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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신부까지‘엽기 성폭행’/ 강남서 부녀자 연쇄납치 일당 6명중 3명 검거

    강남 일대에서 밤늦게 귀가하는 20∼30대 부녀자들을 납치,감금한 뒤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6인조 납치강도 가운데 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7일 납치 전문조직원 6명 가운데 허모(23)씨를 강도 강간 혐의로 긴급 체포,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조사결과,이들은 납치당한 여성이 보는 앞에서 다른 피랍 여성을 성폭행하는 엽기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은 데다 여성들의 눈을 테이프로 가려 자신들의 비밀 숙소 위치를 알지 못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씨는 이모(28)씨를 두목으로 하는 6인조 납치 전문조직을 결성,현금 인출과 납치 등 역할을 분담한 뒤 지난 2월10일 서울 도곡동의 인도에서 임산부 A(29)씨를 납치해 송파동에 마련한 비밀 숙소로 끌고가 집단 성폭행했다.더욱이 이들은 A씨가 “임신 2개월이니 성폭행만은 말아달라.”는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또 지난 4월10일에는 삼성동에서 작사가 B(32)씨를 승용차로 납치,성폭행한 뒤 신용카드를 빼앗아 현금인출기를 통해 3700만원을 인출했다. 경찰은 “이들은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여성들을 납치·성폭행하고 수천만원의 금품을 빼앗은 사실이 파악됐다.”면서 “범행 행태로 미뤄 10건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6인조 가운데 두목 이씨와 박모(28)씨는 현재 절도 혐의로 수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경찰은 납치에 사용한 차량에 찍힌 지문과 현금을 인출할 때 찍힌 폐쇄회로 TV 화면을 입수해 신모(28)씨 등 나머지 3명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장택동 이영표기자 taecks@
  • 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中 성희롱 논쟁 ‘쉬쉬’ 옛말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에서는 요즘 ‘싱싸오라오’(性騷擾·성희롱) 문제가 최대 화두다.과거 같으면 수치심 때문에 쉬쉬하던 성희롱 사건들이 잇따라 법정으로 옮아가고 양심선언 등을 통해 불거지면서 세인들의 비상한 관심사가 된 것이다. 싱싸오라오는 중국에서 성희롱과 성추행의 복합적 용어로 쓰인다.성적으로 타인을 학대하고 모욕하는 행위로 언어와 신체접촉 등이 이에 해당된다. 문제는 중국 형법에 싱싸오라오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성개방 풍조가 확산되고 이에 따른 성 범죄가 급증해도 피해자들이 법적으로 하소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지난 9일 후베이(河北)성 우한(武漢)의 여교사 성희롱 사건이 처음으로 승소 판결을 받으면서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했다.주로 직장상사들에게 성적 피해를 당해오던 여성들이 용기를 얻어 최근 들어 양심선언도 심심치 않다. ‘우한 사건’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문제가 된 싱싸오라오 사건으로 기록됐다.상업학교에 재직한 허(何) 교사가 지난 2년간 학교 상사(주임)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당하다가 2002년 7월 법원에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1년동안 증거 불충분으로 법정 공방이 이어지다가 최근 다른 피해 여교사들의 잇단 증언으로 최종승소 판결을 받았다. 뒤이어 ‘레이만(雷曼) 사건’이 터졌다.여성 직장인 레이만은 상사로부터 정기적으로 싱싸오라오를 당했다고 지난 6일 언론을 상대로 양심선언을 했다.잇따라 그동안 숨겨졌던 사건들이 언론에 터져 나오고 레이만의 용기를 칭찬하는 응원부대도 생겨났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공산당 산하 ‘전국 부녀연합회’를 중심으로 싱싸오라오 조항을 ‘부녀권익보장법’에 삽입하는 개정 작업에 착수,오는 연말까지 입법화될 예정이다. oilman@
  • [씨줄날줄] 밤꽃

    전국의 산하가 젖빛이다.뒷산에라도 오르면 밤꽃 특유의 냄새가 진동한다.영락없이 남성들 ‘생명’의 냄새다.냄새가 어찌나 똑같던지 예전엔 부녀자들이 냄새를 부끄러워해 밤꽃이 한창일 때에는 나들이를 삼갔고,낭군을 여읜 아낙네들은 더욱 근신했다고 한다.생명의 꽃을 피우는 나무는 또 유달리 단단하다.여간해선 썩질 않아 조사의 위패나 제사를 지내는 제기로 쓰인다.적어도 우리네에겐 조상의 나무인 셈이다.밤꽃은 정녕 삼라만상의 이치를 깨우치는 생명의 꽃일 것 같다. 밤은 우리에게 희망으로 다가온다.알밤에 얽힌 얘기는 화해를 가르친다.밤꽃이 잘 피면 풍년이 든다고 했다.수분이 많고 온도가 적당해야 밤꽃이 만발하니 농작물이 잘 자란다는 이치일 것이다.또 밤송이 맺을 때 모를 내어도 반 밥은 더 먹는다는 속담도 있다.지독한 가뭄이 들더라도 밤송이가 맺힐 때까지만 모를 내면 그래도 절반은 수확할 수 있다고 했다.선인들의 희망의 가르침이다.옛날 고부간 갈등을 보다 못한 한 이웃 할머니는 며느리에게 “시어미를 죽게 하려면 매일 밤 알밤을 구워 드려라.”는 비방을 전해 주었다.며느리가 그렇게 하자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정성에 감동해 갈등을 풀었다는 것이다.알밤은 화해와 사랑의 전도사였던 셈이다. 젖빛의 밤꽃은 꿀의 꽃이기도 하다.밤꽃에서 따는 꿀은 아카시아와 함께 양대 꿀로 쳐준다.1년 꿀 농사는 5월 아카시아와 6월의 밤꽃에 좌우된다.7월의 싸리꽃 그리고 8월엔 갖가지 야생화에서 꿀을 따지만 돈이 되는 것은 역시 아카시아와 밤꿀이다.흑갈색의 밤꿀도 나름대로 성가가 있다.하얀 거품과 함께 꿀이면서도 쓴맛이 나는 밤꿀은 소화도 잘 될 뿐만 아니라 흔히 ‘약’이 된다고 한다.그래서 할머니들이 밤꿀에 인삼을 썰어 재었다가 손자에게 매일매일 한 술 떠 먹였다지 않던가. 밤꽃이 한달쯤 지나면 앙증맞은 밤송이가 맺을 것이다.폭염의 한여름이 지나고 서늘한 기운과 함께 음력 8월의 달이 둥그레질 때면 달착지근한 풋밤을 맛볼 것이다.풀벌레 소리 애잔해지면 갈색의 밤송이들은 자연의 축복이라도 되는 양 먹음직한 알밤들을 쏟아 낼 것이다.함박눈이 펑펑 쏟아질 때면 군밤의 고소한 맛을 연인과 즐기며 체온을 나눠 가질 것이다.밤꽃이 한창이니 올해도 절반이 가나 보다. 정인학 논설위원
  • [스포츠 라운지]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여고생 이·해·림

