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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에게 물어봐]‘내이름은 김삼순’ 인기비결은

    [★들에게 물어봐]‘내이름은 김삼순’ 인기비결은

    ‘삼순이 모르면 간첩?’ 안방 극장에 불어오는 삼순이의 솔직·엽기·유쾌한 바람이 거세다. 바람의 진원지는 MBC 수목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 첫 2회 방영에서 전국 평균 시청률 20%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주말 재방송에서도 10%를 넘는 기현상을 보이며 고공비행을 거듭했다. 본방에서도 시청률이 10%에 이르지 못하는 드라마도 숱하다. 요리를 소재로 한 여타 드라마나 지난 한달 사이에 시작한 드라마 가운데 최고로 우뚝 섰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로맨틱 코미디를 만났다.”,“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는 수·목요일 저녁이 애타게 기다려진다.”는 시청자 의견이 봇물을 이룬다. 사랑에 냉소적이고 제멋대로인 부잣집 남자와, 뭐 하나 제대로 내세울 것 없는-케이크 만드는 솜씨는 빼고- 노처녀라는 관계 설정은 어쩌면 익숙한 공식. 그럼에도 재밌다. 왜? ●삼순이가 끌고 삼식이가 밀고 코믹 연기 달인 김선아의 위력이 첫손에 꼽힌다.MBC ‘황금시대’ 이후 4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김선아는 그동안 닦아온 초절정 코미디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뚱뚱한 역을 소화하기 위해 스스로 6㎏을 불렸다. 일상 생활에서의 거침없는 말투와 푼수 넘치는 행동에서 때로는 철저한 내숭으로 무장한 귀여움, 사랑에 상처받아 눈물과 마스카라로 범벅이 된 망가진 모습, 술 먹고 부리는 주정에다 섹시+코믹 댄스까지.‘김선아 표’ 코미디의 종합선물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연기자와 캐릭터가 제대로 만났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혼자서 드라마를 끌고 갈 수는 없는 법. 지난해 ‘아일랜드’의 ‘착한 남자’ 강국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털어버리고 있는 ‘삼식이’ 현빈이 상대역으로 한 몫 거들고 있다. 어깨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펼치는, 조금은 못된 모습의 연기가 그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려왔던 팬들을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 ●튼실한 연출과 대본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터라 무척 망설여졌다. 하지만 김윤철 PD가 연출한다는 것을 알고 제의를 수락하게 됐다.”(김선아) “대본을 받아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쏟아내며 읽었다.”(현빈) 또 한편으로 이 드라마의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는 부분은 탄탄한 연출력과 상큼 발랄한 대본이다. 98년 ‘베스트극장-그녀의 화분 No.1’에서 김선아와 인연을 맺었던 김 PD는 역시 ‘베스트극장-늪’을 통해 지난해 7월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에서 최고 작품상을 받아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이번이 그의 첫 번째 미니시리즈 연출. 자칫 김선아의 ‘원맨쇼’로 이어질 수 있는 드라마 분위기를 다잡아, 현빈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게 한다. 지루하지 않고 빠르게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는 물론, 영화적인 화면 또한 돋보인다. 극본은 형부와 처제 사이의 아련한 사랑을 그린 ‘눈사람’ 등으로 이름을 알린 김도우 작가가 맡았다. 삼순이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는 여성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통쾌하게 긁어주거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대사를 적절하게 버무리며 재미를 증폭시키고 있다. 연출과 대본의 하모니로 빚어진 ‘내 이름은 김삼순’은 벌써부터 시청자와 누리꾼 사이에 명장면·명대사 고르기를 유행시키며 ‘삼순이 신드롬’을 만들어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삼순이는 욕심쟁이 ‘지랄’ ‘새끼’ ‘개자식’은 기본.“많이 쳐 드세요∼.” “말탱구리야!” 등 막말도 줄을 잇는다. 재미있다고 박수만 쏟아지는 게 아니다.‘내 이름은 김삼순’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만큼, 주인공 삼순이가 내뱉는 욕설과 막말 때문에 논란도 뜨겁다.‘내 이름은‘에서 욕은 삼순이의 성격을 규정하고 사실감을 불어넣는 도구로도 볼 수 있다. 안방에까지 조폭 캐릭터가 밀려든 이후 드라마 속 욕설은 어느 정도 일반화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따발총처럼 쏟아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 하다. 예전 같으면 ‘안방에서 웬 욕 잔치냐.’고 불벼락이 내려질 상황.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가족이 함께 보기에는 민망한 욕설 장면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또는 “공영 방송에서 내보내는 드라마에 적절하지 않다.” 등 따끔한 지적도 있다. 반면 “시원하다.” “화끈하다.”는 의견도 많다. 나아가 “불륜 등 윤리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한 내용의 드라마가 한둘이 아닌데, 욕이 나온다고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안 된다.”며 적극적으로 편을 드는 시청자도 다수다. 이와 관련, 제작진은 “일상 생활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을 옮겼다.”면서 “주인공들의 관계가 본격 궤도에 오르면 욕설 등은 차츰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지금까지 방송분에서 삼순이의 가감없는 말투가 빠진다면 재미는 줄어들 것이다. 문제는 단순하게 잔재미를 주기 위해 욕지거리를 나열한 것인가, 아니면 정말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것이냐다. 냉철한 판단은 시청자들에게 달렸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논술이 술술] 시사키워드/유럽통합

    프랑스에 이어 지난 1일 네덜란드 국민들도 국민투표에서 반대 61.6%, 찬성 38.4%로 유럽연합(EU) 헌법 조약을 부결시킴으로써 유럽의 정치통합이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그런가하면 영국에서도 유럽헌법 비준 투표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나와 EU 지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유로화의 가치도 이 때문에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유럽통합을 이끌어온 나라들이 통합 헌법을 부결시킴으로써 EU 헌법안은 무효가 될 위기에 놓였다. 원칙적으로 EU 헌법은 25개 모든 회원국에서 예외없이 비준돼야만 2006년 11월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네덜란드 유권자들은 EU의 급속 확대 경계, 자유 분방한 국내법 상실 우려, 터키의 가입 경계, 외국 이민자 유입 반대, 유로화 도입에 따른 물가 상승, 국내 정치 불만 등의 이유로 반대 표를 많이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도 비슷한 이유다. EU지도자들과는 달리 각국의 국민들은 연방제 형식의 강력한 통합체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헌법의 전면 재검토가 일정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유럽 통합 과정과 역사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 유럽통합의 첫 출발이라 할 수 있다. 슈망플랜으로도 불리는 이 기구는 서유럽 국가들의 석탄철강산업을 초국가적으로 공동관리하는 기구였다. 단순한 협조체제가 아니라 중공업분야에서 관세를 점진적으로 철폐하려는 목적이 있었고 정치통합의 첫 단계였다.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6개국은 1951년 ESCS 조약을 체결했다. ▲유럽경제공동체(EEC·European Economic Community) 다른 경제분야로의 통합을 확장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57년 로마에서 조약이 체결됐다.59년 그리스와 터키가 준회원국 가입 신청을 해왔고,61년에는 영국도 가입신청을 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반대로 영국은 가입하지 못했다. 한편으로 프랑스는 초국가적인 유럽통합이 아닌 국가중심의 유럽을 주창하는 드골주의를 고수해 다른 5개국과 대립했다. ▲유럽공동체(EC,European Community) 프랑스가 66년 룩셈부르크 회의에서 ESCS 복귀를 결정한 뒤 ESCS,Euratom,EEC의 공동체 집행부를 하나로 통합,67년 7월 출범한 것이 EC다. 영국은 72년에 정식회원국이 되었다.85년에 회원국은 총 12개국으로 늘었다.84년 EC 회원국들은 정치통합의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였고,86년에 단일 유럽의정서(SEA)를 채택했다.SEA는 유럽 내의 상품, 서비스, 자본, 고용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자유 블록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유럽연합(EU·European Union)의 탄생 92년 마스트리히트에서 열린 유럽이사회에서 ESCS 파리조약, 로마조약,SEA를 병합하는 단일조약을 체결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이다. 이는 경제통화연합과 정치연합의 창설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마침내 93년 11월1일 유럽연합이 각국에서 모든 절차를 끝내고 출범해 유럽통합의 새 장을 열었다.95년 12월 1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15개 회원국들은 99년 1월 경제통화동맹(EMU)을 출범시키고 단일통화의 명칭을 ‘유로’로 하는 데 합의했다.2002년부터 각국의 화폐는 완전 폐지되고 유로화만 통용되고 있다. ●유럽통합의 요인 유럽통합이 논의된 이유는 먼저 미국이 주도하는 IMF(국제통화기금)나 IBRD(세계은행)에 대항해서 서유럽이 주도하는 경제기구를 만들려는 각국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경제적 공황과 경제난을 경제, 정치 통합을 통해 타개하려는 뜻도 있었다. 또 소련이라는 강력한 사회주의 국가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서유럽 국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정치적·군사적인 이유도 있었다. 미국의 서유럽 원조정책인 마셜플랜은 서유럽을 소련과 공산주의에 대항할 이데올로기적인 동맹체로 조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구가 유럽경제협력기구(OEEC)다. ●유럽 통합의 문제점 통합이 추진되자 일부 회원국 국민들은 국가 주권의 상실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의 결속력을 강화하려면 회원국간의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회원국들간의 국력과 경제력의 차이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시킬 수 있다. 가난한 집은 부잣집과 합치는 것을 좋아하겠지만 부잣집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가난한 나라들에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니다. 빈국들은 부국들에 값싼 노동력과 생산기지, 소비시장만 제공한다는 피해의식이 있다. 어쨌든 회원국들의 경제 수준을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상당한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영국의 경우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통합에 적극적이지 않다. 공동체법, 즉 유럽헌법이 각국의 법과 충돌할 때는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도 있다. 마리화나 흡연의 합법성, 동성간의 결혼문제, 안락사 등에 관해서는 각 국마다 법이 다르다. 공동체법이 우월하다면 각국은 법을 바꿔야 할 것이다. 문화와 언어가 각양각색인 점도 통합에 걸림돌이 된다. 유럽 스스로 안보를 지킬 수 있는 기구도 미흡하다. 또 옛 동구권 국가들의 EU 가입은 서유럽국가들에 난민과 망명 등의 문제를 던져주게 된다. 네덜란드 국민들이 비준을 거부한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다. 유로화 도입으로 네덜란드의 물가는 이미 상승했고 동유럽 이민의 유입으로 경제난과 실업률이 악화될 것을 걱정한 것이다. 네덜란드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마약 허용 등 네덜란드의 자유화 정책이 제한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슬로베니아, 리투아니아, 헝가리, 스페인에서는 유럽헌법이 통과됐지만 한 국가라도 비준하지 않으면 유럽헌법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2000년 승인된 니스조약에 따라 행정적으로 유럽연합이 기능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단일 통화인 유로체제 존속에도 문제가 없다. 오는 16∼17일 열릴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다른 회원국들의 비준과정을 계속 진행할지, 조약의 사문화를 선언할지 결정하게 된다.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국민투표에서 부결했지만 재협상의 여지는 있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헌법의 내용을 손질하는 등 다른 차선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통통해진 김선아…재미도 통통 튑니다

