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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대입시험 끝나자 10대 성형수술 러쉬

    중국, 대입시험 끝나자 10대 성형수술 러쉬

    중국에서는 매년 까오카오(高考·중국의 대학입시)가 끝나는 시기면 ‘성형외과’가 최대 성수기를 맞는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많은 학생들이 더욱 아름다운 얼굴로 변신을 꾀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학부모들도 장래 취업기회를 위한 투자로 여겨 자녀들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는다. 베이징천바오(北京晨报)는 28일 대입 시험을 마친 중국 수험생들이 앞다투어 성형외과로 향하는 실태를 보도했다. 최근 베이징의 모 성형외과 리웨이웨이(李薇薇) 주임은 꽉 찬 수술 일정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녀의 환자들은 대부분 17,18세의 대입고시를 마친 학생들이다. 그녀는 “최근 성형술은 저연령화가 뚜렷해 지고 있으며, 대부분 부모님과 함께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술은 쌍꺼풀 수술로 전체의 70% 가량을 차지한다. 이어서 코높임, 실리콘 삽입이 20~30%를 차지한다. 한편 대학생들은 표시가 안나는 ‘쁘띠성형’이나 미백주사, 필러주입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성형술 비용은 다른 나라보다 저렴해 해외 유학생들도 방학을 이용해 중국에 와서 성형술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때 한국으로의 원정성형술이 큰 인기였지만, 에이전트의 과대광고, 지나치게 높은 수술비, 부족한 의료진 등의 문제로 차츰 중국에서 수술을 받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리 주임은 “최근 한 여학생은 한국의 아이돌그룹 EXO의 멤버인 박찬열의 사진을 들고와 ‘찬열의 눈’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좋아하는 유명 연예인의 사진을 들고와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에는 남학생 사이에서도 성형술이 큰 인기다. 남학생들은 종종 단체로 와서 한 사람이 먼저 수술을 받고, 효과가 좋으면 모두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학 입학을 앞두고 성형수술을 받았다가 수술실패로 좌절에 빠진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샤오저우(小周·18)는 입시를 마치고 동네 미용실에서 여드름 제거 시술을 받았다가 화농성 감염으로 얼굴이 온통 붉은 자국으로 뒤덮였다. 또 다른 한 여성은 비용을 아끼려 인터넷 사이트에서 500위안(한화 8만6000원)에 주사용 필러를 구입해 동영상을 보고 코와 턱에 필러를 주입했다가 피부괴사를 일으켰다. 중국의 청춘남녀도 '미모는 경쟁력'이라는 말을 꽤나 신봉하는 분위기다.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박중훈 “‘사냥’ 안성기, 더 이상 배우 아닌 짐승”

    박중훈 “‘사냥’ 안성기, 더 이상 배우 아닌 짐승”

    배우 박중훈이 선배 배우 안성기를 “안 짐승”이라 칭해 눈길을 끈다. 28일 서울 압구정CGV 아트하우스 ‘안성기 헌정관’에서는 ‘사냥’ GV가 개최됐다. 이번 GV는 ‘안성기 헌정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개봉하는 안성기의 신작을 상영하는 의미 있는 자리로, 특히 헌정관 개관시 행사 진행을 했던 배우이자 감독 박중훈이 다시 진행을 맡아 충무로 대표 절친 안성기와 박중훈의 진한 우정을 또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사회자로 나선 박중훈은 ‘사냥’을 보고나니 “안성기는 더 이상 배우가 아니라 짐승이다. 안짐승이라고 부르겠다”며 재치 있는 소감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현재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소감을 묻자 안성기는 “현장의 좋은 기운들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다. 나에게도 도전이었고 ‘사냥’을 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된 이 날 GV에는 수많은 관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영화 초반 안성기가 민 소매로 나오는 장면을 언급하며, 몸매가 탄탄해 놀랐다며 몸매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묻는 질문에 “40년을 운동을 해왔다. 또 영화 속에서 젊은 엽사 무리에 맞서는 이야기에 관객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나 역시 힘이 있고 단단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꾸준히 몸매관리를 한다고 전해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박중훈은 “함께 운동한 나로썬 안성기의 체력이 2-30대 못지 않다는 걸 말씀 드리고 싶다”며 안성기의 말에 힘을 실었다. 16시간 동안의 일들을 연기하기 위해 감정유지는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달릴 때도, 총을 쏠 때도 기성의 트라우마를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답해 그가 얼만큼 캐릭터에 몰입해 촬영에 임했는지 가늠하게 해주었다. 박중훈은 “영화는 16시간이지만 실제론 몇 개월 동안 찍는다. 감정뿐만 아니라 비주얼을 유지한다는 것도 배우에겐 힘든 일이다”며 항상 노력하는 안성기의 모습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관객들에게 파격적인 비주얼을 선사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여태껏 해보지 않았고 색다르고 새로워서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수많은 질문 세례에도 성심 성의껏 답한 안성기와 박중훈은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을 해 준 관객 두 명을 선정해 함께 셀카 찍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늦은 시간까지 함께한 모든 관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안성기 헌정관’에서 진행된 GV에 대한 의미를 더했다. 마지막으로 특별한 공간에서 진행된 GV를 마치며 안성기는 “영화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용기를 준 자리인 것 같다.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로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자리한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안성기 조진웅 주연의 영화 ‘사냥’은 6월 29일 개봉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대작 전쟁, 대박 전쟁