    유난히 수줍음을 많이 타는 여고생 이해림(17·개포고 2년)의 꿈은 ‘철녀’가 되는 것이다. 그녀는 국내 유일의 트라이애슬론 여자 국가대표선수다.아직 나이가 어려 공식적으로는 주니어대표란 딱지가 붙어 있지만 실력만큼은 국내 최고다.시니어엔 아직 여자 대표선수가 없다.지난 4월 대표선발전에 몇 명의 여자선수들이 도전했지만 모두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이 정한 기준기록에 미치지 못해 탈락했다.때문에 여자 트라이애슬론의 선두주자로서 이해림의 존재가치는 높다. 학교에선 말수가 적고 얌전한 편이다.같은 반 친구들은 ‘철인’ 또는 ‘철녀’라고 부르지만 교복을 입은 그녀는 영락없는 ‘범생이(모범생)’ 타입의 보통 여고생이다.그러나 일단 훈련을 시작하면 180도 달라진다.이를 악물고 쓰러질 때까지 달리고 또 달린다. 트라이애슬론과 인연을 맺은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당시 집 근처에서 수영을 배우면서 우연한 기회에 친구들과 트라이애슬론 경기에 나가게 됐다.수영은 자신 있었고 사이클과 달리기는 남들이 하는 만큼은 할 수 있다는생각에서 겁도 없이 도전했다.그러나 이것이 그녀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첫 출전한 경기에서 생각보다 좋은 기록이 나오자 금세 트라이애슬론에 빠져들었다.본격적으로 트라이애슬론에 입문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그녀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현 국가대표 주니어감독 곽경훈씨의 눈에 띄어 체계적인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었고 곧바로 주니어대표에 발탁됐다. 그녀가 남자들도 하기 힘든,그것도 비인기종목에 매달릴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힘이 컸다.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아버지는 운동을 통해 딸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견문을 넓히기를 바란다.요즘은 저녁훈련이 끝나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영어회화 학원에 간다.전지훈련과 국제대회 출전 등으로 외국 나들이가 잦은 만큼 다른 나라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정상을 위해 늘 준비해야 한다는 게 이들 부녀의 공통점이다. 친구들은 그녀를 만날 때마다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다.그녀의 대답은 한결같다.“재미있다.”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얻는 즐거움은 대단하다.부모님도 훈련이 너무 힘들어 보여 그만두라는 말을 자주했지만 올림픽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다는 일념으로 포기하지 않는다. 훈련은 일찍 시작된다.새벽 6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사이클과 달리기를 한다.온몸은 녹초가 되지만 샤워를 한 뒤 학교로 향한다.수업을 마치기가 무섭게 오후 4시부터 또다시 훈련이 시작된다.이제는 수영연습까지 한다.요즘에는 낮기온이 한여름과 다를 바 없지만 훈련을 멈추지는 않는다.경기가 한낮에 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전적응을 위해 더욱 열심이다.4시간의 훈련이 끝나면 파김치가 된다.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힘들 정도다. 토요일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일요일은 조금 여유가 있지만 그래도 사이클 훈련을 할 때가 많다.빡빡한 훈련 때문에 친구들과 수다 떨 시간이 없다.그녀의 가장 큰 불만이다.하지만 트라이애슬론을 한 것을 후회해 본 적은 없다.자신감이라는 큰 재산을 얻었기 때문이다. 학교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전체 상위 15% 안에 들 정도로 항상 상위권을 유지한다.남들보다 공부할 시간이 적은 탓에 수업시간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졸린 눈을 비벼가면서 선생님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녀의 1차 목표는 올림픽 출전.우리나라는 아직 올림픽 출전권을 딸 정도의 수준도 안 된다.올림픽은 세계랭킹순으로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우리나라 선수는 세계랭킹에 올라 있지도 않을 정도다.모두 200위권 밖이다.나이가 아직 어린 그녀는 2008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다.물론 기회가 오면 내년 아테네올림픽 출전도 노려볼 참이다.올림픽에서 한국인 최초의 메달을 따내 진정한 ‘철녀’가 되는 게 그녀의 꿈이다. 글 박준석기자 pjs@ 사진 도준석기자 pado@ ■트라이애슬론이란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은 라틴어의 ‘Tri(3가지)’와 ‘Athlon(경기)’을 의미하는 단어의 합성어로 한 선수가 수영 사이클 달리기 등 세 가지 경기를 하는 것이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시작됐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정도로 급속히 확산돼 현재 130여개국 2000만명 이상의 동호인들이 활동하고 있다.수영과 사이클 및 달리기는 유산소 운동으로서 운동을 할 때 사용되는 에너지를 우리 몸에서 만들 때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줘야 하는 운동이다.이처럼 트라이애슬론은 3대 유산소성 운동을 한 사람이 연속해서 해야 하기 때문에 심폐기능과 지구력이 강해야만 완주할 수 있다. 거리에 따라 아이언맨코스(수영 3.9㎞,사이클 180.2㎞,마라톤풀코스 42.195㎞)와 올림픽코스(수영 1.5㎞,사이클 40㎞,달리기 10㎞)로 구분된다.주니어코스는 올림픽코스의 절반거리다.요즘은 올림픽코스를 보통 트라이애슬론이라고 부르고 아이언맨코스는 ‘철인 3종경기’라고 일컫는다. 국내 등록선수는 2000여명이며,40여개 동호회에서 3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2004년 전국체전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다.일본은 등록선수 5만명과 동호인 50여만명을 거느리고 있으며,한 해 120여개의 대회가 열린다.
  • 인생역전 “폼잡을 일만 남았네”/ 오늘 개봉 ‘역전에 산다’

    김승우·하지원이 콤비를 이룬 ‘역전에 산다’(제작 웰메이드필름·에이원시네마,13일 개봉)는 멜로,코미디,판타지가 1:1:2의 비율쯤으로 뒤섞인 영화다.남녀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행로는 멜로,남자주인공이 마법에 빠져 뒤바뀐 인생을 살게 되는 설정은 판타지,멜로와 판타지 사이에서 불균형해지려는 영화의 결에 기름칠을 하는 장치는 코미디다. 이혼한 여동생집에 얹혀사는 데다,손대는 일마다 꼬이는 증권사 영업사원 승완(김승우).로또복권이라도 당첨되지 않고서는 기사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한심한 인생에 이변이 닥친다.어두운 터널에서 한 남자와 스쳐지난 뒤 거짓말처럼 같은 이름,같은 얼굴의 스타골퍼로 둔갑한다.스크린 위의 일들이 꿈인지 현실인지 한참동안 헷갈리기는 극중 승완도,관객들도 마찬가지다.그도 그럴 것이 승완의 아버지도 똑같은 인물인 데다 나머지 주변인들도 모두 이전 인생의 친구와 직장동료. 김승우의 1인2역이 무엇보다 눈에 띈다.고객유치를 지상목표로 누나뻘되는 유부녀에게 ‘닭살애교’를 떨며 망가지는 증권사 영업맨,여배우와 떠들썩하게 스캔들을 내는 노랑머리의 프로골퍼 사이를 재주좋게 줄타기한다.영화가 점수를 받아야 할 대목은 또 있다.어느날 갑자기 다른 인생에 편입한다는 초강력 판타지를 소재로 끌어들인 ‘배짱’이다. 그러나 영화에는 혀끝에 감기는 뒷맛이 없다.바람둥이 남편으로 괴로워하는 프로골퍼의 아내(하지원)를 승완이 끝까지 신분을 숨긴 채 다독여주는 등,바뀐 인생을 저항없이 받아들이는 상황들은 스크린 밖의 동의를 얻기가 힘들어 보인다. 멜로인지 판타지인지 아니면 그 모두인지 불분명한 성격도 영화의 단점이다.재료는 싱싱했는데,갖은 양념의 비율이 어긋났다고나 할까.승완의 죽마고우 대식 역에 강성진,허황되게 톱모델을 꿈꾸는 대식의 여자친구 역에 고호경.‘리허설’의 조감독 출신인 박용운 감독의 데뷔작. 황수정기자
  • 음악으로 아파트 ‘벽’ 허물어요

