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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外

    口펭귄의 날개(오정은 지음)-올 문학사상사 장편소설 문학상 당선작이다.저자 오정은은 15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현재 IBM 본사 금융지원사업부에 근무하면서 우리말 문학수업에 전념하는 문인.이민2세의 삶을 통해 ‘펭귄콤플렉스’문제를 추출해 내고,여기에서 날지 못하는 새의 정체성에 진지하고 참신하게 접근해 간다.문학사상사 8500원. 口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김연수 지음)-작가가 고향인 경북 김천을 배경으로 성장기의 기억을 되살려 놓은 연작소설집.자전소설 ‘뉴욕제과점’을 비롯,광주항쟁의 상처를 안고 김천으로 이사온 전라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 등 9편을 실었다.문학동네 8000원. 口비로용담을 찾아가다(장병주 지음)-지난 94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저자의 첫 소설집.평범한 주부들이 겪는 고통,가족해체의 양상 등을 다룬 7편의 소설을 실었다.문학아카데미 9000원. 口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해라(소은혜,박혜정 외 지음)-제10회 대산청소년문학상 수상작품집.고교생 시부문 대상 수상작인 ‘해’(소은혜)와 고교생 소설부문 대상 수상작인 ‘소리의 무덤’(박혜정) 등 시 23편과 소설 17편 수록.민음사 1만원. 口우리 시대의 소설가 박완서를 찾아서(박완서 외 지음)-소설가 박완서(71)씨의 삶을 조명한 책으로 10년 전 출간된 ‘박완서 문학앨범’을 사진자료 등을 보완해 새로 꾸민 책.작가가 밝힌 문학과 삶의 이야기,가까운 문인들이 쓴 연대기와 작품론,대표작,연보,참고문헌 등을 실었다.같은 제목으로 시인 신경림(67)씨를 다룬 ‘우리 시대의 시인 신경림을 찾아서’도 나왔다.웅진닷컴 1만 1000원. 口벙어리 장갑(오탁번 지음)-고려대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의 일곱번째 시집.굴비에 얽힌 음담을 가난한 부부의 지고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굴비’를 비롯,어린이의 천진성,가족애,육체의 노화에 대한 자각 등을 담은 시들이다.문학사상사 5000원. 口문화탐구 시인선-‘심상’으로 등단한 중견시인 3명의 시집을 ‘시로 여는 세상’이 동시에 출간했다.윤여홍의 ‘내 늪 속에 빠져’,김용옥의 ‘사과나무 아래’,유희의 ‘시간 위에 눕다’ 등이다.문화탐구 각 5000원. 口철학자의 돌(그레고리 키스 지음,송경아 옮김)-90년대 이후 주목받는 미국 작가가 18세기 서양과학사의 숨은 이야기를 소재로 쓴 소설 4부작 8권 가운데 ‘뉴턴의 대포’편을 번역한 것.18세기 유럽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과 비밀병기를 둘러싼 음모를 흥미롭게 엮어놓았다.황금가지 전2권 각 8500원. 口열쇠(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용기 옮김)-작가가 지난 56년 당시 일본의 저명한 잡지 '중앙공론'에 발표한 작품으로 노인들의 성문제를 노골적으로 다뤄 당시 일본 국회에서까지 '예술인가, 외설인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부부간에 빚어지는 마조히즘적 성의식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책사랑 1만원.
  • 남과여/ 남 앞에선 잉꼬… 실제론 남남 ‘디스플레이 부부’ 는다

    대기업 중역인 양모(54)씨와 전업주부 김모(50)씨는 1남1녀를 둔 평범한 부부.동창회 등 각종 모임에 부부동반으로 참석하고,시댁이나 친정 행사에도 같이 얼굴을 내민다.그러나 이 부부는 7년 전부터 각방을 쓰고 있다.자식이 모두 결혼하면 이혼하기로 각서까지 작성해 두었다.전형적인 ‘디스플레이(Display) 부부’의 모습이다. ‘디스플레이 부부’란 쇼윈도의 마네킹처럼 외관상으로만의 부부를 뜻한다.사회적 지위와 체면,자식의 미래,부모의 반대 때문에 이혼을 미루고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아갈 뿐이다.개인적인 대화를 하지 않고,부부관계는 물론 없다. 미국사회에서 2∼3년 전부터 거론되기 시작했고,일본의 도쿄 일대에서 나타났다는 ‘가면부부’와도 맥이 닿는다. 자녀의 조기유학,남편의 장기적인 유학·해외근무,사회적 성취를 이루려는 아내의 욕구 등 사회적인 변화가 디스플레이 부부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특히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 ‘미혼 때 즐긴 사생활을 결혼해서도 누리겠다.’고 나서는 것도 이유의 하나.때문에 일부 젊은층에서는 남편(아내)의 여자친구(남자친구)의 존재를,이혼이라는 결정적인 순간을 선택하기전까지는 모르는 척하기도 한다. 디스플레이 부부는 결혼생활이 오래된 부부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20,30대 부부에게도 ‘이혼의 전주곡’처럼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신모(31)씨는 결혼 4개월만에 남편과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남편은 직장 일로 거의 매일 늦게 들어왔고,집안 일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어쩌다 집에 일찍 들어오는 날에는 인터넷 게임에만 몰두했다.맞벌이 부부였지만 집안 일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몽땅 떠넘기는 남편의 태도를 신씨는 용납하기 어려웠다.신씨는 “3년이나 연애를 했지만 이렇게까지 가부장적인 행세를 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면서 “냉각기를 가지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남편은 그저 그러려니 생각해 이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화평론 박사과정에 있는 최모(29)씨는 남편과 벌써 5년째 떨어져 각자의 인생을 산다.미국에서 박사를 딴 남편은 그곳에서 교수로 자리잡았다.신혼초 최씨는 미국의 남편 곁에서 6개월간 살았지만,자신도 박사 과정을 마쳐야 할 것 같아 한국으로 돌아왔다.꾸준히 남자친구들과 사귀는 그는 “방학에 잠깐 서울에 오는 남편을 믿고 독수공방을 해야 하느냐.”면서 “남편도 내생활을 눈치챈 듯하지만 헤어질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한다.시댁이며 친정에서는 남편을 기다리며 공부에 전념하는 줄 알고 있다. 최근 4∼5년간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던 이모(39·의사)씨는 지난해 7월자녀 둘을 캐나다로 조기유학보내며 결국 ‘기러기 아빠’를 택했다.그는 “한때 국제학회에 참석해서 낯선 외국인 교수를 붙들고 이혼을 할까 말까를 의논할 정도로 심각했다.”며 “그러나 자식을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를 생각해 내가 희생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아내와의 불화를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끔 가끔 캐나다로 가고,처가의 경조사에 일일이 참석해 금실을‘과시’하기도 한다.그는 “캐나다와 미국 LA·뉴욕의 교포사회에서 ‘기러기 엄마’들이 남편과의 갈등으로 고민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덧붙였다. 디스플레이 부부의 문제점은 남편(아내)이 디스플레이 부부라는 사실 자체를 깨닫지 못한다는 것.전통적인 남편(아내)의 역할에만 안주한 채 대화 없이 살아가는 부부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집을 나간 아내에게 이유를 묻던 김모(42)씨는 “당신이 언제 과일이라도 한번 깎아준 적 있어?”라는 반문에 충격을 받았다.무뚝뚝한 편이지만 성실한 남편이라고 자부하던 그로서는 아내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외도나 폭력도 없었고,경제적으로 무능하지도 않았다는 그가 받은 충격은 컸다. 강정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은 “맞벌이 부부가 늘고 부부관계에서도 새 가치관이 형성되고 있지만,여성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남성은 이를 외면하면서 생기는 불협화음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소영·이송하기자 symun@ ■전문가 조언 “부부간 대화하면 문제 절반은 해결” ‘디스플레이 부부’가 이혼의 전 단계이지만 결코 종착역은 아니다.이런 상태에 빠지는 부부는 보통 이혼하기를 두려워하므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그러면 디스플레이 부부’를 극복하는 해법은 무엇인가. 이옥 한국남성의전화 소장은 “부부간에 대화가 시작되면 문제의 절반이 해결된다.”고 강조했다.이 소장은 “남편과 아내가 찾아와 상담을 받으면 이혼으로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말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부부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사회의 변화에 반응하는 속도가 다르다면서, 아내가 원하는 것은 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임을 강조했다. 남편은 아내가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는 사실과,아내의 행복에 가정의 행복이 달렸음을 깨우쳐야 한다는 게 이 소장의 지적이다. 시댁이나 자식과 관련해 아내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거나,애정표현과 돈문제에서 인색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김영우 정신과 의사는 “부부 사이의 문제라도 제3자가 개입해 엉킨 실타래를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김씨는 그러나 제3자로 가족·친구 등 어느 한쪽에게만 친한 사람을 선정하면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 노인병원에 버려진 노인들

