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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와 산] (8) 광주 무등산

    [도시와 산] (8) 광주 무등산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죽음과 죽음 사이에/ 피눈물 흘리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김준태 시인이 5·18민주화운동 직후 지방 일간지에 발표한 시의 한 대목이다. 이 때문에 해당 신문은 폐간되고, 그는 엄청난 고초를 겪어야 했다. 그 이후 무등산은 고은·김남주·황지우·문병란·양성우 등에 의해 저항문학의 단골 소재가 됐다. 5월의 무등산은 신록이 눈부시다. 장불재 부근엔 철쭉이 산허리를 불태우고 있다. 도심에서 ‘광풍’이 몰아치던 1980년 5월에도 그랬다. 그 이후 매년 정월 초하루 수만명의 인파가 중머리재에 몰려 새해를 맞았다. 하고 싶은 말과 가슴 속에 숨겨둔 무언가를 외쳐댔던 곳이다. 원효·나옹 등 고승들의 발자취가 서린 사찰과 암자도 즐비하다. 무등산은 숱한 국난과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수천년간 지켜본 산증인이다. 부드러운 곡선을 이룬 능선은 인구 150만 도시를 품고 있다. 그래서 어머니로 자주 비유된다. 시민들에겐 ‘산’이란 장소성을 뛰어넘어 또 다른 의미를 지니는 이유이다. ●불교와 민속의 중심 무등산(1187m)은 광주광역시의 동쪽 가장자리와 전남 담양·화순에 걸쳐 우뚝 솟아 있다. 무진악, 서석산, 무당산 등으로 불리다가 ‘고려사’에 처음 무등산이란 기록이 나온다. 노산 이은상은 무등산이 불교적 용어인 무유등등(無有等等·부처님은 중생과 같지 않다)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걸맞게 곳곳에 사찰과 고승들의 전설이 서려 있다. 증심사·약사사·원효사·관음암·규봉암·석불암·문빈정사 등 현존 사찰 이외에 서봉사지·개선사지·백천사지 등 문헌상으로 전해지는 절터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증심사~중머리재 구간에 있는 천제단과 송풍정 등은 나라가 어렵거나 백성이 도탄에 빠졌을 때 하늘에 제를 올린 곳이다. 이나라(32·여) 광주 동구문화원 사무국장은 “무등산은 예부터 기우제, 당산제, 철쭉제, 억새제 등 각종 산제사를 모시는 신령한 곳으로 여겨졌다.”며 “산제사는 시민들의 화합과 공동체 의식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무등산은 남북 주능에서 뻗어난 몇개의 가지 능선으로 이뤄졌다. 북서릉은 정상~중봉~바람재~향로봉~장원봉~잣고개를 넘어 국립5·18민주묘지가 위치한 망월동쪽으로 이어진다. 남서릉은 정상~장불재~백마 능선까지는 남북 주릉과 함께 달리다가 화순과 광주의 경계를 이루는 너릿재로 가지를 낸다. 그러나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한 덩어리처럼 육중하게 보인다. ●빼어난 풍광 예부터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이 무등산의 ‘경승’을 노래했듯이 각 지점마다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꼭대기는 천왕·지왕·인왕봉 등 ‘정상 3봉’으로 이뤄졌다. 이 중 천왕봉(1186.7m)이 가장 높다. 현재 정상 3봉 일대는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현장 접근은 불가능하다. 이 부근에 오르면 남서쪽은 나주평야와 월출산이 지척이다. 청명한 날이면 다도해가 아스라이 내려다보인다. 이보다 조금 낮은 서석대(1100m)와 입석대(1017m)는 가히 절경이다. 이들 봉우리는 육지에서는 보기 드문 주상절리대를 형성하고 있다. 서석대는 저녁노을이 물들 때 햇빛이 반사되면 수정처럼 빛을 발해 ‘수정병풍(水晶屛風)’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천만년 비바람에 깎이고 떨어지고/ 늙도록 젊은 모양이 죽은 듯 살아 있는 모양이/ 찌르면 끓는 피 한줄 솟아날 듯하여라.’ 시인 이은상이 입석대를 노래한 시구이다. 억겁의 풍상을 겪는 동안 쪼개지고, 깎이면서 고통을 견뎌냈다. 이들 두 봉우리는 2005년 문화재청에 의해 천연기념물 제645호로 지정됐다. 10년 넘게 산을 오르내린 이길용(47)씨는 “철 따라 주변 환경이 환상적으로 변하는 입석·서석대는 신령스런 분위기를 풍긴다.”고 말했다. ●도시의 허파이자 쉼터 무등산은 도시의 허파이자 생태계의 보고이다. 진달래, 철쭉, 산나리 등 1000여종의 온대성 식물들이 철따라 변신하며 장관을 연출한다. 천연기념물인 붉은배 새매·황조롱이를 비롯해 삵·멧돼지·고라니 등 100여종의 조류와 포유류가 둥지를 틀고 있다. 시민들은 무등산을 동네 공원쯤으로 여긴다. 도심과 맞닿아 있어 맘만 먹으면 언제나 오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 코스 역시 산책로 수준인 1시간 대에서부터 6~7시간 정도의 코스까지 선택할 수 있다. 문현석(48·북구 용봉동)씨는 “산행을 할 때마다 친구나 직장 동료 등 한두 명의 지인을 꼭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는 서남쪽인 증심사를 출발, 약사사~새인봉 삼거리~중머리재~장불재~정상 구간이지만 ‘증심사지구 자연환경 복원 사업’으로 최근 잠정 폐쇄됐다. 대신 북쪽인 원효사 지구에서 출발, 꼬막재~규봉암~장불재~정상 코스 등으로 등산객이 많이 몰린다. 요즘은 철쭉철이라서 관광버스를 동원한 외지 등산객의 발길도 줄을 잇는다. 5월 초부터 해발 400~500m 능선인 토끼등·바람재 일대에서 철쭉이 피기 시작, 20일 이후이면 장불재 등 정상 구간까지 만발한다. 주말과 휴일엔 2만~3만명이 산을 찾는다. 공원관리사무소측은 최근 동구 산수동~충장사~원효사~서석대에 이르는 11.87㎞의 옛길을 복원하고 일부를 개방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실개천옆 정자엔 임을 향한 행진곡~~ 무등산의 북동쪽 줄기는 원효계곡을 따라 지실마을을 거쳐 전남 담양군 봉산면으로 이어지면서 평야지대를 이룬다. 지금은 지실마을 부근에 광주호가 생겼지만 예전엔 무등산 계곡으로부터 발원한 물길이 남면·봉산면 일대 들녘을 관통했다. 계곡 양 안은 무등산 줄기에서 뻗어 나온 야트막한 산과 그런 야산에서 갈라져 나온 실개천이 여럿 있다. 이 일대에 조선 초·중기부터 유학자·유배자·풍류 가객들이 몰려들었다. 자연스레 정자들이 들어섰다. 이를 중심으로 지체 높은 양반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나름대로 ‘누정 문화’가 탄생했다. 개인적 수양이나 후학의 교육, 현실도피적 은둔 등 정자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무등산권 정자들이 역사적으로 의미를 갖는 이유는 국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조선조 ‘가사문학’이 꽃피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광주호 상류 소나무 숲에 있는 식영정이다. 서하당 김성원이 그의 장인이자 스승인 임억령을 위해 1560년(명종 15년)에 세웠다. 송강 정철이 25살 때 이곳에 머물면서 무등의 4계절과 강호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성산별곡을 지었다. 이곳으로부터 1㎞쯤 상류에는 양산보(1503~1557)가 건축해 은둔생활을 했던 소쇄원이 자리한다. 소쇄원은 한국 정원의 전형으로도 꼽힌다. 이곳을 찾아 시를 남긴 인물로는 김인후·김성원·기대승·고경명·정철 등이 있다. 식영정과 불과 250여m 건너편에는 김윤제(1501~1572)가 지은 환벽당이 있다. 정철이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학문을 닦기도 했다. 광주호 아래쪽인 담양군 봉산면 제월리엔 송순(1493~1583)이 지은 면앙정이 있다. 국문학사에 주옥 같은 ‘면앙정가’가 탄생한 곳이다. 무등산 원효계곡과 맞닿은 담양군 고서면 원강리에는 송강정이 자리한다. 송강이 1585년 대사헌으로 지내다가 당쟁에 휘말려 3년간 머물던 장소이다. 연군지정(戀君之情)을 읊은 ‘사미인곡’이 탄생했다. 광주 북구 충효동과 원효계곡 하류엔 취가정과 풍암정이 있는 등 조선조 때 이 일대가 풍류를 아는 시인과 묵객들의 쉼터였다. ‘무등산’의 저자 박선홍씨는 “무등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이 권력에서 소외되거나 당쟁에 휘말린 선비들을 자연스레 모이게 했을 것”이라며 “이들 정자를 잘 보존해 후세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 [엄마와 읽는 동화] 나는 왜 내 맘이 내 맘대로 안되노? /박선미

