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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 스위스에게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장형우 경제정책부 기자

    [오늘의 눈] 스위스에게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장형우 경제정책부 기자

    지난 5일 모든 국민에게 월 300만원 정도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내용의 스위스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국내 언론들은 대부분 ‘공돈’을 거부한 스위스 국민들의 ‘수준 높은 선택’을 칭송하며, 우리나라도 무턱대고 복지 수준을 높여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런데 대부분의 언론은 300만원은 물가가 높은 스위스에서 최저생계비(268만원)를 약간 넘는 수준이고, 이걸 보장하는 건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돈을 주는 게 아니라 부족한 만큼을 지급하는 것이란 사실을 몰랐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고, 알았더라도 알리지 않았다. 대신 스위스가 ‘공짜 복지’를 반대한 것만 부각시켰다. 하지만 스위스 국민의 선택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스위스 국민들은 기존의 두터운 사회안전망을 기본소득 보장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고민했고, 76.3%가 ‘현상 유지’를 택했다. 효과를 확실하게 알 수 없는 기본소득 보장을 위해 기존의 복지를 포기할 수 없다는 합리적 선택이다. 스위스 국민들이 기본소득 보장에 반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하지 않는 스위스에서 집단노동협약을 통해 실제 노동자가 받는 최저임금은 평균 17스위스프랑(약 2만 600원·월 430만원)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현재 한국의 최저임금(6030원·월 126만원)의 세 배가 넘는다. 1인당 국민소득(약 9만 달러) 역시 한국(약 2만 7000달러)의 세 배가 넘는다. 비록 물가가 높다지만 직업의 귀천이 없어서 보일러 수리공이 취미로 승마를 즐기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곳이다. 아이들에게 적성에 안 맞는 공부를 시키기 위해 돈을 퍼부을 필요도 없다. 기본소득 보장이 시행되면 아무 일도 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2%밖에 안 되는 이유다. 그런데 왜 이런 저간의 사정은 덮어 두고 스위스 국민을 치켜세우기만 하는 걸까. 양극화 극복을 위해선 복지 확대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세금 인상이 필요하다. 현재의 세금 제도하에서 증세는 재벌 대기업, 고소득자들의 부담을 늘린다. 스위스에 대해 “법인세율이 낮아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하면서 그 나라의 세계 최고 수준 임금은 외면하는 이들은 복지 확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포퓰리스트’나 ‘프리 라이더’(무임승차자)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 물적 기반이 다르면 의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취업은 어렵고, 천신만고 끝에 취직해도 월급은 스위스의 3분의1 밖에 안 되고, 구조조정하면 노동자부터 자르는 나라의 국민은 복지의 확대를 강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다. 같은 일을 해도, 아니 더 많이 일해도 비정규직이라서, 하청이라서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못 받는 나라의 국민은 최저임금이라도 올리라고 할 수밖에 없다. 복지 확대도, 최저임금 인상도 싫다면 스위스랑 아예 비교를 하지 말자. 한국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19세 청년 노동자가 식사 시간을 보장받지 못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안전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환경에서 일하다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곳이니까.
  • 50억원 로비·500만 표… 공화 움직이는 총기협회

    50억원 로비·500만 표… 공화 움직이는 총기협회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이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연일 내고 있지만, 미 의회에 계류 중인 총기규제법안이 이번에도 의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의회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의원들이 미 최대 로비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로부터 적지 않은 후원금을 받을뿐더러, 오는 11월 상·하원 선거에서 500만명이 넘는 NRA 회원들의 표를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NRA는 지난해부터 올 5월까지 430만 달러(약 50억원) 규모의 로비자금을 뿌린 것으로 추정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주례연설에서 “테러에 강경 대응한다는 것은 미국인을 살해할 의도를 가진 사람이 수십 명을 짧은 시간에 살상할 수 있는 공격용 무기를 손에 넣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앞으로 몇 주 동안 계속해” 총기 규제 필요성을 언급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랜도 사건 이후 의회에 총기규제법 입법화를 촉구해왔으며 이틀 전 올랜도 사건 현장을 방문, 총기규제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의회는 2011년 개브리엘 기퍼즈 전 하원의원 총격 사건과 2012년 코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지난해 12월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 사건 등 주요 총격 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총기규제법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번번이 부결됐다. 현재 상원에는 신원 조회 강화 등을 담은 법안 2건이 계류 중이다. 총기규제에 찬성해온 민주당은 최근 15시간에 걸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불사하며 공화당을 압박하고 나섰지만 공화당은 법안에 대한 표결은 동의하면서도 자체 수정안을 제출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특히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오락가락 행보는 공화당 내부의 강경한 총기 옹호론이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 15일 트위터에 “NRA와 만나 테러리스트 감시 명단자 등이 총기를 사지 못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입장 변화를 시사했으나, 17일 텍사스주 연설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테러 문제를 총기 문제로 바꾸려 한다”며 “문제는 총기가 아니라 테러다. 올랜도 사건 때 누군가가 총기를 갖고 있었으면 용의자를 쏴서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며 총기 옹호론자들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공화당과 트럼프의 이 같은 입장은 NRA의 로비 영향이라는 것이 미 언론과 시민단체의 평가다. 미 시민단체 대응정치센터(CRP)의 정보사이트 ‘오픈시크리츠’에 따르면 NRA가 지난해부터 올 5월까지 공화당 의원들에게 직접 후원금으로 뿌린 돈은 39만 4900달러로, 이번 대선 공화당 경선에 출마했던 랜 폴 의원과 리처드 버 정보위원장 등 상원 20여명, 케빈 맥카시 원내대표와 존 베이너 전 의장 등 하원 180여명에게 골고루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버 위원장 등 NRA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공화당 의원 10여명은 트위터에 올랜도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미 언론은 “NRA의 후원금과 회원들의 표를 원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책임은 다하지 않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NRA는 또 공화당 후원조직 정치행동위원회(PAC) 15곳에도 같은 기간 15만 5400달러를 지원하는 등 전방위 로비를 펼치고 있다. NRA는 11월 대선과 함께 열리는 상·하원 선거 전까지 총기 옹호를 강조하는 의원들과 그들의 PAC에 후원금을 더 제공하고, 총기 소유자로 구성된 회원들의 표도 몰아줌으로써 당선을 돕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CRP에 따르면 NRA와 산하조직들은 지난해에만 로비자금으로 360만 달러 이상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커버스토리] “韓, 작년 對英수출 74억弗… 브렉시트 땐 年 4억~7억弗 감소”

    [커버스토리] “韓, 작년 對英수출 74억弗… 브렉시트 땐 年 4억~7억弗 감소”

