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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바는 지금] (하) 돈벌이에 뛰어든 혁명이후 세대들

    [쿠바는 지금] (하) 돈벌이에 뛰어든 혁명이후 세대들

    |아바나(쿠바) 최병규특파원|관광가이드 야세르 포르투온도(50)는 쿠바혁명 직전 태어난 세대다.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사회주의 혁명으로 바티스타체제가 붕괴되기 3년 전인 지난 1956년 쿠바섬의 남동쪽 ‘올긴’에서 1녀1남의 둘째로 태어났다. 카스트로의 고향 ‘비란’과 멀지 않은 곳이다. 아버지가 소작농이었던 까닭에 집안은 몹시 궁핍했다. 혁명 직후 농지개혁법이 발표된 뒤 대지주의 토지와 미국계 기업의 대농원 등이 몰수됐다고는 하지만 ‘혁명의 혜택’은 수백㎞ 떨어진 시골구석에까지 미치지 못했다. 혁명과 거의 동갑내기에 가까운 그의 이후 삶은 혁명 47년에 걸친 굴곡의 역사와 궤를 같이 했다. 수도 아바나로의 ‘상경 러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70년대 초반에 그는 홀로 유학길에 올랐다. 아바나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그는 1986년 졸업 뒤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미국과의 미사일 분쟁에 이어진 경제봉쇄조치로 경제가 곤두박질쳤지만 옛 소련과의 ‘경제적인 연대’는 남아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가정을 꾸렸다. 살림은 비록 ‘배급 티켓’에 의존했지만 그들에겐 무상으로 제공받는 의료와 교육 혜택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 소련 연방의 해체는 쿠바 경제는 물론, 그의 가정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질 좋은 설탕과 맞바꾸던 옛 소련의 석유 공급은 연방 해체와 동시에 끊겼다.“1993년은 쿠바 최악의 해였다.”고 그는 기억을 더듬는다. 소련이 사라지면서 휘발유도 사라졌다. 앞마당에 세워둔 54년식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녹은 더 두꺼워졌고, 국가 전력이 바닥나 하루에 16시간씩이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13년 뒤, 그는 현재 관광가이드로 일하면서 그런 대로 ‘사람다운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아내 역시 이제는 사탕수수를 대신해 국가 제1산업으로 자리매김한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두 자녀도 대학을 졸업한 뒤 돈벌이에 나섰다. 지난해 신층 주택가인 ‘베다도’ 지역으로 집을 옮기는 등 살림이 핀 건 외국관광객이 바꿔다 준 CUC(Cuban Conertible Peso·쿠바 태환화폐) 덕분이다. ●CUC, 쿠바경제의 인공심장 쿠바는 이중화폐 제도를 갖고 있다.CUC와 내국인용 페소(Peso)다. 그러나 현재 쿠바의 경제를 지탱하며 큰 틀을 잡고 있는 것은 CUC다. 지난 90년대 초반 미국의 기나긴 경제봉쇄조치에 대항해 탄생한 CUC는 당초 외국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전용 화폐’였다.“미국 달러화의 덕은 보지만 언젠간 그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이른바 ‘갱생과 저항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포스트 카스트로’의 윤곽을 점치게 할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CUC는 이후 약 10년간 미국 달러와 함께 쓰여졌지만 쿠바정부는 지난 2004년 아예 공식적으로 사용을 금지시켰다. 공항이나 시내의 ‘카데카(환전소)’에서 미국 달러는 CUC보다 10%가량 가치가 떨어진다. 여기에 약 8%의 환전수수료까지 뗄 경우 미국 달러의 화폐가치는 더 떨어진다. 비록 쿠바 밖에서는 인정해주지 않는 화폐로 한낱 휴지조각에 불과하지만 CUC는 분명 지구에서 5개밖에 남지 않은 사회주의국가 가운데 하나인 쿠바의 허약한 경제의 피를 돌게 하는 ‘인공심장’이다. 외국관광객을 상대로 한 직업을 가지고 있고, 이 때문에 내국인용 화폐인 쿠바 페소보다 25배 가까이 가치가 높은 CUC를 벌어들이는 포르투온도는 “쿠바는 CUC 덕분에 지금의 나 만큼이나 나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한다.“그러나 CUC가 없다면 쿠바경제는 상당히 숨쉬기 곤란한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사실 CUC의 사용은 그와 같은 ‘특수 계층’뿐만 아니라 적어도 아바나시 절반 이상의 일반인들에까지 확산돼 가는 추세다. 생수나 신문, 하잘 것 없는 기념품 따위를 살 때에도 ‘페소’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올드아바나의 명동격인 ‘오비스포’거리는 물론,‘베다도’ 구역 슈퍼마켓 물건의 가격표에도 모조리 CUC가 박혀 있다. 미국의 ‘자본무기’에 대항해 탄생한 CUC가 도리어 퇴색한 사회주의의 옷을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은 과장일까. ●더욱 벌어지는 계층간 격차 CUC 사용의 확산과 함께 변화하는 쿠바의 모습은 옛 시가지의 재건축 바람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의 아바나시는 20년전 일본 관광객이 처음 발을 들인 그 때의 모습이 아니다. 방파제를 차고 넘는 파도 아래로 달려가는 클래식 카의 뒷모습과 줄지어 선 낡은 식민지풍 건물들의 흑백사진 풍경은 앞으로는 흔하지 않을 듯싶다. 말레콘을 따라 줄지어 있는 센트로지역의 건물들은 요즘 새 단장이 한창이다. 물론 뼈대는 그대로 유지한 채 흉물스럽던 겉모습을 새 옷으로 갈아 입히는 일이다. 포르투온도는 “지난해부터 쿠바정부는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15만가구의 집을 더 짓도록 했고, 이와 함께 기존의 옛 건물들에 대한 리노베이션도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바나의 진정한 변화는 더욱 벌어지는 계층간의 격차다. 생활 수준에 따라 4개 권역으로 뚜렷하게 나눠지는 아바나시는 자본없이는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사회주의의 무력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표본이다. 빨랫물이 줄줄 떨어지는 올드아바나의 골목길에는 아직도 구걸로 연명하는 사람들이 널려있다. 반면 베다도 구역의 나이트클럽에서는 젊은 ‘아바노’들이 쿵쿵거리는 80년대 팝송을 즐기고 일반 노동자 임금의 몇 배에 이르는 고급 럼주를 마시며 그들만의 삶을 즐긴다. 말끔한 ‘윤다이(현대)’차를 모는 귀족들이 있는가 하면, 시 외곽 정류장에선 2시간 만에 도착한 버스를 타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는 풍경이 다반사다. 공장에서 빼돌린 고급 시가를 권하는 남자 ‘삐끼´들과 유럽의 신랑감을 구하기 위해 끈적한 눈짓을 던지는 ‘히네테라(창녀)’들을 아바나 거리에서 만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모습은 가난에 묶인 쿠바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상징돼 왔다. 사회주의 혁명 47년째를 보내고 있는 쿠바. 그리고 또 다시 침묵에 들어간 피델 카스트로의 존재에 대한 불확실성, 지금 아바나는 언제나처럼 같은 모습이지만 관광가이드 포르투온도의 요동친 삶처럼 치열한 ‘삶의 투쟁’이, 그리고 변화에 대한 욕구가 속에서 꿈틀대는 것처럼 보인다. 말레콘 방파제 밖 카리브해는 지금은 잠잠하지만 언젠가 ‘변화의 태풍’이 휘몰아칠 것이 확실하다. 남은 질문은 과연 그때가 언제일까하는 것뿐이다. cbk91065@seoul.co.kr ■ 시장경제 활성화 가능성 한국제품 인기도 치솟아 라울 카스트로(75) 국방장관이 이끄는 쿠바 체제에서 한국과 쿠바간의 교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형 피델에 비해 실용주의 성향이 강한 그가 경제정책을 지휘할 경우 한국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지 우리 기업인들의 표정도 긍정적이다. 라울 체제가 확립되면 정치적으로는 큰 변동이 없겠지만 민간 부문에선 시장경제가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도 한국 제품은 빠르게 쿠바 사회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삼성·LG 가전을 중심으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쿠바인의 평가는 후하다. 현지 신차의 20%가량이 한국산이며, 에어컨과 냉장고도 지난해 1억 5000만달러(약 1500억원)의 수출 및 수주액을 기록했다. 쿠바는 이웃 미국의 오랜 경제봉쇄 속에서도 꾸준히 ‘개혁 정책’을 펴왔다. 게다가 피델 카스트로가 한국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피력한 점도 쿠바 진출에는 보약이다. 그는 지난달 권력이양 직전 아바나의 현대중공업 공사장을 찾아 한국인의 부지런함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현대중공업이 7억 5000만달러(약 7500억원) 규모의 디젤발전기 544대를 수주할 당시 일본을 제친 데는 오직 피델의 한마디,“한국인의 추진력을 믿는다.”였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북한보다 낫다는 지론이다. 코트라(KOTRA)가 지난해 9월 아바나에 무역관을 설치한 이후 쿠바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지난 5월 쿠바 국영기업 20여곳이 한국을 방문하는 등 교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의 쿠바 수출은 4387만달러, 쿠바로부터의 수입은 100만달러였다. 제3국 생산 제품과 3국 경유 간접수출까지 합치면 쿠바 수출은 연간 1억달러에 이른다. 현대중공업 발전기의 쿠바 수출이 본격화하면 연간 4억달러는 훌쩍 넘어선다. 지금까지 수출된 품목은 자동차, 자동차부품, 타이어, 에어컨, 건설용 중장비, 의료용 살균기 등이다. 쿠바의 에너지혁명 정책에 따라 앞으로 각종 전력생산 설비와 절전용 기자재, 의료기기 수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쿠바의 한국 수출은 백신 및 생명공학 기술협력을 비롯해 럼주, 과일주스, 수산물 등이 가능성 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쿠바는 지금] (상) ‘피델’ 없이도 차분한 아바나

