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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단신

    서울넷페스티벌 출품작 공모 서울넷페스티벌(SeNef) 조직위원회는 8월1∼27일 열릴 제4회 서울넷페스티벌의 출품작을 공모한다. 지난해 1월 이후 완성된 작품들을 낼 수 있으며 픽션,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플래시,뮤직비디오,웹아트 등이 대상부문이다.응모자는 새달 7일까지 작품(VHS테이프ㆍVCDㆍ동영상 파일ㆍDVD타이틀)에 출품신청서와 소개서 등을 첨부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207의1 서울영동우체국 사서함 27호로 보내면 된다.(02)325-4095.www.senef.net ‘싱글즈' 파티 이벤트 마련 새달 11일 개봉하는 로맨틱 코미디 ‘싱글즈’가 미혼남녀들을 위한 파티이벤트를 마련한다. 제작사 싸이더스는 새달 5일 포털사이트 네이트닷컴(www.nate.com)과 함께 ‘파자마 파티’를,결혼정보회사 듀오·그랜드힐튼호텔과 ‘미팅파티’를 각각 연다.참가 희망자는 영화의 홈페이지(www.4singles.co.kr)에 29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 TV시리즈 원작영화 여름극장가 융단폭격/ 이안 감독의 슬픈 블록버스터 ‘헐크’

    소재가 궁해진 할리우드에 세계적 인기를 누린 TV시리즈야말로 더없이 먹음직한 요릿감이다.인기 TV시리즈를 스크린으로 옮긴 화제작 2편이 간판을 건다.27일 전세계 동시개봉하는 ‘미녀 삼총사-맥시멈 스피드’(Charlie’s angels-Full throttle)와 새달 4일 개봉하는 ‘헐크’(The Hulk).같은 액션장르를 빌렸지만 감상포인트는 완전히 다르다.경쾌한 폭소탄을 내장한 ‘미녀 삼총사’가 도시락이라면,유전자 변형을 SF블록버스터로 이야기하는 ‘헐크’는 대형 뷔페다. 잇속에 빠른 할리우드가 ‘웬만해선 흥행을 막을 수 없는’ 주인공을 스크린으로 불러세웠다.화가 치밀면 몸집이 이스트빵처럼 부풀어오르는 괴물인간 헐크.만화 마니아들에겐 ‘고전’ 이상의 ‘바이블’이었으며,TV시리즈를 보며 자란 30대 이상에겐 거부할 수 없는 ‘추억’이다. 영화 ‘헐크’는 외피부터 얘깃거리가 되는 대목이 많다.40년이나 해묵은 만화캐릭터에 새삼 눈을 돌린 할리우드의 기획도 그렇지만,연출자가 ‘와호장룡’의 이안 감독이란 사실이 특히 그렇다.영화라는 새로운 장르에서 감독의 잠재력이 얼마나 만족스럽게 발현되는지 지켜볼 기회다. 할리우드의 막강자본(제작비 1억 20000만달러)으로 부활한 헐크는 외형상으로는 SF액션 블록버스터다.그러나 정작 감독이 선택한 시나리오는 아버지와 아들이 엮는 가족비극사다.억압된 인간의 본능과 다중성에 초점을 맞춘 만화 원작이나 TV시리즈와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간인 동시에 괴물인 주인공은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극적이다.어려서 부모를 잃은 생명공학 박사인 브루스 배너(에릭 바나)는 실험실에서 우연히 감마선을 쐰 뒤부터 묘한 신체징후를 느낀다.그 무렵 실험실의 수위인 데이비드 배너(닉 놀테)가 자신이 친아버지이며 곧 브루스의 몸 속에서 스스로 통제하지 못할 괴반응이 일어날 거라고 예고한다. 도입부에서 영화는,정부가 인간유전자 조작을 금지하자 태어날 아들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젊은 시절의 데이비드를 회상화면으로 친절히 보여준다.감독은 스케일만으로 승부를 걸기보다는 돌이킬 수 없이 꼬인 부자관계를 통해 관객의 감정선을 건드리고자 했다.아버지의 그릇된 야욕으로 슬픈 운명을 띠고 태어난 브루스가 어쩔 수 없이 거대괴물이 되고 마는 모습에선 ‘스케일’보다는 ‘비극’의 정서가 먼저 엿보인다. 익히 아는 줄거리이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건 영화 속 영웅의 새로운 면모 때문이다.헐크는 국가나 세계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웅이 아니라 권력자들의 음모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고,동료이자 애인인 베티(제니퍼 코널리)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어쩌면 ‘반영웅’이다. 심리스릴러를 방불케 하는 닉 놀테의 사이코 연기가 영화의 규모를 세워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아들을 이용해 절대권력을 얻으려 음모를 꾸미는 산발한 머리의 닉 놀테가 없었다면 어땠을까.3D애니메이션처럼 매끈히 다듬어지는 헐크의 변신과정 말고는 이렇다하게 기억될 장면이 없을지도 모른다. SF액션 블록버스트의 공식을 고민 없이 베낀 대목들은 아쉽다.긴급사태가 터졌다며 휴가 중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건다거나,통제실 부스에서 시시각각 진압명령이 이어지는 등 질리도록 봐온 화면에선 맥이빠질 법하다.할리우드 최고의 시각효과팀인 ILM이 공을 지나치게 들인 탓일까.거대한 봉제인형처럼 붕붕 튀어오르는 헐크의 뒷모습은 초록괴물 슈렉 같아 실소가 터진다.상영시간 2시간16분. 황수정기자 sjh@
  • 꼬리무는 원혼들의 저주 / 오늘 개봉 일본 호러 주온

    ‘아시아 호러의 전성시대?’ 홍콩·한국 귀신에 이어 이번엔 일본 귀신이 찾아온다.장궈룽(張國榮)의 유작으로 유명한 ‘이도공간’과 ‘장화,홍련’에 이어 27일 개봉하는 일본 호러물 ‘주온(呪怨)’. ‘주온’은 일본 공포물답게 끔찍한 살육장면을 사용하지 않는다.대신 귀신의 얼굴을 멈추거나 클로즈업하면서 머리카락을 쭈뼛하게 만든다. ‘주온’은 ‘끝나지 않은 저주’를 뜻하는 제목에 걸맞게,원한을 품고 죽은 사람들의 저주를 담고 있다.작품은 의처증에 걸린 젊은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뒤 자신도 자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첫 원혼이 탄생한 것이다.이렇게 원한을 품고 죽은 아내의 혼이 으스스한 기운으로 그 집에 남아 집을 찾아오는 사람을 덮치고,희생된 그 원혼이 다시 뒤의 방문객을 살해하는 ‘유령 도미노’가 탄생한다. 31세의 신예 감독 시미즈 다카시의 앵글은 ‘끔찍한 시작’에서 5년 뒤로 훌쩍 뛰어넘는다.사회복지센터의 자원봉사자 리카는 병든 노파 사치에의 상태를 살피러 간다.섬뜩한 기운이 느껴지는 집에서 찢어진 가족사진과 함께,2층 다락방의 남자아이를 발견한다.이어 사치에 노파를 휘감는 검은 혼령을 본다.그러나 그가 본 건 빙산의 일각.이미 사치에 노파의 아들 가쓰야 부부와,가쓰야의 여동생 히토미도 원혼의 희생자가 됐다. 귀신 릴레이는 이어진다.5년 전 사에키 부부사건을 맡았던 형사 도야마는 그 집에서의 연쇄살인 소식을 듣고 ‘저주의 싹’인 집을 불태우려고 석유통을 들고 찾아간다.거기서 그가 본 것은 미래 딸의 모습.그 역시 원혼에게 당하고 미래의 딸도 당한다. ‘유령 도미노’가 진행되면서 엘리베이터 바깥,인형,화장실,물방울,샤워실 등 장면 장면에 귀신이 지천에 깔렸다.이들이 숨돌릴 틈을 주지 않고 희생자를 낳아 지루하지 않다.다음 희생자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이종수기자
  • 책꽂이

