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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28%만 “자식세대,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 무너지는 계층 사다리… 확산되는 ‘수저 계급론’

    국민 28%만 “자식세대,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 무너지는 계층 사다리… 확산되는 ‘수저 계급론’

    낙관적 전망, 10년 전보다 19%P 급감 48% VS 21%… 금수저·흙수저 격차도“내 자식만큼은 나보다 더 잘 살겠지….” 부모라면 누구나 갖고 있기 마련인 희망사항이다. ‘계층 상승의 사다리’는 개인에게는 당장의 고된 삶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자 사회가 건강하게 굴러 돌아갈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본 이들이 10년 전 절반 수준에서 지금은 4분의1가량으로 쪼그라들었다. ‘개천용’에 대한 희망이 줄어든 자리를 체념이 채우는 사회적 병리 현상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통계청은 25일 이런 내용의 ‘2019 사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복지·사회참여 등 10개 사회 지표를 5개씩 나눠 2년 주기로 조사한다. ‘자식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중은 28.9%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 조사였던 2017년(29.5%)보다 0.6% 포인트 하락했다. 2009년 48.3% 대비 19.4% 포인트 급감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식 세대에 대물림된다는 ‘수저 계급론’이 확산된 결과로 보인다. ‘본인 세대에서 계층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본 비중은 2년 전과 동일한 22.7%를 기록했지만 10년 전(37.6%)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금수저’일수록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 반면 ‘흙수저’일수록 비관적으로 여기는 비율이 높았다. 스스로 ‘상층’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 48.6%는 ‘자녀 세대에서 계층 상승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반면 이 비율은 ‘중층’에선 33.1%, ‘하층’에서는 21.5%로 급락했다. 이런 추세는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 등으로 자산 격차가 커지는 동시에 소득 격차도 더욱 벌어지면서 자포자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실제로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을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3분기 기준으로 2015년 4.46배에서 올해 5.37배로 벌어졌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계층별 격차가 벌어질수록 계층 간 이동도 어려워진다”면서 “교육 기회와 재정의 재분배 기능 확대 등으로 소득을 재분배하려는 노력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생활 여건이 좋아졌다’는 응답은 48.6%로, 2017년(41.1%)보다 7.5% 포인트 높아졌다. ‘사회보장제도가 좋아졌다’는 응답이 2년 전 45.9%에서 올해 60.8%로 크게 늘었다.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복지정책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최근 경기 부진을 반영하듯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내년에 가구의 재정 상태가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이는 22.2%로, 2년 전보다 2.8% 포인트 증가했다. ‘좋아질 것’이란 응답은 23.4%로 3.1% 포인트 줄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우선하는 인식도 강화되는 추세다. ‘일을 우선한다’는 응답 비중은 42.1%로 2년 전 조사(43.1%)보다 1.0% 포인트 낮아졌다. ‘가정을 우선한다’는 비율도 13.7%로 0.2% 포인트 줄었다. 반면 ‘둘 다 비슷하다’는 답변 비중은 44.2%로 1.3% 포인트 상승해 ‘워라밸’을 선호하는 이들이 ‘일을 우선한다’는 이들보다 처음으로 많아졌다. 이 밖에 올해 처음 조사한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도 항목에서 ‘우리 사회에 대해 믿을 수 없다’고 응답한 이들이 50.9%로, ‘믿을 수 있다’는 응답(49.1%)을 소폭 상회했다. 불신 풍조가 그만큼 만연해 있다는 뜻이다. 서울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어떤 내용 담기나…쟁점 세가지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어떤 내용 담기나…쟁점 세가지

    교육부 28일 ‘교육 공정성 강화 방안’ 발표서울 주요대학 정시, 30% ‘이상’에 방점이나 대상·비율은 미지수학종, ‘비교과’ 폐지 놓고 교육계 갑론을박교육부가 28일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확대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선 등을 포함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다. 학생·학부모의 학종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을 끌어안기 위한 방안이지만, 공교육 정상화와 대입제도의 안정성을 요구하는 교육계의 목소리도 외면하기 어려운 탓에 개편안 설계에 교육부의 고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1년간의 공론화와 정책 숙려제 끝에 ‘정시 30% 룰(대학의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상향)’과 학종 개선안을 마련한 것과 달리, 올해는 불과 2주간의 학종 실태조사와 당정청 협의, 시도교육감 및 대학과의 조율 등만으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해 일정도 촉박하다. 당장의 정책적 효과를 위해 현 고1이 치르는 2022년도 대입부터 적용될 가능성도 커 교육부가 큰 틀의 개선안을 내놓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쟁점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이른바 ‘서울 주요 대학’ 15곳의 정시 비율을 어느 선까지 확대할 것인지다. 이들 대학의 2021년도 정시 비율은 27%선이다. 2022년도 대입에서는 이를 30%로 확대해야 하는데, 수시모집에서 이월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정시가 35% 선으로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이 중 서울대는 정시 비율을 30.3%로 예고한 상태다. 서강대(33.2%), 건국대(34.4%) 등은 비교적 정시 비율이 높은 편이나 고려대(18.4%), 경희대(25.2%) 등은 ‘30% 룰’에 맞추기 위해 정시 비율을 5~10%포인트가량 높여야 한다. 교육부는 “학종 쏠림이 과도한 대학에 대해 전형 간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시 30% ‘이상’에 방점을 찍어 소폭 확대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서울대와 고려대, 경희대 등은 ‘핀셋 조정’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나 서강대와 건국대 등 이미 30%를 훌쩍 넘긴 대학에도 정시 확대를 유도할지는 미지수다. 또 전형 간 비율은 대학의 자율 사항인 만큼, 정부가 어떤 정책 수단을 통해 정시 확대를 유도할지도 관건이다. 대학 재정지원사업 중 하나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정시 확대를 유도해왔지만, 정시를 늘리는 대학이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아 다른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다. 학종 공정성 강화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학생부의 비교과 영역을 폐지할지 여부다.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이뤄지는 자율활동과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과 더불어 교내대회 수상, 독서활동 등의 영역에 대해 학생부 기재를 축소하거나 대입에 반영되는 요소를 줄여나가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른바 ‘비교과’라 불리는 이들 영역은 부모나 사교육이 개입하거나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봉사활동 등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활동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등의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2015 개정교육과정과 2025년 본격 시행될 고교학점제가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교육과정 다양화를 추구하는 만큼, 학생들이 진로를 탐색하고 그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며, 이를 교과 관련 동아리와 독서 등 다양한 활동으로 확장하는 흐름을 위축시켜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들은 교과 성적 뿐 아니라 학생들의 인성과 자기주도 역량 등 다양한 역량을 평가한다는 학종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반발한다. 이들 비교과 활동을 최대한 학교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고 교사들 간 학생부 기재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도 요구된다. 정시 확대가 강남 등 사교육이 활발한 ‘교육특구’에 유리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만큼 농어촌 지역과 저소득층 등 사교육 소외 계층을 배려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교육부는 현재 전국 4년제 대학에서 11%, 수도권 대학은 10%가 채 되지 않는 기회균형선발전형 비율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정부의 공약은 이를 20%까지 확대하는 것이었다. 교육부는 기회균형선발전형 비율을 고등교육법에 명시하는 방안과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기회균형선발전형 확대를 유도하는 방안 중에서 고심하고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유은혜 만난 학부모들 “학생 부담 줄여야” “학종 불신 개선 필요”

    유은혜 만난 학부모들 “학생 부담 줄여야” “학종 불신 개선 필요”

    “정시가 확대되면 대입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겠지만, 내신과 수능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해 주세요.” “학교 수업이 문제풀이 위주로 획일화되고 학생들이 선행학습으로 내몰리지 않을까요? 22일 세종시의 한 카페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만난 학부모들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서울 주요대학 정시 확대 등을 둘러싸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교육부 학부모 정책 모니터단으로 활동하는 1000여명 중에서 섭외됐으며 중학생 학부모 7명, 고등학생 학부모 3명이 참석했다. 정시 확대에 대한 찬반 의견은 엇갈렸지만, 교육부의 ‘갈지자’ 대입정책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불안감을 토로했다.유 부총리는 이날 인사말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크기 때문에, 학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학종 쏠림이 컸던 대학에 대해서는 전형 간 비율을 어떻게 균형 있게 조정할지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고교 서열화 해소와 대입 개편은 우리 사회의 학벌 위주의 체계를 바꾸려는 것”이라면서 “노동 시장이나 임금 구조까지 연관된 문제를 개혁하려면 시간이 걸려도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학부모들은 대입제도의 문제점들을 공유하고 개선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정시 확대에 대해서는 내신과 수능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와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한편 학종에 대해서는 “학교의 성적 몰아주기 관행과 학생부 기재에 대한 불신을 개선해달라”, “대학들이 평가 과정과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교사 간 기재 격차를 줄이고 교사들의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또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정시 확대 국면에서도 교육과정 다양화는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교원의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와 대학 서열화 해소에 대한 주문도 제기됐다. 궁극적으로는 “교육부나 교육청 차원의 정책설명회를 확대해 대입 개편안 등 교육제도의 변화를 학생·학부모에게 충분히 알려줘야 한다”는 데 학부모들은 입을 모았다. 유 부총리는 “최근 대입의 불공정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에 부총리로서 책임을 느낀다”면서 “학부모님들의 의견을 교육정책에 반영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르면 이달 말 주요 대학 정시 확대와 학종 개선 등을 포함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계급을 묻는 질문 “어디 사세요?”

