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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명품 세종시 만들려면 대선 쟁점화 삼가야

    어제 17번째 광역자치단체로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가 다시 정치판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조짐이다. 야권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세종시에 청와대 제2집무실과 국회 분원 설치 등의 공약을 들고 나오면서다. 하지만 세종시가 논란 끝에 ‘행정중심복합도시’를 향한 궤도로 이제 막 진입한 참에 대선 쟁점화는 대단히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본다. 세종시는 2002년 9월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신(新)행정수도 충청권 건설’을 공약한 이후 10년 만에 빛을 본 셈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온 나라가 들썩거릴 정도로 몇 차례 산고를 겪었다. 그해 대선에서 승리한 노 대통령이 “행정수도 공약으로 재미 좀 봤다.”고 했지만, 헌법재판소가 2004년 수도 이전은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첫 고비를 맞았다. 이후 총리실 등 9부2처2청만 옮기는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이 가까스로 통과됐지만, 이명박 정부가 교육·과학·기업 중심도시로 변경하는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친이·친박이 격돌한 두 번째 고비를 맞았다. 세종시 문제가 원천적으로 휘발성 강한 정치적 갈등요인을 내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까닭에 우리는 세종시를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다시 세우는 일은 지극히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본다. 물론 청와대 제2집무실이나 국회 분원 같은 물리적 인프라 건설 그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런 공약 속에 깃든, 실현 가능성 없는 정치적 계산이 더 문제라는 뜻이다. 어렵사리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국론을 봉합한 마당에 이미 위헌 결정이 내려진 신행정수도론을 다시 꺼내든 격이라는 점에서다. 이는 아무리 좋게 말해도 연말 대선에서 충청권 표심에 영합하겠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지 않은가. 세종시를 이름 그대로 행정중심의 명품도시로 제대로 발전시키려면 탈정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제2 청와대 운운하며 괜한 평지풍파를 일으킬 이유가 뭔가. 그렇잖아도 세종시의 현재 입지로는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는 없는 반면 서울과 세종시 간 교통체증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기업과 교육시설이 입지하도록 해 ‘나홀로 이동공무원’으로 인한 유령도시화를 막는 게 급선무다. 화상회의를 통해 서울로의 불필요한 이동을 줄이는 등 행정문화도 바꿔 나가야 한다.
  • 이 여인들의 눈물, 외면할 수 있습니까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을 다룬 ‘학살, 그 이후’(권헌익 지음, 유강은 옮김, 휴머니스트 아카이브 펴냄)는 제사상에 올리는 한 잔의 술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인 저자는 한국인 인류학자다. 인류학자로서 1994년부터 틈나는 대로 베트남을 드나들며 현지조사를 수행했다. 한국인으로서 베트남전 특수로 인해 “내가 살던 가난한 동네에서도 물질적 상황조건이 개선”됐다는, 나중에 깨달은 “도덕적 궁지” 때문이다. 한국인 인류학자로서 저자는 이 책을 “공물(供物)로 내놓는다.”고 해뒀다. 학문적 땀방울 못지않게 인간적 눈물방울이 읽히는 이유다. 저자가 처음 꺼내 놓은 얘기는 1968년 2월 25일 한국군 해병대가 민간인 135명을 학살한 뒤 살아남은 몇몇 주민들이 시체들을 가매장해 둔 것까지 불도저로 모조리 밀어버렸다는 ‘하미 학살’이다.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3월 16일, 미군도 똑같은 짓을 저질렀다. 이는 ‘미라이 학살’로 널리 알려졌다. 한국군의 행위가 그에 못지않게 잔혹했고, 노엄 촘스키가 “43건의 미라이 학살들”이라는 복수형 표현을 쓸 정도로 빈번했음에도 왜 미라이 학살만 알려졌을까. “하위 행위자는 폭력적인 마을 평정 작전에서 지배적 행위자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하고도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일 뿐이다. 쉽게 말해 이름을 떨친 종군기자나 연구자들은 미군만 쫓아다녔지, 한국군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국가 정체성 운운하며 흥분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을 대놓고 비난하지 않는다. 그들 역시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실제 저자가 만난 학살 생존자들은 시계추처럼 오간 군인들의 극단적 이중성에 곤혹스러워했다. 어제 주민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집 짓는 걸 도와주던 이들이 오늘은 주민들을 모아놓고 수류탄을 던지고 기관총을 난사했다는 것이다. 이 극단적 이중성이 어찌 그들 탓이랴. “전쟁이라는 냉혹한 태엽장치에서 시계추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고 “시계추에는 자체의 동학이 있지만 자신의 운동을 통제할 수 없”었을 뿐이다. 저자는 “전후의 삶을 통해 이런 잔인한 동요의 기억과 싸웠다고 믿는다.”는 수준에서 매듭짓는다. 저자가 힘을 모으는 지점은 학살된 이들을 베트남 사람들이 추모하고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는 저자가 에밀 뒤르켐의 수제자 로베르 에르츠의 ‘상징적 양손잡이’ 개념을 주된 화두로 붙잡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아노미 개념에서 보듯 뒤르켐은 사회적 유대감에 관심을 가졌다. 에르츠는 그다음 단계, 그러니까 사회적 유대가 격렬하게 깨졌을 경우 어떤 양상이 벌어지고 이를 어떻게 봉합할 것인가를 연구했다. 이를 위해 제안한 것이 양손잡이 개념이다. 오른손에게 바른 손이라는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왼손도 함께 바라봐 온전한 양손잡이가 되자는 것이다. 영웅적 군인이 오른손이라면, 학살 피해자는 왼손이다. 저자는 실제 현지조사를 통해 학살 피해자들이 베트남 내부에서도 왼손 취급당했음을 드러낸다. 전쟁 이후 베트남도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수행했다. 전선에서 피 흘리며 죽어간 젊은이들에게 국가는 전쟁영웅이란 칭호를 부여했고 기념비와 묘지를 바쳤다. 그러나 균열도 드러난다. 북베트남 전사들은 전쟁을 위해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전장에 투입됐다. 해서 시체를 고향으로 되돌려 보내 웅대한 기념비 옆에 묻으면 된다. 접경지대격인 베트남 중부의 학살 피해자는 다르다. “영웅적 전사자라는 도식 안에서 보면, (학살 피해자들의) 집단 무덤은 재생의 가치가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편의 유해와 상대편의 유해가 뒤죽박죽 엉켜 있는 모호한 대상”이다. 그래서 “혁명 열사들의 유해를 모아 마을의 중심부로 가져왔을 때 평범한 마을 사람들의 유골은 논으로 바꿀 예정인 곳에서 외곽의 모래투성이 황무지로 옮겨졌다.” 비극적 죽음에 눈물 흘릴 공간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해원을 위해 사당을 짓고 무당을 불렀다. 조선시대 성리학이 교조화되면서 의지할 곳을 잃은 부녀자들이 절과 무당집에 몰려갔듯, 베트남 주민들도 민간전통신앙에 의지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었다. 문제는 국가적 공식 기억에 맞지 않고 과학적 사회주의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베트남 정부가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점이다. 이는 딜레마를 낳는다. 전쟁 당시 베트남 인민들이 가장 분노한 것은 외국 군인들이 조상을 모신 사당을 부수고 사람을 함부로 죽였을 뿐 아니라, 장사조차 못 지내게 시체를 마구 훼손하고 뒤섞어 버린 만행이었다. “전쟁 동원 체제에 가장 뚜렷한 기여를 한 조상 사당들이 전쟁이 끝난 뒤에 정치적 불순성과 문화적 후진성의 상징으로 꼽힌 것은 아이러니다.” 이 갈등은 1990년대부터 수면 위로 치솟는다. 여러 가지 형태의 이장운동이 벌어지는 것이다. 국가가 조성한 공식 무덤에서 개인 사당으로 유골을 빼내오거나, 버려졌던 유골을 국가의 공식 무덤에 안치하는 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베트남전은 이데올로기나 박정희 평가 문제,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의원의 반발(2001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베트남전 참전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자 “6·25전쟁에 참전한 16개국도 북한에 사과해야 하느냐.”고 공격했다.) 등이 있어서 한국에서도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빙빙 에둘러 왔지만, 사실 책의 백미는 이 부분이다. 하나만 꼽자면, 하미 전쟁열사묘지에는 ‘전쟁범죄 희생자 35인의 공동무덤’이 있다. 1986년 9월 하미에서는 하미 근처 하지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35명이 학살당한 사건을 놓고 논쟁이 벌어진다. 주민들은 이들 역시 열사라 보고 공식묘지에 묻어 달라고 요구하지만, 정부는 이를 거부한다. “열사란 직접 적과 맞서 싸운 이들”이라서다. 주민들 압력으로 결국 무덤은 조성되지만, 정부는 이들 묘를 파내려고 한다. 그때 주민들은 “낫이나 작대기를 무기 삼아 들었다.” “오늘부터 너희가 우리 적”이라면서. 저자는 무차별적인 학살 때문에 그 수많은 뼈와 해골 가운데 어느 것이 누구의 유골인지 모를 지경이지만, 그럼에도 한 구 한 구 파내 정성스럽게 쓰다듬고 정리하고 가지런히 다시 묻는 이장의 과정 자체가 후손들에게는 정신적으로 커다란 치유가 된다는 증언들을 곳곳에서 강조한다. 저자가 끊임없이 길어올리는 것은 ‘농민인지 전사인지 구분 안 되는 악독한 빨갱이 베트콩’ 대신 ‘조상 모시면서 제 땅을 제가 파먹고 살길 원하는, 농경사회라면 흔히 발견되는, 한국에서도 흔히 찾을 수 있는 농민의 얼굴’이다. “농민 전사들이 군복을 입은 정규군 병사들과 악수를 하고, 정치 장교들이 장황하게 늘어놓는 연설을 참고 들으며, 달 없는 밤을 틈타 재빨리 집으로 달려왔을 때, 그들이 여전히 군인이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그러니까 “체제가 공간의 균질성과 정체성의 불변을 고집한 반면, 삶으로 직접 겪는 냉전의 현실은 모순적 공간이나 변증법적 공간이었고, 이러한 현실 속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는 동일자가 아니라 쉽게 변화하는 존재였으며, 이런 변형성이야말로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을 제공했다.” 모두가 베트콩이었으되, 그 어느 누구도 베트콩이 아닌 이런 상황을 저자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이 책으로 2007년 미국 인류학회가 수여하는 클리퍼드 기어츠상을, 후속작 ‘베트남전쟁의 혼령들’로 2009년 미국 아시아연구협회가 주는 조지 카힌상을 받았다. 해서 책 앞에는 드루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의 서문이 붙어 있다. 한 구절 따온다면 이렇다. “전쟁을 수행하는 나라들은 정치적 목적과 이데올로기를 위해 죽은 이들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가족들에게서 그들을 앗아가 깊은 상처를 남기고 사자(死者)들을 역사의 행위자가 아니라 도구로 뒤바꾼다.” 한국전쟁과 그 이후 지금까지도 격렬한 이념전쟁을 치르고 있는 한국에서도 이런 연구가 수행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저자는 한국전쟁 연구 권위자인 박명림 연세대 교수와 손잡고 ‘한국전쟁을 넘어서’라는 국제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다려지는 부분이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국비 확보·통합시청사 건립 등 과제 산적

