는 글로벌 혁신으로 ‘한류’를 일으켜 왔다. 내수시장에서 쌓은 탄탄한 기반을 토대로 해외시장까지 석권해 나가고 있는 대중문화의 성공 신화는 고급예술, 그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예술가들이 풍부한 한국의 시각예술 영역에서는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은 원대한 비전과 구체적 수월성을 갖춘 탁월한 기획을 선별하여 장기적인 전략으로 성장,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게끔 설정되어야 한다. 콘텐츠와 시장을 국제적 수준에서 연결하고 창출하는 일에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아시아의 문화영역 전반에서 지금 격렬한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포괄적 전략 및 기획이 부재하는 막연한 정책적 지원과 해외사업이 거듭된다면 대한민국은 동시대 예술의 변두리, 낙후지역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
  •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비평의 새로운 역할을 위하여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비평의 새로운 역할을 위하여

    문학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진단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젊은 시인 작가들의 작품집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문학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던 것은 그것이 다매체 시대라는 흐름에서 뒤처진 낡은 장르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것은 소멸이나 폐기를 코앞에 둔 장르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문학은 이처럼 현재진행형이고, 여전히 왕성한 작가군(群)과 작품이 문학시장을 달구고 있으며, 예술적 본가로서의 권역과 직능을 누구에게도 양도하지 않는다. 문학만이 고유하게 가지는 미학적 원리가 우리에게 삶과 현실에 대한 독자적인 사유와 비전을 한결같이 부여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 사유와 비전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끝없는 질문이며, 문학마저 공공연한 상품 미학의 후광을 입고 있는 시대에 대한 근본적 저항일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것이 문학만의 존재 의의이자 이 공공연한 위기의 시대에 문학이 자신의 몫을 지켜 가는 양보할 수 없는 지표라고 믿는다. 최근 우리 문학의 지형은 1990년대 이후 빠른 주기로 대체되었던 담론들의 주류성이 급격히 소멸하면서 담론적 귀속성보다는 작품 하나하나의 미학적 완결성이 중시되는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 문학 작품에는 미학적 완성도를 위해 필요 이상으로 과잉되는 부분이 생겨나기도 했고, 문학이 마땅히 지켜야 할 미덕임에도 빈곤해지는 부분도 발생하게 됐다. 시대와 조건이 달라져도 문학이 근본적으로 지켜 나가야 할 위상과 가치는 어떤 것인가 하는 고전적이고 원론적인 성찰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러한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것은 한때 주류적이고 대표적인 위상을 차지했던 ‘문학의 시대’에 대한 철없는 향수와 그리움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시대적 상황과 문학의 관련성에 대한 메타적 통찰을 축적해 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우리 문단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비평적 규준의 무분별한 다양화에 있다. 이는 물론 하나의 강력한 담론이 타자를 억압하고 중심 권역을 형성했던 시대에 대한 반성 형식으로 나타난 양상 중 하나일 것이다. 지금 우리 시대가 다양한 문화 간의 교섭과 충돌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념과 진영 사이를 가르고 있던 구획들도 느슨해져 가고 있는 만큼 그러한 규준의 이완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평적 규준의 다양화 자체가 문학의 다양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좋은 문학과 그렇지 않은 문학의 구별조차 없애 버릴 무반성적 상대화의 위험을 안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문학은 새로운 지형에 대한 제언이나 대안적 담론 제출이 부족한 상황을 가혹하게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쟁점 빈곤, 화제 부재의 상황은 달리 말하면 낡고 진부해 보이던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수행하기에 알맞은 역설적 토양이 되기도 한다. 오히려 지금이 지나친 본질주의적 환원을 경계하면서도 문학을 둘러싼 다양한 컨텍스트에 대한 폭넓은 반성과 재인식의 적기(適期)라 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 점에서 고전이나 전통에 대한 재인식 노력은 매우 중요할 것이며, 비평 언어가 전문성과 대중성을 아울러 견지하면서 문학에 대한 사유의 장(場)을 넓혀 가는 과정 또한 퍽 중요할 것이다. 비평 언어가 수평적이고 쌍방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한 시대의 폭넓은 담론적 장을 만들고, 그중에서 더욱 설득력 있고 날카로운 비평 언어가 선별적으로 우리 문학에 수렴돼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대사(代謝) 과정일 테니까 말이다. 특별히 지난 시대에 블랙리스트니 뭐니 하면서 유독 정치권력에 휘둘려 온 우리 문학의 당당한 자기 개진을 위해서라도 비평 언어의 이러한 새로운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 할 것이다.