    옥스퍼드 사전에나 있는 단어로 여겨졌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공포가 갑자기 전 세계를 덮친 건 지난 9일 여론조사 업체 ORB의 조사 결과 찬성(55%)이 반대(45%)보다 10% 포인트나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싱크탱크인 ‘영국이 생각하는 것’이 13일 기준으로 6개 여론조사의 평균치를 낸 결과에서도 찬성(52%)이 반대(48%)를 앞서는 등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브렉시트가 어떻게 불거졌고 세계는 왜 공포에 떠는지를 문답 형식으로 풀어 봤다. Q.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어떻게 실시하게 됐나. A.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EU는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피그스’(PIGS·돼지들이라는 경멸의 뜻도 담고 있음) 국가들의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해 막대한 구제금융 자금을 쏟아부었다. 이 돈 상당부분이 ‘부자나라’인 독일과 영국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이때부터 영국인들 사이에서 “EU에 엄청난 세금을 내면서도 우리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뭐냐”는 ‘EU 회의론’이 생겨났다. 특히 최근 중동 지역 난민과 동유럽 출신 이주민들의 영국 쏠림 현상이 심해지자 “우리 일자리도 없는데 다른 나라 국민들의 복지까지 챙겨야 하느냐”는 비판이 커졌다. 결국 2013년 1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Q. 국민투표 관전 포인트는. A. 영국 여론은 계층에 따라 명확하게 갈린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장년층과 저소득층은 브렉시트 찬성 비중이 각각 48%와 46%로 반대 35%, 34%를 웃돌았다. 반면 청년층과 고소득층에선 반대가 46%와 47%로 찬성 29%와 35%를 앞섰다. 그러나 “모르겠다”고 답한 부동층이 14~15%에 달해 결국 이들의 표심이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6일 EU 잔류를 지지하는 조 콕스 하원의원이 브렉시트를 주장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하면서 여론의 방향이 달라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와 달리 도박사들은 ‘부결 60%, 가결 40%’ 정도로 보고 있다. Q. 브렉시트 찬성 진영 입장은. A. 이들은 EU가 경제적·사회적 차이가 큰 나라들을 무리하게 하나로 묶다 보니 역내 불안정이 심화되고 대량 실업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대표적 찬성론자인 마이클 고브 영국 법무장관은 “EU 회원국이다 보니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법률 하나도 우리 마음대로 고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집권 보수당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도 “게으른 남유럽 나라들을 위해 우리가 얼마나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느냐”며 EU 탈퇴를 외친다. 찬성론자들의 속내에는 EU가 역내 1위 경제 대국인 독일에 끌려다니다 보니 2위인 영국이 늘 피해를 본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Q. 반대 진영 입장은. A. 캐머런 총리는 EU가 독일 중심으로 운영돼 영국 국민들이 막대한 분담금을 낸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유럽 대륙과의 통합으로 영국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손실보다는 훨씬 크다”고 주장한다. 또 반대론자들은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런던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 중 상당수는 독일 등 EU 지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영국 수출의 절반 가까이가 EU 역내 국가에서 이뤄져 탈퇴가 무역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다. 브렉시트가 단행되면 당장은 독일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겠지만 대신 영국은 고립된 섬나라가 돼 글로벌 영향력도 줄어들게 된다는 생각이다. Q. 콕스 의원 사망이 반전의 계기 될까. A. 콕스 의원 사망은 영국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특히 콕스 의원이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에서 10년 넘게 일한 인권운동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국은 물론 전 세계가 애도의 뜻을 보냈다. 영국 정치권은 이번 주말까지 브렉시트 찬반 캠페인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브렉시트를 다룰 예정이었던 정치 해설 프로그램 ‘퀘스천 타임’과 ‘디스 위크’ 방송을 취소했고 여론조사 기관 BMG도 최신 결과 발표를 하루 연기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브렉시트가 영국에 미칠 영향에 대한 보고서 발표를 미뤘다. 일각에선 국민투표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브렉시트 우려가 완화됐다는 시각에 주가가 상승했다. Q. 가결 시 향후 절차는. A. 영국은 EU의 헌법인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2년 내에 27개 다른 회원국과 탈퇴 조건 협상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2년 안에 협상이 마무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1982년 그린란드가 유럽공동체(EC)에서 탈퇴할 때도 3년이 소요됐다. 회원국이 기간 연장에 동의하지 않는 한 영국은 시간에 쫓기는 매우 불리한 조건에서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다. 기간 내 협상에 실패하면 EU 국가들과 맺은 모든 협약의 효력이 중지되기 때문이다. EU와 완전히 관계를 단절할 수 없는 영국은 탈퇴 절차가 끝나기 전 다른 형태의 관계를 맺어야만 한다. 무역 장벽과 관세 부담을 덜 수 있는 유럽경제지역(EEA) 회원국이 되는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EEA 회원국도 EU의 규정을 적용받고 분담금도 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브렉시트 단행의 실익이 없다. 자유무역협정(FTA)이나 관세 동맹을 맺는 방법이 있지만 심사가 뒤틀어진 독일, 프랑스 등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Q. EU 붕괴 가능성은. A.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건 EU 회원국의 도미노 이탈이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폴란드, 벨기에, 헝가리, 스웨덴 등 10개국 국민 1만 491명을 대상으로 EU 호감도를 물은 결과 비호감이 47%에 달했다. 특히 그리스(71%)와 프랑스(61%), 스페인(49%)은 영국(48%)보다 EU에 대한 반감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의 영국이 분열될 가능성도 있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영국의 EU 탈퇴 시 2014년에 이어 또다시 독립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북아일랜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벗어나 아일랜드와 재결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Q. 브렉시트에 따른 경제 충격은. A. 영국 재무부는 브렉시트 이후 15년간 국내총생산(GDP)이 3.8~7.5% 감소하고 1인당 GDP는 1100~2100파운드(약 182만~348만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의 충격은 EU 국가를 넘어 유럽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과 아시아로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영국과 밀접한 경제적 관계인 한국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의 지난해 대영 수출은 73억 9000만 달러로 영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EU 제외) 중에선 노르웨이, 스위스, 터키 다음으로 많았다. LG경제연구원은 브렉시트 발생 시 2020년까지 대영 수출이 연간 4억~7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영국계 자금 유출도 우려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영국이 보유한 우리나라 상장주식은 36조 4770억원어치다. 미국(172조 82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증권가에선 코스피가 1800선까지 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용어 클릭] ■브렉시트란 영국(Britain)과 탈퇴(Exit)의 합성어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신조어.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일컫는 그렉시트(Grexit)에서 따온 말이다.
  • 美 대선 핫이슈 떠오른 ‘총기 규제’… 이번엔 입법 성공할까