    [쿠바는 지금] (상) ‘피델’ 없이도 차분한 아바나

    중남미 사회혁명의 전초기지 쿠바는 어디로 가는가.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권력을 일시 이양한 지 20여일이 흘렀지만, 쿠바의 향배는 명확해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민주화 프로그램을 작동한다고 공언하고 플로리다만의 망명객들은 카스트로 정권의 붕괴를 목하 기대하고 있지만, 쿠바는 여전히 정중동(靜中動)이다.‘포스트 카스트로’의 향배를 아바나 현지 르포로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아바나(쿠바) 최병규특파원|“피델은 매우 강한 사람이지요. 우린 사회주의자도 공산주의자도 아닌, 피델주의자입니다.” 지난 8월20일.6시간이나 출발이 지연된 ‘아에로 유로파’의 여객기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바라하스 공항을 떠난 지 꼭 10시간만에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공항에 안착했다. 그렇지 않아도 좁다란 청사가 밤 12시를 넘겨 도착한 250여명의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공항 관리들은 매캐한 담배연기 속에 삼삼오오 TV 앞에 모여 위성으로 방영되는 미국의 쇼 프로그램을 보며 깔깔대기만 한다.“사회주의의 맹점은 자본과 물질보다는 시스템 부족에 있다.”는 누군가의 말이 새삼스럽게 와닿았다. “어디서 왔느냐.”는 확인 질문에 ”코레아 델 수르(Corea del sur·남한)라고 간단히 대답한 뒤 굳게 닫혀진 입국심사대 쪽문을 연다. 공항 도착 2시간만이다. ●쿠바와 피델주의자들, 지금은 ‘정중동’ 후텁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나선 청사 앞에서 마리아 로드리게스(48)와 작별인사를 나눴다. 마드리드공항 탑승구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꽤 여러 차례 얼굴을 마주쳤지만 그와 얘기를 시작한 건 아바나 도착 30분 전쯤부터였다. 통로 건너편에 앉아 있던 그에게 넌지시 “피델(카스트로)은 괜찮은 것 같냐.”고 묻자 “피델은 매우 강한 사람”이라면서 “내 자신은 물론 주변의 사람들도 그가 곧 병실을 박차고 나올 것으로 믿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쿠바 사람들은 사회주의자가 아니라 ‘피델주의자’”라고 강조했다. 서울을 떠나기 전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그의 신변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미국 행정부의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러 장의 신문 사진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했다.‘사진 조작설’이 나돌자 이번엔 자신의 8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의 기념사진으로 ‘설’을 일축해 버렸다. 그러나 지금 카스트로의 동향 기사는 종적을 감췄다.‘카스트로 와병’ 이후 비교적 상세하게 그의 근황을 전하던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에 관련 기사는 더 이상 실리지 않는다. 아바나의 숙소에서 어렵게 받아든 ‘그란마’,‘후벤투드 레벨데’ 등 쿠바 공산당 기관지들도 그의 동정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그리고 카스트로가 다시 침묵에 들어간 지금 쿠바의 모습은 여전히 지난 47년간의 철권통치에 길들여진 ‘평온함’과 미국의 경제봉쇄 조치 이후 계속된, 그리고 치열한 ‘생존 투쟁’이 뒤섞인 ‘정중동’의 상태다. ●불법, 더 이상 불법 아니다 비행기 안에서 만난 마리아는 쿠바 사회주의 혁명의 발원지인 ‘산티아고 데 쿠바’ 출신이다. 아바나국립대학을 졸업한 뒤 한동안 학교 교사를 했던 그는 지금은 아바나항구 주변 ‘아바나 비에하(올드 아바나)’ 구역에서 기념품 장사를 하고 있다. 의사와 교사 등 전문직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한 달 평균 임금은 많아야 625페소(약 25달러) 정도다. 그래서 차라리 외국 돈을 만질 수 있는 장사를 하기로 했다. 부업도 있다. 스페인 북부 빌바오에 살고 있는 외가쪽 먼 친척이 1년에 두 차례씩 초청장을 보내온다. 물론 돌아올 때는 짐이 한 보따리다. 극심한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쿠바에서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보따리 장사’다. 세관의 ‘입막음 장치’는 필수적이다. 사실 이같은 불법은 ‘쿠바노’들에겐 더 이상 불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50년 가까운 혁명과정에서 누적된 서민경제의 피곤함이 불러온,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아바나항 입구 ‘모로요새’에서 만난 루이스 알레한드로(44)는 불법택시를 몰고 있다.‘파나택시’와 ‘OK택시’ 이외에는 전부 불법이다. 그러나 칠이 다 벗겨진 그의 54년형 크라이슬러 지붕에는 버젓이 ‘TAXI’ 간판이 달려 있다. 그 역시 한때 정부 기관에서 통계 연구원으로 일하던 공무원이었지만 5년 전부터 ‘불법’에 뛰어들었다. 그는 “퇴직한 2001년 당시 쿠바 가정의 90% 이상이 한 달을 보내기 위해 불법에 의존하고 있었다.”면서 “‘불법의 일상화’는 요즘 사회 전체에 더 만연돼 있다.”고 털어놓았다. 아들과 딸을 포함해 돈을 버는 네 식구 가운데 고급 호텔에서 팁으로 외국 돈을 만지는 아내가 가장 고소득자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말레콘,‘아바노’들의 마음의 고향 새벽의 ‘말레콘’은 쿠바의 앞날과는 관계없다는 듯 평온하기만 하다. 말레콘은 인구 200만명의 아바나시 4개 구역을 연결하는 약 7㎞의 방파제 해안도로다. 서쪽 미국 특수이익대표부(SIEU)에서 시작, 동쪽의 아바나항구까지 이어지는 이 도로는 관광객들에게는 한 번쯤은 걸어야 하는 명소다. 서민들에겐 일상의 피곤을 터는 휴식처이고, 혁명을 겪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겐 둘도 없는 데이트 장소다. 외교관저 밀집지역인 ‘미라마르’를 출발, 동쪽으로 내디딘 새벽 발걸음이 신흥 개발 구역인 ‘베다도’에 이르자 지난밤 흥겨움과 부산함에 들썩이던 ‘아바노’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쿠바 맥주 ‘부카네로’의 빈 깡통이 나뒹구는 널찍한 방파제 위에서는 아직도 젊은 남녀들이 몸을 비비고 있다.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카를로스(27)는 “쿠바가 분명 천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옥은 더더욱 아니다.”면서 “그건 우리에게 말레콘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내던진 뒤 구 소련제 소형차인 ‘라다’에 약혼녀를 태우고 떠나버린다. 떠오르는 해를 마주보며 동쪽으로 갈수록 아바노들의 지친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 방파제를 따라 인구 밀집 지역인 ‘센트로’ 구역으로 들어서자 부시 미국 대통령과 아돌프 히틀러의 얼굴을 합성시킨 기괴한 모습의 간판 밑으로 출근 행렬이 이어진다. 건너편 방파제 밑 바닷가에서는 허름한 반바지 차림의 헤수스 파라(66)가 물고기를 잡고 있는 모습이 대조적이다. 그는 지난 1959년 혁명군 소속으로 마에스트라 산맥에서의 게릴라 활동에 이어 아바나 입성까지 카스트로를 따라간 쿠바혁명의 산증인이다. 그는 “미국의 경제봉쇄가 아니었다면 쿠바는 지금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피델과 말레콘이 있는 이상 지금 별다른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cbk91065@seoul.co.kr ■ 카스트로 근황은 지난달 31일 장 출혈 증세로 수술을 받은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근황은 베일에 가려 있다. 다만 그의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는 주변 인사들의 간접 증언이 있을 뿐이다. AP통신은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형(兄)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은 동생 라울 국방장관과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의 인터뷰를 인용해 보도했다. 라울 장관은 “형이 점차 회복되고 있고 치료 과정도 매우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14일 그란마 인터넷판에 공개된 두번째 병상 사진이 가장 최근의 모습이다. 전날 8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카스트로 의장을 방문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라울 장관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창백한 모습에도 밝은 표정을 지으며 차베스 대통령과 웃음을 주고 받는 장면이었다. 국영TV도 같은 날 카스트로 의장이 차베스 대통령과 환담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앞서 13일 공개된 아디다스 운동복 차림의 카스트로 사진도 화제를 모았다. 