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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피니언중계석/강한섭교수 월간 ‘에머지’ 기고 - 정부주도 영화진흥정책 실패

    한국영화 시장 점유율 50%.이처럼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영화정책이 실패했다는 주장이 나와 시선을 끈다.겉보기에는 번지르르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한국영화는 양적으로도,질적으로도 결코 성장하지 않았다는 것.비디오시장까지 확대해서 보면 오히려 시장 규모는 줄었고,돈을 쏟아부어 블록버스터만 살아남는 기형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강한섭서울예술대학 영화과 교수가 월간 에머지 12월호에 발표한 ‘김대중 정부의영화정책은 이렇게 실패했다’ 주제의 글을 요약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고 있다.김 대통령은 다른 정책은 몰라도 세계 최대의 광대역 통신 접속국가를 만든 정보산업정책과,자국영화 시장 점유율 50%의 기적을 만든 영화정책만큼은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되리라 기대할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영화정책은 실패했다.우선 양적 평가다.지난해극장 관객 수는 약 5000만명(매출액 2500억원)으로 김영삼대통령 시대의 연평균보다 관객 수는 60%,매출액은 100% 상승했다.하지만 비디오시장은 1990년대 중반의 1조원에서 5000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전체 시장 규모로는 20∼30% 축소됐다.한국영화의 전성기라고 떠들어댄 것은 비디오시장의 몰락을 고려하지 않은 숫자의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비디오 시장은 줄고 극장은 호황을 누렸던 걸까.이는멀티 플렉스에서 개봉하는 와이드 릴리스 방식,융단폭격식 마케팅,신용카드사 등과 제휴한 극장요금의 덤핑이라는 3대 거품전술 때문에 가능했다.하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멤버십 서비스를 제한할 예정이어서 극장 관객 수의 감소는 필연적이다.게다가 제작비,마케팅비의 급상승으로 평균수익률도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질적 평가에서도 나아진 것은 없다.물론 문화산업부문을 자유무역 협상의 예외영역으로 주장하고 스크린쿼터를 유지한 정부·영화계의 노력,그리고 그 결과로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을 높인 성과는 인정한다.하지만 시장은 이제 ‘대박 아니면 쪽박’인 구조로 편성되고 있다. 최소 10억원 이상의 마케팅비를 쏟아부을 수 없다면 애써 만든 영화를 극장에 상영할 수도 없다.또 돈 놓고 돈 먹는 카지노가 되어버려 영화의 다양성은 극도로 축소됐다.대박영화는 철마다 나오는데 극장에는 수준 낮은 코미디물이 판치는 것이 김대중 정부 말기의 한국영화의 풍경이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김 대통령은 취임 뒤 영화진흥공사를 폐지하고 영화진흥위원회를 새롭게 출범시켰다.위원회는 2000년 봄 ‘한국영화진흥종합계획’을 발표했다.2004년까지 전액 국고에서 1700억원의 진흥기금을 조성하고,한국영화를 연간 40여편에서 150여편으로 확대해 시장점유율을30%에서 50% 이상으로 높인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영진위는 곧 국민의 세금으로 157억원을 투자해 여기저기 영화 투자조합을만들었다.엄청난 영화펀드로 스타감독과 연기자들의 몸값은 하루가 다르게치솟아 개별영화의 제작비가 덩달아 급증하게 됐다.제작비가 수직 상승하게되면 당연히 영화기획은 블록버스터 장르영화의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순제작비의 상승은 마케팅비 역시 상승시킨다.마케팅비는 불과 3년 동안 350% 증가했다.이제 어느덧 20억원으로 기획된 프로젝트가 활영이 끝나자 40억원이 되고 후반작업으로 컴퓨터그래픽 몇 개를 추가하고 융단폭격식 마케팅을 감행하자 총제작비 60억원의 공룡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이판사판이다.이어 스크린 독과점 전략이 펼쳐진다.서울 220개의 스크린 가운데 60개를 블록버스터가 차지하게 된다.관객은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영화가 사양산업이 아니라 지식집약형 산업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과시했다는 문화적 성취에도 불구하고,김대중 정부의 영화정책은 실패했다.시장이 성장하기는커녕 축소되었고 영화의 다양성이 감소되었기 때문이다.근본적인 원인은 영화시장을 인위적으로 바꾸겠다는 이성의 오만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인위적인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 정리 김소연기자 purple@
  • [굄돌]작은 이들의 승리

    올 겨울에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중 최대 기대작은 역시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속편들이다.이 두 영화는 베스트셀러 판타지 소설을 영화화한 공통점이 있는데,그 이야기 구조를 들여다 보면 판타지 영화의 공식이 눈에 띈다. 두 영화의 주제는 힘없고 작은 이들이 거대한 세력에 대항해 싸운다는 것이다.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의 캐릭터들을 살펴 보면 악의 세력을 규합하는 절대악(볼더모트·사우론),그에 대항하는 여리고 힘없는 주인공(해리포터·프로도),주인공을 돕는 강하고 착한 마법사(덤블도어·간달프),그리고 주인공과 여정을 함께하는 평범한 친구(론 위즐리·샘 갬지) 등등.약하지만 잠재력을 가진 주인공이 주위의 평범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강대한 적에 대항해 싸운다는 것이 판타지 소설이 애용하는 줄거리인가 보다. 이런 판타지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나는 곳이 있다.바로 한국 영화계다.세계 영화계를 둘러봤을 때,자국의 자본과 기술로 만든 영화로 할리우드 영화를 상대하는 나라,자국 영화 점유율이 절반 가까이되는 나라(올 상반기기준 46.1%)는 열 손가락을 꼽기 힘들다. 그리고 올 상반기 최고의 흥행성적을 올린 영화는 바로 ‘집으로…’이다.(‘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1편들을 꺾고!) 세계 영화시장을 석권하는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이 한국에서는 내로라할 스타 한명 없이 저예산으로 만든 작은 영화 한편에 밀렸다는 얘기다.물론 ‘집으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든든한 배급사가 마케팅과 배급력에 힘을실어준 덕분이기도 하다(마치 강력한 마법사 친구처럼).하지만 역시 ‘집으로…’성공의 일등공신은 돈을 내고 이 작은 영화를 찾아준 관객들이다. 올 겨울에도 많은 한국영화들이 할리우드 대작들과 관객을 두고 다툴 것이다.난 이번에도 ‘집으로…’같은 우리의 작은 영화들이 선전하길 기대한다. 판타지 영화에서 주인공을 돕는 친구처럼 한국영화의 진정한 친구,관객들이우리 영화를 아끼는 한 그 싸움은 그다지 힘겹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김민식 MBC PD
  • ‘광복절 특사’ 2주째 정상

    ‘광복절 특사’가 영화가를 점령했다.2주째 정상을 지키며 전국 관객 140만에 육박한 것.다음주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이 개봉하기 전까지 300만명은 넘을 태세다.‘몽정기’도 전국 관객 200만을 돌파하며 2위 자리를 지켰다. 나머지 8편의 영화는 관객 수를 다 합쳐도 이 두 영화를 넘지 못하는 수준.‘고스트 쉽’이 지난주 개봉 성적 5위보다 높은 3위를 기록했지만,서울관객 수가 3만이 채 안됐다.이번주 개봉 영화 가운데서는 ‘체이징 레인스’가최고 성적을 거뒀다.‘해안선’은 세 계단 떨어졌지만 손익분기점은 넘어섰다.
  • 물불 안가리는 할리우드식 홍보

