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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통과 새해 예산안 심층분석] TK 증액 예산 5600억… 포항으로 쏠림 심화

    증액 또는 새로 끼어든 SOC 예산은 단연 대구·경북(TK) 지역이 많았다. 5600억원 정도나 된다. 이 중에서 경북 포항의 굵직한 사업이 눈에 띈다. 포항~울산 복선전철 사업비 300억원, 포항~영일만신항 인입철도 건설비 100억원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안보다 늘어났다. 포항~영덕 고속도로 20억원, 포항~안동2국도 건설비 6억원 등은 상임위-예결위에서 정부안에 없던 예산이 신설됐다.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의 지역구이다. 고속도로사업 가운데 경북 영천~언양 고속도로 건설비 175억원, 경남 창녕~현풍 고속도로 사업비 50억원도 늘어났다. 자잘한 국도건설 도로사업 가운데 안동 와룡~법전, 구미~군위IC 도로건설 사업비 등도 끼어들었다. 경북 영양~평해, 군위 고로~우보, 예천 용궁~개포, 칠곡 병목지점 개선사업 등도 새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게 쐐기를 박았다. 호남권에서는 전남 목포가 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 수혜를 입은 지역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버티고 있는 곳으로 오송~광주 간 호남고속철도를 목포까지 연장하는 사업비가 정부안보다 250억원이나 증액됐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원권도 도로 분야에서 신규 사업과 증액 사업이 많았다. 평창올림픽 지원 고속도로IC 건설비를 비롯해 국도 건설 예산으로 횡성~안흥~방림, 영월 동강~학교, 평창 방림~장평, 정선~남면, 횡성 6호선 확·포장 공사비 등에 각각 5억~6억원의 예산이 확보돼 새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내륙지역에서는 경기 이천~경북 문경 철도 사업비 400억원 증액, 충남 천안~충북 청주공항 복선철도 100억원 증액, 경기 여주~강원 원주 철도건설비 15억원 신규 확보가 눈에 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국회 통과 새해 예산안 심층분석] 청주공항 건설비 188억 신설·영천~언양 고속道 175억 늘어

    [국회 통과 새해 예산안 심층분석] 청주공항 건설비 188억 신설·영천~언양 고속道 175억 늘어

    내년 정부예산을 놓고 말들이 많다. 정부안보다 증액된 것은 물론 국회 심의과정에서 신규로 끼어든 사업비도 수두룩하다.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도 그대로 드러났다. 지역구 예산을 늘리기 위해 일반 눈에 보이지 않는 예산이 애꿎게 희생됐다는 흔적도 역력하다. 분야별 예산을 자세히 뜯어본다. 내년 국토교통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가운데 증액된 사업은 모두 159개 사업, 증액 규모도 2679억원에 이른다. 이 중 정부안에 없던 신설 예산도 53개 사업, 897억원이나 된다. 정부안 확정 이후 발생한 보령댐 도수로 공사비 233억원을 빼더라도 664억원은 국토부도 모르는 ‘쪽지(끼워넣기) 예산’이다. 예산을 집행할 국토부는 상임위와 예결위를 거치면서 갑자기 생긴 예산에 대해 사업 내역을 짜야 한다. 사업 우선순위를 먼저 고민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이 확보된 뒤 이에 맞춰 사업을 추진해야 할 판이다. 청주국제공항 평행유도로 건설비 188억원짜리 공사는 정부안에는 없던 사업이다. 월곶~판교 복선전철 50억원, 포항~영덕 고속도로 건설(영일만횡단구간) 사업비 20억원, 평창올림픽 지원 IC개설 35억원, 국도30호선 태권도원 진입도로 도로명목지점 개선 사업비 30억원 등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튀어나온 예산이다. 신설된 예산 가운데는 2억~3억원짜리 사업도 많다. 일단 사업이 확정됐다는 것을 지역주민에게 알리는 홍보자료로 이용된다. ●보성~임성리 철도 건설비 2배 늘어 500억 당초 정부안보다 늘어난 예산도 많다. 영천~언양 고속도로 건설비는 정부안(733억원)보다 175억원이 늘어났다. 당진~천안 고속도로도 정부안(626억원)에 173억원이 순증했다. 광주~목포 호남고속철도 사업비는 정부안(550억원)에 250억원이 추가로 얹혀졌다. 보성~임성리 철도 건설비는 정부안보다 2배 늘어난 500억원이 됐다. 서해 복선전철 사업비는 500억원, 이천~문경 철도건설비 역시 400억원이 늘어났다. 인천도시철도2호선 건설비도 300억원이나 증가했다. 문제는 SOC 예산 증액, 신설 과정이 베일에 가려졌다는 데 있다. SOC 예산 정부안은 국토교통부가 얼개를 그린 뒤 사업 우선순위를 판단,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편성한다.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확보전은 평상시 열리는 국토위 상임위나 국정감사에서부터 시작된다. 각종 법안이나 정책 추진에 있어 을(乙)의 입장에 있는 부처로서 의원들의 요구를 뿌리칠 수 없고 소홀히 넘어갈 수도 없다. 정부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로 넘어가면 끼워넣기가 시작된다. 상임위원들을 중심으로 국토부를 압박하면서 지역 SOC 예산 확보에 나선다. 본인 지역구 사업은 물론 당내 실세 의원들의 요구를 대신 반영하는 쪽지 예산도 적지 않다. ●상임위·예결위 거치면서 끼워넣기 시작 하지만 상임위 심사는 예비 검토에 불과하다. SOC 예산 편성의 실질적인 칼자루는 예결위가 쥐고 있다. 이 심사에는 정작 SOC 사업을 편성한 국토부도 배제된다. 기재부 담당자가 참석한 가운데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넣고 빼기를 한다. 사실상 밀실작업이 이뤄지면서 정부 예산안에는 없었던, 해당 부처도 모르는 쪽지예산이 들어가고 여기서 결정된 내용이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됐다. SOC 예산은 지역구 의정활동 홍보(득표) 도구로 활용된다. SOC 예산은 특성상 일단 손을 대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 의원들은 총선 등을 겨냥, 일단 신규 사업을 따내는 데 혈안이 됐다. 그러다 보니 많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더라도 명목상 예산이라도 확보하려 했다는 흔적이 역력하게 나타났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따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사업을 할 수 있게 용역비 정도라도 받아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SOC 예산에 2억원, 5억원짜리 신규 예산이 많은 이유다. 이런 사업은 다음해부터는 계속 사업비로 편성돼 여러 차례 우려먹을 수 있다. 같은 SOC예산이라도 ‘안전예산’, 일반 사업비는 지역 사업비를 증액하기 위해 애꿎게 희생됐다.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생색낼 수 있는 사업은 전혀 손을 대지 않았거나 증액, 또는 신설하면서 감액해도 지역구 반발이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업 예산만 골라 깎았다. 특정 지역 사업의 성격이 아닌 철도안전관리 예산은 무려 403억원이나 잘려 나갔다. 철도안전관리운영·철도안전 및 시설개량·철도시설 유지보수예산 등 지역구 사업과 관련없는 예산이 칼질 대상이 됐다. 도로유지 보수비도 200억원이나 삭감됐다. 치수사업을 위한 국가하천 정비 사업비도 350억원이 깎였다. 이런 식으로 SOC 안전 관련 예산 7건, 1047억원이 날라갔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국회 통과 새해 예산안 심층분석] 원유철 500억 늘리고 이종걸 50억 신설하고

    국토부 소관 SOC 지역 예산을 증액시키거나 새로 편성하는 데는 여야 실세 정치인들이 앞장섰다. ●김무성, 국제크루즈부두 확충비 50억 늘어 125억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부산 영도 동삼동 국제크루즈부두 확충 사업비를 정부안(75억원)보다 50억원 더 늘렸다. 부산 해사고 시설 유지비도 당초 정부안(50억원)보다 22억원 늘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경기도 평택 일대 예산 증액에 앞장섰다. 서해선 복선전철 건설비를 정부안(1837억원)보다 500억원 늘렸다. 황해경제자유구역 포승지구도로 사업비(12억원) 등도 따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문산~집현 국도 건설, 문산~도라산 전철사업비 등으로 15억원을 증액하거나 신규 사업으로 편성했다. 이정현 의원은 순천 왕조교차로 공사비 5억원을 챙겼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대구선 복선전철 사업비로 정부안(2321억원)에 70억원을 증액하는 데 힘을 썼다. 김재원 의원은 구미~군위IC, 고로~우보 국도 건설비 등으로 11억원을 챙겼다. 정부안에는 없던 청주공항 평행유도로 건설비(188억원)를 새로 신설하는 데는 새누리당 정우택 정무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산자위원장, 같은 당 변재일 의원(국토위) 등이 앞장섰다. ●문재인, 사상~하단 도시철도 300억 증액 야당 실세 의원들도 지역 SOC 예산 챙기기에 앞장섰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지역인 부산 사상~하단 도시철도 건설비는 정부안(1342억원)보다 300억원이 증액됐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월곶~판교 복선전철 건설 사업비로 50억원을 신설, 증액하는 데 앞장섰고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광주~목포 호남고속철도 사업비로 정부안(550억원)에 250억원을 증액하는 데 앞장섰다. 예결위원들의 지역구 사업비도 증가했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국토위)은 동북선 경전철 사업비 25억원을 신설하는 데 앞장섰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은 정부안에 없던 포산~서망 국도 건설비 6억원을 확보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정찰위성 643억→20억 삭감… KFX 연구·개발 670억은 유지