    아파트 주민들이 뜻을 모아 음악회를 개최,이웃간의 벽을 허물고 있다. 12일 노원구에 따르면 공릉3동 풍림아파트 입주자대표회와 부녀회의 공동주최로 14일 오후 7시 아파트내 문화광장에서 ‘풍림아이원아파트 음악회’가 열린다. 이날 음악회는 아파트 주민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문화행사를 통해 주민들의 친목을 도모하자.”고 의견을 모아 마련됐다.출연진 섭외,무대 설치 등도 주민들이 맡았다. 하계중학교 음악교사 조종인씨의 사회로 진행되는 음악회에는 구립청소년교향악단,소프라노 오은영,테너 조효종이 출연하고 인근 혜성여고 록밴드 ‘에로스’와 성서대학 어린이집 바이올린 합주반이 흥을 돋운다.북한에서 귀순한 조순영,강정희씨의 아코디언 연주도 색다른 볼거리다. 류길상기자 ukelvin@
  • [취재24시] 여대생까지 ‘납치 공화국’

    “세상 무서워서 딸을 키울 수 있겠습니까.” 11일 아침 한 주부 독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엽기적인 두 여대생 납치사건 기사를 읽고 허탈감과 분노로 치가 떨린다고 했다.물질만능과 한탕주의,인명경시 풍조 등 어떤 표현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사회 병리현상이 답답하게 가슴을 억누르기는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심야에 귀가하는 여대생을 집앞에서 납치하고 돈까지 챙긴 뒤 무참히 살해한 청년 2명,원정 납치극에 성폭행까지 저지른 40대 엽기 부부. 이들의 행적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기자는 과거 납치사건과는 다른 공통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힘없는’ 유아나 어린이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던 이전 사건들과는 달리 두 사건의 피해자는 스물을 넘긴 ‘성년’이었다.게다가 두 사건 모두 범인들은 일면식도 없는 부녀자를,겉보기에 부잣집 딸 같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납치했다. 여대생을 납치 살해한 범인은 “요즘 유아나 어린이는 겉모습 만으로 부잣집 자식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명품을 가진 여대생을 고르게 됐다.”고 진술해 담당 형사를 아연케 했다.한 부부가 20년 넘게 애지중지 키워온 무남독녀가 범인들에겐 한낱 ‘돈벌이’의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중요한 공통점이 또 있다.두 사건 모두 피해자 가족들이 사건 발생 직후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아 피해를 더 키웠다는 사실이다.부모의 처지에서는 “신고하면 딸을 해치겠다.”라는 범인들의 협박에 두려움을 느껴 선뜻 경찰에 알리지 못했겠지만,결말은 안타까웠다.두 사건 모두 피해자가 변을 당하기 전에 가족과 범인들이 여러 차례 전화를 주고받으며 ‘몸값’을 흥정했다.최근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한 경찰의 납치·유괴범 검거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고 두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반 형사는 “신고를 하지 않고 돈만 건네 주면 딸의 목숨이 안전할 것이란 생각은 잘못된 판단”이라면서 “유아와는 달리 성년 피해자는 풀려나면 곧장 신고를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범인들이 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딸의 납치 사실을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말아야 하나로 고민해야 하는 사회….과연 어디서부터 매듭이 잘못 꼬인 것일까. 이영표기자 tomcat@
  • 강절도·살인범죄 60%의 원인 / 카드빚 ‘범죄의 서곡’

    신용카드 몇 장 때문에 가족을 죽이고 부녀자를 납치하는 사회.10대부터 노인까지 신용불량자가 300만명을 넘나드는 사회. ‘현금서비스’와 ‘돌려막기’의 덫에 빠진 수많은 신용불량자가 범죄의 유혹에 내몰리고 있다.그 폐해는 우리 사회의 미풍양속과 도의마저 무너뜨릴 정도로 심각하다.신용카드가 신용이 아닌 낭비벽과 물욕,패륜,흉악 범죄의 매개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은 강도와 절도,살인 등 최근 강력범죄의 60% 이상이 카드빚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빚 연루 강력범죄 증가세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살인,강·절도,강간,폭력 등 5대 강력범죄는 모두 19만 4431건이 발생했다.이는 2001년과 2002년의 21만여건,19만 5000여건과 비슷한 수치다. 특히 올들어 월별 5대 강력범죄는 1월 3만 3294건,2월 3만 3813건,3월 4만 1130건,4월 4만 1532건,5월 4만 4642건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살인과 강도 사건은 5월 들어 각각 89건,566건으로 지난 1월 65건,442건에 비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지난해 말부터 카드사들이 부채율을 낮추기 위해 현금서비스 한도를 대폭 낮추고,‘돌려막기’를 하는 회원을 퇴출시킨 뒤 카드빚 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강남경찰서 관내에서는 카드빚에 의한 강도사건이 지난해 말 이후 종전보다 2배쯤 증가한 한달 평균 4∼5건씩 발생하고 있다.강남서 출신 한 간부는 “최근들어 카드빚은 거의 모든 강도사건의 공통분모”라고 밝혔다.강남지역에 비해 비교적 강·절도 사건이 많지 않은 서대문경찰서 관내에서도 강력사건의 30∼40%가 카드빚과 직접 관련돼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강력범죄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카드빚이 주요 원인으로 등장하고 있다.”면서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 카드 연체자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10,20대 신용불량자는 대부분 카드빚이 원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용카드 발급수는 지난 98년 4200여만장에서 지난해 1억 480여만장으로 4년만에 2.5배 늘었다.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1인당 4.7장의 카드를 보유한 셈이다.전체 인구로 따지면 1인당 2장을 웃돈다. 신용카드 사용액도 지난 98년 64조원에서 지난해 623조원으로 4년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국내에서 영업중인 64개 카드회사의 올해 1·4분기 실적은 159조원.이 가운데 대출액은 87조원에 이른다.은행연합회측은 “지난 3월 현재 전체 신용불량자 295만명 가운데 59.6%인 176만명이 카드빚 때문”이라면서 “신용불량자 가운데 10대 5428명과 20대 57만여명은 대부분 카드빚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정부·카드사·개인 모두 각성해야 문제 해결” 전문가들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카드사,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대책없이 카드를 이용한 사용자 모두 카드빚 대란에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때문에 해결책도 정부와 카드사,개인이 합심해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에서 지난 80년대와 90년대 카드빚이 사회문제가 됐을 때 매년 3만∼10만명씩 신용불량자를 구제한 사례를 해결방안의 모델로 제시했다.개인회생절차법을 만들어 법원을 통한 강제 채무조정으로 신용불량자를 구제,조속히 경제활동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김남근 변호사는 “개인회생절차를 마련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신용불량자를 부양해야 하는 등 엄청난 사회적 비용에 직면,시련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신용카드사들이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무조건 카드를 발급해 이익을 챙긴 뒤 문제가 생기자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고 있다.”고 꼬집었다.신용회복지원위원회 한복환 사무국장은 “경제능력에 비해 카드빚이 많다면 무조건 카드 사용을 중지하고 주변에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영표 이세영 박지연기자 tomcat@
  • “종갓집 며느리 생활 30여년 진달래술 비법 절로 터득했죠”/ 전통 진달래술 복원한 이 복 수

