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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그곳에 가면] 무더위 식히는 쉼터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이면 한강의 밤풍경이 바뀐다.열대야에 지친 시민들이 물내음 싱그러운 강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기 위해 줄지어 한강변을 찾는 것. 강바람이라고 딱히 기온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강심을 훑고 온 바람은 수분 함유량이 많아 가마솥같은 도심에 비해 체감온도가 2∼3도쯤 낮게 느껴진다.여기에다 가족이나 친지들끼리 모여 수박,김밥 등 간단한 먹거리와 술 한 잔을 곁들이면 근사한 ‘여름밤의 추억’을 만들 수 있다. 한강에서 열대야를 식힐 수 있는 곳으로는 광나루와 잠실·뚝섬·잠원·반포·이촌·여의도·양화·망원지구 등 시민공원이 아무래도 좋다. 차량은 물론 도보를 이용한 접근이 쉽고 잔디밭과 체육시설,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경찰이 배치돼 공원 이외 지역에 비해 폭주족이나 취객 등 ‘밤의 무뢰한’들에 대한 걱정도 비교적 덜하다.물 위에 어리는 야경도 일품이다. 각 지구의 면적도 꽤 넓은 편이어서 아직 비좁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161만여㎡로 가장 넓은 망원지구에서29만여㎡로 가장 좁은 잠원지구에 이르기까지 9개 시민공원의 면적은 물경 700만㎡에 이른다.여의도 시민공원의 경우 하루 7만4,000여명의 시민이 찾을 만큼 이미 한강은 시민들의 생활속에 깊숙히 자리를 잡았다. 이런 만큼 한강변에서는 밤과 낮의 풍속도가 다르게 펼쳐진다.낮시간대에는 폭염을 피해 교량의 다리 근처로 몰려와 자리를 펴는 이들이 많다.이런 곳에서는 바둑판을 챙겨와 수담(手談)을 나누거나 여름과일을 들며 장기를 두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그러나 밤엔 위험천만.어둡고 인적도 뜸해 자칫 취객이나 불량배들에게 봉변을 당할 수도 있어 아예 찾지 않는게 상책이다. 한강변이 번거로워 선뜻 발걸음이 닿지 않는다면 새로 모습을 바꾼 중랑천이나 양재천,뚝섬 등 한강 지천을 찾는 것도괜찮다. 중랑천은 중랑구가 그럴듯한 체육공원과 녹지 등을 조성해최근들어 부쩍 찾는 사람이 늘었다.예전의 쓰레기집하장을치우고 그곳에 나무가 많은 테마형 주민 휴식공간을 꾸며 면모를 바꿔놨다.수변을 따라 조성된 체육공원에서 노을을 보며 산책하는 일도 권할 만하다. 양재천도 95년부터 강남구가 공원화사업을 시작,당시 5급수이던 수질이 2급수로 아주 깨끗해졌다.하천변을 따라 생태학습장과 휴식공간이 조성돼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가볼만한곳이다.진입로에는 장애인용 리프트도 갖춰져 있다. 뚝섬은 한강과 중랑천을 끼고 있는데다 대중교통을 이용한접근이 쉬워 좋은 곳이다.녹지와 물이 어우러지는 뚝섬골프장과 뚝도정수장 인근이 열대야를 피할 수 있는 밤시간대 휴식처로 좋다.도심이라 다른 곳보다 공기가 좋지 않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이밖에 안양천과 탄천도 산책 정도라면 나가볼 만하다.단 수질 때문에 물놀이는 하지 않는게 좋다. 이런 수변공간을 휴일에 찾을 경우 해가 진 저녁시간보다는 늦은 오후쯤 가족 단위로 하이킹을 겸해 찾으면 더욱 좋다. 애써 자리다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인근 체육시설을 이용,가볍게 운동을 한 뒤 준비해온 음식으로 요기를 하거나 가족오락 등으로 여유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 [여성 선언] ‘아줌마’ 호칭에 관하여

    현장 수업을 마친 후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오는 복도에서였다. “아줌마,우리도 한방 찍어주지,응?”꽤나 점잖게 차려입은 남성 두 사람이 나를 향해 말했다.처음에는 ‘설마 나에게 한 말은 아니겠지’ 했다. 나의반응이 보이지 않자 그들은 내 앞까지 다가와 “사람 말이안 들려?”하며 시비를 걸었다. 어찌나 화가 나는지 “사람 말은 들리는데 짐승 말은 안 들립니다”라고 목소리를내리깔며 대꾸했다. 순간 한 남성이 얼굴이 시뻘개지더니“이 아줌마가 정말?”하며 씩씩댔다. 대꾸조차 아깝다는생각이 들어 그 남성을 매우 경멸하는 표정으로 쏘아본 후사무실 쪽으로 갔다. 그도 양심은 있었는지 사무실까지 따라오지는 않았다. 그 날 그 사건 때문에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빴다.더욱 기분이 상한 것은 ‘아니 내 행동이 어땠길래 그들이 나에게그 따위로 말을 걸었지? 옷차림이 너무 튀었나? 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봉변이야?’하면서 자기 비하부터 했다는 점이다. 어느날 후배 기자가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며 출입처인모 관공서로 와달라고 해서 그 곳에 갔을 때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주차장 출입구가 애매해 제대로 찾지 못하고 헤매는데 주차관리인이 달려와 다짜고짜 반말로 “어이,아줌마 그리 가면 어떡해? 거기 막혔잖아?”라고 말하는 것이아닌가. 마치 자기 집 하인에게 하듯 말하는 주차관리인에게 화를 낼 수도 없어 분했지만 하고 싶은 말을 안으로 꿀꺽 삼키고 말았다. ‘아줌마’라는 말을 앞세워 하인 다루듯하는 주차관리인의 푸대접까지도 잘 견뎌낸 것은 40대 이상의 사람들은 청춘시절부터 남자들이 야비하게 말을 걸어오면 어른들로부터 ‘네가 잘못하고 다니기 때문이야’라는 꾸지람을 듣는것이 일상화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주차관리인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아줌마’는 우리 시대의 천덕꾸러기를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었다.그 때문에나를 포함한 일하는 여성 중에는 ‘아줌마’ 호칭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많다.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우리가 그와 같은 부당한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아줌마 닷컴’이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아줌마’드라마가 뜨는 등 사회적으로 아줌마의 존재를 다시 보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는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이여성을 향해 ‘아줌마’라고 부를 때는 다분히 여성,그 중에서도 기혼 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아줌마들은 ‘아줌마’라는 호칭을 싫어한다.특히배울 만큼 배운 남성들이 나를 향해 ‘아줌마’라고 부르면 그의 인격마저 의심하는 버릇이 생겼다.왜 같은 직종의다른 사람은 ‘대표님’ ‘선생님’ ‘사장님’등으로 부르면서 기혼여성들은 하나로 싸잡아서 ‘아줌마’라고 부르는지 그 저의가 너무나 빤하기 때문이다. 호칭 하나에도숨은 의미가 무엇인가에 따라 받아들이는 측의 느낌이 달라진다.말이란 잘못 쓰이면 양날의 칼을 가진 무기로 변할수 있다.‘여성의 해’니 뭐니 구호만 외치는 것은 의미가없다. 진정으로 여성을 존중할 때 호칭에도 애정이 담기는법이다. ▲이정숙 시그니아·미디어그룹 대표
  • 민주당 지도부 ‘계란세례’