    정찰위성 643억→20억 삭감… KFX 연구·개발 670억은 유지

    국회가 3일 통과시킨 2016년도 국방 예산은 올해보다 3.6% 늘어난 38조 7995억원이다. 당초 정부 안보다 1561억원 줄어든 것이다. 기술 이전 문제로 논란을 빚은 한국형전투기(KFX) 연구·개발 예산은 정부안인 670억원이 유지됐지만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감시할 정찰위성 도입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국방부는 이날 무기 도입과 장비 유지를 위한 방위력 개선비는 올해 대비 5.7% 늘어난 11조 6398억원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확정한 내년도 KFX 연구·개발 예산 670억원은 삭감되지 않았다. 이는 지난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라고 당부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 KF16 전투기 성능 개량 사업 예산은 정부안 2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삭감됐다. 방사청 관계자는 “아직 집행되지 않은 올해 KFX 예산 552억원과 지난해 예산 198억원이 남아 있어 연말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KFX 계약이 체결되면 내년에는 연구·개발 착수금으로 1420억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추적·요격하는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구축하기 위해 2022년까지 정찰위성 5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정찰위성이 실전 배치되면 미국에의 대북 영상 정보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군은 이를 위한 연구·개발 예산으로 애초 643억원을 요청했으나 기재부 심의 과정에서 100억원으로 깎였고 국회에서 다시 80억원이 삭감돼 20억원만 남았다. 예산이 대폭 삭감됨에 따라 내년에도 관련 계약이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계약 체결의 불확실성을 내세워 예산이 삭감됐다고 한다”면서 “미래창조과학부와 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과 개발 계획에 대한 협의를 내년 중반까지 계속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병들의 인건비나 군 복무 여건 개선 비용을 포함한 전력운영비는 올해보다 2.7% 늘어난 27조 1597억원으로 결정됐다. 이 가운데 병사 월급 예산은 9737억원으로 편성돼 상병 기준으로 현 15만 4800원인 월급이 내년에는 17만 8000원으로 15% 인상된다. 정부가 입영 적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에 병사 1만명을 추가 입영시키기로 하면서 이를 위한 인건비와 급식·피복비도 632억원 늘게 됐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총선용’ 교통·물류 3869억 늘고 행정은 1조 3584억 감소

    ‘총선용’ 교통·물류 3869억 늘고 행정은 1조 3584억 감소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늘리고 일반·지방행정 예산을 대폭 줄이면서 내년 예산은 당초 정부안(386조 7059억원)보다 3062억원 감소한 386조 3997억원으로 확정됐다. 여야 간 주고받기식 ‘밀실 예산’ 구태가 여전했다. 여야는 2일 국회 심의에서 3조 8281억원을 삭감하고 3조 5219억원을 증액했다. 총액으로는 올해 예산(375조 4033억원)보다 2.9% 증가했다. 총수입은 정부안(391조 4781억원)보다 2441억원 감소한 391조 2340억원으로 잡았다. 여야는 지역구 민심을 붙잡기 위해 SOC에 해당되는 교통·물류 사업에 3869억원을 증액했다. 총선 앞에서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늘어난 SOC 예산이 대구·경북(TK·5600억원 증액)에 쏠리면서 ‘편 가르기 예산’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는 여야 간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야당도 호남 지역 SOC 예산 1200억원을 챙겼다. SOC 예산이 경제성 논리가 아닌 지역을 안배한 나눠 먹기 식으로 변질된 셈이다. TK에서는 영천~언양 고속도로 건설에 175억원, 울산~포항 복선전철 300억원, 포항 영일만신항 인입철도 건설에 100억원이 증액됐다. 호남에서는 보성~임성리 철도 건설에 250억원, 서해선복선전철 500억원, 호남고속철도(광주~목포) 건설에 250억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당초 정부는 내년 SOC 예산을 올해보다 6.0%(1조 5000억원) 깎은 23조 3000억원으로 배정했다. ●경로당 난방비 등 선심성 예산도 증가 사회복지와 보건 분야에서는 5153억원이 증액됐다. 복지 수요가 늘어난 현실에 맞춰 예산을 배분한 측면도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선심성 예산도 없지 않다. 여야는 경로당 냉·난방비와 양곡비 지원에 300억원을 더 늘렸다. 보육료가 1442억원(약 6%) 늘었고 보육교사 처우 지원금도 3만원을 올린 월 20만원을 지원하도록 했다. 아이돌봄 지원사업의 경우 시간당 단가를 6100원에서 6500원으로 인상해 41억원 증액했다. 저소득층의 기저귀·분유 지원도 100억원을 증액해 기저귀 지원 단가를 월 3만 2000원에서 6만 4000원으로, 분유 지원 단가를 월 4만 3000원에서 8만 6000원으로 두 배 올렸다. 위안부피해자 생활안정자금·간병비 지원은 3억원 증액됐다. 연구·개발(R&D) 예산도 늘었다. 정부는 예년과 달리 내년 R&D 예산으로 올해와 비슷한 18조 9000억원을 책정했다. 과학기술 예산이 정부안보다 463억원 늘어난 가운데 달 탐사 사업에 100억원, 우주부품시험 설비 구축 50억원, 방사성동위원소 융합연구 기반 구축 사업 10억원, 수출용 신형 연구로 개발·실증에 50억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반면 국방예산은 1544억원 감액됐다. 정부는 북한의 위협이 상시화되면서 국방 예산을 지난해보다 1조 5000억원(4%) 늘려 39조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방산 비리가 끊이지 않아 대폭 삭감당했다. 항공 장비와 함정 정비 사업에서 각각 39억원, 58억원이 줄었다. 다만 내년부터 입영 대상을 확대함에 따라 사병 인건비가 정부안(9512억원)보다 225억원 증액됐고 기본 급식비(1조 4246억원)도 272억원 올랐다. 참전수당과 무공영예수당도 당초 16만원에서 18만원으로 2만원 늘었다. 논란이 많았던 내년 나라사랑 교육사업 예산은 100억원에서 80억원으로 20% 감액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예산과 세월호 특조위 예산은 정부안이 그대로 유지됐다. 일반·지방행정 예산은 1조 3584억원, 예비비도 1500억원 감액됐다. ●8일 국무회의서 예산안 의결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SOC 사업과 보육료, 경로당 냉·난방비, 참전 수당 등이 모두 증액됐다”면서 “오는 8일 국무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을 의결하고 내년 초부터 바로 집행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학교 주변 비즈니스 호텔 들어선다

    학교 주변 비즈니스 호텔 들어선다

     여야가 2일 386조 3997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 심사를 마치고도 쟁점법안에 대한 이견으로 법정기한(12월 2일)을 넘긴 3일 새벽 예산안을 처리했다. 국회선진화법 적용 첫 해였던 지난해는 2002년 이후 12년만에 예산안 심사 기한을 지켰지만, ‘예산·법안 끼워넣기’ 정쟁 탓에 국회는 도로 뒷걸음질을 쳤다. ●내년 예산 정부안서 3062억 순삭감  예산안은 정부가 제출한 386조 7059억원보다 3062억원 순삭감된 규모다. 당초 정부안의 총지출 가운데 약 3조 8281억원이 감액됐고 3조 5219억원이 증액됐다. 올해 예산 대비로는 11조원(2.9%) 증가했다. 주요 삭감 예산은 일반·지방행정 분야 1조 4000억원과 국방 분야 2000억원, 예비비 1500억원 등이다.  주요 증액 예산은 사회복지 5000억원, 교통·물류 4000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 2000억원 등이다. 보육료는 올해보다 6% 늘어난 1442억원을 증액했고 누리과정(만3~5세 무상교육) 예산은 3000억원을 예비비로 우회지원토록 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예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예산은 정부 원안이 유지됐다. 박근혜 대통령 관심사업인 나라사랑 정신 계승·발전 예산은 10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삭감됐다. 국가정보원 정보활동 예산은 4863억원에서 3억원이 줄었다. ●외국인 환자 100만명 유치 기대  새누리당이 경제활성화 취지로 요구한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새정치민주연합이 경제민주화 취지로 맞세운 모자보건법, 전공의특별법, 대리점거래공정화법(남양유업 방지법) 등 5개 법안은 여야 지도부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법제사법위 이상민 위원장의 심사 거부에 막히자 법사위 심사를 건너뛰고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겨우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관광진흥법 통과로 서울·경기 지역은 향후 5년간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관광호텔을 건립하는 것이 허용된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처리로 해외 진출 의료기관, 해외 환자 유치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가능해지면서 2020년까지 외국인 환자 100만명 유치가 기대된다. 또 종교인 과세를 명문화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18년부터 종교인도 소득세를 내게 됐다.  이날 여야 지도부는 예산·법안 연계처리를 합의해 놓고도 야당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쳐 밤 11시 쯤에야 본회의를 개의했다. 이 바람에 예산안은 자정을 넘긴 3일 새벽에야 통과됐다. 쟁점 법안 토론이 길어지자 정 의장은 밤 11시 57분 차수 변경을 위한 산회를 선포한 뒤 자정 직후 회의를 재개했다. 본회의는 ‘1일 1회의’가 원칙으로, 자정이 지나면 차수를 변경해 회의를 이어가야 한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장형우 기자의 입시 talk] ‘논술 폐지’ 외톨이 고려대… 도박과 실험 사이