    국비 확보·통합시청사 건립 등 과제 산적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이 네 번째 도전 끝에 통합을 이뤄내 축제분위기에 휩싸였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국비지원을 이끌어내야 하는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28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통합시청사 건립비, 각종 표지판 교체비, 행정장비 구입비, 홍보비 등 청주·청원 통합에 따른 소요비용이 1443억 4000여만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재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특별법에는 ‘통합하는 해당 지자체에 특별교부세 총 100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만 명시돼 있다. 차질 없는 2014년 7월 통합시 출범을 위해서는 지자체가 정부로부터 추가적인 지원을 받아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현재 충북도와 청주시, 청원군은 청사 건립비 1800억원과 마산·창원·진해 3개 시 통합이 결정될 당시 정부가 주기로 한 10년간 1700억원을 똑같은 조건으로 지원해 줄 것을 행정안전부에 요구한 상태다. 청원군 차영호 광역행정담당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을 경우 통합시 출범에 적지 않은 차질이 우려된다.”면서 “관련자료를 충분히 준비해 정부를 설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도농 간 균형발전을 위해 청주시 도심과 청원군 읍·면을 연결하는 도로사업비 확보도 시급하다. 주민들 간의 치열한 유치경쟁이 불가피한 통합시청사 위치를 잡음 없이 선정하는 것도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다. 위치를 결정한 뒤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으나 너무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두 지역 민간통합추진기구들은 ‘통합시 출범 전까지 연구용역을 통해 접근성, 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원칙만 세웠다. 청주시 윤충한 통합담당은 “주민여론조사와 공청회 등을 통해 최대한 투명하고 신중하게 선정할 방침”이라면서 “앞서 통합된 지자체들이 통합시청사 위치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데, 우리는 청원군이 청주시를 둘러싸고 있어 위치선정이 비교적 용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합 추진과정에서 고소고발까지 치닫는 등 찬반단체들 간의 깊어진 갈등의 골을 봉합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청주시는 지난 21일 시의회 의결로, 청원군은 지난 27일 주민투표를 통해 각각 통합에 찬성함에 따라 두 지자체는 곧바로 통합절차에 착수한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생명의 窓] 비가 오는 날은 세상이 따뜻하다/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생명의 窓] 비가 오는 날은 세상이 따뜻하다/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비가 온다. 오랜 가뭄 끝에 비가 온다. 굵은 빗줄기들이 뚝뚝 떨어진다. 마른 땅 어디인들 이 빗줄기가 반갑지 않겠는가. 땅이 온몸을 적시는 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들려온다. 하늘과 비가 오랜 갈등 끝에 비로소 화해하는 것만 같다. 갈라질 대로 갈라진 땅의 가슴은 이제 이 빗줄기에 상처를 봉합하고 다시 작물의 뿌리를 감싸는 어머니로 돌아가리라. 독일 작가 마르틴 발저는 비 오는 날의 감성을 이렇게 풀어내고 있다. “초원과 두세 그루의 전나무들이 보였다. 비가 오고 있었다. ‘비는 물로 된 실을 갖고서 젖은 옷을 짜고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창 밖을 내다보면 우리는 모두 시인이 된다.” 비가 오면 나도 시인이 되는 걸까. 비가 오면 나는 그윽해진다. 모든 것을 보다 깊이 보고 멀리 보게 된다. 세상 모든 것에 반응하며 부딪치는 내가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나를 만나게 된다. 비가 내리면 나의 감성은 내게 감응의 평화를 일깨워준다. 비가 오는 날 산길을 걷다 보면 풀잎이 더욱 선명하게 반짝이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내 모습과는 정반대이다. 비가 내리면 나는 온통 젖어서 그 빛을 잃는데 풀잎들은 더욱 반짝이며 깨어난다. 비 오는 날의 풀잎은 꽃보다도 예쁘다. 나는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비가 오는 날 왜 풀잎은 비에 젖지 않는 것일까. 길을 걸으며 비에 젖지 않는 풀잎은 나의 화두가 된다. 곰곰이 생각하며 길을 걷다가 젖어야 할 것이 없기 때문에 풀잎은 젖지 않는다는 답 하나를 얻는다. 그리고 나는 나의 답에다 공식을 대입한다. 그 공식이란 부처님과 수보리라는 제자의 대화이다. 부처님이 깨달은 자에게 ‘깨달음을 성취했다는 생각이 일어나겠느냐’고 물으신다. 그러자 깨달은 자는 ‘그런 생각이 없다’고 답한다. 부처님의 질문과 제자의 대답과 나의 생각은 일치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진리의 세계에서 ‘나’라든가 ‘주장’은 부질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풀잎은 이미 진리였던 것이다. 나는 언제나 나를 껴안고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알고 있다. 내가 매일 만나는 나무와 풀과 하늘이 내게 그것을 일러 주었다. 그 덕에 이제 나를 버리고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나는 깨달아 가고 있다. 나를 껴안고 사는 일은 타인과 부딪치는 일이고, 나를 버리고 사는 일은 타인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일이라는 행복의 공식 하나를 알게 된 것이다. 이것은 모두 ‘감성 수행’의 결과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나를 스스로 ‘감성의 수행자’라고 부른다. 참선과 경전에서보다 자연 속에서 더 많은 것들을 깨닫기 때문이다. 자연은 부처님의 원음이 살아 있는 교실이 되어 언제나 내게 다가온다. 그 진리의 교실에서 나는 빗소리를 들으며 내가 씻기어 가는 모습을 보고 ‘나’ 없는 길의 자유를 느낀다. 감성은 이렇게 자연이라는 진리에 이르는 길이 되어 나를 안내한다. 창 밖을 보면 우린 모두 시인이 된다는 말이 가슴에 여운을 남긴다. 그 말은 감성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라는 말이기도 하다. 감성을 가지고 바라보면 모든 것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햇살 한 줌도 바람 한 자락도 소중하게 다가오는 사람에게 타인의 상처는 얼마나 아프게 다가오겠는가. 우리가 매일 만나는 학교폭력이나 가정의 폭력이라는 문제들도 어쩌면 감성의 결여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길을 가다가 바람 한 줄기에 걸음을 멈추어 본 적이 있는가. 비가 내리는 날 창을 열고 빗줄기를 바라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별을 보고 가만히 탄성을 발한 적이 있는가. 누군가 아픈 사람에게 마음의 수건을 꺼내어 그의 가슴을 덮어준 적 있는가.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우린 왜 멋진 일들을 포기하고 서로 등 돌리고 살아가려 하는가. 비가 내리면 세상이 더욱 따뜻한 것은 빗소리가 감성을 깨우기 때문이다. 감성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처음이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존재의 아름다움으로 우리 살아간다면 이 세상 어디엔들 꽃이 피지 않겠는가.
