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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여워 쓰다듬다 반항해 죽였다”

    지난 18일 경기 시흥시 정왕동 군자천에서 발견된 어린이 시체는 암매장돼 숨진 이혜진(10)양과 함께 실종됐던 우예슬(8)양의 신체 일부인 것으로 19일 밝혀졌다. 이 사건의 피의자 정모(39)씨의 집 화장실과 범행에 사용된 톱 등에서는 우양과 이양의 혈흔이 나왔다. 경찰은 이날 정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및 살해, 시체유기혐의로 구속했다. ●집근처 찾은 톱서 혜진·예슬이 혈흔 정씨는 지난해 12월25일 오후 5시쯤 안양시 안양8동 길에서 귀가하던 두 어린이를 발견하고 꾀어내 살해했다. 그런 뒤 시체를 연장으로 토막내 렌터카 트렁크에 싣고 수원시 호매실나들목 인근 야산과 시흥시 오이도 개천변(군자천)에 각각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술에 취해 차를 몰고 가다가 아이들이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반항해서 죽였다.”고 진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DNA 대조 결과 군자천에서 발견된 어린이 시체 5개 부위 모두 우양의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또 정씨 집 화장실에서 채취한 혈흔은 우양 것으로 확인됐다. 집 근처에서 확보한 플라스틱톱과 나무톱의 두 톱날에 남겨진 혈흔에서는 이양과 우양의 유전자가 모두 확보됐다. 이같은 결과로 미뤄 정씨가 두 어린이를 집으로 유인, 살해한 뒤 시체를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추가 범행 가능성에 수사 확대 경찰은 이에 따라 정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와 살해 및 시체 훼손 경위, 여죄 등을 캐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병록 안양경찰서 형사과장은 “앞으로는 범행 동기 등 숨기고 있는 부분을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면서 “2004년 군포에서 발생한 부녀자 실종 사건도 군포경찰서와 공조해 수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날 군자교 부근에서 우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시체 일부를 수습한 데 이어 나머지 부분을 찾기 위해 이날 이 일대에서 재수색을 했으나 더 이상의 시체는 발견하지 못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여성 변사체 또 발견

    19일 오후 1시40분쯤 수원 입북동과 의왕 초평동에 걸쳐 있는 왕송저수지에서 30세 전후로 추정되는 여성 시체가 떠올랐다. 왕송저수지는 이혜진(10)양의 시체가 암매장됐던 수원 호매실나들목 부근과 3㎞ 거리에 불과해 경찰이 경기 남부지역 부녀자 연쇄실종사건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시체는 150∼160㎝ 키에 짧은 퍼머 머리였으며 발견 당시 알몸으로 양손이 묶이고 열 손가락 지문이 모두 흉기로 훼손된 상태였다.군포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두 아이 사체 왜 따로 유기했나

    안양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검거된 정모(39)씨가 경찰에서 범행을 일부 자백했지만 여전히 의문은 꼬리를 물고 있다. 숨진 이혜진(10)·우예슬(8)양의 사체는 수원 호매실동 야산과 또다른 안양 인근 장소에 떨어진 채 각각 묻힌 것으로 알려져 정씨가 어떤 의도를 가졌을지 궁금하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두 사체를 유기하려면 차에서 유기 장소로 두 차례 왕복해야 하기 때문에 적발될까 두려워해 미리 장소를 두 곳 정해 두고 한 곳에서 유기한 뒤 아무 일 없었던 듯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적이라는 얘기다.●숨진 아이들 사체는 어디서 어떻게 처리했나 숨진 두 아이가 안양8동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시간이 지난해 12월25일 오후 5시쯤이고 정씨가 렌터카를 빌린 시간은 오후 9시50분. 결국 정씨가 안양8동 반지하 집에서 살해한 뒤 사체 유기를 위해 렌터카를 빌렸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경찰은 정씨 집에서 혈흔이나 범행 도구 등을 발견하지 못해 의문이 남는다. 또 금품을 요구하는 협박 전화가 전혀 없었고, 정씨가 범행 여부 자체에 대해서도 오락가락하는 진술을 하고 있어 범행 동기도 여전히 의문이다. 게다가 렌터카를 빌린 17시간 동안 12월 한겨울 꽁꽁 언 땅을, 남들의 시선을 피해 어떻게 파서 암매장할 수 있었나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에 따라 공범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화성 부녀자 연쇄실종과 동일범인가 2006년 12월부터 한 달 새 경기 군포와 화성, 수원 일대에서 노래방 도우미 배모(47)씨와 박모(37)씨, 경리 박모(52)씨와 여대생 연모(21)씨가 연쇄적으로 사라진 연쇄실종사건이 발생했다. 군포 인근에서 대리운전을 해온 정씨는 이 사건의 용의선상에도 올랐다. 숨진 박씨와 마지막으로 만난 손님의 인상착의도 ‘혼자 노래방에 와 도우미를 부른 30대 중·후반 170㎝ 전후 남자’이기 때문에 독신에 39세인데다 신장까지 비슷한 정씨와의 연관성이 없진 않다. 하지만 범죄 전문가들은 동일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분석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보통 성인 여성에 대한 콤플렉스나 두려움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1년 새 범행 대상 연령대가 급변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표 교수는 “부녀자 실종사건의 범인은 차를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신뢰성 있는 복장과 말투 등을 사용해 성인 여성들을 차에 태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데 대리운전을 하며 궁핍하게 살아온 정씨가 동일범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살해 용의자는 이웃집 30대

    살해 용의자는 이웃집 30대

    경기 안양 두 초등학생 실종·피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범행 82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암매장돼 숨진 이혜진(10)양과 함께 실종됐던 우예슬(8)양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6일 오후 9시25분쯤 이 사건의 용의자인 정모(39·대리운전기사)씨를 충남 보령의 정씨 어머니 집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날 밤 안양경찰서로 압송됐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정씨는 지난해 12월25일 오후 5시쯤 안양시 안양8동에서 이양과 우양을 자신이 빌린 흰색 뉴EF쏘나타 렌터카에 태워 살해한 뒤 시체를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정씨의 차량에서 이양과 우양의 DNA와 똑같은 혈흔이 발견됐다.”면서 “정씨는 이양의 집과 130여m 떨어진 곳에 혼자 살며, 직업은 대리운전기사”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이양의 시체를 토막낸 뒤 차에 싣고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과천∼봉담간 고속화도로 호매실나들목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 이양의 시체는 지난 11일 오후 야산 현장에서 훈련 중이던 예비군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1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이양과 우양의 혈흔이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 받고 정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정씨가 최근 1년여 동안 수원·안양·군포 등 경기 남부지역에서 발생한 부녀자 연쇄 납치사건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추궁하고 있다. 한편 이양의 영결식은 17일 이양이 다니던 안양 M초등학교에서 치러진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끝나지않은 경기남부 ‘실종공포’