    계급을 묻는 질문 “어디 사세요?”

    2007년 12월 19일 치러진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 선거는 ‘국민성공시대’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530만표가 넘는 득표 차이를 보이며 당선됐다. 당시는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한 카드사 광고 카피가 각종 패러디를 낳으며 인기를 얻었고, 이에 앞서 한 건설사는 아파트 광고를 내면서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라며 대중의 소유 욕구와 인정 욕구, 과시 욕구를 자극했다. 국민성공시대를 외치며 대통령 당선에 성공한 전직 대통령이 뇌물과 횡령 등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2019년 대한민국. 초등학생 사이에서는 ‘월거지’, ‘빌거’, ‘휴거’ 등의 뜻 모를 말이 쓰인다고 한다. 모두 주거 형태에 ‘거지’를 붙여 줄인 말이다. 소위 비싼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낮잡아 부르는 차별적 표현이라고 한다. 오직 부의 축적만이 시대정신이었던 시기를 건너오면서 이제는 아이들까지 돈을 기준으로 자신의 ‘계급’을 확인하고, 서로 구분 짓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학자 하시모토 겐지의 신간 ‘계급도시: 격차가 거리를 침식한다’는 우리 사회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가진다. 경제 격차와 소득 격차, 성별 격차, 세대 격차 등 ‘격차’를 한 사회의 불평등한 정도로 보는 저자는 이런 격차가 부촌과 빈민가처럼 공간적으로 고착화한 도시를 ‘계급도시’라고 정의한다. 스미다가와강을 기준으로 고소득 자본가 계급이나 기업 관리직군에 해당하는 신중간계급이 거주하는 서쪽 야마노테 지구와 자영업자와 노동자 계급이 주로 거주하는 동쪽 시타마치 지구로 나뉘는 도쿄가 대표적인 계급도시에 해당한다. 한강을 기준으로 북쪽과 남쪽으로 공간이 분리되고, 소득과 교육, 문화 등이 강남 지역에 집중된 서울과도 판박이다. 이는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한강의 북쪽 고지대에서 남쪽을 바라보니 바로 눈앞에 오래된 작은 집이 펼쳐지고, 강 건너편에는 고층 아파트가 늘어서 마치 숲을 보는 듯했다.” 저자의 기억 속 10년 전 서울의 모습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작은 회사 다니면 워라밸도 없나요” 누더기 주 52시간법… 서러운 中企

    “작은 회사 다니면 워라밸도 없나요” 누더기 주 52시간법… 서러운 中企

    양대노총 “정부가 노동 시간 단축 포기” 노조 없는 소규모 사업장에 악용 우려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주 52시간제가 시행 1년 반 만에 각계의 이해관계 속에 누더기가 되면서 법의 사각지대에 남은 중소기업 노동자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애초 50~299인 사업장은 내년부터 52시간제가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정부는 최근 “탄력근로제 확대 등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통과되지 않으면 9개월 이상의 계도기간을 주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도입을 미루겠다는 얘기다. 대기업 노동자만 휴식권을 보장해 노동시간조차 양극화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소기업 직장인들에게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다른 나라 이야기다. 직장인 최모(31)씨는 “52시간제 법 적용 대상이 아닌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어 변화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며 “사무직, 영업직 등은 제대로 출퇴근 시간 관리가 되지 않아 야근을 해도 초과근무수당조차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본급이 적은 탓에 야근·특근수당으로 버티는 제조업 노동자는 업무시간이 일괄적으로 줄어드는 건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강화된 노동시간제의 보호막에서 아예 빼 버리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김포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33)씨는 “돈을 생각하면 무조건 반길 일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오래 일을 시켜도 상관없다는 식의 정책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도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포기했다”며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법 시행 때부터 작은 규모의 사업장에는 법 적용 시점을 늦춰 이미 충분한 준비 기간을 줬는데도 계획 없이 있다가 “다시 유예해 달라”고 요청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노동시간이 가장 긴 곳은 100~299인 사업장이다. 초과근무가 월평균 18.9시간으로 5인 이상 사업장 평균(11.8시간)보다도 7.1시간이나 길다. 아울러 정부가 예외적으로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를 포함한 것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별연장근로를 하려면 노동자가 동의해야 하는데 노조가 없는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사업주의 의지에 따라 ‘억지 동의’를 얻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노조 조직률은 지난해 기준 10.7%지만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이 57.3%, 100~299명이 14.9%, 30~99명이 3.5%, 30명 미만은 0.2%로 격차가 크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디지털 정부·시민역량 강화·데이터고속도로 ‘3대 어젠다’ 총력”