    노인전문병원이 ‘현대판 고려장’의 장소로 전락하고 있다. 병원에 부모를 맡기고 이민을 가거나 부모가 숨져도 찾지 않는 자식이 있는가 하면 일부 병원에서는 3개월 이상 장기 입원하는 환자의 경우 건강보험급여비가 삭감돼 재정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갈곳 없는 노인들에게 퇴원을 종용하기도 한다. 제6회 ‘노인의 날’을 이틀 앞둔 30일 대한병원협회와 전국 25개 노인전문병원(공립치매 전문요양병원 9곳 포함)에 따르면 간병인이 필요한 장기입원 노인환자는 모두 4500여명에 이른다.병원측은 “이 가운데 20∼30%의 노인들이 자식들과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밝혔다.많게는 1300여명의 노인이 병원에 ‘버려진’셈이다. 경기도 A노인병원에 입원중인 환자 250여명 가운데 50여명은 올들어 한차례도 자식들이 찾지 않았다.병원 관계자는 “한 할아버지의 병이 악화돼 가족에게 연락을 했지만 자식들은 ‘돌아가시면 전화하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부산 B노인병원에서는 지난 7월 2년째 입원중이던 송모(82)씨가 지병이 악화돼 숨졌다.송씨가 입원해 있는 동안 자식들이 전혀 연락하지 않아 병원측은 사망 소식을 알릴 수 없었고,장례도 제때 치르지 못했다.수소문 끝에 자식들은 송씨 입원 직후 모두 브라질로 이민을 떠난 사실을 알았다. 병원 관계자는 “국회의원,고위공직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부모를 장기간 병원에 방치하는 사례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자식이 찾지 않는 ‘버림받은 노인’들은 병원측의 퇴원 요구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노인을 3개월 이상 수용하면 입원료의 40%를 차지하는 ‘의학관리료’가 건강보험급여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재정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심지어 일부 지역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일선 노인병원에 공문을 보내 장기입원 노인들의 강제 퇴원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서울 C노인병원은 100여개의 병상 가운데 20여개가 비어 있는데도 최근 장기입원 환자 50여명에게 퇴원을 통보했다.병원 관계자들은 “정부가 만성질환 장기입원자가 대부분인 노인병원에 대해 일반 병원과 동일하게 보험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3개월 이상 입원하면 건강보험급여비가 1인당 월 25만원씩 삭감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 박현주(25)씨는 “핵가족화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버림받은 노인 환자가 늘고 있다.”면서 “병원과 복지시설의 확충도 중요하지만 가족 구성원 간의 유대관계가 회복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일부 노인전문병원의 경우 밀려있는 대기환자 수요를 맞추기 위해 환자들에게 퇴원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면서 “현재 9곳의 공립 치매전문노인병원으로는 노인환자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올해 110억원의 복지예산을 투입,17곳에 공립노인병원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tomcat@
  • [씨줄날줄] 군용담요

    군용 담요가 창군(1948년) 54년만에 신제품으로 바뀐다고 한다.육군은 3년간의 연구개발과 시험을 거친 신형 모포 18만장을 9개 부대에 지급한 데 이어 2005년까지 전 부대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신형 모포는 100%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기존 모포보다 부드럽고 보온성도 뛰어나며,무게는 30% 정도 가벼워졌다는 것이다.장병들의 평균 신장이 커진 것을 감안해 모포의 길이도 기존의 모포보다 10㎝ 긴 223㎝라고 한다. 이 땅에 군에 갔다온 사람들이라면 모두 군용 담요와 관련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20대 초반 훈련소에서 처음 군용 담요를 지급받아 덮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의 낯섦,3년 가까이 팔·다리·어깨를 통해 전해지던 까칠한 느낌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주말 햇살이 따갑게 비치던 날 ‘삐삐선(유선통신용 전선)’으로 줄쳐진 빨래터에 널었다가 둘이서 마주잡고 털 때면 웬 먼지가 그렇게 많이도 나던지.고참은 군용 담요를 터는 소리부터 달랐다. 6·25전쟁으로 물자가 극히 귀하던 시절 군용 담요는 겨울철 코트 옷감으로 각광받았다.겨울철 양지바른 모퉁이에서 군용 담요로 누빈 코트를 입고 뛰어노는 아이들의 사진은 지금도 1950년대 초반의 풍속도로 남아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당시 사진에는 낙하산 원단으로 만든 원피스에 군용 담요로 만든 코트를 입고 뻐기는 아가씨도 있다.그 추억을 못 잊어선지 시인 박인환은 생전에 일류 양복점의 라벨이 붙은 최고급 양복 위에 군용 담요로 지은 긴 외투를 입고 다녔다고 한다. 6·25 피란시절 단칸방에서 몇 세대가 함께 기거했을 때 군용 담요는 신혼부부의 은밀한 사랑을 가능케 했던 칸막이 구실을 하기도 했다.어떤 작가는 군용 담요가 드리운 저 편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밤을 새웠던 추억을 그리곤했다.어떤 이는 어느 겨울 밤 ‘산 사람(빨치산)’들이 들이닥쳤을 때 방 구석에서 군용 담요를 쓴 채 두려운 눈길로 지켜봤던 기억을 생생하게 전하곤했다.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군용 담요의 영원한 용처는 화투판 깔개.튀지도 않고 착착 들어붙는 맛은 군용 담요의 최대 매력이었다.이 때문에 군용 담요는 한때 제대병들의 필수 ‘삥땅품’이 되기도 했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
  • 새영화/ ‘언페이스풀’- 평범한 아내의 불륜, 그 종착역은?

    인간에게 적절한 일탈은 행복을 위한 양념과도 같다.음식에 어느정도 양념을 치느냐에 따라 맛을 낼 수도 망쳐버릴 수도 있는 것처럼. ‘언페이스풀’(Unfaithful·22일 개봉)은 중년부부의 불륜을 소재로 한 영화.‘나인 하프위크’‘은밀한 유혹’‘위험한 정사’ 등을 통해 일상 생활에서 일탈의 묘미를 찾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애드리안 라인 감독이 연출했다.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평범하지 않은 날을 배경으로 영화는 시작한다.심상치 않은 날씨 탓이었을까? 평범한 주부 코니(다이안 레인)는 우연히 마주친 폴 마틴(올리비에 마르티네스)에게 억누르기 힘든 육체적 욕망을 느낀다. 자상하고 능력있는 남편 에드워드(리처드 기어),귀여운 아들과 함께 남부럽지 않게 사는 그지만 자신의 삶을 한층 달콤하게 해 줄 일탈의 유혹을 거부할 수가 없다. 영화에서 ‘나인 하프 위크’처럼 짜릿하고 영상미가 뛰어난 섹스 신을 보게 되리라고 기대하면 오산이다.영화는 불륜의 ‘짜릿함’보다 불륜의 ‘후유증’에 중심 축을 뒀다.‘은밀한 유혹’‘위험한 정사’처럼 평범한 가정이 불륜에 의해 어떻게 위협받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아내의 불륜을 눈치챈 에드워드는 단순히 폴을 만나러 갔다가 분노를 못이겨 그를 살해한다.코니와 에드워드는 그 사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고민에 휩싸인다. 그러나 난관도 삶이 가져다주는 또 다른 묘미.아이러니컬하게도 두 부부는 평범한 일상에서 찾지 못한 더없는 사랑의 감정을 확인한다. ‘심리묘사’와 ‘아름다운 영상미’를 살리는 것에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는 라인 감독이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 재능이 다소 녹슨 듯하다. 로맨틱한 남편과 착한 아들에게서 느끼는 권태감이나,새로운 애인이 주는자극이 별반 드러나지 않아 불륜의 동기가 명확지 않다. 또 남편의 살인을 알게 된 코니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사건을 은폐하는 데 일조한다.‘ 아침에 눈뜨면 하루종일 폴만을 생각했다.’는 그녀지만 그를 죽인 남편을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오히려 자신만을 탓한다. 마치 도덕 교과서처럼 딱딱한 장면들이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전작들과는 조금 먼 듯한 느낌이다. 이송하기자 songha@
  • 호텔들 ‘한여름밤 페스티벌’

    특급호텔들이 한여름밤 다양한 축제를 벌인다.서울 워커힐호텔은 19,20일 이틀간 호텔내 리버파크에서 보사노바·맘보·살사 등 라틴 음악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코바나 콘서트’를 연다. 입장료는 4만 9000원.보호자와 함께 오는 초등학생은 50% 할인된다.(02)525-6929. 서울 웨스틴조선호텔도 같은 날 밤 호텔 1층 그랜드볼룸에서 댄싱파티 ‘2002 오킴스 섬머 스피드 댄스 나이트’를 펼친다.오킴스가 매년 펼치는 댄스파티로 신나게 춤을 출 수 있는 무대다.뷔페와 함께 생맥주가 무제한 제공된다.입장료는 4만 5000원이다.(02)317-0388. 제주 롯데호텔도 오는 8월 2~14일 다양한 문화예술공연을 갖는다. 2∼4일에는 ‘한울소리’의 타악공연이,5∼6일엔 국악인 김준호·손심심 부부의 국악공연이 각각 펼쳐진다.이어 7∼8일에는 80년대를 대표하는 포크가수인 임지훈과 장은아의 콘서트가,9∼10일엔 지난해 수원 화성 국제연극제 초청 공연자였던 김봉석·이은미의 마임공연이 각각 열린다. (064)731-4150. 전광삼기자
  • [일본에서] 60만동포 “요코하마서 보자”