    직배영화는 홍보도 직배? 한국 영화시장을 공략하려는 할리우드 직배사들의 몸짓이 갈수록 거세지고있다.사례야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출연배우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영화를 사전홍보하는,이른바 ‘탤런트 투어’(Talent Tour)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2일에는,오는 31일 개봉하는 ‘007 어나더데이’의 홍보차 재미교포배우 릭 윤이 내한했다.극중 역할은 주인공 제임스 본드와 대결하는 조연급캐릭터.콜럼비아트라이스타 코리아의 이희숙 상무는 “몇해 전까지만 해도 미국 직배사들은 톰 크루즈 등 홍보효과가 100% 보장되는 톱스타가 아니면 한국을 투어 대상국에 넣지도 않았다.”고 말했다.한국 영화시장의 규모와 관객의 높아진 수준을 간파한 최근에야 더욱 적극적인 홍보전략으로 돌아섰다는 얘기다. 실제로 블록버스터가 아닌 중형급 직배영화들의 탤런트 투어는 올들어 줄을 이었다.지난 9월 ‘버추얼 웨폰’의 서기 조미 막문위 등 홍콩스타들이 홍보전사로 국내에 ‘급파’됐다.같은 달 ‘트리플X’의 롭 코언 감독과 주인공 빈 디젤도 단단히‘언론플레이’를 하고 돌아갔다.지난해 ‘분노의 질주’에 출연해 미국에서 흥행 성공한 액션배우 빈 디젤은 당시 국내 팬들에겐낯선 이름.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적극 홍보로 끙끙 속앓이를 하는 쪽은,본사의 일방적인 기획에 따라 행사를 치러내야 하는 국내 직배사들이다.호텔 수준,식사 메뉴,사소한 기호품,심지어는 생수까지 본사에서 지정해준 상표로 갖춰야 한다. 지난 6월 ‘맨 인 블랙’의 주인공 윌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스의 방한 때.윌 스미스가 묵은 특급호텔 스위트룸의 하룻밤 숙박료만 600만원.윌 스미스는스페인어 개인교사,토미 리 존스는 부인을 대동했다.탤런트 투어는 현지 직배사가 부담하는 게 상례.콜럼비아트라이스타 코리아는 두 사람의 2박3일 체류비용으로 1억원을 넘게 썼다.이번에 20세기폭스 코리아도 서울시내 특급호텔 스위트룸 등 매니저만 대동한 릭 윤의 4박5일 체재비에 3000만원을 들였다. 한 직배사 관계자는 “그런 행사를 하면 본사는 그에 상응하는 극장수입까지 독촉한다.”고 귀띔했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UIP·워너브러더스·콜럼비아트라이스타 등 국내 5개할리우드 직배사들이 지난 한해 미국 본사로 송금한 로열티가 총 327억 1740만원이다.한국영화의 전반적인 선전에도 불구하고 그 전해보다 22.9%나 증가했다.할리우드의 물불 안 가리는 전방위 홍보가 든든한 배경이 됐음은 새삼말할 나위도 없다. 황수정기자 sjh@
  • “젊은이들 멋지게 사랑 표현하며 살길”영화’죽어도 좋아’주인공 박치규.이순예 부부

    “젊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우리 부부를 부러워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차례 심의 끝에 18세 관람가로 새달 6일 개봉하는 영화 ‘죽어도 좋아’의 주인공 박치규(73)할아버지와 이순예(71)할머니가 지난 26일 오후 시사회장에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젊은 관객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할아버지는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멋지게 사랑을 표현하며 살았으면 한다.”며 웃었다.“조금은 부끄럽다.”는 할머니는 “사랑도 좋지만 건강을 챙겨라.”라는 덕담을 건넸다. 이들이 처음 박진표 감독을 만나게 된 것은 박감독이 PD로 있던 경인방송의 다큐멘터리 ‘사랑’에 출연하면서.박감독은 재미있게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데뷔영화로 선택했다.“태어나서 이런 영광이 없다.”며 흔쾌히 출연을승낙한 할아버지와는 달리,할머니는 조금은 망설였다.“자식들 보기도 사실좀 부끄럽잖아요.하지만 영화를 제대로 해석하면 그렇지 않다고,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죠.대박 터질 영화라고.(웃음)” 박치규 할아버지는 6·25 참전용사로 첫번째 아내를 잃고독신으로 살다 2년 전 할머니를 만났다.젊을 때는 가수가 꿈이었다고.이순예 할머니는 경기민요의 전수자로 후학을 양성하던 소리꾼 출신이다. 두 사람은 영화에서처럼 우연히 공원에서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하나부터 열까지 다 좋아서 이런 연분이 있을까 해요.하다 못해 노래자랑도 혼자 나가면 안 되지만 같이 나가면 인기상이라도 타는데요.” 할머니의 모든것이 좋다며 연신 웃는 할아버지.할머니는 이런 할아버지의 유머감각이 좋단다.“재미있는 표현,웃기는 소리 잘해요.정도 많고.젊은이들도 하기 어려운애정표현을 잘하는 것도 좋고요.” 기회만 된다면 또다른 영화에 출연해 “멋드러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부부.영화 속 모습 그대로 사랑을 키워가는 이들은 정말 천생연분인 것 같았다. 김소연기자 purple@
  • 남미 좌파·유럽선 우파 바람

    쿠데타 혐의로 투옥된 경력이 있는 중도좌파 루시오 구티에레스(45) 후보가 24일 에콰도르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승리함으로써 남미의 좌익정권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25일 에콰도르 선관위에 따르면 개표작업이 97% 진행된 결과 당초 예상대로 육군대령 출신인 구티에레스 후보가 유효 득표의 54.3%를 얻어 45.7%에 그친 알바로 노보아(52) 후보에 압승을 거뒀다. 구티에레스의 당선은 지난달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노동당(PT) 후보가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데 이은 것이다. 여기에 내년 3월 대선을 치르는 아르헨티나도 좌파 루이스 사모라 의원의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구티에레스 당선자는 2000년 1월 경제실정에 항의하는 원주민 시위 때 군부 소장파를 중심으로 쿠데타를 주도해 부정부패와 무능의 상징이었던 하밀 마와드 전 대통령을 축출하는 데 성공한 인물. 그러나 쿠데타 직후 구스타보 노보아(64) 현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겼다. 쿠데타 혐의로 체포돼 군교도소에서 6개월 옥고를 치른 뒤 예편한 그는 원주민과 공산당,노동조합 등의 강력한 지원을 업고 결국 대권을 거머쥐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신봉하는 그에게는 ‘좌파’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으나 자신은 “결코 공산주의자가 아니며 사유재산과 인권을존중하는 기독교인”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에 견줘 바나나 농장과 110여개 기업을 거느린 해운업 갑부인 노보아 후보는 자유시장경제와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회복을 주장했음에도 원주민과 빈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분석가들은 부패와 맞서 싸울 수 있는 강한 지도자 이미지가 구티에레스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었다고 지적했다. 에콰도르에선 1년에만 20억달러가 정부 금고를 통해 빠져나가는 것으로 추계될 만큼 부정부패 문제가 심각하다. 임병선기자 bsnim@
  • 드라마 차별화에 더 노력해야-KBS’장희빈’띄우기 빈축 기사를 읽고