    美 대선 핫이슈 떠오른 ‘총기 규제’… 이번엔 입법 성공할까

    “저를 지지하는 전미총기협회(NRA)를 만나 잠재적 테러분자 명단에 오른 사람들이 총기를 구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입니다.”(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15일(현지시간) 트위터 메시지) “전쟁 무기가 거리에 돌아다녀서는 안 됩니다. 연방수사국(FBI)이 테러가 의심되는 용의자를 수사했다면 그 용의자는 이후 총기를 구매할 수 없게 해야 합니다.”(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13일(현지시간) 클리브랜드 유세)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게이 나이트 클럽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총기 테러를 계기로 총기 규제 문제가 미국 정가에서 화급한 화두가 됐다. 11월 맞불을 대선 후보들의 논쟁도 치열하다. 그동안 총기 규제에 반대했던 트럼프의 입장 변화도 감지된다. 그는 “악당들이 돌격용 자동소총으로 위협하는데 시민들은 BB탄총(구슬 형태의 탄환을 사용하는 공기총)으로 맞서란 말인가”라고 주장하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총기 규제를 시사했다. 클린턴 “거리에 전쟁무기는 안 돼”민주, 규제 강화 재입법 추진 나서트럼프 “NRA와 총 구매 규제 논의”여론 의식 종전 반대 입장서 선회57%가 “반자동 소총 등 판매 금지를”의사협 “총기 사고로 공공보건 위기”반자동 총 소지 금지 위헌소송 기각 총기 규제 논의의 핵심은 올랜도 참사의 가해자인 오마르 마틴이 FBI의 잠재적 테러 용의자로 분류됐음에도 반자동 돌격소총 ‘AR15’를 합법적으로 구매했다는 점이다. FBI의 테러 용의자 관리 구멍보다는 총기 규제가 논쟁의 키워드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상원에서 부결됐던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을 재입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과 로비 단체인 NRA의 반대를 극복할지는불투명하다. 미국민 절반쯤은 총기 규제에 반대한다. ●하루 36명꼴 총격 사망… 교통사고 사망 수준 미국은 ‘총기가 지배하는 국가’로 불릴 만큼 총은 미국인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 속에 뿌리내렸다. 미국에서 술을 사려면 21세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총은 18세가 되면 살 수 있다. 16일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더 트레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1만 3000여명이 총격 사건(자살 제외한 수치)으로 숨지고 2만 5000명 이상이 부상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36명이 총격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특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4년 총기 사고 사망자 비율은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과 비슷한 10만명당 10.3명이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민간의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스위스에서 총기 사망자 수가 인구 10만명당 3.08명이라는 점과 대조적이다. 스위스는 총기를 휴대하고 집 밖으로 나갈 때는 사전에 신고해야 하는 등 규제가 엄격하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총기 규제 강화 조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정부의 감시 대상에 오른 잠재적 테러 용의자들의 항공기 탑승을 금지하듯 이들에게 총기 판매를 금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현재 구매자의 신원 조회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소규모 총기상이나 총기 박람회, 인터넷 총기 판매점 등에서 반드시 신원 조회를 하도록 하는 안이다. 셋째는 10여년 전 폐지된 ‘공격무기금지법’을 다시 시행하자는 제안이다. NRA 산하 입법행동연구소의 크리스 콕스 소장은 지난 14일 “프랑스 파리나 벨기에 브뤼셀 등은 총기 규제를 강력하게 하는데도 테러가 발생했다”며 규제 강화에 반대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민주당이 장악하던 미 의회는 폭력 범죄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10년 시효의 공격무기금지법을 제정했다. 이는 범죄자들이 경찰보다 강력한 총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AR15 소총과 같은 돌격소총 등의 판매, 소유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권총은 허용하되 장탄 수를 10발 이하로 제한하도록 했다. 하지만 98%에 가까운 총기 사건이 권총과 같은 소형 총기로 이뤄졌고 실제 총기 난사 피해는 줄어들지 않았다. 특히 총기 제조사들은 총탄 수 제한에 맞서 더 강력하고 두꺼운 총탄을 넣을 수 있게 총의 성능을 개량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결국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공격무기금지법안은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이던 2004년 기한이 연장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공격무기금지법’은 2004년 공화당이 폐기 미국인들이 총기에 대해 친숙하게 된 근간으로는 건국 직후부터 뿌리 깊게 내려온 개인의 자유에 대한 절대적인 신념이자 무기 소유를 합법화한 수정헌법 2조가 꼽힌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얼마 안 된 1791년 2월 비준된 수정헌법 2조는 “규율을 갖춘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정부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받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인에게는 총기는 폭정에 맞서는 국민의 기본권이자 연방정부로부터 주정부의 자율권을 보장받는 권리의 일환인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 사회 내부에서 총기 규제가 압도적인 지지를 얻지는 못했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총기 소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50%, ‘개인의 총기 소유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47%로 팽팽했다. 하지만 ‘개인의 총기 소유가 개인의 안전을 지켜준다’는 응답자는 54%로 ‘안전을 위협한다’고 답변한 40%보다 앞섰다. 이는 미국인이 여전히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강함을 보여 준다. 무엇보다 미국 내 최대 로비 단체이자 회원 수가 500만명이 넘는 NRA가 어떤 이익단체보다 막강한 조직과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도 총기 규제 시도의 걸림돌이 됐다. ●“기본권” 앞세워 NRA 등 규제 반대 여전 NBC는 지난 14일 NRA가 지난해 12월 총기 규제법 제정에 반대한 상원 의원 54명에게 3700만 달러(약 430여억원)의 후원금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NRA는 수정헌법 2조를 지키는 것이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정치인들을 향해 끊임없이 압력을 행사해 왔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 뉴올리언스 경찰은 사고 예방을 위해 주민의 총기를 압수했다. NRA는 이에 대해 즉시 소송을 제기했고, 루이지애나주는 비상사태하에서도 총기를 압수할 수 없다는 법을 제정했다. 이어 연방 의회도 모든 지방정부가 비상사태하에서도 무기를 압수할 수 없다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은 시민사회에서부터 조금씩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CBS 방송이 15일 올랜도 참사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자동 돌격소총과 같은 공격 무기의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57%로, 지난해 12월 조사 때의 44%보다 13% 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는 38%로 지난해 12월 조사 때보다 12% 포인트 줄었다. 미국의사협회(AMA)는 “총기 사고로 인해 미국이 그 어떤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는 공공보건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수정헌법 2조를 근거로 총기 규제에 소극적이던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의미심장한 판결을 내렸다. 일리노이소총협회(ISRA) 등이 “시카고 외곽 도시인 하일랜드파크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반자동 총기와 10발 이상의 대용량 탄창의 거래 및 소지를 금지해 수정헌법 2조에 명시된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을 7대2로 기각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총기 사고로 인해 사법부도 수정헌법 2조를 무비판적으로 신봉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제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지난 14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죽어야 미국이 강력한 총기 규제를 채택하겠느냐”고 말했다. 총기 소유의 자유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큰 흉기라는 점에서 엄격한 총기 규제의 목소리가 미국에서 커지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종로구민 5342명 발의 ‘행복조례’ 구의회서 부결

    서울 종로구의 주민 5000여명이 스스로 만든 조례 1호가 구의회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23일 종로 주민 5342명이 서명에 참여한 ‘종로구 주민 행복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행복조례)이 구의회 건설복지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종로구 관계자는 16일 “종로구민들이 지난 18개월 동안 스스로 만든 주민 조례가 부결돼 안타깝다”며 “주민 발의 1호 조례가 자동으로 폐기되지 않도록 구의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일명 ‘행복조례’는 종로구 주민의 권리인 행복한 삶을 보장하고 증진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며 주민이 주도하는 행복한 지역사회 실현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주민행복 증진을 위한 기본계획을 세우고, 행복지표를 개발해서 측정하며, 행복영향평가를 실시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안이 따랐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로 ‘행복포럼’도 운영하기로 했다. 주민의 조례 발의는 ‘19세 이상 주민 총수의 50분의1 이상 20분의1 이하의 주민 수 이상의 연서(連署)로 해당 자치단체의 장에게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하거나 폐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한 지방자치법 15조에 따라 가능하다. 구는 지난 2년 동안 복지서비스 확대 등을 위해 ‘행복드림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행복이끔이’로 활동한 주민들이 중심이 돼 주민 서명을 받았고 조례안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구의회는 “조례로 제정하기에는 서명작성 명부의 신뢰성 문제가 있고, 조례 내용도 추상적이며 행복보장을 구체적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부결했다. 특히 행복조례에서 3년마다 측정해야 한다고 한 행복지표는 만드는 데만 1억 5000만원의 예산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재정 낭비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행복조례 주민발의에 대표로 참여한 배안용씨는 “주민들의 참여가 지방자치의 기본인데 ‘행복조례’를 대하는 종로구의원들의 구태의연한 태도는 주민들에 대한 무시였다“며 “서명의 유효성을 이유로 부결하는 것은 의회의 직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종로구 1호 주민 조례 구의회 반대로 무산