    ●곱게 싼 인연(이홍섭 글·사진,해토 펴냄) 시인인 저자의 첫 산문집.그가 ‘만해 스님 알리기’에 열정을 바쳐온 큰스님이자 시인인 무산 오현을 시봉하면서 배우고 듣고 느낀 이야기를 담았다.스님과의 인연만이 아니라 내설악,불교 경구와의 인연도 들려준다.8500원. ●엘리아 수필집(찰스 램 지음,김기철 옮김,아이필드 펴냄) 19세기 서양 수필문학의 거봉 찰스 램의 작품집.자전적 성격이 강한 글로,비관주의적 세계관 속에서도 유머를 즐겨쓰면서 인류에 대한 애정을 끊임없이 강조한다.76년 문예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한 적이 있으나 절판됐다.8000원.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사랑을 꿈꾼다(조갑상 지음,세계사 펴냄) 한 남자의 삶에 아로새겨진 세 여자의 이야기가 중심 축.혼외정사 등을 다루지만 관능의 시선이 아닌,일상과 그곳을 탈출하려는 환상의 긴장으로 접근한다.8500원. ●지구영웅전설(박민규 지음,문학동네 펴냄) 만화영화 ‘지구특공대’의 주인공들을 등장시키는 등 만화적 상상력을 소설에 도입한 작품.도정일 교수는 “판타지,풍자,냉소 등다양한 재능을 한꺼번에 담았다.”고 평한다.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7500원. ●누가 스피노자를 죽였을까(이은 지음,문학수첩 펴냄) 여섯명의 독신자가 사는 환상타운에 주인공이 기르던 개 ‘스피노자‘가 살해당한 사건을 추적하는 추리기법의 소설.작가는 “성(性)을 포함한 인간관계의 투명함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설명.8000원. ●새떼들이 가고 있네(송하선 지음,지브가 펴냄) 우석대 인문사회과학대학장으로 재직중인 저자의 6번째 시집.시인·문학평론가 장석주는 “긍정과 상생의 마음에 도달한 시인의 평생 시업을 기리고 정리하는 작품집”이라고 말한다.7000원. ●발아래 비의 눈들이 모여 나를 씻을 수 있다면(이찬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97년 등단한 시인의 작품집.비와 할머니 이미지를 주로 사용하면서 급속한 시대변화 속에 적응하지 못하는 시적 자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6000원. ●밤의 거미원숭이(무라카미 하루키 지음,안자이 미즈마루 그림,문학사상사 펴냄) 일본 대표작가의 짧은 글 모음집.잡지에 실을 광고시리즈용으로 쓴글답게 다양한 주제를 편안하고 쉽게 풀어낸다.7800원. ●보헤미안 랩소디(박선리 지음,시가있는마을 펴냄) 스웨덴에 살면서 동남아시아와 유럽을 여행한 경험을 소설로 옮기는 작가의 장편.한국인 주인공 ‘나’가 인도 여행에서 만난 다양한 인종의 이야기.8000원.
  • 오피니언 중계석/한국정치의 진보와 보수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사회에서 보수와 진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그러나 보수와 진보가 무엇이며,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소장 김세균)는 지난 20일 호암교수회관에서 학계와 정치권의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한국정치의 보수와 진보’를 주제로 제1회 한국정치포럼을 열어 보·혁 공존 방안을 논의했다.그 중 한국외국어대 김용민교수의 ‘한국 정치에 있어서 보수와 진보:무엇인 진보이고 무엇이 보수인가?’라는 주제발표를 요약한다. 보수 일변도의 사회에서 수동적·소극적·순응적 정치적 삶을 살아온 한국사람에게 참여정부라는 기치를 내세운 진보적 정권의 등장은 변화에 대한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심어놓고 있다.현재의 보수와 진보의 세싸움에서 국민적 정서가 진보성향으로 옮겨가고 새롭게 발전된 시스템이 작동된다면,그 갈등은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한 기폭제였다고 후대 학자들이 기록할 것이다. 한국의 정치 지형은 보수적이다.이는 멀리는 유교적 전통,지정학적 위치 등에서찾아볼 수 있겠지만 가까이는 광복 이후 미군정의 연장선상에서 형성된 이승만의 보수 지배체제와 한국전쟁에서 찾아볼 수 있다.한국에서 보수와 진보는 이분법에 의해 흔히 규정되어 왔다.반통일·사대주의·친미·반북을 추구하면 보수이고,통일·민족자주·반미·친북을 추구하면 진보였다.정치철학적으로 보수주의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한국의 보수세력이 신봉하는 보수주의는 냉전반공주의 외에는 다른 철학적 기반이 없기 때문에 성격 규정이 어렵지 않다.진보에 대해서도 상당한 논쟁이 있지만 진보 정당의 활성화를 통해 노동자와 민중에게 역사적 헤게모니를 부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관점이 진보세력의 방향을 잘 나타내고 있다.바람직한 민주주의는 보수와 진보라는 두다리에 의지하고 우뚝 서야 한다.보수라는 외다리에 의지하고 있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위태롭게 보이기조차 한다. 노무현 정권이 등장한 배경에는 강력한 변화를 바라는 서민,청년,노동자,대학생 등의 정치적 지지층이 있다.하지만 이들은 보수화 경향에 반발하고 분노하고 있는 것이지,진보에 대한 뚜렷한 개념이나 이성적 판단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의 감성과 이미지 정치의 덕을 많이 보았지만 이성의 정치의 장에서 국민들의 변화의 열망을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만일 진보세력이 호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다면,한국정치에서 더 이상 자리를 잡지 못하게 될 위험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보수·진보 논쟁에서 간과하기 쉬운 집단이 이데올기 스펙트럼상에 중간에 위치한 자유주의 세력이다.보수세력은 냉전반공주의에 따라 자유주의 세력을 진보세력으로 여기고,진보세력은 마르크스의 논리에 따라 자유주의 세력을 보수주의로 몰아붙인다.그러나 자유주의자는 나름대로 차별성을 유지해왔다.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평등,인권을 불가침의 권리로 보고 그것을 존중하는 이념이다.시장지상주의를 내세우는 신자유주의는 자유주의의 본질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민주화 이전의 한국사회가 추구했던 것은 자유주의와 결합된 민주주의였다. 보수주의가 한국정치에 부정적인 영향을미친 것만은 아니다.시민사회의 성장과 발달을 저해하고,노동자 계급을 탄압하고,분배를 왜곡시키기는 했으나 근대화,산업화,민주화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반공주의에 기초한 보수주의는 비판적 성찰을 거쳐 합리적 보수주의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진보정치는 합리적 보수세력,자유주의 세력,진보세력이 이성의 정치의 장에 참여하고 선의의 경쟁을 벌일 때 발전이 가능하다.보수주의와 자유주의가 친화력이 있고,자유주의와 진보주의가 친화력이 있다면,자유주의를 중심으로 보수주의와 진보주의는 양립할 수 있다.노무현 정부 아래서,진보세력이 급진적인 정책을 추구하면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세력의 반발을 살 우려가 있다.진보세력은 우선 자유주의 세력을 껴안을 수 있는 노선 개발에 신경을 써야 한다.보수세력도 극우 편향의 감정적 태도를 버리고 자유주의와의 연대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 환자얼굴에 자살한 아들 그림자…/ 오늘 개봉 ‘언세드’

