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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발 금융 불안에 원·달러 환율 11.7원 급등

    터키발 금융 불안에 원·달러 환율 11.7원 급등

    터키 금융불안이 은행 건전성 우려를 자극하면서, 달러 가치가 오르며 원·달러 환율이 12원 가까이 뛰었다.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7원 오른 달러당 1128.9원에 마감했다. 지난 6월 15일(14.6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올랐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 ‘약달러’를 원한다고 밝히면서, 진정세를 찾았던 달러 가치가 다시 급등한 것이다. 전날 터키와 미국이 외교적 갈등을 빚으면서, 터키 리라화 가치가 떨어지고 경기가 둔화될 것이란 비관론이 힘을 얻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사업을 하면 미국과 사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대 이란 제재에 나섰지만, 파티흐 된메즈 터키 에너지 장관은 이란산 천연가스를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리라화 가치는 이날 3% 떨어져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터키는 유럽존 의존도가 높아 리라화 가치가 떨어지고, 터키 경제가 어려워지면, 터키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터키 금융 불안 외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이나 미·중 무역 전쟁 등 우려 요인이 많아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은행 부실화 우려가 유로화 급락으로 이어졌고, 달러 강세를 자극했다”면서 “미국의 경기가 견조해 여타 선진국 은행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G2 무역 전쟁이 격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코너 몰린 금감원, 즉시연금 분쟁신청 독려한다… “청구소멸시효 중단 시급”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소비자에 돌려주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거부한 가운데, 금감원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금감원 홈페이지에 즉시연금 분쟁조정 접수 창구를 별도로 만들어 분쟁조정 신청을 유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금감원은 즉시연금 미지급자가 5만명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10일까지 분쟁조정 신청을 한 가입자는 100명 안팎에 불과하다. 금감원이 소비자들의 분쟁조정 신청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상법에 규정된 보험금청구권 소멸 시효 때문이다. 법은 보험금이 잘못지급 된 후 3년 이내에 소비자가 청구권을 행사해야만 미지급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돼 있다. 다만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면 소멸시효가 일시 정지된다. 지난 2014년부터 이어진 자살보험금 사태 때도 보험사와 소비자간 소송이 길어지면서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종료돼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일이 벌어진 바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분쟁조정 신청을 통해 소멸시효 중단을 해놓는 것이 향후 소송을 앞두고도 소비자에 유리하다”고 전했다. 금감원이 소송 주체가 될 수 없는 만큼, 소비자들의 소송을 후방에서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피해자를 모아 공동 소송을 준비 중인 금융소비자연맹에도 이미 50여명이 소송에 나설 뜻을 밝힌 상태다. 금소연 관계자는 “삼성·한화생명 외에 다른 보험사 가입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약관 검토 결과 대부분 보험사가 문제가 된 사업비 차감에 대한 설명을 부실하게 했다는 게 내부 결론”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윤석헌 원장은 생명보험사들의 지급 거부 사태에 대해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추진할 뿐”이라면서 기존 일괄구제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윤 원장은 다음주로 예정된 기자간담회에서 즉시연금 사태를 둘러싼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빈곤층 울린 ‘살인 더위’… 공범은 사회다

    빈곤층 울린 ‘살인 더위’… 공범은 사회다

    폭염사회/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홍경탁 옮김/글항아리/472쪽/2만 2000원심상치 않은 여름이다. 전국을 덮친 폭염이 몇 주째 이어지고 있다. 강원 홍천이 41.0도로 1907년 기상관측 이래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서울의 올해 폭염일수도 지난 8일까지 모두 24일로 역대 최고를 찍었다. 7월 한 달간 주민등록상 사망자 수 역시 역대 가장 많았다. 폭염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추정된다.시계를 돌려보자. 1995년 7월 14일부터 20일, 장소는 미국 시카고다. 41도가 넘는 날이 이어지며 일주일간 무려 739명이 사망한다. 구급차는 부족하고, 병원은 자리가 없어 환자를 거부한다. 시신 안치소는 꽉 차버렸다. 밀려오는 시신을 더 받지 못할 정도다. 사태의 주범은 물론 폭염이었다. 이틀 연속 46도가 넘는 고온에 도시 열섬 현상까지 동반했다. 그러나 폭염이 사태의 유일한 원인이었을까.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16주에 걸쳐 이 사태를 조사한다. 그리고 주범 외에 공범이 있었음을 밝혀냈다. 신간 ‘폭염사회’는 1995년 시카고 폭염 사태의 원인을 추적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단순 자연재해를 넘어 이 사태에 사회적 요인이 있었는지 살폈다. 우선 폭염으로 어떤 사람이 죽었는지부터 알아봤다. 몇 개의 키워드가 도출됐다. ‘1인 가구’, ‘노인’, ‘빈곤층’이다. 당시 시카고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 독거노인 수가 급증하던 터였다. 이들 대부분 노인 임대주택이나 원룸주거시설에 살았다. 냉방장치는 노후하거나 부실했다. 일부 원룸 호텔은 형편없는 시설 때문에 ‘인간 축사’로 불릴 정도였다. 독거노인은 몸이 불편해 외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남성 노인들은 인간관계가 매우 제한적이고, 사회적 접촉이 적었다. 가족과 교류도 끊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사망자들은 집이 불가마처럼 뜨거워져도 밖에 나가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나가지 ‘못했다’. 저자가 비교한 두 개의 마을 사례는 이를 잘 보여 준다. 시카고의 노스론데일과 리틀빌리지는 길 하나를 두고 인접한 마을이다. 독거노인, 빈곤층 노인 수가 비슷하다. 그러나 당시 폭염 사망자 수는 큰 차이를 보였다. 노스론데일은 19명이 사망했지만, 리틀빌리지는 2명뿐이었다. 노스론데일은 1950년대 이후 공업이 쇠퇴하면서 우범 지역으로 전락한 곳이다. 각종 폭력 범죄는 물론 동네에서 빈번하게 마약거래가 일어나기도 했다. 반면 리틀빌리지는 상업 활동이 왕성했다. 거리는 번화했고, 범죄율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노스론데일 주민들이 방에서 폭염을 홀로 견딜 때, 리틀빌리지 주민들은 폭염을 피해 거리로 나와 쇼핑을 즐기고 이웃과 교류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이 개인과 주변 환경만의 문제였을까. 당시 정부는 뭘 했을까. 시카고시 수석 검시관 에드먼드 도너휴가 폭염 초과 사망자 수를 보고하자 시 당국은 “과장하지 말라”며 늑장 대응했다. 폭염 기간에 응급 환자를 수송할 구급차와 구급대원이 부족했는데, 시 정부는 제때 인력과 차량을 지원하지 않았다. 폭염이 지나고 나서는 시는 책임을 회피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저자는 언론이 제 역할을 다 했는지도 조사했다. 폭염 초반 소화전을 고의로 터뜨려 물을 뿜어내게 하는 청년들의 장난을 다루다가 ‘시카고 트리뷴´과 같은 언론사 일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자 언론은 그제야 보도 방향을 바꾼다. 그러나 대부분 언론사는 시체 안치소에 카메라를 대놓고 자극적인 화면만 연방 보여 줬다. 저자는 언론사 대부분이 마감에 쫓겨 자극적인 뉴스만 내고, 심층 취재나 사회학적 요인을 분석한 뉴스는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장소를 취재한 결과 이 사태에 개인, 가족, 지역사회,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정부 기관, 근시안적인 보도를 일삼은 언론 매체가 복합적으로 얽혔다고 결론 내린다. 1995년 시카고 폭염은 자연재해이긴 하지만 사실상 사회적 재해이기도 했다는 뜻이다. 기후 관련 단체들은 앞으로 최고기온이 더 높아지고, 더운 날이 더 많아지며, 전 지구적으로 폭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99%에 이른다고 경고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1995년 시카고와 지금의 우리가 처한 상황은 닮은 구석이 많다. 대부분 이 여름이 지나면 ‘2018년 여름은 참 더웠지’ 하며 넘길지 모른다. 그러나 책은 단호히 경고한다. 그래선 안 된다고.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설] ‘맹탕’에 베껴 쓰기까지, 부실 판결문 이대론 안 돼