주먹을 불끈 쥐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일상 생활이 드러나 있다. 카스트로를 방문했던 차베스 대통령이 그러나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표현하는 등 고령의 나이를 감안할 때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집권 47년 동안 “혁명가에게 은퇴란 없다.”며 원기를 자랑하던 카스트로의 만년 와병은 쿠바의 변화를 예고하는 전주곡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美, 北돈줄 더욱 옥죈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이 북한에 대한 금융 압박을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금융범죄담당 차관은 21일(현지시간) 북한이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 은행에 달러 위조, 마약 거래, 무기 거래 등과 관련된 거액의 불법 자금을 은닉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레비 차관은 로이터 통신과 회견에서 “달러 위조에 북한 정권이 관련된 점으로 미뤄볼 때 북한 자금은 합법적인 것과 불법적인 것의 경계를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미국은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북한 관련 계좌를 개설하는 데 따른 위험성을 주의깊게 평가하도록 계속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비 차관의 발언은 북한이 미국의 감시를 피해 러시아와 몽골, 베트남 등 옛 공산권 국가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적극 추적, 봉쇄하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실에서 열린 회견에서 “미 달러를 위조하는 것은 어느 대통령이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중대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아침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로 북한 문제를 협의했다고 전하면서 “중국도 위안화를 위조하는 사람을 체포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는 점을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후 주석과의 전화 통화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도록 경고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북핵 6자회담의 재개와 북한에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것보다 더 좋은 선택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양국의 공동노력 필요성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지난달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헤 한국 등 서태평양 지역에 이동식 ‘X밴드 레이더’를 추가 배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일본의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은 미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레이더 설치 후보지로 한국·괌·규슈·오키나와 등 4곳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X밴드 레이더는 지난 5월 미·일간 협력 협정의 하나로 일본 항공 자위대에 배치돼 지난 6월 말부터 시험 가동중이다. 새 레이더가 추가될 경우 북한 미사일에 대한 조기 경보 능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알려졌다.dawn@seoul.co.kr
  • [중계석] 개방형 예비선거 도입의 선결요건들/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오픈 프라이머리 토론회 최근 정치권에서 대선 후보자 선출의 방식을 두고 100% 완전 개방형 국민경선제(Open Primary)의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열린우리당 주최로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미국형 개방형 예비선거인 오픈프라이머리제도 도입시 발생할 수 있는 효과와 고려사항에 대해 진단한 한신대 조성대 교수의 발제문을 간추린다. 민주화 이전까지 한국의 정당조직은 집권을 위해 위로부터 대중을 동원하는 기형적 구조였다.1980년대 중반 민주화도 이런 정당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지 못했다. 민주화는 정치영역에 최소한의 경쟁원리를 도입했을 뿐, 오히려 다양한 정치관계법을 통해 새로운 정당이나 정치세력의 진입을 제도적으로 봉쇄하는 계승형 카르텔 정당체제를 유지했다. 정당의 대중적 토양 침식과 유권자들로부터의 이탈은 정당개혁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주요 정당은 공직후보와 당 지도부의 선출권한을 일반당원 및 유권자들에게까지 확대하는 포괄성 확대개혁을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참여 경선제의 도입이다. 16대 대선과 17대 총선에서 국민참여경선을 포함한 상향식 공천제도의 도입은 권위주의체제 아래 정당정치의 특징이던 제한된 정치적 동원, 정당엘리트와 당내 파벌간 경쟁정치를 청산하고 시민사회와의 소통망을 확장해 카르텔 정당의 민주주의 결핍 현상을 극복하려는 시도였다. 개방형 예비선거 도입 시 그 형식과 파생되는 정치적 효과에 대한 고려사항은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개방형과 폐쇄형 간의 형식적 차이에 대한 고려이다. 미국 폐쇄형 예비선거의 경우 당원등록의 요건을 최대한 완화시켰다는 점 외에 기본 성격은 유럽의 1인1표제와 동일하다. 폐쇄형의 경우 당내 파벌간의 경쟁적 당원 동원 등의 폐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고려돼야 한다. 당원 동원 폐해의 측면에서 개방형 예비선거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예비선거 장소에서 정당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을 표현하거나 기록하는 수준으로 등록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전체 국민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진행해 흥행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둘째, 특히 주의를 기울어야 하는 부문은 등록요건의 최소화가 유권자들에게만 국한돼야 하고, 후보자에게는 적용되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등록요건의 최소화를 후보자에게까지 적용할 경우 당의 정체성과 기율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셋째, 미국의 특별 대의원제도와 같이 당내 엘리트들의 지분문제에 대한 고려이다. 만약 대통령후보 지명 대의원을 전적으로 일반 유권자들에게 의존할 경우 최종적으로 선출되는 후보나 정책은 전체 유권자들의 선호 분포에 따르게 된다. 미국의 경우 이를 예방하기 위한 타협으로 특별대의원제도를 두고 있다. 우리도 제도도입 시 이 문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하나의 대안은 특별대의원을 약 20%로 두고 비구속적(non-binding) 선택을 하게 하되, 그 선택이 예비선거의 최종 결과를 뒤집을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특별대의원제도를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하는 문제이다. 미국 의회의 예비선거는 따로 특별대의원제도를 두지 않고 있으며, 폐쇄형이든 개방형이든 예비선거의 승자가 바로 국회의원 후보가 된다. 다만 전략공천과 같이 중앙당이 일방적으로 후보를 지명하는 제도는 불필요하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일반 유권자뿐 아니라 기간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며 오히려 정당 민주화의 퇴행을 가져올 수 있다. 다섯째, 예비선거 일정에 대한 고려이다. 정당지지도가 낮은 경우 흥행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일수를 늘려 유권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대안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경우도 매일 선거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면 흥행을 유도하기 어렵다. 오히려 미국처럼 대통령 선거 당해 3월부터 7월까지 지역별로 예비선거를 실시해 정당 캠페인의 흥행 극대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정리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美 위기조성 北 위기연출

