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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하
    202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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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영화]

    ■순수의 시대(캐치온 토요일 낮 12시 10분) 1398년 태조 이성계가 제 손에 피를 묻혀 개국을 일군 왕자 이방원(장혁)이 아닌 어린 막내 아들을 정도전의 비호하에 세자로 책봉하며, 왕좌와 권력을 둘러싼 핏빛 싸움이 예고된다. 정도전의 외손자이자 태조의 사위인 진(강하늘)을 아들로 둔 장군 김민재(신하균)는 끊임없이 위태로운 조선의 국경선을 지켜낸 공로로 군 총사령관이 된다. 그렇게 왕이 될 수 없었던 왕자 이방원, 여진족 어미 소생으로 정도전의 개로 불린 민재와 부마 진은 그의 친자가 아니라는 비밀 속에 쾌락만을 쫓는다. 한편 민재는 어미를 닮은 모습의 기녀 가희(강한나)에게 난생처음, 지키고 싶은 제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야망의 시대를 거스르는 그의 순수는 난세의 한가운데 선 세 남자와 막 태어난 왕국 조선의 운명을 바꿀 피바람을 불러온다. ■마이너리티 리포트(EBS1 일요일 오후 2시 15분) 2054년 미국 워싱턴.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죄를 예측해 범죄자를 단죄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은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든든한 존재이다.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행을 저지를 사람까지 미리 예측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프리크라임 특수경찰이 미래의 범죄자들을 체포한다. 프리크라임 팀장인 존 앤더튼(톰 크루즈)은 미래의 범죄자를 추적해 내는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리크라임 시스템은 믿을 수 없는 살인을 예견한다. 바로 앤더튼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하는 범행 장면인데….
  • [고든 정의 TECH+] CD, DVD, 그리고 블루레이...광디스크는 결국 사라질까?

    [고든 정의 TECH+] CD, DVD, 그리고 블루레이...광디스크는 결국 사라질까?

    90년대 중반, CD 롬이 달린 멀티미디어 PC는 대다수 학생에게 꿈의 기계였습니다. 당시에는 영상이나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스타크래프트'같은 최신 게임이나 윈도우 운영체제도 CD에 담겨 출시되던 시절이었습니다. 90년대를 지나 2000년대 들어 보급된 DVD는 더 많은 용량을 저장할 수 있어서 영상을 CD로 '굽는'작업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이 시절이 광디스크(Optical Disc)의 황금기였죠. 과거 CD에서 DVD로 발전한 것처럼 ODD(Optical Disc Drive)의 미래는 블루레이나 HD-DVD라고 생각했지만, 다운로드나 스트리밍, 클라우드 서비스가 대세가 되면서 이제는 점차 비중이 축소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미래에도 광디스크를 볼 수 있을까요? - 블루레이 vs HD-DVD 1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공 DVD나 CD의 가격은 장당 500원 선 미만을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이제 HD 영상의 시대가 되면서 DVD를 대신할 3세대 광디스크가 시장의 새로운 대세가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중심에는 당시 소니의 경영진들이 있었습니다. 블루레이는 405nm 파장의 블루 레이저 다이오드(Blue Laser Diode)를 사용하는 광디스크로 한 레이어(layer) 당 25GB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780nm 파장을 사용하는 CD나 650nm 파장을 사용하는 DVD보다 더 높은 밀도의 정보 저장이 가능합니다. (이는 마치 더 작은 글씨로 글을 쓰면 같은 메모지에 더 많이 적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인 싱글 레이어 블루레이도 25GB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비결은 짧은 파장의 레이저인 셈입니다. 4 레이어 BDXL의 경우 최대 128G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소니가 최초의 블루레이 리코더인 Sony BDZ-S77를 내놓은 것은 2003년이었습니다. 당시 3,800달러나 하는 기계를 살 사람은 별로 없었는데, 한동안 블루레이의 가격이 비싸다 보니 보급은 매우 더디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소니만 차세대 광디스크의 왕좌를 노렸던 것은 아닙니다. 도시바, NEC, 산요 등은 HD-DVD라는 새로운 규격으로 여기에 맞섰는데, 이로 인해 차세대 광디스크 시장은 소니, 샤프, 파나소닉의 블루레이 진영과 이에 맞서는 HD-DVD 진영으로 갈라지게 됩니다. 당시 소니는 블루레이에 사운을 건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3에 블루레이를 탑재했던 것입니다. 당시 블루레이는 매우 고가였기 때문에 덩달아 플레이스테이션3 역시 가격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소니는 적지 않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360은 뜻하지 않았던 반사 이익을 누렸죠. 다만 지성이 감천이라고 소니의 희생은 헛되지 않아 HD-DVD 진영은 패배를 선언하게 됩니다. 2008년 HD-DVD 진영의 중심이었던 도시바는 사업 포기를 선언합니다. - 광디스크의 쇠락 하지만 승리에도 불구하고 소니에 남은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음악 산업에서는 mp3 같은 디지털 포맷이 대세로 자리 잡고 동영상 부분 역시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과 더불어 다운로드나 혹은 스트리밍 판매 방식이 우세해졌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데이터 역시 대용량 외장 하드디스크와 USB로 담아 휴대하거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흔해졌습니다. 결국, 광디스크에 성공한 소니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반면 교사의 상징이 되고 새로운 미디어 소비 시장의 교과서는 아이튠스나 혹은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게임 시장 역시 스팀 같은 온라인 다운로드 방식이 대세가 되면서 과거 게임 설치를 위해 CD를 꺼내 개봉하던 일은 이제 오래된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윈도우 설치도 약간만 검색하면 누구나 USB로 설치가 가능한 시대입니다. 여기에 인터넷 소비 시장의 주축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간 것도 큰 변화입니다. 영상, 음악, 게임 같은 콘텐츠를 스마트기기로 소비하게 되면서 블루레이든 DVD든 거의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층이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노트북 역시 점점 얇아지면서 이제는 필요성이 줄어든 ODD를 생략하는 제품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광디스크 시장이 사라질 정도로 시장이 축소된 것은 아닙니다. 블루레이 영화 타이틀도 계속 나오고 있고 이외에도 알게 모르게 쓰이는 곳도 많습니다. 그래서 소니를 비롯한 블루레이 진영은 아직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2015년 8월 5일, 블루레이 연합(BDA)은 울트라 HD 블루레이(Ultra HD Blu-ray) 포맷을 발표합니다. (참고로 용량상 BDXL 규격입니다.) 3840x2160 해상도와 초당 60프레임, 하이 다이나믹레인지, 10 bit 칼라 등 여러 특징들을 포함하고 있는 새 규격에도 불구하고 블루레이의 장래는 밝지 않습니다. 이미 UHD TV 및 방송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고, 유튜브 같은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은 4K는 물론 8K 영상도 준비하는 상태에서 울트라 HD 블루레이의 보급은 매우 더디기 때문입니다. 결국, 여기까지가 광디스크의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 블루레이 이후의 광디스크 사실 광디스크 기술은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은 아카이벌 디스크(Archival disc)나 HVD(Holographic Versatile Disc) 입니다. 이들은 4세대 광디스크로 분류됩니다. HVD의 경우 최대 6T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차세대 광디스크 기술이었으나 현재까지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보다 상용화 가능성이 큰 것은 소니와 파나소닉이 개발하는 아카이벌 디스크 입니다. 2014년 발표된 아카이벌 디스크는 405nm 다이오드 레이저를 사용합니다. 블루레이 대비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300GB에서 1TB라는 대용량 데이터 저장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게 필요 있을까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소니와 파나소닉이 노리는 것은 일반 소비자용이 아닌 특수 목적의 데이터 백업 시장입니다. 아카이벌 디스크는 특별한 장치 없이 50년 이상 보존이 가능한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장기적으로 데이터를 보존해야 하는 기업이나 관공서, 연구소, 박물관이라면 이런 장치가 쓸모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 센터들 역시 자기 방식보다 더 오래 안정적으로 보존이 가능한 백업 장치가 필요합니다. 아마도 수십 년 후 미래에는 광디스크라는 것은 지금의 카세트테이프처럼 추억의 물건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도 백업용 자기테이프가 사용되는 것처럼 광디스크는 어딘가에서 계속 소중한 데이터를 장기 보존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손성진 칼럼] 중도학자는 실종인가