    민주당과 자민련은 19일 양당 공조를 다지는 토론회를 가졌지만 논산시장 지원유세에 나선 민주당 지도부가 계란세례를 받는 등 명암이 엇갈렸다. ◇공조 순항=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민주당김중권(金重權)대표와 이상수(李相洙)원내총무,자민련 김종호(金宗鎬)총재권한대행·이완구(李完九)총무 등 양당의원 10여명이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토론회의 주제도 ‘상생정치를 위한 교섭단체의 역할’로 잡아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의원정수를 줄이려는 자민련의 입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김 대표는 “자민련이 지난해 총선거에서 유권자 10%에이르는 185만표를 획득했다”고 상기시키며 “자민련이 국회 운영의 주축으로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국회법개정을 촉구했다.자민련 김종호 총재권한대행도 김 대표의 발언에 고무된 듯 “의사표시 방법에 있어 민주적 절차가 존중돼 표결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바란다”며 야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국회법 표결처리를 강행할 방침을내비쳤다. ◇공조 난기류=토론회가 양당의 ‘찰떡공조’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면 논산시장 선거유세에서는 공조체제의 현실적어려움이 드러났다. 민주당 박상규(朴尙奎)사무총장,추미애(秋美愛)지방자치위원장 등 지도부가 연합공천한 자민련 임성규(林聲奎)후보지원차 충남 논산을 찾았다가 계란 세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논산 역전광장에서 임 후보 지원연설 단상에 섰다가 무소속 김형중 후보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당했다.민주당 지도부는 지구당 당원들이 임 후보를돕지 않고 무소속 김 후보를 지원하는 양상이 전개되고,지원유세에 나섰다가 봉변까지 당하자 더욱 난감해했다. 이종락기자 jrlee@
  • 소방관 또 의로운 죽음

    지하철에서 봉변을 당하던 여자승객을 돕던 의로운 소방관이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지난 24일 오전 7시50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대림역 승강장에서 관악소방서 소속 채희수(蔡熙秀·37·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소방교가 노숙자 김모씨(34)가휘두른흉기에 오른쪽 가슴을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오전 11시43분쯤 숨졌다. 채 소방교는 출근길에 전동차를 타고 가던 중 범인 김씨가 “몸이 부딪혔는데도 사과하지 않는다”며 홍모씨(22·여·S대 휴학생)의 뺨을 때리자 주변 승객들과 함께 “여자를 때리면 되느냐”고 꾸짖었다. 채 소방교는 김씨가 도리어 욕설을 퍼붓자 “출근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며 대림역에서 김씨의 팔을 붙잡고 내려 1층 역무실로 가던 중 김씨가 품속에서 흉기를 꺼내 찌르는 바람에 쓰러졌다. 채 소방교는 91년 소방관으로 뛰어들어 부인과 1남1녀를두었다.발인 26일 오전 9시.(02)818-6444. 송한수기자 onekor@
  • 2001 길섶에서/ 윤이상의 귀향

    아시아인으로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였던 윤이상(尹伊桑)씨에게 독일은 제2의 고향이었다.그는 베를린예술원종신회원이었고 생일때는 독일 대통령으로부터 꽃바구니를받기도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통일 이후 고개를 든 신나치 세력의 외국인혐오증에 그 역시 봉변을 당했다. 노후를 고향인 통영 바닷가에서 낚시를 즐기며 조용히 지내고 싶어 했던 그의 소망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이른바‘동베를린사건’과 ‘친북행적’으로 그는 북한에서는 환대받고 남한에서는 홀대받았다.한때는 그의 음악까지 금기 대상이 됐다.1994년 마지막 귀국노력이 좌절된 후 병원에 입원한 그의 소지품 가운데는 안숙선(安淑善)씨의 남도민요CD가있었다.아악(雅樂)에 이어 남도창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남기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이듬해 그는 별세했다. 그를 기리는 ‘통영현대음악제’가 16일부터 통영에서 열리고 있다.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열리는 이 음악제를 통해 이루어진 ‘음악적 귀향’에 그의 혼백이라도 위안을 얻었으면한다. 임영숙 논설위원실장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가작/ 복숭아꽃 살구꽃(I)

