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뭉칫돈,투기자금으로“준동”(물가비상/왜곡된 돈의 흐름:2)
◎총통화증가율 계속 억제선 넘어서/경기진작용 각종무금,실물부문으로만 몰려/통화팽창에 고물가 맞물려 악성인플레 조짐/제2금융권 유동성자금통제시급… 통화관리정책 바꿔야
돈이 문제다.
최근 물가급등의 주범이 과잉통화에 있다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동안 선거다,경기활성화다 해서 방만하게 풀려나간 돈들이 생산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투기풍조와 과소비성향을 타고 물가불안을 부추겨 왔기때문이다.
돈이 많이 풀렸더라도 생산부문으로 흘러들어 산업자금화 된다면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풀려나간 돈들이 생산쪽으로 흐르지 않고 인플레 기대심리로 부동산등 실물부문으로 대거 몰려다니고 투기기회를 노리면서 금융권에 대기성자금으로 포진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속성상 이익이 높은 곳을 찾아다니는게 돈이다. 때문에 고수익이 기대되는 제2금융권의 금융상품이나 부동산등 실물부문에 자금이 집중되는 것은 일면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과소비도 부채질
문제는 고수익을 쫓아 다니는 돈들이 부동자금화해서 실물부문에 집중됨으로써 자금흐름의 왜곡을 가져오고 투기등 역작용을 연출,물가불안을 야기시키는데 있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만연된 상태에서는 아무리 통화공급을 늘려도 경기진작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물가만 부채질 하게 된다.
물론 통화공급이 막바로 물가상승에 연결되지 않고 상당한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같은 논리로 최근의 통화증가가 곧 물가상승의 주원인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올들어 가시화되고 있는 물가급등은 그간의 통화증가에 따라 누적돼온 잠재수요가 정부의 가격통제정책등 억제요인에 눌려 있다가 한꺼번에 폭발하고 있다는 견해가 더 설득력을 갖는다.
한은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경험적으로 통화증가가 있고나면 인위적인 통제요인이 없는한 물가가 반드시 오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연평균 16.2%에 달했던 75∼78년에 앞서 73∼74년에 통화증가율이 무려 32%나 됐었고 75∼78년에도 통화증가율이 연 33%를 기록,이듬해인 79∼81년 물가가 22.8%라는 고물가를 보였었다.
80년대 들어 한자리에 머물렀던 물가는 86년이후 연3년간의 고도성장과 해외부문의 통화증발등으로 수요압력이 조성되고 임금과 임대료 상승 등으로 불안해지기 시작했으며 특히 지난해 하반기이후 연초까지 집중적으로 풀려나간 돈들이 최근 물가상승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의 통화공급추이를 보더라도 통화가 적정수준이상 풀렸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총통화증가율이 전년동기대비 18.4% 증가한데 이어 1월 22.5%,2월 24.3%,3월 23.7%가 증가,큰폭의 통화증가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평균잔액기준으로 총통화는 59조3백81억원으로 1년새 무려 11조3천2백34억원이 늘어났다.
연12%이상의 고도성장을 보였던 지난 86∼88년중에도 연간 총통화공급규모가 전년대비 16.8∼18.8%에 그쳤으나 성장률이 6.7%를 보인 지난해에도 18.4%나 총통화가 늘어난 것이다.
○1년새 11조 풀려
또 올 경제성장률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연초 들어서부터 총통화 증가율이 22%를 웃돌아 통화과잉상태가 지속되고있다.
이렇게 풀려나간 돈들이 은행이나 증권시장등 제도금융권에 머물러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러나 지난해 집중공급된 통화는 금융권에 정착되지 못한채 실물자산쪽으로 빠르게 옮겨다니며 물가를 부추겨 왔다.
넘치는 자금을 효과적으로 흡수,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할 통화당국의 통화정책도 빠르게 몰려다니는 부동자금을 흡수하는데는 구조적으로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난해 정부가 증권시장을 살리기 위해 5개시중은행을 통해 공급한 2조7천억원의 돈이 곧바로 대기성자금으로 빠져나간 것이 좋은 본보기이다.