    [손성진 칼럼] 중도학자는 실종인가

    좌만 입이 있고 우만 떠들 줄 안다. 어김없이 중도는 실종이다. 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대립의 틈바구니에서 중도는 침묵한다. 전국의 좌파, 우파가 들고일어나는데도 중도의 목소리는 들을 수가 없다. 무기력에 빠져 숨어버린 것일까. 어찌 보면 이념의 목적은 이익이다. 종착지는 결국은 이기주의인 것이다. 부르주아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프롤레타리아는 기득권을 빼앗기 위해 싸워 왔다. 그것이 이념의 역사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대의명분이 목표, 목적이 아니다. 불교에서 중도는 무욕(無慾)이다. 고(苦)와 락()을 떠난 진정한 실천수행이다. 집착된 견해에서 벗어나 모든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실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현명하고 냉철해야 한다. 중도도 방향성이 있다. 방향 없는 중도는 교활이지 중도가 아니다. 중도는 극단과 이분법적 사고를 싫어하는 합리주의다. 어떤 좌우의 이론도 100% 진리일 수는 없다. 좌우 극단주의자들은 완전한 진리 아닌 진리를 진리라 믿고 신봉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중도는 통합이다. 중간에서 타협을 모색한다. 중재자인 것이다. 중도는 쉬 지친다. 그러곤 숨는다. 그래서 비겁해 보인다. 역대 국사 교과서가 실패한 원인은 중도가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는 과거의 사건 자체가 아니라 의미에 대한 서술이라고 한다. E H 카는 “역사의 진보는 사실과 가치와의 상호의존과 작용을 통해서 이룩된다”고 했다. 가치판단이 없는 역사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가르침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청소년들에게 우든 좌든 편향된 역사관을 심어주는 것은 위험하다. 어릴 때 먹었던 음식에 인이 박이듯 잘못된 사실의 주입은 교정하기가 쉽지 않다. 하얀 도화지에 뿌린 물감을 지우기 어려운 것과 같다. 그래서 중고생용 국사 교과서는 팩트(사실)의 서술이 생명이다.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역사는 역사가 아니다.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일본의 역사 날조를 역사로 인정할 수 없는 것과 동일하다. 검인정이든 국정이든 국사 교과서의 최우선 가치는 객관적인 사실의 서술이다. 객관적인 사실이란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움직일 수 없는 진실이다. 6·25가 북침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교과서에 들어갈 수 없고 가르쳐서도 안 된다. 임진왜란을 조선이 일본에 쳐들어간 전쟁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말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가치판단은 중고 국사교사서라고 해서 피해갈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화하는 게 맞다. 또 그 가치판단은 외눈박이처럼 일방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어떤 인물과 사건이라도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다. 이승만을 위대한 독립운동가로서만 보거나 악랄한 독재자로만 보지 말자는 것이다. 최남선이 친일파라고 해서 그의 문학적 업적까지도 무시하지는 않듯이 말이다. 객관적·중립적인 교과서의 편찬은 중도 또는 중립적 학자들의 몫이다. 역사학계에도 중도 학자들이 없을 수 없다. 국정교과서 파문의 책임은 사실 중도 학자들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편향인 교학사 교과서나 좌편향이라는 8종의 교과서 외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엄정 중립의 교과서가 진작에 나왔어야 했다. 중립학자들의 일종의 직무유기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국정화 방침이 퇴행적이기는 하지만 무조건 탓할 수도 없다. 다만, 국정화를 밀고 간다면 관건은 엄정한 중립이다. 역사를 왜곡하거나 미화한 교과서는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은 말했다. 이 약속에 대한 믿음을 얻으려면 정책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의 제안이 눈길을 끈다. 국정화를 돌이킬 수 없다면 국정교과서는 중립적 인사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통해 내용의 객관성을 평가받아보자는 제안이다. 중립적 학자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편찬 조직을 만들어 전권을 부여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업보와도 같이 우리를 짓누르는 이념 대립에서 속히 탈피하는 길은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 아프다, 그녀의 복수

    아프다, 그녀의 복수

    국내 여배우 사이에선 여성 영화가 드물다며 한숨이 높다. 남자 배우 한 명, 또는 두 명이 극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일 뿐, 여배우에게 주도적 역할이 주어지는 작품은 드물다. 그런 가운데 여배우가 원톱, 투톱으로 열연한 작품이 거푸 스크린에 걸려 주목된다. 이야기 또한 범상치 않다. 살인자로 등 떠밀린 성폭행 피해 여성과 허영의 감옥에 갇혀 끝없이 거짓말을 하는 여성이 주인공. 각각 28일, 29일 개봉하는 ‘어떤 살인’과 ‘거짓말’이다. “성범죄는 가해자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여지를 줘 일어난다는 시선이 있어요. 곱씹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영화 ‘어떤 살인’의 지은은 고등학교 시절 사격 유망주였지만 자동차 사고로 부모를 잃고 언어 장애가 생긴다. 공장에서 일하며 게임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던 어느 날 집단 성폭행을 당한다. 자신을 믿어주지 않고 냉대하는 사회에 분노한 지은은 결국 네메시스(그리스신화 속 복수의 여신)가 된다. 애처로운 복수극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신현빈(29)의 절절한 연기다.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캐릭터라 신현빈의 처연한 눈빛과 표정 연기가 도드라진다. 소재로 보나 캐릭터 성격으로 보나 쉽지 않은 출연이었을 듯하다. “왜 이런 안타까운 일이 지은이에게 일어났는지 궁금해지고 계속 생각이 나 상상하다 보니 결국 연기까지 하게 됐다”는 게 신현빈의 설명. 처참한 장면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지은이가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심경 변화를 일으키는 장면을 촬영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채 세상을 버리게 되는 순간이라 가슴 아팠다는 것이다. 신현빈은 연기 전공자가 아니라 미술학도 출신이다. 이번이 사실상 두 번째 영화 출연이라는 점이 놀랍다. 스물다섯에 데뷔한 늦깎이라 또래와 비교하면 연기 경력이 짧은 편. 그렇지만 주눅 드는 느낌이 없다. “고등학교 때, 스무 살 때 시작한 친구들을 보면 20대 초반에 누릴 수 있는 소소한 경험들이 없어 아쉬워하기도 해요. 저는 그 시절을 굉장히 자유롭고 재미있게 보냈는데, 연기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살인’에서 대사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에 다음번엔 똑 부러지게 말을 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며 웃던 그는 “오래오래 멋지게 연기하는 모든 선배들을 닮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땀냄새도 사투리도 어울린다…그놈이다, 주원

