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 러퍼블릭’지 스틸 논설위원 칼럼 요지(해외논단)
◎‘대중 경계론’을 경계하자
중국의 패권주의를 경계해야 된다는 소리가 미국내에서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정치주간지 ‘뉴 리퍼블릭’의 로널드 스틸 논설위원은 최근호를 통해 이같은 중국경계론은 미국의 패권주의,자국 이기주의의 산물이라고 통렬히 반박했다.미국 언론계의 대중국 및 아시아관의 일면을 읽을수 있는 그의 풍자적인 컬럼 ‘다시 동쪽으로 방향 바꾸기‘를 소개한다.
냉전때 미국 대통령이 소련을 두고 말했던 ‘악의 제국’은 그러나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그것은 단지 동쪽으로 이동해 다른 색깔을 띄었을 따름이다.미국의 이 새로운 악한은 말할것 없이 중국이며,새로운 위험은 오래된 것으로 즉 황화다.한다하는 미국 신문잡지들은 이런 식으로 북경 관리들의 교활한 책동을 독자들에게 숨가쁘게 경계시키기 바쁘며 곧 임전태세령을 발하기라도 할 태세이다.소련 제국의 멸망을 환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할 일이 없어져 곤란해진 미국의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일본을 미국의 다음 최대 위험으로 지목했었다.당시 막강한 엔화와 미국 부동산을 깎지 않고 덤썩덤썩 사들여가는 일본인의 구매 바람은 미대륙을 일본에게 매입당한다는 상상에 기름을 끼얹었다.지금은 어떤가.
○‘중국=대적’ 책 불티
일본과의 전쟁은 피할수 없다고 요란을 피우던 책들은 파쇄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 대신,작자는 다르지만 메시지는 비슷한 채 중국을 대적으로 지목하는 책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일본은 끝없이 더 부유해졌지만 중국인은 더 끝없이 많기도 해 인해에 의한 침몰의 공포를 일으킨다.미국은 분명 킹은 킹인데 왕관이 불안하게 얹혀져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나 할까.미국내에서 평소 같으면 상종도 하지 않을 냉전때의 진보파,기독교 원리주의자,인권 절대주의자,전통적 반공주의자 등이 동쪽으로부터의 ‘새’ 위협에 대해 미국을 분기시키기 위해 어색한 연합전선을 구축한 양상이다.
미 공화당은 중국정부가 불법적으로 민주당에 돈을 흘려보내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고 주장한다.“공산정권의 불법 현찰에 백악관이 매수됐다”는 문안과 함께 공화당은 자당 정치자금 모집서한을 보냈다.그러자 외국인들이 미국 정치인들을 로비하려 한다는 것에 화가 난 열성당원들로부터 수만장의 수표가 쏟아졌다.그러나 중국이든 그 이전의 일본,대만이든 간에 외국정부가 미국 선거를 돈으로 사려고 했다는 혐의는 한번도 입증된 적이 없다.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설사 어느 정부가 이를 꾀했다 하더라도 이는 다름아닌 미국이 닦아놓은 길을 뒤따랐다고 말할수 있다.지난 50년동안 미국정부는 대개 CIA를 통해,여러 외국 정부를 세우고 전복시키고 와해시켜 왔었다.비밀리에 외국정당에 자금을 대줬고,쿠데타를 부추겼으며,정치가들을 매수했고,수십억달러를 들여 여론을 형성시켜 왔다.더 나아가 카스트로의 예에서 보듯 외국 정치가의 살인을 기도했었다.이런 기록들을 굽어 살펴서 제발 외국정부가 돈으로 우리 미국정치를 매수하려고 했다며 공포와 충격에 빠진 ‘척’하는 짓거리는 그만두자.
○CIA 대외공작은 뭔가
대체 중국이 무엇을 했길래 중국경계론자들의 목소리는 그리도 불길한가.‘중국과의 분쟁이 다가온다’의 저자들은 “중국은 이 지역의어느 국가도 중국의 이해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행동해선 안된다는 주의다”고 말한다.미국이 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고집하고 있는 정책이 바로 이것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거의 비슷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중국의 이것은 그렇게까지 놀라운 야망은 아니다.그러나 미국이 무한정하게 동아시아에서 우세한 힘을 유지하는 것이 당연지사라고 여기는 인사들에겐 이것은 문제로 보일 것이다.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기색 하나하나가 미국의 현 패권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된다.장기적으로 보면 중국도 일본도,미국이 이 지역에서 우세한 힘을 지닐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용납하지 않게 될 것이다.미국의 한 전문가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갈수록 동아시아에서 안정을 해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논평했다.
○문제는 미의 패권주의
결국 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은 아시아인들 끼리 구해질 것이다.미국은 태평양의 한 세력이지 아시아 본토의 세력은 아니다.미국이 아시아의 패자가 될 권리가 있다고 미국이 주장하는 것은 일본이나 중국이아메리카의 패자가 될 권리를 요구하는 것 만큼이나 부자연스럽다.‘남아있는 유일한 슈퍼파워’라는 위치가,여타 모든 나라들의 이해는 어떠어떠해야 된다고 결정할 권리를 주었다는 생각을 우리 미국은 버려야 한다.세계는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으며,우리 미국이 이 점을 깨닫기를 거부하면 우리는 큰 일을 당하고 말 것이다.〈정리=김재영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