    [등장인물]달자(19세) 어머니(50대 후반) 아버지(60대 후반) 달분(21세) 달석(10세) 이우(19세) 아낙1(50대 후반) 아낙2(60대 초반) 최영감(60대 후반) 상빈(23세)[무대]1950년 초에서 중 사이 전쟁 끝인지라.여러모로 무질서하고 매우 어수선함,기울대로 기울어진 원두막 같은 초가.뒤꼍으로는 형성이 또렷치 않은 복숭아나무들과 살구,대추,밤나무들이 드문드문 이 빠진 듯이 서 있다. 늦은 점심 시간.효과음과 함께 막이 오르면,달자 어머니,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약단지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어머니: 후후훗….(연신 입김을 불며 부채질을 하다가는 멍하니 허공을 향하고.어느 한 곳에 초점을 못 둔다.)달자: (등장.) 엄니! 잠깐 쉬세유.지가 하겠내유.부채 이리 주세유. 어머니: 이짓두 인제는 지쳤데이.언적 거정 해야 하는 것인지…? 달자: 짜증두 나게 생겼내유.하지만두 누워서 지내시는 아부지 보다야 낫지유.아부지는 5년 동안 한 번두 땅을 밟지 못 하신게.울마나답답하시겠슈…. 어머니: 와? 그 맴 모르간디.점점 빚만 불어 난게 안 글여.보리 쌀구경한 지두 언젠지 몰루는디…. 달자: 그래두,엄니,물 한 대접으루두 배부를 수 있잔아유. 어머니: 우리야 아무러면 이럭저럭 해두 괜잔은디.달석이,그 녀석이야,어디,우리 맴 같드랴?달자: 지가 영옥이네 갔다 올게유. 어머니: 차라리 안 가는 편이 더 배 부르데이,더 죽는 소릴 한게.뒤통수 따가워서 그냥 못 온단게. 달자: 우리 집 사정을 강 건너 불 보듯이 빤히 아는디 쉽게 나오겠어유. (달석이 보퉁이 들고 등장.)달석: 아이-씨,나,낼부텀 핵교 안 가구 말겨. 어머니: 또,그 놈에 납부금 땜이 안 좋은 소리 들은 겨? 누가 싸 놓구 안 주는 것 아니잔여. 달석: 그 누가 머래두.낼,부텀 증말 안 갈틴게. 달자: 니는 사내 아니냐? 사내답게 버튀어 바. 달석: 누이는 남자면 머든지 다 맘대루 되는지 아는 가배.핵교를 그만 두면 되잖아. 달자: 니,참말루 그랬다가는 혼날 줄 알아. 달석: 누이가 먼디 날 때린댜? 누이면 다 간디이. 달자: 조 녀석이,그래두,덤벼든 데이. (달석 도망가며 달자 쫓아가면서 퇴장.아낙 1 등장.)아낙 1: 그래두 재주는 있단게.약은 꾸준히다리니? 끼니는 거르면서두 말여. 어머니: 이 시간에 왼 일 인겨.(약탕기를 기울였다 도로 놓으며.) 으째,어려운 걸음을 다 한겨. 아낙 1: 우리 집 양반이 오늘은 장사가 통 안돼서 그냥 해가 지기 전에 들어 왔잔여. 어머니: 그래서,피난 나 온겨?아낙 1: 아니구먼,우리 집 양반이 술만 먹었다문 허구한 날 마누라나 다듬질하는 양반은 아니구먼. 어머니: 누가 뭐라구 핸남.와,독이 울루구 그란대.무섭데이. 아낙 1: 독이 오르긴 누가 독이 올랐다구 물어진 데이. 어머니: 아니면 말구.참말루 먼 일로 바뿐 걸음 한겨…?아낙 1: 이 집 큰 딸 시집가서 잘 사는 가벼. 어머니: 와! 뜬구름 없이 달분이 야기여.잘 살구 있구먼. 아낙 1: (방백.) 그람,우리 집 양반이 잘 못 들었는 가배…. 어머니: 이 여편네가,근디.머라구 혼자 씨부렁 거리는겨. 아낙 1: (더듬으며.) 아무것두 안여. 어머니: 점점,인젠 말 까정 더듬으며 날린 겨.,먼 큰 죄진 겨?아낙 1: 죄는 먼 놈에 죄여. 어머니: 그람,자꾸먼 와 글여…?아낙 1: 더 있다가는 무슨 벼락 맞겠데이.증말루,절벽인 겨.절벽인척 하는 겨. 어머니: 증말루,아까 부텀 먼 소리를 하는 겨.속 시끌어서 죽겠데이. 아낙 1: 오늘 우리 집 양반이 달분이가 사는 동리에 들렀다가 들었는디.달분이가 소식이 묘연 하데이,시집에서 나간 지 벌써 달포가 덤는 데이. 어머니: 시방 먼 끔찍한 소릴 함부루 지껄이구 있는 겨…. 아낙 1: 이 사람아! 자네 친정 에미 맞는 겨. 어머니: 네,이 놈에 김 서방은 멋 하구?아낙 1: 어디 그게 사위만 탓 하겠남.다 달분이 팔자가 희박 여서지. 시집 간지가 벌써 울 마나 됐어? 아마 모르긴 해두.5년이 넘어 갈겨. 아,그 집이 한약방을 해서 부족한 것은 없지만 서두 손이 워낙에 귀한 집이 아니남.그란디,여태거정 아이 소식이 읍스니…. 어머니: 어-이구! 불쌍한 것.그래,어디 간겨…? 말루는 도무지 믿을수가 업데이.낼 내가 당장 가바야 스겠데이. 아낙 1: 가바야,멀 하겠남.속만 더 디집어질 것 인디. 어머니: 그래두,가 바야.믿을 수 있겠는….(털썩.) 아낙 1: 지발! 내 말 들어.벌써 딴 여자가 주인 행새 하구 있다는디. 어머니: 우리 달분이….그람,너무 불쌍해서 어떡한 데이.(울고불고)이 년이 지나치게두 못 나서 딸년 까정 그 모양인 겨? (달자,약초 꾸러미 들고 서서히 등장.)아낙 1: 지발! 그만 줌 여….(혀를 찬다.) 약 다 탄 데이! 아까와서이 일을 어찐데이.어찐데….(아낙1,약탕기 들고 퇴장.) 달자: 이,모두가 구린내 펄펄 나는 가난 때문여.이 몹쓸 놈의 가난….왼순 겨.(어머니 부축해서 방으로 가며 울먹.) 언니! 시집살이가 대채 울 마나 매운 겨.부모 복이 읍슬라면 남자 복 이라두 있어야 잔여. (이때,마당으로 허겁지겁 들어오는 이우.)이우: 달자야! 니,와 그랴 ?달자: ……. 이우: 무슨 일 있었냐? 나 한티거정 말 못 할 일인감. 달자: 이우야! 울 언니 어쩌냐…. 이우: 달분 언니가 와? 시집 간 언니는 와 갑자기 찾구 글여.또,아자씨가. 달자: 그런 게 아니구.울 언니가 시집에서 쫓겨 났데이. 이우: 니,나 놀라게 할라구 시방 그짓말 하는 거지.안 속는데이. 달자: 나두,증말 그짓말 이었으면 좋겠데이. 이우: 이유가 먼 데이.착하구 얌전 하기루 소문 난 달분 언니가 와…?달자: 자슥이,먼지 그 놈에 자슥 땜이 그란데이. 이우: 증말루 어찌냐? (눈물을 훔친다.)달자: 오늘은,니,혼자 야학 가레이. 이우: 니,안 가는디.나 혼자는 싫데이. 달자: 니,그람.맴 매키는 대루 하레이. 이우: 이따가 놀러 올게…. 달자: 오지 말라구 하문은,니,집에 가다가 엉엉 울겠데이. 이우: 그라구 본게.니,내가 안 왔으면 하구 고대 나바.그치.(퇴장.)(거지꼴을 하고,달분,등장.). 달자: 잘 못 찾어 오셨구먼 유.우리 집은 아무것두 드릴 것이 읍내유.밥숟가락을 들어 본 일이 언제인지.모르건 내유. 달분: (나직이) 달자야,언니데이!달자: 머,참말,언니여! (동정을 살피며.) 대채,이 꼴이 머 데이. 달분: 누가 있는가? 바바…. 달자: (한 바퀴 돌고 와서) 아무두 없는디?달분: 그람,방으루 들어가자. 달자: 엄니,아부지! 언니가 왔슈. 어머니: 어디 보자.그 간에 울 마나 고생을 한 겨.(껴안는다.)달분: (큰절을 한다.) 시간이 없어유.일행이 기다리구 있구만유.시방북쪽으루 가는 길에,잠깐,식구들 얼굴이나 보구 갈라구 들린 거내유. 달자: 언니! 어딜 갈라고 그랴.가지 말구 우리예전 마냥 같이 살어. 야밤 여,그런 무모한 짓 하지 말어…. 달분: 걱정 말어,가는대루 소식 띠울 틴게.엄니,아부지,달석이를 니가 잘 보살펴야 한데이.너만 믿을 꺼여. 어머니: 달자,야,말대루 가지 말어.그 낯선 곳에 가서 무슨 봉변 이라두 당하면 어찌 냐? 울 마나 무서운 세상인디.(매 달린다.) 가면안 되어…. 달분: 너무,지,걱정 말 어유.(뿌리치며 뛰쳐나간다.) 지 잘 살아유…. 달자: 언니! 언니……!(암 전 )닷새 뒤,아침.달자,산에 갈 채비를 한다.낫,호미,망태든 지게를 지는중이다. 이우: 니,산에 갈라구 하남. 달자: 잠이나 더 잘 일이지 와 왔냐. 이우: 지지 베야,잠이 와야지.엊저녁 일 땜이…. 달자: 니,입방아 찌기만 여? 야학에서 신문 본 일 아무 한 태나 누설였다 가는 그 날루 제삿 날 되는 겨. 이우: 니는 나 못 믿냐? 달분 언니가 너무 불쌍 데이….그릇케 죽다니…. 달자: 쉬-이,울 엄니 알문 어뜩여.나는 속이 평화라 참는 줄 알어?가슴이 아려두 내가 더 아리구,분통이 터저두 내가 더 터진께.날,그냥 두구,가서 엄니 일이나 거들어….지발,밥값이나 줌 해바. 이우: 그라구 본게,니그,얼굴이 밤새 상였구나….산에 가서 속에 담긴 것 다 풀어 버리구,해 떨어 지기 전에 내려 오레이…!달자: 알았단게.(모두 퇴장.)(어머니,키질을 하고 있다.아낙 2 등장.)아낙 2: 왼,키질 이레이. 어머니: 어서 오세유.우리 아들 녀석이 워낙에 허기가 진 모양 여유. 논바닥에서 나락을 가져 왔는디,티가 더 많내유….틴지,쭉쟁인지.영분간이 안 가유. 아낙 2: 와! 이렇게 사람 자꾸 걸음 하게 한데? 우리 집 닷새 후,큰일 치루는 것 알구 있남. 어머니: 야,알 아유. 아낙 2: 그 때 까정 꼬옥 되아지 새끼를 가져오던가 돈을 해 오던가,잘,알아서 햐. 어머니: 미안한디,장담 못 하겠내유. 아낙 2: 이번에는 먼 수를 써서 라두 해 내야 햐….(퇴장)(달자,망태 들고 지게 지고 온다.)어머니: 산에 갔다 오는 겨? 다 큰 처녀가 산에 오르락 하면 흉햐.다음부턴 나가 갈겨…. 달자: 별 소릴 다 해유.엄니가 산에 가시면 증말 안되유.지난번처럼발을 헛딛어서 낭떠러지에서 구르면 어쩌 실라구유. 어머니: 조심 하문돼.아까 순림이 엄니가 다녀 갔는디. 달자: 와유? 우리 집엘 다유. 어머니: 널 중매 서겠다는 디? 아랫마을 김 부자 댁 머슴이 마님 친정 조카 라는디.너랑 맺어 주었으면 한데나바. 달자: (펄쩍 뛴다.) 지는 유.시집 안 갈거 내유.아니 못 가내유. 어머니: 와? 집 걱정 땜이… 글여. 달자: 아니라구는 않겠내유.(가리키며) 저 과수원을 지,힘으루 제 모습을 찾아 줄거내유.비록 시방은 전쟁 휘오리에 시달려서 엉망이지만,정성을 기울이면 곧 지 모습을 회복 할 수 있을 거내유. 어머니: 힘드는 일을 니 혼자 어떡여.설사 그릇케 한다구 하더라두,어느 세월에….아마두 빚쟁이들이 더 설칠 틴디…. 달자: 차근차근 일어서야 지유.몇 년이 걸린대두 해야 지유.산더미같은 빚두 갚아 나가구.아부지두 시설 좋은 서울 병원에 모시구 가서 병을 고쳐 드려야 하구 유…. 어머니: 그라지 말구,시집이나 가서 집안 일 일랑 잊어 버리구 편하게 살어. 달자: 지는 유.언니가 안 여유.언니야,약값 땜이 한 몸을 던졌지만두….지는 유,땀 흘려 일을 해서 태산 보다두 높구 하늘 아래인 빚을지 힘으루 반드시 청산 할 거내유…! 어머니: 언니,야기는 와 꺼내는 겨.나두 니 덕에 입하나 줄이구 싶어서 글여…!큰딸 년을 약값으루 팔어 먹구두,너무두,모잘 라서 인제는 너 거정 팔어 먹을라고 글여.(신세 타령을 한 바탕 한다.) 이 년에기막힌 인생.시상을 너무두 잘 만나서,….얼씨구∼ 절씨구∼ 지하자∼ 지화자∼ (춤까지 춘다.)달자: 엄니! 지가,입 밖으루 나 왔내유.고정 하세유. 어머니: 니그 언니는 와! 소식이 없는 겨.살았는지 죽었는지….굶지는 안는 겨?달자: 곧 먼 소식이 오겠지유.걱정 마세유. 어머니: 요새 꿈자리가 어찌나 사나운지,불길 하구먼. 달자: 언니는 잘 있으닌께.바쁘다…본께,틈이 없나바유. 어머니: 아무리 바빠두 그렇지. 달자: 가서 편지를 썼어두 북에서 여기거정은 시일이 걸리잔아유. 어머니: 참! 증말 그러겠는디. 달자: 그란게,언니 걱정은 푹 놓으세유. 어머니: 안만해두 예감이…. 달자: 엄니! 와,자꾸만 글여유. 어머니: 안만.먼일이 있것남. 달자: (호돌갑을 떨며) 그란게,걱정 마세유. 어머니: 그나저나 니는 참말루봄에 과수원에 손 댈겨? 근 십 년이나,사람 손이 가지 안아서 엄청 손이 많이 갈겨.그라구 남자 손이 더많이 필요할 겨….그 집에선 너랑 혼인만 하면 논 서마직이 선작두준다는 것 같은디.고집 피우지 말구…. 달자: 그 야기는 생각 하기두 싫어유. 어머니: 너를 위해서 그라는 건게.나중에 지발 딴 소릴 하지말어. 달자: (시원스럽게) 야.지만 믿으세유.우린 아직두 숨쉬고 있내유.어서 빨랑 봄이….아마두 시방이야,힘이 들 어두 언젠가는 잘 사는 시상이 올거내유.그란께,그 야기는 안 들은걸루 하겠어유. 어머니: 글여 맘대루 혀….나이 먹어 늙던지 말던지.(성을 내는 것처럼 망태 들고 퇴장.)달자: 야아. 이우: (등장.) 약초랑 땔감이랑 구한 겨.생각 보담 일찍 왔네. 달자: 와 ! 호랑이가 안 깨물어 가서 실망인감. 이우: 글여,늑대가 그냥 나 준 것이 천하에 악녀는 알아보던 가 보내. 달자: 그람,이 달자를 몰라보면 큰일이지. 이우: 참! 오다가 들었는디.나,몰래 시집 간다구…. 달자: 어디서 쓸대읍는 소리는 잘두 주서 들어 갔구 댕긴단게. 이우 지지베두,좋으문서….좋다구 하문 어디 빼서 간다구 하데이. 달자: 자꾸만 헛소리 할거문은 얼른 가 버려…!이우: 골난 겨.골난 척 하는 겨.니그,엄니가 벌써 반승낙을 했다구하더라.그 집 보리쌀 한 말은 더 갔다 줬다는디…? 니,참말루 모르구 있었냐. 달자: 누가 글여.니,머 잘 못 먹은 겨. 이우: 능청 그만 떨어.지지 베야,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을 너만 모른다구 시치밀 떼문 그게 감춰 지냐구. 달자: (주저앉는다.) 울 엄니가 증말 여?이우: 한 번 엄니 한티 확인 혀바.증말루 몰랐던 겨? 난 니가 아는줄 알구. 달자: 꺼져 버려! 아무 말두 듣기 싫어 (분노에 찬다.) 이우: (쩔쩔 맨다.) 달자야! 맘 가러 안으레이. 달자: 니가,시방,내 우수운 꼴이 재밌어서,더 보구 싶은 모양이지…. 이우 와! 글여.증말루…. 달자: 난,무슨 일이 있어두.시집이구 나발이구 안가….(방안으로 퇴장.)이우: (방백) 화가 단단히 났으니? 큰 일 이내.며칠 갈 터인디….어쩌면 좋아…! (퇴장.)(달자,다음 날부터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어머니: (방 쪽에 대고.) 글여! 굶어 죽든지,어디 맘대루 혀바.망할년,썩을 년….저 놈에 승질 머리는 대체 누굴 닮은 겨?달석: 물 이라두,지가 떠다 줄게유. 어머니: 벌써,이레째여.물 한 모금두 넘기지 안는데이.내비 나둬,그까짓 것 죽으면 뒤겉에 묻으면 된게…. 달석: 엄니,누이 죽으면 안 되어. 이우: 아직두,아무것두 안 먹어유?달석: 우리 누이 줌 어티기 해바.누이가…. 어머니: (방문 고리를 잡고) 헛간에 가서 연장 그룻 가져와.달석아!죽었으면… 송장이 썩으면 냄새나 육 먹은게…! 이우: 엄니! 지발 진정 하셔유. 달석: 끙끙….(안간힘을 다 해.방문이 열린다.)(이우,어머니,달석 모두 방으로 간다.축 늘어진 달자 아무것도 모른다.)이우: 달자야…!어머니: 야앗-야…!달석: 누이야…! 누야…. (암 전)이틀 후,저녁.달석이가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뒷짐을 지고 들어온다. 어머니,달자,마당에서 다 다린 약을 짜고 있다. 어머니: 멋 하다가 인제 들어 오는 겨.도대채 학교는 댕겨 온겨,안댕겨온겨. 달석: ……. 달자: 놀다 본께.늦었겠지유.너무 나무라지 마세유. 어머니: 요새 줌 수상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디?달석: 엄니두,지가 머 나쁜 일이라두 하구 다니남유…. 어머니: 저 것 바라.(손으로 가리킨다.) 뒤에다가 황금 덩어리를 숨겼는지,구십살 먹은 할아버지 아니남. 달자: 니,아까 부텀 뒤에 멀 숨긴 겨.내 나 바바…. 달석: (더듬으며) 아무것두 아니구먼. 달자: 먼디 글여! (가까이 다가간다.) 달석: (한발 물러선다,) 아무것두 아니란게.글여…. 어머니: 머길래 글여! (나꿔챈다.)달석: (엿 가락들과 누룽지 뭉치가 떨어지자 황급히 줍는다.)달자: 이게 다 머여.( 빼앗는다.) 어디서 난겨. 달석: (방백) 말하면 안되는디. 어머니: 말 안 할겨…?달석: ……. 달자: 엄니! 안 되겠슈.부엌에 가서 부지깽이를 가져 와야 하는 가배유. 어머니: 글여. 달석: (울음보를 터뜨린다.) 으앙,으응…. 어머니: 그란다구,그냥 넘어 갈 줄 알어.(엉덩이를 때린다.)달석: 실은 아랫마을 김 부자집 머슴 성이 준겨. 어머니: 멋 여…? 달자: (머리를 쥐어박으며) 언제부터 그 사람이랑 가깝게 지낸 겨. 달석: 그 성! 나쁜 사람 안여.내 납부금두 내 주구.나랑두 잘 놀아준 다구…. 달자: 이제 부터는 그림자라두 쫓아다니지마. 달석: 싫어.그람,나 집에 안 들어 올겨. 어머니: 그래 나가라….(고함을 친다.)달석: (뛰어 나간다.)달자: 달석아! 달석아…! ( 달석이 쫓으며 퇴장.)어머니: 다들 지 멋대루여.어디들 멋대루 해바.아이구,내 팔자여.서방 복 읍는 년이 어디 자슥 복인들 있것남…. 박광순
  • [오늘의 눈] 매서워진 국민의 정치의식