  • 이태원 살인사건 주범 패터슨, 공범 에드워드 리 고소…시민들 “둘 다 벌 받아야”

    이태원 살인사건 주범 패터슨, 공범 에드워드 리 고소…시민들 “둘 다 벌 받아야”

    ‘이태원 살인사건’의 살인범으로 지목돼 대법원에서 징역 20년 확정 판결을 받은 아더 존 패터슨이 처벌을 피한 공범 에드워드 리를 고소했다. 위증 및 협박 혐의다.패터슨 측 변호인인 오병주 변호사는 지난 1일 “리가 재판 과정에서 한국어를 못한다고 위증하고, 2015년 현장검증 때 패터슨에게 욕설하며 협박한 혐의로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패터슨은 재판 과정에서 범행 장소에 함께 있던 리가 범인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앞선 재판에서 증거 부족으로 살인 혐의 무죄 판결이 확정된 리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처벌을 피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2일 온라인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 포털 사이트의 아이디 ‘지진****’는 “중대범죄 형량 높이고 부활하고 법리도 다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hwe2****’는 “진실 공방을 따지지 말고 둘 다 벌 받아야”, ‘uxso****’는 “이런 죄가 있는데도 대가를 못 주는 게 법이냐”, ‘nann****’는 “물증, 판례주의 뒤에 숨어서 글자만 따져대는 게 법이냐. 그렇게 해도 법 앞에 모두가 공정하고 공평하게 선고 받겠냐”라고 지적했다. ‘jjuu****’는 “생각만 해도 끔찍”, ‘코코****’는 “엄하게 벌 내려야”, ‘마마****’는 “아직도 해결이 안 된 건가?”라는 댓글을 달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국의 잡스 찾아낸다… 29만명 등재된 ‘인재도서관’

    한국의 잡스 찾아낸다… 29만명 등재된 ‘인재도서관’

    미국 텍사스주 크기만한 행성이 시속 약 3만 5000㎞ 속도로 지구로 돌진하고 있다. 이 사실을 안 미국 정부가 인류 파멸을 막고자 행성에 약 250m 깊이의 구멍을 뚫고 핵탄두를 폭발시켜 쪼개는 방법을 고안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계 최고 유정 굴착 전문가인 해리 스탬퍼(브루스 윌리스 분)를 찾아가 “우주왕복선을 타고 소행성 중앙으로 가 핵폭탄을 설치하고 돌아오라”는 작전을 부탁한다. 언뜻 봐서는 형편없어 보이는 ‘괴짜’ 해리와 그의 동료들은 고민 끝에 제안을 받아들이고 지구를 구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아마겟돈’(1998년작)에서 보듯 정부가 예측 불가능한 위기 상황에서 어렵사리 해당 분야의 달인을 찾아내 “국가를 위해 일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할리우드 영화의 오래된 공식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장기간에 걸쳐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목록을 확보해 꾸준히 관리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인재풀이 우리나라에도 있을까. 일반인에게는 낯설지만 우리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바로 인사혁신처가 운영하는 ‘국가인재 데이터베이스’(www.hrdb.go.kr)다. ‘대한민국 두뇌 용광로’라고 불리는 국가인재DB를 살펴봤다.# 공무원 5만명·민간인 24만명 등록 국가인재DB는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중앙인사위원회(현 인사혁신처)가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정부 고위직 인사는 대통령 등 인사권자의 자의적 판단이나 학연·지연 등에 따른 관행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더이상 주먹구구식 인사로는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특정 직위에 가장 적합한 자격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인재정보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국가인재DB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공무원과 우수 인재들의 경력과 능력에 대한 정보를 모아 놓은 도서관이라 할 수 있다. 올해 5월 기준 중앙부처 5급 이상, 지방자치단체 4급 이상 공무원 5만 930명과 국민 추천 및 자기 추천을 통해 등록된 민간인 24만 7301명 등 모두 29만 8231명이 등록돼 있다. 지금도 해마다 2만명 정도가 새로 등재된다. 사망자는 자동으로 말소된다.