    대작 전쟁, 대박 전쟁

    여름 극장가 블록버스터 ‘봇물’ 천만 영화, 5년 연속 이어질까 4년 만에 맥이 끊길까. 올해 상반기 천만 영화가 나오지 않으면서 ‘여름 블록버스터’ 전쟁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역대 천만 영화 15편 중 6편이 7~8월 개봉작이었기 때문이다. 천만 흥행을 차치하고서라도 현재 영화 시장이 소강상태라 영화계에서는 ‘암살’과 ‘베테랑’이 영화 팬들을 시원하게 만들었던 지난해 여름이 재현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흥행을 크게 좌우할 개봉일 샅바 싸움도 치열하다.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여름 성수기 중에서도 8월 초에서 중순까지가 관객이 특히 몰리는 기간”이라며 “최근 2~3년 한국 영화가 여름을 지배했고 올해도 그럴 것으로 예상되지만 흐름상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터져줄 때도 됐다”고 분석했다. 국내 4대 메이저 투자 배급사가 선택한 빅4가 일주일 간격으로 여름 시장을 공략한다. 모두 제작비 100억원대 작품들이다. 좀비 재난물 ‘부산행’(NEW)이 새달 20일 가장 먼저 출격한다. 후반 작업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첫선을 보인 지난 5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의 반응이 무척 뜨거워 일찌감치 개봉일을 확정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고속열차라는 제한된 공간에 인간과 좀비를 몰아넣는다. 공유와 마동석 등은 사랑하는 딸과 아내,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맨몸으로 좀비가 가득한 객실을 뚫고 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인다. 화끈한 액션에 웃음과 눈물까지 주는 ‘순정 마초’ 마동석의 연기가 키포인트다.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이 처음 연출한 실사 영화다. 전쟁물 ‘인천상륙작전’(CJ엔터테인먼트)은 일주일 뒤 스크린에 걸린다. 빅4 중 가장 많은 16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6·25전쟁의 전세를 뒤집게 한 인천상륙작전의 방아쇠를 당긴 영흥도 첩보전의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포화 속으로’를 연출한 이재한 감독의 작품이다.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에, 애국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이는 이 작품에는 이정재, 이범수, 진세연, 정준호 등이 출연한다. 특히 할리우드 스타 리엄 니슨이 맥아더 장군으로 열연해 더욱 화제다. 이어 ‘덕혜옹주’(롯데엔터테인먼트)가 8월 4일 스크린에 걸린다. 최근 스릴러 ‘비밀은 없다’에서 절정의 연기를 펼친 손예진이, 일본에 끌려가 비운의 삶을 살아야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이덕혜를 연기한다.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며,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에서 여성 관객들의 기대가 높다. 빅4의 마지막 주자는 또 다른 재난물 ‘터널’(쇼박스)이다. 8월 11일 개봉이 확정적이다. 퇴근길에 만든 지 일주일밖에 안 된 터널이 무너지며 고립된 한 남자가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그를 구하기 위한 터널 바깥의 이야기를 다룬다.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했다. 하정우, 오달수, 배두나 등이 열연했다.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추하는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천만 요정’ 오달수가 기대가 크다고 꼽은 작품이다. 8월 개봉 예정인 ‘국가대표2’(메가박스)는 다크호스다. 수애를 주인공으로, 급조된 여자 아이스하키 팀 이야기를 그리며 감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 작품에도 오달수가 감독으로 나온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에는 ‘제이슨 본’(7월 28일)과 ‘수어사이드 스쿼드’(8월 4일)가 단연 눈에 띈다. ‘제이슨 본’은 ‘본’ 시리즈 세 편으로 세계 첩보 액션물의 흐름을 바꿔 놨던 맷 데이먼이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9년 만에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둘은 “사상 최고 스케일”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조커(재러드 레토), 데드샷(윌 스미스), 할리 퀸(마고 로비) 등 DC코믹스를 대표하는 사고뭉치 악당들이 팀으로 뭉쳤기 때문에 모범적인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는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멀리사 매카시를 앞세워 27년 만에 리메이크되며 여성 버전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코믹 SF물 ‘고스터버스터즈’(8월 중)와 최근 교통사고로 사망한 안톤 옐친의 유작이 된 SF물 ‘스타트렉 비욘드’(8월 중)도 영화 팬들이 기다리는 작품이다. 장외 대결도 후끈하다. 같은 주 개봉하는 ‘인천상륙작전’과 ‘제이슨 본’은 내한 맞대결을 펼친다. 맷 데이먼과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제이슨 본’ 아시아 홍보 투어의 첫 순서로 7월 8일 한국을 찾는다. 13일에는 리엄 니슨이 한국을 방문해 ‘인천상륙작전’을 독려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정릉천고가 통제, 결국 인재… “강연선 부식이 원인”

    “시공업체 부실공사 여부 10월 결론” 지난 2월 22일부터 한 달여간 서울 내부순환로 정릉천 고가의 긴급 통제 원인은 결국 인재로 드러났다. 텐던(고가를 지탱하는 강연선을 묶은 케이블) 파손은 강연선 부식 방지용 그라우트(시멘트+물+혼화제)가 완전히 채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밀폐된 텐더 박스에 수분이 침투, 발생한 부식이 주원인으로 추정됐다. 결국 공사를 완벽하게 하지 않은 것이다. 서울시는 3개월간 민관 합동으로 결함발생 원인을 조사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정릉천 고가 결함원인 및 PSC 교량 점검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김준기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은 “현재까지 조사된 정릉천 고가 중대 결함의 원인은 PE관 내부 강연선의 부식이 결정적”이라면서 “정확하게 시공업체의 부실 공사인지 등은 오는 10월 최종결과 발표 때 결론 내겠다”고 말했다. 강연선의 부식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강연선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채워 넣는 그라우트가 완전히 채워지지 않아 노출된 강연선에 부식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그라우트 주입 후 공기구멍 역할을 하는 에어벤트를 제대로 밀봉하지 않아 염화물을 함유한 수분이 침투, 강연선 부식이 심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그라우트 재료에서 분리된 물이 그라우트 위쪽에 모이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강연선의 표면 부식을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 시는 앞서 지난 2월 17일 해빙기 안전점검 중 내부순환로 성수방향 월곡램프→마장램프 중간지점에서 정릉천 고가의 교량 상부구조물(거더)을 지지하는 텐던 20개 중 1개가 파단(재료가 파괴되거나 잘록해져 둘 이상으로 떨어져 나감)된 것을 발견해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같은 달 22일 0시를 기해 정릉천 고가의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늙어도 늙지 않는… ‘사냥’으로 액션배우 변신 안성기

    늙어도 늙지 않는… ‘사냥’으로 액션배우 변신 안성기

    연기 59년째. 내년이면 연기 인생 환갑이다. 필모그래피가 무려 160여편. 아역 시절에만 70여편을 했는데 잠깐 얼굴을 비치는 개구쟁이 역할을 도맡는 등 단역, 조연이 많았지 주연은 많지 않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이래저래 빼도 족히 100편은 넘어 보인다. 국민 배우 안성기(64)는 그 세월과 그 많은 작품이 좀처럼 실감나지 않는다며 미소 지었다. “아마 몇년 더 가면 지구상에서 제일 오래 배우한 사람이 될 것 같아요. 다섯 살에 시작한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을 테니까요. 오래 했다는 게 자랑거리는 아닌데, 그래도 여전히 작품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점은 정말 행복하고, 고맙죠.” 수많은 작품에서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해 왔음에도 29일 개봉하는 추격 스릴러 ‘사냥’은 남다르다고 했다. “지금 이 나이에 와서 가장 액션이 많은 작품을 했다는 것 자체가 배우로서 파란불이 켜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앞으로도 여러 가지 영화를 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에요.” ‘사냥’은 ‘최종병기 활’과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제작하고, 이우철 감독이 ‘첼로: 홍미주 일가 살인사건’ 이후 11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캐릭터 이름이 배우 이름을 거꾸로 해 지었을 정도로 처음부터 안성기를 염두에 두고 기획됐다고 한다. 이 나이에 이런 액션을 할 수 있다니 안성기는 피가 끓었다고 했다. 오래전 탄광 붕괴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로, 마음 깊이 큰 상처를 품고 있는 늙은 사냥꾼 기성을 연기한다. 우연히 발견한 금맥에 눈이 먼 엽사(獵師) 무리에 쫓긴다. 또 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료의 딸 양순(한예리)을 지키고자 가파른 산을 뛰고 구르고 부딪친다. 안성기는 40년간 꾸준히 적당한 운동으로 단련해 온 근육도 뽐내고, 거침 없이 총격전도 벌인다. 대역을 맡아 줄 스턴트맨이 상주했으나 할 일이 없었을 정도로 대부분을 직접 소화했다. 그는 조진웅 등 후배들이 자신의 뜀박질을 따라오지 못했다고 흐뭇해하기도 했다. 극중 엽사 무리가 기성을 향해 ‘람보 영감’이라며 혀를 내두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원래는 지문에 ‘마치 람보같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애드리브로 나오게 된 대사예요. 반응이 뜨거울지 몰랐어요. 고뇌하는 모습을 담으려고 애썼는데 그런 건 잊어버리고 더 화끈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 줄 걸 그랬나 봐요. 하하하.” 그는 ‘사냥’이 배우로서 가능성을 넓힌 작품이라고 거듭 평가했다. “60대 중반이라면 할아버지의 모습이긴 하지만 기운이 빠진 느낌을 줄 수도 있는데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화면에서 봤을 때는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겠구나, 그런 기대감을 주기 때문에 연기 영역을 확장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확장은 우리 배우들의 연기 정년을 늘리겠죠. 해외에는 제 또래에 꾸준히 하는 배우들이 많지만 우리는 흔치 않아요. 선배들만 보더라도 어쩌다 한 편, 10년에 한 편 정도죠. 그렇게 계속 꾸준히 간다면 뒤에서도 쭈욱 따라 오겠죠. 젊은 배우들에게 꿈과 희망이 됐으면, 그랬으면 정말 좋겠네요.” 어느새 한국 영화계 맏형 중 한 명이 되다 보니 연기 외적인 일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다. 얼마 전에는 격랑에 휩싸였던 부산국제영화제 첫 민간 조직위원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 유니세프 친선대사 등을 맡고 있어요. 이 정도가 적당하게 제 본업과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것 같아요. 영화를 열심히 하니까 외적인 일도 효과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본업에 충실하지 않고 외적인 일만 많이 하면 동력을 잃을 거예요. 부산국제영화제는 중요한 시기라 모든 것을 쏟아부어 틀을 만들어 가야 하는데 제겐 그런 능력이 모자라 고사할 수밖에 없었지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서울 내부순환로 정릉고가 폐쇄 원인은 인재…부실 공사로 파손