    끝나지않은 경기남부 ‘실종공포’

    경찰이 16일 안양의 초등학생 실종·피살 사건의 용의자를 검거했지만 아직도 단서조차 잡지 못하는 미해결 암매장·실종 사건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실종됐거나 실종 후 암매장된 사건이 최근 몇년 사이에 화성·광명·수원·안산 등 경기 남부지역에서 잇따라 발생,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안양 초등학생 사건처럼 전 국민적 관심을 모으면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그렇지 못한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의지가 아예 없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2003년 3월30일 오후 5시쯤 광명시 소하2동에서 초등학생 전모(8)양이 실종된 뒤 같은 해 4월21일 오후 2시쯤 화성시 송산면 독지리 시화간척지 안의 도랑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2004년 10월27일 밤 8시35분쯤 화성시 봉담읍에 사는 여대생 노모(21)씨가 집에서 2㎞ 정도 떨어진 와우리공단 정류장에서 실종됐다 46일만인 12월12일 실종 지점에서 5㎞ 떨어진 화성시 정남면 보통리 야산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또 2006년 12월24일 오전 1시쯤 수원시 권선구 고등동에 사는 노래방 도우미 박모(37·여)씨가 전날 자정쯤 전화를 받고 나갔다가 실종된 뒤 이듬해 5월8일 안산시 사사동 야산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얕은 깊이의 구덩이에 파묻히거나 나무가지, 나뭇잎 등으로 몸이 덮인 채 발견됐다. 살해후 남의 눈에 잘 띄지 않을 만한 야산 등지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경찰은 엽기적인 시체 유기 사건인데도, 범인의 검거는커녕, 범인에 대한 윤곽이나 단서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안양 초등학생 암매장 사건에서도 피해자들이 실종된 지 3개월 가까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하다 여론에 떠밀려 용의자를 검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06년 12월부터 안산·수원에서 부녀자 실종 사건이 4건이나 발생했으나 시체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2006년 12월14일 노래방 도우미 배모(45·여)씨가 심야에 전화통화를 한 뒤 실종됐는데, 그녀의 휴대전화는 화성시 비봉면에서 끊겼다. 지난해 1월3일 화성시 신남동 회사에서 퇴근하던 박모(52)씨도 행방이 묘연하다. 불과 4일 뒤에는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성당에 간다며 집을 나선 여대생 연모(20)씨가 버스 정류장에서 실종됐다. 연씨가 실종된 정류장은 이혜진양의 시체가 발견된 지점과 직선 거리로 3㎞에 불과하다. 수원에 사는 박모(51·여)씨는 “부녀자를 납치해 죽이고 시체를 야산에 버리는 사건이 계속 일어나 밤에 외출하는 게 무섭다.”면서 “경찰이 수사나 순찰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화성에 경찰서 들어선다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 등 범죄 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경기 화성에 경찰서가 조기에 설치될 전망이다. 경기도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열린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화성서부경찰서 신설 및 임시청사 개서 문제를 조기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경찰조직 및 예산을 확보라고 지시함에 따라 조만간 경찰서가 문을 열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도는 또 “이 대통령이 ‘화성에 가보니까 사고가 많이 나는데도 경찰서가 하나 없어 주민에게 물어봤더니 십수년간 요청했다고 하더라.’면서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도 범인 하나 잡지 못하고, 경찰서 하나 세우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고 질책했다.”고 덧붙였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의령 자굴산 골프장 갈등

    경남 의령군이 추진 중인 자굴산 골프장 조성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11일 의령군에 따르면 골프장이 조성되는 칠곡면 내 14개 마을 이장들이 전원 사표를 냈으며, 새마을지도자와 부녀회장들도 동반 사표를 냈다. 군이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골프장을 조성하는 데 대한 항의표시다. 군은 2005년부터 부동산개발업체와 함께 칠곡면 자굴산자락 내·외조리일대 173만㎡에 27홀 규모의 골프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지하수 고갈 등 환경오염을 우려, 이를 반대하고 있어 사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군은 지난달 13일 칠곡면사무소에서 사전 환경성 검토 주민 설명회를 열면서 공무원들을 동원, 반대하는 주민들의 참석을 물리적으로 막아 갈등이 격화됐다. 군은 주민 설명회를 하려다 반대하는 주민들의 저지로 두차례나 무산된 바 있다. 자굴산골프장 반대대책위원회 전영수 공동위원장은 “칠곡면은 수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골프장이 들어서면 지하수 고갈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골프장과 가까운 곳은 불과 150m밖에 떨어지지 않아 독성이 강한 농약사용에 따른 환경오염도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해남 의령군 건설과장은 “주민들이 우려하는 지하수와 농약사용 문제 등에 대해서는 사업주와 충분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사업을 저지할 수 없다. 주민들과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군은 주민설명회 다음날인 지난달 14일 경남도에 체육시설 결정을 위한 주민설명회 결과를 통지했으며, 도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도시관리 계획 변경여부를 심사하게 된다.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깔깔깔]

