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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트리트파이터’ 최초 한국인 캐릭터 등장

    ‘스트리트파이터’ 최초 한국인 캐릭터 등장

    유명 게임 ‘스트리트파이터’에 한국인 캐릭터가 최초로 등장한다. 일본 게임업체 캡콤은 ‘스트리트파이터4’ 최신작인 ‘슈퍼스트리트파이터4’에 최초의 한국인 캐릭터 주리를 등장시킨다고 밝혔다. 주리는 태권도를 사용하는 여성 캐릭터로서 빠른 발기술과 연속 콤보 공격을 주된 격투 스타일로 삼고 있다. 이번 한국인 캐릭터의 등장은 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의미 있는 일이란 게 주변의 평이다. 실제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약 2,700만장 판매된 것으로 알려진 메이저급 격투 게임 타이틀이다. 이와 관련, 오노 요시노리 ‘스트리트파이터4’ 프로듀서는 “주리는 기존 남코와 SNK 캐릭터에 뒤쳐지지 않는 캐릭터로 제작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 주리의 등장은 공식 발표에 앞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 관련 정보가 해외 인터넷에 돌아다녔고 신제품 발표일에 맞춰 한국에서 제품 발표회를 개최한 점도 기대치를 높였다. 주리와 함께 ‘슈퍼스트리트파이터4’의 새로운 캐릭터로 티 호크와 디 제이도 공개됐다. 이들은 ‘슈퍼스트리트파이터2’에 등장하는 인물로 멕시코와 자메이카를 대표한다. 개발 중인 ‘슈퍼스트리트파이터4’는 2010년 봄쯤 선을 보일 전망이다. 전작의 캐릭터를 포함해 8명의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고 온라인 요소도 강화된다. 한편 캡콤은 ‘슈퍼스트리트파이터4’ 외에 4종의 신작을 공개했다. 이중 ‘바이오하자드: 다크사이드 크로니클’, ‘로스트 플래닛2’, ‘데드라이징2’는 한글화돼 국내에 출시된다. 사진 = 캡콤 공식 홈페이지 캡쳐 서울신문NTN 최승진 기자 shai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마오쩌둥 ~ 후진타오 中 60년역사 조명

    마오쩌둥 ~ 후진타오 中 60년역사 조명

    중국 건국 60년을 맞아 중국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가 시청자를 찾아간다. 케이블·위성 채널 중화TV가 7부작 다큐멘터리 ‘위대한 역사’를 편성했다. 새달 1일부터 9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밤 1시에 방송된다. 지난해 12월 중국 공영 중앙방송 CCTV가 제작해 방송한 프로그램이다. 죽의 장막을 걷고 세계 정치, 경제, 문화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이 과연 어떠한 국가인지 종합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는 기회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1904~97)의 고향, 쓰촨성 광안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1부 ‘역사의 전환’은 마오쩌둥(1893~1976) 등 당 중앙 초대 지도집단이 현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서사적으로 다룬다. 대입시험 제도 부활, 전국 과학대회, 진리표준토론, 중국 정부 대표단의 서방 국가 방문 등을 지켜볼 수 있다. 2부 ‘대지의 봄’은 중국 개혁·개방 초기 단계에서 맞닥뜨렸던 난관과 이를 해결해가는 모습을 담는다. 각 가정이 자영농을 하면서 농업 생산을 책임지는 농촌 가정 전면 청부제, 연해 경제 특구 건립, 국유기업 권력 양도 개혁 등 중국만의 사회주의를 건설해 나가는 모습이 담긴다. 3부 ‘용솟음 치는 대조류’는 중국의 개혁·개방을 대표하는 인물들에게 초점이 맞춰지며 4부 ‘거센 급류’에서는 장쩌민(1926~)의 푸둥 개발, 국유기업 개혁, 빈곤 지원 전략, 홍콩·마카오 반환 등 중국 내 중대한 사건들이 서술된다. 5부 ‘세기의 초월’과 6부 ‘발전의 새장’에서는 후진타오(1942~)가 중심인 당 중앙의 지휘 아래 과학 교육과 과학발전관을 통해 세계로 도약하는 중국이 그려진다.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 동북 공업기지 진흥, 자원 절약형·환경 우호형 사회 건설 등이다.마지막 7부 ‘부흥의 위업’에서는 개혁·개방의 상징적인 성과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보여준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다양한 스펙트럼 그러나 색깔 확실한 지성파 뮤지션이 꿈”

    “다양한 스펙트럼 그러나 색깔 확실한 지성파 뮤지션이 꿈”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도 색깔은 확실한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국내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차세대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되는 메모리(본명 맹유나)가 최근 정규 1집 ‘더 피콕’을 내고, 앨범 제목처럼 화려한 꼬리깃을 활짝 펼쳤다.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시작하기 전인데도 싸이월드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타이틀곡 ‘러브’ 등 4곡 작사·작곡 청아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 하이 바이브레이션이 매력적인 그는 이번 앨범에서 1987년 ‘가왕’ 조용필이 불렀던 대중가요의 클래식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를 처음 리메이크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비 킴이 듀엣으로 참여해 리듬감이 있는 R&B 스타일로 새로 태어났다. 그런데, 만 19세의 가수에게 더욱 시선이 끌리는 까닭은 앨범에 담긴 11곡 가운데 4곡을 작사·작곡하고 1곡을 작사하는 등 창작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기대가 교차한다.”고 말하지만, 자작곡 ‘러브(Luv)’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울 정도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바비 킴은 “아직 어린 뮤지션이지만 작곡 능력도 갖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가수”라면서 “윤하처럼 한국 가요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재목으로서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 그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치켜세웠다. 다양한 스타일의 노래가 수북하게 담긴 가운데 멜로디가 귀에 쏙 들어오는 ‘러브’, ‘드림 인 러브’, ‘고양이 마호’, ‘파라다이스’ 등이 돋보인다. 메모리의 짧은 음악 히스토리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5년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OST에 담긴 ‘너를’과, 2006년 불렀던 드라마 ‘봄의 왈츠’ 주제곡 ‘플라워’가 한국어와 일본어 버전으로 곁들여졌다. 중국 크로스오버 그룹 여자십이악방의 얼후, 비파, 구젱, 양금 연주가 새로 깔려 색다른 매력이 흠씬 묻어난다. ●‘프라하의 연인’ ‘봄의 왈츠’ OST 참여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는 그가 가수가 된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메모리의 아버지는 현재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맹정호 이사. 어렸을 때부터 조용필의 매니저였던 아버지를 따라 각종 국내외 대중음악 공연과 클래식 공연을 보러 다니며 음악적 감수성을 키웠다. 중학교 때 자신이 만든 노래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수의 길을 결심했다. 너무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반대하던 아버지는 그룹 모노 출신인 박정원 드라마 음악 감독에게 딸을 데리고 갔다. 쓴소리를 듣고 포기하라는 의도였는데 외려 박 감독은 메모리의 재능에 반하게 됐다. 이 인연으로 메모리는 ‘프라하의 연인’ OST와 박 감독이 음악 프로듀서를 맡았던 ‘봄의 왈츠’ OST에 참여하게 됐다. 또 일본 NHK에서도 방영된 ‘봄의 왈츠’ 덕택에 일본 유명 연예 프로덕션인 와타나베 프로덕션과 전속계약을 체결하며 일본에도 진출했다. 아직 싱글 한 장만 발표한 상태지만, 크고 작은 공연을 40~50회 정도 치르며 커리어를 쌓고 있다. ●“사회적 메시지 노래에 담을 생각” 무대 장치를 직접 꾸미는 아이슬란드 출신 가수 비요크를 좋아한다는 메모리는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라 음악도 만들고, 공연이 있을 때 무대와 조명 작업도 하는 종합예술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평화를 노래했던 존 레넌을 가장 존경한다.”면서 “정치적인 이슈는 아니지만 사회적인 메시지를 노래에 담는 지성이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2030] 귀향 포기한 그들의 사연은