    서울신문의 기획보도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는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새삼 깨닫게 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고인이 왜 유죄인지 이유가 빠진 ‘깜깜이’ 판결문은 물론 1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베낀 ‘복사기’ 판결문이 수두룩했다. ‘양승태 대법원’의 법원행정처는 ‘국민이 이기적이라 대법관 판결을 원한다’고 주장했지만, 부실한 판결문과 재판거래의 우려 때문에 사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이 최종심인 대법원까지 가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일이다. 판결에서 유무죄나 책임의 소재, 양형 등 결론도 중요하지만, 왜 그런 판결을 내렸는가 하는 배경 설명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판결 이유가 명쾌해야 1심 판결에 승복할 텐데 판결문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소송 당사자나 변호인은 판사에게 물어볼 수도 없어 판사의 생각을 헤아려 가며 항소이유서를 쓴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항소이유서가 부실한 탓에 항소심에서도 피고인에게 결코 유리할 수가 없다. 이런 부실하고 엉망인 판결문조차 받아 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헌법 제109조나 형사소송법은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누구나 열람·복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예규가 까다로워 판결문 공개는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니 이 또한 놀랍다. 미국 416건과 일본 353건과 달리 한국 판사는 1인당 연간 600여건의 사건을 처리한다. 업무가 과도하더라도 유무죄와 양형에 목을 매는 소송 당사자의 절박함을 생각한다면 부실한 판결문과 비공개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판결문에 판결 이유 등을 담도록 요건을 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재판 건수로 평가하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의 폐지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사법개혁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성의 있게 쓴 판결문의 투명한 공개도 사법개혁의 일부다.
  • 후분양 민간 건설사에 공공택지 우선 공급

    동탄2·고덕·운정3·탕정 등 4곳 적용 건설업계 “초기 비용 부담 커” 시큰둥 다음달부터 후분양제를 시행하는 민간 건설사에 공공택지가 우선 공급된다. 다만 건설업계 반응은 아직 미온적이다. 국토교통부는 8일 이러한 내용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고 9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후분양제란 구매자들이 조감도만 보고 2~3년 후 완공될 주택을 선택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주택이 거의 지어진 상태에서 입주자를 모집하는 제도다. 후분양의 기준이 되는 건축 공정률은 60%다. 국토부는 공정률 판단 기준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고시할 예정이다. 택지를 우선 공급한 이후 사업자가 후분양 조건을 실제로 이행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마련됐다. 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2013~2022) 수정계획’에서 후분양제 도입을 공식화했다. 우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서 짓는 공공분양 아파트에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민간 부문은 인센티브를 부여해 활성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당장 올해 하반기 후분양 사업자에게 공급되는 공공택지는 화성동탄2, 평택고덕, 파주운정3, 아산탕정 등 4곳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민들이 주택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입할 수 있고 부실 시공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민간 건설사들이 후분양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만으로는 굳이 후분양제를 먼저 하려는 건설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후분양제는 건설사의 초기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중소형 건설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를 주택도시기금이 50% 이상 출자하는 리츠나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 경제주체에 공급하는 경우 공급 가격을 감정평가액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담겼다. 사회적 경제주체가 공급하는 주택은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 주거 지원 대상이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사설] 제자리걸음 ‘은산분리 완화’ 더이상 늦춰선 안 돼

    지난해 4월 케이은행, 7월 카카오뱅크의 출범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시대가 열린 지 1년이 지났다. 공인인증서 없는 거래, 24시간 이용, 수수료 인하 등 혁신으로 올 상반기 기준 고객 700만명과 총대출액 8조원의 성과를 냈다. 기존 은행의 대출금리와 수수료를 끌어내린 ‘메기 효과’도 입증됐다. 하지만 출범 초기의 열기를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어 혁신은커녕 생존을 고민하는 처지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 참석해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 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은산분리 완화를 재차 강조했다. 대선 공약 파기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은산분리 완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분명하다. 금융권 전체의 혁신을 이끌 인터넷은행이 처한 현실적 난관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리와 출발이 비슷했던 중국은 인터넷은행뿐만 아니라 금융과 첨단기술을 결합한 핀테크 분야에서 날개 단 듯 발전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 혁신의 속도와 타이밍을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은산분리가 완화되면 국민의 예금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염두에 둬야 할 사안임엔 틀림없다. 2013년 동양그룹이 계열 금융회사인 동양파이낸셜과 동양증권을 통해 자금을 불법 지원받아 부실 사태를 키웠고, 그 피해를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썼던 전례가 절대 반복돼선 안 된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가서야 되겠는가. 현재 국회에 제출된 은산분리 완화 관련 특례법안들은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거나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혁신의 문은 활짝 열되 부작용을 차단할 보완 장치를 튼튼히 갖추면 될 일이다.
  • KT·카카오, 인터넷銀 자본 확충 길 열어…시민단체 “거대 자본 통제 어렵다” 반발

    자본금 부족·은행 지분 4% 제한에 ‘휘청’ 은산 분리 완화 땐 자본 확충 가능해져 이낙연 총리 질타 후 금융당국 입장 변화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도 탄력 붙을 듯 문재인 대통령이 7일 강조한 ‘규제 혁신’의 첫 시험대로 인터넷 전문은행의 ‘은산 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완화 문제가 떠올랐다. 인터넷은행 도입 당시만 해도 시중은행의 안이한 ‘이자 장사’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봤다. 그러나 기대했던 ‘메기 효과’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규제에 발목이 잡혀 현실은 ‘고사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사실 은산 분리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온 것은 정작 정부였다. 그러나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 문제 등을 질타하며 지난 6월 27일 예정됐던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전격 취소한 이후 금융 당국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산 분리 완화는 금융 발전의 필요조건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달 25일 국회 업무보고에서는 “은산 분리 완화를 통한 인터넷은행 활성화가 국가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인터넷은행은 1년여 만에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 자본금으로는 대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뱅크는 자본금이 부족한 탓에 대출 상품마다 월별 한도를 정해 놓고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실정이다. 은행권에 불어넣은 바람도 급격히 잦아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행 은산 분리 규제하에서는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대규모 증자를 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모든 주주가 지분율대로 증자에 참여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는 주주 간 이견으로 증자 때마다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8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겨우 마친 케이뱅크는 지난 5월에도 15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했지만 정작 300억원을 확충하는 데 그쳤다. 은산 분리는 산업자본에 대해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도록 한 규제다. 이를 34~50%까지 올리자는 관련법 5건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은산 분리가 완화되면 케이뱅크는 KT,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를 통해 수월하게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신용대출 외에 주택담보대출 시장 등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재벌의 사금고화’를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반발이다. 문 대통령이 인터넷은행 규제 혁신을 위해 현장 방문을 한 이날 정의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은 ‘은산 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열어 맞불을 놓았다. 발제자로 나선 박상인(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013년 동양그룹 사태를 예로 들며 은산 분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만약 동양은행이 있었다면 부실 전이와 파급효과는 더 엄청났을 것”이라면서 “금산 분리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 보완 장치를 두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거대 산업자본의 규제 준수 능력을 통제하기 어렵다”면서 “영업점이 없는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고용을 촉진하겠다는 발상도 허구적”이라고 비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씨줄날줄] ‘불완전한’ 온열질환 통계/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불완전한’ 온열질환 통계/황성기 논설위원

