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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중재자 靑의 전략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중재자 靑의 전략

    남북 정상회담이 2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5월 말이나 6월 초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 수준을 정하는 것이 고민이다.남북 정상이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비핵화 선언 외에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항구적 평화체제 수립과 같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루면 북·미 정상회담은 김빠진 회담이 될 수 있다. 알맹이 없는 ‘부실 회담’을 하면 중재자로서의 영향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 수준을 조정해야 한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가까워져 올수록 한국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도 표면화돼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미국 관료가 “판문점 등 한국 내 장소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 데 경계심이 있다. 한국인들이 (북·미 사이에서) 너무 많은 중재자 역할을 하려 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장철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핵화 회담의 성과와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고 싶어 한다”며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만족할 회담을 위해 한·미 양국은 물밑 대화를 하며 정상회담 의제 범주 가이드라인을 정교하게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미국으로부터 긴밀하게 (북·미 정상회담) 진행 상황을 전달받고 우리 쪽 의견도 전달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남북 정상회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을 통해 비핵화 의지의 선언적 말을 듣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을 교환하는 ‘빅딜’은 북·미 정상회담 몫으로 남겨 미국에 상당 부분의 성과를 넘겨주는 식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블랙리스트 9473명 명단 실제 적용” 문건 첫 공개

    “블랙리스트 9473명 명단 실제 적용” 문건 첫 공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진상을 알리는 단서가 된 9473명의 시국선언자 명단이 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 지원사업에서 실제 블랙리스트로 적용된 사실이 확인됐다.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빌딩의 진상조사위 사무실에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2015~16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과 관련해 불법적인 지원배제가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여기에 9473명의 시국선언자 명단이 근거자료로 활용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이와 함께 자체 입수한 9473명의 시국선언자 명단이 담긴 문건 전체를 공개했다. 이 문건은 2015년 5월 출력된 것으로 A4용지 60페이지 분량이다. 이원재 진상조사위 대변인은 “‘한불 상호교류의 해’ 블랙리스트 사건 조사 과정에서 문건을 입수했고, 이 문건이 사업 배제 여부를 결정하는 블랙리스트로 실제 적용됐다는 다수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문건은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 세월호 시국 선언,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 박원순 후보 지지선언 등 4개 카테고리로 돼 있으며, 각각에 기재된 전체 인원을 합치면 9473명이다. 명단은 2015년 4월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의 지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리·보고했으며, 청와대는 명단에 기재된 인원 전체를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진상조사위는 조사 결과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에서 블랙리스트 지시 이행을 위해 청와대로부터 문체부를 거쳐 문건을 전달받은 해외문화홍보원 실무자들이 출력본 형태의 명단을 일일이 대조해가며 지원배제 여부를 검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한불 상호교류의 해’와 관련한 문화예술행사와 사업 전반에 걸쳐 블랙리스트 실행을 지시했고 국가정보원도 지시 이행과 사찰에 관여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은 2015년 9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1년 4개월 동안 양국 주요 도시에서 전시, 공연, 문학, 영화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 걸쳐 진행됐으며, 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문체부 예술정책과, 영상콘텐츠산업과, 출판인쇄과 등 각 부서와 해외문화홍보원, 프랑스한국대사관, 프랑스한국문화원, 한불상호교류의해 조직위원회(조직위), 예술경영지원센터에 설치된 조직위 사무국 등이 블랙리스트 실행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사전모의를 한 구체적인 정황도 확인했다. 진상조사위는 또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프랑스 국빈 방문 중 참석했던 현지 한식체험전시인 ‘K콘(K-CON) 2016 프랑스’ 사업과 관련해 최순실 씨에게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부실심사를 통해 사흘 만에 예산을 배부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법정관리 기로 선 STX조선, 원칙대로 처리하라

    STX조선해양이 또다시 법정관리의 기로에 섰다. 이 회사는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마지노선으로 정한 어제 오후 5시까지 ‘자구안’을 제출했으나 채권단이 요구한 ‘노사 확약서’는 밤늦게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채권단은 노사 확약서 제출을 기다린 뒤 회생 절차를 밟을지, 법정관리로 갈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STX조선해양이 노사 확약서를 끝내 제출하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그렇게 되면 청산 가치가 존속 가치보다 높아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성동조선에 이어 STX조선까지 이 지경인 현실이 딱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한국GM도 부도 여부를 결정할 생산직 급여 지급 여부가 10일이면 판가름난다고 하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번 자구안은 경영진 주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인력 감축부터 물량 확보, 수주 계획까지 경영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회생 절차를 담았으나 그것만으로는 회생 절차를 시작할 수는 없다. 노조의 동참을 명문화한 노사 확약서가 없으면 실행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조와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극적으로 접점을 찾을 공산도 있지만 현재로선 몹시 비관적이다. STX조선이 9개월 만에 다시 법정관리의 갈림길에 놓인 것은 부실을 털어내지 못한 회사 못지않게 구조조정을 끝까지 거부해 온 노조 책임이 크다. 채권단이 내건 회생의 전제조건은 고정비 절감을 위한 생산직 75% 감원이었으나 노조는 ‘감원 절대 불가’로 맞서 그제까지 목표치의 30%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만약 노사합의가 끝내 안 이뤄진다면 산은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도 중단된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협력업체의 줄도산은 자명해진다. STX조선에는 본사와 협력업체 270곳을 포함해 1만 명의 생계가 걸려 있다. 한국GM까지 부도나면 협력사 인원과 본사 직원 16만여 명의 고용이 흔들린다. STX조선 사태는 청산이든, 회생이든 이제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정부·채권단은 정치논리를 앞세워 가망 없는 기업을 연명치료하려는 구태를 버려야 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뜬금없이 STX조선·한국GM과 관련해 노사정협의체 구성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의구심을 살 만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기업이라면 원칙대로 처리하는 게 맞다. 자기 몫과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회사와 노조는 도태돼야 한다.
  •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세균, 항상 함께하지만 두려운 존재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세균, 항상 함께하지만 두려운 존재