    통통해진 김선아…재미도 통통 튑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 MBC TV가 ‘신입사원’의 바통을 이어 새달 1일부터 내보내는 16부작 수목 미니시리즈다. 달콤한 초콜릿 같은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외견상으로는 ‘짬봉’이 오히려 어울릴 듯하다. 현대에는 전혀 새로운 게 없으며 모사에 재모사가 거듭될 뿐이라는 장 보들리야르의 이론처럼,‘내 이름은‘은 이제까지 쏟아졌던 다른 드라마나 영화들의 ‘헤쳐 모여’판이기 때문. 순정 바친 남자에게 차인 뚱뚱한 노처녀가 주인공. 평소 솔직+엽기+발랄이지만, 상황에 따라 내숭 ‘만땅’이라는 설정. 맞선 보기 싫어 계약 연애를 제안하는, 제 멋대로인 부잣집 젊은 남자. 가슴에 감춰둔 상처가 가득한 사람이다. 그럼 결말은 뻔하지 않을까? 계약 연애라는 좌충우돌 끝에 서로 마음을 연다는 것. 별 신기할 것 없는 이야기 같았지만, 지난주 열린 시사회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비슷한 재료지만, 드라마라는 케이크를 만들어 내는 형형색색 요리사들의 결합이 시청자로 하여금 한 입 가득 베어 물게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황금 시대’ 이후 4년 반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김선아가 파티쉐(제과 기술자) 삼순을 연기한다. 삼순은 다른 건 몰라도, 케이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만든다. 김선아는 삼순이를 ‘리얼’하게 그리기 위해 몸무게를 6㎏나 늘렸다. 시사회에서 보여준, 수다스럽지만 항상 즐겁고 솔직한 그녀의 모습은 삼순역으로는 ‘딱’이다.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계속 이어간다는 게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선아는 “그때 그때 캐릭터가 다르기에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이번 드라마도 비슷할 것 같지만 색다른 맛을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삼순의 상대역인 레스토랑 사장 현진헌은 언제나 성실한 청년 현빈이 맡았다. 지난해 ‘아일랜드’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터라 그를 기다려온 시청자가 많다. 현빈은 “이젠 강국을 잊고, 진헌이 되기 시작했다.”며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아침드라마, 시트콤 등 조연부터 차근 차근 연기 수업을 쌓아가고 있는 가수 출신 정려원이 사랑하기 때문에 진헌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유희진역으로 가세한다.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인기를 끌었던 지수현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김윤철 PD가 연출을,‘눈사람’의 김도우 작가가 극본을 담당한다. 지난해 7월 MBC 베스트극장 ‘늪’으로 몬테카를로 TV페스티벌에서 최고작품상을 받았던 김 PD는 “모든 배역에서 0순위에 오른 연기자들이 캐스팅됐다. 최상이다.”라면서 “리얼리티를 살리는 동시에 판터지가 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노래인생 40년’ 기념 신곡낸 남진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노래인생 40년’ 기념 신곡낸 남진

    ‘오빠부대’에도 원조가 있다. 지난 1971년 9월16일 서울 세종로 시민회관 분장실. 당시 스물 여섯살의 젊은 가수가 초조하게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과연 관객이 얼마나 올까.’ 베트남전에 청룡부대로 참전했다가 돌아온 지 3개월 만인 데다 국내 가수로는 첫 리사이틀이라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이날 따라 부슬부슬 비까지 내렸다. 공연시작 1시간 전까지만 해도 관객의 발길이 뜸했다. 그러나 30분 전. 약속이나 한 듯이 관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루었다. 여성 관객이 70%. 역사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엘비스 프레슬리 의상을 차려 입은 그는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노래를 불렀다. 여기저기에서 ‘오빠, 오빠’ 하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공연은 전례없는 대성공. 이후 공식 팬클럽이 생기면서 ‘오빠부대’는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오빠부대’ 원조…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 이른바 ‘오빠부대의 기수’ 남진씨. 흔히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로 불린다. 공교롭게도 남씨와 프레슬리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프레슬리는 21세때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를 불러 일약 스타가 됐다. 이후 자신이 부른 노래를 소재로 한 영화에도 출연, 팬들을 사로 잡았다. 남씨 역시 21세때 ‘가슴아프게’로 스타가 됐다. 또한 자신의 노래를 영화화한 ‘가슴아프게’‘울려고 내가 왔나’‘별아 내가슴에’ 등에 출연, 더욱 인기를 모았다. 헤어 스타일이나 몸동작 그리고 하얀 가죽옷에 금속장식이 있는 프레슬리 의상 차림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남씨는 올해로 만 60세이자 가수로 데뷔한 지 꼭 40년째. 그동안 두세 차례 공백기가 있었지만 가요 40년사를 관통하는 빅스타의 길을 흔들림없이 걸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블루스 트로트 왈츠 차차차 트위스트 등 장르를 뛰어넘는 천부적인 가창력과 특유의 무대동작은 인기의 보증수표. 아울러 숙명의 라이벌인 나훈아씨도 아직도 건재를 과시하고 있어 둘이 함께하는 ‘빅쇼’를 기대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남씨는 ‘노래인생 40년’을 기념해 최근 신곡을 무려 여섯곡이나 내놓으며 새로운 의욕을 보이고 있다. 신곡은 ‘둥지’와 ‘모르리’에 이어 2년 만이다. 서울 여의도 모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남방셔츠의 윗단추를 두 개 정도 풀어헤치는 평소의 모습을 연상했던 것과는 달리 소탈하면서 깔끔한 옷차림었다.‘원조 오빠’의 멋은 여전히 풍겼다. 우선 신곡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지난 2년 동안 신곡을 준비하느라 무척 바빴다.”면서 원래 일곱 곡을 예정했으나 가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자신이 직접 작곡한 곡을 우선 제외시켰다고 말했다. 대표곡은 ‘저리가’(김동찬 작사·차태일 작곡). 지난 40년 세월을 잘 녹여 담으려고 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8월 특별무대 이어 가을부턴 전국투어 어쨌든 이번 신곡발표를 계기로 제2의 노래인생을 시작하겠다고 몇 차례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오는 8월 두시간여 동안 특별무대를 마련한다. 신곡과 추억의 히트곡, 또 잘 알려지지 않은 금지곡 등으로 팬들과 새롭게 만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올 가을부터 전국투어를 나서 또 한번 ‘바람몰이’에 도전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와 관련,“노래를 시작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강산이 네번이나 변했다. 정말 세월이 덧없이 빠르다. 하지만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 데뷔 당시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소회를 피력했다. 잠시 지난 세월을 회상하던 그에게 공전의 히트곡 ‘가슴아프게’를 불쑥 꺼냈다. 그러자 “원래 제목은 ‘낙도 가는 연락선’이었다.”면서 “작사가 정두수씨의 고향이 하동이라 하동포구를 연상하며 글을 썼는데 너무 올드패션 느낌이 들어 고민 끝에 ‘가슴아프게’로 바꾸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님과 함께’는 작곡가 남국인씨의 부인이 작사한 곡. 처음에는 동요처럼 느껴졌지만 때마침 1970년대 ‘새마을운동’과 맞물려 삽시간에 남녀노소가 즐겨 부르는 국민가요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반면 금지된 곡도 여럿 된다고 했다. 데뷔하던 해에 ‘서울 플레이보이’‘울려고 내가 왔나’‘연애 0번지’ 등 신곡을 잇달아 발표했다.‘연애 0번지’의 경우 ‘달콤한 입술로 윙크하는 연애 0번지여∼’라는 노래인데 곧 ‘퇴폐곡’으로 낙인찍혀 금지되고 말았다. 또 이 무렵 발표된 ‘사랑하고 있어요’도 왜색이라는 이유로 금지됐다. 그러다 보니 기대하지 않았던 ‘울려고 내가 왔나’가 오히려 인기를 끌었던 것. 시골에서 상경해 고생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한가닥 위안을 주는 노래라는 이유에서였다. 문득 ‘라이벌 나훈아’와 합동공연 여부가 궁금해졌다. 주저없이 “팬들이 원하고 있는 만큼 내년 정도에는 (합동)공연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 이제는 (팬들에게)보답할 때가 됐다.”며 웃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지만 ‘우정’이든 ‘라이벌’이든 무대에 같이 서면 나름대로 가요계에 의미있는 바람을 불러일으키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모 언론사에서 흥미있는 조사를 했더군요. 대한민국 최고의 라이벌 1위는 ‘정주영-이병철’ 2위는 ‘남진-나훈아’라고요. 사실 나훈아는 나이로 보나 가요계 데뷔로 보나 4,5년 후배지요.‘라이벌’은 흥행사들이 만들어냈지요. 하긴 술자리나 여학교 등에서 ‘남진 팬’과 ‘나훈아 팬’이 서로 나뉘어 싸우는 일도 많았지요. 아무튼 우리 가요사에서 남인수-현인 선배 이후 최고의 라이벌이라고들 합디다. 특히 스타일과 분위기, 고향 등이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빅이벤트감이지요.” 나훈아씨와 만나느냐는 질문에 “어쩌다 공연장에서 마주치는 경우는 있어도 별도의 만남은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목포 부잣집 장남… 해병대로 베트남 참전 남씨는 자유당 시절 국회의원을 지낸 목포 부잣집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목포 북초등학교를 나온 후 부친을 따라 서울에서 경복중학교를 다녔다. 다시 고향에서 목포고를 나온 뒤 평소의 꿈인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 한양대 영화과에 진학했다. 부친이 돌아가시던 65년에 어머니(13년 전 작고)의 전폭적 지지로 가수로 데뷔하기에 이르렀다. 인기가수로서 명성을 막 날리기 시작할 때 돌연 해병대에 입대했다. 일본 공연을 앞두고 병역미필로 불발되자 곧바로 해병대를 자원했던 것. 훈련을 마친 후 청룡부대원으로 베트남의 다낭과 호이안 지역 전투에 참전했다. 여기에서 그는 일주일에 한번씩 사과상자에 가득 담길 분량의 팬레터를 받았다. 대부분 여성팬. 주위 전우들 사이에는 팬레터와 예쁜 사진을 서로 먼저 차지하려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혼에 골인한 전우도 있었다. “영화 출연은 지금까지 50여편되지요. 윤정희 남정임 문희 등 트로이카 여배우들과 자주 출연했습니다. 특히 남정임은 같은 학과 메이트였지요. 최근에는 2년 전 상영된 ‘대한민국헌법 1조’에서 신부역을 맡았습니다.” 허스키한 목소리와는 달리 스스로 ‘마마보이’라고 말하는 남씨. 그런 가정적 영향 때문인지 자녀들에게도 자상한 아버지이고 싶어한다. 남씨는 부산 출신의 여성과 결혼해 3녀1남을 연년생으로 두었다. 딸 셋은 국내에서 대학에 다닌다. 막내인 아들은 미국에서 공부 중. 남씨의 딸 사랑은 극진하다. 하루에도 십여차례 전화를 걸어 친구처럼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나눈다. 대신 해가 떨어질 무렵이면 반드시 귀가해야 한다는 엄한 규정을 정했다. ●“더욱 아름답고 뜨거운 사랑의 노래 부르겠다” 건강관리를 위해 자택(경기도 분당) 주변의 헬스클럽을 가끔 찾는다. 골프 핸디캡은 10정도이며, 이탈리아 칸초네와 프랑스 샹송을 듣는 취미도 있다. “(노래 부를)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경험을 잘 살려 더욱 아름답고 뜨거운 사랑의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본명은 김남진(金湳鎭). 데뷔 직전 문여송 감독이 ‘남쪽의 보배’라는 뜻을 담긴 ‘남진(南珍)’으로 예명을 지어주었다. 이후 가요계의 보배로 40년 동안 이름값을 했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5년 목포 출생 ▲56년 목포 북초교 촐업 ▲60년 경복중학 졸업 ▲62년 목포고 졸업 ▲65년 한양대 영화과 졸업 ▲65년 ‘서울플레이보이’로 데뷔,‘울려고 내가 왔나’ 등 발표 ▲66년 ‘가슴아프게’ 발표, 영화 ‘형수’‘가슴아프게’ 데뷔 ▲67년 MBC방송 신인상 수상 ▲69년∼73년 TBC방송 남자 가수상 대상 3회 수상 ▲69년∼71년 베트남전 참전 ▲71년 서울 시민회관 첫 리사이틀공연, 한국 무대예술상 그랑프리2회 수상 ▲71년∼73년 MBC10대가수왕 연속 3회 ▲72년∼77년 리사이틀 5회 공연 ▲91년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장 ▲2000년 한국연예협회 이사장 ■ 대표곡 가슴아프게, 울려고 내가 왔나, 별아 내가슴에, 미워도 다시한번, 님과 함께, 그대여 변치마오, 지금 그사람은, 빈잔, 둥지 등.
  • 갤러리 현대 ‘이대원’展

