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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베트남] 베트남 유학생 부부의 가슴 절절한 ‘우한 생존기’

    [여기는 베트남] 베트남 유학생 부부의 가슴 절절한 ‘우한 생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갇힌 한 베트남 유학생의 생존기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 탄니엔은 3일 우한대학교의 국제 유학생 도이반두이(32)의 ‘우한 생존기’를 전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우한대학교에 재학 중이며, 9개월 된 딸과 우한에 거주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딸이 너무 어리고, 양국의 날씨 차이가 심해 음력 설을 그냥 우한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갑자기 신종코로나가 퍼지면서 도시가 폐쇄됐고, 고향으로 돌아갈 길은 막혀버렸다. 아래는 그가 밝힌 우한 생존기다. "음력 설날 식료품을 사러 마트를 갔다.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었고, 서로를 근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무도 감히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했고, 물건을 만지는 것조차 꺼림칙했다. 식료품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냉동 고기를 비싼 가격에 사야 했다. 바로 어제 5위안(한화 850원)이었던 양배추는 하루 사이에 20~30위안(한화 5095원)으로 올랐고, 40위안까지 오른 곳도 있었다. 무 값은 10배(한화 6800원)까지 올랐다.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지만, 사람들은 야채를 집어 들었다. 가족과 친지들은 우리를 걱정하며 전화한다. 매번 전화를 받을 때마다 밝은 표정을 짓고, 즐거운 목소리로 대답하려고 노력한다. 식구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모두가 건강하다고 힘주어 말해야 한다. 하지만 사실 아내와 나는 몹시 두렵다. 딸은 작은방에서 나올 수 없고, 아내는 숱한 밤을 눈물로 지새웠다. 현재 24명의 베트남 학생들이 우한에 남아있다. 대부분 자녀와 함께 온 식구가 이곳에 머물면서 매일 2~3차례 체온을 재면서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출산을 앞두고 있는 임산부가 있는데, 이들 부부는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몹시 걱정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어느 병원에서 출산을 할 것이며, 출산 시 신종코로나에 감염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베트남) 정부가 하루빨리 우리를 이곳에서 데려가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루하루 창밖으로는 봄이 오고 있다. 우한의 봄은 원래 무척 아름다운데, 지금은 텅 빈 거리에 암울한 풍경만이 펼쳐진다. 하루빨리 전염병이 소멸되고, 다시 아름다운 일상으로 돌아가길 꿈꾼다” 현재 우한에 남아 있는 베트남 국민 중 바이러스 감염 보고 사례는 없다. 주중 베트남 대사관에서 긴밀하게 자국민을 챙기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세기 수송 계획은 발표된 바 없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litta74.lee@gmail.com
  • 오늘 최저 영하 11도… 봄이 오는 길목서 잠 깬 동장군

    오늘 최저 영하 11도… 봄이 오는 길목서 잠 깬 동장군

    내일 서울 아침 체감기온 영하 17도 ‘뚝’24절기 중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인 4일엔 전국이 매서운 겨울바람에 떨겠다. 금요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번 추위는 수요일에 절정을 이뤄 5일 서울의 아침 체감기온은 영하 17도까지 떨어지겠다. 기상청은 “4일은 전국이 구름 많은 날씨를 보이는 가운데 북서쪽에서 차가운 공기가 유입되면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져 추울 것”이라고 3일 예보했다. 4일 전국의 예상 아침 기온이 영하 11도~영하 1도 분포를 보이는 가운데 중부 내륙과 일부 남부 내륙지방의 경우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에 머물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이번 추위의 절정인 5일 아침에는 전날보다 5도 이상 떨어지고 바람도 초속 3~4m로 강하게 불면서 전국의 아침 체감온도는 영하 22도~영하 15도 분포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의 경우 5일 아침 예상 최저기온은 영하 11도이지만 초속 3m의 바람이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17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압골의 영향으로 4일 오후부터 밤사이에 강원 동해안을 제외한 중부지방과 전북, 경북 서부 내륙에는 1~5㎝의 눈이 쌓일 것으로 전망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수도관 동파, 도로 결빙에 따른 교통안전은 물론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봄의 길목 ‘입춘’ 추위 매섭네…수요일 서울 아침 영하 17도까지 떨어진다

    봄의 길목 ‘입춘’ 추위 매섭네…수요일 서울 아침 영하 17도까지 떨어진다

    24절기 중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인 4일은 전국이 매서운 겨울바람에 떨겠다. 금요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번 추위는 수요일에 절정을 이뤄 5일 서울의 아침 체감기온은 영하 17도까지 떨어지겠다. 기상청은 “4일은 서해상에 위치한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어 전국이 구름 많은 날씨를 보이는 가운데 북서쪽에서 차가운 공기가 유입되면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져 추울 것”이라고 3일 예보했다. 4일 전국의 예상 아침기온은 영하 11도~영하 1도 분포를 보이는 가운데 중부내륙과 일부 남부 내륙지방의 아침 기온은 영하 10도 이하에 머물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이번 추위의 절정인 5일 아침은 전날보다 5도 이상 더 떨어지고 바람도 초속 3~4m로 강하게 불면서 전국의 아침 체감온도는 영하 22도~영하 15도 분포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의 경우 5일 아침 예상 최저기온은 영하 11도이지만 초속 3m의 바람이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17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압골의 영향으로 4일 오후부터 밤 사이에 강원 동해안을 제외한 중부지방과 전북, 경북서부 내륙에는 1~5㎝의 눈이 쌓일 것으로도 전망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주 내내 이어지는 추위로 인한 수도관 동파, 도로결빙에 따른 교통안전은 물론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포근함 끝...다음주 매서운 ‘입춘 추위’ 찾아온다

    포근함 끝...다음주 매서운 ‘입춘 추위’ 찾아온다

    설 연휴부터 이어진 포근한 날씨가 1월의 마지막 날인 31일까지 계속되겠다. 그렇지만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입춘’이 끼어있는 다음 주에는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입춘추위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됐다. 기상청은 “2월이 시작되는 주말부터 기온이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해 입춘인 4일부터 7일까지는 차가운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아침 최저기온이 평년(영하 12도~영하 1도)보다 낮거나 비슷해질 것”이라고 30일 예보했다. 서울의 경우 2월 첫 날이자 토요일인 1일 아침 기온이 영하 3도로 떨어지고 다음주 6~7일에는 아침 기온이 영하 9도~영하 8도 분포를 보이는 추운 날씨를 보이겠다. 특히 그동안 아침과 낮 기온이 영상권에 머물면서 포근한 날씨를 보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추위는 더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한편 1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금요일은 전국이 구름이 많은 가운데 강원 영동과 경북 북부 동해안 지역에는 비나 눈이 내리겠다. 예상 강수량은 5~10㎜이다.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4도~영상 3도, 낮 최고기온은 5~11도로 평년보다 높은 기온분포를 보이겠으며 지역별 아침 기온은 세종 영하 4도, 춘천 영하 2도, 대전 영하 1도, 서울, 대구 0도, 광주 1도, 부산 2도, 제주 7도 등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황성기 칼럼] 개별관광 미국의 흔쾌한 답변이 먼저다

    기억의 저편에 묻어 둬 잊고 지냈지만 남북 화해 분위기가 한창이던 2003년 9, 10월 북한은 100여명 단위로 남한 민간인의 평양 관광을 허용한 적이 있다. 평양 날씨가 겨울로 접어들자 9차례 1019명이 다녀온 뒤 일단 중단하고 꽃 피는 봄 다시 시작하자던 평양 관광은 2004년 4월 용천역 폭발 사고로 흐지부지됐다. 그러다 2005년 10월 잠깐 평양 관광이 재개돼 11차례 총 1280명의 남한 사람이 평양을 다녀왔다. 두잇서베이라는 온라인 설문조사 전문기관이 2018년 내놓은 ‘당신의 여행 계획은’을 보면 ‘통일이 된다면’이란 조건이 붙지만, 북한 여행 의향을 묻는 질문에 52.3%가 ‘있는 편이다’, 23.3%가 ‘없는 편이다’라고 응답한다. 가보고 싶은 북한 관광지 3곳을 꼽으라는 질문에는 50.1%가 평양을 꼽아 1위를 차지했다. 금강산·마식령 스키장이 2위(48.3%), 개마고원·삼지연·백두산 3위(41.7%)에 이어 4위 개성, 5위 묘향산, 6위 칠보산 등이 꼽혔다. ‘통일’이란 조건을 빼더라도 북한 관광의 길이 열리고 신변보장과 무사귀환이 확실하다면 북한 여행을 즐기고 싶다는 남한 사람들은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의 북한 관광 열기는 과거 숫자로도 증명된다.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김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중단된 2008년까지 육로·해로를 합쳐 193만 4662명이 다녀왔다. 2005년부터 시작돼 2008년 중단된 개성 관광에는 11만 2033명이 참가했다. 금강산 관광이 최고조이던 2007년 한 해에만 34만 5000명이 강원도 고성 육로로 남북을 오갔다. 그해 해외로 나간 내국인이 1332만명인 시절이었으니, 내국인 해외여행 2637만명을 기록해 전 국민의 절반이 여행을 즐긴 2019년에 북한 여행이 자유로웠다면 적어도 100만명은 북녘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았을까. 이런 숫자를 보면 주한 미국대사가 연초 한국 대통령 입에서 북한 개별관광이 나오자 화들짝 놀라 미국과 상의해야 한다고 주제넘은 소리를 할 법하다. 2003년 평양 4박5일 여비가 220만원이었으니 만일 남한 사람 100만명이 올해 평양, 백두산, 원산갈마 등지로 떠난다면 그 돈만 2조 2000억원이다. 일본의 JS투어라는 여행사가 팔고 있는 14개 북한 여행 상품 가운데 비교적 저렴한 ‘인민이란 게 좋네’는 1인당 23만 6050엔(약 255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지금 막 출시됐다”면서 창전거리, 미래과학거리, 여명거리에 있는 고층 아파트에 들어가 평양 시민이 사는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3박4일짜리다. 이 상품으로 100만명이 간다면 2조 5000억원(약 21억 6000억 달러)의 상당액이 북한으로 들어간다. 2017년 기준 300억 달러 규모의 북한 국민총생산(GDP)을 감안하면 제재에 큰 구멍이 뚫린다고 미국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큰 금액이다. 한 해 외국인 관광객 30만명, 그것도 중국인이 90%를 차지하는 북한이 대규모 남한 관광객을 수용하기란 쉽지 않다. 호텔, 교통 인프라도 그러려니와 자본주의로 똘똘 뭉친 남한 사람에 의한 ‘사상 오염’ 방지책이 없는 한 문호를 활짝 개방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관광 사이트 ‘조선관광’에서 자랑하는 평양, 북부지구(백두산), 서부지구(개성, 남포, 묘향산, 구월산, 신의주), 동부지구(금강산, 원산, 함흥, 칠보산)는 유럽 등의 외국인들에게도 열린 관광지다. 굳이 남한 사람에게 빗장을 걸어 잠글 이유는 없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침투를 막기 위해 전 세계에서 가장 신속하게 중국인 관광객 입국을 차단했다. 외부에서 평양으로 들어오는 항로와 철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으로선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지금 중국 경유의 개별관광 제안에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미국이 한국의 대북 개별관광에 동의했다는 흔적이 없다는 점이다. “남북 협력을 지지한다”면서 해리 해리스 대사의 ‘한미 협의’를 부인한 적이 없는 미국의 태도를 북한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북한 개별관광은 북녘 땅을 밟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고, 지난해 한국인이 해외 관광으로 쓴 200억 달러의 일부를 경협 차원에서 떨구는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남한 사람이 인질로 붙잡힌다는 냉전 프레임을 버리고 북한을 찾는 외래 관광객이 늘면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고 평화를 증진할 수 있다고 사고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개별관광 제안에 북한이 장시간 침묵을 지키는 까닭은 미국의 흔쾌한 답변을 먼저 듣고 싶어서가 아닐까 한다.
  • [황성기 칼럼] 개별관광 미국 흔쾌한 답변이 먼저다