    지난주 어느 응급의학과 의사가 SNS에 올린 온열질환 현장의 글이 화제다. 그는 “응급실은 열사병 환자 천지이고 열기가 피크에 달하면 동시에 다수의 열사병 환자가 실려 오는데 숫자를 셀 수조차 없으며 사망자도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열질환은) 쉽게 말해 뇌가 익는 병으로, 인간의 늙은 육체는 이 정도의 날씨를 견디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면서 “누가 발견하지 못하면 사망으로 직결되고 발견돼도 사망률 50~90%는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질병관리본부가 온열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한 것은 2011년부터다. 열사병, 열탈진, 열실신 등을 한데 묶은 ‘온열(溫熱)질환’이란 용어를 도입했다. 질병본부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는 전국 517개 응급의료기관에서 온열질환자 자료를 받아 집계를 내고 주의도 당부한다. 질병본부의 ‘올해 여름 응급의료기관에서 보고된 온열질환자는 5일 현재 3329명으로 지난해 여름철(5월 29일~9월 8일) 발생 건수 1574명을 크게 웃돌았다’는 발표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총사망자는 39명으로 지난해 11명보다 세 배 이상이다. 그런데 이 온열질환 집계를 그대로 믿어도 되는 걸까. 일본 통계를 보자. 일본에서는 온열질환을 넷추쇼(熱中症)라고 부르고, 주요 질환으로 다룬다. 일본의 집계는 두 갈래다. 소방청이 여름철 119 구급차로 병원으로 실어 간 사람과 초진 때 온열질환으로 사망이 확인된 사람 숫자를 주간 단위로 집계한다. 올여름 가장 더웠던 7월 16~22일 1주일간 온열질환으로 구급차에 탄 사람만 2만 2647명, 사망자 65명이었다. 일본 언론사가 쓰는 숫자가 이 소방청 발표다. 여기에 후생성이 한 해 사망자를 분석해 이듬해 9월쯤 인구동태통계로 발표한다. 의사가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넷추쇼’라고 기재하는 숫자다. 이 통계에 따르면 온열질환 사망자는 2013년 1077명, 2015년 968명, 2016년 621명이었다. 통계를 낸 1964년 이후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한 2010년의 넷추쇼 사망자는 무려 1731명이었다. 일본 인구는 우리의 2.5배인 1억 2659만명. 일본에서 사상 최악의 더위였다는 2010년과 비슷한 한국의 올해 온열질환 환자나 온열 사망자는 그에 터무니없게 못 미칠 것이 뻔하다. 응급실의 선의에 기대어 온열질환 환자를 부실하게 파악한다면 정부가 대책을 내기 어렵다. 불완전한 집계로는 올바른 대책을 못 세운다. 지난 3일 출범한 범정부 폭염대책본부도 질병본부 집계에 의존한다. 폭염을 자연재해로 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올해다. 온열환자의 규모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게 폭염정책의 출발점이다. marry04@seoul.co.kr
  • [시론] 미·중 무역갈등 악화에 대비해야/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국제통상학)

    [시론] 미·중 무역갈등 악화에 대비해야/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국제통상학)

    미·중 무역갈등의 향방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조치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 표명 이후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확전으로 인한 손익 계산이 길어질 수 있고,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이 1300억 달러에 불과하므로 관세 외 다른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을 수도 있다.미·중 무역갈등의 결말에 대해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중국의 양보로 갈등이 봉합되는 낙관적 시나리오와 상호 보복을 통해 확전되는 비관적 시나리오 모두 가능하고 어느 쪽이 우세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기업인들을 상대로 물어보면 전자가 우세하나 통상 전문가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엇갈린다. 낙관적 시나리오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중국이 양보할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5년 전 대권을 잡으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몽’과 ‘중국 굴기’를 내세웠고, 지난 3월 중국 전국인민대회(국회에 해당)에서 공산당 헌장을 고쳐 주석의 임기를 없애면서 강한 중국 건설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대가 트럼프 대통령이기에 굴복했다는 이미지를 중국 국민에게 보여 줘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세계무역기구(WTO) 또는 국제사회의 중재를 빌미로 미국에 양보할 수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WTO를 무력화시켰기에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 무역전쟁의 피해를 예상할 수 있지만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실현될 것으로 확신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국내 사정을 보면 어느 쪽도 양보할 처지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게이트’ 등 국내 정치 스캔들에 대한 이목을 돌리기 위해 무역전쟁을 이슈화해야 하고 선거 공약을 지키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보여 줘야 하므로 중국이 굴복할 때까지 밀어붙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무역보복의 판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관세전쟁이었고 대미 수입액이 1300억 달러로 작아 관세전쟁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찮은 중국은 비관세 장벽을 동원하는 무역전쟁으로 판을 바꿀 수 있다. 중국이 활용할 수 있는 비관세 장벽은 많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당시 소방 안전 등을 이유로 롯데 매장을 폐쇄시킨 바 있고, 협회를 통한 한국으로의 단체관광객 모집을 금지하기도 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미·중 갈등을 우려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 통상 당국은 미·중 갈등이 양국 간 무역 문제로 국한되고 조만간 봉합될 것이므로 우리 경제에 대한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봤다. 미·중 갈등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통상 당국은 일부 연구기관에서 제시한 우리나라 피해액이 총수출의 0.1% 감소 정도로 별거 아니라는 분석을 믿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가 과연 적을까. 낙관적 시나리오와 비관적 시나리오 중간쯤이 될 가능성이 높고 중국은 각종 비관세 조치로 대응하다가 위안화 평가절하(환율 인상)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사후적인 법적 공방을 피하기 위해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기업에 비관세 조치를 적용할 것이다. 국유기업들의 과도한 부채와 그림자금융(제2금융권) 부실 문제가 누적되는 가운데 미·중 갈등으로 수출까지 부진해지면 중국 경제도 위험해질 수 있다. 만약 중국이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게 된다면 분명 우리나라의 대중 자본재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또 미국에 대한 수출을 줄이는 대신 제3국으로 수출을 늘리면서 해외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 제품을 중국산으로 대체하게 될 것이다. 우리 경제에 대한 영향이 비교적 작을 것으로 예상한 낙관적인 시나리오하의 영향 분석에서는 이러한 점들이 반영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입각한 현재의 국제분업 구조 훼손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쯤 되면 피해액 계산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통상 당국이 뒤늦게나마 대책을 세운다고 나섰지만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 결국 개별 기업이 리스크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GVC 타격이 덜한 지역으로의 설비 이동과 재수출 시장 다변화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 [데스크 시각] 규제 완화, 구걸이라도 했으면…/김경두 정책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규제 완화, 구걸이라도 했으면…/김경두 정책뉴스부장

    우리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역대 정부에서 늘 나오던 그림이 있다.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을 불러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부탁하고, 총수들은 많게는 수십조원대 투자와 수만명의 고용 창출을 약속한다.그런데 이번엔 좀 다른 것 같다. ‘경제 사령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6일 삼성전자를 방문하는 것과 관련해 ‘구걸 논란’으로 번진 것을 보면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김 부총리의 행보가 마뜩잖은 모양이다. 갈 때마다 투자와 고용 확대 계획이 나오니 오해를 살 만했다. 사실 재벌들이 먹던 밥상에 수저나 몇 개 더 얹어 성의를 표시하는 그 이상, 이하도 아닌데 말이다. 재벌들이 대통령이나 부총리가 부탁한다고 예정에 없던 투자나 고용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여전히 닮은 것도 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외치지만 이런저런 반발에 부딪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원격 진료 도입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가 닷새 만에 접었다. 그는 “(원격 진료를) 전부 개방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거동 불편자, 장애인, 격·오지 거주자에 대한 진료를 커버할 수 있게 해 주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여당과 시민단체는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청와대도 ‘대통령 공약과 어긋난다’며 불편해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알맹이 부실로 한 차례 연기된 ‘규제개혁 점검회의’가 제대로 준비되고 있는지 걱정이다. 이유 없는 규제는 단 하나도 없다. ‘대선 공약이어서 절대 안 된다’는 식이라면 이해관계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그러니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전봇대’를 뽑거나 ‘손톱 밑 가시’를 빼지 못한 것이다. 규제 완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이 정부 들어서 목소리가 커진 시민단체, 협치를 잊은 국회, 재량권을 움켜쥔 공무원, 정권의 철학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 뚫고 규제를 풀려면 기존과 다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김 부총리가 자영업자, 중소기업, 대기업을 찾은 것 이상으로 시민단체와 이익단체, 야당 의원들을 만나 소통하고 설득해야 한다. 김 부총리를 향해 어깃장을 놓은 청와대 일부 참모들도 공무원만 닦달하지 말고 직접 뛰었으면 좋겠다. 참여연대를 비롯해 시민단체 출신이 적지 않으니 ‘친정’을 찾아 “지금은 원칙보다 일자리 창출이 우선”이라고 규제 완화 설득을 권하고 싶다. ‘고용 쇼크’와 내년 최저임금의 두 자릿수대 인상 여파 등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두 달도 안 돼 20% 포인트 가까이 빠졌는데 찬밥 더운밥을 가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문재인 대통령도 앞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은 김영배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을 콕 집어 질책한 것처럼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공무원에게만 맡겨 둬서는 안 된다. 여당도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박근혜 정부 시절 지금 야당이 발의한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전향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역시 이해관계자의 반발에도 힘겹게 도출한 규제 완화 법안이다. 정부도 ‘규제 부서’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서비스 부서’로 보내 버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 앞으로 규제 법안을 만들 땐 가능하면 사후 규제를 원칙으로 삼는 것을 제안한다. 이 정부의 누구라도 규제 완화를 위해 참여연대나 야당, 양대 노총, 이해관계자들을 찾아 구걸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밥값 못 한다고 손가락질은커녕 박수받을 일 아닌가. golders@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래서 판결문 공개 안 하시나요?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래서 판결문 공개 안 하시나요?