    ‘볼 만한 심리 스릴러.’ 20일 개봉하는 ‘언세드(The Unsaid)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렇다.영화는 제목이 시사하듯 ‘말하지 않음’으로 인해 받은 내면의 상처를 중심으로,그 비밀의 꺼풀을 벗기면서 진행하는 반전이 잘 어우러졌다.엽기적 살인 행각도 없고,소름끼치는 괴물도 등장하지 않는다.하지만 뭔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 채 진행되는 극적 요소가 시종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게 만든다. 시선의 핵은 심리치료사이자 대학교수인 마이클(앤디 가르시아).광활한 대지와 고즈넉한 풍광에서 아내·아들·딸과 함께 하던 평온한 일상에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운다.딸 셀리의 공연을 보기 위해 학교에 간 사이,집에 혼자 남아 있던 아들 카일이 자살한다.가족의 절규 속에 훌쩍 3년이란 세월이 흐른다. 세월의 흔적은 무성해진 마이클의 구레나룻와,“난 치료는 하지 않아.”라는 그의 말에서 읽을 수 있을 뿐이다.아들의 자살이 가족 사이에 마음의 벽을 높였고,마이클은 부인과 이혼한 뒤 은둔하면서 강의에만 몰두해 왔음을 시사한다.그러던중 죽은 카일 또래의 환자 토미를 치료해 달라는 제자의 부탁을 받으며 영화는 빨라진다. 부모의 살해장면을 목격한 충격으로 사회기관에서 보호받으며 살고 있는 토미에게서 자살한 아들의 그림자를 본 마이클은 시간이 지날수록 닮은점이 많아 놀란다.아들의 자살에 대한 자책감에서 벗어나려는 듯 열심히 토미를 치료하던 마이클은,감옥에 있는 토미 아버지에게서 엄청난 이야기를 듣는다.그리고 자신의 아들의 자살에 얽힌 비밀도 들려준다. 영화는 결국 청소년 성추행,근친상간 등 금기시되는 사연에 얽힌 은밀한 실타래를 풀어 내면서 나아간다.‘13일의 금요일 6’과 ‘나이트 메어’를 감독한 톰 맥라우린이 피를 덜 보이면서 색다른 공포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시네 드라이브] 영화 등급심의 부드러워졌네

    “봤어?” ‘맛있는 섹스,그리고 사랑’의 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들은 눈을 의심했다.잠깐 화면에 스치는 정도이긴 했지만,일반극장에 내걸릴 필름에서 여자주인공의 음모가 노출됐기 때문이다.아무런 잡음없이 18세 이상 관람등급을 받은 영화란 점을 감안하면 적잖이 놀라운 장면이었던 것. 국내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의 등급심의가 최근 눈에 띄게 유연해지고 있는 분위기다.제작사가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등급심의를 신청하면서 전전긍긍하며 눈치를 보던 풍경도 요즘은 찾아볼 수가 없다.심의과정에서의 시비를 의식해 ‘예비용’으로 선정성의 수위가 다른 장면들을 미리 찍어두기까지 했던 제작사들로서는 반색할 만도 하다. ‘맛있는 섹스…’가 전혀 말썽없이 무삭제로 18세 등급을 통과했을 때는 솔직히 제작사도 놀랐다.“‘섹스’란 단어를 그대로 동원한 제목에다 성기를 묘사하는 적나라한 대사들,버스 같은 공개장소에서의 오럴섹스 등 몇몇 대목들 때문에 제한상영 등급이 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제작사인 기획시대측은 털어놓았다. 실제로 이 영화는 홈페이지나 포스터 심의에서는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인터넷 홈페이지는 이례적으로 선정성을 이유로 정통부의 경고조치를 받았다.여자주인공이 남자의 팬티 안을 들여다 보는 사진과 함께 “맛있겠다.”라는 카피가 들어간 티저포스터,“먹어본 사람만이 이 맛을 안다.”는 카피의 본포스터 등이 4차례나 심의 반려되는 막후 소동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죽어도 좋아’가 성기노출과 오럴섹스 등을 이유로 세번째 심의끝에 간신히 18세 등급을 받았던 파동을 떠올린다면,놀라운 변화임에 틀림없다.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사례는 27일 개봉하는 청춘 코미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초반부터 남성 생식기를 지칭하는 단어가 은유되지 않은 채 줄곧 적나라하게 등장하는 파격대사에도 불구하고 최종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투자사인 아이엠픽처스는 “사전 호감도 조사에서 중학생뿐만 아니라 심지어 초등학생의 호응이 커 12세 등급을 요청했는데 무난히 통과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외쳐온 영화계로서는 응당환영일색이다.관객들도 덩달아 ‘볼 권리’를 찾았으니 반가운 소식이겠고….그러나 권리를 누리는 데는 책임도 따르게 마련.어린 딸아들과 극장을 찾은 소심한(?) 부모 관객들은,스크린이 쏟아내는 솔직한 대사들에 흠칫흠칫 당황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할 것 같다. 황수정 기자 sjh@
  • “어설픈 예술의 옷 홀딱 벗겨버렸죠”‘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의 에로감독 봉만대

    “섹스만 하고 사랑은 원하지 않는 사람,사랑은 하는데 섹스는 하지 않는 사람 모두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봉만대(33)감독이 드디어 충무로에 들어섰다.‘작가주의 에로 비디오 감독’이라는 평을 듣는 그가 ‘맛있는 섹스,그리고 사랑’을 들고 27일부터 관객을 찾는다. 지난 16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만난 그는 ‘충무로 입성작’(이미 15편의 에로비디오를 찍었기에)에 대한 ‘기대반 걱정반’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할 말이 많은 듯 ‘장르 영화로서의 섹스 영화’‘주류와 비주류 영화’ 등 이런 저런 주제를 주욱 훑었다.인터뷰 내내 쏟아낸 말은 당당·솔직·도전이란 키워드로 모아진다. ●당당-“이제까지 ‘섹스 영화’는 없었다” 봉 감독은 자신의 ‘섹스영화’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보였다.“한국영화사에 하나의 장르로서의 ‘섹스영화’ 혹은 에로영화는 없었다.”고 강조할 정도다.있었다면 다른 형식을 빌린 에로 필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전 영화에서 섹스는 ‘땡볕’‘포옹’ 등의 작품처럼 문학의 해학미 형식으로 가볍게 터치하거나,‘애마부인’시리즈 처럼 윤리 차원에서 조명받는 정도였다.또 다른 흐름은 너무 예술적으로 어렵고 고차원적으로 풀어서 대중에 다가가지 못했다.그래서 그가 생각하는 ‘에로 영화’는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영화관을 나올 때 ‘성적 흥분’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사랑과 섹스’에 대해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마치 액션영화를 보고난 뒤 통쾌함을 맛보듯이. ●솔직-“대중에게 다 보여줘야 한다” 영화 ‘맛있는…’은 섹스를 단순한 볼거리나 관념으로 다루지 않고 몸으로 보여준다.가면과 탈을 완전히 벗긴다.그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섹스와 사랑에 대한 대화를 속속들이 풀었다.”고 말했다.살갗이 부딪치는 소리를 담고,초콜릿 소품을 사용한 것 등이 그런 예다.그는 관객 혹은 대중에게 눈가림식 영화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어정쩡하게 보여주거나 예술영화의 옷을 걸쳐 버리면 대중은 외면하고 종국엔 섹스영화라는 장르가 사라진다.”라고 솔직하게 말한다.“숨어서 보는 걸 방치할 게 아니라 햇볕을 쪼여 나와서 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섹스는 맛있어야 한다.”는 게 철학이고 ‘맛있는…’은 그 철학을 담은 작품이다.왜냐고 물으니 역시 담백하게 응답한다.“사랑에는 거짓이 있을 수 있지만 섹스에는 거짓이 개입할 수 없다.” ●도전-“주류와 비주류는 상하가 아닌 좌우다” 충무로 입성에 대한 소회를 물었더니 “힘들었다.”고 답한다.약간 뜸을 들였다가 “비디오작품은 팀플레이보다는 감독의 독주에 가까운데 충무로 작품은 스태프와의 호흡이 빚는 협주여서 몇배의 힘이 들었다.”면서도 “에로비디오에 쏠리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이 없어 좋았다.”고 털어 놓았다.그렇다고 그는 비디오시장이 상징하는 비주류를 격하시키지 않았다.비디오는 영화에서 가지를 친 장르이기에 ‘상하가 아닌 좌우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디오시장에서 잘 나갔던 봉 감독이지만 관객은 처음이다.첫 작품의 반응이 어떨 것 같냐고 넌지시 물어 보았다.“흥행요? 제가 점성술사가 아니라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밤마다 300만명 들라고 최면 걸었습니다.제가 아는 사람들을 다 불러서라도 채울 겁니다.”봉 감독의 충무로 진입은 ‘개인 봉만대’에게만 의미 있는 게 아니다.충무로와 비디오시장의 원활한 인적교류라는 시스템이 자리 잡을 징검다리일 수 있다.이래 저래 ‘맛있는…’에 쏠리는 눈길은 만만치 않다. 이종수기자 vielee@ ■‘맛있는 섹스…' 어떤 영화 “내 몸 안에서 꿈틀대고 있는 이 남자의 성기가 나른하게 느껴질 때쯤 다른 남자를 만났다.” 27일 개봉하는 ‘맛있는 섹스,그리고 사랑’(제작 기획시대)은 이렇게 도발적인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너에게 나를 보낸다’‘지독한 사랑’‘거짓말’ 등 작품성 있는 ‘벗기는 영화’를 기획(?)해온 기획시대(대표 유인택)와 ‘에로 비디오’의 거장 봉만대 감독의 만남 자체가 개봉전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킨 작품이다. 영화 ‘맛있는…’은 젊은 남녀의 사랑 방식을 ‘몸’으로 보여준다.선배와 사귀다 싫증난 의상 디자이너 신아(김서형)와 병원 호스피스 동기(김성수)와의 만남과 헤어짐을 틀로 해서,이것 저것재지 않고 감각을 좇아 사랑하는 풍속도를 깔끔하게 그렸다.영화를 지배하는 논리는 ‘몸’이다.우연히 만난 두사람을 한 동안 묶은 것도 ‘몸’이요,헤어지게 한 것도 ‘몸’이다.당연히 끌림이 없거나 심드렁해지면 헤어진다.신아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싫증내는 그 순간을 더 이상 참아내기 싫다.”며 동기 곁을 떠나는 게 사랑방식이다. 작업실,공원 화장실 등 다양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정사 신이 화면을 지배한다.여기에 도발적 대사와 ‘성기로 사과하기,사정으로 위로받기’나 ‘이기적인 사정,입안 가득한 비릿한 맛’ 등 선정적인 자막이 날을 세우고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추하게 다가오지 않는다.‘에로 비디오’에서 쌓은 봉만대 감독의 내공은 살과 살이 부딪치는 장면을 적절한 소리로 처리하면서 작품 의도를 최대화한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의 단순함을 메우려는 듯 6개의 에피소드로 나눠 진행한 것도 눈길을 끈다.조연급이었던 여배우 김서형과,모델 출신 김성수도 첫 주연 작품치고는 무난하게 배역을 소화했다. 이종수기자
  •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 “첫사랑 쟁취에 목숨 걸었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 “첫사랑 쟁취에 목숨 걸었다”

