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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1% 예산 놓고 쪽지·밀당…“국회 가면 쩐쟁 아닌 정쟁”

    [커버스토리] 1% 예산 놓고 쪽지·밀당…“국회 가면 쩐쟁 아닌 정쟁”

    연말이 다가오면 국회는 ‘예산 정국’으로 뜨거워진다. 여야 의원들은 국회의 막강한 권한인 예산 심의·확정권을 쥐고 각 정부 부처와 기획재정부가 머리를 맞대 작성한 예산안을 심사한다. 자신의 지역구에 민원성 예산을 끌어다 주는 ‘쪽지예산’ 문제도 매년 이맘때쯤 불거진다. 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야 의원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막판 줄다리기’를 하며 국회의사당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듣는 경우도 흔했다. 그렇다면 과연 국회의원의 손으로 뒤바뀌는 예산안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사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 또는 증액되는 건 1% 내외로 전체 예산 규모에 비해서는 미미하다. 국회의원의 권한이 막강하다 하더라도 공무원 인건비나 계속 사업비 등 매년 일정 수준 반복되는 예산은 사실상 손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국회의원이 막판까지 밀고 당기기를 하는 건 주요 이슈나 국정과제,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등 일부 분야 예산에 국한돼 있다. 기재부의 한 서기관은 “얼마나 뒤집히는지는 결국 통계로 나오는 것인데 실제 기재부 담당자들도 체감 액수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국회에서의 대결은 예산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명분 싸움”이라고 말했다. 올해 예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추진 등 혼란한 국정 상황 속에서도 정부 최초로 400조원이 넘는 규모로 국회를 통과했다.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등 국정농단 사건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업에 대한 감액이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여야 합의에 따라 누리과정 예산의 국비 지원 규모가 8600억원 증액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년도 예산보다 14조 3000억원 증가했던 정부 제출 예산안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1505억원이 순감액되는 데 그쳤다. 2016년도 예산은 누리과정 지원이 ‘뜨거운 감자’였다. 이에 대한 국고 지원 문제 등을 두고 여야 대치가 장기간 이어졌다. 또 총선을 앞둔 19대 국회 마지막 예산 심사였던 까닭에 지역 선심성 쪽지예산이 대거 처리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년도보다 11조 3059억원 증가한 정부 제출 예산안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3062억원 순감액됐다. 2015년도 예산은 담뱃값 인상이 화두였다. 당시에도 여야는 기나긴 ‘예산전쟁’을 진행했지만 결론적으로 전체 예산 규모는 정부안에서 6000억원가량이 줄어든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매년 예산철마다 여야의 정쟁으로 국회가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적절히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주요 이슈와 관련된 예산에만 여야가 ‘전투력’을 집중하다 보니 심사가 한정된 분야에서만 이뤄진다는 얘기다. 특히 국회는 예산 삭감 권한만 가질 뿐 증액을 하고자 할 경우 기재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 예산 심사가 수박 겉핥기에 그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과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의원을 보좌했던 국회 관계자는 “겉으로 보면 국회가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것 같지만 지역구 예산 때문에 재정당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면서 “실제로는 기재부 예산실장 등 고위직의 위상이 더 높다”고 말했다. 미국은 예산편성권을 의회가 행사하고 정부가 제출하는 예산안은 의회의 예산 심의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프랑스도 사업별 지출 규모를 변경하지 않는 수준에서 세부 예산을 조정할 권한을 의회에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국회의 적극적인 예산조정권을 인정하면 ‘선심성 지역구 예산’을 통제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현 제도에서도 매년 선심성 쪽지예산 논란은 반복된다. 또 실질적으로 예산 관련 전문성을 갖춘 국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회 전문위원실이나 예산정책처조차도 기재부의 도움 없이는 예산을 독자적으로 검토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국회 예산 심사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각 상임위원회의 예산심사 권한을 강화하고 예산결산특위를 일반 상임위화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현행 헌법을 고치지 않고도 국회의 자율적인 예산조정권을 일부 인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함께 이뤄질 헌법개정 국민투표를 앞두고 실질적인 예산심의권 강화를 위한 논의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소속 공무원은 “제도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건 예산을 바라보는 국회나 공무원들의 시각”이라면서 “정부 예산을 여야의 정쟁 대상으로 삼지 않도록 국회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법무부, 공수처 방안 발표…“현직 대통령도 수사 대상”

    법무부, 공수처 방안 발표…“현직 대통령도 수사 대상”

    법무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을 위한 정부입법 방안을 15일 발표했다.법무부는 이날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의 권고 직후 법무부 공수처TF를 구성하고 국회에서 심의 중인 법안과 각계 의견을 검토해 공수처 법무부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부패에 대해 엄정 대처하고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하도록 입법·행정·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부패수사기구로 구성된다. 또 검찰과 동일하게 수사·기소·공소유지 권한을 모두 부여하기로 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체계에 따라 검찰과 마찬가지로 기소법정주의는 채택하지 않는다. 다만 재량에 따른 기소로 인한 권한남용 견제를 위해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불기소심사위원회’를 설치해 불기소 처분 전 사전심사를 의무화했다. 또 불기소 처분에 불복할 수 있는 재정신청 제도 운영으로 법원에 의한 사후 통제도 받는다. 검사 50명을 포함해 수사 인원만 최대 122명에 달해 ‘슈퍼 공수처’라는 우려가 나왔던 법무·검찰 개혁위의 권고안에 비해서 인력 규모를 줄였다. 처장·차장 각 1명에 검사를 25명 이내로 설계했다. 이는 검찰 특수부 인원을 고려해 3개 팀(각 팀장 1명, 팀원 6명) 구성이 가능하도록 한 규모다. 검사 총원을 고려해 수사관 30명, 일반 직원 20명 이내 등 직원은 총 50명으로 구성했다. 처장·차장은 임기 3년 단임이며, 그 외 공수처 검사는 임기 3년에 3회 연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수사대상자는 ‘현직 및 퇴직 후 2년 이내의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으로 정해 현직 대통령도 수사대상자에 포함했다. 대통령 외에 고위공직자에는 국무총리, 국회의원, 대법원장, 대법관, 광역자치단체장, 국무조정실·총리비서실·중앙행정기관 등의 정무직 공무원, 검찰 총장, 장성급 장교,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 해당한다. 특히 검사의 대상범죄의 경우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없도록 검찰이 관여하지 못하고 공수처에서 전속 수사한다. 중복되는 다른 기관의 수사는 공수처장이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을 고려해 공수처가 맡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구하면 공수처로 이첩하도록 규정했다. 법무부는 “공수처가 조속한 시일 내에 설치돼 가동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올해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굴착기 바다로 빠져 실종된 운전자 숨진 채 발견