    -KBS ‘장희빈’띄우기 빈축(대한매일 11월25일자 17면)기사를 읽고 시청률에 좌지우지되는 방송의 생리를 아는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요즘 2TV 수목드라마 ‘장희빈’ 띄우기에 몸부림치는 KBS에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지난주 ‘광복절 특사’라는 영화를 개봉하면서 필자도 그 흥행을 위해 캐스팅부터 개봉까지 잠재 관객들에게 영화에 관한 욕구와 호기심을 자극하고자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이를 상기한다면,KBS가 다큐멘터리 프로 ‘역사스페셜’을 통해 ‘장희빈’을 소개한 점이나 선정적인 내용을 촬영할 때현장을 공개해 언론에 직간접적으로 선정적 기사를 부추긴 점이 매우 쉽게납득이 된다. 영화나 드라마 홍보를 위해 각 방송사의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활용하는일은 이미 기정사실화한 것이 사실이지만,시사·다큐멘터리 프로그램까지 홍보에 가세한다는 것은 매우 우려된다.이번 ‘역사스페셜’의 경우 ‘장희빈’시청률을 위한 기획이었는지 아니면 자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기획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역사스페셜’처럼 방송사의 간판 격인 다큐 프로그램마저 시청률의 볼모가 된 점은 매우 안타깝다. KBS가 공영방송이라는 점,그리고 방송이라는 매체가 특정 연령이나 계층에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더욱 책임감 있는 홍보와 마케팅 활동뿐만 아니라 드라마 자체가 차별화하도록 노력하는 제작진의 모습을 기대한다. 김희정 필름매니아 마케팅실장
  • 영화 ‘광복절 특사’ 주인공 설경구 & 차승원/ 삼류 사기꾼과 좀도둑 “코미디연기 진땀뺐죠”

    배우 둘을 붙여놓고 인터뷰할 때 적잖이 신경쓰이는 게 있다.더더구나 두사람 모두 톱스타들이라면….스크린 속에선 다정한 콤비가 인터뷰 자리에선 팽팽한 자존심으로 신경전을 벌일 때가 있어서다.그런데 이 두 남자,설경구(34)와 차승원(31)이라면 그런 걱정은 붙들어매도 된다.대화 한 토막을 그대로 퍼온다. “뭐야∼ 왜 이리 늦었냐?”(설) “(눈을 껌뻑껌뻑하며)아,형.정말이지 오늘 지각은 내 잘못이 아니라고.그게 말야….”(차) 늦게 나타난 차승원,설경구에게로 바짝 다가가더니 고시랑고시랑 귀엣말을 전한다.지난 여름 ‘모기떼가 득시글대는’ 전주 시골마을의 세트장에 갇혀 지낸 것부터 한솥밥을 먹은 게 넉달여.둘이 어지간히 정이 들었다.인터뷰에 늦은 차승원을 살뜰히 변호하는 설경구다.“(차승원이)지금 숨돌릴 새도 없이 바빠요.강원도 산골에서 ‘선생 김봉두’를 찍고 있거든요.” 21일 개봉하는 ‘광복절 특사’에서 감방 동기인 둘은 코미디 연기를 원없이 했다.캐릭터부터 기가 차다.줘도 못 입을 진분홍색 ‘빤짝이’양복 차림의 설경구는 변심한 애인 때문에 칼부림이나 하는 다혈질의 삼류 양아치.장대같은 키에 숟가락을 삽 삼아 무려 6년이나 땅굴을 판 ‘무대뽀 인간’차승원은 또 어떻고. 이번 영화에서 ‘투 톱’으로 짝을 맞춘 데는 특별한 속사정이 있었을까.밀려드는 시나리오들 속에서 사기꾼에 좀도둑인 한심한 캐릭터에 이끌린 이유는 똑같다.“김상진 감독과 박정우 시나리오 작가의 코미디 감각을 덮어놓고 믿었기 때문”이다.설경구 쪽은 좀더 내밀한 이유가 덧붙는다.감독과는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86학번 동기.이 대목에서 “상진이네 영화사의 창립작품 아니었으면 안 찍었을 것”이라며 설경구가 농담을 건다. 촬영하면서 든 정은 지옥훈련을 함께 끝낸 동지애 같은 거다.땅굴 탈출장면을 찍을 때 좁아터진 통로를 빠져나오느라 진흙탕에 곤죽이 돼 뒹군 두사람이다.“영화 세편을 찍는 만큼이나 몸이 힘들었다.”며 입을 모은다.여름 폭우로 한달이나 촬영이 미뤄졌을 때를 돌이키는 차승원은 할말이 너무나도 많은 것 많다.탈옥한 날 새벽,빵가게 앞을 지나던 그가 꿈속에서도 먹고 싶던빵을 사는 장면은 정말이지 “몸살나게” 찍었다.귀신에 씌었는지 닷새에 걸쳐 촬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장대비가 쏟아졌다. “‘쉬어가는 영화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요.어이없는 말이에요.배우한테 쉬어가는 연기가 어디 있습니까.” 본격 코미디가 처음인 설경구는, 코미디를 설렁설렁 찍는 장르로 치부하는 얕은 시각들이 맘에 안든다.느물느물 농담을 잘도 하던 사람이 “코미디 영화는 있어도 코미디 연기는 없다.”며 정색을 한다. ‘신라의 달밤’‘라이터를 켜라’ 등으로 ‘웃기는 배우’로 뿌리내린 차승원.질세라 코미디 연기에 대한 ‘변’을 보탠다.“이번 영화에서 배우 차승원 속의 코미디는 다 짜내 보여줬다고 생각해요.그렇다고 앞으로 의도적으로 코미디를 물리칠 생각은 없어요.딴 걸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을 갖는 순간,배우의 개성은 망가지는 거니까.” ‘한길 배우속’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이미지 전복!왠지 어눌하고 느려뵈던 설경구는 농담많은 재담꾼이고,깎은 밤톨같던 차승원은 덜렁덜렁 빈 곳이 많다.“아주 세보이는데 실상은 아닌 것,그게 접니다.이번 영화도 한번 보세요.탈옥하기 전과 후의 캐릭터가 서로 달라요.”(차) 영판 닮은 구석도 있다.출연작 모니터를 열심히 하느냐고 물었다.“절대 안하죠.‘박하사탕’을 꼼꼼히 본 적이 한번도 없다니까요.낯설어서요.”(설)“내 모습만 보게 되니까 옳은 감상이 안 되잖아요.그래서 안 보죠.집사람도 내가 없는 데서 몰래 보더라구요.”(차) 차승원은 ‘선생 김봉두’를 찍느라 요즘 또 정신을 뺏겼다.설경구는 숨고를 겨를이 있다.차기작 ‘실미도’(강우석 감독)는 내년 2월쯤 촬영에 들어간다. 황수정기자 sjh@ ■영화 ‘광복절 특사'는-내일 풀려나는데 우리 왜 탈옥했어?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 팀 로빈스는 작은 조각용 망치 하나로 20여년을 공들여 죽음의 감옥을 탈출했다.김상진 감독의 ‘광복절 특사’(21일 개봉·제작 감독의 집)는 패러디 소재의 익숙함을 든든한 밑천으로 삼았다.목숨걸고 탈옥한 두 남자가 교도소로 되돌아가려고 별의별 해프닝을 벌이는 것이이야기의 얼개.주인공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폭소 모티브를 매단 시추에이션 코미디다. 재필(설경구)과 무석(차승원)이 한 방에 수감된 게 화근이었다.모범수로 착실히 지내온 재필에게 날벼락이 떨어진다.꿈에도 못 잊는 애인 경순(송윤아)이 난데없이 딴 남자와 결혼한다는 게 아닌가.그것도 광복절에.6년을 하루같이 숟가락 하나로 땅굴파기에 매달려온 무석을 경멸했지만,이젠 사정이 급해졌다.광복절 전날.둘은 땅굴을 기어나와 탈옥에 성공한다. 영화는 ‘한배’를 탄 두 남자에게 운명의 장난을 걸어놓고 그들의 에피소드를 끈질기게 쫓는다.탈옥 다음날 아침.신문에서 광복절 특사 명단에 자신들이 끼어있는 걸 뒤늦게 확인하고 둘은 그날 안에 교도소로 되돌아가는 데 목숨을 건다. 기발한 소재가 얼마나 유쾌한 돌발상황을 이끌어낼지,코미디의 강도를 점치기는 어렵지 않다.교도소 담장 밖의 두 남자는 경순의 신랑감인 경찰관과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을 벌이고,다혈질인 용문신(강성진)은 테러를 감행하다 교도소 안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주유소 습격사건’‘신라의 달밤’ 등으로 코믹물에 특별한 감식안을 자랑해온 감독은,전작들처럼 해프닝을 자잘하게 쪼개놓는 설정을 피했다.담백하고 정리된 느낌은 그 덕분이다.그러나 용문신이 교도소 안에서 국회의원들과 대치하는 종반부는 맥락없이 중언부언한다는 인상이 짙다.바닥인생들의 절규를 통해 위선 덩어리인 세상을 질타할 의도였겠으나,지루하게 반복되는 핑퐁게임에 그 진정성이 가려졌다. 송윤아의 못보던 모습을 만나는 건 뜻밖의 감상포인트.‘폭탄 퍼머’에 맹하면서도 헤픈 듯한 눈웃음으로 ‘분홍 립스틱’을 불러대고,무석에게 머리채를 잡히며 악다구니를 하는 장면들을 감상하는 맛이 새롭다.
  • 부시 “김정일을 혐오한다”