    서울 종로구의 주민 5000여명이 스스로 만든 조례 1호가 구의회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23일 종로 주민 5342명이 서명에 참여한 ‘종로구 주민 행복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행복조례)’이 구의회 건설복지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종로구 관계자는 16일 “종로구민들이 지난 18개월 동안 스스로 만든 주민 조례가 부결돼 안타깝다”며 “주민 발의 1호 조례가 자동으로 폐기되지 않도록 구의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일명 ‘행복조례’는 종로구 주민의 권리인 행복한 삶을 보장하고 증진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며 주민이 주도하는 행복한 지역사회 실현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주민행복 증진을 위한 기본계획을 세우고, 행복지표를 개발해서 측정하며, 행복영향평가를 실시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안이 따랐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로 ‘행복포럼’도 운영하기로 했다. 주민의 조례 발의는 ‘19세 이상 주민 총수의 50분의 1 이상 20분의 1 이하의 주민 수 이상의 연서(連署)로 해당 자치단체의 장에게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하거나 폐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한 지방자치법 15조에 따라 가능하다. 구는 지난 2년 동안 복지서비스 확대 등을 위해 ‘행복드림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행복이끔이’로 활동한 주민들이 중심이 돼 주민 서명을 받았고 조례안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구의회는 “조례로 제정하기에는 서명작성 명부의 신뢰성 문제가 있고, 조례 내용도 추상적이며 행복보장을 구체적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부결했다. 특히 행복조례에서 3년마다 측정해야 한다고 한 행복지표는 만드는 데만 1억 5000만원의 예산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재정 낭비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행복조례 주민발의에 대표로 참여한 배안용씨는 “주민들의 참여가 지방자치의 기본인데 ‘행복조례’를 대하는 종로구의원들의 구태의연한 태도는 주민들에 대한 무시였다“며 “서명의 유효성을 이유로 부결하는 것은 의회의 직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세종시·혁신도시는 ‘님비·핌피의 종결자’…밀양 송전탑 반목은 ‘10년째 현재 진행형’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국책사업은 해당 지역의 정치권과 주민들의 반발을 중심으로 극심한 충돌을 빚어 왔다. 최근 가장 극한 갈등을 빚었던 것은 행정중심복합도시 조성을 골자로 한 ‘세종시 수정안’ 논란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 문제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던 2003년 ‘신(新)행정수도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추진된 것으로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기관이 모두 행정수도로 이전한다는 내용이었다. 대통령 직속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까지 꾸려졌지만 2004년 10월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됐고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는 것으로 추진되다가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정운찬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수정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다시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9개월여 만에 논란이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충청 지역 주민들과 타 지역의 반발,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반발이 심했고 심지어 당시 한나라당 내부의 친이·친박계 갈등이 심화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2011년 6월 국회에서 수정안 반대토론에 직접 나서기도 했고, 결국 정부의 세종특별자치시 수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후 같은 해 12월 이 수정안과 맥락을 같이하던 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면서 충청권으로 예정됐던 입지를 원점 재검토할 것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충청권의 반발과 영·호남권의 유치 경쟁으로 지역 간 경쟁구도가 더 치열해졌다. 당시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관련 갈등에 이어 혁신도시 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을 두고도 전북 전주시와 경남 진주시 간 갈등이 빚어졌다. 결국 LH는 진주시로 이전됐지만 이 같은 유치 경쟁이 벌어질 때마다 지역 주민들은 물론 정치인들까지 사활을 거는 모습을 보였다. 이 밖에 경남 밀양에 765㎸의 고압 송전선 및 송전탑을 설치하는 것을 두고 밀양 시민들과 한국전력 사이의 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2006년 밀양시 청도·부북·상동 등 5개면의 주민들에 의해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지 10년째 갈등은 해소되지 못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슈&이슈] “11개 교량 중 유일한 고흥 명칭” “섬 이름 넣은 ‘적금대교’가 원칙”

    [이슈&이슈] “11개 교량 중 유일한 고흥 명칭” “섬 이름 넣은 ‘적금대교’가 원칙”

    “팔영대교로 결정한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고흥군) 대 “지역 간에 갈등만 부추기는 일로 절대 수용할 수 없습니다.”(여수시) 전남도 지명위원회가 지난 4월 여수시 적금과 고흥군 영남을 연결하는 연륙교의 명칭을 ‘팔영대교’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두 지자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12일 전남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여수시 화정면 적금리와 고흥군 영남면 우천리를 연결하는 길이 2.98㎞(교량 1340m), 폭 16.2m의 다리를 건설 중이다. 2700억원을 들여 2004년 11월 착공, 오는 12월 31일 완공 예정이다. 현재 공정률은 96%다. 교량은 유선형 강상판 현수교다. 고흥군은 팔영대교 명칭에 대해 고흥과 여수를 잇는 11개 교량 중 유일한 고흥 지명을 반영한 것이라며 대환영을 하고 있다. 군에 따르면 팔영대교 명칭은 2004년 전남도의 교량명칭 제안 제출 요청에 따라 전 군민을 대상으로 자체 공모한 결과 196건에서 선정된 명칭이다. ‘팔영’은 고흥군의 상징이자 대표적인 명산으로 2011년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팔영산’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중국 위왕 전설이 깃든 8개의 봉우리가 있는 팔영산은 고흥군을 상징하는 대표적 산이다. 고흥군은 여수시와 함께 공사의 계획단계인 2004년부터 각종 보도자료와 지형도 등에서 팔영대교 명칭을 지속해서 사용해 실상 명문화됐다는 입장이다. 군은 “이러한 상황인데도 여수시가 두 지자체의 역사적인 해상교량 연결을 앞두고 총 11개 교량 전체를 여수시에서 제시한 교량명으로 지정하기 위해 공사 시점부 명칭인 ‘적금대교’로 사용하면서 많은 혼란을 일으키고 양 시·군의 연결 의미마저 훼손될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흥군 관계자는 “고흥~여수 간 11개 교량 중 고흥의 상징인 팔영대교 개통으로 남해안 해양 도서 관광 인프라 구축과 관광 활성화화가 기대된다”며 “다도해 해상개발 국책사업의 취지와 부합해 양 시·군이 동반 상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말 팔영대교가 준공되고 남은 4개 교량도 2020년 완공되면 종전의 육로를 통하지 않고 해상으로 여수시를 비롯한 광양만권에서 많은 관광객이 쉽게 고흥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은 팔영대교와 연결되는 팔영산 진입로와 군 소재지 진행 구간 중 급경사 및 굴곡부를 사전에 정비하기 위해 군비 80억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도로 정비를 추진 중에 있다. 여수시는 이에 대해 연륙교 명칭을 팔영대교로 결정한 데 대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여수시는 “전남도 지명위원회가 다른 지역의 사례나 그간의 통상적인 관례에 비춰 보더라도 팔영대교로 결정한 것은 기본과 원칙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원칙에 따른 섬 이름이 들어간 ‘적금대교’가 아닌 사실상 전례가 없는 산 이름을 딴 팔영대교로 결정했기 때문이라는 반론이다. 여수시는 실제 전국적으로 육지부와 섬을 연결하는 연륙교 명칭 결정은 ‘섬 이름’으로 줄곧 결정돼 왔고, 시 종점부와도 접해 있지 않은 산이나 지명으로 명칭이 결정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입장이다. 여수시는 지명위원회 결정은 현행 관련법을 정면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2012년 발간한 ‘지명 표준화 편람(제2판)’에는 지명 표준화 기본원칙 중 현칭주의 원칙(현지에서 불리는 지명을 우선적으로 채택함)과 우선선택 지명원칙(공적으로 인정돼 널리 불리는 지명, 상징성·역사성 지명, 지역 실정에 부합된 지명을 우선적으로 채택함)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전남도 지명위원회는 국토교통부가 제시하고 있는 원칙에 따라 교량 명칭을 새로 해야 한다”면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의신청 제기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지역 시민단체인 여수지역사회연구소도 전남도의 결정에 대해 전남공동체 간의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어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신안군과 무안군을 잇는 ‘김대중 대교’는 개통된 지 3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이름을 얻게 되는 등 교량과 도로 등의 명칭을 지을 때 지자체 간에 많은 갈등이 일어난다”며 “제2의 ‘김대중 대교’와 같은 갈등으로 점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수사회연구소는 “서로의 입장이 명확히 달라 양 지자체와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함에도 이를 생략하는 우를 범했다”며 “대안으로 제3의 명칭 사용 등의 조율 없이 ‘팔영’이란 고흥군의 입장만을 반영하는 것은 양 지자체의 갈등을 조장함과 동시에 전남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행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상징성과 위치, 찾기 편의성 등을 고려해 고심 끝에 확정했다고 밝혔다. 도 지명위원회 관계자는 “지명·지리·역사에 조예가 깊은 광주·전남 주요 대학교수와 지명전문가로 구성돼 있으며, 최적의 이름 선정을 위해 고심 끝에 지명위원 9명 중 7명이 팔영대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명위원회는 팔영산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전남의 대표적 명산으로 상징성이 높고, 팔영대교로 불릴 경우 국민들이 쉽게 교량의 위치를 추측해 알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지명위원회는 “여수~고흥 간 연륙·연도교 사업은 총 9개의 섬을 11개의 교량으로 연결하는 사업으로 9개의 교량은 여수시 섬 이름을 사용하고, 2개는 여수시와 고흥군이 원하는 지명을 1개씩 정하는 게 타당한 데도 모든 다리 명칭을 여수시 입장으로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억지”라는 반응이다. 국토부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이달 말 교량 이름을 결정한다. 국가지명위원회 위원 29명 중 과반수로 정한다. 결정이 되면 바로 고시된다. 이번처럼 지자체 간 갈등이 있을 경우 제3의 이름으로 붙여질 수도 있고, 위원회에서 부결되면 재심의 요청을 한다. 국가지명위원회 관계자는 “고시 이후에도 마을이 없어지거나 마을 이름이 바뀔 경우 다시 상정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도 지명위원회에서 올라온 이름대로 확정된다”고 밝혔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사설] 포퓰리즘 복지 마다한 스위스 국민과 정치권