    ●청력검사 만득이가 정밀한 청력검사를 받고, 청력이 정상적이며 평균 이상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검사를 담당했던 의사가 만득이에게 말했다. “청력에 전혀 문제가 없는데 왜 검사를 받으러 왔죠?” 만득이는 겸연쩍어하면서 대답했다. “마누라가 보내서 왔습니다. 언제부턴가 내가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한다네요.”●눈이 멍든 이유 눈 주변이 시퍼렇게 멍든 남자가 친구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친구:“그래서 자네가 유부녀와 사귄단 말이지?” 남자:“응, 어제도 그 집에 갔었는데 그녀의 남편이 일찍 퇴근했지 뭐야.” 친구:“그래서 어떻게 했어?” 남자:“수도를 고치러 온 사람이라고 했지.” 친구:“머리가 빨리 잘 돌아갔군. 그런데 눈은 왜 그래?” 남자:“그게, 그녀의 남편이 수도 고치는 시람인 줄 미처 몰랐어.”
  • [기고] 갯벌 가치,계산기로 따지지 마라/ 김준 전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기고] 갯벌 가치,계산기로 따지지 마라/ 김준 전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조금(썰물) 때 호수처럼 조용한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인 박지도 앞 포구 주변이 시끄럽다. 대여섯 척의 김 채취선에 가득 담긴 물김이 대형 자루에 옮겨져 트럭에 실리고 있다.2012년 세계박람회가 열리는 여수 금오도 섬자락에는 봄내음이 물씬 난다. 매화꽃이 만개했고 폐교 운동장 구석에는 해풍을 이겨낸 민들레가 활짝 웃고 있다. 남도 섬마을마다 겨울과 봄이 교차한다. 바다에는 어김없이 봄이 왔지만 어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겨울이다. 물김을 자루에 담던 박지도의 부녀회장은 “제발 서울 마나님들, 이곳 해산물은 타르하고 아무 상관이 없으니 김 좀 많이 먹어 달라.”고 하소연이다. 타르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던 완도산 매생이도 올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연일 보도되던 ‘태안의 기적’도 약효가 다됐는지 슬그머니 뒷전이다. 새 정부 들어 사라진 해양수산부 신세와 다를 바 없다. 전남은 우리나라에서 섬과 갯벌이 가장 많다. 섬은 전국의 62%, 갯벌은 40%가량을 차지한다.22개 시·군 중 12개 지역이 바다와 접해 생활하고 있다. 김·미역 등 해조류와 전복·고막 등 패류는 대부분 전남의 갯벌과 바다에서 나온다. 법 개정으로 3월 말 식품으로 인정받을 천일염은 80% 이상이 남도의 청정해역 갯벌에서 생산된다. 남도의 맛은 곧 바다와 갯벌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이것을 계산기로 두드려 수익성을 따지겠다는 것인가. 계산기를 두드리다가 소중한 바다와 갯벌을 육지로 만들었고 이제 겨우 정착되어 가는 전담부처마저 사라졌다. 바다는 그들만의 시간이 있다. 바다의 시간은 육지와 다르다. 자연의 시간은 수온과 물길을 지배한다. 그리고 바다생물은 이들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인간이 뱉어낸 온갖 것들이 수온을 변화시키고 육지 것들의 오만과 편견이 물길을 막고 있다. 그 결과 때 아닌 오징어가 진도에서 파시를 이루고 난대성 어류들이 제주에서 동해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갯사람들은 이를 ‘물때’라고 한다. 물때에 맞춰 철철이 나는 갯것들은 그대로 지역 특산품이고 건강식품이다. 갯사람들의 삶의 지혜, 전통지식은 그대로 남도문화의 원형질이며 살아 꿈틀거리는 날것 자체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은 갯벌축제, 머드(진흙)축제, 젓갈축제, 갯골축제 등 갯벌과 바다를 활용하겠다고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여름철 수많은 체험객들이 갯벌체험, 어촌체험, 바다체험을 위해 갯벌을 찾는다. 친환경을 앞세우고 해양자원을 활용해 지역활성화를 꾀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수도권과 동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섬에는 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해양환경에 맞는 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방문객에게 호미나 낚시도구를 주고 갯벌과 바다로 몰아넣는 것이 전부다. 수용력은 고려하지 않고 어떻게든 많은 사람만 바다로 불러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바다와 갯벌은 경계가 없다. 해류, 바람, 염도 등 해양환경에 따라 쉽게 변할 수 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어민들이다. 그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온 어민들의 삶이 문화다. 그래서 해양관광이든 수산물 양식이든 어촌개발이든 지역 어민들이 주체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개발론자들은 수백년 지속된 자연의 시간을 알지 못하고 삶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라살림도 마찬가지다. 해양과 수산의 역할과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육지 사람들의 편견과 오만은 태안 기름유출보다 더 큰 재앙을 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준 전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
  • [우리말여행] 핫어미와 핫아비

    남녀에게 짝이 있고 없고는 또 하나의 표지다. 그래서 이름을 붙인다. 결혼한 여자는 유부녀, 남자는 유부남이 된다. 본디 우리는 유부녀를 핫어미, 유부남을 핫아비라고 불렀다.‘핫-’은 접두사로 ‘짝을 갖춘’이라는 뜻을 더한다. 반대편에 ‘홀-’이 있다.`짝이 없이 혼자뿐´이라는 뜻을 더해 준다.‘홀-’은 ‘홀어미’‘홀아비’를 만들었다.
  • [씨줄날줄] 사법연수생/오풍연 논설위원

    어릴 적 안골이라는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곳에는 인적이 드문 토굴(土窟)이 있었다. 머리도 제대로 깎지 않고 수염도 덥수룩한 이가 가끔 얼굴을 내보였다. 어른들은 귀신이 나오는 집이라며 지레 겁을 줘 어린이들을 혼비백산케 했다. 기인(奇人)은 다름아닌 고시준비생이었다. 그는 몇 차례 사법시험에 떨어진 뒤 합격했다. 마을에 동네잔치가 벌어졌음은 물론이다. 검찰수뇌부까지 지낸 그의 일화는 지금도 종종 회자된다. 알고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도 토굴 출신 아닌가. 고시에 대한 인기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고시 16회까지는 사법과와 행정과로 나눠 뽑았다. 그 뒤부터는 사법시험을 치러 엊그제 39기 연수생 1001명이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에 입소했다.1000명을 넘긴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사법시험 정원은 따로 없었다. 그때그때 달랐다. 사시 7회는 심재륜 변호사 등 5명에 불과하다. 당시 경쟁률은 역대 최고인 500대1을 넘었다.1981년(사시 23회) 정원을 300명, 몇 해 전부턴 1000명으로 늘렸다. 최근에는 경쟁률이 훨씬 떨어졌다. 그래도 30대1 정도라고 하니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정원이 적을 당시 여성 및 비법대생의 합격은 극히 드물었다. 특히 공대생 등 이공계 출신이 합격하면 신문·방송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영역이 크게 무너졌다. 올 입소자의 여성비율은 34.7%, 비법학전공자는 23.4%에 달했다.3대째, 부자·부녀, 형제·자매 법조인 등 수없이 많다. 경력도 화려하다. 공인회계사, 변리사, 의사, 경찰, 군인, 교사, 약사 등 모든 직종이 망라된 느낌이다. 점점 전문화되고 다변화되는 시대에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사법연수원만 입소해도 금값을 받던 시대가 있었다. 이른바 ‘마담뚜’의 타깃이었고, 늘 선망의 대상이 되곤 했다. 이제는 입소하는 날부터 또 다른 경쟁을 뚫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적어도 500등 안에 들어야 판·검사나 로펌행을 선택할 수 있다. 연수원 2년을 ‘생지옥’으로 떠올린 이들을 많이 보았다. 그렇더라도 학업지상주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 먼저 법조인으로서 갖춰야 할 품성을 기르기 바란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Seoul In] ‘우리 동네 물가 지킴이’ 운영