    시트로박터 프룬디. 이 생소한 미생물의 이름을 우리는 최근 자주 접하고 있다. 이 미생물은 병원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이다. 정상인에게도 존재하는 장내 세균이지만 드물게 면역 저하자에게서 발병해 호흡기, 비뇨기, 혈액 등에 감염을 일으킨다. 병원 감염이란 입원 당시에는 없거나 잠복하던 감염이 입원 기간 중 발생한 것으로 병원에서 발생하는 직원 감염도 포함된다. 면역에 취약한 만성질환자, 암환자, 항생제 사용 환자, 수술을 받은 환자가 위험군이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의 아기들은 면역 저하, 호흡기 치료, 혈관 내 카테터, 정맥을 통한 영양공급 등의 위험인자를 안타깝게도 골고루 갖고 있었던 셈이다.세균 감염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1846년, 오스트리아 빈 종합병원의 이그나즈 제멜바이스(1818~1865)라는 의사가 최초로 병원 감염의 위험성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그는 2개 분만병동 가운데 의사들이 아이를 받는 병동이 조산사가 아이를 받는 병동보다 산모 사망률이 높은 것에 주목했다. 그는 해부실습을 마친 의대생과 의사들이 분만병동에서 일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이 원인을 ‘시체인자’로 명명했다. 당시만 해도 의사의 손에 묻은 피와 고름을 신성하게 여기고 감염 원인을 나쁜 공기로 돌리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그는 기성의학계에서 배척당했다. 손소독을 강조하던 그의 이론은 그렇게 한동안 도외시됐다고 한다. 이후 손씻기가 감염 예방의 최선책이라는 사실은 상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복잡한 의료현장에서 손씻기는 기본 중의 기본일 뿐 완벽한 방법일 수 없다. 그래서 다른 첨단기술도 활용한다. 수술실의 ‘양압 시스템’이나 격리병실의 ‘음압 시스템’이 그것이다. 수술실에서는 인체 내부가 노출되기 때문에 공기 속 세균총이나 의료진과 환자의 입에서 나온 물입자인 비말핵이 감염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공기가 환자 반대편으로 흐르도록 수술실 출입구를 배치하거나 외부공기가 침입하지 않도록 기압을 높게 해 양압을 유지하면서 수직으로 공기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한다. 반대로 격리병실은 병원체가 외부로 퍼지지 않도록 음압을 유지한다. 그 밖에 세균을 걸러내는 필터가 내장된 수액세트, 은나노 항균처리가 된 의료기기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또 모든 의료진은 무균적 처치를 생활화하고 있다. 오염됐다고 의심되는 기구와 약제는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1994년 고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주사제 인정기준에 따르면 ‘분할 투여가 가능한 약제를 일부만 사용한 경우 실주사량에 따라 약가를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나머지를 부득이하게 폐기할 경우 1병의 약가를 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률적으로 폐기 처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폐기 사유를 해당 요양기관에서 소명해야 한다’고도 돼 있어 뚜렷한 원칙 없는 약가 삭감을 피하기 위해 의료진이 관행대로 주사제를 나눠 쓴 것도 사실이다. 심평원의 삭감 압박, 안일한 약제관리, 낮은 감염관리료, 병원의 재정위협이 뒤얽힌 곳에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체계적 감시와 교육, 감염관리 전문인력 고용으로 병원 감염률이 32%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2010년부터 전국 병원에 감염 감시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고 감염관리 전문인력 배치도 의무화하고 있다. 병원 감염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고 문제의식이 높아진 지금 감염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 동료 코끼리 똥 파서 먹는 코끼리

    동료 코끼리 똥 파서 먹는 코끼리

    코끼리가 동료 코끼리 ‘응가’를 먹는 모습이 화제다. 그것도 아직 몸 속에서 배출되지 않은 것을 말이다. 지난 7일(현지시각) 영국 외신 데일리 메일은 코끼리 한 마리가 동료 코끼리 엉덩이 속으로 코를 집어 넣고 장 속 대변을 직접 빼내서 먹는 놀랍고 충격적인 모습을 소개했다. 매우 더럽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코끼리들의 생태를 충분히 이해한다면 전혀 이상할 것도, 더러울 것도 없다. 코끼리의 소화기 시스템은 그들이 먹는 풀로부터 충분한 영양분을 추출하지 못할 정도로 부실하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채 내장을 통과하는 풀들을 먹기 위해 서로간에 이런 행위를 한다고 한다. 보기엔 좀 그렇지만 살기 위한 코끼리의 본능적인 행위 중 하나인 것 뿐이다. 또한 이런 행위들이 코끼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코끼리를 포함한 다른 동물들도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자신의 배설물을 다시 먹는다. 그 속엔 버리기 아까운 그들 입맛에 맞는 ‘소중한’ 음식 잔여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매우 ‘실리적’이면서도 ‘합리적’이라고 표현한다면 과한 것일까.사진 영상=Jims DJ/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일본 지진, 피해 규모는? 단수·정전 등 주민 불안에 떨어

    일본 지진, 피해 규모는? 단수·정전 등 주민 불안에 떨어

    밤사이 일본 지진이 발생하면서 그 피해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9일 오전 1시32분경 일본 시마네현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지진은 시마네현 마쓰에시에서 남서쪽으로 50㎞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으며 진원의 깊이는 12㎞로 관측됐다. 다행히 시마네 원전엔 별다른 이상이 발생하진 않았으면 쓰나미(지진해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상자가 일부 발생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단수와 정전이 일어났다. 다만 이후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지진 규모 지진의 강도를 나타내는 절대적 개념의 단위를 말한다. 보통 규모 5.0~5.9는 좁은 면적에 걸쳐 부실하게 지어진 건물에 심한 손상을 입히는 정도다. 한편 최근 국내에서도 잦은 지진이 발생해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있기도 했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일본 지진이 국내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교통정보센터는 공식 트위터에 “[국외지진정보] 2018년 04월 09일 01시 32분경에 일본 시마네현(혼슈) 마쓰에 남서쪽 50km 지역에서 규모 5.8의 지진발생/ 국내영향없음”이라고 알리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주사제 나눠쓰고 마약까지...병원 맞나?