    [오사카 황성기특파원 도쿄 김 현·간노 도모코 객원기자 요코하마 신인하 객원기자] “우리는 이제 4강 민족입니다.” 감격은 바다 건너 일본 땅 오사카(大阪)나 도쿄(東京),요코하마(橫浜) 어디건 하나였다.60만 재일 동포들이 생애 최고의 기분을 만끽한 120분,그리고 페널티킥이었다. ●오사카= “지금 기분 최곱니다.” 오사카에서 재일 동포가 가장 많이 몰려사는 이쿠노(生野)구 쓰루하시(鶴橋)코리아타운에서 경기를 지켜 본 신명희(15·조총련 조선고급학교 1학년)양은 흥분으로 얼룩진 붉은 얼굴 그대로 “안정환 최고”를 외쳤다. 그녀는 “120분간 다소 불안했지만 이겨서 너무 좋아요.”라면서 “민족이 이기는 데 남조선이건 조국(북한)이건 없습니다.”라고 친구 3명과 ‘대∼한민국’을 외쳤다. 코리아 타운 곳곳에 설치된 대형 TV 앞에서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응원하던 동포들은 4강 진출이 결정되는 순간 서로 얼싸안고 ‘대한민국,만세’를 외쳤다. 이날 코리아 타운에서 응원을 주도한 오성기(吳誠起·40·재일 한국인 2세)씨는 “꿈만같다.”면서 “이제 우승으로 가자.”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재일 동포들과 섞여 코리아 타운에서 한국을 응원한 일본인 구로사와 사토시(黑澤聰·29·회사원)는 “일·한 공동개최의 의미를 비로소 느꼈다.”면서 “아시아의 힘을 세계에 보여줘 너무 고맙다.”고 눈물을 흘렸다. 곳곳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동포들은 일제히 코리아 타운의 거리로 나와 만세 삼창을 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대한민국’을 외치며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코리아 타운 상점가 회장인 문우평(文友平·62·재일 조선인 2세)씨는 “60만 동포들에게 힘과 긍지와 희망을 안겨준 생애 최고의 날”이라면서 “코리아 민족이 어떤 힘을 갖고 있는 지를 일본인들에게 단단히 보여줬다.”고 기뻐했다. 코리아 타운은 23일 ‘일한 월드컵 기념 행사’를 갖고 상점들이 이날 하루동안‘반액 세일’을 실시하기로 했다. 오사카 총영사관에도 600여명의 재일 동포와 유학생이 몰려 김병수씨(52) 부부의 트럼펫 반주에 맞추어 아리랑과 애국가를 부르며 한덩어리가 됐다.유학생 정재호씨(25)씨는 “광주에 없었던 게 너무 분하다.”면서 “한국사람이라는 게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다.”고 말했다. 총영사관측은 승리가 확정된 직후 건물에 ‘축 한국 축구 4강진출’플래카드를 내걸었다.유병우(兪炳宇) 총영사는 “승패에 관계없이 이번 월드컵으로 동포들의 긍지가 더욱 높아져 그 의미가 값지다.”고 말했다. ●도쿄= 도쿄 신주쿠(新宿)의 쇼쿠안도리는 온통 빨간 물결이었다.이곳에 코리아 타운이 형성된 이후 사상 최대의 재일 동포,유학생,주재원이 몰려 승리를 기뻐하며 밤 늦게까지 결승 진출을 염원했다.눈어림으로도 대략 수천명은 족히 되는 동포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부르며 승리를 축하하고 또 축하했다. 한 유학생은 상의를 벗고 승리를 축하했으며 한 여학생은 즉석 춤을 춰 분위기를 돋구기도 했다.또 쇼쿠안도리 빌딩의 한국인 사무실에서는 창문에서 화장지를 던지거나 맥주를 뿌리기도 했다. 이들은 경기가 끝나자 쇼쿠안도리의 6차선 도로로 나가 한때 차량통행이 마비됐으며 일본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헬리콥터까지 띄어 경계에 나섰으나 큰 불상사는 없었다. 남금실(28·여·회사원·재일 동포 3세)씨는 “이제 결승 진출을 믿으며 요코하마에서 기다리겠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곽석진(25·요리사)씨는 “스페인에 이기는 순간 코리아는 8강 민족에서 4강 민족으로 뛰어 올랐다.”면서 “이제 우승을 노리자.”고 흥분했다. 승리에 취한 동포들은 근처 가부키쵸와 신주쿠역까지 진출해 ‘대한민국’을 외치고 아리랑을 부르기도 했으며 일부 일본인들이 함께 이들과 어울리기도 했다.고쿠나다 히토미(28·여·회사원)는 “간코구 스고이(한국,대단해요).”라면서 “한국팀이 요코하마에 올 날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다른 일본인은 “한국팀은 정신력에서 일본과 다르다.”고 칭찬했다. ●요코하마= 요코하마 시내 가나가와(神奈川)현 민단 지부에도 100여명의 응원단이 모여 TV 중계를 지켜보며 감격스런 4강 진출에 축제 분위기였다. 손기정씨의 아들 손정인(孫正寅·59·요코하마 민단 지부 사무부장)씨는 “한국이 이긴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였다.”면서 “이날 승리는 아버지를 생각나게 했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marry01@
  • 리뷰/ 알라냐&게오르규 來韓공연

    한국 클래식 공연사상 최고가(R석 30만원)를 기록해 화제를 모은 ‘오페라의 황금커플’알라냐와 게오르규 부부의 지난 12일 공연은 시작 전부터 기대감으로 후끈 달아올랐다.핑크와 푸른색이 어우러진 실크드레스 차림의 게오르규가 흰색 턱시도를 입은 알라냐와 함께 나타나자 객석에서는 환호와 함께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빼어난 용모와 세련된 무대 매너는 분위기를 일순간에 고조시켰다. 그러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중에서 ‘파리를 떠나’를 듀엣으로 시작한 무대는 부부의 정확한 곡 해석과 노래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이끌어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먼저 부부의 성량이 예술의 전당 음악당의 2600석을 채우기에는 어렵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1층 객석 좌·우측으로는 소리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심지어 1층 중앙 앞자리에 앉은 관객 중에도 아리아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이도 있었다.협연을 맡은 코리아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두 성악가의 노래를 넘어서는 대목도 몇차례 나타났다. 레퍼토리 선정에서는 아쉬움이 더욱 남는다.두 성악가의 음색과 음량이 잘 나타나는 선곡이었다고 하지만,국내 관객의 취향과 다소 거리가 있는 점이 안타까웠다.그들이 부른 9곡 중에서 베르디의 ‘오셀로’‘밤의 정적속으로 소란은 사라지고’와 푸치니의 ‘나비부인’중 ‘어떤 개인날’과 ‘날 사랑해 줘요 조금만’정도에서 객석의 호응이 나타날 정도였다. 예술의 전당측은 “관객에게 익숙한 곡보다는 최정상의 음악을 들려준다는 취지였음을 이해해 달라.”고 말한다.결국 1·2부의 본공연에서보다 앙코르곡에서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등 열렬하게 반응했다는 점에서 이날의 선곡에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물론 무대연기와 제스처는 최상급이었다.‘세기의 오페라 연인’답게 무대에서 목덜미에 키스하고,수시로 눈을 맞추며 부드럽게 포옹하는 연기는 그들이 부른 노래에 환상적으로 들어맞았다.이번 공연이 오페라가 아니라 ‘아리아의 리사이틀’이었던 만큼 감정 몰입이 쉽지 않았을 텐데,관객들이 전막 오페라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만큼 열정적이었다. 특히 알라냐는미성만이 장기가 아니라 박력도 있음을 보여줬다.4번째 앙코르곡인 ‘라 보엠’의 ‘사랑의 이중창’에서는 부부가 블루스를 추는 자세로 노래를 부르더니,무대 뒤쪽 관객을 위해 방향을 바꾸기도 해 무대 분위기를 더욱 흥겹게 이끌었다. 문소영기자 symun@
  • 새영화/ 글래스 하우스, 소울 서바이버

