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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경맞은 톰 크루즈 ‘33세 이혼법칙’ 눈길

    파경맞은 톰 크루즈 ‘33세 이혼법칙’ 눈길

    최근 파경을 맞아 충격을 던진 톰 크루즈(49)와 케이티 홈즈(33) 부부의 소식이 그 인기 만큼이나 풍성한 뒷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할리우드 한 연예매체는 탐 크루즈의 일명 ‘33세 이혼법칙’을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33세 이혼법칙’이란 홈즈를 포함한 톰 크루즈의 과거 부인들이 모두 33세 때 파경을 맞았다는 것. 1987년 미미 로저스와 첫 결혼한 톰 크루즈는 그녀의 나이 33세가 되던 1989년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서류상의 이혼 성립은 1990년). 이듬해 2번째 부인인 니콜 키드먼과 결혼한 톰 크루즈는 역시 키드먼이 33세가 된 2001년 이혼을 발표했다. 톰 크루즈의 ‘33세 이혼법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올해 33세가 된 3번째 부인인 홈즈와도 이별을 고하게 된 것.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 톰 크루즈가 먼저 상대방에게 이별을 통고한 것과는 달리 처음으로 이혼 신청을 당한 차이가 있다. 홈즈는 이혼 청구서에 ‘극복할 수 없는 차이’로 적어 그 사유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현지언론들은 두 사람의 이혼에 사이언톨로지교가 원인이 됐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는 미국 SF소설가이자 사진작가였던 론 하버드가 창시한 신흥종교로 과학기술을 통한 정신치료, 영혼윤회 등을 신봉하며 전세계적으로 약 800만명의 신도를 두고 있다. 인터넷뉴스팀 
  • 윤제문 “캐릭터가 재밌어요, 단독주연도 맘에 들고요 으흐흐허허”

    윤제문 “캐릭터가 재밌어요, 단독주연도 맘에 들고요 으흐흐허허”

    할리우드 키드는 아니었다. 배우를 꿈꾼 적도 없었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지도 않았다. 전투 방위 시절 동기와 함께 문성근·강신일이 주연한 연극 ‘칠수와 만수’를 본 게 연기에 대한 ‘첫 경험’이었다. 감동했지만, 한걸음에 극단에 들어간 건 또 아니다. 제대하고도 한참 시간이 흐른 스물다섯 살(1995년)에 산울림 소극장 연출부로 들어갔다. 1996년 연희단거리패의 젊은 연극인 훈련과정인 우리극연구소 3기로 몸담았고,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이라는 이탈리아 번역극으로 데뷔했다. 당시 관객은 딱 3명뿐이었다. 17년 세월이 흘렀다. 최근 1~2년 동안 충무로(영화)와 여의도(방송)에서 몇 손 안에 꼽힐 만큼 바쁜 몸이 됐다. 드라마 ‘마이더스’(2011) ‘뿌리깊은 나무’(2011) ‘더 킹 투하츠’(2012), 영화 ‘평양성’(2010) ‘퀵’(2011) 등에서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강렬한 눈빛만큼이나 짙은 인상을 남겼다. 배우 윤제문(42)의 얘기다. 그런데 12일 개봉하는 ‘나는 공무원이다’에서 윤제문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조폭 중간보스, 비밀조직의 수장, 재벌 2세를 연기했던 그가 마포구청 7급 10호봉 공무원 한대희 역을 맡았다. 눈에 가득 찬 독기는 사라졌다. ‘삼성전자 임원도 부럽지 않다’며 삶과 직업에 200% 만족하는 남자다. 심지어 귀엽기까지 하다. 그러던 그가 본의 아니게 인디밴드 멤버들과 동거를 시작하면서 숨겨진 음악 본능(?)을 드러낸다는 게 영화의 얼개다. 구자홍 감독이 그에게 시나리오를 건넨 건 지난해 2월. 당시 그는 ‘마이더스’와 연극 ‘아트’ 공연까지 겹쳐 눈코 뜰 새 없었다. 5~6년 전 둘 다 친분이 있던 어어부프로젝트(장영규·백현진) 등 인디 뮤지션과의 술자리에서 안면을 텄다. 마포구민이란 인연까지 겹쳐 형, 동생으로 지냈다(2004년 구 감독의 데뷔작 ‘마지막 늑대’ 오디션에서 윤제문은 물을 먹었다. 하지만, 구 감독은 그런 기억은 없다고 주장했다). 밤 11시쯤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수락했다. “캐릭터가 재밌었다. 단독주연이란 점도 마음에 들었다. 으흐흐허허.” 옆에 앉은 구 감독이 거들었다. “지금껏 안 해봤던 역할을 연기하는 신선함, 재미를 느꼈을 것이다. 감독으로서도 다른 감독이 뽑아내지 못한 윤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는 즐거움이 컸다. 창작의 원동력이 됐다.” 한 달 반 동안 20회 차로 끝낼 만큼 빡빡한 일정 탓에 육체적 고통은 어느 때보다 컸다. “드라마는 이미 하고 있었고, 연극은 약속했던 거라 안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딱 하루 영화 촬영을 펑크냈다. 그대로 쓰러질 것 같아 어쩔 수 없었다. 결과가 나쁘지 않았고 어느 작품에도 피해를 안 줬다. 물론, 다시는 그렇게 스케줄을 잡지 않아야겠다는 교훈도 얻었다. 아흐흐흐.” 호흡을 맞춘 배우들은 인디밴드 멤버로 나오는 20대 초반의 연기경력이 일천한 후배들. 부담과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렀을 법하다. “부담과 책임감은 있었는데 촬영하면서 정말 신났다. 놀 듯이 즐겼다. 다른 작품에선 감독이 연기 지시를 하면 ‘네~’ 한마디로 끝내는 게 내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왠지 욕심이 났다. 현장에서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했고, 감독과 조율했다.” 구 감독은 “내가 만든 콘티가 뭉개지는 건데 결과적으로 윤 배우의 아이디어로 영화의 명장면들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연을 많이 하다 보니 항상 원톱에게 양보만 하던 사람이다. 그를 두고 ‘신 스틸러’(주연 못지않은 주목을 받는 조연)라고들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딱 자기 몫을 해낼 뿐이지 저 놈(주연)보다 튀어야지란 생각을 하는 친구가 아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나선 거다. 다른 배우들의 애드립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라고 덧붙였다. 극 중에서 윤제문은 인디밴드 ‘삼삼은구’의 땜질용 베이시스트로 투입돼 한껏 리듬감 넘치는 운지(運指)를 뽐낸다. 영화에서는 리더 겸 기타리스트 성준이 속성으로 윤제문에게 베이스 기타 과외를 하는데, 실은 윤제문이 그 장면의 연기지도를 했다고 한다. 고교 시절 통기타와 클래식 기타를 섭렵한 것은 물론, 수년 전 어어부밴드의 장영규에게 베이스기타 과외를 4~5번 받기도 했단다. 그는 “음악에 매력을 느끼는데 재능은 전혀 없는 것 같다.”면서도 “기타도 더 잘 치고 싶고, 배워보고도 싶다. 그런데 마음만 있다.”고 웃었다. 한때 그에게는 건달(혹은 조폭) 전문배우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우아한 세계’가 끝날 무렵 조폭 전문배우란 말을 들었다. 이건 아니다 싶더라. 듣기 싫더라. 그 이후론 건달 역으로 나오는 시나리오는 모두 거절했다.” 하지만, 더는 윤제문에게 꼬리표가 남아있지 않다. “괴물 같은 배우”(임필성 감독) “송강호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구자홍 감독) 같은 평가에 대해 고개를 저을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연극판에서 영화판으로 넘어온 많은 배우가 코믹, 감초 혹은 조폭 이미지가 고착되면서 만년 조연에 머무는 것과 달리 그는 스스로 껍질을 깨고 원톱이 어색하지 않은 단계에 올라섰다. 17년차 배우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다. 그는 “삶의 수단일 수도, 목적일 수도 있겠다. 백수 시절 돈도 벌고 재미도 있는 일을 찾아다녔는데 제대로 찾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배트맨 한판 붙자”… 충무로 스타군단 맞짱 뜬다