    언감생심 담임선생님의 딸을 사랑했다.그것도 걸핏하면 몽둥이 세례를 퍼붓는 다혈질에 ‘악질’로 소문난 학생주임의 화초같은 딸을.●‘악질 담임의 외동딸 사랑 이야기’ 27일 개봉하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제작 팝콘필름)는 충무로에서 잊힐 만하면 나오는 첫사랑을 소재로 한 코믹멜로다.담임의 외동딸을 ‘쟁취’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든다는 단선적이고 순진한 발상이 영화의 기본 틀. 남자주인공이 첫사랑을 이뤄내기까지의 좌충우돌 우여곡절에 카메라를 고정시킨 덕분에 영화에는 멜로보다는 코미디의 정서가 훨씬 강하다. ‘연애소설’에서 두 여자친구 사이에서 제법 심각하게 사랑과 우정을 고민했던 차태현이 이번에는 코미디 연기에 작정하고 소매를 걷었다.부산 토박이 뺨치게 생생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캐릭터부터 심상찮다. 그의 역할은 촌스럽게 곱슬거리는 더벅머리의 손태일.그의 첫사랑 주일매(손예진)는 말 그대로 ‘젖동무’다.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일매가 태일의 엄마젖을 나눠 먹고 자란 것.어려서부터 일매와 결혼하겠다고 졸라대는 태일을 일매의 아버지이자 담임선생님인 주영달(유동근)이 우격다짐으로 주저앉혀 왔지만, 태일이 머리가 굵어지고(?)부터는 더는 달랠 방법이 없다. 등교길 영도다리 아래(영화는 거의 대부분을 부산에서 찍었다.)에서 확성기로 담임에게 딸을 달라고 협박하는 강심장의 손태일이다. ●단선적 전개… 진실성 너무 떨어져 영화는 신세대 스타 차태현과, ‘가문의 영광’으로 ‘대박배우’가 된 유동근의 밀고 당기는 신경전에 한참동안 초점을 맞춰 놓는다.연기인지 생활인지 헷갈리는 차태현의 자연스러운 코믹연기가 관람 포인트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집중력이 떨어진다.선생님의 신임을 얻겠다는 일념으로 S대 법대에 입학하고 사법시험 1차까지 장난처럼 통과하는 손태일의 순애보는, 아무리 코미디라지만 진정성이 너무 떨어진다. 심심할 정도로 단선적인 이야기 전개도 ‘뒷심’을 받쳐주지 못하는 걸림돌. 첫사랑 쟁취에 사생결단 의지를 불태우는 남자 주인공의 저돌성만을 감상하며 2시간을 밀도 있게 보내기는 아무래도 힘들다.일매가 아무도 모르게 불치병을 앓아 왔다는 느닷없는 설정에 맥이 풀릴 관객도 꽤 될 것 같다. ●‘피아노’의 오종록PD 감독 데뷔작 그러나 관건은 영화의 ‘실수요자’인 10대 관객층의 반응이다.이러쿵 저러쿵 까다롭게 따지지 않는 청소년 관객들이 신세대 아이콘인 차태현·손예진 커플의 유쾌한 연애담만으로도 후한 점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코미디란 외피 속에 은근슬쩍 집어 넣은 엽기와 키치적 요소도 10대 관객에겐 장점일 수 있다. ‘결혼’‘줄리엣의 남자’‘피아노’ 등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히트작을 내온 오종록 PD의 감독 데뷔작.시나리오까지 직접 썼다.‘연애소설’에서 노래솜씨를 자랑했던 손예진이 이번엔 아예 주제가를 불렀다. 황수정기자 sjh@
  • 돈안되면 조기종영… 교차상영… / 멀티플렉스 횡포 심하다

