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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개봉 ‘불어라 봄바람’/좀팽이 소설가·순진녀가 만나면?

    5일 개봉하는 ‘불어라 봄바람’(제작 플레너스㈜)·시네마서비스)은 ‘코미디 배우’란 꼬리표를 얻은 김정은과 김승우가 짝을 이룬 코믹멜로.두사람에게 평소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관객이라면 심드렁할 수도 있겠다.그러나 이번 영화는 두 배우가 지금껏 보여온 어떤 코믹연기보다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영화의 가장 큰 장기는 평범한 듯하면서도 요령있게 돌출된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다.먼저 김승우.쓰레기 봉투값이 아까워 아침마다 몰래 성당앞에 쓰레기를 갖다버리는 구두쇠 노총각 선국 역이다.보일러 기름이 아까워 한겨울에도 내복을 몇겹씩 끼어입고 아직도 삐삐를 차고 다니는 천하의 ‘좀팽이’.그래도 명색이 2류쯤 되는 소설가다. 그와 인연을 맺는 화정(김정은)의 캐릭터도 그 못지않게 특이하다.요란한 화장에 뽀글뽀글 파마를 하고 ‘졸라’‘캡’‘짱’같은 비속어를 말끝마다 달고 다니지만,마음만은 비단결이다. 영화는 선국의 집 2층으로 화정이 이사를 오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대로 퍼담았다.처음부터 사사건건 부딪치는 두사람의 갈등을 나열하면서 드라마의 온도를 높여간다. 웃음을 뽑아내기 위해 펼치는 김정은·김승우의 ‘오버연기’가 불편할 관객도 없진 않겠다. 성지루·김경범·장현성 등 조연들의 연기도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는 데 한몫을 했다.지난해 ‘라이터를 켜라’로 데뷔한 장항준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도맡았다.
  • 건평씨 부부등 청와대로 초청/ 盧, 고향주민과 오찬

    노무현(얼굴) 대통령은 31일 형 건평씨 부부를 비롯,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향주민 등 380여명을 초청,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 만들어놓고 걱정할 것”이라며 “안될 것 같다가도 한고비 한고비 넘기는 것이 정치다.잘 하길 바라는 소망을 이뤄주겠다.”고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겸손하고 투명한 권력이 되어야 당당한 권력이 된다.”면서 “때로 힘이 없는 것처럼 보여 어렵지만 이 고비를 넘기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좋은 대통령으로 남으려면 가까운 주변 사람이 고생하기 마련이다.행동을 감시하고 자유가 없는데 마을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해,지난 5월 부동산 투기의혹 보도 등으로 고통받은 건평씨에 대해 우회적으로 미안한 감정을 전달하기도 했다.노 대통령은 건평씨와 떨어져 앉았고,별도로 두 사람만의 대화를 갖지도 않았다고 윤 대변인은 밝혔다. 오찬을 함께한 부인 권양숙 여사는 “청와대 생활이 이제익숙해지고 있다.”며 “규칙적이고 단조롭지만 항상 긴장된 상태다.늦게 모시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지난 봄부터 노 대통령의 친구인 진영농협 이재우 조합장이 고향주민 청와대 방문을 추진해왔고,그 일환으로 오찬모임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노 대통령은 추석연휴에 고향을 방문하지 않을 예정이다.이날 방문을 위해 주민들은 교통비로 1인당 2만원씩 회비를 냈다.오찬은 예정보다 30분 늦은 낮 12시30분부터 2시30분까지 뷔페식으로 진행됐다. 문소영기자 symun@
  • 새달5일 개봉 ‘주온2’/ 주변 맴도는 ‘혼령의 저주’

    가을 초입에 일본산 공포영화 한편이 뒤늦게 찾아온다.새달 5일 개봉하는 ‘주온2’(呪怨2)는 지난 6월 전국관객 100만명을 동원하며 기대치 이상의 성적을 거둔 ‘주온’의 속편. 음산한 비극의 집을 중심으로,원한에 사무친 혼령의 저주가 살인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 얼개는 전편과 같다.자동차 핸들과 유리창,커튼,천장,마루바닥 등 일상의 친숙한 정물 어디에나 원혼이 깃들어 있다는 설정도 여전하다. 의처증으로 아내를 죽인 남자가 자살하고 여섯살짜리 아이도 실종된 전편의 이야기 흐름을 기억하고 있다면,공포의 실체는 훨씬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공포영화에 단골로 출연해 ‘호러 퀸’이란 별명을 얻은 여배우 교코(사카이 노리코)는 임신사실을 숨긴 채 계속 TV납량물을 찍고 있다.그런데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를 당한 뒤 주위에서 기괴한 일들이 꼬리를 문다.유산된 뱃속의 아이가 다시 살아나고,함께 촬영하던 스태프들과 멀쩡하던 어머니가 차례로 의문사한다. 창백한 아이 귀신이 달리는 차의 핸들을 붙잡거나 교코의 배를 어루만지는 장면,천장에 붙은 여자귀신이 산발한 머리카락으로 사람의 목을 졸라 매달거나 느릿느릿 커튼 뒤에서 기어나오는 장면 등은 근육이 뻐근할 정도로 오싹하고 불쾌하다. 전편보다 공포의 강도는 분명히 한차원 높아진 듯하다.그러나 ‘주온’의 충격 이미지를 관객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데,그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시미즈 다카시 감독. 황수정기자 sjh@
  • 조폭마누라2 / 가위 대신 철가방 든 ‘형님’

    ‘조폭 두목에서 기억을 상실한 중국집 배달부로’ 감 빠른 이라면 ‘조폭마누라 2:돌아온 전설’(제작 현진시네마)을 금방 떠올릴 것이다.촬영중 주인공 신은경의 눈 부상과 그 후유증으로 삐걱거리는 등 말 많고 탈도 많았던 그 영화가 새달 5일 개봉한다.지난 25일 시사회에서 제작자 이순열 대표,주연 신은경과 정흥순 감독은 하나같이 ‘숯검정이 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개봉하는 ‘돌아온 전설’에 쏠린 주요 관심은 모든 속편이 그렇듯 아무래도 530만 관객동원으로 흥행에 성공한 1편과의 비교다. 먼저 영화의 조율사가 ‘가문의 영광’으로 500만 인기몰이에 성공한 정흥순 감독으로 바뀌었다.코믹 드라마로 진가를 높인 그는 ‘조폭마누라 2’에서 장기를 맘껏 살렸다.무게 중심이 ‘조폭 세계’라는 음지에서 ‘가족과 이웃’이라는 양지로 휙 이동했다. 영화는 기승전결 방식으로 진행된다.가위파 보스인 ‘깔치’ 은진(신은경)이 고층건물 옥상에서 난투극을 벌이다 총에 맞아 추락하지만 닭장차 위에 떨어져 목숨은 건진다.하지만 술 취한 중국음식점 주인 윤재철(박준규)에게 발견돼 업혀가다 머리를 크게 다쳐 기억을 잃는다. 이제 조폭두목은 없고 기억을 되찾으려 몸부림치는 퓨전 중국음식점 ‘슈’의 배달원 ‘슈슈’만이 있다.그의 가위는 살상용이 아니라 주방용으로 바뀐다.이후 영화는 본격 코미디로 접어드는데,슈슈가 잃어버린 과거를 알기위해 몸부림치는 장면은 연신 웃음을 자아낸다.감전 충격으로 기억을 찾으려고 쇠꼬챙이를 콘센트 구멍에 꽂는가 하면,폭우 속에서 우산을 들고 번개를 기다린다.최면을 걸어보기도 하고 “나를 찾는다.”며 집을 나간 뒤 땅꾼차림으로 돌아와 뱀을 먹기도 한다. 옛날을 되살려주는 계기는 아직 녹슬지 않은 몸.은진은 우연히 3인조 은행강도를 때려 잡고 ‘용감한 시민상’을 받는다.그 장면을 본 라이벌 조직의 보스 백상어(장세진)가 은진을 알아차린 뒤 킬러를 보내 제거하려 하면서 영화는 속도가 붙는다. 피 튀는 싸움으로 얼룩진 거대 장면보다는 외롭고 힘없는 이들이 나누는 인정에 초점을 둔 게 특징.은진·재철과 딸 지현(류현경),사채업자 고사채(주현)와 백상어파의 주상복합건물 건립 음모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시장주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훈훈한 감동을 전달하는데 주력한다. 신은경은 잇단 코믹 연기와 한층 업그레이드된 결투장면 소화로 제몫을 톡톡히 한 느낌이다. 제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개성있는 볼거리들을 보탠 조연급 연기자들의 도움연기도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있음직함’과는 거리가 먼 논리적 비약 등 허술한 구성은 허점으로 노출된다. 이종수기자 vielee@
  • 캐리비안의 해적 / 달빛 받으면 해골로… 보물의 저주 풀어라