    “1심 민사 판결문을 들고 온 항소심 의뢰인이 있었다. 사건의 쟁점, 재판부 판단 근거가 전혀 없는 깜깜이 판결문’이었다. 1심 법원 의중을 상상해 항소이유서를 써야 했다.” 부실한 하급심 판결문이 항소율과 상고율을 높이고 당사자들의 재판 비용을 늘리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판결문을 끝까지 읽어도 왜 졌는지 알 수 없으니 항소를 하게 되고, 항소심 재판부 역시 기초판단 자료인 1심 판결문에서 얻을 게 없으니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법무법인 로투스의 안철현 변호사는 “법을 잘 모르는 시민들이 자신이 법정에서 주장한 내용에 대한 법관의 판단 이유가 빠진 판결문을 받아 들면 재판 자체를 믿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무죄 판단 근거와 같은 핵심 요소가 빠져 재판 당사자들을 당혹게 한 판결문 사례를 살펴봤다.■근거는 생략形 “공범 중 1명만 유죄…이유도 빠져, 항소 때 1심 판사 심중 상상해 써” 3년 전 ‘나억울’은 보험에 가입하다 알게 된 보험설계사 ‘김소개’를 통해 폐기물 처리 시설 운영 방안을 모색하던 건설회사 실장 ‘이건설’을 알게 됐다. 이건설과 나억울은 폐기물 처리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 서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자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폐기물 처리 업체 허가가 나지 않으면서 둘 사이는 틀어졌다. 이건설은 거액을 받아간 나억울을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공무원 로비 등에 쓰겠다고 속이고 1억 3000만원을 받은 사기 혐의로 나억울과 김소개를 기소했다. 재판에서 나억울과 김소개는 무죄를 주장했다. 나억울은 “이건설에게 폐기물 처리 업체 설립 허가를 받게 해 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고, 이건설이 일하는 건설사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수집·운반해 주겠다는 게 계약 내용의 전부였다”면서 “이건설의 폐기물을 수집·운반해 주지 못한 것은 그가 폐기물을 야적할 공간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재판은 2015년 겨울에 시작됐지만 나억울이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며, 이듬해 가을까지 이어졌다. 증인신문 기일 등을 포함해 총 7차례 공방이 이어졌고, 선고일이 한 차례 연기되기도 했다. 나억울은 자신의 무죄 주장을 재판부가 주의 깊게 들었을 것이라고 믿었다. 서울중앙지법이 심리 끝에 나억울에 대해 내린 결론은 유죄. 나억울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공범으로 함께 재판을 받은 김소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며칠 뒤 집으로 온 판결문을 송달받은 나억울은 아연실색했다. 나억울과 김소개가 함께 재판받은 내용과 재판부 판단이 정리돼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다르게 판결문에는 김소개에 대한 무죄 이유만 자세히 쓰여 있을 뿐, 10개월 동안 이어진 나억울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나억울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이유가 생략됐다. 나억울의 형사재판 판결문엔 그의 ‘전과전력’과 ‘범죄사실’, ‘증거의 요지’, ‘법령의 적용’, ‘양형이유’만 나와 있을 뿐 ‘(유무죄) 판단의 이유’가 빠져 있었다. 그나마 재판부의 심중을 헤아릴 수 있는 부분은 ‘양형이유’ 중 “피해자를 비롯한 사건 관계인들의 일관된 진술과 계약서 등 증거서류, 관련 법령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거짓말로 피해자를 속여 금원을 편취한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다른 피고인이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죄책을 모면하려고 할 뿐,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대목 정도다. 나억울은 “재판에 불복해 항소를 하려고 해도 1심 재판부가 왜 이렇게 판단을 내렸는지 알 수 없으니 항소이유서를 쓰기조차 어려웠다”면서 “1심 판사의 심중을 헤아려 항소이유서를 쓰다 보니 항소심은 이미 ‘기울어진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기분이었다”고 호소했다. 나억울의 변호사는 “피고인이 자백한 사건이라면 판결문에 (유무죄) 판단의 이유를 생략한 뒤 양형이유만 밝혀도 되겠지만, 피고인이 다툰 사건에서 1심 재판부의 판단 이유가 생략되면,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이 1심에서 무죄를 다투지 않았다고 오해할 수 있다”면서 “공판 내용을 담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한 판결문”이라고 총평했다. 이어 “재판에서 자신의 입장을 열심히 주장하고 이를 성실하게 증명해도, 그에 대해 한 줄도 언급하지 않는 불성실한 판결문이 사법불신을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복사기 판결形 “판결문 3장 중 판단 이유 5줄뿐…그마저도 1심 판결 그대로 인용” 철강 도·소매 회사를 운영하던 ‘나철강’은 세무서를 상대로 부가가치세를 줄여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줄패소했다. 세무서와 조세심판원을 거쳐 서울행정법원에 재판을 청구, 2심까지 간 끝에 나온 나철강의 사실심 최종 패소 판결문은 1심을 그대로 복사해 붙인 형태였다. 나철강은 무성의한 판결문에 격분했지만, 이 같은 판결문 작성법이 민사소송법 420조에 따라 합법이란 변호사 설명에 분을 삭여야 했다. 유명 건설사에 철강을 납품하던 2011~2012년 37억 7106만원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사업자금을 대출한 게 긴 소송전의 서막이 됐다. 경영난이 겹쳐 나철강은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나철강과 은행이 모두 매출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했지만, 나철강의 신고는 중복 신고라는 이유로 거부됐다. 이후 나철강은 매출채권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으니 부가가치세 약 2억 8000만원을 줄여 달라고 세무서에 요구했다. 매출채권을 회수한 것은 은행이고, 나철강에겐 발생한 수익이 없는데 세금이 부과된 것은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세무서와 조세심판원 등이 거부하자 소송을 낸 나철강은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나철강이 요구하는 것은 세액공제이고, 세액공제는 매출채권 소유자가 대상”이라면서 “나철강이 대출받으며 담보로 매출채권을 제공했기 때문에 채권은 은행에 귀속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납품한 물품대금은 은행에 귀속됐는데 매출채권에 붙은 수십억원의 세금은 자신이 내야 할 처지에 다급해진 나철강은 항소심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그에게 송달된 서울고법 행정부의 판결문은 정확히 3장이었고, 그중 판단 이유는 5줄이었다. 그마저도 1심 판결을 인용한다고 적혀 있었다. 항소심 재판부가 2심 판결문을 쓰며 한 일은 1심 판결문에서 틀린 숫자를 고치는 것뿐이었다. ‘매출채권 금액 37억 7106만여원을 37억 1106만여원으로, 부가가치세 경정신청을 한 2010년을 2012년으로 고친 게 전부다. 나철강은 “2심 판결문은 1심을 그대로 베꼈을 뿐”이라고 억울해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갑툭튀 유죄形 “폭행사건 무죄 이유만 줄줄이 적고 막상 주문 땐 유죄… 근거도 한 줄뿐” 공공기관 감사인 50대 ‘나회계’는 2년 전 이 기관 회계 담당직원인 40대 ‘오아파’의 어깨와 머리를 주먹으로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오아파의 통장지출 내역을 추궁하던 중 설명 태도가 나쁘다는 이유로 월권적인 분풀이를 했다가 법정에 선 것이다. 서울서부지법에서 3차례 공판을 거친 뒤 선고가 내려졌다. 법원은 “상해죄의 상해는 피해자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상해죄의 상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고 상해죄 성립요건을 우선 설명했다. 법원은 이어 오아파의 상해 정도에 대해 5가지 판단근거를 제시했다. 우선 오아파가 응급실로 가서 엑스레이 촬영을 했지만 의약품을 처방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두 번째로 병원에서 발급받은 상해진단서에 ‘통상활동이 현재로서는 가능함’이라고 기재된 부분이 증거임을 밝혔다. 세 번째로 오아파가 ‘맞은 부위에 상처가 있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네 번째로 ‘두통이 나회계에게 맞았기 때문에 생긴 것인지 모르겠다’는 오아파의 또 다른 검찰 진술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오아파가 폭행 이틀 뒤부터 석 달 동안 정신과를 방문했음을 알린 뒤 ‘오아파는 신체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고통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아파의 상해 정도가 경미해 상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주문을 읽는 대목에서 재판부는 나회계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판결문을 송달받은 나회계는 유죄 이유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 유죄 근거는 ‘법령의 적용’ 항목에 한 줄로 표시된 ‘근로기준법 107조, 8조’에 함축돼 있었다. 근로기준법 8조엔 ‘사용자는 사고의 발생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에게 폭행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나회계 측은 “무죄 근거만 잔뜩 쓴 채 유죄 근거는 숨은그림찾기하듯 감춰 둔 판결문”이라면서 “피고인은 무죄 이유가 아니라 유죄 근거를 궁금해한다는 사실을 법원은 왜 모르느냐”고 항변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판결문을 부실하게 쓴 판사에겐 불이익이 있을까요. 다음 회에서는 저질 판결문을 양산하는 소송법과 판결문 공개에 대한 법원 우려의 허와 실을 점검합니다.
  • ‘부실 수사’로 드러날까… 김경수 소환에 촉각 세운 경찰