    ■글래스 하우스 오는 14일 개봉하는 ‘글래스 하우스’(The Glass House)는, 새엄마·새아빠는 흔히 의붓자식을 학대한다는 통념을 뼈대로 한 스릴러물이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루비(릴리 소비에스키)와 레트 남매는 후견인이 된 글래스 부부와 함께 말리브 해안으로 이사를 간다.유리로 지은 새 집은 아름답고 안락해 보인다.창문 너머로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홈시어터 시설을 갖춘 거실,자상한 글래스 부부 등.그러나 루비는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있음을 느낀다.후견인인 테리는 사채업자들에게 협박 받고 있으며 그의 아내는 심각한 약물중독자.부부가 정체를 드러내면서 안락한 집은 순식간에 유령의 집처럼 으스스해진다. 영화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위험한 유혹’‘경찰서를털어라’등 10대 취향의 흥행영화를 제작해 온 닐 모리츠의 작품.‘글래스 하우스’에서도 릴리 소비에스키라는 매력적인 소녀를 천하무적 주인공으로 내세워 10대를 공략했다.그러나 후견인 부부의 계략을 항상 한발 앞서 알아채는,지나치게 눈부신 활약 탓에 스릴러로서는 다소 맥이 풀린다. ■소울 서바이버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그러던 어느날 그가 돌아와 ‘같이 떠나자’고 한다면 따라가야 할까? 소울 서바이버(Soul Survivor·14일 개봉)는 여름이면 쏟아져 나오는 ‘캠퍼스 레전드’‘스크림’‘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등의 청춘 공포영화와 흐름을 같이 한다. 캐시와 숀,매트와 애니 커플은 예비 대학생.대학 입학을 축하하는 자동차 여행을 떠났다가 숀이 죽고 나머지 세명은 간신히 목숨을 건지는 사고를 당한다. 운전을 한 캐시는 사랑하는 숀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때때로 숀의 환청에도 시달린다. 영화는 공포영화의 정석을 그대로 따른다.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거울속에 보이는 자신의 시신,곳곳에서 캐시를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인물,자신에게 오라고 손짓하며 밤마다 속삭이는 죽은 애인.관객은 시종일관 이런 공포 장치 속에서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감독은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배우들을 기용해 참신함을노렸다.그러나 영화 ‘식스 센스’와 ‘디 아더스’를 본 관객이라면 영화가 절반까지 진행하지 않아도 삶과 죽음의 공존이라는 결말쯤은 눈치챌 수 있겠다. 이송하기자 songha@
  • 칸에서 만난 사람/ 영화감독 박진오-연기자 송채환 부부

    “벌써 장편을 구상중이에요.빨리 새 영화를 찍고 싶어요. ”(박진오) “연기자가 편식하는 게 어떨지 몰라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건 연극무대이에요.성숙한 배우로 무대를 채워 보고 싶어요.”(송채환) 칸에서 만난 영화감독 박(32)·연기자 송(34)씨 커플.잉꼬부부의 표본을 보여주는 듯했다.박 감독이 칸으로 온 건 영화과 학생들의 단편을 대상으로 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받았기 때문. 부인 송씨가 따라온 건 영원한 그의 ‘조연출’이고 싶어서란다.“기술적인 뜻에서가 아니라 영화속내를 모두 털어놓고 편히 의논해도 되는 그런 사람이요.박 감독에게 그렇게 어깨가 돼 주고 싶어요.” 뉴욕대(NYU)영화과 대학원 3학년인 박씨의 출품작은 2학년때 만든 ‘리퀘스트’.어머니의 죽음을 맞은 8세 남자아이가 시체를 닦는 의식을 지켜보며 성장하는 과정을 예민한 시선으로 포착해 낸 12분짜리다.칸이 졸업을 한참 남긴 학생의 오래전 작품을 불러들인 건 유례없는 일.‘죽어도 좋아’라는 데뷔작으로 칸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PD출신박진표(36)씨와 함께 형제가 나란히 칸 문턱을 넘어선 경우도 드문 일이다. “형과는 성격도 외모도 많이 틀려요.영화와 관련된 특별한 교류체험도 없고요.근데 어느날 보니까 둘다 영화에 빠져 있더라고요.” 서울예전 선후배사이인 박-송 커플은 캠퍼스에서 만났다.송씨가 88학번으로 1년 선배.송씨가 데뷔작인 ‘장군의 아들’로 얼굴을 알리기 전부터 사귄 이들은 시라큐스대-NYU를 거치는 박씨의 유학생활 때문에 장기간 떨어져 있었는데도,애정은 도탑기만 하다. “전세계 유망신인을 일찌감치 낙점하는 칸의 리스트에들었다는 건,앞으로 하고 싶은 영화,더 많이 할 길이 열렸다는 데 불과해요.”박 감독은 그저 영화얘기다.“아내는정말 좋은 연기잔데….보여준 재능은 10분의 1도 안돼요.”이처럼 아내 칭송할 때를 빼곤 말이다.
  • 최씨,이회창 측근에 돈줬다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은 19일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先·42·구속)씨가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총재의 측근인 윤여준(尹汝雋) 의원을 통해 이 전 총재에게 2억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설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청화아파트 윤 의원의 자택에서 ‘이 총재의 방미활동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돈을 전달했다.”면서 “당시 최씨는윤 의원과의 대화내용을 녹음했으며 그 녹음 테이프는 현재 최씨의 측근이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회창 전 총재는 “야당과 대선 예비후보를 음해하고 탄압하려는 것”이라며 법적대응을 천명하고,윤 의원도 “설 의원과 나 중 한 사람은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고 배수진을 치고 나서 진위가 어떻게 결말이 날지 주목된다. 최씨는 이날 밤 구속수감되면서 이 전 총재측에 돈을 전달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설 의원은 “증인을 복수로 확보하고 있고 증거도 여러가지 있다.”면서 “녹음 테이프 확보 여부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의 대응을 보고 차근차근 대응하겠다.”고말했다. 그는 특히 “이 전 총재는 윤 의원을 통해 거액을 전달받았는지 여부를 국민 앞에 분명히 공개해야 하며 전달받았다면 어떤 명목으로 받은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최씨와 이 전 총재의 인연은 지난해 11월15일부터 18일까지 방한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면담을 최씨가 주선하면서 이뤄졌다.”면서 “최씨는 자신과 미국 버클리대 동문인 한나라당 정재문(鄭在文) 의원과 함께 이 전 총재의 방미 준비작업에 참여했고,이 전 총재와도몇 차례 면담했으며,이 전 총재의 국제담당특보로 사실상내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설 의원은 또 “최씨는 윤 의원의 측근인 문모씨를 통해이 전 총재의 부인 한인옥(韓仁玉)씨를 3∼4차례 만났으며,이 전 총재 방미 당시 한씨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어머니인 바버라 부시와의 면담을 추진했다.”면서 “최씨가 활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 이 전 총재 부부의 비호가 있었는지 밝히라.”고 말했다. 설 의원은 이와 함께 “최씨는 이 전총재의 큰아들인 정연씨가 필리핀 아시아 개발은행에 근무할 당시부터 밀접한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최씨가 정연씨에게 용돈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씨의 비서 천호영씨가 경실련 홈페이지에 올린최씨의 비위사실을 다음날 한나라당 홈페이지에도 올렸으나 특별한 이유없이 30분 만에 삭제됐다.”면서 “이는 최씨가 윤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삭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나라당 신경식(辛卿植) 의원은 이날 밤 설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이춘규 이지운기자 taein@
  • 이 주일의 TV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19일까지 오후7시) 두 딸을 둔 정찬선·정애현 부부는 시각장애인이다.하지만 이들의 교육관은 비장애인보다 훨씬 전문가적이다.두 딸의 손을 잡고 연극을 보고 뮤지컬을 보고 그림 전시를 감상한다.보고 난 후엔 반드시 토론을 하고,두 딸을 위해 컴퓨터 게임을 직접 설치해 주기도 한다.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것 이상의 사랑을나누며 동화같은 삶을 그려나가는 시각장애인 부부의 유쾌한 교육일기를 함께한다. ●21세기 여성특강-박혜란의 일상의 페미니즘(EBS 16일 오전10시) 과거 스스로 놀고 먹는다고 생각하던 전업주부들이 이제는 당당히 ‘내 직업은 가정주부’라고 말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평가해보고사회참여를 원하는 주부들에게 이 사회가 내어주는 몫을점검한다.주부의 재취업문제와 시간제 근무자에 대한 부당한 처후 등 개선되어야할 문제들을 짚어보고 자원봉사 차원의 사회진출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와!e멋진 세상(MBC 17일 오후7시20분) 주당들을 성불의길로 인도하기 위해 술집 경영에 뛰어든 별난 스님의 사연을 ‘신 비법을 찾아라!’에서 만난다.뒤이어 탤런트 이잎새가 ‘신체험 멋진도전!’을 통해 벨기에서 펼쳐지는 계란축제에 참가하고 ‘신 인류를 찾아라’에서는 영국의 한 신부가 하나님의 말씀을 신자들에게 좀 더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광대모습을 한 현장을 공개한다. ●베스트극장-4월 이야기(MBC 19일 오후9시55분) 단짝인 윤경의 오빠와 결혼한 춘녀는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에 과부가 된다.대학생인 춘녀는 그후에도 시어머니인 황씨를 엄마라고 부르며 윤경과 자매처럼 살아간다.어느 날 숨겨둔애인이 있는 윤경은 어머니가 맞선자리를 주선하자 춘녀를 대신 내보낸다.캐주얼 복장에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진우는 당찬 춘녀의 모습에 반하게 되는데…. ●아스테릭스(KBS1 명화극장 21일 오후 11시20분) 1959년처음 발표돼 꾸준히 프랑스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동명의인기 만화 시리즈가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졌다.때는 기원전 50년.로마제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정복군을 앞세워 끝까지 저항하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을 삼키려고 갖은 책략을 꾀한다.그러나 아스테릭스와 오벨릭스라는 두 영웅의 지략에 번번이 실패한다는 줄거리.제라르 드 파르디유가힘센 뚱보 오벨릭스,파르디유의 단골 파트너이자 인기 코미디언인 크리스티앙 클라비에가 작고 영리한 아스테릭스를 맡았다.‘이탈리아의 채플린’이라 불리는 로베르토 베니니는 로마 정복군 대장 역.코믹 만화를 원작으로 과장된 상상력이 넘실대지만 ‘유럽 간판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무게중심을 잘 잡아준다. ●랜덤 하트(MBC 주말의 명화 20일 오후 11시10분) 시드니 폴락 감독이 15년 동안이나 ‘눈독’들이다 만들었을 만큼 애착이 유별났던 작품.집착력 강하고 거친 성격의 수사관 더치(해리슨 포드)와 하원의원인 케이(크리스틴 스콧토마스)는 비행기 추락사고로 감당하기 힘든 시련에 부딪힌다.사고 수습과정에서 더치의 부인과 케이의 남편이 불륜관계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상이한 성장환경과 성격의 더치와 케이는 배신의 상처를 함께 달래며 조금씩 가까워진다.하지만 둘 사이엔 갈등이 있다.더이상의 진실에 대해알고 싶지 않은 케이와는 달리 더치는 경찰의 도박 매수사건을 계기로 알게 된 내부비리와 아내의 불륜을 점점 깊이 조사하려 든다.연출에 제작까지 겸한 폴락 감독은 중년 남녀의 사랑만들기를 주제로 액션과 로맨스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했다.하지만 통쾌한 액션을 기대하기엔 해리슨 포드가 너무 늙어버린 느낌이다. ●이유없는 반항(EBS 일요시네마 21일 오후 2시) 니콜라스 레이 감독이 1955년 제임스 딘과 나탈리 우드를 내세워만든,구구한 설명이 필요없을 할리우드 화제작.사회와 부모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이야기로,단 세편의 작품을 찍고 요절한 제임스 딘의 두번째 작품이다.이사온 첫 날부터 술을 마시다 경찰서에 잡혀간 짐(제임스 딘)은 그 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주디(나탈리 우드)와 플라토(살 미네오)를 만난다.주디에게 첫눈에 호감을 느낀 짐은 주디의 남자친구 버디와 자동차 경주게임을 벌이다 버디의 죽음을 목격하고 죄책감으로 방황한다.
  • [2002 월드컵 현장 점검] (중)숙박시설, 먹거리 실태