    주사제 나눠쓰고 마약까지...병원 맞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가 병원내 ‘주사제 나눠쓰기’ 때문으로 확인된 가운데 서울대병원에서는 간호사가 마약을 상습 투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병원내 약물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찰이 이대목동병원 사고 원인이 주사제 1병을 여러 명에게 나눠 투약했기 때문이라고 발표한 날 서울대병원에서 간호사가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상습 투여한 사실도 공개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간호사는 마약류에 속하는 진통제 펜타닐을 환자 이름으로 몰래 대리처방 받아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펜타닐은 수술 후 암 환자의 통증 경감을 위해 널리 사용되는 아편 계열의 마취 및 진통제다. 의료계에서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는 고질적인 저수가와 인력난 등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인 반면, 서울대병원 간호사의 마약 투약은 개인의 문제이므로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두 사건 모두 병원 내 부실한 약물관리에서 비롯된데다 환자에 치명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약물 관리감독 강화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환자 안전 전담인력에 약사를 추가해야 한다는 한국병원약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자안전법 시행으로 200병상이 넘는 의료기관은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하고 병상 규모별로 의사와 간호사 등을 배치해야 한다.하지만 여기에 약사는 포함돼있지 않다. 한국병원약사회는 “신생아 사망 사건을 계기로 약물관리가 환자 안전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환자에 안전한 의약품이 투약 되고 관리되기 위해선 약사 역할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지부는 이와관련, 전담인력에 약사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5월부터는 마약류 통합 관리시스템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서울대병원 간호사의 마약류 투약같은 행위을 사전에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의료진의 마약 투여는 절대로 수용할 수 없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전제한 뒤 “다음 달부터 마약류 통합 관리시스템이 시행되면 정부의 관리가 좀 더 촘촘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마약류 통합 관리시스템은 마약류의 제조·수입·유통·사용 전 과정을 전산시스템으로 보고하고 저장해 상시 모니터링하는 체계다. 마약류 오남용을 막고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모든 마약류 취급자는 사용 내역을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폐광지 자녀 우선 채용 힘썼다는 염동열

    폐광지 자녀 우선 채용 힘썼다는 염동열

    강원랜드 부정 채용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염동열(57) 의원이 6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염 의원은 “폐광지의 자녀들이 우선 채용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노력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은 이날 염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지인의 자녀 등을 강원랜드 교육생으로 채용해 달라고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추궁했다.염 의원은 이날 수사단이 꾸려진 서울 도봉구 북부지검 청사로 출두하며 기자들에게 “(폐광지 주민 자녀들이) 교육생 선발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잘될 수 있도록 노력해 온 일은 있다”고 답했다.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불법은 아니라는 취지다. 최흥집(67·구속 기소) 전 강원랜드 사장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자신으로부터 청탁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증거 인멸 의혹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앞서 춘천지검은 염 의원의 지역구(태백·영월·평창·정선·횡성) 보좌관인 박모(46)씨를 구속 기소했다. 지난 2013년 4월 “2차 교육생으로 21명을 채용해 달라”고 최 전 사장 등에게 청탁한 혐의다. 부실 수사 의혹, 외압 의혹이 불거지며 지난 2월 출범한 수사단은 청탁 과정에 염 의원이 개입했는지, 또는 이와는 별도로 직접 청탁을 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여기는 중국] 비상구 여니 10m 낭떠러지…노래방 간 여성 추락사

    [여기는 중국] 비상구 여니 10m 낭떠러지…노래방 간 여성 추락사

    10미터 아래 지상 1층으로 연결된 비상구 탓에 현장에서 사망한 여성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중국 허난성 정양현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의 피해자 곽 씨(여, 28세)는 최근 중학교 동창 모임을 위해 인근 노래방을 찾았다. 곽 씨가 사망한 당일 피해자 일행이 찾은 노래방은 인근에서 제법 큰 규모로 운영되고 있던 곳으로, 약 20개의 크고 작은 방은 복도를 따라 길게 연결된 형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일 곽 씨는 두 명의 자녀를 돌봐주고 있던 시부모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기 위해 복도 끝에 연결된 비상구 문을 열고 나섰다. 문제는 해당 비상구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10미터 아래 지상 1층으로 곧장 연결되는 낭떠러지였다는 점이다. 비상구 문을 열고 첫 발을 내딛은 곽 씨는 곧장 바닥으로 추락한 뒤 현장에서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로 28세의 곽 씨에게는 두 명의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허난성 정양현 공안국은 해당 사건 수사 후 곧장 문광신국(文广新局)과 공동으로 부실 영업을 한 해당 노래방 업주에 대해 구속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안국 조사에 따르면 해당 노래방은 유흥업 허가증을 발급받지 않은 채 불법적인 방식으로 영업을 해온 것으로, 지난해 2월 담당 공안국은 이미 해당 노래방이 소방 및 안전 관리 미비를 이유로 영업 정치 처분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국 관계자에 따르면 노래방 업주 오 모 씨는 영업 정지 처분을 받은 후에도 줄곧 불법 영업을 지속해왔는데, 이번 사건 직후 공안국은 문제의 업소에 대한 영업 취소 처분을 내렸다. 또, 노래방 업주 오 모 씨를 구속하고 피해자 곽 씨에 대한 과실 치사 혐의로 형사 구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곽 씨 유족들은 노래방 업주 오 씨를 상대로 민사상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사설] 20분 면접으로 기금본부장 뽑으려는 국민연금