    지난 15일 저녁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적잖이 당황했을것이다. 이 총재는 춘천 강원일보사에서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최고정치전략과정 수강생 70여명을 상대로 특강을 하고 있었다.이런 성격의 특강은 대개 정치인의 일방적 주장과 수강생들의 형식적 질문이 오가면서 ‘화기애애하게’ 끝나게 마련이다. 이 총재는 “현 국정위기의 근본 원인은 1차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다”며 대통령과 여당을 비난했다.그리고 여유있는 표정으로 몇 가지‘형식적’ 질문을 기다렸다. 그러나 수강생들로부터 날아 온 질문은 전혀 뜻밖이었다.특강 전 수강생을 대표해 이 총재에게 환영의 꽃다발을 전달했던 한 50대 여성은 “이 총재는 지금의 난국이 한 사람의 지도자 때문인 것처럼 책임을 전가했는데,솔직히 실망했다.그렇다면 야당 총재로서 그동안 뭘했느냐”고 꼬집었다. 곧이어 마이크를 잡은 40대 남성도 “이 총재가 여당을 비난했지만국민으로서는 여야가 서로 헐뜯는 데 몸서리가 쳐진다”고 목소리를높였다. 이같은 ‘봉변’은 며칠 전 여당도 당한 적이 있다.민주당 서영훈(徐英勳)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 구로시장을 방문했다가 한 포목상으로부터 “제발 칭찬받는 분들이 돼 달라”는 ‘훈계’를 들어야 했다. 이들 두 사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국민들이 집권당 대표나 제1야당 총재의 면전에서 가차없이 비판을 가하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하나. 이제 국민들이 더 이상 정치인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아닐까.옛날처럼 정치인이 나타나면 어쩔 줄 몰라 하며 황송해하던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한편으로는 국민의 정치수준이 정치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높다는 뜻도 된다. 나아가 정치인들이 말로는 ‘국민을 위해서…’라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정국 주도권 잡기’나 ‘차기 대권 길 닦기’ 등의 꼼수를 두고 있는 것을 이제 웬만한 국민이라면 훤히 알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정치인들로서는 정말 등골이 오싹한 시대가 됐다. [김 상 연 정치팀 기자]carlos@
  • 중학생에 ‘좌석양보 훈계’ 봉변 70代노인 끝내 숨져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꾸지람했다가 중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중태에 빠졌던 70대 노인이 끝내 숨졌다.지난 13일 밤 서울 강북성심병원에서 뇌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중이던 염문호씨(77·서울 마포구 성산2동)는 15일 새벽 3시쯤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숨졌다. 윤창수기자 geo@
  • 크림파이 뒤집어 쓴 캐나다 총리