    “배트맨 한판 붙자”… 충무로 스타군단 맞짱 뜬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7~8월을 앞두고 영화계는 지금 ‘폭풍 전야’다. 지난해 여름 ‘최종병기 활’ 등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강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올해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앞세운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영화는 액션, 코미디, 스릴러, 사극 등 다양한 장르와 풍성한 이야기로 승부수를 띄웠다. 올여름 할리우드 공습에 맞설 한국 영화 빅 8를 짚어봤다. ●100억대 대작…물량 對 물량 올여름은 예년에 비해 한국 영화 대작이 줄었다지만 그래도 100억원대 블록버스터 두 편이 개봉해 체면치레할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총 14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도둑들’(7월 25일 개봉)은 단연 군계일학이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오달수, 김해숙 등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초호화 출연진이 등장하며 ‘한국판 어벤져스’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타짜’와 ‘범죄의 재구성’ 등 범죄 액션물에 일가견을 보인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최 감독은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한 주 먼저 개봉하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의 경쟁에 대해 “배트맨이 꿈에 나올 정도지만 대결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 배우들이 가진 매력 역시 많은 사람이 좋아해 줄 것이라 믿고 있다.”면서 기대와 부담감을 동시에 밝히기도 했다. 정지훈(비)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인 ‘R2B: 리턴 투 베이스’도 100억원이 넘게 투입된 항공 블록버스터. 이 작품은 올해 상반기에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후반 작업에 공을 들이며 분위기를 쇄신해 오는 8월에 개봉한다. 하늘에 인생을 건 전투기 조종사들의 애환을 그린 작품으로 신세경, 유준상 등이 출연한다. ●여름철 대표선수 공포 스릴러 누가 뭐래도 여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는 공포·스릴러다. 새달 5일 여름 성수기 시장의 포문을 여는 ‘연가시’는 인간의 뇌를 조종해 자살하게 하는 살인 기생충 연가시를 소재로 한 재난 공포 영화. 연가시는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괴담이 퍼지면서 유명해진 기생충으로, 영화 개봉에 맞춰 인터넷에 동명 웹툰을 공개하는 등 입소문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연가시에 감염된 가족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장 재혁 역은 연기파 배우 김명민이 맡았다. 7월 19일 개봉하는 영화 ‘이웃사람’은 만화가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스릴러 영화. 이웃집 소녀가 연쇄 살인범에게 살해당한 뒤 의문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로 의심하는 이웃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세븐데이즈’에서 납치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변호사로 출연했던 김윤진이 이번에는 딸을 죽인 연쇄 살인범에게 맞서는 엄마 역으로 다시 한번 모성애 연기를 펼친다. 천호진, 마동석, 김성균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고 아역 배우 김새론이 1인 2역에 도전한다. ●윤제문 VS 박진영 코미디 대결 무거운 영화들 사이에서 틈새시장을 노리는 코미디물도 있다. 새달 12일 개봉하는 ‘나는 공무원이다’는 개성파 배우 윤제문의 첫 영화 주연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떤 일에도 흥분하지 않는 ‘평정심의 대가’ 7급 공무원이 홍대의 문제적 인디밴드를 만나면서 인생 최대의 위기를 겪는다는 이야기로 그동안 각종 드라마와 연기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윤제문이 발랄한 생활 밀착형 코미디 연기로 변신을 꾀한다. 윤제문의 코미디 연기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배우가 아닌 가수 박진영이다. 그가 생애 처음으로 영화배우에 도전하는 ‘500만불의 사나이’는 7월 19일 개봉을 확정했다. 500만불 전달을 명한 뒤 자신을 죽이고 돈을 빼돌리려는 상무의 음모를 알게 된 회사원이 대반격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추노’와 ‘7급 공무원’의 제작진이 만든 코믹 추격극이다. 첫 영화 주연을 맡은 두 배우의 코믹 연기 경쟁에 관심이 쏠린다. ●신토불이의 힘…사극 2편 출격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습이 조금 느슨해지는 8월에 사극 두 편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사극 ‘최종병기 활’이 8월에 등장해 여름 극장가의 다크호스가 됐던 선례를 따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8월 9일 개봉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당시 권력의 상징이었던 얼음을 얻고자 서빙고를 털기 위해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사극이다. 차태현이 얼음 전쟁을 도모하는 리더 역을 맡아 생애 첫 사극에 도전하고 오지호가 조선 제일의 무사로 출연한다. 8월에 개봉할 예정인 ‘나는 왕이로소이다’도 신분이 뒤바뀐 세자와 노비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사극. 왕세자의 자리가 부담스러운 세자 충녕이 궁에서 탈출하고 우연한 사고로 그와 꼭 닮은 노비 덕칠이 충녕 행세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군 복무 후 3년 만에 돌아온 주지훈의 복귀작으로 그는 1인 2역에 도전한다. 화끈한 물량 공세는 없지만 어느 때보다 다양한 상차림에 충무로도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다. 영화 ‘도둑들’의 배급을 맡은 쇼박스의 최근하 과장은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세가 예상되지만 한국적인 소재와 연기파 배우들이 포진한 국내 영화 라인업도 충분히 알차고 강점이 있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시론] ‘좌 복지·우 봉사’ 틀 벗어나야/김종구 개인정보보호 범국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

    [시론] ‘좌 복지·우 봉사’ 틀 벗어나야/김종구 개인정보보호 범국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

    한국사회에 ‘개인’이란 말이 정착된 건 언제쯤일까? 언뜻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유교적 가부장 사회와 이민족의 압제, 엄혹한 군사정권하에서 살아온 한국인들에게 개인이란 그만큼 낯선 용어였던 게 사실이다. 대신에 ‘나라’나 ‘민족’ ‘집안’ ‘가문’ 등의 용어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였던 게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집단 우선의 사회였다. ‘정보’도 마찬가지다. 굳이 정보화나 정보혁명을 들추지 않더라도, ‘정보’는 ‘지식’과 더불어 과거와 현재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임이 분명하다. 갑자기 왜 뜬금없는 ‘개인’ 타령인가 하면, 지난해부터 발효된 ‘개인정보보호법’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함이다. 이미 관계법령이 발효돼 시행 중인데도 우리 국민 상당수는 이 법에 대한 이해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정부는 정부대로, 관계 기관이나 매체들은 또 그들대로 많은 담론을 쏟아내고 있으나, 정작 국민의 머릿속에 쏙 들어갈 단순명쾌한 메시지는 아직 제시되지 못하는 느낌이다. 민간부문 개인정보보호의 한 축을 맡은 사람으로서, 그 단순명쾌한 개념과 논리는 ‘인터넷’이나 ‘보안’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이라는 키워드에서 찾아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개인정보는 이미 우리 헌법 곳곳에 그 의미와 보호 목적이 명시돼 있다.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제18조 ‘통신의 비밀’,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에 바탕을 둔 일반적 ‘인격권’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필자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집단지향성이 바로 이 ‘개인정보보호법’의 정착을 가로막는 중요한 장애물이라고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이 법의 시행은 때늦은 감이 있으며, 금후의 우리 국민에게 개인정보 보호는 다른 어느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믿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정보’ 혹은 ‘개인정보 보호’는 우리가 한결같이 신봉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핵심가치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국민대중(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수집, 활용하는 기업·기관·단체들의 인식과 행태가 문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기업과 기관에도 사회공헌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기업과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이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좌 복지(사회복지), 우 봉사(자원봉사)’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나눔국민운동본부가 공동 주관한 ‘제2회 국제 나눔 콘퍼런스’는 그런 면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란 게 단순히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얼 주거나 베푸는 차원이 아니라 미래형 공동체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는 점이 새롭게 두드러졌다. 발제자로 나선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박상순 파트너, 그리고 국제 NGO인 BSR(Business for Social Responsibility)의 제러미 프렙셔스는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사회공헌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프렙셔스는 ‘사회적 경쟁우위 가치’(Social Advantage Value)란 표현까지 써가며 개인정보 보호, 투명성 제고, 소비자 보호 등 미래형 사회공헌의 중요성을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개인정보 보호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며, 더 나아가 ‘미래형 사회공헌’이라는 사실에 눈뜬 한국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까. 개인정보 보호는 단순히 ‘인터넷상의 보안’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고객과 국민의 정보인권을 지켜주는 일이요, 이른바 ‘인권경영’을 통하여 해당 기업은 물론 그 기업이 속한 사회를 보다 성숙한 민주사회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일이다. 경영전략의 대가(大家)로 꼽히는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은 더욱 진화된 자본주의의 새로운 기업경영 패러다임이다.” 개인정보처리자인 기업, 기관, 단체들의 인식 전환과 함께 특히 CEO들의 각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오늘이다.
  • [서울광장] 검찰이 바로 서야 한다/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검찰이 바로 서야 한다/우득정 수석논설위원

    2009년 4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을 불렀다. 전직 대통령 예우차원에서 노 전 대통령의 김해 봉하마을 사저로 방문조사하거나, 소환조사하더라도 이동거리가 가까운 부산이나 창원지검으로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검찰은 ‘법대로’를 외치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 소환조사하더라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검찰 출두 23일 후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리면서 검찰의 ‘공명심’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이 대통령은 세계 무대에서 외국 정상들과 만날 때 ‘전직 대통령을 자살로 내몰았다’는 시선이 가장 부끄럽다고 한다. 2010년 4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공기업 사장 인사청탁 명목으로 5만 달러를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곽 전 사장이 진술을 번복한 이후 검찰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곽 전 사장의 진술에만 의존했던 검찰이 진술 번복으로 궁지에 몰리자 진술을 다시 뒤집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검찰총장 출신 한 인사는 무죄 선고로 검찰수사가 도마에 오르자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의 헤어스타일까지 들먹이며 검찰 지휘부의 무능을 질타했다고 한다. 이처럼 서슬이 시퍼렇던 검찰이 요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 의혹 관련자 전원에게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 의혹의 핵심인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에게는 ‘서면조사’라는 편의를 베풀었다. 지난해 10월 청와대가 내놓은 해명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비판에는 서면조사가 한몫했다. 민주통합당 이석현 의원은 “검찰이 국선변호인이 된 것 같다.”고 꼬집었고, 통합진보당 노회찬 의원은 “서울중앙지검이 청와대를 고객으로 하는 ‘서울중앙로펌’으로 전락했다.”고 혹평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조차 “내 상식으로도 조금 의외”라며 특검 도입과 국회 청문회 불가피론을 거론했을 정도다. 이틀 후 “사즉생(死?生) 각오로 성역 없이 파헤치겠다.”고 공언했던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결과에 대해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은 “원숭이에게 검사복을 입혀도 이보다는 수사결과가 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최고의 엘리트임을 자부해 온 검찰이 한순간 유인원으로 역(逆)진화하기에 이르렀다. 민간인 사찰을 주도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에 명시된 ‘VIP 또는 대통령실장’ 조사과정에서 정정길·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에게는 서면조사를,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장관에게는 자발적으로 제출한 해명성 진술서를 ‘무혐의’ 결정의 근거로 삼았으니 검찰 스스로 화를 불러왔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본래 피의자나 주요 참고인은 소환조사가 원칙이다. 노 전 대통령에게 들이댔던 그 원칙이다. 서면조사는 당사자가 국내에 없거나 출석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검찰이 먼저 이 원칙을 무너뜨렸으니 앞으로 일반 국민이 서면조사로 대체하자고 덤비면 어찌할 건가. 검찰은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이 검찰 불신을 초래했다고 볼멘소리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검찰’로 대변되는 권력 줄대기와 눈치보기, 인사철이면 난무하는 로비와 청탁문화가 지금의 검찰 위기를 불렀다는 지적도 결코 빈말이 아니다. 국민의 눈에는 권력과 검찰의 공생관계로 비치고 있다. 항간에는 다음 달 검찰 인사 이전에 현 정부의 모든 의혹을 털어버릴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고삐가 풀리기 전에 인사를 무기로 적당히 ‘마사지’해 온 관행을 빗댄 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대검찰청을 방문했을 때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휘호를 내렸다. 정권의 성격과 상관없이 이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그 답은 검찰에 있다. djwootk@seoul.co.kr
  • ‘미쓰고’ 주연 고현정 “시사 때 눈물났죠…함께 고생한 생각나서”