    “디지털 정부·시민역량 강화·데이터고속도로 ‘3대 어젠다’ 총력”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원장이 3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해 4월 문 원장은 “국가 미래비전에 대한 답을 찾자”고 취임 일성을 밝히고 ‘데이터 경제’ 활성화에 힘써 왔다. 남은 1년 반. 그는 무엇을 목표로 잡았을까. 문 원장은 19일 NIA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역량을 디지털 정부 혁신을 통해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겠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 혁신 중에 대표적인 혁신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원장은 벤처 1세대로 분류되는 전문가로 나우콤(현 아프리카TV)을 창립해 20년간 정보기술(IT) 업계에 몸담았다. 취임 전에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을 맡았다. 다음은 일문일답.-NIA는 어떤 기관인가. “NIA는 정보화의 개념조차 생소했던 1987년 설립됐다. 부처가 정책 수립의 최종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지만 아무래도 전문성은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가 국가 정보화 수립을 지원하고 주요 정책 실행을 담당한다. 실행 전담 기관이자 정보화 싱크탱크라고 보면 된다. 정부가 2000년 수립한 ‘1000만명 정보화 교육 추진계획’을 실행하는 데 기여했고, 모두 알다시피 현재 대한민국은 국민이 인터넷을 가장 잘 쓰는 나라가 됐다. 앞으로는 3대 어젠다인 디지털 정부, 디지털 시민 역량 강화, 데이터 고속도로를 위해 열심히 뛰려고 한다.” -3대 어젠다를 좀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현시점에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책 세 가지를 말한다. 디지털 정부는 정부 업무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적용해 ‘똑똑하고 스마트한 정부’가 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민역량 강화는 말 그대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전 국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힘쓰겠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고속도로는 미래에 ‘데이터를 얼마나 잘 생산해 축적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위상이 바뀔 것을 대비해 준비 중인 인프라를 일컫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8월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면서 동시에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다루는 나라가 되고자 한다. 산업화 시대 경부고속도로처럼 데이터 경제 시대를 맞아 데이터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3대 어젠다는 빈틈없이 챙기려고 한다.”-먼저 디지털 정부에 관해 묻고 싶다. 정부가 지난달 혁신안을 발표했는데. “관련 부처인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통부 등과 지난 6개월간과 수십 번 회의를 하고 논의한 안이다. NIA는 사실상 디지털 정부 전담 기관으로 설립 이후부터 지난 30여년간 디지털 정부로 나아가는 데 뒷받침 역할을 했다. 많은 시간 지켜보니 디지털 정부의 한계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통찰력이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큰 방향에서 정부를 업그레이드할 필요를 느꼈다.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디지털 정부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방향을 제시한 안이라고 보면 된다.” -국민은 생활 속에서 혁신안을 어떻게 체감할 수 있나. “예를 들어 보겠다. 지금 정부의 초등학생 돌봄 서비스는 교육부가 운영하는 ‘초등돌봄교실’, 보건복지부의 지역 기반 ‘다함께돌봄’과 취약계층 대상 ‘지역아동센터’, 여성가족부 소관인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등이 있다. 문제는 모두 돌봄 서비스지만 부처마다 서비스를 단절적으로 제공해 학부모들이 상당히 불편을 겪었다. 각 부처 홈페이지에서 관련 정보를 일일이 찾아보고, 온라인으로는 이용 신청이 어려워 돌봄시설을 직접 방문하는 식이다. 관련 서류도 따로 제출했다. 그런데 이제는 돌봄 서비스 4종의 정보를 행정서비스 포털 ‘정부24’(www.gov.kr)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자증명서 발급도 늘린다. 연말부터 주민등록 등·초본을 전자증명서로 시범 발급한다. 내년에는 가족관계증명서·토지대장·건축물대장 등으로 늘리고 2021년까지 증명서·확인서 300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은행, 보험사 등 금융기관 앱에서도 각종 증명서를 전자증명서 형태로 내려받을 수 있게 한다.”-정보화가 진행될수록 디지털 소외 계층이 발생하는데 대책은. “교육을 통해 시민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자체 조사를 해보니 매년 저소득층, 장애인, 농어민, 노년층 등 취약계층의 정보화 수준이 향상돼 디지털 정보 격차는 점차 없어지고 있다. 하지만 노년층은 정보화 수준이 여전히 낮다. 노인들의 디지털 교육에 더욱 신경쓰는 이유다. 주변만 둘러봐도 어떠한가. 노인들이 키오스크(무인 전자정보 단말기)를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밥을 못 먹고, 코레일에서 승차권 예매를 못 하기도 하고, 요즘은 다들 모바일뱅킹으로 돈을 이체하는데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지 않나. 디지털 교육 중에서도 모바일 활용 교육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사회복지사가 독거노인들을 세심하게 신경쓰듯이 노인들의 디지털 교육을 책임지는 ‘디지털복지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5000만 국민이 디지털 세상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단체 대화방에서 집단 따돌림을 하는 사이버 불링이나 악플 등 일반 국민의 디지털 교양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대책은.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데 공감한다. 댓글 때문에 사람들이 자살을 하고 문제가 많다. 인터넷 윤리 교육으로 국민의 디지털 교양을 키워 주고 잘못된 부분을 강조해 윤리의식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사회적 혼란을 막을 수 있고, 문 대통령이 강조한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도 실현 가능하다. 정부가 국정 과제로 2020년까지 100만명에게 윤리교육을 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지난 3년간(2017~2019년) 47만여명을 교육했다. 이 밖에 전국에 스마트쉼센터 18곳을 만들어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에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교육과 관련된 부처가 여성가족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10여개에 달하니까 정책을 추진하는 데 단절되고 어려움이 많다.” -데이터 경제 분야는 올해 활성화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들었다. “맞다. 올해부터 3년간 1516억원을 투입해 환경, 통신, 금융, 교통 분야의 빅데이터 플랫폼 10곳과 빅데이터센터 100곳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 5월 10개 플랫폼과 72개 센터를 1차 선정했다. 빅데이터 센터는 공공과 민간이 협업해 데이터를 생산·구축하고, 플랫폼은 이를 수집·분석·유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의 전수조사도 진행했다.” -최근 정보 혁신 기술 성장이 다소 정체됐다는 비판도 있다. 이유가 뭔가. “김대중 대통령 시절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전자정부가 본격화됐다. 1000만 정보화 교육도 5년 계획을 세웠지만 3년 만에 끝냈다. 참여정부까지 이런 기조가 유지됐는데 보수 정부에서 등한시된 측면이 있다. 정보통신부가 이명박 정부에서 없어진 게 대표적이다. 이것 외에도 정보통신 인프라 등 기반·자원은 잘 갖춰져 있으나 제도나 연구개발, 기업 연구역량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혁신 기술의 확산이 정체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 “빅데이터 플랫폼과 센터에서 생산·수집되는 데이터에 대한 표준화와 유통·거래 체계를 다음달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디지털 정부와 관련해서는 대통령 비서실에 설치될 예정인 디지털정부혁신기획단을 잘 도와 국민을 위한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포용과 관련해 ‘디지털 시민역량 강화에 관한 법’(가칭)을 제정할 생각이다. 법안에는 디지털 시민역량 교육 기회 보장, 국가의 책임 등 기본원칙, 범국가 추진 체계 및 교육 인프라 확보 등을 명시화해 제도적인 토대를 마련하고 싶다. 재차 강조하지만 3대 어젠다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디지털 포용국가, 혁신국가를 조기에 구축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다주택자 7만 가구 늘어… 집주인 상위 10% 주택가격 1억 껑충

    다주택자 7만 가구 늘어… 집주인 상위 10% 주택가격 1억 껑충

    LTV 제한·양도세 중과 등 강력 규제 불구 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 땐 ‘살길’ 열어줘 “정권 초기 어설픈 대책이 시장 불안 원인”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정부는 출범 3개월 만에 ‘8·2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된 다주택자를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듬해 전국의 다주택 가구는 7만 가구 늘었고, 주택 소유 가구 상위 10%가 보유한 주택가격은 1억원 가까이 뛰었다. 일각에서는 정부 출범 초기에 나온 어설픈 대책이 지금까지 서울 주택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주택소유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주택을 소유한 가구수는 1123만 4000가구로 전년(1100만 가구)보다 23만 4000가구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전국 다주택 가구 역시 308만 1000가구로 2017년보다 7만 가구 증가했다. 정부 규제에도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는 가구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서울은 외지인 보유 주택이 38만 4000가구로 1년 새 9000가구나 늘었다. 그 결과 주택을 소유한 가구 상위 10%의 주택자산가액은 2017년 한국감정원 공시가격 기준으로 평균 8억 8100만원에서 지난해 9억 7700만원으로 9600만원 뛰었다. 반면 하위 10%의 평균 주택자산가액은 2500만원에서 2600만원으로 1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주택 소유 상하위 10% 간 주택자산가액 격차는 2015년 33.77배, 2016년 33.79배, 2017년 35.24배, 지난해 37.58배로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다주택 가구가 늘고 집값이 상승한 것은 역설적으로 정부의 8·2 대책 때문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당시 정부는 서울 25개 자치구를 투기과열지구로 묶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40%로 제한했다. 또 2018년 4월부터 다주택자가 집을 매도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10~20% 포인트 중과세하는 등 역대급 규제를 내놓는 동시에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살길’을 열어 줬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고,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에도 혜택을 줬다”면서 “이런 조치들이 다주택자가 1년 만에 7만 가구나 늘어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의 외지인 보유 주택이 증가한 것도 부동산 정책 실패에 기인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집을 여러 채 가진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실질적으로 강화된 것은 지난해 ‘9·13 부동산 종합대책’부터이며, 8·2 대책 당시에는 임대사업 등록을 장려하면서 혜택을 유지했기 때문에 지방에서 원정 투자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일자리·복지 대책은요?” 文대통령에게 묻습니다