    [샬럿타운(캐나다) DPA 연합] 장 크레티엥 캐나다 총리가 16일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서 벌어진 여름축제에 참석 중 한 청년한테 크림 파이 기습을 받아 온얼굴에 파이를 뒤집어 쓰는 봉변을 당했다. 파이 기습은 크레티엥 총리가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순간에 발생했으며 가해자는 정부의 복지정책에 불만이 많은 자칭 “P.E. I.(프린스 에드워드 섬) 파이 여단” 소속의 23세 청년으로 밝혀졌다.
  • [외언내언] 퇴임의 미학

    우리 선조들은 안분(安分)과 시중(時中)을 공직자 처신의 지표로 삼았다.‘안분’은 편안한 모습으로 제자리를 지키라는 뜻이다.자만심에 빠져 분수에넘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경고다.‘시중’은 시의(時宜)와 같은 뜻으로 ‘시기에 적합하도록 처신하라’,즉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야 한다는 의미다.사람의 속성상 여간해선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두고두고 강조해 온 덕목일 것이다.두가지 중에서도 ‘시중’은 더욱 높이 평가받았다.물러나야 할시기를 스스로 가린다는 것 자체가 범인(凡人)의 영역을 넘어선다고 봤기 때문이다.시작보다는 끝맺음이 어렵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요즘이라고 다를 바 없다.공직자라면 자리에 앉을 때보다 떠날 때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하지만 막상 자신이 물러나야 하는 지경에 이르면 “아직도 나에게는 할 일이 많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기 일쑤다.직위가 높을수록 자리에 대한 미련은 더욱 강하다고 한다.하지만 자리에만 연연하다 떠날 시기를 놓쳐 낭패를 보거나 봉변까지 당한 사람들은 동서고금을막론하고 무수히 많다.물러날 때의 추한 모습 때문에 그동안의 공적이 물거품이 된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8·7 개각으로 물러난 김성훈(金成勳) 전 농림부 장관의 퇴진을 아쉬워하면서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입각,유일하게2년5개월을 재직한 그는 본래의 자리인 교수직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각별한 관계 등으로 미루어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할 가능성이 크다는 등 유임 전망이 우세했던 터여서 그의 퇴임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재직기간 중의 업적으로 보면 퇴임해야 할 사유는 거의 없다. 농·축·수협의 통합과 83년 만의 수세(水稅)폐지 등 개혁과제를 비롯,산불과 구제역 파문 등 현안들을 무리 없이 처리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흔히 교수 출신 장관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조직장악력 부족,이론과 현실의 괴리 등의 문제도 그에게서는 제기되지 않았다.기발하면서도 소탈하고,의욕적이며 부지런하다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주었다.그렇지만 개각을 앞두고서는김대통령에게 “이젠쉬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개각 발표 후 “하고 싶었던 일을 전부 끝냈으므로 지금이 떠날 때”라고 말했다.장관으로서의 행정경험을 전공인 농업경제학에 접목시켜 농업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감은 무르익으면 떨어지는 법”이라는 것이 퇴임의 소회다.떨어진 감은 다시 뿌리를 내리고 새싹을 틔운다.그의공수신퇴(功遂身退·공을 이뤘으니 물러남)가 신선하면서도 아름답다. 김명서 논설위원.
  • [굄돌] 보이는 자리,보이지 않는 마음