    준설선 접안 작업을 하다 바다에 빠져 실종된 굴착기 운전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8일 전북 부안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3분쯤 부안군 개화면 양지항 앞 해상에서 굴착기 운전자 김모(55)씨 시신을 인양했다. 김씨는 전날 오후 2시 48분쯤 이곳에서 굴착기로 준설선 접안 작업을 하던 중 굴착기와 함께 바다에 빠졌다. 사고 직후 소방당국과 부안해경 등 16명이 수중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김씨를 찾지 못했다. 해경 등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수색을 재개해 2시간여 만에 김씨를 발견했다. 해경은 김씨가 몰던 굴착기가 준설선에서 미끄러져 바다에 빠진 것으로 보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책임자나 소속 업체에도 사고 책임이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오직 멸치’ 김영삼, ‘미운털’엔 안 보낸 박근혜...대통령의 추석 선물

    ‘오직 멸치’ 김영삼, ‘미운털’엔 안 보낸 박근혜...대통령의 추석 선물

    대통령의 말과 행동에는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기기 마련이다. 설령 의도한 바가 없는 언행이더라도 정치권은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한다. 대통령의 명절 선물 또한 마찬가지다. 역대 대통령들도 이를 의식한 듯 선물에 정치적인 의미를 담아 각계에 전해왔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맞아 대통령의 ‘선물 정치’를 되돌아봤다. ● ‘김영란법’ 농가 배려…전국 농산물세트 택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맞는 추석을 맞아 각 지역 특산물을 담은 농산물 선물 세트를 준비했다. 선물은 경기 이천 햅쌀·강원 평창 잣·경북 예천 참깨·충북 영동 피호두·전남 진도 흑미 등 다섯 종으로 구성됐다.이는 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 등 지역을 안배한 것으로, 청와대 관계자는 “김영란법 때문에 타격을 입은 농가를 생각해서 고른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추석 선물은 전직 대통령과 5부 요인, 정계 원로와 차관급 이상 정부 고위공직자 등은 물론 미혼모 가정 등 사회 소외 계층에도 전달됐다. 전직 대통령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포함됐다.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내란죄 등 확정 판결로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된 전두환·노태우씨에게는 선물을 보내지 않았다. ● ‘미운털’ 의원엔 배달 취소…논란 부른 박근혜 전 대통령국정농단 사태로 구치소에서 추석을 맞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추석 선물 전달 과정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박 전 대통령은 해마다 추석이면 지역별 농산물 선물세트를 국회의원들과 국가유공자, 사회 배려계층 등에 보냈다. 2013년 추석 때 육포·찹쌀·잣 세트를 선물했고, 2014년에는 육포·대추·잣 세트를 선물했다.박 전 대통령은 2015년과 2016년에도 우리 농산물 세트를 선물했는데, 2016년에는 ‘선물 해프닝’도 일었다. 당시 청와대가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추석 선물을 보낸 가운데,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만 선물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운털’에 보내는 견제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조 의원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며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외부에 유출하고, 민주당으로 입당했기 때문이다. 당시 조 의원은 추석 선물 수취 여부에 대한 언론사의 문의에 아직 도착한 선물이 없어 “받은 게 없다”라고 답했고, 조 의원만 대통령 선물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에 청와대 측은 “일부 배달이 늦어진 것인데, 조 의원이 자신에게만 대통령 선물이 배달되지 않은 것처럼 공론화했다”며 아예 선물 배달을 취소했다. ● 전통주 배제…기독교인 색채 반영한 이명박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도 추석 선물로 가장 무난한 우리 농산물 세트를 선호했다. 다만 추석 선물에 지역별 전통주를 늘 포함했던 전임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달리 선물에서 술은 제외하며 기독교인의 면모를 드러냈다.이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추석에 강원 인제 황태, 충남 논산 대추, 전북 부안 재래김, 경남 통영 멸치를 선물로 준비했는데 당시 황태가 러시아산이라는 지적도 일었다. 덕장은 강원도 인제였지만 원재료는 러시아산이었기 때문이다. 또 황태와 멸치가 담긴 선물세트를 불교계 인사들에게 보낼 계획이었지만 발송 직전 청와대 내부에서 “불가에 생물을 보내는 것은 결례”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황급히 차·다기 세트로 교체했다.  ● 지역 통합형 선물의 시초, 노무현 전 대통령 지금은 대통령의 명절 선물로 자리 잡은 ‘지역 통합형 선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치 인생을 통틀어 기성 권위주의와 싸웠던 노 전 대통령은 원래 명절 선물도 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대통령의 명절 선물 보내기 역시 낡은 정치문화로 봤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 문제로 당시 여당과도 갈등을 빚었지만, 결국 한발 물러서며 취임 후 첫 추석 선물로 지리산 복분자주와 경남 합천 한과를 준비했다. 당시 청와대 측은 “호남과 영남 특산품을 합친 국민통합형 선물”이라고 설명했다.노 전 대통령은 2004년 추석에는 한산 소곡주, 2005년 김포 문배주, 2007년 전주 이강주 등 전국 각지 민속주와 함께 지역 특산물을 선물했다. 이 밖에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은 모두 명절 선물에 출신 지역을 반영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뿐만 아니라 정계 입문 이후부터 주변에 멸치만 선물해 해당 멸치에는 ‘YS멸치’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이 멸치는 김 전 대통령의 부친 김홍조옹이 고향 거제도에서 잡은 멸치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전남 신안군 하의도가 고향인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명절이면 신안산 김과 한과, 녹차 등을 선물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역대 대통령 추석 선물은?