    고려대는 지난 10월 현재 고교 1학년이 치를 2018학년도 입시부터 정시모집을 줄이고 논술전형을 폐지하는 대신 학생부 중심의 학교장 추천 전형을 확대해 전체 모집인원의 50%까지 선발하는 파격적인 입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1110명(전체 3417명), 내년 1040명(3466명) 등 신입생 정원의 30% 가까운 인원을 논술로 선발하고 논술 문제 유형을 바꾼 지도 2년밖에 되지 않은 고려대의 이런 선택은 고교 현장과 대학입시 시장에서 일종의 ‘도박’으로 이해됐습니다. 실제 고려대는 성균관대와 함께 논술전형으로 가장 많은 학생을 뽑아 왔습니다. 고려대는 논술을 폐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사교육비를 내세웠습니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학생들이 고려대에 들어오려고 서울 대치동에서 한 달에 1000만원짜리 논술 과외를 한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무너졌다”고 밝혔습니다. 고교 일선에서 논술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 등을 제쳐 두고 고려대만을 바라보며 1000만원짜리 과외를 받는 학생은 찾기 쉽지 않습니다. 또 학교장 추천 역시 내신 경쟁을 심화시켜 사교육비 지출을 유발하고 구술면접 사교육 시장도 커집니다. 대학이 학생부만 보고 우수한 학생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 서울대 일반전형(학생부 종합) 구술면접 문제는 매년 난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논술 폐지의 또 다른 이유는 학업 능력입니다. 김재욱 고려대 입학처장은 “입학생을 전형별로 추적 조사한 결과 학점이나 학교생활 만족도 등에서 논술전형 입학생의 성과가 가장 낮은 반면 학교장 추천 전형 입학생의 성과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일선 고교에서 고려대 학교장 추천을 받는 학생들은 대부분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을 동시에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강남, 목동 등지의 일반고에서 전교 1~2등을 하는 학생은 합격률이 낮은 서울대 지역균형 선발보다 합격률이 높은 고려대 학교장 추천을 선호하고, 서울대에는 일반전형으로 지원한다는 사실은 이미 엄마들 사이에서 상식으로 통합니다. 입시 전문가들이 고려대안을 두고 “서울대 일반전형 탈락자를 쓸어 담겠다는 의도”라고 보는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어쨌든 타 대학보다 4~5개월 먼저 2018학년도 입시 개편안을 발표한 고려대의 파격적 선택에 서울 주요 사립대학들의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고려대와 같은 방향으로 갈지, 말지를 강요받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왜냐하면 수시 원서를 6장까지 쓸 수 있는 수험생이 한두 대학만을 바라보고 준비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학교장 추천으로 고려대를 지원하는 학생이라면 서울대 일반전형과 다른 대학의 유사한 전형을 활용할 것이란 계산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고려대는 내심 다른 대학들도 학생부 종합 전형 선발 비중을 키우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등 6개 대학의 입학처장들은 지난 24일 공동 명의의 의견서를 통해 2018학년도 입시에서도 논술전형 모집인원의 적정선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입시제도나 정책이 급격히 바뀔 경우 수험생과 학부모가 혼란을 겪게 되고 학생부와 논술 교육이 조화를 이룰 때 고교 교육이 선진화될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일단 ‘외톨이’가 된 고려대의 ‘도박’ 내지는 ‘실험’의 성공 여부는 내년 초 발표할 세부안에 달렸습니다. 고려대가 구술면접 사교육 시장 확대와 내신 경쟁 심화를 막을 ‘묘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기다려 봅니다. zangzak@seoul.co.kr
  • 與 “누리과정 국고 300억 적당” 野 “2조 지원”

    與 “누리과정 국고 300억 적당” 野 “2조 지원”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다음달 2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쟁점 사항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오는 12월 2일 0시까지 내년도 예산안이 합의되지 않으면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여야 정책위의장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는 29일 내년도 정책 관련 예산에 대해 논의했지만 쟁점 사항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했다. 쟁점이 된 부분은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이다. 야당은 최대 2조원가량의 국고를 투입해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지방교육재정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데 여당이 이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당은 담뱃세 인상과 부동산 거래 활성화 등으로 지방 교육청의 재정 여건이 개선됐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어 누리과정 예산은 계속 핵심 쟁점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 예결위 여야 간사는 주말에도 내년도 예산안 증액 심사에 나섰지만 여전히 큰 의견 차를 확인했다. 먼저 새누리당은 62억원으로 편성된 내년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예산을 일부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가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 조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등 정치공세만 치중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표 사업’인 새마을운동 세계화 공적개발원조(ODA) 예산(622억원)과 나라사랑정신 계승·발전사업 예산(100억원) 등을 집중 공략하고 나섰다. 새마을운동 세계화를 위한 ODA 예산은 10년 전 98억원에 비해 과도하게 증가했고, 나라사랑사업은 정치적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삭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내년도 예산 전체 규모는 정부안보다 1000억~2000억원이 줄어든 386조 5000억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전체 예산이 1000억원대 순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똑 소리 나는 김장법] 전국구 고추 열전

    [똑 소리 나는 김장법] 전국구 고추 열전

    ‘청양고추’만큼 뜨겁고 오랜 논쟁을 부른 농산물이 있을까. 요즘은 ‘매우 매운’ 것을 뜻하는 고추와 뭉뚱그려 부르지만 청양고추를 여전히 최상품의 상징으로 여기는 사람이 적잖다. 충남 청양군과 경북 청송·영양군은 청양고추의 원산지와 명칭 유래를 놓고 수십년 동안 원조 논쟁을 벌였다. 김장철이 다가오면 더욱 치열했다. 최근 들어 청송·영양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청양군 관계자는 29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종묘상들이 고추 재배 면적이 더 큰 청송·영양에 힘을 실어 줘 그런 것뿐이지 원조는 우리 지역”이라고 확신에 찬 말로 주장, 원조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다른 곳도 지속적으로 애를 써 품질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고추의 군웅할거 시대를 열었다. 지역마다 대표 고추를 갖는 평준화 시기를 맞은 것이다. ●충남 청양고추 장강훈 청양군 원예특작계장은 “전국 생산량의 2.5%에 불과하지만 매년 8월 말부터 3일간 열리는 청양고추축제에서 형성된 가격이 전국 고추값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자부했다. 그는 “우리 청양고추는 좀 비싸게 팔린다”고 덧붙였다. 청양고추는 향이 짙고 빛깔이 좋다. 캡사이신 비율도 높다. ‘충남의 알프스’ 칠갑산 자락 등에서 길러 무공해다. 청양은 일교차가 커 고추 껍질이 두껍고 단맛이 더 난다. 자갈이 많아서 배수가 잘돼 병도 잘 걸리지 않는다. 이른바 ‘땅심’이 깊고 뿌리가 잘 뻗어 최상급 품질을 유지시켜 준다. 4000개 농가가 연간 3000t의 고추를 생산한다. 청양농협 고추가공공장에서 ‘칠갑마루 명품 고춧가루’라는 브랜드로 출시하지만 청양읍 내 고추시장에서도 판매한다. 김장철이면 전국에서 사람이 몰려 5일장으로 열리는 이 시장은 온종일 북적거린다. 고추가공공장(041-942-3186). ●경북 영양고추 경북은 전국 최대 고추 주산지다. 지난해 생산량이 3만 411t으로 전국 8만 5068t의 35.5%를 차지하지만 으뜸은 ‘청양고추 논쟁지’인 영양군 것이다. 영양군 일월·수비면 일대 57만여㎡는 ‘고추산업 특구’로 지정됐다. 영양은 청양군과 마찬가지로 일교차가 크고 경사지 토질이 참흙이어서 고추 재배에 적격이다. 고추 또한 비타민A·C와 캡사이신이 많고 매운맛과 단맛이 잘 조화돼 있다. 껍질이 두껍고 색도도 좋다. 산풀 퇴비 등을 이용한 유기농업, 저농약으로 재배한다. 전국 처음으로 소형 터널에서도 많이 재배한다.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은 영양군의 빛깔찬 고춧가루가 신맛 성분이 낮고 유리당이 많다고 분석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주최하는 ‘전국으뜸농산물한마당’에서 1992년부터 올해까지 19차례나 채소양념 분야 대상 등을 휩쓸었다. 영양군의 철저한 품질관리와 판촉도 한몫했다. 매년 8~9월 중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을 연다. ‘빛깔찬 영양김장축제’도 개최한다. 좀 비싸도 서울과 수도권 소비자들이 불티나게 구입한다. 권영택 영양군수는 “수년 전부터 영양고추 명품화 사업을 추진한 게 경쟁력을 더 높였다”고 자랑했다. 영양고추유통공사(054-680-9000). ●전북 임실고추 전북 임실군의 대표 먹거리가 고추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전국으뜸농산물한마당’ 품평회에서 임실 건고추가 11년 연속 대상 등을 받은 게 이를 입증한다. 해발 250~300m 산간에서 기른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시간도 다른 지역보다 188시간 길다. 열매가 튼실하고 표피가 두꺼워 고춧가루가 많이 나온다. 맛과 향, 빛깔도 뛰어나다. 청정 지역에서 길러 농약 사용이 적은 친환경 고추다. 순한 것에서 강한 것까지 다양하고 당도도 높아 김치를 담거나 음식물에 넣으면 맛을 배가시킨다. 임실군과 농협, 1600개 농가가 참여한 전북동부권고추는 독일산 파쇄기, 살균기 등 첨단자동화설비를 갖추고 위생 고춧가루를 만든다. 출하 과정이 엄격하다. 자외선 살균과 금속검출기 등을 통과해야 포장에 들어간다. 고지대인 진안·고창·부안·김제 고추도 임실 못지않다. 전북은 2014년 1만 737t의 고추를 생산해 전국 생산량의 12%가 넘는 고추 주산지다. 전북동부권고추(063-643-8949). ●충북 음성·괴산고추 두 자치단체 모두 매년 8월과 9월 각각 고추축제를 연다. 음성군 고추밭은 배수가 잘되는 사질 토양에 주로 많이 있다. 충분한 일조량과 적정한 밤낮 일교차도 고추 재배에 적합하다. 이곳 고추 또한 매운맛과 향이 강하고 껍질이 두꺼워 고춧가루가 많이 나오는 장점이 있다. 색깔이 곱고 선명하다. 농민이 꼼꼼히 세척한 뒤 태양열로 건조하는 등 정성을 다한 후 ‘음성 청결고추’란 고유 브랜드를 붙여 전국으로 나간다. 소비자가 뽑은 세계명품브랜드 대상 3년 연속 수상 등 수상 경력도 적잖다. 괴산고추는 해발 250m의 산간 고랭지에서 주로 기른다. 일교차가 크다. 향과 맛 등 고추의 장점을 다 갖고 있다. 고추는 대학찰옥수수와 함께 괴산군이 가장 자랑하는 대표 작물이다. 괴산장터(043-1544-8913), 음성장터(080-222-2945). ●강원 영월고추 강원 영월 지역은 석회질 충적토가 발달했다. 물 빠짐이 좋고 각종 미네랄도 풍부하다. 석회질 토양은 또 중금속 흡수를 억제한다. 이 때문에 고추 뿌리와 잎줄기가 튼튼해져 품질을 높인다. 산악이 많아 고추밭이 주로 일교차가 큰 해발 200~400m에 있다. 이런 고추 재배 명당에서 자라 씨알이 크고 품질이 좋다.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과 캡산틴, 단맛을 내는 유리당이 많은 게 특징이다. 매운맛과 단맛이 잘 어우러진 고춧가루는 거의 고급 김장용 김치 등에 사용된다. 재배 과정도 특이하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추밭 고랑에 피복용 차광막을 설치해 기른다. 고추에 흙탕물이 튀는 것을 막아 청결 상태를 유지하고 병해충을 예방하려는 방책이다. 영월농협 고추가공사업소(033-372-2250). ●전남 고추들 전남은 22개 시·군 전역에서 고추를 기르지만 바다를 끼고 있는 영광·고흥·해남산이 유명하다. 소금기가 실린 해풍을 맞고 자라 병해충에 강하고 몸통이 튼실하다. 매콤하고 단맛이 진하다. 영광의 태양초는 주로 기계로 고추를 말리는 다른 지역과 달리 온도가 높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10여일 정도 햇볕에 말리는 게 특징이다. 자연산 고유의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전남 지역 고추 재배 면적은 6194㏊로 전국 18%를 차지한다. 고흥군 하나영농조합법인(061-843-9876). 청양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영양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영월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괴산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똑소리 나는 김장법] (중)김치의 필수재료 젓갈