    갤러리 현대 ‘이대원’展

    “화랑이 주문하는 그림은 절대 그리지 않습니다.‘주문 그림’을 그리면 그 즉시 화랑의 노예가 됩니다.” ‘화단의 멋쟁이’‘화단의 신사’‘총장 화가’로 불리는 이대원(84)화백.“이미 친구들은 현역에서 은퇴해 수입원이 없는 만큼 내가 유일한 현역”이라고 자랑(?)하는 그지만 화랑이 작품 내용과 크기 등에 대해 이러쿵저렁쿵 주문하는 것은 ‘절대 사절’. 부잣집 아들로 경성제대 법대를 졸업하고 소아과 의사를 부인으로 맞아 예술세계에 전념하며 살아온 그다. 인생을 너그럽게 볼 나이가 이미 지났건만 예술가의 ‘자존심’만은 여전히 꼿꼿한 ‘칼날’이다. 홍익대 총장, 예술원회장까지 지내며 사회적으로도 ‘출세’의 길을 걸어 왔건만 풍취는 여전히 아티스트 그 자체다. 이 화백의 근작들을 둘러볼 수 있는 ‘이대원 전’이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고향이자 작업실이 있는 파주 과수원이 화폭에서 아름답게 살아난다. 사과나무며 배나무가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따라 붉고 파랗고 하얗게 각기 다른 풍경으로 변신한다. 점을 찍듯이 번져가는 독특한 붓질과 화려한 색채는 ‘생동감과 활달함의 극치’란 평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 팔순 노 화가가 줄 수 있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행복한 느낌은 보너스.50년 지기 가장 친한 친구 고고학자 김원룡 박사가 붙여준 그의 별명 ‘가장 팔자 좋은 사람’모습이 화폭에 고스란히 담긴 셈이다. 이상범 시인은 그의 그림을 ‘서양물감으로 그린 동양화’라고 했고, 프랑스 평론가 피에르 레스타니는 ‘호사스러움과 고요함, 기쁨이라는 표현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평했다. 올해로 결혼 60주년을 맞아 ‘혜화동 70년’이라는 화문집도 함께 냈다. 70년 혜화동을 떠나지 않고 있는 그는 이 책에서 도상봉, 김환기 등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화랑인 반도화랑을 운영한 얘기, 중학교때 ‘선전’에 입선할 정도로 그림에 재능을 보였지만 부친의 뜻에 따라 법대에 진학한 얘기 등 잔잔한 스토리가 흥미롭다. 다음달 6일까지 .(02)737-2504.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길섶에서] 장자를 읽는 밤/이호준 인터넷부장

    낮부터 내린 비는 봄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꽃들의 목을 뚝뚝 꺾어놓았다. 따지고 보면 별일도 아닌 한낮의 갈등이 체증처럼 얹혀있다. 부잣집 고봉밥 푸듯, 꾹꾹 명치 아래를 눌러 보지만 쉽사리 가실 기미가 아니다. 집안의 전등 스위치를 내리고 양초에 불을 밝힌다. 식구들은 잠들고 빗소리 고즈넉한 밤, 흔들리는 촛불 아래 앉아 장자(莊子)를 펴든다.“덕은 명예심 때문에 녹아 없어지고, 지식은 경쟁심에서 생긴다. 명예란 서로 헐뜯는 것이며, 지식이란 다투기 위한 도구이다. 이 두 가지는 인간을 불행으로 몰아넣는 흉기여서….” “죽고 사는 것은 운명이다. 밤과 낮의 일정한 과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자연이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책에서 튀어 나온 경구는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가슴을 찌른다.2000년도 더 지난, 먼 옛날에 살았던 한 사상가의 거울에 비춰본 나는 어리석고 또 어리석다. 아, 옛사람의 발끝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구나. 꾸짖음은 더욱 준엄해진다. 오늘의 갈등 역시 스스로 발등을 찍은 게 아니더냐. 꽃의 피고 짐에 연연하는 것도 괜한 욕심이 아니더냐…. 이호준 인터넷부장 sagang@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시몬(KBS1 오후 11시30분) 조작된 현실 또는 가상 속에서 인간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즐기는 앤드루 니콜(41) 감독은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주로 영국 런던에서 CF감독으로 경력을 쌓았다. 영화 데뷔작은 직접 시나리오까지 쓴 ‘트루먼 쇼’(1998)가 될 뻔 했지만, 피터 위어 감독에게 넘어갔다. 에단 호크, 우마 서먼, 주드 로가 주연을 맡고, 유전적 우열에 따라 계급이 분류되는 미래를 그린 데뷔작 ‘가타카’(1997)도 이에 못지 않은 호평을 받았다.‘시몬’은 그의 두 번째 연출작이며, 그의 최근작으로는 니컬러스 케이지와 에단 호크가 무기 거래상과 인터폴 수사관역을 맡은 ‘로드 오브 워’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시몬’의 타이틀 롤을 맡은 캐나다 출신 모델 레이첼 로버츠는 영화가 개봉될 때까지 영화 크레딧에 이름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실력은 있지만, 상복이 없었던 영화감독 빅터 타란스키(알 파치노)는 톱스타 니콜라 앤더슨(위노나 라이더)을 캐스팅, 재기의 의욕을 불태운다. 그러나 촬영 막바지에 앤더슨이 출연을 거부해 영화제작이 무산 위기에 빠진다. 절망에 잠긴 타란스키에게 사이버 여배우 시몬(레이첼 로버츠)을 만들 수 있는 CD-롬이 배달된다. 타란스키는 시몬을 신인 배우인 것처럼 속여 영화를 완성하고, 시몬은 최고 스타로 떠오른다.2002년작.111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조찬 클럽(EBS 오후 1시40분) 존 휴즈(55) 감독은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가족 영화나 로맨틱 코미디로 유명하다. 가끔 연출도 하지만, 시나리오와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나홀로 집에’나 ‘베토벤’ 시리즈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조찬 클럽’은 초창기 그의 출세작이다. 마틴 신의 아들이자 찰리 신의 형인 에밀리오 에스테베스의 풋풋한 젊은 시절을 확인할 수 있다. 고등학교를 무대로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들을 카메라에 담은 이 영화에 나오는 등장 인물은 모두 7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 가운데 5명이 학생들이다. 토요일 아침, 셔머 고교의 문제아 다섯명은 벌칙으로 등교를 하게 된다. 레슬링 선수인 앤디(에밀리오 에스테베스)는 승부에 집착하는 아버지 때문에 반항기가 다분하다. 존(주드 넬슨)과 부잣집 딸 클레어(몰리 링월드), 앨리슨(알리 시디), 천재 브라이언(앤서니 마이클 홀) 등도 가족관계 등으로 말썽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서로 공감대를 느낀다.1985년작.94분.
  • [★들에게 물어봐] SBS 새드라마 ‘패션70s’

    [★들에게 물어봐] SBS 새드라마 ‘패션70s’

    신세대 ‘불량’을 복고풍 ‘빠’으로 잇는다. SBS TV가 광복 60주년 기획으로 1970년대 한국 패션계를 담은 월화드라마 ‘패션 70s’(연출 이재규·극본 정성희·제작 김종학프로덕션)를 23일부터 내보낸다. 폭발적인 인기 속에 막을 내린 ‘불량 주부’의 후속이다. 어떤 드라마일까. ●패션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한국 전쟁부터 출발하는 이 드라마는 70년대 패션계를 주름잡았던 두 여인의 삶과 사랑을 장대한 스케일로 담아낸다. 한국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져 오스트리아에서 성장한 천재형 디자이너 더미와 별 볼일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부잣집 양녀로 자라나며 패션감각을 익히는 수재형 고준희가 주인공. 밀로스 포만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라이벌 구도를 따와 흥미진진하고 화려한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한국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로 불리는 최경자씨 등 실존 인물의 삶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이요원 vs 김민정 결혼과 출산 등으로 연기 활동을 접었던 이요원이 2년여만에 돌아왔다. 김종학프로덕션에서 만들었던 대하사극 ‘대망’ 이후 처음이다. 올여름에는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로 스크린에서도 팬들과 만나게 된다. 더미역을 맡은 이요원은 “예전에 보여주지 못했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면서 “언제나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카메라 앞에 서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MBC ‘아일랜드’의 김민정이 라이벌 준희로 나온다. 독특한 화법과 캐릭터를 지닌 에로배우로 인기를 끌었던 잔상을 털어버리겠다는 각오. 최근 드라마 캐스팅 가운데 최고의 황금 라인업을 짠 셈이다. 이들 두 주인공의 일과 사랑이 대통령 보좌관 김동영(주진모)과 다이버 장빈(천정명)dp 얽혀지au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폐인’ 또 탄생하나 특히 이 드라마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재규 프로듀서의 작품이기 때문. 지난해 ‘다모’를 통해 종래 TV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영상미를 자랑하며 골수팬들을 양산했다. 그가 ‘연타석 홈런’을 칠지 자못 기대되는 부분이다. 그 때 그 시절의 맛을 살리기 위해 경기도 파주에 20억여원을 들여 오픈세트도 세웠다. 특히 미술적인 면에 세세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이 PD는 “다시 시대극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소재가 마음에 들었다.”면서 “기존 영상과는 색다른 느낌을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부활’서 첫 주연 맡은 엄태웅

