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부산국제영화제
    2025-08-15
    검색기록 지우기
  • 트럼프
    2025-08-15
    검색기록 지우기
  • 미스터리
    2025-08-15
    검색기록 지우기
  • 선글라스
    2025-08-15
    검색기록 지우기
  • 힙합
    2025-08-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164
  • “더 많은 관객 보게 오락성 충실”

    “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다음 영화도 대중적인 서비스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 계획입니다.”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작 ‘크레이지 스톤(Crazy Stone)’을 연출한 중국의 닝 하오(寧浩·29)감독은 18일 부산 해운대 요트경기장 시네마테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50여편의 뮤직비디오와 CF감독으로 잘 알려진 감독은 베이징전영학원 사진과 출신. 학생시절 영화 ‘목요일, 수요일(Thursday,Wednesday)’로 중국 내에서 명성을 쌓기 시작했고,2003년 장편 데뷔작 ‘향’으로 도쿄필름엑스에서 대상을 받아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두번째 장편 ‘몽골리언 핑퐁’ 역시 베를린·로카르노ㆍ홍콩 등 국제영화제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세번째 장편인 ‘크레이지 스톤’은 저예산(300만 인민폐·약 3억원)독립영화에 작품성과 재미가 고루 갖춰진 영화로 평가돼 올해 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됐다.“뮤직비디오와 영화의 차이는 영상 위주이냐 스토리 중심이냐의 차이가 있는 것같다.(‘몽골리안 핑퐁’을 포함한)전작들에서 스토리가 난해하다는 평을 받아 다음 작품은 오락성이 있는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고, 그것이 ‘크레이지 스톤’”이라고 설명했다.‘크레이지 스톤’은 10억원 가치가 넘는 비취를 놓고 벌이는 소동을 통해 진실과 거짓, 실제와 허상에 대한 무의미한 집착을 꼬집는 블랙코미디. 이번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일레븐’을 떠올리게 한다는 질문에 감독은 “내 영화는 다른 영화에 의존하지 않는다. 스토리를 중심으로 그에 따른 적절한 구성을 넣어 완성하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이어 “영화를 찍으며 내 작품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늘 최선을 다하면 그에 따른 보상이 온다고 믿는다.완성된 영화를 보면 20∼30%가 부족하다는 느낌이지만, 앞으로도 대중 서비스에 충실한 영화를 찍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부산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영화 ‘폭력서클’서 첫 주연 정경호

    영화 ‘폭력서클’서 첫 주연 정경호

    “고등학교 시절로 정말이지 다시 돌아가 보고 싶었거든요. 이번 영화 찍으면서 그 소원을 풀었어요.” 19일 개봉하는 ‘폭력써클’(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다다픽쳐스, 감독 박기형)의 정경호(23)에게 이번 영화는 데뷔 이후 첫 스크린 주연작.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열기가 뜨거운 해운대의 작은 카페에서 지난 14일 만난 그는 “10대 시절의 감수성을 되찾을 수 있는 영화여서 촬영 기간 내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며 환한 얼굴이었다. ‘폭력써클’은 남자 고등학교를 무대로, 폭력에 노출된 10대들이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하드보일드 액션. 그는 육사 진학을 목표로 공부든 운동이든 못하는 게 없는 모범 고교 1학년생 주인공 ‘상호’를 연기했다. 친구들과 축구모임을 만들어 리더가 된 상호는 불량서클 패거리와 뜻하지 않은 싸움을 하게 되면서 폭력서클로 오해받고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빠진다. 포스터에 ‘하드보일드 리얼액션’이라는 장르가 명기됐을 만큼 폭력수위가 높은 영화(18세 이상 관람가)가 됐다.“10대 주인공의 학원물인 만큼 10대 관객들이 많이 봐줬음 했는데, 관람등급이 높아져 너무 안타깝다.”는 그는 “하지만 대부분의 남성 관객들에게 학창시절의 향수를 퍼올려줄 거라서 극장을 나선 뒤 술 한잔 맛있게 들이킬 수 있을 영화”라고 자신했다. “아직은 뭐든 닥치는 대로 배우고 싶다.”는 말을 몇번이나 반복한 그에게 이 영화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김해와 부산 일대에서만 근 6개월을 붙박혀 영화를 찍는 동안 함께 출연한 또래 배우들과는 흉허물 없는 단짝친구가 됐다. 강렬한 액션으로 일관하는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감상적 멜로라인을 엮는 장희진, 극중 절친한 친구 이태성, 불량서클의 ‘짱’을 연기한 연제욱 등이 그들.“출연진이 모두 또래들이라 6개월쯤 가까이 지내다 보니 식구처럼 돼 버리더라고요. 모텔에 방을 잡아 놓고 숙식을 함께 해결했으니 왜 아니겠어요? 다들 방문도 안 걸어 잠그고 잤을 만큼 친해졌고 정도 무지 많이 들었죠.” 몸 만들기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각이 나오는 멋있는 싸움이 아니라 고교생들이 벌임직한 막싸움이라서 연습에 더 많이 애를 먹었다.”며 “컴퓨터그래픽에 의존하지 않는 그야말로 ‘리얼액션’이라 두달을 ‘싸움 연습’에만 꼬박 매달려야 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된 당구장 패거리 싸움 대목. 경기도 양수리 세트장에서 찍었는데, 그 장면을 뽑아내느라 무려 72시간을 갇혀 지냈다며 웃었다. “영화를 본 주변분들이 교복이 썩 잘 어울린대요. 그 다음엔 꼭 이렇게 물어봐요, 실제 고교시절은 어땠냐고. 모범생 축에 들었어요. 중앙대 연극학과 진학을 목표로 잡아놓고, 학교와 연기학원만 왔다갔다 하며 기숙사 생활을 했으니까요.” 아버지(KBS 정을영 PD) 영향으로 동화책보다 방송대본을 더 많이 읽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덕분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연기자의 꿈은 자연스럽게 영글어갔다. 그토록 간절히 꿈꾸던 연기자로 연착륙한 지금, 그의 마음은 누구보다 부자이다.“너무 행복하죠, 하루하루가. 꾸미지 않고 자신있게 드러내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꾸밈없는 연기, 지금 제겐 그게 전부예요.” 몸이 열이라도 모자라게 바쁘다.7세 지능을 가진 20세 소녀의 성장영화 ‘허브’(감독 허인무·내년 1월 개봉예정)에서는 순진한 경찰관이 되어 여주인공 강혜정의 첫사랑을 연기했다.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으로 조만간 TV에서도 만나게 된다. 부산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가을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가을로’