    “일자리·복지 대책은요?” 文대통령에게 묻습니다

    청년층 관심, 취업·주거·최저임금 노년층은 복지·노인 일자리 초점 “경제 질문 최다… 세대별 불만 요약 맞춤 대책·목소리 듣는 통로 마련을”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국민과의 대화를 갖는다.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이번 행사는 문 대통령이 국민들의 질문에 직접 답하며 소통하는 자리다. 서울신문은 서울 종로와 노량진 일대에서 20대와 60대 이상을 중심으로 청년과 노인층 20명을 만나 대통령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을 미리 들어봤다. 질문은 일자리, 경제, 집과 같은 먹고사는 문제로 귀결됐다. 특히 두 세대가 공통적으로 가장 빈번하게 언급한 단어는 ‘일자리’였다. 두 세대는 최근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국정 운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비율이 유독 높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 포인트)에서도 60대 이상, 20대, 50대는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섰다. ●“안정된 일자리· 청년 주거 가장 궁금” 20대가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일자리와 주거 대책이었다. 서울의 한 어학원에 다니는 김요선(29)씨는 2년간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결혼을 준비하기 전부터 걱정이 앞선다. 작은 피트니스센터에서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다 열악한 처우 때문에 이직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김씨는 “신혼집 준비가 가장 막막하다. 행복주택 등을 알아봤지만 경쟁률이 너무 치열하고 조건이 까다롭다”면서 “신혼부부와 청년을 위한 주거를 더 확대할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장준혁(23)씨는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아 아쉽다”며 “2년 후에는 취업해야 하는데 걱정이 크다”고 했다. 국내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할 것 같아 해외 취업을 목표로 일본어를 공부하는 그는 “안정적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대통령의 계획이 궁금하다”고 했다. 이직을 준비 중인 홍모(37)씨는 “채용 공고 자체가 줄어든 것을 느낀다. 일자리가 없으니 서민이 더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면서 “경제 문제를 잘 풀어야 사회 통합도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홍씨는 대통령에게 빈부격차와 사회 갈등을 줄여 나갈 방안이 무엇인지 물었다.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 일자리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어드는 현실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오모(25)씨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최저임금이 해를 거듭해 오르면서 사장님 눈치가 많이 보였다”며 “결국 가게가 어려워지며 그만두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영업자들은 물론 아르바이트생도 일자리가 없다고 호소하는데 이 딜레마를 풀 대책이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빈곤층 위한 복지, 경제 살릴 대책은?” 60대 이상 시민들도 주 관심사는 일자리 대책이었다. 박모(72)씨는 “56세에 은퇴했는데 나이가 드니 도저히 먹고살 게 없다”면서 “아직 건강해서 일을 할 수 있는데 일자리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경제를 어떻게 살릴지,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지 묻고 싶다”고 했다. 사업을 접은 후 실업급여로 생활하는 나모(73)씨는 “다른 복지 서비스도 많다고 하는데 겪어 본 적이 없다. 홍보도 잘 안 되는 것 같다”면서 “대통령이 나라 경제를 어떻게 살릴지 가장 궁금하다”고 했다. 자영업자 채남선(65)씨는 “이번 정부에서 경제가 나아지리라는 기대가 컸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며 “주 52시간제만 해도 직원 3~4명 쓰는 회사에서는 지키기가 어렵다. 경제의 중심인 중소기업을 살릴 정책 방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인 복지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원덕(75)씨는 “젊은 시절 건설 현장에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기초연금 20만원에 국민연금 18만원 받는 게 수입의 전부”라며 “복지 정책이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는 “‘성북동 네 모녀’도 행정이 조건만 따지다가 어려운 이웃이 불행하게 죽은 사건 아닌가. 낮은 자세에서 국민을 세심히 챙길 수 있는 대책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취합한 질문을 분석한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온 것은 각 세대가 처한 상황에서 나오는 피로감과 불만이 요약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한 만큼 다양한 목소리를 상시적으로 듣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단독] 유은혜 “정시 확대는 학종 공정성 강화 과정서 전형 간 비율 조정하는 것”

    [단독] 유은혜 “정시 확대는 학종 공정성 강화 과정서 전형 간 비율 조정하는 것”

    “서울 주요 대학 ‘정시 확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정성 강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전형 간 비율 조정입니다. 지금 정부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입시 개선 방향은 학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교육시설공제회관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주요 대학의 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 확대는 고교학점제에 역행하거나 교육 현장이 혼란스러울 수 있는 정책 기조의 전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학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제도개선 과정에서 일부 대학에서 학종의 비중이 소폭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설명으로, “문재인 대통령과도 긴밀히 협의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와 교육부 간 ‘엇박자’ 논란을 일축한 것이다. ●“교육 현장 혼란 유발 정책 기조 전환 아니다” 교육과 입시가 ‘부의 대물림’의 통로가 되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져 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교육부는 교육 공정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교육제도 개편의 일환으로 교육부는 2025년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했다. 고교 유형에 따른 서열이 대입에까지 이어지면서 교육의 불공정성을 고착화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고교 교육의 ‘다양성 파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유 부총리는 “모든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고교학점제가 처음 적용되는 학생들(현 초등학교 4학년)이 치를 2028년도 대입제도에 대해서는 “현 정부 임기 내에 창의력과 협업 능력 등 학생들의 다양한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대입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또 일자리 문제와 임금 격차 등 교육제도 개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 전반의 불공정 구조는 사회부총리로서 관계부처들과의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청와대가 ‘정시 확대’를 지시하면서 ‘정시 확대는 없다’던 교육부가 말을 바꾼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정시 확대’를 직접 지시한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 등에서 드러나는 정시 확대 요구가 학종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판단에 따라 학종 공정성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청와대에 보고했고 시정연설(10월 22일) 전부터 대통령과 긴밀히 논의해 왔다. ‘교육부 패싱’이라는 오해가 있는데, 교육 정책, 특히 대입제도 개선은 청와대와 교육부의 협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학종을 비롯해 특기자전형이나 논술전형 등 수시전형에서 부모나 사교육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요소를 걷어내면 학종 비중이 높았던 대학들은 자연스레 전형 간 비율이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굳이 ‘정시 확대’라는 말을 강조해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와 교육부의 뜻이 다르다는 건 과도한 해석이다.” -하지만 ‘정시 확대’가 기정사실화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전국의 모든 대학이 정시 비율을 확대한다면 학교 현장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지금은 학종 쏠림이 심한 대학을 대상으로 고른기회전형과 지역균형전형 확대까지 포함해 전형 간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정책 방향이 전환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부는 학종의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에 집중하겠다고 일관되게 밝혀 왔다. 다만 학종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들의 요구도 일정 부분 수용해야 한다. 교육이 가고자 하는 방향 속에서 완벽하지 않더라도 제도적 보완책을 찾겠다는 것이다.” -2028년도에는 ‘미래형 대입제도’가 필요하다. 어떤 구상이 있는가.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상대평가는 불가능해진다. 수능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되며, 수시냐 정시냐 하는 논란도 넘어야 한다. 학생들은 토론·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창의력과 사고력, 협업 능력을 키우게 된다. 이 같은 역량을 어떻게 평가해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지에 대해 근본적인 출발점이 필요하다. 시도교육감과 국가교육회의, 교사와 학부모 등 다양한 교육 주체들과 논의를 시작해 이번 정부 임기 내에 기준과 합의의 선(線)을 만들 것이다.” ●“미래형 대입제도 정부 임기내 기준 만들 것”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해 ‘하향 평준화’, ‘다양성 파괴’라는 비판이 있다. “고교 서열화 해소와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는 2025년을 고교 교육을 미래형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으로 삼자는 취지다.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는 2025년 이후에도 선발 방식만 바뀔 뿐 학교 이름과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유지하며 고교 무상교육도 지원받게 된다. 외고 학비가 비싸 못 갔던 학생들도 외고에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학생 한 명 한 명이 미래 인재로 성장하도록 교육 선택권을 넓혀 줘야 한다. 고교 유형을 구분해 놓고 이른바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해 그들에게만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건 교육 과정 다양화가 아니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 교육 국정과제 중 대표적인 성과는 무엇인가. “정부의 교육 국정과제는 교육의 국가 책임을 높여 기회와 출발의 평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안정적인 유아학비 지원을 위해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국고지원을 확대했다. 교육의 출발선인 3~5세 유아교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취지였다. 사립유치원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유치원의 공공성 강화에 주력했고 많은 진전이 있었다. 내년 3월부터 모든 사립유치원에서 에듀파인을 도입하게 됐고 올해부터 모든 유치원이 처음학교로로 원아를 선발하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을 이번 2학기부터 부분 시행하게 돼 참여정부에서 중학교 의무교육이 시행된 뒤 고교 무상교육까지 이뤄낸 것도 큰 의미가 있다. 대학에서도 입학금이 폐지(2023년 전면 폐지)되고 국가장학금이 확대돼 대학생 3명 중 1명이 ‘반값등록금’의 수혜를 받고 있다. 앞으로도 출발선에서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유아기부터 중등교육, 대학교육, 직업교육과 평생교육까지 국가의 책임을 높이겠다.” ●“지자체·대학·기업 연결 혁신 플랫폼 구축” -대학 서열화 해소는 근본적인 해법이면서도 어려운 문제다. 이를 위한 국공립대 네트워크 구축은 국정과제에서 오히려 제외됐다. “지금의 고민은 학생들이 서울로 집중되는 현상 속에서 지역 균형발전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있다. 대학이 지역의 중심이 되도록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산업체를 연결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가칭)’ 사업을 내년에 3개 권역을 선정해 추진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기업, 필요하다면 특성화고까지 플랫폼으로 연결해 지역에서 필요한 산업의 인재를 지역 대학이 양성하고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것이다. 지역에서 성장한 학생들이 고등학교와 대학을 거쳐 그 지역의 산업에 준비된 인재가 된다. 성공모델을 만들면 학생들이 ‘인서울’을 목표로 하는 현실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중점 추진할 과제는 무엇인가. “일자리와 임금구조에서의 차별 등 사회 전반의 학벌 위주 체계를 변화시키는 게 중요한 과제다. 이는 사회 개혁이 동반되지 않으면 어렵다. 교육 제도만으로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것이다. 사회부총리로서 국회와 관련 부처들을 조율해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 또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와 맞물려 고등교육과 직업교육, 평생교육에 대한 역할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부처별로 나뉘어 있는 관련 정책을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통합해 나가고 있다.” 정리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정권 바뀌어도 자사고 전환 번복 없다”