    서울 내부순환로 정릉고가 폐쇄 원인은 인재…부실 공사로 파손

    지난 2월 22일부터 한 달여간 서울 내부순환로 정릉천고가의 긴급 통제 원인은 결국 인재로 드러났다. 텐던(고가를 지탱하는 강연선을 묶은 케이블) 파손은 강연선 부식방지용 그라우트(시멘트+물+혼화제)가 완전히 채워지지 상황에서 밀폐된 텐더 박스에 수분이 침투, 발생한 부식이 주원인으로 추정됐다. 결국 공사를 완벽하게 하지 않은 것이다. 서울시는 3개월간 민관합동으로 결함발생 원인을 조사해 이 같은 내용 담긴 ‘정릉천고가 결함원인 및 PSC교량 점검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김준기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은 “현재까지 조사된 정릉천고가 중대결함의 원인은 PE관 내부 강연선의 부식이 결정적”이라면서 “정확하게 시공업체의 부실공사인지 등은 오는 10월 최종결과 발표 때 결론 내겠다”고 말했다. 강연선의 부식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강연선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채워 넣는 그라우트가 완전히 채워지지 않아 노출된 강연선에 부식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그라우트 주입 후 공기구멍 역할을 하는 에어벤트를 제대로 밀봉하지 않아 염화물을 함유한 수분이 침투, 강연선 부식이 심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그라우트 재료에서 분리된 물이 그라우트 위쪽에 모이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강연선의 표면부식을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 시는 앞서 지난 2월 17일 해빙기 안전점검 중 내부순환로 성수방향 월곡램프→마장램프 중간지점에서 정릉천고가의 교량 상부구조물(거더)을 지지하는 텐던 20개 중 1개가 파단(재료가 파괴되거나 잘록해져 둘 이상으로 떨어져 나감)된 것을 발견해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같은 달 22일 0시를 기해 정릉천고가 차량통행을 전면 통제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미친개들’ 디카프리오의 그녀 ‘비에르지니 르도엔’ 전라 노출 “강렬”

    ‘미친개들’ 디카프리오의 그녀 ‘비에르지니 르도엔’ 전라 노출 “강렬”

    오는 7월 7일 개봉하는 영화 ‘미친개들’의 여자 인질을 맡은 프랑스의 연기파 배우 비에르지니 르도엔이 극 중 파격노출을 감행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원제: Rabid Dogs | 수입: 엔케이컨텐츠 | 공동제공: kth | 배급: 디스테이션 | 감독: 에릭 하네조 | 출연: 귀욤 고익스, 램버트 윌슨, 비에르지니 르도엔] ‘미친개들’에서 은행 강도단에게 붙잡힌 ‘여자 인질’을 연기한 비에르지니 르도엔이 극 중에서 파격적인 전라 노출을 감행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 ‘미친개들’은 3명의 은행 강도단이 마지막 한탕 후, 탈주하던 도중 본의 아니게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모든 상황이 꼬여가는 통제 불능 논스톱 추격전이다. 제68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특별 상영작으로 선정돼 월드 프리미어를 개최하기도 한 ‘미친개들’은 쿠엔틴 타란티노와 팀 버튼 감독이 존경한다고 밝힌 이탈리아 호러영화의 거장 감독 ‘마리오 바바’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귀욤 고익스와 ‘매트릭스’ 시리즈,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의 램버트 윌슨 등 프랑스와 캐나다의 명품 연기파 배우들이 시나리오에 반해 연기 변신을 자처해서 화제를 모은 가운데 ‘여자 인질’ 역할을 맡은 비에르지니 르도엔이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여 영화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비에르지니 르도엔은 극 중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던 중 쇼핑을 하다가 우연히 도주하던 강도단에게 붙잡히게 되는 ‘여자 인질’로 출연,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강도단들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침착하게 그들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애쓰는 인물로, 강도단 중 싸이코패스 기질이 다분한 ‘빈센트’의 괴롭힘에는 욕설로 답할 정도로 대담하며 강도단 중에서 가장 연민이 많은 ‘마뉘’에게는 감정적인 호소를 하며 지능적으로 탈출을 노린다. 3명의 강도단, 3명의 인질이 동행하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탈주 여정에서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비에르지니 르도엔은 특히 이번 ‘미친개들’에서는 인질로 잡히기 전의 회상 몽타주씬을 통해 파격적인 전라 노출도 감행해 눈길을 끈다. 1976년생 불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강한 매력을 뽐낸 비에르지니 르도엔은 짧지만 임팩트있는 전라 노출 베드씬 연기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예정이다. 비에르지니 르도엔은 대니 보일 감독의 작품 ‘비치’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상대역으로 발탁돼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분한 ‘리차드’와 함께 낙원의 섬을 찾아 나서는 ‘프랑소와즈’ 역할을 맡아 환상의 비주얼 케미를 선보였던 비에르지니 르도엔은 이번 영화를 통해 파격적인 노출 연기는 물론이고, 강도에게 붙잡힌 인질의 불안한 심리 상태와 강도단들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카리스마 있는 연기 등을 선보이며 프랑스 대표 연기파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 번 다질 예정이다. 영화 ‘비치’에서 디카프리오의 그녀로 활약했던 비에르지니 르도엔의 파격 노출 연기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미친개들’은 오는 7월 7일에 개봉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새 영화] 우리 연애의 이력

    [새 영화] 우리 연애의 이력

    영화인들의 사랑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영화 소재로 등장한다. 최근 스캔들에 휩싸인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선 영화감독 캐릭터가 단골손님이었다. 지난 4월 개봉한 조성규 감독의 ‘두 개의 사랑’도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의 연애 이야기가 한 축이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로맨틱 코미디 ‘우리 연애의 이력’은 아역 배우 출신 왕년의 스타 우연이(전혜빈)와 조감독 오선재(신민철)라는 캐릭터를 꺼내 든다. 영화는 둘이 협의 이혼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둘은 완전히 갈라선 것은 아니다. 함께 진행 중인 시나리오 작업은 계속 이어 간다. 둘의 연애 이야기를 토대로 한 탓이다. 선재는 이 작품을 통해 감독 데뷔를 꿈꾸고, 카메라 공포증에 시달리며 한동안 작품 활동이 뜸했던 연이는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하지만 영화화가 현실로 다가온 순간, 제작사는 다른 여배우에게 주인공을 맡기며 불협화음이 일기 시작한다. 둘이 장면, 장면 지분을 따져 가며 시나리오를 한 페이지씩 찢는 장면이 백미다. 여성인 조성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조 감독은 “사람들의 연약한 부분들, 사랑을 할 때 그다지 멋지지만은 않은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런 부분들마저도 사랑스러울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야기 설정에서 분명 비현실적인 구석이 있는데 영화가 그리 어색하지 않은 것은 배우들의 호연 때문이다. 가수로 데뷔했던 탓인지 연기자로 커리어를 상당히 쌓았음에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는 전혜빈을 다시 보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신민철과 호흡을 맞춰 절제된 그리고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 준다. 전혜빈이 이런 배우였나, 생각이 들 정도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TV 드라마 ‘또 오해영’ 출연과 맞물려 영화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몽정기2’ 이후 11년 만의 영화 출연인데, 앞으로 전혜빈이 나오는 영화가 많아질 것 같은 예감이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처럼 일찌감치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던 전혜빈은 “우연이는 극대화된 캐릭터지만 저도 똑같이 느끼는 점이 있다”면서 “늘 불안함 속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걷는 삶을 사는 시간이 있다. 그런 불안한 마음을 우연이를 통해 보여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수정, 박충선, 방은희, 이지훈, 장혁진, 황승언, 황금희, 황미영 등 조연들의 깨알 같은 연기를 보는 즐거움도 적지 않다. 15세 이상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유승호 “처량한 역할 많이해 ‘내 나이 맞는 옷’ 코미디 도전 했어요”