    그리움과 애잔한 사랑이 가득한, 상실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영화 ‘가을로’의 매력에 빠져보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가을로’(제작 영화세상·26일 개봉)는 ‘번지점프를 하다’‘혈의 누’를 연출한 김대승 감독의 세번째 작품.11년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모티프로 그때 그 사고에서 있었을 법한 사랑을 담았다. 사랑을 그리는 남자의 발걸음을 따라 단풍으로 물든 우리나라 가을의 정취를 화면 가득 펼친다. 1995년 여름, 사법연수원생 현우(유지태)와 방송사 PD 민주(김지수)는 결혼을 한달 앞두고 있다. 함께 백화점에 혼수용품을 보러 가기로 한 날, 일이 생긴 현우는 기다리겠다는 민주에게 먼저 백화점에 가라며 다그친다. 홀로 자신을 기다리는 민주에게 서둘러 가는 현우의 눈앞에서 백화점이 내려앉는다. 세월이 흘러 참사가 가족, 친구, 연인을 잃은 당사자만의 아픔으로 남아 있을 즈음, 현우에게 민주의 빛바랜 일기장이 전해진다. 신혼여행을 꿈꾸며 아기자기한 그림, 사진으로 꾸민 일기장을 따라 여행을 떠나는 현우와 함께 아름답고 애잔한 로드무비로 빨려들어 간다. 현실과 과거, 잃어버린 사랑을 되짚어가는 현우와 고통의 기억을 안고 사는 세진(엄지원), 현우의 시선과 민주가 그렸을 법한 풍경이 자연스럽게 교차되면서 영화는 들뜨지 않고 잔잔하게 흐른다. 우이도, 소쇄원, 내연산 등 7번 국도를 따라 가며 담아내는 풍광에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과 같은 그윽한 선율이 보태져 가을의 감성을 완성한다. 모두가 경악했던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식 영웅 이야기나 투쟁 일대기 대신, 소박하고 부드러운 멜로로 풀어내며 아픔을 어루만진다. 영화 속 대사를 응용해 본다.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관객의 마음 속에는 그 누구와의 사랑, 누구를 향한 그리움 가득한 숲이 만들어져 있지 않을까.15세 관람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포도나무를 베어라’ 민병훈 감독

    ‘포도나무를 베어라’ 민병훈 감독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첫째날인 지난 13일 해운대 메가박스 극장. 밤 11시가 가까워 오는데도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민병훈(37) 감독의 새 영화 ‘포도나무를 베어라´가 매진 속에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고, 상영이 끝나자마자 관객들은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감독과 30여분에 걸쳐 열띤 작품토론을 벌였다. 한눈에도 영화학도로 뵈는 관객의 날카로운 질문에, 좌중의 웃음을 퍼올리는 초보적 감상기까지.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떵떵거리며 간판을 거는 호사를 누리진 못해도 그 순간만큼 민 감독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다. 홍보 한번 제대로 한 적이 없건만 용케도 매진사례를 만들어준 귀밝고 눈밝은 관객들. 그 넉넉한 미소를 감독은 다음날 아침 인터뷰 자리에까지 매달고 나왔다. 그럴 수밖에.“(작품을 완성하기까지)어딜 가나 누굴 만나든 듣게 되는 대답은 한 가지,‘안 된다.’뿐이었거든요.” 4억원짜리 저예산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혼자 쏟은 안간힘을 생각하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솟구칠 것 같다. 전작들이 그랬듯 이번 영화 역시 시나리오, 연출에 편집까지 도맡았다. ●‘두려움 3부작´ 마지막 작품 ‘포도나무를’는 감독이 부산영화제를 통해 소개한 세 번째 작품이다. 장편 데뷔작 ‘벌이 날다’로 영화제의 찬사를 이끌어냈던 것이 1998년.2001년 다시 두 번째 작품 ‘괜찮아, 울지마’를 선보였다. 이번 영화는 감독이 일찍부터 ‘두려움에 관한 3부작’으로 기획했던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벌이 날다’가 가난에 대한 한 가장의 두려움이었다면,‘괜찮아, 울지마’는 거짓말에 대한 두려움이었고, 끝으로 이번엔 종교적 구원과 사랑에 대한 두려움이다. ‘포도나무를’는 한 신학도(서장원)가 사랑과 신앙 사이에서 갈등하고 절망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다. 러시아 국립영화대학에서 촬영을 전공한 감독이 국내 배우를 동원해 찍은 장편은 이번이 처음.“전작들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에서 찍었던 건 투자며 캐스팅 등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궁여지책이었다.”고 했다. “내게 있어 두려움은 내 영화에 ‘영화제용’ 혹은 ‘예술영화’ 같은 딱지가 붙는 겁니다. 영화제에서만 박수받고 정작 극장개봉이 막혀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가 없다는 건 숨이 막히는 일이에요.” ●다음 작품은 향기에 관한 이야기 토리노, 테살로니키 등 국제영화제 주요상을 휩쓴 ‘벌이 날다’는 간신히 국내 개봉했다. 하지만 역시 카를로비바리, 테살로니키 영화제 수상작인 ‘괜찮아, 울지마’는 여전히 국내 개봉이 막혀 있는 상황이다.‘영화제 수상작’이란 꼬리표가 오히려 장애물이란 걸 알지만, 다가오는 베를린국제영화제 출품을 또 준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하나다.“그나마 영화제 수상이력이 있어야 단관개봉의 꿈이라도 꿔볼 수 있으니까요.” 2002년부터 한서대 영상예술학과 강단에 서온 그는 그러나 “(작은 영화의)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타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신인배우 서장원(중견탤런트 서인석의 아들), 연극배우 기주봉 등을 캐스팅한 건 “그들에겐 아직 보여지지 않은 잠재 에너지가 충만하기 때문”이었다. 세트를 쓸 수도 있었으나 굳이 실제 수도원을 극중 공간으로 잡느라 갖은 애를 쓴 것도 “실제 장소가 갖는 미묘한 공기의 흐름을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촬영허락을 받아내려 남양주 수도원을 100번이 넘게 찾아갔다.100여일 동안 새벽 5시 미사에 꼬박꼬박 ‘출석’하는 그를 수도원장도 끝내 뿌리치지 못했던 거다. “그래도 무뎌지지 않을 겁니다. 예술은 뾰족해야 하는 거라고 믿으니까요.” 오기처럼, 다음 작품을 또 준비중이다.“향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해요. 다분히 종교적일 수 있는데, 세상을 기쁘게 하는 영화가 되게 하려고 열심히 구상 중입니다.” 부산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부산 사진 왕상관기자 skwang@seoul.co.kr
  • [시네드라이브] 스타가 만사?