    [엄마와 읽는 동화] 나는 왜 내 맘이 내 맘대로 안되노? /박선미

    아아아, 벌써 아침이란 말이가? 야야는 환하게 밝은 방문을 흘기면서 이불을 끌어다 머리끝까지 푹 뒤집어 썼어. 어찌된 셈인지 실컷 잤는데도 밤새도록 힘든 일을 한 것처럼 피곤해. 지난 밤 꿈에는 얼굴도 보이지 않는 키 큰 어른한테 호되게 야단을 들었어. 어찌나 서럽던지 엉엉 우는데 소리가 나오지 않아. 꿈속에서도 그게 어찌나 답답하던지…. 잠을 깨어 뒤척거리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선생님이 나타나서 호되게 꾸짖는 거야. 무얼 그리 잘못했던지 야야는 꿈속에서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코만 쿨쩍쿨쩍 하고 있었어. 밤새도록 그렇게 혼나는 꿈만 꾸어댔으니 아침에 개운할 리가 있겠나. 야야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다리를 쭈욱 뻗어 이쪽저쪽 더듬거려봤어. 어, 아무것도 걸리지 않아. 그제야 이불을 살짝 내리고 방안을 둘러 봤어. 고모가 덮었던 이불은 착착 개어서 반닫이 위에 반듯하게 올려놓았어. 고모 베개랑 경주 베개도 그 위에 나란히 올려져 있고. 아아, 진짜. 모두다 와 이래 일찍 일어나노? 다시 이불을 덮어쓰고 눈을 꼭 감았어. 문 열고 나가면 경주 얼굴부터 마주칠 건데, 그러면 어떤 얼굴을 해야 할지 생각할수록 마음이 어수선하기만 하거든. “야야, 안즉 자나?” “벌써 깨서 똥구멍으로 숨 쉬고 있을 끼다. 어서 나오라 캐라.” “야야, 학교 빨리 안 가나? 이번 주에는 아침에 방과 후 교실 한다며?” ‘아, 맞다. 아침 공부하기 전에 방과 후 교실 한다고 했지? 아아 순 엉터리야. 방과 후 교실은 공부 다 마치고 진짜로 방과 후 남는 시간에 해야지. 아침부터 무슨 방과 후 교실을 하냐고?’ 이번 주에는 선생님들 오후 출장 때문에 아침 일찍 방과 후 교실 공부를 한다고 했지. 마침내 엄마가 방문을 열어젖히고 큰 소리를 내고 말았어. “야야, 안 일나나? 해가 하늘 똥구멍을 찌르거마는.” “아아아이, 엄마 쪼꼼만 더.” “쪼꼼만 더는. 어서 안 나오나?” 으으으, 야야는 어깨를 웅크린 채 턱을 달달거리며 마당에 내려섰어. 대빗자루로 싹싹 쓸어서 빗자루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말간 마당이며, 감나무 끝에 대롱대롱 걸린 채 거무스름하게 쪼그라져가는 홍시 두어 개와 그 너머로 보이는 새파란 하늘이 더욱 으스스 추웠어. “아아아, 추워. 겨울도 아닌데 와 이래 춥지?” 먼저 나온 식구들 보기 민망해서 더 추운 척 어깨를 웅크리는데 엄마가 또 한 마디 했어. “봐라, 경주는 벌써 일어나서 세수하고 머리 빗고 다 했다.” 그러고 보니 경주는 벌써 머리도 감아 빗었어. 경주가 머리 감은 물을 마당에 촤악 뿌려. 물이 흩어지면서 비질한 마당에 공기방울이 송송송 일어. 자잘한 흙구슬을 뿌려 놓은 것 같아. 다른 날 같으면 ‘이번에는 내다. 누가 많이 생기나 해 보자.’ 하고 얼른 세수하고 물을 뿌렸을 거야. 그러나 야야는 경주랑 눈 마주치는 것도 슬슬 피하면서 세숫대야만 뺏듯이 받아 챘어. “봐라 봐라. 경주 걸레 짠 것 좀 보래이. 장골이가 짜도 갱물 한 방울 안 떨어지겠다. 머리 빗는 것도 좀 봐라. 야야 니도 본 좀 받아라, 본 좀.” ‘아이씨, 또 경주 본받아라는 소리제?’ ‘치이, 내가 경주보다 잘하는 것도 얼마나 많은데. 엄마는 맨날맨날 경주만 잘한다카고.’ 엄마 아버지랑 떨어져서 경주 혼자만 야야네 집에 남아 있는 게 안쓰러워서 저렇게 감싸는 건 알지만 그래도 기분이 상해. 세수를 하는 둥 마는 둥 물만 몇 번 찍어 바르고 축담에 올라서니 경주가 기둥에 걸린 낯수건을 떼어서 건네줬어. ‘고맙다 해야 되는데.’ ‘그저께부터 말도 한마디 안했는데 어떻게?’ ‘아아참, 그냥 놔두면 내가 가져다 닦을 건데 뭐하러 수건은 갖다주고 그라노?’ ‘그래도 고맙다 하면 어떻노? 사실, 경주하고 내 하고는 싸운 것도 아닌데.’ 그 짧은 시간에 머릿속에는 한꺼번에 너무도 많은 생각이 일었어. “고맙….” 혼자서 속시끄럽게 생각만 하다가 겨우 입을 달싹거리는데 경주는 벌써 정지간으로 들어갔어. 야야는 경주가 들어가는 걸 보고 혼자서 겨우 말을 맺었어. “고맙다.” “너거 둘이 이번 주에 일찍 간다면서? 어서 밥 한 숟가락 먼저 뜨고 가거라.” 야야는 경주 얼굴을 흘깃 건너다보고 젓가락으로 밥을 조금 집어 올렸어. 경주도 야야한테 눈길을 한번 주더니 아무 말 없이 밥을 떠 넣었어. “너거 둘이 싸웠나? 제비겉이 재재굴거리더마는 오늘은 와 이래 조용하노?” “그라고 보이 너거들 어제도 말 한마디 안 하는 것 같더라. 뭔 일이고?” “하여튼 딸래미들은 웃긴대이. 별 거 아닌 거 가지고 말도 안 하고 골려묵고.” 고모랑 오빠가 뭐라든 둘은 낯빛 하나 안 바꾸고 밥만 떠 넣었어. 밥알이 살아서 입안에 데굴데굴 도는 것이 무슨 맛인지도 몰라. 경주를 흘끔 봐. 경주도 무슨 밥맛이 있겠노? “같이 있을 때 잘 지내래이. 천년만년 살 것 같제? 눈앞에 있다고 날마다 있을 줄 알제? 오늘 이래 얼굴보고 있어도 내일 일은 모르는 기다.” 아버지하고 따로 밥상을 받아 드시던 할매도 한 마디 하셔. “할마씨. 아아들이 그 말을 알겠소? 아침부터 뭔 말을 그래 하요?” 요즘 들어 몸도 자주 아프고 마음 약한 말을 자꾸 하는 할매가 못마땅한지 고모가 놀란 듯이 입막음을 해. 할매까지 걱정하게 하나 싶어 야야도 얼른 한마디 했어. “안 싸웠어예. 잠이 덜 깨서 그러지.” 하긴 그래. 경주하고 싸우지도 않았거든. 그저께 청소 시간에 잠깐 밖에 나갔다 온 사이에 영주랑 행지랑 아이들 몇몇이 그러는 거야. “인자 우리는 경주하고 안 논다. 야야 니도 안 놀 거지?” “와? 경주가 우쨌는데?” “그냥. 맨날 선생님 앞에서 얄랑얄랑하고 눈꼴시어서 못 봐주겠다.” 둘러선 아이들을 돌아보니 순덕이도 영희도 끄덕거려. 야야는 고개를 끄덕하긴 했지만, 집에 오면서 경주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어수선해. ‘아아 진짜. 집에 가면 밥도 같이 묵고 잠도 한 방에서 같이 자는데. 우예 같이 안 노냐고. 말도 어째 안 섞을 수가 있냐고. 안 보고 싶어도 눈만 뜨면 눈앞에 얼른거리는데.’ ‘가시나. 고마 아이들 하고 좀 잘 지내지. 또 우쨌길래 영주한테 밉보여서 골려먹게 만드노?’ 야야는 자기도 어쩔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그만 따돌림 받는 경주가 슬며시 원망스러워. 저녁 먹고 오빠가 빌려온 만화책을 볼 때도 야야는 경주를 피해서 고모 옆에 엎드렸어. 고모를 사이에 두고 둘이서 만화를 보는 것도 참 싱거워. 그렇게 서먹서먹하게 굴다가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도 멋쩍고 쑥스러운 건 그대로야. ‘아아참, 내가 경주랑 싸운 것도 아닌데. 영주가 안 논다고 나도 따라서 안 놀겠다고 하느냐고? 으이그 이 빙신!’ 야야는 스스로 생각해도 자기가 참 못났어. 경주 편에 서서 말도 한 마디 못하고 영주를 따라하는 게 참 바보 같은 거야. 지난번에도 행지를 골리다가 선생님한테 불려갔어. 그때도 영주가 행지하고 안 논다고 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따라했거든. 겁 많은 순덕이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울었어. “샘예, 저는 안 그랬는데예. 그냥 옆에만 있었는데예. 욕도 안 하고예.” 순덕이 말을 듣다가 선생님이 불같이 화를 냈어. “앞장서서 욕하고 골리지 않았다고 잘못이 없는 줄 아나? 아무 말 안 해도, 그 옆에 서 있는 것만도 똑같아. 암 똑같지.” 선생님은 말을 쉬더니 침을 꿀꺽 삼켰어. 유난히 도드라진 목울대가 크게 꾸물럭해. 다시 아이들을 휘이 둘러보고 소리를 조금 낮춰 말을 이었어. “잘못하는 걸 보고 가만히 있는 그 놈들도….” 선생님은 또 화가 치솟는지 말을 멈추고 숨을 가다듬었어. “나서서 골리고 욕하는 아이한테 두 배 세 배로 힘을 보태 주는 거거든. 아무 말 안 하고 서서 보고 있는 동무가 둘, 셋, 넷 많을수록. 혼자 당하는 아이를 생각해봐라. 지 혼자 얼마나 힘들고 외롭겠노?” 야야는 부끄러워서 그 자리에서 스르르 녹아 없어졌으면 싶었어. 속으로는 ‘나는 직접 욕도 안 하고 심하게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하고 있었거든. “혼자 서서 그 눈길을 다 받아야 되는 한 사람. 그 사람이 얼매나 힘든지 아나 말이다.” 그 뒤로 얼마나 됐다고 또 경주하고 이러냐고. 나는 경주하고 안 싸웠으니까 함께 놀 거라고 딱 부러지게 말했어야지. 너거들도 별 거 아닌 일로 싸우지 말고 잘 지내라, 그 말까지는 못하더라도 말이지. 경주는 학교에서도 하루 종일 혼자 지냈어. 혼자 놀고 혼자 밥 먹고. 화장실에도 혼자 갔어. 야야는 그런 경주가 자꾸 눈에 밟혀. 공부시간에도 책만 들여다보고 고개도 한번 제대로 안 드는 경주를 보니까 자꾸 마음이 짠해졌거든. ‘우짜지? 오래가면 어른들한테 걸릴 건데. 집에서는 말할까?’ ‘이웃에 아이들이 다 볼건데. 내보고 약속도 안 지킨다고 안 할까?’ ‘아아 그러게. 나는 안 싸웠으니까 안 골릴 거라 진작 말하지.’ 아이들이 놀지 않는다고 말할 때, 그때 제대로 말을 해야 하는데. 때를 놓치고 나니 제 맘대로 되질 않아. 집에 돌아와서 숙제 좀 하고, 선생님이 읽어오라는 책도 다 읽고 나니 집이 조용해. 늘 함께 있던 경주도 없어. 하긴 서로 말도 안 하면서 둘이서만 집에 있기도 열없겠지. ‘바깥새미에 걸레 빨러 갔나?’ 동네 들머리 바깥새미로 나갔어. 