    약 1년전 전남지방의 어느 군수로부터 인편을 통해 그 지역 공무원과 농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 요청을 받았다.그래서 그 지방 군청에서 강의를 마치고 축산농가를 방문하여 현장 지도를 하게 되었다.그런데 그때 농민들뿐만아니라 그 군수도 축사 안으로 들어와 옆에서 내가 하는 현장강의를 열심히들으며 메모를 하는 매우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그리고 그는 내가 어느 소를 내진할 때는 쇠꼬리를 잡아 보정해 주는 궂은 역할까지 자청했다.그의 바지와 옷은 금새 쇠똥이 튀어 더럽혀졌다.하지만 그는 그러한 봉변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나는 그 모습을 보며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왔다. 그로부터 얼마 후 그 군수는 자기네 지방 축산농민 400여명을 동반하여 우리 연구실과 실험목장을 견학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하지만 나는 여건상20∼30명 이상은 곤란하다는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그는 내 답신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으로 줄인 인원이 이 정도라며 관광버스에 105명을가득 태우고 왔다. 아니나 다를까,해프닝이 일어나고 말았다.지난 몇십년을 돌이켜봐도 정부의 부당한 시책이나 조세 등을 이유로 데모를 하기 위해 일반인들이 몰려든적은 있어도 단순히 견학을 위해 그 정도의 농민들이 서울대로 모인 적은 없었다.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정문을 지키는 경비원들이 데모군중으로 오인하는 통에 적잖은 마찰이 있었다고 한다.그들은 결국 무사히 견학을 마치고내려갔고,우리는 더 많은 농민들이 올 수 없었음을 안타까워했다. 군수라는 직책은 지방행정책임자의 상징적 자리이다.과거에는 근엄하고 지위가 높은 관료로서의 면모가 크게 두드러졌다.하지만 그 군수는 보이지 않는 마음 속에서 군민의 복리와 행복을 최상으로 받들고 있었다.누추한 시골마을 축사에 덥석 들어와 쇠꼬리를 잡아주고,이른 새벽부터 군내 농민들을직접 인솔하여 대학 연구실을 견학시키는 그의 마음.나는 그의 마음에서 진실한 관리의 표상을 보았고 그에게서 지방자치시대의 활짝 핀 꽃을 볼 수 있었다. 황우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 리덩후이 前총통 ‘붉은 잉크 봉변’

    [홍콩 연합] 리덩후이(李登輝)대만 전 총통이 27일 퇴임 일주일만에 ‘성난노병’이 던진 붉은 잉크를 뒤집어쓰는 봉변을 당했다. 지난 20일 퇴임한 리 전 총통은 이날 퇴임 후 첫 공개 행사로 북부 타오위앤(桃園)현의 한 초등학교 운동회에 참석했다가 육군대령 출신인 국민당원스리싱(71·史力行)이 끼얹은 빨간 잉크를 목덜미에 뒤집어썼다. 사건 과정 촬영에 성공한 대만의 케이블 뉴스채널 TVBS에 따르면 스 전 대령은 리 전 총통이 행사장에 도착,서명하려던 순간 그의 뒤편으로 달려들어두 차례 잉크를 끼얹은 뒤 체포됐다. 그는 경찰 차량으로 끌려가는 도중에도 “리덩후이로 인해 국민당이 정권을잃었다”며 리 전 총통을 규탄했다. 스 전 대령은 미리 작성한 성명서를 이날 공개,“리덩후이는 지난 12년간집권하면서 나라에 화를 끼쳤고 당을 훼손시켰으며 해협 양안을 전쟁 위기로몰아갔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이번 공격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대선 과정에서 천수이볜(陳水扁)총통을 암중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리 전 총통의 행위에 분개하고 있는 국민당원들에 대해 “리덩후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할 때까지 끊임없이 괴롭히자”고 촉구했다.
  • 고속철 로비 의혹/ 당시 민주계인사들 반응

    ‘경부고속전철 로비사건’과 관련,김영삼(金泳三·YS)전대통령측은 박종웅(朴鍾雄)의원을 통해 ‘관계없음’을 주장한 뒤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반면 문민정부 당시 청와대비서실장이었던 한나라당 박관용(朴寬用)의원과민주당 황명수(黃明秀)고문 등 과거 YS를 따르던 ‘민주계 인사’들은 로비의혹설을 전면 부인했다. 김 전대통령은 지난 10일 박의원으로부터 ‘경부고속전철 로비사건’등에대해 보고 받고 “대통령 재임중 한푼도 받지 않았다”면서 “퇴임후 내 뒷조사도 했는데 돈을 받았다면 벌써 불거졌을 것”이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민주계 인사들의 연루설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한나라당에서 ‘여권의 민주계 인사 압박작전’이라고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오히려 여권 편을 들었다. 그러나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계 인사들은 입장이 다르다.“지난 사건을 이제와서 들추어 내는 것에는 의도가 있다”면서 당혹해하는 눈치다. 박관용의원은 “서슬이 퍼렇던 문민정부 시기에 그런 로비가 통할 수 있느냐”며 연루의혹을 부인했다.그러면서 “대통령이 사업자를 엄정하게 선정하라고 명을 내린 회의에 참석한 것이 TGV선정 과정과 관련해 내가 아는 전부”라고 해명했다. 린다 김 사건에 이어 고속철파문에도 구설수에 오른 황명수고문측도 “친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테제베(TGV)의 ‘테’도 모른다”고 흥분했다.이어“그 당시에 로비가 있었는지도 몰랐다”면서 “완전히 봉변당한 것”이라고주장했다.황고문측은 “최만석씨는 미주 민주산악회 부회장을 맡아 80년대초부터 김 전대통령과 알고 지냈으나 92년 공천이 안되자 민주계와 멀어졌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최광숙기자 bori@
  • [총선 엿보기] 386후보 부인들 애환

    “어떻게 화장을 해야 할지,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모든 게 어려워요”이번 총선에서 ‘젊은피’로 나선‘386후보’의 부인들은 환경 변화가 낯설기만하다.후보들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민주당 김윤태(金侖兌·마포갑)후보의 부인 권혜영(權惠榮·29)씨는 젊은나이 때문에 종종 곤란을 겪는다.40대 중반의 여성부장과 함께 다니다 보면유권자들은 여성부장을 후보 부인으로,자신은 수행원쯤으로 보기 일쑤다.나이가 지긋한 남자 유권자들이 악수를 하며 손을 오래 잡고 있으면 얼굴부터빨개진다. 생각지도 못한 일상 속에서 정치권에 들어섰음을 깨닫기도 한다.민주당 허인회(許仁會·동대문을)후보의 부인 전재연(全在娟·34)씨는 얼마 전 구에서운영하는 노래교실에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같이 갔던 여성위원이 ‘잘부탁드립니다’하고 인사를 드리는 순간 다른 당에서 일하는 사람이 “이거사전 선거 운동 아냐”하며 소리를 지르고 나선 것.전씨는 깜짝 놀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몇차례나 한 뒤 자리를 빠져 나왔다.생활의 변화는 부인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된다.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양천갑) 후보의 부인 강윤형(康允馨·36)씨는 남편의 선거를 돕기 위해 운영하던 병원 문까지 닫았다가끔 무언가 요구하는 듯한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오기도 하지만 ‘386후보’부인답게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나라당 오세훈(吳世勳·강남을)후보의 부인 송현옥(宋賢玉·39)씨는 신경쓸 곳이 많아지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가슴아프다고 했다. 민주당 우상호(禹相虎·서대문갑)후보의 부인 이현주(李賢珠·35)씨는 “그동안 옷이나 화장에는 신경쓰지 않고 살았는데 선거를 돕다 보니 평소와 다른 모습을 하게 된다”면서 “주위에서 ‘이렇게 인사해라’‘저렇게 표정지어라’하는 등의 까다로운 요구도 많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장택동기자 taecks@
  • 조스팽 佛총리 서안서 ‘봉변’