    스타가 만사? 중반을 넘어선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PIFF)에서도 이 명제는 오차없이 적용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영화제의 주인이 ‘영화’가 아니라 ‘스타’로 둔갑한 공허한 현장들이 올해 부산영화제에서는 유난히 눈에 거슬린다. 지난 13일 자정 무렵 해운대 벡스코 옆의 작은 클럽. 문근영 김지수 김주혁 등 톱스타들을 대거 보유한 굴지의 매니지먼트사 나무엑터즈가 파티를 열고 있었다. 부산영화제 사상 연예기획사가 단독으로 여는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영화제 공식행사로 지정된 이 이벤트의 명칭은 ‘나무엑터즈와 함께하는 PIFF 힙합파티’. 그런데 행사취지는 클럽 입구에서부터 무색했다. 심야에 애써 행사장을 찾아온 팬들은 입구에서부터 출입을 저지당했다. 입구에서 배우들의 포토콜이 진행될 거라는 말에 애꿎은 팬들은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누구와 무엇을 함께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그들만의 행사’였던 셈이다. 영화제의 꽃은 누가 뭐래도 스타들이다. 그들로 인해 영화제가 빛난다는 사실에 이의를 달 수 없다. 그러나 스타가 관객을 아래로 굽어보는 허울뿐인 이벤트로는 진정한 교감(交感)창구로 인정받을 수가 없다. 이쯤되면 “부산영화제가 톱스타를 보유한 메이저 연예기획사들의 홍보장으로 둔갑했다.”는 비아냥들이 터져나올 만도 한 상황이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전시용 행사는 이뿐이 아니었다. 한류스타 김태희, 정우성이 주연한 영화 ‘중천’을 홍보하는 ‘중천의 밤’ 이벤트가 열린 14일 밤 그랜드호텔.1000여명의 국내외 인사들이 참여한 행사장 안팎은 말그대로 난리통이었다. 목을 빼고 기다리던 스타 주인공들은 정작 얼굴만 비치고 자리를 떴고, 이내 휘성과 메이비에게로 넘어간 무대는 그저 요란한 한바탕 쇼였다.15일 밤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KM컬쳐(제작사)의 밤’도 취지를 살리지 못한 통제불능 현장이기는 마찬가지. 또 한류스타를 보유한 한 기획사는 팬투어로 부산을 찾은 일본팬들을 ‘동원’해 행사의 흐름을 끊어놓기도 했다. 국내 작품과 배우를 선보여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게 부산영화제의 큰 취지임에도, 북새통에 정작 해외 게스트들과 취재진이 철수해야 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 일쑤였다. 거품보다는 내실을 찾아 부산국제영화제는 해마다 더 단단히 속을 여물려야 할 것이다.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트라이 아웃’ 공연 새 바람

    ‘트라이 아웃’ 공연 새 바람

    영화인들의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한 지난 주말, 뮤지컬계의 관심도 영화의 도시 부산에 쏠렸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연극을 각색한 뮤지컬 ‘이(爾)’(김태웅 작·연출)가 13∼15일 부산시민회관에서 처음 공개됐기 때문이다. 뮤지컬 ‘이’는 원작이 워낙 탄탄한 데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 영화의 후광 효과가 기대되면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던 작품. 이에 힘입어 13일 열린 시연회에는 부산 지역 뮤지컬 동호회인 ‘뮤클’과 ‘바다무대’회원 등 관객 800여명이 참석했고, 이틀간 진행된 네차례의 공연은 평균 유료 관객률이 70%를 넘었다. 하지만 작품의 질적 수준이나 완성도면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연극, 영화와는 차별되는 뮤지컬만의 장르적 매력을 보여주기에는 음악을 비롯해 전반적인 극의 구성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노출됐다. 제작사인 서울예술단의 정재왈 이사장은 “관객과 평단의 지적을 적극 참고해 보다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사실 뮤지컬 ‘이’의 부산 공연은 최종 완성본이 아니다.11월10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의 공식 무대에 앞서 관객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일종의 실험 무대다. 전문 용어로는 ‘트라이 아웃’(Try out)’으로 불리는데,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등에서는 일반화된 제작 시스템이다. 최근 국내 공연계에도 이같은 ‘트라이 아웃’방식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무조건 극장 대관부터 하고, 되든 안 되든 공연을 올리는 주먹구구식 제작방식으로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대극장 창작뮤지컬일수록 안전망 차원에서 이 시스템을 선호하고 있다. 소극장에서 대극장용으로 업그레이드한 뮤지컬 ‘달고나’도 11월1일 서울 공연에 앞서 지난달 김해, 대전에서 먼저 시범 공연했다. 태권도 퍼포먼스 ‘더 문’의 경우 지난 5월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한 뒤 8월 서울 충무아트홀 무대에 올랐다. 트라이아웃은 제작사뿐만 아니라 지역 공연장 입장에서도 의미있는 시도다. 뮤지컬 ‘이’의 초연 공연을 기획한 부산시민회관 김진호 팀장은 “서울에서 흥행한 작품을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생산지로서의 역할에 의미를 뒀다.”고 설명했다. 부산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임권택감독 ‘천년학’ 전세계 개봉 부푼꿈

