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부녀
    2026-01-31
    검색기록 지우기
  • 매물
    2026-01-31
    검색기록 지우기
  • 1인
    2026-01-3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254
  • [메트로 탐방] 우리署명물-‘작은거인’ 안헌수 경사

    [메트로 탐방] 우리署명물-‘작은거인’ 안헌수 경사

    밤새 근무하고 비번시간을 활용,과일을 팔러다니는 경찰관이 있다. 언뜻 심각한 불경기를 헤쳐나가려는 경찰관이 부업전선에 뛰어든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지만 분당서 교통계 안헌수(48)경사의 사정은 좀 다르다.4년여전부터 장애우돕기에 나선 안 경사가 택한 새로운 인생살이의 한 방법이다. “친구 장인이 운영하는 과수원에서 배를 받아다 아파트단지나 골목에서 팔고,남은 이익금을 장애우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죠.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특별히 돈벌 아이디어도 없고 해서 그만 과일행상까지….”인터뷰를 극구 사양하면서 ‘별거 아닌데‘라는 말을 수십번도 넘게 되뇌는 안 경사.안 경사가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99년.당시 분당 구미동 단독주택가에 자리한 장애인 20여명의 보금자리,비인가 장애시설 ‘엠마뉴엘’을 우연히 방문,장애우들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보고 봉사활동을 결심했다. 평소 한번 결심하면 흔들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주변에서 ‘작은 거인’이라는 평가를 들어온 안 경사답게 곧바로 봉사활동에 착수했다. 이웃 아파트 부녀회,상가번영회 등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호소했고,당시 자신이 근무하던 분당 내정파출소에는 자판기까지 설치해 한달에 30만원 이상의 수익금을 전액 전달했다. 이도 모자라 친구인 서예학원 원장으로부터 과수원을 경영하는 장인을 소개받아,빌린 봉고차를 몰고 달려갔다.배값을 후불로 지불하는 조건으로 물건을 가져다 비번인 날은 어김없이 과일행상으로 변신했다. 제복을 벗어던진 사복차림의 안씨는 영락없는 과일행상이었고 아파트단지와 골목길을 돌며 판 과일대금중 원가를 제외한 수익금 전액을 엠마뉴엘의 집에 전달했다. 소문이 나자 부녀회원들까지 나서 안 경사를 도왔다.떡집과 고기집 등을 돌며 남은 자투리를 모아 주기적으로 장애인들에게 전달했다.라면은 자신의 월급으로 구입해 돌렸다. 이후 군포시 소재 비인가 장애인시설인 ‘양지의 집’으로 활동영역을 확장했다.같은 방법으로 이들을 도왔고,자치단체장에게까지 직접 찾아가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덕분에 양지의 집은 최근 정식 장애인시설로 인가를 받아,각종 지원을 받게됐다.안 경사는 다시 엠마뉴엘로 돌아왔다.여전히 비인가시설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장애우들을 돕기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범죄율 美·日보다 낮다

    범죄율 美·日보다 낮다

    우리나라의 실질 범죄율은 체감 범죄율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최근 부녀자 연쇄살인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시민들 사이에 범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퍼진 데다,미국과 캐나다 등 일부 국가 기관의 인터넷 사이트가 객관적 자료제시도 없이 ‘한국은 성폭행 범죄율이 매우 높은 국가’로 폄하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국책연구기관의 비교·검증 결과다. 사정책연구원은 지난 12일 ‘주요 국가의 범죄발생추세 비교’라는 제목으로 연구 결과를 홈페이지(www.kic.re.kr)에 공개했다.그 결과 2002년 우리나라의 총범죄 발생건수는 인구 10만명당 1674건으로,미국의 4119건이나 영국의 1만 1240건에 비해 훨씬 낮았다.이웃국가인 일본의 2240건보다도 크게 밑돈다.이는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자료를 토대로 한 것으로,외국 수치와 객관적 비교를 위해 형법범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범죄를 합하는 대신 교통관련 범죄는 제외했다. 2002년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살인발생 건수도 2.1건으로,미국 5.6건,영국 3.5건,독일 3.2건보다 적었다.우리나라는 지난 1998년 2.1건을 기록한 이후 계속 비슷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02년 한국의 강간 및 강제추행 발생건수는 인구 10만명당 19.8건으로 전년도의 22.2건보다 줄었다.주요국가의 2002년 강간 및 강제추행 발생률을 보면 미국 33건,영국 86.6건,독일 33.9건,일본 9.3건 등이다. ‘서울과 부산 등 한국 주요도시의 외국인 상대 강간 범죄율이 아주 높은 수준’이라는 캐나다 외교부(www.voyage.gc.ca)와 미 국무부 웹사이트(www.state.gov)의 ‘경고’를 무색케 한다.‘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www.prkorea.com)는 “해당 웹사이트에 공식 항의했으나 조사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며 지난달 홈페이지에 올린 내용을 그대로 실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사설] ‘목요일 괴담’ 시민은 불안하다

    지난 19일 새벽 서울 미아동에서 귀가하던 젊은 여성 2명이 잇따라 괴한의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목격자는 범인이 20대 후반의 남자라고 말했다.이날은 비가 내린 데다 목요일이어서 서울 서남부의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을 연상케 했다.올해 초 고척동 등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사건들이 있었다.이 가운데 4건이 비가 내리는 목요일에 일어났다고 해서 ‘비 오는 목요일 괴담’으로 불리며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번져 나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서남부 지역 사건과 일단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동일범으로 볼 증거가 현재로선 없다는 것이다.그렇다면 ‘목요일 괴담’을 모방한 범죄일 가능성이 높아진다.조건이 같은 날에 맞춘 ‘묻지마’식 범행일 수 있다.괴담이 퍼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온갖 근거없는 소문들이 나돌았다.이번 사건으로 민심은 더욱 흉흉해 지고 있다.새벽에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시민들은 몹시 불안해 하고 있다.경찰이 할 일은 범인을 빨리 검거하고 순찰 활동을 열심히 해서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다.그래서 안심하고 밤거리를 나 다닐 수 있게 치안을 회복해야 한다. 모방범죄를 막으려면 괴담을 부풀리고 퍼뜨리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괴담은 또 다른 괴담을 낳고 그것을 흉내낸 제2,제3의 범죄를 부른다.그래서 불안심리는 더욱 확산되는 것이다.유영철의 연쇄살인 행각처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이유없는 범죄가 늘고 있다.이번 사건에는 목격자가 있다.경찰은 수사력을 집중해서 사건을 반드시 해결해 유사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시민들도 냉정한 자세로 사건을 해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 또 비오는 목요일…새벽길 부녀자 연쇄피습