    美 위기조성 北 위기연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서울 김수정기자|북한의 핵 실험 징후 포착설이 또 제기됐다. 지난 1998년 금창리 핵실험 시설 논란, 지난해 5월 뉴욕타임스의 핵실험 임박설 보도에 이어 세번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유엔 결의안이 채택되고 북한의 국제적 고립속에 나온 이번 정보가 과연 허풍으로 끝난 과거 사례를 되풀이 할지, 사실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국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미국에서 흘러나온 북한 핵실험 정보여서 배경도 관심사다. ●“풍계리 실험장 케이블연결” ABC 방송은 17일(현지시간)미 국무부와 국방부 고위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북한의 핵 실험장으로 의심되는 동북부(함경북도)의 ‘풍계리’에서 핵무기 실험 때 지하 실험장과 외부의 관측 장비를 연결하는 데 쓰는 케이블을 감은 대형 얼레들을 차량에서 내려놓는 모습이 위성사진 등을 통해 포착됐다.”고 전했다. 지난주 백악관에 보고된 정보란 게 ABC측 설명이다. 지난해 2월 북한이 ‘핵보유’선언을 한 뒤 미국 뉴욕타임스는 5월 단독보도라며 ‘풍계리’에서의 핵실험 임박설을 보도했고, 한반도는 핵폭풍속에 시달렸다. 두달 뒤 신문은 정보가 부정확했다고 밝혔다. 과연 이번 정보의 정확도는 어느 정도이며, 실제로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인가.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유엔결의안 통과 뒤 낸 성명에서 ‘모든 수단을 다해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논리적으로는 (핵실험이)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기술적 수준과 관련,“다수 의견이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한·미는 긴밀한 정보 공유속에 핵실험 의심 장소로 여러 곳을 감시 중”이라면서 “단순한 광산일 수도, 용도 미상일 수도, 결과적으로 핵실험 장소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핵실험 지역으로 확인된 곳은 없다는 설명이다. ‘핵실험’은 핵무기 보유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핵심적인 단계다. 그러나 지하 핵실험의 경우 사전 감지는 아주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근 인도 핵실험 등도 모두 사전포착엔 실패했다. 미국이 98년 금창리 지역을 핵실험 시설로 보고, 현장 방문까지 했지만 실패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핵실험이 일단 이뤄지면 세계 모든 지역의 지진 탐지계를 통해 알수 있다고 한다. 지상에서 준비가 이뤄지는 미사일 발사 징후 포착과 핵실험 정보가 정확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유엔 결의안 채택 이후 취할 강경 조치로 대포동 2호 추가 발사 또는 핵실험을 꼽았다. 핵실험은 북한이 가진 최후의 카드다. 전문가들은 이번 ‘풍계리’에서 보인 행위들이 효과 극대화를 위한 연출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핵과 전혀 상관없는 작업일 수도 있지만 ‘풍계리’가 미 첩보위성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게 알려진 상황에서 ‘보란 듯’시위를 했다는 분석이다. 핵실험을 하지 않으면서 미국을 압박하려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98년·작년 ‘임박설´ 모두 ‘허풍´으로 그러나 실제 다른 장소에서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제재 등으로 사방벽이 막혔다고 보는 북한이 특유의 ‘셈법’으로 일시적 곤경을 감수하고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핵실험’은 한국 정부에도 엄청난 부담이지만, 중국도 대북 한계선(Red line)으로 삼고 있는 초강수다. 중국의 대북 지원 중단은 물론, 한반도 전체가 핵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북한은 10여년간 핵 위기를 점진적 벼랑끝 전술로 돌파해 온 전력이 있다. ABC는 미군의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실제로 핵 실험을 실시할 경우엔 “북한을 완전히 봉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 실험에 성공하면 핵 보유국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지금까지 핵 실험에 성공한 나라는 7개국밖에 없다. dawn@seoul.co.kr
  • “北도발 막을 신뢰없으면 늦춰야”

    국방장관 출신의 열린우리당 조성태 의원이 정부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방침을 두고 당론과 소신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당론은 정부의 방침을 지지하는 것이지만 정작 본인은 ‘시기상조’란 굳은 신념을 갖고 있어서다. 의원직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 며칠 사이 조 의원의 국회 사무실엔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여당 의원으로선 거의 유일하게 정부의 전시 작통권 환수 방침에 비판적이어서다. 조 의원은 인터뷰 요청을 모두 뿌리치고 있다.‘공식석상에서만 전작권 관련 언급을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조 의원측은 “본인 소신을 말하려면 당론과 배치돼야 하는 데 당적을 가진 당원으로서 최소한 예의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의 한 측근은 “최근 이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해 왔으며 심기가 매우 불편한 상태”라면서 “‘이럴 바엔 국회의원을 그만 두겠다.’는 언급도 하셨다.”고 전했다.조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이어서 당을 떠날 경우 의원직이 자동 박탈된다. 조 의원의 이런 입장은 17일 윤광웅 국방장관이 출석한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전시 작통권 환수는 북의 무력 도발 봉쇄 대책 마련과 하나로 묶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첫째 북핵 문제가 반드시 사전에 해결돼야 하고, 둘째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분명히 했다. 이어 “남북간 군사적 신뢰 구축이 (북한의)한반도 군사 도발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신뢰를 쌓는 수준까지는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한·미 협상 때 미국쪽에 (이런)전제조건을 내걸어서 그 상황이 달성되지 않으면 (환수)목표 연도는 자동 순연되도록 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전시 작통권 환수 방침에 대한 비판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었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스리랑카 고아원 폭격 여학생 210여명 사상

    스리랑카 내전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군과 반군의 휴전 선언이 공식 파기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깨진 상황이다. 스리랑카 정부군은 14일(현지시간) 반군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가 장악한 북부 무라이티브 지역의 고아원을 공습해 이곳에서 응급처치 교육을 받던 10대 여학생이 적어도 61명 숨지고 150여명이 다쳤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무라이티브는 정부군과 LTTE의 교전이 치열한 자프나 반도에 인접해 있다. 정부 대변인은 그러나 “(이같은 보도가) LTTE의 주장일 뿐”이라며 “우리는 LTTE의 훈련시설을 표적으로 해 무장 반군 수십명을 제거했다.”고 반박했다.하지만 LTTE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 2002년 휴전이 성립된 이후 최악의 민간인 피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수도 콜롬보의 중심가에서도 이날 차량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폭발물을 실은 3륜차가 파키스탄 대사와 에스코트 차량 행렬에 돌진해 7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대사의 차량도 크게 부서졌으나 대사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파키스탄은 스리랑카 정부군에 무기를 대주는 나라들 중 하나다. 따라서 파키스탄 외교관을 겨냥한 LTTE의 테러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파키스탄에서도 남서부 쇼핑센터에 2건의 폭탄테러가 잇따라 발생했다. 당국은 아직 누구의 소행인지를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군과 LTTE는 지난달 하순 동북부 무투르에서 상수원 봉쇄 문제로 전투를 재개해 지난 11일부터 최북부 자프나 반도까지 교전이 확대됐다.LTTE가 트린코마리 지역의 상수원을 장악한 뒤 물 공급을 중단시키자 정부가 대규모 병력을 투입했다.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깊은 유감”을 표시하면서 “정부와 반군 모두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춘천 쓰레기대란 우려