    ‘미쓰고’ 주연 고현정 “시사 때 눈물났죠…함께 고생한 생각나서”

    2011년 5월 충무로의 뜨거운 관심 속에 ‘미스고 프로젝트’가 크랭크인됐다. 동국대 연극영화과에서 함께 단편영화를 찍던 90학번 정범식 감독, 장소정 (영화제작사) 도로시 대표, 그리고 배우 고현정이 20년 만에 의기투합했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전체 분량의 30%쯤이 끝난 8월 초 부산 촬영이 중단됐다. 공식 해명은 쏟아진 비 때문이었다. 곧이어 감독이 바뀌었는데, 정 감독의 건강악화가 교체 사유라고 제작사 측은 밝혔다. 결국 ‘달마야 놀자’(2001)의 박철관 감독이 바통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완성됐다. 그 사이 제목은 ‘미쓰고’로 바뀌었다. 영화는 공황장애를 앓는 천수로(고현정)가 수상한 수녀의 심부름을 하다가 500억원짜리 마약·위조지폐 범죄 조직의 다툼에 휘말리면서 인생이 뒤바뀌는 소동극이다. 범죄 스릴러와 코미디를 버무린 영국 감독 가이 리치의 ‘록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 ‘스내치’를 떠올리면 될 듯하다. 고현정을 원톱으로 내세우고 성동일, 이문식, 유해진, 고창석, 박신양 등 입이 벌어질 만한 캐스팅을 했다. 그럼에도 영화의 완성도는 후한 점수를 받기에는 엉성한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덕여왕’의 미실, ‘대물’의 서혜림 등 카리스마 여걸을 도맡던 고현정과 건달, 악역 전문이던 유해진의 변신은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20일 서울 사간동 카페에서 고현정을 만났다. CF 촬영과 토크쇼 ‘고쇼’의 준비 탓에 지쳐 보였고,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그래도 트레이드 마크인 ‘물광 피부’는 명불허전이었다. 고현정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에선 강한 역할만 들어오는 나의 18~19살 때를 기억하는 친구들이라 이런 역을 제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의 결혼(1995년) 못지않게 시끄러웠던 이혼(2003년). 이후 2005년 드라마 ‘봄날’로 복귀한 고현정의 연기 인생 2막은 ‘선덕여왕’ ‘대물’ 등 ‘갑’(甲)의 위치에 선 강한 캐릭터가 주를 이뤘다. 고현정은 “다시 일을 시작할 무렵 만난 분들은 날 어른으로 대했다. 그런데 난 어른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결혼과 이혼, 아이도 낳았지만 서툴고 미숙하고 불안했다. 물론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딴에는 재벌집에도 갔다가 오고 이혼도 했으니 센 듯 보이는 게 세상 사람들의 예상치에 맞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설명했다. ‘미쓰고’의 천수로 캐릭터는 관객은 물론 본인에게도 어색했다. “소리를 마구 질러대는 강한 역할을 할 땐 살아왔던 경험에서 도움받을 수 있다. 천수로는 전혀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캐릭터였다. 너무 오버하지 않도록 경계했다. 자칫 공황장애를 앓는 분들에게 잘못된 선입견을 덧씌우는 건 옳지 않기 때문이다.” 개봉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감독 교체 과정에서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을 터. 질문을 받고도 한참 침묵을 지키던 고현정은 “마음고생은 내가 가장 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메라 감독을 비롯해 이 영화로 입봉하는 스태프들이 많았다. 위기가 왔을 때 그분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겠나.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개봉하는 게 맞다. 좌초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개봉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시사 때는 집중할 수 없었다고 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박 감독과 스태프들 생각도 나고, 8개월가량을 부산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찍은 순간들이 스쳐 갔다.”고 털어놓았다. ‘미쓰고’는 그의 첫 번째 상업 영화다. ‘해변의 여인’(2006),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8), ‘여배우들’(2009)은 저예산으로 제작된 소규모 개봉 영화였다. 흥행 부담도 있을 법했다. 영화의 순제작비는 53억원. 프린트 수급과 홍보마케팅 비용(P&A)을 포함한 총제작비는 70억원을 웃돈다. 200만명이 영화를 봐야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한다. 관객 숫자를 점쳐 달라는 질문에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난 그런 건 진짜 모르겠다.”며 배시시 웃었다. 이어 “제작자(장소정 대표)가 친구여서 더더욱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잘 안된다고 하더라도) ‘고현정, 역시 영화는 안돼.’란 소리만 듣고 넘어가면 그뿐이다. 하지만 투자·제작사엔 잔인한 일이다. 또한 이름 없이 고생한 스태프들도 있다. 그래서 책임감도 느껴진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 연기 외에도 TV 토크쇼와 영화전문지의 인터뷰어(객원기자)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어떤 일이 가장 재밌냐고 물었다. 손가락 끝을 물어뜯고 한참 생각했다. “다 재밌다고 해야 하는 건가? 솔직히 재밌는 일이 하나도 없다. 다 힘들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어 “사소한 일까지 관심받고 질문을 당하는 게 고맙고 즐거운 일이다. 내가 이 자리에 강제로 있는 게 아니다. 못해서 난리를 칠 때도 있었다. 다 원했던 일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뭐든 ‘싫어, 싫어’가 입에 붙어 버린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역지사지의 상황을 경험해 보는 인터뷰어 일은 흥미롭다. 그러고 보니 그 일이 가장 즐거운 것 같다.”며 웃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불고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세살 때부터 스파이더맨 옷 입는 꿈”

    “불고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세살 때부터 스파이더맨 옷 입는 꿈”

    “제가 역대 스파이더맨 중 가장 잘생겼다고요?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불고기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데 한국에 오게 되어 기쁩니다.”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할리우드 3D(3차원)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할리우드 배우 앤드루 가필드(왼쪽)는 한국 방문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역동적인 발차기와 한국어로 인사를 한 그는 “스파이더맨은 워낙 역사 깊은 시리즈여서 한 시대에 국한된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에 맡은 피터 파커의 경우 아버지를 찾는 고아 청년이 스파이더맨으로서 도시 전체를 책임지는 아버지가 되는 여정으로 이해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5년 만에 개봉하는 이번 작품은 스파이더맨의 새로운 시리즈로 아기자기한 스토리와 3D로 펼쳐지는 고공 액션이 특징이다. 연출을 맡은 마크 웹 감독은 “관객들이 액션 장면을 더 많이 즐기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캐릭터와의 공감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접근했으며, 캐릭터에 집중해서 진정성을 가지고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여주인공 그웬 스테이시 역은 앤드루 가필드의 실제 연인이기도 한 에마 스톤(오른쪽)이 맡았다. 그녀는 “그웬은 자신을 구출해 주기만을 기다리는 캐릭터가 아니라 결국 피터를 도와서 큰 역할을 해내는 능동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피터의 여자 친구를 넘어 파트너와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몸에 딱 붙는 스파이더맨 의상을 입기 위해 혹독한 트레이닝 과정을 거쳤다고 밝힌 앤드루 가필드는 “세살 때부터 스파이더맨 의상을 입는 것이 꿈이었고 마스크를 쓰고 옷을 입는 목적 자체가 자신감을 가지고 능력을 펼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스파이더맨이 그 속에서 느끼는 자유를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오는 28일 국내에 개봉한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선택! 역사를 말하다] (15) 박제가와 유수원