    또 비오는 목요일…새벽길 부녀자 연쇄피습

    새벽 주택가에서 혼자 귀가하던 여성이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19일 오전 3시41분쯤 서울 강북구 미아9동 주택가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다 귀가하던 원모(18)양이 집 앞에서 팔과 옆구리 등을 4,5차례 찔려 신음하는 것을 주민 이모(36·주부)씨가 발견,경찰에 신고했다. 이씨는 “새벽에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나서 창밖으로 보니 20대 후반의 남자가 지나가고 있었다.”고 말했다.이씨는 “키 160∼165㎝의 호리호리한 체격에 검정색 반팔티를 입고 있었다.”면서 “짧은 머리에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갸름한 얼굴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오전 3시31분쯤 이곳에서 1㎞가량 떨어진 강북구 미아4동 주택가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귀가하던 채모(20·여)씨가 집 현관 앞에서 흉기로 복부와 팔 등을 여러 차례 찔린 채 신음하는 것을 같은 집에 사는 윤모(32·여)씨가 발견,경찰에 신고했다. 채씨와 원양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종암경찰서 김성환 수사과장은 “동일범인지,아닌지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목격자와 인근 불량배를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에 이번 사건을 목격한 한 네티즌이 글을 올리자 대글 100여개가 달렸다.미아9동에 사는 ‘큐브’라는 네티즌은 “비명소리,살려달라는 소리,죽어가는 여자 소리,다신 듣기 싫어요.어머니가 놀라서 쓰러지시고 본인도 놀라서 청심환을 먹고 있다.”고 적었다. 일부 네티즌은 “‘비오는 목요일’에 일어난 사건”이라면서 “서남부 연쇄살인 사건의 재판이나 모방이 아니냐.”고 우려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세상에 이런일이]허~ 걱 에이즈

    “에이즈 걸리고 싶으면 니 맘대로 해봐.” 강도에게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놓인 30대 여성이 모기에 물린 자국을 내보이며 ‘에이즈에 걸렸다.’고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했다.지난달 17일 새벽 4시쯤 대구 북구 산격동에사는 Y(30·여)씨의 집에 흉기를 든 강도가 침입했다. 금목걸이 등 귀금속 150만원 상당을 뺏은 강도는 Y씨의 양손을 묶은 뒤 갑자기 성폭행을 하려 했다.이 때 Y씨는 전날 모기에 물린 종아리를 보여줬다.Y씨는 “에이즈에 걸려 전신에 반점이 생겼다.어차피 죽을 몸이니 마음대로 하라.”고 말했다.강도는 순간 겁에 질려 겁탈을 포기하고 금품만 뺏어 달아났다. 이같은 사실은 대구 북부경찰서가 지난 1일 특수강도 혐의로 검거한 유모씨(29)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유씨는 지금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부녀자를 상대로 강도짓을 벌여 1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뺏은 혐의로 구속됐다.
  • [씨줄날줄] 특수부 여검사/손성진 논설위원

    1961년 4월20일 우리나라 최초의 여판사인 황윤석 판사가 약물을 복용하고 사망했다 해서 한동안 떠들썩했다.미모의 32세 여판사의 죽음을 싸고 억측이 난무하자 검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타살이나 자살의 증거는 찾지 못했다.남편은 감기 때문에 ‘베나드릴’이라는 약물을 복용했다고 말했다.서울법대를 졸업하고 23세에 고시에 합격한 황 판사의 요절을 세인들은 몹시 안타까워했다.1951년 황 판사보다 한해 먼저 고시 사법과 2회에 합격한 여성 법조인 1호는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의 어머니인 고 이태영 여사다.이씨가 32세의 유부녀로서 서울법대에 입학해 늦깎이 법학도가 된 것은 신민당 부총재와 고문을 지낸 고 정일형 박사의 외조 덕이 컸다.이 여사는 이승만 대통령이 야당 정치인의 아내라는 이유로 판사 임명을 거부해 줄곧 변호사로 활동하며 여성 권익 향상과 인권 변론에 헌신했다. 그 뒤 여성 법조인은 한동안 배출되지 못하다가 환경처 장관을 역임한 황산성 변호사와 대통령직속 여성특위위원장을 지낸 강기원 변호사가 사시 12회로 합격했다.1971년에는 이영애 전 춘천지법원장이 사시에 수석합격해 화제를 낳으면서 최초의 여성 부장판사,최초의 여성 법원장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이 변호사의 뒤로는 전효숙 헌법재판소 재판관,국회 동의 절차를 밟고 있는 김영란 대법관 후보자와 전수안 서울고법 부장판사,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여성 판사의 맥을 이었다.이영애 전 법원장과 강 전 장관은 가톨릭 세례를 통해 모녀의 인연을 맺은 사이다. 최초의 여검사는 사시 22회인 조배숙 변호사 등 2명이다.얼마후 판사로 전직한 조 변호사는 여성에게는 영장 당직을 맡기지 않고 지방에는 여판사를 배치하지 않던 관행을 깼다.지난 6월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으로 발령나 첫 여성 부장검사가 된 조희진 검사는 가장 오래 근무한 여검사로 기록되고 있다. 여성 파워는 법조계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전체 법관 가운데 여성은 274명으로 14.6%에 이르렀고 검사는 약 7%인 104명이 여성이다.이지원 검사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지검 특수부에 입성했다.여성 특수부 검사로는 김진숙 검사에 이어 두번째다.거친 특수수사 분야에서의 여검사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 유영철 “人肉 네차례 먹었다” 충격적 진술

    유영철 “人肉 네차례 먹었다” 충격적 진술

    연쇄살인 피의자 유영철(34)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4명의 인육을 먹었고,잡히지 않았으면 100명까지 죽일 생각이었다.”는 충격적인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4년 연쇄살인 범죄조직 ‘지존파’ 이후 10년만에 또 다시 “인육을 먹었다.”는 진술이 나와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동호)는 13일 유영철을 살인 및 사체손괴은닉,현주건조물방화 등 모두 7개 죄목으로 구속기소했다.지난해 9월부터 올 7월까지 부녀자 권모씨 등 21명을 살해하고 사체 11구를 토막내 암매장한 혐의 등이다.5명 추가살인 혐의는 계속 수사키로 했다. 유영철은 검찰에서 “인육을 먹었다.”고 진술하는 등 충격적인 진술을 잇따라 내놓았다.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피해자 4명의 신체 장기 일부를 먹었다는 것.검찰은 유의 원룸 냉장고에서 발견한 ‘고깃덩어리’의 성분 분석을 시도했으나 인육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검찰 관계자는 “살인 충동에 빠진 연쇄살인범의 자아도취적 진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영철은 또 “잡히지 않았더라면 100명까지 살해했을 것”이라는 진술도 남겼다.검찰은 살인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사체를 처리하는 방법도 갈수록 ‘발전’했던 점으로 미뤄 실제 그런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유영철은 교도소 수감 중 부산에서 9명의 노약자들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정두영에 관한 보도를 접하고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실제로 유는 출소 후 정두영의 살해 수법을 참고해 범행을 저질렀으며,지난해 9월24일 신사동에서 망치로 노인 2명을 살해하기 앞서 개를 상대로 연습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산 오르記]홍천 팔봉산