  • [열린세상] 논쟁의 장은 열려야 한다/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열린세상] 논쟁의 장은 열려야 한다/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얼마 전 메일함에서 눈에 띄는 메일을 한 통 발견했다. 메일을 보낸 측은 생물학 연구정보센터의 과학분야 설문조사기관 SciON으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학교과서 시조새 관련 논란’에 대하여 설문조사에 응답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6월 11일부터 15일까지 실시된 이 설문조사의 결과는 현재 SciON에 공개되어 있다. 최근 오래전 멸종된 시조새의 족보(?)를 둘러싼 갈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이하 교진추)가 교육과학기술부에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관련 내용을 교과서에서 삭제할 것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냈고, 이에 고등학교 과학교과서를 출간하는 7개의 출판사 중 5개가 이 청원을 받아들여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부터 시작된 갈등이었다. 이 사건을 접하자마자 도버교육위원회 사건이 떠올랐다. 2005년 1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소도시 도버의 교육위원회는 ‘진화론은 생명체의 기원을 설명하는 유일한 과학이론이 아니기에, 생물학 시간에 지적 설계(Intelligent Design)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도버 지역 학부모 11명은 해당 지침이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한다는 이유를 들어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이 논쟁은 그해 12월 ‘지적 설계는 과학 이론이 아니라 종교 이론이기에 이는 위헌’이라는 판결문을 통해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최근 시조새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움직임은 도버교육위원회 사건의 그것보다 더욱 석연찮은 느낌이 든다. 사실 이전부터 진화론은 확정된 이론이 아니라 단지 ‘가설’에 불과하며, 지적 설계가 종교적 교리를 넘어 과학 이론이 될 만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주장은 심심찮게 제기되어 왔다. 이는 진화론을 비롯한 고생물학 연구가 가진 본질적인 한계 탓이다. 진화론의 경우, 연구 대상이 품고 있는 시간의 길이와 간극이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그것을 훨씬 넘어서기에 남아 있는 몇 가지 화석을 징검다리 삼아 이론의 상당 부분을 논리적 추론으로 메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SciON의 응답자 다수가 지적했듯이 시조새를 둘러싼 문제 제기에서는 진화론 자체의 취약점보다는 이 논쟁을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취약점이 더 많이 노출되었다. 교진추의 청원이 제시된 이후 교과서에서 해당 부위가 삭제되는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청원에 대한 정확한 검토나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토론을 바탕으로 진실을 추구하기보다는 문제가 되는 부분을 삭제하여 아예 이에 대한 논쟁에서 빠지겠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기보다는 서둘러 이를 덮어 버리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이 여기에서도 역시 드러난 것이다. 사실 세상 모든 과학 이론은 완벽하지 않다. 철저한 종교배척주의자이자 과학중심주의자인 리처드 도킨스조차도 과학 이론은 완벽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킨스는 그렇기에 과학 이론이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과학이론은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언제든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이전의 이론을 버리고 새로운 이론으로 거듭날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기에 오히려 가치 있는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이번 시조새 논란은 과학 이론이 가진 ‘열린 자세’를 무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 누구든 특정 과학 이론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반론을 제기당했다는 것이 그 이론이 틀린 것이거나 가치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앞서 말했듯 진화론은 태생적 한계로 인해 그 어떤 과학 논란보다 반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반론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덮어 버리거나 삭제하게 된다면 해당 이론은 결국 사라져 버릴 것이다. 중요한 건 반론이 제기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론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심도 있는 논쟁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논쟁의 장조차 열어주지 않은 채 서둘러 문제를 봉합해 버리려는 태도가 오히려 더 우려스러운 것이다.
  • 오바마, 푸틴 대통령 복귀 후 G20 정상회의서 어색한 첫 만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양국 간 긴장 관계를 높였던 유럽 미사일방어 전략(MD)과 이란 및 시리아 문제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열려 주목을 받은 가운데 두 정상이 외견상으로는 일단 대결 양상을 봉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멕시코 로스카보스를 방문 중인 두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2시간 가까이 별도로 가진 정상회담에서 이란 및 시리아 문제 등 많은 현안에서 공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두 정상은 우선 이란에 대해 국제사회의 핵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란은 자국이 진행 중인 핵개발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국제사회가 믿게 하려면 매우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는 데 미국과 러시아가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폭력 사태 해결에도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양국 대통령은 공동성명을 통해 시리아 폭력 사태 종식과 휴전, 정권 이양을 촉구하는 한편 유엔·아랍연맹(AL) 특사인 코피 아난이 수립한 시리아 평화 계획을 지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전을 막을 수 있는 정치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푸틴 대통령도 “시리아 폭력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년간 양국 간 긴장을 높였던 미국의 유럽 미사일 방어망 배치 계획에 대해서도 ‘공동 해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관점의 차이는 있지만 미사일 방어 분야에서의 각종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공동 탐색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2010년 푸틴의 전임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맺은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의 상호 이행도 약속했다. 두 사람은 푸틴 대통령이 올해 초 대통령직에 복귀한 뒤 이날 처음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회동이 끝나고 나서 “내 관점에서 볼 때 우리가 공통의 견해를 많이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진솔하고 사려 깊은, 그리고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날 회담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어색했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BBC는 기자회견 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미소가 오가지도 않았고, 딱딱하고 긴장된 분위기가 흘렀다.”고 보도했다. ‘강한 러시아’를 주창하는 푸틴 대통령과 재선을 염두에 둔 오바마 대통령 간 불편한 관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농협금융 회추위, 신동규 차기 회장 내정