    역대 대통령 추석 선물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추석선물은 이천 햅쌀, 강원 평창 잣, 경북 예천 참깨, 충북 영동 피호두, 전남 진도 흑미 등 농·임산물 5종 세트였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으로 타격을 입은 농가를 생각해 농산물 선물 세트를 준비한 것이다.역대 대통령들도 대부분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추석 선물을 준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강원 횡성 육포와 경남 밀양 대추, 경기 가평 잣을 보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전국의 특산물을 빠짐없이 선물에 담았는데, 취임 첫해인 2008년엔 강원 인제 황태, 충남 논산 대추, 전북 부안 김, 경남 통영 멸치 등 특산물 4종 세트를,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에는 경기 여주 쌀, 충남 부여 표고버섯, 경북 예천 참기름, 강원 횡성 들기름, 전남 진도 흑미를 보냈다. 전국의 특산물을 고르게 담아 명절 선물을 보내는 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됐다. 지역균형 발전과 국민통합이란 국정 철학을 반영한다는 차원에서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9개 도를 대표하는 차와 다기세트를 추석 선물로 보냈다. 2003년에는 광주 지리산 복분자주와 경남 한과, 2004년에는 충남 민속주인 ‘한산 소곡주’와 강원의 홍천 더덕, 전북의 진안 수삼을, 2005년에는 평양의 전통 민속주인 문배술과 함께 독도산 오징어, 경남 사천의 ‘죽방멸치, 홍천 잣을 보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선물 품목엔 출신지가 반영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고향인 신안군 김과 녹차, 한과 등을 즐겨 선물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명절 때마다 고향인 거제산 멸치를 자주 선물해 ‘YS멸치’란 별명이 붙었다. 부친 또한 멸치잡이 사업을 했다. 문민정부 이후 대통령들의 선물은 대체로 소박하다. 전직 대통령과 5부 요인, 정계 원로와 차관급 이상 정부 고위공직자, 종교·문화계 인사 외에도 사회 소외계층에게 전달된다. 그러나 문민정부 이전 대통령의 선물은 선물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명절 때 현금을 선물했다. 격려금 조로 100만원 가량을 봉투에 담아 주로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했다. 명절 선물 자체가 ‘통치행위’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은 봉황 문양을 새긴 고급스러운 상자에 인삼을 담아 선물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공수처 권고안, 민주·국민의당 공동 발의에 근접… 한국당 반대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1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관한 권고안을 발표했지만, 각당의 입장이 각론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어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지도 관심이다. 당장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공수처 필요성 자체에 부정적인 자유한국당의 입장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혁위는 권고안을 만들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을 참고했다.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지난해 7월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것을 비롯해 세 건으로, 모두 지난해에 발의됐다. 이들 법안과 발표된 권고안을 비교하면 비법조인도 처장 후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처장의 임기와 임명 방법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드러난다. 특히 처장과 차장 외 30∼50명의 검사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권고안은 계류 법안 중 가장 많은 검사 수를 규정한 박범계·이용주 의원 안(20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하지만 공수처의 독립성과 수사권·기소권 보유, 처장을 국회의 동의 절차와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 처장은 중임할 수 없도록 한 점 등 근본적인 취지는 일치하기 때문에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대체로 각론에서도 입장이 비슷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민주당과 국민의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가 합동 발의한 법안은 권고안과 가장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의당 노 원내대표도 이날 “고위공직자 범죄에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에서 공수처 우선 수사 원칙이 보다 분명하게 반영되도록 좀 더 세심하게 검토해보겠다”면서 “지난해 7월 법안을 발의할 때 제기했던 공수처 설치 필요성에 대해 개혁위가 그 내용을 잘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공수처 설치 자체에 반대하고 있는 한국당을 설득해야 한다. 홍준표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수처 설치에 반대했다. 그는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주는 방식으로 검찰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법률안 통과를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권성동 법사위원장 역시 공수처 신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법사위원장인 그가 법안 처리에 끝까지 반대하며 전체회의를 소집하지 않으면 법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다른 보수야당인 바른정당은 검찰 권력까지 견제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데엔 동의하지만 현재 여권이 추진하는 공수처 안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법사위 간사인 오신환 의원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는 공수처가 과다한 권력 독점으로 국민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법무부는 위원회의 권고안을 참고해 공수처 설치에 관한 정부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이후 국회 법사위는 정부안과 기존에 발의된 의원안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법안을 확정하게 된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사설] 국공립 확대 더 절실해진 사립유치원들 횡포

    무기휴업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던 사립유치원들이 결국 뜻을 접었다. 당초 전국의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18일과 25~29일 엿새간 집단휴업을 강행할 참이었다. 백기를 들고 만 것은 빗발치는 비난여론 때문이다. 불법 집단휴업을 밀어붙이면 강력한 행정 조치를 하겠다는 정부의 이례적 초강수 방침까지 더해졌다. 사립유치원들은 집단 요구를 관철시키기는커녕 본전도 못 건진 셈이다. 애초에 사립유치원들의 요구 조건은 동조를 얻기 어려웠다. 교육부는 현재의 국공립 원아 비율 25%를 2022년까지 40%까지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사립의 경쟁력이 떨어질 테니 국공립 확대 정책을 전면 철회하고, 사립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을 국공립 수준으로 인상해 달라는 게 한유총의 요구였다. 국공립 원아 한 사람에게 주는 지원금(매월 98만원)은 시설비, 교사 인건비 등 운영 전반의 예산을 합친 액수다. 그렇건만 사립이 받는 액수(매월 29만원)가 턱없이 적으니 세금으로 똑같이 채워 달라는 주장은 억지가 아니고 뭔가. 국공립만큼의 지원을 요구하면서 당국의 회계 감사는 이런저런 핑계로 받지 않겠다고 하니 이런 생떼가 또 없다. 지켜보다 못한 여론이 “세금은 넘보면서 운영은 마음대로 하겠다고 우기고 있으니 장사꾼들”이라고까지 성토하고 있다. 저출산을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의 하나가 열악한 보육 환경이다. 국공립유치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저렴한 원비에도 보육의 질은 월등히 좋기 때문이다. 국고 지원을 받는데도 사립유치원들이 알 수 없는 명목으로 따로 받는 교육비에도 학부모들은 께름칙해하는 게 사실이다. 교사는 교사대로 낮은 처우에 불만이 높다. 그러면서도 특정감사를 하면 횡령으로 적발되는 원장들이 많다. 이번 파동으로 사립유치원들은 입지를 스스로 좁혔다. 국공립 비율을 정부 계획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69%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다. 국공립과의 경쟁력이 정말 걱정된다면 사립유치원들은 감사를 못 받겠다고 배짱을 내밀 때가 아니다. 정부 지원금을 십원이라도 더 요구하겠다면 투명한 회계와 운영에 신뢰를 쌓는 일이 더 급하다. 아이들을 방패 삼은 집단 이기주의 생떼에 앞으로도 정부는 눈치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
  • 문재인 대통령, 추석 선물로 이천 햅쌀·평창 잣·영동 피호두 등 준비

    문재인 대통령, 추석 선물로 이천 햅쌀·평창 잣·영동 피호두 등 준비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각 지역 특산물을 담은 농산물 선물 세트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 관계자는 8일 “경기 이천 햅쌀, 강원 평창 잣, 경북 예천 참깨, 충북 영동 피호두, 전남 진도 흑미 등 다섯 종의 농산물이 담긴 세트를 선물로 준비했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들이 추석 때 선물을 보냈던 관례에 맞춰 준비했다”면서 “‘김영란법’ 때문에 타격을 입은 농가를 생각해서 선물을 고른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이번 추석 때 선물을 발송하는 대상자는 7000여명 정도로, 전직 대통령과 5부 요인, 정계 원로와 차관급 이상 정부 고위공직자, 종교·문화계 인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혼모 등 사회 소외 계층에게도 선물을 보낼 예정이다. 전임 대통령들도 역대 추석 선물은 대부분 국내 농가에서 생산하는 농산물로 준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추석 때 경북 경산 대추, 경기 여주 햅쌀, 전남 장흥 육포 등 우리 농축산물을 담은 선물을 사회 각계 주요 인사와 애국지사, 사회적 배려 계층 등에 선물을 보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추석에 강원 인제 황태와 충남 논산 연산대추, 전북 부안 재래김, 경남 통영 멸치 등 특산물로 선물을 준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LG 최고경영진, 동반성장 협력사 ‘버스 투어’