    [똑소리 나는 김장법] (중)김치의 필수재료 젓갈

    젓갈은 오래된 음식이다. 첫 기록은 ‘삼국사기’의 신문왕조에 나온다. 신라 신문왕이 왕비 김씨를 맞이할 때의 폐백 품목에 쌀·술·기름·꿀·장·메주·포와 함께 젓갈(?:해)이 들어 있다. 한나라 무제가 동이족을 쫓아서 산둥 반도에 이르렀을 때 좋은 냄새가 나서 찾아보게 하니 물고기를 소금에 절인 것이 있다는 기록도 있다. 특히 젓갈은 김장김치의 필수재료다. 김치에 젓갈을 넣는 것은 지역과 가정마다 각기 다르지만, 젓갈 선택은 김장철 주부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어떤 젓갈을 어찌 사용할까. 새우젓은 깔끔하고 시원한 맛, 까나리나 멸치액젓은 향은 강하지만 혀에 착 감기는 맛으로 식욕을 돋게 한다. 새우젓, 멸치젓, 생새우, 조기 등 다양한 해산물을 이용한 젓갈 3가지 이상을 섞어 사용하는 예도 흔하다. 통상 배추김치에는 새우젓, 황석어젓, 갈치속젓을 넣고 총각김치와 파김치에는 멸치젓을 사용한다. 서울과 경기도는 새우젓을 많이 넣지만 충청도는 황석어젓을 선호한다. 경상도와 전라도는 멸치액젓을 많이 넣는다. 김장용 젓갈은 담는 시기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 새우젓은 음력 5월에 담근 것을 오젓, 6월에 담그면 육젓, 삼복 이후에 담그면 추젓이라 한다. 겨울철에 담근 것은 백하젓이다. 이 가운데 육젓이 으뜸이다. 육젓은 새우의 살이 통통히 올랐을 때 잡아 맛이 가장 좋다. 멸치젓은 남해 추자도 근해에서 잡은 추자젓이 최상품 대접을 받는다. 나이 든 어른들이나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 짭짤하고 감칠맛 나는 저장 음식인 젓갈의 맛을 아는 젊은층도 갈수록 늘고 있다. 젓갈로 유명한 전남 신안군, 전북 부안군, 충남 논산시에 있는 젓갈 시장은 관광단지가 조성될 만큼 주부들의 발길로 북적된다. ●국내 최대 젓새우 생산지 신안군 전남 신안군은 전국 최대의 젓새우 생산지로 유명하다. 다양한 어종이 생산되는 수산물 생산의 중심지로 젓새우와 병어, 민어, 김 등은 이미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신안 젓새우는 전국 생산량의 85% 이상을 생산해 전국으로 유통한다. 신안군에서는 187어가가 젓새우를 포함한 병어, 민어 등을 조업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1만 2000t의 젓새우를 어획, 250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군은 젓갈 생산지로서의 명성과 관광명소가 될 목적으로 지난 9월 신안 젓갈타운을 조성하기도 했다. 106억원이 투입된 젓갈타운은 젓갈 등 수산물판매장 20곳과 젓갈 저장 및 숙성을 위한 저온저장시설 1곳, 전시·홍보관 1곳 등이 갖춰져 있다. 젓갈타운은 생산설비뿐 아니라 저장과 숙성, 제조과정에 대한 체계적이고 신뢰할 만한 기반시설이다. 먹을거리와 볼거리·즐길거리가 한데 어우러진 공간을 지닌 관광지다. 신안군 임자도를 중심으로 새우젓 어장이 형성돼 있다. 새우젓을 담아놓으면 새우 색깔이 하얗다고 해서 백하라고도 불린다. 가을이 되면 깊은 바다로 이동하고 봄이 되면 다시 얕은 바다로 돌아오는 회유 습성이 있고, 주로 물고기를 비롯한 다른 해양생물의 주요 먹이다. 최상품은 오젓과 육젓으로 한 드럼당 1000만원까지 한다. 오젓과 육젓이 좋은 이유는 겨울을 난 후 음력 5~6월 산란 직전에 알이 꽉 찬 젓새우로 담그기 때문이다. 이 시기 새우는 다른 때보다 크고 살이 통통해 맛도 고소하다. 특히 오염 없는 청정해역에서 어획해 선상에서 바로 미네랄이 풍부한 신안 갯벌서 난 천일염을 이용, 새우젓을 만들고 있다. 10~20도의 서늘한 곳에서 2~3개월 정도 잘 숙성시켜 시중에 새우젓으로 나온다. 신안게르만염 젓갈타운(061-275-4905). ●전북 부안 곰소젓갈 서해안을 낀 전북은 바다가 있는 군산, 김제, 부안, 고창 지역에서 모두 젓갈을 생산한다. 이 중 부안 곰소젓갈이 가장 규모가 크고 맛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안군 진서면 곰소 지역은 변산반도 남단에 곰소항이 있어 연중 신선한 해산물과 건어물, 젓갈이 풍성하다. 곰소젓갈은 일제강점기 때 곰소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으로 젓갈을 담그면서 시작됐다. 조선시대 해군의 요충지였던 곰소항은 1980년대부터 전북을 대표하는 젓갈시장으로 발달했다. 곰소젓갈은 곰소염전에서 생산돼 1년 이상 저장, 간수를 완전히 뺀 천일염과 부안 칠산어장에서 잡힌 싱싱한 어패류로 만들어 쓴맛이 없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변산반도의 자연바람과 서해 낙조에 의해 오래 숙성돼 맛과 향이 뛰어나다. 곰소젓갈마을에는 80여개 젓갈 제조 및 판매업소들이 성업 중이다. 일반 젓갈은 새우젓, 멸치젓, 갈치젓, 밴댕이젓, 꼴뚜기젓, 황석어젓, 바지락젓 등이다. 김장철에 많이 사용하는 액젓은 멸치액젓, 까나리액젓, 갈치액젓, 갈치속액젓 등이다. 이 밖에 양념젓갈로 명란, 창란, 오징어, 꼴뚜기, 바지락, 어리굴젓, 아가미젓, 갈치속젓 등을 생산해 전국에 유통하고 있다. 특히 액젓은 타 지방 젓갈 생산업체들이 영세한 시설로 무허가 생산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곰소액젓은 현대식 시설을 갖추고 정식 허가를 받은 업소들이 생산하고 있어 믿고 구입할 수 있다. 홍종철 곰소젓갈단지협회장은 “매년 10월 곰소젓갈마을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면서 “곰소액젓은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젓갈로 김장철에는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곰소 젓갈단지협회(063- 583-9860~1). ●충남 논산 강경젓갈 ‘새우들이 드럼통 속에서 부활하는 소리 들릴 거야…소금에 절여뒀으니까 걔들은 썩지 않아. 썩지 않는다는 건 부활할 수 있는 상태라는 거지.’ 작가 박범신이 고향에 낙향해 쓴 소설 ‘소금’의 한 대목처럼 충남 논산시 강경읍은 젓갈의 대명사로 불린다. 강경은 전국 젓갈 생산량의 65%를 차지한다. 2대째 젓갈을 판매하는 ‘심씨네젓갈’ 주인 심철호(54)씨는 “지난달 젓갈축제가 끝났지만, 요즘도 택배 등으로 젓갈을 구입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면서 “어릴 적 부모와 함께 강경으로 젓갈을 사러 왔던 이들이 부모가 돌아가신 뒤 옛날 그 맛을 믿고 택배를 시킨다. 손님도 2대째로 이어지고 있다”고 웃었다. 이곳은 육젓, 오젓, 추젓 등 새우젓이 중심이나 황석어젓, 오징어젓, 바지락젓 등도 널려 있다. 이곳 젓갈 맛의 비결은 숙성에 있다. 다른 곳과 비슷하게 전남 신안과 인천 강화 등에서 뱃사람들이 갓 잡아 소금을 뿌린 새우를 가져와 숙성시킨다. 소금은 신안산 등 질 좋은 것을 쓰고 염도도 낮은 것을 골라온다. 숙성은 토굴 대신 저온 숙성실을 이용한다. 심씨는 “토굴에서 저장하면 빨리 숙성돼 싱싱한 맛을 내기 어려워서 요즘은 저온으로 숙성시키는 방법을 선호한다”며 “숙성 방법이 뛰어나 전통적인 감칠맛을 잃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온에서 100일 이상 숙성시켜 감칠맛에다 짜지 않고, 담백하고, 싱싱한 것이 특징이다. 강경은 조선시대 평양·대구장과 함께 전국 3대 시장, 원산포와 함께 조선 2대 포구로 명성을 날렸다. 서해에서 금강하구를 타고 올라온 소금과 풍부한 어물로 넘쳤다. 자연히 팔고 남은 수산물을 보관하는 염장법과 수산가공법이 발달했다. 하루 100여척의 배가 드나들고, 전라·경기도 상인들까지 몰렸던 강경은 1899년 군산항이 개항하면서 쇠락을 맞았다. 1990년에는 금강하굿둑 건설로 뱃길마저 끊겨 젓갈시장이 붕괴했다. 그러나 노력 끝에 시장이 복원되고, 1997년 젓갈축제 개최에 전통의 젓갈 기술이 이어져 2007년 정부로부터 ‘발효젓갈산업특구’로 지정됐다. 강경은 현재 150여개 가게에서 연간 2만 4700t의 젓갈을 생산해 모두 270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젓갈축제 때만 56만여명이 찾는다. 소설 ‘소금’의 배경이 된 집, 강경젓갈전시관 등 볼거리도 좋다. 강경전통맛깔 젓사업협동조합(041-745-1985). ●인천 백령도 까나리액젓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 생산되는 까나리액젓은 인천, 경기에서 ‘명품 젓갈’로 통한다. 김치를 담글 때뿐 아니라 냉면 육수에 사용하는 등 용도가 다양하다. 백령도 인근 청정해역에서 잡은 무공해 까나리로 만든다. 담백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까나리액젓은 김치의 신선도를 높여주고 비타민 B1·B2, 아미노산, 불포화지방산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김치를 담글 때 멸치액젓과 함께 사용하면 김치에 감칠맛이 더 난다. 까나리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뒤 항아리에 까나리와 천일염을 7대3의 비율로 섞어 숙성시킨다. 까나리수산(032-836-0363). 신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부안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논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인천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너울에 쓰러진 선박 안 화물차