    서울 수유동에서 설렁탕집을 하는 이복수(54·여)씨는 평소 ‘술을 잘 빚는다.’고 평판이 나 있다.이웃은 물론 설렁탕집 단골 가운데 ‘간혹 한 번씩 나오는 이씨의 술맛을 못 잊어’ 찾는 이가 제법 된다.제사 땐 친척들이 ‘술맛 좋다.’며 병에 담아가기 일쑤였다. 이같은 술 제조 비방은 어릴 때 할머니의 어깨 너머로 배운 것.충남 논산이 고향인 이씨는 어릴 때 할머니와 함께 진달래꽃을 딴 뒤 술을 담근 기억을 돌이켰다.“그때 할머니가 담그던 방법을 옆에서 거들면서 눈여겨 봐 두었지요.진달래술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은 시댁에 제사가 많았기 때문이지요.” 21살이던 70년 결혼,서흥 김씨 종가의 맏며느리가 된 이씨는 자주 돌아오는 제사 때마다 직접 술을 담갔다.이렇게 30여년간 특별한 이름도 없는 술을 담그곤 했다.가게 손님들에게도 한 잔씩 돌렸다. 그러던 차에 서울 강북구청이 ‘향토민속 우수가양주 선발대회’를 최근 열었고,이씨는 ‘술맛이 좋다.’는 주위의 평판과 권유만 믿고 출품했다.심사위원 8명 가운데 5명이 가장 맛이 좋은 술로 꼽아 대상을 차지했다. 이씨가 출품했던 술은 자신도 정확히 잘 몰랐던 ‘진달래술’이었다.그동안 맥이 끊어진 것으로 알려진 진달래술이 어릴 때 할머니를 거들면서 곁눈질로 배운 이씨를 통해 고스란히 계승되고 있었던 것이다.“진달래술 빚는 법을 배운 것은 아니고요,어릴 때 할머니와 친정 어머니가 하던 것을 흉내냈을 따름이에요.” 이 술의 진가를 알아챈 이는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박 소장은 이 술을 맛보고 부녀필지,규합총서,시의전서 등의 옛 문헌에 전해 오는 ‘뼈대있는’ 진달래술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더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이씨 집을 방문,제조와 숙성과정을 직접 관찰했다.그 결과 충남 당진군 면천면에서 전해져 오던 두견주와는 제조과정이 전혀 달랐다.박 소장은 “이씨의 술은 묽게 끓인 보리차 빛깔로 아주 밝으며 향이 좋다.”면서도 “솔잎을 넣은 탓인지 약간 떫은맛이 있다.”고 말했다.청주보다 조금 더 독하다.진달래술은 단맛이 강하고 진달래의 고운 빛깔이 그대로 살아 있으며 독특한향취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 특징.박 소장은 이씨의 술로 일부러 크게 취해보았다.물론 속이 메슥거리는지 다음날 깰 때 머리가 아픈지 여부를 알기 위한 테스트의 연장이었다.하지만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다른 이들도 만찬가지였다.막걸리를 마셨을 때의 고약한 트림도 없었다. 진달래술은 담그기가 상당히 어렵다.진달래의 꽃술을 모두 떼어 낸 다음 그늘에 말려 두어야 한다.올 봄에도 부산에 사는 시어머니가 진달래꽃을 한껏 따 보내주었다.생쌀을 끓는 물에 넣어 설익힌 다음 손으로 문질러 가루로 만들어 밑술을 만들어야 둔다.“손으로 밑술을 만들기가 너무 힘들어 몸살이 날 지경”이라는 게 이씨의 말이다.또 찹쌀과 멥쌀로 따로 고두밥을 쪄 진달래,밑술,고두밥,누룩의 순으로 켜켜이 담가야 한다.생쌀을 쓰고 진달래를 누룩과 섞지 않아야 한다.요즘 같은 날씨엔 술독에 담요를 덮어둔 채 20일가량 지나면 술이 익는다. 그러다가 술독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코를 갖다 대 냄새를 맡아보고 구수한 냄새가 나면 잘 숙성된 것으로 판단,청주를 뜨기 위해 대나무로 만든 용소를 박는다.찹쌀 1말,멥쌀 1말에 생쌀 3되 비율로 만들면 청주는 10ℓ가량 나온다.이씨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빚는 진달래술임을 이제야 알게 됐다.”며 웃었다. 이기철기자 chuli@
  • 영동 첫 ‘산불없는 봄’

    해마다 산불 비상이 걸렸던 강원도 영동지역이 올해 처음으로 ‘산불없는 해’를 보냈다. 봄철 산불조심기간인 2월15일부터 지난 15일까지 3개월 동안 이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록으로 평가되고 있다. 강원 영동지역은 지난 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 동안 봄철에만 평균 18.8건의 산불이 발생,매년 363.98㏊의 산림이 불에 타 사라졌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지난 2000년 초대형 산불을 비롯,모두 55건의 산불로 1466.5㏊의 산림자원이 잿더미로 변했던 강릉지역으로서는 3년 만에 ‘산불없는 해’를 달성한 셈이다. 올해는 특히 지난해 태풍 루사 피해로 인해 산림 주변 곳곳에서 각종 폐기물이 발생,소각행위로 인한 산불 발생 위험이 어느 해보다 높아 당국과 시민들은 초긴장 상태에서 지난 3개월을 보냈다. 그동안 이 지역 산불예방에는 유급감시요원,명예감시원,이·통장 및 부녀회원 등 연인원 7000여명과 14억여원이 투입되는 등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산불예방활동이 펼쳐졌다. 지난 3개월간 36일에 걸쳐 458㎜의 비가 내렸던 점도 산불예방에 기여했다. 산불발생 ‘제로(0)’에는 첨단장비도 한몫했다.2000년 대형 산불 이후 강릉시 옥계면 속칭 밤재와 강동면 괘방산,사천면 석교리 청솔공원 등 산꼭대기마다 무인감시카메라(5대)를 설치한 것도 효과를 봤다.사천면 사기막리 속칭 무일마을 등 마을 곳곳의 높은 곳에 감시탑을 세우고 건조기 때면 공무원들과 감시원들이 밤낮 감시에 나서기도 했다. 강릉시 산림과 관계자는 “올 봄에는 몇 차례의 건조기간이 있었지만 잦은 봄비와 공원들의 헌신적인 예방활동으로 산불 ‘0’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
  • 부녀가 함께 ‘후즈 후’ 등재

    코스닥기업인 씨티씨바이오의 연구소장 조기행(45) 박사와 딸 성경(17)양이 미국의 인명사전 발행기관인 ‘마퀴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가 발간한 2003년도 인명사전에 나란히 올랐다.조씨는 세계 각국의 저명인사를 선정해 싣는 ‘후즈 후 히스토리컬 소사이어티’ 2003년도판에 과학분야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등재됐다.미국 캘리포니아주 그레이스메모리얼 스쿨 11학년인 성경양은 뛰어난 학업성적과 학교 밴드 등 활발한 교외활동으로 ‘마퀴스 후즈 후’가 미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발간한 올해 인명사전에 올랐다.
  • 책꽂이