    [산 오르記]홍천 팔봉산

    팔봉산 제 1봉은 들머리부터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쉬운길’과 ‘험한길’이라고 적힌 안내판 앞에서 선뜻 ‘험한길’을 택할 수 있는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다.각자 능력과 체력에 따라서 길을 고르도록 한다.대체로 걸어서 오르는 ‘쉬운길’에 비해 ‘험한길’은 바위 사이로 매어놓은 로프를 잡고 오르는 곳도 나온다. 제2봉 오르는 길 역시 가파르고 험하다.로프와 쇠난간을 잡고 암릉을 지나면 바위 봉우리 꼭대기에 작은 사당이 하나 보인다.삼부인당(三婦人堂)이다.400여년 전 조선 선조 때부터 어유포리에 살던 이씨,김씨,홍씨 등 세 며느리의 효성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마을의 평온과 풍년을 기원하고 액운을 막는 당굿을 올린다. 팔봉산 최고봉인 제3봉은 수직 철계단을 오른 후 암릉에서 거대한 바위를 만난다.이 바위를 돌아서 오르면 표지석이 있는 정상이다.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의 연륜이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북서쪽으로 줄지어 선 다섯 봉우리는 마치 설악산 용아장성릉의 축소판 같다.철계단을 내려가면 3봉과 4봉 사이의 안부다. 제4봉은 팔봉산 등산로 가운데서 가장 어려운 곳이다.특히 철계단을 올라선 4봉 마지막 부분은 비스듬하게 수직으로 뻗은 굴이라서 침니등반 기술을 써먹기에 좋다.그러나 몸이 뚱뚱한 사람은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잘 살펴보면 돌아서 오르는 길도 있으니 절대로 무리하면 안 된다. 이 굴은 ‘산파바위’라고도 하는데 산모가 아이를 낳을 때 고통을 겪는 것만큼이나 통과하기 어렵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밑에서 받쳐주고 밀어주면 그만큼 빠져나가기가 쉽다.어려움 끝에 정상에 서면 기쁨도 그만큼 크다.팔봉산을 에돌아 흐르는 푸른 강물이 백사장과 어우러져 발 아래 한 폭 그림으로 펼쳐진다. 가장 어려운 4봉을 올랐으면 5,6,7봉은 문제없다.암릉길이 이어지며 가파르거나 위험한 구간에는 로프와 철계단이 있다.7봉에서 내려서는 길이 가장 길며 우뚝 솟은 8봉이 잘 보인다.팔봉산 등산로는 봉우리 꼭대기까지 올랐다가 다시 안부에 내려선 후 다시 봉우리로 오르는 길의 연속이다. 오르기 위해서 내려가는 몸짓을 되풀이하다 보면 우리네 인생길과 흡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마음을 비우고 겸손해야만 산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7봉과 8봉 안부에서 하산길을 잡는 게 보통이지만 암벽 등반 경험과 장비가 있으면 8봉에 도전해 본다.그러나 체력이 약하거나 노약자,부녀자는 등반을 삼가달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제8봉은 로프에 의지해서 수직 암벽을 오르기 때문이다. 8봉 꼭대기에 서면 널찍한 암반이 펼쳐져 있으며 산들바람이 시원한 그늘 드리운 노송과 더불어 반긴다. 8봉에서 하산은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급경사 구간인데다 미끄럽기 때문이다.그러나 로프가 설치돼 있어 위험하지는 않다.마지막 철계단에 이어 수직 계단을 내려서면 바로 강변이다.암벽 밑으로 길이 나있는데 좁은 철판을 딛고 로프에 의지해서 강물 위를 건너는 곳도 있다.발판이 없어서 쇠줄을 디딘 채 로프를 잡고 건너기도 한다. 8봉까지는 총 4㎞에 3시간이 걸린다.경우에 따라서는 30년 같은 3시간 산행이 끝나면 팔봉산 여덟 봉우리가 오랜 벗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볼거리·먹을거리 홍천읍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무궁화동산을 들러본다.남궁억 선생의 동상이 있으며 홍천이 무궁화의 고장이 된 유래를 알 수 있다.희망리 읍사무소 앞에 있는 고려시대 삼층석탑(보물 79호)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다.원래는 홍천초등학교에 있던 것을 현재의 위치로 옮겨놓았다. 동면 덕치리 공작산 수타사 역시 홍천에서는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대적광전,소조사천왕상,영산회상도 등이 강원도 유형문화재다. 홍천강을 따라서 모곡유원지 밤벌유원지 등은 가족이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다. 홍천강에는 견지낚시 명소도 즐비하다.팔봉산과 홍천강 일대에서는 잡고기매운탕 잘 하는 집이 여럿 있다.모래무지,꺽지,빠가사리 등 잡고기와 버섯,깻잎 등 야채를 넣고 펄펄 끓인 다음 수제비를 곁들인 매운탕을 뚝배기에 담아서 먹는 맛이란 정말 그만이다.4인분 3만원.홍천강 잡고기 매운탕은 팔봉산 산행과 더불어 오래도록 홍천강의 추억으로 남길 만한 별미로 꼽힌다. 윤정이네식당(033-434-3315),팔봉산시골집민박식당(434-0267),팔봉산민박호남식당(434-0678). ●가는 길 구리시 교문동 사거리에서 가평,강촌,광판삼거리와 남동진 거쳐 팔봉산까지 2시간 걸린다.홍천읍 거쳐 부사원검문소에서 좌회전,구만리 지나 팔봉산으로 가는 길은 40분 걸린다. 버스로는 상봉터미널(02-435-2129)에서 홍천을 거쳐 반곡리 팔봉산 입구까지 2시간50분 걸린다. 서울에서는 하루 40회,홍천(033-432-7893)에서는 하루 네 번 있다.팔봉산국민관광지 입장료 어른 1500원,어린이 500원.주차료 소형 3000원,중형 4000원. 산악문학인 안재홍
  • [개인파산시대] ③파산, 그 이후