    서대문구(구청장 현동훈) 개인서비스 요금의 가격안정을 위해 ‘우리 동네 물가 지킴이’를 운영한다. 동별 부녀회, 주민자치위원 등 직능단체 위원 등을 지킴이로 선정했다. 장바구니 물가, 개인서비스요금, 가격안정 모범업소 등을 수시로 조사한다. 지난해 말 가격을 기준으로 인상업소는 행정지도를 하고, 인하업소는 물가안정 모범업소로 지정해 구청 홈페이지에 올린다. 산업환경과 330-1924.
  • 코와 입술 물어뜯긴 유부녀 바람기

    여섯남매를 둔 어엿한 가정주부가 이웃집 남자와 놀아나다 남편에게 발각, 하필이면 코와 입술을 물어뜯기고 쇠고랑을 찼다. 지난 5월 19일 진주(晋州)경찰은 김모씨(39·진주시 옥봉남동)를 상해 혐의로, 김씨의 처 조금애(趙今愛)여인(35)을 아동학대혐의로 함께 구속했다. 이들은 52년 10월 결혼, 그동안 2남4녀를 키우며 가난하지만 별 탈없이 살아왔던 것. 죽세공인 김씨는 지난 1월중순께, 벌이가 더 좋은 곳으로 옮겨 가족을 둔채 충무(忠武)시 항남(港南)동의 망태공장에 취직. 남편을 객지에 보낸 조여인은 외로움을 달랠길이 없어 「마산집」이라는 술집에 나가 술심부름으로 무료함을 메웠다. 술꾼들과 어울려 「니나노」가락을 부를수록 더욱 심란, 마구 폭음을 하기 일쑤. 이때 이웃집에 사는 권(權)모씨(37)가 나타났다. 3년째 처와 별거중이라는 권은 직업도 없는 백수건달로 조여인을 유혹, 잠자리를 함께 하게됐고, 이후부턴 조여인은 아예 권의 집에 들어 앉아 욕정을 불태웠다. 자식들이 찾아와도 두들겨 쫓아 보내고 어쩌다 집에 들어오면 살림을 마구 부수는 등 행패가 극심. 견디다 못한 장녀가 충무에 달려가 아버지에게 어머니의 불륜을 일러 바치기에 이르렀다. 김씨는 5월 18일 낮, 아내의 행방을 찾다가 장대동 D여인숙에 숨어 있는 것을 발견,『자식들을 보아서라도 마음을 고치라』고 달랬으나 막무가내, 권과 살겠다고 버티자 울화통이 터진 김씨는 처의 코와 입술을 물어 뜯어 버렸다. 경찰은 김씨를 상해혐의로 구속, 혼인신고가 되어 있지않은 조여인은「아동학대」혐의로 쇠고랑을 채웠다. <진주(晋州)=이순석(李淳錫)기자> [선데이서울 71년 6월 13일호 제4권 23호 통권 제 140호]
  • [女談餘談] ‘남자친구’ /정은주 사회부 기자

    [女談餘談] ‘남자친구’ /정은주 사회부 기자

    결혼 4년차인 기자는 운 좋게도 훈남 ‘남자친구’가 많다. 이성적 끌림보다는 인간적 끌림으로 만나는 사람들이다. 마음이 통해서 허물없이 지내는데 가만 보니 인물도, 직업도, 인품도 썩 괜찮은 훈남인 것이다. 나이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한가한 날, 그와 약속을 잡는다. 밥을 먹고, 커피와 술을 마시며 몇 시간씩 수다를 떤다. 일 얘기, 정치 얘기, 가족 얘기….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며 토론도 벌인다.“때론 이 일이 버거워요.”기자가 묻는다. 50대 변호사는 가만가만 타이른다.“세상에 의미있는 일 중에 부담이 따르지 않는 일은 없지요. 버겁다고 느끼는 그 일,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고, 또 기대를 걸기도 한다는 거 잊지 말아요.” 아내 흉을 보는 또 다른 남자친구에게 농담을 던진다.“결혼한 걸 후회하는 거 아니야?”“후회하지. 점심 때 김치찌개를 먹고도,‘된장찌개’를 먹을 걸 후회하는데…. 덜 후회하도록 노력하며 사는 거지.”30대의 그가 의외로 철학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지닌 훈남들과 얘기하며 생활의 활력을 얻고, 삶의 지혜를 배운다. 그러나 ‘남자친구’가 많은 걸 여자친구들은 시샘하기도, 걱정하기도 한다. 미혼의 한 여자 친구는 “유부녀의 장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훈남들은 미혼 여성하고 단 둘이 만나는 걸 조심하거든. 상대방이 오해하거나 이상한 소문날까봐. 기혼자라면 그런 걱정이 없으니까 편하게 만나지.” 다른 친구는 ‘부적절한 관계’로 변질되면 어떡하냐고 잔소리다.“인간적으로 마음에 든다면 이성적으로 끌릴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야. 남편한테 미안하지도 않니. 큰일나기 전에 당장 그만둬.”그런건가.‘남자친구’와 수다 떠는 게 남편에게 죄를 짓는 건가.“연인과 친구가 채워주는 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나. 남자면 어떠냐.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났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걱정마, 나도 ‘여자친구’많아.” 정은주 사회부 기자 ejung@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7) 일 하다 먹는 ‘들밥’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7) 일 하다 먹는 ‘들밥’