    복합 상영관인가 단일 영화관인가? 10여개 이상의 스크린을 갖춘 멀티플렉스들이 천편일률적으로 흥행이 잘되는 영화 2∼3편에만 스크린을 배정해 관객의 볼 권리를 침해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흥행성이 낮은 영화는 조기 종영 또는 다른 영화와 번갈아 상영하거나,평일로 상영일을 바꾸는 등 상영 시간과 일정을 들쑥날쑥하게 만들어 관객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흥행만 신경… 문화의 다양성 무시 올해만도 ‘지구를 지켜라!’‘오세암’‘밀레니엄 맘보’‘베터 댄 섹스’ 등 호평받은 작품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반면 ‘매트릭스2-리로디드’는 320개라는 사상 최고의 스크린 수를 자랑하며 당당하게 걸려 있다.‘살인의 추억’도 그에 못지 않은 스크린을 과점하고 있다. 시장 논리로 볼 때 관객이 외면하는 영화를 계속 상영하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다.문제는 멀티플렉스들이 홈페이지에 내건 “…단순한 영화관이 아닌 진정한 문화공간…” 혹은 “…단순히 스크린에 영상을 비추는 장소라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는문구가 무색할 만큼 지나치게 흥행에만 신경쓰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데 있다. 지난 주말에 상영키로 했던 한 영화는 티켓판매율이 낮을 것을 우려한 극장측에서 다른 영화와 매회 번갈아 교차 상영키로 결정하자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야 했다. 더한 사례도 있다.역시 주말에 개봉하기로 예정됐던 한 영화는 멀티플렉스의 압력에 밀려 그 다음 주 평일에 하루만 상영할 수 밖에 없었다. A배급사의 관계자는 “통상적인 개봉일인 금요일에 예매를 받아서 반응이 좋으면 그 전날인 목요일까지 예매를 받고 예매율이 낮으면 금요일 하루로 마감하는 게 예사”라고 말한다. ●부익부 빈익빈 악순환 지속 16개 스크린을 갖춘 코엑스 메가박스극장은 2주일 전 ‘매트릭스2’에만 7개의 스크린을 내주었다.나머지 스크린도 ‘살인의 추억’‘와일드 카드’에 6개를 배분했다.다른 한 영화는 1개관,그것도 좌석이 116개밖에 안되는 상영관을 ‘감지덕지’하다시피 배당받았을 뿐이었다.‘매트릭스2’‘살인의 추억’‘와일드 카드’등 3편이 서울에서 스크린의 70%를 차지했다. B 배급사의 관계자는 “흥행성이 엇비슷해도 힘센 배급사 작품은 함부로 내리지 못하고,영세 회사의 작품은 가차없이 내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악순환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영화진흥위원회 김혜준 사무국장은 “올바르지 않은 관행”이라면서도 “다양한 작품을 걸라고 강요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설명했다.그는 “수익금의 일부를 기금형식으로 거둬 문화라는 공공성이 강한 작품을 제작하느라 시장논리의 피해자가 된 영화사를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배급사 관계자는 “흥행만을 생각해 하루만,그것도 매회 다른 영화와 교차 상영하는 것은 문화의 다양성을 죽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이윤추구는 당연하지만 오락실이 아니라 대중 문화공간이기에 자기 색깔을 가진 관객의 권리를 보장할 책임도 동시에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석면 공포’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공무원아파트 8단지 주민 4000여명은 두려움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단지내에 떠도는 ‘석면 괴담’때문이다. 괴담은 지난해 9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건축된 지 20년이 지난 이 아파트의 보수공사에 착수한 직후 떠돌기 시작했다.“공사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석면과 유리섬유 등이 유출됐다.”라는 소문과 함께 호흡기질환·비염·피부병·임산부 유산 등 주민들의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주민들은 공단에 진정서를 제출,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모두 10개동인 8단지는 일명 상록아파트로 불린다. ●이주않고 공사… 유해물질·분진 무방비 노출 주민들은 2∼4가구씩 나눠 실시되는 보수공사가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이뤄져 각종 분진과 유해물질에 고스란히 노출됐다고 호소했다. 801동 3층에 사는 이모(34)씨의 아들(4)은 지난해 11월부터 비염과 천식이 심해 5개월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이씨는 “진단 결과 미세 먼지로 인한 알레르기 수치가 일반인의 2배나 됐다.”고 말했다.같은 동에 사는 김모(38)씨의 두아들(11,8살)도 비슷한 시기에 눈이 심하게 충혈되고 자주 깜박거리는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고 있지만 전혀 호전되지 않고 있다. 김모(19)군은 지난해 11월 갑자기 호흡곤란을 일으켜 하마터면 대입 수능시험을 치르지 못할 뻔했다.김모(4)군은 6개월째 감기가 낫지 않아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고 있다.김모(27·여)씨 등 일부 주민은 지난해 11월 이후 피부병을 앓고 있으며,소음과 진동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심지어 윤모(35·여)씨 등 2명의 임산부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임신 2∼3개월 상태에서 유산했다.주민들은 “이번엔 내 차례”라며 공포감에 질려 있다. ●주민 반발로 공사 중단상태 지난 1984년 완공된 1678가구 규모의 8단지는 공단측의 발주와 S건설사의 시공으로 오는 12월10일까지 보수공사를 마치도록 돼 있다.공사는 보일러 배관,화장실,주방,다용도실 등 가구당 4곳씩 벽채를 다 뜯어내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그러나 잇따른 피해로 주민들이 반발하자 지난 15일부터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집을 완전히 비운 상태에서 방진막을 설치하고 이뤄지는일반 아파트 보수공사와는 달리 이곳 공사는 집안 가구나 집기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비닐조차 씌우지 않고 이뤄졌다. 때문에 주민들은 보일러 배관과 벽을 둘러싼 단열재 등을 뜯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유리섬유와 먼지 등을 그대로 들이 마실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공사 폐기물도 밀봉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통해 실어 날랐다는 것이다.공사를 맡은 인부들조차 “유해물질을 그대로 방치하는 이런 날림공사는 처음 본다.”고 불평했다. ●주민들,“석면 노출 여부 철저히 조사해야” 주민들은 지난달 25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아파트 배관을 둘러싼 단열재 샘플의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석면 1% 미만과 유리면(유리섬유의 일종)이 포함된 인조광물 섬유”라는 답변을 얻어냈다.주민들은 더욱 정밀한 분석을 위해 가구당 1만원씩 갹출,미국이나 유럽의 ‘석면연구소’에 시료분석을 의뢰키로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공무원이라는 신분 제약 때문에 조직적인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김모(37)씨는 “공무원인데다 임대아파트라는 특수조건으로 국가를 상대로 싸우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면서 “공단측이 우리를 ‘실험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단측,“10년뒤 암 걸리면 찾아오라.” 공단측은 주민 피해 방지 대책과 보상 요구에 무신경으로 대응하고 있다.공단 관계자는 “유리섬유는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면서 “지금 암에 걸렸거나 10년 뒤라도 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공단으로 찾아오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주민 간담회에서 공단 관계자는 “1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기 때문에 공사는 강행해야 한다.”면서 “다음 입주자를 위해 현 주민들이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근 공장에서 날아오는 유리섬유로 피부질환·괴종양 등을 앓아온 인천시 남동구 고잔동 주민들은 8년간의 법정 투쟁끝에 지난해 11월 서울지법에서 피해를 인정받고,배상판결을 받아냈다. 이영표 이세영기자 tomcat@
  • 野, 나라종금로비 특검 추진/ “盧대통령도 조사해야”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나라종금 로비의혹 등과 관련해 특검수사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거푸 기각되자 특검수사를 진상 규명의 돌파구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종희 대변인은 25일 논평을 내고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가 받은 검은 돈의 성격이 정치자금이든 로비자금이든 노 대통령이 그 최종 귀착지일 가능성이 99.9%”라면서 “검찰은 자금 사용처 수사를 통해 깃털과 몸통을 한꺼번에 가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씨에 대한 보강수사는 물론 그의 동업자를 자처한 대통령에 대해서도 어떠한 형태로든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은 형사소추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지 국민적 의혹사건의 조사대상에서조차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안씨에 대한 속 보이는 봐주기 수사,얼치기 수사로 연이어 구속영장 기각을 자초한 검찰이 사건을 미봉하려 하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정치검찰의 구태를 벗지 못하고 사건을 미봉하면 특검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당권 주자로 나선 이재오 의원도 건평씨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주변 인사들의 비리의혹에 대한 특검수사 추진을 촉구했다.이 의원은 이날 노 대통령 취임 3개월을 맞아 당사에서 성명을 발표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상 사람들은 (건평씨의) 부동산 투기의혹과 생수회사를 둘러싼 거액 불법자금 거래,나라종금사건의 몸통은 노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대선과정에 불거졌던 ▲대북 비밀송금사건 ▲병풍(兵風) ▲기양건설 비자금 이회창 후보 수수의혹 ▲이회창후보 20만달러 수수 주장 등 4대 사건은 ‘정치공작’이고 노 대통령은 이 정치공작극의 주인공”이라며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지운기자 jj@
  • [열린세상] 모내기 철