    임권택감독 ‘천년학’ 전세계 개봉 부푼꿈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이 ‘부산국제영화제’기간중 프랑스 와일드번치사와 판권계약을 맺고 전 세계 개봉을 추진한다. ‘천년학’배급사인 프라임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14일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서 열린 ‘천년학의 밤’행사를 통해 “계약금 등 세부적인 계약조건에 합의를 마친 상태”라며 “와일드번치사 관계자가 부산에 오는 대로 정식계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와일드번치사는 올해 칸국제영화제의 19개 경쟁작 중 ‘여름궁전’을 비롯해 7개 작품의 배급계약을 맺는 등 칸영화제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이번 계약성사로 ‘천년학’의 칸영화제 진출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서편제’의 2부 격인 ‘천년학’은 오는 12월 촬영을 끝내고 내년 개봉될 예정이다. 부산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한·중 국민배우 안성기·류더화 부산 ‘오픈 토크’

    한·중 국민배우 안성기·류더화 부산 ‘오픈 토크’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행사 첫날인 13일 오후 1시 해운대 백사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국민배우 안성기와 홍콩스타 류더화(劉德華)가 ‘오픈토크’를 열었다. 팬들의 연호 속에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나타난 두 사람은 40여분간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며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좋아하는 배우이자 팬”이라고 류더화를 먼저 소개한 안성기는 “지난해 12월부터 중국에서 영화 ‘묵공’을 함께 찍으며 친구가 됐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류더화는 “다음엔 내가 한국에 와서 영화를 함께 찍을 수 있기를 바라며,(안성기의)촬영현장에서의 진지한 태도가 무척 감동적이었다.”고 화답했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인 류더화에게 쏠리는 현장의 관심은 뜨거웠다. 제작자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데 대해 류더화는 “20여년 연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내게 기회를 줬으므로 그 보답으로 나는 새로운 감독들을 키워내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영화계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안성기도 “나는 제작자의 역량은 없지만 배우의 길을 계속 걸으며 한국배우의 정년을 늘리는 역할자가 되려 한다.”고 대답했다. 카메라 셔터 세례를 받으며 시종 유쾌하게 진행된 무대에는 영화산업의 미래와 관련한 진지한 얘기도 오갔다. 류더화는 “한국영화 종사자들이 (스크린쿼터 문제로)단결하는 모습을 매스컴을 통해 자주 봤는데, 그런 모습을 홍콩 영화계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배우로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을 주거니받거니 자평하기도 했다.“1970년대 말부터 한국영화 상황은 암울했지만 나는 버텼다. 가장 중요한 건 영화 자체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인기는 자연히 따라온다.”는 안성기의 말에 류더화는 “나와 영화, 관객을 사랑하며 열심히 일한 게 장수배우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류더화는 제작자로서 실패한 개인사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밝혔다.“1991년 개인 영화사를 차려 4000만 홍콩달러의 손해를 봤는데, 그 손해를 메우려 부지런히 영화에 출연했던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두 배우의 차기작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안성기가 “한·중 합작 무협물 ‘삼국지-용의 부활’에 류더화가 조자룡을 연기한다.”고 소개하자 류더화는 “출연은 확정됐지만 시나리오를 10개월쯤 더 연구한 뒤에 촬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조자룡이 나라를 위해 몸바쳤듯 우리들은 영화를 위해 평생을 바칠 것”이라고 덧붙여 환호를 이끌어 냈다. 태원엔터테인먼트와 홍콩 영화사 비주얼라이저가 공동제작하는 ‘삼국지-용의 부활’은 총제작비 200억원의 대작으로,2007년 말 미국 개봉을 목표로 내년 3월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부산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가을 ‘시네마 천국’… 푹 빠져보세요

    12일 시작한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필두로, 온·오프라인에서 열리는 영화제가 가을의 오곡백과만큼이나 풍성하다. 제7회 서울유럽영화제가 25∼29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펼쳐진다. 개막작은 ‘이터널 선샤인’으로 유명한 미셸 공드리 감독의 ‘수면의 과학(오른쪽 사진)’.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12시8분, 부카레스트’(코넬리우 포롬부), 다이애나비의 죽음과 관련된 총리와 여왕의 이야기인 ‘더퀸’(스티븐 프리어즈) 등 27편의 상영작 속에서 유럽영화의 현재를 볼 수 있다. ‘재외동포영화제(포스터)’가 ‘조선·고려·꼬레아·코리아 소통하다’를 주제로 서울아트시네마(20∼23일)와 국회의원회관(23일)에서 열린다. 재외동포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700만의 발자국’, 월드코리안의 목소리, 인사이드 코리안 등 5개 섹션을 통해 일본, 필리핀 등 9개국의 23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인디다큐페스티벌2006’은 27일부터 11월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진행된다. 조총련 계열의 홋카이도 조선초중고급학교에서 민족교육을 받은 고3 학생들의 생활을 담은 장편 ‘우리 학교’(김명준)를 시작으로, 국내 신작 다큐멘터리 14편을 상영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국내외 작품들을 모은 ‘한미FTA 특별섹션’이 눈에 띈다. `서울독립영화제2006´(12월7∼15일)에 앞서 지난해 이 영화제의 수상작들을 온라인에서 만난다. 대상작 ‘안녕, 사요나라’(김태일, 가토 구미코), 최우수상작 ‘낙원’(김종관) 등 12편을 11월26일까지 상영한다. 한국영상자료원(www.koreafilm.or.kr), 서울독립영화제(www.siff.or.kr)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대종상영화제, 대한민국영화대상, 청룡영화상과 함께 국내 4대 영화제로 꼽히는 ‘춘사대상영화제’는 오는 26일까지 경기도 이천설봉공원 야외대공연장에서 진행된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가을로’ 제작보고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가을로’ 제작보고회