    새달 5일 개봉하는 ‘캐리비안의 해적:블랙펄의 저주’(Pirates of the Caribbean:The Curse of the Black Pearl)는 외형만으로도 어렵잖게 관객을 홀려낼 스펙터클 해적영화다. 할리우드 간판스타 조니 뎁과 연기파 배우 제프리 러시가 주연으로 호흡을 맞춘 사실에 우선 관심이 쏠린다.조니 뎁이 익살넘치는 해적,‘샤인’의 제프리 러시가 영원히 죽지 않는 저주받은 해적으로 변신했다.영화가 팬들의 눈길을 끌어당기는 대목 또 하나.‘더 록’‘아마겟돈’‘진주만’등 초대형 블록버스터를 성공시킨 흥행메이커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을 맡았다.‘마우스 헌트’‘멕시칸’‘링’ 등을 찍어온 고어 버빈스키 감독이 연출했다는 사실도 매력적이다. 영화는 민첩한 액션과 모험으로 가득한 전형적인 팬터지 어드벤처.18세기 카리브해를 무대로,시작부터 고풍스럽고도 고급스러운 미술적 감성을 내뿜는다.퀭하게 과장된 눈화장에 구슬장식을 단 머리,번뜩이는 금니의 조니 뎁은 악동처럼 경쾌한 캐릭터로 관객의 긴장을 순식간에 풀어놓는다. 자메이카 포트 로열의 총독 웨더비(조너선 프라이스)의 딸 엘리자베스(카이라 나이틀리)는 왕년의 해적선장 잭(조니 뎁)의 도움으로 익사 위기를 모면한다.잭은 간교한 부하 바르보사(제프리 러시)의 반란으로 해적선 ‘블랙펄’을 뺏긴 뒤 이리저리 바다를 떠도는 신세.해적영화라고는 하지만,정작 영화가 초점을 맞춘 이야기는 선상의 약탈이 아니라 서로 다른 목적으로 쫓고 쫓기는 해상 추격전이다.달빛만 받으면 영원히 죽지 않는 해골로 돌변하는 저주를 벗기 위해 바르보사 일행이 신비의 목걸이를 지닌 엘리자베스를 납치하자,잭과 엘리자베스의 첫사랑인 윌(올랜도 블룸)이 그 뒤를 쫓는다. 디즈니의 만화적 상상력이 화면 구석구석에서 출렁댄다.달빛을 받은 해적들이 해골인간으로 변할 때의 컴퓨터그래픽이나 특수효과,월광에 어른거리는 유령의 모습은 팬터지 애니메이션을 보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엘리자베스가 바다의 제물로 바쳐지는 등 후반부의 몇몇 장면들은 잘 다듬어진 한폭의 그림같다.긴장이 풀릴 만하면 분위기를 싹 전환시키는 조니 뎁의 유머연기도 탄력있다.감각적 장치들은 이렇듯 근사한데,문제는 지나치게 낮은 이야기의 눈높이다.시끌벅적한 축제같은 선상의 칼싸움과 순진한 로맨스만으로 어른관객들의 시선을 끝까지 잡아매기엔 버거워 보인다. 황수정기자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7) 김우창 -격변기, 지성의 의미와 역할