    “정권 바뀌어도 자사고 전환 번복 없다”

    일부 대학만 정시 확대… 정책 기조 동일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일괄 전환에 대해 “차기 정부에서도 번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정시 모집 확대에 대해서는 “정시 확대로의 정책적 전환은 아니다”라면서 청와대와 교육부 간 ‘엇박자’ 논란에 선을 그었다. 유 부총리는 지난 11일 세종시 교육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외고·국제고·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2025년까지 5년 동안 일반고의 교육 역량을 높이는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면서 “정권이 바뀌어도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2022년으로 예정된 교육과정 전면 개편을 통해 고교학점제 기반을 마련하고 일반고 교육의 변화가 수반되면 “정권이 바뀌었다고 교육 현장의 변화를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는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괄 전환이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뤄지는 탓에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번복될 수 있다는 회의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정부는 교육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고교교육혁신추진단’(가칭)을 꾸릴 계획으로, 유 부총리는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은 장관이 중요한 과제로 직접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교 하향 평준화’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외고·국제고·자사고가 학교 이름과 특성화된 교육 과정을 그대로 운영하되 학생 선발 방식만 달라지는 것”이라면서 “모든 고교가 학생 요구에 맞춰 맞춤식 교육을 하도록 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정시 확대에 대해서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쏠림이 높은 서울 일부 대학에 대해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라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부의 대입 정책 기조가 정시 확대로 선회한 것이 아니라 일부 대학을 대상으로 한 ‘핀셋 조정’이라는 의미다. 유 부총리는 “학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일부 대학의 전형별 균형을 적절하게 맞출 것”이라면서 “고른기회전형과 지역균형선발 등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는 전형 비율도 높일 것”이라고 했다. 고교학점제를 처음 적용받는 현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치를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도 예고했다. 유 부총리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반영되는 대입제도가 필요하다”면서 “각 시도교육청,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과 2028학년도 대입의 내용과 형식, 체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단독] ‘부모 찬스’ 교육 불평등 국가 차원 조사 나선다

    [단독] ‘부모 찬스’ 교육 불평등 국가 차원 조사 나선다

    부모 직업·경제력이 미치는 영향 파악 사회계층 이동 가능성 연관성도 분석 내년 본격 조사… 상반기 중 결과 발표 이른바 ‘부모 찬스’로 인한 교육에서의 불평등과 불공정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교육부가 사회·경제적 배경이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실태를 파악하는 지표 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여영국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교육부는 ‘교육 공정성 지표’를 개발하기로 하고 의견수렴 등 준비 절차를 밟고 있다. 교육 공정성 지표는 부모의 직업과 경제력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교육에서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실태와 교육 불평등이 계층 이동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지표다. 교육부는 한국교육개발원(KEDI)을 주관기관으로 하고 보건사회연구원과 직업능력개발원 등 관련 기관들과 공동으로 지표를 개발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본격 조사에 나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분석 결과가 발표된다. 교육부가 지표 개발에 나선 것은 사회·경제적 배경이 교육 격차를 낳는 구조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지표가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 세계 만 15세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는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포함돼 있지만, 우리나라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는 이런 분석이 없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최근 ‘특권 대물림 교육 지표’를 개발하고 조사하는 방안을 법제화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교육 공정성 지표를 통해 개인의 역량 및 노력, 가구 소득, 부모 학력, 지역 등 사회·경제적 변인이 교육 기회와 교육 과정, 교육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방침이다. 사회·경제적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최소한으로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교육 기회), 모든 학생에게 질 높은 교육 환경이 제공되는지(교육 과정), 학업 성취도와 대학 입시 결과에 개인의 역량·노력과 사회적 배경이 각각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가 지표의 주요 내용이다. 또 이들 변인이 개인의 일자리와 소득으로 연결되는 실태를 분석해 사회·경제적 배경이 낳은 교육 불평등이 사회 계층 이동 가능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도 분석한다.교육부는 지표를 통해 교육 불평등 현황을 주기적으로 파악하고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에는 지표 개발을 위한 예산이 충분히 편성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여 의원은 지표 개발에 필요한 예산 1억 5000만원을 포함한 교육부의 사회정책 조정역량 강화사업에 총 10억원을 증액하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유료방송 시장, 이통3사 ‘삼국지’… 콘텐츠 경쟁 치열해진다

    유료방송 시장, 이통3사 ‘삼국지’… 콘텐츠 경쟁 치열해진다

    LG유플러스, CJ헬로 품으면 2위 껑충 SK브로드밴드, 티브로드 합병 땐 3위 독주하던 KT에 점유율 6~7%P차 추격 구식 케이블망에 대한 투자 확대 전망 소비자는 이통사서 할인받을 수 있어 결합 마무리되면 추가 인수 가능성도공정거래위원회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각각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이 들썩이게 됐다. KT 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이 압도적 ‘1강’으로 군림하던 유료방송 시장은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덩치를 키우면서 ‘3강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이 남아 있긴 하지만 ‘가장 큰 산’인 공정위를 통과하면서 인수합병의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다. 2018년 하반기 기준으로 유료방송 점유율 11.93%인 LG유플러스가 CJ헬로(12.61%)를 품게 되면 합산 점유율은 24.54%로 단숨에 시장 2위로 치고 올라가게 된다. SK브로드밴드(14.32%)도 티브로드(9.60%)와 합치면 점유율이 23.92%(3위)로 뛰어오른다. 1위 사업자인 KT 계열(31.07%)과 불과 6~7% 차이로 따라붙게 된다. 반면 유료방송 4위 사업자가 되는 딜라이브(6.29%)와 1~3위 업자들의 격차는 두 자릿수로 멀찍이 벌어진다. 인터넷TV(IPTV) 업체인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나 CJ헬로 인수에 열을 올리는 것은 유료방송 시장이 포화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새로 가입자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덩치를 키우려면 인수합병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케이블TV 시장은 2017년 11월에 가입자 수 1409만명을 기록하며 1422만명에 달한 IPTV에 역전을 당한 뒤 점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케이블 업체 입장에서는 IPTV 업체와 인수합병을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 가는 ‘출구 전략’을 짠 것이다. IPTV 업계에서도 인수합병이 완료되면 늘어나는 가입자를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티브로드나 CJ헬로를 이용하더라도 이동통신과의 결합 할인을 받을 수 없었는데 인수합병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이들도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를 통한 할인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구식 케이블망에 대한 투자와 정비가 이뤄질 수도 있다. 앞으로 과기부의 승인만 받으면 되는 LG유플러스는 빠르면 연내 인수가 완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합병 건이기 때문에 LG유플러스와 달리 과기부와 방통위 두 곳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SK브로드밴드는 내년 3월 1일을 합병 기일로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합 상품을 연내 출시하고 매장 영업에 대한 교육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기영 과기부 장관이 최근 “(정부 심사가) 많이 늦어지지 않도록 살펴보겠다”고 밝힌 만큼 이른 시간 내에 최종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절차가 마무리되면 추가적인 ‘인수합병 도미노’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벌써부터 점유율 4.81%인 CMB나 6.29%의 딜라이브를 눈독 들이는 회사가 있다는 말이 업계를 떠돌고 있다. 그렇게 되면 유선방송 업계의 ‘3강 체제’는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공정위가 인수합병을 할 때 부담감을 느낄 만한 조치(교차판매 금지 등)를 많이 취하지 않았다. 결국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면서 “공정위가 빗장을 풀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 인수합병에 대한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 날… “트럼프 이기주의 무너져야” 성토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 날… “트럼프 이기주의 무너져야” 성토