    강원도 춘천시 쓰레기 매립장 인근 주민들이 조성당시의 협약 이행을 요구하며 매립장 봉쇄 움직임을 보여 춘천지역 쓰레기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15일 춘천시에 따르면 새로 취임한 시장이 수해현장 방문 등으로 매립장 인근의 신동면 혈동리 시장관사 입주가 늦어지자 16일 오후 6시부터 매립장을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립장 봉쇄의 근본 이유는 매립장 조성 당시 춘천시와 맺은 협약사항의 준수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초 약속했던 협약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춘천시는 매립장 조성과 관련해 37건의 협약사항 가운데 26건을 완료했고,4건은 추진 중이며 연중추진 6건, 공원조성사업은 매립장사용 종료후 추진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시는 그동안 연중추진 사업을 제외한 사업비 141억여원 중에서 123억원정도가 주민협약사업에 투자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혈동리 주민들은 춘천시가 작성한 주민협약 사항 자료는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며 본질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주민들은 환경시범마을 조성을 비롯, 환경회관, 쓰레기 감량화 정책, 생활쓰레기 이외 불법쓰레기 반입금지 등의 협약사항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 대표들은 “혈동리 쓰레기 매립장은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건립됐고 시에선 주민들의 피해를 주민협약을 통해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주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협약사항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사설] 불법 교내집회 학교가 막아야 하나

    연세대가 교내에서 열리는 통일연대·한총련 주최의 ‘8·15 통일축전’을 막으려고 했으나 경찰 측의 무성의로 무산됐다. 통일연대 측은 그제 트럭 3대를 앞세워 연세대 교직원들의 저지를 뚫고 정문으로 진입했으며, 어제도 힘으로 몰아붙여 연세대 교정 곳곳을 ‘점거’했다. 대학 당국은 이에 앞서 행사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고 경찰에게는 시설물 보호를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병력을 학교에서 원거리 배치하는 등 수수방관해 시위대 진입을 사실상 묵인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대학 당국이 학교 재산과 학생들을 보호하고자 지원을 요청했는데 경찰이 이를 묵살하였으니 그 책임을 추후 어떻게 질 것인가.1996년 시위대가 대학 건물을 9일동안 점거·농성해 150억원대의 재산 피해를 입는 등 연세대는 그동안 각종 시위로 막심한 손해를 입어왔다. 따라서 대학 당국이 시위대 출입을 막아달라고 요청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대학측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집회를 경찰이 나 몰라라 하니 그럼 시위대는 교직원들이 막으라는 말인가. 지난해 11월 여의도 농민시위의 여파로 농민 두 명이 희생돼 경찰 총수가 결국 옷을 벗은 일이 있었다. 그뒤로 경찰의 시위 대응 방식을 보면 태업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지난 4월 평택 대추리 시위 때나, 지난달 포스코 점거농성 때도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예정된 시위를 초기에 봉쇄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음을 경찰은 명심하기 바란다.
  • [월드바스켓볼챌린지] 드림팀 매직쇼

    미국 남자농구는 서울올림픽에서 전설적인 센터 아비다스 사보니스가 이끄는 러시아에 일격을 당해 동메달에 머물렀다. 대니 매닝과 데이비드 로빈슨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이 나선 데다 다른 나라를 몇 수 아래로 깔보았던 그들의 자존심은 만신창이가 됐다. 사보니스를 비롯, 미프로농구(NBA)에 숱한 선수들을 공급해 온 유럽농구의 강자가 바로 구 소련에서 분리된 인구 343만명의 리투아니아다. 리투아니아와 미국의 악연은 제법 질기다. 시드니올림픽 준결승에서 2점차 접전을 펼쳐 ‘드림팀’을 피마르게 했고,4년뒤 아테네올림픽 예선에선 94-90으로 눌러 미국의 자존심을 뭉개 버렸다. 비록 3·4위전에서 미국이 승리해 체면치레를 했지만 실추된 명예는 회복되지 않았다. 꼭 2년 만에 두 나라가 한국땅에서 만났다. 공식대회가 아닌 친선경기 성격이 강했지만 자존심이 걸린 탓에 세계선수권 못지않은 긴장감이 흘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경기는 끈적끈적한 수비를 앞세운 미국의 압도적 우세로 진행됐다. 미국은 2년 전의 미국이 아니었다. “40분내내 풀코트프레스(전면강압수비)를 쓸 수도 있다.”던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의 말은 흰소리가 아니었다. 미국수비는 앞선에서 상대 포인트가드에게 찰싹 달라붙어 공격밸런스를 무너뜨렸고, 외곽에서도 슈터들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슛 성공률을 떨어뜨렸다. 공격에선 무리한 돌파보다는 번갈아 경기조율을 맡은 커크 하인릭(10점)과 드웨인 웨이드(14점 4어시스트)가 공들여 ‘작품’을 만들어갔다. 리투아니아는 최고 수준의 센터진을 구축한 팀이지만 미국은 파워포워드들의 협력수비로 상대 침투를 봉쇄했다. 결국 리투아니아는 철저하게 외곽 공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설상가상 3점슛의 성공률(29%)마저 저조했다. 되레 미국은 13개의 3점슛(성공률 46%)을 상대 림에 쏙쏙 집어넣어 경기를 손쉽게 풀어갔다. 미국이 1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비타500 월드바스켓볼챌린지(WBC)’에서 리투아니아를 111-88로 대파,‘아테네의 치욕’을 씻었다. 또 다가온 세계선수권(8월19일∼9월3일·일본)의 강력한 우승후보임도 입증했다. 유난히 가벼운 몸놀림으로 웨이드와 ‘짝패’를 이룬 카멜로 앤서니(19점)는 팀내 최다득점을 올려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한편 한국은 세계랭킹 6위 이탈리아를 맞아 이규섭(16점)과 김주성(10점 6리바운드)이 분전했지만,61-96으로 패했다.3일 연속 경기를 치른 탓인지 선수들의 발걸음은 무거웠고, 무려 23개의 턴오버를 범하는 등 집중력까지 흐트러졌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씨줄날줄] 클렙토크라시/육철수 논설위원

    아프리카 콩고의 모부투(1930∼1997년) 전 대통령은 국제정치학의 학술용어 ‘클렙토크라시’(Kleptocracy)의 대표적 인물로 손꼽힌다. 그는 1965년 집권해서 32년간 통치하면서 국고와 광물자원, 외국 원조자금을 수시로 빼돌려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 이렇게 모은 사재는 콩고의 국가채무보다 더 많았다고 한다. 정치학자들은 이같은 정치형태에 대해 절도(Kleptomania)와 정치체제(-cracy)의 합성어인 클렙토크라시라는 신조어를 갖다 붙였다. 클렙토크라시란 좁은 의미로 빈국에서 통치계층이나 정부가 국가·사회에 쓸 돈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부패체제를 말한다. 이른바 ‘도둑정치·도둑체제’다. 넓은 의미로는 고질적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을 일컫는 ‘도당정치’(盜黨政治)까지 끼워 넣을 수 있겠다. 하지만 돈 문제에 비교적 투명한 정권이 세금을 뭉떵뭉떵 걷어 가면서 나라살림을 엉망으로 한다고 해서 ‘클렙토크라시’라고 몰아세운다면 그건 무리다. 이는 국정운영 능력의 문제이며, 실정(失政)의 질(質)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청와대가 일부 언론으로부터 “참여정부는 클렙토크라시”란 소리를 듣고 노발대발한 것도 이해가 간다. 아프리카 빈국의 도둑정권처럼 취급하는데 가만 있을 정부가 어디 있겠나. 최근 부시 미국 대통령이 “도둑체제에 대한 세계적 투쟁을 시작한다.”고 선언해 클렙토크라시는 국제 이슈로 떠올랐다. 북한을 대표적 클렙토크라시라고 거론했다. 그러잖아도 미국은 북한에 대고 ‘악의 축’,‘폭정의 전초기지’,‘깡패국가’라고 불러 감정을 나게 했다. 이번에는 G8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국제금융망 오염방지’ 차원이라며 클렙토크라시 분쇄전략을 들고 나왔다. 북한의 돈줄을 더 죄어서 화폐 위조나 핵과 미사일의 제조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임하면서 남의 나라 일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모양새가 늘 불안하다. 가난한 독재국가 지도층의 부패를 척결하고 테러를 응징한다는 명분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또다른 국제 금융제재가 우리한테 튈 불똥을 생각하면 또 걱정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액체 폭탄’ 경계령 전세계 공항 발칵