    너울에 쓰러진 선박 안 화물차

    26일 제주 선적 컨테이너 화물선 케이에스 헤르메스호에 실려 있던 화물차가 옆으로 쓰러져 있다. 이날 전북 부안군 왕등도 남서쪽 37㎞ 해상에서 심한 너울에 배가 기울어지며 배 안에 있던 화물차 20여대가 넘어져 파손됐다. 제주 연합뉴스
  • [진화하는 사회공헌] SPC그룹, 7130곳 복지관 나눔 빵빵

    [진화하는 사회공헌] SPC그룹, 7130곳 복지관 나눔 빵빵

    1945년 광복과 함께 탄생해 올해 70주년을 맞은 제빵전문기업 SPC그룹은 창립 초기부터 ‘나눔’의 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왔다. SPC그룹의 사회공 헌활동은 SPC행복한재단과 SPC해피봉사단을 중심으로 크게 ‘공유가치창출’(CSV) 활동과 ‘사회적책임’(CSR) 활동이라는 두 방향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SPC그룹의 CSV 활동은 국산 농산물 사용 확대, 농가 직거래 활성화 등으로 농가의 수익 안정화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2008년부터 전남, 경북, 경남, 강원, 충북 등 모두 16개 시·군 자치단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사과, 딸기, 토마토, 찹쌀, 고구마, 마늘 등 14개 농산물을 직거래로 구매하고 있다. 또 2008년 우리밀 전문 가공업체 ‘밀다원’을 인수해 우리밀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군산, 김제, 해남, 강진, 부안, 하동 지역 등 주요 밀 생산지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우리밀을 꾸준히 수매해 왔으며, 파리바게뜨 등의 자사 브랜드를 이용해 우리밀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SPC그룹의 CSR 활동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찾아내 SPC그룹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회의 건강과 행복을 함께 만들겠다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행복한 빵 나눔차’가 있다. 이 이름이 붙은 3대의 트럭은 당일 새벽 만들어진 신선하고 맛있는 빵을 싣고 전국 방방곡곡의 아동복지시설을 찾아가 아이들에게 빵을 선물한다. 2012년 7월 시작해 현재까지 7130곳의 아동복지시설에 64만 4328개의 빵을 직접 전달했다.
  • [똑소리 나는 김장법] (상) 전국 배추의 맛