    스위스 국민은 그끄저께 국민투표에서 성인 누구에게나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씩 기본 생활비를 보장토록 하는 법안을 부결시켰다. 유권자의 77%가 반대표를 던지면서다. 스위스 국민들이 ‘묻지마 공짜 현금 복지’가 오래가긴커녕 기왕의 복지 시스템까지 망가뜨릴 위험성을 자각한 결과다. 노조를 포함한 스위스인들의 높은 의식 수준도 평가할 만하지만, 스위스 정치권이 국민투표 과정에서 인기에 영합해 포퓰리즘 복지를 부추기지 않았다니 놀랍다. 왜 스위스가 진정한 선진국인지를 실감하게 하는 생생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덮어 놓고 ‘전면 무상 시리즈 공약’을 내놓는 우리 정치권과 지자체들이 지속 가능한 복지 정책을 고민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스위스기본소득(BIS)이라는 민간단체가 국민투표를 요구한 현금복지 법안의 취지는 나름의 설득력이 없지 않다. 각자에게 기본 소득을 지급해 생계를 위한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인간적 품위를 지킬 수만 있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더군다나 사무 자동화와 인공지능(AI)이 초래할 ‘고용 없는 성장’ 시대를 맞아 현금을 미리 풀어 내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제안도 솔깃한 대안일 수 있다. 그러나 스위스 정부도, 국민들도 이를 부작용이 많은 ‘당의정(糖衣錠) 법안’으로 보고 현혹되지 않았다. 미성년자에게 지급할 월 78만원씩을 포함해 이를 실행하는 데 연간 2080억프랑(약 250조원)의 엄청난 재원이 소요될 판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세금을 대폭 올리고 기존의 복지를 줄여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스위스 정부가 처음부터 반대한 건 그렇다 치자. 스위스노동조합연맹(SBG)조차 “그럴 돈이 있으면 사회보장 시스템 강화에 사용하는 것이 낫다”며 정부 입장에 동조했다고 하지 않나. 분별력 있는 스위스인들이 달콤해 보이는 몰약을 덥석 삼켰다가 더 큰 속병을 앓게 된다는 걸 인식한 셈이다. 사실 아무 일을 안 해도 기본 생계를 보장받을 수만 있다면 지상낙원도 멀지 않을 게다. 하지만 철학자 칼 포퍼는 “지상에서 천국을 건설하려는 시도가 늘 지옥을 만든다”고 했다. 국가가 뭐든지 다 해 준다는 약속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은, 전체주의적 사술에 불과함을 지적한 것이다. 국가에 의한 100% 무상 복지로 일할 수 있는 계층마저 근로 의욕을 잃고 재정까지 고갈된다면 그 결과가 뭐겠나. 성장은 멈추고 그나마 있는 복지 전달 체계마저 마비될 위험성이 농후하다. 1년 일하면 13개월치 월급을 주는 식의 선심 정책에 환호하던 아르헨티나인들이 경제가 무너지면서 익숙했던 복지와도 끝내 결별해야 하지 않았나. 바야흐로 지구촌은 문명사적 전환기다. 청년 실업은 늘어나고 인구 고령화에 사회적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까닭에 스위스에서 물꼬가 트인 기본 소득 지급이라는 전면적 복지 논의가 세계적으로 번질 조짐도 있다. 다만 복지가 미래세대에 재앙이 안 되려면 그 시혜를 청년 실업자나 생계가 어려운 노령층 등 사회적 약자부터 시작해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번에 스위스인들도 복지를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과 지자체장들이 유념했으면 한다.
  • 250조원 드는 ‘월 300만원’… 스위스 국민 압도적 거부 왜

    스위스 국민들이 매달 우리 돈 300만원에 이르는 ‘공짜 소득’을 받는 것에 대해 압도적으로 ‘노’를 선언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매달 성인에게 2500스위스프랑의 기본소득을 주는 제안을 두고 시행한 국민투표에서 76.9%가 반대표를 던졌다. 일하지 않아도 무조건 받을 수 있는 ‘용돈’을 거부한 이유가 뭘까. 향후 대폭 늘어날 조세부담과 현재 영위하는 복지 근간마저 훼손될 수 있다는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본소득 지급 대상을 스위스 국민뿐 아니라 최소 5년 이상 합법적으로 거주해 온 외국인들에게도 적용하려 한 것도 부결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공짜 복지’를 노린 이민자 증가는 복지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심이 발동한 것이다. 스위스국민당(SPP) 소속 루치 스탬 의원은 “만약 모든 개인에게 돈이 지급된다면 수십억명의 사람이 스위스로 진입하려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우군이 될 것으로 믿었던 노조도 오히려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인다고 반대하고 나선 것도 투표에 영향을 끼쳤다. 1인당 실질 국민소득(GNI)이 8만 8120달러(약 1억원)인 스위스에서 기본소득 제도에 대한 반대 여론은 애초 60~70% 이상으로 높았다. 기본소득은 최근 로봇 자동화 등 기술발전에 따라 실직자가 증가하고 이로 인한 소득 양극화가 사회문제로 대두할 것을 우려한 대비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스위스는 12개월 이상 세금을 착실히 내면서 일하면 실직하고도 2년 동안 기존 임금의 70~80%를 국가로부터 보장받는 만큼 복지가 탄탄한 국가다. 실업률은 3.8% 수준(지난해 기준)으로 낮다. 스위스는 앞선 국민 투표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유급 휴가를 4주에서 6주로 늘리는 방안도 국가 경쟁력을 저해한다고 거부할 정도로 장인 정신과 직업윤리가 투철한 국가로도 꼽힌다. 이번에도 여론조사 응답자의 3분의1은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국민의 근로 의욕만 저하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게다가 스위스 국민의 중간 소득은 월 6000스위스프랑(약 718만원)이다. 2500스위스프랑은 완전히 생계를 보장하기에는 모자라는 어중간한 금액으로 제도의 실효성도 의심받았다. 스위스 정부는 기본소득 지급에 필요한 재원이 연간 2080억 스위스프랑(약 250조원)으로 현재 연방 정부 연간 지출액(670억 스위스프랑)의 3배라고 추산했다. 이 재원을 마련하려면 결국 다른 사회 복지 비용을 줄여야 하고 세금 인상도 불가피하다.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이번 투표 결과에도 ‘더 공정한 경제 모델’로 발전할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자축하고 있다. 경제학 교수인 세르지오 로시는 현지 STA 통신에 “국민 5명 가운데 1명(23%)이 찬성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씨줄날줄] 기본소득 300만원 보장 논란/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기본소득 300만원 보장 논란/임창용 논설위원