    요즈음 출퇴근할 때 차창 밖으로 모내기가 한창인 들녘을 바라보면서 싱거운 생각을 해보곤 한다.풍성한 추수를 기대한다면 제때 씨를 뿌리고 가꾸어야 하는데 이 같은 일은 소홀히 하거나 아예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머리로만 또는 말로만 대신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씨 뿌리고 돌보더라도 기회를 놓치면 가을걷이는 바랄 수 없다는 것이 천리이다.오늘 우리 사회의 처지가 이처럼 단순한 진리를 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효율성의 극대화는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결과를 얻는 것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다.이 길만이 무한 경쟁의 시대에 대외 경쟁력을 높이는 비결이며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경제 시대에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보장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Ceteris Paribus)’이라는 전제를 망각하고 영(零)에 수렴하는 비용으로 무한대의 효용을 실현할 수 있다는 허구를 신봉하게 하고,봉이 김선달이 바로 신지식인의 귀감이라는 비약을 확신하도록 강요한다. 금본위 통화제도에서 금화는 거래의 유일한 결제 수단이다.그런데 금화는 거래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마모되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깎이기도 하여 갈수록 애초의 정량에 미달하게 된다.이 같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거래 과정에서 정량에 가까운 금화는 자기가 보관하고 함량 미달된 금화부터 거래 대금으로 결제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이라는 것을 간파하게 될 것이며,시장 거래의 되풀이는 실제 거래에서 통용되는 금화의 정량이 시간이 갈수록 함량 미달의 금화만으로 채워질 것이다. 정량에 가까운 금화는 좋은 돈,함량 미달의 정도가 큰 금화는 나쁜 돈이라고 한다면 시장 거래에서 남게 되는 돈은 나쁜 돈뿐일 것이다.이처럼 악화가 양화를 내쫓는다는 것이 바로 그레셤의 법칙이다.그러나 이 같은 법칙에는 한계가 있다.아무리 악순환이 되풀이되더라도 마지막에 금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통화만이 결제 수단으로 통용되는 극한 상태는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교육과 여론이 시민들에게 정의의 의미를 절감하도록 만드는 시점이 있기 때문이다.즉 만인이 만인의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정글 상황으로까지 타락하지 않는 극한점이 있으며 극한 수준을 한계윤리라고 부른다.한계윤리는 비윤리가 아니라 허용 한도 범위에서의 윤리 의식이다. 투입량의 크기를 초과한 산출량의 크기의 부분을 흔히 마진(Margin)이라고 부른다.인간의 이기심은 바로 이 부분의 크기에만 관심을 두게 만들고 다른 조건들을 고려하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짓이라고 치부하게 한다.무조건적인 이윤 극대화의 기대를 하게 만들어 정상적인 투입·산출의 관계를 왜곡시키고 인간의 삶의 질을 후퇴시켜 마지막에는 비인간화의 상황을 고착시킨다.더욱 나쁜 것은 이 같은 상황에 반드시 무임 승차하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경제 환경의 투명성이 결정적으로 훼손된다는 점이다. 클수록 그리고 빠를수록 좋다는 환상이 바로 병든 사회의 대표적인 증상이다.극대치만을 추구하는 타성은 급기야 투입과 산출의 순리적 관계를 무시하게 만들고,인위적 조작을 강요하며,억지와 무리를 요구하여 상식과 합리에 대한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기 때문이다.즉 거짓과 불신을 조장하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기 때문이다.순리에 어긋나는 투입·산출의 관계는 비정상을 당연시하게 하고 이러한 관행에서 비롯된 숨겨진 비용이 부당한 뒷거래이거나 환경 파괴라는 재앙으로 남게 된다. 상품의 질은 같거나 오히려 나쁜데도 판촉에 현혹되어 충동 구매를 하거나,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필요량 이상으로 즉흥 구매한다면 소비자는 이미 시장의 주인이 아니라 노예일 뿐이다.인간적 삶을 유지시키는 데 필요한 적정량을 의식적으로 소비할 때 생산과 소비는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한정된 자원의 고갈을 막을 수도 있고,적정수준을 초과하는 이윤을 겨냥한 숨은 비용을 최소화해 소비자가 객이 아니라 주인이 되어 우리 경제의 투명성이 확보될 것이다. 김 어 상 서강대교수 경제학
  • 쉬어가기˙˙˙

    자살한 홍콩 영화배우 장궈룽(張國榮)의 유작 ‘이도공간(異度空間)’의 수입사인 유니라인코리아는 “다음달 2일 오전 9시 경기 고양시 일산 여래사에서 국내 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천도재를 연다.”고 밝혔다.천도재가 끝난 뒤 시사회도 마련할 계획.다음달 5일 개봉하는 ‘이도공간’은 혼령을 보는 여인과 그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의 사랑을 그린 심리 공포물이다.
  • 이두용 감독 아리랑 / 흑백화면 가득 눈물과 해학 질펀

    내용보다 형식을 먼저 따지게 되는 영화가 있다.23일 개봉하는 이두용 감독의 ‘아리랑’(제작 시오리엔터테인먼트)이 그렇다.일반 관객을 노린 상업영화이면서 거의 대부분을 흑백처리한 화면부터 무척 낯설다.변사가 경어체로 일일이 해설을 다는 신파조의 대사방식 또한 요즘 관객에겐 큰 ‘실험’이다. 그러나 스타일이 구식이라고 해서 감상의 묘미를 지레 속단해선 안된다.편견을 걷고 극장 문턱을 넘기만 하면 문제는 달라진다.한(恨)과 해학의 전통정서를 질펀하게 펼친 영화에서는 비장미와 유쾌함이 엮는 씨줄날줄이 기대 이상이다. 원작은 1926년 춘사 나운규가 연출한 동명의 영화 ‘아리랑’.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민중의 설움을 한 가족의 비극을 통해 구성지게 그려간다.경성제대에 다니던 영진(노익현)이 일본 경찰에 고문을 당해 미쳐서 낙향하자 가족의 꿈도 함께 산산조각이 난다.술로 현실을 잊어보려는 아버지,방안에 짐승처럼 묶여지내는 오빠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짓는 여동생 영희(황신정)가 신파의 농도를 더하는 캐릭터들. 영화는 반일과 친일이라는 두개의 울타리 속에 등장인물들을 나눈 다음,선악의 개념을 뚜렷이 대비시킨다.영진과 함께 독립운동에 가담했던 친구 현구를 비롯한 동네사람들과,일본 앞잡이 노릇을 하며 호시탐탐 영희를 노리는 천씨 부자(父子)의 맞대결로 드라마는 살을 붙여간다.바로 이 대목에서 신·구세대 관객의 감상평이 엇갈릴만하다.순진하리만큼 단순한 설정에 기성세대 관객들은 긴장을 풀겠지만,신세대쪽은 심심해질 수도 있을 듯하다. 1920년대의 시골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었던 촬영지는 전남 순천 낙안마을.덕분에 전통미학의 결이 화면에 제대로 살아났다.인물 동작이 구한말의 자료화면을 보는 듯 뚝뚝 끊기는 느낌이 나는 것은 18프레임(보통영화는 24프레임)으로 찍은 촬영기법 때문이다.주연배우들은 모두 공개 오디션을 통해 뽑은 신인.‘피막’‘물레야 물레야’‘뽕’ 등의 화제작으로 관록을 쌓은 노장감독의 고집이 아니었다면 빛을 보기 어려웠을 작품이다. 황수정기자
  • [시네 드라이브] 시사회장의 ‘가방 압수’ 소동