    [선택! 역사를 말하다] (15) 박제가와 유수원

    국왕이 내려주는 술잔을 받고 국왕과 더불어 꽃길을 산책하고 시를 쓰는 신하가 있다. 가득 내려진 음식에 국왕의 따스한 눈길을 받는 신하는 감격하여 세상을 품에 얻은 것 같다. 한편, 국왕을 인정하지 않고 끌어내려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다가 역모라는 이름으로 대역죄인이 되어 형장에 서 있는 신하가 있다. 그의 학문은 세상을 바꾸기에 충분하였지만,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뜻을 펼칠 수 없었다. 이 두 사람의 운명은 왜 이리 다를까? ●정조의 총애 받은 자 vs 북학의 원조지만 잊힌 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경륜의 학자들. 서얼이라는 미천한 신분이었지만 국왕 정조의 총애로 정조시대 북학을 중심 정책으로 만들어낸 박제가와 북학의 원조라고 할 수 있지만 영조대 반역자로 규정된 유수원의 삶은 한편으로 유사하면서 한편으로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유수원과 박제가는 모두 우리 역사에서 북학을 강조한 학자들이다. 박제가는 정조가 규장각 5대 검서관의 한 명으로 가장 총애하는 인물이었고 ‘북학의’라는 명저를 남긴 인물이다. 그러나 유수원에 대해서는 조선후기 역사를 전공한 학자들이 아니고는 대부분 관심 밖의 인물이며 그가 ‘우서’(迂書)라는 개혁사상이 가득 담긴 책을 지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은 거의 없다. 그만큼 역사의 기억에 남는 인물이 아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그가 영조대 ‘나주벽서 사건’(1755년 을해옥사)이라는 역모 사건의 관련자이고 그 탓에 대역죄인으로 죽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역적으로 몰린 그의 이야기가 후세에 제대로 전달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서얼 출신이었지만 정조의 총애를 입었던 박제가는 정조의 배려에 의해 두 번이나 연행사로 참여하면서 새로운 중국 문화를 볼 수 있었고, 이러한 중국의 문화를 받아들여 조선의 다양한 문화에 적용시켜 변화를 추구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그의 북학 정신은 정조의 적극적 후원으로 경세치용학파와 더불어 이용후생이라는 큰 사상으로 발전하여 정조시대 백성을 부유하게 하고 국가 재정을 안정시키는 데 많은 이바지를 하였다. 두 사람 모두 시대를 앞서가는 개혁 사상이 있었지만 한 사람은 역사에서 사라지고 한 사람은 역사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국가 권력의 최고 정점이었던 국왕과의 관계였다. 국왕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던 인물과 국왕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와 더불어 파트너로서 국가 개혁에 동참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어떤 시대적 이유로 인생과 역사의 평가가 달라졌을까? ●명문 소론 가문 출신의 귀머거리 유수원 유수원은 1694년(숙종 20년)에 유봉정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종숙부가 영조 연간 영의정을 지냈던 유봉휘이니 명문 가문 출신임을 알 수 있다. 그의 본관인 문화 유씨는 당파적으로 소론이었고, 유수원은 소론의 중심인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사실 유수원은 소론 중에서도 급진파라고 할 수 있다. 유수원에게는 치명적인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귀머거리였던 것이다. 그가 언제부터 귀가 먹었는지 알 수 없지만, 훗날 영조와의 대화에서도 필담으로 할 정도였으니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신체적 결함은 그를 더욱 과격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유수원의 종숙인 유봉휘는 영조 즉위년에 우의정과 좌의정을 역임하였지만, 영조는 그를 끝내 조선 팔도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저주의 땅 경원으로 유배 보내고 말았다. 그 이유는 유봉휘가 “경종이 즉위한 뒤 ‘김창집 등 4명의 노론 대신들이 연잉군을 세제(世弟)로 책봉하고 대리청정을 시키라고 강요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노론 입장에서는 당연히 적대적일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기에 제거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유봉휘를 종숙으로 두었으니 유수원 역시 노론에게 있어서는 견제의 대상이었다. 유수원은 20세에 진사시험에 합격하고 24세에 정시 문과에 급제하였으니 가히 천재라고 할 만한 인물이었다. 조선시대 과거 평균 합격 연령이 41세였으니 24세에 합격한 것은 그가 뛰어난 자질과 열심히 공부하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유수원의 급진성은 경종에 의해 정6품의 정언으로 임명받은 후 나타났다. 나라가 안정이 안 되고 국정이 어지러운 것은 바로 소론 온건파인 영의정 조태구가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상소를 올린 것이다. 영의정 조태구는 소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종대에 노론 4대신의 입장을 받아들여 영조의 왕세제 책봉을 묵인한 인물이었다. 이처럼 소론 급진파로서 소론 온건파인 조태억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린 것은 이미 마음속으로 영조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영조가 국왕이 되고자 자신의 형인 경종을 독살하였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겉으로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속에선 노론에 대한 적개심만이 아니라 국왕에 대한 반감도 가지고 있었다. 집권 세력에 대한 반감을 품고 있는 유수원은 영조를 비롯한 집권 노론에게 중용될 수 없었다. 관직에서 물러난 그는 본격적으로 사회 개혁에 대한 구상과 집필을 하였다. 나라가 왜 이리 어려워졌을까에 대한 고민을 그는 깊이 하였다. 그 결과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사농공상’에 따른 신분 차별이 나라가 가난하고 백성이 빈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하였다. 개인의 능력에 따른 직업 선택의 자유를 주어야 각자가 자신의 능력에 맞는 직분을 찾을 수 있고, 이렇게 되어야 비로소 나라와 백성은 부국안민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농공상이라는 편벽되고 고루한 강제성이 나라의 변화 발전을 이루지 못하게 한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는 학문에 관심도 없고 실력도 없는 양반 사대부들이 유생(儒生)이라고 자처하면서 온갖 편법과 협잡으로 벼슬자리를 구한 다음 권력과 세도를 부려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라고 진단하였다. 바로 노론을 자임하는 양반들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다. 결국, 양반들 역시 놀고먹을 것이 아니라 일해야 하고 특히 상업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주장이 훗날 그를 양반상인론의 원조로 평가하는 것이다. 영조는 그의 ‘우서’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그를 중용하고자 하였으나 노론 대신들의 집요한 반대로 그를 우대할 수 없었다. 나주에 유배 가 있던 소론 윤지는 나주목사 등을 포섭하여 쿠데타를 일으켜 영조를 제거하고자 하였다. 영조는 자신의 최대 약점인 경종과의 관계를 건드린 이 사건에 대하여 격노하였고 직접 국문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사람이 죽어나갔다. 탕평의 군주 영조는 이미 없었다. 그 과정에서 나주벽서 사건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관련 인물들을 찾는 과정에서 유수원이 검거되었고 유수원은 영조 앞에서 당당히 국왕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하였다. 그 결과 그는 다음 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모든 가족은 관노로 편입되었다. ●박제가 “조선의 가장 큰 폐단은 바로 가난” 유수원과 반대로 서얼 출신이었던 박제가는 정조를 만났다. 흔히들 사람들은 정조와 정약용의 관계를 이야기하지만, 실제 이덕무나 박제가에 대한 정조의 총애는 정약용 이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제가는 중국의 선진문물을 배워서 조선의 발전을 강조한 이용후생 학파의 대명사이다. 연암 박지원, 청장관 이덕무, 그리고 지난해 TV드라마 ‘무사 백동수’의 주인공이었던 야뇌 백동수(1743~1816)와 교류를 하며 북학파의 일원이 된 그는 정조 즉위 후 연경에 사신단의 일원으로 다녀온 후 북학에 대한 생각을 굳혔다. 이들 모두 정조의 지극한 총애를 받는 인물들이었다. 정조는 국가 개혁을 위해서라면 당론을 가리지 않고 우대를 하는 인물이었다. 특히 민생 안정을 위해 그는 과감한 주장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정조의 의중을 파악한 그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였다. 그것이 바로 ‘병오소회’(丙午所懷)이다. 1786년인 병오년에 자신이 품은 생각을 아뢴다는 것이다. 그 내용은 바로 중국과의 통상과 양반상인론이었다. 박제가는 그렇게 이야기하였다. “현재 국가의 가장 큰 폐단은 바로 가난이옵니다. 그렇다면, 가난을 어떻게 하면 구제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중국과 통상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박제가는 중국과 통상을 중요시했고, 중국 통상 이후 주변의 여러 나라들과도 통상해야 한다고 하였다. 서양의 선교사들까지 조선으로 입국시켜 그들의 지식을 배워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도 하였다. 국가의 경제적 안정과 백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양반들이 상인이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양반상인론은 실제 정조가 수원에 화성을 축성하고 양반들을 대거 상업과 유통업에 참여시키고자 하는 정책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유수원이 노론으로 전향했더라면 결국, 유수원과 박제가는 나라와 백성을 위한 개혁 사상가이자 관료였다. 하지만, 유수원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박제가는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정조시대 문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 어떤 군주를 만나느냐에 따라 정치적 생명이 달라지는 봉건적 구조의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유수원이 만약 영조를 국왕으로 인정하고 노론으로 전향하여 그가 가진 생각을 적극적으로 펼쳤다면 어떤 세상을 만들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 박제가가 서얼이라는 이유로 조정에 대한 반감으로 출사하지 않고 역모를 꿈꾸었다면 그의 북학사상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졌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선택은 어렵고 힘든 것이다. 김준혁(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 충무로는 지금 ‘캐릭터 코미디’ 전성시대