    유승호 “처량한 역할 많이해 ‘내 나이 맞는 옷’ 코미디 도전 했어요”

    “많이 달라졌죠. 전체적인 부분을 다 보게 된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제가 맡은 것만으로도 벅차고 어려워서 제 것만 봤었어요. 이제는 연기뿐만 아니라 선배님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배우려 하고 있습니다.” ‘국민 남동생’에서 부쩍 커버린 유승호(23)는 군 복무를 기점으로 나눠지는 10대와 20대를 이렇게 구분 지었다. 그는 다음달 6일 개봉하는 코믹 사(기)극 ‘봉이 김선달’(감독 박대민)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설화에선 아재 캐릭터였던 김선달을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처럼 젊고 섹시한 사기꾼으로 재해석한다. 익살 연기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고창석과 콤비를 이뤄 조선시대 갑질 세도가를 통쾌하게 거꾸러뜨린다. ‘조선판 베테랑’이라 할 만하다. 영화에서 유승호는 능글맞고, 능청스럽고, 뺀질거린다. 그래도 밉지 않다. 궁녀와 저잣거리 주모를 유혹하는 장면에선 섹시함마저 묻어난다. 분명 이전에 보아 오던 국민 남동생과는 다른 모습이다. 사기를 치려고 내시로, 사냥꾼으로, 승려로, 몰락한 양반 노인으로, 임금으로, 심지어 양갓집 규수로 변화무쌍하게 변장하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장면은 덤이다. “‘조선 마술사’에 이어 연달아 사극이라 고민도 했는데, 캐릭터도 그렇고 영화 분위기가 반대라 차별화할 수 있겠다 싶었죠. 한 번도 도전하지 않았던 코미디 장르잖아요. 그동안 운명이 꼬이거나 우울하고 처량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제 나이대에 맞는 옷을 입어 보자는 생각이 컸어요. 실제 성격이 매사 걱정부터 앞서고, 밝은 거보다는 무거운 분위기에 빠져 사는 편이라 그 틀을 깨는 게 힘들었죠.” 여장 장면에서 미모가 돋보였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컴퓨터그래픽(CG)에 공을 돌리며 웃는다. “제가 화장이 짙으면 골격이 더 두드러져 남성미가 넘쳐 보이거든요. 전 징그럽더라고요. 후반 작업 때 CG팀에서 중요한 건 여장이라며 많이 다듬어 줘 그나마 나아진 거예요. 눈웃음을 치는 장면도 처음엔 민망해 죽는 줄 알았어요. 하다 보니까 알아서 윙크를 날리게 되더라고요. 하하하.”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을까.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친한 사람이 아니면 멀리하는 성격이에요. 친구들이 왜 넌 연애 안 하냐, 그럴려면 얼굴 좀 빌려 달라고, 자기가 쓰겠다고 농담도 해요. 하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걸 어떻게 해요. 고등학교 때 마음속으로 좋아하던 같은 반 친구가 있었는데, 앞으로 내가 가야 할 인생에 도움이 안 되니 만나면 안 되겠다는 강박관념에 말 한번 건네 보고 말았어요.” 유승호는 어려서부터 굳어져 온 바른생활 이미지에 대한 답답함을 털어놓기도 했다. “좋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에요. 사람이 살다가 실수하거나 화낼 때도 있을 텐데 외려 더 나쁘게 비쳐질 수 있잖아요. 다 연기였구나, 오해도 살 수 있고요. 하루에 몇 번씩 제 마음대로 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이게 웃긴 게 화를 내고 싶어도 참는 게 편해요.” 외모에 있어서는 남동생 느낌이 여전한데 마음에는 아재를 품고 있는 느낌이다. “더 올라가고 싶다거나 내려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잔잔하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런 생각은 해요. 저 한 사람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하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좋은 에너지를 전해 주고, 그게 제게 돌아오면 다시 힘을 내는 거죠. 저의 행복은 그런 게 아닌가 합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여기는 남미] 2만원 좀도둑, 비리 기업인·공직자보다 양심적

    [여기는 남미] 2만원 좀도둑, 비리 기업인·공직자보다 양심적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힘이 새삼 확인됐다. 또한 좀도둑의 양심이 거액의 뇌물을 받은 고위공직자나 비리를 저지른 기업인에 비해 더 낫다는 씁쓸한 사실 또한 확인됐다. 아르헨티나의 한 성인용품점이 민망한 상품을 슬쩍 훔친 남자로부터 물건값을 받아냈다. 도둑은 돈과 함께 사과문까지 전달했다. 모두 SNS 덕분이었다. 산루이스주의 지방도시 비야 메르세데스에 있는 성인용품점이 도둑을 당한 건 지난 18일(현지시간). 주말에 CCTV를 확인하던 주인은 뒤늦게 한 청년이 성인용품 1개를 훔치는 모습을 확인했다. 물건이 없어진 걸 확인한 주인은 CCTV영상을 캡처해 이튿날 페이스북에 올렸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순간을 골라 이미지만 보면 누군지 알아볼 수 없도록 했다. 그러면서 주인은 "내일까지 시간을 주마. 내일까지 훔쳐간 물건의 값을 지불해라. 지불하지 않으면 얼굴을 공개해주마"라고 엄중한(?) 경고의 글을 올렸다. 경고는 물건을 돌려받을 생각은 없으니 돈을 내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20일 오전장사를 마치고 문을 닫았다가 오후에 다시 문을 연 주인은 문 밑으로 누군사 슬쩍 밀어넣은 봉투를 발견했다. 봉투에는 300페소(약 2만3000원)와 한 장의 편지가 들어있었다. 도둑이 보낸 사과문이었다. 편지엔 도둑의 애절한 호소가 담겨 있었다. 도둑은 "물건을 훔친 걸 후회하고 있으며,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 물건값을 동봉하니 제발 받아달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도둑은 제발 얼굴만은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 도둑은 "가족이 있는데 얼굴이 공개되면 라사로 바에스와 호세 로페스 두 사람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면서 사건을 덮어달라고 부탁했다. 라사로 바에스는 정부의 비호 아래 막대한 검은 돈을 움직인 기업인, 호세 로페스는 뇌물로 받은 현금 900만 달러(약 104억원)을 땅에 파묻으려다 검거된 전직 고위공직자다. 두 사람에 대한 수사와 사법처리 여부는 아르헨티나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거리다. 이 좀도둑은 비록 2만3000원 어치 물건을 훔쳤지만 최소한 그들처럼 수치를 모르거나 명예를 모르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는 몸부림이다. 매장 주인은 "물건을 돌려받는 게 아니라 꼭 돈을 받아내고 싶었다"면서 "도둑이 돈을 전달한 만큼 절대 얼굴을 공개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피해 매장의 주인이 공개한 CCTV 캡처 이미지.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부정 시비 87년 대선 ‘구로을 투표함’ 29년 만에 열린다