    ‘액체 폭탄’ 경계령 전세계 공항 발칵

    “화장품 폭탄, 표백제 폭탄을 아시나요.” 1.5ℓ짜리 스포츠 음료가 화학물질 덩어리인 화장품이나 치아 미백제에 들어 있는 ‘과산화 화합물’과 혼합된다면…. 항공기 기내 반입이 자연스럽고 첨단 검색 장비에도 포착되지 않는 ‘생활용품 폭탄 시대’가 본격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런던 7·7테러에서 배낭폭탄 일부가 탈색제와 음식물 방부제로 제조된 데 이어 이번에 적발된 테러 음모 사건에서 주목받는 것은 음료수가 이용된 ‘액체 폭탄’이다. 영국 경찰당국은 10일(현지시간) 항공기 테러 음모 사건의 용의자 그룹이 스포츠 음료에 담긴 ‘액체 폭탄’ 기법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미국 ABC방송은 이들이 ‘기폭장치’로 일회용 카메라 플래시를 사용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그야말로 테러무기가 일상용품의 화학적 특성을 활용한 폭탄으로 진화되는 양상이다. ‘생활 폭탄’의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음료수 병이나 우유병에 산화제 성분의 액체를 넣으면 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 공항 검색장비 제조업체인 하니웰 인터내셔널 칼 라이스든 부회장은 “현재 검사 기술로는 액체가 위험물인지 식별할 수 없다.”고 말한다. 기내로 반입한 산화제는 화장품, 심장약 등의 주원료와 혼합,‘폭약 성분’으로 변질된다는 아이디어다. 기폭 장치는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쓴다. 이런 시도는 실제로 가능할까. 폭탄 전문가들은 전문 지식 없이도 가정에서 쓰는 일반 화학약품으로 간단한 폭탄 제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표적인 액체 폭발물은 질산과 황산, 글리세린을 섞어 만든 ‘니트로글리세린’.2∼3ℓ만으로도 비행기 동체를 날려버릴 수 있지만 일반 약국에서 판매하는 심장약의 주성분이다. 화장품과 비누에 보습 효과를 주는 글리세린은 강한 산화제와 반응하면 강력한 폭발성을 갖는다. 일반 가정에서 쓰는 치아 미백제나 소독약 성분인 과산화수소도 ‘트리아세톤 트리페록사이드’와 혼합하면 폭탄이 된다. 염색약은 폭탄 재료인 과산화 화합물이 주원료다. 표백제도 폭탄으로 만들 수 있다. 인터넷은 ‘사제폭탄의 학교’이다. 지난해 7·7테러 발생 후 레이 켈리 뉴욕경찰청장은 “폭탄 제조법이 마치 일반 요리법(recipe)처럼 인터넷에 자세하게 나와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검색 사이트인 구글과 야후에서 액체폭탄의 영문 철자를 클릭하면 혼합 공식과 제조법이 뜬다. 네티즌끼리 주고받은 액체폭탄 실험 내용까지도 검색이 가능하다. 영국 애버딘대 클리퍼드 존슨 박사는 BBC 방송에서 “제조법이 간단하고 재료도 구하기 쉬운 데다 살상력마저 갖추고 있다.”고 액체 폭탄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와 영국 내무부는 모든 액상 물질의 항공기 반입을 봉쇄하고 주류 판매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자칫 런던 히드로공항이나 뉴욕 JFK 공항 로비에서 불량스러운 몸짓(?)으로 ‘이온 음료’를 마시다간 꼼짝없이 테러 용의자로 찍히는 시대가 왔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열린세상] 피델이 죽으면/이성형 이화여대 정치외교학 교수

    피델이 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또 한 번 세계 언론은 호들갑을 떨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장출혈 수술로 잠시 동생에게 권력을 이양했을 때 마이애미의 이민사회는 물론 미국 언론들도 덩달아 포스트-카스트로 시나리오를 열심히 그렸다. 동생 라울이 체제이행을 협상하기 편한 상대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불과 1주일도 되지 않아 카스트로가 수술 후 건강을 빨리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해야 했다. 마이애미와 미국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쿠바 내 반체제 세력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쿠바 사회는 평일과 다름없이 평온한 가운데 질서를 유지했다. 가톨릭주교회의는 신도들에게 피델의 쾌유를 바라는 기도를 해주길 바라는 공지문도 보냈다. 피델 사후의 시나리오에 따라 예행연습을 한번 해본 것일까? 피델이 죽으면 쿠바의 사회주의 체제가 급변하리라는 주장을 쿠바 연구자들은 피델-중심주의라고 부른다. 피델-중심주의는 일종의 영웅사관이다. 영웅이 죽으면 왕조국가는 붕괴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다른 사회와 마찬가지로 쿠바도 복잡한 제도 속에 움직이고, 정치사회 세력들이 움직이는 사회이다. 그러니 제도와 세력들의 추이를 봐야 포스트-카스트로 체제를 가늠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델이 죽는다고 해도 쿠바 사회가 급격한 민주화와 시장경제로 이행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와 당이 허약한 시민사회 위에서 군림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고 있어서다. 특히 군부는 물리적 폭력에 대한 통제를 넘어 부(富)의 3분의 2를 통제하고 있는 체제수호의 보루로 자리를 굳혔다. 둘째, 정치 엘리트의 세대교체도 이미 이루어져 제도의 안정성도 확보되어 있다. 정치국의 평균연령은 50세 미만이고, 의회 의원 601명의 평균연령은 45세이다. 이들 모두 체제와 혁명의 성과를 방어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셋째, 대부분 국민은 혁명방위위원회나 향군협회, 여성협회, 그리고 공산당청년연합에 적을 둬 동원 대상이 된다. 반체제 세력의 힘은 어떠한가? 반정부 인권단체의 숫자는 약 500개 라고 한다. 하지만 분열된 내부를 통합시킬 지도자도 없고, 단체들 대부분이 미국이익대표부가 제공하는 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대중적 기반이 없다. 이들은 외신기자들과 인터뷰를 열심히 하지만 거리에서 삐라 한 장 살포하는 담대함조차 없다고 한다. 게다가 반정부운동의 중심이 될 법한 가톨릭교회는 정부와 사이가 좋다. 카스트로가 교회와의 역사적 화해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체제에 가장 비우호적인 세력은 20,30대 젊은이들일 것이다. 이들은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그것을 실현할 기회가 없는 체제를 원망한다. 젊은이들은 혁명을 전혀 무관심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게 만드는 유토피아라 본다. 전자공학이나 컴퓨터공학을 공부했지만 전혀 쓸 데가 없는 이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정치적 무관심층이지 적극적으로 반체제에 동원될 가능성은 없다. 테크노음악과 럼주와 파티가 반체제운동이나 정치 이야기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1990년대의 개혁과 개방정책의 성공도 사람들의 체제 이탈을 막고 있는 이유가 된다.2004년을 기점으로 관광객 수는 200만명선을 넘어섰고,23억 달러의 소득이 들어온다. 베네수엘라는 국제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배럴 당 27 달러에 4백만 t을 지원한다. 국제시세로 환산하면 8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캐나다·중국·베네수엘라, 그리고 브라질의 자원과 에너지 산업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덕분에 작년에는 8%의 성장을 시현하였다. 미국과 마이애미의 대쿠바 강경책과 경제봉쇄의 명분은 나날이 그 효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성형 이화여대 정치외교학 교수
  • ‘고립무원’ 레바논 인터넷으로 소통하다

