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성장」 제동,물가안정에 역점/하반기 경제운용 방향과 과제
◎제조업 기술개발에 금융지원 강화/재정긴축·건설등 내수진정이 열쇠 정부가 25일 확정한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은 ▲물가안정기조의 구조적 정착 ▲산업경쟁력 강화와 성장내실화 ▲자율화와 국제화과제의 적극 추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올해 우리 경제가 예상외의 고성장을 보임으로써 물가에 큰 주름살을 미칠 우려가 많다는 판단 아래 경제성장을 적정수준으로 낮춰 안정기조를 되찾는다는 데 최대의 역점이 두어지고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통화의 안정적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보고 그 동안 논란이 많았던 통화증가율을 금융산업 개편에 따른 단자회사들의 업종전환에도 불구하고 당초 계획했던 17∼19%선으로 억제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단자회사들의 개편에 따른 여신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총통화증가 억제선을 계속 지켜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8월중에 금리자유화계획을 수립,이를 단계적으로 시행함으로써 공금리와 시장금리의 격차를 축소하고 금융기관의 자금공급을 제조업 쪽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 동안 인력난과자재난을 유발해왔던 건설경기를 진정시켜 물가를 안정시키는 한편 국제수지의 개선도 꾀해나가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이다. 공공요금도 그 동안 인상이 유보되어온 중고등학교의 수업료,의료수가 및 고속도로 통행료를 제외한 다른 요금은 인상을 전면 동결하고 인상이 연말이나 연초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조정시기도 연중으로 분산할 전망이다. 이 밖에 임금안정과 산업평화의 정착을 위해 물가와 주택 등 부동산가격 안정을 토대로 임금안정에 대한 노·사·정간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나갈 계획이다.
산업의 경쟁력강화와 성장내실화를 위해서는 이미 선정된 9백19개 생산기술과제의 본격적인 개발을 위한 자금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공장시설의 자동화,국산기계 구입 등에 세제 및 금융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사회간접시설의 확충과 관련해서는 서울∼인천,서울∼수원간 고속도로의 신설 및 확충,부산항과 인천항의 확장,서울∼인천간 철도의 복복선 조기 착공 등이 추진되고 있다.
국제화에 대비하고 자율화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금융자율화추진,경제력 집중 억제,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 대비한 국내보완대책의 수립,민간경제활동에 대한 정부규제의 축소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같이 정부가 의도한 대로 하반기경제가 운용된다면 우리 경제는 비교적 높은 성장을 지속하면서 물가도 한자리 수 이내에서 억제되고 산업의 경쟁력도 상당히 높여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각적인 대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희망한 대로 우리 경제가 움직여나갈지에 대해서는 불투명한 점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첫째는 물가에 대한 불안이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통화억제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총수요관리를 더욱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4조원이 넘는 2차 추가경정예산의 편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경제기획원 관계자는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 등을 위해 추가경정예산편성이 불가피하고 세입 안에서 세출이 이뤄지기 때문에 추가경정예산편성이 통화증가에 중립적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예산집행에 의한 물가자극 요인은 부인할수 없을 것이다. 또 건설경기 진정을 위한 여러 가지 억제대책에도 불구하고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건설경기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고 초과수요를 유발,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인력난과 자재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신도시아파트의 부실공사가 초래된 것도 바로 건설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주택건설을 적정수준으로 둔화시키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물가는 심리적인 요인으로 오르는 점이 많은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총수요관리에 앞장을 서지 않는 한 물가가 한자리 수 이내에서 억제될지 크게 우려되고 있다.
경상수지적자폭을 30억달러로 잡은 데에도 정부의 희망사항이 짙게 깔려 있음이 감지된다.
정부는 상반기중 24% 이상 높은 증가율을 보였던 수입이 하반기엔 4.5%로 현격히 둔화되고 수출이 12.1% 늘어 당초 예상했던 대로 적자폭이 30억달러를 초과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소비재수입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고 수입엔 탄력성이 있어 쉽사리 줄일 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목표치를 잡은 것 같다. 따라서 물가를 한자리 수 이내에서 억제하고 국제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재정긴축을 강화하는 등 총수요관리에 앞장서고 건설경기와 소비 등 내수부문의 진정에 더욱 힘써야 할 것으로 촉구되고 있다. 최 부총리도 말했듯이 경제성장이라는 것이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버리고 과성장에 의한 폐해가 많은만큼 성장률을 적정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과감한 내수경기 둔화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