    선관위 새달 14일… 진위 검증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 당시 구로구청 농성 사건의 발단이 됐던 ‘구로을 선거구’ 부재자 우편투표함이 29년 만에 개봉된다. 그동안 부정투표 논란이 제기됐던 구로을 부재자 우편투표함에 대한 진위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달 14일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 대강당에서 한국정치학회가 참관한 가운데 해당 투표함을 개봉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개봉 결정은 한국정치학회의 연구용역 요청에 따른 것이다. 지난 13대 대선 투표 당일인 1987년 12월 16일 당시 구로구청 농성자들이 부재자 투표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며 투표함을 탈취하고 44시간가량 구로을 선관위를 점거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후 선관위가 투표함을 되찾았으나 당시 개표 결과 당선후보(노태우 후보)와 차점후보(김영삼 후보) 간 194만여표의 차이가 있어 구로을 부재자 투표함에 든 4325표(선관위 추정)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보고 개봉하지 않은 채 수장고에 보관해 왔다. 선관위는 “내년 민주화운동 30주년과 제19대 대선, 2018년 선거 70주년 등을 앞두고 그간 계속돼 온 부정투표함 논란 등을 해소하고 선진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외부 학계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진위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개봉 결정 사유를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새 영화] 테러에 맞선 기억 이식·장년 액션

    [새 영화] 테러에 맞선 기억 이식·장년 액션

    1991년 올리버 스톤 감독이 연출한 ‘JFK’는 1963년 발생한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영화다. 멋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이 작품에서 당대 톱스타였던 케빈 코스트너(61)는 사건을 추적하는 짐 개리슨 검사로 나온다. 케네디 대통령을 저격한 혐의로 체포되어 호송 중에 사망한 리 하비 오즈월드는 성격파 배우 게리 올드먼(58)의 몫이었다. 끝까지 사건을 쫓던 개리슨 검사가 6년이나 지나 사건의 배후로 기소한 기업가 클레이 쇼는 당시 TV에서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기던 토미 리 존스(70)가 연기했다. 이들 세 배우가 다시 뭉친다는 것만으로도 영화팬들은 구미가 당기지 않을까. 23일 개봉하는 ‘크리미널’이 바로 그런 영화다. ‘크리미널’은 기시감이 넘쳐나는 작품이다. ‘로보캅’(1987)에서부터 ‘페이스 오프’(1997), ‘소스코드’(2011) 등에서 접했던 설정들이 대테러 액션물이라는 범주로 복잡하게 묶였다. 인간적인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흉폭한 사형수 제리코(케빈 코스트너)는 어느 날 뇌 전문 박사 프랭크스(토미 리 존스)의 집도로 죽어가는 CIA 요원 빌(라이언 레이놀즈)의 기억을 이식받는다. 빌은 전 세계 동시 다발 테러를 막기 위한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었다. 제리코는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빌의 기억과 가족에 대한 감정으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 한편으로는 퀘이커(게리 올드먼) 지부장이 이끄는 CIA 런던 팀뿐만 아니라 테러리스트에게 쫓기며 위기를 맞는다. ’데드풀’에서 괴짜 슈퍼 히어로로 나와 인기가 한창인 라이언 레이놀즈가 첫 장면부터 시선을 붙들지만 카메오 수준이라 그만을 기대하고 극장에 갔다면 실망할 수 있다. 심지어 엔딩 크레디트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는다! 케빈 코스트너를 워낙 좋아하고 존경해 특별 출연을 자처했다고. 레이놀즈의 분량에 대한 아쉬움은 앞으로 여성 슈퍼히어로의 대명사 원더우먼으로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갤 가돗이 달래주지 않을까 싶다. 베테랑 배우 3명에 최근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 두 명까지 캐스팅은 최고인데, 백악관도 아무렇지 않게 박살 내는 요즘 액션물에 견주면 이 작품의 액션은 소박한 수준이다. 프랑스 파리 배경의 ‘쓰리 데이즈 투 킬’(2014)에 이어 영국 런던에서 장년 액션을 뽐낸 코스트너를 비롯한 노익장 배우들의 연기가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15세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1959년 옛 벤허 vs 2016년 새 벤허

    1959년 옛 벤허 vs 2016년 새 벤허

    다시 만난 명작… 디지털리마스터링 버전 새달 7일 재개봉기술 만난 명작… 47년 만의 리메이크작 9월 국내 상영 반세기를 사이에 둔 옛 ‘벤허’와 새 ‘벤허’를 차례차례 만나는 기회가 마련되어 눈길을 끈다. 찰턴 헤스턴과 스티븐 보이드의 명연기, 스펙터클 그 자체인 대전차 경주 장면, 로저 미클로시의 웅장한 음악으로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은 ‘벤허’(1959)가 70㎜ 디지털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음달 7일 재개봉하는 데 이어 47년 만에 리메이크된 ‘벤허’(2016)가 오는 9월 스크린에 걸린다. 영화는 1880년 출간돼 당시 성경 못지않게 팔려 나갔다는 남북전쟁의 영웅 루 월리스의 소설 ‘벤허: 그리스도 이야기’가 원작이다. 1세기 초 로마 제국 시절, 예루살렘의 유대인 귀족인 유다 벤허가 형제나 다름없던 로마인 메살라의 배신으로 노예로 전락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복수를 하고 종교적으로 구원받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장편 영화로는 1925년 처음 만들어졌는데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만든 1959년작이 가장 유명하다. 제작 기간만 10년에 출연진이 10만명에 달하는 이 작품은 196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편집상, 미술상, 음악상, 음향상 등 11개 부문을 휩쓸었다. 와일러 감독은 시상식에서 “오, 신이시여. 정녕 이 작품을 제가 만들었습니까”라는 유명한 소감을 남겼다. 국내에는 1962년 대한극장에서 처음 상영된 뒤 재개봉 단골손님이 됐다. 북미에서 8월 19일 개봉하는 새 ‘벤허’는 ‘원티드’(2008), ‘링컨: 뱀파이어 헌터’(2012) 등 스타일리시한 액션물로 이름 높은 옛 소련(현 카자흐스탄) 출신 티무르 베크맘베토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만 5000명이 4개월간 연습하고 석 달간 수작업을 거쳐 촬영한 1959년작의 대전차 경주 장면이 진일보한 현대 영화 기술을 거쳐 어떻게 재현될지 관심을 끈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2016)에서 위컴 역으로 나오는 잭 휴스턴이 타이틀롤을 맡았다. ‘말타의 매’(1941) ‘백경’(1956) 등을 만들었던 존 휴스턴 감독의 손자다. 아버지도 배우 겸 영화감독이고 고모가 앤젤리카 휴스턴이다. 메살라 역은 토비 캠벨이 맡았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에서 악당 유인원 역을,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2016)에서 오크 종족 듀로탄 족장 역을 맡아 모션 캡처 연기를 선보였다. 1959년작보다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 예수 역은 브라질 배우 로드리고 산토로에게 돌아갔다. 영화 ‘300’(2007)에서 페르시아 황제 역을 맡았던 배우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손예진도 낯설다… 예전과 다른 연기… 진심을 담았기에