    [2030] 귀향 포기한 그들의 사연은

    사흘 뒤면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다. ‘덜도 말고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처럼 누구에게나 넉넉하고 풍성한 명절이 된다면 더할 나위없겠다. 하지만 올 추석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유난히 짧은 연휴와 취업 걱정 등으로 귀성을 포기한 2030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오달란 유대근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미뤄왔던 시력교정수술·영화관람 ‘기분전환’ 직장인 김모(27)씨는 얼마 전 안과에서 추석 연휴 전날인 10월1일에 시력교정 수술을 하기로 예약했다. 며칠 눈을 쓰지 않고 푹 쉬어야 하는데 평일에 휴가를 내기가 눈치 보여 그동안 수술을 미뤄왔다. “어렸을 때부터 안경을 썼는데 이상하게 점점 안경이 거추장스럽더라고요. 올 추석 연휴가 짧긴 하지만, 연차를 하루 덧붙여 수술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사실 저같은 직장인들은 연휴가 되면 그동안 못했던 일을 몰아서 하죠.”라고 말했다. 김씨는 친구와 선배 중에서도 연휴 때 보톡스를 맞거나 피부 관리를 받는 사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쉬면서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명절 연휴라도 마음 편하게 쉬며 재충전을 해야 한다는 게 김씨의 지론이다. 결혼 3년차인 중학교 교사 정모(30·여)씨는 연휴 동안 남편과 오붓하게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시부모님은 미국의 큰집에서 명절을 보내기 위해 한국을 떠나고 전남 광주인 친정에는 연휴가 짧아 내려가지 못할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정씨는 추석 휴가를 간절히 기다려왔다.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신장이 나빠져 몸이 자주 붓고 피곤함을 호소해왔기 때문이다. 정씨는 “명절 때면 시댁에 미리 가서 음식을 준비해야 하고, 차가 밀려서 도로 위에 꼼짝없이 갇혀 있곤 했는데 이번에는 집에서 쉬면서 건강을 챙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남편이 챙겨주는 밥을 먹고 하루 10시간 이상 잠을 푹 자기로 했다. 사람이 덜 붐비는 극장을 찾아가 영화나 뮤지컬 한 편을 보면서 기분전환도 할 예정이다. 정씨는 “명절 스트레스에서 해방돼 연휴 3일을 고스란히 쉴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며 좋아했다. 직장인 김모(34)씨는 예년보다 짧은 이번 추석 연휴 동안 고향(대구)행을 포기하는 대신 문화 생활을 즐길 계획이다. 그는 중동지역 건설공사 프로젝트건 때문에 여름 내내 야근에 시달리며 휴가도 다녀오지 못한지라 휴식이 절실한 상황이다. 휴일이 3일밖에 되지 않는데 귀향, 귀경길에만 이틀을 잡아먹느니 차라리 텅빈 서울에서 푹 쉬며 홀로 책도 보고 오랜만에 영화관에도 가 볼 생각이다. “각종 입찰서류, 영문 이메일에 파묻혀 지냈는데 연휴 첫날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김별아의 ‘미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로 나온 소설책 속에 파묻혀 보낼 겁니다. 음식은 대형마트에서 산 전과 떡으로 해결하면 되고요.” 그는 추석 당일 오후엔 혼자 경복궁과 창경궁을 돌아다니며 공짜 민속행사를 구경하고 마지막 날에는 서울이 고향인 동료와 영화를 보기로 했다. “부모님을 못 뵙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효도보단 휴식을 택했다.”는 김씨는 “대신 내년 설날에는 가장 먼저 대구 집에 내려가 부모님들과 지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결혼해라” 명절 단골멘트 지겹다 지겨워 직장인 장모(33)씨는 추석 연휴에도 집에 머무를 틈이 없다. 혼기가 꽉 찬 노총각인 장씨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이번 추석 연휴 3일 연속으로 맞선 약속을 잡아놓았다. 평일에는 ‘야근한다, 회식한다.’는 핑계로 부모님이 권하는 선 자리를 잘 피해왔다. 그러나 이번 추석에는 “시골에 끌려가서 어르신들에게 혼날래, 서울에서 선볼래.”라는 부모님의 최후통첩에 두 손을 들었다. “요즘 제 나이면 그다지 노총각도 아니죠. 그런데 지난해 두 살 아래 남동생이 먼저 장가를 가면서 부모님의 조급증이 부쩍 더 심해진 것 같아요. 전 나이가 찼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인지 아직도 의심스러운데, 그런 말을 꺼낼라치면 부모님은 저더러 아직 철이 덜 들었다고 화만 내시고….”라며 장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주 말에는 어머니, 제수씨와 함께 백화점에서 선보러 갈 때 입을 옷도 샀다. 지난달만 해도 추석 연휴 때 혼자 조용히 남해안으로 여행 갈 계획을 세웠던 장씨였지만, 이제 여행은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하루도 편하게 못 쉬고 선 보러 나가서 억지웃음을 지어야 할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져요. 남해안이고 뭐고 어디 템플 스테이라도 가서 분노를 다스렸으면 좋겠어요.”라며 장씨는 얼굴을 찌푸렸다. 대학원생 최모(27)씨는 이번 추석연휴에 소개팅을 하루에 한건씩 잡아놓았다. 심지어 추석 당일인 3일 저녁에도 강남역에서 소개팅을 하기로 했다. 각종 페이퍼 작성과 프로젝트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이긴 하지만 실연의 상처를 잊으려면 사람 만나는 게 최고라고 마음먹었기 때문. 그는 7월까지만 해도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알뜰살뜰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름방학이 끝날 즈음 취업에 성공하자마자 절교 선언을 날렸다. “미래가 불투명한 대학원생과는 더 만나기 힘들다.”는 게 이유였다. 최씨는 “문과대라 석사과정이 끝나도 취업이 힘들 것 같아 고민이었는데 여자친구마저 내 상황을 이해해주지 못하니 야속하기만 했다.”며 속상해 했다. 한달 가까이 식음도 전폐하며 폐인처럼 살았던 그는 10월 달력을 넘겨보며 다짐했다. 추석연휴를 계기로 다시 정신 차리고 여자친구 만들기에 나서자고 마음먹었다. “소개팅하는 건 실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연휴에 어른들이 모이면 옛 여자친구의 안부를 물을 게 뻔한데 ‘소개팅 나간다.’는 걸 핑계 삼아 귀찮은 질문공세에서도 피해 나오려는 계산”이라고 말하며 최씨는 씁쓸히 웃었다. 올해 초 광고회사에 입사한 서모(27·여)씨는 있지도 않은 업무를 핑계로 이번 추석을 서울에서 혼자 지내기로 했다. 지난 3월 취업 성공과 더불어 시작된 부모님의 ‘시집’ 타령에 이골이 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씨가 솔로인 것도 아니다. 3년간 만나온 남자 친구가 있지만 아직 신입사원의 티를 못 벗은 서씨로서는 결혼보다 자신의 일이 더 중요하다. 서씨는 “그토록 원하던 광고회사에 입사했지만 내가 꿈꾸던 카피라이터의 모습과는 한참 멀다.”면서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내 능력을 인정받는 게 우선”이라며 신입사원의 고초를 토로했다. 서씨의 회사는 인원 충원을 위해 최근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냈다. 