빨래도 하고 허드렛물도 쓰는 바깥 새미에는 걸레 빨러 온 아이들, 양말 몇 짝 들고 나온 아이들 몇몇은 늘 있거든. 그럼, 그렇지. 경주가 두레박질을 하고 있어. 얼마나 심심했으면 지 혼자 빨래를 들고 나왔겠노 싶으니 또 마음이 짠해. 그런데 경주가 활짝 웃으면서 뭐라뭐라 종알거리고 있어. ‘혼자서 그라나, 누가 옆에 있나?’ 가까이 가보니 그 옆에 영주가 앉아서 걸레를 흔들어 빨고 있어. 경주가 퍼 주는 물을 받아서. ‘경주 가시나. 지 걱정했더만, 지 혼자 살째기 영주 꼬셨나보지?’ ‘칫, 영주 가시나. 지가 먼저 말 안 한다 했으면서. 지만 살째기 화해하고.’ 야야는 경주랑 영주가 다시 환하게 웃는 걸 보니 마음이 놓여. 또 한편으론 경주가 얄미워. 영주는 얼마나 야속한지. 혼자서 속 끓이고 있었던 걸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그런데 자기도 모르게 둘 앞에 서서 또 딴말을 하는 거야. “너거들 걸레 빨고 있네. 내가 물 퍼 주까?” 야야는 그러는 자기가 참 싫어. ‘나는 왜 내 맘이 내 맘대로 안 되노?’ ●작가의 말 돌아보면 나는 내 맘속에 있는 말을 다 하지 못하고 돌아서서 후회하고 마음 아파하던 일이 참 많았다. 꼭 해야 할 말을 못하고 때를 놓쳐서 내 맘과 다르게 일이 번져나가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있고, 뒤늦게 후회해도 맘먹은 대로 잘 안 되어서 마음 졸이고 속상해 하고. 혹시 나 같은 아이가 하나라도 있다면 야야 이야기를 두고 엄마랑 동무들이랑 속에 있는 얘기를 실컷 풀어봤으면 좋겠다. ●약력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으로, 스무 해 넘게 초등학교 교사로 살면서 아이들과 함께 우리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공부를 했다. 지금은 학교를 그만두고 부산에서 혼자 공부하며 지낸다. 그동안 ‘달걀 한 개’ ‘산나리’ ‘욕시험’ ‘내가 좋아하는 과일’ 등의 동화를 썼다. 자라면서 겪은 일을 특유의 사투리와 ‘입말’로 생생하고 재미나게 풀어 써서 ‘이야기 문학의 자리’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한·미 FTA 비준 지연 가능성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에버릿 에이센스타트 미 무역대표보는 21일(현지시간) “새로운 무역 틀을 만들기 전에는 미·파나마 자유무역협정(FTA)을 의회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 FTA도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에이센스타트 대표보는 이날 미 상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서 “FTA는 지난 수년 동안 많은 갈등을 초래했다.”면서 “미·파나마 FTA가 갈등을 가중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미 하원 민주당 의원 55명도 이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미·파나마 FTA를 재협상하지 않을 경우 비준을 거부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미·파나마 FTA는 한·미 FTA와 미·콜롬비아 FTA와 함께 조지 부시 전임 행정부가 체결한 3대 FTA 가운데 하나다. 특히 미·파나마 FTA는 논란이 적었던 협정이었기 때문에 논란이 컸던 한·미 FTA의 의회 상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는 이날 한·미 FTA가 진전되길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조갑제·진중권 반응…김동길의 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 소식이 전해진 23일,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논객들이 사뭇 다른 태도를 보여 입맛을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특히 노 전대통령에게 자살하거나 감옥에 가야 한다 취지의 글을 남겼던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40여일 전 “자살하거나” 글에 비난 집중  김동길 명예교수는 지난달 15일 ‘먹었으면 먹었다고 말을 해야죠’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가 5년 동안 저지른 일들은 다음의 정권들이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도덕적인 과오는 바로잡을 길이 없으니 국민에게 사과하는 의미에서 자살을 하거나 아니면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가서 복역하는 수밖에는 없겠다.”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김 명예교수의 글 내용이 알려지자 여러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검색 순위 상위에 김 명예교수의 이름이 올라갔다.  김 명예교수의 홈페이지는 이날 오후 2시30분까지 다운돼 열리지 않고 있다.노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접속이 가능했던 오전 10시30분쯤에는 “본인 묘나 찾아봐라.” “말이 씨가 됐다.”는 등 누리꾼들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그러나 김 명예교수는 아직까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대표적인 보수 논객 조갑제 씨는 홈페이지에 올린 ‘노무현의 자살,남상국의 자살’이란 제목의 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사망한 지금 많은 국민들은 5년 전의 南 사장 자살을 떠올렸을 것이”이라며 “인간의 생명은 지구보다 무겁다고 한다.그 생명의 값에는 차별이 없다.대통령을 지낸 노무현,사장을 지낸 남상국씨의 목숨은 똑같이 소중한 것이다.마찬가지로 노무현씨 장인의 목숨과 그로 인하여 목숨을 잃은 11명의 양민들 목숨값도 같다.”고 또다시 처가쪽의 좌익 전력을 결부시켰다.  나아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가족은 고 남상국 사장에 대하여 조문한 적도 사과한 적도 없었다.남 전 사장의 가족이 노 전 대통령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함께 종료된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 전대통령의 죽음을 다룬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서거는 자살로 고쳐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전과 14범도 멀쩡히 대통령 하는데…”  진보진영의 대표 논객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도 진보신당 당원 게시판에 애도의 뜻을 밝히며 동시에 현 정권에 대한 쓴소리도 내뱉었다.진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추억’이란 제목의 글에서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한 뒤 “케네디가 TV 덕분에 대통령이 됐다면,인터넷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최초의 인물이 노무현.그의 당선엔 역사적 의미까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별로 인기는 없지만,노무현 정권이 한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사회 곳곳에서 ‘권위주의’를 무너뜨린 것은 그의 가장 큰 업적”이라며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사회는 커뮤니케이션의 양상을 바꿔야 한다.지도자의 명령에 따라 삽질하던 시대의 권위주의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곧 생산력이 되는 미래에는 적합하지 않다.그런 의미에서 계급장 떼고 토론하려 드는 대통령의 체통 없는 태도에는 평가해줄 만한 구석이 있다.”고 했다.  진 교수는 이어 “한나라당이야 자기들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나,10년 전에 나라경제를 말아먹은 분들이 버젓이 그런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그 얼굴 가죽으로 구두를 만들고 싶은 엽기적 충동을 느끼게 된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도덕적으로 흠집을 남긴 것은 유감스러운 사실”이라면서도 “전과 14범도 멀쩡히 대통령 하고 쿠데타로 헌정 파괴하고 수천억 검은 돈 챙긴 이들을,기념공원까지 세워주며 기려주는 이 뻔뻔한 나라에서 목숨을 버리는 이들은 낯이 덜 두꺼운 사람들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관타나모 격돌