    [황성기 칼럼] 개별관광 미국 흔쾌한 답변이 먼저다

    기억의 저편에 묻어 둬 잊고 지냈지만 남북 화해 분위기가 한창이던 2003년 9, 10월 북한은 100여명 단위로 남한 민간인의 평양 관광을 허용한 적이 있다. 평양 날씨가 겨울로 접어들자 9차례 1019명이 다녀온 뒤 일단 중단하고 꽃 피는 봄 다시 시작하자던 평양 관광은 2004년 4월 용천역 폭발 사고로 흐지부지됐다. 그러다 2005년 10월 잠깐 평양 관광이 재개돼 11차례 총 1280명의 남한 사람이 평양을 다녀왔다. 두잇서베이라는 온라인 설문조사 전문기관이 2018년 내놓은 ‘당신의 여행 계획은’을 보면 ‘통일이 된다면’이란 조건이 붙지만, 북한 여행 의향을 묻는 질문에 52.3%가 ‘있는 편이다’, 23.3%가 ‘없는 편이다’라고 응답한다. 가보고 싶은 북한 관광지 3곳을 꼽으라는 질문에는 50.1%가 평양을 꼽아 1위를 차지했다. 금강산·마식령 스키장이 2위(48.3%), 개마고원·삼지연·백두산 3위(41.7%)에 이어 4위 개성, 5위 묘향산, 6위 칠보산 등이 꼽혔다. ‘통일’이란 조건을 빼더라도 북한 관광의 길이 열리고 신변보장과 무사귀환이 확실하다면 북한 여행을 즐기고 싶다는 남한 사람들은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의 북한 관광 열기는 과거 숫자로도 증명된다.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김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중단된 2008년까지 육로·해로를 합쳐 193만 4662명이 다녀왔다. 2005년부터 시작돼 2008년 중단된 개성 관광에는 11만 2033명이 참가했다. 금강산 관광이 최고조이던 2007년 한 해에만 34만 5000명이 강원도 고성 육로로 남북을 오갔다. 그해 해외로 나간 내국인이 1332만명인 시절이었으니, 내국인 해외여행 2637만명을 기록해 전 국민의 절반이 여행을 즐긴 2019년에 북한 여행이 자유로웠다면 적어도 100만명은 북녘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았을까. 이런 숫자를 보면 주한 미국대사가 연초 한국 대통령 입에서 북한 개별관광이 나오자 화들짝 놀라 미국과 상의해야 한다고 주제넘은 소리를 할 법하다. 2003년 평양 4박5일 여비가 220만원이었으니 만일 남한 사람 100만명이 올해 평양, 백두산, 원산갈마 등지로 떠난다면 그 돈만 2조 2000억원이다. 일본의 JS투어라는 여행사가 팔고 있는 14개 북한 여행 상품 가운데 비교적 저렴한 ‘인민이란 게 좋네’는 1인당 23만 6050엔(약 255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지금 막 출시됐다”면서 창전거리, 미래과학거리, 여명거리에 있는 고층 아파트에 들어가 평양 시민이 사는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3박4일짜리다. 이 상품으로 100만명이 간다면 2조 5000억원(약 21억 6000억 달러)의 상당액이 북한으로 들어간다. 2017년 기준 300억 달러 규모의 북한 국민총생산(GDP)을 감안하면 제재에 큰 구멍이 뚫린다고 미국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큰 금액이다. 한 해 외국인 관광객 30만명, 그것도 중국인이 90%를 차지하는 북한이 대규모 남한 관광객을 수용하기란 쉽지 않다. 호텔, 교통 인프라도 그러려니와 자본주의로 똘똘 뭉친 남한 사람에 의한 ‘사상 오염’ 방지책이 없는 한 문호를 활짝 개방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관광 사이트 ‘조선관광’에서 자랑하는 평양, 북부지구(백두산), 서부지구(개성, 남포, 묘향산, 구월산, 신의주), 동부지구(금강산, 원산, 함흥, 칠보산)는 유럽 등의 외국인들에게도 열린 관광지다. 굳이 남한 사람에게 빗장을 걸어 잠글 이유는 없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침투를 막기 위해 전 세계에서 가장 신속하게 중국인 관광객 입국을 차단했다. 외부에서 평양으로 들어오는 항로와 철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으로선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지금 중국 경유의 개별관광 제안에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미국이 한국의 대북 개별관광에 동의했다는 흔적이 없다는 점이다. “남북 협력을 지지한다”면서 해리 해리스 대사의 ‘한미 협의’를 부인한 적이 없는 미국의 태도를 북한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북한 개별관광은 북녘 땅을 밟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고, 지난해 한국인이 해외 관광으로 쓴 200억 달러의 일부를 경협 차원에서 떨구는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남한 사람이 인질로 붙잡힌다는 냉전 프레임을 버리고 북한을 찾는 외래 관광객이 늘면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고 평화를 증진할 수 있다고 사고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개별관광 제안에 북한이 장시간 침묵을 지키는 까닭은 미국의 흔쾌한 답변을 먼저 듣고 싶어서가 아닐까 한다.
  • 봄같은 제주 7일 최고기온 23.6도 기상 관측이래 1월 최고 기온

    봄같은 제주 7일 최고기온 23.6도 기상 관측이래 1월 최고 기온

    7일 제주에서 완연한 봄 같은 포근한 날씨가 나타났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제주시 건입동 낮 최고 기온이 23.6도를 기록했다.이는 1923년 기상 관측이래 1월 기온으로 가장 높은 것이다.그동안 1월 제주지역 최고 기온은 1950년 1월 17일 21.8도다. 이날 제주지역 최저기온도 올해 들어 가장 높은 18.5도를 기록했다. 제주기상청 관계자는 “올해 겨울 한기가 약해 전체적으로 기온이 높고 비가 자주 오는 기후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 남쪽 고기압이 발달한 영향이 겹쳤다”며 “1월 최저기온 경신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8일부터는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평년과 비슷한 기온을 보이겠다고 전망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온난화가 ‘냉장고 한파’를 부추긴다?

    온난화가 ‘냉장고 한파’를 부추긴다?

    온난화로 북극해 빙하 면적 역대 최소 수증기 증가로 시베리아 고기압 확장 해수 온도 상승→중위도 기압차 줄면서 제트기류 극소용돌이 중위도로 내려와 러 우랄산맥 막혀 남하한 찬공기도 한몫지난달 말 기상청이 발표한 ‘3개월(12월~2020년 2월) 기상전망’에 따르면 올겨울은 평년보다는 포근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반도 날씨에 영향을 주는 서인도양과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30도 내외로 높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혹한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북극해 얼음면적이 지난 9월 연중 최소면적을 기록해 그 영향으로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북쪽 찬 공기가 한반도 쪽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아져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때가 잦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설명을 들으면 문득 “지구 온난화 때문에 지구가 점점 더워져 북극 얼음면적이 평년보다 작아질 정도라면 겨울이 따뜻해야 하는 것 아냐”라는 생각이 들기 쉽다. ‘지구 온난화는 과학자들과 중국이 만들어낸 음모’라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매년 북미 대륙에 폭설과 함께 혹한이 닥치면 자신의 트위터에 “엄청난 눈과 추위가 찾아왔다. 과학자들이 그렇게 걱정하는 지구 온난화가 지금 필요할 때가 아닌가”라고 비꼬는 글을 올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북극의 바다얼음(해빙)과 추위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극진동, 제트기류, 블로킹 현상에 대해 알아야 한다. 2017~2018년 우리나라 겨울은 유난히 추웠던 것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은데 바로 이 세 가지 현상 때문이었다. 북극진동은 극지방에 있는 차가운 공기의 소용돌이가 수십일, 수년 또는 수십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을 말한다. 북극 상공에는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소용돌이처럼 돌고 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높아져 북극 해빙이 녹으면서 수증기가 증가하고 그로 인해 시베리아 지역에 내리는 눈의 양이 늘어나고 고기압이 발달하게 된다. 여기에 인도양과 서태평양 지역 해수 온도까지 높아지면 북극과 한반도, 미국, 유럽이 위치한 중위도 지역의 기압차가 줄면서 극지방을 도는 제트기류인 극소용돌이(polar vortex)가 약해져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오게 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극지방 온도가 올라갔다고는 하지만 중위도 지역과 비교하면 여전히 얼음장처럼 찬 공기가 중위도 지역까지 몰아닥치는 것이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한 혹한이다. 한반도에 혹한을 부르는 또 하나의 주요한 원인은 ‘블로킹’ 현상이다. 블로킹 현상은 특정 지역에 고기압이 발생해 오랜 시간 머물면서 저기압의 진행경로를 방해하거나 역행시키는 것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한반도에 혹한을 가져오는 것은 카자흐스탄 북부에서 북극해까지 러시아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아시아와 유럽 경계를 이루는 러시아 우랄산맥으로 인해 발생하는 우랄블로킹이다. 북극 상공의 제트기류가 약해져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온 북극의 찬 공기가 우랄산맥과 인근에서 형성된 상층고기압에 가로막혀 휘어져 돌면서 한기가 한반도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블로킹 현상은 극지방 얼음이 줄어 제트기류의 힘이 약해질 때 강하게 나타난다. 결국 북극진동과 블로킹 현상은 항상 같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중위도 지역 겨울철 혹한을 부르는 이들 현상의 근본 원인은 지구 온난화이다. 이 때문에 기상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를 막지 못한다면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여름에는 찜통 더위, 겨울에는 냉장고 한파 같은 극단적인 날씨만 롤러코스터처럼 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치매·감염병·돌봄… 내년 1091억 들여 ‘사람 중심의 R&D’ 지원”