    ‘부활’서 첫 주연 맡은 엄태웅

    ‘멋진 악당’ 엄태웅(31)은 속된 말로 요즘 완전히 떴다. 하지만 뜨기 전이나 이후나 변함이 없다. 늘 최선을 다해 연기한다는 생각뿐이다. 인기를 얻자 각종 섭외가 밀려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고, 여기저기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우쭐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랜 시간을 무명으로 지냈다는 게 자랑은 아니지만, 그동안 ‘놀 만큼 놀았기’ 때문에 쉬지 않고 연기를 하고 싶어요.” KBS드라마 ‘쾌걸 춘향’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변학도 역으로 주인공 못지않게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엄태웅이 마침내 생애 첫 주연을 맡았다.‘해신’의 후속으로 새달 1일부터 방영되는 KBS 2TV 수목드라마 ‘부활’(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 전창근)을 통해서다. 첫 ‘타이틀 롤’의 기쁨도 있지만, 주연의 몫이 다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 조연일 때는 주인공의 연기를 거들어 주면 됐으나, 이제는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각 다른 캐릭터와 운명을 지닌 쌍둥이 형제 서하은과 유신혁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소화해야 한다. 두렵기보다는 ‘한 판 붙어보자.’는 에너지가 엄태웅에게서 뿜어져 나온다.“밑천이 다 드러나면 어쩌나 걱정도 들어요. 하지만 어떻게 해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달려들어야지요.”촬영에 들어간 뒤 성격이 불 같은 박찬홍 프로듀서에게 많이 깨지고, 또 많이 배우고 있다며 머리를 긁적인다. ‘쾌걸 춘향’을 끝내고는 두 달 정도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다. 담배도 끊어 보고, 좋아하는 자전거도 원 없이 타보고. 친한 친구가 군대 가면서 맡긴 복서 ‘찬’을 벗 삼아 자주 산에 올랐다.“예전보다 건강해진 탓인지 얼굴 좋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네요.” 자신이 자랑하고 싶은 매력을 꼽아 달라고 했더니,“겉하고 속이 다르다.”는 특이한 답을 던졌다. 그동안 맡아왔던 역할이나 외모를 볼 때, 주변에서 ‘싸나이’로만 여기지만 내면으로는 감수성이 넘쳐나는 부드러운 남자란다.“위로 누나만 셋인 딸 부잣집에서 자라서 그런가 봐요.”라며 허허 웃는다. 촬영을 마치고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해를 등지고 집으로 돌아올 때 “내가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든다며 분위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제 거침없는 도약을 하고 있는 엄태웅이 연기 생활에서 가지고 있는 목표는 무엇일까. “한순간 번뜩이다 사그라지는 불꽃처럼 살고 싶지는 않아요. 길게 갈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연기라는 직업과 개인의 삶도 행복하게 꾸려 가고 있는 대선배 안성기를 닮고 싶어한다. 실미도를 찍을 당시 안성기가 자신을 가리키며 강우석 감독에게 “얘, 진짜 배우가 될 것 같지 않니?”라고 한마디 던졌을 때 얼마나 기뻤던지. 최민식도 꼽았다.“최민식 선배님은 치밀하게 계산을 해서 소름끼치도록 정확한 연기를 하지만, 오히려 사람 냄새가 배어나서 좋아요.”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영화와 TV 드라마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들까. 그는 “영화나 TV, 주연과 조연을 고집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라며 말을 꺼낸 뒤 “드라마는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지만, 영화는 긴 호흡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인다. 언젠가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정통 멜로물에서부터 ‘일급살인’에서 케빈 베이컨이 분했던 사형수 같은 역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은 것이 꿈이기도 하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빌라도역을 했다는데, 혹시 누나 엄정화-영화 ‘오로라 공주’를 찍고 있어 서로 얼굴 보기 힘들다고 한다-를 닮아 음악에 도전하고 싶지는 않을까.“술 한 잔 걸치고 기분 좋을 때 악쓰며 노래하는 정도”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나이도 어느 덧 결혼 적령기에 이른 것 같다.“아직은 자신 없어요. 열심히 일을 한 뒤에 생각해 보려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려고 하자, 한마디 빼먹었다고 한다.“이번 드라마가 추리 기법에 멜로도 있고, 상당히 복잡하거든요. 그래도 한번 보시면 눈을 떼지 못할 거예요. 기대해 주세요.”라고 첫 주연작에 대한 자신감을 전했다.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부활’은 어떤 드라마 24부작 드라마 ‘부활’은 한 남자의 복수담을 흥미진진한 추리와 지고지순한 멜로를 씨줄날줄로 엮어 간다. 주인공 서하은(엄태웅)은 7살 때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는 곡절 끝에 가족과 헤어져 노름꾼 서재수(강신일)의 집에서 키워진 강력계 형사. 그는 관내에서 일어난 자살 사건을 수사하다가 쌍둥이 동생이자 건설업체 2인자인 유신혁(엄태웅)과 20년 만에 감격적인 해후를 하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하은을 쫓던 무리는 신혁을 하은으로 잘못 알고 살해하게 된다. 하은은 자신을 버리고 동생으로 ‘부활’, 복수를 감행한다. 형제의 엇갈린 운명에 대한 미스터리도 서서히 실체를 드러낸다. 엄태웅은 4부까지 털털하고 다혈질적인 하은과 냉정하고 이지적인 신혁을 나누어 맡다가, 신혁의 죽음 이후 동생의 얼굴 속에 하은을 감춘 ‘야누스’의 모습을 이어간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젊은이들은 원래 반항적” 獨영화 ‘에주케이터’

    “젊은이들은 원래 반항적” 獨영화 ‘에주케이터’

    ‘세상을 바꾸자’는 젊은 구호는 독일에서도 ‘세대 고정적’인 것인가보다. 우리나라에 ‘386 세대’가 있다면 독일에는 ‘68혁명 세대’가 있다.6일 개봉하는 독일 영화 ‘에주케이터(edukator)’는 청춘시절 품었던 비뚤어진 세상에 대한 뜨거운 분노를 상실한 오늘날 ‘68혁명 세대’의 현주소를, 새로운 세대의 세 청춘을 통해 풍자한다. 감독 한스 바인가르트너는 “젊은이들은 본래 반항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당시 그들의 순수한 에너지는 지금 다 어디로 가버렸는가.”라고 질책한다. 부르주아 계급의 ‘교육자’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젊은이가 있다. 피터(스티페 에르켁)와 얀(다니엘 브륄)은 선배 혁명가들과 달리 손에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들지 않는다. 비어있는 부잣집에 침입해 가구와 고가품들을 재배치해 마치 설치미술처럼 쌓아놓고는 유유히 사라진다.“풍요의 날은 얼마남지 않았다.”는 경고의 메시지와 함께. 물건은 훔치지 않는 것이 이들의 불문율. 이들은 이같은 ‘혁명 놀이’를 통해 사회내 부르주아 계급에 대한 주위를 환기시킬 뿐이다. 피터가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피터의 여자친구 율(율리아 옌치)은 얀과 함께 이 놀이에 나선다. 이들은 벤츠 자동차를 소유한 하르덴베르크(버그하르트 클로브너)의 고급 빌라에 침입해 이 ‘혁명 놀이’를 하다 그만 휴대전화를 두고 나온다. 다시 이를 찾으러간 두 사람은 경찰에 발각되고, 돌아온 피터와 함께 얼떨결에 하르덴베르크를 납치, 산장으로 도망간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세 사람. 그들이 증오한 전형적인 부르주아 하르덴베르크는 한때 세상 전복을 꿈꾸며 68세대의 선봉에 섰던 인물. 이후 하르덴베르크는 세 젊은이를 통해 순수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고, 세 젊은이들은 순수한 이상을 흔들리게 만드는 미묘한 사랑의 감정에 휩싸인다. 그러나 결국 영화는 발칙한 결말을 선택한다. 젊은이들과 하르덴베르크가 서로를 배신하는 것.“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화면속 메시지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독일 영화 답지 않게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풍자와 경쾌한 유머의 맛깔스러운 조화가 돋보인다.15세 관람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달리는게 재밌잖아요”

    [스포츠 라운지] “달리는게 재밌잖아요”

    ‘나는 달린다.’ 그가 숨을 쉬고 살아가는 이유는 오로지 달리기,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하루하루 훈련으로 소화하는 거리만 30∼40㎞. 결코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때로는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도 느낀다. 하지만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다시 트랙에 나서 앞을 노려본다. 무엇이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게 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냥 재밌잖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풀코스를 뛰다 보면 보통 35∼40㎞ 사이에서 한계 상황이 닥쳐 오곤 한단다. 포기하고 싶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까.“지금까지 달려온 게 아깝다는 생각에 참을 수밖에 없어요.”라며 웃음보를 터뜨렸다. 지난 21일 스물 네 번째 생일을 막 지났지만 일상의 변화는 없다. 축하한다는 동료들의 인사말을 뒤로하고 또다시 트랙에 나섰다.‘한국 여자마라톤의 미래’ 이은정(24·삼성전자)은 그렇게 달리고, 또 달린다. ●뛰는 것은 나의 즐거움 딸만 셋을 둔 딸 부잣집 둘째로 귀여움을 독차지(?)한 그는 초등학교 시절 10리(4㎞)나 되는 등·하교길을 언니 동생과 함께 나란히 책보를 둘러메고 뛰어다녔다.“세 자매 모두 달리는 거라면 자신 있었다.”라며 미소가 얼굴을 감돌았다.6학년 때 정식으로 육상부에 들어갔고 중·고교 시절 중거리(800·1500m) 선수로 각종 대회 상위권을 휩쓸었다. 10여년의 짧은 육상 인생 가운데 고3 때 해일처럼 슬럼프가 밀려왔다. 딱히 부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기록은 점점 떨어지고 자신감도 잃어버렸다. 하지만 “너라면 할 수 있다.”는 주변의 격려에 장거리로 방향을 튼 게 오히려 한국육상의 오늘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이후 답보상태에 있던 여자 육상 장거리의 기록은 숨 가쁘리만큼 빠르게 고쳐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풀코스 세 번째 도전 만에 첫 우승을 일궈냈다. 한국기록(2시간26분12초)에 불과 5초 뒤진 호기록. 같은 해 10월 전국체전에서는 15분54초44로 5000m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지난 2월 일본 이누야마와 이달 초 베를린하프마라톤에서는 연거푸 신기록을 쏟아냈다. ●베이징 올림픽 메달 목표 이은정에 기대가 큰 까닭은 탁월한 스피드 때문. 최근 세계 장거리 육상의 트렌드에 딱 맞는다. 입문 당시 중거리로 출발했던 것이 큰 보탬이 됐다. 다만 타고난 스피드를 막판까지 꾸준히 끌고 나가야 하는 스태미나가 다소 부치는 것이 흠. 이은정은 새달 14일과 21일 일본에서 열리는 관서실업단대항 육상대회와 골든게임에 잇달아 출전, 자신이 보유한 5000m 기록에 도전한다. 그렇다면 마라톤 풀코스 도전은 언제쯤이 될까. 상반기에 한껏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하반기 베를린마라톤(9월)이나 시카고마라톤(10월) 등을 통해, 지난해 아쉽게 놓쳤던 기록 사냥에 재도전할 계획이다.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마라톤 사상 첫 메달을 따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목표다. “운동화를 벗게 되면 디자인이나 수공예 쪽으로 도전해 보고 싶다.”는 이은정.“그 순간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쓰러질 때까지는 즐겁게 달리고 싶다.”며 봄처녀다운 웃음꽃을 터뜨렸다. 글 홍지민 이종원기자 icarus@seoul.co.kr ■ 이은정 프로필 ·1981년 4월 21일 충남 서산 출생 ·165㎝ 49㎏ 혈액형 A형 ·서산 산성초-성연중-서산농공고-충남도청-삼성전자(현) ·이대형(55) 김동숙(53)씨의 3녀 중 둘째 ·취미 음악감상 ·2004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 우승(2시간26분12초 역대 2위) ·2004년 8월 아테네올림픽 출전(19위) ·2004년 10월 전국체전 5000m 우승(15분54초44 한국신) ·2005년 4월 베를린 국제하프마라톤대회 2위(1시간11분15초 한국신)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⑤- 현대중공업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⑤- 현대중공업