이 때문에 서씨의 마음은 더 조급한 상황이다. 서씨는 “입사 기간이 크게 차이 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선배인데 후배보다 하나라도 뛰어난 점을 보여야 하잖아요. 이 바닥은 워낙 경쟁이 치열한 데다 시장도 좁아서 개인에 대한 평가가 금방 퍼져요.”라며 “일에서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을 수 있을 때 남자친구와 함께 고향집을 방문하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 금의환향할 그 날을 위해 공부 삼매경 사법고시 준비생 김모(30)씨는 이번 추석에도 고향인 경남 진주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벌써 5년째 시험에 합격하지 못해 부모님과 친척들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서다. 김씨는 “명절이면 친척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얘기가 나의 합격 여부”라면서 “그 소리가 듣기 괴롭고 부모님께도 죄송해서 3년 전부터 추석과 설날에 고향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 추석 연휴 동안 서울 신림동 자취방에 틀어박혀 밀린 동영상 강의를 듣고 토익책도 펼쳐 볼 생각이다. 지난 6월에 치른 2차 시험의 성적이 좋지 못해 내년을 기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1차 시험부터 다시 응시해야 해서 토익점수도 700점 이상 확보해야 한다. 연휴도 없이 공부할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나오지만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고 김씨는 전했다. 위로 누나만 두명 있는 막내아들인 터라 김씨에 대한 어머니의 생각은 애틋하다. 지난주 말 도착한 택배 상자에는 냉동 동그랑땡과 산적, 깨송편, 김치 등이 들어있었다. 객지생활에 명절음식도 못 먹을까봐 어머니가 손수 싸서 보낸 것이다. 김씨는 “명절 분위기라도 내라고 지난 설부터 음식을 보내주시는데, 만들어먹을 시간이 없으니 보내지 말라고 해도 고집을 부리신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필코 내년 추석에는 부모님께 합격 소식을 전해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매달 10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을 축 내면서 부모님 속을 썩였던 만큼 좋은 성적으로 합격해 ‘판사 아들’ 덕 좀 보게 해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양모(29)씨는 어느 해보다 씁쓸한 명절을 맞이하고 있다. 고향인 부산 집에서는 밀린 업무와 짧은 연휴 때문에 못 내려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양씨는 새 직장을 구하는 중이다. 회사의 자금난으로 지난 봄에 해고됐기 때문이다. 양씨는 “아직도 가족들은 제가 직장에 잘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부모님께서 제 소식을 알면 저보다 더 마음 아파하실 것 같아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씨는 이번 추석 연휴를 재기의 의지를 다지는 기회로 삼겠다며 최근 입사 지원서를 제출한 회사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부산에서 같이 서울로 상경한 대학 친구들을 보면 가슴이 쓰리지만 내년 설날을 기약하며 마음의 칼을 갈기 시작했다. 지금 자신의 처지를 “멀리 뛰기 위해 잠시 움츠리고 있는 개구리”와 같다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양씨는 “추석 연휴 때면 대학 도서관도 한산해 마음이 더 허전하겠지만 지금 이 처절한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기 위해서라도 이번 추석 연휴만큼은 최선을 다해 취업 준비에 몰입할 겁니다.”라며 이를 악물었다.
  • “G20통해 한국 한단계 도약할 것”

    “G20통해 한국 한단계 도약할 것”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G20 정상회의가 정례화된 것은 세계가 기존 G8(G7+러시아) 중심의 체제에서 벗어나 새 시대에 접어들고 있음을 알리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한승수 국무총리, 양승태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과 오찬을 하면서 “한국이 단순히 회원국의 지위를 넘어 정례화 후 첫 회의를 개최하는 의장국이 됐다는 사실은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그런 만큼 G20 정상회의 개최는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이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며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돼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한국은 분명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G20 정상회의 개최 결정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주인공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대통령을 믿고 따라준 국민”이라며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만큼 어려운 상황에 있는 국민들이 웃을 수 있는 날이 더 빨리 올 수 있도록 정부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수석 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여당과 정부가 농민의 마음이 돼 생산지 쌀값이 안정될 수 있도록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농민들이 풍년을 맞이하고도 시름이 깊다.”는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의 보고를 받고 “농민들이 풍년을 이루기 위해 이른 봄부터 많은 고생을 했는데 기다리던 풍년을 맞이하고도 근심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은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선규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단순히 추곡수매가 조정을 통해 문제를 푸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미 확인된 만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중장기적인 종합대책을 찾아보라.”며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과감히 발상을 바꿔본다면 분명히 농민에게 도움이 되고 정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다양한 쌀 소비방안을 강구하라.”면서 “설렁탕에 넣는 국수를 쌀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오래 전에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둠벙 할아버지/장수명