    “거리엔 온통 공습이 임박했다는 흉흉한 소문뿐이다. 남편에게 빨리 집으로 와달라고 전화했다. 죽더라도 그의 품 안이라면 고통 역시 덜할 테니까….” 레바논의 젊은이들이 컴퓨터 키보드 앞으로 모여들고 있다. 그들이 목격하는 고통과 참상, 분노와 좌절감을 지구촌 이웃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20일 넘게 이어진 이스라엘의 해상봉쇄와 무차별 폭격으로 레바논을 외부세계와 이어주던 물리적 통로들은 대부분 막혔다. 인터넷만이 이 고립무원의 땅에 남겨진 유일한 소통공간이 됐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의 침공 이후 블로그와 이메일, 웹사이트 게시판 등을 통해 일상의 불안과 전쟁에 대한 견해를 표현하는 레바논인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6일 보도했다. 레바논의 인터넷 열기는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해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 암살과 뒤이은 ‘백향목 혁명’ 과정에서 인터넷은 ‘사이버 공론장’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수많은 개인 블로그들이 생겨났고 포털 사이트와 언론사 게시판에서 이뤄지는 정치토론은 여론형성을 주도했다. 지난달 12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공격은 한동안 사그라들었던 이 나라의 인터넷 열기에 다시 불을 지폈다. 폭격으로 인한 잦은 정전도 이들의 열정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밤새 발전기를 돌려 충전한 배터리에 컴퓨터를 연결한 뒤 전화선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 생생한 전쟁의 일상을 이메일에 담아 국내·외 친지들에 발송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이 쓴 일기와 만평 등을 각종 해외 포털과 언론사 사이트에 퍼나른다. 영문 웹 다이어리를 서비스하고 있는 ‘일렉트로닉 레바논’은 이스라엘 침공 이후 방문자가 47만명을 넘어섰다. 페이지뷰는 무려 225만회에 이른다. 평소 일기를 쓸 시간도, 관심도 없었다는 여성 하나디 살만(38)은 이스라엘 미사일이 피란길에 나선 차량대열에 명중, 어린이 등 15명이 숨진 사건을 접한 뒤 이 사이트의 웹 다이어리를 통해 현지의 참상을 적극 알리고 있다. 그는 “비로소 현실에 무언가를 기여하고 있음을 느낀다.”면서 “인터넷의 존재를 신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현실의 참담함에 대응하는 방법이 인터넷 글쓰기밖에 없다는 사실에 무력함과 자괴감을 호소하는 네티즌도 있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공격을 받은 남부도시 티레의 한 네티즌은 2일자 일기에서 “내가 본 모든 것을 남김 없이 적고 싶지만 현실을 드러낼 적절한 언어들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경제정책 돋보기] 한·미 FTA 3차협상 쟁점

    [경제정책 돋보기] 한·미 FTA 3차협상 쟁점

    다음달 4일부터 미국에서 열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회의는 ‘진검승부’가 예상된다.2차회의까진 힘 겨루기로 버티다가 파행으로 끝났지만 이달 중순부터는 서로의 ‘패’를 부분적으로 드러내면서 본격적인 주고받기식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쟁점은 품목별 개방 여부와 기간이다. 두 나라는 농업 등 17개 분야의 양허(개방) 초안과 개방요구 목록을 이달 중순 교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세철폐 기간과 개방예외 품목 등을 논의한다. 특히 이번 협상은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열리기 때문에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 등 정치적 사안의 타결 여부 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산물 개방유예 최장 15년,40개 품목 개방예외가 목표 정부는 미국측에 농산물 분야의 관세 철폐를 최장 15년까지 유예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오는 15일쯤 미국에 보낼 농산물 양허 초안에서 관세 철폐 기간을 ‘즉시 철폐-5년-10년-15년-예외’ 등 5단계로 제시할 예정이다. 특히 낮은 세율의 관세로 할당물량(TRQ)을 주더라도 관세의 완전 철폐가 아닌 부분 감축의 전략을 취할 방침이다. 민감한 농산물의 경우 아세안과의 FTA에서처럼 40개 민감품목을 선정해 개방예외 대상에 포함시킬 구상이다. 쌀·쇠고기·고추·우유·마늘·양파 등이 우선순위다. 반면 미국은 관세 철폐 이행기간을 최장 10년으로 하고 ▲뼈 없는 쇠고기의 재수입 ▲낙농가공품 관세의 대폭 삭감 등을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쌀이나 쇠고기 등 구체적인 품목에 대한 협상은 4차 회의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로서도 3차 회의 이후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앞서가기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일단 양허안의 틀에 관심을 가지겠지만 입장 차이가 커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즉 미국은 ‘관세 철폐 15년’에 많은 품목들이 몰려있으면 10년이나 5년으로 옮길 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의약품과 섬유 협상에서도 공방은 불가피 우리가 제시한 ‘의약품의 건강보험 선별 등재방식’(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미국이 수용키로 함에 따라 양측은 이미 세부적인 의견교환을 통해 절충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협상단 관계자는 “미국내 제약회사들이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별도의 상설위원회 설립을 미국이 요구한다면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은 약효가 뛰어난 신약이라도 가격 대비 효능을 따져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결정하고 약값도 다시 산정하겠다는 제도다. 신약 개발의 선진국인 미국은 강력히 반대,2차 회의를 파행으로 몰고갔다. 섬유 부문은 우리가 공세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협상카드’이다. 때문에 정부는 농업 등 피해가 예상되는 부문과의 ‘패키지 딜’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1차 협상부터 주장한, 생산지에 따라 원산지를 규정하는 ‘얀포워드(YARN FORWARD)’ 규정을 내세워 우리측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외국에서 원사를 들여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도 “원사 물량의 국내 조달은 가능하며 제조 원가도 높지 않은 만큼 ‘얀 포워드’를 거부하면서까지 다른 것을 내주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개성공단 한·미 정상회담과 맞물려 논의?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2차 회의까지 협상 대상이 아니라며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3차 회의 직후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FTA 협상이 북한 문제와 더불어 ‘빅딜’이 될 수도 있다. 정부가 개성공단 문제는 양국의 의회와 정부가 해결할 정치적 사안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면 FTA를 반대하는 측은 “FTA와 북한 문제가 결부되면 협상에서 이득이 될 게 없다.”고 경고한다. 자칫 미국이 대북 제재를 푸는 조건으로 FTA 협상에서 우리측의 양보를 요구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대 세력은 3차 회의에서도 FTA 반대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두나라는 3차 회의를 당초 시애틀이 아닌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의 한 리조트에서 갖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애틀은 시위를 통제할 치안력이 부족하고 워싱턴도 협상단이 시위대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조트의 경우 입구만 봉쇄하면 시위대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이 무분별 공습 구호물자 루트 끊겨

    이스라엘의 무분별한 공습이 레바논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4일(현지시간) 레바논 내 기독교인 거주지역인 베이루트 북부에 처음으로 공습을 가해 시리아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상 교량 4곳을 파괴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파괴된 교량은 베이루트와 다마스커스를 잇는 남북 해안 고속도로의 핵심 시설물로 현지 언론들은 이스라엘 해군의 봉쇄로 해안을 통한 접근이 막힌 상황에서 도로는 구호물자가 운송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고 전했다. 세계식량계획의 크리스티안 버시움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이 도로는 우리가 원조물자를 싣고 가는 유일한 통로였다.”면서 “공습은 레바논을 외부세계로 이어주는 ‘탯줄’을 잘라버린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 확대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120발의 로켓 공격을 가한 직후 이뤄졌다.댄 길러만 유엔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이 베이루트를 계속 공습한다면 경제 수도 텔아비브에 보복 공격을 가하겠다는 헤즈볼라의 경고에 대해 “만반의 대비를 갖췄다.”고 말해 당분간 공습을 지속할 것임을 내비쳤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후 레바논과 시리아 국경지대 인근의 냉동창고에서 트럭에 과일과 채소를 싣던 농민들을 향해 4발의 미사일을 발사, 최소 28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고 레바논 관리들이 밝혔다. 목격자들은 “폭격 당시 150여명이 트럭 주변에서 작업중”이었다면서 “레바논으로 통하는 도로는 모두 파괴돼 시리아 병원으로 부상자를 옮겼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방위군이 베카 밸리에서 무기운송에 이용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건물 두 곳에 폭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이스라엘은 민간인 27명과 군인 40명이 숨졌다. 반면 레바논 사망자는 900여명에 달한다고 현지 관리가 이날 밝혔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DJ “방북하면 나만 이상해진다”