    ●민들레처럼(안도현 지음,이룸 펴냄) 96년부터 ‘어른을 위한 동화’를 펴낸 시인의 여섯번째 작품.그저 바람에 날리는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움직인다는 민들레 씨앗의 여행을 보여주면서 발상의 전환과 생명체의 중요함을 이야기한다.7500원. ●잡히지 않는 나비(김상미 지음,천년의시작 펴냄) 90년 작가세계에 등단한 시인의 세번째 작품집.문학평론가 엄경희는 해설에서 “시인의 순수 자아로 펼쳐치는 생에 대한 열정과 처연함이 절절한 시집”이라고 평했다.6000원. ●염소와 풀밭(신현정 지음,문학수첩 펴냄) 74년 등단한 시인이 첫 시집을 낸 뒤 십수년만에 시작을 재기하면서 낸 작품.연이 없이 행으로만 구성된 압축적 형식에 걸맞게 내용 또한 함축적인 시세계가 인상적이다.5000원.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파울로 코엘료 지음,이수은 옮김,문학동네 펴냄) ‘연금술사’로 유명한 작가가 ‘사랑’을 주제로 쓴 소설.어린시절 산골마을서 자란 남녀가 가톨릭 신학생과 여성으로 만나 겪는 가슴앓이를 소재로,사랑의 의미를 들려준다.8500원. ●순수한 삶(안드레아 데카를로 지음,이승수 옮김,민음사 펴냄) 일상적 이야기에 철학적 깊이를 담은 이탈리아 현대작가 소설.여행 중간에 부녀 사이임을 알게 되는 남녀의 남부 프랑스 여행을 통해 삶의 의미를 탐색한다.1만원. ●아름다운 의사 삭스(마르탱 뱅클레르 지음,윤정임 옮김,열린책들 펴냄) 전직 의사인 저자의 세번째 소설.60만부가 팔리며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체험을 토대로 프랑스 의료제도,권위주의에 사로잡힌 의사들을 꼬집는다.9800원. ●난초도둑(수잔 올린 지음,김영신·이소영 옮김,현대문학 펴냄) 기자이자 작가인 저자가 ‘난초 불법 반출’ 사건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소설.광적인 난초수집가의 생애를 중심으로 그들의 모험,난초의 세계를 조명한다.영화 ‘어댑테이션’의 원작.9500원.
  • 상암경기장 공연을 보고/‘투란도트’ 명성 가린 조명탑

    지난 8∼11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오페라 ‘투란도트’를 본 사람은 11만명이 넘는다. 티켓 한장에 50만원을 치른 사람들은 ‘스탠딩 뷔페’를 즐기는 등 특별대접을 받았다.그러나 공연을 손꼽으며 기다렸던 돈없는 음악애호가들에게 투란도트로 가는 길은 멀기만 했다. 지난 8일 기자는 10일 밤 공연의 티켓 한장을 인터넷 판매대행 사이트에서 예약했다.가장 싼 3만원 짜리 일반석이었다.수수료 400원을 더하여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공연 날,중학교 1학년 짜리 딸 아이가 따라나섰다.딸 아이를 위해 한장을 더 구입하기 위해 매표소에 도착해보니 일반석은 모두 팔리고 없었다.판매대행사 직원에게 “일반석을 한 자리 예매했는데,5만원 짜리 C석 두 장으로 바꾸어달라.”고 했다.그는 “환불은 안된다.”고 했다.“더 비싼 좌석으로 교환하는 것이지,환불이 아니지 않느냐.”고 했지만,소용없었다. ●스탠드 측면서 대형화면 안 보여 다른 공연도 이런 식으로 운영되느냐고 물었더니,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이번 공연을 기획한 회사의 ‘방침’이라는 대답이었다.그러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획사를 찾아가라.”며 현장 사무실 위치를 대충 가르쳐 주었다. 기자는 “그냥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딸 아이의 손을 잡고,운동장을 반바퀴나 돌았지만,사무실은 찾을 수 없었다.그러다가 주최측 관계자로 보이는 여성이 눈에 띄어 위치를 물어보았다. 그녀는 기자와 딸 아이를 번갈아 훑어보더니,안쪽을 가리키며 “저기에 사무실이 있지만,비표가 없으면 못 들어간다.”며 목에 건 ID카드를 흔들었다.우리 부녀를 공짜표 수소문하러 다니는 불쌍한 ‘중생’으로 여기는 듯했다. 어쩔 수 없이 그동안 ‘투란도트’ 보도 자료를 들고 신문사에 몇차례 찾아왔었고,전화로는 수없이 통화해서 친분이 있는 이 기획사의 홍보담당자가 있는 곳을 물어보았다.그러나 다음 순간 만나기를 포기했다.아차,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청이 아니라,공짜표 청탁으로 받아들이겠지…. 다시 10여분을 걸어 매표 창구로 갔다.이산가족이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C석 두 장을 샀다.3만400원 짜리 표는 쓰레기통에 넣었다.매표 관계자는 안돼 보였는지 “나중에 기획사에 이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얘기해 보겠다.”며 ‘위로’했다. 좌석을 찾았다.그러나 3층 맨 앞자리에서는 3단 쇠파이프 난간 사이로 무대를 보아야 했다.우리보다 늦게 표를 산 사람들이 시야가 훤한 우리 뒤로 속속 들어와 앉았다.먼저 표를 산 사람에게 좋은 좌석을 배정하는 것은 상식이자,기본이다.주최측은 3만∼5만원 짜리 ‘싸구려’ 자리는 현장 확인조차 하지 않고 표를 판 것이 분명했다. 스탠드의 사이드에서는 조명탑에 가려 무대 양쪽에 설치한 대형화면을 볼 수 없었고,화면에 띄운 자막도 보이지 않았다.이번 공연에서 특히 화려한 조명이 많은 찬사를 받았지만,매회 족히 1만여명은 바로 그 조명탑을 미워했다는 것을 주최측은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먼저 산 관람석의 시야가 더 나빠 공연이 끝난 시각은 10시50분.마을버스를 탔지만 움직일 줄 몰랐다.11시30분 출발하는 막차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한차례 더 일반 버스를 갈아타고 집에 닿으니 1시가 넘었다. 딸 아이는“오페라가 재미 없는 줄 알았는데,볼만했어.”라고 했다.진짜 그랬는지,아빠를 달래려 한 말인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서동철기자 dcsuh@
  • 영화 뜰수록 멍드는 가슴 / ‘살인의 추억’ 화성주민 악몽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겠지만 화성 주민들은 억장이 무너집니다.” 경기도 화성시민들이 최근 개봉돼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영화 ‘살인의 추억’ 때문에 발끈하고 나섰다.범인도 잡히지 않은 데다 잊을만 하던 차에 ‘연쇄살인’이 다시 알려지면서 영화가 화성주민을 두번 죽이고 있다는 반발이다. 기봉서 화성문화원장은 6일 “이사회를 소집해 영화제작사인 (주)싸이더스를 상대로 법원에 영화상영중지 가처분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영화 ‘살인의 추억’은 지난 달 24일 개봉 이후 11일만에 전국 관객 160만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면서 ‘화성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을 되살리고 있다.이 사건은 지난 86년부터 91년까지 무려 10명의 부녀자가 참혹하게 살해된 사건으로,당시 화성 뿐 아니라 전국을 충격과 공포속에 몰아넣었다.‘얼굴없는 살인마’가 아직 잡히지 않아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때문에 화성시와 문화원 등은 영화제작 당시부터 “이를 영화로 다룰 경우 피해자 가족은 물론 화성 주민들을 불안케 할 뿐 아니라지역 이미지도 나쁘게 만들 것”이라며 반발해왔다.화성시의회가 시 승격을 앞두고 “연쇄살인사건으로 인해 지역의 명예가 크게 손상당했다.”며 지역 이름을 화산,수성,서해,남양 등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을 정도다. 제작사인 싸이더스측은 “영화에는 화성이라는 지명이 단 한번도 나오지 않으며,만약의 경우 법적으로도 상영을 중단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화성 김병철·황수정기자 kbchul@
  • 韓國戰 정전 50년 양민학살 재조명