    LG 최고경영진, 동반성장 협력사 ‘버스 투어’

    LG그룹 최고경영진이 7일 상생협력 중인 1·2·3차 협력사를 잇달아 방문하며 동반성장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구본준 부회장과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 외 30여명은 이날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수도권에 있는 ‘탑엔지니어링’, ‘시스템알앤디’, ‘로보스타’ 등 협력사를 차례로 방문했다. 이들 업체는 LG의 기술, 금융 지원으로 장비 국산화에 성공한 뒤 수출 판로를 확대한 회사들로, LG와의 협력 이후 고용·매출이 크게 증가했다는 게 LG 측 설명이다. LG는 총 6400억원 규모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해 협력사에 빌려주고 있으며, 1차 협력사 계약 시 2·3차 협력사까지 안전·기술보안·환경체계 구축을 돕는 상생협력 세부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구 부회장은 “기술, 인프라로 협력회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단독] 경찰 보안인력 200여명 줄여 ‘치안 현장’ 배치

    국정원 개혁 맞물려 추진 가능성… “안보 비상인데 시기 부적절” 지적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와 북한이탈주민 관리 등을 맡고 있는 ‘보안 경찰’ 규모가 대폭 축소된다. 민생 치안과 직결되는 부서 인력을 보강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등 안보 위기 속에 최일선 보안 수사 인력을 감축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경찰청이 일선 경찰서에 보안 수사 인력 조정(감축) 계획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의 인력 효율화 방침에 따라 보안 인력을 줄여 치안 현장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감축 인원은 전체의 5~10%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주 내로 보안 인력 감축 방안을 확정 짓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도 “경찰이 내부안을 확정하는 대로 관련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 내 보안 수사 인력은 2100여명으로 파악된다. 감축안이 최종 확정되면 보안 분야 ‘컨트롤타워’ 격인 경찰청 보안국과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에서만 각각 20명 안팎이 줄어들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는 전체의 10%에 해당하는 200여명의 보안 경찰이 다른 분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감축된 인원을 일선 경찰서의 지구대·파출소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외부 전문가로 꾸려진 경찰개혁위원회도 보안 수사 분야 예산을 감축할 것을 경찰 수뇌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보안 수사 인력 감축 움직임은 ‘보안’보다 ‘민생’에 더 무게를 두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공동체 치안 활성화 ▲사회적 약자 보호 치안정책 ▲신종 범죄 대응을 위한 치안 연구개발 활성화 등 ‘민생 친화적인 경찰’에 방점을 찍었다. 또 지구대·파출소를 추가로 설치해 주민 밀착형 치안 활동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국가정보원 개혁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도 특수활동비 예산을 17.9% 감축하기로 했다. 따라서 국정원이 경찰에 지원하는 ‘대민접촉비’ 용도의 특수활동비도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그 결과 경찰도 자체적으로 보안 인력을 감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안보 위기 속에서 보안 수사 인력을 줄이는 것이 국익과 상반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경찰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3월 전국 42개 보안수사대가 사용하는 30여곳의 보안분실 가운데 6곳을 줄이고, 외근 보안 수사 인력을 10% 감축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학부모단체 “부안군 중학 교사 사망 사건, 진상 규명하라”

    학부모단체 “부안군 중학 교사 사망 사건, 진상 규명하라”

    제자에 대한 부적절한 신체접촉으로 전북 학생인권센터 조사를 받은 부안의 한 중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 단체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은 31일 도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억지로 짜 맞춘 덫으로 교육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는 “부안 중학교에 근무했던 송모 선생님은 도 교육청과 학생인권센터의 비인격적인 수사를 죽음으로 고발했다”면서 “그는 지옥 같은 3개월을 보내다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단체는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 도 교육청이 제정한 학생 인권조례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조례 폐지를 요구했다. 지난 5일 오후 2시 30분쯤 부안의 한 중학교 교사였던 송모(54)씨는 김제 한 주택에서 스스로 목을 매 사망했다. 송씨는 올해 초 학생들에 대한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 4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에서는 무혐의 처분이 나왔지만 이후 도 교육청의 감사를 앞두고 있었다. 학생인권센터는 무리한 조사를 벌였다는 지적이 일자 “고인에 대한 강압이나 강요는 없었다”며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더라도 부적절한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므로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북 서해안 지질공원 생태관광지로 개발

    전북 서해안 지질공원 생태관광지로 개발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전북 서해안 일대가 생태관광지로 개발된다.31일 전북도에 따르면 고창과 부안지역 일대 520㎢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전북에서는 최초이고 전국적으로는 아홉 번째다. 지질공원은 학술·경관 가치가 빼어난 곳을 국가에서 인증하는 제도다. 이번에 인증된 지질공원은 고창지역이 운곡습지, 고인돌군, 병바위, 선운산, 소요산, 고창갯벌, 명사십리 및 구시포 등 6곳이다. 부안지역은 직소폭포, 적벽강, 채석강, 솔섬, 모항, 위도 등 6곳이다. 이들 지역은 보존가치가 뛰어나고 현장 탐방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참여 의지가 매우 높아 국가지질공원으로서 발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전북도는 고창, 부안지역 지질공원 인증을 계기로 도내 서해안 일대를 특화된 생태관광지로 개발할 방침이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서해안권이 과학적으로 중요하면서 아름답기까지 하다는 것을 정부로부터 공인 받았다”며 “앞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이 가을… 꽃길만 걷자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이 가을… 꽃길만 걷자