    땀냄새도 사투리도 어울린다…그놈이다, 주원

    지금까지의 주원(28)은 말쑥한 슈트가 어울릴 것 같은 배우였다. 대개 작품 속에서 화려한 옷차림에, 헤어스타일이 흐트러질 새라 신경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런 그가 낡아빠진 갈색 가죽 점퍼, 땀에 찌든 셔츠, 헐렁한 작업복 바지 하나만 걸치고 헝클어진 머리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달리고 또 달린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여동생을 살해한 범인을 잡기 위해서. ●“남자라면 하고픈 거친 연기… 매력적인 캐릭터” 28일 개봉하는 스릴러 ‘그놈이다’는 이전과는 다른 주원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제목의 그놈은 분명 범인을 가리키건만, 주원이 연기한 ‘장우’를 그놈이라고 거칠게 부르고 싶을 정도다. 재개발 열풍이 불어닥친 부둣가 마을에서, 부모를 여의고,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악착같이 동생 뒷바라지를 하고, 동생 일이라면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드는 게 장우다. 사나운 삵과 같다. 주원은 촬영 내내 면도도 하지 않았다. 살도 태우고, 체중도 늘리고, 얼굴에 주근깨도 그려 넣는 등 바닷바람을 맞고 살아온 장우를 표현해 내려고 세심하게 신경 썼다. 배우가 작품마다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번에는 진폭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20대 때는 마음속에 담긴 여러 감정을 연기로 표출하는 게 한정적일 수 있어요. 억지로 하려다 보면 연기하는 태가 나기 쉬워요. 저의 경우, 서른은 되어야 거친 남성미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이제 30대를 바라보는 시점이라 조금씩 꺼내는 중이에요. 그래서 ‘그놈이다’ 대본이 반가웠죠. 남자라면 해보고 싶은 장르에, 관객도 새로워할 만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죠.” 정우에게선 영화 ‘친구’ 장동건의 향기가 묻어나기도 한다. 첫 사투리 연기다. 그것도 부산 사투리. 서울 토박이지만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어색하지가 않다. “형사 역할을 맡았던 (서)현우 형이 경남 출신인데, 자신의 일처럼 저를 전담해 석 달 동안 지도해줬어요. 시사회 뒤 경상도 출신 기자 한 분이 100점을 주겠다고 하더라구요. 가슴을 쓸어내렸네요.” 스크린 속 장우의 땀 냄새가 관객 코끝에 스칠 것 같은데, 주원은 꼬질꼬질한 모습이 너무 좋았단다. 머리나 옷 걱정 대신 오로지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무척 편했다. 그래서일까. 주원은 동생 주검을 안고 오열하는 장면에서, 비로소 가면을 벗은 범인과 마주한 유치장 장면에서 엄청난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20대 배우이지만 감탄이 나올 정도. “그 장면들은 대본을 읽을 때부터 감정이 남달랐어요. 배우도 상상하지만 관객들도 똑같이 상상하잖아요.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게 관객 상상에 걸맞은 표현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실제 삶에서는 화내고 싶다고 화내고, 울고 싶다고 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평소 참거나 못했던 것들을 분출하듯 터뜨린 것 같아요. 특히 유치장 장면은 제 감정이 더 나올 수 있게 (유)해진이 형이 자기 장면처럼 혼신을 다해 에너지를 전해줘 그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대개 배우는 자기 것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방 장면에선 100%를 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형이 정말 고맙죠.” ●“영감 잃지 않고 관객에게 믿음 주고 싶어” 주원은 시청률 50%를 넘겼던 ‘제빵왕 김탁구’ 이후 최신작 ‘용팔이’까지 TV 드라마에서는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 ‘내일은 칸타빌레’ 정도가 실패작. 그런데 영화에선 관객 100만명을 넘긴 작품이 ‘특수본’이 유일할 정도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결과가 더 기다려진다고 했다.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를 보여줬는데,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는 거다. “선배들에게서도, 후배들에게서도 계속 많은 것을 보며 느끼고 배우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 영감이나 감성이 둔해질 수도 있는 데 그런 것을 잃지 않고 계속 가져갈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더 욕심을 부리자면 관객과 시청자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배우이고 싶습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새 영화] ‘챔피언 프로그램’, 약물로 얼룩진 사이클 신화, 모두가 공범이었을까

    [새 영화] ‘챔피언 프로그램’, 약물로 얼룩진 사이클 신화, 모두가 공범이었을까

    여기 한 스포츠 경기가 있다. 1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약 3주간에 걸쳐 사이클을 타고 프랑스를 일주하는 대회다. 해마다 7월에 열린다. 하루에 한 구간씩 모두 3000~4000㎞를 달린다. 해발고도 2000m 이상의 산악 코스가 가장 어려운 구간.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지옥의 레이스라고 불린다. 모든 구간을 가장 짧은 시간에 주파한 선수가 영광의 노란색 상의를 입는다. 투르 드 프랑스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20대 초반 사이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실력을 뽐내던 찰나 고환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한쪽 고환을 떼어냈다. 암이 머리까지 번져 뇌 조직 일부도 떼어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일상생활도 힘들었을 터. 그는 3년 만에 선수로 복귀해 그 어렵다는 투르 드 프랑스에서 1999년부터 7년을 내리 우승하는 기적을 쓴다. 암 환자를 돕는 재단까지 만든다. 단순한 스타를 뛰어넘어 인간 승리와 인간애의 표본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약물로 얼룩진 신화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다.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이다. 28일 개봉하는 ‘챔피언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안긴 암스트롱의 약물 스캔들을 집중 조명한다. 사이클 선수로서 살리에리 같은 재능은 있었으나 모차르트 같은 천재성은 없었던 암스트롱이 약물의 힘을 빌리고, 또 스포츠 비즈니스를 통해 영웅으로 포장돼 가는 과정을 면밀하게 해부한다. 미국 스포츠 스타 이야기지만 영국(워킹타이틀)에서 영화를 만들었다. 유럽인 입장에선 자신들이 무한한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투르 드 프랑스에 관한 영화가 미국적인 관점에서 빚어지는 게 용납되지 않았을 듯하다. 그래서인지 카메라는 투르 드 프랑스의 세계화를 견인하기는 했으나 한편으로는 깊은 생채기를 낸 암스트롱을 냉랭한 시선으로 좇는다. 대회 부분은 유려하고 역동적인 영상미를 뽐내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이다. 영화는 암스트롱을 위한 어떠한 변명도 해 주지 않는다. 약물을 선택하기까지 고민하거나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 “나 혼자 한 게 아니다. 모두가 도핑을 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고 되뇌는 장면에서는 파렴치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뿐만 아니라 팀 전체의 도핑을 교묘하게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호스티지’ ‘엑스맨-최후의 전쟁’ ‘3:10 투 유마’ ‘론 서바이버’ 등의 조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벤 포스터가 두 얼굴을 지닌 스포츠 스타 역할을 연기했다. 연출은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등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거장 반열에 오른 스티븐 프리어스가 맡았다. 104분. 12세 이상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새영화]세계적 약물스캔들 모두가 공범이다 -챔피언 프로그램

    [새영화]세계적 약물스캔들 모두가 공범이다 -챔피언 프로그램

     여기 한 스포츠 경기가 있다. 1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약 3주간에 걸쳐 사이클을 타고 프랑스를 일주하는 대회다. 해마다 7월에 열린다. 하루에 한 구간씩 모두 3000~4000㎞를 달린다. 해발고도 2000m 이상의 산악 코스가 가장 어려운 구간.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지옥의 레이스라고 불린다. 모든 구간을 가장 짧은 시간에 주파한 선수가 영광의 노란색 상의를 입는다. 투르 드 프랑스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20대 초반 사이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실력을 뽐내던 찰나 고환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한쪽 고환을 떼어냈다. 암이 머리까지 번져 뇌 조직 일부도 떼어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일상생활도 힘들었을 터. 그는 3년 만에 선수로 복귀해 그 어렵다는 투르 드 프랑스에서 1999년부터 7년을 내리 우승하는 기적을 쓴다. 암 환자를 돕는 재단까지 만든다. 단순한 스타를 뛰어넘어 인간 승리와 인간애의 표본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약물로 얼룩진 신화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다.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이다.  28일 개봉하는 ‘챔피언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안긴 암스트롱의 약물 스캔들을 집중 조명한다. 사이클 선수로서 살리에리 같은 재능은 있었으나 모차르트 같은 천재성은 없었던 암스트롱이 약물의 힘을 빌리고, 또 스포츠 비즈니스를 통해 영웅으로 포장돼 가는 과정을 면밀하게 해부한다.  미국 스포츠 스타 이야기지만 영국(워킹타이틀)에서 영화를 만들었다. 유럽인 입장에선 자신들이 무한한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투르 드 프랑스에 관한 영화가 미국적인 관점에서 빚어지는 게 용납되지 않았을 듯하다. 그래서인지 카메라는 투르 드 프랑스의 세계화를 견인하기는 했으나 한편으로는 깊은 생채기를 낸 암스트롱을 냉랭한 시선으로 좇는다. 대회 부분은 유려하고 역동적인 영상미를 뽐내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이다.  영화는 암스트롱을 위한 어떠한 변명도 해 주지 않는다. 약물을 선택하기까지 고민하거나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 “나 혼자 한 게 아니다. 모두가 도핑을 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고 되뇌는 장면에서는 파렴치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뿐만 아니라 팀 전체의 도핑을 교묘하게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호스티지’ ‘엑스맨-최후의 전쟁’ ‘3:10 투 유마’ ‘론 서바이버’ 등의 조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벤 포스터가 두 얼굴을 지닌 스포츠 스타 역할을 연기했다. 연출은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등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거장 반열에 오른 스티븐 프리어스가 맡았다. 104분. 12세 이상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주원 “서른이 되어서야 거친 남성이 됐다”