    [엄마와 읽는 동화] 둠벙 할아버지/장수명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이다. “휴, 비는 언제 온담.” 바싹 마른 바닥에서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기호가 타박타박 걷는다. “기호, 이제 오니?”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기호를 보자, 우물가로 가시더니 두레박에서 물을 퍼 올린다. “기호, 이리 온. 할애비가 등목 시켜줄 테니.” 할아버지는 기호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며 말했다. 우물에서 갓 퍼 올린 물은 얼음 같다. “아~, 차차 차가워. 할배.” 기호가 엎드렸던 몸을 발딱 일으켜 세우며 호들갑을 떤다. “원, 녀석도 뭐가 차갑다고 호들갑이누.” 할아버지는 길러 놓은 물을 할아버지 몸에 퍼붓는다. “피, 할아버지 억지로 참는 것 다 안다 뭐.” 기호가 입술을 삐죽이 내밀며 팔딱팔딱 뛰어 툇마루로 재빨리 올라선다. 몹시도 더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하지만 어찌나 긴 가뭄을 겪었는지 논바닥은 쩍쩍 갈라지고 제대로 자란 벼도 그다지 없었던 농사는 가을이 되어도 별로 추수할 거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둠벙을 하나 파야겠어.” 할아버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셨다. “둠벙을 파신다고요?” 작은아버지의 낯빛이 싸늘해졌다. “그래, 아무래도 그래야 되지 싶다. 저기 윗마을에 있는 우리 논에….” 할아버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작은아버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버지, 그 논에 둠벙을 판다는 게 말이 돼요. 다른 사람들 다 가만있는데 왜 번번이 아버지가 나서요. 지난 번 영식이네가 돌아왔을 때도 문중에서 모두 가만있는데 아버지가 나서서 그 위에 있던 논 한 마지기하고 밭 한마지기 털컥 떼 주더니 이번엔 또 우리 논에 둠벙을 판다고요?” 작은아버지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다 할 참인가 보다.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목청을 돋우기 시작했다. “그래요. 아버지 땅이니까 아버지 마음대로 하세요. 난 이제 이곳을 떠나서 살 거예요. 더는 농사짓기도 싫고, 이곳도 지긋지긋하고….” 작은아버지는 휑하니 나가버렸다. 할아버지는 한동안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셨다. 그런 작은아버지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보시더니 천천히 몸을 움직여 툇마루에 걸터앉는다. “허참, 쟤가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네.” 할아버지는 길게 한숨을 지으며 먼 산으로 눈길을 돌리신다. 몇 날이 지났다. 집안 분위기는 잔뜩 가라앉아 숨조차 마음대로 쉬기 어려울 만큼 무겁게 느껴졌다. 기호는 늦잠을 잔 탓에 허겁지겁 밥을 먹고 가방을 둘러메고 잰걸음으로 학교로 달려갔다. 일교시가 끝날 무렵이었다. “기호야.” 작은아버지가 학교로 찾아 왔다. “작은아빠, 작은아빠가 웬일이세요?” 기호는 멀뚱멀뚱한 눈빛으로 작은아버지를 올려다 본다. “오늘, 12시 차로 작은아빠는 작은엄마하고 서울 올라가려고 한다.” “서울요?” “넌, 할아버지와 있다가 우리가 자리잡고 연락할 테니까, 그때까지 학교 잘 다니고 할아버지랑 잘 지내도록 해야 한다.” 기호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느닷없이 학교에 찾아와서 서울 간다는 작은아버지의 말에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지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작은아빠, 정말 갈 거예요? 정말, 나하고 할아버지만 두고, 서울로 갈 거예요?” “그리 알고 수업 마치고 집으로 곧장 가도록 해라. 알았지.” 작은아버지는 이미 마음을 굳혔나 보다. 기호의 어깨를 몇 번 도닥거리더니 총총히 학교를 빠져나갔다. ‘서울….’ 느닷없이 나타나 서울 간다는 작은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호가 작은 주먹을 움켜잡는다. 기호도 가고 싶던 서울이다. 하지만 작은아버지처럼은 아니다. 기호 눈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났다.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읜 기호는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를 친부모처럼 따랐는데, 덜컥 기호를 두고 간다니….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가 없는 집은 마치 빈집처럼 휑하기만 했다. 바닥 가장자리 천이 닳고 닳아서 헤져 작은 구멍이 난, 아주 오래된 낡은 배낭을 할아버지는 찾아냈다. 다 먹은 주스병에 물을 담아 배낭에 챙겨 넣고, 반찬 몇 가지며 밥도 챙겨 넣었다. 그리고 허벅지까지 오는 고무장화도 차곡차곡 접어서 배낭에 넣는다. “할아버지 어디 가요?” “그래 기호야, 할아버지 좀 늦게 올지도 모르니까 밥 알아서 챙겨 먹어라.” 헛간에 세워져 있던 삽자루를 자전거 뒤에 싣고 할아버지는 대문을 나선다. “할아버지, 윗마을 가요?” “그래.” 여름 내내 비 한 번 오지 않았던 날씨 탓에 논바닥은 마치 거북이 등짝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펌프로 물을 뽑아 올렸지만 그것도 한정이 있었다. 듬성듬성 누렇게 말라 다 타버린 나락줄기를 만지던 할아버지 얼굴은 일그러져,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닌 묘한 표정을 지으며 한참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배낭을 벗고, 할아버지는 삽으로 논바닥을 뒤집기 시작했다. 뿌연 흙먼지가 삽을 따라서 하얗게 일어났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할아버지 손등으로 올라온 굵은 핏줄 위로 땀방울이 툭툭 떨어졌다. 논바닥은 거의 다 뒤집혀져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몇 날이 지나고 몇 달이 흘렀다. 할아버지는 마치 곧장 일을 끝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바람 쌩쌩 부는 겨울이 되었는데도 하루도 쉬지 않고 논으로 갔다. 진눈깨비가 어지럽게 날리는 날이다. “할아버지 이제 그만 쉬었다가, 날씨 풀리는 봄에 해요.” 기호가 할아버지를 말렸지만 할아버지는 그런 기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어김없이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언젠가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처럼 사람 손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할아버지를 따라 윗마을로 간 기호의 눈은 화등잔처럼 커졌다. 윗마을 논은 움푹 파인 분화구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어떠냐! 기호야.” 기호는 말문이 막혔다. 아침 햇살을 받고 선 할아버지의 얼굴이 그처럼 빛나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이제 저 곳에 연도 심고, 고기도 놓아 기르면서 우리 마을 농업용수로도 쓰고, 너희들이 장가를 가서 자식을 낳으면 수생생물들의 생태를 공부할 수도 있는 학습장이 되게도 할 테다.” “할아버지 정말 대단해요! 혼자서 이 넓은 땅을 팠단 말이에요!” 기호는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우며 말했다. “다행히 저 산 가까운 아래쪽에서 물이 샘솟는구나.” 시간이 지나자, 둠벙엔 물이 차기 시작했다. 봄비도 알맞게 내려주었다. 할아버지는 틈만 나면 둠벙으로 가서 연도 심고, 수초도 곳곳에 심으셨다. 할아버지 말씀처럼 할아버지 바람처럼 둠벙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찰랑거리는 잔물결도 만들었고, 그 위로 잠자리도 날아다녔으며, 어느 날부터인가 오리 몇 마리가 날아들어 둠벙 이곳저곳을 헤엄치기 시작했다. 일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나고 해를 거듭할수록 둠벙은 아름답게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얼굴은 점점 야위어 가고 몸도 바싹 말라가고 있었다. “할아버지, 어디 편찮으신 것 아니에요. 병원에 가 봐요!” “아니다. 내 병은 내가 잘 안다.” 그러고 보니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가 집을 나간 지 여러 해가 지났다. 그동안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할아버지, 작은아빠 오시라고 할까요?” “끄응….” 작은아버지라는 말에 할아버지가 돌아누우시며 앓는 소리를 내신다. 할아버지가 밖으로 나가자 기호는 전화번호가 적힌 수첩을 찾아 뒤적인다. “작은아빠, 저 기호예요. 지금 할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세요. 빨리 내려오셔야겠어요.” 일요일 아침이었다. 몇 날 동안 대문 앞을 기웃거리던 기호를 보자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신다.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게서 며칠 동안 왜 그러누?” 그때였다. “기호야!”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다. 순간 할아버지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귀밑 볼이 불그레해졌다. “창이 왔구나! 어서 들어가자!” 할아버지는 작은아버지 손을 덥석 잡아 끈다. “아버지, 죄송해요.” 작은아버지 목소리에 울음이 섞였다. 이제 작은아버지는 서울로 안 간단다. 할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둠벙을 가꾸겠단다. 아침부터 온종일 작은아버지는 둠벙으로 가서 일했다. 작은아버지 손길이 닿은 둠벙은 멋지고 아름다운 곳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연꽃도 더 많아졌고, 부들이며 수초들도 더 많이 자라기 시작했다. 게다가 둠벙 가운데를 가로질러 직접 만들어 놓은 나무로 만든 구름다리는 둠벙을 찾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인기 최고였다. ‘작은 생태학습장 -둠벙 이야기-’ 작은아버지는 둠벙에 팻말을 세웠다. 둠벙 들머리 정자에 걸터앉아 작은아버지의 바쁜 손길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시는 할아버지의 눈은 어느 때보다도 평온하고 부드러웠다. “기호야, 저 둠벙은 네 것이기도 하다.” 기호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간 바람이 둠벙 가운데에 우뚝 선 부들을 살랑대며 춤추게 하고 있었다. *둠벙:둠벙은 물웅덩이의 방언으로서 우리 조상들이 가뭄에 대비해 농촌 곳곳에 만들어 놓은 작은 못으로, 한국형 습지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든 중심이 자신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타인에 대한 배려엔 인색하기 그지없다.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기호의 할아버지는 자신이 아닌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나눠주기, 그리고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한 귀중함과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있는 어른이다. 하지만 작은아버지는 그런 할아버지와는 반대로 요즘의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나눠주면서 얻게 되는 행복과 기쁨, 가까운 것에 대한 귀중함과 소중함들을 한번쯤은 되짚어보며 살아가자는 생각에서 기호의 할아버지를 통해 조금은 느리게 살면서 얻게 되는 삶의 기쁨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작가 약력 아동문학평론 ‘해님이 사는 마을’, 아동문예문학상 ‘지훈이와 할아버지’ 당선으로 등단. 제24회 새벗문학상 수상, 동화 ‘호수에 갇힌 달님’. 주요작품: 동화집 ‘내 이름은 아임쏘리’ 그림동화집 ‘도깨비 대장이 된 훈장님’ ‘동백꽃’ 외 다수. 현재 한라산학교 강사, 서귀포신문 동화연재 중, 제민일보 생활칼럼 집필진 활동 중
  • [굿모닝 닥터]포경수술, 에이즈 예방한다