    월드컵 경기기간중 한국을 찾는 외국인 40여만명이 묵을숙박시설은 제대로 준비돼 있을까.또 먹을거리 때문에 불편을 겪진 않을까. 미국인 유진 캠벨(54)과 중국 조선족 노청석(34)씨 등 월드컵 모의 관광팀은 정부가 지정한 중저가 숙박시설인 월드인(World Inn)과 주변 음식점을 중심으로 점검했다. 지난 13일부터 3박4일 동안 울산,부산,제주도를 돌면서외국인 관광객의 입장에서 월드인 및 주변 음식점을 둘러본 결과 시설과 맛에 대해서는 ‘우수’,접근 용이성에 대해서는 ‘중간’ 정도의 평가가 내려졌다. 관광팀은 서울을 출발하기 전 미리 중저가 숙박시설에 대한 예약업무를 관광공사로부터 위임받은 월드인 예약센터(www.worldinn.com)를 통해 3개 도시에 숙소를 예약했다.현지에 도착해 확인한 결과,예약시스템은 정상 가동되고 있었다.다만 숙소의 외관과 시설 등의 사진및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비교해본 뒤 선택하는 시스템이아니라 자신이 묵을 지역과 일시만 지정할 수 있게 돼 있어 선택의 폭이 제한된 점이 아쉬웠다. 관광팀이 첫날 묵은 울산시 신정동 H월드인의 경우 최근개보수한 때문이겠지만 가격은 여관급이나 시설은 호텔에못지 않았다.업소를 운영하는 중년 부부의 친절한 손님 맞이도 인상적이었다.침대방의 경우 1박에 3만원이나 월드컵 기간중에는 5만∼6만원정도 받을 예정이라고 업주는 귀띔했다. 주변에는 월드인으로 지정된 여관 10여개가 몰려 있었지만 외국인들의 구미를 끌 만한 음식점이나 24시간 편의점은 별로 없었다.E여관 업주 박모(여·36)씨는 “월드인으로 지정된 뒤 교육도 받았지만 막상 외국인이 찾아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하다.”고 털어놓았다.관광팀은 대회기간 중 업소에 통역폰을 설치하고 지역별로 통역도우미를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부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예약취소시 업주의 태도를 확인하기 위해 미리 예약한 월드인에 전화를 걸어 취소를 통보했지만 업주가 알아듣지 못해 애를 먹었다.또 현지에서 당일 예약한 뒤 객실을 확보하기란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졌다.월드인용으로 할당된 객실을 내국인용으로 돌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서귀포에서는 월드인 표지판조차 없어 찾는 데 애를 먹었다.따라서 관광지도에만 의존하는 외국인들은 숙소를 찾는 데 상당한 발품을 팔아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관광팀의노청석씨는 “숙소와 아침식사가 가능한 식당을 묶어 정보를 제공하는 통합안내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서귀포에서는 월드인 예약시스템이 제대로 준수되지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예약한 업소를 찾아갔지만업주는 숙박료가 입금되지 않았기 때문에 예약된 것으로볼 수 없다고 우겼다. 월드인 운영기관에 전화했지만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탓에 연결되지 않았다.24시간 민원처리시스템 가동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또 제주도내 숙박시설의 70% 이상이 몰려 있는 제주시에 비해 서귀포의 숙박 시설과 서비스 수준은 다소 뒤진 듯했다. 3개 도시의 관광안내소에서 월드인을 소개하는 안내 책자를 구할 수 없는 점도 흠으로 꼽혔다.“깨끗한 월드인을찾아달라.”는 관광팀의 요청에 서귀포시 관광안내소 직원은 “안내책자를 만들어 돌릴 예정이라는 말은 들었지만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먹을거리의 경우 공통적으로 메뉴판에 음식물 사진이 없어 외국인이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지적됐다. 울산의 한 토속음식점에서는 안동찜닭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못했다.부산 자갈치시장에서도 살아있는 곰장어를 어떻게 요리하는지,1인분에 1만원으로 매겨진 가격이 합당한지에 대해 외국인들은 의문을 표시했다.복국으로 유명한 부산 동래 온천장의 D복집에서는 복어의 독을 먹어도 괜찮은지,까치복(1인분에 1만 2000원)과 은복(〃 7000원)의 차이를 묻는 관광팀의 질문에 명쾌한 답변이 없었다.그럼에도음식의 맛에 대해서는 모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중국관광객 특수를 노리는 서귀포에서도 중국어가 병기된 메뉴판과 중국어 예약 등 중국관광객을 위한 배려가 부족했다.제주시 연동의 중국음식전문 Y식당은 메뉴 100여개에 가격도 4000∼6000원 수준이어서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주석기자 joo@ ■미국인 베너지 부부 월드인 체험기. “한국의 온돌방은 월드 클래스(WorldClass)입니다.너무나 인상적이고 자연 친화적이에요.” 지난 14일 제주도에서 열린 국제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16일부터 서울 관광에 나선 미국인 아시시 베너지(29·컴퓨터 프로그래머) 부부는 연신 ‘뷰티풀’을 연발했다.미국의 집을 온돌방으로 바꾸고 싶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온돌방에 매료돼 있었다. 하지만 베너지 부부가 온돌방에 매료되기까지 불쾌했던 기억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온돌방 체험을 원했던 베너지 부부는 제주도에서 서울의 한 월드인에 온돌방을 예약했다. 제주공항을 출발하기 전 확인 전화까지 했지만 정작 힘들게 찾아간 숙박업소에서는 ‘온돌방이 없다.’며 숙박을거부했던 것이다.‘남은 침대방에라도 묵으려면 묵고 아니면 나가라.’는 업주의 태도에 질려버린 베너지 부부는 월드인 안내 책자를 뒤진 끝에 겨우 다른 월드인에 여장을풀 수 있었다. 베너지 부부가 묵은 동대문역 인근의 월드인은 외국인들사이에서는 입 소문을 통해 꽤 알려진 곳이다.대부분의 손님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일본,러시아,유럽,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의 관광객이 묵고 있었다.월드인이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숙박시설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게해주는 대목이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베너지 부부는 “첫날 불쾌했던 경험은 한국인들의 친절을 체험하면서 씻은 듯이 사라졌다.”면서 “서울에서 묵은 월드인은 영어 소통이 가능한 데다가격,시설,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법률 잡지기자로 일하는 베너지의 아내 퓨바 양글리(25)는 영한 사전을 구입해 한국어 공부를 시작할 정도로 한국에 흠뻑 정이 들었다. 20일 한국을 떠난 베너지 부부는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과 미국 양쪽 모두에 대해 아낌없이 응원할 생각”이라면서 “역동적인 거리와 다양한 문화 유산들이 가득찬 아름다운 한국을 반드시 다시 찾겠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관광공사 자문역 유진 캠벨. “월드인 주변 골목마다 휴대폰 번호가 적힌 여자 나체사진이 너무 많아요.이래도 괜찮은 건가요?” 미국인 유진 캠벨(한국관광공사 진흥자문역)은 “월드컵개최도시점검을 위해 숙박업소를 방문할 때마다 낯뜨거운 호객 사진(출장마사지 전단)을 보게 된다.”면서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월드컵 전용 숙박업소로 지정된 월드인이 대부분 러브호텔인데다 여관 밀집지역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월드인이 비교적 저렴하고 시설도 깨끗한 반면 외국인들에게는‘이상한’ 숙박시설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캠벨은 “부산에서 숙박한 월드인의 침대는 원형에 거울로 둘러싸여 있어 매우 당혹스러웠다.”면서 “침실의 ‘이상한’ 광경이 한국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캠벨은 숙박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을 묻는 질문에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우며 ‘Absolutely wonderful’을 연발할 정도로 최상의 점수를 주었다. 캠벨은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숙박업소의 통역과 예약 시스템이 없는 곳이 많아 보완이 필요한 것 같다. ”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월드컵이 아직 두달 정도 남은 만큼 이제부터 차분한 마무리가 필요하다.”면서 “고급 호텔,월드인,홈스테이,배낭족을 위한 캠프,절을 활용한 템플스테이(templestay) 등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어 월드컵 대회기간 중 숙박난은 없을 것 같다.”고 단언했다. 안동환기자.
  • 병든 황혼에 돌아본 사랑과 열정- ‘아이리스’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 한평생 사랑을 지키며 산다는 건어떤 의미일까.피끓는 청춘의 열정이 잦아든 황혼의 부부에게 사랑을 지탱해주는 힘은 어디에 뿌리를 대고 있는 걸까. 무슨 역할에서건 믿음을 주는 연기파 배우 주디 덴치 주연의 ‘아이리스’(Iris·8일 개봉)는 영국의 지성파 커플로 유명했던 노벨상급 소설가이자 여류 철학자인 아이리스 머독(1919∼1999)과 문학평론가 존 베일리 부부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전기영화다.말년에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 머독 곁에서 남편 베일리가 쓴 자전소설을 원작으로삼았다.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머독과 영문학 강사인베일리는 서로 호감을 갖는다.스크린 밖에서 보면 그리 잘 어울리는 상대는 아닌 듯하다.베일리의 고지식한 분위기와는 달리 자유주의자 머독에게는 적잖은 남성편력까지 있어 보인다.그러나 학문과 철학에서 교감하던 두 사람은 사랑을 느끼고 별 고비없이 결혼한다. 세상이 알아주는 명망가 부부가 사랑해서 결혼하고 늙어가는 이야기에 단순히 초점을 맞춘 영화는 아니다.노부부의 해로 과정을 평면적 연대기로 펼치지 않고 생의 구비구비에 스민 정열을 문득문득 되돌아본다.저명 소설가로서“언어는 사고를 담는 그릇”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머독이 최고의 재산인 언어능력까지 잃어버리자 베일리는 아내의 빛나던 젊은 날들을 주마등처럼 떠올린다.지성과 미모로 오만하고 자유분방했던 추억 속의 머독은 그에게 새삼 애증으로 고뇌하게 만든다. 젊은 시절의 머독은 ‘타이타닉’의 케이트 윈슬렛,노년의 머독은 주디 덴치가 맡았다.카메라는 거의 한 신(Scene)씩 번갈아가며 부부의 젊은날과 현재를 오간다.제목의 뉘앙스와는 달리 영화는 한 여성의 일대기는 아니다.머독의보헤미안적 기질을 부각시키되 그의 실천적 지성이나 철학에는 무게중심을 두지 않았다.사랑을 지키려는 한 남자의이해와 헌신에 초점이 모아졌다.특히 중·노년층 관객에게 대중적 호소력을 가진 영화다.
  • [세계의 자녀교육] 캐나다 코모 부부