    농협금융 회추위, 신동규 차기 회장 내정

    경제관료 출신의 신동규(61) 전 은행연합회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됐다. 노조가 ‘낙하산 인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농협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19일 신 전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회추위는 “신 후보가 정부 출자 문제 등 농협금융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추진력과 노동조합과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점에 후한 점수를 줬다.”고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신 내정자가 재정부 관료, 수출입은행장, 은행연합회장 등 민·관 경력을 두루 갖춰 농협금융의 특수성을 잘 이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애초 회추위에서는 권태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을 막판 후보군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농협중앙회 노조의 반발이 거세고, 농협금융 회장 선임에 농협 안팎의 시선이 집중된 탓에 두 사람을 추천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대신 정치적 색채가 옅고 민관에서 두루 경험을 해본 제3의 인물인 중량급의 신 후보가 대안으로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증현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도 후보에 올랐으나 본인들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내정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차기 농협금융 회장은 민간 출신 금융인이 맡는 게 좋겠다며 고사했으나 회추위의 거듭된 권유로 마음을 돌렸다.”고 밝혔다. 신충식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급작스러운 사임으로 지난 12일 구성된 회추위는 7일 만에 회장 후보 추천 작업을 마쳤다. 회추위는 수차례 회의를 열어 50명 안팎의 후보를 검증했다고 했지만, 후보들에 대한 면접도 거치지 않아 졸속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허광 농협 노조 정책실장은 “신 후보는 ‘청와대 돌쇠’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낙하산 인사의 전형”이라면서 “은행연합회장 시절 금융기관 사측을 대표하는 금융사용자협의회장을 맡으면서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몰고 간 전력도 있어 출근 저지 등 회장 선임 저지를 위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 내정자는 경남 거제 출신으로 경남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강만수 KD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과 더불어 금융계의 대표적인 경남고 인맥으로 분류된다. 행정고시 14회로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장, 국제금융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지금은 동아대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신 내정자는 주주총회 등 남은 선임 절차를 거쳐 이르면 이달 안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신동규 농협금융 회장 내정자 ▲1951년 경남 거제 출생 ▲경남고·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영국 웨일스대 금융경제학 석사 ▲경희대 경제학 박사 ▲14회 행정고시 합격 ▲재무부 자본시장과장·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장·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한국수출입은행장 ▲은행연합회장
  • [오늘의 눈] 진료비 거품 실토하는 의사들/이영준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진료비 거품 실토하는 의사들/이영준 사회부 기자

    포괄수가제 논란은 결국 돈 문제다. 환자의 진료비 상한선을 정부가 미리 정해서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과잉 진료를 막고 환자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의료계의 반발은 당연하다. 서울 ‘빅 5’ 병원의 한 전문의는 지난주 관련 보도 후 ‘총비용이 정해져 있어 좋은 재료가 아닌 기존의 저렴한 치료제나 봉합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항의 메일을 보내 오기도 했다. 손해보는 장사는 못 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는 ‘저렴한 치료제·봉합제=질 낮은 의료’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동안 의사들은 같은 상황이라면 가급적 비싼 재료를 써 왔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진료비 거품을 의사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수술 부위를 꿰매는 봉합사(絲)를 예로 들어보자. 한 봉지당 200원에서 1만 4000원까지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물론 값이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싼 제품이 곧 ‘못 쓸 제품’은 아니라는 점이다. 의료계 관계자들도 “가격 차는 체내에서 녹는지 여부와, 실 끝에 바늘이 달려 있느냐, 없느냐 차이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현재 병원에서 이뤄지는 제왕절개 수술의 40%는 200원짜리 봉합사를 쓰고 있다. 포괄수가제를 두고 똑 부러지게 시비를 가르기는 어렵다. 정부도 이 같은 이유로 정해진 수가에서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보전해 주겠다고 했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을 꼼꼼히 들여다보지도 않고 ‘과잉 진료가 최선’이라고 말하는 의사들이 없지 않다는 데 있다. 국민들 뇌리에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집단이기주의’로 각인되는 현실은 의사 스스로의 탓이라는 지적을 되새겨 볼 때다. 정답은 환자다. 고통받는 환자를 앞에 두고 “가격이 안 맞아 치료 못 하겠다.”는 의사가 있을까. 없다고 본다. 의사들이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자체는 의사의 본분을 망각, 환자들을 소홀하게 대하는 행위다. 의사들의 사소한 횡포도 환자들에게는 큰 피해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의사는 환자를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하는 것 아니겠는가. apple@seoul.co.kr
  • [커버스토리-지금 의료계는 수가 전쟁중] “수술비 고정돼 치료도 무조건 정해진 대로만?” “환자 상태따라 78개로 분류”

    포괄수가제 시행을 앞두고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포괄수가제와 관련된 주요 사항을 문답으로 짚어 봤다. Q 포괄수가제란. A 입원 후 퇴원까지 환자가 받는 모든 검사와 처치, 수술, 입원 비용을 정부가 미리 정한 금액 한도 내에서 부담하는 제도다. 의사의 모든 진료 행위마다 돈을 내는 행위별 수가제의 반대 개념이다. 7월 1일부터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질환은 백내장·편도·맹장·탈장·치질·자궁 수술과 제왕절개분만 등 7종이다. Q 환자부담금은 얼마나 줄어드나. A 행위별 수가제와 비교할 때 7개 수술 전체적으로 진료비가 평균 21%가량 낮아진다. 다만 같은 질병, 같은 병원이라도 실제 환자 부담액은 환자의 나이, 시술 방법, 합병증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Q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내가 받고 싶은 시술을 못 받고 무조건 정해진 치료만 받아야 하나. A 그렇지 않다. 치료에 필요한 시술은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결정·시행되는데, 이 원칙은 행위별 수가제나 포괄수가제나 마찬가지다. 또 포괄수가제는 질환별로 하나의 시술만 정해진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와 중증도 등에 따라 78개 세목별로 분류되어 있다. Q 포괄수가제를 적용하지 않는 진료도 있나. A 특진 등 선택진료나 상급 병실 이용, 초음파 등 일부 항목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 경우 환자가 별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Q 포괄수가제에서는 제왕절개나 맹장수술 뒤 무통주사도 못 맞는가. 또 포괄수가제 병원도 자궁유착방지제, 창상봉합용 액상접착제 등을 사용할 수 있나. A 무통주사는 현 행위별 수가제에서 비급여로 전액 본인 부담이었고 포괄수가제하에서도 같다. 자궁유착방지제와 창상봉합용 액상접착제는 포괄수가제에서도 당연히 사용할 수 있으며, 오히려 현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전액 환자 부담인 것이 포괄수가제에서는 급여가 적용돼 환자 부담이 5분의1로 줄어든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국민은 값싸고 質 좋은 의료 원하는데… 포괄수가제 논란의 진실은