    “치매·감염병·돌봄… 내년 1091억 들여 ‘사람 중심의 R&D’ 지원”

    정부의 보건산업 진흥 방향이 ‘사람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보건산업 관련 연구개발(R&D)도 치매와 감염병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중이다. 그 중심에 보건산업진흥원이 있다. 권덕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10일 인터뷰에서 “R&D에 사회적 가치를 담아 치매 극복, 돌봄, 감염 예방 등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가자는 것이 바로 사람 중심 R&D, 공익적 R&D”라고 소개했다. 권 원장은 “보건산업 진흥과 산업화는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함께 가야 하는 방향”이라면서 사견을 전제로 “보건의료 빅데이터도 국민이 동의하는 범위 내에서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지난 5월까지 보건복지부 차관을 지낸 권 원장은 9월 보건산업진흥원장에 취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내년도 공익적 R&D 예산이 469억원 늘었다. 정부는 사람 중심 R&D를 강조하고 있는데, 투자 방향이 변화하는 건가. “많은 이들이 아주 전문적인 분야에만 연구개발비를 쓰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그에 따라 치매 환자도 늘고 있다. 의료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같은 신종 감염병이 언제 다시 들어올지 모른다. 미세먼지에도 대처해야 한다.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요인이 다양해지고 있어 과학기술 기반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공공복지 R&D는 공익적 R&D라고도 할 수 있다. R&D에 사회적 가치를 담아 치매 극복, 돌봄, 감염 예방 등에서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가자는 것이 바로 사람 중심 R&D, 공익적 R&D다. 내년도 1091억원을 투입해 치매, 감염병, 정신건강, 취약계층 돌봄·재활 등 국민 부담이 높은 분야의 임상연구를 지원할 방침이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오헬스 산업을 2030년까지 5대 수출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행 계획은. “바이오헬스 분야는 세계 각국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 9월에 개통한 100만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공 빅데이터 사업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보유한 의료 빅데이터를 추가 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하는 ‘가명 조치’를 거쳐 전문가들에게 공개하고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국민의 건강 상태와 의료 이용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 정책 개선과 의학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혁신 신약·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R&D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은 부처별로 연구 개발을 해와 성과 교류가 어려웠다. 이제 범부처가 함께 연구 개발을 한다. 바이오 업체들이 원하는 실제 생산과 관련한 실무 인력도 양성한다. 아일랜드에 있는 ‘국립바이오 공정 교육 연구소’ 모델을 참고해 실무 인력 양성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렇게 개발한 바이오 기술이 시장에 빨리 진입하고 해외로 뻗어나가게 하려면 전 주기적 지원을 해야 한다. R&D부터 건강보험 등재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하려고 한다.” -국민의 의료 정보가 담긴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면 개인정보 보호 또한 철저히 해야 할 텐데.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문제를 논의할 때 시민사회단체에서 ‘개인이 동의하지 않은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정부는 빅데이터를 산업 목적이 아닌 국민 건강 증진과 치료법 개발 등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동의를 받고 공익적 목적에 맞는지 관련 예산을 전부 검토해 우려를 조금씩 해소해 갔다. 물론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을 막고자 다른 정보와 결합하더라도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빅데이터에 ‘비식별’ 조치를 하고 특이한 값은 삭제했다. 가명정보 활용을 허용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면 개인정보 보호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다.” -업계에서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산업적으로는 전혀 활용할 수 없다며 불만을 쏟아내는데. “개인적으로는 국민이 동의하는 범위 내에서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활용해 문제가 되는 것은 막아야겠지만 신약과 첨단 의료기기 개발, 건강증진 등에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것까지 막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면 빅데이터 플랫폼은 첫발을 내디딜 수 없다. 먼저 법적 근거와 논의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갖춰야 우려를 해소하며 활용 확대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고령친화산업 육성 사업도 흥미롭다. 인구변화와 생활양상에 맞춰 보건산업도 달라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했다. 이 세대는 기존의 고령층과는 완전히 다른 그룹이다. 대학교육을 받았고 기대 수준 자체가 다르다. 그러나 장기요양서비스 대상자가 돼야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이 모든 서비스를 직접 구입해야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수요에 대응하려면 보건의료, 복지, 주거, 여가 등의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과 결합한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테면 돌봄로봇 등 발달된 기술이 신(新)고령층의 수요와 결합해야 한다. 현재 관계부처에 태스크포스(TF)가 만들어져 고령친화사업 활성화 방안을 찾고 있다. -돌봄로봇 등 기술 발달이 돌봄 서비스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뺏지는 않을까. “실제로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독거노인 집에 노인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카메라를 달았다. 그러자 생활관리사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어가는 게 아니냐고 반발했다고 한다. 보통 생활관리사들은 독거노인과 연락이 안 되거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을 때 찾아간다. 그런데 독거노인의 상태 관리를 카메라가 대신하면 생활관리사들의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지자체에서는 카메라가 독거노인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감지하면 생활관리사에게 바로 연락이 가도록 해 오히려 일손을 돕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를 실험해보니 많은 생활관리사가 ‘우리를 많이 도와주는 거네요’라고 했다고 한다. 중증장애인이나 노인을 24시간 돌보지는 못한다. 그럴 때 로봇이 관찰해 필요한 서비스를 바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면 보호 수준이 훨씬 좋아질 것이다. 필요한 기기를 계속 개발하면 관련 산업도 성장하고 이용자의 편의도 증진될 것이다.” -복지부 차관을 하다 진흥원장으로 와서 구체적인 실무 업무를 다뤄 보니 어떠한가. “성과에 대한 압박감은 복지부에 있었을 때보다 더 크다. 현장과 소통하며 정책이 잘 안착할 수 있도록 일하는 게 진흥원의 역할이다. 진흥원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이번에 조직개편을 하면서 인력개발실을 신설했다. 보건산업 진흥과 산업화에 대한 우려는 늘 있었다. 그러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둘 다 가야 하는 길이다. 이 길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균형 있게 가느냐가 중요하다. 가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우려되는 부분은 제어장치를 만들면 된다. 황우석 사태 이후 생명윤리 규제를 강화하다 보니 발전이 더디다. 규제가 있긴 하지만 결국 가야 할 길은 국민적 동의를 얻으며 갈 수 있지 않을까.”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찬바람에 마음까지 시리다면… 햇볕으로 나가보세요

    찬바람에 마음까지 시리다면… 햇볕으로 나가보세요

    가을이 깊어지며 제법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유독 많은 이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우울감을 호소한다. 누구든 이맘때면 또 이렇게 한 해가 간다는 씁쓸함에 허무함을 느끼지만, 우울감이 병적인 상태로 악화할 수 있어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우울증은 계절의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1년 주기로 매년 특정한 시기에 우울증이 반복되며 주로 가을이 되면 우울감과 무기력에 빠졌다가 봄이 되면 나아진다. 이런 우울증을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도 15% 정도가 가을·겨울철에 다소 울적한 기분을 느끼고 이 중 2~3%는 계절성 우울증으로 악화한다고 한다. 계절성 우울증 증상은 전형적인 우울증과 조금 다르다. 우울증 환자에게선 대개 불면증과 식욕감소 증상이 나타난다. 반면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오히려 온종일 자고 싶은 생각만 들고 식욕이 증가한다. 추위가 다가오면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하지만 아무리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아 만사가 짜증스럽다. 우울 증상은 주로 밤에 심해진다. 게다가 탄수화물이 많은 라면이나 빵 등 단 음식 섭취가 늘고 활동은 줄어 체중이 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의 평생 유병률은 남성이 5~12%, 여성이 10~25%인데 계절성 우울증은 여성 환자의 비율이 이보다 높다. 지역별로도 차이를 보인다. 강지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3일 “계절성 우울증은 고위도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 북유럽에서는 흔한 병”이라며 “전체 우울증 환자의 10~20%가 계절적 요인에 따라 증세가 악화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조량이 줄어 가을, 겨울철에 우울한 감정을 더 느끼는 것으로 추정했다. 뇌 신경계 물질은 기분이나 욕구, 수면 리듬 등을 조절한다. 이 물질들은 스트레스나 날씨 등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일조량이 줄면 멜라토닌이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량이 줄어 우울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뇌신경 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분비량의 균형도 깨져 기분이 가라앉게 된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재까지의 연구로는 햇빛 부족이 에너지 부족과 활동량 저하, 슬픔, 과식, 과수면을 일으키는 생화학적 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건강한 신체리듬을 유지해야 한다. 나른하고 무기력한 느낌이 들더라도 낮에 야외활동을 즐기고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은 밤낮이 바뀌는 일이 많은데, 자꾸 낮에 자게 되면 외부의 빛과 소음, 신체리듬의 엇박자 때문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신체기능을 회복하기 어렵다. 낮에 햇빛을 쐬어야 몸에서 항우울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합성되기 때문에 낮게 깨어 있어야 한다.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일조량이 감소해 햇빛 에너지를 받아 체내에서 합성되는 비타민D가 줄게 되고 비타민D가 부족하면 세로토닌도 적게 분비돼 우울해질 수 있다. 낮에는 커튼을 걷고 창문을 향해 사무실 의자를 배치하는 등 최대한 햇볕을 쬐도록 노력해야 한다.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 감소가 주된 원인이므로 강한 광선을 반복적으로 쬐어 멜라토닌 분비량을 늘리는 광선치료가 효과적이다. 광선치료로도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면 약물치료를 하거나 운동요법 등을 병행한다. 김선미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운동을 해야 뇌 세포에 혈액과 영양이 잘 공급되고 뇌 세포와 신경망이 재건돼 우울한 감정을 조절하는 뇌 부위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며 “주 3회, 30분 이상 유산소운동과 근력 운동, 장력운동을 8주 이상 꾸준히 해야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은 일시적으로 쾌감과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자칫 알코올 중독이 될 수 있어 습관처럼 마시는 것은 위험하다. 자주 음주하다 보면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 불안, 우울함이 더 심해질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 가끔 술을 마시더라도 특정 요일을 정해 놓고 마시는 게 좋다.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을 합성하는 트립토판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바나나는 트립토판이 풍부하고 비타민 함량이 높은 대표적인 음식이다. 대부분의 계절성 우울증은 생활습관을 바꾸고 가까운 사람들이 도우면 많이 호전될 수 있다. 강 교수는 “혼자 고립돼 있지 말고 친구도 만나고 사람들과 대화의 기회를 자주 만들어 외부 활동을 단절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증상의 정도에 따라 약물치료와 광선치료, 전문의 상담 같은 적극적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절성 우울증 일부는 조울증일 가능성이 있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정 교수는 “누구나 한 번쯤 걸릴 수 있는 우울증은 흔히 ‘마음의 감기’로 불린다. 감기처럼 걸리기 전에 미리 예방하고 초기에 잘 치료만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며 “우울한 기분이 든다 싶으면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가까운 사람들과 꾸준히 대화를 시도하면서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5년 가까이 벤치에서 사는 母子, 이들을 어떡하면 좋을까요?