    ‘부실 수사’로 드러날까… 김경수 소환에 촉각 세운 경찰

    이주민 청장 “피의자 전환 안한 건 檢판단”경찰이 김경수 경남지사를 소환 조사한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김 지사를 먼저 조사했던 경찰의 ‘부실 수사’ 여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 5월 4일 김 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23시간 동안 조사했다. 조사 직후 경찰은 “김 의원(현재 김 지사)은 드루킹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 다른 ‘문팬’(문재인 팬클럽) 모임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고 드루킹의 댓글 조작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면서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보낸 기사 링크 10건은 드루킹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보냈고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은 김 지사를 피의자 선상에 올려놓지 않았다. 그러다 같은 달 18일 드루킹이 변호인을 통해 옥중서신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김 지사의 연루 의혹은 더 커졌다. 드루킹은 서신에서 “2016년 경기 파주의 사무실로 찾아온 김 전 의원에게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시연했고, ‘사용을 허락해 달라’고 하자 김 전 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뭘 이런 걸 보여 주고 그러느냐. 그냥 알아서 하지’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경찰은 6·13 지방선거를 이유로 김 지사를 재소환하지 않았다. 특검 조사 결과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김 지사에게는 업무방해죄가 적용된다. 경찰도 김 지사를 봐줬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경찰이 특검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 앞서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4월 “김 의원은 드루킹에게 의례적인 감사 인사만 했다”며 연루 사실을 부인하다가 사실이 아님이 밝혀져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특검 수사에서도 이렇다 할 혐의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경찰은 ‘부실 수사’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다. 이 청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수사에서 김 지사를 피의자로 전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경찰이 아닌 법원과 검찰의 판단이었다”면서 “특검에 사건을 넘기기 전까지는 압수물과 참고인 분석을 하는 과정에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뉴스 in] 판사들은 왜 판결문 공개 꺼릴까

    [뉴스 in] 판사들은 왜 판결문 공개 꺼릴까

    재판은 특별한 예외가 없는 한 공개재판으로 진행되지만, 재판의 결과물인 판결문은 극히 일부만 공개된다. 유사 판례 검색도 어렵다. 최근 조사에서 90% 이상의 변호사가 판결문 공개를 원한 반면, 70%의 판사들은 공개에 반대했다. 법원은 개인정보 보호 등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부실한 하급심 판결문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의심도 있다.
  • 박순자 “BMW, 징벌적 손해배상도 도입”… BMW “대국민 사과”

    박순자 “BMW, 징벌적 손해배상도 도입”… BMW “대국민 사과”

    원일 불명의 화재로 논란이 되고 있는 BMW 차량 사고와 관련,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자유한국당)이 국토교통부의 신속한 조사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주장 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도 BMW코리아 대표를 비롯한 본사 임직원과 면담을 갖고 차량 화재사고에 따른 리콜 관련 자료제출이 미흡한 점을 지적, 성실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임할 것을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들어 BMW 차량이 이미 30대가 넘게 불에 탔고 8월 들어서는 하루에 한대씩, 매일같이 화재가 발생한 점을 고려할 때 국토부의 대처가 매우 늦다”고 지적했다. 그는 “먼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결함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 도입을 국회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겠다”며 “현행 ‘제조물책임법’에서 제조업자에게 손해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보다 자동차 제작사에게 더욱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이어 “주행 중 화재 등 차량결함에 따른 사고 발생 시 운전자 또는 차량 소유자가 사고 원인을 밝히기가 매우 어렵다”며 “자동차 제작사가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해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관계자도 BMW 경영진과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책임자가 차량 소유주 등에 BMW 리콜 대상 차량 42개종 10만6317대의 화재 발생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원인과 리콜 지연사유를 성실히 설명하도록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실안전진단을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집행하고 국토부에 원인분석보고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 판단 근거자료, EGR 리콜 관련 분석자료 등 추가 자료를 신속히 제출토록 했다”고 전했다. 특히 불안한 차량 소유자에 대한 보상과 피해 구제 방안도 조속히 마련토록 했다. 이런 가운데 BMW코리아 김효준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고를 겪은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효준 회장과 요한 에벤버클러 품질관리 부문 수석부사장, 게르하르트 뷀레 글로벌 리콜 담당, 피터 네피셔 디젤 엔진 총괄 책임자, 글렌 슈미트 기업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등이 참석했다. 김 회장은 “BMW 본사에서도 이번 사안을 마음 무겁게 다루고 있다”며 “(화재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경영진도 매일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BMW 그룹은 한국 고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차량) 진단과 자발적 리콜이 원할하고 빠르게 진행되도록 만전을 다하겠다”고 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더 큰 커넥션’ 있다?… 이재명 조폭연계설 미스터리