    [개인파산시대] ③파산, 그 이후

    파산자들은 파산 그 뒤,어떻게 살고 있을까.파산법의 취지대로라면 이들은 거듭 태어나 사회의 일원으로 재생의 길을 걷고 있어야 한다.외환위기로 한국의 개인파산이 본격화된 1999년 파산선고를 받은 505명 중 주소지가 확인된 30명을 찾아내,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는 3명의 지난 5년간 궤적을 추적했다.상당수는 주소지에 살고 있지 않거나 일부는 사망하기까지 했다. #사례1 가족 도움으로 악몽 극복 한명원(가명·45)씨는 파산의 고통에서 벗어난 사례다.이제 동창회도 참석하고 여행도 갈 정도의 여유를 찾았다.현재 그의 한달 수입은 350만원이다. 한씨는 1997년 의류업체 이사로 재직하다 대표이사의 보증을 서 파산했다.환율이 2∼3배나 뛰면서 수입의류를 취급하던 회사는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가 났다.당시 시가 2억 5000만원짜리 한씨의 아파트는 경매로 넘어갔다. 99년 8월 파산을 신청했고,이듬해 보증채무에 대한 완전면책을,신용대출에 대해서는 일부 면책을 받았다.빈털터리로 부인,두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온 그는 막막했다.중·고생이었던 아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돈을 꾸어 20평대 아파트 월세를 얻었다.한씨는 “아버지가 무너지는 모습을 아이들에게만큼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부인도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했다. 의류 수입과 무역에 해박한 한씨는 닥치는 대로 일을 찾았다.파트타임에서 일용직,건설자재 영업,의류회사 땡처리까지 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파산한 지 3년 만인 2003년 1월,‘전공과목’인 의류 수입업체 간부로 재취업했다.의류업계에 네트워크가 살아 있었고,‘신용’을 잃지 않은 덕분이었다. 한씨는 “면책이 되어도 당장 먹고 살아야 한다.그렇다면 해답은 한가지이다.눈높이를 낮추고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혼자 힘으로는 절대 극복할 수 없다.가족이 무너지지 않고 믿어줬기 때문에 재기가 가능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포자기하지 않고 어려우면 주변에 솔직히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숨으려고 들면 주변에서도 도와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그러면서도 그는 “아직도 잊을 만하면 은행,신용정보업체에서 독촉 전화가 걸려와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면서 “‘빚’으로 이르게 된 파산은 삶의 ‘빛’을 찾게 해준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사례2 면책받고도 신불자 딱지는 남아 지난 97년 회사 공금 1000만원을 잃어버린 홍윤희(가명·32·여)씨는 자신의 카드로 빈 공금을 메워넣었다.그 와중에 윌슨병이라는 신경계통의 희귀병 진단까지 받았다.병원비까지 얹혀져 빚은 5000만원으로 늘었다. 택시기사를 하는 아버지(62)가 2년간 1000만원가량을 갚았지만 가혹한 추심에 시달려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입원한 상태에서 법정에 출석했던 홍씨는 “판사도 딱했던지 ‘이제 빚은 다 없어졌으니 몸이나 좀 추슬러라.’고 걱정해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면책을 받은 뒤에도 채권추심은 계속됐다.독촉 우편물이 날아오고 사람들이 찾아왔다.한 카드사는 면책을 받았다고 하자 욕설을 퍼붓기까지 했다.면책이 되면 신용불량자 딱지를 떼어야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인터넷에서 조회하면 신용불량자로 나온다.분명 법을 어긴 것이지만 금융기관의 신용체크는 공공연히 이어진다. 홍씨는 장애 2급을 판정받았다.생활보호대상자가 됐으나 병원비를 대기도 힘이 든다.당연히 카드를 만들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아버지의 빚도 조금씩 늘고 있다.이들 부녀는 요즘 다시 파산으로 법원을 찾게 될까 두렵기만 하다. #사례3 면책 못받아 위장이혼의 길로 조상희(가명·33·여)씨는 99년 파산한 후에도 5500만원의 채무를 가진 신용불량자이다. 사채업자로부터 카드깡을 했다는 이유로 면책이 거부됐기 때문이다.조씨는 지난 5년 동안 집 전화번호를 4차례,개인 휴대전화번호는 3차례 바꿔 사는 ‘도망자’의 삶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신문사 사원,상장업체의 비서,유통업체 근무 등 고교졸업 후 15년을 일하고 있지만 늘 가슴 졸이며 사는 삶이다.가족에게 피해를 줄까봐 남편과 ‘위장이혼’을 했다.빚이 정리되면 다시 재결합할 계획이었지만 면책이 거부되면서 그 기대는 산산조각났다. 아이(6)는 이혼상태에서 학교를 보낼 처지가 됐다.법원에서 받은 것은 면책이 거부됐다는 통지서 한 장.당시 재심이나 이의신청 절차 안내도 없었다.조씨는 파산의 고통만 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조씨는 “적금 하나 부을 수 없고 내 이름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미래니 꿈이니 내게는 먼 이야기”라고 말했다. 카드사는 최근 조씨를 고소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3군데 카드빚은 갚았지만 아직 8군데가 남았다.카드사가 조씨에 대한 주민등록 직권말소까지 신청했다.매달 10만원씩이라도 갚겠다고 애원했지만 카드사는 분할 상환도 거절했다.조씨는 “아이 엄마인데 왜 떳떳하게 살고 싶지 않겠어요.카드사는 돈 벌어서 갚으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조금의 양보도 해주지 않고 더 나이 먹기 전에 둘째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이혼 상태에서 그것도 어렵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안동환 유지혜기자 sunstory@seoul.co.kr
  • [새광고] 구수한 스팸맛에 끌린 코믹신부