    국민연금공단이 기금운용본부장을 채용하면서 ‘초스피드 면접’을 진행했다고 한다. 국민연금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3일 비공개로 면접심사를 했는데 한 사람당 정해진 면접 시간은 겨우 20분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지원자 16명 가운데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8명이 면접에 응했으니 개인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8명 모두 합해 봐야 면접 시간이 3시간이 채 안 되는 셈이다.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 노후자금 621조원의 운용을 총괄하는 자리다. 역할의 중요성에 비춰 본다면 정부가 출범하고도 9개월째 그런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둔 것도 한심한데 새 인물을 뽑는 과정도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기금운용본부는 우리 국민이 다달이 낸 노후자금 621조원을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조직이다. 국민연금은 일본 공적연금펀드,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함께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힌다. 엄청난 규모라 자본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하다. 국민의 노후도 국민연금의 운용 실력에 달려 있다. 널리 최고의 인재를 구해야 하는 이유다. 공단 측이 이미 서류 심사를 통해 1차적으로 적격 후보자들을 걸러냈다고 해도 인터뷰 시간 20분은 황당할 정도로 짧다. 서류 심사를 한 뒤 다양한 채널을 통해 후보자들에 대한 업무 능력이나 도덕성 등 업계의 평판 등을 이미 파악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공식적인 면접 자리에서는 향후 기금 운영 방향 등 심도 있는 질문들이 오가야 한다. 가뜩이나 지난 정권에서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으로 정치권 논란의 중심에 섰던 만큼 정치적 외압이나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국민의 편에서 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만을 생각할 뚝심 있는 인사를 뽑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전문성은 말할 것도 없다. 하다못해 가게 아르바이트생을 뽑아도 됨됨이 등을 알아보려면 몇 가지 질문만 해도 족히 30분은 된다. 신문사에서 기자를 뽑을 때도 한 사람당 인터뷰 시간이 2시간여 가까이 된다. 그런데 600조원을 다루는 책임자의 면접을 이렇게 허술하게 일사천리로 진행한다면 누가 봐도 내정설이 돌 만도 하다. 지난 정부 본부장들은 친박 실세들과의 인연이 드러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었다. 공공기관 인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까지 들고나온 정부이니 다른 곳은 몰라도 국민 노후 자산을 운용하는 자리만큼은 실력 하나만 봐야 한다.
  • [사설]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규제완화 대상 아니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포장재가 한가득 쌓인다. 감자 한 알도 따로 비닐에 담고, 고기나 생선류는 몇 겹으로 비닐 포장을 하니 장바구니가 무슨 소용인가. 택배 상자에선 비닐 충전재와 스티로폼, 종이 박스까지 재활용 쓰레기가 줄줄이 나온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과다 포장에 헛웃음을 짓는 일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일회용컵 소비 실태도 심각하다. 커피 매장 안에서조차 머그잔을 이용하는 손님을 찾기 어렵다. 이렇게 흥청망청 사용되는 비닐봉지의 양이 연간 1인당 420개(2015년 기준)다. 핀란드의 100배다.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2017년 기준 64.12㎏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일회용컵 사용량은 연간 260억개로 하루 평균 7000만개를 소비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로 소규모 포장이 늘고, 택배 업체 간 경쟁이 과다 포장을 부추기면서 재활용 쓰레기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중국의 수입 금지 조처로 불거진 이번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우리 모두 알면서도 외면해 온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했다. 생산과 소비, 배출 등 모든 과정에서 재활용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페트병은 재활용이 어렵고, 선별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탓에 오히려 외국의 폐플라스틱을 수입해 쓴다고 한다. 종류별로 재활용품 배출 요령을 지키지 않고, 아무렇게나 버리는 무관심에도 경종을 울렸다. 무엇보다 일회용품 과다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프랑스가 2020년부터 플라스틱 컵, 비닐봉지 등 썩지 않는 일회용 제품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들은 최근 강력한 재활용품 감량 대책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정부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내놨으나 정권 교체 이후 규제가 느슨해지면서 시민들의 인식 전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2003년 도입됐던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2008년 폐지됐고, 2013년에는 테이크아웃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도 사라졌다.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한 폐기물 부담금 제도도 중소기업 부담을 줄여 준다는 이유로 2010년 부담금 면제와 경감 범위를 크게 완화했다. 과도한 포장재 사용과 일회용품 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민과 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규제가 능사는 아니지만 정부는 선진국 수준에 버금가는 강력한 정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가 기업이 재활용에 들어가는 비용 중 일부를 부담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을 증액하는 방안과 택배 과대 포장을 규제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참에 명확히 기준을 정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생활에 불편하더라도 가급적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시민들의 의식 변화도 절실하다.
  • [사설] 파업 준비하는 한국GM노조, 진정 파국을 원하나

    수습되는 듯했던 한국GM 사태가 노사의 임단협 난항으로 다시 꼬이고 있다. 노조는 그제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냈다. 10여일간의 조정 기간을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노조는 “무조건 파업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언제든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GM 본사와 KDB산업은행이 가까스로 회생 방안을 만들어 임단협 타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사태가 파국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GM 본사는 앞서 주채권 은행인 산은과 우리 정부에 한국GM 회생을 위해 차입금 27억 달러의 출자 전환, 28억 달러 신규 투자 계획, 신차 배정 등의 자구안을 제시했다. 대신 산은의 출자 참여 및 임단협 노사합의 등의 조건을 달았다. 임단협 타결 없이는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산은도 GM에 대한 정밀 실사를 벌인 뒤 지원에 참여해 한국GM을 회생시키기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하지만 GM 사태 해결에 꼭 필요한 임단협 문제로 지금까지의 진전이 원점으로 되돌아갈 위기에 놓인 셈이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을 동결하고 성과급을 포기하는 대신 종업원 1인당 3000만원어치의 주식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10년간 정리해고 금지, 65세까지 정년 연장, 군산공장 폐쇄 철회도 포함됐다. 수년간 국고 지원을 받고도 쓰러질 처지에 빠진 기업의 노조로선 무리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얼마 전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으면 4월 예정인 지난해분 성과급 지급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구안에 포함된 희망퇴직 위로금 6000억원 확보도 물 건너갈 상황이다. 사태가 악화하면서 배리 엥글 GM 본사 사장은 부도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국GM 안팎에서는 각종 철수 시나리오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노조가 쟁의조정까지 내면서 강수를 두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거대 기업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착각이다. 금호타이어 사태에서 보듯 정부는 더이상 부실 기업 지원에 정치 논리를 적용하지 않는다. 잘나가던 시절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 존망과 수많은 직원의 생계를 걸고 위험한 줄타기를 해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접고 협상의 테이블에 앉기를 바란다.
  • [혐오를 혐오하자] “니애미·느금마·엠창”…혐오표현을 멈추게 할 방법