    “나는 김정일을 혐오(loathe)한다.” 지난 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가져온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했던 밥 우드워드(59) 워싱턴포스트 부국장의 새 책 ‘전쟁중인 부시(사진·Bush at War)’에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불신이 여과없이 드러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6일 보도했다. 부시 행정부에 대한 분석서로 부시 대통령과의 4시간에 걸친 단독인터뷰와 100여명과의 면담,국가안보회의 내용등을 기초로 하고 있다.워싱턴포스트 16,17일자에 보도된 책 내용 요약. ◆“김정일 혐오한다.” 부시 대통령은 8월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진행된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김정일을 혐오한다.북한 주민들을 굶주리게 하는 이 자에게 본능적으로 반발심을 갖고 있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북한을 침공할 의도가 없다고 밝혀온 부시 대통령은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는 현상 유지에 만족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는 “우리가 이 자를 전복하려한다면,재정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되기 때문에 너무 빨리움직일 필요가 없다고들 한다.”며 그러나 “자유를 신봉하고 삶의 조건을 개선시키려 애쓰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 하나).”라며 이분법적 사고를 강조했다. 인터뷰는 북한의 핵무기개발 착수 관련 정보를 입수,미 정부가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을 때 이뤄졌다. ◆백안관내 파워게임 전시내각에서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심한 의견충돌을 해왔다.파월은 9·11테러이후 백악관으로부터 TV출연금지 명령을 받았을 때를 “냉장고안에 들어가 있던 시절”이라고 할 정도로 심한 좌절을 느꼈다고 측근인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 밝혔다.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럼즈펠드장관을 젖혀놓고 파월에게 직보하기도 했다고 아미티지 부장관은 전했다. 코너에 몰린 파월은 지난 3월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도움을 청했다.이후 파월은 매주 20∼30분씩 라이스 보좌관이 배석한 가운데 부시 대통령과 면담을 했다.이같은 면담의 결과는 이라크 정책을 둘러싼 파워게임에서 파월의 승리를 가져왔다.독자 군사행동을 주장해온 체니·럼즈펠드쪽에 기울어졌던 부시 대통령이 8월5일 저녁자리에서 국제사회의 지원없는 이라크 공격은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는 파월장관의 주장을 수용,유엔 결의안 제출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부시는 참모들간의 힘겨루기 와중에서 라이스 보좌관에서 의존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미 중앙정보국이 반군에 제공한 7000만달러였다. 김균미기자
  • [시네드라이브] ‘연말 흥행 잡기’ 홍보전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이 속편 개봉을 한달여 앞두고 물밑 전쟁에 들어갔다. 판타지를 소재로 한 두 영화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과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은 각각 새달 13일과 19일에 개봉할 예정.격돌에 앞서,두 영화의 제작·홍보사는 벌써부터 사전 제압에 나섰다.마케팅 비용으로 책정된 것만 각각 20억원 정도.보통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드는 마케팅 비용의 2∼4배에 이르는 수치다. ‘반지’의 수입사 태원엔터테인먼트와 홍보사 영화인은 지난달 10일 반지원정대를 모집했다.현재 네티즌 3만 6000여명이 참여한 상태.퀴즈 이벤트,소품·특수장비 전시회,거리 의상 퍼레이드 등의 행사도 벌인다.‘해리…’의 배급사 워너브라더스와 홍보사 젊은 기획은 서울 지하철 3호선 전동차 한 량을 호그와트행 마법열차로 꾸며 지난 1일 운행을 시작했다.부산영화제에도 공식부스를 마련,코스튬 플레이를 벌일 계획이다. 대작 두 편이 연말에 떡 버티고 있으니 다른 영화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다.우선 틈새공략형.새달 20일 개봉하는스포츠 액션영화 ‘익스트림OPS’는 보통 영화보다 시사회 시기를 2주 이상 앞당겨 두 영화의 김 빼기에 나섰다.익스트림 스포츠 동호회 등과 연계해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내년1월1일 개봉할 액션 대작 ‘007 어나더데이’도 마케팅에만 12억여원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다음은 우회작전형.두 영화를 피해 후닥닥 스크린을 잡아,이달 개봉하는 영화가 평소의 2배 가까이 된다.한국형 블록버스터 ‘튜브2030’과 ‘내추럴시티’등은 개봉 날짜를 내년 1월 말 이후로 멀찌감치 미뤘다. 연말 영화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두 영화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지난해에는 2주 간격으로 개봉해 서울관객 167만 대 139만으로 ‘해리…’가 판정승을 거뒀다.그러나 누가 이기든 상관은 없다.단지 다른 영화들이 개봉관을 못 잡아 애써 만든 영화가 흐지부지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김소연기자 purple@
  • 로맨틱코미디·SF·멜로…골라보는 재미가 ‘쏠쏠’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을 겨냥해서인가,이번 주에는 유난히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관객맞이에 나선다.6일 개봉하는 섹스코미디 ‘몽정기’와 스릴러 ‘레드 드래곤’을 시작으로 8일까지 로맨틱코미디·SF액션·코믹·멜로물이 줄줄이 뒤를 잇는다.입맛대로 고르자면 감상포인트를 아는 것은 필수. “잘 생겼다 싶으면 느끼하고,똑똑하다 싶으면 썰렁하고….어디 내 맘에 쏙드는 짝은 없을까?” 나이가 꽉 찬 노처녀·노총각들의 공통된 고민이다.그런데 이런 경우는 어떨까.오랜 기다림 끝에 딱 맞다 싶은 짝을 만났는데 하필 동성(同性)이라면?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Kissing Jessica Stein·8일 개봉)는 짝을 찾아 좌충우돌하는 로맨틱 코미디에 동성애 소재를 접목한 영화.보수적인 유대인가정에서 자란 뉴욕의 신문기자 제시카(제니퍼 웨스트펠트).평소 좋아하는 릴케의 시구(詩句)가 담긴 구인광고에 솔깃해 찾아간 상대가 같은 여자라니…. 영화는,결코 동성애는 하지 않을 것 같은 제시카가 같은 여성인 헬렌(헤더예르겐슨)에게 어쩔 수 없이 끌리는상황을 만들어가며,코미디의 정석을 따라 웃음을 끌어낸다. 하지만 가볍지만은 않다.그저 친구 사이로만 아는 가족과 동료들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제시카의 모습에서 동성애 또한 평범한 일상 속 사랑이라는 점에 공감을 갖게 한다. 그렇다고 ‘여성의 자아찾기’나 ‘동성애도 사랑’이라는 식의,이미 많은 영화에서 우려먹은 주제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섹스를 사랑의 완성이라고 생각하는 헬렌과,서로를 위하는 마음만으로 충분하다는 제시카.둘은 티격태격 싸우다가 그냥 친구로 머물게 된다.동성애뿐만 아니라 사랑이라는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까지 아우르는 것. 이 작품은 100만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돼 올해 초 미국 6개 도시에서 개봉했다가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3주만에 전국으로 스크린을 늘렸다.영국에서는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진지함과 재미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성공한 보기 드문 수작이다. 8일 개봉하는 ‘텐 미니츠 트럼펫’(Ten Minutes Older)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영화 거장들의 단편을 모은 작품.아쉽게 망각 속으로 사라지는 10분에,시간에 관한 서로 다른 해석과 경험을 녹여냈다. ‘개에겐 지옥이 없다’는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다운 간결한 터치의 블랙 유머가 살아 있는 작품.기차를 타기 전 남은 10분의 시간동안 삶을 뒤바꾸는 결정을 하는 주인공을 통해,인생의 선택에 대한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짐 자무시의 ‘실내-트레일러의 밤’은 여배우의 10분간 휴식에 카메라를 들이민다.잠시도 쉴 틈 없는 트레일러 속 여배우의 휴식은 현대인 누구나의 삶처럼 고단하다. 스파이크 리의 ‘우린 도둑 맞았다’는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미국 대통령 선거발표 직전의 숨막히는 전쟁을 인터뷰의 교차편집으로 속도감있게 표현했다. 나른한 일상,피로 젖는 아이,스페인 내전의 신문 기사 등이 몽타주로 이어지며 사적인 삶과 역사를 극명하게 대비시킨 빅토르 에리스의 ‘생명줄’,흙빛의 로드무비로 10분간의 환각상태를 비주얼하게 잡아낸 빔 벤더스의 ‘트로나까지 12마일’도 뛰어나다. 이밖에도 첸 카이거,베르너 헤어조그의 단편을 만날 수 있다.영화가사유하는 힘을 준다고 여긴다면 꼭 봐야 할 작품.올 부천영화제 폐막작이다. ‘레드 드래곤’(Red Dragon)은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에 이은 토머스 해리스 원작소설 3부작의 완결편.시간상으로는 맨처음 발표돼 1981년 마이클 만 감독이 ‘맨 헌터’라는 제목으로 한차례 만든 바 있다. 식인마 한니발 렉터와 FBI수사관 그레이엄(에드워드 노튼)의 대결구도에,멀리서 렉터의 조종을 받는 달러하이드(랄프 파인즈)의 엽기적 살인행각이 공식대로 흘러간다. 상대방의 내면까지 뚫어보는 듯한 앤서니 홉킨스의 눈빛은 여전히 간담을 서늘하게 하지만,많이 본 탓인지 ‘약발’이 달린다.‘러시 아워’시리즈의 브렛 래트너 감독.전편보다 충격은 덜하지만 그런대로 오싹하다. 에디 머피 주연의 ‘플루토 내쉬’(Pluto Nash·8일)는 휘황찬란한 네온과 암흑이 어우러진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만화 같은 영상을 선사한다.2087년 달의 도시에서 클럽 사장 내시와 도시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카지노 왕의 대결을 그렸다.볼거리는 많지만 웃음과 긴장감이 거의 없어지루한 게 단점.론 언더우드 감독. ‘유아독존’(7일·제작 비전 엔터테인먼트)은 인생이 꼬이는 세 남자가 덜컥 아이를 맡아 키우는 내용의 코미디.주연인 안재모·이원종이 ‘야인시대’로 떠 제작사는 쾌재를 불렀지만,영화는 조폭 코미디의 변주에 불과하다.주연배우들의 팬이라면 참고 볼 정도는 된다.‘반칙왕’의 조감독인 홍종오감독 데뷔작.이밖에도 10대들의 성적 호기심을 그린 ‘몽정기’와 불륜을 소재로 한 ‘밀애’(8일)가 이번 주에 선보인다. 김소연기자 purple@
  •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런던 시사회