    우리나라 남성들은 대부분 포경수술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갖고 있다. 난생처음 수술대에 오를 때의 두려움이나, 수술 후 컵을 대고 어기적거리며 걸어야 했던 그런 기억이다. 그런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꼭 포경수술을 해야 하는가. 필자가 젊은 엄마들로부터 자주 듣는 질문이다. 그동안 의사들은 포경수술의 이유로 성기의 청결과 발육을 꼽았다. 하지만 2008년부터는 한 가지 이유를 덧붙일 수 있게 됐다. 바로 에이즈(AIDS) 예방이다. 에이즈가 창궐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우간다와 케냐에서 2004∼06년에 실시한 역학조사에서는 포경수술이 이성 간의 성행위에 의한 에이즈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50% 이상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그해 타임지는 10대 의학 혁신 중 하나로 포경수술이 에이즈를 예방한다는 사실을 꼽았으며, 월스트리트저널도 남아공에서 포경수술을 받지 않은 쪽이 포경수술을 받은 쪽보다 에이즈 감염률이 3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그런가 하면 미 보건당국은 에이즈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남성 신생아에게 포경수술을 권장하는 방안을 고려중 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포경수술이 어떻게 에이즈를 예방한다는 것일까. 포경수술은 음경을 둘러싼 표피를 제거해 음경의 귀두부를 드러내는 수술이다. 이때 귀두 표피의 특수세포가 함께 제거되면서 에이즈 바이러스의 감염을 차단·예방하게 된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견해다. 포경수술로 음경 피부 안쪽에서 번식하는 세균을 억제해 청결을 유지할 수 있고, 성병·매독·자궁경부암 바이러스 등의 감염도 막을 수도 있다. 여기에다 에이즈까지 예방한다니 포경수술을 적극 고려해봄직 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의 고통스런 기억을 넘어서. 이형래 동서신의학병원 비뇨기과 교수
  • 마세라티, 명품 컨버터블 ‘그란카브리오’ 공개