    CJ의 스팸이 김용건,한예슬 부녀를 앞세운 코믹광고를 내놨다.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입장하던 친정아버지와 신부가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구수한 냄새에 신랑도 내팽개치고 달려간다. 다름 아닌 피로연을 위해 굽고 있던 스팸 냄새 때문이다.
  • [책꽂이]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오연호 지음,휴머니스트 펴냄) 지난 2000년 시민기자제를 도입해 창간한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언론계의 텃세와 세상의 편견과 싸워온 이 신문은 마침내 ‘유력’ 매체로 우뚝 섰다.이 책은 ‘미디어 혁명가’인 저자가 뉴스게릴라(시민기자)와 함께 펼쳐온 ‘세상 바꾸기 프로젝트’를 소개한다.1만원. ●고문의 역사(브라이언 이니스 지음,김윤성 옮김,들녘 코기도 펴냄) 네로 황제는 서기 64년에 일어난 로마의 화재에 자신이 연루됐다는 사실을 부인했다.그리고 고문으로 얻어낸 정보를 토대로 기독교인과 유대인들을 범인으로 지목했다.그들은 늑대 가죽을 뒤집어쓴 채 야생의 개들에게 조각조각 물어 뜯기거나,역청이 발라진 채 불태워져 밤의 횃불이 되는 등 희생을 치렀다.책은 잔혹한 고문의 역사를 다룬다.17세기 러시아로부터 유럽에 소개된 ‘손가락 죄는 틀’등 갖가지 고문도구도 소개한다.9000원. ●국가와 종교(미야타 미쓰오 지음,양현혜 옮김,삼인 펴냄) 국가권력과 로마서 13장의 연관성을 살폈다.로마서 13장은 바울서신뿐만 아니라 신약성서 전체를 통해 국가권력에 대한 태도를 가장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는 장이다.그것은 종종 절대 군주들이 그들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정치이념 체계로 왕권신수설을 주장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독일 교회투쟁과 칼 바르트 사상을 전공한 저자는 유럽 그리고 근대 일본의 정치사상을 관통하는 기독교의 영향에 대해 로마서 13장을 축으로 분석한다.1만 5000원. ●작은 창 너머 보이는 풍경(김정선 지음,성바오로 펴냄) 제주도의 사계를 노래한 수필집.돌하르방을 맨 처음 만든 사람은 1754년 영조 30년에 김몽규 목사라는 설이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모자를 쓰고,커다란 눈에 주먹코,일자로 다문 입,배 위에 양손을 모은 돌하르방의 모습은 익살스러우면서도 정겹다.8500원. ●나만 모르는 유럽사(일본역사교육자협의회 지음,양인실 옮김,모멘토 펴냄) 중세에는 독신 여성을 완전한 여성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그런 만큼 기사들의 동경 대상은 유부녀였다.장애가 많으면 많을수록 훌륭한 사랑으로 간주됐다.그러니 주군의 부인과의 사랑을 꿈꾼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금지된 사랑이나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에 나오는 기사 랜슬롯과 왕비 기네비어의 불륜 등 왕비나 왕의 약혼녀와 신하인 기사의 사랑 이야기가 미화된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이 책에는 유럽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흥미로운 ‘교과서 밖 이야기’들이 실렸다.1만 2000원.
  • 美입양 아빠와 한인입양인대회 온 대너 양

    “아빠가 태어난 나라에서 멋진 생일 파티를 열고 싶었어요.”다섯 살때인 지난 1962년 홀트아동복지재단을 통해 미국 오하이오주로 입양된 윌 댄슬러(47·한국명 영두)씨의 고명 딸 대너(16) 양.그녀는 아버지가 태어난 서울에서 생일파티를 열고 싶어 4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3회 세계한인입양인대회에서 참가했다. 대너의 실제 생일은 지난 6월10일.그러나 서울에서 열리는 입양인대회에 참가해 홀트재단에서 생일파티를 하고 싶다고 딸이 자청했다고 한다.대너는 아버지가 입양됐던 홀트아동복지회를 찾아가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선물을 주는 것으로 생일 의미를 찾고 싶었던 것.대회 준비위원인 수전 순금 콕스 부회장도 이들 부녀(父女)의 방한 스토리를 감동을 주는 사연이라고 소개했다. “이웃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생일잔치 계획을 설명하고 기금을 모았어요.친구들에게 내 뜻을 설명했죠.”대너 양은 기부금 160만원과 친구들이 준 선물을 모두 들고 9일 홀트아동복지재단을 방문할 예정이다. “미국에선 16번째 생일을 가장 성대하게 치르고 있다.딸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해 너무 고맙다.42년 전의 나와 같은 처지의 어린 아이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다.”댄슬러씨는 현재 미국 통계청,세무서 등 정부기관에 재무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납품,연간 4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넷베이스’라는 IT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IT업체와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하지만 지금으로선 입양인을 먼저 돕고 싶다.그들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입양 단체들을 도울 것이다.그것이 내가 받은 은혜에 대한 첫번째 보답이다.”댄슬러씨는 특별히 입양 시 겪게 되는 언어문제와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정체성 확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앞으로 작은 단체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주한미군, 이라크인 수십명 고용 적응훈련

    주한미군이 이라크로 파병할 미군의 훈련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라크인들을 한국에 들어오도록 한 뒤 이들을 훈련에 활용했다고 미 군사 전문 성조지가 3일 보도했다. 성조지에 따르면 지난달 초 이라크인 수십명이 입국해 경기도 동두천의 캠프 케이지에 입소,이라크로 차출된 2사단 2여단 소속 병력 3600여명과 합숙하며 훈련 시나리오별로 주어진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이들 병력은 3일부터 일주일 안에 부대별로 이라크 현지로 이동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기관에 통역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업체의 모집으로,미 2사단에 파견된 이들은 대학생이나 환경미화원 등 직업이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이라크 마을을 모방한 영내 훈련장에서 지역 기관장이나 부녀자,촌장,언론인,시골마을 주민 등으로 행세하며 미군들이 실제 상황을 경험하도록 도왔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정인학칼럼] 지금도 홍제천은 흐른다