    지난해 12월 ‘기본소득’이 화제로 떠오른 적이 있다. 언론이 ‘핀란드에서 조만간 기본소득이 시행된다’는 보도를 쏟아내면서부터다. 핀란드 정부가 국민에게 월 800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핀란드 사회보험공단은 올해 11월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일정까지 밝혔다. 국내외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찬반 논쟁이 불붙었다. 영국의 사회 분야 싱크탱크 네스타는 올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10가지 트렌드 중 하나로 기본소득을 꼽기도 했다. 올해부터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나라가 나올 것으로 본 것 같다. 스위스가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5일 실시한다. 성인에게는 월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 미성년자에게는 월 650스위스프랑(약 78만원)을 보장해 주는 게 핵심이다. 기본소득보다 적게 버는 사람에게 차액만큼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여론조사는 6대4 정도로 부결을 점친다. 부결되면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첫 국가는 11월 투표가 실시되는 핀란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핀란드에선 7대3 정도로 찬성 의견이 많다. 기본소득은 국가가 조건 없이 국민 모두에게 일정액 이상 지급하는 소득이다.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도록 하자는 취지다. 스위스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추진해 온 ‘지식인 모임’은 “무직자도 기본적 생활을 보장받아야 하고, 직업이 있어도 생계를 위해 원치 않는 일을 억지로 하게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생계가 보장된 상태에서 원하는 일을 해야 경쟁력과 생산성, 인간의 품격이 올라간다는 논리다. 반대 측에선 노동 의욕을 떨어뜨리는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받아친다. 두 나라 말고도 기본소득에 관심을 갖는 나라는 느는 추세다. 네덜란드에서 위트레흐트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기본소득 실험을 검토 중이다. 프랑스에서도 지난해 남부의 아키텐주 의회가 일종의 기본소득 실험안을 통과시켰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빈곤의 덫을 벗어나 자신에게 맞는 안정된 직업을 찾을 수 있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인들도 기본소득 도입에 긍정적이다. 인공지능 같은 4차산업을 이끄는 이들이다. 에어비앤비에 투자한 샘 알트만 Y컴비네이터 최고경영자, 페이스북 투자자 마크 앤드리슨이 대표적이다. 이유는 다르다. 테크노 거인인 그들의 생존 기반, 즉 자본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다. 인공지능과 로봇 확산으로 인한 일자리 급감에 대비하려면 기본소득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대량 실업이 공동체 파괴를 초래해 자본주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겁을 먹고 있는 듯하다. 스위스 국민투표 이후 기본소득 논란은 더 뜨거워질 것 같다. 우리의 ‘무상복지’ 논란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사회주의식 실험의 성패가 궁금하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前·現 장성 6명 연루 ‘軍침낭 비리’ 적발

    감사원은 군 침낭·배낭·천막 획득비리 점검에 대한 감사를 벌여 8건을 적발하고 전·현직 장성 6명, 대령 2명, 공무원 2명, 업체 관계자 2명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고 1일 밝혔다. 국방부는 2010년 11월 침낭 개발업체인 A사로부터 “군 개인용 침낭은 1986년 개발된 것으로 무겁고 보온력도 떨어진다”며 새로운 침낭 연구개발을 제안받았다. 신규 침낭 사업은 1017억원을 들여 침낭 37만개를 교체하는 것으로, 당시 군 침낭은 다른 경쟁업체가 개발한 제품이었다. 특히 국방부 과장급 협의기구는 시중에 고성능 침낭이 유통되고 있고, 야전 간부들도 민간용품을 선호하는데도 A사의 청탁을 받아 신형 침낭을 개발하기로 했다. 연구개발에 성공한 업체는 5년간 독점 납품권을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A사는 예비역 장성에게 침낭 채택을 청탁하며 3750만원을 제공했다. 이 장성은 2011년 8월 B대령과 A사 대표의 저녁식사 자리를 알선했다. B대령은 관련 업무를 자신의 소관으로 돌린 뒤 신형 침낭을 개발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런데 2011년 11월 업무 담당자가 D대령으로 바뀌자 C사는 다른 예비역 장성을 통해 D대령에게 A사를 비방하는 문서를 전달했다. D대령은 또 상관들로부터 A사의 침낭에 불리한 기준을 적용하라는 지시를 받고 A사의 침낭은 성능이 낮다고 허위보고를 한 데 이어 ‘영하 20℃에서 중량 2.5㎏’이라는 개발목표를 달성했는데도 영하 48℃ 기준을 적용해 달성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D대령은 부하직원에게 국장급 심의회에서 A사의 침낭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도록 지시했다. 결국 A사의 침낭 개발계획은 최종 부결됐고, 군은 30년 전 개발된 B사의 침낭을 61억원에 납품받았다. 군에선 지금도 B사의 침낭을 사용 중이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아베 ‘소비세 인상 연기’… 野 내각 불신임안 부결

    새달 참의원 선거까지 영향 줄 듯 민진당 등 일본의 4개 야당이 31일 제출한 아베 신조 내각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이 이날 즉시 중의원에서 부결됐다. 그렇지만 아베 총리의 소비세 인상을 둘러싸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연립 여당인 자민당 및 공명당과 조율을 마치고 1일 “내년 4월로 예정했던 소비세 2% 인상(8→10%) 시기를 2019년 10월로 2년 6개월 연기한다”고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은 현재 소집된 정기(통상) 국회 회기 마지막 날이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30일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등 자민당 주요 간부와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 등과 만나 이런 방침을 설명하고 동의를 끌어내는 등 조율을 마쳤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이날 각각 정책조정회의 등 당내 논의 절차를 거쳐 아베 총리의 결정을 확인했다. 그러나 민진당 등 야 4당이 “소비세율 인상 연기는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라며 아베 총리의 책임을 추궁하는 한편 이를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의 쟁점으로 삼을 것으로 보여 여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불신임안이 이날 부결됐지만 제출을 통해 다음달 참의원 선거에 앞서 야당의 결속을 과시하고, 자민당에 대한 단일전선을 강화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무제한 재정 투입과 마이너스 금리 등을 동원한 성장을 자신했던 아베 총리가 현재의 경제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소비세 인상 연기를 주도한 만큼 스스로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했다는 게 야당의 전략이다. 그러나 최근 이세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원폭 투하지 히로시마 방문 등으로 아베 총리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어 이런 야권의 전략이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서울·전남 내일부터 ‘누리예산 0원’… 또 벼랑끝 보육

    10개 시·도 교육청은 편성 거부 국회서 결론 때까지 혼란 계속 1일부터 서울과 전남 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고갈로 어린이집과 학부모 사이에 일대 혼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교육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10개 시·도교육청에 예산 편성을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이들 10개 시·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30일 개원한 20대 국회에서 여야 논의를 통해 해법을 모색한다는 방침이어서 진통과 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30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감사원 감사 결과로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된 법령상 문제와 재정 여건상 문제가 객관적으로 입증됐다”며 아직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한 서울, 인천, 광주, 경기, 강원, 충북, 전북, 전남, 경남, 제주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촉구했다. 현재 누리과정 중 어린이집 예산 미편성으로 신용카드사가 보육료를 대납하고 있는 경기, 강원, 전북, 광주, 제주교육청에 이어 다음달부터 서울과 전남교육청까지 이른바 ‘0원 운영’을 시작한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4일 17개 시·도 교육청 누리과정 예산 실태와 관련, “누리과정(유치원·어린이집) 예산 편성은 교육청의 의무이며 편성 재원도 충분하다”는 내용의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차관은 “현재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위한 정부 차원의 추경은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국고지원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감이 의무적으로 편성하도록 한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법도 20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차관은 “미편성된 누리과정 예산이 추경으로 전액 편성될 수 있도록 해당 교육청, 지방의회와 계속 협의하겠다”고 했다. 지자체로부터 전입을 받지 못하는 학교용지매입비 규모가 큰 점을 고려해 학교용지매입비를 일반회계가 아닌 특별회계로 분류하는 학교용지법 개정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양식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은 “교육부가 학교용지법을 개정하는 방법으로 올해를 땜질식으로 넘기더라도 당장 내년부터 똑같은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며 “교육감협의회는 다음달부터 각 당 대표들과 만나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법 부결은 물론, 국고지원을 명확히 하는 법 개정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우상호 “반기문, 노무현 추억 간직한채 여당으로…안철수 가장 피해”