    충무로는 지금 ‘캐릭터 코미디’ 전성시대

    ‘캐릭터가 떠야 영화가 뜬다!’ 요즘 충무로는 캐릭터 코미디 영화 전성시대다. 특이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코미디 영화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 캐릭터 코미디 영화는 상황에서 웃음을 유발하거나 드라마를 강조하기보다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스토리를 풀어 나가는 측면이 크다. 이 때문에 요즘 충무로는 이색 캐릭터들의 경연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지난 6일 관객 3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대표적인 캐릭터 코미디 영화다. 이 영화의 중심축은 입만 열면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는 독설가형 아내 연정인(임수정)의 캐릭터가 이끌고 있다. 극 중 정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할 말은 다 하는 잔소리꾼 아내로 튀다 못해 노골적인 것이 매력이다. 한편 정인을 유혹하기 위해 투입되는 전설의 카사노바 장성기(류승룡)도 카리스마 넘치는 코믹 연기로 웃음을 준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민규동 감독은 “정인은 노골적이고 솔직해 비호감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그것이 내면의 외로움에서 비롯됐다는 데서 관객이 공감을 느끼도록 했다.”면서 “성기는 진지하면서도 익숙한 유머에서 벗어나 약간 변주된 글로벌한 이미지의 바람둥이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민 감독은 영화의 인기 비결에 대해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캐릭터들을 입체감 있게 그리려고 노력했고 예측이 안 되고 호기심을 주는 캐릭터와 그들의 소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코미디가 강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차형사’도 캐릭터의 개성으로 승부하는 코미디 영화다. 뚱뚱하고 지저분한 형사 차철수(강지환)가 패션 모델로 위장 잠입해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런 이유로 극 초반은 노숙자를 떠올리게 하는 비호감 캐릭터인 차 형사의 에피소드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영화의 마케팅 포인트도 차 형사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실제로 살을 10㎏ 넘게 살을 찌웠다가 뺀 강지환에게 맞추고 있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미쓰GO’도 여주인공 천수로(고현정) 캐릭터의 비중이 크다. 극 중 천수로는 소심하고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여인으로 맹하고 대책 없이 착한 심성을 지닌 인물로 나온다. 고현정은 촌스러운 캐릭터를 위해 피부 메이크업조차 받지 않고 촬영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천수로의 캐릭터가 범죄의 여왕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코미디가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개봉하는 ‘아부의 왕’에는 ‘혀고수’라는 이름의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성동일이 맡은 역할은 혀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물로 보험왕, 정치인 컨설턴트, 로비스트,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이라는 이력을 달고 다니는 아부계의 숨은 전설이다.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의 대가 성동일이 직장인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생활 밀착형 코미디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기파 배우 윤제문의 첫 주연작인 ‘나는 공무원이다’도 10년차 7급 공무원을 주인공으로 한 캐릭터 코미디 영화다. 주인공 한대희는 마포구청 환경과 생활공해팀 공무원이다. 각종 민원전화에 대응하는 다양한 노하우를 지닌 ‘평정심의 대가’이자 10년 동안 ‘TV 친구’ 유재석과 이경규를 만나온 일상을 최고의 행복으로 여기는 독특한 인물이다. 그동안 주로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윤제문이 귀엽고 코믹한 캐릭터에 도전해 그의 연기 변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캐릭터 코미디 영화의 열풍을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 코미디 영화의 진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코미디 영화가 과거 조폭 코미디류 같은 평면적인 코미디에서 잘 기획되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강조한 코미디로 추세가 바뀌고 있다.”면서 “캐릭터 코미디는 예측과 기대를 배반한 캐릭터를 통해 웃음을 주고 그러한 캐릭터를 통해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1차원적인 웃음에 머물렀던 한국형 코미디가 진화하는 과정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의 이창현 부장은 “올 상반기에는 무겁고 진지한 장르나 상황식 코미디보다 억지 웃음이 아닌 호감을 주는 생활 밀착형 캐릭터를 내세운 코미디가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총선, 대선 등 정치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복잡하지 않고 쉽고 즉각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캐릭터 코미디의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캐릭터 코미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배우에 대한 호감도와 캐릭터의 연기력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과 ‘미쓰GO’의 배급사 NEW 마케팅팀의 박준경 팀장은 “캐릭터 코미디는 기본적으로 배우의 호감도가 있어야 하고 캐릭터의 매력을 능수능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성공한다.”면서 “캐릭터 자체가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인물의 성격을 잘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과 만났을 때의 상호 작용과 연쇄 작용까지도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콧대 높은 할리우드 스타 한국으로 총출동 왜 할까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콧대 높은 할리우드 스타 한국으로 총출동 왜 할까

    요즘 극장가에 ‘어벤져스’를 필두로 할리우드 영화의 공습이 거세다. 때맞춰 할리우드 스타들의 한국행도 부쩍 잦아지고 있다. ‘맨 인 블랙 3’는 아예 한국에서 전 세계 프로모션을 시작했고, 오는 14일에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남녀 주인공 앤드루 가필드와 에마 스톤, 마크 웹 감독이 한국에 총출동한다. 이처럼 콧대 높던 할리우드가 한국 시장을 주목하게 된 속사정은 무엇일까. ●아시아 흥행 바로미터 한국시장 그동안 외화의 아시아 홍보 방식은 일본이나 홍콩 중 한 국가를 거점으로 정하고 인근 국가들의 기자들을 초청해 기자회견 등 행사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국을 자발적으로 방문하는 할리우드 톱스타와 감독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 일본에 들렀다가 관계자들의 통사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방한하던 것과는 상당히 달라진 양상이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는 할리우드에서 차지하는 한국 시장의 규모 때문이다. ‘트랜스포머’나 ‘아이언맨’, ‘아바타’의 경우 아시아에서 한국 관객 동원력이 1~2위를 차지하는 등 폭발적이었기 때문에 자국의 영화 소비가 줄어든 할리우드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지난달 7일 방한한 윌 스미스는 월드 프로모션을 한국에서 시작한 이유에 대해 “미국에서 계속 세계 시장을 공략하자는 시도를 하고 있고, 한국은 급성장 중인 시장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K팝 한류로 인한 한국 대중문화의 인지도 상승도 한 몫했다. 또한 원전 사고 등 침체된 분위기로 외화 소비가 시들해진 일본에 비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한 꾸준한 수요가 있는 한국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이 외화 수입사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불법복제 유통 막으려 전세계 첫개봉 또 하나의 이유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테스트 베드’(시험대)로서 효용성 때문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외화 개봉에 느긋하고 반응이 느린 일본과 외화 상영에 일부 제한이 있는 중국에 비해 한국 시장은 인터넷과 SNS 등이 발달해 반응이 즉각적이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에서의 흥행성을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한국에서 외화 개봉을 둘러싼 신경전도 늘고 있다. 외화끼리도 경쟁작을 피하는 ‘눈치 작전’도 다반사다. 미국보다 무려 한 달이나 먼저 한국에서 개봉한 ‘배틀쉽’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먼저 개봉하려는 것은 불법 복제와도 무관치 않다. 한 외화 수입사 관계자는 “미국에서 개봉을 하면 비슷한 시기에 DVD가 발매되는데, 그럴 경우 국내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 최초 개봉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할리우드 스타들이 방한해 흥행에 미치는 효과는 어느 정도 될까. 하루 남짓 되는 체류 기간 동안 가장 크게 노리는 것은 사진이나 기사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효과)다. 거기에 톰 크루즈처럼 ‘친철한 톰아저씨’라는 호감있는 인상을 남길 경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리즈 위더스푼이나 브래드 피트처럼 흥행과 직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자주 방한하는 아시아 스타들의 경우도 효과가 떨어진다고 한다. 한 영화 홍보사 대표는 “할리우드 스타가 방한할 경우 외화 직배사들이 한국에서 집행할 광고나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erin@seoul.co.kr
  • [생각나눔 NEWS] 각 부처 신조어·외래어 남발 ‘정책 作名’ 봇물

    [생각나눔 NEWS] 각 부처 신조어·외래어 남발 ‘정책 作名’ 봇물

    부처마다 이상야릇한 이름을 붙인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현장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정책 네이밍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억지로 만든 신조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필통톡(必通 talk)은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생들이 고민하는 현장을 찾아가 대화로써 고민을 해결해 보자고 만든 정책의 이름이다. 얼마 전 시골의 한 여고생이 수업도 빠지고 와 울면서 가족의 고민을 얘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교과부는 성공적인 정책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자성어 ‘일취월장’을 내세웠다. 고용부는 “일자리와 취업의 장벽을 국민과 함께 넘겠다는 고용부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지 봉투를 개봉하는 칼에 일취월장을 새겨 직원들에게 나눠 줬다. 부정에 대한 유혹은 칼처럼 도려내고 청렴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열린 행정을 실천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현안 정책 실천 의지 재해석, 전파력 강해” ‘우문현답’도 등장했다. 고용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즐겨 사용한다. ‘어리석은 질문에도 현명한 대답을 한다’는 뜻을 가졌지만 ‘우리의 잘못된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의미로 재해석했다. 고용부는 이 문구 역시 볼펜에 새겨 직원들에게 나눠 줬다.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들려 오는 볼멘소리를 충실히 받아 적어 정책에 반영하자는 깊은 뜻이 내포된 것이라고 자랑한다. 환경부는 ‘환장대담’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환경부 간부들이 이슈가 있는 현장에 나가 대화로 문제를 풀어 보자는 의미라고 한다. 국토부는 ‘강강수월래’에 한자를 붙여 4대강 물 관리 정책을 부각시키기고 있다. 이 밖에도 부처마다 작의적인 의미를 담은 정책 이름이나 구호가 많다. 신조어가 많이 만들어진 것은 현 정부 들어 ‘정책 네이밍으로 승부하라’는 지침서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어원 불분명, 우리말 질서 무너뜨려” 하지만 신조어들은 의미 전달이 안 될뿐더러 우리말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립국어원과 한글학회 등의 조사에 따르면 신조어나 외래어로 된 정책 이름은 환경부가 가장 많다. 환장대담도 억지로 붙인 정책 작명이라는 것이다. 한글학회 김한빛나리 연구원(총무부장)은 “튀어보자는 경쟁 의식에서 국적 불명의 신조어가 쏟아져 우리말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모범을 보여야 할 교육부가 ‘필통톡’처럼 억지 말을 만들어내 국어 교육을 혼란스럽게 하는 데 앞장서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달 24~25일 각 부처와 지자체에 임명된 383명의 ‘국어책임관’을 소집해 부처마다 헷갈리는 정책 용어 사용 실태 등을 지적했다. 김형배 문화부 국어정책과 연구사는 “잘못된 정책 이름이나 구호 등을 따져 부처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항목을 올해 추가하고 국어책임관들이 전문성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판소리 ‘춘향전’ 성찬 즐기세요