    한국전쟁이 끝난지 50년이 지났는데도 몸서리쳐지는 아픔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당시의 양민학살 현장에서 최근 유골이 잇따라 발굴되면서 유가족들을 중심으로 학살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보상,명예회복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경남 산청 외공리사건 경남 산청군 시천면 외공리 소정골에서는 3년 전부터 매년 4월5일 위령제가 열린다. 소정골에서 양민들이 학살됐다는 소문은 2000년 5월 14일 사실로 확인됐다.진주와 산청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앞장서 현장에서 250여구의 유골과 유품을 발굴했다. ●통비(通匪)로 몰린 마을주민 떼죽음 당시 발굴작업을 지켜본 참석자들은 설마하다 쏟아져 나오는 유골을 보며 치를 떨었다.굴삭기가 땅을 1m쯤 파내려가자 희생자들의 유골이 무더기로 발견됐다.어린이와 부녀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도 다수 있었다.발굴단은 당초 6기의 무덤을 모두 발굴키로 했으나 1기에서 엄청난 유골이 나오자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발굴된 유골만 수습해 합장하고 작업을 중단했다. 발굴작업을 주도했던 ‘지리산 외공리 민간인학살 진상규명대책위원회’ 김영이 사무국장은 “뒤엉켜 있는 유골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면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유골이 나와 작업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전 당시 거창·함양에서 양민들이 빨치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학살당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낮에는 태극기를 게양하고,밤에는 인공기를 꽂는 상황이었지만 국군들은 양민들을 통비(通匪)로 몰아 무차별 처형했다.당시 열한살이었던 강복석(63·진주시 상봉서동)씨도 “학살현장에서 2시간 정도 총소리가 들렸고,골짜기에서 나온 군인들이 삽과 곡괭이를 강물에 씻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했다.이곳에서의 학살은 사건발생 10년만에 신문보도로 드러났지만 이듬해 일어난 5·16쿠데타로 다시 어둠속에 묻혔다. ●유골 쏟아져 작업중단 외공리 대책위는 누가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지난 3월 개혁당 김원웅 의원을 통해 국회에 청원도 했다.외공리 대책위 서봉석 실행위원장은 “민간인에 대한 집단학살은 반인륜적인범죄”라며 “한국전이 끝난지 5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진상규명이 안됐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산청 이정규 기자 jeong@ ■경북 경산 코발트광산사건 경북 경산시 평산동 폐(廢)코발트광산 인근 대원골에서 최근 한국전쟁 직후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의 두개골·치아 등 25점의 유골과 신발밑창 등 다량의 유류품이 발견됐다.2000년 3월 폐쇄된 코발트광산 입구 및 갱도 속에서 한국전쟁 당시 처형된 희생자들의 유골이 무더기로 발견된 데 이은 것이다. ●70년대 초 정부가 갱도 입구 폐쇄 경산 폐 코발트광산 학살사건의 희생자는 3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들 대부분은 대구형무소 수감자와 국민보도연맹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이 사건이 터진 것은 50년 8월 중순쯤.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재소자와 보도연맹원들이 북측에 가담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전국적으로 대량 학살이 저질러질 때였다. 학살은 군경이 이들을 폐광산 위 수직갱도 주변으로 끌고가 총살하거나 산 채로 수직갱에 밀어 넣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알려졌다. 이 동네에서 평생을 살아온 김모(73)씨는 “사건 후 폐광산 주변 계곡에서 흘러 나온 물이 온통 핏빛으로 물들고 악취도 심해 농사를 짓지 못할 지경이었다.”며 “그러다 70년대 초에 와서 정부가 갱입구를 시멘트나 흙,철망으로 막아 버렸다.”고 증언했다. 이 사건은 95년 평산동청년회 등이 중장비를 동원,광산 입구를 파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그러나 이후 5년여간 방치돼오다 ‘경산시민모임 민간인학살대책위(위원장 장명수·47)’가 구성되면서 본격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2000년 첫 확인… 본격 진상조사 경산시의회도 지난해 말 ‘경산 민간인학살 특별위원회’를 구성,학살현장 확인 등 조사활동을 벌인 뒤 관련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건의했다.유족과 시민모임대책위는 2000년부터 매년 7월에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경산유족회 이태준(66·민간인 희생자 전국유족회 상임대표) 공동대표는 “군경에 의해 억울하게 죽어간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문제를 제쳐 두고라도 50여년간 구천을 헤메고 있을 원혼을 달래려면 정부 차원의인도적인 진상규명과 유골 수습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경산 김상화기자 shkim@ ■대전 산내사건 대전 ‘산내학살사건’의 희생자는 7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제주 4·3사건 관련자 300명,여순반란 및 보도연맹사건 관련자 3000여명에다 민간인들도 상당수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건이 터진 것은 1950년 7월 초에서 중순 사이.북한 인민군이 내려오고 있다는 말에 군경이 대전 동구 산내동(당시 충남 대덕군 산내면 골령골) 계곡에 이들을 모아놓고 2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학살을 저질렀다. 첫번째 학살은 7월4일부터 6일까지 사흘 동안 이뤄졌다.대전형무소 수감자 3000여명을 트럭으로 이곳에 실어온 뒤 총살했다.2차 학살은 17일 같은 곳에서 있었다.이 때 여성 등 민간인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美국립문서보관소 관련자료 나와 지난해 4월 발굴된 영국 데일리 워커지 앨런 위닝턴 기자의 증언록 ‘나는 한국에서 진실을 보았다.’는 “학살 직후 현장엔 6개 구덩이에 7000여명이 묻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그는 “인민군이 금강을 돌파하자 이날 새벽 남아 있던 대전형무소와 인근 교도소 정치범 등을 트럭 1대에 100명씩 모두 37대에 태워 옮긴 뒤 학살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의 관심으로 바깥에 알려졌다.충북 영동 노근리 학살사건으로 군경에 의한 학살사건이 공론화되자 이 단체는 99년 10월 ‘산내학살사건 민간조사단’을 구성하고 진상조사에 나섰다.같은 해 12월에는 이 사건과 관련된 증거가 나왔다.미국 국립문서보관소의 비밀문서가 해제된 뒤 탐라대 이도영 교수가 아버지를 잃은 4·3사건 관련자료를 뒤지다 이를 발견한 것이다. ●“최고 상층부서 지시” 기록 비밀문서에는 “사흘간 대전형무소 수감자 1800명이 산내에서 학살됐다.”며 “이는 최고 상층부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적혀 있다.그러나 위닝턴 기자는 증언록에서 “미군의 지시로 일어난 학살사건 중 하나다.”고 밝혀 누구의 지시로 학살사건이 이뤄졌는지는 아직도 불투명하다. 유가족과 대전참여연대는 2000년부터 매년 7월8일 희생자들의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 ■특별법청원 박재욱의원 제주 4·3사건의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이 추진되면서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한국전쟁 전후의 양민학살 사건에 대한 국회 차원의 관심도 탄력을 받고 있다.개혁당 김원웅 의원 등이 발의한 법률안 2건이 계류돼 있고,경북 경산 등 전국적으로 15곳에 이르는 사건의 특별법 제정 청원이 24건이나 된다. 지난 해와 올해 두 차례 입법청원을 낸 한나라당 박재욱(사진·경북 경산·청도) 의원과의 일문일답. 청원서를 내게 된 배경은. -경산에 코발트 광산이 있었는데 6·25 직후에 3500명 가량이 갱도에서 처형됐다.규모로는 전국에서 제일 클 것이다.3∼4년 전부터 유족과 지역주민들의 제기로 진상조사가 이뤄지기 시작해 경산시의회 등에서 청원이 올라왔다.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이다.피해보상까지 해주면 좋지만 현재로선 기념식과 위령탑 건립을 바라고 있다. 사실 이념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당시에는 법도 없었고 재판절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양민이 상당수 무고하게 희생됐을 것으로 본다. 최근 예결위에서도 정부의 지원을 요구했는데. -행정자치부는 당시 사정을 알 수 있는 서류나 증거물이 미비하다며 국회나 기타 신뢰성 있는 조사기관이 진상조사를 실시하면 정부 차원에서 적극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예산 문제다.조사가 시작되면 아마 전국적으로 피해 신고가 봇물처럼 올라올 것이다.일개 부처에서 손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국회 차원의 조사 활동은. -곧 시작할 것이다.공청회도 해야 한다. 박정경기자 olive@
  • 메트로 플러스 / 강동녹색 공동주택 운동 추진

