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녀 칼럼] 李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듣고 싶은 말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기자회견을 연다. 취임 후 일곱 번째다.
이 대통령은 2025년 7월 3일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를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올해 1월 21일 신년 기자회견, 지난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등을 가졌다. 짧게는 두 달, 길게는 넉 달 간격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해 온 셈이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생중계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수시로 밝힐 만큼 투명한 국정 운영과 대국민 소통에 힘을 기울여 왔다. 석 달 만에 열리는 이번 기자회견 역시 그간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소통 행보의 연장선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이 지닌 엄중함은 앞선 회견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전의 기자회견은 우호적인 민심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청사진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각 기자회견 직전의 국정 지지율은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58~64%였다. 국민의 폭넓은 지지 속에 이 대통령은 ‘내란으로부터의 회복과 정상화’, ‘국가성장전략 대전환’, K 이니셔티브를 통한 ‘대체불가 대한민국’ 등 국가적 의제를 자신 있게 제시했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되는 ‘대통령의 시간’이었다.
이제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민심이 싸늘하게 식었다. 지난 11일 한국갤럽 발표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8%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흘 뒤 리얼미터 조사에선 국정 지지율이 33.8%까지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 불안, 인사 실패, 연임 개헌과 공소 취소 논란 등 정부 정책과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차곡차곡 쌓여 불신의 골이 깊어진 결과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과 맞물려 여권 내 갈등과 분열도 극심해지면서 국민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 기자회견은 달라야 한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보다 현시점에서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말,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답을 분명하고 설득력 있게 들려주는 자리가 돼야 한다. 그래야만 위기에 놓인 국정 운영의 동력을 되살릴 수 있다.
첫째, 연임 개헌과 공소 취소 논란에 대해 대통령이 확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프랑스 파리 재외동포 오찬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연임 개헌 공방이 벌어진 뒤 처음으로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이었지만 국민의힘은 “말 돌리기”, “동문서답”이라고 비판했다.
“연임 안 하겠다”는 한마디면 불필요한 오해의 불씨가 사라질 텐데 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는 화법으로 논란을 방치하는지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있다. 이런 여론을 정확히 인식해 다시는 정쟁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연임 불출마’의 쐐기를 박아야 한다. 공소 취소 논란에 대해서도 정치적 의혹과 국민적 불신이 더이상 커지지 않도록 분명한 입장과 원칙을 밝힐 필요가 있다.
둘째, 내각 인사 실패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을 막을 검증 시스템의 개선을 약속해야 한다. 지명 2주 만에 자진사퇴한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더불어민주당이 필사적으로 엄호하고 있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쏟아진 각종 의혹과 논란은 청와대 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근본적인 의구심을 갖게 했다. “부정하고 무능해도 가깝다는 이유로 기용하자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한 이 대통령의 최근 소셜미디어 글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더 의아하다. ‘비선’ 의혹까지 나오는 만큼 대통령이 국민에게 충실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
셋째, 부동산 정책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처럼 국민의 일상과 국가 안보에 직결된 복잡하고 민감한 국내외 현안은 국민의 공감과 이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특히 현실과 동떨어진 대출·세제 규제로 시장 혼란만 더 키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최근 여론 악화의 본질은 신뢰 기반이 무너진 것이 핵심”이라며 “떠나간 지지층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건 대통령의 진심 이외에는 없다”고 썼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의 진심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이순녀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