    언제 가도 좋은 곳이 전북 부안의 ‘변산 마실길’이지만, 이맘때 꼭 찾아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마실길 2코스에 붉노랑상사화가 피기 때문입니다. ‘가을의 전령’ 상사화와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계절에 부안을 찾을 이유는 충분합니다. 올해는 1코스에도 위도상사화를 심었더군요. 쉬 보기 어려운 꽃들이지만 이 길 주변에선 흔합니다. 이뿐 아닙니다. 바닷가 습지엔 백일홍이 무시로 피었고, 갯벌엔 칠면초가 단풍처럼 붉게 영글고 있습니다. 부안은 벌써 가을의 문턱을 성큼 넘어섰습니다.변산 마실길의 ‘마실’은 중의적인 표현이다. 마을을 뜻하기도 하고, 이웃집에 놀러 가거나 가까운 곳으로 바람 쐬러 간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마실길에는 총 8개 코스가 있다. 대개 한두 시간 거리여서 가볍게 ‘마실’ 다니기 좋다. 마실길 2코스의 공식 명칭은 ‘노루목 상사화길’이다. 코스 중간중간에 붉노랑상사화 자생지가 있어서 이같이 불린다. 코스는 송포갑문에서 성천마을까지 이어져 있다. 거리는 6㎞ 정도. 변산 마실길을 통틀어 가장 쉬운 코스다. 오르막은 있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은 편이다. 붉노랑상사화는 시작점인 송포 주변에 많이 피었다. 이곳부터 자생지와 식재지가 1㎞ 남짓 길게 혼재돼 있다.흔히 꽃무릇을 상사화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확히는 두 종이 약간 다르다. 보통 가을을 여는 상사화가 먼저 핀 뒤, 뒤이어 가을이 깊어질 무렵 꽃무릇이 핀다. 알려졌듯 상사화(相思花)는 잎과 꽃이 서로 못 본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보통 6∼7월쯤 꽃대에서 잎이 마른 뒤 8~9월쯤 꽃이 피기 시작한다. 이 모습에서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만 하고 만나지는 못하는 연인을 연상한 것이다. 이름 지은 이가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낭만적인 사람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붉노랑상사화는 꽃잎의 형태에서 이름을 따왔다. 노란 꽃잎 주변에 연분홍 테를 두르고 있다. 엄마 립스틱 몰래 바른 중학생 딸의 입술을 보는 듯하다. 꽃잎의 테두리는 붉다기보다 발그레한 정도다. 이름처럼 색이 붉었더라면 지나치게 요염할 뻔했다. 붉노랑상사화는 보통 8월 말~9월 초에 꽃잎을 내기 시작한다. 올해는 다소 일러 이번 주말쯤부터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마실길 1코스에선 위도상사화가 절정이다. 여러 상사화 가운데 유독 꽃잎이 흰 종이다. 위도상사화는 원래 ‘고슴도치섬’ 위도의 특산종이다. 학명 첫머리에도 영문으로 ‘Korea’(코리아)가 표기되는 꽃이다. 마실길 1코스 초입에 위도상사화가 대규모로 식재돼 있다. 먼 섬에서 자라는 꽃을 만나는 게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관광객의 눈 수발을 들어야 하는 처지가 안쓰럽기도 하다.마실길 1코스는 ‘조개미 패총길’이라 불린다. 새만금 홍보관에서 송포갑문까지 걷는다. 거리는 5㎞.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족하다. 1, 2코스 모두 길 나서기 전에 물이 들고 나는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코스 중간중간에 갯벌을 따라 걷는 구간이 있기 때문이다. 밀물 때면 부득이 돌아서 가야 한다. 특히 3코스 경우 핵심 볼거리인 채석강이 들물 때면 접근할 수 없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갯벌에도 꽃이 핀다. 칠면초 등 줄포만 일대의 염생식물이 붉게 변했다. 그 모습이 붉은 융단을 깐 듯도 하고, 붉은 꽃들이 무리지어 핀 듯도 하다. 한 해 일곱 차례 빛깔을 바꾼다는 칠면초의 변신은 여름 끝자락에서 시작돼 가을 무렵 붉은빛이 절정에 이른다. 앞으로 기온이 하루하루 떨어질수록 붉은빛도 더해 갈 터다.부안엔 너른 갯벌이 둘이다. 곰소만과 줄포만이다. 곰소만이 소금과 젓갈로 명소 반열에 올랐다면 줄포만은 다소 낯선 곳이다. 그 덕에 여태 수수한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사실 곰소만과 줄포만은 이어져 있다. 줄포에 사는 농게와 곰소에 사는 농게가 다르지 않고, 분주히 두 갯벌을 오가는 도요새 역시 다르지 않다. 단지 사람이 경계를 나눈 것일 뿐이다. 줄포만이 뭍과 맞닿은 곳에 줄포만 갯벌생태공원이 있다. 줄포만 갯벌의 일부를 막아 만든 공원이다. 100종이 넘는 생물종이 서식하는 등 생물종 다양성이 높아 2006년 4.9㎢에 달하는 갯벌이 연안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2010년에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중요성을 인정받았다.갯벌생태공원 안쪽으로 갈대숲 10리길, 야생화단지, 바람동산, 갯벌생태관, 조각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자박자박 걸어서 돌아보기 딱 좋다. 야생화 단지엔 백일홍이 한창이다. 염분을 머금은 척박한 땅에서 화사하게 꽃을 피워 올린 백일홍의 자태가 대견스럽다. 갯벌생태공원은 2005년 TV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들’ 촬영지였던 곳이다. 당시 드라마 세트로 활용됐던 주택과 체코 프라하의 ‘소원의 벽’을 그대로 본뜬 조형물 등이 여태 남아 있다. 줄포만 뒤편으로는 다소 생경한 여행지들이 많다. 주로 허균, 이매창, 유형원 등 역사적 인물들에 얽힌 이야기가 전하는 곳들이다. 우동리는 조선 후기 실학자인 허균과 ‘반계수록’을 쓴 유형원이 반세기 시차를 두고 살았던 곳이다. 특히 선계폭포가 볼만하다. 비가 올 때만 드러나는 폭포다. 우동저수지 위에 있다.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머물며 수도했다 해서 ‘성계폭포’라고도 불린다. 실제 내비게이션에선 ‘성계폭포’로 입력해야 나온다.선계폭포의 깎아지른 벼랑 위에 세워진 정사암에선 허균이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중수정사암기’(重修靜思菴記)에서 허균이 묘사한 것처럼 ‘선계폭포 아래로 시냇물이 바다로 흐르는’ 아름다운 풍경은 그대로다. 부안 기생이었던 매창이 자신의 시와 노래를 좋아해 교분을 나누던 허균과 훗날 재회한 곳도 정사암이다. 매창은 황진이에 비견될 만큼 명기였다고 한다.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학창 시절에 한 번쯤 읊조렸을 법한 시 ‘이화우’를 남긴 이가 바로 매창이다. 736번 도로도 이 일대에 있다. 놓치면 후회한다고 할 만큼 풍경을 매달고 가는 길이다. 부안 읍내에서 내변산의 산간지대를 지나 외변산 해안지대까지 잇는 지방도로다. 기암괴석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숲길과 만날 수 있다. 부안까지 와서 채석강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부안 바다 풍경의 백미인 곳이다. 책을 수만 권 쌓아 놓은 듯한 모습의 채석강은 격포항에서 격포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해안 절벽이다. 해질녘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날물 때 가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이웃한 적벽강도 빼어나다. 붉은색을 띠고 있는 바위 절벽이 인상적인 곳이다. 절벽 위엔 작은 당집이 있다. 개양할미와 8명의 딸을 모시는 수성당이다. 개양할미는 칠산바다를 다스리는 신이다. 개양할미에게 제를 올리면 바다가 잠잠해져 어부들이 무사히 조업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도 정월 대보름이 되면 무사태평과 풍어를 비는 수성당제를 올린다.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가는 길:변산 마실길을 먼저 걷겠다면 서해안고속도로 부안 나들목으로 나가야 한다. 줄포만과 곰소만, 우동리 일대를 먼저 보겠다면 줄포 나들목으로 나가는 게 빠르다. 선계폭포는 우동저수지에서 15분 정도 걸어 올라야 한다. 이정표는 없지만 외길이어서 찾기 어렵지 않다.→맛집: 곰소만 일대에 곰소쉼터(584-8007) 등 젓갈 정식을 파는 집들이 몰려 있다. 어지간한 젓갈은 한 상차림에서 죄다 맛볼 수 있다. 값도 1만원 정도로 그리 비싸지 않은 편이다. 부안소방서 앞의 계화회관(584-3075)은 백합 요리로 이름난 집이다. →잘 곳:줄포만갯벌생태공원(580-3171~8)에 캠핑장과 캐러밴 주차장,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이 조성돼 있다. 변산해수욕장 일대에도 너른 캠핑장이 조성돼 있다. 대명리조트 변산은 적벽강 위의 해안 절벽에 있다. 일반 숙박 업소들은 채석강 주변에 즐비하다.
  • [사설]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갈등 정공법으로 풀어라