    “유럽에서 도시공사를 하는데 아주 중요한 것이 역사적인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는 거예요.우리나라에서는 그걸 역사적인 유물을 소중하게 보존하려는 것으로 봅니다.엄밀히 보면 그게 아니죠.사람은 자기 사는 환경을 똑같이 유지하고 싶은 거예요.본능적으로.왜 고향이 좋겠어요? 같은 사람,같은 환경,이런 거죠.안정된 삶을 유지하고 싶은 것.좋은 건 고칠 필요가 없어요.그러니 무엇이 나쁘고 무엇이 좋은가를 이야기해야 합니다.보수니 하는데 나는 그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통 모르겠습니다.막 뜯어고치는 걸 좋아해야 하는 건 아니죠.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개혁파도 막 뜯어고치기만 하면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보수파도 나쁜 거 다 그대로 두라고 하는 사람이 있어요.참 이해하기 어려워요.사람이 깊이 필요로 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이야기해야죠.” 선생께서 인터뷰를 평창동 무슨 호텔 커피숍에서 하자시기에 평창동도 그렇고 호텔도 그렇고 모두 상류층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말인지라 약간 의외라는 생각으로 호텔을 물어 찾아갔다. 그랬더니 호텔이생각했던 것보다 작고 한적하다.어떻게 보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어쩐지 호텔 이름이 생소하더라,했다.아침이라 그런지 손님은 선생과 인터뷰를 하겠다는 나와 녹취를 맡아준 작가 김신우,사진을 맡아준 작가 김상영씨뿐이다. 약속시간인 오전 10시를 약간 넘기면서 김우창 선생이 호텔 로비로 들어오시는데 잠시 산책 나온 듯한 간편한 차림이다.나는 선생께 세상을 보는 눈과 지성의 가치를 묻고 싶었던 참이다.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금방 쉽게 여쭈어볼 수만은 없다.나는 근일의 화제로,정몽헌 현대 아산 회장이 자살했던 사건을 들어 선생의 견해를 물었다.선생은 정몽헌 회장의 죽음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그와 같은 사회의 지도층이 죽음을 선택할 만큼 우리 사회가 어지럽고 고통스러운 상태임을 강조했다. ●확고한 정책의 두 의미 “오늘의 난맥상은 어디에 원인이 있는 건지요?” “변화란 건 괴로운 거지요.한국사회는 지난 150년 동안 줄곧 변화를 겪어왔습니다.최근에도 급격한 변화에 따른 고통을 맛보고 있는 셈입니다.그런데 변화에서 오는고통과 혼란이 심할수록 정부의 정책이 중요합니다.시민들이,노동자들이 갈팡질팡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 정책이 확고하지 못합니다. 확고하다는 건 두 가지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하나는 소신대로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소신이 국민의 단합을 가져오는 쪽으로 집중된 소신이어야 한다는 거지요.이상한 고집과 소신으로 일관하면 갈등과 혼란은 더 심해집니다.현 정부가 보여주는 것은 정책상의 결핍이라고 생각해요.정부가 보여주지 못한 게 확실한 입장이죠.길을 가기 전에는 이 길이 있고 저 길이 있다,이렇게 이야기하지만 길을 가기 시작한 다음에는 나는 이 길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면 그 길로 가야죠.그걸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중도에 탈락할 거고,또 민주주의 제도가 좋은 건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새 사람이 나올 수 있다는 거죠.그런데 길을 가기 시작한 사람이 이 길도 있고 저 길도 있다는 식으로 갈피를 못 잡으면 반대하는 사람도 정신이 없고 따라가는 사람도 정신이 없는 거죠.” 선생이 바라보는 정부는 꽤나 혼란스럽고 정신없는 곳이다.이 대목에서 선생은 보다 주제를 넓혀야겠다고 생각하신 듯하다. ●너는 죽어라 나는 안 죽겠다… “우리나라에서는 문제를 한쪽으로 치우쳐 보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요.특히 삶을 ‘집단적 사생활’로 생각하는 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집단이라는 건 늘 개인을 통한 집단이 되어야 합니다.개인도 집단을 통해서 정의되어야 하고.서로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민족을 위해서 개인이 죽으라고 해도 안 되고 개인만 살고 민족은 죽어도 좋다고 해도 안 됩니다.‘집단적 사생활’을 중요시하면서 그것이 사실은 위선자들의 구실이 될 때가 많습니다.‘우리 집단을 위해서 너 죽어라’할 때는 ‘너는 죽어라,나는 안 죽겠다’하는 의도가 다분하거든요.요즘 신문이나 잡지를 보면 보수,개혁이 많지 않습니까? 나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생전 모르겠습니다.무엇에 관해서 보수적이고 무엇에 관해서 개혁이라고 해야 하는지는 없고 그냥 보수다,개혁이다 하는 거지요.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그냥 보수,개혁 같은 큰 카테고리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요.구체적인 이슈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구체성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자기와 다르면 무조건 보수다,진보다,이렇게 이야기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합니다.” 나는 이쯤에서 화제를 옮겨본다. “선생님을 만나 뵙기 위해서 1992년 ‘솔’ 출판사에서 내신 선집,‘심미적 이성의 탐구’를 일독했습니다.거기에는 ‘궁핍한 시대의 시인’이 다시 게재되어 있었습니다.루시앙 골드만의 ‘비극적 세계관’이라는 것을 소개하신 대목이 인상 깊었습니다.자아의 진실과 세계의 허위 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이 현실에 굽히고 들어가는 것 말고 생각할 수 있는 태도가 세 가지가 있다,첫째는 거짓된 지성을 버리고 세상 너머의 초월적 진실 속에 은폐하는 것이고 둘째는 세상을 뜯어고치기 위해 현실 속에서 행동하는 것이다.셋째는 현실과 진실이 건너뛸 수 없는 심연에 의해서 단절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을 때,그때 제3의 비극적인 태도가 나타나는데,그것은 진실의 관점에서는 세상을 완전히 거부하되,그러나 세상의 관점에서는 현실의 것을 완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세계의 진실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세상밖에 서 있을 자리가 없음을 인정하는 자의 길이 바로 ‘비극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의 길이다…,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궁핍한 시대의 시인’은… “30년 전에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시를 읽으며 쓴 글인데 당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죠.유신이 선포되고 군사정권이 강화되는 상태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정치적인 사태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그런데 나이가 들고 시대가 바뀌면서 생각하면 모든 게 참 쓸모없다는 생각이 듭니다.또 마르크스주의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마르크스는 100년 내지 150년 동안에 일어난 일을 보고 글을 썼습니다.그런데 사람이 지구 위에 사는 게 수십년이거든요.문명이라는 게 시작된 것도 1만년인데 너무 짧게 봤다는 생각이 듭니다.길게 봤을 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참 적다는 생각이 들어요.마르크스는 혁명적인 변화를 통해서 사회를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짤막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나온 생각인 것 같습니다.이 세상이라는 건 우리가 간단히 생각하고 넘어갈 수 없는,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사람의 판단으로 알 수 없는 것이 많다는 것이죠.그러나 진실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지금도 옳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에 김지하 시인의 시집 ‘중심의 괴로움’에 해설을 붙이신 것을 보았습니다.그 글을 통해서 김지하 시인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도 좋았습니다만 더 중요한 것은 김지하라는 하나의 현상을 지켜보는 선생님의 냉철한 태도였습니다.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성은 어떠한 기능을 할 수 있는 걸까요? 지성이란 일종의 현실과의 거리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지요.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힘,다 냉정하게 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또 한 사회에서 냉정하게 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모든 사람이 생활에 너무 각박하게 매달리는 게 좋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예를 들어,살인이 일어났을 때 가족이 그걸 직접 해결하려고 살인범을 잡고 복수를 하고 정의를 가려내려고 하는 것은 상당히 원시적인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죠.가족의 입장에서는 이해해줘야 하는 일이지만,그러나 그걸 직접적으로 당사자나 가족이 해결하는 게 아니라 법을 통해서 해결하는 게 문명사회죠.그러니까 어떤 거리를 갖는 객관성,사회성이 필요한 것이죠. 문명의 방법은 자기가 부닥친 문제를 거리를 갖고 생각하는 겁니다.사회 관습이 문명화되면 그 사회에 소속된 사람들도 그렇게 됩니다.자기 아이를 죽인 사람을 용서하기도 하는 일이 가능한 거죠.사회에 그런 습관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습관이 안 길러진 사회일수록,강퍅한 사회일수록 그게 잘 안 됩니다.그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모든 것을 당사자의 관점에서만 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회의를 가진 사람이 필요합니다.당사자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당사자가 제안한 것,당사자가 설명하는 상황,이것이 최종적인 현실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되죠.바로 지성이라는 것은 거리를 가지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말하는 거죠.참고 견디는 힘을 기르는 것이죠.일반 사람들도 문제를 초연하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심성을 가져야 하고 그 사회의 어떤 부분,지도자층에 있는 사람들도 그것이 필요합니다.그렇게 해서 그런 태도가 하나의 제도가 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의 주목할 만한 사회적 경향 가운데 하나는 이성이나 이지보다는 감각,육체,욕망의 차원을 중시하고 그것에 따라서 행동하거나 판단하려는 태도인 듯합니다.” ●아직 이성의 가치 신봉 “여러 문화적 풍조상 그걸 나무랄 수만은 없죠.세상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가장 직접적으로 제공해주는 감각적인 세계를 무시하고 모든 걸 논리적인 관점에서 판단해버리면 생활이 무미건조해지고 재미가 없어집니다.그러나 동시에 복잡한 사회일수록 사람이 사회 속에 산다는 현실을 알아야 합니다.나하고 다른 사람 사이에 여러 경계선이 필요하다는 거지요.그런데 그 경계선이라는 게 감각으로는 안 섭니다.합리적·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이란 전체를 파악하는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그 전체 속에 구획을 만들어놓을 줄 아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자유라는 것은 내 맘대로 살되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제한된 자유여야 합니다.내 맘대로 사는 것은 감각적인 자유죠.젊은 사람들이 감각적인 것만 좋아한다면 그 감각적 삶도 불가능하게 되는 혼란만 낳게 될 겁니다.칸트가 한 이야기가 있어요.사람이 서로 같은 걸 좋아하면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겠는가.그러나 사회라는 게 그렇지가 않지요.일례로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오스트리아의 황제가 있습니다.나는 참 이 땅을 좋아하고 이 산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그러니까 프랑스 황제가 우리 친구가 좋아하는 것을 나도 참 좋아한다고 합니다.이렇게 되면 결국 어떻게 되겠습니까? 감각적인 것은 좋은 면이 있습니다.서로 통한다는 것은 좋은 거지요.그러나 감각은 이성이 제공해주는 구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면이 있습니다.그런 점에서 나는 아직도 이성의 가치를 신봉하는 사람이겠지요.” 선생의 말씀은 평범한 것 같은데도 세상을 오래 살면서 냉철하고도 차분한 생각을 가다듬어온 이력이 묻어난다. 인터뷰를 마치고 선생께서 밖으로 나가시기에 배웅을 해드리려고 호텔 현관 쪽으로 따라 나섰다.자동차를 운전해 왔다면서 열쇠를 꺼내 바로 앞 주차장으로 가셨는데 어느 자동차인가 했더니 낯익기는 하지만 단종된 지가 벌써 오래인 차종이다. 차가 워낙 오래되어 그런지 엔진 소리도 낡아빠진 차답게 괴괴,요란스럽다.그런 차를 몰고 선생은 훌쩍 호텔을 떠나버렸다.나는 사진을 찍어주러 함께 온 김상영 씨에게 물었다.저게 뭔 차죠? 뭐긴,엑셀이지.그렇군요.선생의 소탈함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펴온가 김우창 전쟁 후의 어려운 시기에 바다를 건너 미국으로 간 1930년대생 가운데 문학 비평을 하는 사람이 둘 있다.하나는 1937년생 김우창이요,다른 하나는 1938년생 백낙청이다. 대개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이 그곳 장점에 취해 이곳을 폄하하기 일쑤인데 이 두 사람에게는그것이 없다.이곳이라는 ‘제3세계’ 현실로 돌아와 시대와 함께 사색과 고난의 길을 걸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들이다. 김우창,1937년 전라남도 함평 출생.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와,서울대 정치학과를 다니다 영문과로 옮겨 학교를 졸업하고는 멀리 미국의 코넬대와 하버드대에 유학했다.서울대학교 교수를 거쳐 고려대학교에 재직했으며 얼마 전에 정년을 맞았다. ‘궁핍한 시대의 시인’(1974),‘지상의 척도’(1981),‘시인의 보석’(1992) 등으로 이어진 김우창 비평은 군사정권 아래서 살아가는 지성인의 사색과 고뇌의 깊이,야만적인 세계를 견디는 지성의 힘을 보여주었다. 최근들어 펴낸 비평집 ‘정치와 삶의 세계’(2000)는 그의 사상이 현실적인 세계 속에서 보다 구체화되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 플라스틱 트리 / 두 남자와 한 여자 진짜 사랑은 누구