    올 가을엔 스크린 밖으로 서정이 뚝뚝 묻어나오는 감성멜로를 만나게 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오는 26일 개봉하는 ‘가을로’(제작 영화세상)는 ‘번지점프를 하다’‘혈의 누’를 연출한 김대승 감독의 세번째 작품이다. 9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 김 감독을 비롯해 남녀주인공 유지태, 김지수, 엄지원이 나란히 참석했다.“자잘하게 들끓지 않고 큰 움직임으로 다가가는 멜로를 찍으려 최선을 다했다.”는 감독의 제작소회를 시작으로 배우들과의 문답이 내내 화기애애하게 이어졌다. ‘가을로’는 결혼을 앞두고 백화점 붕괴사고로 목숨을 잃은 민주(김지수)와 10년이 지난 뒤에도 죽은 약혼녀를 잊지 못하는 남자 현우(유지태)의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 민주가 죽은 뒤 어느 날 현우에게 한 권의 일기가 배달되고, 현우는 민주가 적어놓은 일기 속의 지도를 따라 가을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여행길에서 만난 여자 세진(엄지원)에 끊임없이 민주의 흔적이 오버랩된다. # 한 폭의 수채화가 된 멜로 임권택 감독 밑에서 조감독으로 오랫동안 연출수업을 받은 감독의 장기가 빛을 발했다. 김지수·엄지원이 각각 “촬영현장인 소쇄원과 구룡사의 운치 넘치는 풍광을 잊을 수 없다.”고 침이 마르도록 화면의 서정성을 자랑했을 정도. 로드무비 형식의 멜로로 다듬어내기 위해 사계절의 변화를 화면 가득 담아야 했고, 덕분에 촬영기간이 10개월로 늘었다. “내 영화에 조금이라도 장점이 있다면 그건 모두 임권택 감독의 영향”이라고 전제한 김 감독은 “길, 사계의 변화를 스크린에 담아내는 건 아주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했다.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7번 국도는 ‘창(娼)’의 조감독 시절부터 눈여겨봐온 촬영지였다.“(7번 국도는)이후로도 따로 혼자 여행했을 만큼 좋아했던 길”이라며 “어떻게 찍어야 좋을지 임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었는데 끝내 그건 못했다.”며 웃기도 했다. 10개월의 긴 촬영일정에 대한 감회는 엄지원도 남달랐다.“처음 출연제의를 받을 때 감독님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세 배우와 ‘자연’이라고 했었다.”며 “좋은 날씨와 햇살, 구름을 기다리느라 열 달이 흘렀으며 감독에 대한 전폭적 믿음에 그 열 달이 즐겁기만 했다.”고 말했다. # 사회적 메시지 껴안은, 사려깊은 멜로 ‘가을로’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제작 전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 가까운 현대사의 얼룩을 멜로드라마로 껴안은 영화에 배우들의 부담이 없었을 리 없다. 삼풍백화점 붕괴에 대한 배우들의 개인적 기억이 영화에 어떻게 화학반응을 일으켰을까.“어머니가 당시 전화를 해서 ‘어디냐?’고 물었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백화점이 무너진 자리에 고급 아파트가 들어섰다는 사실 자체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일 아니겠어요?”(유지태) “여주인공이 붕괴현장에서 죽어가는 모습이 영화 속에 등장하기도 해요. 아픈 사랑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희망을 얘기하는 소박한 영화라서 참여한 작품이에요.”(김지수) # “멜로영화는 줄다리기 같은 것…” 김지수·엄지원은 멜로물의 단골 여주인공들. 특정장르에 묶이는 배경엔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도 같다.“멜로 장르를 워낙 좋아해요. 이번에 처음으로 멜로 아닌 멜로 연기를 하게 됐어요. 처음 만난 자리에서 감독님이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멜로는 줄다리기와 같아서 너무 당기면 과해지고, 너무 느슨하면 긴장감을 잃게 된다고. 그 말을 듣고 ‘가을로’가 좋은 영화가 될 거라고 확신했죠.”(엄지원) “‘가을로’에 이어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감독 변승·11월 개봉)까지 두 편의 멜로로 올 가을엔 관객을 만나게 됐어요. 그러나 두 영화의 색깔과 사랑의 느낌은 전혀 달라요. 앞으로 멜로영화를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른 색깔의 멜로가 들어온다면 또 찍고 싶을 거예요.”(김지수)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부산영화제 안방서 100% 즐기기

    ‘부산영화제, 안방에서 즐겨볼까.’ 세계인의 영화축제로 자리잡은 부산국제영화제(12∼20일)를 앞두고 케이블·위성 채널들이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 영화 마니아를 기다리고 있다. 개막식·폐막식 생중계부터 현장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어 부산에 직접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랠 만하다. Q채널은 12일 오후 7시 개막식과 20일 오후 7시 폐막식을 케이블·위성TV 최초로 생중계한다. 또 11일 오후 9시부터 2시간 동안 경희대 연극영화과 이영란 교수의 사회로 영화제를 소개하는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특집-부산!부산!부산!’을 3부로 나눠 방송한다. 이와 함께 13∼20일 영화제의 열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특별 하이라이트를 수시로 방영한다. OCN은 12일 오후 5시 특집 프로그램 ‘김태현·김신영의 부산 가면 인정사정 볼 것 많다’를 방송한다. 웃찾사의 ‘행님아’로 잘 알려진 개그콤비 김태현과 김신영이 영화제 정보와 함께 부산의 볼거리, 먹을거리를 안내한다. 또 영화의 배경인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중앙동 40계단과 ‘친절한 금자씨’의 주례여고 앞,‘친구’의 자갈치시장 등 부산 곳곳을 직접 찾아간다. OCN은 또 영화제 기간 매일 3차례 이상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의 하이라이트 등을 소개하는 ‘2006 인사이드 PIFF’를 방송한다. 이와 함께 영화제의 막이 내려진 뒤에는 부산의 영화학도 1명과 외국인 2명이 영화제 현장을 6㎜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프리미엄채널 캐치온은 11∼13일 2004년과 2005년 부산영화제에 출품된 ‘2046’‘미앤유앤에브리원’‘섹스와 철학’ 등 3편을 방송한다. 채널CGV는 14일과 15일 오후 5시 해운대 백사장에 설치된 채널CGV 야외무대에서 영화토크쇼 ‘레드카펫’을 공개녹화한다.14일에는 정우성·김태희가 주연한 팬터지 영화 ‘중천’팀이,15일에는 설경구ㆍ조한선 주연의 ‘열혈남아’팀이 출연할 예정이다.‘레드카펫’ 부산영화제 특집편은 18일과 19일 밤 12시에 방송된다. 또 10∼12일 매일 오전 2시 한국의 대표 감독 3인의 영화특집을 방영한다. 김기덕 감독의 ‘활’과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등을 잇따라 볼 수 있다. 이밖에 영화제 기간 중 그날의 주요 상영작을 미리 엿볼 수 있는 2분짜리 프로그램 ‘오늘의 PIFF 하이라이트’도 방송한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전통·현대 아우를 서울공연 설레요”