    다음달 초 교육부의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교육계에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12일에 이어 8월 마지막 주말인 26일에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와 여의도공원에서는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에 찬성·반대하는 집회가 각각 열렸다. 찬반 집회는 지난달 20일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 모든 것을 떠넘겨 놓고 논란만 키우고 있다. 한국교총에 이어 전교조도 지난 23일 기간제 교사의 일괄적인 정규직화에 동의하지 않기로 잠정 결정하자 기간제 교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 반대 50만명 청원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교총은 지난 주말까지 10만명 넘게 서명했다고 한다. 기간제 교사들이나 임용고시 준비생들이나 요구하는 것은 같다. 교사 채용을 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충원 방법을 놓고 기간제 교사들은 정규직 전환을, 정규직 교사들과 임용고시 준비생들은 임용고시를 통한 충원을 각각 요구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이 외부에는 ‘밥그릇 챙기기’로 비친다는 사실을 찬반 양쪽 모두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처럼 합의 도출이 어려운데 이해당사자들에게 정규직 전환 심의 기준을 마련하라고 맡겨 놓은 교육부의 태도는 공론화와 민주적 절차를 내세운 책임 회피의 극치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하며 기간제 교사 4만 6000여명을 제외한 것은 다른 법령에서 계약 기간을 달리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실태조사를 거쳐 세부안을 마련하도록 했지만 전환심의위만 구성해 놓고 여론 눈치만 살피고 있다. 심의위는 지금까지 네 차례 회의를 열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형평성 문제도 있고 반발도 커 집중 심의가 더 필요하다는 말만 하고 있다. 이게 책임 부처에서 할 소리인지, 해법은 고민이나 하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학령인구는 주는데 교사만 충원할 수는 없다. 교육부는 기간제 교사들의 편법 채용 실태부터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공법으로 기간제 교사 문제를 다뤄야 한다. 법을 개정해야 한다면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부터 하기 바란다.
  • 탈원전·탈석탄에 에너지분야 간부도 ‘탈탈탈’

    탈원전·탈석탄에 에너지분야 간부도 ‘탈탈탈’

    탈원전·탈석탄으로 에너지 정책 전환을 천명한 청와대 방침에 맞춰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 분야 간부들을 대거 교체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추진하고 원전 홍보에 앞장섰던 기존 간부들이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지휘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국회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산업부는 최근 에너지 분야 국장급 4명을 모두 물갈이했다. 이들을 총괄하는 1급 에너지자원실장도 다음달 중순쯤 교체할 예정이다. 지난 18일 이뤄진 국장급 전보 인사에서는 원전 정책을 총괄하는 강경성 원전산업정책관이 국가표준원 제품안전정책국장으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전기요금 조정 등을 맡았던 김용래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장관정책보좌관으로 각각 옮겼다. 장영진 에너지자원정책관은 투자정책관으로, 주영준 에너지산업정책단장은 중국 베이징 상무관으로 발령이 날 예정이다. 새 에너지자원정책관은 백운규 장관 청문회 때 지원했던 최남호 대변인이 맡았다. 에너지산업정책관에는 산업부 ‘에이스’로 불리는 박성택 투자정책관이, 에너지신산업정책단장에는 김정회 제품안전정책국장이 각각 임명됐다. 산업부는 조만간 비어 있는 원전산업정책관 인사를 내고 1급 후보자 인사 검증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에너지자원실장도 임명할 계획이다. 주형환 전 산업부 장관과의 마찰 속에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말 청와대로 파견됐던 박원주 전 산업정책실장이 에너지자원실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동안 신고리 5·6호기 건설과 사용후핵연료 관리기본계획 입법 과정 등에서 (기존 에너지 라인이) 현 여당 의원들과 마찰이 심해 전원 교체설이 많았다”며 “당사자들도 갑자기 바뀐 정부 정책 탓에 자기모순에 빠지느니 오히려 마음 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진용 정비가 끝나는 대로 새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 비중을 20%까지 늘리기로 했다. 산업부는 향후 전력산업 정책의 밑그림이 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 정부안을 오는 10월 발표한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부안서 미기록 초대형 나방 발견

    부안서 미기록 초대형 나방 발견

    전북 부안군 위도면에서 국내 미기록종 초대형 나방이 발견됐다.부안누에타운 곤충탐사과학관은 위도의 곤충상 조사 과정에서 날개 너비 135㎜의 대형 나방을 채집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종은 분류학적으로 열대지역에 서식하는 종(Lassa zampa)으로 밝혀졌다. 곤충탐사과학관은 이 나방을 가칭 ‘열대제비꼬리나방’으로 명명했다. 손민우 부안누에타운 곤충탐사과학관 박사는 “그동안 아열대성 나방들이 국내 서해도서에서 발견된 사례가 드물게 있지만 열대제비꼬리나방처럼 초대형의 종류가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위도에 열대곤충이 찾아든 것은 가까운 미래에 한반도 기후변화를 예견해주는 지표”라며 “위도가 기후변화를 거치면서 점차 열대 또는 아열대 곤충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는 것인지 전문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안누에타운 곤충탐사과학관은 지난달 20일부터 매주 1박 2일 일정으로 위도지역의 곤충을 조사하고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당집 뒷마당서 나온 고대 유물… 동아시아 교류·해양 제례 흔적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당집 뒷마당서 나온 고대 유물… 동아시아 교류·해양 제례 흔적