    ‘진실보다 더 진실 같은 허구’ 29일 개봉하는 영화 ‘플라스틱 트리’(제작 알지 프린스 필름)는 제목만으로 반쯤은 영화 분위기를 알려준다. 진짜보다 더 푸른,그 인공의 푸름으로 생명력을 보여주면서,자칫 진짜라고 믿기 쉽게 만드는….그것은 세상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가 있음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해적’‘증발’ 등에서 조감독으로 탄탄한 경험을 쌓은 뒤 이 영화로 데뷔하는 어일선 감독은 ‘플라스틱 트리’가 상징하는 영역을 사람관계,혹은 사랑의 의미로 더 넓혀 나간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바닷가 이발관에서 동거하는 두 사람이 있다.이발사 (김인권)와 퀵서비스업체 배달원 원영(조은숙).수는 어릴적 여장 남자로 성장을 강요당한 상처로 인해 성불구자가 된 인물.원영과의 성관계도 비정상적이지만,원영은 그것을 사랑으로 믿고 또 영원히 지속될 줄 알고 있다.마치 플라스틱 나무처럼. 겉으로 보기에 평온했던 둘의 일상에 불청객이 끼어들면서 영화는 서로 방향이 어긋나는 욕망의 삼각 구도를 그린다. 새로운 꼭지점을 찍는 주인공은 수의 어릴적 친구 병호(김정현). 원영은 아직도 여성성이 강한 수와 대척점에 있는 병호의 다른 성적 매력에 눈을 뜬다.그가 수와의 사랑에 심어둔 ‘플라스틱 나무’라는 환상에 조금씩 금이 가면서 갈등에 시달린다. 한편 진지한 사랑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병호는 원영의 화살표가 부담스럽지만 차츰 그 진지함에 흔들린다. 변해가는 원영의 모습에서 둘의 사이를 알게된 수는 강한 질투심에 사로잡히고 역으로 원영에게 더욱 매달린다.하지만 병호라는 다른 ‘플라스틱 나무’를 심게 된 원영은 새로운 여성성에 눈을 뜨고 수를 멀리 한다. 이제 수의 사랑방식은 집착일 뿐 사랑이 아니다.엽기적인 결론이 이 틈새를 메운다.감독은 누구의 사랑이 진짜인지 판단을 유보한다. 영화는 올해 프랑스 도빌아시아영화제와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세계평화 쏘는 ‘정의의 권총’젠틀맨리그

    최고의 캐릭터를 한데 모아서 빚는 불협화음? 14일 개봉하는 ‘젠틀맨 리그(The League of Extraordinary Gentlemen)는 1억1000만 달러를 들여서 만든 블록버스터 작품.알란 무어와 캐빈 오닐의 만화가 원작이다.원작에 충실해 ‘솔로몬 왕의 보물’‘드라큐라’‘해저 2만리’ 등 여러 SF와 팬터지소설에서 짜깁기한 7명의 영웅들을 모았다. 배경은 19세기 말 영국 빅토리아 시대.영화의 주된 얼개는 영국 정보국의 ‘M’이 7인의 전사를 모아 ‘젠틀맨 리그’를 결성,세계를 제패하려고 엄청난 전쟁을 준비하는 ‘팬텀’의 음모에 맞선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서로 다른 장기 하나씩을 지닌 7명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리그의 두목 격인 마스터 헌터 알란(숀 코너리)의 지휘 아래 뱀파이어 미나(페타 윌슨),어떤 무기로도 죽일 수 없는 도리안(스튜어트 타운젠트),투명인간 로드니(토니 큐란),미국의 비밀부대요원 톰(쉐인 웨스트),야수인 지킬앤하이드(제이슨 플레밍),전설의 해적 두목 네모(나세루딘 샤) 등이 ‘완벽 잠수함’ 노틸러스를 타고 박진감 넘치는 모험을 펼친다. 키포인트는 첨단 테크놀로지가 빚는 볼거리.지킬박사가 야수로 변하는 이미지 변화 과정과 박쥐들이 뱀파이어로 변하는 장면,뱀파이어가 된 미나의 초고속 공간이동 장면 등 다양한 컴퓨터그래픽(CG)기법과 첨단 기술은 상상력을 자극한다.‘하찮은 영화에 출연해도 빛난다’는 숀 코너리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도 볼 만하다. 하지만 대자본이 빚는 볼거리에 만족해야지 더 기대하면 실망한다.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액션의 나열에 그친다. 이종수기자 vielee@
  • ‘바람난 가족’ 주연 문소리/ “얼마나 벗었나만 보지말고 영화속 메시지에 더 관심을”

    처음엔 “배우 할 얼굴은 아니다.”란 말을 자주 들었다.인정했다.보통의 배우들이 가진 ‘드라마틱한’ 선이 그의 얼굴엔 없었으니까.그렇다고 유쾌할 리는 없었다.배우로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박하사탕’ ‘오아시스’를 거쳐,14일 개봉하는 ‘바람난 가족’(제작 명필름·감독 임상수)으로 문소리(29)가 돌아왔다.그런데 길지 않은 시간에 생각이 바뀌었다.“평범해서 오히려 배우하기 유리한 얼굴인 것 같다.”며 수수한 외모에 대해 새삼 만족하게 됐다.영화 세편 찍고 이렇게 느긋해질 수 있을까,신통할 정도다. ●수수한 외모라서 변신에 유리 “외모가 빼어났다고 생각해 보세요.한공주(‘오아시스’의 장애우 여주인공)처럼 연기력에만 집중할 역할이 들어나 왔을까요?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였을 거고요.평범한 외모는 변신하기에 아주 좋거든요.” 사지를 뒤트는 실감연기를 펼친 ‘오아시스’에서처럼 이번에도 몸을 혹사(?)하긴 마찬가지다.그의 배역은 바람난 변호사의 아내이자 무용수.남편이 외도를 하건 말건 관심없다는 듯 심드렁한표정으로 일상에 임하는 여자 은호정 역이다.팬티만 입고 온 집안을 휘젓고 돌아다니고,간간이 풀샷의 전신노출도 마다하지 않았다.벌거벗은 몸으로 휙휙 물구나무 서기도 예사였고. 세간의 관심이 어디에 맨 먼저 쏠릴지 모를 그가 아니다.“얼마나 벗었나,그것만 궁금해하지 말고 영화의 메시지를 봐달라.”며 선수친다.실은,출연제의를 받고 수위높은 노출 신 때문에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다.이후 무용수에 걸맞은 몸매를 만드느라 매일같이 올림픽공원을 5㎞나 달렸다.그가 얼마나 욕심많은 배우인지는,진짜 무용수 같은 화면 속의 여자가 그대로 말해줄 것이다. “그래도 ‘오아시스’ 때보다는 모든 게 수월했어요.그때는 문소리는 없었고 주인공 한공주만 있었어요.몸도 불편한 역할인 데다 배경이 워낙 낡은 집이라 한겨울에 연탄을 때면 가스 냄새가 진동하고 안 때면 바닥이 얼음장 같았고.이번에는 평창동 대리석 집에서 얼마나 편하게 찍었는지요.” 말을 참 조리있게 잘한다.답이 궁해도 여느 여배우들처럼 배실배실 웃으며 넘어가는 법은 없다.어린아들이 유괴당해 죽자 병실에서 절규하는 모성애 연기를 어떻게 했냐는 물음에는 따지듯 되묻는다.“배우라면 화성인도,금성인도 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대학(성균관대)에서 교육학을 공부한 그에게 예정에도 없던 영화인생의 길을 터준 이는 이창동 감독.그래서일까.그에게 이 감독은 한번도 ‘장관’이었던 적 없이 그냥 “감독님”이다.“이창동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두 시간 동안 뱅뱅 돌려 표현하는 스타일이라 답답했다면,임상수 감독은 정반대”라더니 “촬영장에서의 지적이 너무 직설적이어서 집에 돌아가서도 몇번씩 곱씹게 된다.”며 옆자리의 임 감독을 살짝 흘겨본다. ●좋은연기 밖에는 겁나는 것 없어요 배우 같지 않아서 인터뷰의 선도(鮮度)가 더 높은 배우가 문소리다.인기나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월드’스타(2002년 베니스영화제 신인배우상 수상).“지금껏 출연해온 작품들만큼이라면 앞으로 어떤 영화든 찍을 것”이라는 배짱 좋은 소리를 한다.왜 아닐까.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없으면 어쩌나,그것 말고는 아무 것도 겁나지 않는다는데.“섹시한 무용수가 되겠다고 따로 준비할 게 뭐 있었겠어요? 동대문시장 가서 팬티 몇장 샀고,영화에서 입은 트레이닝복은 절반이 집에서 입던 것이고.” 몸값이 한 3억원쯤으로 치솟았을 때도 이런 큰소리를 칠까.아마 그럴 것 같다,문소리라면. 황수정기자 sjh@ ■‘바람난 가족' 어떤 영화 일반적인 잣대로 볼 때 이건 확실히 ‘콩가루 집안’이다.아내에게 거짓말을 일삼으며 딴 여자와 놀아나는 남자,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나 말거나 옆집 ‘고삐리’한테 마음이 쏠리는 여자,나이 예순이 넘어 초등학교 동창과 늦바람이 난 시어머니,허무주의로 일관하며 죽음을 기다리는 알코올 중독자 시아버지. 가족드라마 ‘바람난 가족’에는 하나하나 주인공이 돼도 좋을 강성 캐릭터들이 한솥밥을 먹는 가족으로 뭉쳐졌다.그 별난 가족을 요리한 주인공은 ‘처녀들의 저녁식사’‘눈물'등으로 섹스이야기를 범상찮게 풀어냈던 임상수 감독.순탄한 가족영화를 기대하기엔 이래저래 태생적으로 불가능한 조합인 셈이다. 별볼일 없는 무용수 은호정(문소리)과,밖에서는 정의감에 불타는 지식인인 척하는 변호사 주영작(황정민)의 부부생활은 위선으로 가득차 있다.영작이 끊임없이 외도를 하는 사이 호정도 집요하게 관심을 보내오는 옆집 고등학생 지운(봉태규)에게 마음을 연다.부부를 위태롭게나마 이어주는 유일한 끈은 입양한 초등생 아들 수인(장준영)이다. 영화는 중산층 가족의 위선을 진한 섹스코드로 까발린다.영작의 뻔뻔한 애정행각과,원조교제하듯 지운을 유혹하는 호정의 야릇한 눈길에 관객이 아슬아슬해질 즈음 카운트블로를 날리는 건 뜻밖에도 시어머니(윤여정).평생을 억눌려 살아왔다는 그는 남편이 죽기가 무섭게 은밀히 만나오던 동창생과 떳떳이 새 출발을 선언한다. 동정없는 가족이야기에 섹스장면들을 적잖이 펼쳐놓지만 영화는 신기하게도 성적 팬터지나 칙칙한 흥분을 불러일으키진 않는다.꼿꼿이 중심을 차지하는 주제어는 가족의 의미와 그 제도의 취약성과 허식.가족이란 허울을 뒤집어쓰고도 인간이 얼마만큼 위선적일 수 있는지,극중 캐릭터 하나하나가 혼신의 힘을 다해 경고하는 듯한영화다.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한편 이 영화는 오는 27일 개막되는 제6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베네치아60’에 진출했다.지난해 ‘오아시스’로 이창동 감독과 주연배우 문소리에게 감독상과 신인배우상을 각각 안긴 영화제인 만큼 이번에도 특별히 문소리의 연기에 주목할 거라는 게 영화가의 전망이다. 황수정기자
  • 8일 개봉 ‘고양이의 보은’/ 구해준 왕자고양이 “결혼해주세요”