    마세라티, 명품 컨버터블 ‘그란카브리오’ 공개

    명품 자동차회사 마세라티가 자사 최초의 4인승 컨버터블을 공개해 눈길을 끈다. 2009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공개된 이 컨버터블의 이름은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Maserati GranCabrio). 그란카브리오는 그란투리스모, 콰트로포르테의 뒤를 잇는 마세라티의 세 번째 라인업이다. 차체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가 맡았다.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한 그란카브리오의 공기저항지수는 쿠페와 동일한 0.35에 불과하다. 실내 역시 최고급 가죽과 원목을 사용해 호화스럽게 꾸며졌다. 그란카브리오는 4.7ℓ V8 엔진을 탑재해, 44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5.4초, 최고속도는 283km/h에 달한다. 차체는 완전히 새롭게 설계됐다. 축간거리는 동급차 중 가장 긴 2,942mm이며, 최상의 프레임 강성을 실현했다. 아울러, 탁월한 무게배분을 통해 우수한 역학구조와 안전성을 실현했다. 그란카브리오는 다양한 안전장비와 편의장비도 적용된다. 비상 시에는 뒷좌석 후면에 위치한 롤바가 탑승자들의 안전을 확보한다. 특히, 유압식 브레이크 보조장치(HBA)는 긴급 상황 시 브레이크의 성능을 최적화한다. 또 듀얼 에어컨은 차량 내부의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고 공기를 환기시킨다. 그란카브리오의 지붕은 캔버스(canvas)로 제작됐다.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지붕은 바람소리를 최소화했다. 아울러, 30km/h까지는 이동 중에도 28초 만에 지붕을 열 수 있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는 올겨울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며, 내년 봄부터 판매된다. 가격은 미정이나, 국내에 수입될 경우 2억원 이상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자동차전문기자 정치연 chiyeon@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시론] ‘뜨거운 감자’ 노동법 개정 해법 찾아야/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뜨거운 감자’ 노동법 개정 해법 찾아야/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문제라는 ‘뜨거운 감자’를 놓고 노동계와 재계, 정부와 정치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연말까지 3개월간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 관련 노동법 개정문제에 대한 해답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운동과 노사관계는 물론 노동시장 전반의 지각 대변동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 어쩌면 금년 봄부터 6월말까지 정국을 흔들었던 비정규직법 개정 파동을 뛰어넘는 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노동법을 개정하지 못하면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그렇게 되면 노조와 사용자의 관계는 물론 노조와 근로자들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지금은 한 사업장에 노조가 만들어지면 다른 노조를 만들 수 없어 근로자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이해관계와 일치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기존 노조에 가입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근로자들이 노조를 선택, 가입할 수 있다. 또 노조전임자가 사용자에게 급여를 받고 조합활동을 했지만 이제 그 급여를 조합원이 부담해야 한다. 지금까지 노동계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반대하고, 재계는 복수노조 허용을 반대해 왔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의 시행을 13년간 유예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사용자는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를 주는 게 조합활동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받는 반면, 노조는 ‘사용자로부터 돈 받으면서 사용자와 투쟁하는 이율배반’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노동법을 그대로 시행하면 우리 노사관계와 노동조합의 수준도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무조건 반길 상황은 아니다. 노조가 난립돼 노조끼리나 노사간 갈등이 커지고 단체교섭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노조의 재정이 빈약해 조합 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 때문에 정부는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단체교섭 창구를 단일화하고 전임자의 임금지급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노동법을 개정하려는 듯하다. 이런 대안이 노사 당사자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 같지만 국회 통과가 어려워 법이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그 이유는 노동법 개정에 노사 합의의 가능성이 적은 데 있다.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에 대해서 노사가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과 본심이 다른 데다 노사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다. 노사관계가 안정적인 경우 괜히 새 제도를 도입해 평지풍파를 일으킨다고 불만을 느끼고 있고 불안정한 경우 새 질서를 만드는 계기로 삼으려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복수노조는 허용되는데 교섭창구 단일화가 안 돼 사용자가 복수노조들과 각각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반면, 노조는 전임자의 임금을 조합비에서 전액 부담하는 상황을 피하려면 이제라도 솔직히 속마음을 밝히고 시급히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노사가 반대하면 정부가 법 시행을 또 유예할 것이라는 낙관적 과신에 빠진 데 있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빠른 시일 안에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확고하게 밝혀 노사가 대안을 제시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회 분위기상 법 개정이 어렵다는 점을 직시해 복수노조와 자율교섭,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시행에 따른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구체안을 준비해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 [부동산특집] 내집은 어디에?… 마이홈 구하기 가을작전