    양방언(梁邦彦)의 음악은 편하다.“듣는 순간 머리나 가슴을 잡을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한다는 그의 세계가 오롯이 느껴진다.●`크로스오버´의 대표적 음악가 편함, 그건 마치 어머니의 뱃속에서 들었음직한 선천적 친근함, 그리고 어릴적 뛰놀던 골목길을 문득 떠올릴 때 다가오는 후천적 익숙함이 그의 음악에 녹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버지의 고향땅을 장중하게 그린 ‘Prince of Jeju’, 혹은 유럽의 고풍스러운 돌길을 걷는 듯한 애니메이션 ‘엠마 영국사랑이야기’의 삽입곡이건,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온라인게임 ‘AION’의 테마곡이건 장르의 영역을 뛰어넘어 살갑게 눈과 귀에 다가온다.1960년 일본 도쿄에서 고향이 제주인 아버지, 신의주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재일 한국인 2세. 니혼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마취과 의사가 됐으나 의술을 버리고 음악을 선택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우며 서양음악의 자양분을 섭취한 그는 중학생 때 레드 제플린을 듣고는 “운명이랄까, 음악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될 것이라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서른여덟이 되어 처음으로 밟았던 아버지가 태어난 제주를 접점으로 우리 음악의 유전자를 발견하고, 몽골의 평원을 누비며 아시아를 빨아들인 그의 음악은 그래서 스펙트럼이 넓은지 모른다. 동양적 명상이 있는가 하면, 서양적 현란함이 대조를 이루고, 전통과 현대를 절묘하게 아우르며 청중을 흡인하는 마력이 숨어있다.●프런티어·메두사의 비극 등 선사1999년부터 꾸준히 한국을 찾으며 고국의 음악팬들과 만나온 그가 오는 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선다. 서울신문사 주최의 ‘2006 가을밤 콘서트’무대에 뮤지컬 스타 박해미, 뉴욕 타임스에서 극찬한 기타리스트 임정현, 바리톤 김동규와 함께 크로스오버의 세계를 선사한다. “영화, 애니메이션의 음악 작업에만 매달려 있는 요즘 다시 연주가 하고 싶어진다.”고 일본 나가노 현 가루이자와의 집에서 전화로 근황을 전한 양방언은 “서울 공연이 무척 설렌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선 우리의 전통악기를 잘 버무린 그의 대표곡 ‘프런티어’를 비롯해 클래식에 가깝게 편곡한 ‘메두사의 비극’과 ‘스완야드’를 들려준다. 일본 대중음악계의 신화적 존재인 하마다 쇼고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린 양방언은 홍콩 최고의 록밴드 ‘비욘드’의 프로듀서, 성룡의 영화 ‘선더볼트’ 등의 음악을 맡으면서 뮤지션으로서 자리를 잡았다. 한국에서도 MBC 드라마 ‘상도’의 메인테마곡,KBS 다큐멘터리 ‘도자기’의 음악을 맡아 그의 이름 석자보다는 그의 선율이 더 친숙하다.●임권택 감독의 `천년학´ 음악도 작곡오는 12월 개봉하는 이성강 감독의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의 음악감독을 했으며, 현재는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의 음악작업에 여념이 없다.‘서편제’의 속편이 될 이 영화는 “전통의 깊이를 담아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이 됐으나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보러온 임 감독으로부터 직접 부탁을 받고는 작곡을 수락했다.지난 6월 ‘천년학’의 촬영지인 해남을 둘러보고 제주 로케에도 가볼 계획이라는 양방언은 부산국제영화제 특별무대에 초청돼 오는 14일 부산에 올 예정이다.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 245가지 영화 뷔페 이건 꼭봐라

    245가지 영화 뷔페 이건 꼭봐라

    ‘영원한 여름을 지나는 경의선에서 푸른 눈의 평양시민을 만났다. 아내의 애인인 마쓰코의 일생은 혐오스럽지만, 타인의 삶과 자아는 불일치하는 것을…. 폭력서클, 열혈남아, 나의 친구와 그의 아내가 만나 강을 건너는 순간,13개의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가 펼쳐지는 아주 특별한 축제가 시작된다.’ 다소 난해한 이 문장을 기억하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의 추천작 15편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지난 19일 개막작 ‘가을로’(김대승)와 폐막작 ‘크레이지 스톤’(중국·닝 하오) 예매를 시작으로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10월 12∼20일)의 서막이 올랐다. 올해 신설된 ‘미드나잇 패션’을 포함한 11개 섹션에서 상영하는 작품은 245편(63개국). 각종 국제영화제 수상작과 경쟁부문 진출작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질적인 면에서 최고라고 자부할 만하다. #이 영화를 주목하라 이름만으로도 영화팬들을 설레게 할 세계 거장들의 신작이 쏟아진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영국·켄 로치), 로카르노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타인의 삶’(독일·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블랙코미디 ‘자아의 불일치’(덴마크·토마스 빌룸 옌센) 등에 우선 시선이 꽂힌다. ‘불량공주 모모코’를 좋아했다면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일본·나카시마 데쓰야)도 주목하자. 독립영화감독의 고군분투를 보여준 ‘아주 특별한 축제’(인도·비주 비스와나스)는 우리의 독립영화 현실이 투영된다. 올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13’(그루지야·겔라 바를뤼아니), 한·불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프랑스 감독들의 ‘플랑드르’(브뤼노 뒤몽·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언터처블’(브누아 자코),‘리디큘’(파트리스 르콩트)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영화는 어떤 작품이 올 영화제에서 마련한 58편의 영화를 통해 한국영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펴봐도 좋겠다.10대 갱스터 ‘폭력써클’(박기형), 조폭과 가족을 결합한 ‘열혈남아’(이정범), 세 사람의 기괴한 이야기 ‘나의 친구, 그의 아내’(신동일) 등을 부산에서 먼저 만날 수 있다. 한국영화 회고전에는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한국영화 7편을 준비했다. 고 신상옥 감독의 걸작 ‘열녀전’을 40년 만에 복원해 영화제에서 상영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부산 ‘면세점 경쟁’ 불붙었다