    손예진도 낯설다… 예전과 다른 연기… 진심을 담았기에

    연기에 몰입한 뒤 모니터를 보면 낯선 자신과 마주한다. ‘내게 이런 표정이 있었구나.’ 대부분의 장면이 그랬다. 배우 스스로 이렇게 이야기할 정도니 관객들에게는 얼마나 새롭게 다가올까. 23일 개봉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비밀은 없다’에서의 손예진(34)이 그렇다. ‘비밀은 없다’는 8년 전 독특한 영화 화법이 가득한 ‘웃픈’ 코미디 ‘미쓰 홍당무’로 데뷔했던 이경미 감독의 충무로 복귀작이다. 손예진은 국회 입성을 노리는 앵커 출신 정치 신인 종찬의 아내 연홍을 연기한다. 종찬 역은 김주혁이 맡았다. ‘아내가 결혼했다’(2008) 이후 오랜만에 또다시 평범과는 거리가 먼 부부로 재회했다. 선거 운동이 시작되던 날, 중 3인 딸이 돌연 실종된다. 속이 타들어 가는 연홍과 선거를 포기하지 않는 종찬 사이에 균열이 생긴다.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연홍은 딸의 흔적을 쫓아가는 데 집착한다. 광기마저 엿보일 정도다. 스릴러 장르는 속도감으로 긴장감을 채찍질하기 십상인데 ‘비밀은 없다’는 호흡이 다르다. 그루브를 강조한 음악 느낌이다. 출발은 느릿느릿한데 연홍의 감정이 널을 뛰고, 장면의 배열이나 사운드 구성이 관객들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긴장감에 살을 붙여 간다. 양파 껍질 벗겨지듯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며 꼬리를 무는 반전이 맛깔스럽다. 극도로 폭발해야 하는 순간 갑자기 차가워지고, 정보를 제한적으로 전달하며 분위기를 한쪽으로 몰아가다가 뒤통수를 치는 방식이 거듭된다. 대구 출신인 손예진이 쏟아내는 전라도 사투리가 걸쭉하고 구수하다. 아주 특별한 작품이 나온 거 같다는 손예진에게서 뿌듯함이 느껴진다. “아이가 실종된 엄마는 이전에도 봤을 법한 소재지만 이야기 방식이 굉장히 달라요.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이지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딸에 대한 사랑이든, 남편에 대한 사랑이든 거기에서 오는 충돌과 배신감들, 너무 사랑하는 사람인데 내가 몰랐던 지점, 진실을 직면했을 때 인간이 보일 수 있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굉장히 다양하게 표현하고 결코 전형적이지 않게 그려낸 작품이죠.” 미혼이라 모성을 체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관객들이 접해 본 것과는 다른 모성을 빚어 내는 과정은 무척이나 어려웠다고 손예진은 토로했다. 캐릭터를 놓고 이경미 감독과 의견이 엇갈릴 때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홍이 슬픔이나 분노에 사로잡히고 집착하는 과정이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예요. 제가 생각하고 준비한 것들을 갖고 가면 감독님이 현장에서 다 바꾸고 다른 것을 요구하는 일이 잦았지요. 그렇게 충돌이 일어나는 과정이 굉장히 버거웠지만 무척 흥미로웠어요. 감독님의 생각에 근접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는데 감독님을 신뢰하지 않고 제가 원하는 대로 했다면 이런 작품이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이제는 더 극적인 상황에서 더 격하게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비밀은 없다’는 연기 스펙트럼을 꾸준히 넓혀 온 손예진의 행보에 정점을 찍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여우주연상을 안겨 줬던 ‘아내가 결혼했다’를 기점으로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자신을 내던지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손예진이다. 앞서 ‘작업의 정석’(2005)도 로맨틱 코미디였지만 파격적이었던 작품이다. 8월 개봉 예정인 허진호 감독의 ‘덕혜옹주’에서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가 된다. 또 다른 변신이다. “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한 도전 욕구는 늘 있어요. 해 봤던 장르라도 그대로 답습하고 싶지는 않고요. 그래도 멜로, 로맨스, 로맨틱 코미디는 여배우로서 항상 하고 싶은 장르죠. 이제 다시 멜로를 해도 또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20대의 풋풋함을 지금 어떻게 보여 줄 수 있겠어요. 30대에 맞는 현실적인 멜로를 해 보고 싶네요. 아직 해 보지 못한 게 많은데, 호러는 못 할 것 같아요. 제가 나온 작품이라도 못 볼 것 같거든요. 재미있는 귀신 이야기면 몰라도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美 대선 핫이슈 떠오른 ‘총기 규제’… 이번엔 입법 성공할까