    [부동산특집] 내집은 어디에?… 마이홈 구하기 가을작전

    신규 분양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상반기 ‘개점 휴업’ 상태였던 주택업체들이 하반기 들어서 너도나도 분양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5만 2000여가구가 분양 대기 중이다. 인천 영종하늘도시, 송도지구, 청라지구, 고양 삼송지구 등에서 대거 분양된다. 신규 분양 아파트는 이달 7일부터 수도권으로 확대적용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 DTI 규제완화와 경기회복이 맞물려 실수요자와 투자수요가 신규 분양시장에 몰렸기 때문이다. 올가을 분양 예정인 수도권 주요 아파트를 집중 분석했다. ‘DTI 규제 약효 제한적, 주택시장 조정 후 재상승, 집장만은 4·4분기부터, 신규분양은 호조….’ 부동산 전문가 5인의 시장 전망을 요약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 주택시장을 양극화로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집값이 하락하기보다는 보합세나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재건축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이미 오를 만큼 올라 더이상 상승은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불안한 시선으로 재건축시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공통점도 있다. 과도한 규제책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대신 지역과 주택유형에 따라 유연한 대응을 주문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집값이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정부의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이나 지방은 더딜 수 있으나, 전반적인 회복세는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연간 2~3%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고,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대출 규제로 당분간 약세를 보이다가 소폭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약간 다른 의견도 나왔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반기보다 상승폭은 둔화되고 국지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소폭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집값 상승의 불을 댕긴 재건축에 대해서는 대부분 변동성이 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희선 부동산 114 전무와 안 팀장은 “소형평형 의무비율과 분양가 상한제 유지시 추가로 가격이 오르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을 냈다. 김 연구위원 역시 “규제완화의 기대감이 사라져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와 박 대표는 다소 불안한 시선으로 재건축시장을 진단했다. 김 대표는 “공급부족과 바닥 확산에 따라 강남 중심의 상승세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대표는 “용적률 상향이 이뤄질 경우 2종 지역은 다소 불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달 7일부터 수도권으로 확대한 DTI 규제에 대해서는 다소 비관적인 시각이 많았다. 안 팀장은 “지역별 가격 차별화를 부채질할 것”, 김 연구위원은 “신규 분양시장으로 투자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 김 대표는 “진정효과는 있겠지만 강남지역 등에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 박 대표는 “추석 전까지는 다소 소강상태를 보인 후 그 이후부터는 불확실할 것”이라는 의견을 각각 제시했다. 이에 비해 김 전무는 “공격적 추격매수세를 진정시켜 주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추가대책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 연구위원과 안 팀장은 “추가대책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김 전무는 “당분간 시장을 지켜보며 미세조정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김 대표는 “전국적인 추가규제보다는 강남이나 투기수요 유발지역으로 대책을 국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추가로 시장이 과열될 경우 DTI나 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정책으로 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해 추가대책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신규 분양시장에 대해서는 모두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오히려 과열을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토지시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각을 드러냈다. “주택시장 위축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거나 “분양가 상한제 폐지시 토지수요 발생으로 5~10%가량 오를 것”이라는 진단도 있었다. 내집마련 시기로는 안 팀장은 “호가가 위축되는 가을이 적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무는 “서울은 4분기에 지역이나 평형별로 선별 대응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올 4분기나 내년 1분기를 내집마련의 적기로 꼽았다. 박원갑 대표는 “강남은 매수시기를 좀 더 미루고, 비강남은 고점 대비 10~20% 싸다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라면서 “신규분양에도 관심을 두라.”고 조언했다. 요즘 치솟고 있는 전셋값에 대해서는 1~2년간 불안이 이어질 것(김학권 대표, 김희선 대표, 박원갑 대표, 안명숙 대표)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김 연구위원은 “2010년도 서울, 경기 지역 입주물량이 증가하면 내년 봄 이후 안정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분석을 했다. 집값 안정대책으로 김 전무와 김 연구위원, 김 대표는 공급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을 주문했다. 반면 박 대표는 국지적 과열을 타깃으로 한 족집게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안 팀장은 직접 대책보다는 금융규제를 통한 간접 대책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성곤 윤설영기자 sunggone@seoul.co.kr
  • [뉴스다큐 시선] 병상침대서 바라본 루게릭병 환자