    전라북도 부안이라면 주민들 스스로가 ‘축복의 땅’이라고 일컬을 만큼 관광 자원의 보고다. 개암사, 내소사, 월명암 같은 고찰(古刹)도 그렇지만, 아름다운 서해 바다 그 자체가 무한대의 가치를 지닌 관광자원이다. 젓갈로 유명한 곰소항에 이어 최근에는 자연친화적 관광 붐을 타고 곰소염전도 각광받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반도(半島)인 부안군에서도 가장 서쪽에 자리잡은 변산면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지의 하나다.변산이라면 해수욕장과 함께 채석강과 적벽강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파란만장한 역사가 깃든 중국 명승의 이름을 딴 것은 그만큼 경치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붉은색 바위 절벽이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북쪽 적벽강과 수만권 책을 차곡차곡 포개 놓은 듯한 퇴적암층으로 이루어진 남쪽 채석강이 경계를 이루는 곳이 격포 죽막동(竹幕洞)이다. 1992년 국립전주박물관의 발굴조사 결과 죽막동에서는 삼국시대 이후 큰 바다를 건너야 하는 뱃사람들의 기원이 담긴 국제적 해양제사유적이 확인됐다. 꼭 큰 바다를 건너지 않더라도 변산 앞바다를 삶의 밑천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과거든, 현재든 해신(海神)에 목숨을 의탁하기 마련인데, 민간신앙의 전통은 지금도 남아 있는 당집 수성당(水城堂)에서 활발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부안의 관광자원을 이야기한 것은 죽막동 유적의 가치가 아직은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죽막동은 고대 한·중·일 세 나라의 해양 교류 및 해양 제례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보여 주는 동북아시아 유일의 유적이다.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부안이 국내용 관광지였다면 죽막동 유적의 존재로 국제적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그런데 막상 죽막동 유적을 찾아가기는 쉽지 않다. 관광객이 승용차를 몰고 서해안고속도로를 나서 변산에 이르는동안 유적을 알리는 이정표는 단 하나도 발견할 수 없다. 다만 격포에 들어서면 수성당으로 가는 작은 이정표가 하나 보일 뿐이다. 변산의 자연과 묶으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역사 관광 자원으로 죽막동 유적의 가치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가장 많은 사람이 쓴다는 내비게이션에도 ‘죽막동 유적’은 들어 있지 않다. 그러니 죽막동 유적에 가려면 ‘수성당’을 입력해야 한다. 수성당이 1974년 전라북도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덕분일 것이다. 다행히 최근 문화재청이 ‘부안 죽막동 유적’을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예고했다니 조만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바다로 내민 해발 57m의 죽막동 언덕에 서면 왜 옛사람들이 제사 지내는 장소로 이곳을 선택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일망무제(一望無際)라는 표현이 실감이 나는데, 먼바다는 고사하고 변산 앞바다의 위도와 칠산바다에도 수많은 어민들의 고혼이 잠들어 있을 것이다.수성당은 정면 두 칸, 측면 한 칸의 작은 기와집이다. 상량문은 1850년(철종 원년) 이전에도 신당이 있었음을 알려 준다. 1864년(고종 원년)에 3차로 중수한 것을 1940년에 다시 중수했는데, 지금의 신당은 1973년 다시 지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원래의 모습은 잊혀진 것으로 보인다. 수성당은 지금도 살아 있는 민간신앙의 현장이다. 당집인 수성당뿐 아니라 주변에 무속인들이 기도를 올릴 수 있는 자리를 다양하게 마련해 놓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바다 쪽으로 앉힌 작은 고깃배 한 척이다. 쌍촛대와 향로를 올려 놓았으니 풍어와 안전은 물론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영혼을 위로하는 기도를 올리는 장소일 것이다. 죽막동 유적이란 수성당 바로 뒤편의 넓지 않은 마당이다. 전주박물관에 따르면 유적은 발굴조사 당시에 이미 상당 부분 파괴된 상태였다. 1980년대 이후 해안경비가 강화되고 참호, 막사, 창고, 철책 등 군사시설물이 설치되면서 유적의 상당 부분이 잘려 나갔다는 것이다. 그런대로 원형이 남아 있는 면적은 가로 8m에 세로 13m 정도였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50일 남짓한 발굴조사에서 거둔 성과는 엄청났다. 유물은 30㎝ 남짓한 두께로 종류도 다양하게 집중 퇴적되어 있었다. 해신에게 제사 지내는 데 사용한 용구를 의도적으로 파쇄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3세기 후반에서 7세기 전반에 해당하는 백제 유물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통일신라와 고려시대, 조선시대 유물도 그릇류를 중심으로 소량이 출토됐다. 규모가 큰 해양제사는 백제시대에 집중되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죽막동 유적의 출토 유물은 전주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각종 항아리와 큰 독, 술잔, 기대(器臺)를 비롯한 토기와 무기, 마구, 갑옷, 거울을 비롯한 금속유물이 생각보다 다양하고 수량도 많다.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전반에 집중된 유물의 양상은 같은 시기 수장급 무덤의 부장품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제사의 주체가 지역 수장이거나 왕으로 대표되는 국가였을 것으로 추정하는 근거가 된다. 학계에 따르면 토기류는 백제 것과 함께 대가야나 왜(倭) 계통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도 적지 않았다. 금속유물도 대가야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특히 돌로 만든 쇠도끼, 칼, 갑옷 등의 모조품은 일본 후쿠오카현 오키노시마 제사유적 출토품과 형태, 크기, 재질, 제작수법이 대부분 일치했다고 한다. 여기에 중국 남조(317~581)의 청자도 나왔다. 흙으로 빚은 말의 모형도 여럿 나왔는데 하나같이 머리와 다리는 떨어져 나간 채였다. 말을 바쳐 수신(水神)의 노여움을 푸는 의식은 과거 동아시아에서는 흔히 행해졌다고 한다. 따라서 말의 축소 모형은 해신에게 바치는 공물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기와는 통일신라시대 이후 것만 나왔으니 백제시대에는 노천 제사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정보를 종합하면 죽막동 유적이 국제적 성격의 제사터라는 것은 자명하다. 백제가 주도한 제사에 대가야, 왜, 중국 남조의 사신, 상인, 선원이 참여한 것인지, 각각의 세력이 별도로 제사를 지낸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하지만 이런 의문과 관계없이 당시 죽막동이 동아시아 해양 교섭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죽막동 유적을 찾는다면 전주박물관도 여행코스에 넣는 것이 좋다. 발굴 현장과 출토 유물을 함께 보면 유적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격포에서는 닭이봉 전망대에도 올라가 보기를 권한다. 채석강과 죽막동, 적벽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서해용왕에게 제사 지내는 데 죽막동보다 더 영험 있는 곳은 찾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개헌, 내년 지방선거 때 실시 약속 변함 없다”