    美 대선 핫이슈 떠오른 ‘총기 규제’… 이번엔 입법 성공할까

    “저를 지지하는 전미총기협회(NRA)를 만나 잠재적 테러분자 명단에 오른 사람들이 총기를 구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입니다.”(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15일(현지시간) 트위터 메시지) “전쟁 무기가 거리에 돌아다녀서는 안 됩니다. 연방수사국(FBI)이 테러가 의심되는 용의자를 수사했다면 그 용의자는 이후 총기를 구매할 수 없게 해야 합니다.”(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13일(현지시간) 클리브랜드 유세)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게이 나이트 클럽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총기 테러를 계기로 총기 규제 문제가 미국 정가에서 화급한 화두가 됐다. 11월 맞불을 대선 후보들의 논쟁도 치열하다. 그동안 총기 규제에 반대했던 트럼프의 입장 변화도 감지된다. 그는 “악당들이 돌격용 자동소총으로 위협하는데 시민들은 BB탄총(구슬 형태의 탄환을 사용하는 공기총)으로 맞서란 말인가”라고 주장하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총기 규제를 시사했다. 클린턴 “거리에 전쟁무기는 안 돼”민주, 규제 강화 재입법 추진 나서트럼프 “NRA와 총 구매 규제 논의”여론 의식 종전 반대 입장서 선회57%가 “반자동 소총 등 판매 금지를”의사협 “총기 사고로 공공보건 위기”반자동 총 소지 금지 위헌소송 기각 총기 규제 논의의 핵심은 올랜도 참사의 가해자인 오마르 마틴이 FBI의 잠재적 테러 용의자로 분류됐음에도 반자동 돌격소총 ‘AR15’를 합법적으로 구매했다는 점이다. FBI의 테러 용의자 관리 구멍보다는 총기 규제가 논쟁의 키워드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상원에서 부결됐던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을 재입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과 로비 단체인 NRA의 반대를 극복할지는불투명하다. 미국민 절반쯤은 총기 규제에 반대한다. ●하루 36명꼴 총격 사망… 교통사고 사망 수준 미국은 ‘총기가 지배하는 국가’로 불릴 만큼 총은 미국인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 속에 뿌리내렸다. 미국에서 술을 사려면 21세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총은 18세가 되면 살 수 있다. 16일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더 트레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1만 3000여명이 총격 사건(자살 제외한 수치)으로 숨지고 2만 5000명 이상이 부상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36명이 총격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특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4년 총기 사고 사망자 비율은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과 비슷한 10만명당 10.3명이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민간의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스위스에서 총기 사망자 수가 인구 10만명당 3.08명이라는 점과 대조적이다. 스위스는 총기를 휴대하고 집 밖으로 나갈 때는 사전에 신고해야 하는 등 규제가 엄격하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총기 규제 강화 조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정부의 감시 대상에 오른 잠재적 테러 용의자들의 항공기 탑승을 금지하듯 이들에게 총기 판매를 금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현재 구매자의 신원 조회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소규모 총기상이나 총기 박람회, 인터넷 총기 판매점 등에서 반드시 신원 조회를 하도록 하는 안이다. 셋째는 10여년 전 폐지된 ‘공격무기금지법’을 다시 시행하자는 제안이다. NRA 산하 입법행동연구소의 크리스 콕스 소장은 지난 14일 “프랑스 파리나 벨기에 브뤼셀 등은 총기 규제를 강력하게 하는데도 테러가 발생했다”며 규제 강화에 반대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민주당이 장악하던 미 의회는 폭력 범죄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10년 시효의 공격무기금지법을 제정했다. 이는 범죄자들이 경찰보다 강력한 총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AR15 소총과 같은 돌격소총 등의 판매, 소유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권총은 허용하되 장탄 수를 10발 이하로 제한하도록 했다. 하지만 98%에 가까운 총기 사건이 권총과 같은 소형 총기로 이뤄졌고 실제 총기 난사 피해는 줄어들지 않았다. 특히 총기 제조사들은 총탄 수 제한에 맞서 더 강력하고 두꺼운 총탄을 넣을 수 있게 총의 성능을 개량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결국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공격무기금지법안은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이던 2004년 기한이 연장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공격무기금지법’은 2004년 공화당이 폐기 미국인들이 총기에 대해 친숙하게 된 근간으로는 건국 직후부터 뿌리 깊게 내려온 개인의 자유에 대한 절대적인 신념이자 무기 소유를 합법화한 수정헌법 2조가 꼽힌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얼마 안 된 1791년 2월 비준된 수정헌법 2조는 “규율을 갖춘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정부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받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인에게는 총기는 폭정에 맞서는 국민의 기본권이자 연방정부로부터 주정부의 자율권을 보장받는 권리의 일환인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 사회 내부에서 총기 규제가 압도적인 지지를 얻지는 못했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총기 소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50%, ‘개인의 총기 소유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47%로 팽팽했다. 하지만 ‘개인의 총기 소유가 개인의 안전을 지켜준다’는 응답자는 54%로 ‘안전을 위협한다’고 답변한 40%보다 앞섰다. 이는 미국인이 여전히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강함을 보여 준다. 무엇보다 미국 내 최대 로비 단체이자 회원 수가 500만명이 넘는 NRA가 어떤 이익단체보다 막강한 조직과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도 총기 규제 시도의 걸림돌이 됐다. ●“기본권” 앞세워 NRA 등 규제 반대 여전 NBC는 지난 14일 NRA가 지난해 12월 총기 규제법 제정에 반대한 상원 의원 54명에게 3700만 달러(약 430여억원)의 후원금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NRA는 수정헌법 2조를 지키는 것이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정치인들을 향해 끊임없이 압력을 행사해 왔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 뉴올리언스 경찰은 사고 예방을 위해 주민의 총기를 압수했다. NRA는 이에 대해 즉시 소송을 제기했고, 루이지애나주는 비상사태하에서도 총기를 압수할 수 없다는 법을 제정했다. 이어 연방 의회도 모든 지방정부가 비상사태하에서도 무기를 압수할 수 없다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은 시민사회에서부터 조금씩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CBS 방송이 15일 올랜도 참사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자동 돌격소총과 같은 공격 무기의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57%로, 지난해 12월 조사 때의 44%보다 13% 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는 38%로 지난해 12월 조사 때보다 12% 포인트 줄었다. 미국의사협회(AMA)는 “총기 사고로 인해 미국이 그 어떤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는 공공보건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수정헌법 2조를 근거로 총기 규제에 소극적이던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의미심장한 판결을 내렸다. 일리노이소총협회(ISRA) 등이 “시카고 외곽 도시인 하일랜드파크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반자동 총기와 10발 이상의 대용량 탄창의 거래 및 소지를 금지해 수정헌법 2조에 명시된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을 7대2로 기각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총기 사고로 인해 사법부도 수정헌법 2조를 무비판적으로 신봉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제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지난 14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죽어야 미국이 강력한 총기 규제를 채택하겠느냐”고 말했다. 총기 소유의 자유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큰 흉기라는 점에서 엄격한 총기 규제의 목소리가 미국에서 커지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키에슬로브스키 걸작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예고편

    키에슬로브스키 걸작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예고편

    세계 영화사의 거장이자 아트필름의 진수를 보여주는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 감독의 매혹적인 걸작 ‘베로니카의 이중생활’(1991년)이 오는 23일 재개봉하는 가운데,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은 이름과 생일, 얼굴까지 빼닮은 폴란드의 베로니카와 프랑스의 베로니끄의 삶과 사랑을 통해 운명적인 만남, 놀라운 우연, 신비로운 예감을 그린 작품이다. 아름다운 영상과 1인 2역으로 열연한 이렌느 야곱의 순수한 매력이 눈길을 끄는 예고편은 도플갱어인 폴란드의 베로니카와 프랑스의 베로니끄가 우연히 마주치는 순간을 볼 수 있다. 시위로 소란스러운 광장을 지나던 베로니카는 프랑스 관광객들 틈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여인 베로니끄를 발견하고는 얼어붙는다. 베로니카와 베로니끄의 옷차림은 구별이 잘 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하다. 이는 두 사람이 인격적으로 동일한 존재임을 나타낸다. 여기에 “우리의 운명은 이어져 있었다. 언제나”라는 카피는 두 여인의 삶이 이후 어떻게 변화할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인간은 개별적으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작품의 메시지를 짐작게 한다. ‘도플갱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아름답고 시적인 영상미, 신비로운 음악의 조화로 지금 봐도 아름다운 영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은 오는 6월 23일 개봉 예정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98분. 사진 영상=영화사 백두대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나우! 지구촌] 사다코 스타일 시구? 日야구장에 등장한 귀신

    [나우! 지구촌] 사다코 스타일 시구? 日야구장에 등장한 귀신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된 가운데, 일본 야구장에서는 독특한 형식의 시구 이벤트가 펼쳐져 눈길을 사로잡았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일,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는 니혼햄 파이터스와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직전 누군가가 시구를 위해 마운드에 올랐을 때, 관중들을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없었다. 마운드에 오른 것은 일본 공포영화를 대표하는 작품인 영화 ‘링’과 ‘주온’의 주인공 ‘사다코’와 ‘카야코’였다. 사다코는 트레이드마크와 다름없는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흰색 소복을 입고 마운드 위에 섰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양팔을 마구 휘젓던 사다코는 그대로 공을 멀리 던진다. 사다코의 공을 받은 이는 주온의 주인공인 카야코다. 카야코는 야구방망이를 휘둘렀고, 이후 카야코의 아들로 등장하는 ‘토시오’가 1루를 향해 내달렸다. 공포영화 속 대표적인 캐릭터의 시구에 현장에서 응원을 펼치던 치어리더들도 줄행랑을 쳤고, 관객들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표정으로 이들의 이벤트를 관람했다. 이번 이벤트는 일본에서 개봉하는 신작 공포영화의 프로모션으로 진행됐으며,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경기를 펼치고 관람해야 하는 선수와 관람객들에게 서늘한 재미를 선사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데스크 시각] 서울시장으로 성공해야 대선 주자가 될 수 있다/한준규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서울시장으로 성공해야 대선 주자가 될 수 있다/한준규 사회2부 차장