    [똑소리 나는 김장법] (상) 전국 배추의 맛

    김장의 핵심은 배추다. 단단하고 맛 좋은 ‘100일 배추’를 잘 골라야 김장에 성공한다. 특히 김치냉장고에서 1년 묵힌 잘 익은 김치를 늦가을까지 먹으려면 더욱 그렇다. 영농 기술의 발달로 배추의 품질이 평준화됐다지만 지역마다 기후와 토양 등 재배 여건이 다르고 품종도 달라 전국 배추 주산지마다 특징이 있다. 요즘 많이 찾는 절임배추 역시 농민들의 노하우와 생산 과정이 다르고 가격과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올해는 전국 각지에서 생산되는 배추를 꼼꼼히 따져 봤다. 해남 배추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전남 해남 배추는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우수한 기후 조건 때문에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한반도 서남쪽 끝 모서리에 자리잡은 해남의 논과 밭들은 야트막한 황토 구릉에 펼쳐진 붉은 비단처럼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한반도 최남단에 있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해양성 기후와 풍부한 일조량, 적당한 해풍 등 최적의 기후를 갖고 있다.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겨울에도 초목이 마르지 않고 벌레가 움츠리지 않는 곳이다’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해남은 환경과 기후가 좋다. 이런 환경에서 재배한 해남 배추의 가장 큰 특징은 90일 이상의 배추만을 수확하는 것이다. 배춧속이 노랗게 꽉 차 있다. 한겨울에도 낮이 따뜻해서 아삭하고 단 맛을 낸다. 또한 땅끝마을의 해풍을 머금고 자라기 때문에 배춧잎의 탄력성이 다른 곳보다 훨씬 좋다. 씹히는 맛과 시원한 맛도 일품이다. 배추 고유의 향미와 당도도 살아 있다. 배추가 단단해 오래 보관해도 아삭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눈을 맞으며 겨울을 이겨내는 해남 겨울 배추는 추워지는 시기에 자라 조직이 치밀하다. 부안 배추·고창 배추 전북 고창과 부안 배추 역시 황토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배추다. 맛이 달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다. 속도 꽉 차 있고 병충해가 적다. 농약도 적게 쓰는 ‘저농약 친환경 배추’다. 주로 수도권 농산물시장으로 출하된다. 부안 ‘천년의 솜씨’ 김형기 대표는 “해풍 맞고 자란 배추는 육질이 단단하면서 부드럽고 김치가 익은 뒤에도 아삭거려 소비자가 좋아한다”고 말했다. 로컬푸드 1번지 ‘완주 용진농협의 절임배추’도 도시 소비자에게 인기다. 로컬푸드 절임배추는 세척과 포장, 배달 과정을 농협에서 위생적으로 관리해 주부들의 신뢰가 높다. 배추를 절이는 소금물도 재사용하지 않아 균일한 맛을 보장한다. 택배 서비스도 직원들이 직접 하기 때문에 친절도가 높다. 강원도 고랭지 배추 고랭지 배추로 유명한 강원 지역 김장용 가을 배추의 재배 면적은 전국의 5~6% 정도다. 강원 지역에서 생산되는 배추는 생육 기간이 짧고 일교차가 커 배추의 육질이 단단하다. 이 때문에 무르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다른 지역 배추보다 조직감이 치밀하다. 수분이 95%이며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저칼로리 식품으로 식이섬유소가 풍부해 장운동 촉진에 좋은 대표적인 채소로 알려져 있다. 겨울이 빨리 찾아 오는 탓에 다음달 초순까지 출하를 모두 마친다. 서산·괴산·태안반도 절임배추 충남 서산 지역 절임배추로는 황토밭에서 해풍을 맞고 자라 잎이 억세지 않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배추를 사용한다. 또한 칼슘과 미네랄이 풍부한 가로림만 청정 해수나 서해에서 생산한 천일염을 사용해 절인다. 좋은 재료들이 만나다 보니 영양이 풍부하고 맛이 좋다. 현재 청정 해수를 이용해 절임배추를 생산하는 업체 3곳이 영업한다. 소금물 절임배추를 생산하는 마을 단위 및 소규모 농가는 5곳이다. 현재 업체별로 하루 평균 200상자가량을 배송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김장 시기인 이달 마지막 주에서 다음 달 첫째 주까지는 배송량이 2~3배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심현택 시 농정과장은 “편리한 김장 준비와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믿음 때문에 해마다 주문이 늘고 있다”며 “절임배추가 새 소득원으로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태안반도의 깨끗한 바닷물로 절인 절임배추도 인기가 많다. 태안 바닷물 절임배추는 청정 바닷물을 이용해 전통 방식대로 배추 숨을 죽여 하루 동안 절인다. 일반 소금으로 배추를 절일 경우 소금에 따라 김치가 짜거나 쓴 맛이 나는 반면 바닷물 절임배추는 간이 배추에 골고루 스며 김치 맛이 고소하고 입맛에 따라 양념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충북 괴산 절임배추도 좋은 품질을 자랑하며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괴산 지역은 일교차가 크다 보니 배추 자체의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고 계분과 천연 영양제, 여름 내내 길렀던 옥수숫대 등을 거름으로 사용한다. 토양이 비옥해 배추 생산에 적합하다. 자동 절단기를 통해 깔끔한 작업을 거친 배추를 청정수 지역으로 꼽히는 괴산의 깨끗한 물과 국내산 천일염으로 절인 뒤 3번 씻어내 위생적이다. 괴산 지역이 국토 중앙에 위치해 전국 어디나 빠르게 배송한다는 점도 엄청난 경쟁력이다. 괴산군은 1998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절임배추를 시작했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캐나다 등으로 수출도 한다. 지난해에는 사리면의 김규왕씨가 출품한 ‘시골절임배추’가 23회 전국 으뜸농산물 한마당행사 품평회에서 가공 분야 최우수에 선정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받았다. 괴산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해남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고창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단독] 與野 한통속 ‘예산 파티’

    [단독] 與野 한통속 ‘예산 파티’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 중인 국회의원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지역구 예산에서 거액의 ‘묻지마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늘 현안을 놓고 충돌하는 여야도 예산 증액을 놓고서는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였다. 18일 서울신문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예산안 조정소위원회의 심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예결위 소속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은 물론 동료 의원들의 몫까지 챙기며 ‘상부상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넘어온 예산에서는 어마어마한 ‘증액 파티’가 이뤄졌다. 도로·하천 정비 사업을 비롯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선거에서 표를 얻는 데 가장 좋은 명분이 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역구에서 ‘어떤 의원이 도로를 놔줬다’는 말 한마디는 바로 표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도로 건설 사업에서 무분별한 증액이 넘쳐났다. 정부는 경남 함양~울산 고속도로 사업 예산으로 1546억 6500만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국토교통위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이유로 250억원을, 예결위에서는 정부안의 2배가 넘는 3453억원의 증액을 요구했다. 예결위원들의 ‘내 지역구 예산 땡기기’는 이제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 경북 포항 남·울릉군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포항 냉천 등 지방하천 정비 사업비로 308억원 증액을 요구했다. 경기 안산 단원을이 지역구인 새정치민주연합 부좌현 의원은 안산 스마트허브 도로기반시설 정비 예산의 70억원 증액을 희망했다. 또 예산 증액에서만큼은 여야가 하나가 됐다. 새누리당 김제식·김동완 의원과 새정치연합 김관영·김성주·박범계 의원은 일제히 서해선 복선전철 사업비(정부안 1837억원)를 2113억원 더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부산에서 새누리당 김도읍·나성린 의원과 새정치연합 배재정 의원도 부산 사상공단 재생사업 관련 예산의 50억원 증액을 똑같이 요청했다. 섬진강댐 순환도로 사업비 증액(18억원)에서도 새누리당 신상진 의원과 새정치연합 유성엽 의원이 한목소리를 냈다. 동료 의원의 지역구 예산을 챙겨주는 ‘훈훈한’ 모습도 적잖게 발견됐다. 경북 김천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같은 당 김종태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상주의 강 정비 사업비를 55억원 더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김현미 새정치연합 의원 지역구인 경기 고양 일산서구에 있는 문촌9종합사회복지관의 리모델링 비용을 6억원 더 증액해달라 요청한 의원은 경기 양주·동두천이 지역구인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이었다. 이런 의원들의 무차별적인 증액의 규모는 한 해 전체 예산에 맞먹을 정도다.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요구이기 때문에 예결위의 심사 과정에서 대부분 감액된다. 그럼에도 이런 선심성 ‘뻥튀기’ 증액 관행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의원들의 지역구 ‘생색내기용’이라고 분석한다. 예결위원 보좌 경험이 많은 한 의원실 보좌관은 “지역구민들에게 어떻게든 지역 예산을 챙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다. 그래야 나중에 깎이더라도 면피가 된다”고 말했다. ‘주목끌기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른 한 보좌관은 “일단 증액을 많이 해놔야 예결위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고 예산도 정부안보다 더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 의원의 증액에 동의해줘야 내 몫도 챙길 수 있는 분위기”라면서 “특히 SOC 예산은 선거 득표로 이어지는 예산이기 때문에 의원들이 쉽게 양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상호금융 비과세 이번엔 일몰?

    상호금융 비과세 이번엔 일몰?

    올해 말 ‘일몰’을 앞둔 상호금융기관의 예탁금 비과세 혜택 폐지 여부가 조만간 국회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1976년 농어민 재산형성을 위해 도입된 상호금융 예탁금 비과세 제도는 부자들의 재산형성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새로운 비과세 상품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내년 3월에 등장하는 만큼 일몰은 불가피하다는 태도다. 업계와 농어민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아직 준비가 덜 됐다”며 재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15일 기획재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 신협 등 상호금융 예탁금 비과세 혜택을 없애는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오는 27일까지 진행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조만희 기재부 금융세제과장은 “예탁금 비과세 제도가 농어민 지원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고소득자 세금 회피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일몰시키고 단계적 과세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내년 5%, 내후년부터는 9% 과세된다. 정부는 최대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14%)가 면제되는 점을 노리고 상호금융에 돈을 넣는 가입자 중 80% 이상이 고소득자 등 비(非)조합원인 것으로 추정한다. 조 과장은 “비과세 혜택이 사라져도 여전히 저율과세 상품인 데다 ISA를 통해 세금 감면 혜택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말 현재 비과세 예탁금 규모는 127조원으로 전체 예탁금(약 445조원)의 28.5%를 차지한다. 농협 관계자는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면 조달 원가가 높아져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이는 결국 농어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쪽이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 교수는 “ISA 도입으로 소장펀드(소득공제장기펀드), 재형저축도 올해 말 모두 사라진다”며 “형평성과 중복 지원 조정을 위해서라도 비과세 상품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 교수는 “ISA가 도입되면 은행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비과세 일몰 이전에 상호금융 경쟁력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與 “예산·법안 연계” 野 “TK예산 송곳심사”