    [가자시티 AFP 연합] 중동을 순방중인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가 레바논 헤즈볼라 게릴라를 비난했다가 격분한 팔레스타인 학생들로부터 돌멩이 세례를 받는 봉변을 당했다. 조스팽 총리는 중동 순방 마지막 날인 26일 요르단강 서안 비르 제이트 대학에서 강연한 뒤 학교 건물을 떠나려다 학생들의 투석세례를 받고 뒤통수에 가벼운 멍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사건이 발생하자 경호원들이 황급히 조스팽 총리를 에워싼채 승용차로 향했고 현장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리무진 승용차가 돌에맞아 심하게 찌그러진 것을 비롯,취재중이던 AFP 통신 사진 기자가 다리를 크게 다쳤다. 조스팽 총리는 지난 24일 이스라엘 방문도중 레바논의 반이스라엘 무장투쟁세력인 헤즈볼라 게릴라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레바논을 비롯한 아랍권의 거센 반발을 샀다. 조스팽 총리는 이날 학생들로부터 돌멩이 세례를 받은 후 팔레스타인 난민캠프를 방문 및 기자회견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가자시티에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수반과의 공동기자회견만을 가졌다.투석 학생들은대부분 회교무장세력 하마스 지지자들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현장에서학생 15명을 연행,조사중이다.
  • 제31회 한국기자상 수상작 선정

    한국기자협회는 8일 연합뉴스의 ‘전투기에 기름대신 물 주입’(사회부 맹찬형 외 1명) 등을 제 31회 한국기자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취재보도부문 ▲전투기에 기름 대신 물 주입 ▲법조 3륜 부패구조를 폭로한다(대전MBC 보도국 고영성 외 5명)▲고급 옷로비 사건(한겨레 민권사회1부김규원 외 1명)▲고엽제 한국에도 뿌렸다(SBS 사회부 이성철)◇기획보도부문 ▲동강댐 총점검(한국일보 동강특별취재팀 이장훈 외 4명)▲비틀거리는 7대 사회보험(중앙일보 사회부 김일 외 8명)◇지역취재부문 ▲해양부 졸속협상…황금어장 버렸다(국제신문 경제부 변영상 외 1명)▲안산중앙병원 관장약 파동사건(경인일보 사회부 박승용 외 4명)◇지역기획부문 ▲아파트 관리비리 기획보도(부산CBS 보도제작국 박창호)◇전문보도부문(사진) ▲추락하는 조계사 진압경찰(연합뉴스 김재영) ▲김영삼 전대통령 페인트 달걀봉변사건(한국일보 고영권)◇출판제작부문 ▲DJ 대재벌 빅딜게임 밀실협상-그 숨가빴던 1년 6개월 추적보고서(중앙일보경제부 이영렬)◇특별상 ▲노근리 양민학살사건 추적보도(AP통신 최상훈)◇공로상 ▲KBS 고 현명근 기자
  • 北농구단 서울방문 의의