    獨대통령 ‘장벽 붕괴’ 외친 레이건 언급 “美, 존경받을 만한 동반자 돼야” 쓴소리 메르켈 “현재의 증오·차별의 벽 맞서야” 시민단체도 장벽 잔해 트럼프에게 보내 “美 고립주의 비판”… 백악관은 수령 거부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일인 9일(현지시간) 독일에서는 극단주의 부활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로 대표되는 국가 이기주의에 대한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가 함께 나왔다. 한 시민단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벽 잔해 일부를 보내 미 정부의 고립주의 정책을 비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장벽 인근 예배당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베를린 장벽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상기시킨다”면서 “전 유럽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장벽 붕괴 기념일은 행복한 순간의 기억이지만 한편으로 현재 마주한 증오와 인종차별, 반(反)유대주의에 맞서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다”고도 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날 발언은 최근 옛 동독지역을 중심으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급부상하는 등 극단적 정치세력의 부활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30년 전 장벽 붕괴는 냉전시대의 종식을 알렸지만, 동서 간 경제격차와 여전한 인종차별, 반이민 정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동서 지역에 상관없이 우리는 어떤 변명도 하지 말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우리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또 쥐트도이체차이퉁 인터뷰에서 옛 동독과 서독지역 간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격차를 해소하는 데 반세기가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기념식에서는 이례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가 나와 주목받았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이날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1987년 6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장벽을 무너뜨리자”고 연설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이 외침을 아직도 듣고 있다. 미국은 존경받을 만한 동반자가 되어야 하며 국가 이기주의를 거부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미국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역사를 언급하면서, 국경 장벽을 쌓는 등 자국 이기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정부에 자성을 촉구한 것이다. 독일 비영리단체 ‘열린사회 이니셔티브’는 무게 2.7t의 베를린 장벽 일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지만 미 백악관이 수령을 거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역시 미국의 고립주의를 비판하는 퍼포먼스였다. 한편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이날 대형 불꽃놀이와 연주회 등 기념축제가 열렸고 베를린에서는 이번 주에만 200여개의 축하행사가 진행됐다. 장벽의 잔해가 남아 있는 베르나우어 거리에서 열린 기념행사에는 폴란드·헝가리 등 각국 지도자들이 참가해 헌화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일반고 살리기, 대입제도 설계에 달렸다

    일반고 살리기, 대입제도 설계에 달렸다

    “다음주에 학부모 대상 입학설명회가 있어요. 주요 과목 위주 문제풀이 수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하는데 만약 ‘정시가 확대된다는데 대비가 되나요?’라는 질문이 나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네요.”(서울의 한 일반고 교장)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은 교육과정 다양화와 학업안전망 확충, 학교공간 혁신 등 이른바 고교학점제 도입을 통해 일반고의 교육 수준을 높이려는 정부의 실행 의지가 담겼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교원 확충과 평가 개선 등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고교학점제에 걸맞은 대입제도 변화도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생부의 ‘세특’(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기재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학생의 과목별 성취 수준이나 성장 과정을 서술형으로 기재하는 세특은 학부모들로부터 ‘상위권 학생들만 적어 준다’는 불만이 있어 왔다. 그러나 세특 기재의 의무화는 교사에 따른 기재 격차와 ‘부풀리기’ 등 부실 기재의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과목별로 ‘이해능력’ ‘소통능력’ 같은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A·B’나 ‘매우 우수·우수’ 등으로 기재할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사 인력이나 인프라의 부족으로 농산어촌이나 도서벽지의 소규모 학교는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학교 안에서 개설할 수 없는 소인수과목은 원거리 학교와 연계한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으로 해결하는 실정이다. 김선구 전남 함평학다리고 교장은 “농산어촌 학교에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건 사람”이라면서 “소인수과목을 개설하기 위해 필요한 순회교사와 강사 등 농산어촌 학교에 필요한 인력의 추산과 소요 예산, 목표치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인 서울 당곡고등학교 심중섭 교장은 “교육과정과 맞물리는 대입제도가 마련돼야 고교학점제가 겉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향력이 자격고사 수준으로 축소돼야 취지에 맞게 구현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를 뒷받침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과 2028년도 대입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나, 2022년도 대입부터는 서울 주요 대학 중심으로 정시 비율이 확대된다. 심 교장은 “2028년도 대입의 기본적인 방향이라도 빨리 제시해야 일반고가 흔들리지 않고 고교학점제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선거법 부의 한 달도 안 남았는데 협상 지지부진

    심상정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해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오는 27일 이후 국회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이지만, 여야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달 17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을 예정이지만, 선거법 개정안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선거구 획정 작업은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다. 선관위 관계자는 10일 “연말까지 지역구 수 등 선거구 획정 기준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 조속히 관련 법률을 확정해야 한다”고 했다. 역대 총선마다 선거구 획정 법정기한(선거일 1년 전)이 지켜진 전례는 드물다. 17대 총선 때는 선거를 37일, 18대는 47일, 19대는 44일, 20대는 42일을 각각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마쳤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정치 신인이 현역 의원보다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 상황은 반복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을 제안하며 현역 의원의 특혜를 줄이는 개혁을 주장했다. 심 대표는 지난 8일 ‘심금라이브’ 첫 유튜브 방송에서 “국회의원 연봉은 1억 5100만원, 한 달 1265만원꼴”이라며 “세비를 최저임금의 5배 이내로 하게 되면 390만~400만원 정도로 깎는 것이니 30% 삭감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부터 소득 격차를 줄이는 데 솔선수범한다는 의미에서 최저임금과 연동해 세비를 5배 이내로 하자”고 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조지연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기 위한 전형적인 꼼수에 불과하다”며 비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한중수교 설계자 덩샤오핑...김일성 두 번째 남침 야욕 꺾어