국가인재DB를 관리하는 인사처 인재정보담당관실은 각종 정보를 검색해 ‘국가인재’를 찾아낸 뒤 이를 DB화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현행화)한다. 하루 평균 50~60명씩 국가인재를 발굴해 DB에 수록한다. 국가인재DB를 책임지는 김정일 인재정보기획관도 과거 행정고시(32회) 출신이자 민간 인사컨설팅 전문가로 국가인재DB에 오른 덕분에 지금의 자리를 맡게 됐다. 최근 인기 논객 유시민(58)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국가인재DB의 존재를 언급해 화제가 됐다. 김 기획관은 “유 전 장관의 발언 뒤로 나를 대한민국 고위공무원 인사를 뒤에서 조종하는 ‘막후 실력자’로 생각하는 이들도 생겨났다”면서 “하지만 그가 말한 것처럼 국가인재DB에 한 개인의 모든 정보가 적나라하게 실려 있는 것은 아니다. 학력과 경력 등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근거해 제한된 수준의 정보만 입력된다”고 설명했다. # 숨은 고수 찾아 삼고초려 이들이 국가인재DB 관리만 하는 것은 아니다. 등재된 우수 인재를 필요한 자리에 배치하는 업무가 더욱 힘들다. 각 부처에서 자신들이 직접 구하기 힘든 인재가 필요할 경우 인사처에 ‘스카우트’를 요청한다. 그러면 인사처는 우선적으로 국가인재DB에서 적합한 인물을 3배수 정도 발굴해 해당 부처에 추천한다. 해당 부처는 인사처가 추천한 인재들을 직접 만나 확인한 뒤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문제는 DB에 등재된 이들 대부분이 현업에서 최고 능력을 발휘하고 있어 영입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지금의 위치에서 가장 잘나가는 이들이다 보니 이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업계 최고 전문가 10명에게 연락해 공직을 제안하면 평균 1~2명 정도만 공직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 인사처 설명이다. ‘애국심’을 자극해 어렵사리 후보자를 설득해도 곧바로 가족의 반대에 부딪히곤 한다. 정부 고위직이라지만 연봉이 지금 받는 수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해 배우자나 자녀가 달가워할 리 없다. 민간 전문가를 직접 발굴하는 ‘헤드헌터’ 김근호 사무관은 “특정 부처에서 고위직 인재 1명을 찾아 달라고 하면 최소 30~40명과 접촉해야 한다. 이들 모두에게 공직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최종 후보 3~4명을 얻는다”고 말했다. 에피소드도 다양하다. 청와대에 자기 프로필을 보내 총리나 장관 자리를 주선해 달라고 떼를 쓰듯 조르는 이들도 십수명이라고 한다. “나를 고용노동부 장관에 앉히면 100일 안에 질 좋은 일자리 1만개를 만들 수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되면 임기 내에 그리스를 능가하는 선박강국으로 탈바꿈시키겠다” 등 다소 황당한 주장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 주려고 모든 서류를 손으로 직접 써서 가져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인사처에 전화해 “이번에 개각하던데 내가 들어가는 거냐”, “새 장관 후보자가 나만 못하던데 지금이라도 나로 바꾸면 안 되겠냐” 등 ‘웃픈’(웃긴데 슬픈) 이야기도 술술 꺼낸다. 정영학 사무관은 “이들의 말을 끝까지 다 들어준 뒤 마음을 다치지 않게 보듬는 것도 우리가 하는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 최고 전문가 영입, 공직사회 질 높여 그렇다면 국가인재DB 등을 통한 민간 인재 영입이 공직사회에 어떤 효과를 줄까. 좋은 민간 전문가는 공직사회 전체의 질을 높이는 ‘메기’ 역할을 한다는 게 인사처 생각이다. 이동규(72) 기상청 수치모델링센터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32년간 서울대 기상학과 교수를 역임하며 한반도 지형에 최적화된 기상예측 모델을 구축한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최근에는 한국인 최초로 지구과학 분야의 최고 권위상인 ‘엑스포드 메달’도 받았다. 국립정신건강센터장으로 일하는 이철(68) 전 울산대 총장도 민간 영입의 우수 사례로 손꼽힌다. 국가인재DB 관리 ‘베테랑’ 강동필 주무관은 “이분들은 더이상 돈이나 명예가 필요 없을 만큼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적 성과를 거둔 분들”이라면서 “그럼에도 대한민국을 바꿔 보겠다는 소명의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어 존경스럽다”고 했다. 