    강동구(구청장 김충환)는 7일 오후 2시 구청 대강당에서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유도하기 위해 관내 137개 아파트단지 입주자 대표와 임원,부녀회원,관리소장 등이 참가한 가운데 ‘강동녹색공동주택운동 추진 결의대회’를 연다.480-1380.
  • 메트로 플러스 / 홀로노인 68명 초청 팔순잔치

    강북구(구청장 김현풍)는 6일 낮 12시 강북노인종합복지관에서 팔순을 맞이한 관내 홀로노인 68명을 초청,구 새마을 부녀회원 68명과 ‘효부결연식’을 맺고 잔칫상을 차려주는 ‘팔순잔치’를 갖는다.
  • 메트로 플러스 / 강변역서 ‘구민알뜰장’ 개설

    광진구(구청장 정영섭)는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을 위해 오는 28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강변역 테크노마트 앞에서 ‘구민알뜰장’을 연다.관내 16개동 새마을부녀회가 참여한다.판매수익금 전액을 불우이웃돕기에 쓴다.
  • 5월은 가정의 달 자치구 행사 다양

    “더불어 사는 세상에 들어오면 행복을 곱빼기로 드립니다.” 가정의 달인 5월을 앞두고 자치구와 시민들의 모임이 소외된 이웃과 따뜻한 가족애를 나누자는 뜻으로 알찬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용산구는 오는 25일 오전 11시 전쟁기념관 전우회관에서 박장규 구청장,이영섭 구의회 의장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애인 한마음 잔치’를 연다.개그맨 한무씨의 사회로 마술쇼와 차력시범,가요무대 등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동작구는 다음 달 22일 낮 12시부터 상도2동에서 70세 이상의 홀로노인 3명을 대상으로 ‘생신상 차려드리기’ 행사를 갖는다.부녀회 주관으로 열리는 행사를 통해 올 한해 관내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33명에게 생일 2∼3일 전에 빨래는 물론 청소,설거지 등을 도와주고 방 도배도 새로 해준다. 시내에 직장을 가진 평범한 남성들로 이뤄진 ‘서울 아버지합창단’(지휘 고성진 한서대 교수)은 다음 달 1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에서 이웃돕기 자선음악회를 개최한다. 회원 100여명 가운데 60명이 그동안 호흡을 맞춰 닦은 기량을뽐낸다.‘영광의 탈출’ 등 오페라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그대 눈 속의 바다’ ‘그리운 금강산’ 등 5∼6곡을 연주한다.바리톤 오현명,테너 신동호 등 성악가들도 찬조 출연해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명태’ ‘남 몰래 흐르는 눈물’ 등 멋진 선율을 선뵌다.수익금 전액은 홀로노인 등 무의탁 시민과 경기도 이천 ‘평안의 집’ 등 사회복지시설에 기탁된다. 송한수기자 onekor@
  • ‘17년전 악몽’ 화성 연쇄살인사건 / 그곳은 아직도 떨고 있다