    내년 2월까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개헌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정부가 자체 개헌안을 만들겠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밝혔다. 임기 내에 반드시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17일 “국회 개헌특위에서 국민주권적인 개헌방안이 마련되지 않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정부가 국회 개헌특위의 논의 사항을 이어받아 국회와 협의하면서 개헌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정부에 별도의 개헌특위를 두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회 개헌특위를 통하든, 정부 개헌특위를 통하든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하겠다는 약속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 국민기본권 확대를 위한 개헌에는 합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중앙권력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개헌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지방분권 개헌, 국민기본권 강화를 위한 개헌은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면서 “적어도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그때까지 합의되는 과제만큼은 반드시 개헌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 형태를 바꾸는 중앙권력구조개편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더라도 지방분권 강화와 국민기본권을 강화하는 방향의 개헌안에 국회가 합의한다면 이것만이라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강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출해 왔다. 그러나 국회가 합의에 실패해 정부가 개헌안을 주도하더라도 2월부터 정부안을 놓고 공청회를 여는 등 여론수렴 작업을 다시 시작해 6월까지 최종안을 내놓기에는 시간이 매우 빠듯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 논의를 지켜보다 합의가 어려울 것 같으면 정부가 미리 나서 2월 전부터 개헌안을 준비할 수도 있지만 자칫 국회를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국회 개헌특위는 정부 형태를 대통령 중임제,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바꾸는 문제 등을 두고 9~10월 말까지 국민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할 계획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세계잼버리 유치 효과’ 새만금 개발 힘받는다

    ‘세계잼버리 유치 효과’ 새만금 개발 힘받는다

    경쟁국 폴란드 그단스크시 꺾어 송하진·반기문·이주영 큰 역할 전라북도가 ‘2023 세계잼버리대회’ 유치에 성공해 새만금 내부개발에 탄력이 붙게 됐다. 17일 전북도에 따르면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 콘그레스센터에서 총회를 열고 ‘대한민국 전라북도 새만금’을 제25회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지로 선정했다. 전북은 폴란드 그단스크시를 압도적인 표(607대 365) 차로 누르고 대회를 유치했다.전북도는 이를 계기로 대회장이 조성되는 새만금지구의 내부 개발을 앞당기고 기반시설의 양과 질을 키울 수 있는 필요성과 당위성이 확보됐다고 밝혔다. 2023 세계잼버리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인 168개국 5만여명의 청소년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행사인 만큼 국제공항, 항만, 철도, 도로 등 기반시설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는 논리다. 국제공항은 2~3년 안에 착공하고 현재 2만t 미만의 배만 접안할 수 있는 새만금 신항은 10만t 규모로 확대하며 철도와 도로건설도 앞당겨 추진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새만금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기반시설 건설과 함께 관광레저용지와 국제협력용지에 대해 공공주도 매립을 서두르겠다고 약속한 만큼 다양한 시설이 빠르게 갖춰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새만금 기반시설 확충과 공공주도 매립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반영된 사업이다. 전북도는 이와 함께 기업유치, 관광개발 등 새만금 내부 콘텐츠 구축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23 세계잼버리대회가 열릴 장소는 부안군 관광레저용지로 새만금 동서축도로와 남북축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도는 이곳에 9.9㎢(약 300만평) 규모의 초대형 야영장과 지원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새만금에 세계스카우트센터 건립, 잼버리 연계사업 발굴 등을 담은 종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잼버리 유치에 적극 나선 이면에는 새만금 기반시설 확충이라는 잠재적인 목표가 있었다”면서 “잼버리 개최 전인 2022년까지 새만금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을 볼 수 있도록 공항건설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023 세계잼버리대회 유치 성공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송 지사,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 함종한 스카우트 총재 등이 꼽힌다. 송 지사는 민선 6기 전북지사로 취임한 2014년 7월부터 잼버리 유치에 총력전을 펼쳤다. 최근 2년 동안 168개 잼버리 회원국 가운데 150개국 스카우트 관계자를 직접 만나 유치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지구 세 바퀴 반을 도는 강행군을 펼치며 지지를 이끌어냈다. 강세를 보이는 유럽세를 꺾기 위해 아프리카와 미주, 아시아 국가들을 집중 공략했다. 반 전 총장은 송 지사가 삼고초려를 한 끝에 지원사격에 나섰다. 특히 반 전 총장의 가세는 레흐 바웬사를 내세운 폴란드의 지지세를 무너뜨리고 부동표를 흡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명확하게 지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반 전 총장의 역할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도 세계잼버리 새만금유치위원장을 맡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대회 참가자들에게 항공료를 인하해 주도록 협조를 이끌어 내는 등 큰 역할을 했다. 함 총재는 사조직을 총동원해 회원국의 표를 끌어모았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2023년 새만금, 세계 청소년 5만명 모인다

    2023년 새만금, 세계 청소년 5만명 모인다

    전북도가 2023 세계잼버리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1991년 강원도 고성에 이어 국내에서는 두 번째다.세계스카우트연맹은 16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 콘그레스센터에서 총회를 열고 대한민국 전라북도 새만금을 2023 제25회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지로 최종 선정했다. 전북은 막판까지 접전을 벌인 폴란드 그단스크시를 제치고 대회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제25회 세계잼버리대회는 오는 2023년 8월 전북 부안군 새만금 관광레저용지에서 개최된다. 이 대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68개국 5만여명이 참가할 전망이다. 대회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은 민족, 문화, 정치적 이념을 초월해 ‘Draw Your Dream’을 주제로 야영을 하며 국제 이해와 우의를 다진다. 전북도는 새만금지구에 9.9㎢(300만평) 규모의 대회장을 조성해 참가자들이 대자연을 만끽하며 야영 대회를 즐기도록 할 계획이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대회 유치로 생산유발효과 800억원, 부가가치 300억원, 10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며 “2023 세계잼버리대회 유치를 계기로 새만금 내부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고 국제공항, 국제항만, 도로 등 기반시설도 확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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