    “관타나모 수용소 설치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는) 안보를 위협하는 어리석고 무모한 처사다.”(딕 체니 전 미 부통령)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비롯한 미 행정부의 대(對)테러정책과 관련, 오바마 대통령과 딕 체니 전 부통령이 한판 설전을 벌였다고 22일 뉴욕타임스(NYT)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상원이 오바마 대통령이 요청한 수용소 폐쇄 예산안을 부결시킨 다음날 불거진 두 사람의 충돌은 국가안보정책을 둘러싼 미국내 보수-진보간 대립을 한층 더 격화시킬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국립문서보관소에서의 연설에서 “관타나모 수용소를 유지한다면 미국의 도덕적 권위가 실추될 것”이라며 폐쇄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예산안 부결로 주요 공약사항인 ‘관타나모 플랜’이 궁지에 몰리자 오바마 대통령은 폐쇄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임을 즉각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수감자 21명의 경우 구금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수감자 250명 가운데 일부는 본국으로 석방하고, 나머지는 군사법원과 연방법정에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수용소 폐쇄 이후 수감자의 일부를 미국내 수감시설에 수용할 것이라는 뜻을 처음으로 분명히 했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 딕 체니 전 부통령이 맞불을 질렀다. 이날 미 경제연구소(AEI) 연설에서 체니 전 부통령은 “비록 인권침해 논란은 있지만 우리 정부(부시 행정부)의 물 고문(워터보딩) 같은 기법이 미국인들의 생명을 구했다.”면서 “수용소 폐쇄가 박수를 받을지는 모르나, 결코 현실과는 맞지 않은 미묘한 문제”라고 공격했다. 그는 또 “테러범들을 미국 본토로 이송하려는 계획은 수년내 엄청난 위협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 “어리석고 극단적이며, 도덕주의에 빠져 무모하기까지 하다.”며 공격수위를 높였다. 대통령의 긴급 연설에도 불구하고 수용소 폐쇄 문제는 간단히 마무리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워싱턴 정치전문가들은 “민주당 의원들이 예산지원을 거부하면서 제시했던 요구사항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생각나눔 NEWS] 군단위 기술직공무원 ‘4급의 恨’

    [생각나눔 NEWS] 군단위 기술직공무원 ‘4급의 恨’

    “군청의 기술직 공무원들도 서기관(4급)이라는 꿈의 날개를 달고 싶어요.” 군 단위 지자체에서 근무하는 기술직 공무원들이 서기관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현장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시설, 농업, 보건, 환경, 해양, 수산 등 15개 기술 직렬 공무원들은 규정상 서기관 승진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대한 규정(대통령령 제20900호)’에 따르면 군 단위 지자체는 서기관이 가는 국(局)을 둘 수 없다. 규정상 군의 서기관 자리는 부군수, 기획감사실장, 주민생활지원과장 등 3개로 국한돼 있다. 이 가운데 부군수는 사실상 도지사가 임명하고 나머지 두 자리는 지방행정, 지방교육행정, 지방사회복지, 지방사서 등 4개 직렬 공무원들만 갈 수 있다. 기술직이 서기관에 오를 길이 막혀 있는 셈이다. 전국 86개 군 가운데 광역시에 속한 군으로 인구 15만명 이상(실·국 3개 이내 설치 허용)인 대구 달성군과 울산 울주군 등 2개 군을 뺀 나머지 84개 군이 이에 해당된다. 결국 군 단위 기술직 공무원은 능력에 상관없이 퇴직 때까지 아예 서기관 승진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 사기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들은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인 경제 및 4대강 살리기, 예산 조기 집행 등으로 근무 여건이 더 악화돼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자체들은 이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경북도 시장·군수협의회(회장 박영언 군위군수)는 22일 성주 가야산관광호텔에서 열린 민선 4기 제12차 정기회의에서 행안부에 이 규정의 개선을 건의하는 안건을 채택했다. 이른 시일 내에 관련 규정이 개정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이삼걸 경북도 행정부지사도 이날 행안부에서 열린 전국 시·도 부시장·부지사회의에서 군 단위 지자체 행정기구 등에 관한 규정의 일부 개정 요구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 군과 이들 지자체의 기술직 공무원들은 행안부에 관련 규정을 바꿔 기술 직렬 공무원에게도 지방기술서기관 승진 기회를 부여하도록 하고 현행 4급 정원 내에서 지방서기관 및 지방기술서기관을 임명할 수 있는 부서 범위도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부회장이기도 한 박영언 군수는 “행안부의 현행 지자체 행정기구 등에 관한 규정은 관선시대 행정직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폐습이자 기술직 공무원들에 대한 족쇄”라며 “마땅히 현실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모닝 브리핑] 李대통령 국제로터리 ‘영예의 상’ 수상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국제봉사단체연합체인 국제로터리로부터 ‘영예의 상’을 수상했다. 국제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 국가 원수나 정부 수반 등 주요 인사 4~5명이 매년 이 상을 받는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교황 베네딕토 16세,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이 상을 받았다. 청와대 김은혜 부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세계적 경제 혼란 속에서 국가 발전과 세계의 번영을 위해 헌신하는 국가 리더상과 서울의 환경을 성공적으로 개선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임 시 최초로 이 상을 받았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모닝 브리핑] 3자녀 무주택자 우선분양 10%로 늘려