    판소리 ‘춘향전’ 성찬 즐기세요

    “이것이 웬일이냐. 부드럽고 곱던 손길이 피골이 상연하니 되었구나.” “아이고, 서방님, 어디 갔다 이제 왔소. 내일 본관 사또 생신잔치 끝에 나를 올려 죽인다니 부디 멀리 가시지 말고 옥문 밖에 가 서셨다가 날 올리라고 영 나리거든(내리거든) 칼머리나 들어 주오. 한양으로 올라가 선대감 제절하에 은근히 묻어 주오.” 걸인 행색의 몽룡이 옥중 춘향을 찾아가 상봉하는 대목에서 소리꾼의 목에 피가 철철 끓는다.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 이런 좋은 일이 또 있느냐. 얼씨구나 내 딸이야. 우에서 부신(위에서 부은) 물이 발치까지 내린다고. 내 속에서 너 낳으니 만고 열녀가 아니 될 것이냐. 얼씨구, 절씨구, 절씨구, 좋을씨구나, 내 딸이야. 우리 딸 궁뎅이는 금 궁둥이, 내 궁뎅이는 은 궁뎅이.” 어사 사위가 딸의 목숨을 구하니 월매 입에서 흥겨운 소리가 절로 난다. 소리꾼의 어깨도 저절로 들썩이고, 손에 쥔 부채를 폈다 접었다 자연스럽다. 보는 이들도 덩달아 신명 난다. 지난 26일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서 판소리 한 판이 거하게 펼쳐졌다. 아름답고 고즈넉한 한옥에서 명창의 작은 숨소리까지 느끼는 ‘해 같은 마패를 달같이 들어메고’(해마달)의 첫 공연이다. 전주시와 전라북도가 공동 주최하고 전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해마달’은 유파별 최고 명창을 만나는 시간. 한옥마을 안에 있는 전주소리문화관 놀이마당에서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에 열린다. 판소리 ‘춘향가’ 중 변학도 생일잔치와 암행어사 출두 장면을 70분짜리 작품으로 재구성했다. 이 공연이 시선을 붙잡는 것은 주요 출연진이 시대를 대표하는 소리꾼이기 때문이다. ‘영원한 춘향’으로 불리는 안숙선(63)과 ‘맛깔나는 월매’ 김영자(61), 이들과 국립창극단에서 환상의 3인조로 불렸던 왕기석(49), 21회 전주대사습 장원(대통령상) 조영자(53), 1992년 남원춘향제 전국명창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자 이난초(51), 26회 전주대사습 장원 모보경(47) 등 명창들이다. 모든 명창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주요 배역은 한 사람씩만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유파별로 비교해 가면서 보는 것도 공연의 묘미로 꼽힌다. 우선 새달 23일까지는 유파를 초월한 ‘비빔제’로, 안 명창과 김 명창, 왕 명창이 춘향과 월매, 몽룡으로 만난다. 2000년 김 명창이 국립창극단에서 나오면서 처음 갖는 합동무대이니, 12년 만에 갖는 재결합이다. 이후 7월 14일까지 “동편제와 서편제의 틀로는 설명이 안 되는 귀한 소리”, “전북 판소리 그 자체”로 평가받는 김연수 명창에서 흘러온 동초제를 맛본다. 월매 역에 조 명창이 나서고, 조희정과 조용균이 각각 춘향과 몽룡을 연기한다. 8월 18일까지는 정정렬제가 이어진다. 천재적 음악성과 독특한 소리를 구사하며 1930년대 최고 인기를 구가한 명창 정정렬의 바디(명창이 다듬어 놓은 판소리 한 마당)이다. 정정렬제 춘향가의 적통이라는 최승희 명창의 딸인 모 명창이 월매 역할이다. 그의 딸인 김하은(16)이 춘향으로 나서 ‘방년의 춘향’을 연기하고, 소리꾼 박종훈이 몽룡을 맡는다. 강도근제는 9월 22일과 추석특별공연 기간인 28일, 10월 6~20일에 만날 수 있다. 국악 명문가에서 태어난 강도근 명창은 조선시대 송만갑 명창의 소리를 이은 ‘동편제의 대가’다. 이 기간에 이 명창이 조선하(춘향)·임현빈(몽룡)과 함께 월매를 연기한다. 2년 전부터 이 공연을 구상했다는 곽병창 총감독은 “공연이 많고 모시기 어려운 명창들이 우리 소리와 한옥에 대한 애정으로 뭉쳤다.”면서 “한옥과 정자가 있는 공간에서 좋은 소리만 뽑아내 관객들이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각 바디별로 특색 있는 부분을 꼽아 넣을 예정이라 유파별로 달리 느껴지는 미묘한 재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간에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공연뿐만 아니라 풍물, 부채, 다례, 목판 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과 전주 막걸리 시식회도 즐길 수 있다. 여수엑스포를 오가는 길에 들러 한번 들어볼 만하겠다. 1만~2만원. (063)283-0223.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통진당 압수수색 ‘와글’ 첫 화학적 거세 ‘와글’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통진당 압수수색 ‘와글’ 첫 화학적 거세 ‘와글’

    시국이 시국인지라 무거운 이슈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1위는 ‘통합진보당 압수수색’이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을 등에 업고 검찰이 통합진보당 서버 관리업체를 압수수색해 당원명부 등을 압수해 버린 것.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부정 경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소환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워낙 정치적 폭발력이 높은 사안이라 수사, 재판과정에 이르기까지 숱한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4위에 ‘이상규 100분토론’이 올랐다. 구당권파인 이상규 통합진보당 당선자가 그간 논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위해 MBC 100분토론에 출연했으나, 정작 구당권파의 정체성을 두고 시민패널과 언쟁을 벌인 일이 화제로 떠올랐다. 2위는 ‘화학적 거세 첫 시행’이 차지했다. 지난 21일 법무부가 사상 처음으로 아동성폭력 전과 4범에게 성충동 억제를 위한 약물을 투여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출소 후 재범기간이 갈수록 짧아지는 데다 성도착증 진단까지 받은 데 따른 것이다. 가출소 뒤 거주지에서 생활하면서 3개월에 한번씩 약물을 투여받을 예정이다. 효과와 정당성 문제를 두고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3위엔 ‘노무현 3주기 추도식’이 올랐다. 지난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묘역에서 진행된 추도식에서 야권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5위는 ‘수원 살인사건 유가족’이다. 유족들이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해 범인 오원춘이 중국 인육 유통 조직에 연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6위엔 ‘서강대 축제 폭발 사고’가 올랐다. 7위에는 ‘서울 반바지 근무’가 올랐다. 전기가 부족한 데다, 이른 더위 때문에 서울시가 근무시간에 반바지와 샌들을 허용하자고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6~9월 민원부서를 제외하고는 반바지와 샌들을 허용키로 했다. 8위는 오는 8월 19일로 예정된 ‘에미넴 내한 공연’이 차지했다. 세계 최고의 래퍼로 꼽히는 만큼 관심이 그만큼 뜨겁다. 9위는 ‘MC몽 무죄’다. 그간 이빨을 고의로 뽑아 병역을 회피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던 MC몽은 지난 24일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다. 병역 회피가 아니라 단순 치료목적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10위에는 교통사고를 내고도 피해 여고생을 성폭행까지한 파렴치범들에게 법원이 징역 10년을 선고한 ‘교통사고 여고생 성폭행’이 올랐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통진 “새누리 李·金 퇴출 입법은 초법적 발상”

    통진 “새누리 李·金 퇴출 입법은 초법적 발상”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4일 “민주당에 (통합진보당) 불공정 선거 당선자에 대한 국회 제명을 공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심재철 최고위원은 “문제의 당선자들은 마치 부정입학을 한 것과 마찬가지여서 국민의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 종북주사파 당선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국민적 대책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새롭게 입법을 하든, 극단적으로 국회에서 제명절차를 밟든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통진당은 “원내 야당을 망가뜨리려는 해코지”라며 반발하며 민주당에 지원사격을 요청했다. 통진당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이·김 당선자에 대한 새누리당의 국회의원 제명 추진은 사회적 논란과 국민적 지탄을 틈탄 초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한 뒤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원장도 어제 봉하마을에서 만났을 때 ‘가능한지 검토해봤지만 어렵다. 두 분의 비례대표 후보 사퇴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부정선거 의원들을 같이 제명 대상으로 논의하면 협의를 하겠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 문제 인물과 탈당한 김형태(성희롱 의혹), 문대성(표절논문 의혹) 당선자도 같이 다룰 거라면 동참하겠다. 자기네 불리한 건 아니하고 통진당이 문제 일으키니 뭐라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진보정당 출신의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사상 검증 대상에 민중당 출신 김문수 경기지사, 남민전 출신 이재오 의원과 보수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포함시키자.”면서 “야권연대를 붕괴시키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통진당 신당권파인 혁신비대위는 이석기·김재연 당선자가 사퇴를 끝까지 거부하면 구당권파가 많은 경기도당이 아닌 중앙당 당기위에 제소해 제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구당권파 당원비대위 김미희 대변인은 “혁신비대위는 정치검찰의 공안탄압에 맞서고 있는 전 당원의 당 사수 대열에 동참하라.”고 반박했다. 구당권파 측 청년단도 “출당조치는 당의 통합 정신을 위배하고 분열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신당권파가 제소장을 제출해도 2심제여서 1심당 90일씩 최대 180일간의 심사와 징계결과 이후로도 14일의 이의신청 기간이 필요해 신속하게 처리한다고 해도 두 당선자가 정식 의원 신분을 갖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주리·황비웅기자 jurik@seoul.co.kr
  • 강지환 “‘살과의 전쟁’ 정말 혹독했다”