    5년 가까이 벤치에서 사는 母子, 이들을 어떡하면 좋을까요?

    프리랜서 작가 톰 드카스텔라는 2017년 어느 날 런던 남부 번화한 거리의 벤치 위에 푸른색 방수포가 덮여 있는 것을 봤다. 낮에는 나이 든 여인과 아들이 벤치에 앉아 멀거니 세상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밤에는 방수포가 벤치를 덮고 둘 중 한 명은 벤치 위에서 자고, 다른 이는 맨바닥에서 자는 듯했다. 작가가 보기에 2년째 모자는 그러고 있었다. 작가는 왜 누구도 이들을 돕지 않는 건지, 모두들 으레 일어나는 일로 받아들이는 건지 궁금해 했으며 캐면 캘수록 신기하게만 느껴졌다고 털어놓았다. 영국 BBC가 28일(현지시간) 여러 장의 삽화와 함께 이들 모자의 사연을 알아본 드카스텔라 기자의 기사를 게재했다. 영문으로 200자 원고지 98장 분량인데 일부만 간추린다.소말리아 출신들이며 어머니는 70대, 아들은 30대가 됐다. 시 의회에서 모자에게 서민용 아파트를 주선했는데 그때마다 거절했단다. 심지어 한 번도 살라고 권하는 곳을 가보지도 않았단다. 벤치에서 사는 삶에 불편한 것이 없어서란 기막힌 답이 돌아왔다. 그 전에 시 의회가 제공한 서민 아파트에서 살인 사건이 나 퇴거 조치된 뒤 2014년 12월 현재의 벤치에서 몇백 m 떨어진 벤치에서 지내기 시작했는데 감기에 걸려 입원힌 동안 시가 벤치를 철거하고 말았다. 두 사람을 돕겠다고 벌인 일이었다. 어머니가 먼저 퇴원했는데 아들이 찾아온다며 벤치가 있던 곳을 떠나지 않았다. 비도 쫄딱 맞곤 했다. 한때 다른 벤치를 찾기도 했다가 2015년 4월 지금의 벤치에 모자가 함께 깃들고는 여즉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평일 오후 2시 15분 두 모자가 방수포를 내리고 얼굴만 내민 채 벤치에 앉아 있었다. 저상 버스의 승객들이 이쪽을 보고 ‘저런 곳에서 사람이 산단 말이지?’ 하는 눈길을 건네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둘은 참선에 열중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아들은 책을 보거나 머리를 빗는다. 어머니는 앉아 그저 앞을 응시한다. 앉은 채로 잠든 것처럼도 보인다. 무덥거나 영하로 내려가는 추위 때 어떻게 견디지, 아니 그것보다 시끄러워서 잠이 오기는 할까 등등 걱정이 앞서는데 둘은 그런 걱정 따위는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구걸을 하지도 않는다.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도 아니다. 행인들이 건네는 음식이나 모포도 받지 않는다. 그저 얘기를 나누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 옆에는 음식점들이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보내준 음식과 모포들이 쌓여 있다. 화장실과 세면은 옆 도서관과 카페를 이용하면 된다. 아들은 매일 모스크에 기도하러 다니고, 모자는 이곳 미첨 로드의 붙박이가 됐다.지난 1월 아주 추운날 아들에게 말을 붙여봤다. 밤에는 안 춥냐? 춥지, 아주 추워. 여기 얼마나 있었어? 아주 오래, 몇년 됐을 걸. 몇년 씩이나, 왜? 신문에서 봤는데 의회에서 너네한테 아파트 준다고 했는데 싫다고 했다며? 불가능해. 뭐라고? 제대로 말하려면 긴데… (버스가 쌩하니 지나가 못 알아들었음) 집에서 살고 싶지 않아, 아니면 정말 벤치에서 살건가? 우린 여기 있을래. 여기 있는다고? 그래. 영원히? 몰라. 정말? 우린 운이 좋을 수 있어. (역시 소음 때문에 알아듣지 못했음. 지금도 그 내용이 무척 궁금함) 그래도 시에서 아파트를 준다면 그리로 옮겨가지 않을래? 이제 너랑 말 못하겠네. 미안. 이 순간 어머니가 웃음을 터뜨렸고 아들도 키득거렸다. 기자 역시 벙쪄 웃었다. 처음에는 상황이 괴이쩍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자신의 질문이 괴이쩍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의 답은 명확했고 기자는 멍청한 놈이 돼버렸다. 기자가 BBC에 기사를 써낼 것이라고 했더니 아들이 자기도 안다고 해서 다시 얘기가 오갔다. 다들 안에서 잔다고. 그래, 하지만 우린 아파트 안 들어가. 집 안 침대에서 편하게 자고 싶지 않아? 집도 난방이 필요하고 바깥도 마찬가지야. 어머니가 소리를 질렀다. 맞아! 똑같아! 기자는 어떻게든 벤치에서 사는 삶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려고 소말리아에서 왔니, 등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아들은 더 이상 말하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영어로는 충분한 대화가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모자의 건강이 걱정됐다. 한 시간 뒤 기자는 소말리아인들이 들락거리는 알자지라 카페에 들어가 차를 마시며 모자를 아는 사람과 얘기를 해봤다. 압디아지즈 하시는 모자에게 알아듣게 얘기했지만 도통 듣지 않는다고 했다. 소말리아 공동체에 큰 상처로 여겨진다고 했다. 조국의 방송이 둘의 얘기를 다룬 것을 유튜브로 볼 수 있었다. 그이는 “만약 나라면 진작 죽었을 것이다. 어떻게 그들이 살아 있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국립통계사무국에 따르면 노숙하다 사망한 사람의 평균 연력은 남자 44세, 여자 42세였다. 지난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597명의 홈리스가 죽었는데 길거리에서 뿐만 아니라 돌봄센터, 병원 등에서도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둘이 의회 앞마당에서 숨진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만 보도된다.기자와 모자가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봄 날씨 같았던 지난 2월이었다. 어머니가 햇살 속에 말갛게 웃길래 물었다. 행복하냐고? 그랬더니 어머니의 얼굴이 싹 달라지며 ‘애가 날 꼬시려고 그러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여름에 수은주가 섭씨 30도까지 올라가자 그들은 방수포 대신 우산을 펴들었다. 이제 그들을 내버려두는 게 그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란 점이 명확해졌다. 시도 더 이상 그들을 건드리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영국식 타협책’을 택한 것 같았다. 그런데 그들 모자가 사는 데 벤치가 가장 나은 곳이라고 해야 할까. 기자는 끈질기게 질문을 해댄다. 모자가 심하게 아프거나 목숨을 잃으면 사람들은 무얼 했느냐고 탓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푸른색 방수포를 쳐다보며 이상한 궁금증에 사로잡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고 기자는 결론내렸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여기는 남미] 초봄의 아르헨티나에 쏟아진 테니스 공 만한 ‘우박’

    [여기는 남미] 초봄의 아르헨티나에 쏟아진 테니스 공 만한 ‘우박’

    이상기후가 반복되는 아르헨티나에 테니스공 만한 우박이 쏟아졌다. 정확한 피해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주차된 자동차의 유리창이 파손되는 등 상당한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와 근교에 '우박 폭탄'이 떨어진 건 1일 새벽(현지시간).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힘차게 땅을 때리는 소리와 함께 우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한 사진을 보면 우박의 크기는 놀랍울 정도다. 한 남자가 손에 얹고 찍은 사진 속 우박덩어리들은 테니스공처럼 커 보인다. 사람이 무방비로 이런 우박을 맞는다면 부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남자는 "길을 걷다가 이런 우박이 머리 위로 떨어진다면 정말 크게 다치겠다"면서 "앞으로 날씨가 흐릴 때는 머리를 보호할 무언가를 꼭 갖고 다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박으로 가득한 아파트 발코니의 사진도 충격적이다. 한 여자가 찍어 트위터에 올린 사진을 보면 우박이 쌓여 발코니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이 여자는 "발코니에 화분을 놓은 집이 많은데 여기저기에서 깨지는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공항도 아수라장이 됐따.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호르헤뉴베리 국제공항, 근교 에세이사에 있는 미니스트로피스타리니 국제공항에선 강풍에 우박이 겹치면서 항공기 주유가 불가능해졌다. 기름을 넣지 못한 항공기들은 줄지어 결항했다. 현지 언론은 "최소한 항공편 17편이 결항,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반구에 위치한 아르헨티나는 이제 겨울을 끝내고 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날씨는 극도로 변덕스럽다. 갑자기 더운 날씨가 몰려와 지방 곳곳에서 초봄에 온도가 33도를 웃돌았다. 그러다가 또 갑자기 우박세례가 떨어졌다. 현지 기상서비스 관계자는 "봄에 우박이 내리는 게 비정상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급격한 온도 변화 등은 분명 예사롭지 않다"면서 이상기후의 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크로니카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타인은 지옥이다’ 지옥의 문을 연 임시완, 첫 티저 공개 “섬뜩”

    ‘타인은 지옥이다’ 지옥의 문을 연 임시완, 첫 티저 공개 “섬뜩”