    공공주택 가운데 3자녀 이상 무주택 세대주에게 특별공급되는 물량이 3%에서 5%로 늘어난다. 또 서울과 경기도 수원·고양·과천·하남·성남·의정부시 등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공급되는 공공주택은 다자녀 가정에 5%를 추가로 우선공급할 수 있게 돼 전체 물량의 10%가 다자녀 가구에 돌아간다. 국토해양부는 이같은 내용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22일 입법예고한다. 특별공급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청약할 수 있으며, 경합시 추첨으로 당첨자를 정하지만 우선공급은 1순위 청약자격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한·미동맹 심화·발전시킬 연구에 온힘”

    “한·미동맹 심화·발전시킬 연구에 온힘”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워싱턴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한국연구를 항구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코리아 체어(Korea Chair)’가 신설된 것은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기쁜 일이다.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 한·미 동맹관계를 심화, 발전시켜 나갈 연구활동들을 펼쳐 나가겠다.” ●한·미 주요 현안 토론의 장 제공 20일(현지시간) 미 CSIS의 한국연구 부문(코리아 체어) 초대 책임자로 임명된 빅터 차(48)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국의 워싱턴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혔다. CSIS는 이날 코리아 체어 신설을 발표하면서 미국내 200여개의 싱크탱크 중 외부의 기금을 조성, 항구적인 한국연구 프로그램이 개설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앤드루 슈워츠 CSIS 대외담당 부회장은 “CSIS내에 재팬 체어는 28년, 차이나 체어는 17년의 연륜을 자랑하고 있으나 코리아 체어는 없었다.”며 “코리아 체어를 설치하는 게 연구소의 꿈이었으며 이번 코리아 체어 신설로 비로소 3각(脚)이 짜여지게 됐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CSIS의 이사이자 코리아 체어 자문위원장인 이정문 회장이 동석했다. 차 교수는 CSIS 코리아 체어 신설 의미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차 교수는 “앞으로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해 양국간 주요 현안에 대한 토론의 장을 제공하게 되며 중·장기적인 정책 조언을 통해 정부와 학계의 경험을 접목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CSIS의 경우 중립적 성향의 싱크탱크로 민주·공화 어느 당이 집권하든 상관없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며 정책조언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6자회담은 아직 죽지 않았다” 차 교수는 특히 다음달로 다가온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몇마디 했다. 그는 “다음달 한·미정상회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실질적인 첫 회담”이라면서 “한·미 동맹관계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며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북핵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미 FTA에 대해 “한·미 동맹관계를 안보가 주축이 되고 있는 이른바 ‘냉전 동맹관계’에서 한 단계 발전·심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양국 정상은 북한 문제와 관련, 6자회담을 재개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완료하는 방안에 대해 깊이있는 논의를 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조용하게 논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장기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6자회담의 미래에 대해서는 “과거 2003~2007년에도 4차례나 6자회담은 끝났다는 ‘사망 선고’가 내려졌으나 살아났다.”면서 “6자회담은 아직 죽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계인 차 교수는 조지 부시 전임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냈으며 북핵 6자회담의 미국측 부대표로 활동한 한반도 전문가이다. CSIS 코리아 체어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P)이 미국내 주요 싱크탱크에 한국 관련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연구할 수 있는 여건 및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해온 사업으로 이번에 결실을 보게 됐다. CSIS 코리아 체어의 기금은 모두 430만달러(약 53억원)로 국제교류재단과 CSIS가 각각 100만달러를 출연하고 전경련(80만달러), 무역협회(100만달러), 대한상의(50만달러)가 기금마련에 참여했다. kmkim@seoul.co.kr
  • “남북관계 경색은 일시적 현상”

    김대중 전 대통령은 21일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히 경색되고 있지만 일시적 현상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이문동 한국외국어대에서 열린 ‘동아시아 공동의 역사인식, 그리고 평화와 민주주의 번영을 위한 국제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미국 오바마 정권이 자리를 잡으면 올해 가을부터 북·미 대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본 뒤 “핵만 포기한다면 북한 생존권을 보장한다는 미국의 입장과 생존권만 보장하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북한의 입장이 결국 같기 때문에 잘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전 대통령은 앞서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정권처럼 북한을 ‘악의 축’이나 ‘제거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남과 북 모두가 대결하면 서로 손해를 보고 위험에 처하게 되지만 화해 협력하면 모두 안정과 번영을 이룰 수 있다.”면서 “우리 국민들도 지난 2000년 이후 이룩된 남북간 화해 협력의 시대를 다시 회복하고자 강력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유럽에서 진행된 여러 안보회의가 철의 장막을 걷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듯 6자회담도 동북아 평화협력의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교는 상호간의 인내와 이해 속에서 풀어갈 수 있는 것”이라면서 “미국과 중국도 이런 방향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6·15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이행하고 금강산 관광도 먼저 풀겠다고 해야 한다.”면서 “독일의 동방정책이 동서독간 평화 통일을 이끌었듯 우리나라도 햇볕정책이 다시 힘을 얻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이 이룩될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주일 美대사 내정에 불쾌한 日

    │도쿄 박홍기특파원│“전혀 들은 게 없다.”, “정부 안에서 얼굴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게 아니냐.”공석 중인 주일 미국대사에 존 루스(54) 변호사라는 ‘의외의 인물’이 내정됐다는 소식에 대한 일본 정부 측의 곤혹스러운 반응이다. 불쾌감도 배어 있다. 외무성의 관계자조차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주일 미군의 재편 등 미·일간의 현안을 갖고 있는 방위성 측도 “(루스를 알기 위해) 독자적으로 정보 수집에 나서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루스의 대일관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루스는 실리콘 밸리에 있는 로펌인 ‘윌슨 손시니 굿리치 앤드 로사티’ 최고 경영자이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자금을 조달한 최측근 가운데 한명으로 알려져 있다.일본 정부는 오바마 정권의 출범 이후 미·일 관계에 정통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주일 대사로 유력하게 거론되자 “일본 중시”라며 반겼던 터다. 반면 루스의 약력에는 일본과의 연관성은 찾아볼 수 없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뜻밖의 인사”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또 대선 기여에 따른 ‘논공행상’이라는 분석도 있다.다만 오바마 대통령의 ‘친구’인 만큼 백악관과 일본과의 직접적인 ‘파이프 역할’을 맡는 게 아니냐는 기대섞인 관측도 없지는 않다. 현안 해결에 오바마 대통령과의 인간관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토머스 시퍼 전 주일대사가 일본과 인연은 없었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점을 사례로 들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본에서는 주중 대사에 차기 공화당의 대선 유력 후보인 존 헌츠먼 유타 주지사가 지명된 사실과 비교, “격차가 크다.”라는 목소리가 적잖다. hkpark@seoul.co.kr
  • 법학자 2인의 우리시대를 향한 두가지 시선