    지난 12일 ‘매트릭스2-리로디드’의 국내 첫 시사회가 열린 서울극장 로비에는 때아닌 진풍경이 빚어졌다.이날 자리는 기자와 배급관계자들만 참석하는 특별시사회.극장 로비 한쪽이 가방을 맡기고 짐표를 받는 기자와 영화관계자들로 난데없는 북새통을 이뤘다. 제작사인 미국 워너브러더스 본사에서 전날 밤 갑자기 ‘극장내 가방 반입금지’지침을 내리자 국내 직배사가 꼼짝없이 이를 따랐던 것.현장 곳곳에서 불평이 터져나온 건 당연했다.가방을 ‘압수’당한 것도 모자라 기자들과 배급 관계자들은 극장에 들어가기 전 또 한번 검색바(Bar)의 삼엄한 감시세례를 받아야만 했다. 직배사들이 블록버스터 시사회장에서 이런 호들갑을 떠는 건 불법복사용 캠코더를 미리 잡아내기 위해서다.실제로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시사회장에서 몰래 찍은 소위 6㎜ ‘캠코더 판’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속도와 폐해는 놀랍다. 직배사의 블록버스터 시사회장에 금속탐지기나 검색대가 등장한 건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지난 2001년 9월 ‘반지의 제왕’ 1편의로드쇼때가 처음. 이후 ‘해리포터’‘스타워즈 에피소드2’‘마이너리티 리포트’‘스파이더맨’‘엑스맨2’ 등의 시사회장에는 어김없이 금속탐지기가 동원됐다. 세계인의 기대를 모으는 ‘매트릭스2’가 한국시장에서 특별히 몸을 사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긴 하다.무엇보다 미국(15일 개봉)을 제외하면 한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시사회를 갖는 나라라는 점.제5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공식상영된 날짜(15일)보다도 앞선 것이었다.이 모두가 한국시장의 규모를 의식한 특별한 배려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측은 “영화의 메인포스터를 남녀 주인공의 얼굴을 넣어 한국용으로 따로 만든 것도 본사의 이례적인 배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냉정히 따지면 그것은 우리시장의 가능성을 놓고 열심히 잇속을 따진 결과일 뿐이다. 분명한 사실은,필름보호를 위해 직배사들이 구사하는 방어전략이 납득할만한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의 ‘매트릭스2’ 관련 기사들이 시시콜콜 본사에 보고될 예정이라고 하니 한마디….한국의 영화시장에 대해 그렇듯군침을 흘리면서 정작 한국관객 무서운 줄은 왜 모를까. 황수정 기자 sjh@
  • 16일 개봉 ‘신과 함께 가다’/ 세상 밖에 나온 수도사들 좌충우돌 ‘구원 깨닫기’

    어느 정도 ‘격’을 유지하면서,웃기는 영화를 원한다면 16일 개봉하는 ‘신과 함께 가라’가 반가울 것이다.독일 촐탄 슈피란델리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세상밖으로 나온 세 수도사가 벌이는 해프닝을 재료로,웃음과 감동을 적절하게 버무린,꽤 괜찮은 작품이다. 수도사의 정사 장면이란 ‘금기의 사랑’으로도 화제가 됐던 이 영화는,독일 산속 수도원에서 세상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세 수도사가 이탈리아 수도원으로 가면서 겪는 갈등과 방황을 다룬 로드 무비.내막은 이렇다.교황청에서 이단 규정을 받은 칸타리안 교단 소속의 수도원은 세계에서 단 2곳.후원 중단과 그로 인한 원장 수도사의 급사로 수도원은 물론 교단 자체가 존폐위기에 놓이자 교리를 담은 규범집을 같은 교단 소속의 이탈리아 수도원에 전하러 떠난다. 세 수도사의 이력과 성격은 각양각색.‘왕년에 놀았다’는 타실로,썰렁한 농담 세 마디로 무장한 농촌출신의 벤노,성당에서 어린시절부터 자라난 꽃미남 아르보.이들에게 목소리가 새어 나오는 휴대전화 등 세상의 모든 것은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단지 이것 뿐이라면 여느 코미디와 다를 바 없다.감독은 갖은 소동으로 웃음보따리를 풀지만 적절한 긴장을 유지한다.그 방법은 세 사람 모두 한번씩 맛보는 달콤한 유혹과 방황,그리고 다시 신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다.타실로에게는 고향에 남으라는 노모의 설득,벤노에게는 귀중한 음악 악보,아르보에게는 사랑의 감정이 각각 이들을 한번씩 ‘구도 여행’에서 이탈하게 한다.특히 아르보가 여행중 만난 기자 키아라와 나누는 사랑은 정통 교리에서 보면 파계다.그러나 감독은 속세와 담쌓고 살기보다는 그 유혹에 빠진 뒤 그것을 극복하는 곳에 진정한 구원이 있음을 암시한다. 감독의 이런 철학은,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음악을 작곡한 프라이드리치 피터슨의 아름다운 선율에 얹혀 감동을 더한다.번민하는 젊은 수도사 아르보역을 소화한 다이엘 브뤼엘은 이 영화로 지난해 ‘독일 필름’ 최고남우상을 수상했다. 이종수기자
  • “배우는 물… 그릇엔 신경 안써요”/ 16일 개봉 와일드카드 고참형사役 정 진 영