    장정이 7명, 젖먹이 어린애가 한 명, 더벅머리 꼬마가 한 명, 그리고 젖을 먹이는 아낙이 한 명이다. 뙤약볕에서 일을 했는지 장정 다섯은 웃저고리를 벗고 맨살을 드러내고 있다. 큼지막한 밥사발을 들거나 앞에 놓고 먹고 있는데, 가난한 살림이라는 것은 절로 짐작이 간다. 김홍도 그림 ‘들밥’의 왼쪽을 보면 두 사내가 한창 밥을 먹고 있는데, 반찬 그릇은 오직 하나다. 그림 중앙의 사내는 아예 반찬 그릇조차 없다. 모든 밥은 아낙네의 앞에 놓인 보자기를 덮은 방구리에서 나온 것이다. 장정 일곱의 밥이 방구리 하나에서 나오다니, 좀 쓸쓸하다. 방구리는 한쪽이 열려 있는데, 조심스럽게 보면 그릇을 담은 것이 아니라, 단일한 품목의 물건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데, 내 눈에는 보리밥으로 보인다. 아닌가. 하기야 들밥에 무슨 음식의 종류가 있을까. 보리밥에 풋고추와 된장이면 족할 것이다. 하지만 빠질 수 없는 것이 막걸리가 아닌가. 그래서 새참은 동시에 ‘술참’이 된다. ●김 매는 노동뒤에 배불리 먹는 포만감 흔히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을 하지만, 사실 직업에는 귀천이 있다. 편안하고 쾌적한 사무실에서 깔끔한 복장으로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업무를 보고 월급을 받는 것과, 저 땅 속에서 비지땀을 흘려가며 석탄가루를 뒤집어쓰고 석탄을 캐는 노동으로 대가를 받는 것이 선택사항이라면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양반들은 언필칭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곧 농민이 가장 고귀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식량은 인간의 필수적 생존조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식량을 생산하는 농사가 가장 중요한 것일 뿐, 뙤약볕에 몸을 내맡기고 허리가 끊어져라 김을 매는 노동은 사실상 선택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실 농사일은 엄청난 중노동이다. 농업의 기계화가 이루어지기 전의 농사는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이 인간의 손끝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노동의 강도는 대단히 높고, 칼로리의 소모도 엄청난 것이다. 그 소모되는 칼로리를 공급하는 것이 들밥이고 새참이 것이다. 강희맹이란 분이 있는데, 한국한문학사에 꽤나 이름이 높은 분이다. 그 분의 저술에 ‘금양잡록(衿陽雜錄)’이란 책이 있는데, 농사일에 관한 책이다. 금양은 지금의 과천인데, 그는 한때 과천에서 씨를 뿌리고 채소를 가꾸고 나무를 심는 등 직접 농사일을 하여, 농사 제반에 대해 제법 알게 되었다. 강희맹은 먹물이었으니, 그는 또 먹물답게 거기서 얻은 지식을 ‘금양잡록’이란 책으로 엮는다. 책의 내용은 곡식의 종류, 농사짓는 법, 농민과의 대화 등등이지만, 뜻밖의 것도 있다.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 때 노래를 부르는데 듣고 보니, 괜찮다. 그래서 한시로 옮긴다. 이것이 ‘농구(農謳)’ 14편이다. 말이 길었지만, 여기에 ‘들밥을 기다리며’란 시가 있는 것이다.(‘농구’는 모두 14수다. 그 중 여덟 번째 작품이 ‘들밥을 기다리며’이다). 작품을 읽어보자. 큰 며느리 절구질 서둘러 작은 며느리 부엌으로 들어가자 푸른 연기 모락모락 피어나고 주린 창자에선 우레 소리 울린다 들밥 기다릴 때는 호미 들 힘조차 안 남았네 남자들이 들에 나가서 김을 매고 있을 때 집안에서 부녀들은 들밥 준비에 바쁘다. 고된 노동을 하면서 오로지 들밥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한 끼 밥을 즐겁게 먹기 위해 오전의 노동을 견디고, 한 끼 저녁밥을 즐겁게 먹기 위해 오후의 노동을 감내한다. 농사일은 강도 높은 노동이다. 새벽에 나와서 허리를 꼬부리고 계속 일을 하다가 정오 때가 되면 뱃속에서는 우레 소리가 울리고 호미 들 힘조차 남지 않는다. 드디어 들밥이 오고, 배불리 먹는다. 그 다음은 ‘배를 두드리며’란 작품이 이어진다. 광주리 향기로운 보리밥 아욱국 달디 달아 숟갈에 매끄럽게 흐르네. 어른 젊은이 차례로 둘러앉아 왁자지껄 밥 먹는 소리 요란하다. 달게 포식하매 속이 든든하니 배를 북처럼 두드리고 그저 흡족할 뿐 어떤가, 힘든 노동 끝에 배불리 먹고 흡족해 하는 농민의 심정을 느낄 수 있으신지. 전근대 사회는 농업사회이니 당연히 농사에 관한 한시가 많이 남아 있다. 그런 한시 중에서 들밥을 내 가는 여성은 단골로 등장하는 제재다. 성종 때 관료로서 시인으로서 대제학 벼슬까지 했던 서거정의 ‘전가(田家)’란 시를 보자. 고사리나물을 반찬삼아 밥을 먹고 농담을 하며 웃음소리가 낭자하다. 봄비도 넉넉히 내렸다. 굳이 두레박으로 논물을 퍼 올리지 않아도 된다. 여유 있는 풍경이다. 한데 들밥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고려 말 시인인 안축이 삼척 죽서루를 읊은 8수의 한시 중 ‘밭이랑에 들밥을 내어가는 아낙네’란 시를 보자. 아낙은 들밥 차리느라 자기 밥도 아니 먹고 새벽부터 마음이 논밭에 가 있네 점심나절 밭이랑으로 걸음을 재촉하여 남편을 배불리 먹인 뒤 신이 나서 돌아오네. 남편은 꼭두새벽에 들로 나갔다. 한여름의 농사일은 너무나 고되다. 아내는 그 남편이 너무나 안쓰럽다. 그것을 생각하고 서둘러 밥을 지으며 정작 자신의 식사는 잊어버린다. 정오가 되어 서둘러 들로 나가 남편이 배 불리 먹는 것을 보고는 그제서야 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앞서 들었던 서거정의 시보다는 현실에 훨씬 더 가깝다. 김홍도의 그림도 그렇다. 김홍도의 그림에서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여성의 표정을 보라. 자식에 대한 따스한 눈길을 느낄 수 있다. 사랑하는 대상에게 무언가를 먹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먹이는 것은 인간의 생명의지를 충족시켜 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남편 배불리면 굶어도 흐뭇한 아낙 그런데 이 시에 꼭 맞는 그림이 남아 있다. 역시 김홍도가 그린 ‘들밥 내가는 아낙네’라는 그림이다. 논에서 농부들이 김을 매고 있고, 그 아래에 아낙네가 머리에 밥을 담은 광주리를 이고 있다. 그 앞의 사내는 지게를 지고 있는데, 역시 먹을 것이 담겨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조선후기 가사체 농서인 ‘농가월령가’를 보자.‘농가월령가’는 월령이란 말대로 달마다 농사꾼이 해야 할 일을 열거한다.6월령의 점심 먹는 부분을 인용해 보자.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 막히고 맥 빠진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앉을 자리 정한 뒤에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단술 먼저 먹세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채운 뒤에 맑은 바람 배부르니 낮잠이 맛있구나 농부야 근심 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 아마 이 부분은 김홍도의 그림과 흡사할 것이다. 점심밥의 내용물은 무엇인가.5월령을 보면,“보리밥 찬국에 고추장 상추쌈을, 식구들 헤아리니 넉넉히 준비하소”라고 했으니, 보리밥에 찬국에 고추장과 상추쌈이었던가 보다. 논문 실적이 개인 능력에 대한 야박한 평가가 된 요즘, 원고를 내놓으라는 독촉에 시달리며, 뜬금없이 다시 태어나면 들밥을 먹으며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근골을 움직여 나와 내 가족이 먹을 정도로만 수확을 얻는다면, 나머지 시간은 그냥 놀다가 늙어지면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런 삶 말이다. 욕심이 너무 과한가. 한국의 농업이 무너지고, 수천㎞ 바다를 건너온 식량에 목을 매고 사는 이 시대를 생각하면 그런 생각 더욱 간절하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Seoul In] 교복 알뜰장터 개최