    [혐오를 혐오하자] “니애미·느금마·엠창”…혐오표현을 멈추게 할 방법

    혐오를 혐오하자 [3] 혐오표현을 멈추게 할 방법 “이 장애 새끼야”“지하철에서 (구걸하며) 껌 파냐”“(남학생이 여학생에게) 너 걸레 같아” 전북의 한 중학교 상담교사 김서연(가명·27)씨가 학교에서 종종 듣는 대화다. 학생들은 ‘니애미·느금마·엠창’처럼 부모를 모욕하는 단어도 거리낌 없이 쓴다. 김씨는 “아이들은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그 안에서 권력이 나누어진다”면서 “또래집단 안에서 더 강해 보이고 싶은 마음에 혐오표현이 들어간 욕설을 과시적으로 쓰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SNS에서 오가는 혐오표현이다. 김씨는 “아이들끼리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메시지로 대화할 때 혐오표현의 정도가 훨씬 심해지는데 SNS 특성상 어른들이 통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실제 장애가 있거나 한부모 가정에 속한 학생들이 자신을 비하하는 혐오표현을 듣게 되면 깊은 상처가 된다”며 우려를 표했다.혐오와 차별이 없는 공간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혐오표현이란 “어떤 개인·집단에 대하여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이라고 정의했다. 주로 여성, 성 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등 사회적·정치적 권력이 약한 집단이 그 대상이 된다. 이들은 사회로부터 배제돼 있고, 저항력이 약해 쉽게 공격 대상이 된다.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의 저자 제러미 월드론은 “혐오표현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누릴 존엄한 삶을 파괴한다”고 주장했다. 공존하는 사회가 되려면 약자들도 폭력과 배제, 모욕, 종속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혐오표현은 이런 확신을 무너뜨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구성원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공공선’을 붕괴시킨다. 1968년 미국에서 초등학교 교사 제인 엘리엇은 차별에 관한 실험을 했다. 아이들을 파란 눈 집단과 갈색 눈 집단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갈색 눈을 월등한 존재, 파란 눈을 열등한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파란 눈을 가진 아이들은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고 학습에서도 뒤처졌다. 일주일 뒤 교사는 상황을 역전시켰다. 파란 눈을 월등한 존재, 갈색 눈을 열등한 존재로 바꿨다.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차별을 한번 경험한 아이들은 친구들이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았다. 실험을 통해 차별과 혐오가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의무교육 단계에서부터 혐오표현이 일상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교육이란 ‘혐오표현을 쓰는 건 나쁘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1차원적 접근이 아니다. 학교가 더욱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윤리의식에 개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 교수는 “궁극적으로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혐오와 차별이 없는 곳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현장의 부실한 인권 교육 문제는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인권교육이 일회성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교사 김씨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인권교육은 아이들을 상세히 관찰하기 어려워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동영상이나 유인물로 진행하는 인권교육 한두 번으로 인권의식이 향상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인권교육은 들인 시간과 비용에 비해 효과가 더디게 나타난다. 그렇기에 학교 현장에서 인권교육은 소외되기 쉽다. 법무부의 연구 용역 보고서 ‘인권교육의 실태와 질적 발전을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을 살펴보면 인권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로 ‘1~2시간 내외의 지식 위주 교육’이 꼽혔다. 한정된 교육시간 내에 학생들의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는 것을 기대하기엔 무리라는 것이다. 때문에 인권교육만큼은 장기적인 목표를 잡고 접근해야 한다. 지난 2월 청와대는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해달라는 국민 청원에 답변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교육부 주관으로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학교 구성원들의 인권 관련 인식 수준이나 인권교육 수업 편성, 운영 방안과 여건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면서 “인권교육을 위한 교사 학습자료 개발에 교육부가 12억가량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페미니즘 교육뿐만 아니라 보편적 인권을 증진하는 ‘통합 인권교육’에 방점을 찍었다.혐오표현을 종식할 선언 지난해 10월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한국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이행하도록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소외계층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차별금지법은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인종, 종교, 사상, 성적 지향, 학력,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2007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권고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기독교계와 반동성애 단체의 반대로 10년째 계류 중이다. 성적 지향을 보호하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다. 홍 교수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극단적인 형태의 혐오표현 금지와 국가 차원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즉 “선언적 의미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독일은 2006년 일반평등대우법을 제정했다. 인종, 민족적 출신, 성별, 종교나 세계관, 장애, 성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도록 한다.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가장 유사한 형태다. 영국 역시 2010년 평등법을 만들었다. 연령, 장애, 성전환, 혼인 및 동성결혼, 인종, 종교 또는 신념, 성별, 성적 지향, 임신과 모성의 9가지 사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다. 독일은 한발 더 나아가 올해부터 이른바 ‘헤이트스피치(혐오발언)법’을 시행 중이다. SNS에 혐오표현이 들어간 게시물이나 가짜뉴스를 올리면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트위터·유튜브·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은 자사 콘텐츠에서 혐오표현을 발견하면 24시간 안에 삭제해야 한다. 만약 위반하면 최대 5000만 유로(약 651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혐오표현을 일삼는 개개인뿐만 아니라 이를 묵인하는 유통기업에도 책임을 묻는 셈이다. 헤이트스피치법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독일은 나치의 유대인 대량 학살을 역사로 경험했다. 혐오표현의 위험성을 절감하기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국가가 혐오를 방치하고 있다 일본이 혐오표현에 대응하는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재일 한국인에 대한 혐오, 이른바 ‘혐한’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기승을 부렸다. 한국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혐한시위가 조직적으로 열렸다. 그러자 시민사회가 나서서 의회를 압박했다. 국제사회의 비판도 거세졌다. 결국 2016년 ‘본국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대책 추진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국가가 주도해서 혐오표현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반면 미국은 법적 제재보다 자율적 규제를 추구한다. 수정헌법 1조에도 명시돼 있듯이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렇지만 미국이 혐오표현에 관대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이 공식 석상에서 차별을 반대하는 발언을 꾸준히 한다. 대학과 기업은 자체적으로 차별을 규제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국가의 개입 대신 사회적 공감과 연대를 통해 차별과 혐오를 몰아내는 셈이다. 물론 차별금지법으로 실질적 규제를 하기도 한다. 홍 교수는 저서 ‘말이 칼이 될 때’에서 “혐오표현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은 현실의 권력 관계를 인정하고 시장의 실패를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역설했다. 최근 ‘미투(#MeToo) 운동’으로 여성 혐오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혐오표현이 일상의 언어처럼 쓰이는 현실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인권교육은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은 더디기만 하다. 곳곳에서 울리는 아우성을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재벌 금융사 ‘압박’… 삼성생명, 삼성전자 주식 팔까