    요즘 세상에선 정체성 논쟁이 한창이다.정치권이 암울했던 과거사를 청산하겠다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게 도화선이 됐다.지난 3월에 만들었던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을 다시 강화해 일제 치하의 행적을 들춰 보겠다는 것이다.늦었지만 역사를 살펴 막힌 곳은 뚫고 굽어진 곳을 펴서 민족정기를 추스르겠다니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그러나 한편으로 과거사에 매몰되어 또 소모적인 정쟁에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반역사적인 사화(士禍)의 기록을 가지고 있고,그 사화(士禍)는 언제나 과거사 규명을 명분으로 시작된 사화(史禍)였다.과거사를 청산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화(史禍)를 만들어 지배권력을 강화하는 사화(士禍)로 악용하곤 했었다.과거사에 자의적인 잣대를 들이대 피바람을 일으켜 정적을 제거하는 방편으로 활용했다는 얘기다.당대에 집권 사대부들의 장악력이 흔들릴 때면 사화는 어김없이 등장했다.그리고 그들도 하나같이 사화의 대상이 되곤 했다. 정치권이 보이고 있는 과거사 청산 행보는 미덥지가 않다.과거사 청산은 새로운 역사를 쓰는 지난한 작업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같다.예를 들면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뒤늦게 도마에 올린다고 한다.진상 규명에서 갈지(之)자 행태를 보이니 ‘의혹’을 산다.정치지도자로 부상한 박근혜 대표에 타격을 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논란이 일자 여당의 고위 관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조사 대상에서 뺄 수도 있다고 제의했다고 한다.흥정하는 것도 아니고 어이가 없다. 반만년 역사에서 일제 강점기를 꼬집어 청산하겠다는 것도 그 이유가 궁금하다.엊그제까지 이 땅에서 자행되었던 무지막지한 독재의 횡포와 만행을 제쳐두고 구태여 일제치하를 청산하겠다니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 것인가.민주화 과정에서 불행한 역사에 깔려 ‘후유증’에 신음하는 그들이 어디 한둘인가.친일진상규명법 개정을 주도할 수 있는 감투를 썼다고 해서 민주화의 역사는 마무리되었다고 보는 것인가.혹시 민주화의 역사를 다루지 못할 개인적인 사정이라도 있단 말인가. 일제 강점기와 함께 민족의 수난사로 꼽히는 병자호란 얘기다.인조14년 청나라 오랑캐들이 삼천리 강산을 유린했다.그리고 퇴각하면서 무려 50만명의 부녀자들을 끌고 가면서 몸값을 요구했다.천신만고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환향녀(還鄕女)들의 정절이 문제가 됐다.인조는 북한산에서 발원해 인왕산과 북악산 자락을 흐르는 지금의 홍제천(弘濟川)에 몸을 씻으면 ‘허물’을 탓하지 못하도록 했다. 인조16년의 실록은 역사의 비극은 백성을 탓할 수 없는 것으로,함께 아파하며 역사발전의 과정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취지를 기록으로 전하고 있다. 친일반민족행위는 청산되어야 할 민족적 과제다.민족정기를 추슬러 역사발전의 디딤돌을 또 하나 놓아야 하는 까닭이다.과거사의 규명에 집착한 나머지 국민분란의 빌미를 만들어선 안 된다.목욕재계한 환향녀를 역사의 대열에 합류시켰던 홍제천의 역사를 새겨야 한다.암울한 행적을 질타하기보다는 암울한 역사에 맞섰던 다른 이들을 민족의 이름으로 ‘보상’한다면 기대하는 역사정신은 얼마든지 살아 숨쉴 것이다.청산의 과거사도 군사독재에 맞섰던 현대사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게 순리일 것이다.사화(史禍)를 사화(士禍)로 변질시켰던 반역사적 행태가 반복되어선 안 된다.과거사청산은 민족의 미래를 설계하고 희망을 노래하는 현재 진행형의 역사 교과서가 되어야 한다.그리고 역사발전의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정인학 교육 대기자 chung@seoul.co.kr
  • 30일 개봉 ‘누구나 비밀은 있다’

    장현수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누구나 비밀은 있다’(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30일 개봉)는 미니어처 향수 세트 같은 영화다.앙증맞은 용기에 갖가지 향을 밀폐시켜 후각의 상상력을 부추기는 향수 세트처럼,영화도 그 비슷한 전략으로 관객을 유혹한다. 한 남자를 둘러싸고 세 여자들이 은밀한 포즈를 취한 포스터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영화의 전략은 명중한다.포스터 속 여자들은 극중 자매.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선명히 나열되는 여주인공의 캐릭터들은 저마다 하나씩 은밀하되 아기자기한 드라마의 씨눈을 품고 궁금증을 부채질한다. 진지한 척하지만 바람기 다분한 남자 수현(이병헌)은 재즈바 가수 미영(김효진)과 첫눈에 ‘필’이 꽂힌다.세 자매의 막내인 미영은 “섹스하고 싶은 남자는 내가 고른다.”고 선언하는 자유연애주의자.수현과 미영의 만남은 드라마의 ‘미끼’가 된다.미영과 사귀면서 수현은 그녀의 두 언니 선영(최지우),진영(추상미)과도 아슬아슬한 관계를 엮어간다. 이렇듯 묘한 러브게임을 시작한 영화는,세 자매의 사랑과 욕망에 관한 서로 다른 해법과 연애관을 대비시키는 데 주력한다.둘째 선영의 캐릭터는 미영과 완전히 딴판인 책벌레 대학원생.남자친구 하나 없지만 “사랑은 벼락처럼,도둑처럼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라는 몽롱한 연애관으로 사랑의 판타지를 믿고 있다.맏언니이자 유부녀인 진영에게 사랑은 두 여동생들과는 또 다르다.“가족끼리의 섹스는 근친상간”이라는 무심한 남편을 둔 그녀에게 사랑은 ‘일상에 지친 낡은 욕망’일 뿐이다. 세 자매의 캐릭터들을 차례차례로 부각시키며 영화는 슬슬 도발에 들어간다.여자들에게 수현은 내재된 욕망을 솔직담백하게 돌아보게 만드는 각성제 역할을 한다.수현의 유혹에 선영은 꾹꾹 억눌렀던 욕망을 발견하고 스스로도 놀라고,진영은 힐끔힐끔 수현을 훔쳐보면서 삶의 탄력을 되찾는 것 같다.수현과의 결혼을 결심하는 동안 미묘한 심리변화를 일으키기는 미영도 마찬가지.“사랑은 쇼핑이며,좋은 물건 찾으려면 자주 골라봐야 한다.”는 평소 주장과 달리 오랫동안 자신을 짝사랑해온 남자친구(탁재훈)에게 전에 없던 감정을 발견한다. 한 남자를 놓고 자매들이 저마다 비밀연애를 즐기는 사이사이에 유쾌함과 익살이 곁들여졌다.선남선녀 주인공이 엮는 아기자기한 로맨틱 드라마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더없이 맛깔스러운 밑반찬이다.간간이 베드신이 끼어들기는 하지만,그로 인해 극의 분위기가 눅눅해지거나 질척거리는 순간은 없다.오히려 은밀한 몇몇 장면들은 관객의 분방한 상상을 유도하는 경쾌한 장치로 주효했다.아일랜드 영화 ‘어바웃 아담’이 원작.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공연리뷰] 조수미 국내 첫 오페라 ‘리골레토’