    주원 “서른이 되어서야 거친 남성이 됐다”

     지금까지의 주원(28)은 말쑥한 슈트가 어울릴 것 같은 배우였다. 대개 작품 속에서 화려한 옷차림에, 헤어스타일이 흐트러질 새라 신경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런 그가 낡아빠진 갈색 가죽 점퍼, 땀에 찌든 셔츠, 헐렁한 작업복 바지 하나만 걸치고 헝클어진 머리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달리고 또 달린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여동생을 살해한 범인을 잡기 위해서.  28일 개봉하는 스릴러 ‘그놈이다’는 이전과는 다른 주원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제목의 그놈은 분명 범인을 가리키건만, 주원이 연기한 ‘장우’를 그놈이라고 거칠게 부르고 싶을 정도다. 재개발 열풍이 불어닥친 부둣가 마을에서, 부모를 여의고,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악착같이 동생 뒷바라지를 하고, 동생 일이라면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드는 게 장우다. 사나운 삵과 같다. 주원은 촬영 내내 면도도 하지 않았다. 살도 태우고, 체중도 늘리고, 얼굴에 주근깨도 그려 넣는 등 바닷바람을 맞고 살아온 장우를 표현해 내려고 세심하게 신경 썼다. 배우가 작품마다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번에는 진폭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20대 때는 마음속에 담긴 여러 감정을 연기로 표출하는 게 한정적일 수 있어요. 억지로 하려다 보면 연기하는 태가 나기 쉬워요. 저의 경우, 서른은 되어야 거친 남성미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이제 30대를 바라보는 시점이라 조금씩 꺼내는 중이에요. 그래서 ‘그놈이다’ 대본이 반가웠죠. 남자라면 해보고 싶은 장르에, 관객도 새로워할 만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죠.”  정우에게선 영화 ‘친구’ 장동건의 향기가 묻어나기도 한다. 첫 사투리 연기다. 그것도 부산 사투리. 서울 토박이지만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어색하지가 않다. “형사 역할을 맡았던 (서)현우 형이 경남 출신인데, 자신의 일처럼 저를 전담해 석 달 동안 지도해줬어요. 시사회 뒤 경상도 출신 기자 한 분이 100점을 주겠다고 하더라구요. 가슴을 쓸어내렸네요.”  스크린 속 장우의 땀 냄새가 관객 코끝에 스칠 것 같은데, 주원은 꼬질꼬질한 모습이 너무 좋았단다. 머리나 옷 걱정 대신 오로지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무척 편했다. 그래서일까. 주원은 동생 주검을 안고 오열하는 장면에서, 비로소 가면을 벗은 범인과 마주한 유치장 장면에서 엄청난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20대 배우이지만 감탄이 나올 정도.  “그 장면들은 대본을 읽을 때부터 감정이 남달랐어요. 배우도 상상하지만 관객들도 똑같이 상상하잖아요.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게 관객 상상에 걸맞은 표현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실제 삶에서는 화내고 싶다고 화내고, 울고 싶다고 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평소 참거나 못했던 것들을 분출하듯 터뜨린 것 같아요. 특히 유치장 장면은 제 감정이 더 나올 수 있게 (유)해진이 형이 자기 장면처럼 혼신을 다해 에너지를 전해줘 그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대개 배우는 자기 것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방 장면에선 100%를 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형이 정말 고맙죠.”  주원은 시청률 50%를 넘겼던 ‘제빵왕 김탁구’ 이후 최신작 ‘용팔이’까지 TV 드라마에서는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 ‘내일은 칸타빌레’ 정도가 실패작. 그런데 영화에선 관객 100만명을 넘긴 작품이 ‘특수본’이 유일할 정도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결과가 더 기다려진다고 했다.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를 보여줬는데,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는 거다.  “선배들에게서도, 후배들에게서도 계속 많은 것을 보며 느끼고 배우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 영감이나 감성이 둔해질 수도 있는 데 그런 것을 잃지 않고 계속 가져갈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더 욕심을 부리자면 관객과 시청자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배우이고 싶습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지진희 “멜로 연기의 비결? 외로움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

    지진희 “멜로 연기의 비결? 외로움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

    요즘 이 남자의 눈빛에 매 주말 가슴이 설렌다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20대 꽃미남도, 한류 스타도 아닌 40대 유부남 배우 지진희(44) 이야기다. SBS 주말 드라마 ‘애인있어요’에 최진언 역으로 출연 중인 그는 젊은 배우들은 따라잡지 못하는 멜로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만난 그는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우리 드라마를 고화질로 다운받아 보는 시청자들이 부쩍 늘었다고는 하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사실 극 초반에는 잘나가는 변호사였던 아내 도해강(김현주)을 버리고 대학 후배 강설리(박한별)와 사랑에 빠진 그에게 ‘국민 불륜남’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었다. 그가 아버지 앞에서 해강을 ‘치워 달라’며 매몰차게 굴던 모습에 시청자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하지만 교통 사고 후 자신을 쌍둥이 자매인 독고용기로 착각하고 살아가는 도해강을 안쓰럽고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여심을 저격했다.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주부들의 심리를 제대로 건드렸다. 초기와는 180도 다른 역대급 반전이다. “우리 드라마는 결국 한 여자를 사랑하는 얘기예요. 저는 해강을, 백석(이규한)은 독고용기를, 설리는 저를 사랑하죠. 여기서 ‘애인’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진언은 자신이 사랑했던 순수한 모습의 해강이 악마처럼 변한게 싫었던 것뿐이죠. 지금 진언의 감정은 죄책감에서 시작된 거예요.” 물론 이혼을 종용할 정도로 차갑게 대했던 전 부인에게 다시 사랑을 느끼는 진언은 그에게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TV를 보다가 집사람에게 뒤통수를 두번 맞았어요(웃음). 처음에 설리와 키스했을 때 한번, 예고편에 해강과의 키스 장면이 나왔을 때 또 한번. 저도 우유부단한 진언이 도무지 이해가 안 돼 무척 혼란스러웠는데 이전에 작가와 작업을 했던 (김)현주가 ‘절대로 대본을 허투루 쓰는 분이 아니다’라고 얘기해 줘서 안심하고 제대로 분석을 시작했죠.” 담벼락에 기대 해강과 이어폰을 나눠 끼고 음악을 듣거나 “점심 같이 먹자고 하면 먹을래?”라고 툭 던지는 대사에도 설레는 멜로의 감정이 살아난다. 그는 “감독이 감성을 자극하는 지점을 정확히 안다. 담벼락 장면에서도 현주가 백지영의 슬픈 노래를 듣고 있었는데 감정 이입이 잘됐다”면서 함께한 배우와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그의 ‘불륜남’ 연기는 처음이 아니다. 전작인 SBS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도 정신적인 외도를 하는 남자 역할을 맡았었다. 그는 “불륜이라기보다는 살아가면서 종종 마주하는 상황 속에서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라면서 “군중 속에서도 사람은 누구나 외롭고 누구도 나를 온전히 다 알지는 못하는데, 멜로는 그런 외로움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과묵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실제 그는 다변가이자 달변가다. 자기 소신도 뚜렷하다. 한류 드라마 ‘대장금’으로 중화권에서 인기를 끈 이후 몰려든 프로모션 제의를 거의 다 거절했다. 이유는 자신의 실력과 인기가 비례하지 않는 것이 양심에 찔려서였다. 그는 “물론 가끔 후회는 한다”면서도 “같은 캐릭터를 고수하면서 쉬운 길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성향은 매번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한 영화 필모그래피에서도 잘 드러난다. 29일 개봉하는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에서는 자신의 딸을 죽인 살인자의 딸을 간호하는 형사 역할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전에 없던 감정을 느꼈는데 생각해 보니 순수함이더군요. 그동안 머리로만 계산했고, 아이를 순수하고 솔직하게 바라보는 게 없었어요. 연기가 더 나아졌다는 걸 느껴서 기분이 좋았죠.” 젊은 패션 감각을 유지하는 것도 여전히 지진희표 멜로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그는 “죽기 일보 직전까지 운동을 한다”는 말로 치열하게 자기 관리를 하고 있음을 대변했다. “영화 ‘뉴욕의 가을’이나 ‘냉정과 열정 사이’처럼 담백한 멜로를 해 보고 싶어요. 나이가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 억지로 거스를 생각은 없어요. 다만 독하게 노력하면서 준비해야죠. 인생 경험이 많아지고 생각을 더 많이 할수록 발전하는 것이 배우라는 직업이니까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생활 밀착형 배우… 믿고 보는 ‘배성우’