    재벌 금융사 ‘압박’… 삼성생명, 삼성전자 주식 팔까

    ‘순환출자·내부 거래’ 통합 감시 개선조치 권고… 동반부실 차단 삼성생명 수조원 추가 확충해야 7월부터… 업계 “수위 높다” 불만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이 삼성, 한화, 현대차 등 대기업이 보유한 금융그룹들이 상호·순환출자 구조가 심각한 경우 자본확충이나 내부거래 축소 등을 권고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계열사 지분을 청산해야 해 재벌계 금융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또한 26조원 정도의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는 삼성생명은 이를 매각하거나 수 조원의 자본을 추가로 확충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금융위원회는 3일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초안을 마련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7월부터 시범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는 금융계열사를 그룹의 자금줄로 이용하려는 유인을 없애고 금융그룹의 동반 부실 위험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감독 대상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으로 삼성, 한화, 현대차, DB, 롯데 등 5개 재벌계 금융그룹과 교보생명, 미래에셋 등 2개 금융그룹의 97개 계열 금융사가 포함된다. 금융위는 모범규준에서 위험 관리실태가 취약한 금융그룹에 위험관리 개선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위험 관리실태나 자본 적정성 등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1단계 조치로 경영개선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경영개선계획에는 자본 확충 및 위험자산 축소, 내부거래 축소 등이 담겨야 한다. 경영개선계획이 이행되지 않으면 금융위는 2단계 조치로 다른 업종의 계열사와 맺고 있는 상호·순환·교차 출자 등을 청산하라고 권고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금융그룹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금융그룹은 금감원으로부터 그룹 위험 현황 등을 평가받고 그 결과 관련 위험의 축소, 필요자본 조정 등 위험관리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됐다. 금융사가 일정 규모 이상을 비금융계열사에 출자하면 필요자본을 가산하거나 지분을 아예 매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산정 방식 등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은 ‘개별 비금융사 출자분 중 은행 또는 보험사 자기자본의 15% 초과분’과 ‘전체 비금융사 출자분 중 은행 또는 보험사 자기자본의 60% 초과분’ 중 큰 금액을 전액 필요자본에 가산한다는 예시를 들었다. 이를 적용하면 31조원의 자기자본과 26조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는 삼성생명은 수조원의 자본을 추가 확충하거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업계 자율로 정해지는 모범규준 치고는 수위가 너무 높다. 웬만한 법규보다 처벌이 무겁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금융그룹 관계자는 “윽박지르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제천 참사 100일 지나도 꺼진 찜질방 화재 경보기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사망했고 특히 여성 사우나 비상구가 막혀 20명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찜질방 업주들의 안전 의식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전국 찜질방 10곳 가운데 4곳꼴로 안전관리가 부실했다. 국가안전대진단을 주관하는 행정안전부는 전국 찜질방 1415곳 가운데 1341곳을 점검한 결과 38.4%에 해당하는 515곳에서 안전관리상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국가안전대진단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등을 계기로 대형 재난을 미리 막자는 취지로 2015년 시작됐다. 해마다 50여일 동안 행안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전국 시설물 20만~40만곳을 진단한다. 올해는 지난 2월 5일부터 오는 13일까지 68일간 진행된다. 이번 국가안전대진단에서 지난달 28일 기준 과태료가 부과된 시설물은 447곳이다. 이 가운데 찜질방이 96곳(21.5%)으로 가장 많았다. 찜질방에서 화재가 날 경우 제천 참사와 같은 재난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장 지적사항은 대부분 스프링클러나 피난유도등 주변에 적재물을 쌓아둬 기기 작동을 방해한 것이었다. 과태료를 받은 찜질방은 화재 경보기나 스프링클러 작동스위치를 의도적으로 꺼놓거나 비상구를 폐쇄하고 방화문을 훼손하는 등 안전불감증이 심각했다. 지난 2월 정부부처 합동 점검 때에도 다수 찜질방에서 화재 경보기를 꺼놓은 사례가 발견됐음에도 사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단독]방배초 학교보안관 “인질극이 제 탓이라니 억울해 잠못자”

    [단독]방배초 학교보안관 “인질극이 제 탓이라니 억울해 잠못자”