    “만약 당신이 조금 신기하고 곤란한 일을 만나게 되면 그곳을 찾아가 보세요.그곳에는…” 8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의 시작을 알리는 내레이션이다.이 작품은 세계적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일본의 스튜디오 지브리가 세대교체를 시도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숱한 걸작을 남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프로듀서로,그의 콤비로 기획을 담당하던 다카하타 이사오가 제작을 맡아 2선으로 물러났다.감독은 신예 모리타 히로유키. 숲을 지키는 귀신(‘모노노키 히메’),일본의 모든 귀신(‘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환상여행의 극치를 보여준 지브리의 발길이 이번엔 ‘고양이 왕국’에 닿았다. 전체적으로 ‘고양이 왕국’은 모리타 감독이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모험을 피했다는 인상을 준다.미야자키의 대명사인 철학적 무게를 피해갔다.대신 약간의 재미와 탄탄한 구성으로 전체 분위기를 채색했다.또 작품의 틀도 여고생이 고양이 왕국에 초대를 받은 내용을 다룬 지브리의 95년작 ‘귀를 기울이면’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재미없다는 말은 아니다.모리타 감독은 미야자키의 심오한 스케일 대신 장난감 왕국 같은 아기자기함으로 잔재미를 거두는 데 성공하고 있다.그런 분위기에 주인공인 여고생 ‘하루’의 캐릭터는 잘 어울린다. 등교 준비를 둘러싼 ‘하루’의 분주한 일상으로 출발한 작품은 차에 치일 뻔한 고양이를 구해주면서 환상 속으로 들어간다.구해준 고양이가 몸을 툭툭 털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밤에 집을 찾아온 고양이 행렬은 하루가 구해준 고양이가 고양이 왕국의 왕자라며 ‘보은(報恩)’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 보은은 그들 방식의 보은이다. 정체를 모를 고양이들은 ‘포장된 쥐’로 선물 공세를 하며 ‘하루’를 깜짝 놀라게 한다.때론 왕자와 결혼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이후 ‘고양이 왕국’은 하루가 우연히 만난 ‘바론’ 남작(물론 고양이다),덩치 큰 흰 고양이 ‘무타’와 함께 고양이 왕국을 방문해서 벌어지는 여행을 중심으로 펼쳐진다.영화의 전반적 톤을 밝은 색상으로 채워 꿈과 환상을 키우는 데 잘 어울린다. 이종수기자 vielee@
  • 8일 개봉 ‘나쁜 녀석들 2’/ 더 빨리 더 가볍게 통쾌한 액션코미디

    ‘1편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8일 개봉하는 ‘나쁜 녀석들 2’(Bad Boys II)가 전편에 비해 눈에 띄게 달라졌다.물론 기준은 1편.같은 감독과 주인공이지만,스케일이나 재미 등 모든 면에서 1편을 압도한다.두 배우의 포복절도할 대사도 더 배꼽을 잡게 하고,액션의 질과 양 모두 향상돼 요즘 젊은 층의 말대로 ‘쿨’한 영화다. 지난 95년 2300만달러를 투자해 그 7배의 수입을 올린 1편도 꽤 잘 만든 영화였다.재능있는 신인급 감독에 불과하던 마이클 베이는 이 1편을 발판삼아 ‘더 록’ ‘진주만’ 등을 만들면서 할리우드의 대표적 흥행 감독으로 떠올랐다.또 주인공 윌 스미스에게도 ‘맨 인 블랙’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등 잇단 흥행작의 주연으로 출연하게 만든 ‘소중한 작품’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1편 이후의 자신감에 힘입어 더 빨리,더 가볍게 날아간다.통쾌한 액션과 재기발랄한 대사는 연신 웃음을 선사한다. 이번에도 두 ‘나쁜 녀석들’은 마이애미경찰 마약수사대의 형사 콤비인 마이크(윌 스미스)와 마커스(마틴 로렌스).두 버디는마이애미로 들어오는 엑스터시의 흐름을 조사하는 특수부대를 지휘하던 중 마약조직의 보스 자니(조르디 몰라)의 존재를 알게 된다.그는 도시의 마약망을 장악하려고 지하조직 간의 전쟁을 일으키고 있었다. 쫓고 쫓기는 과정을 반복하던 두 버디는 마약조직의 소굴인 영안실로 잠입,시신 속에 숨겨 쿠바로 보내려는 돈과 마약을 증거물로 찾는다.그런 와중에 마커스의 여동생이자 연방 마약감시국 요원인 시드(가브리엘 유니언)가 사건을 추적하다가 자니에게 납치돼 쿠바로 잡혀간다. 영화는 전형적 버디형사물에 액션,코미디를 잘 버무렸다.자유분방한 독신남과 소심한 유부남이라는 대조적 만남에다,각기 다른 개성이 부딪치면서 빚는 충돌은 영화를 흥미롭게 이끌고 간다.극단적인 위기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여유와 함께,랩을 연상케 하는 빠른 말투로 두 버디가 끊임없이 뱉어내는 대사가 폭소를 자아낸다.여기에 이어지는 차량 추격 신이나 총격전 등의 경쾌한 액션과 풍부한 에피소드들이 가세해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하지만 눈에 거슬리는 치명적 약점도 있다.단순함에 그쳤으면 좋았을 영화에 불순물이 덧씌워졌다.“자니가 카스트로 돈 줄이야.”라는 대사로 도입되는 ‘친미,반쿠바’의 이분법적 메시지는 영화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한다.그저 시원하게 청량제처럼 마시면 될 음료수에 정치적 향료를 섞어 목에 걸린다.당연히 쿠바를 배경으로 한 영화 후반부는 어색하기 짝이 없다.두 버디와 마이애미경찰 마약수사대,연방마약수사국 요원들로 급조한 특공대가 쿠바에 침투해 시드를 구하는 과정은 과장이 심해 억지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점이 ‘나쁜 녀석들’의 미덕을 해치지는 않는다.골치 아픈 일의 연속인 일상에서 그저 웃다 즐길 만한 영화 한편을 만난 기쁨은 그대로 의미가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새달1일 개봉하는 ‘여우계단’ / “여우야 여우야” 피 부른 소원

