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땅투기 봉쇄”초강경처방/「5ㆍ8부동산대책」배경과 전망
◎투기열풍 재우게 산업ㆍ금융자본 유입 차단/담보활용가치 제한,과다보유 원인제거/비업무용의 한계모호… 일부 반발 우려도
정부가 그동안 「방치」해 오다시피했던 재벌의 부동산투기에 대해 큰 「칼」을 빼들었다. 그러나 이 「칼」이 재벌의 투기행위를 뿌리뽑는 데 얼마만큼 유효적절하게 사용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8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투기 억제대책은 발표내용만을 놓고 볼 때 과거의 부동산 대책과는 전혀 궤를 달리하는 고단위 처방들을 포함하고 있다.
우선 이번 대책은 정부의 여신관리를 받고 있는 49대 재벌그룹과 증권ㆍ보험회사 등 금융기관으로 그 대상을 국한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거대한 자금동원 능력을 갖고 있는 부동산시장의 「큰손」들이다. 이들은 국가경제의 토대를 이루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주체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동안 이들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은 당국의 투기억제 행정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본업인 생산활동보다는 투기를 통해 엄청난 「불로소득」을 챙겨온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한 온갖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때마다 「큰손들은 빠져나가고 송사리만 걸려든다」는 비난과 함께 국민들의 정책에 대한 불신과 대기업등에 대한 위화감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이들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부동산투기에 대한 제재조치를 가시화 하지 않고는 만연된 투기심리를 붙들어 맬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재벌의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해 이번 대책에서 동원되고 있는 정책수단은 「비업무용 부동산 강제 매각」과 「부동산 담보취득의 부분적 제한」으로 간추려 볼 수 있다. 전자는 대기업이 갖고 있는 부동산 보유량을 강제적인 방법으로 줄이는 것이고 후자는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할 필요를 느끼지 않도록 만듦으로써 대기업의 부동산 보유욕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동산 투기억제의 일환으로 정부가 개인이든 기업이든 민간부문에서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해 강제매각 방식을 동원한 것은 그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는 그동안대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신관리 차원에서 비업무용 부동산보유를 금지해왔다.
또 이미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비업무용으로 판정될 경우 6개월이내에 이를 처분토록 하는 강제규정도 두고 있다.
그러나 강제처분권이 행사된 적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제매각 방식에 대해서는 그 합법성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합법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강제매각으로 인한 후유증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소리도 많다.
물론 강제매각은 비업무용으로 판정된 부동산을 소유한 기업이 자체매각을 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토지개발공사나 성업공사에 「위임」하는 요식절차를 밟아서 이루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에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여신을 쥐고 있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처분 위임명령」이 내려지면 해당 기업은 이를 거스를 수 없다.
따라서 강제매각 방식은 대통령의 긴급명령권을 제외하면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비상수단인 셈이다.
정부는 이같은 비상조치에 대해 재계 일부에서 반발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상당수준의 호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눈치이다. 이미 김종인 청와대경제수석을 비롯한 정부관계자들의 잇단 재계인사들과의 접촉을 통해 노태우대통령의 재벌투기 근절에 관한 의지가 매우 강한 톤으로 전달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개인이나 기업은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잡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가운데 기업(계열및 비계열 포함)의 비업무용 부동산,개인의 사치성토지(별장ㆍ골프장ㆍ고급주택ㆍ고급오락장 등)및 토지초과이득세 과세대상인 유휴토지,대출받는 사람과 담보부동산의 소유자가 다른 제3자 명의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담보취득이 금지된다.
이는 부동산의 담보활용 가치를 상당부분 제한하는 것으로서 부동산의 과다보유 동기를 제거함으로써 투기억제에 지속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같은 조치에는 현재의 담보대출 중심에서 점차적으로 신용대출 중심으로 금융관행의 선진화를유도해 나가겠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부동산담보 취득제한조치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업무용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규모는 파악할 수 없지만 제3자 명의인 부동산을 담보롤 한 대출이 금융기관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선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로 미루어 당장에는 상당한 대출압박이 불가피해질 것이며 그 대부분은 담보능력이 빈약한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이번 「4ㆍ8 투기억제 대책」은 산업ㆍ금융자본이 비생산적인 부동산시장으로 빠져나가는 구멍을 틀어 막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자금흐름의 왜곡」 현상은 우리 경제를 위기상황으로 몰아 넣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기업이 생산활동을 통해 땀흘려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부동산투기로 앉아서 손쉽게 떼돈을 벌려고 하는 풍토는 두가지 측면에서 경제의 활력 회복을 더디게 하는 장애요소로 작용했다. 그 하나는 제조업의 공동화현상을 초래함으로써 산업기반을 강화하는 데「기여」하지 못한 점이고 다른 하나는 부동산 투기 열풍을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 재생산하는 데 기여한 점이다.