    국민은 값싸고 質 좋은 의료 원하는데… 포괄수가제 논란의 진실은

    맹장 수술에서 절개 부위를 봉합할 때 ‘창상봉합용 액상접착제’를 사용한다. 비급여로 분류된 탓에 환자는 5만~7만원의 비용을 내야 한다. 다음 달 1일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접착제 가격은 1만~1만 4000원으로 떨어진다.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덜어지는 것이다. 백내장 환자가 수술 전에 받는 각막형태검사(ORB CT)도 비급여이기 때문에 포괄수가제가 되면 10만원 안팎의 검사비가 20%인 2만원으로 인하된다. 포괄수가제의 적용 사례다. 비급여 항목이 급여로 전환됨에 따라 환자들은 같은 의료 서비스를 받고도 진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진료비를 미리 어림할 수도 있다. 일부 의료기관들의 과잉 진료를 차단하는 데다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국민들은 값싸고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바라고 있다. 포괄수가제를 통해 의료 보장성을 높일 수 있다면 의료 소비자로서는 더없이 좋다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이다. 대학생 유소희(25·여)씨는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진료비가 내려간다면 좋은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8월 맹장염 수술을 받은 이준규(31)씨는 “큰 수술일수록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그렇다고 치료의 수준을 낮춰 진료비 부담을 덜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포괄수가제는 1997년 첫 시범 실시를 거쳐 2002년 선택적 시행에 들어갔다. 도입된 지 이미 15년이 넘었다.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의료기관의 71.5%가 참여하고 있다. 정착 단계에 다다른 셈이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발은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임시총회를 열고 포괄수가제에 저항, ‘진료·수술 거부’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냈다. 환자를 볼모로 삼아 뜻을 관철시킬 태세다. 의료계 쪽에서 보면 큰 변화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집단이기주의적 행동이라는 비난에 다소 물러서는 움직임도 없지 않지만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은 확고하다. 국민의 건강, 환자의 권익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의료계가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만을 수술 거부 등 환자와 직결된 행위로 표출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의사들 사이에서는 협회 측의 결정에 마뜩지 않다는 분위기도 적잖다. ‘포괄수가제=공산주의식’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환자에게 제공된 의료 서비스만큼 진료비를 청구하는 행위별 수가제가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옳다는 것이다. 서울 모 대학병원 레지던트 정모(여)씨는 “같은 값이면 어느 의사라도 더 싼 시술로 수입을 늘리려고 할 것”이라면서 “포괄수가제에 포함되는 진료를 고급스럽게 받을 수 있는 상품이 나와 의료 양극화를 부추기게 되면 결국 빈곤층만 질 낮은 치료를 받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과 전문의 이모(30)씨는 “마치 의사들이 욕심이나 부리는 것처럼 내모는데 의료 소비자가 의료인을 불신하면 결국 국가적 손실”이라고 항변했다. 보건복지부는 의협의 반발을 일축하고 있다. 복지부 측은 “초과 진료비에 대해서도 병원이 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열외군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포괄수가제가 100만원으로 제한된 수술이지만 막상 치료하다 중증도가 심해 행위별 진료비가 400만원으로 산정될 경우, 병원 측에서는 300만원을 환자로부터 받을 수 없지만 포괄수가제가 100만원을 초과한 차액 200만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이영준·명희진기자 apple@seoul.co.kr
  • ‘오픈프라이머리 논란’ 정치학교수 10명에 물어보니

    ‘오픈프라이머리 논란’ 정치학교수 10명에 물어보니

    대선을 6개월 남짓 앞두고 새누리당 내에서 불거진 ‘룰’의 갈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을 둘러싼 원칙적 문제에 앞서 경선 룰 변경을 논의하기에 다소 늦었다는 지적이다. 11일 정치학 교수 10명에게 새누리당 내 오픈프라이머리 논란에 대해 물었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반론은 ‘정당정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데서 나왔다. 한국선거학회장인 김욱 배재대 교수는 “정당이 후보를 결정할 때는 당원들의 목소리를 많이 반영해야 하는데 일반 국민과 똑같이 당의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것은 정당 정치를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시기적으로도 선거 바로 전에 룰을 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도 “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정치를 약화시키는 제도이고 어떤 형태로든 민심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는 대의민주주의나 정당정치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단순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후보라도 상관없다는 식의 선거 이벤트 정당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경선 흥행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여야가 합의한다면 대선 두세달 전에도 시행이 가능하다. 의지의 문제이지 기간은 문제가 안 된다.”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한다면 현장 투표에 대해서는 공정한 관리도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정관 전남대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으로 우려되는 부작용들에 대해 “여야가 동시에 같이 한다면 오히려 표심의 왜곡이 적을 수 있고 전국적인 선거가 되면서 동원 가능성이 희박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은 “여야 합의가 있어야 하고 동시에 치러진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시기에 대해서는 “최소 3~4개월 전에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면서 “7월까지는 여야 협상을 마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 주자들과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측의 룰을 둘러싼 셈법과 전망도 다양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도입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정당의 외연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오픈프라이머리의 문제점을 염두에 두고도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비박 주자들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조 교수도 “박 전 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확실성으로 치르고 싶은 것 같지만 불확실성이 없이는 감동이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게 되면 후보들 간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고소·고발, 불법 선거운동, 조직 동원 등이 대거 나타나게 될 것”이라면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오픈프라이머리를 하자는 건데 오히려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지지세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그러면서 “비박 주자들은 잃을 게 없지만 박 전 위원장의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희대 윤성이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다분히 흥행을 위한 것인데 정작 유권자들은 관심도 없는데 흥행만을 위해 실시하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특히 “공천 당사자들이 결정된 상태에서 룰을 바꾸자는 것은 현실적으로 유불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며 비박 주자들의 룰 변경 요구 시점이 적절치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절충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경우 일반 국민들의 선거인단 참여를 늘리는 선에서 의견을 좁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박 전 위원장도 계속 요구를 거부하면 원칙만 고집하고 오만하다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으니 어느 정도 비박 주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타협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오픈프라이머리에 가깝게 당원 비중보다 일반 국민의 참여 폭을 넓히면 타협의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비박 주자들은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면 승부를 뒤집어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생각과 지금 친박(친박근혜) 위주로 구성된 새누리당 내에서는 어려우니 여론 환기 차원에서 외부에서 정치적 입지를 높이는 역할로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허백윤·송수연·이범수기자 baikyoon@seoul.co.kr
  • KBS 파업 협상안 잠정타결