    새누리당은 10일 새해 예산안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노동 개혁 및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등을 연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야당이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으면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도 의미가 없다”면서 “정부 원안대로 예산안이 처리되는 한이 있더라도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 개혁 법안, 한·중 FTA 비준안 등은 반드시 연계해 같이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연계 처리 배경에 대해 “야당은 민생법안 처리에는 관심이 없고, 내년 총선에 대비한 지역구 관련 예산을 국회에서 증액하려는 게 주 관심사”라며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여야가 꼭 필요한 법안이나 예산안을 협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야당이 필요로 하는 예산안만을 내어 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통상 야당이 써 온 ‘연계 전략’을 여당이 꺼내 든 것은 이례적이다. 여야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법안 처리는 야당이, 여야가 심의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안을 본회의에 자동 부의할 수 있는 예산안 처리는 여당이 각각 ‘칼자루’를 쥔 데 따른 것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에 배정된 ‘선심성 예산’에 대한 대폭 삭감 의지를 드러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출마를 노리는 경주에 특별교부세 28억원의 ‘예산 폭탄’을 투하했다”며 “최경환 경제부총리 지역구인 하양-안심 복선전철은 0원에서 288억원으로 순증했고 대표적 ‘최경환 예산’인 대구권 광역철도도 12억원에서 168억원으로 뛰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눈높이에서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기획재정부는 TK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국토교통부가 요구한 것보다 7800억원 증액 배정했다”면서 “충청과 호남 지역 예산은 각각 1391억원, 569억원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현미경 심사를 통해 총선용 퍼 주기 예산, 지역 편중 예산, 국민 편가르기 예산 등 세금 남용 사업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덧붙였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700년간 귀족 증세 반대한 상원… 왜 저소득층 증세 막았나

    [글로벌 인사이트] 700년간 귀족 증세 반대한 상원… 왜 저소득층 증세 막았나

    ‘307대277.’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영국 상원이 부결시킨 보수당 정부의 저소득층 증세안은 끝없는 파문을 몰고 왔다. ‘하원 우위의 원칙’이 확고한 영국에서 상원은 법안을 수정하거나 입법을 지연하는 권한만 갖고 있어 관습법(헌법)에 대한 ‘이례적’ 도전이자 용기로 받아들여졌다. 증세안 부결로 굴욕을 당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튿날 상원에 대대적인 ‘칼 대기’를 단행하겠다며 정략적 선언을 했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도 “선거를 통해 선출된 하원이 입법한 세금 관련 재정 조치를 임명직에 불과한 상원의 야당(노동당·자유민주당) 의원들이 부결시켰다”면서 불만을 표출했다. 캐머런 내각은 주요 결정과 관련해 보수당이 장악한 하원의 영향력을 상원보다 앞세우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8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장기적 청사진을 갖고 꾸준히 추진해온 기존 ‘상원 개혁’과는 다른 모습이다. 당파성을 앞세운 캐머런 총리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국민적 동의를 끌어낼지도 알 수 없다. 보수당 지도부가 공공연히 상원 개혁을 외치는 배경에는 과거 노동당 정권이 주도한 개혁으로 수백년간 기득권을 유지해온 상원을 송두리째 빼앗긴 쓰라린 경험이 자리한다. 상원은 이제 귀족들의 사교장이라기보다 국가의 중심을 잡는 비정파적 성격의 원로원 성격이 더 강하다. 내각 책임제인 영국에서 실질적 통치자인 총리와 총리를 배출한 집권당이 하원을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보루이기도 하다. 앞서 1911년과 1949년 잇따라 개정된 의회법은 모든 법률안이 원칙적으로 상하 양원을 거치도록 했다. 다만 조세와 재정 지출 관계 법안(Money Bill)은 예외가 인정된다. 상원의 동의를 얻지 못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왕의 재가를 받아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상원은 정부의 세금 감면 철회안을 일반 법안이 아닌 위임안으로 해석해 부결시켰다. 상원의 정식 명칭은 ‘귀족원’이다. 이런 측면에서 세습 귀족들의 모임에서 유래한 상원이 저소득층의 세금 감면 혜택을 지키겠다고 나선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과거 의회가 왕과 갈등을 빚을 때 쟁점 역시 세금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특권층에 대한 ‘부자 증세’가 문제였다. 이번 세금 감면 철회안을 놓고 상원은 4시간 넘는 토론을 벌였다. 복지를 둘러싼 기득권층과 젊은층의 세대 간 전쟁으로 비화된 정부안을 놓고 원칙을 강조하며 약자의 편을 들었다. 보수당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분분한 세제 개편안을 밀어붙인 캐머런 총리의 폭주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는 앞선 노동당 정부(1997~2010년)의 상원에 대한 체질 개선 덕분이다. ‘영악한’ 토니 블레어 총리는 1330명에 이르던 세습 귀족 의원들을 단 92명만 남겨 놓고 퇴출시켰다. 이들은 대부분 보수당 지지자들이었다. 세습 귀족을 몰아낸 빈자리는 총리의 제청을 받아 여왕이 임명한 종신직 의원들로 야금야금 채워졌다. 이는 상원이 보수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보수당이 (정당한) 상원 개혁을 미뤄왔던 점에서 자업자득”이라고 평가했다. 미리 상원 개혁의 고삐를 잡았더라면 뒤통수를 맞는 일이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증세 문제 때마다 갈등 빚어 영국 정치권에서 상원 개혁이 화두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세기 들어 국민 여론은 세습과 특권을 인정받는 상원에 부정적으로 기울었다. 미국처럼 선거를 통해 상원을 구성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9일 현재 상원에 등록된 정식 의원은 819명에 이른다. 이 중 의원직이 세습되는 귀족이 88명, 성직자가 25명이며 나머지는 종신직(706명)이다. 성직자인 대주교·주교 등은 자리에서 물러날 때 의원직을 상실한다. 정치 성향별로는 여당인 보수당 당적을 지닌 의원은 249명에 불과하다. 오히려 야당인 노동당(212명)과 자유민주당(112명)이 우위를 점한다. 이 때문에 상원은 하원에 비해 정파성이 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세습 귀족이 대거 퇴장하면서 중도세력이 늘어난 덕분이다. 당적도 고정적이지 않다. 보수당에서 자유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개혁을 추진한 처칠 전 수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게다가 1910년대까지도 영국 유권자들은 ‘비국교도=자유민주당’, ‘국교도=보수당’이란 등식 아래 종교적 성향에 따라 투표했다. 영국 의회 홈페이지(www.parliament.uk)는 상원이 의학, 법률, 예술, 경영, 과학, 스포츠, 교육 등 각 분야의 대표성을 갖는 존경받는 직업인들로 구성됐다고 기술했다. 또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영국 연합왕국에 속한 성인이면 누구가 상원 의원이 될 자격을 갖는다고 명기했다. 1295년 완전한 모습을 갖춘 과거의 상원은 귀족과 성직자, 법률가 등이 주축이었다. 17세기 청교도혁명을 이끈 크롬웰이 공화정을 선포해 잠시 폐지되기도 했으나 20세기 초까지 수백년간 예산 결정과 법률 제정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 백발의 가발을 뒤집어쓴 채 망토를 착용한 예전 의원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의회법 개정 뒤 실질적 권한 빼앗겨 1900년대 초반부터 잇따라 이뤄진 의회법 개정은 실질적 권한을 대부분 하원에 넘겼다. 의원들의 구성도 귀족보다 전문 직업인에 초점을 맞춰 점차 바뀌었다. 현재 상원은 주요 법안에 대한 토의와 국가 중대사에 대한 위원회 구성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드레스코드’도 변화했다. 의원들은 특별한 행사 때가 아니면 일반적인 정장 차림으로 등원한다. 홈페이지의 갤러리에는 평상복 차림으로 토론에 나선 의원들의 모습과 이를 지켜보는 방청객들이 모습이 담겨 있다. 이곳에는 또 신규 의원, 자격 정지 의원, 사망한 의원 등으로 세분화된 신상 정보가 매일 업데이트된다. 지난달에만 41명의 신규 의원들이 임명됐고, 각기 2명의 의원이 사망하거나 은퇴했다. 신규 의원의 당적을 살펴보면 과반이 넘는 21명이 보수당 소속이다. 야당인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은 각각 7명, 11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중립이거나 전문직 할당자다. 보수당 정권이 노골적으로 상원에서 세 불리기에 나섰다는 뜻이다. 과거 영국 언론은 노동당 정부의 상원 개혁도 정파적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당시 개혁은 장기적 로드맵을 갖고 이뤄졌다. 어느 정도 보수당과 정치적 합의도 이뤄냈다는 점에서 지금과 달랐다. 영국은 2007년 집대성한 ‘상원 개혁에 관한 백서’에 근거해 꾸준히 개혁을 이어오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2010년 합의안에 따라 상원의 의석 수를 300석까지 줄이고 80% 이상을 선출직으로 바꾸는 일이다. ●상원의 뿌리 깊은 반정부 정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로드맵에는 세습 귀족 의원뿐 아니라 종신 의원 폐지까지 담겨 있다. 매번 선출되는 의원의 임기는 10~15년으로 5년마다 3분의1을 선거로 물갈이한다. 임명직도 총리의 제청이 아닌 상원 임명 위원회의 제청을 따르도록 했다. 또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의원에게는 연간 약 6만 4000파운드(약 1억 1245만원)에 이르는 세비도 지급될 예정이다. 이를 추인할 마지막 선택은 국민 여론에 달렸다. 700년 전통의 귀족원이 ‘원로원’으로 개칭되는 순간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변화가 자칫 총리·상원·하원을 단일 정당이 독식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걱정한다. 견제와 상생이란 영국 정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앵글로·색슨족의 왕국이던 영국은 8세기 말부터 노르만인에게 정복당하면서 차츰 서유럽화했다. 노르만왕조의 혈통이 섞인 프랑스 귀족이 왕위를 이어받았고 존 왕에 이르러선 과도한 세금 부과로 귀족 계층과 대립했다. 이때 존 왕은 귀족들이 강요한 ‘대헌장’(마그나카르타)에 서명하는 굴욕을 당했다. 이는 의회 정치의 효시이기도 하다. 최근 수년간 상원은 정부 정책을 견제하며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정부 정책의 균형을 잡아줬다는 평가도 듣는다. 2002년 정부의 인간배아 복제 법안, 2006년 안락사 허용 법안, 2008년 테러용의자 구금연장 법안에 각각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6월 하원이 압도적 표 차이로 승인한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시행안도 상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기고] 에너지 갈등, 상생 정신으로 풀어야/윤흥식 대한민국에너지상생포럼 사무총장