    #1982년 5월 19일 ‘기업인’ 정몽준씨에게 생애 최고의 날일 것 같다.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이날 현대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크고, 세계 최대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 사장에 그를 앉히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이때가 그의 나이 31세. 현대그룹 후계구도에서 형들보다 한발 늦게 출발한 몽준씨가 가장 먼저 부친에게 인정받은 비결은 뭘까. 고 정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창립 25주년 행사에서 그 배경을 자세하게 풀어놓았다.“어떻게 보면 파격적이지만 길게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의 저서 ‘기업경영이념’을 읽어보면 우리나라의 어떤 젊은 경영진보다 확실히, 모든 것을 잘 분별해서 회사를 끌고 나갈 겁니다. 우리 아이들간에도 서열이 굉장히 낮기 때문에 가족회의를 열어 몽준 사장이 충분히 직책을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결정을 했습니다.” 고 정 명예회장은 이에 앞서 몽준씨가 미국 MIT 석사학위 논문을 보완한 경영서적 ‘기업경영이념’ 서문을 읽고 “정말 잘 썼다.”며 “사장 자리에 앉아도 될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몽준씨는 훗날 가장 아끼는 그의 저서로 ‘기업경영이념’을 꼽으면서 “서문만 읽어도 충분하다.”고 곁들이기도 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부친에게 기업가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았던 점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2002년 12월 18일 ‘정치인’ 정몽준씨에게 생애 최악의 날일지 모른다. 그는 이날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의 공조 파기를 선언, 사실상 ‘백의종군’의 첫 발을 내디뎠다. 정권의 공동 주인으로 향후 5년간 막강한 정치적 실세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마다한 셈이다. 이 때가 ‘하늘의 뜻을 알수 있다’는 지천명(知天命)을 갓 지난 나이(51)였다. ●아버지에게 바가지 씌운 아들 정몽준(54). 현대가(家)의 여섯번째 아들.5선의 중진 의원. 대한축구협회 회장. 자산규모 재계 9위(지난해·공기업 제외)인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지분 10.80%). 국내 재벌가에서 정 의원만큼이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도 드물다. 일각에서는 “잘난 집안에 태어나 순탄하게 성장한 대가”라고 폄훼하기도 하지만 그는 스스로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정 의원은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부산에서 3년 가량 살다가 서울로 올라와 장충초등학교와 중앙중·고교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그의 초등학교 동기 동창이다. 그는 초·중학교 시절 놀기를 좋아하고, 장난이 심했다고 한다. 중학교 담임 선생이었던 임환씨는 “몽준이는 놀기를 좋아해 친구들과 수업을 빼먹고 야외로 놀러갔다가 종아리를 맞기도 했다.”면서 “전혀 부잣집 티를 내지 않았으며, 학교 도서관을 지을 때 시멘트 1만포대를 지원받은 뒤에야 비로소 아버지가 고 정 명예회장임을 알게 됐다.”고 술회했다. 정 의원의 학생시절 별명은 ‘꺼벙이’다. 큰 키에 소탈하고, 겸손하지만 우유부단하다는 뜻에서다. 그러나 부친한테는 다른 형제처럼 어려워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대하곤 했다. 부친에게 ‘바가지’ 씌운 일화 한 토막.1970년대 초반 어느 날. 정 의원은 아버지에게 한잔 쏘겠다며 명동 생맥주 골목으로 모시고 갔다. 고 정 명예회장은 오랜만에 접하는 생음악과 젊은이들의 웃음소리에 흥에 겨워했다. 자리가 파할 무렵, 정 의원은 아버지에게 “1차는 제가 샀으니,2차는 아버지가 사시라.”고 제안했다. 고 정 명예회장도 유쾌한 기분으로 흔쾌히 응했다.2차 행선지는 정 의원이 정한 강남의 한 술집. 그러나 2차가 끝나고 계산서를 받은 정 명예회장은 술값에 놀랐다. 먹은 것에 비해 족히 여섯배의 술값이 청구됐기 때문. 그렇다고 재벌 회장이 술값을 놓고 시비를 걸기도 뭐했지만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 탓에 종업원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은 “아드님이 전에 드셨던 외상 술값까지 계산하라고 해서 그렇게 됐습니다.”“허허 이것 참….”고 정 명예회장은 아들에게 된통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 의원은 형제들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대에 진학했다. 고 정 명예회장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울산으로 변형윤, 이현재 교수 등 당시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초청해 크게 ‘한턱’을 냈다. 고 정 명예회장은 “우리 몽준이가 혹시 사무착오로 합격한 것 아니냐.”고 농담을 하면서 우리 아들을 잘 지도해 달라고 수차례 부탁했다고 한다. 현대 고위 관계자가 밝힌 허물없는 부자관계를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일화는 이렇다.“한번은 고 정 명예회장이 아들들과 골프를 치는데 티샷을 하고는 먼저 그냥 걸어갔습니다. 다른 아들들은 머뭇거리다 채를 들고 뒤따라 가는데 유독 정 의원만 얼른 공을 놓고 티샷을 했죠. 그러자 고 정 명예회장이 ‘저놈∼.’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을 짓더라고요.” ●아내 자랑하는 ‘팔불출’ “나는 나의 아내가 고맙고, 때로는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친구들은 종종 내가 대통령 감이라기보다 내 아내가 ‘퍼스트 레이디’ 감이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아내는 바쁜 나의 생활을 잘 이해해 주고, 조용히 내조를 하는 스타일이다. 아내는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싫어한다. 밖으로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정 의원이 그의 저서 ‘꿈은 이루어진다’에서 밝힌 부인 김영명(49)씨에 대한 평이다. 정 의원은 1978년 여름 넷째 형수(이행자·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 부인)의 중매로 영명씨를 미국에서 만났다. 당시 두 사람의 첫 인상은 이랬다. 영명씨는 “우선 키(정몽준 182㎝·김영명 174㎝)가 커서 좋았어요. 제 키가 큰 편이라 어머니가 ‘너는 키 큰 신랑감이 없으면 시집도 못 갈거다.’고 곧잘 농담을 하곤 했어요. 첫 인상은 나이 차이가 다섯살이나 나서 그런지 듬직했어요. 믿고 의지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재벌가 사람답지 않게 소탈한 것도 좋았고요.” 정 의원은 “약속 장소에 나갔는 데 키 큰 여자들이 쭉 지나가기에 미국 사람들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모두 나에게 오더라고요.”고 당시 상황을 이렇게 술회했다. 이들은 틈틈히 테니스를 치며 1년 가량 연애끝에 잠시 귀국해 서울 정동교회에서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영명씨는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의 2남4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부친의 외교관 활동 덕분에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17년간 일본과 미국에서 살았다. 미국 웨슬리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했고, 부전공으로 미술사를 공부했다. 웨슬리대학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상원의원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나온 전통의 명문 대학이다. 영명씨는 외교관인 부친을 닮아 사교성이 뛰어나다.‘88 서울올림픽’ 유치전에서는 고 정 명예회장을 현장에서 보좌했고,1992년 대선 때는 변중석 여사를 대신해 시아버지의 파트너 역할을 했다.‘2002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부인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행사장에서는 미소와 화술로 친분을 쌓기도 했다.‘미스 스마일월드컵’이라는 애칭은 이 때 얻었다. 이 때문인지 정 의원의 부인 자랑은 유별나다.‘김영명이 없으면 오늘의 정몽준도 없다.’는 우스갯말이 떠돌 정도다. 그의 저서 ‘꿈은 이루어진다’에서 계속되는 자랑 하나.“아내는 나보다 영어를 훨씬 잘한다. 유머를 곁들인 자연스러운 영어는 외국에서 처음 만나는 손님들과 이야기를 할 때 곧잘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주곤 한다. 그동안 4남매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던 아내는 아이들이 크자, 뜻있는 분들과 함께 우리의 ‘옛’것을 ‘올’바로 알자라는 의미를 가진 ‘예올회’를 만들어 문화재 보존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명씨가 밝힌 애처가 해프닝은 이렇다.“첫 아이를 가졌을 때였어요. 입덧이 심했던 제가 걱정스러웠던지 남편은 며느리들만 모인 자리에 와서는 제게 ‘밥 먹었니.’하고 묻는 거예요. 좀처럼 없는 일이라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 한마디 때문에 남편은 ‘애처가’라는 별명을 얻었죠. 그 꼬리표는 지금까지 따라 다닙니다.” 그도 신혼 초에 시아버지인 고 정 명예회장에게 혼이 났다고 한다.“철부지 며느리 시절, 저는 식사 중에도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데 불쑥 끼어들어 참견을 하곤 했어요. 아버님이 어느 날 저에게 ‘밥 먹을 때 말을 많이 안하는 게 좋은 거다.’며 조용히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어요.” 자녀는 2남2녀. 장남인 기선(23)씨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올 초 아버지의 뒤를 이어 ROTC 장교로 임관했다. 장녀 남이(22)씨는 연세대를 휴학하고, 현재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유니버시티에 유학 중이다. 차녀 선이(19)씨도 미국 디어필드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다. 막내 예선(9)군은 경기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영명씨는 늦둥이인 막내 임신과 관련해 병원에서 무안당한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임신해서 병원에 가면 의사가 초음파 검사를 하잖아요. 한번은 의사가 ‘아들이 없으세요. 왜 이렇게 애를 많이 낳으세요.’라고 물어 난감한 적이 있었어요.” 시중에는 예선이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축구 예선전이 한창일 때 태어나서 이름을 예선이라고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 의원은 최근 ‘예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의미와 돌림자 ‘선’을 합쳐 예선으로 지었다고 밝혔다. ●정치인 정몽준 “내가 처음 국회의원이 되고자 한 것은 11대 국회의원 선거 때였고,1984년 12대 국회의원 선거 때도 출마하려고 했다. 그런데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내가 나가면 여당 의원이 떨어진다고 나가지 말라고 했다. 결국 나는 그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단념해야 했다. 하지만 공적 서비스를 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했다는 생각은 내가 지금까지 흔들림없이 지켜온 가장 기본적인 정치철학이다.”정 의원이 밝힌 정치 입문의 배경이다. 정 의원은 1988년 울산 동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지금은 5선의 중진 의원으로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다. 한때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반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도 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본 정치인 정 의원은 어떨까. 지난 대선기간 내내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던 정 회장도 ‘피’는 어쩔 수 없었던지 그 속내를 내보인 적이 있었다.“몽준 의원은 우리 형제들 가운데 제일 똑똑하고 잘 생겼다. 미국 MIT 대학원도 졸업하고, 월드컵도 성공적으로 잘 치렀다.” 그러나 정 회장은 이 발언 이후 정치권으로부터 호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정치인 정 의원의 평판은 극과 극을 달린다. 일각에서는 직선적이고 엄격하다고 지적한다. 그를 보좌했던 비서관의 얘기다.“정 의원은 성격이 급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을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다.”정 의원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쪽에서는 합리적이고 매너가 깨끗하다는 평이다.“정 의원은 서구식 매너가 몸에 배어 있다. 직원들이 떠나는 차에 인사를 하면 ‘왜 차에다 대고 절을 하느냐. 하지 말라.’고 말린다. 또 비서를 시키지 않고 직접 자신이 동료 의원에게 전화를 한다.”며 다른 전직 비서관이 전했다. ●현대중공업의 핵심 브레인 민계식(63)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가장 부지런한 CEO, 백발의 마라토너 CEO로 불린다. 아침 6시 출근, 새벽 2시 퇴근하는 일과를 20년째 이어오고 있다. 비서를 퇴근시키고 저녁 6시부터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새벽까지 사업구상이나 신제품 개발 계획에 열중한다. 그의 이런 노력은 국내외 학술지 및 학술대회에 150편의 논문을 발표토록 했으며,48건의 국내 및 국제특허를 보유토록 했다. 우주항공학 및 조선공학(석사), 해양공학(박사) 등을 넘나드는 그의 해박한 전문지식은 현대중공업의 연구개발(R&D) 부문을 업그레이드시켜 놓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 부회장은 또 60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건강을 과시하고 있다. 그의 최고기록은 2시간 23분 48초. 비록 20대 초반 시절에 일궈낸 기록이지만 지금도 2시간대의 기록을 내고 있다.42.195㎞의 완주기록도 100회를 넘었다. 유관홍(60) 현대중공업 사장은 그룹내에서 경영 합리화의 귀재로 통한다.1999년 침체에 빠진 현대중공업 건설장비부문의 사업본부장을 맡아 세계 각지를 직접 뛰는 영업활동을 전개, 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 결과 만성적자였던 건설장비 부문을 2001년 국내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국내 1위의 건설장비 업체로 탈바꿈시켰고, 중국시장 점유율 25%를 기록하는 중국 최대의 건설장비 공장으로 성장시켰다. 그의 이런 경영능력을 두고 지난해 6월 미국의 권위있는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유 사장을 ‘기업회생 전문가’라고 평했다. 이연재(63)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은 1976년 현대중공업 간부로 입사한 이래 30년간 조선과 해양플랜트의 해외영업 부문에서 일해 왔다.1999년 부도 위기에 처했던 옛 한라중공업을 현대중공업이 위탁경영하면서 대표이사로 선임돼 흐트러진 조직을 안정시켰다. 단기간에 70여척의 선박을 수주했으며, 중단된 사원 복지향상에도 노력을 기울여 사원아파트와 스포츠문화센터 등을 조성했다. 파산 직전까지 이르렀던 회사를 2001년부터 4년 연속 흑자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최길선(59) 현대미포조선 사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최 사장은 설계·생산·기획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조선 현장에서 33년을 보낸 최고의 조선전문 경영인이다.‘항상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원칙아래 내실을 강조한다. 최 사장은 올해 슬로건을 ‘창사 30주년, 새로운 도약의 해’로 선포하고, 선박 60척 생산체제 구축을 마련하는 등 제 2도약을 위한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golders@seoul.co.kr ■ 현대중공업 탄생 일화 ‘옥스퍼드 박사가 낳은 현대중공업’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평소에 즐겨 썼던 “이봐, 해봤어.”라는 말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곳이 현대중공업의 설립 신화다.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고 정 명예회장의 ‘원맨쇼’였다. 고 정 명예회장은 1971년 조선소 차관 도입을 위해 영국 런던의 바클레이즈 은행을 찾았다. 그러나 ‘듣도 보지도 못한 한국의 작은 회사가 언감생심 어딜 넘보는 것이냐.’는 바클레이즈 은행의 태도에 기가 질렸다. 그렇다고 포기 할 수는 없었다. 그가 기댄 곳은 당시 기술협조 계약을 맺은 영국의 A&P 애플도어 엔지니어링사. 그는 500원짜리 지폐로 애플도어사의 롱바톰 회장을 감동시켰다.“이것은 한국 지폐입니다. 여기 그려진 것이 거북선이죠. 한국은 이미 1500년대에 이런 철갑선을 만든 실적과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영국의 조선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1800년대이니 한국은 무려 300년이나 앞선 셈입니다.” 그는 롱바톰 회장의 도움으로 바클레이즈 은행 부총재를 만났다. 그러나 콧대 높은 영국 은행의 부총재를 설득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옥스퍼드 박사’ 일화는 여기서 나왔다. 고 정 명예회장은 ‘전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임기응변으로 “어제 제가 이 사업계획서를 들고 옥스퍼드대학에 갔더니 한번 들쳐보고 바로 그 자리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주더군요.”라고 말했다. ‘옥스퍼드 유머’에 부총재는 껄껄 웃으며 “옥스퍼드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도 이런 사업계획서는 못 만들거요. 당신은 그들보다 훨씬 더 훌륭합니다. 당신의 전공은 유머 같소. 우리 은행은 당신의 유머와 함께 이 사업계획서를 수출보증국으로 보내겠소.” 고 정 명예회장은 ‘거북선 지폐’와 ‘옥스퍼드 박사’로 바클레이즈 은행 벽을 넘었지만, 아직 영국 수출보증기구(ECGD) 총재의 보증을 받아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그러나 이것도 울산의 초라한 백사장 사진 한장 들고 그리스 선사인 ‘선 엔터프라이즈’사의 리바노스 회장을 설득, 선박을 수주 계약함으로써 무사히 통과했다. 이로써 세계 조선 역사상 최초로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가 동시에 진행하는 신화가 나오게 됐다. 고 정 명예회장과 리바노스 회장이 당시 맺은 인연은 지금도 대(代)를 이어 지속되고 있다. golders@seoul.co.kr ■ MJ 처가의 ‘화려한 혼맥’ 정몽준 의원의 처가인 고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가계도를 보면 한국 상류사회의 ‘족보’를 엿볼 수 있다. 슬하에 2남 4녀를 둔 고 김 장관과 송두만(83) 여사는 자식교육 뿐 아니라 혼사까지 성공한 케이스. 자녀 모두 외교관 출신인 부친의 영향으로 영어와 일어 등을 유창하게 구사하며, 외국의 명문대를 졸업했다. 특히 장녀인 영애(60)씨와 차녀인 영숙(59)씨는 일본 최고의 여성 사립명문인 세이신대학을 졸업했다. 장남인 대영(57)씨는 미국의 암허스트대학을 졸업했으며, 차남인 민영(51)씨는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을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 자녀 가운데 재계 가문으로 시집간 이는 삼녀인 영자(55)씨와 막내인 영명(49)씨. 영자씨는 GS그룹의 허씨가인 허광수(59) 삼양인터내셔널 회장과 결혼했다. 허 회장의 형제로는 허남각(67) 삼양통상 회장과 허동수(62) GS칼텍스 회장이 있다. 또 허창수(57) GS그룹 회장과는 사촌간이다. 허 회장의 부친인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은 LG그룹 경영의 한 축을 맡았던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맏형이다. 고 허 명예회장은 일찌감치 삼성물산의 창립멤버로 참여,LG 구씨가와 손잡은 고 허준구 명예회장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영명씨는 정몽준 의원과 1979년 결혼, 현대가의 일원이 됐다. 이로써 고 김 장관의 집안은 국내 대재벌인 삼성과 현대,LG,GS가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차녀인 영숙씨는 초대 해군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을 지낸 손원일 제독의 장남인 손명원(64)씨와 결혼했다. 손씨는 30대 초반에 ‘손컨설팅 엔지니어링’이라는 회사를 설립했으며 현대미포조선과 쌍용자동차, 맥슨전자에서 CEO(최고경영자)를 역임했다. 그는 현재 스카이웍스솔루션 코리아 고문이다. 장녀인 영애씨는 자수성가한 국제 금융계의 거물급 인사로 미국 모건스탠리의 부사장이다. 남편인 최융호(62)씨는 해양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제너럴 마리타임 사장이다. 장남인 대영씨는 부친인 고 김 전 장관의 아호(海吾)를 딴 해오실업을 경영하고 있으며, 차남인 민영씨는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부인인 정다미(44)씨도 명지대 교수다. 김 전 장관의 집안은 또 언론계와도 각별하다. 손녀 사위들이 언론계에 몸담고 있다. 셋째 사위인 허 회장의 장녀인 유정(31)씨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아들인 준오(31)씨와 결혼했다. 둘째 사위인 손 고문의 차녀인 정희(31)씨는 1999년 헤럴드미디어 사장인 홍정욱(35)씨와 화촉을 밝혔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박은영의 DVD 레서피]영국인의 멋 우아한 맛 ‘우아~’