    생활 밀착형 배우… 믿고 보는 ‘배성우’

    지금껏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우산 장수와 부채 장수를 아들로 둔 엄마 심정이다. 한 출연작은 개봉이 예상보다 늦춰지고 다른 하나는 당겨져 공교롭게 같은 날 동시에 스크린에 걸린다. 이전과는 달리 비중 있는 역할이라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22일 개봉하는 ‘더 폰’과 ‘특종-량첸살인기’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는 배성우(43)가 그렇다. 고민이 해결되는 길은 단 하나, 두 작품 모두 흥행하는 것. D-3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성우는 어느 쪽 성적이 더 좋을 것 같냐는 짓궂은 질문에 알듯 모를 듯한 미소로 되받았다. 상업영화 첫 주연작인 ‘더 폰’에서 그는 나쁜 놈으로 나온다. 숱하게 맡아본 악역이지만 결이 다르다. 전직 경찰. 소소한 사연까지 드러나진 않지만 반장까지 했다가 잘렸다. 이젠 검은돈을 받고 해결사 노릇을 한다. 스릴러 단골 손님인 사이코패스나 권력을 틀어쥔 절대 악은 아니다. 아이에게만큼은 허물을 감추고 싶은 아빠다. 동영상 하나 빼오라는 의뢰를 받았다가 한 여인을 살해하게 된다. 여기까지라면 평범한 줄거리. 1년이 흐른 뒤 숨진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은 남편이 과거를 되돌리려고 동분서주하며 과거와 현재가 꽈배기처럼 꼬인다. 배성우는 과거에서는 여인을, 현재에서는 남편을 극한으로 몰며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스릴을 위한 알파요, 오메가인 셈이다. 캐릭터에 대한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긴박한 극중 상황이 잘 전달되도록 힘을 줬다는 게 그의 설명. “뭐랄까, 생활형 악당이라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촬영 당시엔 첫 주연이라는 생각은 없었죠. 연기할 때 마음가짐은 단역이든, 조연이든, 주연이든 다를 수 없잖아요. 다만 출연 분량이 많고 흐름을 이끌어야 하니까 작품 전체를 보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주연을 해서인지 작품 홍보를 위해 난생처음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보기도 했네요. 하하하.” 그가 본격적으로 연기 수업을 밟은 것은 1997년 늦깎이로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하면서부터. 군대까지 다녀온 뒤였는데 실기만 평가하도록 입학 전형이 바뀐 덕을 톡톡히 봤다며 활짝 웃는다. 10여년을 극단 학전 등에서 뮤지컬과 연극 무대를 오가며 활동했다. 무용단 소속으로 춤을 배우기도 했다. “노래하고 춤추는 거 정말 좋아했는데 지금은 솜씨가 많이 줄었어요. 매일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연기가 좋아요. 연기는 연습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08년 ‘미쓰 홍당무’를 통해 충무로에 입성했다. 배우로서의 존재감은 출연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내용에 웃음을 버무린 ‘모비딕’(2011)과 자기 안위만 챙기는 복지부동 공무원을 연기한 ‘집으로 가는 길’(2013)이다. 특히 ‘집으로 가는 길’에서의 연기는 어디서 실제 공무원을 캐스팅해 왔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과거 ‘넘버3’(1997)에서 송강호를 ‘진짜 건달’로 여겼던 것처럼 말이다. “‘모비딕’ 이후 배성우라는 배우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어요. ‘집으로 가는 길’에서는 전도연씨를 괴롭히는 안타고니스트(주인공의 적대자) 역할을 했는데 정말 욕을 많이 먹었죠. 그런데 욕먹은 만큼 러브콜이 쏟아지더라구요.” 여느 ‘신스틸러’들이 그랬던 것처럼 요즘 충무로에선 배성우가 나온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로 나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올 만 해도 ‘워킹걸’을 시작으로 ‘베테랑’, ‘뷰티 인사이드’, ‘오피스’ 등을 통해 관객들과 만났다. 앞으로도 ‘내부자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섬, 사라진 사람’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지난해부터 촬영한 작품이 얼추 15편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촬영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은 작은 역할이 많아 가능했던 일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주어지는 역할이 커지며 그렇게 많은 작품을 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관객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고, 또 관객들이 궁금해하는 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은 일이죠. 배우로서 그런 부분을 조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이산가족 상봉 첫날] “이게 꿈은 아니지”… 60년 만에 딸 본 아버지 입술을 떨었다

    [이산가족 상봉 첫날] “이게 꿈은 아니지”… 60년 만에 딸 본 아버지 입술을 떨었다

    “총각으로 돌아가신 줄 알고 20년 동안 제사를 지내드렸는데….” 20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쪽에 있는 시아주버니 김주성(85)씨를 만난 조정숙(79)씨는 이 같은 소회를 밝히며 울먹였다. 남다른 사연을 가진 이산가족 남측 상봉단 389명은 이날 오후 3시 30분(서울시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 96가족 141명과 60여년 만에 재회했다. 헤어졌던 시간만큼 사연 많고 회한이 가득한 면회소는 가족들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반가움과 울음의 도가니가 됐다. 오후 2시 50분쯤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먼저 착석해 기다리는 남측 가족들 사이로 북측 리흥종(88)씨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서자 동생 흥옥(80)씨는 “오빠” 하며 매달렸다. 흥옥씨가 남측에 남겨졌던 흥종씨의 딸인 이정숙(68)씨를 오빠에게 “딸이야 딸”이라고 소개하자 흥종씨는 눈시울을 붉혔고 입술을 떨었다. 결혼한 지 1년도 채 안 돼 이별한 오인세(83)씨의 부인 이순규(85)씨는 눈물도 나질 않는다며 야속한 인생을 탓했다. 이씨는 오씨를 본 뒤 “이젠 눈물도 안 나온다. 평생을 떨어져 살았으니 할 얘기는 많지만 어떻게 (3일 만에) 다 얘기하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이씨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손목시계를 꺼냈다.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후회와 앞으로 함께 보낼 시간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시계 뒷면에 본인과 남편의 이름을 새겨넣었다. 북측 대상자 명단에는 북한 최고 수학자였던 고 조주경(1931∼2002년)씨의 아내 림리규(85)씨가 포함됐다. 림씨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장인 금강산호텔에서 남한에 사는 동생 임학규(80), 조카 임현근(77), 시동생 조주찬(83)씨 등을 만났다. 학규씨는 누나인 리규씨에게 “지금 누이가 몇이우?”라며 묻자 리규씨는 “나 여든여섯이야. 근데 등본엔 여든다섯이야”라고 답했다. 리규씨의 남편 조씨도 서울대 재학 중 인민군에 의해 북한으로 끌려갔다. 조씨는 김일성종합대학 교수이자 북한에서 최고의 과학자에게 주어지는 ‘인민과학자’ 칭호를 받은 유명 과학자다. 상상하기 어려운 오랜 시간의 이별 뒤 첫 상봉이 2시간 만에 끝나자 상봉장은 금세 서로를 부둥켜안은 가족들의 눈물로 가득 찼다. 짧지만 강한 첫 대면을 이어 간 남북 상봉단은 저녁 남측 주최 ‘환영 만찬’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한 차례 더 혈육의 정을 나눴다. 1차 상봉단장으로 방북한 김성주 대한적십자(한적) 총재는 환영사에서 “이산가족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실 때 편지도 교환하고 자유롭게 상시 상봉하는 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는 것만이 고령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가 교전 직전까지 치달은 직후 가까스로 열린 이산가족 상봉 행사여서 그런지 북측 기자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북측 기자들은 또 남측 취재진이나 한적 관계자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말을 걸며 친근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앞서 북측 출입사무소(CIQ) 수속 절차 과정에서 북측이 남측 기자단 노트북에 대한 전수 검사를 요구하면서 일정이 지연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애초 북측은 노트북을 걷어 검사한 뒤 오후에 숙소로 가져다주겠다고 통보했으나, 기자단의 거부로 현장에서 검사가 진행됐다. 금강산 공동취재단·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北언니 빛바랜 옛날 사진 들고 ‘눈시울’