    강지환 “‘살과의 전쟁’ 정말 혹독했다”

    흘러넘치는 뱃살, 떡진 단발머리와 덥수룩한 수염까지. 미남 배우 강지환(35)이 뚱보 형사 차철수로 완벽 변신했다. 그는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차형사’에서 패션계에 퍼진 마약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패션 모델로 위장해 잠입하는 형사 역을 맡아 체중을 10㎏ 넘게 찌웠다 빼는 열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강지환을 만났다. →작정하고 망가진 것 같다. 전반부에 비호감 캐릭터인 차 형사를 연기할 때 부담감은 없었나. -기존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잘먹고 잘사는 멋진 역할은 충분히 했다. 변신이 필요한 시기였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모습이었다면 한번쯤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묘미는 뚱뚱하고 노숙자 같은 형사가 멋있게 변하는 반전에 있다. 처음이 세야 반전도 세다고 생각했다. 비호감이지만 밉지 않으면서 귀여운 차 형사의 모습을 살리려고 했다. →망가지는 것에도 나름대로의 전략이 있었을 것 같은데. -차 형사는 막무가내에 지저분한 노숙자 캐릭터였고 첫 등장에서부터 강한 느낌을 줘야 했다. 그래서 직접 서울역과 영등포역에서 가서 노숙자들을 보고 옷 스타일을 정했고 풍물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소품도 구입했다. 특히 헤어스타일에 주안점을 뒀다. 처음엔 파마도 해봤는데 결국 단발머리를 선택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파리지앵’으로 나오는 가수 정재형씨의 머리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웃음). →12㎏이나 체중을 불린 이유는. -처음에 제작사에서는 석고로 뚱보 차 형사의 몸을 뜨고 그 안을 실리콘이나 보정 속옷으로 채우는 방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코미디가 강조돼 영화가 가볍게 보일 수 있고, 리얼리티를 살리려면 배우가 직접 살을 찌우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일단 살을 찌운 뒤 배나 팔 부분에 보정 속옷을 살짝 덧댔는데 확실히 움직일 때 행동이 자연스럽고 편했다. →촬영장에서 실제 노숙자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었다던데. -10㎏ 넘게 살을 찌우고 뚱뚱한 차 형사 분장을 하니 내가 봐도 그럴 듯하더라. 대전에서 촬영할 때 화장실을 가려면 지하도로 400~500m를 걸어가야 했는데 매니저와 함께 가는데도 주변 사람들이 피해 다녔다. 대전의 지하철 역에서는 노숙자로 착각해 돈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살을 찌웠다 빼는 과정이 상당히 혹독했을 텐데. -‘살과의 전쟁’을 방불케 했다. 한달 뒤에 살을 다시 빼야 했기 때문에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 위주 식사로 덩치를 키워야 했다. 하루 6끼씩 닭가슴살을 먹고 운동을 하면서 살을 찌웠다. 가장 힘든 점은 한달 뒤에 다시 모델처럼 살을 빼야 한다는 것이었다. 런웨이 세트장이 지어지고 촬영 날짜는 다가오는데 시간은 없으니 무척 예민해졌다. 극의 하이라이트인 모델 워킹 장면만 한달 뒤로 미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매일 새벽에 촬영이 끝난 뒤 한 시간 넘게 유산소 운동을 하니 빈혈까지 오더라. 15㎏을 뺐다. 살을 찌우고 빼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알았다면 안 했을 거다. 액션 연기보다 어려웠다. →캐릭터를 잘 살린 덕분인지 코믹 연기에 물이 오른 것 같다. -남을 화나게 하기는 쉽지만 웃기기는 힘든 것 같다. ‘7급 공무원’을 할 때도 그렇고 웃기지 말자는 것이 시작점이다. 난 항상 진지한데 ‘피식’하고 웃음이 터지는 게 내 스타일의 코미디다. 사실 ‘7급 공무원’ 이후 차기작으로 코미디를 배제하고 진중한 연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10년차 배우로서 생각해보면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작품도 있지만 내 작품은 따로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처음엔 고사했는데 나중에 네 손에 대본이 들려있더라. 전에 해보지 않은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해 보고 싶었고 몸과 마음이 혼연일체가 돼 몰입하니 좋았다. →‘7급 공무원’의 신태라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췄는데 전작의 흥행이 영향을 미쳤나. -꼭 그렇지는 않다. 다만 한번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서로의 장단점이나 성향을 잘 안다는 장점이 있었다. 신 감독님과는 코미디 코드가 맞는 편이다. 감독님은 ‘7급 공무원’ 때 재준의 뇌구조 사진을 내민 것 말고는 주문한 것이 없다. 그 정도로 방목형이다. 그래서 감독님의 OK 사인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고민하고 연습한 것 같다. →코미디와 액션이 결합했다는 점에서 ‘7급 공무원’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현장에 위장 잠입하는 형사 이야기는 조금 식상한 소재가 아닐까. -‘7급 공무원’은 첩보물이고 ‘차형사’는 비주얼적인 코미디가 강한 영화다. 일단 차 형사라는 인물만 놓고 봤을 때 새로운 캐릭터라는 확신이 들었다. 여러 가지 상황과 내용적인 면에서도 기존의 형사물과 다른 점이 많다. 파고들어가면 다들 비슷한 뿌리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닐까. 이 영화는 웃자고 만든 영화이고 삶의 방향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수혁, 김영광 등 모델 출신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선 소감은. -한번도 나(184㎝)보다 키 큰 사람을 접해 본 적이 없었는데 키도 크고 뽀송뽀송한 친구들을 보니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게 새삼 실감났다. 요즘 TV를 보면 아이돌 가수 출신의 어린 배우들이 많이 나오더라. 불안감이 들기보다는 환경이 많이 변해간다고 느낀다. 나는 30대 중반의 배우로서 그만큼 관록이 쌓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망가지는 역할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드라마 시청률이 저조한 반면 영화 쪽 흥행 성적은 좋은 편이다. 이번 영화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것 같다. -드라마는 처음에 이야기했던 내용과 끝이 바뀌는 경우도 많고 현장에서 무조건 빨리 찍어서 내보내야 하는 시스템이라서 힘들다. 물론 시청률에 대해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그래서 나 자신을 확 쏟아부을 수 있는 작품이 필요했고 ‘차형사’에 더 많이 노력했다. 데뷔작인 ‘영화는 영화다’ 이후 뛰어놀고 싶어서 ‘7급 공무원´에 출연했는데 예상치 않게 관객이 400만명이나 들었다. 일단 이번에 그보다 높은 500만명을 목표로 세웠다. 3연속 안타만 친다면 좋을 것 같다(웃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親盧 “노무현 뛰어넘어 새로운 미래 열겠다”

    親盧 “노무현 뛰어넘어 새로운 미래 열겠다”

    “우리는 그를 뛰어넘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3년 탈상을 마치고 12월 대선의 길목에 홀로 선 친노(친노무현) 세력들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3주기 추도식에서 ‘포스트 노무현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2주기 추도식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비장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면 3주기 추도식에선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넘어 ‘새로운 미래’로 가야 한다는 비전이 제시됐다. 노무현 프레임을 벗고 홀로서기 위한 친노의 행보가 본격화된 셈이다. 친노 그룹의 핵심이자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은 추도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그분을 놓아 드리고 그분을 딛고 일어서서 그분을 뛰어넘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금년 연말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 만큼, 이제는 그분의 정신과 꿈을 현실 정치 속에서 이어가고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에 대한 질책과 심판은 반성하고 잘했던 부분은 이어나가 발전시키면서 과거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잇고 뛰어넘는 세 번째 민주정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상임고문은 다음 달 9일 민주통합당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끝난 뒤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그는 추도식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박지원 원내대표,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안희정 충남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등 야권의 자치단체장, 노무현재단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재단 이사장으로서 봉하마을에서 마지막 오찬 모임도 주재했다. 추도식에는 문 고문뿐만 아니라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또 한 명의 대선주자 김두관 경남지사도 참석했다. 김 지사는 추도식 참석에 앞서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현재 시민단체, 야권 관계자들과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 결심이 서면 도지사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한완상 노무현재단 고문은 추도사에서 “(노 전 대통령보다)더 깨끗한 정치인을 이 땅에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대선주자들을 독려했다. 추도식에는 친노의 좌장 격인 이해찬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등 민주당 당권 주자들이 총출동했다. 노무현재단 추산 3000여명의 추모 인파가 몰렸고 추모기간 봉하마을을 다녀간 인원은 1만 5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새누리당은 황우여 대표 이름의 조화를 보냈고 고흥길 특임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다.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도 일찌감치 봉하마을을 방문, 박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를 만나 야권연대를 굳건히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두문불출하던,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 유시민 전 통진당 공동대표도 추도식에 참석, 강 위원장과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대책을 숙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해찬 당대표 후보는 이날 봉하마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에 대해 “함께해 온 분들이기에 동지적 애정을 갖고 충고도 하고 비판과 격려를 하면서 함께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무현재단은 이날 신임 이사장으로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선임했다. 이 신임 이사장은 김대중정부 청와대 언론비서관, 노무현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거쳐 대통령실장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 광주 서구의회 의원으로 재직 중이다. 김해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노무현을 넘어라” 자생력 시험대에