    [박은영의 DVD 레서피]영국인의 멋 우아한 맛 ‘우아~’

    주드 로와 귀네스 팰트로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우이자 고전적인 매력을 자랑하는 배우로 손꼽힌다. 런던에서 태어난 주드 로와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오스카를 수상한 귀네스 팰트로에게선 영국의 향취가 물씬 난다. 꾸미지 않아도 고전적이며 본연의 맛으로 어필하는 영국 음식처럼 말이다. 영국 요리는 미식가들의 호감을 얻지 못하는 편이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식당은 있어도 잉글랜드 식당은 찾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 요리는 별다른 조리법이 없다. 재료 본래의 맛을 살리는 것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약간의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해서 볶거나 튀기는 것이 전부다. 따로 찍어 먹을 소스가 마련되는 것도 아니니, 얼마나 좋은 재료를 택하는가가 레서피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귀네스 팰트로와 주드 로는 최상의 재료임에 분명하다. 넝마를 입고 있어도 우아할 것 같은 외모는 영화 자체의 격을 높이는데 공헌한다. 금발에 푸른 눈, 입 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며 짓는 미소는 ‘리플리’에 이어 ‘월드 오브 투모로우’까지 이들을 커플로 만든 공통분모다.‘리플리’가 주드 로의 존재를 빛나게 했다면,‘월드 오브 투모로’는 귀네스 팰트로의 금발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든다. 두 배우의 만남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DVD는 풍성하다. 다른 향신료가 필요 없을 정도다. ●월드 오브 투모로우 21세기의 첨단 기술력으로 20세기 초의 흑백 영화를 추억하는 매우 독특한 영화다. 배우들은 단 한번의 로케이션 촬영도 없이 블루 스크린 위에서만 연기했지만, 어드벤처와 SF, 팬터지 장르를 넘나들고 예상치 못한 유머까지 어우러진다. 배경은 ‘오즈의 마법사’,‘시민 케인’, 전쟁 다큐멘터리 등에서 차용했고,2D를 기본으로 한 3D와 CG로 구현했다. 색채를 제거하고 콘트라스트와 안개 효과를 강조해 재구성한 영상은 디지털 작업으로 마무리해 매끈한 질감을 자랑한다. 귀네스 팰트로의 금발과 붉은 입술은 그레이스 켈리가 살아 온 듯 고전미가 넘친다. ●리플리 이 영화가 원작 ‘태양은 가득히’를 넘어선 부분이 있다면, 로마의 바다와 마을의 아름다운 풍광 그리고 누가 봐도 매력적인 부잣집 도령 주드 로다. 존 세일이 촬영한 영상은 발군이며 이를 담은 DVD 역시 평균 이상의 표현력을 보여 준다. 부가영상에 따로 ‘사운드 트랙 제작과정’을 수록할 만큼 클래식과 재즈를 오가는 스코어가 인상적이다. 특히,‘My Funny Valentine’을 나지막이 부르는 멧 데이먼의 노래는 쳇 베이커의 원곡과도 비교될 정도다. 귀네스 팰트로를 비롯한 출연진들의 심도 있는 인터뷰와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꼼꼼한 음성해설도 만날 수 있다.
  • 시인 김용택과 섬진강 봄맞이