    도봉구(구청장 최선길) 신학기를 맞이한 중고생들을 위해 2008년 교복알뜰장터를 19∼20일 도봉상설알뜰매장(창동역 1번출구)에서 개장한다. 이 행사는 도봉구 여성단체, 교육청, 학교 등이 연계해 졸업생들의 교복을 모아 1점당 1000원부터, 참고서 1권당 500원부터 판매한다. 도봉구새마을부녀회와 주부환경연합회에서 행사를 돕는다. 가정복지과 2289-1526.
  • 한나라·靑 ‘盧대통령 귀향행사’ 설전

    한나라·靑 ‘盧대통령 귀향행사’ 설전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일에 열리는 봉하마을 귀향 행사를 놓고 13일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설전을 벌였다. 노 대통령은 오는 24일 청와대에 머무른 뒤 다음날 이명박 당선인의 취임식과 서울역에서 열리는 간단한 퇴임 행사에 참석한 뒤 곧바로 KTX를 이용해 밀양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날 진영읍 번영회와 이장단협의회, 새마을부녀회, 노사모 등으로 구성된 ‘노무현 대통령 귀향 환영추진위원회’는 예술 공연과 환영식 행사를 갖기로 했다. 현재 봉하마을 곳곳에는 노란 풍선과 환영 현수막이 걸려 있다. 행사 참석자는 6000∼1만명 정도로, 행사비용 약 1억 3000만원은 참여단체가 나눠서 부담하기로 했다는 것이 추진위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강성만 부대변인은 “5년간 국정을 맡아 수고하시고 귀향하는 길이니 고향 사람들이 어느 정도 환영은 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도 “그러나 50가구 120명이 사는 조그만 시골 마을에 1만명 분의 떡국을 준비하고 연예인까지 동원한 대규모 군중 행사까지 한다는 것은 과거 대통령들의 퇴임 때와 비교해 봐도 지나치다고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강 부대변인은 “더구나 지금 국보 1호인 숭례문이 불타, 온 국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노 대통령은 봉하마을 주민들과 노사모,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귀향 행사를 조촐하게 하자고 설득하는 것이 마땅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같은 당 박태우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그동안의 실정으로 민생경제가 파탄이 날 지경인 상황에서 화려한 귀향행사는 되도록 자제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오는 25일은 새 대통령의 취임식도 있고 그만두는 대통령의 퇴임 행사도 있는 날”이라면서 “새 대통령에 대한 예의도 필요하고 퇴임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필요하다.”며 유감을 드러냈다. 대변인은 “환영행사를 청와대와 협의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불쾌해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농사 대신 지어 드립니다”

    “농사를 대신 지어주고 농기계도 빌려드립니다.”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부족해진 인력난 해소를 위해 농기계사업단을 운영하는 자치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전북 장수군은 최근 농업기술센터 내에 농기계사업단을 발족했다. 농기계사업단은 트랙터, 제초기, 결속기, 퇴비살포기 등 농기계 39종,131대를 보유하고 과수방제작업, 벼 이앙작업, 청보리 결속작업, 벼수확작업, 로터리작업 등 농작업을 대행해 주거나 농기계 임대사업을 한다. 장수군은 작목반 중심으로 농기계를 임대하고 노약자, 부녀자에게는 농작업을 대행해주는 등 농기계 구입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켜 농가소득 증대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조사료 생산 장비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으로 농가생산비 절감 및 지역순환농업을 정착시켜 농업 경쟁력을 강화시켜나갈 계획이다.군 관계자는 “농기계사업단 운영으로 농가 생산비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이 기대된다.”며 “농민들이 기계 임대 및 농작업 대행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사업단을 효율적으로 운영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무주군도 전 농가를 대상으로 농기계를 연중 임대한다. 무주군은 농가별로 구입하기 어려운 고가의 농기계 장비를 대여, 농가부담을 줄이기 위해 농기계 임대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빌려주는 농기계는 벼농사와 밭농사용, 축산, 과수, 원예, 특작용으로 볍씨 발아기와 퇴비 살포기, 콩 탈곡기, 비닐수거기, 래핑기, 제초기, 심토 파쇄기, 구굴기 등 총 40여종에 달한다. 사용료는 기종과 규격에 따라 하루에 5000∼7만 5000원이다. 신청은 농업기술센터(320-2551)에 전화 또는 직접 접수하면 된다. 무주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고가의 농기계 사용이 빈번해질 것에 대비해 임대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달밤에 체조시킨 부부 강도(强盜)

    달밤에 체조시킨 부부 강도(强盜)