    15일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개봉하는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 2탄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시사회가 3일 주연 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런던에서 열렸다. 레스터 광장의 오데온극장에서 열린 이날 시사회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우산을 든 ‘포터 마니아’들이 배우들을 보기 위해 몇시간 전부터 줄을 섰으며 마법사 모자를 쓰고 마녀 복장을 한 수백명이 몰려나와 눈길을 끌었다. 특히 10대 소녀들은 해리 포터를 연기한 대니얼 래드클리프(13)가 도착하자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했다. 해리 포터의 붉은 머리 친구 론 위즐리로 분한 루퍼트 그린트와 헤르미온 그레인저를 연기한 엠마 왓슨을 비롯,착한 거인 해그리드로 분한 로비 콜트레인 등도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마법학교 교장 앨버스 덤블도어로 열연한 리처드 해리스는 호지킨병(악성육아종증)으로 지난달 사망하는 바람에 이날 시사회에 참석하지 못했다.대신 셰익스피어극단 배우 출신인 캐네스 브래너가 길데로이 록하트 교수를 맡아 새로 얼굴을 내비쳤다. 이날오데온극장 관람석은 호그와트 마법학교처럼 각기 다른 색깔들로 칠해져 어린이 팬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비밀의 방’은 마법학교 2학년이 된 해리 포터가 친구 론 등의 도움을 받아 학교에 테러를 가하려는 사악한 세력을 쳐부수고 학교를 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은 없다는 속설을 뒤집고 배우들의 캐릭터가 더 또렷해지고 연기의 폭이 깊어졌으며 특수효과의 질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원작자인 조앤 K 롤링은 “극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이 영화에 다시 한번 열광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만족해했다. 국내 수입사인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다음달 13일 개봉할 예정이어서 19일개봉하는 ‘반지의 제왕’ 2편 ‘두개의 탑’과 맞붙는다. 임병선기자 bsnim@
  • 이산면회소 새달 착공 접근

    남북은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조포마을을 금강산 면회소 제1후보지로 합의했다.또 ‘금강산 면회소 건설 추진단’ 구성에도 의견을 모았다. 적십자회담 실무접촉을 갖고 있는 남북 양측은 1일 오전 금강산여관에서 첫 전체회의를 가진 데 이어 오후 수석대표 단독접촉을 갖고 면회소 설치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양측은 또 지질조사,설계,감리 등 면회소 건설을 위해 7명 안팎으로 ‘금강산 면회소 건설 추진단’을 이달중 구성하고 조속히 착공 절차를 밟아 나가기로 합의했다. 남북 대표단은 이날 전체회의를 마친 뒤 오후에는 조포마을을 둘러보며 부지 적합성 등을 살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전체회의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이병웅(李炳雄) 대한적십자사 총재특보는 합의된 내용 외에도 “연내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고 이를 정례화하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합의하자.”고 북측에 제안했다.남측은 또 연내 이산가족 순차 상봉을 다음달 3∼8일 갖자고 제안했다. 조포마을은 40정보 규모로 이르면 연내에 착공할 수 있도록 하고 1000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 정도로 지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북측은 면회소 문제를 제외한 ▲연내 이산가족 추가상봉 ▲한국전쟁 행불자와 전후 납북자 생사확인 ▲이산가족 서신교환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아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측은 금강산여관이 수리에 들어갔고,고령의 이산가족들이 추운 날씨에 상봉하기 어려우니 면회소 완공 뒤 상봉을 추진하자며 연내 추가 상봉에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공동취재단·박록삼기자 youngtan@
  • [정부정책 Q&A] 민방위통지서 정보유출 우려