    KBS 파업 사태가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현석 KBS 새노조 본부장은 총파업 돌입 93일째인 6일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종결 협상안이 잠정 타결됐다.”고 밝혔다. KBS 새노조는 7~8일 전국대의원대회, 조합원 총회 등의 절차에 들어간다. 지난 5일 KBS 노사 양측은 대선공정방송위원회 설치, 탐사보도팀 부활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노조원 징계 철회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관계자는 “파업 중인 노조원들이 이르면 8일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한편 노사 간 가합의안을 도출했던 국민일보는 지난달 30일 노조총회에서 가합의안이 부결돼 여전히 갈등 중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살 파먹는 박테리아’로 사지절단 美 여대생 한달만에 기적처럼 말문 열어

    ‘살 파먹는 박테리아’로 사지절단 美 여대생 한달만에 기적처럼 말문 열어

    “안녕! 우와,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 치명적인 박테리아에 감염돼 사지를 절단한 채 사경을 헤매던 미국의 여대생이 거의 한달 만에 기적처럼 말문을 열어 미국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사는 에이미 코플랜드(24)는 이른바 살을 파먹는 박테리아 ‘아에로모나스 하이드로필라’가 원인인 괴사성 근막염 판정을 받고 약 한 달 전 병원에 입원한 뒤 지난 27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말을 했다고 CNN 등이 29일 보도했다. 딸 곁을 지키던 그녀의 아버지 앤디 코플랜드는 에이미가 의식이 돌아와 가족들과 처음 대화를 나눈 뒤 AP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말을 못 해 에이미의 목소리는 힘이 없고 쉰 듯했지만 가족과 농담도 하고 주변 사람들 안부를 묻기도 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기적’이다.”라면서 “신이 에이미의 인생에 기적을 선사했다.”고 말을 이었다. 웨스트 조지아대 대학원생인 에이미는 지난 1일 조지아주 캐롤튼 인근 리틀 탤러푸사 강에서 와이어를 이용해 공중을 비행하는 ‘집라인’이라는 레저 스포츠를 즐기다가 강물에 빠지면서 왼쪽 종아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녀는 병원에서 즉시 상처를 봉합하는 처방을 받았지만 괴사성 근막염이라는 판정을 받고 결국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이후 병세가 악화돼 두 팔과 남은 오른쪽 다리마저 절단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에이미는 부모에게 입모양만으로 “해 보자.”(Let´s do this)고 말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미국 언론은 극심한 고통에도 생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은 에이미를 미국의 영웅으로 부각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에이미의 아버지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에이미의 투병 상황을 상세히 전했고 수만명의 네티즌은 그녀에게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평균 250명이 ‘살 파먹는 박테리아’에 감염되며 이로 이로 인한 치사율은 25%로 매우 높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새달 중앙위 점령하라”… 신·구당권파 勢불리기 경쟁

    “새달 중앙위 점령하라”… 신·구당권파 勢불리기 경쟁

    통합진보당 구당권파가 20일 신당권파의 혁신비대위에 맞서 오병윤(광주 서을)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를 위원장으로 하는 ‘당원 비대위’를 출범시키며 한 정당 아래 두 개의 비대위가 공존하게 됐다. ‘당’만 공유할 뿐 각각의 ‘임시 지도부 체제’를 구축함에 따라 통합진보당은 사실상 분당(分黨) 국면에 돌입했다. 구당권파는 당원비대위를 통해 세력을 최대한 결집시킬 것으로 보인다. 신당권파와 대등한 대립 구도를 만들기 위해 ‘강(强) 대 강(强)’의 세력 정치 양상으로 판을 뒤흔든다는 전략이다. 당원비대위가 진성당원 1만명 참여를 목표로 ‘세 불리기’를 전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구당권파를 진두 지휘하는 오 비대위원장의 이날 일성이 “허위 날조로 가공된, 당과 당원들에게 사망선고서인 진상조사보고서를 폐기해야 한다.”고 한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자파 당원들을 중심으로 진상조사의 문제점을 부각하는 데 진력할 것으로 보인다. 당원비대위는 전국당원토론회 및 별도의 진상조사 방안도 논의 중이다. 구당권파의 주축인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뿐 아니라 같은 자주파(NL) 계열로 신당권파와 협력하고 있는 인천·울산연합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울산연합의 경우 과거부터 정파 간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고, 현 구당권파와도 정서적으로 가까워 전세 역전을 위한 자주파 중심의 총결집을 호소할 수 있다. 신당권파가 통첩한 이석기·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의 사퇴 시한은 21일 오전 10시. 당사자인 두 비례대표 당선자는 그러나 ‘사퇴 불가’를 공언하며 신당권파의 제명 움직임에 맞서 이미 경기동부연합의 ‘안방’인 경기도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등 일전 불사의 방어막을 친 상태다.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신당권파는 30일까지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를 사퇴시킨다는 방침 아래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퇴 시한이 종료돼도 곧바로 출당 조치를 꺼내기보다는 시민사회와 함께 전방위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학계·종교계 원로 등이 참여한 ‘희망2013·승리2012원탁회의’는 이날 오후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강기갑 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비례대표 사퇴를 요구한 통합진보당 중앙위 결정에 전원 찬성하며 혁신비대위에 힘을 실어 줬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13명은 구당권파 측에 “기득권을 내려놓고 희생할 것을 각오하라.”고 요구하고, 혁신비대위원회에는 “단순한 봉합이나 내부 정치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히 나설 것”을 주문했다. 신당권파는 구당권파가 비대위를 합법적인 ‘당 재장악’ 카드로 활용할 노림수도 예측하고 있다. 당헌에는 6월 중 중앙위원 및 대의원을 재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도기 중앙위 지분이 구민주노동당계 55, 국민참여당계 30, 진보신당 탈당파 15로 배분됐지만 다음 달 재구성되는 새 중앙위 체제는 각 정파 간 자유경쟁으로 바뀌게 된다. 구당권파가 진성 당원을 재규합해 중앙위를 장악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 분당되지 않을 경우에는 주류로 재기할 토대 마련을, 분당되더라도 안정적으로 세력을 유지할 수 있는 ‘양수겸장’ 카드다. 이 경우 ‘강기갑 비대위’ 주도의 당기위는 유명무실해진다. 이와 관련, 신당권파 관계자는 “적어도 6월 초부터는 중앙위원 선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구당권파는 단결된 세력이지만 우리는 여러 세력이 모여 중앙위원 선출을 놓고 의견을 조율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혁신비대위는 지난 12일 중앙위에서 발표하지 못한 비례대표 경선 진상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압박 수위를 높여 구당권파가 당원 재장악 계획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혁신비대위 측은 3월 18일 치러진 비례대표 경선에서 울산의 경우 현장투표 직후 당 선관위 측은 23명이 투표했다고 발표했지만 진상조사위 조사에서는 실제 투표자 수가 발표보다 35명 많은 58명이었다고 새롭게 밝혔다. 투표 마감 후의 부정 투표 가능성을 방증한다. 신·구 당권파 모두 분당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이는 책임 회피를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당권파는 당이 쪼개지더라도 진성 당원을 기반으로 지역 및 비례대표 당선자 6명 및 ‘플러스 알파’(+α)만으로도 ‘원내 독자적 세력화’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안동환·이현정·이범수기자 ipsofacto@seoul.co.kr
  • [포커스 人] 알레산드로 레이폴드 리스본 카운슬 수석 이코노미스트