    “북한 자체를 모르겠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일 북한 미사일 발사문제로 무산된 지난 6월 방북 문제와 관련해서 북측에 불편한 속내를 처음으로 내비쳤다. 한화갑 대표와 7·26 재·보선에서 당선돼 복귀한 조순형 상임고문 등 민주당 지도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다. 김 전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가겠다고 해서 (북한에) 가게 되면 사람만 이상하게 되는 것 아니냐.”면서 ““저쪽(북한)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해야 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이상열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 등 강경 외교 노선에 대해서는 “북한의 행위에 대해 손뼉치고 좋아할 사람은 미국과 일본의 강경세력밖에 없는데 북한이 손해볼 짓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대해서도 “미국이 북한을 다루는 데 조금 지혜롭지 못한 점이 있다.”며 “봉쇄를 통해 북한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 미국의 전략은 잘못됐고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해야 북한이 변화할 수 있다.”고 훈수했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멕시코도 ‘피플파워’ 비상

    인구 2000만명의 ‘메갈로폴리스’ 멕시코시티 중심가에 하룻밤새 수십곳의 천막촌이 생겨났다.지난달 2일 대통령 선거에서 펠리페 칼데론 집권 국민행동당 후보에 24만여표 뒤진 것으로 집계된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민주혁명당 후보의 지지자들이 세운 것이다. 이들은 31일(현지시간) 중심가 소칼로 광장에서 전면 재개표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인 뒤 주요 도로와 광장을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행정기관과 사무·금융·상업시설이 밀집된 중심가가 시위대에 장악되면서 도시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다. 한달 남짓 이어진 비상정국에 ‘멕시코판 피플파워’를 점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정국 불안을 반영, 주가지수는 하루새 0.8% 떨어졌다.●수도 기능 사실상 마비 AP통신에 따르면 천막촌은 소칼로 광장과 레포르마 대로상 7.4㎞에 걸쳐 47곳이 세워졌다. 거리 봉쇄는 전날 200만명이 참가한 항의집회가 마무리된 뒤 시작됐다. 오브라도르는 재검표가 결정될 때까지 수도 점거를 호소한 뒤 천막농성에 합류했다. 칼데론측은 천막촌 설치를 ‘도시에 대한 납치 행위’라며 시 당국에 강제철거를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혁명당이 장악하고 있는 시에서 칼데론측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비센테 폭스 대통령도 시의 요청이 없는 한 중앙정부가 개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도심 점거에는 오브라도르의 핵심 지지세력인 농민·빈민뿐 아니라 도시 중산층까지 참여하고 있다.LA타임스는 “노인, 정치인, 주부 등 계층과 연령대가 다양하다.”고 전했다.●미국 “멕시코인의 능력 신뢰” 국경을 맞댄 미국은 이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현지 법률은 선거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 또한 보장하고 있다.”며 “미국은 멕시코의 제도들에 완전한 신뢰를 보낸다.”고 말했다. 섣부른 개입으로 차기 정부와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칼데론과 오브라도르의 승리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멕시코 선거재판소는 오브라도르의 재검표 소송에 대해 31일까지 판결을 내려야 한다. 재검표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 다음달 6일 당선자가 공표된다.●‘어게인 1910’ 일부에선 현재 상황을 멕시코 혁명이 발발한 1910년 무렵에 비유하기도 한다.LA타임스는 농성 중인 농민들이 20세기 초 농민반군의 분노와 좌절감을 공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권당의 부정선거 시비가 발단이 됐다는 점, 농민·빈민·지식인층에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존재한다는 점 등도 그때와 닮은꼴로 꼽힌다. 멕시코시티 시장 시절 우파의 탄핵 시도를 대규모 지지시위로 좌절시킨 오브라도르의 군중 동원 능력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비폭력 시민저항을 고수하겠다는 오브라도르측 공언으로 미뤄 유혈폭동이나 1910년 같은 내전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은 엷다. 결국 이후 정국은 1986년 필리핀 ‘피플파워’ 양상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사설] 美, 북한여행 금지 성급하지 않은가

    미국 정부가 8월부터 자국민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수해로 아리랑공연을 취소함에 따라 이달 중 계획했던 미국 관광객의 북한 방문은 자연스레 이뤄지기 어렵게 되었다. 미국의 분위기는 이를 넘어 북한 관광을 전면금지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의 완고한 태도로 볼 때 적절한 수준의 제재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제재의 속도와 내용은 부작용이 없도록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미국 정부는 2000년 6월 대북 제재를 완화했다. 미국인의 대북 송금제한을 없애고, 상품교역 제한조치를 대폭 풀었다. 미국인의 북한 여행 자유화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때문에 미국 정부가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 것은 포괄적 제재조치가 다시 시작됨을 의미한다. 대북 제재를 거론하는 이유는 평양당국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해서다. 북한이 변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제재의 속도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해 6자회담에서 쌓아놓은 성과가 한꺼번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북한은 독이 잔뜩 오른 상태다. 국제금융 계좌가 차례로 봉쇄되고 있는 데다 폭우피해까지 겹쳤다. 너무 궁지로 몰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과 아세안안보포럼(ARF) 의장성명을 통해 북한은 그들이 고립되고 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북한이 이성을 되찾아 6자회담에 응하도록 숙고의 시간을 주어야 한다.2000년 제재조치 복원을 서두르지 말고 제재내용도 대량살상무기 방지에 집중하는 게 옳다. 인도주의적 지원과 일반인의 교류·여행은 전면 통제하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정세불안의 근본 해결책은 북한의 자세변화다. 미국을 필두로 한 관련국이 대북 제재를 언제까지 유보할 수는 없다.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다. 핵과 미사일, 금융제재 해제를 6자회담 틀에서 함께 논의하는 방안을 빨리 수용하길 바란다.
  • [사설] 北, ARF 다자대화에 적극 나서야

    유엔 안보리의 대북결의안 채택 이후 북 미사일 사태가 또 한차례 중요한 분수령을 맞았다. 내일부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관련회의가 그것이다. 이들 회의는 대북결의안 채택 이후 처음으로 6자회담 참가국들이 얼굴을 마주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북 미사일 사태가 본격적인 대북제재 국면으로 접어드느냐, 아니면 외교적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느냐를 결정짓는 갈림길인 것이다. 북한을 포함해 6자회담 참가국들이 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수순은 뻔하다. 미·일은 다음 달부터 준비된 대북제재 프로그램에 착수할 것이다. 미국은 북 미사일 관련 기술과 자금의 이동을 틀어막을 방안을 상당부분 강구해 놓고 있다. 국내법을 동원해 다른 나라들도 대북압박에 동참토록 하는 계획도 세웠다. 일본은 북한과 거래하는 300개 자국 기업에 대한 감시를 대폭 강화, 북으로의 자금 유입을 봉쇄할 방침이다. 대북제재 국면에 접어들면 대화의 여지는 줄어든다. 한국과 중국의 중재노력도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시간과 상황이 결코 자신들 편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엊그제 “6자회담 참가국 회담이 이뤄지면 기꺼이 북한 대표와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비공식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미 양자 접촉도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대북제재에 앞서 마지막으로 북에 대화를 요구한 최후통첩이기도 하다. 대북결의안 채택 이후 중국은 더이상 자신들 편이 아니며, 한국의 중재력도 한계에 다다랐음을 북한은 똑똑히 인식해야 한다. 이제 미사일 사태의 열쇠는 북한에 넘어갔다. 북은 ARF 다자대화에 적극 참여, 미사일과 핵 문제를 대화로 풀겠다는 의지를 내보여야 한다. 중국과 한국의 중재를 원한다면 그럴 공간을 스스로 제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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