    법학자 2인의 우리시대를 향한 두가지 시선

    어려서부터 공부깨나 한 사람치고 ‘판·검사가 돼라.’는 소리를 안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부모님은 물론 담임 선생님, 친인척까지 주문처럼 외던 ‘판·검사가 돼라.’는 말에는 다양한 함의가 들어 있다. 개인의 영광과 출세, ‘개천의 용’들에게는 집안의 부흥, 전관예우로 표현되는 막대한 미래의 확보된 부, ‘백’이 생겼다는 안심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판·검사의 신성불가침의 높은 지위와 명예 등등이다. 대통령도 탄핵하는 선진국형(?) 사회가 됐으니 말이다. 그러나 ‘판· 검사가 돼라.’는 주문에는 결정적으로 ‘법이 한 사회에서 어떤 형식으로 존재해야 하는가.’ 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배제돼 있다. 과거와 달리 이것이 사회적 부담이 되는 시대가 됐다. 한 사회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로서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실존적인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 불멸의 신성가족 】김두식 지음 창비 펴냄 ‘불멸의 신성가족’(창비 펴냄)은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내부자로서 사법부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과 사법 시스템의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1년간 판·검사 25명을 인터뷰해 써낸 연구논문이다. 익명을 전제로 한 이 인터뷰는 사법시스템 내부의 썩은 부분을 솔직하게, 또 고스란히 드러낸다. 어디가 잘못됐고, 어디가 곪았는가. 왜 판사와 검사, 변호사는 서로 끌어 주고 밀어 주면서 ‘사법 패밀리’를 형성하고, 불멸의, 신성불가침의 가족으로 재구성 될 수밖에 없는지 말이다. 법조계는 매우 좁은 동네다. 대체적으로 같은 대학을 나와 사법연수원에서 같이 교육을 받고, 동기로 묶여서 패키지로 돌아다니는 극소수의 엘리트 집단이다. 이러다 보니 거절할 수 없는 돈이나 청탁 등이 법조계 내부에 존재하게 된다. 이를테면 부장판사로 모시던 선배가 변호사 개업을 해서 참석하게 된 회식자리에서 상품권이나 돈봉투가 뿌려지면, 그 자리에서 받기를 거부하는 청렴한 법조인이 ‘또라이’로 찍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새끼 웃기는 놈이더라.’는 평판이 돌면, 승진도 어렵고 아울러 부장판사나 대법관으로 옷을 벗은 뒤 변호사 개업을 했을 때와 달리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다.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재판에 개입해 소장 판사들로부터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 왜 벌어질 수 밖에 없는지 파악할 수 있다. 판·검사가 되는 것과 대법관이 되는 것은 또다른 차원의 명예와 부가 걸려 있었다. 비교적 청렴하다고 평가되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경우를 보자. 대법관을 마치고 변호사를 지내던 2000년 9월부터 2005년 8월까지 5년 동안 472건의 사건을 수임하고 60억 여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사회적으로 전관예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신동 소리를 듣던 고시생이 바늘구멍 같은 사법시험을 뚫고 나면, ‘마담 뚜’를 거쳐가야 하고, 결혼이란 거래를 마치면 선배 판사들의 빡빡한 도제식 수업을 통해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법조인으로 거듭난다. 이 과정에서 권위에 도전하거나 기존 질서를 흔드는 성향의 사람들은 도태되고, ‘원만한’ 사람들만 살아 남아 최고의 승자가 된다. 이런 역경을 거쳐 법원을 졸업하면, 법원 브로커들에게 밥줄을 대주는 전관 변호사 개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사법개혁이 왜 필요한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몸에 사무치도록 느껴진다. 고압적인 사법부 내부를 들어다 보는 재미에 책을 언제 다 읽었는지 모르게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다. 저자는 서울지검 검사를 경험한 법학과 교수로, 2004년 ‘헌법의 풍경’이란 책을 내 법조계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이 분야에 경륜 있는 저자다. 1만 3000원. 【 보노보 찬가 】조국 지음 생각의 나무 펴냄 보노보 원숭이가 있다. 종명이 파니스쿠스로 아프리카 콩고 밀림지대에서 산다. 이 종은 원숭이의 대명사인 침팬지(종명 트로글로디테스)와 완전히 구별되는 영장류다. 보노보 원숭이는 집단내 수직적인 서열을 만들지도 않고, 평등한 문화를 유지하며, 무리 내에 병자나 약자를 소외시키거나 구박하지 않고 보살피고 끌어안는다. 인간적 특성으로 평가되는 동성애적인 경향까지 있어 인간과 가장 유사한 영장류로 평가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간 세계가 침팬지와 비슷하다는 거다. 무한경쟁, 수컷들의 권력투쟁, 전쟁, 유아학살, 남성지배 등의 모든 특징이 그렇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의 ‘보노보 찬가’(생각의 나무 펴냄)는 ‘정글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한국사회에서 평화적인 보노보 원숭이와 같은 길을 찾아보자고 말한다. 저자는 현재 한국 사회가 자본의 이익추구를 위해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것을 으깨고 갈아서 상품화하는 ‘악마의 맷돌’이 통제되지 않은 채 빠르고 거칠게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 양산과 청소년 실업, 열악해지는 복지환경을 우려했다. 한국 사회가 이런 식으로 돌아가다 보면 ‘21세기 공산당 선언’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촛불집회와 관련한 법 적용을 두고 권위주의 정부시절로 돌아가는 인상을 주는 형법의 남용을 우려했다. 특히 ‘불법집단행위에 관한 집단소송법안’ 등은 집권세력의 막가파식 복수극의 대본에 불과하고, 집회와 강경진압의 악순환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비판한다. 역사적 경험 속에서 우리 민족과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인들은 ‘방어적 민족주의’와 ‘단일민족론’ 등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 왔지만, 지금에 와서는 이런 성향이 인종차별적인 사상으로 전환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하라는 주문도 나온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나 양심적 병역거부자, 한센병 환자, 여성, 급증하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 대한 너그러운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만 1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그린데이-월마트 누가 이기나 보자[동영상]

     ’있어야 할 건/다 있구요/없을 건 없답니다/월마트엔~♪’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에 가면 웬만한 건 다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네오펑크의 선구자인 그린데이의 새 앨범 ‘21세기의 몰락(21st Century Breakdown)’은 눈 씻고 찾아봐야 헛수고일 것이다.  이번 앨범은 5년 만에 발표된 것이라 국내 팬들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정작 미국 최대 유통업체 매장에 깔리지 않은 것.월마트는 수록곡의 가사가 부적절한 내용이 많다는 이유를 들이댔다.  월마트는 좀 더 순화된 버전을 내놓으라며 그린데이의 새 앨범 진열을 거절했다.월마트측은 ‘부모의 조언 필요(parental advisory)’ 등급의 음반은 들여놓지 않는 게 오래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월마트에서는 욕설이 담긴 에미넴의 최근 앨범 ‘리랩스(Relapse)’ 등도 순화된 버전으로 팔고 있다.  그린데이의 보컬 빌리 조 암스트롱은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가장 큰 음반 매장인데 우리더러 ‘자체 검열’해서 내놓으라고 하는 거 있죠.”라며 “우리 음악엔 더러운 내용은 담겨 있지 않거든요.”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우리 음악가들한테 내용을 순화시키라고 하고 있지만 우린 싫다고 했어요.그렇게 해 본 적도 없고요.”라고 덧붙였다.    ●그린데이 신곡 ‘know your enemy’     월마트의 대변인 멜리사 오브라이언은 “그런 음반은 새로운 버전으로 바꿔야 들여놓을 수 있는데 그린데이는 그렇게 안 했습니다.저희로선 입고를 거부할 수 밖에요.”라고 말했다.  베이시스트인 마이크 던트는 “제일 큰 음반 매장으로서 제대로 된 ‘예술’을 팔아야 하죠.”라고 말했고 암스트롱은 월마트의 그런 정책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월마트가 그린데이의 발목을 잡고 있긴 하지만 앨범의 인기는 날개가 돋쳤다.발매 일주일 만에 21만 5000장 이상 팔렸고,이번 주 앨범 차트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영국에선 발매 이틀 만에 8만장ㅇ 팔려 UK차트 1위에 올랐다.  전세계적으로 6000만장 이상 팔린 데뷔 앨범 ‘두키’로 1990년대 펑크록 부활을 이끌었던 그린데이는 부시 행정부에 대한 거침없는 독설을 내뱉은 2004년작 ‘아메리칸 이디엇’으로 그래미 ‘최우수 록 앨범’상을 수상했다.  월마트는 상품에 대해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 악명높다.2002년 에미넴의 ‘디 에미넴 쇼’ 앨범을 욕설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매장에서 치워버린 건 널리 알려진 일화다.이밖에도 보수적인 중산층을 겨냥한 아동용 성경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기도 했다.  월마트에 ‘슈퍼밴드’ 그린데이가 반기를 든 이상,자존심을 건 이들의 싸움이 어떻게 끝날지 주목된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성동구, 작고 아름다운 간판으로