    ‘1,2편보다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볼 만(?)하다.’ 새달 1일 개봉하는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여우계단’(이하 ‘여우계단’,제작 시네2000) 시사회에서 대체적으로 흘러나온,거친 감상이다.‘여우계단’은 두가지 부담을 안고 출발했다.1·2편과의 차별성과,신예 윤재연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것.3편이라는 딱지는 전편들의 후광에 못지않은 짐이었던 것이다. 뚜껑을 열어본 ‘여우계단’은 내용면에서 밀실 안으로 쑤욱 들어갔다.1편은 성적 만능주의 등 우리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으로,가장 환한 ‘광장’에 서 있었다. 학교풍경과 함께 동성애 등 민감한 사안을 살짝 건드린 2편에서 사적 담론으로 돌아갈 것을 예고했다면,3편은 질투와 시기라는 솔직한 내면세계로 확대경을 들이댔다. 작품의 배경은 예술고교.교내 기숙사로 가는 길에 28개의 계단이 있는데,“여우야 여우야 내 소원을 들어줘…”라고 소원을 빌면서 올라가면 29번째 계단이 보이면서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영화는 어둠 속에서 “여우야…”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함축한 이 내레이션은 고비마다 등장한다. ●첫번째 소원=우정 꿈 많고 말 많은 여고시절이니 너나없이 소원을 빌겠지만,작품을 이끄는 주요 소원은 세가지다.발레반인 소희(박한별)와 진성(송지효)은 단짝.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모차르트형인 소희는 친구들에게 ‘인기 짱’이다.그의 소원은 우정.“영원히 진성이 곁에 남게 해달라.”고 빌 정도로 진성에 대한 감정이 남다르다. ●두번째 소원=질투 반면 노력파인 진성은 늘 소희에게 밀린다.진성의 ‘2등 콤플렉스’는 질투와 시기로 변하고,1명밖에 나갈 수 없는 콩쿠르를 앞두고 “나갈 수 있게 해달라.”는 무리한 소원을 낳는다.하지만 여우계단은 그의 손을 들어준다.그와 실랑이하던 소희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입원하면서 진성은 티켓을 거머쥔다.이를 비관한 소희는 투신자살한다. ●세번째 소원=복수 세번째 주인공은 ‘뚱녀’로 불리는 미술반 혜주.그는 소희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모두 간직할 정도로 ‘소희 마니아’다.최고에 대한 동경은 병적일 정도의 집착으로 변질하고,소희가 죽은 뒤엔 “소희가 내 곁에 있게 해줘.”라고 기도한다.소희의 원혼이 그에게 씌면서 피를 부르는 복수가 시작된다. ‘여우계단’의 높이를 제일 숨가빠했던 사람은 윤재연 감독.전반부의 구성은 다소 느슨해 지루하지만,갈수록 밀도를 높여갔다.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조소실·지하작업실·기숙사 등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나,조소실에서 도망가는 진성의 발목을 잡는 소희의 원혼,계단에 묻혀 있다 살아 움직이는 원혼 등 곳곳에 배치한 ‘공포 장치’에 감독의 세심한 신경이 살아 있다. 소희의 원혼이 씐 혜주와,진성 소희 등 주요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신인답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종수기자 vielee@
  • 새달1일 개봉 ‘갈갈이 패밀리와‘ / 갈갈이 3형제, 드라큘라와 한판

    새달 1일 개봉하는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제작 스마일매니아)는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겨냥해 모처럼 만들어진 실사영화.‘망치를 든 짱구와 땡칠이’ ‘슈퍼맨 일지매’ ‘영구와 땡칠이’ 등 그동안 ‘방학용’ 어린이영화를 전문으로 찍어온 남기남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의 실체는 제목 그대로다.‘개콘’(개그콘서트)이 낳은 개그스타 갈갈이 패밀리 12명이 총출동,어눌한 몸짓에 그들만의 유행어들을 뒤범벅한 코믹액션이다.평온한 시골마을에 드라큘라가 출몰해 총각들이 죽어가자 무예를 연마한 갈갈이 삼형제가 드라큘라 일당과 맞서 싸운다는 ‘순진한’ 줄거리다.트레이드마크인 무를 목에 걸고 다니는 박준형,느끼하게 웃는 이승환,‘옥동자’ 정종철이 드라큘라를 무술로 제압하는 삼형제. 임혁필이 드라큘라가 되어 역시 TV에서처럼 “천한 것들!”이란 유행어를 입에 달고다닌다. 브라운관에서의 인기에 철저히 기댄 저예산 영화다.당초 시민회관 등에서 제한상영할 요량에 ‘속성’으로 찍었다가,반응이 기대보다 좋아 얼떨결에 메이저 배급망(청어람)을 타게 됐다.솔직히 어른관객이 몰입해서 보기엔 10분도 버거울 만큼 화면이 엉성하다.그러나 어린이 관객의 눈높이에는 정확하게 초점을 맞췄다.지난 16일 초등학생들을 단체로 초청한 시사회는 내내 박수와 폭소에 휩싸였다. 황수정기자 sjh@
  • 새달1일 개봉 툼레이더 / 섹시 여전사 통쾌한 모험

    ‘형보다 나은 아우,전편보다 나은 속편도 있네?’ 새달 1일 개봉하는 ‘툼 레이더 2:판도라의 상자’(Rara Croft Tomb Raider:The Cradle of Life)는 시사회장에서 이런 평을 끌어냈다. 무성한 풍문 끝에 실체를 드러낸 영화의 키워드는 1편(2001년)과 마찬가지로 할리우드 섹시스타 안젤리나 졸리의 개인기.몸매가 드러나게 쫙 달라붙는 은색 잠수복에 격투기,사격,오토바이,제트스키,스카이다이빙,패러글라이딩 등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여전사로 몸을 날린다.그러나 지나치게 ‘폼’을 잡은 비현실적인 설정들로 게임수준에 머물렀다는 1편 때의 혹평을 의식해서일까.목에 힘을 뺀 영화는 한결 무난하고 편해졌다.졸리의 섹시하고 유연한 액션연기만 빼면 ‘레이더스’ ‘인디아나 존스’ ‘미이라’류를 복습한 듯 익숙한 팬터지 액션 어드벤처물. 알려진 대로 영화의 원작은 인기 컴퓨터 게임 ‘툼 레이더’다.게임 속 여전사 라라 크로프트(졸리)가 극의 주인공.줄거리는 따로 살붙여 설명할 건덕지가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알렉산더 대왕의 루나신전이 에게해에 수장돼 유물들이 떠돌자 세계 각지에서 도굴꾼(툼 레이더)들이 몰려든다.해저보물에 관심이 많기는 라라도 마찬가지.바닷속을 뒤지던 라라가 신비한 구슬을 발견하지만 곧 괴한들에게 빼앗긴다.영화는 구슬을 찾아나선 여전사의 모험담 그 자체다. 통쾌한 모험을 즐기는 주인공을 통해 롤러코스터를 타듯 짜릿함만 뽑아낼 거라면 이야기는 맺힌 데 없이 술술 풀려나간다.구슬찾기의 실마리를 귀띔해주는 건 영국의 첩보기관 MI-6 요원들.구슬이 전설 속 판도라 상자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구실을 하며,세계정복을 노리는 라이스 박사와 중국 마피아 일행이 무기를 만드는 데 이를 악용할 거라는 정보다. 1편에서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캄보디아 앙코르,아이슬란드 등을 종횡무진 누비던 라라의 ‘행동반경’은 변함없이 화려하다.영국,아프리카 탄자니아와 케냐의 평원과 산악지대,그리스 산토리니섬,홍콩 번화가 등이 번갈아 화면을 채우며 극의 운동감을 힘껏 끌어올렸다.‘스피드 1·2’‘트위스터’ 등을 연출한 얀 드봉 감독이 주특기를 온전히 발휘한 셈이다. 그러나 블록버스터의 떠들썩한 거죽으로 고민없이 결점을 덮으려 한 드라마는 꼬집혀야 한다.말할 수 없이 황당했던 1편의 이야기 방식에 비한다면 진일보했으되,볼거리에 치중한 나머지 극의 논리는 여전히 빈약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도 없다.교도소에 복역 중인 전직 MI-6 요원 테리(제럴드 버틀러)가 얼렁뚱땅 라라의 모험길 파트너가 되는 설정 등은 블록버스터의 공식을 너무 심하게 베꼈다는 실망감을 준다.중간중간 실소가 터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졸리가 제 아무리 섹시미로 중무장했다 해도 애크러배틱 액션만으로 번번이 위기상황을 모면하는 황당한 장면들에는 참을성이 좀 필요하다. 헷갈리는 예비관객들에게 최종요약.육·해·공을 누비는 익스트림 스포츠의 짜릿함을 원한다면 따질 게 없다.7000원이 아깝진 않을 영화다. 황수정기자 sjh@
  • 인간속에 도사린 폭력성의 한계는…/라스 폰 트리에의 새로운 실험 ‘도그빌’