    北언니 빛바랜 옛날 사진 들고 ‘눈시울’

    지난 60여년 동안 ‘오매불망’ 기다리던 남북 이산가족들이 마침내 20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리는 ‘단체 상봉’을 통해 극적으로 첫 만남을 갖는다. 북측 이산가족 상봉 인원은 방문단과 동반 가족을 포함해 141명이다. 이산가족 행사는 3일 동안 6차례, 12시간에 걸쳐 이뤄진다. ▲단체 상봉 ▲환영 만찬 ▲개별 상봉 ▲공동 중식 ▲단체 상봉 ▲작별 상봉 순서로 2시간씩 행사가 진행된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제20차 이산가족 상봉은 북측 방문단 96가족이 남측 가족과 상봉하는 1차(20~22일)와 남측 방문단 90가족이 북측 가족과 만나는 2차(24~26일)로 나뉘어 진행된다. 앞서 상봉 하루 전인 19일 남측 이산가족의 집결지인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에는 오후 2시가 집결 시간임에도 일부 이산가족이 오전 10시쯤부터 서둘러 도착했다. 낮 12시쯤부터는 상봉단 접수창구가 마련된 리조트 본관 로비가 크게 붐볐다. 북측 이산가족에게 전달할 의류와 약품, 생필품, 과자 등 각종 선물로 채워진 커다란 가방을 들고 집결지에 도착한 이산가족 대부분은 60년 넘게 헤어져 있었던 혈육을 만난다는 설렘에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여동생과 함께 북에 있는 누님 강영숙(83)씨를 만나러 가는 강정구(81·서울시)씨는 “속초 지리도 잘 모르고 해서 서울에서 일찍 출발했다”며 “누님을 만난다고 하니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오빠와 동행하는 여동생은 언니의 빛바랜 옛날 사진을 들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역시 북한의 누님 박용순(84)씨를 만나러 가는 박용득(81·경기도)씨는 “인천 상륙 작전 때 누님과 가족들이 헤어졌다”며 “당시 누님은 서울대병원 간호사로 일했다”고 말했다. 북측 사촌 오빠 편히정(84)씨를 만나러 가는 남측의 사촌 동생 편숙자(78·강원도)씨도 로비 바닥에 철퍼덕 앉아 가족과 함께 접수를 기다리며 “오빠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워서 내가 직접 경찰서에 가서 수속을 다 했다”면서 “만나도 얼굴은 모를 테지만 뼈다귀(혈육)니까 반가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집결지를 방문, 이산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상봉 정례화를 통해 (가족을) 더 자주 만나고 고향 방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북한과 최선을 다해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공동취재단·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동영상 스트리밍 공룡 ‘넷플릭스’… 스크린도 접수할까

    동영상 스트리밍 공룡 ‘넷플릭스’… 스크린도 접수할까

    온라인 스트리밍 업계의 ‘공룡’인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첫 극장용 영화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Beasts of No Nation)을 지난 주말 미국 30개 도시 31개 극장에서 개봉하면서 영화 유통시장 흔들기에 나섰다. 넷플릭스는 미국을 포함한 50개국에서 같은 영화를 온라인 주문형 비디오(VOD) 방식으로 동시에 공급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마케팅을 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19일(현지시간) 기존 영화 제작·배급사들의 관행을 깨뜨린 넷플릭스의 행보가 영향력 확대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상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영화는 미 극장업계의 보이콧으로 넷플릭스가 일정 기간 전세를 낸 예술·독립영화관에서만 상영되고 있다. 주말 동안 흥행 성적도 극장 1곳당 1600달러(약 180만원) 안팎으로 참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극장 개봉으로 단박에 화제를 모았고 무엇보다 가정에서 방영되기 전 최소 하루 이상 극장에서 상영돼야 한다는 아카데미상 후보의 자격을 갖추게 됐다.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은 아프리카 내전으로 가족을 잃은 소년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미 최대 케이블TV인 HBO에서 활동했던 캐리 후쿠나 감독이 연출·각색뿐 아니라 촬영까지 도맡았다. 앞서 지난달 베니스 영화제와 토론토 영화제에서 호평받으며 주연 배우인 이드리스 엘바가 아카데미상 주연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 이 영화는 평론가 등 전문가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선 넷플릭스의 영화 산업 진출을 예정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라는 이름 자체가 인터넷(Net)과 영화(Flicks)의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1997년 창업 당시 넷플릭스는 비디오와 DVD를 우편·택배로 배달하는 단순한 서비스를 제공했고, 10년 뒤인 2007년부터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했다. 넷플릭스의 유통시장 흔들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자체 제작 첫 콘텐츠인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같은 이름의 BBC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으로 에미상 3관왕을 차지하며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 인정받았다. 이후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마르코 폴로’ 등 다양한 드라마를 선보였다. NYT에 따르면 마르코폴로 시리즈의 제작비는 9000만 달러(약 1008억원)를 웃돈다. 덕분에 2013년 넷플릭스 가입자는 HBO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미국 VOD 서비스 시장의 50%를 점유했다. WSJ는 최근 넷플릭스의 3분기 순익이 2940만 달러(약 332억 3600만원), 매출은 17억 4000만 달러(약 1조 9600억원)라고 전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용어 클릭] ■넷플릭스 한 달에 최소 7.99달러(약 8950원)만 내면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PC와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서 시청이 가능하다. 전 세계 가입자는 6900만명을 헤아린다. 내년 초 한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 1회차 가족 394명-지원·취재팀 등 총 541명 방북

    1회차 가족 394명-지원·취재팀 등 총 541명 방북

    20~26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막바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18일 통일부에 따르면 남측 이산가족 상봉 방문단은 19일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에 집결해 이산가족 상봉 준비 행사를 한다.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 20~22일 1회차 상봉에서는 북측 방문단 96가족이 남측 가족과 상봉한다. 1회차 상봉을 위해 우리 측에서는 이산가족 394명, 지원인원 118명, 취재진 29명 등 총 541명이 방북을 하게 된다. 1차 상봉에 참여하는 이산가족들은 19일 속초에서 진행되는 사전 준비 행사에 참가한다.여기서 가족들은 방북 교육을 받은 뒤 다음날인 20일 오전 8시 30분에 속초에서 버스를 타고 강원 고성군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로 이동한다. 이후 현대아산이 운행하는 버스로 갈아타고 금강산 온정각 서관에 도착해 식사를 한 뒤 오후 3시 30분쯤 면회소에서 북측 가족과 상봉하게 된다. 24~26일 2차 상봉에는 우리 측에서 90가족이 방북한다.이런 가운데 통일준비위원인 고건 전 국무총리가 19일 평양을 방문하게 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통일부 관계자는 “평양과학기술대학 국제학술대회 참석을 위한 고 전 총리, 한헌수 숭실대 총장 등 7명의 방북 요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고 전 총리 등은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방북, 26일까지 학술대회에 참석한 뒤 복귀한다. 정부 당국자는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남북 교류 차원에서 방북을 승인한 것으로 안다”며 “통일준비위원의 자격으로 방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완장 차면 그 아래를 봐라” 영업맨을 위한 성공 지침서