    #1. OCN의 두 번째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 ‘드라마틱 시네마(Dramatic Cinema)’는 영화와 드라마의 포맷을 결합하고, 영화 제작진이 대거 의기투합해 영화의 날선 연출과 드라마의 밀도 높은 스토리를 웰메이드 장르물로 결합시키는 프로젝트다. 올 상반기 그 첫 주자로 시청자를 만난 ‘트랩’이 부천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을 정도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성공적인 교두보를 다진 이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이 무엇일지 기대를 모았다. OCN의 두 번째 드라마틱 시네마로 선정된 ‘타인은 지옥이다’(극본 정이도, 연출 이창희, 제작 영화사 우상, 공동제작 스튜디오N, 총10부작)는 상경한 청년이 서울의 낯선 고시원 생활 속에서 타인이 만들어낸 지옥을 경험하는 미스터리. 경이적인 조회수 기록을 가진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제1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영화 ‘소굴’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개봉한 영화 ‘사라진 밤’으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이창희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또한 ‘구해줘1’을 통해 웹툰 원작을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로 재탄생시켜 주목을 받았던 정이도 작가가 집필을 맡는다. ‘타인은 지옥이다’의 배우 라인업 역시 화려하다. 작가 지망생으로 서울 어귀에 위치한 허름한 고시원의 문을 두드리는 윤종우 역을 임시완이, 종우의 낯선 서울 생활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치과의사 서문조 역은 이동욱이 열연한다. 또한, 언뜻 보기엔 친절하고 푸근한 사람인 것 같지만 행동이 늘 어딘가 의뭉스러운 고시원 주인 엄복순 역을 맡은 ‘칸의 여인’ 이정은을 비롯해, 연기파 배우 이현욱, 박종환, 이중옥이 고벤져스(고시원 어벤져스)로 뭉쳐 막강 라인업을 완성시켰다. #2. 몰입도 최강! 대본 연습 공개 지난 4월, 상암동에서 진행된 ‘타인은 지옥이다’의 대본 연습 현장에는 이창희 감독과 정이도 작가를 비롯해 임시완, 이동욱, 이정은, 이현욱, 박종환, 이중옥, 현봉식, 안은지, 김지은, 이주원, 차래형, 김한종 등 이름만으로도 든든한 명품 배우들이 대거 참석했다. 배우와 스태프들의 반가운 인사에 이어 이창희 감독의 지휘 아래 시작된 대본 연습은 실제 촬영 현장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먼저 오랜만의 드라마로 컴백으로 기대감을 모은 임시완. 서울로 올라와 고시원 생활을 하게 되는 작가 지망생 윤종우 역을 맡아 마냥 평범하지만은 않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변화를 겪게 되는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역시 임시완!”이라는 감탄을 자아냈다. 낯선 서울 생활을 하는 종우의 든든한 조력자, 치과의사 서문조 역의 이동욱은 남다른 존재감으로 현장을 압도했다. 등장하는 순간마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매력을 십분 발휘하며 극의 집중도를 끌어올린 것. 그런가 하면 “캐릭터들 중에서 제가 제일 평범하다”는 말로 모두의 웃음을 터뜨리며 그 정체에 대한 호기심을 높인 이정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너스레를 떠는 살가운 인물임에도 어딘가 의뭉스러운 고시원 주인 엄복순으로 완벽 변신, 원작 웹툰의 가상 캐스팅 1위의 위엄을 증명했다. 고시원 302호에 사는 비밀스러운 남자 유기혁을 연기하는 이현욱은 단정하지만 서늘한 목소리를 이목을 끌었다. 고시원 사람들에게 두려운 존재임을 단박에 각인시킨 대목이었다. 고시원 307호에 사는 변득종 역의 박종환은 캐릭터 특유의 말을 더듬는 버릇과 과장된 웃음까지 디테일하게 재현했고, 이중옥은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을 자극해 소름끼치는 313호 홍남복 역을 마치 웹툰에서 갓 튀어나온 것처럼 연기해 현장을 몸서리치게 만들었다. 이처럼 대본 연습이 진행됐던 4월의 따뜻한 봄 날씨를 잊게 만드는 서늘하고 강렬한 배우들의 연기가 오는 8월 이들이 만들어갈 ‘지옥’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을 자극하는 바. 제작진은 “첫 대본 연습임에도 각자의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 현장이었다”라고 귀띔하며, “촘촘한 스토리와 날선 연출에 명품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가 더해져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할 것이라 생각한다. ‘타인은 지옥이다’에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3. 드디어 베일 벗었다! 임시완 첫 티저 전격 공개 오늘(12일) 공개된 ‘타인은 지옥이다’의 첫 티저 영상에선 윤종우(임시완)가 드디어 지옥이 기다리는 고시원의 문을 열면서 시작된다. ‘에덴 고시원’ 문의 손잡이를 돌리는 종우의 손. 녹이 슨 듯 귀에 꽂히는 ‘끼익’ 소리와 문 안쪽에 달린 풍경의 ‘딸랑’ 소리가 정적을 깨며 종우의 방문을 알린다. 안쪽으로 첫 발을 디딘 종우의 시선으로 담아낸 고시원의 첫인상은 아무도 없는, 낡고 좁은 긴 복도의 연속. 복도 여기저기 열려있는 문틈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보아하니 한낮이 분명한데도, 어쩐지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져 보는 이를 몸서리치게 한다. 곧이어 “이곳은 지옥이었다. 타인이 만들어낸 끔찍한 지옥”이라는 나직한 내레이션이 흘러나오고, 종우가 고시원 복도를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고시원의 곳곳에는 아무도 없건만, 왜인지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든다. 그 순간, 갑작스레 어둠에 휩싸인 복도에 섬뜩하고 괴기스러운 웃음을 짓는 홍남복(이중옥), 변득종(박종환), 엄복순(이정은)과 감정이 없는 듯한 서늘한 눈빛이 인상적인 유기혁(이현욱)의 실루엣이 등장해 기묘했던 고요함을 깨뜨린다. 자신도 모르게 현혹된 환상에서 깨어나듯 번쩍 눈을 뜬 종우. 다시 고요해진 고시원 복도에는 아무도 없다. 어느새 303호 앞에 비스듬히 멈춰 선 종우의 얼굴에선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비치고, 이어 타인의 시선으로 훔쳐보듯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종우 위로 들려오는 기괴한 웃음소리가 소름을 유발한다. 낡고 허름한 고시원, 낯선 사람들 속으로 걸어 들어간 종우는 어떤 지옥을 대면하게 될까. 제작진은 “오늘(12일) 공개된 첫 티저 영상은 서울에 상경해 낯선 고시원의 문을 연 종우의 모습을 담았다. 평범하지만, 어딘가 기괴함이 물씬 느껴지는 ‘에덴 고시원’에서 보이지 않는 타인들의 시선 사이를 걷는 종우를 통해 아직 그 이유를 모르는 섬뜩한 지옥을 만들어냈다”라고 설명하며, “오는 8월 31일 첫 방송을 확정 지은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에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OCN 두 번째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는 2019년 8월 31일 밤 10시 30분 첫 방송된다. 사진, 영상 제공 = OCN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나무, 꽃, 물 그리고 빛… 순천만국가 힐링 정원

    나무, 꽃, 물 그리고 빛… 순천만국가 힐링 정원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의 품속으로 떠나고 싶은 여름철이다. 최고의 피서는 나무 그늘과 초록의 바람을 만끽하는 일이다. 물과 나무, 꽃이 어우러진 순천만국가정원은 다른 곳에서는 즐길 수 없는 자연이 주는 최고의 힐링 명소다. 부지 112만㎡에 23개국 83개 정원 등을 꾸몄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여름에 접어들면서 수많은 나무들이 초록 그늘을 드리운다. 이뿐만 아니라 무수한 여름꽃을 만날 수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의 랜드마크인 호수정원을 걸으면 바람이 주는 여름의 청량감도 느낄 수 있다.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다. 여름철에만 즐길 수 있는 물과 빛을 활용한 아름다운 향연, 물빛축제다. 2017년 첫 축제에 612만명, 지난해 545만명이 찾았다.●8월 25일까지 38일 동안 ‘2019 물빛축제’ 순천시는 2019 물빛축제가 오는 19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38일 동안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열린다고 1일 밝혔다.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야간개장도 한다. 이번 물빛축제는 워터라이팅, 분수, 레이저, 음악 등이 어우러진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순천만국가정원의 여름을 시원하게 바꿀 예정이다. 물빛축제 기간 워터라이팅쇼, DJ 치맥 페스티벌, 어린이물놀이장 운영, 라이트 가든이 운영된다. 워터라이팅쇼는 축제 기간 매일 오후 8시, 8시 30분, 9시 잔디마당 앞 호수에서 3차례 열린다.음악과 국가정원의 경관이 어우러진 화려한 워터라이팅쇼는 최첨단 3D매핑, 매트릭스 프로그램을 활용한 쇼로 구성 연출된다. 주말과 공휴일은 분수 퍼포먼스와 음악이 조화된 불꽃놀이가 연출된다. 워터라이팅쇼와 함께 주목되는 프로그램은 DJ 치맥 페스티벌이다. DJ 치맥 페스티벌은 다음달 2일부터 4일까지 잔디마당에서 펼쳐진다. 치맥 페스티벌은 전 연령층이 즐기는 물총대전, DJ EDM파티, 가요리믹스, 케이팝 커버댄스로 구성돼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린이 물놀이장은 실내정원 옆과 꿈틀정원 옆 동문, 서문 습지센터 1곳 등 3곳에 조성된다. 실내정원 옆에는 수영장과 에어풀장, 에어바운스가, 꿈틀정원 옆에는 워터드롭, 터널분수, 워터버킷이 설치된다. 습지센터에는 바닥분수, 터널분수, 에어바운스, 안개분무 등이 조성돼 정원에서 색다른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시는 안전요원 등을 배치해 안전한 물놀이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 라이트가든은 물속가든, 벅스가든, 아트가든, 라이트댄싱가든, 이모션 가든 등 5개의 테마로 구성된다. 물속을 산책하며 한여름밤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물속가든, 생태정원을 표방하는 순천만국가정원을 상징적으로 연출한 벅스가든을 만날 수 있다. 빛과 아트의 캘래버레이션으로 몬드리안 작품을 모티브로 디지털 라이팅을 연출한 아트가든 등 정원과 빛이 어우러져 꿈 같은 여름밤을 안겨준다.●순천방문의 해 1000만 관광객 유치 목표 순천시는 올해 시 승격 70주년을 맞아 순천방문의 해로 정하고 1000만 관광객 유치 목표를 세웠다. 1000만 관광객 유치에 가장 핵심 장소는 순천만국가정원 이다. 2019 국가브랜드 대상에서 ‘가장 방문하고 싶은 도시’와 ‘생태문화 관광도시’ 두 개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16세 이상 소비자 1만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해 선정했다.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등 생태문화관광 1번지 명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순천만국가정원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웰니스 관광 육성을 위해 마련한 ‘2019~2020 추천 웰니스 관광지 25선’에 선정됐다. 웰니스 관광은 건강과 힐링을 목적으로 스파와 휴양, 뷰티, 건강관리 등을 즐기는 관광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관광산업이다. 수준 높은 정원 문화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은 2015년부터 4년 연속 5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이라는 자부심에 걸맞게 매년 끊임없 는 변화를 거듭해 발전한다. 시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로 힐링 관광이 되도록 사계절 축제를 개최한다. 봄꽃축제, 물빛축제, 정원갈대축제, 불빛축제 등 사계절을 정원과 어우러진 다양한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지난 5월에는 처음으로 정원 월드투어 페스타를 열어 축제 기간 53만여명이 방문했다. 23개국 주한대사 등이 참석해 환경과 정원문화를 공감하고, 정원문화가 세계로 확산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축제였다. 또 15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150여명의 세계문화인이 전통 공연을 선보였다. 전통공예품 전시, 의상놀이 체험, 기념품 판매 등 세계문화 교류의 공간이었다. 이 외에 체험, 교육, 관광을 연계한 일일생태체험, 생태관광 포토 교실 등 생태체험학습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시 관계자는 “순천만국가정원은 사계절 축제 등으로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다”며 “무엇보다 자연을 즐기고 힐링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시간과 계절, 날씨에 따라 전혀 다른 특색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중고차의 계절이 온다… 성수기는 ‘3·7·8월’