    ‘더 큰 커넥션’ 있다?… 이재명 조폭연계설 미스터리

    정치인과 결탁한 조폭, 혁신 사업가로 변신한 행동대장, 경찰 부인을 유령직원으로 둔 회사…. 이권과 성공을 위해 조폭과 권력이 서로 뒷배가 되는 공간, 가상의 도시 안남시를 그린 영화 ‘아수라’는 정말 경기 성남시에서 재현됐을까. 구속된 이준석(37) 코마트레이드(코마) 대표와 이재명 전 성남시장(현 경기도지사)이 함께 찍은 사진, 은수미 현 성남시장의 옛 운전기사 월급을 코마 측이 대납한 정황 등 올봄 세간에 터진 이야기들은 성남을 안남과 같은 선상으로 밀어 올렸다. 그런데 이 대표 재판, 이재명 지사에 대한 추가 폭로전 공방 과정에서 이야기의 2막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이야기들은 실재하는 더 거대한 관계들을 감춘 채 특정 세력만 정밀 타격하기 위해 선별된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2015년 8월 성남에 본사를 둔 샤오미 국내 총판 코마를 설립한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구속돼 서울중앙지법에서 3개 재판을 받고 있다. 해외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보복폭행 혐의, 성남 수정경찰서 이모(A) 강력팀장 부인을 코마 ‘유령직원’으로 등재해 월급 형식으로 3700만원을 지급한 뇌물공여 혐의 등에 관해 각각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뇌물공여 재판이 비교적 최근인 2016년쯤의 범행을 다룰 뿐 조폭 범죄 혐의를 다루는 나머지 두 재판은 2010~2013년쯤 벌어진 비교적 먼 과거의 범행을 다룬다. 이 가운데 뇌물 사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는 지난달 성남지청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재직 중인 W법무법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같은 달 24일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태권)가 W법무법인 서초동·성남분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변호사별 사건 수임·법인 계좌 내역 등을 확보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 도중 재판장이 직접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사실상 재판부가 검찰에 수사 보완을 지휘한 모양새가 됐다. W법무법인 압수수색은 A강력팀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부인하는 이 대표가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취지로 전개하는 독특한 주장을 재판부가 수용함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대표는 법정에서 “A강력팀장보다 훨씬 높은 지위의 공직자들과도 친분을 이어 왔는데, 유독 A강력팀장에게 뇌물을 주고 사건을 청탁할 이유가 없다”거나 “현직 경찰에 뇌물을 주면 현금으로 주지, 누가 기록이 다 남게 회사 계좌로 A강력팀장 부인 쪽 차명계좌와 거래를 하느냐”고 주장했다.●은수미 운전기사 월급 대납 등 연루 부인 코마엔 이미 전직 경찰 정모씨가 이사로 등재돼 있었고, 이 대표는 W법무법인 성남지청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의 이모(B) 사무장과 어린 시절부터 20년 동안 친분을 쌓아 왔다. 정씨와 B사무장 등 둘이 성남 지역 내 폭넓은 인맥을 갖춘 데다, 이 대표와 그의 측근인 임원들 역시 정·관계 고위직 인사 여럿과 친분이 있어 A강력팀장에게 뇌물을 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특히 검은 커넥션이 있었다면 ‘이 대표-A강력팀장’이 아니라 ‘A강력팀장-B사무장’ 사이를 의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강력팀장 측 계좌를 이 대표에게 건넨 B사무장을 추궁해야 했는데, 경찰 쪽으로 돈이 흘러가는 줄 모른 채 B사무장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으로만 생각한 이 대표에게 검찰이 뇌물공여 혐의를 씌웠다는 것이다. 은수미 시장 운전기사 월급 대납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또 다른 의혹을 내놓는다.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가 경찰에게 뇌물을 준다고 직원들에게 들었다”며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사업가 배모씨는 2015년 10월 코마 재무이사가 돼 연봉 1억 2000만원을 받던 인물이다. 배씨는 2016년 총 26억원 상당의 투자를 코마에 유치해주기도 했으나 이 대표와 사이가 틀어져 그해 회사를 떠났다. 배씨의 동생 친구인 최모씨가 바로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된 은 시장의 2016년 당시 운전기사였다. 월 200만원에 달하는 최씨 급여와 차량 유지비 등은 코마가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고, 최씨는 운전기사를 그만둔 뒤 4개월 만에 성남시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이 대표 측은 “(이 지사와 사진을 찍은 계기가 된) 성남FC 후원 등 정치권 관련 활동은 배씨가 연결해 준 것이 많다”며 이 사건에서도 자신의 직접적인 연루설을 부인하고 있다. 정치인들과의 사진에 자신이 등장하지만, 그 사진을 찍는 자리를 만든 이들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 이 대표 주장의 요지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지역 정·관계는 배씨가, 경·검 등 사정기관엔 B사무장이 ‘연결고리’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코마 자금이 기부 등의 형식으로 지역에 풀리면서 코마 관계자들의 영향력이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이 가운데 B사무장 관련 의혹에 대해선 재판부가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통해 수사 필요성을 인정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선 B사무장이나 배씨가 피의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 수사가 전혀 없었다.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나 폭로전 끝에 이 대표는 성남시 우수중소기업이 돼 세무조사를 한시 면제받는 등 각종 로비를 통해 정·관가를 쥐락펴락한 조폭 출신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막상 재판이 시작되자 이 대표 외 코마 관계자들 각자가 지역 정·관계 인사들과 어떻게 선이 닿았고 어떤 로비 경로를 형성했는지 의구심이 커져 버렸다. 정작 코마가 성남시에서 세무조사 한시 면제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관례상 신설법인은 설립 뒤 5년까지 세무조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 안의 더 큰 커넥션 은폐를 위한 이준석 죽이기’라고 자신의 처지를 묘사한다면, 이 지사는 ‘거대 기득권의 이재명 죽이기가 패륜, 불륜몰이에 이어 조폭몰이로 치닫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 지사는 “범죄집단이 모습을 숨긴 채 접근하거나 봉사단체, 사회공헌기업으로 포장해 공익활동을 하면 정치인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최근 자신과 이 대표의 관계를 영화 ‘아수라’에 빗대 방송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측에 “심각한 명예훼손과 정치적 타격을 당했다”는 내용의 반론 제기 및 방송경위 설명 요청 내용증명을 두 차례 보냈다.●이 지사 “정치 타격”… 방송경위 설명 요청 이 지사와 이 대표가 ‘더 큰 커넥션’이나 ‘거대 기득권’을 운운하는 계기 중 하나로 ‘성남시 조폭 연계설’이 불붙은 시기가 꼽힌다. 공교롭게도 민감한 선거 국면에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조폭 연계설은 6·13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5월 초쯤 본격적으로 나왔다. 상대당인 자유한국당이 선거전에서 ‘이재명 조폭 연계설’을 쟁점화시켰을 뿐 아니라 이 지사가 속한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이 지사에 대한 ‘후보 비토론’이 제기됐다. 19대 대선 한 달 전인 지난해 4월에도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며 문재인 후보 지지세를 위협하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둘러싸고 조폭 연계설이 대두됐다. 당시에도 안 전 후보 뒤로 조폭인 듯한 청년들이 앉아 있는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진 게 의혹을 키웠다. 이후 대선 1년 뒤 댓글 조작 수사 국면에서 드루킹 일당이 의도적으로 ‘안철수 조폭’ 검색어를 띄운 정황이 포착됐다. 성남이란 독특한 지역색 때문에 조폭 연루 의혹이 무성하다는 평가도 있다. 군사독재 시절 수도권 철거민 집단이주지였던 성남은 90년대 분당 신도시, 2000년대 판교 IT단지 건설 등 급격한 개발을 경험했다. 개발과 저항이 계속되면서 다양한 운동 세력과 정치 조직이 싹을 틔웠다. 이권을 노린 폭력 조직은 정치 스펙트럼을 가리지 않고 선거 때만 되면 정·관계에 줄을 댔다. 다른 지역에선 보기 힘든 ‘조폭과 정치인의 사진’이 유독 성남에서 계속 나오고, 조폭 유착설로 지역 정치가 출렁이는 원인에는 역사적 특수성이 있다는 것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反시진핑’ 외치던 예술가 中작업실 강제 철거 수난