    드니 코모 주한 캐나다 대사 부부는 봄처럼 다사로운 겨울 햇살이 내리쬐는 서울 성북동 대사관저에서 기자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키가 훤칠한 코모(51) 대사와 초록빛 눈동자가 매혹적인 부인 조셀린 코모(47)여사는 인터뷰 내내 서로 어깨에 손을 얹고 옷매무새를 살펴주는 등 금슬을자랑했다. 대사 부부는 두 아들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대학생인큰 아들 맥심(21)은 캐나다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어요.둘째 스테판(11)은 서울 프랑스 외국인학교 6학년인데 오늘 유도를 배우는 날이라 좀 늦게 돌아올겁니다.” 대학 졸업 직후인 20대 초반에 결혼해 올해 결혼 27년째인 조셀린 여사는 ‘아이를 잘 키우고 남편 내조를 잘 하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현모양처형의 주부다. 캐나다 대사관에 전화를 걸면 영어,프랑스어,한국어로 연이어 안내한다.캐나다는 영어,프랑스어를 모두 공용어로쓰기 때문이다. “우리 두 사람 모두 프랑스어를 주로 사용하는 퀘벡주출신이죠.아이들에게 무엇을 주 언어로 가르칠까 고민하다가 결국 프랑스어로 결정했습니다.” 이들은 싱가포르,일본,자카르타 등 근무지를 8번이나 옮겨다니면서도 자녀들을 반드시 프랑스 학교에 보내는 등언어의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 애썼다. 캐나다에서는 이민자들을 위한 언어교습법이 일찍부터 발달했다.조기 영어 교육에 열심인 한국 부모에게 들려줄 조언을 구하자 코모 대사는 “강의실에서 잘 가르치는 것도중요하지만 교실 밖에서도 영어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많이 마련해 줘야한다.”면서 “퀘벡주에서는 프랑스어를모국어처럼 쓰면서도 집 밖에 나가면 영어로 ‘둘러 싸여’ 있어 두 언어를 쉽게 익힌다.”고 말했다. 대사 부부는 ‘조화된 교육’을 중시한다.학과 공부 뿐아니라 음악,스포츠를 통해 인성을 고르게 발달시킬 기회를 자녀들에게 주려고 신경을 썼다.둘째 스테판은 월요일,토요일에는 플루트를 연습하고,수요일에는 한국어를 배우며,금요일에는 유도를 익히고 있다. 이들은 “한국 학생들이 수학,물리 등 국제 경시대회에서 최고 점수를 받는 것을 볼 때 한국 교육의 질이 결코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 다만 ‘포커스’는 분명 다른 것 같다고 조심스레 덧붙였다.즉,캐나다에서는 읽기,쓰기,수학 등 교과 수업 이외에 인성,지도력,독립성,협동심을 키우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 캐나다 역시 맥길대 의과대학,퀸스대 정치학과 등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르지만 고등학교 내신성적만좋아서는 입학할 수 없다.봉사활동에 열성적이고 다채로운 특기를 가진 ‘팔방미인’형을 뽑기 때문이다. 최근 캐나다가 ‘교육 천국’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캐나다로 떠나는 한국인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코모 대사는 “엄청난 학비가 드는 미국에 비해 캐나다에서는 양질의 교육을 싸게 받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캐나다에서는 등록금이 2500∼4000달러 정도여서 돈이 없어 대학에 못갔다는 말은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장남과는 1주일에 두번씩 통화를 하고 매일 이메일로 안부를 묻는다.둘째 스테판은 지금도 책을 읽어달라고 엄마를 조른다.“물론 아들 혼자 책을 읽을 수도 있지만 옆에앉아 마주보기도 하고 쓰다듬기도 하면서 정서적으로 교류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셀린 여사는 말했다. 이 부부의 자녀교육 비결 1번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다.“아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끊임없이 주는게 중요합니다.부모님과 가정이란 울타리안에서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 아이는 제대로 인생의 길을 걸을 수 있어요.” 부부는 “아이들이 성장해서 자기가 선택한 삶을 재미있고 행복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의 임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허윤주기자 rara@ ■캐나다 교육제도. 캐나다 정부는 교육 분야에 GNP의 약 8%를 투자하고 있다.1인 교육비는 OECD국가들 중 최고 수준. 16세까지 의무교육이며 퀘벡주(11학년제)를 제외한 모든주에서 초등 8년,중등 4년의 총 12학년제이다. 캐나다에는 연방정부 차원의 교육제도가 없다.주별로 유사한 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지역적·역사적·문화적 특성을 살리는 선에서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헌법에도 교육은 각 주에서 책임 지도록 명시돼 있다.각주의 교육부(장관은 선출직)에서 커리큘럼을 만들고 교육기관에 대한인허가를 관장한다. 연방정부는 간접적인 역할을 하면서 대학 재정지원,성인들을 위한 직업훈련,국가공용어인 영어와 프랑스어 교육에 치중하고 있다. 대학 입학은 고교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매긴 성적을 그대로 반영한다.그러나 어떤 주에서는 대학 진학을 위해 교육부에서 시행하는 졸업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이중언어 국가인 캐나다에서는 90여개의 종합대학 가운데 60여곳은 영어,20여곳은 프랑스어,6곳은 영어와 프랑스어로 강의한다. 캐나다 영어는 언어학자들이 가장 표준적인 영어라고 평가할 정도로 사투리가 없는 게 특징이다. 캐나다 유학은 미국은 물론 다른 영어권 국가중 학비가가장 저렴한 편.생활비도 싸다.때문에 캐나다 유학생은 98년 3918명,99년 7124명,2000년 1만1464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현재 총 4만5000여명에 이르는 국내 학생들이 캐나다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캐나다는 해외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유학생들에게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이라는 영어연수과정과 홈스테이(homestay)를 제공한다.유학생에게 적용되는 학교 정책과 학비는 교육위원회마다 차이가 있다.
  • 목사가 농부된 까닭