    중고차의 계절이 온다… 성수기는 ‘3·7·8월’

    3월에는 “이사하며 차 장만”7월에는 “여름휴가 앞두고”8월에는 “추석연휴 앞두고” 새 차를 사기에 금전적 여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흔히 중고차 구매를 고려한다. 또 한 종의 차에 쉽게 질려 차를 자주 바꾸는 사람도 중고차 시장을 자주 찾는다. 그렇다면 1년 중에 중고차 거래가 가장 많은 ‘중고차의 계절’은 언제일까. 연중 중고차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달은 3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7월과 8월이 바짝 추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5일 국내 최대 중고차 매매단지 ‘엠파크’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월평균 중고차 거래 대수를 분석한 결과 5133대가 거래된 3월이 중고차 거래 최대 성수기였다. 이어 7월이 5026대, 8월이 4986대로 ‘중고차의 계절’이라 불릴 만했다. 기온이 풀리거나 점점 더워지는 4월(4794대), 5월(4668대), 6월(4583대)도 나쁘지 않은 거래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기온이 낮은 2월(4172대), 12월(4380대), 1월(4463대)은 상대적으로 거래 실적이 저조했다. 1년 중 3월에 중고차 거래가 가장 많은 이유에 대해 엠파크 관계자는 “날씨가 풀리는 봄에 접어들면서 이사하는 가구가 많아지는데, 이때 차를 함께 장만하려는 고객들이 많은 편”이라면서 “입학과 개학 시즌이라는 점도 중고차 거래가 많은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다음 7월도 중고차 거래 성수기라 불리는 이유에 대해 그는 “승용차로 장거리·장시간 운행을 하는 여름휴가를 앞두고 차를 장만하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8월 말 9월 초 역시 중고차가 많이 거래되는 이유로는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중고차 시장이 추운 겨울에 비수기인 이유에 대해서는 “고객들이 날씨가 추울 때 중고차의 상태를 확인하면 성능이 떨어진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커서 그런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우리는 식물을 입는다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우리는 식물을 입는다

    올여름도 예년보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거란 예보가 들린다. 오염된 자연을 돌이킬 수 없듯 높아진 지구의 기온도 예전처럼 돌아가기 힘들어 보인다. 보통 때였으면 유월 초순에 반팔을 꺼냈을 텐데 이미 나는 반팔을 입은 지 오래다.올여름이 걱정인 건 이 더운 날씨에 식물 조사를 가야 한다는 것. 산에서는 곤충에 물리거나 풀독이 오를 수 있어 긴팔에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 내가 식물을 그리는 일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작업실 에어컨 아래에 앉아 일하지 않느냐 말하지만 식물을 보러 밖으로 나가는 시간이 더 길기에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식물을 공부하게 된 후 내 옷장엔 등산복이 많아졌고, 평소에도 디자인보다는 원단을 따져 옷을 고르는 일이 늘었다. 다행히 패션계에도 실용적이고 친환경적인 디자인이 몇 년째 주를 이루고 있다. 화려하고 몸에 꼭 맞는 옷보다는 편안하고 품이 넉넉한,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가 디자인한 어글리 슈즈와 같이 도심 밖 들이나 정원에서 입고 신어야 할 것 같은 옷과 신발, 그리고 환경을 생각한 소재와 유통 과정이 패션계를 선도한다. 우리가 더 건강하고 신선한 음식을 먹기 위해 로컬푸드를 찾고, 우리의 식생활로 고통받는 생물이 없어지기를 바라며 채식을 하듯 패션계도 변하고 있다. 영국 브랜드인 스텔라 매카트니의 컬렉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배경은 정원이었다. 모델들은 수국, 양귀비, 라일락 등 영국의 정원 식물 그림이 크게 프린트된 옷을 입고 정원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었다. 기존 패션계에서 식물이 디자인 패턴이나 부수적인 장치로 활용된 것과 달리 식물세밀화가 전면에 등장했고, 후에도 이 브랜드에서 식물 이미지가 등장하는 컬렉션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 장면들이 인상 깊었던 건 식물을 하는 게 내 일이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사회, 문화적 흐름에 가장 민감하고 유행이 빠른 패션 산업과 그 반대 선상에 있을 법한 식물이 의외의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면 이 모든 게 새로울 게 없지만 이건 8년 전의 컬렉션이고,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 패션계에도 식물 외 자연물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매카트니가 특별한 건 단순히 자연물을 이미지로 활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식물과 동물, 자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것이다. 모피와 가죽을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환경친화적인 패션을 위한 운동도 한다. 최근엔 비건 울을 개발하는 연구를 시작했고,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대체재를 찾고 있다. 식물에서 지속 가능한 패션의 미래를 찾으려는 것이다. 우리가 입는 옷의 원료도 결국은 식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리넨 블라우스를 입고 있다. 봄, 여름에 입는 시원한 소재인 리넨은 중앙아시아 원산의 아마라는 식물 줄기 속 섬유를 추출해 만든다. 인류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해 온 소재고, 면보다 조직이 강하고 빨리 건조돼 옷뿐만 아니라 가정용 직물로도 이용돼 왔다. 무엇보다 설긴 조직감과 열을 흡수하는 성질 때문에 착용하는 이에게 냉각 효과를 주어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많이 찾게 되는 소재다. 아마로 만드는 리넨 외에도 쐐기풀과의 식물인 모시풀로 만드는 모시, 대마초의 원료인 대마로 만드는 삼베 등의 마직물은 면보다 재배할 때 물도 적게 들고, 병해충에 강해서 농약이 덜 필요하며 땅을 황폐하게 만들지도 않아 친환경적인 소재다. 대신 만드는 데에 손이 많이 가고, 과정이 꽤 복잡하다 보니 가격이 높아 합성섬유에 가려지곤 한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지고, 친환경적인 소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인기를 기대한다.각종 화학섬유의 출현으로 우리나라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또 다른 식물이 바로 목화다. 고려 말기 문익점 선생이 원나라에서 가져온 목화는 우리 국민의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나게 해 준 바람막이가 돼주었다. 경남 산청과 함양은 문익점 선생이 목화를 직접 재배했던 곳이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목화 재배지다. 그러나 1990년대 초부터 목화 농사를 짓는 사람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현재는 목화 재배 가구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값싼 면이 끊임없이 수입되고, 사람들은 새 소재를 찾다 보니 국산 목화가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류가 이용하는 식물이 바뀌는 건 원예식물의 당연한 운명이지만 목화의 명맥이 끊기는 걸 지켜보는 건 어쩔 수 없이 안타깝다. 하지만 최근 패션계의 변화, 친환경 소재와 디자인을 찾으려는 움직임에서 보듯, 언젠가 사람들이 우리 재래종 목화와 삼베로 만든 옷을 찾을 날이 오지 않을까. 어쩌면 패션의 미래는 우리나라의 재래 식물 혹은 아직 기능성이 연구되지 않은 자생식물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에베레스트 대기 행렬에서 살아남은 여성 “기본 안된 이들이 남의 목숨까지”

    에베레스트 대기 행렬에서 살아남은 여성 “기본 안된 이들이 남의 목숨까지”

    “난 20분 밖에 안 기다렸지만 다른 이들은 4시간씩 선 채로 하산 행렬이 풀리길 기다렸다고 하더라. (등반 기술의) 기본이 안 돼 있는 이들을 봤다. 산소가 떨어지더라도 정상에 오르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이도 봤다. (네팔) 정부는 자격 기준을 바로잡아야 한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고도 8848m)를 오른 뒤 동상에 걸려 카트만두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인도 산악인 아미샤 차우한(29)이 27일(이하 현지시간) AFP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털어놓은 얘기다. 2주 남짓 동안 에베레스트에서만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AP통신과 CNN방송은 이날 미국 콜로라도주 출신 변호사 크리스토퍼 쿨리시(62)가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다 사우스 콜 캠프에서 숨을 거뒀다. 봄철 381명에게 등반 허가를 내주고 날씨가 좋은 날에 몰리게 마련이라 정상 바로 아래 데스 존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다 체력이 소진되고 산소도 부족해 적어도 4명은 인간 정체 탓에 세상을 등진 게 확실해 보인다. 동상 때문에 발가락 모두가 검푸른 색이고 얼굴은 비바람에 많이 상한 차우한은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이들이 네팔인 셰르파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잘못된 결정으로 “본인은 물론 셰르파들의 목숨까지 위험에 빠뜨린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단호하게 “훈련 은 등반가들만이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우한은 “많은 산악인들이 산소가 모자라 고생했다. 몇몇은 자신의 부주의 때문에 죽어갔다. 그들은 산소가 떨어지더라도 정상에 오르고야 말겠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결국 목숨을 빼앗겼다”고 말했다.탐험 영화제작자로 등정에 성공한 엘리아 사이칼리는 26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통해 “내가 정상에서 본 것들을 믿을 수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죽음. 주검. 캐오스, 대기 줄. 루트와 캠프 4 텐트안의 시신들. 내가 할 수 있는 건 죽어가는 이들을 외면하는 것뿐이었다. 사람들은 타락해 갔다. 시신들을 넘어 걸어갔다”고 적었다. 사이칼리는 “선정적인 기사를 통해 여러분이 읽은 모든 것은 그날 밤 정상에서 있었던 일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에베레스트 등정은 많은 이들이 버킷 리스트로 꼽으며 네팔 정부로선 놓칠 수 없는 외화 획득 수단이 된 지 오래다. 등반 허가에 일인당 1만 1000달러를 받고, 또 등반 기술이 떨어지는 이를 정상에 ‘올려주는’ 상업 등반 회사가 일인당 8000만원 정도를 챙긴다. 그렇게 위험한 여정을 부추긴다. 네팔 정부가 4월과 5월 381명에 등반 허가를 내줘 셰르파가 한 명씩 붙는다고 가정하면 750명이 넘는 인원이 되고 중국 티베트 쪽에서는 140명에게 등반 허가가 내려졌다니 양쪽을 합치면 10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려 지난해 정상 등정자 807명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올 봄 사망자 가운데 인도가 4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 두 명에 영국, 네팔 한 명씩이며 정상 가까이에서 실족해 사망한 것이 확실한 아일랜드 한 명이다. 인도인 니할 바그완(27)은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모두 합쳐 12시간 이상 대기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도널드 린 캐시는 정상에서 사진을 찍던 중 졸도해 죽었고, 또다른 인도 여성 안잘리 쿨카르니(이상 55)도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많은 시간을 지체한 것이 죽음을 부른 것으로 셰르파들은 보고 있다. 티베트 쪽에선 오스트리아와 아일랜드 산악인이 숨졌다. 히말라야의 다른 8000m 이상 봉우리에서도 9명이 숨지고 한 명이 실종됐다. 이미 에베레스트에서의 사망자 숫자는 2014~15시즌 지진과 산사태에 희생된 이들의 숫자를 넘어섰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에베레스트에 2~3시간 줄, 산소통 도둑에 말리는 이와 입씨름