    [기고] 에너지 갈등, 상생 정신으로 풀어야/윤흥식 대한민국에너지상생포럼 사무총장

    11월 11일은 여러 기념일이 겹친 날이다. 젊은 연인들을 설레게 하는 ‘빼빼로 데이’인 동시에 법정 기념일인 ‘농업인의 날’이고, ‘지체장애인의 날’이자 ‘해군의 날’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이 막을 내린 날이기도 하다. 기념할 일도, 기억할 것도 많은 11월 11일을 앞두고 동해안의 조용한 어촌 경북 영덕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제7차 전력기본계획을 통해 영덕읍 석리 일대에 150만㎾급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반핵, 환경단체들이 11일부터 이틀간 민간 주도 주민투표로 찬반을 묻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원도 삼척에서 불거졌던 원자력 갈등이 장소를 옮겨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원전 건설이 주민투표 대상이 아닌 국가 사무이기 때문에 투표 자체가 불법이고, 길거리 서명과 집회를 통해 확보된 투표인명부도 대표성을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핵 단체들은 오히려 지금까지의 법적·행정적 절차가 주민 의사를 무시한 채 편법과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반박한다. 이 소용돌이 속에 인구 4만명의 영덕 민심은 안타깝게 갈라지고 있다. ‘정부 심판’을 들먹이는 대자보와 현수막에 맞서 ‘불순세력’을 비난하는 플래카드가 거리 곳곳에 나붙고, 일부에서는 지역의 에너지 갈등을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연계해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멀리는 전북 부안 방폐장에서부터 가까이는 경남 밀양 송전탑 사태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에너지 갈등은 날로 격렬해지고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5위, 갈등관리지수는 27위로 각각 나타났다. 권위주의 시대가 막을 내린 이후 사회 각계에서 다양한 욕구가 분출하고 있지만 이를 조율하고 해결해 나갈 역량과 시스템은 낙후돼 있다는 뜻이다. 에너지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원전 입지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에너지 갈등은 사업 추진 주체와 반대 세력이 진영 논리에 갇혀 일회적 대응에 급급한 사이 ‘이익갈등’을 넘어 ‘가치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에너지에 관한 시민들의 이중적 태도도 갈등 해소를 어렵게 만든다. “원자력을 비롯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건설이나 운영에 따르는 불편과 부담은 다른 사람이 졌으면 좋겠다”는 모순된 태도가 그것이다. 여기에 ‘찬핵’과 ‘반핵’이라는 이분법적 대립 구도가 맞물리면 사안은 더 복잡해진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대립과 불신으로는 난마처럼 얽힌 에너지 갈등을 풀어 낼 수 없다.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숙의민주주의 정신으로 상생과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 갈등은 어느 때 어느 곳에든 존재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풀어 내느냐에 따라 삶의 질도, 국가의 품격도 달라진다. 현재 영덕에서 전개되고 있는 소모적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 나가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 비정규직 쟁점 평행선… ‘3각 파고’ 넘어라

    비정규직 쟁점 평행선… ‘3각 파고’ 넘어라

    지난 9월 노사정 대타협 이후 두 달이 지났지만 후속 논의 과제인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한, 파견 대상 업무, 노동조합의 차별시정대리권 등 비정규직 의제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는 오는 16일까지 각 쟁점에 대한 노사정 및 전문가 검토 의견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노사정 합의안 형태가 아닌 의견 검토보고서 형태로 제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동 개혁 5대 입법안이 처리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일 노사정위에 따르면 노동시장구조개선 특별위원회(특위) 전문가그룹에서 논의 중인 쟁점은 ▲노조의 차별시정 신청대리권(혹은 신청권) ▲차별시정제도 강화 ▲파견·도급 구별기준 명확화 ▲파견 허용 업무 ▲생명·안전 핵심 업무 비정규직 사용 제한 ▲퇴직급여 적용 확대 ▲기간제 계약 갱신횟수 제한 ▲사용기간 연장 등이다.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 등은 아직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쟁점 가운데 35세 이상 기간제 노동자 중 신청자에 대해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방안과 고령자·고소득 전문직·뿌리산업으로 파견 허용 업무를 확대하는 방안은 정부·경영계와 노동계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대책”이라며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간을 늘리는 것보다는 사용을 제한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이다. 반면 경영계는 아예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기간 제한을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당초 진행하기로 했던 비정규직 관련 실태조사도 조사 대상과 방법·문항 구성 등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실태조사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조사기간 및 분석시간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정기국회 내에 조사가 완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파견 확대와 관련해 노동계는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정부안 가운데 뿌리산업으로 파견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파견이 금지된 제조업 직접생산공정까지 모두 파견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32개로 한정된 파견 허용 업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정부 방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비정규직 차별시정에 대해 정부는 노조에 차별시정 신청대리권을 부여하자는 안을 내놨지만 노동계는 대리권이 아닌 노조가 직접 신청할 수 있는 신청권을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는 두 방안 모두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쟁점마다 노사정이 충돌해 합의안 도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합의안보다는 전문가 검토 의견이 국회에 제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그룹 간사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노사정 간극이 줄어들거나 접점이 찾아지는 단계라고 하기 어렵다”며 “합의안 도출보다는 국회에서 입법할 때 참고할 좋은 참고서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노사정위 전문가그룹은 9일 특위 전체회의에 차별시정과 파견·도급 관련 논의 결과를, 16일 전체회의에 기간제 관련 논의 내용을 제출한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36] 의자왕 원혼 위로하는 고산사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36] 의자왕 원혼 위로하는 고산사

     세종특별자치시 서북쪽의 운주산에는 고산사(高山寺)라는 크지 않은 절이 있다. 운주산(雲住山)은 글자 그대로 ‘구름이 머무는 봉우리’라는 뜻이다. 해발고도가 460m 정도이니 다른 고을에 있었다면 이렇게 번듯한 이름이 붙지는 못했을 듯하다.  하지만 산 정상에 오르면 천안과 공주, 조치원과 청주를 비롯한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삼국시대에 벌써 산성을 쌓은 것도 그만큼 군사적으로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외성 3098m, 내성 543m의 운주산성은 3개의 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포곡식 석성(石城)이다. 포곡식이란 계곡을 둘러싼 주위의 능선을 따라 성벽을 쌓는 형태의 산성이다.  고산사는 운주산 등산로 초입에 있다. 들머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왼쪽의 전각이 ‘백제루’(百濟樓)다. 절집 누각으로는 매우 독특한 이름이다. 백제루에는 ‘백제삼천범종’이 걸려 있다. 백제가 멸망하고 당나라로 끌려간 의자왕, 나당연합군과 마지막까지 싸우다 비명에 숨진 백제 부흥군의 원혼을 위로하고자 조성한 범종이라고 한다.  마당으로 올라서면 ‘백제국 의자대왕 위혼비’(百濟國 義慈大王 慰魂碑)가 눈에 들어온다. 위혼비 너머에 새로 조성된 전각은 ‘백제극락보전’(百濟極樂寶殿)이다. 당나라에 끌려가 세상을 떠난 의자왕과 백제를 재건하려다 산화한 부흥군의 극락왕생을 비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성격의 절이 운주산에 세워진 것은 부흥군이 최후를 맞았다는 주류성이 이 곳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주류성의 위치를 두고 역사학계의 견해는 홍성 학성산성, 서천 한산 건지산성, 부안 위금암산성, 그리고 고산사가 있는 세종 전의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전의설(說)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이곳이 ‘농사 짓는 땅과 멀리 떨어져 있으며, 돌이 많고 척박해서 농사를 지을 수도 없다’는 ‘일본서기’의 묘사와 가장 근접하다고 본다.  고산사는 1966년 창건됐으니 천년고찰이 수두룩한 마당에 역사랄 것도 없다. 게다가 고산사가 백제 부흥군의 원찰로 성격을 굳힌 것은 훨씬 이후의 일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고산사는 이미 세종시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백제의 옛땅에서 백제 유민의 원혼을 달래는 절이라는 상징성이 답사객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데다, 절집도 갈수록 모양새를 갖추어 가고 있다. 운주산성도 복원작업으로 상당 부분 옛 모습을 되찾았다.  해마다 10월에는 고산사에서 ‘백제 고산대제’가 열린다. ‘백제 부흥군을 위한 천도제’인 셈이다. 올해도 지난달 24일 열렸다. 오늘날 눈에 보이는 백제의 흔적은 너무나도 적다. 하지만 고산사는 꼭 옛것을 그대로 물려받아야 역사 유산이고, 문화 유산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 역사를 풍요롭게 하는 새로운 방법의 하나를 고산사는 가르쳐 준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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