    박원순 서울시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시민의 안전은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지난해 6월 4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심야 기자회견으로 대선 후보 고지를 선점했던 1년 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서울시청 앞에서는 벌써 한 달째 발달장애인 부모가 시위를 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공 사망 사건’이 터졌다. 서울시장이 된 지 4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청년’과 ‘안전’을 시정의 최대 가치로 삼았던 박 시장에게 ‘구의역 19살 김모군 사망 사건’은 치명적이었다. 2013년과 2014년에 이어 세 번째 사건이다. 모두 박 시장 집권기에 일어났고, 안전대책이 실행되지 않아 사망 사고가 반복된 것이라는 사실에 서울시민은 충격을 받았다. 이전에 서울시에 대형 인명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와 방화대교 상판 붕괴, 서울 왕십리역 충돌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에서 서울시의 행동은 신속했고 희생자와 그 가족을 충분히 어루만졌다. 이번엔 달랐다. 서울메트로가 ‘우리는 책임이 없다. 작업자의 잘못이다’고 발뺌을 하면서 여론은 극도로 악화됐다. ‘산하기관 안전업무 외주화 전면 개선’이란 대책을 내놓았지만, 재탕 삼탕에 그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안일함에 빠져 있는 서울메트로에 직접적인 메스를 들이대지 못했다. 여기에 메피아(메트로+마피아)의 해묵은 관행도 드러났다. 모든 유탄은 서울시정의 최고 책임자인 박 시장을 향하고 있다. ‘구의역 사건’으로 정치인으로서 박 시장의 행보도 꼬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을 계기로 ‘뒤로 숨지 않고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겠다’며 대권 도전을 시사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유엔 결의문에 있는 것처럼 퇴임 후 정치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야당 지지자에게 ‘사이다 일격’도 날렸다. 충청권 방문을 연기했고 봉하마을 방문은 기약이 없어졌다. 서울시는 사망 사고가 난 지 사흘이 지나서부터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씨에는 1% 잘못도 없다’, ‘서울메트로 간부의 전원 사표’, ‘서울메트로 본부장 등 2명 사표 수리, 5명 직위해제’ 등 초강수로 분위기 반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윤준병 전 은평부구청장을 서울시 교통본부장으로 다시 불러와 전면에 내세웠다. 서울메트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서울시 고위 간부들의 경질설도 나온다. ‘~카더라’가 꼬리를 물면서 ‘애꿎은 공무원만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서울시 공무원 조직이 술렁댄다. 정면 돌파와 인적 쇄신도 좋다. 하지만 그 전에 손자병법의 ‘선전자 구지어세 불책어인’(善戰者 求之於勢 不責於人)을 먼저 떠올려 곱씹어 봐야 한다. 즉 ‘명장은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에 주력하며 부하를 탓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원론적으로 박 시장이 책임을 지지만, ‘어공’(어쩌다 공무원·박 시장이 영입한 시민단체 등 정무라인과 비서진)의 책임도 크다. 박 시장 덕분에 서울시로 들어온 수십 명의 측근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6·4 메르스 사건 때 ‘한 건’ 했다고 뒷짐 지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 당시의 위기관리 능력은 다 어디에 갔는가. 서울시 어공들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되돌아봐야 한다. 박원순호가 성공한 시장이란 목표로 잘 가고 있는지 말이다. 서울시민이 왜 박원순을 사랑했는지도 다시 새겨 봐야 할 것이다. 서울시장으로 성공해야 대선 주자가 될 수 있다. hihi@seoul.co.kr
  • 노무현 기념관 설계도 영상 공개

    노무현 기념관 설계도 영상 공개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등에 필요한 조사를 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이해찬 무소속 의원과 노무현재단 관계자 10명은 5일(현지시간) 한국 교민 간담회에서 기념관 설계도 영상을 처음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약 7933㎡(2400평) 부지 위에 3305㎡(1000평) 규모로 건설된다. 지상 1층, 지하 1층의 기념관에는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읽은 책과 관련 서적을 비치한 북 카페, 인터넷 검색대, 세미나실 등이 설치되며, 소라 모양의 야외 공연장과 극장도 들어선다. 기념관은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가 노 전 대통령의 생일인 2019년 9월 1일에 맞춰 완공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념관 건립에는 노무현재단 출연금 25억원과 정부·경남도·김해시 지원금 115억원 등 총 14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의원은 “서울 창덕궁 옆에는 ‘노무현 기념센터’, 세종시에는 ‘노무현 연수원’, 봉하마을에는 ‘노무현 기념관’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교민 간담회 이후 기자와 만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에 대해 “외교관은 국내 정치와 캐릭터(성격)상 안 맞는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갈등이 심한 정치에 외교관 캐릭터는 맞지 않다. 정치는 돌다리가 없어도, 물에 빠지면서도 건너가야 하는데 외교관은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안 건너간다”고도 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박수근·천경자 이어… 이번엔 ‘이우환 미스터리’

    박수근·천경자 이어… 이번엔 ‘이우환 미스터리’

    李화백, 위작 결론 강력 반발 경찰 “그림 직접 보고 말하라”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과학 감정 결과를 토대로 이우환 화백의 ‘점으로부터’ 등 작품 13점에 대해 위작(僞作)이라는 결론을 내리자 이 화백은 6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들 작품은 모두 자신의 진작(眞作)이라고 반박했다. 작가의 기억과 정부기관의 조사 중 하나는 잘못됐다고 말해야 하는 모순의 상황이 된 것이다. 벌써부터 화랑가에서는 박수근, 천경자 화백 위작 논란에 이어 ‘3대 미스터리’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2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위조 의혹으로 압수한 그림 13점에 대해 국과수가 법화학기법을 통해 물감의 원소 성분을 분석한 결과 모두 위작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화백 작품의 물감에는 아연이 들어 있지만, 압수한 그림에는 없었던 점 등을 핵심적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위작에 한 표를 행사한 기관은 비단 국과수뿐이 아니다. 국제미술과학연구소, 민간 감정위원회,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등 앞서 경찰이 감정을 의뢰한 민간 기관들도 안목 감정을 통해 모두 위작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화백이 28일 입국하면 압수한 그림을 직접 보여 주겠다”고 말하고 “그림을 직접 보고 확인하면 될 것”이라며 위작 판정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위작의 유통 경로까지 모두 파악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런 경찰의 호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화백은 자신의 그림이라는 기존 주장을 꺾지 않고 있다. “내 그림을 내가 몰라보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위작 논란’은 법원의 판결에도 수그러들지 않을 만큼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는 사안이었다.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 위작 논란에 대해 2009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한호형)는 진품이 맞지만 위작 의혹을 제기한 것도 타당하다는 ‘황희 정승식’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은 25년째 진행 중이다.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연 ‘움직이는 미술관’에 출품된 복제판 ‘미인도’의 원화를 본 천 화백이 “내 그림이 아니다”라고 선언한 후 양측은 반목을 지속했다. 그러나 천 화백이 2015년 사망하면서 미제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유명 작가의 위작 논란이 좀처럼 실체를 가리지 못하는 주된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유독 작가의 의견을 과도하게 신봉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술 평론가는 “한국에서는 위작 논란이 생기면 ‘내 작품이 맞다, 내 작품이 아니다’라는 작가의 말 한마디면 끝난다”며 “감정기관은 아무도 안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경우 작가는 제 손을 떠난 작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자신의 작품이 맞다고 했는데 감정 결과 위작이라고 나와서 망신을 당한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작가들이 수사기관과 의견을 달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위작을 인정한다는 자체가 ‘내 작품을 누구도 따라 그릴 수 없다’는 작가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는 일인 데다가 작가가 인지 왜곡 등으로 정확히 기억을 할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술 평론가인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이우환 화백이 경찰의 압수품을 직접 보고 여러 감정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결론은 경찰이 내리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위조범을 잡고 위작 유통 경로를 밝혀도 갤러리는 위작인 줄 모르고 팔았다고 해 버리면 그만”이라며 “위작을 판매·유통한 사람도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사동의 한 갤러리 관계자는 “화백이 위작이라고 하는데도 진품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화백이 진품이라고 해도 위작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건 각자의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며 “감정료를 받고 감정하는 기존 기관은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전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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