    ◆동사무소에서 발송하는 민방위훈련 통지서를 봉하지도 않고 제3자에게 전달하기도 한다.통지서에는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 등이 기재돼 있어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대책은 있나.장기태(행정자치부 홈페이지) 개인신상 정보가 노출된다는 지적에 따라 수작업을 통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지워 발송하도록 조치했다.빠르면 내년부터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암호화해 정보노출을 막을 계획이다. 또 ‘민방위기본법’에 따르면 ‘통지서는 세대주 및 성년의 가족에게 전달한다.’고 돼 있다.이 규정을 보다 엄격히 적용할 방침이다. 훈련통지서를 우편봉투에 넣어 발송하는 것도 고려중이지만 이는 예산 증가가 불가피해 장기적인 검토 과제다. 행자부 민방위운영과 (02)3703-5135 ◆발령을 받은 지 얼마 안된 신참 공무원인데 상급자로부터 성희롱을 받았다.대처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인터넷 카페 ‘공무원클럽’(cafe.daum.net/publicofficials) 개별적 처리로는 당사자에게 문제를 제기해 공개사과 등을 요구할 수 있다.장점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문제를 크게 만들지 않고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직장내 고충처리 담당자와의 상담을 거쳐 직장내 징계위원회 혹은 고충처리위원회를 열어 본인의 요구를 밝히는 것이다.외부로 사건을 알리지 않고 직장내 성문화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공개적이기 때문에 책임성과 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법적 대응 방법으로는 노동부에 진정해 조사를 받는 방안과 여성부에 성희롱 시정신고를 해 시정명령을 받으면 직장의 장이 피해자의 요구에 맞게 시정하는 방안 등이 있다.법적구제 방법에는 노동부 진정서나 시정신고 양식이 필요하다.[평등의 전화 (031)494-4362 고용평등상담실 0505-535-5050] ◆어학연수를 1년 정도 계획하고 있는 공무원이다.유학휴직제도가 있다고 하는데 어학연수도 대상인가. 공무원(행자부 홈페이지)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외국에서 연수하고자 할 때 3년 이내에서 휴직할 수 있고,2년 범위에서 연장이 가능해 최장 5년까지 유학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유학휴직은 유학하고자 하는 대학,학과,부처업무,경력 등의승인요건을 고려해 해당 기관장이 승인한다. 어학연수는 제한이 되지만 통역,외국어학습 등 업무와 관련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승인받을 수 있다. 휴직기간 중 급여는 3년 범위내에서 기본급과 수당의 50%가 지급되며,호봉과 근무경력은 연수기간의 50%가 반영된다. 행자부 인사과 (02)3703-4518
  • 할리우드 코미디 2題 격돌/ 애덤 샌들러의 ‘미스터 디즈’ VS 성룡의 ‘턱시도’

    어느날 눈을 떴더니 백만장자가 돼 있더라∼.어느 누구나 이같은 횡재를 꿈꾼다.새달 1일 개봉하는 할리우드산 코미디 ‘미스터 디즈’와 ‘턱시도’는 그 꿈같은 상상을 현실로 펼쳐보이는 영화.어리버리하지만 성실하고 착한 남자가 갑자기 신분과 능력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좌충우돌하는,동화 같지만 따뜻한 두 영화를 비교해 본다. ◆ 어떤 영화 ‘미스터 디즈’는 시골 청년이 400억달러의 주인공이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영화.얼굴도 본 적 없는 외삼촌이 남긴 유산으로 조그만 피자가게 주인에서 언론재벌로 하루 아침에 신분이 달라진 디즈.하지만 돈에 관심이 없는 그를 이용해 회사를 차지하려는 음모가 진행된다. ‘턱시도’는 총알택시 운전사인 지미 퉁이 비밀병기인 턱시도를 입으면서 첩보원으로 변신하는 이야기.지미는 물을 오염시켜 생수장사를 하려는 일당과 엉겁결에 맞선다. ◆ 성공하려면 욕심을 버려라? 두 영화의 주인공은 욕심 없는 사람들이다.그저 뭔가 좀 부족해도 자신의 일에 만족감을 느끼며 살아가는,어쩌면 평범하고 어쩌면 보기 드문 성실한 사람들.이들의 신분이 급상승한 것은 이런 삶의 대가로 볼 수 있다.삐딱하게 보자면 ‘니네들도 열심히 살다 보면 행운이 올 것’이라는 아메리칸 드림식의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 하지만 밉지만은 않다.우선 ‘미스터…’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오히려 평범한 사람이 돈과 권력을 우스꽝스럽게 만들면서,세상의 위선자들에게 통쾌한 한방을 날리는 이야기다.“가슴보다 지갑을 따르는 투자자가 꿈이었나요.”라는,현실에서는 절대 먹히지 않을 것 같은 연설을 펼치지만,돈 앞에서 인간성을 놓친 현대인을 위한 가슴 따뜻한 동화 같은 느낌을 준다. 결국 디즈는 돈 대신 원래의 푸근한 공동체적 삶으로 돌아와 그만의 행복을 누리고,사랑까지 덤으로 얻는다. 지금의 삶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참 소박하고,구조적인 모순을 가린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위험한 결말이지만,권력자를 비꼬는 과정이 있기에 보수적인 관점으로만 읽히지는 않는다. ‘턱시도’역시 주인공의 액션이 전부가 아니다.턱시도를 뺏기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뒤 악당과 대결하는 지미의 활약은 진정한 자아찾기의 선언처럼 뭉클한 데가 있다. ◆ 애덤 샌들러 VS 성룡 두 영화의 주연인 애덤 샌들러와 성룡의 연기를 비교해 보는 것도 즐겁다.애덤 샌들러는 그동안의 바보 같은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오면서도 모처럼 진지한 캐릭터를 연기했다.격식과 위계 앞에서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그만의 매력이 한껏 발휘되는 것. 성룡도 기존의 이미지를 비트는 연기를 펼쳤다.컴퓨터그래픽 없이 실제 액션을 하면서도,턱시도의 힘을 빌린 듯 딴청을 피우는 그의 모습은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김소연기자
  • 8년만에 스크린 나들이 이종원/ 멜로물 별 거 아니던데요 사랑할때 누군 안 벗나요?