    성동구, 작고 아름다운 간판으로

    성동구가 지저분하고 제멋대로인 간판을 멋진 디자인으로 바꾸는 등 옥외광고물 정비에 나섰다. 성동구는 좋은 간판 만들기 추진실적의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을 구축하고 ‘좋은 간판 디자인 및 가이드라인 홈페이지 개발’에 나서는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거리의 풍경을 바꾸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13개 동에 각 1곳의 이면도로를 문화거리로 만들어 가로 환경 및 간판 정비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로써 대로 및 주요 도로변 상가건물에 대한 간판 정비사업이 끝나는 2010년에는 성동구가 아름다운 간판의 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구는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우선 부동산중개업소 교육을 통해 점포 계약단계에서 ‘좋은 간판 디자인 안내’와 ‘불법광고물 자진정비 안내’ 등 간판의 정비 지침을 주민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또 지난해 4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인·허가 경유제’와 ‘사전허가제’를 통해 건물과 점포 인·허가 서류에 간판설치 계획을 첨부시키고 있다. 구는 2007년 ‘왕십리길 간판 시범거리사업’을 시작으로 지난해 응봉대림상가, 한양대 젊음의 거리 등 모두 2.9㎞ 구간에 무질서하게 자리잡은 간판 1260여개를 철거하고 새로운 디자인의 입체간판 504개를 설치했다. 올해도 한양대~에스콰이어, 고산자로구간 등 2.1㎞에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업으로 900여개의 난립 간판을 427개의 작고 아름다운 간판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구는 또 좋은 간판 가이드 북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기로 했다. 좋은 간판 만들기 10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간판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또 5개 부분별로(요식업, 의류잡화, 교육·의료, 생활서비스, 부동산중개사무소) 권장디자인과 표준디자인을 분류해 누구나 쉽게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성동구는 작고 아름다운 간판을 설치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분기별로 좋은 간판 10개를 선정, 구청장 표창과 간판 인증 동판을 설치하는 등 간판 문화개선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또 이번에 구축한 옥외광고물 DB는 무선인터넷을 이용, 현장행정업무 처리와 현장지도 점검시 활용하게 된다. 소판수 도시디자인과장은 “옥외광고물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옥외광고물 실명제, DB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면서 “내년이면 성동구 거리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명품 거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군산, 나홀로 호황

    군산, 나홀로 호황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자치단체가 있다. 전국 시·군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는 전북 군산시가 그렇다. 서해안의 항구도시 군산에서는 경제불황의 그림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시내 곳곳에서는 개발의 고동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공단조성, 택지 개발, 관광산업 추진으로 살아 움직이는 도시 모습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다른 자치단체들은 지방세가 걷히지 않아 비명을 지르지만 군산시는 세수가 계속 늘어나 표정관리를 해야 할 정도다. 기업 투자에 힘입어 지역경제 전반에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인구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현대중공업·두산 등 7조원 투자 군산시는 지난해 2248억원의 지방세를 거둬들였다. 2005년 1200억원보다 1000여억원 늘었다. 올 들어서도 4월 말 현재 6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61억원보다 107억원이나 증가했다. 특히 주민세는 56억원 늘었고 자동차세 3억원, 담배소비세 6억원, 사업소세 2억원이 각각 증가했다. 부동산 관련 세금인 취득세는 38억원, 등록세는 13억원 늘었다. 다른 지역은 경기침체로 부동산 거래가 급감했지만 군산은 오히려 투기바람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군산시 살림이 넉넉해진 것은 기업유치 성과가 가시화되는 것에 힘입고 있다. 시는 2006년부터 최근까지 3년여 동안 397개 기업을 유치했다. 이 기업들은 공장건설 등에 7조 346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회사들이 정상 가동되기 시작하면 고용창출이 3만 6000명, 인구유입은 9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조선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은 군산을 제2의 생산기지로 만드는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두산인프라코어, 동양제철화학 등도 기계, 태양광 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들 3개 대기업 공장 건설에만 1만여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파급효과는 군산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음식·숙박업소와 운수업체들은 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 한때 미분양 아파트가 넘쳤던 주택건설사업도 활기를 되찾았다. 2006년까지만 해도 26만명을 밑돌던 인구는 올해 26만 5500명을 돌파했다. 올 들어서만 1500명이 늘었다. ●새만금 본격 추진 서해안 거점도시로 군산시의 발전 추세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동양제철화학 등 대기업의 투자사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착공된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 건설사업, 수송동 택지개발공사는 군산시가 서해안의 중핵도시로 발돋움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된다. 고군산군도 일대를 국제해양관광지로 개발하는 사업에도 세계적 거대 자본들의 투자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새만금 내부개발사업이 본격 추진되면 군산시는 환태평양시대를 주도하는 거점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올 연말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가 완공되면 이를 찾는 관광객들이 넘쳐나 관광산업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심 25m를 유지할 수 있는 새만금 신항이 건설되고 군산공항이 확장돼 교통인프라도 구축하게 될 예정이다. 새만금시대를 예측한 기업들의 입주 문의가 줄을 잇고 있지만 예전에 조성한 공단부지는 모두 팔려 새로운 부지를 서둘러 조성 중이다. 최근 공장 건설을 미루고 있는 부지를 환수해 공개 분양한 결과 12대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이학진 군산 부시장은 “공장 건설과 관광산업에 관심이 있는 세계적 투자사들의 방문과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새만금·군산 시대가 가시화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면서 “인구 50만의 서해안 거점도시 건설이 머잖아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부고]

    ●김병재(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씨 빙모상 19일 여의도성모병원, 발인 21일 오전 7시 (02)3779-2191 ●심재철(전 태백시 부시장)재록(안성정기 사장)재균(네이버시스템 상무)씨 부친상 19일 강원도 속초의료원, 발인 21일 오전 8시 (033)633-4044 ●김창한(코리아RB증권 사장)씨 별세 19일 서울대병원, 발인 22일 오전 9시 (02)2072-2022 ●최병운(서울메트로 제2기술사업소장)씨 모친상 심영일(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씨 빙모상 1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2일 오전 7시 (02)3010-2292 ●박용석(하이투자증권 교대역지점장)영훈(자영업)씨 부친상 전필선(농협)씨 빙부상 20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22일 오전 8시 (02)2650-2748 ●한상원(보성상사 대표)상철(미국 거주)상곤(한스아이시티 대표)씨 부친상 2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2일 오전 7시 (02)3010-2265 ●심양수(한국은행 재산관리실 부국장)재철(풍림스마일 공인중개사)씨 모친상 배종군(진해카정비 대표)백현덕(관청중기 〃)씨 빙모상 19일 마산의료원, 발인 21일 오전 7시 (055)249-1406 ●오상균(한국예탁결제원 증권대행팀 차장)씨 빙모상 19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21일 오전 8시30분 010-7134-8939 ●문종환(세일학원)씨 모친상 배을용(신한은행 관악신사동지점장)씨 빙모상 19일 광주 성요한병원, 발인 21일 오전 7시30분 (062)510-3175 ●김종민(교보증권 마케팅팀장)씨 모친상 20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2일 오전 8시 (02)2227-7556 ●이주한(SK에너지 부장)금선(에스제이테크 과장)씨 모친상 정운우(대신염직공업 실장)씨 빙모상 2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2일 오전 11시 (02)3010-2291 ●이기우(재능대 총장)씨 빙부상 19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21일 오전 6시 (031)787-1506 ●이신효(한화드림파마 대표)씨 모친상 손영환(국민은행 부행장)씨 빙모상 2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2일 오전 7시 (02)3010-2631 ●박해진(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씨 빙모상 20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22일 오전 6시 (031)787-1501 ●최진원(경향신문 편집부 부장)진영(SK텔레콤 팀장)진석(사업)씨 부친상 안윤갑(사업)석정영(경북대 물리학과 교수)씨 빙부상 20일 강남 세브란스병원, 발인 22일 오전 (02)2019-4003 ●정희조(해럴드경제 사진부 차장)택조(자영업)씨 부친상 한상렬(한국무역협회 참사)김재평(대림대 교수)씨 빙부상 20일 수원 연화장장례식장, 발인 22일 오전 9시 (031)217-7200 ●문석주(울산북구의회 부의장)씨 모친상 20일 울산병원, 발인 22일 오전 8시 011-854-1937 ●김성철(주 콩고 대사)씨 빙모상 20일 건국대병원, 발인 22일 오전 8시 (02)2030-7907
  • [열린세상] 황석영 작가의 ‘알타이문화연합’/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열린세상] 황석영 작가의 ‘알타이문화연합’/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몇년 전부터 중앙아시아에서 온 교환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나로서는 한국의 기업들이 이 지역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고 또 여기 지역민들에게 한국이 ‘기회의 땅’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압축성장을 통해 적빈의 고단함을 오래전에 벗어난 우리가 또 이렇게 여겨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일러 ‘세상의 배꼽’이라 불리는 이 지역 출신 어린 학생들에게 하지만 나는 자주 이런 말을 한다. ‘한국을 조심하라!’ 대륙과 해양에 걸쳐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이 우리에게 치명적이듯이, 유라시아 대륙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이 지역의 지정학 역시 이들에게 운명적인 것이다. 우리가 이 지역에 숟가락 하나를 올리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몽골에 대한 관심 역시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묘하게도 부시 정부 당시 네오콘의 중국위협론과 맥을 같이한다. 9·11 테러를 계기로 역사상 최초로 중앙아시아에 군사적으로 진출한 미국은, 이어 중국위협론을 내세워 중국포위에 나선다. 그리고 부시의 대테러전쟁에 적극 참여한 몽골은 이후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하였다. 공교롭게도 이 무렵 한·몽골 국가연합 혹은 연방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였고 지난 대선 때는 이명박·박근혜 후보, 그리고 최근의 뉴라이트 일각까지 모두 한·몽골 연합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낸 바 있다. 황석영 작가의 ‘몽골+2코리아’ 혹은 ‘알타이문화연합’론은 위와 적어도 그 흐름은 같이한다. 물론 황 작가의 단상을 그 무슨 ‘론’으로 정리하는 것도 우습고 어울리지 않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 맥에서 보자면 그렇다. 차이를 찾자면 뉴라이트 등의 ‘한·몽골 국가연합’과는 달리, 황 작가의 그것은 ‘남북한+몽골’이라는 점이다. 나아가 그의 ‘남북한+몽골’론은 중앙아시아가 보태져 ‘알타이 문화연합’으로 확대된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여기서 일상적으로 좀 낯설기조차 한 ‘알타이’의 등장은 우리말이 알타이어족에 속하기 때문이다. 해서 찾아보니 알타이어족이 서로는 터키, 동으로는 일본까지, 중국을 빼고 실크로드 전역에 걸쳐 있다. 굳이 인종으로 나누면 튀르크족, 몽골족, 만주-퉁구스족, 한민족 등이 눈에 띈다. 그래서 알타이문화연합을 제대로 하자면 중국, 인도 등을 제외한 터키에서 중앙아시아 대부분을 거쳐 러시아 일부, 만주, 한반도, 일본열도 정도가 그 범위에 든다. 하지만 황 작가의 구상은 여기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만만한’ 몽골과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소위 ‘자원부국’이 주로 언급되는데 모르긴 해도 현정부 자원외교 코드를 감안한 것일까. 이 구상의 ‘지적 소유권’을 따지기 전에 나로서는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하고 매우 황망했음을 밝힌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적 상상력의 자유속에 무엇이 불가능할까. 하지만 그것이 국제정치적 현실과 만날 때 정치권력의 지원이 없이는 처음부터 모든 것은 실현불가능하다. 정치가 현실인 이상 하늘이 두 쪽 나도 정치는 문학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방법은 문학이 정치가 되는, 곧 권력화되는 도리밖에 없다. 그리고 대개 이는 ‘훼절’로 나타난다. 나아가 대중이 작가에게 기대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속깊은 관찰과 애정이다. 그러나 황 작가의 국제정치 프로젝트에서 드러나는 것은 자원에 대한 권력의 욕망과 자본의 상업주의, 그리고 신식민주의가 아닐까. 차라리 외세와 저발전에 고통받는 중앙아시아 민중의 인권, 유목생활과 휴대전화의 기괴한 만남에 대한 통찰, 그 속에서 붕괴되는 전통과 공동체, 아시아 소수민족의 문화와 이들 문화의 ‘다양성’이 갖는 에너지와 역동성, 바로 이를 위해 아시아인의 만남이, 그리고 연대와 평화가 필요함을 역설했다면 그는 굳이 누추한 변명의 자리에 있지 않았을 게다. 만일 그랬다면 나도 ‘알타이문화연합’에 평생회원으로 가입했을 게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 세계 도시 기후 대응정책 봇물