    ■귀농 허병섭씨 부부의 ‘넘치는 생명세상 이야기’. 또 한 해가 시작됐다.고만고만한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될 것이고,그런 가운데 희로애락이 엇갈릴 것이다. 어쩌면 더 가파르게,정신없이 굴러갈지도 모른다.하루 계획을 아침에 세우듯 일년 계획을 짜느라 분주한 때 ‘삶의 숨고르기’를 권하는 책이 나왔다. ‘넘치는 생명세상 이야기’(함께읽는책)는 지난 96년 전북 무주군 안성면 진도리에 귀농한 허병섭(전 빈민선교운동 목사·61)·이정진(55) 부부의 생태농업 체험기를 담았다. 지은이가 말하는 ‘귀농’은 도시생활에 찌든 이들에게그저 물,흙,바람,산과 들이 있는 자연을 연상시키는 ‘낭만적 목가(牧歌)’에 머물지 않는다.그는 “도시의 생산과 소비,권력과 힘,쾌락과 즐김,상업과 상품,자본의 축적과이윤 창출,경쟁과 투쟁,이기주의와 개인주의 따위와 관련된 도시적 가치관을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노동에 대한 가치관을 다시 세우고 노동을 즐겨야 가능하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허병섭씨는 흙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기까지 다양한 삶의 현장을 찾아다녔다.목사로서 빈민선교활동에 뛰어들었고 교회를 세워 지역운동을 펼치는 등 70-80년대를 민주화·인권운동으로 도시 빈민과 함께 보냈다.그러나 어느 날문제의 본질이 ‘도시’에 있음을 깨닫고 ‘자연’에 몸을 던졌다.성직도 반납했다. 책은 크게 남편 허병섭씨와 부인 이정진씨의 글로 나눠져 있다.이들이 귀농을 결정하고 마땅한 곳을 찾아다닐 때“뭐 하러 시골까지 내려오려 하느냐?”는 이장님의 우려도 들었다.또 “혹시 마약을 재배하려는 것은 아니겠지요?”라는 ‘의심’도 받았다.하지만 이들은 강한 의지와 성실함으로 ‘땅의 사람들’과 하나가 되었다.책을 열어가면 그 과정에서 부닥친 어려움과 진솔한 내용들을 만날 수있다.특히 화학비료 대신에 유기농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몸소 옮기는 과정은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세태에 대한경고로 들린다. 일단 땅과 하나가 되자 지은이의 관심은 공동체조직과 지역주민의 문화·교육으로 넓혀진다.이 꿈은 ‘푸른꿈 고등학교’라는 대안학교 세우기로 이어졌다. 부인이정진씨의 이야기는 더욱 실감난다.그는 남편과는달리 궂은 일도 해보지 않았고 시골서 살아본 적이 없는‘진짜 서울내기’다.처음엔 지렁이나 뱀을 보고 놀라 몸서리도 쳤지만 이런 소동은 오래가지 않았다.전교조와 참교육시민모임 등에서 일한 적이 있는 그다.남편의 제의에선뜻 뜻을 함께 한 이씨의 ‘작은 철학’은 곧 초보 농사꾼을 땅의 사람으로 만든다.요즘은 누가 “시골,살만하세요?”라고 물으면 “그러문요,너무 좋아요”라는 대답이총알처럼 튀어나온다고 밝힐 정도다. 책 곳곳에 드러나는,이웃 아낙들과 나누는 넉넉한 대화풍경은 씹을수록 구수한 나물 맛이다.여기에 ‘섬세한 묘사’라는 고추장이 버무려져,책을 놓을 겨를 없이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에 빠지다 보면 입가에 여유있는작은 미소를 머금게 된다.8,500원. 이종수기자 vielee@
  • [공무원 Life & Culture] 소망공무원 부부의 삶

    ****“불길 잡으며 ‘불꽃사랑' 나눠요”. “주어진 일을 그저 열심히 한 것 뿐인데….”“마땅히해야 하는 일이었는데요,뭐.”“모두 사명감으로 한 것이죠.” 한 해를 마무리할 때면 각종 시상식에 수상소감으로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좋은 의미지만 자꾸 들으면 싫증나기도 한다.하지만 같은말이라도 왠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진실됨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위험한 불구덩이도 마다하지 않는 소방공무원 부부.이들의 애환은 상투적인 얘기와는 달랐다. ◆같은 직업이라 좋지만 가끔은…= “새벽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현장으로 가야 하는 일이 다반사예요.특히 요즘은 날이 건조해서 화재도 많고….만약 남편이 저와 다른 직업을 가졌다면 이해하지 못했겠죠.아내가 새벽 2∼3시에호출받고 일어나 화재 현장에 가는 걸 ‘그러려니’하는남편은 많지 않을 거라고요.” 부산 북부소방서 삼락소방파출소에서 구급간호사로 근무하는 이명숙씨(32)는 그래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한편으로는 남편에게 고맙다.남편 김용원씨(32·소방사·북부서 구포소방파출소)와 결혼 생활 3년째.남편도 24시간 근무로 힘들지만 밤새 일한뒤 힘겨워하는 아내를 위해 집안일을 잘 거들어 준다고 귀띔한다. 소방공무원 생활 23년째인 고참 원미숙씨(42·소방위·원주소방서 소방행정과)도 같은 느낌이다.지난 98년 여성 최초로 소방파출소장으로 부임하고 현장 근무를 시작하면서‘예상 못한 출동’이 잦았다.일도 중요했지만 아내로서엄마로서 미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나 여윤길씨(48·소방위·강원소방본부 방호구조과)는 이런 아내가 자랑스럽다.오히려 “아내의 제복 입은 모습이 너무 멋있다”면서 “우리가 다른 일을 하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아내를 격려한다. ◆아이와 늘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 많은 맞벌이 부부가그렇듯 아이를 시댁이나 친정에 맡긴다.아예 아이와 따로떨어져 살거나 이틀에 한번꼴로 본다. 대부분 24시간 근무거나 한번 비상이 걸리면 부부가 함께현장이나 사무실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아이와 같이 살기힘들다. 명숙씨는 큰딸 다영이(4)와 7개월 된 아들 주형이를 고모에게 맡겼다. 육아휴직을 낼까 했지만 구급간호사 2명이 2교대 근무를하고 있어 업무 공백이 걱정돼 아예 휴직을 포기했다. 김영숙씨(26·포천소방서·기능직)와 이만우씨(31·소방교·포천소방서) 부부도 4살 된 딸 다인이를 올케에게 맡겼다. 아무리 조카라도 맡아 키우기 힘들텐데 올케는 불평 한번없다.큰오빠 김경선씨(41·소방위·중앙119구조대)나 둘째오빠(퇴직)가 모두 소방공무원인 영숙씨 집안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딸 경희(20)와 고3 아들 태웅(18)을 둔 미숙씨는“비록 가까이서 잘 돌봐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맘이었다”면서 “모두 잘 자라줘 너무 고마울 뿐”이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불타는 사명감으로= 주위 사람들은 부부가 모두 소방공무원이라는 말을 들으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특히 지난 서울 홍제동 화재사고 이후에는 더욱 그렇다.화재 현장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 새벽 긴급호출에 벌떡 일어나야 하더라도,어린 아이들과 늘 함께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이들에게 소방공무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은 역시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킨다는 사명감이다. “우리는 이색적인 직업을 가진 부부가 아니다.단지 내일에 최선을 다하는 소방공무원일 뿐이다.”최여경기자 kid@
  • 장수부부상 이훈요·김봉금 부부

    충북 청원군 강내면 탑연리 이훈요(李勳堯·91)할아버지,김봉금(金奉金·95)할머니 부부가 25일 결혼 82주년을 맞아 ‘부부의 날 위원회’(공동대표 權永詳 변호사)로부터 ‘특별 장수부부상’을 받았다. 이날 직계 자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천군 문백면 도화리 장남 석규(錫圭·75)씨 집에서 열린 축하연에서 이옹은 할머니에게 빨간장미 100송이를,할머니는 남편에게 분홍장미 82송이를 각각 선물했다. 이들이 실제 결혼한 것은 이옹이 9살,김 할머니가 13세이던 1919년.그러나 일제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혼인신고가안돼 27년에야 법적으로 부부가 됐다. 이 부부는 슬하에 5남3녀를 두었고 손자,증손자에 고손자4명까지 모두 105명의 직계 자손을 두고 있다. 청주 김동진기자 kdj@
  • 집안일 나눠하면 ‘즐거운 추석’