    ‘反시진핑’ 외치던 예술가 中작업실 강제 철거 수난

    “사전통지도 없이 폐허로” 동영상 공개 쑨원광 교수 인터뷰 중 연행 ‘연락두절’중국의 반체제 예술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아이웨이웨이(艾未未·66)의 베이징 작업실이 아무런 사전 통지 없이 당국의 철거로 폐허가 됐다.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는 아이웨이웨이는 5일 중국에서는 접속할 수 없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작업실 철거 과정을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그는 ‘안녕’이란 제목으로 자신의 작업 공간이 해체되는 장면을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사전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좌우’(左右)란 이름의 이 작업실은 아이웨이웨이가 지난 2006년부터 설치 미술 작업을 해온 스튜디오였다. 베이징 최대 예술거리인 ‘789 예술지구’처럼 오래된 공장 건물을 작업실로 바꾼 공간이었다. 그의 상하이에 있던 작업실도 지난 2010년 강제 철거당한 바 있다. 당시에도 사전 통지는 없었다.아이웨이웨이의 한 조수는 작업실 건물의 임대계약은 지난해 끝났지만 많은 양의 재료와 작품이 남아 있어 한꺼번에 퇴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설계에 참여한 세계적인 설치미술가이다. 2011년 제작한 작품 등에서 “중국의 민주화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중국 정부를 과감하게 비판해 오다가 2015년까지 4년 동안 가택연금을 당하기도 했다. 2011년 4월 베이징 공항에서 연행당한 그가 81일간 탈세 혐의로 비밀리에 구금되자 세계 각국에서 정치탄압 비난이 일었고, 중국은 곤란한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아이웨이웨이는 2015년 3월 국제앰네스티 인권상을 수상한 뒤에야 압수당한 여권을 돌려받고 독일로 떠나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유명 시인 아이칭(艾靑)의 아들인 그는 중국 당국의 정치범 구금, 감시 등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체제를 비난했다. 10년 전 발생한 쓰촨 대지진 당시 부실 공사로 교실에서 공부하던 수만명의 아이들이 숨지면서 정부에 대해 본격적으로 비판을 시작했다. 그는 “중국이 결국 민주 사회가 될 것이며 젊은 세대가 더 많은 자유를 누릴 것이다.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시간문제일 뿐이다”라고 주장해 중국 당국에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다. 한편 산둥대학 교수를 지낸 한 저명 학자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를 비판하던 방송 도중 체포됐다. 쑨원광(孫文廣) 전 산둥대 교수는 지난 1일 미국 공영 언론인 ‘미국의 소리’(VOA)와 전화 인터뷰 중 공안에 연행돼 소식이 끊겼다. 쑨 교수는 방송에서 “지금 공안 여섯 명이 집에 들이닥쳤다. 대다수 중국 백성은 아직 가난한데 아프리카에 돈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쑨 교수가 “나에겐 언론 자유가 있다”고 외치는 것을 마지막으로 전화 통화는 일방적으로 끊겼다. VOA는 이후 백방으로 쑨 교수의 행방을 찾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로봇 비둘기, 뇌파 측정, 휴대전화는 물론 90%의 정확도를 자랑하는 얼굴인식 시스템을 통해 주민들을 감시한다고 전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더 큰 커넥션’ 있다?… 이재명 조폭연계설 미스터리

    ‘더 큰 커넥션’ 있다?… 이재명 조폭연계설 미스터리

    성남시 ‘조폭 행동대장’ 이준석 코마 대표를 둘러싼 소송전정치인과 결탁한 조폭, 혁신 사업가로 변신한 행동대장, 경찰 부인을 유령직원으로 둔 회사…. 이권과 성공을 위해 조폭과 권력이 서로 뒷배가 되는 공간, 가상의 도시 안남시를 그린 영화 ‘아수라’는 정말 경기 성남시에서 재현됐을까. 구속된 이준석(37) 코마트레이드(코마) 대표와 이재명 전 성남시장(현 경기도지사)이 함께 찍은 사진, 은수미 현 성남시장의 옛 운전기사 월급을 코마 측이 대납한 정황 등 올봄 세간에 터진 이야기들은 성남을 안남과 같은 선상으로 밀어 올렸다. 그런데 이 대표 재판, 이재명 지사에 대한 추가 폭로전 공방 과정에서 이야기의 2막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등장인물 간 유착의 증거로 여겨지던 사진, 자금 흐름, 검찰 수사결과가 알려진 것보다 더 거대한 관계들을 감춘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에 대한 검증이 시작된 것이다.2015년 8월 성남에 본사를 둔 샤오미 국내 총판 코마를 설립한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구속돼 서울중앙지법에서 3개 재판을 받고 있다. 해외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보복폭행 혐의, 성남 수정경찰서 이모(A) 강력팀장 부인을 코마 ‘유령직원’으로 등재해 월급 형식으로 3700만원을 지급한 뇌물공여 혐의 등에 관해 각각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중 뇌물공여 재판이 비교적 최근인 2016년쯤의 범행을 다룰 뿐 조폭 범죄 혐의를 다루는 나머지 두 재판은 2010~2013년쯤 벌어진 비교적 먼 과거 범행을 다룬다. 이 가운데 뇌물 사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는 지난달 성남지청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재직 중인 W법무법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같은 달 24일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태권)가 W법무법인 서초동·성남분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변호사별 사건 수임·법인 계좌 내역 등을 확보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 도중 재판장이 직접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사실상 재판부가 검찰에 수사 보완을 지휘한 모양새가 됐다.W법무법인 압수수색은 A강력팀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부인하는 이 대표가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취지로 전개하는 독특한 주장을 재판부가 수용했기 때문에 이뤄졌다. 이 대표는 법정에서 “A강력팀장보다 훨씬 높은 지위의 공직자들과도 친분을 이어왔는데, 유독 A강력팀장에게 뇌물을 주고 사건을 청탁할 이유가 없다”거나 “현직 경찰에 뇌물을 주면 현금으로 주지, 누가 기록이 다 남게 회사 계좌로 A강력팀장 부인 쪽 차명계좌와 거래를 하느냐”고 주장했다. ●은수미 운전기사 월급 대납 등 연루 부인 코마엔 이미 전직 경찰 정모씨가 이사로 등재돼 있었고, 이 대표는 W법무법인 성남지청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의 이모(B) 사무장과 어린 시절부터 20년 동안 친분을 쌓아 왔다. 이들 둘이 성남 지역 내 폭넓은 인맥을 갖춘 데다, 이 대표와 그의 측근인 임원들 역시 정·관계 고위직 인사 여럿과 친분이 있어 A강력팀장에게 뇌물을 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특히 검은 커넥션이 있었다면 ‘이 대표-A경찰팀장’이 아니라 ‘A강력팀장-B사무장’ 사이를 의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강력팀장 측 계좌를 건넨 B사무장의 뒤를 캐야 했는데, 경찰 쪽으로 돈이 흘러가는 줄 모른 채 B사무장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으로만 생각한 이 대표에게 검찰이 뇌물공여 혐의를 씌었다는 것이다. 은수미 시장 운전기사 월급 대납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또 다른 의혹을 내놓는다.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가 경찰에게 뇌물을 준다고 직원들에게 들었다”며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사업가 배모씨는 2015년 10월 코마 재무이사가 돼 연봉 1억 2000만원을 받던 인물이다. 배씨는 2016년 총 26억원 상당의 투자를 코마에 유치해주기도 했으나 이 대표와 사이가 틀어져 그해 회사를 떠났다. 배씨의 동생 친구인 최모씨는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된 은 시장의 2016년 당시 운전기사였다. 월 200만원에 달하는 최씨 급여와 차량유지비 등은 코마가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고, 최씨는 운전기사를 그만둔 뒤 4개월 만에 성남시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이 대표 측은 “(이 지사와 함께 사진을 찍은 계기가 된) 성남FC 후원 등 정치권 관련 활동은 배씨가 연결해 준 것이 많다”며 이 사건에서도 자신의 직접적인 연루설을 부인하고 있다. 정치인들과의 사진에 자신이 등장하지만, 그 사진을 찍는 자리를 만든 이들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 이 대표 주장의 요지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지역 정·관계는 배씨가, 경·검 등 사정기관엔 B사무장이 ‘연결고리’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연결고리가 동원되고 코마에서 나온 자금이 지역 정치권에 풀리면서 코마의 영향력과 사업 규모가 커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가운데 B사무장 관련 의혹에 대해선 재판부가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통해 수사 필요성을 인정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선 B사무장이나 배씨가 피의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 수사가 전혀 없었다.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나 폭로전 끝에 이 대표는 성남시 우수중소기업이 돼 세무조사를 한시 면제받는 등 각종 로비를 통해 정·관가를 쥐락펴락한 조폭 출신으로 주목받았지만, 막상 재판이 시작되자 이 대표 외 코마 관계자들 각자가 지역 정·관계 인사들과 어떻게 선이 닿았고 어떤 로비 경로를 형성했는지 의구심이 커져 버렸다.이 대표가 ‘성남시 안의 더 큰 커넥션에 의한 이준석 죽이기’라고 자신의 처지를 묘사한다면, 이 지사는 ‘거대기득권의 이재명 죽이기가 패륜, 불륜 몰이에 이어 조폭 몰이로 치닫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 지사는 “범죄집단이 모습을 숨긴 채 접근하거나 봉사단체, 사회공헌기업으로 포장해 공익활동을 하면 정치인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최근 자신과 이 대표의 관계를 영화 ‘아수라’에 빗대 방송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측에 “심각한 명예훼손과 정치적 타격을 당했다”는 내용의 반론 제기 및 방송경위 설명 요청 내용증명을 두 차례 보냈다.●이 지사 “정치 타격”… 방송경위 설명 요청 이 지사와 이 대표가 ‘더 큰 커넥션’이나 ‘거대 기득권’을 운운하는 계기 중 하나로 ‘성남시 조폭 연계설’이 불붙은 시기가 꼽힌다. 공교롭게도 민감한 선거 국면에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조폭 연계설은 6·13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5월 초쯤 본격적으로 나왔다. 상대당 후보인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선거전에서 ‘이재명 조폭연계설’을 쟁점화시켰을 뿐 아니라 이 지사가 속한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이 지사에 대한 ‘후보 비토론’이 제기됐다. 19대 대선 한 달 전인 지난해 4월에도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며 문재인 후보 지지세를 위협하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조폭의 연계설이 대두됐다. 당시에도 안 전 후보 뒤로 조폭인 듯한 청년들이 앉아있는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진 게 의혹을 키웠다. 이후 대선 1년 뒤 댓글조작 수사 국면에서 드루킹 일당이 의도적으로 ‘안철수 조폭’ 검색어를 띄운 정황이 포착됐다. 성남이란 독특한 지역색 때문에 조폭연루 의혹이 무성하다는 평가도 있다. 군사독재 시절 수도권 철거민 집단이주지였던 성남은 90년대 분당 신도시, 2000년대 판교 IT단지 건설 등 급격한 개발을 경험했다. 개발과 저항이 계속되면서 다양한 운동 세력과 정치 조직이 싹을 틔웠다. 이권을 노린 폭력 조직은 정치 스펙트럼을 가리지 않고 선거 때만 되면 정·관계에 줄을 댔다. 다른 지역에선 보기 힘든 ‘조폭과 정치인의 사진’이 유독 성남에서 계속 나오고, 조폭 유착설로 지역 정치가 출렁이는 원인에는 역사적 특수성이 있다는 것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라오스 정부 “댐 사고, 부실 따른 人災… 특별보상 이뤄져야”