    장기미제사건은 유가족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심리적 후유증을 남긴다는 점에서 폐해가 심각하다.강력 사건의 범인은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사회적 인식을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공동체의 노력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80,90년대 미궁에 빠진 대표적 강력사건인 화성연쇄살인과 이형호군 유괴피살의 ‘사건 이후’를 점검하고,사회적 예방책과 치유방안을 진단해 본다. 화성은 아직도 떨고 있다.86년 9월부터 91년 4월까지 살인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부녀자 10명이 잔혹하게 살해된 경기도 화성 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히 극심하다.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살인마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 밤이면 공포에 휩싸인다.유족들의 가슴 속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앙금처럼 남아 있다. ●시효없는 유족들의 고통 “범인 잡는 공소시효는 지났다지만 딸을 잃은 마음의 생채기에 시효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8일 경기 화성시 정남면에 사는 할머니 김모(76)씨는 아들 이모(52)씨와 함께 집 앞 공터에서 수십장의 빛바랜사진과 옷가지를 태우며 울먹이고 있었다.회한이 서린 집을 부수고 새로 집을 짓기 위해 공사를 하다 발견한 딸의 흔적이었다.사진 속에서는 86년 12월 밤에 귀가하다 처참히 살해된 김씨의 딸(당시 23세)이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딸을 잃은 후유증으로 하루하루를 심장약으로 버티고 있다는 김씨는 “죽을날이 가까워 이젠 가슴속의 딸을 그만 놓아주기로 했다.”면서 “딸한테 가기 전에 범인이 잡히는 모습을 꼭 봐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아들 이씨는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동생의 사진과 유품을 버렸는데,어머니가 일부를 17년 동안 몰래 간직하고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해 인근 태안읍에서 딸 권모(당시 25세)씨를 잃은 소모(72·여)씨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10년전 화성을 떠나 경기 평택시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소씨는 “지금도 고향인 ‘화성’ 얘기만 들으면 가슴이 떨려 밤잠을 설친다.”면서 “이사한 뒤에는 딸의 유골이 뿌려진 고향 근처엔 가지도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여전히 불안한 주민들 모두 5명의피해자가 발생했던 태안읍 일대는 최근 택지개발 붐으로 사건 현장이 거의 다 아파트건설 현장으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동네 어귀에서 만난 주민 김모(42·여)씨는 “아직도 불안과 공포는 여전해 밤에는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그는 지금도 전화기 버튼 하나만 누르면 순찰대 번호로 자동 연결되도록 단축 다이얼을 지정해 놓고 있다. 두 명의 여학생이 희생된 태안읍 A중학교에서도 어두운 흔적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노초록(15)양은 “가끔 친구들끼리 17년전 희생당한 선배들이 공부하던 교실과 책상을 가리키며 ‘우리도 혹시 비슷한 피해를 입지 않을까.’라며 수군거린다.”면서 “선생님들도 틈만 나면 어두워지기 전에 귀가하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귀가용 렌터카와 상담소에도 주민 발길 잇따라 어둠이 밀려오자 화성 일대에는 자체 조직한 ‘민간 자율방범대’ 대원들이 승합차를 타고 학교 주변이나 농지 등 우범지역을 순찰했다.정남면 자율방범대 윤태준(45·사업) 대장은 “으슥한 산길과 가로등이 없는 취약지역이 많아 주민들이 불안해한다.”면서 “부족한 경찰 인원으로는 서울보다 넓은 화성지역을 순찰할 수 없어 주민이 스스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자정이 가까워오자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심야 귀가용 렌터카’가 속속 눈에 띄었다. 박모(36·여)씨는 “밤 11시가 넘으면 버스는 물론 택시도 끊기기 때문에 자가용이 없는 주민은 렌터카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지난 99년 주민들의 요구로 도입된 렌터카는 갈수록 수요가 늘어 당초 57대에서 257대로 급증했다. 2001년 6월부터 민간 자원봉사자 12명이 꾸리고 있는 ‘화성시 가정상담소’ 진인문(50) 소장은 “주민들이 유사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잠재적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130여명의 주민이 상담을 신청,고통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화성 이영표 이두걸기자 tomcat@ ■사건 개요·수사 상황 ‘얼굴없는 살인마’는 화성지역의 인적이 드문 논바닥과 야산 등지에서 10대 여중생에서부터 70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처참하게 살해했다. 88년과 90년,91년 발생한 7,9,10차 사건을 빼고는 살인사건 공소시효인 15년을 모두 넘겼다. 경찰은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은 범인이 잡혀도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는 없지만,주민의 불안감을 씻고 나머지 사건들의 해결 열쇠를 찾기 위해 수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최근에는 화성사건을 소재로 삼은 영화나 소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건의 진실은 베일에 가려 있고,유가족의 가슴에 맺힌 한도 풀리지 않고 있다.경찰은 희생자들이 ▲성폭행당한 뒤 목이 졸렸고 ▲두 손이 뒤로 묶였으며 ▲희생자의 옷으로 재갈이 물렸고 ▲흉기로 시체가 모독을 당했다는 공통점을 토대로 수사를 벌여 왔다.범인이 검거된 8차사건 등 일부는 모방사건으로 추정하지만,대부분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동원된 경찰만 연인원 180만명이 넘는다.1만 8000여명이 증인·참고인·용의자 등으로 수사 대상에 포함됐고,지문과 유전자 감식 의뢰건수만 4만여건에 이르렀다. 사건의 비중이나 파급 효과 못지 않게 부작용도 많았다.용의자로 지목된 3명이 고문이나 수사 후유증으로 숨지거나 자살했다.한 용의자는 92년 6월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연행된 뒤 당직 변호사와의 단독 면담에서 범행을 자백했지만 1년 만에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최근 수사는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다.화성을 떠난 주민이 많은 데다 제대로 보존된 증거자료도 거의 없어 추가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97년 이후에는 수사본부가 대폭 축소돼 수사본부장인 화성경찰서장과 수사과장,형사계 요원 등 모두 7명만 편제돼 있다.태안파출소에 수사본부 팻말이 걸려 있지만,수사본부 요원들은 다른 강력사건도 함께 맡고 있다. 화성경찰서 형사2계장 방종찬(46) 경위는 “9차 사건 용의자의 머리카락 모근이 남아있는 만큼 당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은 연령대의 변태성욕자 등이 적발되면 DNA 대조 작업 등을 벌일 것”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수사 진척에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화성 이두걸기자 douzirl@ ■미제사건 사회적 후유증 강력 미제사건은 ‘다음에는 내가 피해자가 될 수있다.’는 극도의 공포심을 확산시킨다.일부 시민은 자신을 예비 피해자로 상상하기도 한다. 때문에 시민들은 사건 당시와 비슷한 상황에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심리에 빠져든다. 전문가들은 화성지역 주민들이 대부분 밤길을 피하거나 빨간 옷을 꺼리고 사건 현장과 비슷한 야산 등지에 접근하지 않으려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분석한다.오래도록 범인이 잡히지 않아 공포심이 가중되면 시민들은 ‘나를 방어할 사람과 사회적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고,호신장비나 방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자구책을 찾게 된다. 문제는 시민들이 이 과정에서 경찰 등 수사기관과 사회 시스템 전반을 불신하게 되고,막연한 불안감으로 주변사람을 불신하고 적대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40·범죄사회학) 교수는 “미제 사건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후유증은 범인이 잡히고 나서도 단시일 내에 없어지지 않는다.”면서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한 사회내 시간·비용의 중복투자가 계속 뒤따르게 되고,또 다른 ‘모방범죄’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계속된다.”고 설명했다.그는 “수사기관은 72시간 내에 현장에서 대부분 소멸되는 중요 증거와 단서를 확보토록 초동수사 시스템을 강화하고,최소 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사건 진행 상황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공황장애’ 전문가인 유상우(40)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강력 미제사건의 직·간접 피해자들은 세월이 흘러도 악몽을 꾸거나 극도의 긴장상태를 보이는 등 ‘병적인 불안’ 상태의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기 쉽다.”면서 “주변 사람의 따뜻한 시선과 적절한 심리치료만이 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대 표창원(37·범죄심리학) 교수는 “실적과 승진,고위층의 요구에 더 신경쓰는 한국의 수사관행으로는 미제 사건과 그로 인한 사회적 후유증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감 치유에 우선 순위를 두는 수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표기자 ■英등 외국에선 “완전범죄는 없다.20,30년이 걸리더라도 범인은 꼭 잡아낸다.” 영국 클리블랜드 경찰은 1989년 87세 여성을 성폭행한 뒤 달아났던 A(34)씨를 최근 구속했다.사건 초기 범인을 놓쳤던 경찰은 과거자료를 토대로 유전자분석 등 첨단 수사기법을 이용,14년 만에 사건을 해결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밖에도 1980년대 중반 10,20대 여성 68명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던 ‘기차역 연쇄살인사건’의 범인과 1993년 이탈리아 출신 10대 유학생을 성폭행했던 교사도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쇠고랑을 찼다. 이처럼 수십년이 지난 미제사건이 속속 해결되는 것은 영국 경찰의 합리적인 수사 시스템 때문이다. 영국의 일선 경찰서는 사건 발생 이후 14일 이내에 범인을 잡지 못하면 수사기록과 증거자료를 즉각 전국 32개의 ‘미제수사팀’으로 전송한다. 형사와 법의학자 등으로 구성된 미제팀은 이후 사건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2년마다 한번씩 재수사를 한다. 재수사에서는 최첨단 과학수사기법을 총동원하게 된다. 일단 범인이 잡히더라도 사건의 진실을 정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몇년씩 보강수사를 벌이는 것도 영국·캐나다 등 외국 수사체계의 주요한 특징이다. 지난해 캐나다를 떠들썩하게 한 ‘돼지농장 연쇄살인 사건’은 장기수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수십 명의 매춘여성이 살해돼 밴쿠버 외곽 한 농장에 묻혔던 이 사건은 지난해 초 범인이 잡힌 뒤에도 1년이 넘도록 보강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고고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해 깊이 2m의 흙더미를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범인의 진술과 달리 추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임준태 교수는 “초동수사 때 범죄현장을 철저히 보존,증거를 수집하고 이를 냉동보관소에 보존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면서 “냉동보관소도 태부족하고 시체나 증거 등을 장기간 보존하지도 않아 재수사에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지연기자 ann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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