    23·24일 남북통일농구대회는 8년7개월 만에 ‘남한’에서 이뤄지는 남북체육행사다. 형식상 현대와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간의 민간행사지만 단절됐던 북측 인사들의 서울 방문이 재개됐다는 점에서 정부도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남측에서 이뤄지는 남북체육 교류행사가 8년7개월 만이고 북측인사의 ‘남한’ 방문은 93년 이후 6년 만이다.91년 5월 ‘포르투갈 세계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 단일팀 파견을 위해 남북은 서울에서 방문평가전을 가진 바 있다. 송호경(宋浩景)부위원장을 비롯,아태평화위 관계자 8명이 선수단을 인솔한다는 점도 당국자간의 자연스런 ‘고위급 접촉’ 기대를 갖게 했다.아태평화위는 형식상 민간기구지만 북한의 대남사업을 관장하는 조평통 산하 통일전선단체이기 때문이다.송부위원장은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으로 현직 당국자. 이 점이 당국자간 교류 가능성의 기대를 갖게 했다. 당초 정부는 22일 현대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 주최 만찬과 23·24일 경기 등에 관련 부처 장관들을 참석시키려고 했다.그러나 민간 체육행사임을 강조하는 북한측 주장과 외교적 관례,국내 여론 등을 감안,고심 끝에 관계부처 차관 참석으로 결론지었다는 후문이다. 22일 만찬에는 양영식(梁榮植)통일부,김순규(金順珪)문화관광부 차관이 참석했다.23일 남북혼성팀 경기에는 양차관,24일 남북 대항경기에는 김차관이참석할 예정이다. 실질적인 대화는 오고가지 않더라도 남북 고위급 인사들이 얼굴을 맞대고 한자리에 앉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북한측은현대측이 제의한 현대 산하 공장과 아산농장 방문,서울시내 관광 등을 ‘일정상의 어려움’‘체육활동을 하러 왔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거절했다. 형식상 당국간 만남을 피하고 개개인의 접촉은 최소화하려는 북측의 의도로보인다. 그러나 민간교류가 확대되고 이를 통한 당국간 접촉 필요성과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 진전은 탄력을 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석우기자 swlee@ ** 서울 온 평양교예단 역사적인 남북통일농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22일 서울에 처음 발을디딘평양교예단은 지난 52년 ‘국립교예단’으로 출발해 1,400여명의 단원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량의 교예(서커스)단이다.곡예배우만 300여명. 금강산 관광객들이 온정리 휴게소에서 그 기량을 확인한 바 있는 모란봉교예단과 함께 북한을 대표하는 교예단으로 북한 최고 훈장인 ‘김일성훈장’과 ‘국기훈장 제1급’을 받았다. 이 교예단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7차 중국 오교 국제교예축전에서 ‘공중철봉비행’으로 최고상인 금사자상을 받았고 막간극 ‘봉변’으로특별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수많은 국제대회에서 성가를 올렸다.이들의 공연 횟수만 2만4,000회에 달한다.‘공중 그네돌기’처럼 우리가 흔히 보아온 묘기도 있지만 줄을 입에 문 채 5명의 여인이 공중에서 빙빙 돌아가는 ‘날으는 여인들’ 묘기는 특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고난도 묘기로 손꼽힌다. 90년대 들어 이 교예단은 전통 민속놀이와의 접목을 시도,‘원통 굴리기’와 ‘널뛰기를 이용한 공중제비돌기’ 등과 같은 고난도 기술을 발전시켜 오고 있다. 임병선기자 bsnim@
  • ‘작가적 연출자’ 박종원감독 ‘송어’ 주말 개봉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머리를 치받아 자살해버린다는 얼음물고기 송어. 6일 개봉되는 박종원 감독(42)의 새 영화 ‘송어’는 바로 이러한 송어의 결곡한 속성과 인간의 구질구질한 생명력을 대비시킨 ‘심리 스릴러’다.송어의 결벽에 비하면 거짓과 위선을 일삼으며 구명도생(苟命徒生)하는 인간의몰골이란 얼마나 같잖은 것인가.‘송어’가 겨냥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내면에 태연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악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다. 영화는 산골에서 송어 양식장을 하며 살아가는 독신남 창현(황인성)에게 다섯명의 도시 손님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친구인 민수(설경구)·정화(강수연)부부,병관(김세동)·영숙(이항나)부부,그리고 정화의 여동생 세화(이은주). 이들은 모처럼만의 재회를 즐기지만 각각 다른 욕망의 ‘오감도’를 그려나가고,일행 사이엔 어느새 묘한 불안감이 감돈다.옛 애인사이인 창현과 정화는 아직도 연애감정의 흔적이 남아 있음을 확인하고,세화는 창현에게 접근해 삼각관계의 한 축이 된다.그런가하면 순박한 산골소년 태주(김인권)는 세화를 몰래 사랑하고,육욕에 눈먼 영숙은 낯선 사냥꾼에 몸을 맡긴다.흔히 볼수 있는 통속극의 구도다. ‘송어’는 이처럼 그리 새롭지 않은 삽화적 사건들을 나열하고 설명하기에 바쁘다.이렇다할 극적 반전과 긴박감이 없는 만큼 전반적으로 나른하다.모든 크고 작은 일들은 예측가능한 범주안에 놓여 있거나 우연에 기댄다.동어반복 혹은 과잉묘사의 혐의도 짙다.한 예로 태주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악다구니 장면에서는 절제의 미덕이 필요했다.또 사냥꾼들은 왜 막무가내로 거칠게만 그려져야 하는지 최소한 심리적 동기라도 암시했어야 하지않을까.영화는 구멍난 타이어로 강원도에서 서울까지 가고 총상을 입은 병관이 치료도 받지 않고 기적처럼 낫는 데 대해서도 아무런 설명 없이 어물쩍넘어간다.세부묘사는 영화의 큰 틀을 짓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리얼리티에 관한한 ‘송어’는 설 땅이 없다. ‘송어’가 강렬한 잔상을 남기지 못하는 데는 등장인물에 대한 성격묘사가 모호한 것도 한 몫 한다.주인공격인 창현은 비루한 세상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살아가는 송어 같은 인물이다.하지만 그는 은자로서의 어떠한 관조적 태도도 반어적 냉소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무색무취한 무룡태 정도로 그려질 뿐이다.배우들의 연기 또한 지나치게 표피적이다.강수연과 황인성의 평면연기는 작품속에 녹아들지 못하고,설경구와 김세동의 연극조 과장연기는 스크린에 어울리지 않는다. ‘송어’에는 엽사(獵師)라는 한자말이 일상어로 등장한다.사냥꾼을 높여부르는 말이 엽사일진대,영화의 주인공들이 사냥꾼 때문에 봉변을 당하면서도 스스로 존대를 붙이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감독은 영상과 아울러 언어를다루는 종합예술가임을 명심해야 한다. 박종원 감독은 지난 10년동안 ‘구로아리랑’(89년)·‘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92년)·‘영원한 제국’(95년)등 단 3편으로 대표적인 중견감독 반열에 오른 ‘행운아’다.‘작가적 연출자’란 평도 따르는 그에게 과작은 오히려 힘이 될 수 있다.그러나 4년만에나온 ‘송어’는 작품의 완결성면에서 수준 이하다.감독의 감각에는 이미 청태가 낀듯 더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송어’에 대해서는 그나마 건강한 주제의식에서 위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김종면기자 jmkim@
  • [시·도의원 초대석] 박성규 용산구의원

    용산구의회 박성규(朴聖圭·47·용문동) 의원은 초선이지만 요즘 운영위원회 간사를 맡아 ‘마당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의회가 열리기만 하면 구정(區政) 구석구석을 파헤치며 구청 공무원들을 닦아세우지만 주민들에게는 친숙한 ‘해결사’로 통한다.가로등·보안등 교체나 비좁은 이면도로 포장,마을버스 노선 조정 등 그의 손을 거치면 어지간한생활불편 사항은 해결되지 않는게 거의 없다. “평소 마당쇠를 자처하며 골목을 구석구석 누빕니다.그러다보면 거리에서만나는 주민들의 문제 제기와 보내주는 성원이 의정활동에 큰 힘이 되고 보람도 느끼게 되지요” 박의원은 평소 지역문화사업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용산구의 대표적인 역사유적이자 서울시 무형문화재이기도 한 남이장군 사당을 새롭게 단장하는데도 그의 역할이 컸다. 최근에는 뜻하지 않은 시련도 겪었다. 지역 최대의 현안이었던 용산전자상가 건너편 도원지역 재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돼 100여일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당시 검찰조사를 받던 시공회사직원이 박의원에게 뇌물을 건넸다고 허위진술하는 바람에 겪은 봉변이지만 다행히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져 누명을 벗었다. 박의원은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공직자의 청렴의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면서 “오로지 주민의 이익과 구정의 발전을 위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욕을 추스렸다. 김재순기자 fidelis@
  • 택시기사 수면제 넣은 드링크 권한뒤 지갑 슬쩍

    “택시 운전사가 건네는 드링크는 정중하게 거절하세요” “되도록 심야버스를 이용하거나 택시를 타도 뒷좌석에 앉으세요” 술에 취한 승객들의 지갑을 노리는 택시운전사 강도가 부쩍 늘고 있다.수법도 대담해지고 있다. 택시 운전사 문모씨(32·서울 서대문구 신촌동)는 지난 17일 밤 11시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거리에서 술에 취한 승객 조모씨(40)를 태웠다.문씨는택시를 몰고가다 10분쯤 지났을 때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탄 드링크를 조씨에게 권했으며,마침 갈증을 느낀 조씨는 드링크를 덥석 받아 마셨다. 조씨는 곧 잠이 들었고 문씨는 기다렸다는 듯 조씨의 호주머니를 뒤져 현금70만여원이 든 지갑을 훔쳤다. 문씨는 조씨를 집까지 태워주지 않고 강남의한 여관 앞에 택시를 세워 “술 취한 친구를 여관에 재워야겠다”고 여관 종업원에게 말한 뒤 택시를 몰고 달아났다. 문씨는 드링크를 마시고 잠든 여자 승객들을 여관으로 데려가 성폭행까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21일 이같은 수법으로 47차례에 걸쳐 2억여원을 턴 문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회사원 김모씨(28)는 지난 10일 오전 4시쯤 술에 취해 서울 영등포구청 앞길에서 택시를 탔다가 봉변을 당했다.운전사는 처음에는 친절한 척하다가 강도로 돌변,현금 12만원과 신용카드가 들어 있는 가방을 빼앗은 뒤 김씨를 택시 밖으로 밀어내고 달아났다. 강도로 돌변하지는 않더라도 도박으로 날린 돈을 메우기 위해 술취한 승객의 현금만 터는 예도 많다.승객들이 술이 깨고 나면 택시 운전사에게 털렸는지,술값으로 다 써버렸는지를 몰라 웬만하면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점을 악용하는 수법이다. 동대문경찰서 형사계 강력1반 김철윤(金喆潤)경사는 “택시 운전사가 건네는 드링크나 사탕 등은 절대로 먹지 말아야 한다”면서 “가능하면 심야 좌석버스를 이용하고,택시를 탈 때는 뒷좌석에 앉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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