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부동산 붐과 벤처 붐의 차이
요즘 여러 차례에 걸친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진정되지 않는 강남 아파트 가격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아파트 가격에 경제적 요인으로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거품이 끼었고,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심리상태가 비이성적이며,몇 년전 많은 부작용을 남기고 사그라진 벤처 붐이 일었던 당시와 비슷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외견상 부동산 붐과 벤처 붐은 단기간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가 고개를 들고,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붐에 편승하기 위해 본업을 팽개칠 정도로 지나친 관심을 보인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인다.
이점에서 과거 개발연대의 부동산투기와 최근 벤처투자광풍의 부작용을 함께 경험한 사람들은 둘 사이의 유사성을 쉽게 느낄 수 있고,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투기로 백안시하기 쉽다.하지만 과도한 투자의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병리현상의 공통점에도 불구하고,벤처기업 투자는 부동산 투자에 비해 긍정적인 면이 많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먼저 토지나 주택 가격 상승은 불로소득이지만,벤처기업 가치 상승은 창업가를 위시한 관계자들의 초인적인 노력의 결실이다.창업가의 아이디어 수준에서부터 벤처기업이 창업되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평균 5년 이상에 걸친 각고의 노력이 요구된다.
물론 자금동원과 분식회계를 동원한 사기행각으로 가치상승이 이루어진 경우도 많았지만,이는 불법행위를 가능하도록 한 제도의 잘못이지 벤처투자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둘째 벤처투자는 95%에 가까운 벤처기업의 실패확률을 감안할 때 투자원금을 손해볼 위험이 매우 높다.이에 반해,부동산투자의 경우 지속적으로 물가상승을 보이는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투자원금을 손해볼 위험이 매우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셋째,일단 토지를 소유한 사람은 본인의 노력과 자금을 투자하여 토지를 효율적으로 개발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는다.하지만 벤처기업은 뛰어난 기술인력과 자금을 끌어들여 빠른 시간안에 목표한 연구개발결과의 상업화를 달성하기 위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즉 과도한 부동산투자 이익은 제한된 토지공급에 따른 독점이익의 성격이 강해 시장기능을 통해 이를 해결하기 쉽지 않지만,과도한 벤처투자 이익은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진입을 통해 시장에서 자동적으로 해결된다.
마지막으로 벤처투자는 부동산투자에 비해 직접적인 부가가치창출과 외부효과 측면에서 훨씬 긍정적이다.부동산투자의 경우 실제로 부동산개발에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우보다는 개발이 끝난 상태의 유통과정에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실제로 부동산개발에 투자가 이루어진 경우라도 거주공간이나 사업공간을 제공하는 효용을 제외하면 외부효과가 크지 않다.하물며 이미 개발이 완료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부동산매매를 활성화하는 것 이외의 효과는 없다.이에 반하여 벤처투자는 벤처기업이 주로 첨단산업이나 하이테크분야와 연관되어 있으므로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매우 크다.더불어 연관산업의 발전과 경제전반의 기술수준 향상과 같은 긍정적인 외부효과가 매우 크다.
몇 년전 코스닥 활황시 테헤란로 근처의 고급 룸살롱들이 벤처기업 종사자들로 북적대고,초호화 아파트들이 이들에게 성황리에 분양되는 등 과거 부동산 졸부를 연상시키는 행동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또,기업공개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부동산 매입이나 다른 벤처기업의 지분투자에 활용함으로써 기존 재벌들의 부동산투자나 문어발식 확장을 답습한 벤처 기업인도 있었다.하지만,우리 주변에는 벤처 거품 제거에 따른 고통을 힘겹게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진정한 벤처 기업인이 더 많다.사실 투자가의 입장에서 보면,벤처투자와 부동산투자는 상호 대체적인 면이 강하여,요즘처럼 부동산이 뜨면 벤처가 가라앉기 쉽다.그럼에도 불구하고,거품 형성기의 외형적 유사성으로 인해 강남 부동산 투기에 대한 작금의 부정적 여론이 침체된 벤처투자를 더욱 위축시키지 않을까 염려된다.이런 걱정이 기우가 되도록,벤처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길 바란다.
강 대 석 충남대 교수 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