민간 스카우트가 모두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공직사회의 경직된 분위기와 달라진 자신의 역할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에 그만두거나 재계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김근호 사무관은 “민간 분야 전문가 시절에는 업계 최고 권위자로 존경받으며 자신의 본업만 하면 됐지만 고위 공직자가 되면 직접 기획재정부와 국회, 시민단체 등을 찾아다니며 이들을 설득해 ‘예산을 따 오는’ 일이 가장 중요해진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 4차산업 리드할 ‘괴짜’를 찾아라 애초 국가인재DB는 고위 공직자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지만 최근에는 우리 사회 모든 분야의 숨은 고수들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구조·재난대응 분야 전문가를 찾지 못해 대한민국 전체가 혼돈에 휩싸였던 뼈저린 경험이 계기가 됐다. 우리 사회 ‘전문가 부재’ 현실을 절감한 정부는 영화 ‘아마겟돈’에서처럼 평소 민간 전문가 정보를 잘 관리해 뒀다가 예측 불가능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이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자료 축척에 나섰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각 분야 괴짜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무허가 민박업(에어비앤비)이나 자가용을 이용한 불법 택시영업(우버)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의 판도를 바꾸는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우리가 전혀 관심을 두지 않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융합된 인재풀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인사처는 강조한다. 김정일 인재정보기획관은 “국가인재DB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면서 “어느 분야에서든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주저하지 말고 정보를 올려 달라. 이미 DB에 등재된 분들도 꾸준히 정보를 업데이트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 사진 세종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윤부근 “배 가라앉는 건 순식간…무섭고 두렵다”

    윤부근 “배 가라앉는 건 순식간…무섭고 두렵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실형 선고에 따른 총수 공백 상황에 대해 “비전을 위한 구조개편이나 인수·합병(M&A)이 중단돼 무섭고 두렵다”고 심경을 밝혔다. 실제 이 부회장의 부재로 인공지능(AI) 관련 M&A가 무산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윤 사장은 ‘국제가전전시회(IFA) 2017’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웨스틴 그랜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단장이 부재 중이어서 미래를 위한 투자라든지 사업구조 재편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2월 이 부회장의 구속 후에 삼성전자를 이끄는 3인 대표이사 체제(권오현 부회장·윤부근 사장·신종균 사장)에 대해 “정보기술(IT) 업계의 엄청난 변화 가운데 저희(3인 대표이사)가 사업구조 재편이나 M&A를 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며 “워낙 변화가 빨라 배가 가라앉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잠도 못자고 참 무섭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 최근 협상을 진행하던 AI 부문의 M&A가 막바지에서 무산된 사례가 있다며 “이사회 산하 경영위원회가 사업 재편 및 대형 M&A 등 의사결정을 하는데,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3월 미래전략실 폐지 이후 사라진 ‘사장단회의’와 비슷한 조직이 있냐고 묻자 “없다”고 간명하게 답했다. 윤 사장은 1심 선고 전날인 지난달 24일 이 부회장을 면회했다고 밝히며 “(이 부회장은) 비즈니스에 관련된 얘기를 했고 ‘1등’에 대한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제 사업에 대해서는 제가 주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부회장에 비하면 1000분의1도 안 된다”며 “그런 오너십이 오늘의 삼성을 이뤘는데, 지금 그게 부재 중인 것”이라고 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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