    조수미의 국내 첫 오페라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은 ‘리골레토’ 무대는 오페라에서 음악과 성악가의 실력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여실히 입증한 무대였다.연출은 다소 단조로운 편이었지만,베르디의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완벽하게 목소리에 담은 레퍼토리들은 관객의 몸과 마음을 작품에 몰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오페라 전막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역시 리골레토역의 바리톤 레오 누치.그의 목소리에는 살아숨쉬는 리골레토의 감정이 그대로 실려 있었다.만토바 공작의 집으로 찾아가 질다를 내놓으라며 부르는 아리아 ‘몹쓸 악당놈의 가신들’에 담긴 아버지의 절절한 절규는 관객들로부터 환호와 박수를 끌어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조수미의 목소리도 숨을 멎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사랑에 빠져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는 아리아 ‘그리운 그 이름’은 긴 떨림의 여운을 남겼다.하지만 첫 무대의 긴장감과 지방 순회공연에서 누적된 피로 탓인지 목소리에서 감정의 굴곡이 살아나지 않았다.아름답긴 했지만,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는 슬픔이 절절하게 객석에까지 전달되기엔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만토바 공작역의 아킬레스 마르차는 음의 강약을 살려 유연하게 흐르게 만드는 음색이 인상적인 테너였다.여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바람둥이역을 목소리만으로 충분하게 살려내는 연기가 인상적이다.‘리골레토’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경쾌한 아리아 레퍼토리 ‘여자의 마음’도 극의 아이러니를 부각시키는 데 성공한 느낌이다. 이탈리아 볼로냐 오페라단 초청으로 이루어진 이번 공연은 수준높은 단원들의 실력 덕에 독창 외에도 4중창,합창 등 다양한 노래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3막에서 사랑놀음을 하는 만토바 공작과 마달레나,고통받는 부녀인 리골레토와 질다가 부르는 4중창이나 1막2장의 마지막에서 질다를 납치한 귀족들이 부르는 리듬감 있는 합창곡 등은 절묘한 앙상블을 이끌어냈다. 빼어난 음악에 비해 전체적인 공연의 진행과 무대미술 등은 다소 미흡한 편.세종문화회관의 낡은 시설 탓인지 무대 전환을 위해 3번이나 휴식시간을 가져 극의 호흡이 자주 끊겼고,유서 깊은 회화라지만 파스텔톤으로 그린 세트는 정교한 맛이 떨어졌다.연출은 고전의 품격을 표현하기에는 무난했지만 생동감이 없었다.하지만 무대 좌우의 조명을 다르게 해 선악의 경계에 선 리골레토와 세상의 풍경을 은유하는 연출만큼은 돋보였다. 약간의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무대는 오페라 애호가들에게는 원작에 충실한 제대로 된 오페라를 감상할 기회가,초보자에게는 오페라의 정수를 느끼며 그 매력에 푹 빠져들게 할 계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공연은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399-1114.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26일 TV 하이라이트]

    ●왕꽃 선녀님(MBC 오후 8시20분) 초원을 보러갔던 행자는 집 앞에서 몸싸움을 하고 있는 정수와 무빈을 본다.사태를 어렴풋이 짐작한 행자는 시애를 만나 따져 묻고,시애는 무빈이 일방적으로 초원을 쫓아다니는 거라고 변명한다.좋은 추억으로 간직하자는 초원에게 무빈은 부모님께 결혼 허락을 받으러 가자며 잡아끈다. ●사이언스+(YTN 오전 8시30분) OECD국가 중 국립 자연사박물관이 없는 한국.세계적으로 500여개의 자연사박물관이 운영되는데 반해 한국은 사립,공립을 합해 고작 10개 내외에 불과해 우리의 문화 수준을 깎아내리고 있다.한 나라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반영하는 국립 자연사박물관의 부재,무엇이 문제인지를 살펴본다. ●생방송 60분-부모(EBS 오전 10시) 이제까지 창작동화만을 읽어왔던 아이들이 초등학교 졸업 후 사회 비판의식이나 역사,예술을 논하는 책들을 만나게 된다.많은 아이들이 이 과정에서 책읽기에 흥미를 잃기도 한다.어린이와 청소년 시기의 책읽기는 어떤 점이 다르고, 같을까? 청소년 시기 독서교육의 특징에 대해 알아본다. ●경찰24시(iTV 오후 10시50분) 불쾌지수가 높아 옷깃만 스쳐도 짜증나는 날,부녀자들의 몸싸움이 일어났다.노상에 앉아서 잠을 자던 한 남자.죽어도 해병을 외치는 취객의 정체는? 그 외에 낯선 땅에 건너와 폭력을 행사하는 몽골인.정신장애로 부모를 폭행한 아이 등 생생한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본다. ●오픈 스튜디오(SBS 오후 4시10분) 21세기 새로운 주역으로 주목받는 여성.토큰 3개로 그룹 부회장이 된 박형미씨와 함께 평범한 주부에서 화장품 방문판매사원,그리고 연봉 12억원의 여성 최고 CEO가 되기까지의 성공스토리를 들어본다.더불어 21세기 새로운 주역인 여성의 진정한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구미호외전(KBS2 오후 10시) 요원들에게 기절 당한 후,그들에게 이끌려 SICS본부에 도착한 민우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당황을 하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고 내부를 탐색한다.그리고 찬혁에게 민우가 겪었던 일련의 사건에 대한 상황,즉 민우가 확신하지 못했던 구미호족의 정체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을 듣는다. ●청춘!신고합니다(KBS1 오후 7시30분) 막강한 화력과 기동력으로 무장한 최정예 공세 기동부대 육군 ‘결전부대’장병들과 함께 한다.‘어머님 전상서’에서는 어머니를 향한 아들의 눈물겨운 편지 한 통이 소개돼 감동을 전한다.이밖에도 ‘병영장기 베스트’에서는 장병들의 열창과 특공무술 공연도 펼쳐진다.
  • [기고] 증오범죄 근본책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동진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10개월새 무려 20명의 무고한 노인과 부녀자를 상대로 ‘묻지마 살인극’을 벌여온 용의자 유영철이 검거됐다.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생명을 20명이나 죽여 시체를 토막내고,암매장하거나 불태우고 바다에 버린 그다.그러고도 사죄의 말은커녕 부유층에 대한 증오를 내뱉고,특정 직종의 여성들에 대한 저주를 토해낸 그를 보고 사람들은 전율을 느꼈다.이런 엽기성 때문에 경찰의 초동수사와 공조수사의 허점 등에 대해 질타의 목소리도 더욱 높아지고 있는지도 모른다.그러나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는 아직 별 말들이 없다. 흔히 범죄를 가리켜 그 사회의 ‘거울’이라고 한다.유영철의 엽기적 연쇄살인극은 막연한 증오와 빗나간 복수심이 실제 행동으로 표출된 사례다.어찌 보면 우리 사회에 유영철이 저지른 범죄처럼 특정 계층과 집단의 사람들에 대해 증오를 품고 마구잡이로 살상을 자행하는 강력범죄는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범죄사회학자들이 이미 지적하듯 지금 우리 사회는 계층간 갈등구조가 상당히 심화돼 있다.그런 갈등과 대립양상은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상대계층에 대한 증오의 단계로 옮겨지고 있다.이처럼 가진 자와 못 가지고 덜 가진 자로 나뉘어져 서로가 외면하면서 증오를 키워가고 있는 데도 우리 사회는 적절한 대응을 못 해온 게 사실이다.이런 상태에서 엽기 살인의 전조도 배태돼온 것이다. 유영철도 해체된 가정에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지만,갈수록 높아지는 이혼율이 가정해체의 굉음을 내며 우리 사회에 경고음을 내기 시작한 지도 꽤 오래다.이번 사건의 피해자 대부분인 출장 안마사나 전화방 여성들도 범죄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경고등도 켜져 있었다. 우리는 이런 불길한 경고음을 애써 무시해왔다.심각한 고민과 대책이 없었다.물론 모든 사회에는 예외 없이 계층이 존재하고,계층간 갈등과 대립이 얼마간은 있을 수 있다.중요한 것은 정도의 문제다.우리 사회는 지금 계층간 갈등과 대립의 정도가 급속히 심화하는 중이다. 지금도 전국에서 밥을 굶는 결식 아동이 십수만명에 달하고 있고 기본적인 인간으로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계비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계층이 200만명을 웃돌고 있다. 380여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들도 언제 우리 사회의 극빈층으로 전락할지 모르는 경계선상에 서 있다. 이들 가운데 어느 정도가 자신의 처지를 사회 구조의 모순에서 원인을 찾고,유영철처럼 가진 계층의 사람들에 대한 증오를 키우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제2,제3의 유영철이 언제 다시 나타나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져줄지 모를 일이다.이런 가운데서도 우리 사회에 계층간 갈등과 대립을 부채질하는 세력들도 있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이제부터라도 계층간 증오심으로 인한 범죄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부와 권력이 정당하고 투명한 절차와 수단·방법에 의해 획득돼야 한다.가진 자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그래서 가진 자들이 희망의 증거가 되고 성공의 모델로 존경을 받게 돼야 한다.그럴 때만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진자들이 덜 가진자들에게 증오와 저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많이 가진 자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 사회,그런 풍조를 방치하는 사회는 붕괴 직전으로 내몰린 자본주의 사회이다.우리가 진정 미워해야 할 것은 부정과 부패의 수단으로 축적된 부이며 불로소득자의 떵떵거림이다. 이것을 확실히 구분할 때 비로소 자본주의 사회로서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고,유영철이 저지른 것과 같은 흉악한 범죄를 막을 수 있게 된다. 이동진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열심히 살려는 불쌍한 사람을 왜…” 유족 오열