    라오스 정부가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 사고가 자연재해가 아닌 댐 부실에 따른 인재라면서 특별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시공사 SK건설은 자연재해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보상 규모를 놓고 양측의 다툼이 예상된다. 2일 라오스 일간 비엔티안타임스에 따르면 손사이 시판돈 라오스 경제부총리는 “홍수는 댐에 생긴 균열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면서 “자연재해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 보상도 일반적인 자연재해의 경우와 달라야 한다”고 밝혔다. 라오스 당국이 밝힌 공식 인명피해는 사망자 13명, 실종자 118명이다. SK건설은 사고 원인에 대해 일단 폭우에 따른 자연재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고가 나기 전 열흘간 무려 1000㎜가 넘는 비가 내리고, 특히 댐 유실이 본격 시작되기 전에는 하루 강수량이 450㎜에 이를 정도로 폭우가 쏟아져 사고를 키웠다는 견해이다. 한편 댐 발주처인 PMPC(SK건설, 한국서부발전, 태국 RATCH, 라오스 LHSE 컨소시엄)는 6억 8000만 달러(약 7000억원) 규모의 건설공사보험에 가입해 보험으로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서울시, 어린이집 차량안전 및 급식 관련 실검 점검 의무 강화

    최근 잇따른 어린이집 차량안전 사고와 급식 식자재 부실 관리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10월 중순부터 서울시의 어린이집 차량안전 및 급식 관련 실태 점검 의무가 강화되고 그 결과가 어린이집 평가·인증에 반영될 예정이다. 김소양 서울시의원(자유한국당, 비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특별시 보육 조례」개정안을 대표발의하고, 오는 31일부터 열리는 서울시의회 283회 임시회에서 개정안 처리를 추진할 예정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서울시장은 영유아의 통학을 위해 차량을 운영하는 어린이집 차량안전관리 실태를 매년 1회 이상 조사·점검해야 하며, 그 결과가 어린이집 평가·인증 등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어린이집 급식에 대해서도 서울시장이 그 관리 실태를 매년 1회이상 조사·점검하고, 그 결과 또한 어린이집 평가·인증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김소양 의원은 개정안 발의 이유에 대해 “현행 서울시 보육 조례에는 보육교직원의 책무에 대해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현장에서 준수되지 않고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하며, “우리 아이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차량과 급식 관련 조항을 따로 신설하고, 서울시장의 점검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안전한 보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은행권 실적 순위 가르는 ‘대손충당금’

    은행권 실적 순위 가르는 ‘대손충당금’

    충전이익 기준으로 보면 신한에 밀려 하나, 충당금 줄어 1분기 실적 2위 올라 충당금 적으면 실적 늘리려는 의혹도은행권 실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손충당금이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대손충당금을 쌓을 때 ‘최소 기준’만 충족하면 되기 때문에 규모에 따라 실적 순서가 바뀔 수도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 순위는 KB국민은행(1조 3533억원), 신한은행(1조 2718억원), 우리은행(1조 2369억원), KEB하나은행(1조 1933억원) 순이다. 반면 대손충당금 적립 전 이익(충전이익) 기준으로 보면 신한은행(1조 8430억원)이 1위이고 다음으로 국민은행(1조 7107억원), 하나은행(1조 5866억원), 우리은행(1조 5520억원) 순이다. 대손충당금은 기업이나 가계에 빌려준 돈을 못 받을 것에 대비해 미리 쌓아 두는 돈이다. 국민은행의 상반기 충당금은 -140억원이었다. 못 받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받은 돈(충당금 환입액)이 새로 쌓은 충당금보다 많아 오히려 당기순이익이 늘었다는 뜻이다. 신한은행은 충당금이 121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6% 늘었다. 은행법과 은행업 감독규정 등에 자산 건전성 분류에 따라 최소한으로 쌓아야 하는 충당금은 규정돼 있지만 그 이상 얼마를 쌓을지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가계대출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고정 분류 여신)은 대출액의 20% 이상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사별로 얼마나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을지 전략을 달리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별 충당금 차이는 받지 못할 것으로 여겨지는 대출(부실채권·NPL) 대비 충당금을 얼마나 쌓았는지(NPL 커버리지 비율)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올 2분기 하나은행의 NPL 커버리지 비율은 77.2%로 4대 은행 중 가장 낮았다. 올 1분기(78.3%)보다도 낮다. 반면 다른 은행들은 금리 인상기에 대출이 부실화할 것을 우려해 충당금을 늘리는 추세다. 우리은행은 99.9%에서 122.3%로 대폭 높였고 국민은행(117.6→119.8%), 신한은행(140→141%)도 올렸다. 은행권 순익 규모가 ‘종잇장 차이’ 경쟁을 이어 가자 은행들은 서로가 얼마나 충당금을 쌓는지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로 올 1분기 하나은행은 충당금(245억원)이 1년 전보다 93.3% 줄어든 덕에 은행권 실적 2위에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충당금을 적게 쌓으면 실적을 늘리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반대의 경우 배당을 적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권흥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과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가 있어 은행들 실적이 좋을 때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아 리스크 관리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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