    “역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다.” 새달 1일 개봉하는 ‘도그빌(Dogville)’을 보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초현실주의적 스릴러 ‘유로파’(1991)와 ‘브레이킹 더 웨이브’(1996) 등 잇단 문제작을 터뜨리다가 ‘어둠 속의 댄서’로 2000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며 정점에 올랐던 라스 폰 트리에 감독.그의 신작 ‘도그빌’은 그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영상언어를 실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쉼없는,새로운 도전 의식을 보여준다.‘어둠 속의 댄서’‘브레이킹 더 웨이브’에서 억압받는 여성상을 통해 순교적 이미지를 보여준 감독은 ‘도그빌’에서 인간을 차고 냉정한 대상으로 해부한다.상황에 따라 얼마나 인간이 광기에 사로잡히고 야만적이 될 수 있는가를 미세하게 포착한다.그는 이런 관점을 끝까지 밀어붙이려고 3부작을 구상하고 있는데 ‘도그빌’은 1부작으로 그 신호탄이다. 무대 형식도 파격적이다.마치 독일 연출가 브레히트의 연극 무대를 보는 듯,영화의 세트를 극도로 단순하게 처리했다.무대에 소꿉장난 하듯 듬성듬성 만든 집,분필로 선을 그어 나눈 8가구,대문도 없이 관객에 노출시킨 방,몇가지 가구와 벤치 등 최소한의 세트만 설치했다.상대적으로 인물들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만들고 상황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을 키워준다.또 꽃씨가 흩날리는 광경,그레이스가 사과트럭 뒤에 숨어 탈출을 시도하는 몽환적 장면 등에서 다양한 기법을 동원하여 환상적 분위기를 한껏 높여준다. 작품 배경은 미국 로키산맥 기슭에 자리한 마을 ‘도그빌’.‘개들의 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 자체가 주민들의 야수성을 암시하는 복선이다.공동체처럼 지내는 단촐한 산골마을에 갱단에 쫓기던 미모의 여자 그레이스(니콜 키드먼)가 흘러 들어오면서 복잡다단한 상황이 펼쳐진다. 주민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당연히 경계심.하지만 그레이스의 신비한 분위기에 반한 작가 지망생 톰(폴 베타니)의 제의로 2주의 통과의례 기간을 거치는 동안 그레이스는 헌신적 노력으로 주민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 ‘도그빌리언’이 된다.그러나 경찰이 그레이스를 찾는 전단을 붙이고현상수배 사진이 붙으면서 쫓기는 사연을 알게 된 주민들은 그에게 더 많은 노동과 몸을 요구하는 등 노골적인 ‘구별짓기’가 시작된다. 감독은 그레이스가 몸과 마음을 착취당하는 과정을 점증법으로 묘사하면서 인간에 숨어있는 야만성을 하나하나 까발린다.정체를 모를 때는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동등하게 대했으나 쫓긴다는 신분을 알고는 차츰차츰 억압자로 돌변하는 인간 집단의 심리를 정교하게 그려가고 있다.2시간45분을 지루하지 않게 끌어가는 힘은 꿈꾸는 듯한 표정,인간의 광기에 지친 얼굴,복수의 화신 등으로 다양하게 변신하는 니콜 키드먼의 열연이다.할리우드의 전설적 여배우 로렌 바콜을 비롯, 제임스 칸,필립 베이커 홀 등의 노련한 연기도 작품을 빛내는데 한 몫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영화단신

    28일부터 무료 ‘여름 영화강좌’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정홍택)은 28일부터 나흘 동안 서울 서초동 자료원 시사실에서 무료로 ‘여름 영화강좌’를 연다.평론가(정성일 김영진 김소영),감독(임순례 오승욱 봉준호),제작자(이춘연) 등 분야별로 강사가 나와 강의하고 토론시간도 갖는다.수강인원은 11명.접수는 21∼23일.홈페이지 www.koreafilm.or.kr. 시사회 본뒤 펀드투자 결정 명필름이 새달 14일 개봉하는 ‘바람난 가족’(감독 임상수)의 인터넷펀드를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한다.원금 회수율이 70% 미만일 경우 투자자에게 원금의 70%를 환불해주며,시사회에 참석하여 영화를 본 뒤 투자여부를 결정토록 하는 등 최대한의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
  • 컨페션 - PD와 킬러 두얼굴의 사나이

    이중생활은 그 자체로 흥밋거리다.묘한 대조는 ‘지킬박사와 하이드’에서처럼 흡인력과 상상력의 자장을 넓히며 다양한 작품의 소재가 돼 왔다. 새달 24일 개봉하는 ‘컨페션(Confession of danger mind)'도 ‘호기심의 리스트’에 들어있다. 이 영화는 뚜껑을 열기 전부터 영화 외적인 요소들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미남 배우 조지 클루니의 감독 데뷔작에다 드류 베리모어,줄리아 로버츠 등 호화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었다.게다가 미국 방송사에서 쇼 프로그램의 신기원을 연 척 배리스의 자서전 ‘위험한 마음의 고백:공인되지 않은 자서전’을 토대로 한 작품이란 것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또 ‘존 말코비치 되기’로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면서 스타덤에 오른 시나리오 작가 찰리 카우프만이 각본을 맡아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화제는 제작 이후에도 이어져 지난 1월 미국에서 개봉된 뒤 10주 동안 롱런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남자 주인공 샘 록웰은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흥미로운 요소는 쇼프로 프로듀서와 CIA 비밀암살요원 생활을 동시에 하는 주인공의 삶.여자 꼬드기는 데 몰두하다 TV프로듀서(PD)가 된 척(샘 록웰)은 1963년 ‘데이트 게임’(우리의 ‘사랑의 스튜디오’같은 짝짓기 프로의 원조)을 방송사에 제안한 상태.어느 날 CIA요원 짐(조지 클루니)이 접근해 킬러가 되라고 권유하자 흥미를 느끼고 훈련을 받는다.첫 살인 임무를 마치자 공교롭게도 그의 쇼 프로그램의 인기가 폭발한다. 이후 영화는 쇼프로그램 PD와 킬러로 줄타기하는 짐의 두 가지 삶을 따라간다.영화는 그 과정에서 영화 속의 쇼 프로그램처럼 자신의 삶도 쇼처럼 누리고 간 척의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준다.또 ‘데이트 게임’과 전국 노래자랑을 연상케 하는 ‘땡 쇼’등 60년대 미국 대중문화의 모습도 슬쩍슬쩍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의 전반적 분위기는 ‘소문난 잔치’다.극적인 반전도 드물고 이중 생활이 주는 긴박감도 희미해 지루한 인상을 준다.또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의 소더버그 감독 식의 장면 전환,예컨대 카메라를 슬쩍 돌리면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기법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는 신선한 느낌보다는 트릭처럼 보인다.게다가 줄리아 로버츠의 역할은 카메오에 가까울 정도여서 홍보용 캐스팅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종수기자 vielee@
  • 권칠인 감독 싱글즈 / 톡톡 튀는 처녀들 “싱글 만세”