    “신분 확인을 제대로 안 해서 인질극이 벌어졌다고요? 억울해서 밤새 잠을 못 잤습니다.” 지난 2일 교내 인질극이 발생한 서울 방배초등학교의 학교보안관 최모(64)씨는 3일 오전 11시 53분쯤 자전거를 타고 학교 정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씨는 인질극이 마치 자신이 범인의 신분 확인을 제대로 안 해서 벌어진 것처럼 알려진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폐쇄회로(CC)TV 보면 신원을 확인하는 장면이 다 나온다”면서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해도 상대방이 안 주면 강권할 수 없다”고 말했다.군에서 31년간 재직한 뒤 대령으로 예편한 그는 “경찰에 신고한 뒤 경찰이 오기 전에 범인이 흥분할까 봐 출입문부터 무릎 꿇고 네 발로 기어들어가 범인을 설득했다”면서 “단지 업무일지에 작성을 안 한 것뿐인데 ‘통제가 안 됐다’며 완전히 (저를) 못된 사람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최씨와의 일문일답. →범인이 신원 확인도 없이 학교로 들어갔다고 하는데. -아니다. 신원 확인을 했다. 비디오(CCTV)에 다 나온다. →당시 상황은 어땠나. -범인이 들어간 뒤 5분 후에 사고가 터졌다. 경찰에 신고한 뒤에 경찰이 올 때까지 교무실 가서 범인과 대치해서 설득했다. 흥분시킬까 봐 출입문부터 무릎 꿇고 네발로 들어갔다. 그런 것은 하나도 보도가 안 되더라. 아내가 사직서 쓰고 나오라고 했다. 너무 억울해서 밤새 경위서 써서 아침에 학교에 제출했다. →범인과는 일면식이 있나. -없다. 사건발생 후 15분 동안 범인과 대화했다. 과거에 전쟁터에 두 번 다녀와 경험이 많다. 범인이 어제 그 짓 하려고 학교 들어갔는데 만일의 하나라도 흥분하지 않도록 했다. →초동 조치가 부실했다고 하던데. -초동 조치는 제가 지금 생각해도 (부끄럼없이) 당당하다. 범인이 들어간 지 딱 5분 만에 전화 왔다. 다급하게 “교무실로 빨리 와주세요”라고 했다. 그래서 바로 뛰어들어갔는데 상황이 벌어져서 특수반 선생님한테 112에 전화 좀 하라고 했다. (교무실) 출입문이 열려 있었고, 그 친구(범인)가 의자에 앉아서 바깥을 보고 있었다. 아찔했다. 그래도 전쟁터에 두 번 다녀오고. 총기도 겨눠본 적도 있고 해서 침착하게 대했다. →직업 군인이었나. -31년간 군에서 복무했고 예비역 대령이다. 전쟁기념관 가면 제 유니폼 있다. 중령 때 소말리아 갔고 대령 때 이라크 갔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범인과 눈높이를 맞추자는 생각으로 네 발로 기어서 들어갔다.→네발로 기어 들어간 이유는. -범인이 앉아있어서 눈을 맞추기 위해 그랬다. 범인과 15분 가량 이야기하다가 (범인이) “나가”라고 했다. 그래서 범인을 자극 안 시키려고 뒷걸음쳐서 나왔다. 그런 것들이 하나도 알려지지 않았다. 학교에서 조치를 잘했기 때문에 범인이 흥분도 안 했던 것이다. →학교에서는 몇 년 근무했는지. -4년 근무했다. 돈 때문이 아니라 인생 2막에 봉사하고 보람된 직장이라 생각한다. 일에 자긍심도 가지고 있다. →경찰은 언제 왔나. -첫 번째 전화하고 5~6분 후다. 경찰 정복을 입고 왔기에 제가 제지했다. 정복 입은 사람이 와서 면담하면 흥분할 수 있으니까 사복 입은 협상팀이 하라고 말했다. 상황은 제가 아니까. 그래서 정복 입은 경찰은 안 들어갔다. →사고 당시 어떤 역할을 했나. -중요한 것은 사고 터졌을 때 어떻게 수습했느냐인데 학교 보안관은 아이들 안전을 지키는 사람이다. 실제로 안 다치고 끝났지 않았나. 처음 15분이 중요했다. 경찰이 정복 입고 들어가는 것 말리고 사복 입은 협상팀 들어가라고 말했다. 만에 하나 흉기로 급소를 찔리면 경찰이 치료할 수 없으니 제가 여경에게 “구호팀 빨리 불러달라”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중에 119가 왔다. →평소 학교 보안은 어떻게 준비했나. -묻지마 폭행범 대비를 해야 해서 여기(보안관실) 들어오면 야구 방망이랑 쇠몽둥이 있다. 계속 학교에 건의해서 3단봉도 얻었다. 평소에도 그거 쓰는 훈련한다. 그렇게 일 하고 있다. →근무 시간은 어떻게 되나. -두명이 근무한다. 원래 이번 주 제가 오후조인데, 어제 오전 근무를 했다. 오전에 혼자 있고 오후 4시 이후에 혼자 있다. 12시부터 4시까지만 두 명이 한다. 이때는 학생들이 나가니까 위험해서 두 명 있어야 한다. 한 명은 밥도 먹어야 하고. 혼자 근무하면 예를 들어 택배 들어갔는데 2분 걸려야 하는데 4분 지나도 안 나오면 쫓아 들어간다. 혼자 있으면 문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저를) 처벌해야 한다고 한다. 억울하다. 우리 학교 보안관 업무 매뉴얼 18쪽짜리도 제가 만들었다. 이런 거 여기밖에 없다. “학부모들한테 물어봐라.” 여기 보안관 최고라고 그런다. 되게 친절하게 하고 저는 운동 많이 해서 체력도 만점이다. 집에 와서 잠이 안 와 밤새 경위서 7장 쓰고, 업무 매뉴얼 18쪽 해서 25쪽짜리 제출했다. 웬만하면 1~2쪽 쓰고 “죄송합니다”하고 끝내는데 저는 “그건 아니다”라고 봤다. 택배가 들어갔는데 바로 안 나오면 전화하고 쫓아간다. 정말로 이렇게 근무하는 곳 없다. 정말 열심히 해왔다. 애착을 갖고 근무했다. 배수로 뚜껑 없는 것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배수로도 새로 깔고, 우리 학교처럼 인사 잘하는 곳 없다. 보안관 출근하면 청소 다하고. 눈 마주치고 다 인사나눈다. 사명감 느끼고 했는데 이렇게 됐다. 기민도 key5088@seoul.co.kr
  • 민주당 충북지사 경선 비방으로 얼룩지나

    민주당 충북지사 경선 비방으로 얼룩지나

    더불어민주당 충북지사 후보가 ‘선거의 달인’으로 불리는 이시종(71) 충북지사와 관록의 4선을 자랑하는 오제세(69) 의원간의 경선으로 결정된다. 충북정치를 대표하는 어른들간의 경쟁이라 모범적인 정책대결이 기대되고 있지만 실상은 상호 비방전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 의원이 다른 당 후보를 연상시킬정도로 이 지사 비난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경선이 결정되자 대응을 자제해왔던 이 지사가 더 이상 참지 않겠다며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해서다. 민주당이 3일 충북지사 후보를 경선으로 결정하겠다고 발표하자 이 지사와 오의원은 도청 기자실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내심 전략공천을 기대했던 이 지사는 “경선이 확정된만큼 예비후보 등록을 앞당겨야 할것 같다”며 “경선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오 의원을 겨냥해 “경선체제에 들어가면 대응을 해야 할 것 같다”며 “그동안 현직이어서 참아왔다”고 날을 세웠다. 이 지사가 자리를 뜨자 바로 기자실을 찾은 오 의원은 깨끗하고 공정한 경선을 언급했지만 이날도 “이 지사 현안사업이 문제 투성이”라며 맹공을 이어갔다. 그는 “세계무예마스터십은 내용 자체가 부실하고 재미가 없는 소재”라며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는 계획을 즉각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회 마스터십대회 예산 80억원의 집행내역과 2회 대회 예산으로 잡힌 150억원의 세부내역을 공개하라”며 “허황된 마스터십 대회 예산으로 태권도회관 건립, 프로축구단 창단 등을 적극 지원하라”고 비난했다. 오 의원은 “‘태양과 생명의 땅’ 등 이 지사가 추진하는 것들이 너무 거창하다”며 “지금 충북에게 필요한 것은 실현가능한 꿈”이라고 꼬집었다.일각에서는 오 의원의 발언들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오의원 측은 “인신공격이 아니라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라며 “비난과 건전한 비판을 구분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이 지사의 한 측근은 “이 지사의 정책에 힘을 실어줬던 오 의원이 네거티브 전략으로 나오는 것을 이해할수 없다”며 “당 고문들까지 오 의원측에 자제를 당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권리당원 투표(50%)와 여론조사(50%)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선은 오는 20일을 전후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박경국(60) 전 행안부 차관을 충북지사 후보로 확정했다. 바른미래당은 유일하게 출마선언을 한 신용한(49)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이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사설]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 한국GM 배짱 명분 없다