    에베레스트에 2~3시간 줄, 산소통 도둑에 말리는 이와 입씨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고도 8848m) 정상 부근에 400명 가까이 몰리는 날도 있고 지난 일주일 새 일곱 명이나 대기 줄에 2~3시간씩 묶여 있다가 탈진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은 놀랍기만 하다. 영국 남성 로빈 하인스 피셔(44)가 25일(이하 현지시간) 아침 일찍 정상을 밟고 하산하다 정상 아래 150m 지점에서 졸도해 의식을 잃고 끝내 소생하지 못했다고 BBC가 전했다. 그를 돕던 셰르파 가이드도 몸이 좋지 않아 더 낮은 캠프로 옮겨져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전날에도 아일랜드 남성 케빈 히네스(56)가 정상 등정을 포기하고 북쪽 티베트 쪽으로 하산하다 해발 7000m 텐트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번 주에만 인도인 넷, 네팔, 오스트리아, 미국인 한 명씩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아일랜드 남성 시머스 롤리스는 지난주 실종돼 아직까지 주검을 수색 중인데 성과가 없다. 올 봄시즌에만 벌써 네팔 히말라야 8000m 이상에서 숨진 사람만 스무 명에 이르러 정상에 도달한 이나 목숨을 잃는 이 모두 지난해 통계를 넘을 것 같다고 BBC는 전했다. 네팔 산악인 니르말 푸르자의 사진은 24일 국내에도 널리 소개됐다. 우리네 북한산 백운대와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의 모습은 세계 최고봉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드러내 보인다. 재정이 부족한 네팔 정부는 일인당 1만 1000달러(약 1300만원)를 받고 등반 허가를 내주며 체력적 준비도 덜 된 아마추어 산악인들을 정상에 데려다주는 상업 등반 회사는 일인당 7000만~8000만원을 챙기고, 필생의 꿈을 이루겠다는 열망이 빚어낸 ‘웃픈(웃기도록 슬픈)’ 에베레스트 모습이다. 23일 하루에만 정상을 밟은 이가 120명이 넘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세븐 서미츠 트렉이라고 제법 이름이 알려진 회사의 밍마 셰르파 사장은 24일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늘 사람으로 북적거린다”며 보통 20분에서 90분까지 줄 서서 정상에 오르는 것이 일상적이라고 했다. 제트기류가 심하게 부는 등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 이삼일 계속되다 날이 좋으면 한꺼번에 산에 달라붙어 대기 시간이 엄청 길어지게 된다.다른 사진 둘이다. 지난 4월 9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바로 위 쿰부 빙폭 모습이다. 여기에서도 사람들이 한 줄로 선 채 올라간다. 2012년 독일 산악인 랄프 두지모비츠가 촬영해 많은 이들이 보고 깜짝 놀란 사진도 있다. 8000m 고봉을 여섯이나 오르고 1992년에야 이 산의 정상을 밟았던 두지모비츠는 “줄을 서다 산소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하산길에 산소를 공급하지 못해”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는 1992년 하산 도중 산소가 부족해 “누군가 내 머리를 나무 망치로 두들기는 느낌을 받았다. 한치 앞도 나아갈 수 없다는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천만다행으로 체력을 회복해 무사히 내려왔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시속 15㎞의 바람을 맞으며 산소마저 없다면 해낼 수 없다. 체온마저 뺏긴다”고 덧붙였다.그토록 소중한 산소통을 슬쩍 집어가는 이도 있다. 정상을 세 차례 밟은 마야 셰르파는 “그 높이에서 산소통을 훔치는 것은 누군가에게 죽으라는 것과 같다. 정부는 셰르파들이 규칙을 지키는지 단속할 수 있도록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정상을 밟은 뒤 남편 노르부 셰르파와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안드레아 우르시나 지머먼은 체력 준비도 안 된 아마추어 산악인들의 욕심이 셰르파들의 목숨마저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노르부는 체력을 소진한 산악인이 부득불 정상까지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 8600m 지점에서 말싸움을 벌였던 기억을 떠올렸다. “큰 말싸움을 했다. 당신 자신은 물론이고 두 셰르파의 목숨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똑바로 걷지도 못했다. 결국 그를 로프로 묶어 끌고 내려왔다. 베이스캠프에 돌아온 뒤에야 정말 고맙다고 하더라.”일곱 차례나 정상을 밟은 노르부는 비교적 한적한 티베트 쪽보다 남쪽 네팔 루트가 더욱 북적이는 이유로 정상을 앞두고 마지막 릿지에 고정 로프가 딱하나인데 내려오는 줄과 올라가는 줄이 오직 이 로프 하나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보기에 내려오는 이들이 더욱 위험한데 많은 이들이 올라가는 데만 신경을 써 “동기나 에너지를 잃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려오면서야 자신이 훨씬 길고 북적이는 여정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랜 세월 하산 길에서 많은 친구들을 잃었다. 사람들이 집중력을 잃어 하산 길에 많은 사고가 일어나는데 특히 오르내리며 많은 정체가 빚어지는 에베레스트에서는 더욱 그렇다. 진짜 정상은 베이스캠프에 돌아오는 것이다. 베이스캠프에 돌아와야 당신이 이룬 모든 것들을 진짜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가이드들은 체력적으로 준비돼 있으며, 등반 시간을 적절히 선택하고, 위험을 줄이며 먼 길을 가야 정상에 이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르부는 7000m급과 8000m급 봉우리를 올라 경험을 쌓으면 스스로의 몸이 고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게 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또 “아주 일찍” 출발해 정체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머먼은 티베트 쪽으로 올랐지만 며칠 동안 시간을 보내며 덜 붐빌 것으로 예상되는 날을 택일했다고 털어놓았다. “세계의 지붕에 나홀로란 심경으로, 남편과 함께 있던 순간의 기분을 설명할 길이 없다. 우리는 새벽 3시 45분 정상에 이르러 기다렸다가 남편과 함께 일출을 봤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에베레스트 정상 아래 체증 묶여 죽음 맞는 산악인들

    에베레스트 정상 아래 체증 묶여 죽음 맞는 산악인들

     23일(이하 현지시간)에만 네 명이 스러지는 등 이번 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고도 8848m)에서 모두 일곱 명이 목숨을 잃었다. 에베레스트는 5월에나 정상 등정 허가가 내려지는데 벌써 지난해 희생자 숫자를 넘어섰다.  인도의 두 산악인 칼파나 다스(52)와 니할 바그완(27)이 정상을 밟고 돌아오다 체력이 소진돼 희생됐다. 현지 투어 조직자인 케샤브 파우델은 AF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바그완이 12시간 넘게 정상 부근에 형성된 체증에 발이 묶여 고생하다 기진맥진한 것이 죽음을 부른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65세 오스트리아 등반가도 정상을 밟은 뒤 중국 티베트쪽으로 하산하다 목숨을 잃었다. 네팔 가이드 한 명도 소중한 생을 마쳤다.사진을 보면 여기가 세계 최고봉이 맞나 싶을 것이다. 네팔 구르카 용병 출신 산악인 니르말 푸르자가 이끄는 프로젝트 파서블 탐사대가 지난 22일 에베레스트를 오르려는 이들이 형성한 긴 줄을 카메라에 담았다.  22일 에베레스트를 등정해 일곱 대륙 최고봉을 모두 발 아래 둔 도널드 린 캐시(55)이 해발 8770m의 힐러리 스텝에서 기나긴 체증이 풀리길 기다리다가 고산병과 저체온증이 동시에 겹쳐 의식을 잃었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고 등반 전문업체 파이오니어 어드벤처가 밝혔다고 미국 ABC뉴스와 영국 BBC가 24일 전했다.  네팔 정부의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 연락관인 갸넨드라 슈레스타는 그의 주검이 산에 그대로 남겨졌다며 날씨가 허락하면 24일 더 많은 시신 수습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출신 안잘리 쿨카르니도 22일 에베레스트 등정 뒤 하산하다 숨졌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일인당 1만 1000달러(약 1300만원)씩 내고 일생의 한 번뿐인 에베레스트를 오르겠다는 이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네팔 당국은 올 봄 시즌 외국인 367명과 네팔 국적 14명에게 등반 허가를 내줬다. 스스로 체력이 안 된다며 필생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룰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다 세르파 등 네팔 스태프 400명이 따라붙어 이날 이렇게 엄청난 체증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지난주 등정 뒤 하산 도중 숨진 라비 타카르, 이달 중순 실종돼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아일랜드 등반가 시머스 롤리스까지 치면 이번 시즌 에베레스트에서만 여섯 명이 숨지고, 바로 근처 로체에서 한 명이 숨졌다. 히말라야 지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12명이 세상을 등졌다고 슈레스타는 밝혔다.  지난해 봄 시즌에 에베레스트에서 다섯, 로체에서 한 명이 숨졌다. 올해 에베레스트 등정자 숫자는 지난해 807명을 간단히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네팔 정부가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너무 많은 등반 허가를 내주는 바람에 경험 없는 산악인들이 상업 등반 회사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오르다 경험과 체력 부족으로 목숨을 잃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탐험가이며 방송 진행자인 벤 포글은 지난해 에베레스트를 등정했는데 트위터에 “등반 허가를 따내려고 런던 마라톤식 로또가 진행되더라”고 개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예술의 태양이 지지 않는, 낭만의 도시…전쟁의 아픔 감도는, 잃어버린 도시