    좋은 배우는 ‘물’이어야 하는지 모른다.마음 먹은 대로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연한 속성.그런 배우에겐 담길 그릇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괘념할 일이 못 된다.16일 개봉하는 ‘와일드 카드’(제작 씨앤필름·유진E&C)에서 직업의식 투철하고 동료애 넘치는 형사로 나오는 정진영(39)에게도 그 이치는 들어맞는다. ●감독과 2년전 술자리서 출연 약속 “김 감독,제가 밥먹게 해준 사람이에요.물론 술도 먹게 해줬고(웃음).” ‘달마야 놀자’ 이후 1년만의 선택이 왜 ‘와일드 카드’였냐는 물음에 대답이 싱겁다.그런데 사실이다.‘약속’으로 배우대접을 받게 해준 김유진 감독이 2년전 술자리에서 “형사 이야긴데 같이 찍자.”고 한마디 건넸고,그냥 받아들였다.덮어놓고 감독을 신뢰해서였다.또 한가지.어디에든 담길 수 있는 스스로의 근성을 믿지 못했다면 불가능한 계약이기도 했다.“영화에 대한 사전정보가 뭐 필요합니까.어차피 연기는 책(시나리오)을 받는 순간부터 (배우가) 만들어가는 건데.” 양동근과 투톱으로 끌어가는 형사이야기에서 그는허구한 날 잠복근무를 하는 강력반 고참형사 오영달 역이다.다혈질의 후배형사를 다독이는 품새에선 진짜 맏형같은 여유가 엿보인다.“영화는 속임수”라는 그의 말대로라면 그는 거짓말꾼이다.이력을 따져보면 더 분명해진다.무슨 역할이었건 그 바닥에서 족히 10년은 굴러먹었을 법한 노련한 캐릭터를 맡아왔다.보스에게 충성을 바치는 의리파 깡패(‘약속’),오합지졸의 죄수세계에 질서를 만드는 사형수 ‘빵장’(‘교도소 월드컵’),절을 지키려 조폭단에 맞서는 겁없는 스님(‘달마야 놀자’)이 그랬다. 정박자 연기의 이미지를 확 뒤집는 파격을 시도해본 적은 없냐고 물었다.“선택의 여지가 그리 많은 배우는 못 됩니다,제가.이번 영화가 흥행한다고 해도 저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는 일은 없을 거예요.그건 한석규나 송강호,설경구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죠.” 겸사가 많다.인터뷰가 아주 더디게 가열되는 건 이런 신중 일변도의 답변 방식 때문이다. ●서울대 졸업… 조감독에서 배우로 서울대 국문학과(그는 이 간판을 끔찍이도 부담스러워 한다.)를 졸업하고 연극무대를 거쳐 발을 들인 영화판.97년 ‘초록물고기’의 조감독이었다가 촬영현장에서 배우로 데뷔했다.“한석규의 극중 형으로 연기 한번 해보라.”고 등떼민 건 이창동 감독이었다. 느린 호흡의 일이라면 뭐든 자신있다.“워낙 순발력이 떨어져 TV드라마는 맞지 않다.”고 스스로를 평가한다.방송물로는 SBS 시사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만 진행하는 것도 그래서다.영화는 호흡이 길어서 편안하다.하나뿐인 딸아이의 자는 얼굴만 들여다볼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는 ‘현장’의 거친 형사를 연기하면서도 특별히 사전공부는 하지 않았다.자기확신 때문이었다.“시나리오를 열심히 읽다보면 감독의 의도를 꿰뚫어볼 수 있고 그 의도를 따라가다 보면 인물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조만간 ‘황산벌' 김유신 장군으로 주인공을 맡았다고 해서 흥행부담 같은 건 없다.시위를 떠난 화살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딴 생각할 겨를도 없다.조만간 시대코믹극 ‘황산벌’(감독 이준익)에서 신라의 김유신 장군으로 지방을 누벼야 한다.사투리 때문에 백제와 전투를 벌이는 설정이라,경상도 사투리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해야 하는 웃기는 장군이다. “인생의 목표를 정한다는 건 부질없는 짓”이라고 그는 말한다.배우가 된 것도 생의 한 과정이지 목표는 아니었다.다만 꿈은 있다.이번엔 정색을 한다.“꿈은 누구나 꿔도 되는 것 아닌가?” 그의 먼 꿈은 감독이다.“그렇지만 이룰 수 있다고는 안 본다.” 정색한 얼굴에서 순식간에 긴장을 걷고 느물느물 웃는다.어느 쪽이 진짜인지 모를,배우의 얼굴이다. 황수정기자 sjh@ ■‘와일드 카드' 어떤 영화 ‘와일드 카드’는 적어도 두번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영화다.‘아직도 형사를 소재로 할 이야기가 남았나?’ 이건 부정적인 편견이다.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재료(형사물)만으로 걱정할 일이 아니었네.’ 닳고 닳은 소재로 신통하게 완성도를 높여가는 영화에서 중견감독의 범상찮은 관록이 느껴진다.김유진(54) 감독은 전작 ‘약속’에서 호흡을 맞춘 이만희(50) 작가에게 다시 시나리오를 맡겼다. 격무에 시달리면서 위험에 노출된 형사세계를 축으로 한 영화는,‘한물 간’ 조폭이야기도 양념으로 섞었다.베테랑 형사인 오영달(정진영)과 행동이 앞서 늘 위태로운 신참형사 방제수(양동근)가 주인공.퍽치기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두 형사가 의기투합하는 이야기다. 전체 분위기는 이렇다할 특색이 없다.‘투캅스’와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요령껏 섞은,적당히 익숙한 맛의 칵테일이라고 할까.영화의 묘미는,주인공은 물론이고 주변인물 각각의 이야기들이 다양하고 생생하게 살아 씨줄날줄을 엮는다는 것.인정많은 김 반장,무조건 몸싸움을 피하는 소극적인 장 형사,골칫덩어리 전과범이지만 사건해결에 도움을 주는 안마시술소 사장 도상춘 등이 저마다의 에피소드를 펼치되 어느 한 지점에서 절묘하게 고리를 건다. 카메라가 앵글을 맞춘 건 형사들의 애환이다.범인에게 총을 쏴 과잉수사 혐의로 감찰반의 추궁을 받는 오영달,젊은 시절 국경일에만 집에 들어가 ‘국경일’이라 불리는 김 반장 등을 통해 그려지는 형사에는 사람냄새가 진하게 풍긴다.과장된 액션이나 대사없이 진지한 것도,한국형 형사액션의 편견을 뛰어넘는다.컴퓨터그래픽도 일절 쓰지 않았다. 실제 형사들을 모델로 시나리오가 쓰여진 덕분에 생생한 현장의 용어들이 많다.그 예 하나,퍽치기와 아리랑치기의 차이.술취한 사람의 주머니를 터는 좀도둑이 아리랑치기라면,퍽치기는 살인도 서슴지 않는 강도다. 황수정기자
  • 이런 책 어때요 / 남자의 탄생

    전인권 지음 푸른숲 펴냄 한국 남자의 인성(人性) 혹은 정체성 형성과정을 한국 특유의 가족문화와 사회의 구조적 특징을 통해 살폈다.정치학자인 저자는 이를 위해 ‘동굴 속 황제’란 인간형을 설정한다.동굴 속 황제란 권위주의와 자기애의 동굴에 갇혀 주위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는 사람,머리론 자유와 평등 같은 민주주의적 가치를 신봉하면서도 몸은 어린 시절 습득한 아버지의 권위와 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인간을 말한다.이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에 불과하지만,이를 통해 현대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1만 3000원.
  • 김현성 감독 데뷔작 나비 / 80년대 삼청교육대 배경 권력에 짓밟힌 ‘비련 남녀’

    30일 개봉하는 김현성 감독의 데뷔작 ‘나비’(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웃기는 여배우’ 김정은이 순애보에 멍드는 비련의 여주인공으로,주·조연 합해 22편의 영화를 찍었으나 흥행복을 타지 못한 김민종이 비운의 건달로 나오는 액션멜로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잡은 영화는 태생적으로 복고풍일 수밖에 없다.시골청년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1년 뒤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며 무작정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싣는 도입부는,중년관객까지도 놓치지 않겠다는 ‘계산’을 보여준다. 영화는 한참동안 김정은의 주특기인 코믹연기에 기댄 코미디로 진행된다.별 볼 일 없는 건달 민재(김민종)를 죽기살기로 쫓아다니는 시골처녀 혜미(김정은)의 순박한 대사,서울로 간 민재가 깡패로,룸살롱 제비로 갈팡질팡하는 행색에 폭소가 잇따라 터진다. 복고풍의 익숙한 외피를 갖췄으나 영화는 곧 ‘위험한’ 시도에 들어간다.순식간에 권력의 횡포와 활극이 난무하는 비극멜로로 화면이 바뀐다.옛사랑을 찾아 상경했다가 군 고위간부 허대령(독고영재)의 애첩으로 전락한 혜미는 곡절 끝에 민재를 만나지만,이를 눈치챈 대령은 민재를 삼청교육대로 보내버린다. 미국에서 촬영공부를 한 감독은 ‘흑수선’‘가문의 영광'의 비주얼 디렉터 출신.화면기법은 누아르 뺨치게 세련됐다.그럼에도 “밑바닥 인생의 숭고한 사랑을 담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는 근사한 화면 위에서 빙빙 겉돈다.억울하게 인권이 짓밟히는 삼청교육대를 주무대로 잡았으나,시대 활극이 아닌 이상 허점이 많다. 허대령의 심복인 출세지향형의 인물 황대위(이종원)까지 혜미를 좋아하면서 남녀 주인공을 둘러싼 극은 4각 구도의 멜로가 된다.80년대의 왜곡된 권력횡포를 덤으로 고발하려는 시도까진 좋은데,인과 얼개가 치밀하지 못하다.‘람보’류의 대규모 총기 액션을 구사하며 혜미와 민재를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황대령의 처절한 분노는 후반부의 주요설정.그의 갑작스런 광기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스크린 밖에서는 의아할 뿐이다.삼엄한 경계를 뚫고 혜미가 삼청교육대의 철조망 앞에 나타나는 상황도 뜨악해진다.시대와 소재에서 과감히 복고를 선택한 영화의 용기가 감정만 출렁이는 신파로 주저앉는 듯해 아쉽다. 복고지향이지만 유행을 의식한 흔적도 역력하다.걸쭉한 사투리에 질펀한 입담을 자랑하는 주변 캐릭터들이 잔재미를 돋구는 데 성공했다. 황수정기자 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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