    우상호 “반기문, 노무현 추억 간직한채 여당으로…안철수 가장 피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국내 방한 행보와 관련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에) 나선다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피해를 가장 크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추측건대 안 대표의 중도적 이미지(를 선호하는 지지층), 충청권 지지만 빼서 (반 총장이) 가져가도 지지율이 몇 퍼센트는 빠지지 않겠나”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여당이 싫어서 총선에서 안 대표를 지지한 일부가 반 총장에게 간다고 봐야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이 현실정치에 들어오면 적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말 실수는 절대 안 하실 분이다. 외교 공무원으로서 훌륭한 분이고 사람 좋은 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더민주의 대권주자로 데려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저 분이 우리당에 와서 대선을 하겠느냐”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과 추억을 간직한 채 여당으로 가실 것”이라고 답했다. 우 원내대표는 “반 총장은 노 전 대통령도 좋아했다”며 “성향이 안맞아도 잘 하셨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대선 구도에 대해서는 “안 대표도 끝까지 할 것이고 1대 1 구도가 되면 좋지만 쉽지 않다”면서 “3자구도로 가도 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여당에 비해 야당의 대선주자 자원이 많다는 데 대해서는 “흐뭇하다. 집안이 가난해도 인재가 넘치면 기분 좋지 않나”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또 청와대의 국회법 거부권 행사와 관련“행태가 졸렬해 (거부권 행사 직후에는) 지적은 했지만, 일부러 국회법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하고 있다”며 “정쟁으로 시작하는 국회라고 비판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상시청문회 조항을 제거한 수정안을 가져오라 하길래, 우리도 여기에 합의를 했다. 우리가 상시청문회를 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새누리당이 이 안까지 부결시키겠다고 한 것이다. 우리가 볼 때는 무슨 ‘생쇼’를 하고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이번 국회법이 유승민법, 정의화법이라 하기 싫은 것 아니냐”며 “정쟁을 하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의화·유승민 합작품 상시청문회법, 靑 결국 거부권

    정의화·유승민 합작품 상시청문회법, 靑 결국 거부권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청문회 개최를 활성화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은 정의화 국회의장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합작품’이다. 정 의장은 2014년 7월 국회의장 직속 국회개혁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는 여기서 도출된 국회운영제도 개선 관련 국회법 개정 의견을 국회운영위에 제시했다. 지난해 7월 9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이자 국회 운영위원장이었던 유 의원은 상임위 청문회 제도 활성화, 8월 임시국회 명문화 등 5개 의제를 위원회안으로 상정해 의결했다. 개정안은 같은 달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로 부의됐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계류된 채 10개월을 보냈다. 조원진 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3월 2일 ‘상시청문회’ 조항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던 중 정 의장은 지난 19일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했다. 정 의장은 여야에 상정하겠다는 통보만 하고 단독으로 법안을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합의에 따라 상정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여당의 교섭단체대표가 없고 지도부가 와해되다보니 새누리당으로선 상정을 막아낼 여력이 없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본회의 당일 아침 소속 의원들에게 개정안 원안에 반대 투표를 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조 전 수석부대표의 수정안은 부결(찬성 7, 반대 183, 기권 23)됐고, 원안은 가결(찬성 117, 반대 79, 기권 26)됐다. 새누리당 탈당파와 일부 비박근혜계 의원들의 찬성 투표가 원안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대 총선에서 패배한 새누리당의 응집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지난 23일 정부로 이송됐다. 정부는 27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상시청문회법이 정부 통제법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박태환, 선발규정 안 바뀌자 향후 대응 준비 나선 듯”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을 위한 돌파구 마련을 위해 대한체육회와 공식 면담을 하기로 했던 수영선수 박태환(27)이 면담을 돌연 연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핑 규정 위반으로 경기단체에서 징계를 받은 후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의 선발 규정에 변화 움직임이 없자 박태환 측이 향후 대응 준비를 위해 회담을 무산시켰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태환은 25일 오전 10시 조영호 체육회 사무총장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내 체육회 회의실에서 면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면담은 박태환 측의 요청으로 오후 2시로 한 차례 미뤄졌다가 결국 무기 연기됐다. 박태환 측은 추후 면담 날짜를 다시 잡아 연락하기로 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달 7일 스포츠공정위원회 1차 회의에서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수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난 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를 준비해 온 박태환 측이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면담을 연기한 것 같다”며 “올림픽 출전을 위해 겸손한 태도로 어려운 상황을 뚫어야하는 입장인 박태환 측에서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한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박태환이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만난다고 해도 사무총장 등 개인이 규정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여론에)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다”며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정하는 것은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권한인데, 현재로서는 규정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6월 16일에 열리는 체육회 이사회에서도 공정위 결정을 부결시킬 수는 있어도 이사회가 대표 선발 규정을 바꿀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가 박태환이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정관을 수정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지난 3월 통합체육회 출범 후 새 정관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IOC가 ‘분쟁 시 CAS에 제소한다’는 조항이 없다고 지적해 CAS 관련 조항을 만든 것”이라며 “오히려 이 정관이 생겨 박태환 측이 CAS에 제소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재까지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돌파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관계자는 “만약 CAS에서 박태환에게 유리한 결정이 나온 뒤 박태환 관련 청원 운동 등이 벌어지는 등 국민 여론에 불이 붙는다면, 굳이 체육회가 고집 피울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며 “먼저 박태환이 CAS 중재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결정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태환은 2014년 도핑 파문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선수자격정지 징계를 받았고, 지난달 국가대표선발전에 출전해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 규정에 막혀 리우올림픽 출전이 좌절되자 지난달 26일 CAS에 해당 규정이 ‘이중 처벌’이라며 중재신청을 해 놓은 상황이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CAS에 ‘공정위 1차 회의 결정은 절차상 체육회의 최종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박태환의 제소는 중재 대상이 아니다’라는 공식답변을 보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새달 7일 국무회의서 수용 여부 결정 가능성

    새달 7일 국무회의서 수용 여부 결정 가능성

    19대 법안 20대서 재의할 수 있는지 ‘논의 중’ 19대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이 23일 오전 정부로 이송되며 다음달 7일까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법안의 운명이 엇갈리게 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집무실에서 청문회 개최 요건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결재했다. 국회사무처는 다른 결재법안 120여건과 함께 이 법안을 정부세종청사 내 법제처로 보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달 7일까지 이 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이송되면 그다음 날부터 15일 이내에 법률로 공포하거나 재의 요구를 해야 한다. 대통령이 법안을 수용하면 법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법률로 공포된다. 24일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인 데다 25일부터 아프리카·프랑스 순방이 예정돼 있어 거부권 행사 여부는 순방 뒤 처음 열리는 다음달 7일 국무회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 헌법 53조에 따라 법안이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법안이 의결되면 대통령은 지체 없이 공포해야 한다. 대통령이 5일 동안 공포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공포해야 한다. 다만 19대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20대 국회에서 재의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다. 국회 관계자는 “19대 통과 법안을 20대 국회에 재의 요구할 수 있는지, 이를 의결할 수 있는지에 관해 국회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법안을 재의하는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가 모자라 재의가 불성립하거나 찬성 수가 모자라 부결되면 법안은 다시 계류 상태에 놓여 있다가 회기가 끝나면 자동 폐기된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이슈&이슈] 강릉 옥계지구 부지 매입 무산…동해안권 개발 물건너가나