경기침체와 금융실명제 우려로 매도기회만 엿보고 있던 대기업 주주와 큰손들이 증시자금지원을 기회로 주식을 모두 처분해 버리고 증시를 떠났던 것이다. 그러나 증시를 떠난 이들 자금은 통화관리 영역이 아닌 부동산 제2금융권등 사각지대로 몰려 통화정책의 걸림돌로 작용,결과적으로 증시도 못살리고 통화관리도 어렵게 만드는 악수가 되고 말았다.
금융관계자들은 이들 부동성자금도 제도금융권에 계속 남아 있는 한 산업자금으로활용된다고 밝히고 문제는 단기 고수익성상품과 실물부문을 빠르게 옮겨다니는데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달말 현재 금융권의 수신추이를 보면 정기예금이나 요구불예금이 감소한 반면 단기 수신상품인 자유저축예금 신탁,CMA(어음관리구좌)등은 크게 늘어났다.
이기간중 기업금전신탁이 5천9백32억원,CMA 9천2백42억원,저축예금 4천7백29억원이나 증가한 반면 정기예금은 6천5백억원,증권사 고객예탁금은 4천4백14억원이 각각 감소했다.
이달들어서도 농사자금,신도시보상자금과 각종 정책금융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통화공급도 늘어 당초 통화당국이 설정한 총통화증가율 22%를 지키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통화당국은 지난연말 증시 부양자금공급등으로 통화수준이 급격히 높아지자 연초부터 통화고삐를 죄어왔다. 올총통화공급증가율을 15∼19%로 잡고 1월부터 강력한 통화환수책을 폈으나 결과는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22%가 넘는 통화증가가 지속됐다.
○계절적 수요 겹쳐
올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적정수준이상의 통화증가목표인데다 실적치마저 목표억제선을 넘어선 것이다.
1·4분기 동안에 은행의 기업예·적금을 대출금과 상쇄시키는 예화상계를 강력히 실시하고 통화관리대상이 아닌 신탁계정으로 예금을 옮기는 편법까지 동원했으나 시중통화는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이달 들어서도 시중통화는 농사자금등 계절적 자금수요까지 겹쳐 뭉터기로 풀려나가고 있지만 통화당국이 선택하고 있는 관리수단은 거의 바닥이 난 상태이다.
1년에 이자지급액만도 1조원을 넘어서는 통화안정증권발행도 자체통화증발요인이 내재해 있는데다 최근에는 증권시장의 침체로 투신·증권사의 자금사정이 어려워 발행소화도 만만치 않다.
통화당국자들은 연초만 하더라도 1·4분기 통화고삐를 잡으면 2·4분기 이후부터는 통화관리에 큰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4·4 경제활성화 대책」으로 자금공급이 필연적으로 증가할 예정인데다 자금의 계절적 수요등이 겹쳐 통화는 시중에 지속공급되고 있다. 은행중심의 통화환수도 어려워 과잉통화 상태속에서 물가급등의 우려는 점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발사업 절제를
금융 관계자들은 현재와 같은 계수맞추기식의 통화관리방식을 하루 빨리 벗어나 제2금융권의 상품 등 통화관리영역에서 벗어나 있는 유동성까지 관리할 수 있도록 통화관리정책이 우선 전환돼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1월말 현재 제1·2금융권을 포함한 총유동성은 1백54조7천억원 규모. 그러나 정작 통화관리대상인 총통화 규모는 3분의 1 수준인 59조5천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돌아다니는 돈의 3분의 1만이 통화관리영역에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전체적인 돈 관리가 되기 어렵고 통화관리영역 밖의 돈들이 실물쪽으로 쉽게 빠져 나갈 소지가 그만큼 많은 것이다.
투기심리를 근절시킬 수 있는 강도 높은 정책추진과 함께 통화정책전환등 효율적 통화관리를 통해 인플레 심리를 잠재우고 성장을 이뤄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개발사업·공약사업의 절제있는 추진으로 재정부문의 긴축기조를 유지해 나가야 통화고삐가 더이상 느슨해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