    금호타이어가 어제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해외 매각을 최종 결정했다. 경영난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가 그야말로 벼랑 끝에서 되살아났다. 법정관리의 파국을 면한 금호타이어는 경영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됐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중국의 타이어 회사 더블스타는 6400억여원을 유상증자 형태로 투자한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3년 고용 보장과 지분매각 제한 등 투자 조건을 구체화하게 된다. 외국 회사로 넘어가 안타깝지만 노조가 현실적 방안으로 회생 기회를 붙들었다는 점에서 천만다행한 일이다. 극적 타결로 발등의 불은 껐으나 현실은 답답하다. 정부와 채권단의 끈질긴 설득과 단호한 압박이 없었다면 파국으로 치달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사측과 채권단의 해외 매각 방안에 아무 대안도 없으면서 끝까지 반대만 했다. 업계 순위가 한참 낮은 더블스타가 기술만 챙기고 ‘먹튀’할 거라는 것이 노조가 내세운 반대 사유였다. 노조 집행부의 강경 투쟁에 만기가 돌아온 기업어음 260억원도 못 갚을 판에 버티기로 무슨 실익이 있겠느냐는 내부 성토가 높았다. 자율협약 종료일까지도 회생의 길을 만들어 줄 거라 기대하던 노조에 청와대는 “정치적 논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며 쐐기를 박았다. 법정관리 시한을 몇 시간 앞두고도 청와대가 강경 입장이니 노조는 외통수로 해외 매각을 받아들인 셈이다. 좀비기업의 밑 빠진 독에 계속 혈세를 부어 줄 거라는 기대는 시대착오적 오산이다. 이번 일로 또 한번 분명해졌다. 지난달 정부는 자본잠식 상태인 성동조선에 법정관리의 극약 처방을 했다. STX조선에도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지원은 없이 자구 노력만을 전제로 생존을 모색하게 했다. 부실이 눈덩이처럼 느는데도 두 회사에 지난 8년간 밀어넣은 혈세가 10조원이 넘었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줄 알고도 구조조정을 미룬 대가는 그렇게 혹독했다. 그런 선례들은 이번 금호타이어 사태에 뼈아픈 반면교사로 작용했다.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좀비기업에는 헛돈을 들이지 않아야 한다는 학습효과를 얻기까지 국민 혈세로 치른 대가는 너무 컸다. 금호타이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에는 채권단의 책임도 크다. 채권단은 노조의 ‘먹튀’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더블스타에 대한 견제를 철저히 해야 한다. 배짱을 부리다 십년감수한 금호타이어를 보고도 한국GM은 정신이 번쩍 들지 않는지 모르겠다. 한국GM은 임단협 합의에 또 실패해 본사의 신차 배정을 받지 못했다. 1인당 주식 3000만원 지급, 10년간 정리해고 금지 등의 주장을 노조는 여전히 고수한다. 지방선거가 코앞이라도 예전처럼 정치 논리가 먹히지 않는 현실을 확인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명분 없는 배짱을 접어야 한다.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도 제 잇속만 차리는 강성 귀족노조를 곱게 봐줄 현실이 아니다.
  • [사설]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 검·경과 소통해 보완하라

    문무일 검찰총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작심한 듯 비판했다. 수사 권한을 대거 경찰에 넘겨주는 조정안이 검찰을 배제한 채 결정됐고, 국민 편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안에 대해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한 듯 “법률을 전공하신 분이 그렇게 생각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까지 했다. 과거 검찰개혁 문제가 불거질 때면 검찰 수장이 ‘사퇴 불사’를 외치며 조직 보호에 나섰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청와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이 함께 마련한 이번 조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 수사종결권 일부 부여, 검사의 직접 수사를 공직자 부패와 경제·금융 및 선거 등 특수 사건에 한정 등을 담고 있다. 검찰은 조정안이 실현되면 경찰의 수사 권한이 막강해지는 반면 통제는 받지 않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수사종결권 부여에 대해 문 총장이 “상상하기조차 어렵다”고 했을 정도다. 검찰의 우려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부실 수사와 은폐·조작으로 인해 입은 피해 사례엔 경찰 못지않게 검찰도 많이 관여돼 있다. 김근태 고문 사건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같은 시국사건은 물론 형제복지원 사건과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같은 일반 형사사건까지 검사들의 부실 수사와 사실 은폐에 의한 피해가 적지 않다. 엊그제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난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만 해도 검사가 어이없이 진범을 풀어 줌에 따라 15세 소년이 누명을 쓰고 10년간 옥살이를 했던 사건이다. 검찰은 그동안의 과오를 인정하고 일정 부분은 양보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송광수 검찰총장은 대검중수부 폐지 움직임에 대해 ‘내 목을 쳐라’라고 대들어 무산시켰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김준규 총장이 경찰의 독자 수사 개시권 명문화에 반발해 사퇴하고 검사장급 지도부도 집단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반발은 기득권 지키기엔 성공했을지 모르나 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을 키웠다. 경찰도 수사권 확보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 검찰의 수사지휘를 원하는 일선 경찰도 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수사권 조정은 검찰이나 경찰의 권한 다툼이 아닌 오로지 국민의 기본권과 편익 증진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당사자인 검찰·경찰의 충분한 소통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조정안 논의에서 검찰이 배제된 점은 무척 아쉽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검찰·경찰과 머리를 맞대고 이견 조율에 나서야 할 것이다.
  • ‘MB 자원외교 실패작’ 광물公 결국 문닫는다

    이명박 정부 해외자원개발사업 여파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국광물자원공사가 결국 광해관리공단으로 통폐합된다.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는 하지만 광해공단까지 동반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30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출한 ‘광물공사 기능조정 세부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다음달 중 통합기관 설립추진단을 구성하고 올해 안으로 자산·부채·잔존기능을 광해공단으로 이관해 통합기관을 신설한다. 정부는 통폐합을 위한 ‘광업공단법’(가칭) 등 3개 법안을 다음달 발의할 계획이다. 정부에선 광해공단이 순자산 1조 2000억원으로 금융부채가 3000억원에 불과해 통합 시 유동성 위험 완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광물공사는 2009년만 해도 자산 1조 6948억원에 부채 9006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엔 자산 4조 1518억원에 부채가 5조 4341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두 기관의 모든 자산과 부채, 인력은 신설 통합기관에 이관하되 해외자산·부채는 별도계정에서 관리할 계획이다. 해외자원개발 관련 자산은 전부 매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산업부는 자산관리와 매각의 전문성·책임성·독립성 확보를 위한 심의·의결기구로 해외자산관리위원회를 설치하며 매각업무는 자산관리공사가 대행한다. 통합기관에서 기존 광물공사의 해외자원개발 직접투자 기능은 폐지하되, 해외자원개발 민간지원 기능은 유지하기로 했다. 통합기관은 양 기관의 고용 승계를 원칙으로 하지만, 해외자원개발 관련 인력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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