    부산 ‘면세점 경쟁’ 불붙었다

    ‘국내 최대의 관광 휴양지’ 부산 해운대가 면세점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파라다이스가 해운대의 면세업계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와 신세계도 해운대에서 면세점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파라다이스면세점은 12일 “해운대 파라이다이스호텔 뒤편 별관에 있던 면세점을 호텔 본관 지하 1층에서 3층으로 확장, 이전했다.”고 밝혔다. 영업 면적만 2200여평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며, 영업은 15일 시작한다. 또 ‘유통 라이벌’ 롯데와 신세계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옛 수영비행장터인 센텀시티에 면세점을 개장할 계획이다. 면세점업계의 치열한 ‘해운대 대전’이 예상된다. 업계는 부산의 면세시장 규모를 연간 2000억원대로 추산한다. 공항 면세점이 있지만 순수 부산지역만 보면 롯데가 55%, 파라다이스가 45%로 양분하고 있다.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연 2조원대 안팎이다. 파라다이스가 면세점을 확장한 것은 해운대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고,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등으로 외국인이 많이 투숙해 이들의 발길을 선점하려는 포석이다. 게다가 센텀시티를 국제적인 쇼핑·위락지구로 키우려는 부산시의 정책과 맞물려 이 일대가 유통·호텔업계의 센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파라다이스의 입점 브랜드는 100여개에 달해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과 견줘 손색이 없다. 루이뷔통, 카르티에, 페라가모, 크리스티앙 디오르 등 전통의 명품 브랜드 위주로 매장을 꾸몄다. 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마크 제이콥스, 프리미엄진 쿠스토, 퓨마, 폴스미스 등 젊은층을 겨냥한 감성 브랜드도 입점시켰다. 패션에 민감한 남성들을 겨냥해 제냐, 던힐, 에이테스토니 등도 선보인다. 박윤일 파라다이스 부장은 “최고의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해 베테랑 상품기획자(MD)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단순한 쇼핑 위주의 기존 면세점과 달리 매장 곳곳에 고객을 위한 휴식공간과 문화공간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파라다이스의 거센 도전에 롯데가 바짝 긴장했다. 입점 브랜드 강화를 통해 지역 선두를 지키겠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롯데는 한창 공사 중인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7층에 면세점을 개관하기로 했다. 롯데는 올해 상반기 화장품 매장을 중앙오픈 매장으로 확장하는 한편 메이크업 포에버, 오리진스, 바비 브라운 등 젊은층이 상대적으로 즐겨찾는 화장품 브랜드를 비롯해 20여개 브랜드를 추가 입점시켰다. 또 오클리 등 선글라스와 잡화 매장의 구색도 대폭 갖췄다. 이에 앞서 롯데는 지난해 매장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브랜드 유치를 강화하는 등 두 업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달 초 센텀시티에 백화점과 면세점 등을 조성하는 도심위락시설지구(UEC) 착공에 들어갔다.2009년 초 백화점 8층에 면세점을 입점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국내 최대의 면세점을 개장하는 파라다이스와 수성에 나선 롯데, 면세점 진출을 공식화한 신세계. 연 10%씩 성장하는 국내 면세점 업계는 이들의 부산 결전을 주목하고 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씨줄날줄] 사형수의 증언/강석진 수석논설위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매장되지 않은 남자’의 상영관에 관객이 꽤 들었다.1956년 헝가리 사태 당시 인민정부의 총리를 맡았던 임레 나지의 최후를 그린 정치 영화였다. 처음 수감됐을 때 바퀴벌레를 구두로 때려잡던 영화속의 나지는 수년후에는 바퀴벌레를 쓰다듬어 주며 친구처럼 말을 건다. 인상적이었다. 수년동안의 수감생활과 반복되는 취조, 가족도 만날 수 없는 고독, 비밀재판에서 내려진 사형선고. 인간을 짓누르는 하염없는 침울함 속에서 그는 어디서 마음의 여유를 찾았을까. 사형수의 대열에 들어서보지 않고서는 짐작조차 하지 못하리라. 굴곡진 우리 현대사에도 정치적 사형수는 종종 등장한다. 조봉암은 형장에서 생을 마쳤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살아남아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었다. 젊은 피도 민주주의의 제단에 뿌려졌다.1975년의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사법살인으로 비난받은 대표적인 사건이다. 인혁당 재건위 세력이 민청학련 주동학생을 배후 조종했으며 국가변란을 기도했다는 것이 당시 청년 8명을 사형시킨 이유였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던 유인태(국회의원), 이철(철도공사 사장) 두 사람이 11일 인혁당 재건위 사건 재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섰다. 사형 집행 31년만이다. 고문과 조작의 증언은 많이 접했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증언도 있었다. 검사가 ‘일본이 우리 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어 정부가 굴복할 수밖에 없다. 이게 다 너희 때문이다. 아무리 미워도 조국 아니냐. 일단 우리 정부가 체면 유지는 해야 하지 않나.’라고 설득했으며 “어쭙잖은 애국심으로 ‘일본인 기자가 공산혁명을 사주했다.’는 허위 진술조서를 인정하고 말았다.”는 사형수 이철의 증언은 느낌이 각별하다. 학생의 애국심을 최후의 한 방울까지 이용하는 국가 권력의 교활하고 악랄한 모습이 영화장면처럼 눈앞에 선하게 떠오른다. 사형수들이 살아 증언대에 섰다. 이제 증언의 순서는 고문과 조작을 행한 자들에게 넘어간다. 진실의 편에 서야 할 사람들은 또 있다. 법과 법 집행을 독재정치의 폭력수단으로 변질시킨 당시 사법부 구성원들도 빛으로 나와야 한다. 진실은 지하에 묻히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10월12일 개막 부산국제영화제 63개국 245편 초청

    10월12일 개막하는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PIFF)의 개막작으로 김대승 감독의 ‘가을로’, 폐막작으로 중국 닝 하오 감독의 ‘크레이지 스톤’이 각각 선정됐다. PIFF 조직위원회는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영화제에는 세계 63개국의 화제작 245편이 새달 20일까지 부산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 31개 상영관에서 선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초청작 가운데 이번 영화제를 통해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월드프리미어는 역대 최다인 64편을 기록했다. 개막작인 ‘가을로’는 연인을 잃은 남자와 지울 수 없는 고통의 기억을 안고 사는 한 여인의 만남을 그린 멜로드라마. 폐막작인 ‘크레이지 스톤’은 비취보석을 훔치려는 일당과 이를 막으려는 공장 관리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린 블랙코미디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한효주 ‘아주 특별한’ 주인공에