    선진 도시들의 기후변화 정책은 우리보다 빠르고 기민했다.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회된 ‘제3차 C40 세계도시 기후 정상회의’에서 세계 각국 도시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자신들의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클로버 무어 호주 시드니 시장은 ‘지속가능한 시드니 2030 전략’이라는 주제로 2030년까지 시드니를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발전 전략을 소개했다. 무어 시장은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 교통 및 에너지 공급을 아우르는 새로운 개념의 녹색 경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지원과 파트너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데니스 보팽 프랑스 파리시 부시장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4년 대비 75%까지 감소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25% 감소, 에너지 소비량 25% 절감을 달성하고, 파리의 에너지 소비량의 25%를 신재생 에너지로부터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보팽 부시장은 또 자전거 이용률을 150% 늘리고, 대중교통 승객 수도 15% 확대하려는 계획도 소개했다. 아흐메드 아부탈렙 네덜란드 로테르담 시장은 운하 같은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할 때는 초기 단계부터 환경단체를 개입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지방소득세 도입 막판 신경전

    내년 지방소득세 도입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간 기싸움이 치열하다. 특히 이달 말 지방소득세 법안 신설 발표를 앞두고 지방행정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와 국세를 움켜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행안부는 18일 지방소득세에 대한 재정부의 입장이 일부 언론에 여과 없이 보도되자 ‘지나친 언론플레이’라며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방소득세를 도입할 경우 국세에서 지방세로 전환되는 재원은 8조원 정도다. 현재 국세 규모는 175조원, 지방세는 47조원이다. 지방소득세는 국세인 소득·법인세에 부가세 형태로 매기는 ‘소득할주민세(소득·법인세의 10%)’를 지방세로 바꾸자는 것으로 지난해 종합부동산세의 단계적 폐지에 따라 구멍난 지방 세수를 보전해주자는 차원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미 부처간 협의를 통해 지방소득세 문제에 대해 조율하고 민간 전문위원들의 의견을 모아 법안을 이달 말 확정키로 합의했는데 (언론플레이가) 당혹스럽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지방소득세는 국가로 갈 세금을 지방으로 보내 취약한 지방재정을 보충해 주는 것일 뿐 국민 입장에선 세금을 한 푼도 더 내는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체 세수 중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대 2로, 국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재정부는 지방소득세를 도입하면 납세자가 이주시 두 개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하거나, 투잡(two job) 개인사업자의 경우 주소지별로 별도 세금 계산을 해야 하는 등 복잡한 세금 계산으로 불편이 가중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지자체별 변동 내역은 전자적으로 자체 집계해 ‘사후 정산’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납세자는 현행과 동일하게 지방세법상 법정 표준세율만 적용해 신고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행안부는 또 여러 지자체에 사업장을 가진 기업들도 과세표준, 세율 등을 일일이 따질 필요 없이 인터넷지방세 납부시스템에 따라 일괄 신고 납부가 가능토록 개선되고 지자체별 원천징수와 연말정산 계산도 현재와 동일하기 때문에 국민 불편을 내세우는 재정부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헌율 행안부 지방재정세제국장은 “지방소득세는 일본 등 모든 선진국에서 도입했다.”면서 “지방세 비중이 높아야 자주 재원 비율이 높아져 진정한 자치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낙태, 열린사고로 토론하자”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여성의 낙태권리 문제를 놓고 찬반 진영이 서로 타협점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상대를 비난하기보다 열린 가슴과 열린 사고, 공정한 말로 토론하자.” 낙태를 지지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표적인 가톨릭계 대학인 노트르담대학 졸업연설에서 낙태에 대한 공정한 논쟁과 함께 낙태를 줄이기 위해 찬반 양진영이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졸업연설 취소를 요구하며 며칠째 대학 정문 앞에서 낙태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위대를 뒤로한 채 뜨거운 감자인 낙태논쟁의 한가운데에 몸을 던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낙태를 지지하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낙태를 줄여 나가는 데 함께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우리는 적어도 낙태가 여성에게는 도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결정이라는 데 생각이 같을 것”이라면서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고 입양을 더욱 용이하게 하는 동시에 출산 때까지 임신한 여성들에게 보호와 지원을 하는 데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의료진이 자신들의 종교적 신조와 충돌하는 낙태 또는 기타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유보할 수 있는 이른바 ‘양심조항’의 입법화에 찬성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전임 조지 부시 대통령이 제한했던 배아줄기 세포 연구를 무효화하는 행정명령을 발표, 반대론자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다. 최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 결과 낙태에 반대하는 미국인이 14년만에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 15일 발표된 갤럽 조사결과 낙태에 반대하는 사람이 51%로 찬성하는 사람(42%)을 앞질렀다. 이는 1995년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낙태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50%, 반대하는 응답자가 44%였다. 퓨리서치 조사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각각 46%와 44%로 비슷했다. 한편 노트르담대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다. 27명의 시위대가 연행된 것을 제외하고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이날 오바마 연설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k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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