    아내가 밤길의 취객을 유혹, 남편은 이를 기화로 금품을 강탈해오던 부부강도가 잡혀 들었다. 어엿이 세 아이까지 둔 이 부부의 치사찬란한 미인계강도극, 그 사연인즉-. 지난 5월11일밤 10시 30분께. 전남 나주(全南 羅州)군 나주읍 교동 나주 고등학교 뒷길은 마침 보름달이라 초저녁처럼 훤했다. 길가에 핀 노란 유채꽃이 달빛을 받아 더욱 훤하고. 오랜만에 만난 매형과 거나하게 술을 나눈뒤 집으로 돌아가던 허(許)영철씨(37·가명 공무원)는 문득 취기가 가시는 것을 느꼈다. 바로 눈앞에 소복을 한 30대의 여인이 우뚝 서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인은 흠칫하는 허씨에게 계속 미소지으며 애교를 떨었다. 허씨는 『무슨 여자가 밤길에 기분나쁘게 눈웃음을 치느냐?』고 점잖게 나무랐다. 그러나 여인은 태연히 대답했다. 『전 유부녀랍니다. 그러나 남편의 출장이 잦아 외로와 못살겠어요. 저를 기쁘게 해주실순 없으신지요?』 너무나 대담하고 노골적인 여인의 말에 허씨는 오히려 섬뜩했으나 여인은 틈을 주지 않고 팔짱을 끼며 갖은 교태를 부려왔다. 술도 들어갔겠다, 달빛은 밝겠다, 여인의 유혹에 허씨는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두 남녀의 발길은 가까운 꽃밭 한가운데로 향했다. 마치 다정한 연인들어럼 꽃밭속의 밀회가 진행되었다. 여인의 손길은 서슴없이 마구 사내의 품을 파고들고 허씨는 정신이 몽롱하게 여인의 매무에 취했다. 두 사람이 한창 신나게(?)입맞춤을 하고 있을때였다. 문득 남자의 구두발길이 얼굴을 강타했다. 곧이어 소나기처럼 주먹세례가 날아들었다. 허씨는 그대로 꽃밭속에 「넉·다운」되어 버렸다. 가지고 있던 현금 5천9백원과 팔뚝시계, 공무원증, 주민등록증, 예비군수첩등이 어느새 몽땅 털렸다. 얼마뒤 허씨가 정신을 차리자 낯선 사내가 『내 마누라를 강탈했으니 피해보상금 10만원을 5월20일까지 내놓으라』며 『10시정각 영산포읍 삼거리서 노란「점퍼」를 입은 사내에게 전하라』고 전달방법까지 지시했다. 허씨는 변을 당한뒤 창피한 마음에서 누구에게도 이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냉가슴을 앓았다. 약속한 20일까지 기다리기가 지리했던지 부부강도는 12일 다시 연락을 해왔다. 『15일 정오 영산포읍 활쏘는데로 돈을 갖고 나오라. 만약 어기면 생명이 위태롭다』는 쪽지가 전달되었다. 큰일나겠다고 생각한 허씨는 비로소 사건을 고발했다. 허씨의 신고를 받은 나주서는 전담반을 짜고 허씨집 부근에 형사를 배치했다. 13일 낮 1시쯤 경찰의 예상대로 비워둔 허씨집에 낯선 두 남녀가 나타났다. 이들은 30분가량 허씨집 마루에 앉아 두리번거렸다. 경찰은 일단 이들을 범인으로 단정, 경찰서로 연행했다. 사내의 호주머니에서 허씨의 시계와 주민등록증이 나오자, 이들이 진범임이 밝혀진 것. 사내는 편정보(片正甫·37·가명·나주군 나주읍 보산리), 여인은 편의 아내 염판숙(廉判淑·34·가명). 범행이 밝혀지자 염여인은 편의 아내가 아니라고 성을 나(羅)씨로 바꾸어 대었으나 편의 주민등록증사본을 떼어본 결과 편의 아내임이 드러났다. 『남편은 2년전부터 성병을 앓고 있었고 또 도박을 줄겨 가산을 탕진했읍니다. 남편의 강압에 못이겨 저지른 짓입니다. 제발 두 아들(중1, 국민학교3년)에게만은 비밀로 해 주십시오』 두 살된 젖먹이와 함께 수감된 염여인의 호소였다. <광주(光州)=정일성(丁日聲) 기자> [선데이서울 71년 5월 30일호 제4권 21호 통권 제 138호]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4) 빨래터의 여자와 남자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4) 빨래터의 여자와 남자