    10여년전 한 시인이 ‘잔치는 끝났다.’는 우울한 고백으로 채색한 나이 서른.‘청춘은 멀어져가고 마음은 비어만 간다.’고 한 가수가 아쉬움을 노래한 나이도 서른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는지,이들과 달리 권칠인 감독이 그리는 그 또래의 색깔은 밝고 싱싱하다.11일 개봉하는 그의 영화 ‘싱글즈’(제작 싸이더스)는 서른을 눈 앞에 둔 두 여성이 풀어내는 ‘싱글 예찬’.두 싱글여성 나난(장진영)과 동미(엄정화)를 중심으로 젊은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을 코믹하고 섬세하게 재현한 작품이다. ●우정·일·섹스등 발랄하게 그려 그는 영화에서 사랑·결혼·일·우정·혼전 섹스 등의 코드를 통해 젊은이들의 재기발랄한 풍속도를 그린다. 톡톡 튀는 대사로 웃음 보따리를 풀어내는 주역은 나난과 동미.그리고 그들의 어릴적 친구인지라 서슴없이 ‘불알 친구’를 자처하며 동미와 한 집에 사는 남자 정준(이범수)과,나난 앞에 나타난 ‘백마탄 기사’ 수헌(김주혁). “인생의 두가지 숙제인 돈과 결혼이 서른 즈음엔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 나난.그러나현실은 냉혹하다.실연에다,패션 디자이너에서 외식부 매니저로의 ‘좌천성 인사발령’ 등 매사 꼬이기만 한다.친구인 동미도 상황은 마찬가지.“남녀의 모든 문제는 섹스로 시작해서 섹스로 끝난다.”는 신념(?)속에 46명의 남자를 만날 정도로 자유분방하지만,집적거리는 직장 상사와 대판 붙은 뒤 사표를 낸 것.창업을 준비하지만 높은 은행 문턱 등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다. 하지만 지난 날보다는 다가올 날이 더 많은 이들이기에 실망하지 않는다.서로 달래가며 여러가지 해프닝 속에서 새 환경에 몸과 마음을 맞춰간다.그 과정에 나난은 “느끼하고 유치하고 썰렁한 데다 엉큼한 남자”라고 느끼던 수헌과,동미는 친구처럼 지내며 살던 정준과 돌발적인 밤을 보낸다. 일상의 스토리를 생생하게 살려내는 것은 젊은 감성이 후두득 묻어나는 대사다.수헌이 성희롱당하는 자신을 구해주자 “아직 먹어준다,아싸”라는 나난의 말이나,수헌과의 섹스를 고민하는 나난에게 “사람이 매끼 밥을 먹어야 힘을 쓰듯 섹스도 적당히 해줘야 신진대사가 활발한 법이다!너,거미줄 칠 때 되잖았냐?”라는 동미의 도발적 대사 등…. ●눈물나게 웃고난뒤 아쉬움이… 장난기가 느껴질 만큼 숱한 반어적 화법과,잇단 뒤집기 장면도 웃음 만들기의 큰 재료.여기에 소심한 나난이 상상으로만 펼치는 장면이나, 동미의 거침없는 속사포 대사도 조미료 노릇을 한다. 눈물이 찔끔찔끔 날 정도로 맘껏 웃고난 뒤 남는 한두가지 의문,혹은 아쉬움.왜 동미가 갑자기 정준과의 관계에서 생긴 아이를 낳기로 마음을 바꿨는지,비약이 심해 개운치 않다.중반까지 이어간 집중력이 후반에 가서 달리는 느낌을 주는 것도 아쉽다. 이종수기자 vielee@
  • [오늘의 눈] ‘오세암’지원 좋은 정책 아니다

    문화관광부가 극장용 창작 애니메이션 ‘오세암’살리기에 나선 것은 좋은 일이지만,좋은 정책은 아니다. 문화부는 교육인적자원부와 시·도 교육청에 학생들이 ‘오세암’을 볼 수 있도록 적극 협조를 바란다는 공문을 지난달 30일자로 보냈다.이 작품은 오는 20일부터 시차를 두고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40여개 시·도와 시·군의 공공 공연장에서 열흘씩 재개봉된다. 문화부는 ‘오세암’ 개봉 전인 지난 4월2일에도 학생들이 문화 체험활동의 하나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세암’은 5월1일 개봉된 뒤 1주일 만에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동화작가 정채봉씨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성백엽 감독의 ‘오세암’은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문화부 영상진흥과도 ‘오세암’이 2001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작으로 선정되는 등 그동안에도 정부가 지원한 우수 작품이어서 지원을 하게 됐다고 설명한다.그러나 그렇다고 특정 작품만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2001년 우수문화콘텐츠 사전제작지원작은 이 작품을 포함하여 10편이고,영진위의 예술영화 제작지원작도 해마다 5편 안팎이 선정되지만 문화부가 다른 작품을 이처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정부가 하는 일이 모두 ‘정책’은 아니다. 명확한 기준에 따라 지원 대상 영화를 선정하는 등 제도적으로 굴러가도록 하는 것이 정책일 것이다.기준없이 자의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선심일 뿐이다. ‘오세암’같은 좋은 영화를 많은 청소년들이 보도록 하겠다는 뜻은 평가받아 마땅하다.이번에 재개봉하면 모든 극장이 만원사례를 기록했으면 좋겠다.그렇지만 기준 없는 특정영화 보기운동은 시민단체라면 모를까,정부가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서동철 문화부 차장
  • 반론/ 스크린쿼터는 유지되어야 한다

    〈대한매일 6월26일자 15면 기고 ‘스크린쿼터 이젠 철폐해야’에 대한 반론〉 스크린쿼터에 관한 견해가 다양한 것은 바람직하지만,그렇다고 우리가 비현실적인 주장까지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26일자 대한매일에 발표된 재경부 김성진 국장의 견해를 읽으면서 떠오르는 느낌이 그랬다.김 국장은 스크린쿼터에 관한 찬반 양론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영화의 소비자인 관객의 입장은 어디에도 없다.’고 단언한다.과연 그럴까? 스크린쿼터제를 유지하자고 외치는 영화인들과 지식인들의 주장은 얼핏 영화인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집단이기주의의 논리처럼 들리기도 한다.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또 그 본질을 훼손하기 위한 곁가지 궤변에 불과한 이야기다.김 국장의 주장과는 정 반대로 스크린쿼터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일이야말로 관객들에게 선택권을 넓혀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의 현실은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관객이 그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시장의 자유경쟁을 신봉하는 경제학자들의 논리대로라면,좋은 영화가 더 많은 관객을 확보해야 마땅한데 그렇지가 못하다는 말이다.이는 배급의 문제가 개입되기 때문이다.배급은 또 힘의 논리가 개입된 치열한 자본의 싸움판이기도 하다. 따라서 김 국장의 주장과 달리,잘 만든 한국 영화도 배급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될 수 있는 것이다.스크린쿼터를 축소 내지 철폐하는 것이 관객들에게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 아니라,오히려 할리우드 영화 일색의 ‘자유시장’으로 전환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이는 추측이 아니다.타이완과 멕시코,그리고 심지어 유럽에서도 스크린쿼터 축소 또는 철폐 이후 영화산업이 모두 몰락한 실례가 있다. 오죽했으면 프랑스 영화인들이 한국을 찾아와 스크린쿼터 제도 유지를 지지하고 나섰을까.그들이 경고한 메시지는 분명했다.자국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독점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쿼터제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세계 영화사에 빛나는 영화를 생산했던 이탈리아,영국,독일에서도 시장원리를 믿고 영화를 개방했다가 미국에 참패당한 경우를 고려하면 김 국장의 논리는 아무래도 현실과 거리가 먼 경제이론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에서 스크린쿼터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그것은 스크린쿼터 제도가 한국 영화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관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데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누가 다시 왜 한국 영화가 계속해서 만들어져야 하느냐고 묻는다면,그 대답 또한 명쾌하게 제시할 수 있다.관객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배우가 등장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문제를 친숙한 배경에서 펼치는 이야기를 외국 영화보다 선호하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 영화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볼 수 있다.오히려 세계 영화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할리우드 영화는 한국 영화보다 더 세련되고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은 것이 문제다.기술과 자본에서 경쟁할 상대가 없기 때문에 할리우드 영화는 생산에서 ‘규모의 경제’ 원칙을 도모할 수 있고,분배를 독점할 수 있는 것이다.스크린쿼터는 바로 이런 물량공세로 타국 영화시장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독점구조를 철폐하기 위해 필요한것이다. 스크린쿼터가 한국영화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것은 물론 아니다.그리고 한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사실이다.그렇다고 이를 축소하거나 철폐하는 것은 불안하게 자리잡은 한국영화를 아예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영화가 이만큼 활성화되기까지 수십년이 걸렸지만,추락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다.한국영화 발전을 위해서 스크린쿼터는 충분하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건임에 틀림없다.스크린쿼터는 유지되어야 한다. 조흡 동국대 교수 영화영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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