    “노무현을 넘어라” 자생력 시험대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전국 곳곳에서 추모 사진전과 문화제가 열렸다. ‘3년 탈상’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 추모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애틋함을 간직했다. 이에 따라 지난 3년 노 전 대통령은 친노(친노무현) 세력에 든든한 방패막이가 돼 주었다. ●문재인·김두관 토크쇼 한무대에 3년상이 끝나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애틋한 마음이 식을 수 있다. 노 전 대통령과 친노 세력에 대한 공세를 최대한 자제해 왔던 새누리당이나 보수진영은 가혹한 공세를 퍼부을 수 있다. 이제부터는 노 전 대통령이 친노세력에게 방패막이가 아니라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문재인(왼쪽) 상임고문, 김두관 (가운데)경남지사, 손학규(오른쪽) 상임고문 등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에게도 노 전 대통령을 ‘뛰어넘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자력갱생의 비전을 보여 주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 문 고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롭게 결의하고 출발하는 그런 마음을 다지는 기회”라고 3주기 소회를 밝혔다. 이들 주자는 이날 추모일정을 소화했다. 문 고문과 김 지사는 추모문화제에서 토크쇼를 했다. 두 사람이 대선국면에서 한 무대에 선 것은 처음. 손 고문은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경남대에서 특강했다. 대선정국에서의 이들의 운명은 노 전 대통령과 친노의 공과를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친노 진영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절반의 부활에 성공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아직 친노를 완전히 복권시키지는 않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야권의 한 인사는 “국민들은 아직 친노의 부활에 유보적인 입장이다. 친노 복권 여부는 민주당 당권 경쟁이나 대선 국면을 거치며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봉하마을서 참배 친노는 2007년 대선 패배 직후 스스로 폐족(廢族)이라고 부를 정도로 몰락했다. 하지만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 대거 당선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다. 총선에서 민주당 내 최대 정치세력이 됐다. 좌장 격인 문 고문은 당내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며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범친노인 김 지사도 현재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친노 진영의 내부 경쟁이 심하고 비노 진영의 반발도 강해지고 있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은 ‘친노 독식·호남세력 학살’이라고 주장하며 친노 진영을 강하게 비판했다. 친노가 부활한 뒤 심각한 계파정치, 패권정치를 일삼는다며 반발이 여전하다. 최근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론’은 친노에 대한 반발에 불을 지피는 도화선이 됐다. 입으로는 친노와 구민주계의 화합을 외쳤지만, 선거도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두 진영이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나눠 맡기로 했다는 것 자체가 계파별 나눠 먹기식 구태정치라는 비판이 그치지 않고 있다. 친노가 결정적인 국면에서 포용의 정치력을 보여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친노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친노가 변화하지 않으면 정권교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우려에 따라 야권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고문의 지지율도 하락세다. 민주당 전통 지지층이 그에 대한 신뢰를 유보하고 있음이 일부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친노의 부활… 비노의 반발 사회 분위기는 복잡다단하다. 노무현대통령작은비석수원추진위원회가 수원연화장에 추모비를 건립하기로 했으나 보수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형 노건평씨에 대한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3주기(23일)를 맞아서도 공과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꿈꾼 ‘사람 사는 세상’이 단시일 내에 이뤄지기는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수원연화장 ‘노무현 추모비’ 건립 갈등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맞아 경기 수원연화장의 노 전 대통령 추모비 건립을 놓고 추모비 건립 추진위원회와 보수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추진위는 “서거 당시 수원연화장에서 국장을 치른 노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보수단체들은 “고향인 경남 봉하를 놔두고 왜 수원에 건립하느냐.”며 반대하고 있다. 22일 노무현대통령 작은 비석 수원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구성된 추진위원회는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수원연화장에 추모비를 세우기로 하고 시민 모금 등을 통해 최근까지 2500여만원을 모았다. 이어 추진위는 지난 16일 수원시에 기부채납형식으로 추모비를 건립하겠다는 협조요청을 보내 허가도 받았다. 노 전 대통령 추모비는 수원연화장 추모공원내 가로 6m, 세로 3m 크기로 세워질 예정이다. 하지만 보수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민국 고엽제 전우회 경기도지부는 추모비 건립공사를 적극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엽제 전우회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은 수원과 아무런 연고도 없다. 사생결단 의지로 추모비 건립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 19일 시작하려던 추모비 공사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저지로 무산돼 23일 3주기에 맞춰 제막식을 진행하려던 추진위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추진위는 22일 보수단체들의 반대 속에 공사를 재개했으며 이달 중 공사를 끝내고 제막식 행사를 가질 계획이지만 보수단체들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사설] 노건평씨 수백억원 뭉칫돈은 또 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 주변 인물의 계좌에서 수백억원대의 뭉칫돈이 발견됐다. 건평씨가 경남 통영시 공유수면 매립허가에 개입해 대가를 챙기고 회사 돈을 횡령한 사건을 수사해 온 창원 지검이 지난 17일 밝힌 내용이다. 건평씨 측은 ‘황당한 얘기’ ‘피의사실 공포는 위법’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검찰이 이권 개입(9억 4000만원) 및 횡령(30억원) 사건보다 훨씬 더 큰 뭉칫돈을 찾아냈으니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의혹을 규명하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먼저 돈의 주인이 누구이고 어떻게 조성됐는지 경위부터 밝혀져야 한다. 검찰은 건평씨의 자금을 추적하다 그와 사업상 가깝고 거래가 많은 주변 사람의 계좌에서 수백억원을 확인했다. 뭉칫돈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인 2005년부터 수천만~수억원 단위로 수백 차례 드나들다 퇴임 후인 2008년 5월 이후에는 거의 입출금 없이 잠겨 있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가족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노 전 대통령을 이용하려 한 주변의 일부 나쁜 사람들과 세력들 때문에 생긴 거래로 본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대통령의 후광을 이용하기에는 형인 건평씨가 가장 쉽다. 더군다나 건평씨는 노 대통령 재임시절부터 ‘봉하대군’이라는 별칭으로 불린 데서 보듯 농협회장 인선 등 인사는 물론 이권사업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급기야 정권이 교체된 지난 2008년 12월에는 세종증권 매각 로비에 개입해 29억원을 챙긴 혐의로 1년 8개월의 실형을 살았으며, 이번에도 공유수면 매립사업과 관련해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 왔다. 뭉칫돈 계좌의 소유주와 건평씨가 친한 만큼 건평씨가 과거에 대출 등 각종 사업을 도와주고 받은 사례비를 별도로 관리해 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주변 인물의 돈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의 사업규모로 봐선 설득력이 없다. 건평씨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은 검찰수사로 밝혀질 것이다. 건평씨는 대통령 형으로서 자신의 처신에 문제가 없었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실 책임자들도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난 봉화산 같은 홀로 된 산…고달픈 삶으로 돌아왔다”

    “난 봉화산 같은 홀로 된 산…고달픈 삶으로 돌아왔다”

    “담배 하나 주게. 담배 한 개 주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나흘 전 남긴 ‘마지막 육성’은 속이 타는 듯 담배를 달라는 말로 끝난다. 노무현재단은 오는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맞아 그의 마지막 육성을 팟캐스트 등을 통해 공개한다고 20일 밝혔다. ●“담배 하나 주게” 마지막 말 공개되는 음성 파일은 노 전 대통령이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참모들과 함께 진행한 ‘진보주의 연구모임’ 회의 내용을 녹음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한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린 2009년 4월 22일 회의와 투신 나흘 전인 5월 19일 마지막 회의를 녹음한 내용이다. 노 전 대통령은 그해 4월 30일 검찰에 출석했다. 4월 22일 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은 삶을 초월한 것 같은 고독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각을 세우고 싸우고 지지고 볶고 하는 곳에서 해방되는구나 하고 돌아왔는데…새로운 삶의 목표를 가지고 돌아왔는데…여기(봉하)를 떠나기 전의 삶보다 더 고달픈 삶으로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또 “나는 봉화산 같은 존재야. 산맥이 없어. 봉화산은 큰 산맥으로 연결돼 있지 않은, 딱 홀로 서 있는 돌출된 산”이라고 고립된 심경을 언급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참모들의 삶을 걱정하며 ‘깨어 있는 시민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5월 마지막 회의에서 참모들에게 “자네는 앞으로 먹고살 길이 있는가.”라며 생계를 걱정했다. ●“먹고살 길 있나” 참모 생계걱정 이어 “시민이 중심추”라며 “시민의 역할은 더 좋은 놈(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이고, 덜 나쁜 놈(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이다.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람에 대한 도덕성이나 신뢰나 다 있지만, 그가 무슨 정책을 가지고 있느냐(이다).”라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의 최후 육성은 노무현재단이 제작한 팟캐스트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을 통해 21일 오전 공개될 예정이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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