    “완장 차면 그 아래를 봐라” 영업맨을 위한 성공 지침서

    머리로 부딪치고 가슴으로 해결하다/이인태 지음/리안메모아/315쪽/1만 5000원‘새 완장을 차게 되면 완장 위를 보지 말고 가능하면 완장 아래를, 더욱 바람직하게는 발을 보는 게 좋다. 주어진 ‘권한’보다는 해야 할 ‘책임’에 관심을 두라는 말이다.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권한에 권위가 더해져 빛이 난다. 완장과 그 위만 보다가 쓸쓸히 퇴장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아서 하는 말이다….’ 공대 출신으로 대기업 연구소에서 일하다가 인사팀을 거친 뒤 영업 분야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뒀던 한 샐러리맨의 말이다.르노삼성자동차 영업 지점장 시절 낯선 환경과 선입견을 딛고 전국 판매 1위를 달성했던 저자는 자신의 경험담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단순한 개인의 성공담에 그치는 게 아니라 리더로서 조직을 어떻게 성공으로 이끌었는지 분석적으로 들려주고 있다.저자는 ▲완장의 힘을 신봉하는 지점장 ▲교만하고 몰상식한 지점장 ▲업무 능력과 자세에 문제가 있는 지점장 ▲불평불만이 많은 지점장을 실패하는 유형으로 경계했다.가게 하나를 열어도 함께 일해야 할 종업원들이 있는 법. 혼자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조직의 성공을 거둘 수 없다. 누구에게 살짝 코치를 받을 수 없을까. 이런 목마름이 있는 영업 지점장과 자영업자라면 참고할 만한 실전서인 셈이다.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이산가족 작별 상봉 2시간으로

    통일부는 오는 20~26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일정과 명단을 최종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1회차(20~22일)에는 북측 방문단 96가족이 남측 가족과 상봉하고 2회차(24~26일)에는 남측 방문단 90가족이 북측 가족과 만난다. 당초 1회차에는 북측 방문단 97가족이 상봉할 예정이었지만 한 가족은 북측에서 만나려 하는 남한 가족의 건강이 좋지 않아 상봉이 이뤄지지 않게 됐다.이산가족은 행사에서 1, 2회차 모두 6회씩 상봉한다. 단체상봉∼환영만찬∼개별상봉∼공동중식∼단체상봉∼작별상봉 순서로 진행되고 행사는 2시간씩 총 12시간이다. 작별상봉은 기존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었다.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서울광장] 누굴 위한 고대사 폄하인가/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누굴 위한 고대사 폄하인가/박홍환 논설위원

    “다음 중 한나라가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한반도 북부에 설치한 한군현(한사군)이 아닌 것은? ①동예 ②낙랑 ③대방 ④현도” 초등학교 때부터 달달 외워 답을 맞혀야 했던 국사 시험 문제다. 선생님들은 우리 땅이 중국 한나라의 식민지였다는 어두운 고대사를 무비판적으로 학생들에게 주입시켰다. 그 기초는 일제의 관변 학자들이 만들었다. 식민사관이다. 일제는 세키노 다다시, 구라야마 슌이치, 이마니시 류 등이 평양 등에서 발견했다는 고고학적 증거를 들이밀며 한국사를 타율의 역사로 규정짓는 ‘한반도 한사군’을 단정적으로 확정지었다. 일부 해석이 바뀌긴 했지만 지금까지도 우리 주류 학계는 여전히 역사적 사실처럼 신봉하고 있다.일제의 의도는 뻔했다. 한국의 역사는 식민지로 시작했으니 일본의 지배가 당연하다는 논리를 저변에 깔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고대사 폄하가 시정되기는커녕 광복 후 70년인 오늘까지도 여전하다는 점이 오히려 놀랍다. 게다가 중국, 일본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혈세를 투입해 설립한 동북아역사재단마저도 이런 논리에 편승, 2012년 미 의회조사국에 ‘한반도 한사군’을 기정사실화하는 내용의 자료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백번 양보해 설령 사실이더라도 우리가 전파해 득이 될 게 뭔가 묻고 싶다.얼마 전 만난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은 한반도에 한사군이 설치돼 있었다는 주장을 장시간 조목조목 반박했다. 고조선 강역(영토) 축소, 임나일본부설 등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한반도 침략에 이용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제가 사실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주류 학계로부터 배척받는 이 소장은 그동안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 ‘우리 안의 식민사관’ 등의 저술을 통해 우리 학계 저변에 흐르는 식민사학의 전통을 강도 높게 비판해 온 문제의 사학자다.이 소장은 한사군 설치와 근접한 시기에 작성된 중국의 1차 사료들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서, 삼국지, 후한서, 진서 등에 일관되게 한사군의 위치를 요동으로 쓰고 있고, 중국의 지리서 등에 따르면 당시의 요동은 지금의 허베이(河北)성 일대라는 것이다. 고조선 강역을 고려해도 한반도에 한사군이 설치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내놓았다.이 대목에서는 대만의 국립대만대 초대 총장을 역임한 당대 최고의 학자 푸스녠(傅斯年)의 역사서 ‘이하동서설’(夷夏東西說)을 인용했다. 푸스녠에 따르면 옛 숙신은 한나라 때의 (고)조선으로, 산둥(山東)반도를 지배했던 제나라와 동북쪽으로 이웃하고 있었다. 한반도에 한사군을 설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그렇다면 평양 인근 등에서 대거 출토된 낙랑 유물은 무엇인가. 이 소장은 “일부는 일제 학자들이 조작했고, 일부는 확대 해석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인적·물적 교류의 흔적을 마치 낙랑군의 통치 증거인 양 과대 포장했다는 것이다. 사료적 근거가 빈약한 우리 고대사를 실증사학이라는 미명으로 폄하했다는 뜻이다.물론 주류 측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 소장 등이 오도된 민족주의에 편승해 역사를 제멋대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한반도에 한사군이 설치돼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유물 등을 통해 검증됐다고 일축한다. 뒤집힐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온전한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은 2000년 전의 역사를 유물 몇 개로 단정지을 수 있을까.훨씬 큰 문제는 우리가 고대사를 폄하하는 사이 중국은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은 은밀하게 ‘동북고대방국속국사’(東北古代方國屬國史)를 집필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인 부여, 고구려, 발해 등을 포함해 중국 동북 지방에서 흥망성쇠했던 16개 왕조를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규정하고, 정식으로 자국사에 편입하고 있는 것이다. 동북공정의 ‘완결판’으로 곧 실물이 나오게 된다.중국의 최대 인터넷 검색 사이트 바이두(百度)는 한사군의 의의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한사군 설치는 한 무제가 한반도 북부 지역을 이미 한 제국의 통치 범위에 포함시켰다는 것을 입증한다.” 무비판적으로 한반도 한사군설을 수용해 우리 스스로 고대 한반도 북부를 한 무제의 수중에 갖다 바친 것은 아닐까.
  • 해피투게더 배성재 “배성우, 집에서 잠만 자고 여자랑 통화”

    해피투게더 배성재 “배성우, 집에서 잠만 자고 여자랑 통화”

    해피투게더 배성재해피투게더에 출연한 배성재가 형 배성우에 대해 폭로했다.지난 15일 방송된 KBS 2TV ‘해피투게더 시즌3’(이하 해투3)에서 배성재는 “형 배성우가 내 지갑에 손을 대진 않는다. 대신 예전에 내게 입금 좀 해달라고 전화를 하곤 했다”고 말했다.이어 배성재는 형 배성우가 잘돼서 기쁘지 않냐는 말에 “내게 피해는 안 주니까. 어머니가 많이 기뻐한다”며 “지금은 영화에서 분량도 많아지고 좋은 작품도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또한 배성재는 “형 배성우가 집에선 잠만 잔다. 밥도 잘 안 먹는다. 그러다가 여자와 통화를 하곤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한편 이날 ‘해피투게더3’는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 주연배우 조정석과 배성재 아나운서 친형인 배우 배성우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늘도 달린다…내 인생의 특종을 찾아