    연쇄살인범 유영철에 대한 경찰수사가 서울 서남부지역 살인사건 등 다른 미제 살인사건과의 연관성을 캐는 데 집중되고 있다. ●태연히 노점상 살해 재연 경찰은 19일 유를 데리고 지난 4월 노점상 안모(44)씨 살인사건의 현장검증에 나섰다. 남색 상·하의에 노란 비옷을 걸치고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유는 황학동 S아파트 부근의 한 약국 앞과 살해 장소인 서울 신수동 자신의 오피스텔 인근 주차장,시신을 버린 인천 월미도 부근 등에서 범행을 재연했다. 그는 흉기 등으로 20여 차례나 안씨를 찌르는 상황과 인천시 중구 북성동 한 주차장에서 안씨의 양 손목을 자르는 장면,월미도 ‘문화의 거리’ 앞바다에 이를 버리는 장면을 재연하면서 시종일관 태연한 모습이었다.승합차 운전석 뒷좌석 시트 밑에 둔 시신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경찰은 그러나 절단한 양 손목을 버렸다는 월미도 앞 바다를 뒤졌지만 찾아내지 못했다. 현장검증에는 안씨의 부인 노모(42)씨와 남동생(43) 등 유가족이 나와 오열했다.이들은 “왜 죽였냐.마스크 벗어.이 나쁜 놈아.”,“왜 열심히 살려는 불쌍한 사람을 택했냐.”며 울음을 터트렸다.부인 노씨는 “사건 당일인 14일 남편이 ‘장사가 잘 안되니 인근에서 노점하는 사람과 만나고 오겠다.’고 한 것이 마지막 통화였다.”고 말했다.노씨는 “몸집이 큰 남편의 피살 소식을 듣고 단독범행이 아닌 공범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다.”면서 “시동생이 용의자로 지목돼 고초를 치르는 등 지난 2개월 동안 집안이 파탄났다.”고 울부짖었다. ●서울 서남부지역 범행과의 패턴 비교에 초점 경찰은 유가 서울 서남부지역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에 연루됐는지를 추궁하는 한편 유의 ‘살인 패턴’을 서울 서남부지역 범죄와 비교,유사성과 차이점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 우선 유는 살해한 부유층 노인의 자택에 있던 거액의 금품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본인은 부유층과 여성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연쇄살인을 저질렀다고 강변하지만,사회적 약자인 안씨 살해가 밝혀짐에 따라 범행동기를 납득할 수 없는 ‘무동기 범죄’인 점이 확인된 셈이다. 유가 경찰관을 사칭해 금품을 뜯으려다 ‘가짜’인 점이 들통났거나,안씨의 반항을 받고 무참하게 살해했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범행 수법에서도 희생자가 숨을 거둘 때까지 흉기나 둔기를 쉴 새 없이 내리치거나 시신을 토막내는 잔혹성은 다른 사건과 똑같았다. 지난 4∼5월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한 살인사건도 ‘무차별’,‘잔혹성’이라는 점에서는 일부 유사점을 보인다. 하지만 유가 직접 제작한 쇠망치를 주로 범행에 사용했다는 점에서 흉기를 사용한 서남부 사건과는 수법이나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유가 당초 서울 서남부 사건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이미 진범이 붙잡힌 사건까지 본인이 저질렀다고 주장한 대목도 석연치 않다.경찰은 “유영철의 진술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구체적인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안동환·인천 김효섭기자 sunstory@seoul.co.kr
  • 용답동 부녀자 살해범 검거

    서울 동부경찰서는 19일 30대 여성과 초등학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김모(32·무직)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 8일 오전 1시20분쯤 서울 성동구 용답동 서모(34)씨 집에서 서씨의 딸(12)과 부인 김모(33)씨의 후배 차모(31)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차씨와 3개월 가량 사귀다 지난 5월 중순 헤어진 김씨는 둘 사이를 방해하고 있다고 여긴 차씨의 선배 김씨를 살해하려 침입했다가 차씨와 서양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김씨는 이날 범행을 저지르면서 알몸에 비옷만 걸쳤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시끄럽게 짖는다는 이유로 차씨의 애완견마저 흉기로 찔러 죽였다. 한편 김씨는 지난 2월 중순 용산구 후암동 신모씨의 집에 침입,귀금속 등 300만원 어치를 훔치는 등 그동안 100여차례에 걸쳐 2억원 어치의 금품을 훔쳐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차씨의 주변인물에 대한 탐문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일정한 직업이 없음에도 유흥업소 종업원들에게 귀금속을 선물하는 것을 수상히 여겨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