    영화사 홍보실에서 그를 “예뻐 죽겠다.”고 칭찬하는 이유를 알겠다.새달 8일 개봉하는 멜로영화 ‘밀애’(제작 좋은영화)로 8년만에 스크린 나들이를 한 이종원(34).“인터뷰 다니느라 피곤하겠다.”고 인사말을 건넸더니 무심한 대답을 돌려준다.“영화만 찍어놨다고 끝인가요? 사람들이 보게 만들어야지.” ◆ 8년만에 영화 찍기 ‘열일곱의 쿠데타’‘푸른 옷소매’‘계약커플’.‘밀애’는 4번째 영화다.1994년 ‘계약커플’을 찍기까지 흥행과는 인연이 없었다.깨끗이 미련을 접고 TV로 돌아선 이유는 하나. “먼저 지명도를 높여야겠다고 계산했어요.방송국에서는 욕할지 모르겠는데(웃음)….방송을 우습게 보자는 얘긴 아닙니다.평생 연기자로 남겠다는 신념은 방송국에서 건졌으니까요.” 내공을 쌓을 만큼 쌓고 스크린으로 돌아왔다는 완곡한 표현이다. 한 2년 방송을 쉬겠다고 선언한 게 지난 2월.호시탐탐 마음에 드는 책(시나리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런 그를 잡아당긴 영화가 불륜을 격정적으로 담은 멜로였다. “지난 5월 대본을 처음 받고많이 망설였어요.이렇게나 ‘찐한’ 멜로를 찍을 수 있을까,멜로물로 재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다큐멘터리 전문 감독(변영주)이 상업 멜로를 잘 찍을까….주판알 튕기며 고민할 때 마음을 잡아준 건 집사람이었어요.집사람만큼 정확하고 좋은 모니터가 없어요.” 끝내 죽음에 이르는 아찔한 불륜영화를 찍었어도 정작 그는 “끔찍한 애처가”다. “감독의 여고 후배인 아내가 무조건 변 감독의 역량을 믿어보라고 등 떼밀었다.”고 머쓱한 듯 웃는다. ◆ “사랑할 때 누군 안 벗나요? ” 영화에서 그의 역은,남편 외도로 상실감에 시달리는 여자와 돌이킬 수 없는사랑에 빠지는 이웃집 남자.불륜의 주인공이다.그러나 세상의 편견이 마음에 안 든다. “유부녀·유부남의 사랑은 덮어놓고 불륜인가요.영화를 찍다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한 남자가 한 여자를 장난처럼 만나다 진짜 사랑하고마는 절절한 이야깁니다.” 수위 높은 정사장면으로 촬영기간 내내 충무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모텔,숲속 정사 신을 찍을 때는 감독과 촬영담당만 현장에 들어갔을 정도였다.많이 의식하고 지낸 모양이다.묻기도 전에 쓰윽 말머리를 꺼낸다.“해보니까 별 거 아니던데요.(정색 하더니)사랑할 때 누군 안 벗나요?” 생각보다 그는,참 말을 잘 한다. ◆ 말 잘하는 남자,빈틈없는 배우 건조하고 냉소에 찬 캐릭터를 소화하느라 몸무게를 11㎏이나 뺐다.기자의 취재노트를 흘끔흘끔 곁눈질까지 하는 꼼꼼함.경남 남해 촬영장에 갇혀 있다시피할 때에도 그랬다.생후 2개월된 둘째아들이 그렇게 보고 싶었어도 서울집에 한번도 들르지 않았다.“눈빛이 행복해져 촬영장에 내려올까봐”였다. 기왕에 별러서 돌아온 영화판.한 2년 정신없이 굴러볼 작정이다.“‘젊은이의 양지’‘청춘의 덫’에서처럼 비정한 역이 잘 어울린다고들 한다.”는 그는 “동선이 큰 액션물을 꼭 한번 찍고 싶다.”고 말한다. 차기작 ‘나비’가 그나마 욕심의 절반은 채워준단다.삼청교육대를 자원해간 남자로,시대가 만들어낸 악을 대변할 것이다. “모델,탤런트,영화배우.이런 수식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아갑니다.‘연기자 이종원’ 하나면 족해요.”황수정기자 sjh@
  • 25일 개봉 중독 - 형수와 시동생의 피할수 없는 사랑

    시동생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형수.형수를 사랑한 시동생.도덕의 잣대를 들이밀 때,이 내용은 당연히 패륜이다.25일 개봉하는 박영훈 감독의 데뷔작 ‘중독’(제작 씨네2000)은 불온한 소재를 득의양양하게 스크린에 옮긴 멜로다. 무대 디자이너인 은수(이미연)와 가구 조각가인 호진(이얼)은 결혼 3년째인 부부.매일같이 연애편지를 주고받을 만큼 금실이 유별나다.집안살림까지 챙기는 호진이 은수를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는 차라리 ‘끔찍할 정도’. 이들 사이에 호진의 동생 대진(이병헌)이 있다.형 부부와 한집에 사는 카레이서.위험하다며 형은 자동차 경주를 뜯어말리곤 하지만 대진은 꿈쩍도 않는다.세심한 정을 나누는 형제의 우애는 꼭 자매의 그것처럼 살뜰하고 곰살맞다. 두 남자와 한 여자가 꾸미는 화목하고 포근한 화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듯 한참동안 평화로 일관한다.그 안락함에 균열을 일으키는 설정은,한날 한시에 맞닥뜨린 형제의 교통사고.대진은 가까스로 살아나고 호진은 뇌사에 빠진다. 익숙한 흐름의 멜로로 시작한 영화는 형제의 교통사고를 거친 뒤 심리스릴러의 외피까지 뒤집어쓰며 장르 범위를 넓힌다.예비관객에게 어디까지 귀띔해야 옳을까 난감해지는 건 그래서다.사고 후 대진은 형의 영혼이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왔다(빙의)고 믿고,이를 완강히 거부하던 은수는 조금씩 대진의 영혼을 남편의 것으로 받아들인다.그 고비고비에 웬만한 스릴러 뺨치는 복선과 반전이 놓였다.대진을 쫓아다니는 여자친구 예주(박선영)가 죽은 호진의 작업실에서 은수의 잃어버린 목걸이를 발견하는 장면에선 오소소 소름까지 돋는다. 멜로와 심리극 사이에서 아슬아슬 균형을 잡아가던 영화는 후반부 몇몇 대목에서 설득력을 잃곤 한다.예주가 이렇다 할 논리 없이 대진을 떠나려는 설정은 느닷없고 서툴다.모든 진실을 알고서도 끝내 호진에게 되돌아가는 은수의 진심도 화면 밖에서는 아무래도 헷갈린다. ‘눈물의 여왕’이미연은 원없이 감정연기를 펼쳤다.여주인공을 따라 눈시울을 적실 마음 약한 관객이 꽤 많을 것같다. 황수정기자 sjh@
  • 연극 ‘보이첵’ 주연 최광일 “깨어있는 동안 머릿속엔 늘 보이첵 뿐입니다”