    한중수교 설계자 덩샤오핑...김일성 두 번째 남침 야욕 꺾어

    올해는 중화인민공화국(신중국) 건국 70주년과 한중 수교 27주년이다. 두 나라는 한국전쟁(1950~1953) 때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등 적대 관계를 유지하다가 1992년 수교한 뒤 세계 외교가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2016년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빙하기’를 맞았다. 중국을 둘러싼 한반도 주변 정세가 ‘역사적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이에 1970년대 미중 화해를 시작으로 20여년 뒤 한중수교가 이뤄지기까지 우리나라와 중국이 어떤 진통을 겪었는지 살펴보고 두 나라 관계의 미래도 함께 전망해보고자 한다. 전·현직 중국 주재 외교관·특파원 등이 만든 계간지 ‘한중저널’ 창간호(9월)의 내용을 중심으로 여러 문헌·자료를 요약 정리했다. ●“덩샤오핑 복귀 거대한 사건...한중 수교에도 큰 영향” 한중 수교의 산실이 되는 외교부 동북아2과는 1973년 신설됐다. 기존 동남아과 한 구석에서 별도의 출입문도 없이 셋방살이처럼 시작했다. 그럼에도 박정희 대통령은 중국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청와대로 중국의 정세와 지도자들에 대한 보고가 속속 올라갔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보고서는 덩샤오핑(1904~1997)의 복권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문화대혁명(1966~1976) 초기 베이징대에 반대 대자보가 붙자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각해 유배 생활을 했다. 그 때부터 줄기차게 마오쩌둥에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편지를 보내며 재기를 노렸다. “제 잘못을 인정하오니 부디 직접 만나뵙고 지시를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1967), “죽어라고 마오쩌둥 사상만 공부했다”(1969), “제 가장 큰 잘못은 마오쩌둥 사상이란 위대한 깃발을 높이 쳐들지 않은 것이다”(1972) 등 내용을 담았다. 결국 그는 고희(古稀)를 앞둔 1973년 2월 어렵사리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외교부 동북아2과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덩샤오핑의 복귀는 중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모르는 거대한 사건이다. 한중 수교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외교부의 전망은 꽤 정확했다고 볼 수 있다. 덩샤오핑이 중국 정치무대에 다시 등장한 1970년대만 해도 미국은 한중 교류를 권유하는 분위기였다. 지금이야 미국과 중국이 세계 패권을 두고 맞서는 라이벌 관계지만 그때만 해도 중국은 미국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다. 되레 미국은 중국의 국민소득을 높여 자연스레 서구화의 길을 택하도록 도우려고 했다. 중국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해 자유주의 진영을 위협할 대국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시각은 일본도 다르지 않았다. 이 시기 일본 정부개발원조(ODA)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은 국토가 너무 크고 지역간 편차도 심하다. 국가 전체가 균일하게 성장하기 어렵다”면서 “중국이 발전은 하겠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릴 것”으로 보고했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노선을 천명하지 않았다면 미일 두 나라의 예상은 맞아 떨어졌을 수도 있다.●덩샤오핑 “한국과 수교하면 해는 없고 이득만 두 가지” 중국이 긴 잠에서 깨어나 경제발전에 매진하던 1980년대만 해도 정치 상황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당 총서기였던 자오쯔양(1919~2005)과 후야오방(1915~1989)이 실각했고 개혁개방 방향을 둘러싼 논란도 컸다. 특히 경제성장이 본격화되면서 빈부격차가 커지자 덩샤오핑의 개방 노선을 두고 보수파 천윈(1905~1995)의 반대가 상당했다. 그가 혁명가 출신이다보니 덩샤오핑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덩샤오핑 당시 외교부장으로 한중 수교 때 중국 측 대표로 서명한 첸지천(1928~2017)은 회고록 ‘외교십기’에서 “수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온갖 반대파가 생겨났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중한수교에 대해 ‘무해양득’(손해는 하나도 없고 이득이 두 가지나 있다는 뜻)이라는 논리로 굽히지 않고 밀어 붙였다”고 적었다. 한국의 경제발전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고 한국과 대만의 외교 관계도 단절시킬 수 있어 1석2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덩샤오핑은 ‘한국과의 수교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식으로 페타콩플리(기정사실화)하며 반대파를 모두 설득했다. 덩샤오핑은 한중수교의 설계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中, 김일성 남침 지원 요청 거부...“北, 남한과 대화해야” 특히 그는 제 2의 한반도 전쟁을 막아내기도 했다. 미 우드로윌슨센터 북한국제문서연구사업(NKIDP) 프로젝트팀이 최근 발굴한 옛 공산권 국가의 비밀 외교전문에 따르면 1975년 4월 김일성 북한 국가주석은 급히 중국을 찾아갔다. 김 주석이 방중한 전후인 4월 17일과 30일에 캄보디아 프놈펜과 베트남 사이공이 공산반군에 함락됐다. 그는 인도차이나 공산혁명에 고무돼 남한에서 군사행동을 감행하고자 중국의 지원을 얻으려 했다. 앞에서는 남한과의 화해 분위기를 띄우는 듯 했지만 뒤로는 또 한 번 전쟁을 기획한 것 같다. 자칫 한반도에서 두 번째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베이징에 간 김 주석은 건강이 좋지 않았던 마오쩌둥(1893~1976) 주석과 저우언라이(1898~1976) 총리를 각각 한차례 면담했다. 자신이 원하던 답을 얻지 못한 그는 덩샤오핑 부주석과 19, 20, 21, 25일에 걸쳐 마라톤 담판을 벌였다. 덩 부주석은 “더 이상 한반도에서 군사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지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되레 그는 김 주석의 도발 의지를 만류하며 1971년 7·4 남북공동성명 채택으로 시작된 대화 분위기를 이어갈 것을 강조했다. 중국은 1976년 8월 북한이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을 벌였을 때도 유보적 반응을 보이며 김 주석을 편들어 주지 않았다. 수교 이전부터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美, 소득 불평등 심화...상위 1%의 자산, 중산층 40%를 넘어설 듯

    美, 소득 불평등 심화...상위 1%의 자산, 중산층 40%를 넘어설 듯

    미국의 소득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저금리 등으로 중산층 자산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상위 1%의 ‘슈퍼 리치들‘은 주식과 부동산 등으로 계속 부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통계를 분석한 결과 미 상위 1%인 슈퍼 리치의 자산 규모가 40% 중산층 계층의 자산 규모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상위 1% 슈퍼 리치들의 자산은 35조 5000억 달러(약 4경 1100조원)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자산순위 상위 10~50% 구간을 구성하는 40% 중산층의 자산 36조 9000달러에 거의 육박하는 규모다. 슈퍼 리치들은 주식·뮤추얼펀드 자산이 13조 3000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개인사업체 자산이 7조 6000억 달러에 달했다. 슈퍼 리치와 달리 중산층 자산은 주로 부동산(12조 2000억 달러)과 연금(11조 8000억 달러)이었다. 문제는 상위 1%와 중산층 40%의 자산 규모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 3분기, 상위 1% 자산은 19조 2000억 달러로 중산층(25조 8000억 달러)에 크게 못 미쳤지만, 10여 년 만에 그 격차가 대부분 사라진 셈이다. 그동안 상위 1% 슈퍼 리치의 자산이 가파르게 증가한 흐름을 고려하면 조만간 중산층 자산을 넘어설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특히 저금리가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킨 요인으로 지적됐다. 일반적인 중산층 가계의 이자 소득은 줄어든 반면, 저금리 속에 증시 랠리가 이어지면서 부유층의 자산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상위 1%는 미 기업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지난 10여 년간 주가 상승의 혜택은 대부분 상위 1%에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상위 1~10%를 구성하는 9% 부유층 자산은 42조 6000억 달러, 하위 50% 구간의 자산은 7조 5000억 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블룸버그는 “하위 50% 계층은 가계 부채 35.7%를 차지하고 있지만 자산 비중은 6.1%에 불과하다”며 부의 불평등 심화를 우려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서열 깨고 학점제 한다면서 정시 확대는 ‘모순’… 교실 대혼란