    시인 김용택과 섬진강 봄맞이

    김용택 시인에게 섬진강은 삶 그 자체다. 섬진강에서 태어나 섬진강에 살고 있는 그에게 섬진강은 사랑이고, 이별이고, 기쁨 이고, 슬픔이고, 그리움 이다. 강물, 꽃, 나무, 흙, 심지어는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조차도 그의 손을 거치면 아름다운 생명 으로 거듭난다. 그래서 그는 ‘섬진강 시인’이다. 매화 가 흐드러지게 피어 봄이 특히 아름다운 섬진강. 시인을 따라 섬진강으로 훌쩍 떠났다. 봄 이 꿈틀거리는 그곳으로. ●섬진강을 따라, 시인을 따라 “움츠렸던 시상을 자극하는 섬진강의 봄을 가장 좋아한다.”는 김용택(57) 시인과 함께한 섬진강 여행은 전북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 진메마을에서 시작됐다. 진메마을은 시골 아저씨처럼 푸근한 김용택 시인을 닮은 한적한 시골마을.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시인을 따라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마을 어귀에 있는 그의 고향집 ‘관난헌’에 들어서자 섬진강과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13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마을 앞으로 섬진강이 흐르고, 그 뒤로 장산(長山)이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마을 이름은 동네 사람들이 장산을 ‘긴메’,‘진메’로 부르면서 붙여졌다. 섬진강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김용택 시인이 나왔을까. 관난헌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의 풍광은 한폭의 수채화다. 강물이며, 산이며, 흙이며, 나무며, 풀이며 모두 그의 시에 나온 그 모습 그대로다.‘서럽도록 아름답다.’는 그의 시적 표현이 딱 들어맞는 그곳이다.‘당신을 보내고/집에 돌아와/마루에 서서 앞산을 봅니다/산이 다가와/당신의 얼굴로 나를 덮습니다/이성과 논리가/발 내리지 못하는/땅이 있는 줄 이제 알았습니다.’(사랑이라는 땅 중에서) 이 시는 관난헌에서 장산을 바라보며 지은 시. 관난헌은 퇴계 선생의 시 제목으로 ‘마루에서 바라보는 물결처럼 넘실넘실 생각이 멈추지 말라.’는 뜻에서 지인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마을 입구에 시인이 청년시절 심었다는 아름드리 느티나무를 돌아본 뒤 그가 혼자 숨겨두고 보는 ‘시인의 길’로 안내했다. 시상이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산책을 하던 비포장 흙길. 마을에서 강을 따라 천담계곡으로 가는 10리길(4㎞)을 사람들은 시인의 길이라 이름 붙였다. 특히 이 길은 군청에서 시멘트 포장을 하겠다는 것을 그가 극구 반대해 아직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섬진강 500리 물길 중 자연 그대로의 흙길을 걸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시인은 “섬진강 500리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면서 “매일 걸어도 새롭고 경이로운 길”이라고 극찬한다. 산과 들녘에는 조만간 매화와 진달래, 산벗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을 이룬다. 이어 나타나는 장구목은 강바닥 암반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바위들 중에 가장 유명한 바위는 요강바위. 한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이 바위는 도둑들이 부잣집에 정원석으로 팔려고 훔쳐갔던 것을 주민들이 어렵게 되찾아온 사연을 갖고 있다. 영화 ‘복수는 나의 것’에서 동진(송강호 역)이 류(신하균 역)의 아킬레스건을 자르며 복수하는 장면이 촬영됐던 곳이다. 초등학생 아이가 있다면 마을 입구에 있는 덕치초등학교도 들러 볼 만하다. 산속에 들어앉은 아담한 학교는 전교생이 33명에 불과한 전형적인 시골학교. 어린이를 유달리 사랑하는 시인이 교사로 근무하는 곳이다.70년초 처음 부임했을 당시에는 700명에 달했던 학교다. 시인이 담임을 맡고 있는 2학년 교실에 들어갔다. 가르치는 학생은 4명에 불과하지만 시와 그림들로 가득했다. 시설도 대형 프로젝션 TV 등이 설치돼 도회지 학교 못지않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살아야 한다. 도시 아이들도 1년씩 교환 학생으로 받아 흙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싶다.”는 게 교사로서의 그의 꿈이다. ●매화가 흐드러진 섬진강 매화가 필 때면 해마다 섬진강변을 여행한다는 시인을 따라 섬진강이 끝나는 전남 광양으로 향했다.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섬진강의 각기 다른 풍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매화는 ‘핀다’고 말하기보다 ‘흐드러진다’고 말해야 맞는 말이다.”는 시인의 말처럼 3월말이면 강이 온통 순백색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남원과 구례를 거쳐 2시간을 달렸을까. 섬진강이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를 이루는 화개장터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다압리 매화마을에 이르는 섬진강변의 풍경이 최고의 절경이다. 어느덧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매화마을에 이르렀다. 매화마을에서 가장 큰 매화나무 집단 재배지인 청매실농원.300m에 이르는 언덕길을 올라서자 무리 지어 피어난 매화꽃이 반긴다. ‘매화꽃 이파리들이/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섬진강을 보셨는지요/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섬진강가에서 서럽게 서보셨는지요.’(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중에서) 그의 시처럼 언덕에는 온통 매화 천지다. 눈부시게 하얀 백매화와 푸른 기운이 섞인 청매화, 붉은 빛이 도는 홍매화 꽃봉오리가 장관이다. 매화는 높이 올라가 섬진강과 함께 보아야 제격이다. 항아리 2000여개가 서있는 마당에서 향긋한 매실차로 단내 나는 입을 축인 후 입구 오른편으로 난 오솔길을 걸어 올라가 내려보면 경치가 가장 아름답다. 청매실 농원은 김오천 선생이 심은 70여년생 수백그루를 포함한 매화나무 단지가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잘 가꾸어져 있다. 매실명인으로 지정된 홍쌍리 여사가 이곳을 지키고 있다.17세에 시집온 후 60세가 넘은 지금까지 매화와 함께하고 있다. 언덕에서 매화꽃 사이로 내려다보는 섬진강 풍경은 한폭의 풍경화다. 오는 12일부터 20일까지는 일대에서 제9회 광양 매화축제가 열린다. 매화를 주제로 한 축제는 전국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개최되는 꽃축제로 다압면 섬진강변 섬진마을(매화마을)과 섬진교 둔치에서 열린다. 그동안 지역 주민이 주관하여 추진해 오던 것을 올해부터는 광양시에서 직접 주관해 추진,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대폭 확충됐다. 하루종일 보아도 지루하지 않은 섬진강 풍경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길.‘매화꽃 피면/그대 오신다고 하기에/매화더러 피지마라고 했어요/그냥, 지금처럼/피우려고만 하라구요.’(그리움 중에서) 시인의 입에서는 ‘그리움’이라는 짧은 시가 흘러나왔다. ●섬진강 먹을거리 섬진강의 대표적인 먹을거리는 섬진강 물빛을 닮은 재첩국. 많이 자라야 어른의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재첩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경계에서 자라는 것이 상품.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해독 효과는 물론 허한 기운을 보해주는 강장식품으로도 이름이 높다. 청룡식당(061-772-2400), 광양읍 섬진강재첩(762-0686) 등이 유명하다. 진메마을에서는 산골마을의 손맛을 간직한 강진식당(643-3014)이 시인의 단골집.10여가지 반찬을 곁들인 구수한 청국장(4000원)이 입맛을 돋운다.“오묘한 고향의 맛을 담은 청국장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게 시인의 평가다. 청매실농원(www.maesil.co.kr·772-4066)은 농원에서 만든 청매실 된장(500g·1만원), 고추장(1만 5000원), 절임(1만 7000원), 청매실 농축액(4만 6000원) 등을 판매한다. 또 섬진강 여행에 고로쇠 약수 한잔을 빼먹을 수 없다.3월은 가장 좋은 고로쇠 약수가 나오는 기간이다. 고로쇠는 ‘뼈에 이롭다.’는 뜻을 가진 ‘골리수’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위장병과 신경통 질환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양의 백운산 일대 100여가구가 고로쇠 약수를 받는다. 고로쇠 수액은 9ℓ들이 한통에 3만원 정도. ●섬진강 가는길 전북 임실군 강진면 장산리 진메마을은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빠져나와 전주시내를 거쳐 17번 국도를 따라 임실을 거쳐 27번 국도 강진, 덕치면 방향으로 가면 된다. 또는 태인IC로 빠져나와 27번 국도를 타고 순창쪽으로 가다 덕치면 일중리 일중교를 지나자마자 좌회전해 시멘트길로 들어서면 마을이 나타난다. 섬진마을은 전주IC에서 남원가는 19번 국도를 타고 하동을 지나 광양으로 가면 된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월IC나 옥곡IC로 나와 2번 국도를 타고 하동방향으로 20분 달리면 나타난다. 광양시청 문화관광과 (061)797-2363. 섬진강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이은주 출연 ‘불새’ 재방송

    MBC드라마넷은 지난 22일 세상을 떠난 고(故) 이은주가 마지막으로 출연한 드라마 ‘불새’를 8일부터 매주 화∼금요일 오후 3시에 방송한다. 지난해 4월 전파를 탔던 MBC드라마 ‘불새’는 모든 걸 다 가진 여자와 가진 게 없는 남자가 사랑에 빠져 결혼하지만 환경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한 뒤 상황이 뒤바뀌어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 이은주는 철부지 부잣집 딸에서 가정 도우미가 된 지은역을 맡아, 성공한 전 남편 세훈(이서진)과 제벌2세 정민(에릭)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역을 잘 소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 드라마는 방영 당시 시청률 30%대를 넘나들며 인기를 얻었다.
  • [儒林 속 한자이야기] (57)

    儒林 270에는 ‘萬世師表(일만 만/대 세/스승 사/본보기 표)’가 나온다.‘아주 오랜 세대에 걸쳐 학식과 덕행이 높아 남의 모범이 될 만한 인물’을 일컫는 말이다. ‘萬’자는 전갈을 본뜬 글자의 變形(변형)이다.‘艸(풀 초)’로 굳어진 윗부분은 먹이를 집을 때 쓰는 집게였으며,‘田(밭 전)’으로 정착된 가운데 부분은 몸체, 그리고 나머지는 꼬리 부분의 毒針(독침)이다. 그러나 萬은 곧 숫자를 표시하는 글자로 자리잡았다. 당시에 숫자 1만의 개념은 있었으나 글자가 없었는데,萬과 발음이 같아 숫자의 槪念(개념)으로 借用(차용)한 것이다. ‘世’자 字源(자원)에 대해서는 ‘돗자리를 짜고 새끼를 꼬는 데 쓰이는 도구’,‘葉(잎 엽)자의 古文(고문)으로 줄기와 잎을 그린 象形字(상형자)’,‘세 개의 十자로 30년을 나타냄’,‘(서른 삽)자를 잡아 늘린 형태’라는 등의 설이 있다.世의 뜻에는 인간, 시세, 세대, 대(代), 해, 평생 등이 있다. 그 용례에는 ‘世態炎(세태염량:세력이 있을 때는 아첨하여 따르고 세력이 없어지면 푸대접하는 세상인심을 비유적으로 이름)’‘蓋世之才(개세지재:세상을 뒤덮을 만큼 뛰어난 재주)’ 등이 있다. ‘師’자의 자원에 대해서는 ‘정찰에 유리한 언덕의 상형인 왼쪽 부분과 군부대의 표지로 세운 깃발의 상형인 오른쪽 부분이 합쳐진 글자’라는 설과 ‘큰 물고기 토막의 상형인 왼쪽부분과刑(경형:죄인의 이마 따위에 먹줄로 죄명을 써넣던 형벌)에 쓰이던 끌 모양을 한 刑具(형구)의 상형이 합쳐졌다.’는 설이 있으나 뜻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본래의 뜻은 ‘주둔지’였으나 점차 ‘스승’‘우두머리’ 등의 파생된 뜻으로 일반화되었다.用例(용례)에는 ‘師承(사승:스승에게서 학문을 이어받음)’‘銳師(예사:날랜 군대)’ 등이 있다. ‘表’자는 ‘毛(털 모)’와 ‘衣(옷 의)’가 합쳐진 會意字(회의자)로 원래의 뜻은 ‘털옷’ 혹은 ‘갖옷’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外套(외투)처럼 늘 바깥에 입었으므로 表는 ‘겉’을 뜻하게도 되었다.用例로는 ‘表裏不同(표리부동:마음이 음흉하고 불량하여 겉과 속이 다름)’‘表情(표정:마음속에 품은 감정이나 정서의 심리 상태가 겉으로 드러남)’을 들 수 있다. 師表는 師法表率(사법표솔)의 省略(생략)으로 學識(학식)과 人格(인격)이 높아 남의 模範(모범)이 될 만한 사람을 일컫는데, 이 말을 처음 使用(사용)한 이는 司馬遷(사마천)이라고 한다. 큰 富者(부자) 三代(삼대)를 못 간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경주의 최부잣집은 만석꾼의 전통을 무려 300년 동안 12대나 이었다. 그 秘訣(비결)인 家訓(가훈)은 우리 모두에게 龜鑑(귀감)이 될 만하다.“(1)절대 進士(진사)이상의 벼슬을 하지 마라.(2)財産(재산)은 1년에 1만석 이상을 모으지 마라.(3)나그네를 후하게 待接(대접)하라.(4)凶年(흉년)에는 남의 논, 밭을 買入(매입)하지 마라.(5)집안에 며느리를 들이면 3년 동안 무명옷을 입혀라.(6)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최부자 家門의 마지막 명맥을 이었던 최준씨의 결단은 또 하나의 人生 師表이다. 조국 광복의 熱望(열망)으로 대학을 設立(설립)하고 獨立資金(독립자금)을 支援(지원)했던 그는 노스님에게서 받은 金言(금언)을 平生(평생) 간직했다고 한다. “財物(재물)은 糞尿(분뇨)와 같아서 한 곳에 모아 두면 惡臭(악취)가 나 견딜 수 없고 골고루 사방에 흩뿌리면 거름이 되는 법이다.” 주변에 큰돈을 거머쥔 猝富(졸부:벼락부자)들이 많다.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제대로 쓰는 것임을 안다면 이들이 敗家亡身(패가망신)할 이유가 없으련만.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할머니라고? 05학번 새내기요!

    할머니라고? 05학번 새내기요!

