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중저가 브랜드로 판매루트 세분화 불황 넘은 ‘마케팅’
국내 최대 화장품회사인 ㈜태평양이 극도의 내수침체 속에서도 경영실적과 주가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아름다운 비상’을 계속하고 있다.
주가는 7일 종가 22만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7월7일(12만 9500원)보다 69.9%가 뛰었다.시장점유율은 올 들어 더욱 높아졌다.
당초 태평양이 다른 업체들보다는 불황속 고전을 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고공비행을 할 줄은 몰랐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올 1분기 이익 19% 증가
태평양은 올 1·4분기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매출 3106억원에 영업이익 84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3.2%와 18.9% 증가했다.1분기 부문별 매출은 화장품 2259억원,생활용품 334억원,차(茶) 213억원 등이었다.
특히 화장품의 시장점유율은 2002년 28%에서 지난해 30.5%로 뛴 데 이어 올 1분기 31.4%로 급등했다.
태평양은 지난해에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프리미엄급 브랜드인 ‘설화수’와 ‘헤라’는 지난해 각각 2550억원과 26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2000억원 고지를 돌파한 것은 두 브랜드뿐이다.
특히 비용절감으로 수익구조가 대폭 개선돼 지난해 매출(1조 1198억원)은 전년대비 2.9% 증가했으나 순익은 38.8%나 늘었다.반면 지난해 화장품 2위 업체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80억원과 289억원 감소했다.
약세장 속에 주가도 꾸준한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지난해 3월 7000원대였던 주가는 지난달 20만원을 돌파했다.
현재 주가수익률(PER)은 13배로 6배 안팎인 삼성전자의 2배 수준이다.이 때문에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말도 나온다.
●부유층 상대 방문판매 등 유통의 승리
태평양의 선전은 수출비중이 1%에 불과한 전형적인 내수 주력업체라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특히 3000원짜리 초저가 화장품의 시장 확대에도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태평양 관계자는 “백화점,방문판매,전문점 등 다양한 판매채널을 통해 소득계층별로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불경기 속에서도 부유층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백화점은 값비싼 ‘설화수’와 ‘헤라’로,소득수준이 낮은 20대들이 찾는 전문점은 저렴한 ‘라네즈’로 공략했다.
태평양 마케팅부문 윤현철 부장은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대거 진출한 외국브랜드에 맞서 한국인의 감성과 이미지에 맞는 브랜드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이를 위해 설화수는 ‘한방’,헤라는 ‘명품’,아이오페는 ‘기능성’,라네즈는 ‘건강과 아름다움’ 등으로 마케팅을 특화시켰다.
삼성증권 한영아 소비재팀장은 “각 유통경로마다 장수 브랜드를 최소 한개씩 갖고 있는 것이 불경기 속에서도 선전한 비결”이라고 분석했다.실제로 태평양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방문판매 41%,전문점 22%,백화점 13%,할인점 6%로 분산돼 있다.반면 경쟁 A사는 전문점 43%,할인점 15%,백화점 9%이고 B사는 방문판매 80%,전문점 20%로 편중돼 있다.
SK증권 하태기 애널리스트는 “최근 중하위그룹 화장품 회사들의 구조조정이 태평양의 시장점유율을 더 확대한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분간 내수침체가 개선될 가능성이 적어 태평양의 성장성이 한계에 부딪쳤다는 분석도 나온다.태평양의 도약이 계속 이어질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