    KBS SKY는 창사 5주년을 맞아 HD(고화질)영화 ‘아주 특별한 손님’을 제작한다. 오는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으로, 이윤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드라마 ‘봄의 왈츠’의 한효주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다른 사람으로 오인돼 번화가에서 납치당한 보경(한효주)과 그를 둘러싸고 마을사람들이 벌이는 한바탕 소동이 줄거리.KBS SKY는 이번 영화를 시작으로 영화·드라마 자체 제작를 강화할 예정이다.
  • 부산 PIFF광장 해운대 이전

    부산국제영화제의 야외장소로 활용됐던중구 남포동 ‘PIFF 광장’이 해운대로 옮겨진다. 18일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0월12∼20일 열릴 예정인 제11회 영화제부터 PIFF 광장을 해운대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조직위측은 “지난해 유명 배우들의 야외무대 인사때 협소한 장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몰려 관객의 안전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경찰도 행사 자제를 요청해와 야외무대 이전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토요영화]

    ●타임리스 멜로디(EBS 오후11시) 일본 독립영화계의 기린아 오쿠하라 히로시 감독의 첫 장편 도전작으로 과감하게 편집된 영상, 극도로 절제된 대사, 풍부한 음악, 기교넘치는 미장센 등으로 일본 미니멀리즘 영화의 극치를 선보였다고 평가받은 영화다. 또 당시 유행하던 일본의 ‘프리터(free+arbeiter)족’을 조명했다 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1999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대상을 차지했고 로테르담영화제, 홍콩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한국과 일본에는 2000년 개봉했다. 그 이후에도 한동안 작품성 있는 인디영화들이 상영될 때마다 빠지지 않았던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다. 영화는 3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처음은 어릴 적부터 몰랐던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다무라가 편지를 보낸 가와모토를 찾아가는 과정, 두번째는 당구장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때우던 가와모토가 어느날 우연히 찾아온 소녀 지카코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얘기, 마지막은 마침내 당구장에 다다른 다무라와 가와모토·지카코의 만남이다. 여기서 사람들 사이를 잇는 유일한 끈은 음악이다. 가와모토와 지카코는 음악이 좋아 2인조 록밴드를 만들고 여기에 피아노 조율사인 다무라가 합세해 그들만의 공연을 선보인다. 그런데 심심해 죽을 것만 같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바로 이 대목이다. 이제 뭔가 스토리를 치고 나갈 것 같은데 공연을 마친 이들은 휑하니 그냥 제 갈 길을 갈 뿐이다. 대사는 거의 의미없는 잡담 수준이고, 서로간에 호흡을 굳이 맞추는 것 같지도 않다. 이들간의 ‘끈’을 악기와 음악으로만 표현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판도 가능하다.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류의 소설에 대한 비판과 비슷하다. 시·공간을 짐작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모든 것을 풀어놔 버리는 접근법이 국제적으로 팔아먹기는 좋을지 몰라도 종종 그 몰역사성 때문에 반역사적이 되고 만다는 지적이다. 파편화된 일상의 나열은 감각적이니 뭐니 해도 타락의 또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을런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95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바이센테니얼맨(채널CGV 오후7시10분) 어릴적 SF에 관심이 많았다면 들어봤을 법한 아이작 아지모프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아지모프는 황당무계한 SF가 아니라 과학적 SF를 지향,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 윌 스미스 주연의 ‘아이, 로봇’도 영향권에 있다. 바이센테니얼맨 역시 아지모프가 만든 ‘로봇 3원칙’을 토대로 만든 영화다.1999년작,133분.
  • [시네드라이브] 김기덕 감독 ‘고상한 오만’

    김기덕 감독의 언행을 지켜보는 일은 ‘대략 난감’이다. 그가 세계영화제들이 살뜰히 기억하고 챙겨주는 ‘코리안’ 브랜드 감독이기에 더욱이나 그렇다. 지난 7일 근 2년 만에 언론을 만난 그는 대뜸 한국영화 시장과의 결별을 선언했다.“지금까지 13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좋은 기억을 갖고 있지 못하다.”더니 “부산국제영화제든 어디든 국내의 어떠한 영화제에도 작품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감독은 지난해 ‘활’을 기자시사회 없이 단관개봉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러나 관객동원에는 참패. 이후 국내 관객에겐 더욱 단단히 빗장을 걸었다.24일 개봉하는 ‘시간’은 극도로 의기소침해진 감독이 한국자본 참여없이 일본쪽 투자만으로 만든 13번째 저예산 영화다. 영화사 스폰지가 판권을 수입한 덕분에 가까스로 국내 관객을 만나게 된 전례없는 개봉과정을 거쳤다. 모처럼 공식석상에 나타난 그에게 언론의 관심이 쏠렸던 이유는 하나였다.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이고, 그런 이가 다시 모국의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고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짧은 회견은 허탈함 자체였다. 언론노출을 꺼려온 이유를 묻자 “헤이리에 놀러가 보면 좋을 것”이라고 답하는 등 귀를 의심할 정도로 동문서답의 연속이었다.“한국은 그저 ‘시간’을 수출한 30여개국의 하나일 뿐” 등의 무성의한 냉소적 발언들로 인터뷰가 채워졌다. 김 감독의 해법은 끝내 실망스러웠다. 세계영화제의 스타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자국에서 개봉하지 않겠다는 극약처방을 내린 건 작은 영화를 홀대하는 영화시장에 경종을 울리려는 처절한 몸부림임을 이해못하는 바 아니다. 그런데 “‘시간’에 20만명은 들었으면 좋겠다.”고 몇번이나 강조하는 순간, 일련의 ‘극약처방’의 순수성은 의심받기에 충분했다.“1000만 관객시대가 슬프다.”고 말했던 그 역시 관객수의 산술적 의미에 얼마나 옭죄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듯해 씁쓸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이번 작품이 또 관객에게 외면당하면 한국에는 아예 영화를 팔지조차 않겠다.”는 폭탄발언은 또 뭔가. 내가 만든 물건, 구매의사가 시들한 곳에 내놓지 않는 건 내 마음이란 식의 협박 아닌가.영화를 스스로 공산품 취급하는, 한국이 낳은 브랜드 감독의 고상한 오만이다.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