    서열 깨고 학점제 한다면서 정시 확대는 ‘모순’… 교실 대혼란

    외국어·국제학 등 교과 특성화학교 유도기존 일반고 여건 강화시켜 학점제 시행수능 영향력 줄인 대입 없인 정착 어려워文 방침처럼 정시 확대와 병행 땐 新서열정권 바뀌면 뒤집힐 수 있어 법제화 요구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을 통한 고교 서열화 해체는 고교 교육을 ‘수직적 다양화’에서 ‘수평적 다양화’로 전환하기 위한 대수술이다. 학교 간 칸막이를 허물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는 ‘고교학점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학교 간 격차 해소가 필수다. 그러나 정부의 ‘정시 확대’ 방침은 이 같은 구상과 엇박자라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정시 확대가 고교학점제의 안착을 가로막고 또 다른 고교 서열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초등 때부터 과도한 사교육 유발한 고교 서열 외고와 국제고·자사고는 일반고의 황폐화를 초래하고 고교 서열에 따른 교육 격차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교육부가 지난 5일 발표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13개 대학의 고교 유형별 합격률을 분석한 결과 학종과 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 모두 과학고·영재학교, 외고·국제고, 자사고, 일반고 순으로 높아 고교 서열이 대입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특히 서열화된 고교 체계가 초등학생 단계에서부터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고 경제력의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문제를 낳았다. 외고·국제고·자사고의 학부모 부담금은 일반고의 3배 이상이며 최대 연간 2800만원(강원 민족사관고)에 달했다. 또 ‘외국어·글로벌 인재 양성’과 ‘교육과정의 다양화’라는 설립 취지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교육부의 평가다. 고교학점제가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을 전제로 하는 만큼 고교 서열의 해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고교 서열은 내신 성취평가제 시행에 걸림돌로 여겨졌다. 교육부는 일반고로 전환된 외고·국제고·자사고가 고교 교육과정 다양화의 ‘허브’ 역할을 하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일반고로 전환된 뒤에도 학교명과 교육과정을 유지할 수 있으며 외국어나 국제학 등의 교과 특성화 학교로 운영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도에 일반고로 자진 전환된 부산국제외고로 ‘글로벌 창의융합’ 교과 특성화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고교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는 ‘고교학점제 선도지구’(가칭)를 구축하고 인근 특수목적고와 일반고로 전환된 특목·자사고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일반고로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다. 일반고로 전환된 학교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3년간 10억원을 지원해 안정적인 운영을 돕는다. 2025년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일반고의 교육 여건을 강화하는 정책도 내년부터 추진된다. 중학교 3학년 2학기와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를 ‘진로집중학기제’로 지정하고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맞춤형 교육과정 설계를 지원한다. 과학, 어학, 예술, 소프트웨어(SW) 등 교과 특성화학교를 확대하고 인근 학교와 대학, 지역사회를 연계하는 ‘공동교육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등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추진한다. 그 밖에 교원 역량 강화와 미래형 교실 구축 등 일반고 교육 여건 강화에 5년간 2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2024년 입학생까진 외고·국제고·자사고 인정 일반고로 전환된 외고·국제고·자사고와 전국단위 일반고는 각 시도교육청의 고입 기본계획에 따라 기존 일반고와 동일하게 학생을 선발한다. 예를 들어 평준화 지역에 있는 서울 대원외고는 ‘선 지원 후 추첨’ 방식으로 서울교육감이 학생들을 배정한다. 비평준화 지역에 위치한 민사고(강원)과 공주사대부고(공주)는 강원도 와 충남 전역에서 지원하면 학교장이 학생을 선발한다. 2024년도까지 이들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졸업 시까지 외고·국제고·자사고 학생으로 인정받는다.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일반고 전환 대상은 아니지만 지나친 고입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에 따라 선발방식이 개선된다. 영재학교 선발 과정에서 지필평가를 폐지하거나,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지원 시기를 통합해 중복지원을 막는 방안이 검토된다. 이 같은 구상은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학생들의 역량을 다각도로 평가하는 대입제도가 마련돼야 실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의 대입정책 기조가 정시 확대로 기울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박정근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장은 “정시 확대 발표 후 고교학점제를 도입한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왜 수능 대비를 안 해 주느냐’면서 불만을 토로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특목고 지위 잃어도 입시 명문고로 남을 수도 또 정시 확대는 외고와 국제고·자사고에 대한 선호도를 오히려 높일 수 있다. 수능 중심 교육에 최적화돼 있거나 그간의 입시 노하우가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또 외고·국제고·자사고 폐지와 정시 확대가 맞물리면 강남 등 ‘교육특구’로의 쏠림 현상도 예상된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시 중심의 입시 기조가 계속되고 내신의 위력이 지금처럼 강하면 강남이나 특목·자사고 쏠림 현상이 그리 폭발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이 40~50%대로 오르면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교학점제가 안착하지 못하고 정시 확대 기조가 계속될 경우 고교 평준화 이후 또 다른 고교 서열이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반고가 고교학점제를 위한 수업 혁신과 수능을 위한 문제풀이 수업 사이에서 혼선을 겪는 사이 기존의 외고·국제고·자사고가 명문고의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외고·국제고·자사고 폐지가 국회에서의 법 개정이 아닌 대통령령 개정에 달려 있어, 정권이 바뀌면 다시 시행령을 통해 이들 학교를 부활시키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교 서열화 해소 정책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고교학점제에 맞는 대대적인 대입제도 개편과 외고·국제고·자사고 폐지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게 교원단체들의 주장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명예기자가 간다] 혁신제품 절반만 사업화 성공… 年 123조 공공구매로 벤처 살린다

    [명예기자가 간다] 혁신제품 절반만 사업화 성공… 年 123조 공공구매로 벤처 살린다

    “아무도 폴더블폰을 사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혁신에 자발적으로 가치를 지불할 뿐이다.”최근 국내 대기업이 세계 최초로 출시한 접히는 스마트폰(폴더블폰)을 구매한 사람이 한 인터뷰 내용이다. 올해 가장 혁신 제품으로 평가받는 이 제품은 240만원대의 고가에, 디스플레이 결함 논란에도 중고폰조차 웃돈을 주고 살 정도로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8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나온 완성도 높은 제품에 대한 ‘얼리 어답터’의 적극적인 호응이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며 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이 같은 팬덤이 소수에만 해당돼 대부분의 창업·벤처기업은 혁신 제품을 개발해도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 10년간 정부의 중소기업 연구개발 지원을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사업화 성공률이 50.1%에 불과했다. 최근 정부가 창업·벤처기업의 적극적인 도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간 123조원에 달하는 공공 구매력을 활용키로 했다. 국내총생산(GDP)의 7%, 정부 총지출의 29%를 차지하는 공공조달은 규모와 확산 효과를 고려할 때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확실한 정책수단이다. 유럽연합(EU)·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혁신경제 구축, 사회적 가치 실현 등을 위해 공공조달을 적극 활용한다. 그동안 우리의 공공조달은 검증과 경쟁 위주의 구매결정으로 혁신기업 지원에 한계가 있었다.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제환경에서 정부의 촉진 역할이 필요하다. 조달청 창업·벤처기업의 공공조달 진입을 지원하기 위한 전용장터인 ‘벤처나라’ 개통에 이어 올해 혁신 시제품 시범구매 사업을 추진한다. 시범구매 사업은 감시정찰용 드론·지능형 교통신호 등 혁신성장 선도사업 제품과 소형 미세먼지 수거차,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취약계층의 안질환 진단을 위한 휴대용 안저카메라 등 국민 체감분야 제품 등 41개의 시제품을 선정했다. 이들 제품은 조달청이 구매한 후 공공기관에 공급해 테스트를 받는다. 우수 제품은 공공조달시장에 진입해 상용화 지원도 받는다. 창업·벤처기업이 시장에 나와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이 혁신적인 기술로 자라도록 하려면 안정적인 판매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 첫 구매를 정부가 아니면 누가 해줄 수 있을까. 초격차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선도시장 형성이 중요한 시기에 혁신 제품을 보유한 소규모 기업이 변화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다. 혁신 제품에 대한 얼리 어답터로 정부가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용훈 주무관 조달청 대변인실
  • 금수저 학종? 저소득층은 수능전형보다 학종이 유리

    서울 출신은 수능 38% 학종 27%로 역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과 달리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전형보다 학종에서 저소득층 학생이 더 많이 합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보다 학종에서 일반고 및 읍면 지역 출신 학생이 비교적 유리하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교육부가 5일 공개한 ‘학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서울대 등 13개 대학의 최근 4년간(2016~2019년도) 신입생 중 국가장학금 Ⅰ유형(소득연계) 수혜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 학종 신입생(35.1%)의 수혜율이 정시 신입생(25.0%)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등을 선발하는 기회균형전형 신입생을 제외하더라도 학종 신입생(30.8%)의 수혜율이 정시 신입생(24.6%)보다 6.2% 포인트 높았다. 이들 대학에 4년간 합격한 일반고 출신 학생들 중에서는 정시(32.1%)보다 학종(39.1%) 합격자의 비율이 많았다. 반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출신은 정시(48.2) 합격자의 비중이 절반 수준에 달하는 등 정시에서 강세를 보였다. 조사 대상 대학의 전형별 합격자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소재 고교 학생의 비중은 학종(27.4%)이 수능(37.8%)보다 낮은 반면, 읍면 지역 고교 학생은 정시(8.6%)보다 학종(15.0%)에서 비중이 높았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학종보다 정시의 입시 결과가 지역별·소득별·고교 유형별 격차를 드러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정시 전형에서 일반고 출신이 불리한지는 통계마다 다소 엇갈렸지만, 자사고는 학종보다 정시에 유리하다는 점이 여러 통계에서 일관되게 드러났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정시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의 방침과 엇박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일반고를 고려한다면 정시가 아닌 학생부교과전형을 늘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대원 실천교육교사모임 대변인은 “대학이 학종에서 일반고를 차별한다면서 학종보다 일반고에 더 불리한 정시를 확대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는지, 부모가 만든 ‘스펙’이 자녀의 합격으로 이어졌는지 여부는 추가 조사와 특별감사를 통해 밝혀내기로 했다. 2주간의 짧은 기간 동안 대학들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학생부 등의 기재 원칙을 강화해 부모의 영향력을 차단해야 한다는 개선점을 찾을 수 있지만 학종 비교과 전면 폐지나 정시 확대의 근거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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