「5ㆍ8대책」은 이같은 병리현상을 치유함으로써 「기업은 생산활동을 통해 사회복지에 기여해야 한다」는 기업윤리 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급박한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이번 대책이 적용대상으로 49대 재벌기업을 선택한 것도 바로 이같은 「상징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과연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마디로 기업은 생산활동과는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업무용 부동산을 사지도 갖지도 말라는 것이 이번 대책의 골자이지만 어디까지가 「업무용」이고 어디까지가 「비업무용」인지를 구분짓는 한계는 기업당사자가 아닌 한 가려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을 계기로 기업가들의 각성과 자발적인 참여가 요구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억제 특별대책 주요내용
◇대기업 보유부동산 관련
●대책내용
비업무용부동산의 처분
-판정기준 90년 4월 개정된 법인세법 시행규칙적용
-여신관리대상 계열기업군 6월말까지 자체처분계획 제출
-국세청 내무부 은행감독원 실태전면조사
ㆍ5대계열 기업군 5월중 조사
ㆍ44개 계열 기업군 6월중 조사
-해당기업 비업무용 판정시점으로부터 6개월이내 자체매각 또는 성 업공사에 매각위임,토지개발공사에 매수요 청
ㆍ토개공 택지개발 가능토지를 감정가격으로 채권매수
ㆍ기타 토지 건축물 부속토지는 성업공사 경쟁입찰 매각(6개월내 미조치시 신규부동산 취득전면 금지,신규여신 금지)
-해당기업군 기업체및 계열주와의 특수관계인 매수불가
비업무용 판정기준 정비강화
-8월말까지 새로운 판정기준 강화정비(91년1월 시행)
ㆍ생산에 직접 사용되지 않은 부동산 비업무용 판정기준강화(연수 원등)
ㆍ현행 법인세법 지방세법 토초세법상 판정기준 통일
계열기업군의 부동산 신규취득 억제
-91년6월말까지 생산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부동산만 취득 허용(공장부지,창고,연구시설,주택건설용토지 등)
-콘도업,전문휴양업(민속촌 해수욕장온천장 수영장 등),오락업 신규진출금지(골프장,스키장,목장,조림용 임야 등은 90년1월에 신규진출금지조치)
-구체적 판정기준 은행감독원이 제정 주거래은행 부동산취득 승인시 은행감독원과 사전협의(내무부 국세청은 관련자료 협조)
-주거래은행승인 없이 부동산 취득시
ㆍ취득가액상당 대출금에 연체대출금리(19%)적용
ㆍ규정위반정도따라 신규취득 금지 또는 신규대출중단
금융기관의 부동산 담보취득제한
-비업무용 부동산 금융기관 담보취득금지(제2금융권도)
ㆍ담보취득 금지대상 ①계열및 비계열기업포함한 법인및 개인기업 비업무용부동산 ②별장,골프장,고급주택,고급오락장 등 사치성재산 ③ 개인소유토지중 토지초과이득세 과세대상 유휴토지
-제3자 담보취득금지(제2금융권도 준용)
*금융기관 담보취드중인 비업무용및 제3자명의 예외인정
기업부동산 세제혜택 축소
-특별부가세 과세범위 확대
ㆍ조세감면규제법시행령 개정 조세감면범위 대폭축소(예:2년 이상 가동공장등)
-차입금 과다기업 부동산매입시 지급이자 손비부인범위한정
ㆍ상품전시장 판매장등 취득시 지급이자 손비부인
제3자명의 부동산 실태조사 및 처분 촉구
-30대 계열 기업군 제3자명의 부동산 5월중 자진신고
ㆍ국세청 전면 실태조사 병행
-제3자명의 업무용 부동산 3개월내 기업명의 전환
-제3자명의 보유 비업무용 처분 증여세 추징
-임직원 개인목적 취득경우 자금출처 및 탈세여부 집중조사
ㆍ대기업 개발예정지 주변지역 구입사례조사
추진체계의 일관성 확립
-대기업부동산 과다보유 억제대책 계속 보완
-일선집행기관 집행상태 철저 감독
-감사원 및 중앙행정기관 집행기관에 대한 정기감사 실시
□금융기관 관련
증권ㆍ보험사의 과다보유 부동산매각
-89년1월1일이후 취득한 다음 부동산중 투기성향 또는 과다 인정되면 매각
ㆍ점포용 사옥용으로 구입후 미착공상태 부동산
ㆍ연수원 체력단련장등 영업목적이외 부동산
ㆍ상당부분 임대하고 있는 부동산(신축중 건물포함)
-88년말이전 취득한 다음 부동산도 매각
ㆍ취득후 3년 경과되고 2년이내 당초 취득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 는부동산
ㆍ개발제한지역등에 소재,업무용으로 활용될 수 없는 부동산
-구체적 매각대상 증권 보험감독원 조사후 확정
-처분대상 부동산 3개월내 자체매각
-처분기간중 매각되지 않으면 성업공사 매각 위임
ㆍ택지개발 가능 토지는 토개공에 매각 또는 매수의뢰
-처분대상 보유시 성업공사와 별도 협약체결(공개경쟁 입찰)
-해당 계열기업군및 계열주와의 특수관계인 매수불가
금융기관 점포신설 동결
-은행 증권 보험등 금융기관 금년중 점포신설동결
ㆍ신설금융기관경우 별도기준에 의해 최소한 신설허용
-91년부터 금융기관 점포설치에 관한 새로운 기준설정
ㆍ은행 증권 보험감독원등 3개 감독기관 금융기관 점포 협의회 설치 운용
ㆍ적자점포 매각합병및 교환유도
금융기관 부동산 신규취득 억제
-별도기준 정해 필수적 부동산만 취득허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