    “동생들이 줄줄이 처가로 가고 나면,홀로된 장모님을 뵈러 처가에 가야겠다고 부모님께 말할 수가 없어요.형 입장에서 먼저 처가에 가겠다고 말할 수도 없고,아내는 우유부단하다고 원망하고….명절이 오면 머리가 아플 정도입니다. ”(고민하는 장남)“명절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쓸쓸해집니다.친정에서 오라고 하지만 자격지심 탓인지 불편하고 ‘혼자서 어떻게 사니?’하는 측은한 눈길도 싫어요.”(남편을 사별한지 7년된 여성) 온식구가 햇과일과 햇곡식으로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누고,조상에게 감사를 드리는 추석 명절.하지만 즐겁다는 사람못지 않게 고통스럽다는 사람도 많다. ■‘웃는 명절’만들기 가이드. 주부들에게 명절이란 허리 한번 제대로 못펴고 손에 물 마를 틈이 없는 ‘노동절’이라는 것은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노처녀들도 가사노동의 부담은 없지만 괴롭기는 마찬가지다.“언제 결혼하느냐?”는 등의 얘기를 듣다보면,속이 거북해진다. 아이들 역시 온종일 집에서 사촌들과 컴퓨터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남편들도 마냥 편하지는않다.일하는아내의 눈치를 살피지않을 수 없다.또 “친정에도 한번 가자”는 요구를 모른 척 하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왜 명절이 기쁜 날이 아니라 ‘고통절’이 됐을까. 3년째평등명절 운동을 벌이는 한국여성민우회 전이미경씨는 “성차별적이고 폐쇄적인 명절은 오히려 많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한다.남녀 구분없이 함께 일하고 마음을 나누는 자세가아쉽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곳곳에서 ‘웃는 명절’을만들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며느리들끼리의 단결.결혼 3년차 주부 유순정씨는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큰형님은 일도 많고,친정이 가까워도 잘 가지 못하더라구요.그래서 손아래 며느리들이 나서서 먼저 친정에 가도록 했지요”라면서 “이제는 며느리들끼리 의논해서 한사람씩 돌아가며 친정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이와 관련,여성민우회는 사이트(http://smile.womenlink.or.kr)를 개설하고 명절 화병(火病)클리닉,명절 즐겁게 보내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부부의 가사분담도 늘고 있다.김정미씨(37·서울 문정동)는 “2년전부터 식구들이 모여 함께 송편을 빚어요.크기도들쭉날쭉하고 모양도 엉망이지만 훨씬 즐겁습니다”라고 자랑했다.“집안 남자들이 요즘은 가만히 놀면 더 불안해 하는 것 같다”면서 “큰 아주버님은 병풍과 제기를 꺼내 닦고,도련님은 집안 청소를 한다”고 말했다. 홀로된 부모나 시부모의 경우,함께 어울려 ‘동병상련’을나누기도 한다. 7년전 남편과 사별한 김모씨(59)는 “지난해 처지가 비슷한 친구와 음식도 해먹고 노래방에도 갔다”면서 “올해는 남은 음식을 싸들고 무의탁 노인이나 시설아동을 찾을 생각”이라고 귀띔했다.이들을 위해서는 인터넷사이트 www.happydate.org가 활동중이다. 독신녀 최동은씨(34·회사원)는 “결혼안한 사람들끼리 명절 여행단을 짰다.그동안 친척들 등쌀에 골치가 아팠는데이제는 연휴가 기다려진다”라고 전했다. 여성학자 오한숙희씨는 “과중한 노동부담과 남성중심적관습을 개선하면 모두가 즐거운 명절을 맞을 수 있다”면서“축제형식의 이벤트가 다양하게 개발돼 즐겁게 놀고,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적 명절을 만들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허윤주기자 rara@
  • [CULTURE & JOB] 개 전용카페 ‘바우하우스’낸 정진우씨

    “인간의 영원한 친구인 개들에게 작은 공간이나마 나눠주고 싶었습니다.” 정진우씨(36)는 개를 ‘미치도록’ 사랑한 나머지 미술학원장을 과감히 단념하고 개를 위한 카페를 만들었다. 서울 홍익대 근처에 40평 크기로 차린 카페의 이름은 ‘바우 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노란 색의 널찍한 바닥위에서 ‘코커스 파니엘’‘콜리’‘슈나우저’‘아이리쉬 세터’등 유명한애완견 10여마리가 뛰놀고 있다.잡종도 2,3마리 섞여있다.개들은 손님이 오면 왁자지껄 출입구 쪽에 모인다.새로운 사람이 신기하기 때문이다.잘 모르고 들어온 손님은 깜짝 놀라지만 개들의 열렬한 환호에 이내 즐거워진다. 정씨가 이곳에서 키우는 개들 가운데 대장은 ‘하트’.유럽 목양개의 일종인 콜리종이다.양을 질서정연하게 몰던 옛 솜씨가 남아있는 지 카페의 개들이 소란을 떨면 ‘하트’는 규칙을 지키라는 듯 이리저리 참견하며 개들 사이를 누빈다. 소문을 듣고 애견과 함께 카페를 찾은 김유진씨(21·여)는“개와 함께 산책을 하다가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 기쁘다”면서 “개도 카페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을 즐거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연히 카페를 찾은 허민구씨(28)는 “개전용 카페인 줄 모르고 왔지만 개들의 재롱에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면서 “다른 친구들하고도 종종 오겠다”고 즐거워했다. 정씨는 “개를 데리고 다니면 갈곳이 마땅하지가 않아요.공원에도 못가고 영화관이나 커피숍은 상상할 수도 없지요.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개에게 작은 보답을 해주고 싶어서 이런 카페를 차리게 되었습니다”고 카페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카페에는 개와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는 넓은 의자가 탁자들이 놓여져 있다.메뉴에는 개를 위한 음식들의 목록이 예쁜 글씨로 적혀 있다.주인들을 위한 식사와 음료도 준비돼 있다.한 끼당 가격은 개나 사람이나 비슷하다.각각 4,500∼6,000원 쯤 한다. 아직 한달밖에 안 됐지만 제법 입소문이 났다.손님이 많이몰리는 날은 주말.이 때는 모처럼 개를 데리고 홍대 인근으로 산책 나온 애견가들이 많아 카페는 북적북적한다.애견 동호회의 모임 장소로 쓰이기도한다. 그러나 아직 카페 수입은 적자이다.평일에 찾는 사람이 적은 데다 자신이 키우는 개 10여 마리를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이들을 잘 보살피려고 시간당 2,000원씩 주는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했다.사료비와 병원비도 만만치가 않다.순종일수록 유전병이 많고 몸이 약한 편이다. 정씨는 “우리나라 애견문화는 좀 답답해요.혈통을 보전한답시고 근친 교배를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개도 사람처럼 근친교배를 할 경우 유전병도 생기고 머리도 둔해져요.외국은형제끼리는 40㎞이상 떨어뜨려 분양합니다”라고 말한다.근친교배한 순종보다는 잡종이 훨씬 똑똑하고 건강하다는 말이다. “개와 산책할 때는 비닐봉투와 휴지를 꼭 준비해야 합니다.개의 배설물을 방치하는 것은 큰 실례잖아요.” 그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동네 아이들보다는 개하고 어울릴 만큼 개를 좋아해 지금까지 결혼도 하지 못한다고 주위에서 놀린다”면서 “그래도 돈을 많이 벌면 커다란정원이 있는 교외로 카페를 옮겨 개들에게 더 좋은 공간을마련해주고싶다”고 소망을 밝혔다.(02)334-5152이송하기자 songha@. *날로 확산되는 애견 문화. 개에 대한 사랑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애완견미용실,애완견병원 등은 모두가 다 아는 익숙한 것들.요즘에는 애완견 콘테스트도 열리고 애견을 주제로 한 소설들도 인터넷상에서 활발히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대 임현진 교수(사회학)는 “인터넷 등으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들은 대인관계를 갖는 방법을 모른다”면서 “따라서 손 쉽게 키울 수 있는 개에게 모든 돈과 사랑을다 쏟게 된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산업화로 인한 핵가족화,맞벌이 부부의 증가,아이를 적게 낳는 풍조에 의해 인간은 정에 굶주리게 되었고 결국 개라는 애정의 대체물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회 현상을 반영하듯 개를 위한 문화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개전용 카페는 근래에 서울과 일산 등에 4개정도 들어섰다. 딱딱한 분위기의 개 훈련소는 이제 ‘애견학교’로 불린다. 개가 주체가 되어 교육을 받는 입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애견들이 해마다 모여아름다움을 뽐내는 콘테스트가 열린다.여행중에는 개전용 호텔에서 잠을 잔다.개전용 영화관과 공원도 있다. 영화와 만화에서도 개는 자주 등장한다.개를 소재로 한 ‘벤지’와 ‘베토밴’등의 영화는 이미 고전이다.우리나라에서도 얼마전에 ‘플란다스의 개’라는 애견를 소재로 한 영화가 등장했다.일본에서는 개의 습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만화도 있다. 인터넷 상에서 애견가들의 개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한국에만 인터넷 상 애견동호회가 227개나 된다. 개의 종류별로 세분화돼 있다.애견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동호인끼리 주고 받는다.동호회에서는 최근 애견을 소재로소설쓰기가 유행하고 있다. 애견의 생생한 모습과 애견정보를 제공하는 개전용 인터넷방송국도 있다.개의 일상 생활,생일파티,탄생모습 등을 그대로 중계하는 인터넷 방송은 애견가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개생활 용품만 취급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다양하다.쇼핑몰에는 사료와 과자뿐만 아니라 전용 빗과 악세사리,옷,애견백과사전 등이 구비되어 있다. 이송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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