    [포커스 人] 알레산드로 레이폴드 리스본 카운슬 수석 이코노미스트

    “해변과 병원 중에 어디에 가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누구나 해변을 선택하겠지만, 때론 원치 않아도 병원에 가야 할 때가 있다.” 알레산드로 레이폴드 리스본 카운슬 (Lisbon Council)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이탈 가능성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콘퍼런스 참석 차 처음 한국을 찾은 레이폴드는 성장과 긴축을 각각 해변과 병원에 비유했다. 그는 “지금의 유럽 위기를 타개하려면 성장과 긴축 사이에 정책적인 조합(policy mix)이 중요하다.”면서 그리스 등 유럽의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긴축 폐기·성장 강조’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레이폴드는 유럽 경제 전문가다. 1970년대 후반 유럽통화제도(EMS) 설립에 참여했고 1982년 국제통화기금(IMF)에 합류해 유럽 담당 국장 대행을 지냈다. 현재 몸담은 리스본 카운슬은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싱크탱크이다. 유럽의 정치·경제 네트워크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레이폴드는 ‘메르콜랑드’(올랑드 신임 프랑스 대통령+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치적 공조가 잘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프랑스와 독일 정상은 반대 성향의 정당 출신일 때 협조가 더 잘됐다.”고 말했다. 1970년대 후반, 프랑스의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보수대연합)과 독일 헬무트 슈미트 총리(사회민주당)가 유럽의 환율 안정을 위한 EMS 설립에 적극 나서는 등 경제 부문에서 긴밀히 협력했던 예를 들었다. 레이폴드는 “올랑드 대통령이 당선 전에는 성장을 강조했지만, 이는 정치적인 수사로 현실적으로 긴축안을 외면할 순 없다.”면서 “그 자신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재정협약의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서 레이폴드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미 영국과 체코를 제외한 유럽연합(EU) 25개국이 채택한 사항을 다시 꺼내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경제성장을 위한 성장 협약(growth pact)을 추가할 순 있다.”면서 “성장 협약이 다음 유럽 정상회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될 의제”라고 말했다. 레이폴드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그렉시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EU나 유로존이 그리스를 위한 구제금융 규모, 투입시점 등 기존 계획을 수정해 주지 않거나, 그리스 정치인들이 긴축안 거부를 고집한다면 그렉시트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야 사태가 봉합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의 대량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와 관련, 레이폴드는 스페인, 이탈리아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스페인의 방키아처럼 재무상태가 나쁜 일부 은행이 어려움을 겪을 순 있겠지만 유럽 전 은행의 뱅크런 전염 사태는 빚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그리스의 뱅크런도 ‘패닉’으로 볼 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뱅크런이 발생한 영국의 노던록은행(3일 만에 약 3조 7000억원 인출) 사례보다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것이다. 레이폴드는 아시아도 유럽 재정위기의 타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나간다면 국제 금융시장에 무질서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유럽의 투자 비중이 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도 방화벽 쌓기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나라는 내수진작을 통해 외부 경기 영향력을 줄여한다.”면서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그리스의 총선이 치러지는 한 달 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글 사진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사설] 파이시티 남은 의혹 봉합하려 해선 안 된다

    검찰이 어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하고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내용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최 전 위원장은 고향 후배인 사업시행자 이정배씨로부터 인허가 알선 청탁 대가로 8억원을, 박 전 차관은 이씨로부터 1억 6000여만원과 코스닥 등록업체 대표로부터 산업단지 승인 알선 등의 명목으로 1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 수사한다는 방침이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 볼 때 곁가지를 정리하는 수준에서 봉합될 가능성이 높다. 2조 4000억원대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방위 로비를 벌여 결국 용도 변경에 성공했음에도 비리 관련자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은 부실 수사이거나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본다. 최 전 위원장은 검찰 소환을 앞두고 “대선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고 했다가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으로 말꼬리를 돌렸다. 박 전 차관 역시 서울시 정무국장으로 재직할 당시부터 ‘왕비서관’ 기간까지 꾸준히 돈을 챙겼다. 이 전 대표가 로비를 위해 조성한 비자금 규모에 비해 정권의 최고 실세로 꼽혔던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게 흘러간 돈의 규모는 어색할 정도로 적다. 서울시가 도시계획위원회에 ‘의결 안건’이 아닌 ‘자문 안건’으로 올려 파격적인 혜택을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은 것도 유감이다. 파이시티 시공사 변경 과정에서의 ‘밀약설’을 뒷받침하는 문건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나오면 나오는 대로 간다.”고 했던 당초의 약속을 분명히 지켜야 한다. 큰 틀의 수사가 일단락됐다고 해서 남은 의혹과 새롭게 불거진 의혹을 적당히 봉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정면 돌파만이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을 당당히 비켜 가는 길임을 잊어선 안 된다. 성역 없는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처벌만이 권력형 비리의 발호를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검찰의 행보를 끝까지 지켜보겠다.
  • 강기갑 “무릎 꿇고 비는 한이 있어도 李·金 사퇴시킬 것”

    강기갑 “무릎 꿇고 비는 한이 있어도 李·金 사퇴시킬 것”

    통합진보당이 구당권파 비례대표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에 대한 강도 높은 축출 작업에 돌입했다.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오전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 14명을 면담, 자진사퇴를 권고하기로 했다. 이정미 비대위 대변인은 “오늘(16일) 중 비례대표 14명을 권태홍·민병렬 공동집행위원장이 만나 면담 결과를 17일 비대위에 보고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김 당선자가 지난달 국회의원 등록을 완료하고 ‘버티기’에 돌입한 가운데, 경쟁 부문 비례대표 후보 11명은 직간접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후보 가운데는 비례대표 7번인 조윤숙 장애인푸른아우성 대표만 아직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조 대표의 경우 장애인 몫의 비례대표 후보이기 때문에 사퇴하지 않고 비례대표직을 승계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비대위 관계자는 “장애인 명부 후보들 역시 순위 투표를 했기 때문에 사퇴 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비대위원회는 자진 퇴진을 유도할 계획이지만, 19대 국회가 시작되는 오는 30일까지 이·김 당선자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출당 조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 비대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전체 후보 14명에 대한 사퇴를 거론하게 될 것이고, 단계적으로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말해 출당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그는 “국민들은 엄중한 경고와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빠른 시일 안에 자진 용퇴가 될 수 있도록 무릎을 꿇고 비는 한이 있더라도 이해시키고 설득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강 위원장은 전날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 철회를 기정사실화한 민주노총 설득에도 나섰다. 강 위원장은 이날 중구 정동 민주노총을 방문해 김영훈 위원장에게 “자기 성찰과 반성을 통해 다 열어젖히고 다시 시작하겠다.”며 “통합진보당이 노동자의 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힘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의 적극 참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면 무슨 이야기냐 호통을 치겠지만 감히 이런 요청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우리가 이제 생이별을 해야 하는 시점인지, 무엇을 더 당에 요구할 수 있을지 솔직히 절망스럽다.”며 “혁신비대위는 ‘봉합’ 비대위가 아니라 말 그대로 혁신한다는 마음으로 임하지 않으면 존립 근거가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도 “혁신비대위가 근본부터 새롭게 정립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현 사태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과 그 이후에 대해 심사숙고하겠다.”며 입장 변화의 여지를 남겼다. 강 비대위원장은 비례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구당권파 끌어안기’를 위해 이상규 당선자를 비롯한 구당권파 내 온건파 인사에게 비대위 참여를 요청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무산됐다. 구당권파 측은 별도의 ‘당원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내부 화합 노력에도 불구하고 통진당은 분당 수순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이 당선자 측은 “화합형 비대위가 구성돼야 한다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참여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구당권파 측은 비대위에 중앙위 전자투표 무효를 주장한 안동섭 경기도당 공동위원장을 넣고, 구당권파와 신당권파 비대위원 비율을 동등하게 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권파 측은 “비대위 무력화 시도”라고 비난했다. 구당권파인 김미희(경기 성남 중원) 당선자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눈앞에 산적한 반 MB투쟁과 민생현안은 부차적으로 밀려나고 2012년 진보세력의 최대 목표가 구당권파 제거로 바뀌고 있다.”며 “진상조사보고서의 문제점을 인정했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극한으로 치닫지 않았을 것”이라고 신당권파에 책임을 돌렸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강기갑·김영훈, 黨 쇄신 ‘속도전’