    예술의 태양이 지지 않는, 낭만의 도시…전쟁의 아픔 감도는, 잃어버린 도시

    한국은 어느덧 여름의 길목으로 접어든 5월 중순 무렵, 러시아 서쪽 끝 발트해 연안에 자리 잡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이제 막 봄으로 물들고 있었다. 4월까지 밤이면 영하로 떨어지고 눈발이 날리던 매서운 날씨는 북극으로 물러가고 한결 따뜻해진 봄바람에 도시 곳곳 꽃나무마다 꽃망울이 움텄다. 밤 10시가 돼야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새벽 4시면 이미 환해진 도시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계절을 만끽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혹독한 겨울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길고 긴 낮만큼 아름답게 빛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예술과 역사의 흔적을 찾아 걸었다.●‘제정러시아 컬렉션’ 에르미타주 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에서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관광명소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이다. 화사한 민트색 외벽과 화려한 황금 장식이 눈에 띄는 바로크 양식 건물이 ‘겨울궁전’으로 불리는 박물관 본관이다. 정면 꼭대기에 삼색기가 휘날려 이곳이 러시아의 자랑임을 말해 주는 듯하다. 겨울궁전 앞 궁전광장 한복판에는 높이 50m에 이르는 알렉산드로프 전승기념비가 우뚝 솟아 있어 위엄을 더한다. 러시아에서는 ‘조국전쟁’으로 부르는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834년에 세웠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유럽 미술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세계 최대 미술관 중 하나로 영국 대영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300만점 이상의 소장품이 1000여개의 방에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대영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의 많은 소장품이 식민지 약탈품인 반면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컬렉션은 제정러시아 시대부터 이어온 미술품 수집으로 완성됐다는 차이가 있다. 본관 1층에는 고대 이집트부터 그리스, 로마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2층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마돈나 리타’,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루벤스의 ‘바쿠스’ 등 중세와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 서유럽 명작들이 빼곡하다. 마티스의 대표작 ‘춤’을 비롯해 모네, 고갱, 피카소 등의 근대 회화 작품은 궁전광장 맞은편 참모본부관에 따로 전시돼 있다. 러시아의 다른 관광지에서는 보기 힘든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 ●10세기~근대 미술품 품은 러시아 박물관 꼬박 한나절을 둘러보고 박물관을 나서니 전승기념비 앞에서 버스킹 공연이 한창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들과 여행객들이 지나던 걸음을 멈추고 바닥에 앉아 귀를 기울인다. 뭉게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에 한결 가벼워진 사람들의 옷차림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봄이 왔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한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수많은 유럽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지만 러시아 본연의 멋을 느끼기엔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면 도보로 20~30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러시아 박물관을 찾아가 보자. 알렉산드르 3세의 동생 미하일로프를 위해 지어진 궁전이던 이곳에는 러시아가 비잔틴제국에서 기독교를 받아들인 때인 10세기의 이콘화부터 근대 러시아 화가들의 명화, 각종 민속공예품 등이 전시돼 있다.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가 압도적인 이반 아이바좁스키의 ‘파도’, 제국 시대 말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축제 풍경을 생생히 보여 주는 블라디미르 마콥스키의 작품, 러시아의 전설과 종교적 신비주의를 담아낸 니콜라스 로에리히의 작품 등을 보다 보면 러시아의 옛 시간 어느 한가운데에 뛰어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대문호 도스토옙스키 흔적이 그대로 세계적으로 이름난 러시아 예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문학이다. 러시아 근대문학의 아버지이자 국민시인으로 불리는 푸시킨 동상이 정문 앞에 서 있는 러시아박물관을 떠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관광지가 몰려 있는 시내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지하철 1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곳 부근에 도스토옙스키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 블라디미르성당 맞은편에는 오전부터 꽃과 과일, 직물 등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나와 있다. 전통시장에서 나물을 파는 우리네 할머니 같다. 러시아에는 ‘츠베트이’라고 불리는 꽃집이 곳곳에 자주 보인다. 가판에서부터 고급스러워 보이는 상점까지, 꽃을 파는 가게가 다양하고 꽃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띈다. 꽃 선물을 많이 한다는 러시아 사람들의 감성이 낭만적인 예술을 꽃피운 원동력 아니었을까.박물관은 눈에 띄는 간판도 없이 나무 문을 닫아 놓고 있다. 반지하 로비에서 시작되는 박물관은 2층 규모로 크지 않다. 작가를 기념해 따로 지어진 박물관이 아니라 그가 말년을 보내면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을 집필한 아파트를 박물관으로 복원했기 때문이다. 작은 박물관에는 그를 좋아하는 전 세계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작가가 생전에 사용했던 필기구와 원고, 흑백사진 등 전시물을 본 뒤 남아 있는 사진을 토대로 그대로 재현해 놓은 방들을 둘러보며 작가의 삶을 상상해 본다. 또 다른 대표작 ‘죄와 벌’의 주무대가 된 센나야 광장을 찾아가 본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집이 있었을 거리와 그가 살해한 전당포 노파의 집 등이 이곳의 오래된 골목에 있었을 거라고 추정된다. 지금은 지하철 3개 노선이 지나는 번화가로 관광객보다는 현지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어스름이 질 무렵엔 주변 옛 건물들에 노란 불빛이 환하게 켜지면서 빛의 광장을 만든다.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왔다면 발레 공연을 놓치기 아깝다. 모스크바 볼쇼이극장과 함께 러시아 공연예술을 대표하는 마린스키극장이 있다. 구시가지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수로를 사이에 두고 1860년 개관한 본관과 신식으로 지어진 신관이 마주보고 있다. 러시아 발레를 대표하는 ‘백조의 호수’, 고골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코’ 등 공연을 비롯해 클래식, 오페라 등이 매일 다양하게 펼쳐진다. 시기를 맞춰 간다면 마린스키극장 최초 동양인 수석발레리노인 김기민의 공연도 직접 볼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팽창하던 제국의 새로운 수도로 건설된 계획도시다. 도시의 출발은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였다. 표트르 대제는 1703년 네바강 삼각주에 위치한 토끼섬에 스웨덴 해군의 공격을 막기 위한 요새를 짓기 시작했다. 이후 예카테리나 2세 때에 이르러 지금의 형태로 완성됐다. 요새 한복판에는 건물 본채만큼이나 뾰족하게 솟은 첨탑이 인상적인 성당이 있다. 높이 122.5m의 성당은 섬 주변 어디서든 눈에 띈다. 표트르 대제를 비롯한 로마노프 왕조 황제들의 유해가 안장된 곳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다른 정교회들과 달리 외관은 직선 형태의 서유럽 양식이지만 황금으로 치장된 내부는 러시아 정교회 스타일로 화려하다. 요새 내 입장은 무료지만 네바 강가를 따라 조성된 요새 위 산책로는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다. 성벽 위에 나무데크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강 건너편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성 이삭 성당 등 시가지를 건너다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제국 시절 수도의 화려함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장소는 도시 외곽의 ‘여름궁전’ 페테르고프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앞에서 바로 연결되는 배편을 이용할 수 있다. 지하철 1호선 발치스카야, 아프토바, 레닌스키 프라스펙트 등 역에서 미니버스로 가면 훨씬 저렴하다. 여름궁전의 백미는 발트해를 마주하고 있는 정원의 대폭포다. 궁전 앞에서 계단식 폭포를 따라 물이 흘러내리고 60여개의 크고 작은 분수에서 하늘 높이 물살이 솟구친다. 궁전 자체는 프랑스 베르사유궁전보다 작지만 수로를 따라 바다로 이어지는 화려한 분수만큼은 베르사유궁전이 부럽지 않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국내 여행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분위기의 도시가 있다. 핀란드 국경에서 불과 25㎞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항구도시다. 이곳에 가려면 핀란드역에서 열차를 타야 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모두 5개의 기차역이 있는데 주요 행선지에 따라 이름이 붙었다. 핀란드역에서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북쪽 도시로 향하는 열차뿐 아니라 핀란드 헬싱키까지 가는 열차도 출발한다. 핀란드역 앞 넓은 광장에는 레닌 동상이 네바강을 바라보며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공산주의 혁명의 시초이자 소비에트연방의 창시자로 러시아뿐 아니라 세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인 레닌에게 이곳은 각별히 의미 있는 장소다. 반정부 활동을 하다 투옥되고 시베리아 유배를 당한 레닌은 이후 서유럽에서 망명 혁명가로 활동한다. 1917년 러시아에서 2월 혁명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동료 혁명가들의 도움을 받아 스위스에서부터 열차를 타고 핀란드를 거쳐 이곳에 도착한다. 8일간 3200㎞를 달린 잠입 여정은 성공했고 열렬한 군중이 그를 맞았다. 세계 역사를 뒤바꾼 볼셰비키 혁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비보르크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느낌이 조금 다르다. 관광객이 넘쳐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심에서와 달리 핀란드역에 들어서자 보안검사를 하는 역무원의 눈길이 따갑다. “핀란드로 가는 역인데 제대로 온 것 맞냐”고 묻는 역무원에게 “비보르크까지만 갈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작나무숲이 가로놓은 들판과 러시아 시골 풍경을 따라 1시간가량 달리면 비보르크다. 이곳 역 입구에서도 역무원이 주민이 아닌 낯선 이방인에게 깐깐한 여권 검사를 요구한다. 국내에 출판된 러시아 여행 안내책자에도 없는 비보르크를 일부러 찾아간 것은 1·2차 세계대전 동안 러시아와 핀란드가 여러 차례 쟁탈전을 벌인 아픈 역사가 남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비푸리로 부르던 제2의 도시를 1944년 소련의 침공으로 빼앗겼다.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는 해안공원을 따라 시내의 옛 거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시내 쪽으로 들어서자 뚱뚱하고 납작한 모양의 우스꽝스러운 탑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도시를 둘러싸고 있던 성벽 중간에 있던 ‘둥근 탑’으로 사라진 성벽과 달리 지금까지 남아 있다. 1층은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근에는 노란색의 아담한 성당 두 개가 마주 보고 서 있다. 그중 하나에는 성서를 핀란드어로 번역하면서 핀란드어 철자법을 확립한 16세기 종교개혁가 미카엘 아그리콜라의 동상이 서 있다. 이 성당 어느 곳엔가 그가 묻혔다고 전해진다. 핀란드 사람들이 ‘잃어버린 도시’로 부르며 이곳으로 여행을 오는 데에는 아그리콜라의 흔적을 찾기 위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비보르크 최고의 명소는 조그마한 섬에 자리한 비보르크성과 그 중심의 성 올라프탑이다. 으리으리한 성채는 아니지만 중앙의 초록 지붕 하얀 탑과 그 둘레를 둥글게 에워싸고 있는 성벽에서 중세 분위기가 느껴진다. 러시아보다는 스웨덴이나 에스토니아 등 발트해 주변 나라들과 비슷한 건축물이다. 이곳 전망탑에 오르면 비보르크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역시 중세풍의 오래된 시계탑과 라트하우스탑 등을 돌아본다. 유럽의 여느 중세도시들처럼 가지런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지는 않다. 폐허로 남겨진 옛 골목에서는 때때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중세의 낭만, 핀란드의 쓸쓸함, 러시아의 황량한 분위기가 뒤섞인 도시는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이곳만의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타베르나’라는 이름의 음식점에서 중세 평민들과 귀족들이 먹었던 식사를 즐기면 비보르크 여행의 색다름이 배가된다. 글 사진 상트페테르부르크·비보르크(러시아)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여행수첩 →상트페테르부르크 명소 곳곳을 돌아볼 예정이라면 상트페테르부르크카드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카드를 구입하면 일정 기간 동안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박물관과 성당을 추가 금액 없이 입장할 수 있다. 다만 관광지 투어보다 비교적 여유로운 여행을 원한다면 카드를 사는 게 손해일 수도 있으니 여행 계획에 따라 꼼꼼히 비교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미리 구매하면 편하다. →비보르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멀지 않은 도시지만 열차편이 자주 있지는 않다. 미리 열차 시간표를 확인해 보고 여행 계획을 짜는 편이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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