    [이슈&이슈] 강릉 옥계지구 부지 매입 무산…동해안권 개발 물건너가나

    3년 전 ‘첨단 녹색소재산업 육성으로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건설하겠다’며 야심 차게 추진했던 강원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EFEZ)이 비틀거리고 있다. 지구 지정 3년이 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하면서 지난 2월 일부 지구가 해제된 데 이어 최근 강원도의회에서 일부 부지 매입안까지 부결됐기 때문이다. 22일 강원도에 따르면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은 2013년 2월 14일 강릉시와 동해시 일대 구정·옥계·망상·북평 등 4개 지구 8.25㎢ 규모로 지정됐다. 동해 망상지구는 사계절 명품 해양·복합 관광도시 조성을 콘셉트로, 북평지구는 비철금속 첨단부품산업과 물류비즈니스 국제복합업무도시로, 강릉 옥계지구는 마그네슘·티타늄·리튬 등 첨단소재융합산업도시로, 강릉 구정지구는 국제기준에 맞는 외국인 주거와 교육도시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황해에 이어 뒤늦게 출발했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조세감면, 국공유지 임대혜택 등 입지지원, 각종 행정지원 등으로 외국투자자들이 몰려들 것으로 기대했다. 동해로 진출할 수 있는 환동해권의 이점을 살려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심산이었다. 인프라가 부족한 강원도가 동해로 나가 낙후된 도시를 살려 보겠다는 취지였다. 중국, 러시아 등 인근 국가들의 동해안 진출에 대비한 북방진출 교두보 마련으로 환동해권의 주도권을 선점하고 남북경협 촉진으로 통일기반 조성에도 기여한다는 야심도 포함됐다. 2024년까지 12년 사업으로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이 마무리되면 경제적 파급 효과는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신규고용 효과도 5만명에 이르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했다. 이런 기대 속에 강원도는 지난 3년 동안 3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사업 첫해인 2013년 74억원을 시작으로 2014년 141억원, 지난해 80억원을 투입했다. 올해는 본예산에 69억원이 배정됐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성적표는 초라하다. 외국인 유치는 물론 지구 개발사업자조차 찾지 못하면서 사업 전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발사업자를 유치하지 못한 강릉 구정지구는 지난 2월 아예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됐다. 도는 영국 기업과 협상을 진행했으나 투자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나머지 3개 지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첨단부품산업 단지로 개발하려던 북평지구 역시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 조건부로 지정 해제가 3년 유예되면서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지난 2월에는 면적도 당초 4.61㎢에서 2.14㎢로 줄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개발참여 등을 협의해 이른 시일 내에 사업자를 찾겠다고 밝혔지만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강릉 옥계지구는 궁여지책으로 도가 직접 개발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는 강릉 옥계지구 내 부지 29만 9441㎡를 매입해 직접 첨단소재 융합지구로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사업비는 600억원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투자유치를 위해서 산업단지 조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로 도가 직접 나섰다. 하지만 도의회가 제동을 걸었다. 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최근 임시회에서 도가 제출한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옥계지구 부지 매입안을 부결시켰다. 의원들은 “경제자유구역 지정 후 3년 동안 기업유치 등 구체적인 결과물이 없는 상황에서 도가 직접 나서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고 반대 이유를 분명히 했다. 투자유치 환경 등이 좋지 않은 가운데 부지를 매입해 산업단지부터 만들자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란 얘기다. 도는 사업계획서를 받은 비철금속 관련 기업과 중국 기업 등의 투자유치 가능성을 바탕으로 강릉 옥계지구 내 현내리 278필지 매입 및 기반 시설 조성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도의회를 설득하지 못했다. 지난 2월, 1년간의 유예를 받았지만 내년 2월까지 실시 계획 신청을 하지 못하면 지정 해제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나마 동해 망상지구만 일부 성과를 보이며 희망의 끈을 이어 가고 있다. 망상지구는 지난해 2월 캐나다 던디그룹이 참여한 ‘던디 360 동해개발공사’를 개발사업자로 지정하며 순항하고 있다. 이 업체는 사계절 명품 해양·복합관광도시 조성을 콘셉트로 마스터플랜을 준비 중이다. 23일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망상지구는 당초 3단계로 나눠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투자자 던디 측이 한꺼번에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 면적을 변경 고시했다.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의 어려움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내적으로 교통과 물류망 등 인프라 부족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부진과 아베 노믹스로 대표되는 엔저 흐름으로 인한 원화 강세,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인한 중국 투자 여력 감소, 셰일가스의 영향으로 미주권 업체들이 생산 라인을 미국으로 다시 돌리는 리쇼링 현상, 저유가로 인한 중동 국가들의 투자 감소, 남북 관계 악화 등을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도와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은 그래도 다른 경제자유구역과 차별화해 경쟁력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유치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불씨를 살려 나간다는 전략이다. 망상지구는 동해안이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춰 활용도가 높고, 옥계지역은 여전히 희귀금속 등 비철금속산업을 중심으로, 북평지구는 환동해 물류·교통망을 중심으로 집중해 외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구정지구 투자를 위해 협의해 온 영국·중국기업 등 해외 기업들도 북평지구 등 인접 지구로 투자를 유도해 계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김상범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 홍보팀장은 “해외 기업들의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조만간 결정될 정부의 제3차 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에 동해항 다목적 부두가 포함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면서 “동해항 다목적 부두가 결정되면 10만t급 1선석, 7만t급 1선석, 5만t급 5선석 등이 추가로 만들어져 글로벌항으로 해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릉·동해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사설] ‘상시 청문회법’ 부작용만 겁낼 것은 아니다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상시적인 청문회 개최를 가능케 한 국회법 개정안이 그제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그동안 새누리당이 반대해 처리되지 못하다가 비박계 일부와 탈당 무소속 의원들이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가결됐다. 새누리당 친박계와 청와대는 격앙하고 있다. 청와대는 “정부를 상대로 사실상 매일 청문회를 열겠다는 것”이라면서 “행정부를 마비시키는 법안인 만큼 즉시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본회의에 앞서 부랴부랴 상시 청문회 내용을 삭제한 수정안을 발의했지만 부결됐다. 이번 개정안은 정의화 의장의 주도로 지난해 마련됐다. 기존 국회법은 청문회 대상을 국정조사 등을 위한 중요 안건으로 제한한 반면 개정안은 상임위 소관 현안이기만 하면 과반수 의결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했다. 청문회는 국회선진화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청문회를 열 수 있게 됐다. 야당은 이미 가습기 살균제 사태나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어버이연합 지원 관련 청문회를 공언해 온 터라 20대 국회는 청문회 개최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동안 국회 청문회가 파행적이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특정 인물 망신 주기는 예사였고, 고성과 삿대질, 일방통행식 문답 등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청문회 풍경에 국민들이 넌더리를 낼 정도다. 오류나 의혹을 바로잡기보다 자기 홍보에만 혈안이 된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상시 청문회가 낳을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국회 본연의 권한이고 의무다. 정부의 중요한 정책과 행정에 대해 국회는 끊임없이 살펴봐야 하고, 부족한 게 있으면 고치도록 채찍질해야 한다. 사실 그동안 정부와 공무원들은 주요 사안에 대해 지나치게 청와대 눈치만 보면서 국회, 특히 야당을 도외시하지 않았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기존 청문회가 파행적으로만 비치는 것은 인사청문회에 대한 기억 때문인 측면도 있다. 반면 상임위의 상시 청문회는 대부분 정책 청문회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점치는 이들도 있다.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에 대한 평가는 총선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에 제동을 건 것은 바로 국민이다. 국회와 머리를 맞대고 정책을 고민해 행정을 펴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 국회법 개정안은 이런 측면에서 청와대와 국회의 협치를 위한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 ‘상시 청문회법’이 제 역할을 하려면 야당의 자제가 전제돼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정부에 대한 야당의 견제 권한은 막강해졌다. 상시 청문회란 날개까지 달게 됐다. 그렇다고 사사건건 청문회를 열면 국정이 마비될 수 있다. 정치 공세로 악용한다는 비판에 맞닥뜨릴 것이다.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사안만을 정선(精選)하는 자제력이 필요한 이유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청문회를) 남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약속을 천금같이 지켜야 할 것이다. 상시 청문회의 성공은 야당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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