    김홍도의 그림 ‘빨래터’다. 아낙네 몇이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다. 그림 왼쪽의 어린아이가 딸린 여성은 머리를 풀어헤쳐 감은 뒤 다시 땋고 있다. 앞에는 빗이 놓여 있다. 재미있는 것은, 어린아이다. 아랫도리를 홀랑 벗고 있는데 이놈은 심심한 것인지 배가 고픈 것인지 엄마 젖을 만지고 있다. 그 아래의 여성은 긴 빨래를 비틀어 짜면서 건져내고 있다. 그 오른쪽에 방망이질 하는 여성 둘이 무슨 이야기인지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빨래터는 온갖 수다가 난무하는 곳이 아닌가. 시누이 험담인가, 동서 험담인가, 아들 자랑인가, 건너 마을의 아무개 남편의 이야기인가. 우물과 빨래터는 여성들 고유의 일터이자, 수다판이다. ●여성의 일터이자 은밀한 이야기 나누는 곳 빨래는 밥짓기와 함께 여성노동에 속한다. 아니, 속하는 것이 아니라, 빨래와 밥짓기는 여성을 여성으로 규정하는, 좀 더 어렵게 말해 여성성을 규정하는 본질적 노동이다. 곧 밥과 빨래란 가사노동은 곧 여성이란 말과 등치된다. 밥짓기와 빨래가 언제부터 여성 노동으로 규정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아마 가부장제 사회가 성립하고부터가 아니었을까.1123년 고려에 왔던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이렇게 말한다. 옷을 빨고 비단이나 베를 희게 말리는 것은 모두 부녀자의 일이다. 비록 밤낮으로 부지런히 일해도 감히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물을 파고 물을 긷는 것은 대개 시내 가까운 곳에 한다. 우물 위에는 두레박을 걸어 함지박에 물을 긷는다. 함지박은 배의 모양과 같다. 빨래는 오래 전부터 여성의 노동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고려나 조선이나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조선의 여성은 고려의 여성에 비해 훨씬 부자유하였다. 지난 호에 말한 바와 같이 조선의 양반-남성들은, 여성의 외출을 금했다. 하지만 고려조의 여성은, 남편의 승진과 출세를 도모하기 위해 엽관운동을 하러 남편의 상관을 찾아가는 일도 가능했고, 굿을 하기 위해 신당을 찾거나, 불공을 올리기 위해 절을 찾을 수도 있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구경거리가 생겼을 때도 당연히 떳떳하게 외출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조선조가 들어서면서 여성의 외출은 금지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의 외출이 완전히 봉쇄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금지의 원칙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활동의 의지를 축소시켰던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남아 있는 여성의 합법적 탈출로, 곧 해방구는 우물과 빨래터였다. 그것은 힘든 노동의 공간이었으나 한편으로는 동네의 소식을 주고받고 은밀한 험담을 할 수도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그곳은 성적 담화가 가능한 해방의 공간이었다. 단원의 그림 오른쪽 위의 갓을 쓰고 쥘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양반, 이 양반의 자세는 분명 성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 사내의 포즈는 지난 호에서 소를 타고 길을 가던 여인의 얼굴을 훔쳐보던 그 사내의 포즈와 같다. 부채를 넘어서 보내는 눈길의 속내는 곧 남성의 성욕인 것이다. 빨래터 그림은 이것 말고 더 있다. 아래쪽의 그림은 신윤복의 그림 ‘빨래터의 사내’다. 개울가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는 여인, 흰 천을 펼치는 할미, 그리고 목욕을 마쳤는지 젖은 어여머리를 땋고 있는 젊은 여성이 있다. 이 젊은 여성은 저고리 아래 가슴을 드러내고 있다. 왼쪽의 젊고 늘씬한 몸매의 사내를 보라. 활과 화살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반이 분명하다. 이 사내의 눈길은 젊은 여성의 가슴에 꽂혀 있다. 우물가가 남성과 여성이 접촉하는 성적 공간인 것처럼 빨래터 역시 성적인 공간이다. 고려가요 ‘제위보’를 들어 우물가의 성적 접촉의 실례를 확인해 보자.‘고려사’에는 국문가사는 없어지고 이제현이 한시로 번역한 것이 남아 있는데, 이 노래의 사연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어떤 아낙이 죄를 지어 제위보에서 노역살이를 하던 중 남자에게 손을 잡혔는데, 씻을 방도가 없어 노래를 지어 자신을 원망했다. 이제현이 한시로 그 노래를 풀어 옮겼다. 빨래터 시냇가 수양버들 아래서 손을 잡고 자기 마음 말하던 흰 말 탄 그 사람 처마에 석 달 비가 내린다 해도 손 끝에 남은 향기 어찌 차마 씻을 수 있으리. 아낙이 지은 죄의 구체적 내용이야 알 길이 없지만, 아마도 애정에 관계된 것이 아니었을까. 어느 날 자신과 관계하던 남자가 빨래터에서 일을 하던 여자를 찾아왔다. 여자의 손을 잡고 사랑한다는 말을 털어놓는다. 남자는 이내 떠난다. 손끝에 남자의 체취가 남아 있다. 석 달 비가 쏟아진다 해도 씻을 수가 없다. 여자는 남자를 따라갈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이처럼 빨래터는 남자와 여자의 성적 신호가 오가는 그런 공간이었던 것이다. ●황진이는 빨래터에서 만난 남녀의 작품 ‘제위보’는 이별을 노래한 것이지만, 빨래터에서 사랑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17세기 초 이덕형이 쓴 ‘송도기이’란 책은 개성에 관계된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거기에 황진이가 태어난 내력을 밝힌 부분이 있다. 이 이야기는 이덕형이 공무로 개성에 머무를 때 채록한 것이기에 당시 개성에 유포되어 있던 이야기다. 황진이의 어머니는 이름이 현금인데,18살에 병부교 다리 밑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 훤칠한 대장부 하나가 다리 위에서 나타나 현금을 보고 웃기도 하고 손으로 가리키기도 하는 것이 아닌가. 잘생긴 사내라, 현금의 마음도 적잖이 쏠리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사내는 갑자기 사라졌고, 빨래하던 아낙들도 모두 흩어졌다. 인적이 끊어지자 그 사내가 다시 나타나 기둥에 기대어 노래를 한 곡 뽑는다. 노래가 끝나자 사내는 현금에게 물을 한 잔 달랜다. 현금이 냉큼 물을 떠 주었더니, 반쯤 마시고 돌려주면서 마셔보라고 하였다. 현금이 마시자 물이 아닌 술이었다. 말하자면 마술을 동원한 ‘작업’이었던 바, 현금은 거기에 넘어가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황진이는 빨래터에서 만난 두 남녀의 작품이었다. 우물가에서 만나 왕비가 되었던 그런 이야기는 빨래터에도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은 빨래터에서 만난 여성과 관계하여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은 고려의 두 번째 왕이 된다. 왕건은 태봉의 궁예의 장수로서 903년 수군을 이끌고 후백제 땅인 나주를 공격한다. 목포에 배를 정박시키고 있는데, 멀리 오색 구름이 서린 동네가 보인다. 찾아가 보니, 어떤 처녀가 빨래를 하고 있다. 즉시 ‘신원조회’를 해 보니, 처녀의 할아버지는 부돈, 아버지는 다련군이란 사람이었다. 다련군이 사간 벼슬을 지낸 연위란 사람의 딸 덕교와 혼인해서 낳은 딸이 바로 이 처녀다. 뭐 이렇게 말해 보아야 감이 잡히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요약하자면, 그 여자는 그 지방 호족의 딸이었다. 보니, 인물이 괜찮다. 무슨 말로 수작을 걸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여자와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시집 안 간 처녀를 건드려 놓고 왕건은 여자의 출신 성분이 낮다 하여, 임신을 원하지 않았다. 해서 돗자리에다 사정을 한다. 그런데 이 처녀의 행동이 놀랍다. 여자는 전날 밤 용이 자신의 뱃속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용은 곧 왕이 아닌가. 여자는 이불에 흘린 정액을 쓸어 넣었다. 일종의 인공수정인 셈인데, 어쨌거나 임신이 되었고 아들을 낳았으니, 그가 바로 혜종이다. 혜종은 특이하게도 얼굴에 돗자리 무늬가 있었다. 원래 왕건이 사정한 곳이 돗자리였으니, 말이 된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혜종을 ‘돗자리 대왕’이란 이름으로 불렀다 한다. 빨래터는 용흥사란 절이 되었다. 용흥은 용이 나타났다는 뜻이다.‘고려사’는 혜종이 용의 아들답게 늘 물을 잠자리에 뿌리고, 큰 병에 물을 담아 팔꿈치를 씻었다고 전한다. ●남성이 성적 욕망 따라 여성 관찰하던 곳 이제 빨래터가 단지 옷을 세탁하는 공간만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빨래터는 남성이 자신의 성적 욕망이 시키는 바에 따라 여러 여성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었으며, 또 여성은 자신의 나신 일부를 슬쩍 남자들에게 보일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단원과 혜원의 빨래터 그림에 남자가 등장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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