    “마리가 다른 남자와 잔 것이 제겐 큰 충격이었어요.놓치기 싫어서 더 잘해주고 싶었는데….방법이 없어서 슬퍼요.그래서 그녀를 죽였죠.” 모든 연극배우가 그럴까.24일 연우소극장 무대에 오를 연극 ‘보이첵’의 주연배우 최광일(32).그는 극중 배역인 보이첵을 설명하면서,내내 1인칭을 쓰며 정말 가슴 한구석이 아픈 듯한 표정을 지었다.기자가 헛갈려서 “본인이요? 보이첵이요?”라고 물으면 그제서야 현실로 돌아온 듯 웃으며 “보이첵이죠.”라고 대답했다. 최광일은 지난 90년 연극 ‘빌록시 블루스’로 데뷔해 30여편에 출연한,꽤 경력이 긴 배우다.하지만 그가 유명해진 것은 친형인 영화배우 최민식의 뒤를 이어 지난해 ‘에쿠우스’의 알렌 역을 맡으면서부터다.이 작품에서 나체로 열연해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받았다.“신인상을 주니까 받긴 했는데,주위에서는 네가 신인이냐며 웃어요.” 그래도 ‘에쿠우스’로 성공한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94년 ‘부자’라는 단막극에 출연했을 때 연기를 너무 못해 선배들에게 돌아가면서 맞았다.”면서 “내 자신과 연기를 돌아보게 된 계기를 준 그 작품(부자)이 가장 성공한 작품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의 연극 입문 동기는 참 소박하다.“작은 형(최민식)때문에 연극을 보러 자주 갔지만 별 흥미를 못 느껴 잠만 잤죠.그런데 우연히 본 연극 ‘실비명’에서 송영창의 연기가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정말 사랑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그래서 고교 졸업후 바로 극단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연극배우의 길이 쉬울 리가 없다.그는 최근까지 호프집 서빙이나 막노동 아르바이트를 했다.요즘에는 사정이 나아졌다.곧 개봉하는 이무영 감독의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에서 영화배우로 데뷔한 것.두 명의 여자와 함께 사는 코미디언 역으로 주연급이다.“영화 출연으로 지금껏 만져보지 못한 돈을 받았어요.세 달간 아무 일을 안 해도 될 정도예요.” 그는 순진한 소년 같이 싱글벙글 웃었다. 하지만 곧 태도를 바꾼다.“생계 문제도 있고 직업이 배우라서 관련된 일이라면 가리지 않겠지만,제 본령은 연극입니다.” 카메라 앵글에 갇히는 영화보다,더 실험적이고 움직임의 여지가 많은 연극이 자신에게 맞는단다.“영화에 나온 제 모습을 보니 왠지 어색하더라고요.” 형 최민식의 명성 때문에 부담스럽지는 않을까.“처음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민식이 동생’으로 통했죠.저도 이름이 있는데….” 그는 이번 연극이나 영화에서도 자신이 최민식 동생으로 소개되는 것이 싫다고 했다.“형은 제게 별 조언을 해 주지 않아요.그냥 ‘수고했다.’정도죠.하지만 형은 제가 존경하는 배우예요.형만한 아우가 없다는데….저도 그런 배우가 될 수 있을까요?” 이번 작품 ‘보이첵’은 ‘에쿠우스’이후 첫 출연작.19세기 초에 쓰인 독일 작가 게오르그 뷔흐너의 고전으로,연출가 임형택(서울예대 교수)이 98년 뉴욕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호평 받은 작품이다.이번엔 작가주의 극단 백수광부와 함께 무대에 올린다.주인공 보이첵은 보이지 않는 사회구조에 의해 실험 당하고 희생되는 인물.뼈빠지게 일하지만,유일한 희망인 동거녀 마리가 바람나자 그녀를 칼로 찔러 죽음에 이르게 한다.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물었다.“마리를 죽이고 ‘아가야,백마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전 그 대사를 할 때면 아이가 장난감 말을 타는 상상을 해요.연극에서 유일하게 행복한 부분이죠.” 정신분열과 광기를 겪는 이 어려운 인물을 얼마만큼 소화할지 궁금했다.“아직 보이첵의 발끝에도 못 닿았습니다.”그는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지하철을 탈 때나 거리를 걸을 때도 항상 보이첵의 눈과 귀로 보죠.(보이첵은)예민해지면 시청각에 혼돈을 겪거든요.” 환청을 듣는지 멍하게 허공을 응시하는 그는 보이첵과 이미 한몸이 된 듯했다.새달 17일까지.평일 오후 7시30분,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 3시·6시(월 쉼).(02)744-7090. 김소연기자 purple@
  • [충무로 산책] 여배우의 노출연기

    “이미연이 벗었다며? 이병헌까지?” 요즘 충무로에 두셋만 모이면 으레 나오는 얘기다.촬영장에서 자존심 내세우기로 소문난 톱스타 이미연이 오는 25일 개봉하는 멜로영화 ‘중독’(제작 씨네2000)에서 전라로 열연했다는 소식 때문이다.함께 엮이는 입방앗거리는 또 있다.새달 8일 개봉하는 변영주 감독의 ‘밀애’(제작 좋은영화)의 남녀 주인공,이종원과 김윤진도 처음으로 전라 연기를 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벗는 연기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일축할 수도 있겠다.하지만 사정을 알면 그렇지가 않다.정상급 여배우들은 정사장면에 대역을 내세우는 게 관행으로 굳어온 터다.톱스타가 아니더라도 노출연기에 극도로 몸을 사리는 배우는 여전히 많다.최근 개봉한 ‘마법의 성’에서는 모 여배우가 제작발표회에까지 나왔다가 적나라한 노출연기 때문에 끝내 출연을 포기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대역 없이 노출연기를 하기로 한 배우들이 촬영현장에서 극도로 예민해지는 건 말할 것도 없다.시동생과 형수의 위험한 사랑을 그린 ‘중독’에서 주인공 이병헌과 이미연의 정사는 5분여 분량.이를 위해 한밤중 7∼8시간을 되풀이 찍었지만 정작 세트 안에는 감독조차 출입엄금.촬영감독만 들어가고 감독은 밖에서 화면 모니터링만 했다.‘밀애’도 마찬가지.5분여 정사장면을 위해 꼬박 일주일을 매달린 영화에서 김윤진과 이종원은 감독,촬영감독,동시녹음 담당자만 출입을 허락했다. ‘중독’은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등급을 받았다.최종 편집본에 당초 예상했던 만큼 충격적인 배우 노출은 없다는 얘기다.중요한 건 배우들의 달라진 자세다.여배우의 노출에는 분명 ‘용기’가 전제된다.이미연이 영화에서 받은 기본 개런티는 3억원.최고의 대우에 걸맞게 적극적으로 ‘의무’를 다했다.연기의 금기를 깨나가는 톱스타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관객에겐 틀림없이 즐거운 경험이다. 황수정기자 sjh@
  • SBS ‘한선교·정은아… ‘ 김두한 육성 공개/ “남자는 간덩이가 강철같이 굳어야죠”

    “남자는 담력이에요.암만 힘 좋아도 겁 많으면 안 되거든.담력 있고 용맹하고 날래고…그럼 무적이죠.”(김두한 육성 녹음자료 중에서) SBS ‘한선교·정은아의 좋은 아침’의 ‘스타인간극장’(11일 오전9시30분) 편에서는 김두한의 친딸인 탤런트 김을동을 초대해 김두한의 여러 면모를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김두한이 지난 70년 동아방송(라디오)에 출연해 전 국회의원인 동아일보 논설위원 권오기씨와 1시간여 나눈 대화가 공개된다.이 자료는 김두한이 사망하기 2년 전에 녹음된 것으로 ‘야인시대’작가 이환경도 극본을 쓸 때 참조했다. 김두한은 육성자료를 통해 자신의 유년시절 에피소드,글을 배우지 않은 이유,‘주먹’이 된 과정,싸움요령,남자관 등을 밝혔다. “이게 니네 아버지다.니 아버지는 독립대장이다,독립군사령관이다.이게 되느냔 말이야,니가 얼마나 귀한 집 아들인데 말이야….”(유년시절,김두한을 돌봐주던 원노인이 김좌진 장군 사진을 보여주며) “공부를 하면 반일사상이 빨리 온다,그러면 신변이 위태하다.그러니 김좌진 장군의혈육,그땐 나 하나니깐,김좌진 장군에 대한 혈통이 끊어진다.”(글을 배우지 않은 이유) “(어렸을 때부터)조선극장에서 샌드백 치고 철봉하고 아령하고….사람 치는 것만 10년 동안 배운 거야.그래가지고 20살부터는 완전히 전국의 주먹대장이 등장한 거죠.(중략)그때는 제가 자립해야 했죠.사람 치는 것밖에 먹고 살 도리가 없으니깐.힘은 있고 울분은 있고 그러니깐 사람 치기 시작했죠.”(‘주먹’이 된 과정) “싸울 때는 휙 뛰면서 어깨를 딱 찍으면서 급소를 치는 거죠.태권도 당수하는 모양으로 차고 나가거든요.”(싸움 요령) “남자는 간덩이가 강철같이 굳어야지 겁 많으면 안 되는 거예요.(중략)그러니깐 역시 용맹이 있어야 하죠.웬만큼 몽둥이 맞고 주먹을 맞아도 쓰러지지 않는 용맹이 있어야 돼요.담대하지 않으면 모든 일을 못 하는 거예요.”(남자관) 이밖에 방송에서는 김을동이 김두한의 동료인 김동회씨와 만나 아버지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듣는다.또 김두한의 충직한 부하 김무옥의 친딸이 ‘야인시대’에서 아버지 역을 맡은 탤런트 이혁재를 만나 나누는 이야기도 방송된다. 채수범기자 lok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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