    강기갑·김영훈, 黨 쇄신 ‘속도전’

    통합진보당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강기갑(왼쪽)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밖에서 쇄신 압박을 가하는 김영훈(오른쪽)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당권파를 구석으로 몰고 있다. 이석기·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가 사퇴를 거부하고 구당권파가 당 혁신결의안과 비대위 구성안을 의결한 중앙위 전자투표를 무효라고 선언하며 법적 소송까지 제기할 조짐을 보이자 신당권파와 민주노총은 쇄신 작업에 가속도를 냈다. 무당파인 한 관계자는 “안팎으로 쇄신 압박이 가해지자 구당권파도 여론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당권·구당권 구별않고 같이 가야” 강 위원장은 당의 추락을 막기 위해 극심한 내분부터 봉합하고자 구당권파에도 비대위의 문을 열어 놓고 인선 작업을 서두르는 중이다. 내홍을 겪으며 갈라선 ‘한 지붕 두 가족’이 비대위 안에서 함께 쇄신 작업을 하며 뭉치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비대위는 신당권파 인사와 외부 영입 인사를 대상으로 인선을 추진 중이거나 거의 마무리하고 구당권파 몫의 자리만 남겨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능하면 신당권파와 구당권파를 구별하지 않겠다. 삼고초려를 겪더라도 같이 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또 통진당이 분당까지 가지 않더라도 사실상 갈라설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선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강 위원장의 바람과 달리 전자투표에 의해 출범한 비대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구당권파가 비대위에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강 위원장은 이와 함께 민주노총과 농민·시민사회단체 인사들에게도 비대위 참여를 요청했다. ●“지금 통진당 민노총이 지지 불가능” 민주노총은 이보다 강도 높은 쇄신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충격요법’이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17일 열릴 9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통합진보당을 버리고 새 당을 만들 것인지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의 통진당을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새 당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통진당 문제에 전면 개입해 당의 주체로 설 것인지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정·이범수기자 hjlee@seoul.co.kr
  • 코스피 1900선 붕괴… 실물경제로 확산 우려

    코스피 1900선 붕괴… 실물경제로 확산 우려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탈퇴 가능성이 커지면서 15일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봉합 국면으로 가는 듯했던 유럽 재정위기는 그리스, 프랑스 등에 재정 긴축을 반대하는 정권이 들어서면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때문에 올 들어 안정세를 보였던 국내 금융시장은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수출을 비롯한 실물 경기 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4.77포인트(0.77%) 하락한 1898.96으로 마감됐다. 31포인트까지 하락했다가 낙폭을 만회한 것이다. 19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1월 18일(1892.39)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환율도 4개월 만에 1150원대를 넘어섰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9원 오른 1154.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닛케이225지수는 0.81%, 항셍지수는 1.15% 하락했으며, 전날 프랑스 CAC40지수는 2.29% 폭락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리 금융시장이 유로 리스크를 크게 반영하고 있는데 변동 폭이 펀더멘털에 비해 과민하다고 생각한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시장을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그리스 국채에 투자한 유럽 은행들의 손실이 커지고, 이들은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 투자한 자산을 처분해 재무상태를 개선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 투자금 가운데 30%를 차지하는 유럽계 자본의 이탈도 불가피해진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리스뿐만 아니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취임 이후 프랑스와 독일의 유로존 위기 해법 조율도 필요한데 단시간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유럽 리스크가 국내외 금융시장에 상당 기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수출 등 실물 경제의 타격도 우려된다. 지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유럽은 하반기에 경제성장률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그리스·올랑드 변수’로 인해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로 옮겨 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의 경기 둔화가 중국, 미국 등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이어지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무역·수출 경기도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유럽발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회복세로 접어든 미국과 글로벌 경기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 역시 중국의 수출 감소 등으로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위기가 실물 경기에 미칠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금융시장의 충격이 최소 3~4주는 지속돼야 실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는 프랑스, 독일 등의 합의로 봉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실물 경제 위기를 말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오달란·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서울·인천시·경기도 “해상 쓰레기 처리비용 국고보조금 인상하라”

    인천시와 서울시, 경기도가 인천 앞바다 쓰레기 처리를 위한 비용분담 비율에는 합의했으나 갈등 요인이 수그러들지 않은 채 봉합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천 50%·서울 23%·경기 27% 부담 15일 인천시에 따르면 올 장마철 한강수계에서 인천 앞바다로 떠내려오는 쓰레기의 처리비용 55억원을 인천 50.2%, 서울 22.8%, 경기가 27%를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기존의 분담비율 그대로다. 이번 협약은 올해부터 2016년까지 적용된다. 이 시·도들은 2002년부터 5년 단위로 분담비율에 대한 협약을 맺고 연간 50억∼55억원에 이르는 쓰레기 처리비를 나눠 부담해 왔다. 인천 앞바다 쓰레기 대부분이 이 시·도들을 지나는 한강을 통해 유입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호 입장 차가 커 지난해 8월부터 아홉 차례나 회의를 여는 등 난항을 겪다가 환경부 중재로 장마철이 다가오기 전에 서둘러 합의가 이뤄졌다. 인천시는 처음부터 쓰레기처리 분담비율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1998년 환경부가 ‘인천 앞바다 수질개선을 위한 비용부담방안 연구’ 용역을 실시한 결과 인천 41.5%, 서울 27%, 경기 31.5%로 분담비율이 산정됐다는 것이다. 인구, 면적, 퇴적물 부하 등이 고려된 수치다. 그러나 3개 시·도 협상 과정에서 서울시가 5(인천)대5(서울, 경기)로 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 현재와 같은 분담비율로 조정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이 돈을 받는 입장인 데다 당시는 세가 약해 협상에서 불리했다.”면서 “2016년 이전에 용역을 실시, 분담비율을 반드시 재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용역을 다시 실시하면 자체 부담비율은 35∼40%선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하지만 이를 서울과 경기 어느 한 곳이라도 수용하지 않으면 재조정은 힘들게 된다. ●두루뭉술한 합의문 한계로 서울시와 경기도도 불만이 적지 않다. 이 지자체들은 인천시가 올해 하천·하구 쓰레기 처리를 위해 환경부로부터 국고보조금 11억원을 받은 만큼 이를 감안해 바다쓰레기 처리비 분담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3개 지자체는 쓰레기 처리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높여야 한다는 대목에선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에 전격적으로 합의가 이뤄진 것도 환경부가 현재 17%인 한강수계 국고보조율을 2016년까지 낙동·섬진·영산강 수계 수준인 40% 이상으로 높이는 데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합의문에는 ‘국고보조율을 (다른) 광역시 지원 비율에 맞추도록 노력한다.’고만 돼 있을 뿐이다. 협약문치고는 내용이 두루뭉술하다. 3개 시·도 갈등 구도가 대환경부로 바뀔 수도 있음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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