    오늘도 달린다…내 인생의 특종을 찾아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하얀 캔버스이기는 한데 왠지 모르게 미소가 절로 나오는 그림을 그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배우 조정석(35)이 그렇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특종-량첸 살인기’에서 또 하나 몸에 맞는 옷을 걸쳤다. 말쑥한 슈트가 아니라 후줄근한 점퍼이지만 방송국 사회부 기자 허무혁이다. 나락에서 허우적대다 얻어걸린 특종이 실은 오보였다는 것을 알고 사태를 수습해 보려 하지만 발버둥칠수록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대소동의 중심에 서게 되는 캐릭터다. 깔끔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개구진 표정으로 눈을 번뜩이는 조정석이 허무혁 역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상황은 심각하게 돌아가는데 웃음이 난다. 조정석이기에 가능했다. ‘연애의 온도’(2013)에서 범상치 않은 만듦새를 보여줬던 노덕 감독의 두 번째 작품 ‘특종’은 블랙코미디에서 스릴러로, 다시 블랙코미디로 변화무쌍하게 움직인다. 자칫 물과 기름처럼 겉돌 수 있는 작품을 단단하게 이어 주는 역할도 오롯이 조정석의 몫이다.  뮤지컬 무대에서 10년 가까이 커리어를 쌓으며 톱스타가 됐지만 영화는 2012년 ‘건축학개론’이 데뷔작이다. 이 작품에서 납뜩이 역할로 영화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뒤 단역, 조연은 건너뛰고 내리 주연작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특종’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야기의 흐름을 북치고 장구치며 홀로 이끌어 나가는 ‘원톱’ 주연을 처음으로 꿰찼기 때문이다. 음악으로 말하자면 원맨 밴드다. 원톱 주연은 흥행에 대한 부담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심초사.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련만 자신이 부각된 포스터 하나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감동적”이었다는 말로 속마음을 에둘러 드러내는 조정석. 흥행에 대한 기대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더니 크게 숨을 내쉬며 수줍게 눈을 빛낸다. “500만요.” 허무혁은 기자라는 직업을 떠나 억척스러운 생활인 캐릭터다. 겉으로 보면 곱게 컸을 것 같은 조정석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을까. 클래식 기타를 전공하고 싶어 3수를 하던 시절 얘기를 털어놓으며 살짝 눈빛이 흔들린다. “숙식을 제공하는 막노동을 하며 지내기도 했어요.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였죠.” 자객으로 나온 ‘역린’(2014) 정도를 제외하곤 적어도 스크린에서 조정석이 연기한 캐릭터들은 코믹 이미지가 강하다. 납뜩이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뮤지컬 ‘그리스’에서 로저 역할을 했을 때는 로저 하면 조정석, 조정석 하면 로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헤드윅’ 때는 피부가 뽀얗다고 뽀드윅으로, ‘스프링 어웨이크닝’ 때는 모리츠로 생각해 주시더라구요. 필모그래피를 꾸준히 쌓다 보면 납뜩이보다 저를 더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지 않을까요? 요즘엔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덕택에 ‘강솁’(강셰프)으로 불리던데요.” 캐릭터를 빚어내는 매개체가 ‘인간 조정석’이기 때문에 그간 해 왔던 연기에 공통된 부분이 분명히 있지 않겠냐고 부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납뜩이가 실제 자신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고 덧붙인다. ‘특종’에는 허무혁이 회사에서 잘렸다가 특종-나중에 오보라는 게 드러나는-을 물고 와 복직되는 장면이 나온다. 웃음기가 살짝 실리는 허무혁의 얼굴에서 좋아 죽겠다는 속마음이 드러난다. 조정석이 “저건 딱 나네”라고 느꼈던 부분이란다. 기분이 안 좋으면 입으론 좋다고 말해도 얼굴에서 다 태가 나는 게 바로 자신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반전 멘트. “그런데 비워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배님들이 그러세요, 연기는 비우는 거라고. 연기를 할 때 제 안에 꽉 차 있는 인간 조정석을 걷어내고 캐릭터를 온전히 덮어씌우려고 노력하죠.” ‘건축학개론’ 이후 방송 드라마와 영화에서 종횡무진 달리고 있다. 고향과도 같은 뮤지컬 무대에도 꾸준히 오르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다. 자신에게 맞는 장르와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알아 가는 과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느 장르가 더 맞는지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작품을 하지 못했죠. 찾아 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해 보고 싶은 역할요? 조정석이 악역을 하면 어떨지 궁금하다는 분들도 있어요. 저는 모든 장르, 모든 캐릭터를 다 해 보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오늘도 달린다 내 인생의 특종을 찾아

    오늘도 달린다 내 인생의 특종을 찾아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하얀 캔버스이기는 한데 왠지 모르게 미소가 절로 나오는 그림을 그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배우 조정석(35)이 그렇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특종-량첸 살인기’에서 또 하나 몸에 맞는 옷을 걸쳤다. 말쑥한 슈트가 아니라 후줄근한 점퍼이지만 방송국 사회부 기자 허무혁이다. 나락에서 허우적대다 얻어걸린 특종이 실은 오보였다는 것을 알고 사태를 수습해 보려 하지만 발버둥칠수록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대소동의 중심에 서게 되는 캐릭터다. 깔끔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개구진 표정으로 눈을 번뜩이는 조정석이 허무혁 역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상황은 심각하게 돌아가는데 웃음이 난다. 조정석이기에 가능했다. ‘연애의 온도’(2013)에서 범상치 않은 만듦새를 보여줬던 노덕 감독의 두 번째 작품 ‘특종’은 블랙코미디에서 스릴러로, 다시 블랙코미디로 변화무쌍하게 움직인다. 자칫 물과 기름처럼 겉돌 수 있는 작품을 단단하게 이어 주는 역할도 오롯이 조정석의 몫이다.  뮤지컬 무대에서 10년 가까이 커리어를 쌓으며 톱스타가 됐지만 영화는 2012년 ‘건축학개론’이 데뷔작이다. 이 작품에서 납뜩이 역할로 영화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뒤 단역, 조연은 건너뛰고 내리 주연작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특종’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야기의 흐름을 북치고 장구치며 홀로 이끌어 나가는 ‘원톱’ 주연을 처음으로 꿰찼기 때문이다. 음악으로 말하자면 원맨 밴드다. 원톱 주연은 흥행에 대한 부담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심초사.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련만 자신이 부각된 포스터 하나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감동적”이었다는 말로 속마음을 에둘러 드러내는 조정석. 흥행에 대한 기대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더니 크게 숨을 내쉬며 수줍게 눈을 빛낸다. “500만요.” 허무혁은 기자라는 직업을 떠나 억척스러운 생활인 캐릭터다. 겉으로 보면 곱게 컸을 것 같은 조정석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을까. 클래식 기타를 전공하고 싶어 3수를 하던 시절 얘기를 털어놓으며 살짝 눈빛이 흔들린다. “숙식을 제공하는 막노동을 하며 지내기도 했어요.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였죠.” 자객으로 나온 ‘역린’(2014) 정도를 제외하곤 적어도 스크린에서 조정석이 연기한 캐릭터들은 코믹 이미지가 강하다. 납뜩이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뮤지컬 ‘그리스’에서 로저 역할을 했을 때는 로저 하면 조정석, 조정석 하면 로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헤드윅’ 때는 피부가 뽀얗다고 뽀드윅으로, ‘스프링 어웨이크닝’ 때는 모리츠로 생각해 주시더라구요. 필모그래피를 꾸준히 쌓다 보면 납뜩이보다 저를 더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지 않을까요? 요즘엔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덕택에 ‘강솁’(강셰프)으로 불리던데요.” 캐릭터를 빚어내는 매개체가 ‘인간 조정석’이기 때문에 그간 해 왔던 연기에 공통된 부분이 분명히 있지 않겠냐고 부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납뜩이가 실제 자신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고 덧붙인다. ‘특종’에는 허무혁이 회사에서 잘렸다가 특종-나중에 오보라는 게 드러나는-을 물고 와 복직되는 장면이 나온다. 웃음기가 살짝 실리는 허무혁의 얼굴에서 좋아 죽겠다는 속마음이 드러난다. 조정석이 “저건 딱 나네”라고 느꼈던 부분이란다. 기분이 안 좋으면 입으론 좋다고 말해도 얼굴에서 다 태가 나는 게 바로 자신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반전 멘트. “그런데 비워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배님들이 그러세요, 연기는 비우는 거라고. 연기를 할 때 제 안에 꽉 차 있는 인간 조정석을 걷어내고 캐릭터를 온전히 덮어씌우려고 노력하죠.” ‘건축학개론’ 이후 방송 드라마와 영화에서 종횡무진 달리고 있다. 고향과도 같은 뮤지컬 무대에도 꾸준히 오르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다. 자신에게 맞는 장르와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알아 가는 과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느 장르가 더 맞는지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작품을 하지 못했죠. 찾아 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해 보고 싶은 역할요? 조정석이 악역을 하면 어떨지 궁금하다는 분들도 있어요. 저는 모든 장르, 모든 캐릭터를 다 해 보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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