    이순(耳順), 고희(古稀)를 넘긴 할머니들이 05학번 새내기 여대생이 됐다. 배우지 못한 서러움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다가 인생의 황혼에 이르러서야 꿈을 이룬 것이다. 권태평(72·성공회대 사회과학부), 한소혜(64·숭의여대 가족복지과), 강순례(63·방송대 일문과), 구인숙(62·김포대 관광경영학부), 이화자(62·방송대 일문과)씨 등 10명이 주인공이다. 서울 마포 염리동에 있는 2년제 학력인정학교인 일성여고에서 공부한 이들은 사실 할머니라고 부르기엔 몸도 마음도 너무 젊다. ●아들 학생운동 뒷바라지하다 배움에 눈 떠 권태평씨는 91년 ‘유서대필 사건’의 주인공인 강기훈(40)씨의 어머니다. 권씨는 전북 익산에서 교육자 집안의 셋째딸로 태어났다. 국민학교 교사였던 아버지는 권씨가 태어나자마자 첩과 두 오빠를 데리고 떠났다. 어머니는 부잣집 침모살이를 하며 권씨를 키웠다. 초등학교는 간신히 졸업했지만 중학교 진학은 꿈도 못 꾸었다. 전교 1,2등을 다투는 우등생이었던 권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세상이 떠나갈 듯이 울었다. 권씨는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학생운동을 했던 아들을 뒷바라지하며 배움에 눈을 떴다. 인권운동사랑방 활동을 인정받아 ‘NGO 활동우수자 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했다. ●“해외 유학도 도전할 것 ” 수시 2학기 성적우수자 전형으로 숭의여대에 합격한 한소혜씨는 고등학교 졸업장을 갖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 전북 군산에서 태어난 한씨는 군산여고에 다니던 1959년 아버지가 도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학교를 그만두었다. 아버지가 선거에서 지자 집안은 기울기 시작했고 급기야 밀린 월사금을 내라는 독촉에 공부를 포기하고 말았다. 한씨는 “두 아들을 장가보낸 후에야 다시 공부할 수 있었다.”면서 “4년제 대학 편입은 물론 해외 유학까지 도전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시 2학기 성적우수자 전형으로 김포대에 합격한 구인숙씨는 “이제야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살게 됐다.”는 말로 합격 소감을 대신했다. 경남 밀양에서 8남매의 둘째딸로 태어난 구씨는 무안중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었다. 집안 형편도 어려운데 장남인 오빠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고 구씨는 동생들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는 집안 어른들의 말씀 때문이었다. 구씨는 “학교를 그만두던 날 내가 서럽게 우니까 오빠가 돈 벌어서 꼭 양재학원에 보내주겠다며 날 달랬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지하철 안에서 영어단어 외웠죠” 강순례, 이화자씨는 방송대 입학 동기가 된다. 전북 순창에서 초등학교까지만 마친 강씨는 “나이들어 공부를 하니까 선생님이 여러번 강조해서 이야기해줘도 돌아서면 잊어버려서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어렵게 공부한 만큼 대학생활도 알차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매일 경기도 군포에서 마포까지 지하철, 마을버스를 다섯번이나 갈아타며 통학했다는 이씨는 “등·하교 시간도 아까워 지하철 안에서 영어단어를 외웠다.”며 활짝 웃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검사아들 기말고사 답안지 담임교사가 대리작성 파문

    한 고교교사가 현직검사 아들의 기말고사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하지만 학교측은 시교육청에 이같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숨겨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청 역시 홈페이지로 이같은 내용을 제보받았지만 일주일이 넘도록 상황 파악에 나서지 않아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측은 19일 해당 교사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시험감독 들어가 답안지 교체… 어른 필체 탓 들통 서울의 B고교 물리교사 오모(42)씨는 지난해 12월 치른 2학기 기말고사에서 1학년 정모군의 국사와 사회 답안지를 대신 작성했다. 정군의 담임인 오씨는 해당 과목 감독으로 들어간 뒤 회수한 답안지를 담당과목 교사에게 전달하기 전 답안지를 새로 교체했다. 이같은 사실은 같은 달 20일 국사 교사 이모씨가 채점을 하던 중 주관식 답안이 어른 필체임을 의심해 정군을 불러 추궁한 끝에 드러났다. 정군은 답안을 작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종이 울리자 오씨가 “알아서 해 주겠다.”는 말을 해 교실을 나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 사회 교사 성모씨 역시 자신의 과목에서 부정이 있었던 흔적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오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군이 국사 답안을 미처 작성하지 못해 휴게실에서 대신 작성해 주는 과정에서 반에서 성적이 가장 우수한 학생의 답안지를 보고 답을 고쳤다.”면서 “아이의 아버지가 법조계 인사라고만 알고 있었지 검사인지는 오늘에서야 알았다.”면서 학부모와의 사전 모의는 부인했다. ●“최우수 학생 답안지 보고 정답 고쳤다” 정군은 지난해 3월 미국에서 이 학교로 전입했으나 파문이 일자 지난 15일 자퇴했다. 정군의 아버지는 현직 부장 검사로 이번 사건으로 금품이 오고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학교 교장은 “유구무언이며, 너무 죄송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지난해 12월 24일과 25일 성적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리 작성 사실을 확인하고 재단에 사실을 알려 징계위에 회부토록 했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문제의 오 교사가 평소 ‘교장·교감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어서 교사들 사이에 징계처리가 제대로 될지 우려하는 분위기”라면서 “하지만 이렇게 공개된 이상 공정하게 처리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학생측은 부잣집이라 그런지 ‘자퇴하고 유학가면 된다.’는 식으로 쉽게 생각하더라.”고 전했다. 또다른 교사는 “문제의 학생이 외국생활을 오래 해 한국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 학생은 이번 사건과는 상관없이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 제보를 받은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측은 “지난 15일 인터넷으로 제보를 받았으나, 제보자의 신원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 “제보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정확하다는 점에서 학교 내부 인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 의원측은 제보내용을 이 학교 교사로부터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교조 한만중 대변인은 “한마디로 충격적인 내용”이라면서 “전교조 차원에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교단에 대한 불신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수 있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미국에서 공부하다 왔는데 학교에서 자꾸 때리고 해서 적응을 잘 못해 다시 미국으로 보내려고 자퇴시켰다.”고 말했다. 정씨는 “교사에게 답안을 대신 작성해 달라고 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 애는 이과에 갈 것이기 때문에 국사 점수 같은 것은 높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지난 11일 홈페이지로 제보를 받았지만 경위서는 17일에야 넘겨받았다. 게다가 사건이 크게 확대되자 18일 오후 뒤늦게 장학사를 학교에 파견하는 등 늑장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나길회 유지혜기자 kkirina@seoul.co.kr
  • 경제전문기자 출신 서정아씨 ‘여보!…‘ 출간

    “남편 월급으로 살림만 하다 보면 남의 돈 쓰는 것 같아 정작 나를 위해선 한 푼도 못씁니다.” 한 37세 주부의 이같은 고민은 불황 속에서 알뜰히 살림을 꾸려 가는 우리시대 전업주부들의 자화상이다. ‘여보! 재테크를 부탁해’(서정아 지음, 거름 펴냄)는 주부들을 향해 “자격지심을 벗어 던지라.”고 부추긴다. 경제 전문기자 출신인 지은이는 건실한 회사를 만들려면 기업에 CFO(최고재무관리사)가 필요하듯 가정에도 ‘전문 CFO’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돈 관리를 잘하는 엄마가 부잣집을 만든다는 것이다. # 충고1“쥐꼬리 월급 무시 말라” 아이가 생기고 생활비가 늘어나면 월급봉투는 늘 빈약하게만 느껴진다. 각종 세금에 국민연금, 공과금까지…. 또 신용카드는 왜 이리 많이 썼는지.TV나 잡지에서 연봉 1억원이 넘는 전문직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월급명세서는 슬그머니 책상서랍으로 처박아 두게 마련이다. 여기에서 지은이는 발상의 전환을 제안한다. 지은이는 “한달에 300만원을 받는 샐러리맨은 10억원을 은행에 넣고 매달 4%의 이자로 생활하는 자산가와 마찬가지다. 월급생활자가 최고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만큼 월급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서민이 재테크를 하기 위해선 우선 가지고 있는 돈을 신주단지 모시듯 귀하게 관리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말이다. # 충고2“기록만 할 바엔 가계부를 버려라” “가계부를 꼼꼼히 정리하다가도 이게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주부들에게 지은이는 “단순히 기록하는 데 만족하지 말고 차분하게 분석하고 통계를 내보라.”고 제안한다.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를 그려 보라는 것이다. 구멍가게 같은 살림을 하면서 웬 수선이냐고 흉볼 사람도 있겠지만 대차대조표 등은 각 가정의 재정상태를 한눈에 알아보는 척도가 된다. 공책 한 권에 볼펜이면 준비 끝. 집과 자동차 적금 등 자산은 한쪽에, 대출금과 할부금 카드 값 등 부채는 다른 쪽에 정리하면 그만이다. 같은 방법으로 월별로 현금흐름을 차분히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리 결과 월수입에서 부채가 30% 이상을 넘으면 ‘적신호’다. 정리한 자료를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복기해 보면 가정의 거시적인 소비패턴과 불필요한 지출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매일 가계부를 쓰는 것은 기본. 단 작심삼일이 안 되려면 “가계부는 일기 쓰듯 부담없고 편안한 마음으로 적으라.”고 조언한다. # 충고3“재테크 전 가족 합의가 먼저” 분석한 다음은 투자다. 지은이는 “투자를 위해 전체 월급의 20∼30%는 공과금 등 고정지출에 할애하고, 나머지의 30∼40%만으로 생활하라.”고 권한다. 이렇게 하면 월급의 40∼50%는 재테크 자금으로 확보할 수 있다. 소득이 뻔한 상황에서 소비규모를 정확하게 배분하지 못하면 투자는 남의 집 이야기일 뿐이다. 후반부에는 각종 채권과 주식, 금융권의 간접투자 상품, 내 집 마련 등의 노하우가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지은이는 “10년 안에 10억원을 모으겠다는 등의 가시적인 목표를 세우기 전에 돈을 모으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따져 보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미래를 위한 재테크가 현재를 고통과 인내의 연속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실성 있는 계획과 가족구성원의 동의가 함께 이뤄질 때 구성원 모두의 꿈을 이루는 행복한 재테크가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1만원.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씨줄날줄] 명문가/신연숙 수석논설위원

    돈, 권력, 도덕성. 도저히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이런 가치들을 대대손손 누린 집안이 있다면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어제 임명된 장하진 여성부장관의 집안 내력이 이런 점에서 화제가 됐다. 만석꾼에 독립운동가, 장관·국회의원, 공기업사장, 교수, 의사까지 시대를 통하여 선망받는 직군의 인물은 모두 다 있다. 명문가로서 손색이 없다. 결혼 컨설팅업체들이 영업상 분류한 명문가 기준은 그 몰가치성으로 호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남성의 경우 재산 50억원 이상, 아버지 직업이 전문직 이상이거나 2급 공무원 이상, 본인은 연봉 1억원 이상의 전문직 혹은 5급 공무원 이상의 직업,172㎝ 이상의 키에 서울 중위권대 의예과 이상의 학력 중 3가지는 갖춰야 한단다. 그러나 명문가의 조건에는 부와 권력뿐만 아니라 도덕성, 우리나라식 표현으로는 ‘선비정신’이 필수적임은 양의 동서를 가릴 게 없다.300년 만석꾼으로 유명한 경주 최부잣집은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은 사람이 없게 한다.’는 철학을 지켰고 로마의 귀족들은 전쟁이 나면 최전선으로 달려가 피를 흘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말을 만들어냈다. 옛날에는 권세가나 학자, 부자들이 명문가의 직군이었으나 요즘은 작가, 예술가, 체육인, 연예인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사회가 꽉 짜일수록 당대에 자수성가를 할 수 있는 역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일까. 그래선지 명문가란 말은 부정적인 뉘앙스도 갖고 있다.‘출생’이라는 우연 하나로 훌륭한 교육과 지원에 힘입어 인생의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다는 것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불공평하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이 곧 신분세습의 수단이 돼가고 있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명문가 출신을 사시로 볼 필요는 없다. 이 사회가 재능과 노력도 없는 사람에게 호락호락한 곳도 아니고 명문가 특유의 도덕성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터주는 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 장관은 명문가 보도로 자신의 능력이 과소평가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심경을 밝혔다고 한다. 부디 이런 구설에는 신경쓰지 말고 더 많은 여성이 주류에 진입하여 새로운 명문가를 일으킬 수 있도록 정책개발에 혼신의 힘을 다하기 바란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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