    [뉴스다큐 시선] 병상침대서 바라본 루게릭병 환자

    사람들의 삶과 죽음 사이에는 인생이 있다. 갓 태어난 손자의 울음소리, 저녁때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된장찌개 같은 희로애락이 그 속에 녹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2000여명의 인생엔 오로지 고통만 있다. 정신은 멀쩡한데도 온몸이 마비되는 고통을 겪는 사람들, 자신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두눈 뜨고 지켜봐야 하는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환자가 그들이다. 루게릭병 환자의 사투와 사랑을 그린 김명민·하지원 주연의 영화 ‘내사랑 내곁에’가 24일 개봉하면서 루게릭병 환자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루게릭병 환자 2명과 그 가족들을 만나봤다. 글 사진 동영상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침대 #1 나는 침대다. 세로 2m, 가로 1m. 한 사람이 눕기엔 나무랄 데 없다. 내 양옆엔 접이식 난간 두 개가 달려있다. 나는 서울 대조동의 한 단독주택에 놓여 있는 의료용 침대다. 내 주인 황인필(34)씨는 이곳에 8년째 누워 있다. 26살이던 2001년 10월 왼쪽 팔꿈치를 다쳐 병원에 갔다가 느닷없이 루게릭병 선고를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필씨는 큰 제과회사 케이크부에서 케이크를 만드는 제빵사로 일하면서 여자친구와 알콩달콩 연애도 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이란성 쌍둥이 여동생을 비롯해 3남매의 맏아들로 엄마 생일마다 자신이 만든 케이크를 집에 갖고 오던 속 깊은 아들이기도 했다. 활동적이라 퇴근 후 취미생활로 격투기를 했는데, 운동을 하다 팔꿈치를 다쳐서 52일간 깁스를 한 것뿐이었다. 이상하게 두 번째와 세 번째 손가락이 저리기 시작했다. 정형외과에 갔더니 이런저런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자기공명영상(MRI)을 본 의사는 “이 병은 젊은 사람한테 오는 게 아닌데…”라며 머리를 내저었다. 인필씨의 어머니 이순자(62)씨는 지금도 이 순간을 회상할 때마다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다. “2002년 3월 말 루게릭병이란 최종 ‘확진결과’가 나왔어요. 그럴 리가 없다고 병원 바닥에 앉아 울었어요. 오진이 확실하단 생각에 다른 병원으로 갔죠. 그해 5월, 다시 한번 루게릭병이란 얘기를 들었어요.” 22일 오전 7시30분. 어머니 이씨가 내게로 다가온다. 내 위에서 인필씨는 눈을 꿈뻑거리며 혀로 “딱, 딱” 소리를 낸다. 그게 인필씨가 엄마를 부르는 방법이다. 처음에 왼쪽 팔에서 시작된 마비는 2004년 왼쪽 다리를 거쳐 2006년 10월부터는 입과 혀까지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인필씨는 안정된 호흡을 위해 기관지 절개수술을 받아 그때부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달싹거리는 입술과 눈짓만 보고도 어머니 이씨는 인필씨가 뭘 원하는지 단박에 알아차린다. “TV 켜달라고? 이제 밥도 먹어야지.”라며 이씨는 인필씨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어머니 이씨와 간병인은 하루종일 인필씨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오후 1시와 저녁 7시 밥 대신 특수 의료용 식품을 줘야 하고, 수시로 대소변을 받아내고 목에 낀 가래를 빼줘야 한다. 그나마 인필씨는 마비 속도가 더딘 편이다. 2001년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 의사는 “환자들 평균 수명이 2.7년쯤 된다.”고 했다. 3년 뒤면 아들을 영영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어머니 이씨는 그 뒤 한두 달 동안은 밥도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고맙게도 인필씨는 8년이나 버텨줬다. 2002년 5월과 2004년 10월에는 일주일에 두 번씩 집 근처 재활병원을 다니면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2006년 8월 말에는 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처음으로 호흡곤란이 왔다. 그해 9월 재활병원에 아예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10월부터 전신에 마비가 와 스스로 호흡하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 2007년 1월엔 기관지 절개수술을 받았다. 그때부터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생활한다. 나는 안다. 가족들이 없었더라면 인필씨는 내 위에서 이렇게 오래 머무르지 못했으리라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3총사 같이 꼭 붙어 다니던 여동생들은 오빠의 발병 소식을 듣자마자 “우리 둘 다 시집 안 가고 오빠 옆에 있겠다.”고 선언했다. 쌍둥이인 지연(34)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오빠 병간호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를 대신해 97살 할머니의 식사와 빨래도 도맡아 했다. 허리가 아픈 아버지(70)와 어머니 대신 집안의 생활비와 오빠 약값을 책임지는 것은 지연씨와 손아래 동생 미연(31)씨의 몫이다. 오후 1시. TV에 나오는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인필씨가 입을 벌려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화장해.” 누워있는 아들 때문에 너무 많이 늙어버린 엄마가 안쓰러웠을까. 인필씨는 가끔 엉뚱한 말을 꺼낸다. 어머니 이씨는 “너 나으면 엄마가 화장하지. 너만 나아 봐, 엄마가 화장만 하겠니.” 나는 이런 장면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본다. 도저히 희망을 말할 수 없는 곳에서 어머니 이씨가 ‘너 나으면’이라고 희망을 얘기하는 장면을. “소원이요? 하나밖에 없죠. 기적이 일어나서, 치료약이 개발돼서 우리 인필이가 일어나는 거죠.” 그때 인필씨가 더듬더듬 입술을 떼었다. “나 너무 아파서,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루게릭병으로) 안 아팠으면 좋겠어요. 내 옆에 있어준 친구 용선이하고 재활병원 홍승표 팀장님 이름도 신문에 실어주면 좋겠어요.” 침대 #2 나는 인천 용현동의 한 아파트에 놓여있는 침대다. 나는 2005년 10월부터 내 주인 부영옥(67·여)씨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어느날 갑자기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독감예방주사를 맞았는데 가래가 끊이지 않고 계속 기침을 하는 등 몸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다. 그래봤자 독감 정도일 거라고 딸 조은희(35)씨는 생각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병원에서는 “오늘 당장 입원하라. 언제 호흡곤란이 올지 모른다.”고 했다. 할머니가 루게릭병에 걸렸다는 거다. 은희씨는 난생 처음 듣는 ‘루게릭병’이 무슨 말인지 몰라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모니터에 나오는 루게릭병의 전조 증상은, 부씨가 그해 봄부터 보이던 증상과 완전히 똑같았다. 음식을 먹으면 잘 흘렸고 엉뚱한 곳에서 히죽히죽 웃어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대뇌 신경세포가 파괴되고 입과 혀에 마비가 오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는 것이다. 은희씨는 “내가 조금만 일찍 알았어도 마비가 덜 빨리 왔을텐데…”라며 자주 가슴을 친다. 그런 은희씨를 바라보는 게 안쓰럽기 그지 없다. 내 주인 부씨는 나이도 많은 편이고 폐렴도 자주 걸려 마비 속도가 빨랐다. 발병 4개월 만에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는 신세가 됐다. 2006년 가을에는 전신마비가 왔고 지난해 10월부터는 눈 깜박임도 없었다. 운영하던 제과점을 그만두고 중국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은희씨는 짐도 미처 챙기지 못하고 황망히 귀국해 엄마를 돌보기 시작했다. “넌 시집가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엄마 옆에 있어.”라면서 4자매 중 막내인 은희씨를 끔찍이 예뻐했던 엄마 부씨였다. 1983년부터 운전면허를 따서 자동차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던 활달한 성격의 엄마가 서서히 온 몸이 마비되어 가는 것을 바라봐야 하는 딸 은희씨의 마음은 헤어날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중국에 가 있던 은희씨를 내내 그리워했다는 엄마 부씨가 간신히 입을 떼 말했다. “몸은 아파도 네가 옆에 있으니 좋다. 어디 가지 마.” 은희씨는 결심했다. 내가 엄마를 끝까지 모시겠다고. 그때부터 4년간 응급실-중환자실-일반병실-퇴원을 반복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1년에 절반은 병원, 절반은 집에 머물렀다. 은희씨는 오전 6시30분에 일어나 부씨의 소변을 받아내고 의료용 유동식을 공급한다. 세 끼 식사에 매 시간 혈압, 체온, 소변량 등을 기록용지에 적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40년간 당뇨병을 앓아오던 은희씨의 아버지까지 쓰러졌다. 그래서 은희씨는 속으로 결심했다. 결혼 같은 건 하지 말자고. 어차피 병든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오지도 않을 거라고. 결심은 그렇게 했지만 혼자 몸으로 부모님 두 분을 보살피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속으로 눈물을 흘리는 나날이 늘어갔다. 지난해 9월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 박동진(40)씨를 만났다. 동진씨는 “첫눈에 반하진 않았지만 부모님을 극진히 모시는 모습이 예뻐 보였다.”고 했다. 둘은 연애를 시작했다. 남들처럼 영화보러 가고 교외로 나들이 나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동진씨가 병원으로 찾아오면 둘이 나가 자판기 커피 한 잔 마시고 얘기 조금 하다가 은희씨를 집으로 데려다 주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12월 크리스마스 이브 동진씨는 용기를 내 작은 반지를 준비했다. 근사한 곳에서 프러포즈를 하려 했지만 길이 막혀 두 시간 만에 돌아왔다. 외출하고 두 시간이 지나면 은희씨는 온통 마음이 병원으로 쏠린다. 결국 다음날인 크리스마스날 “우리 같이 살자. 내가 행복하게 해줄게.”라는 말로 은희씨의 마음을 얻어냈다. “혼자 하던 걸 이젠 둘이 하는데 뭐가 힘드냐.”는 말은 이제 은희씨의 입버릇이 됐다. 지난달 7일 어머니 부씨가 호흡곤란으로 인해 급기야 뇌사 상태에 빠졌을 때도 남편이 옆에 없었더라면 도저히 견뎌낼 수 없었을 터다. 나이가 많아 불임을 걱정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지난 4월 임신을 확인했다. 임신 5개월째의 무거운 몸으로 병간호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엄마에게 아기 얼굴을 꼭 보여주리라는 희망으로 은희씨는 하루를 살아낸다. “지금도 제 배에 엄마 손을 갖다 대면 가끔 턱을 부르르 떨면서 반응을 하세요. 희망이 있는 한 불치병은 없대요. 엄마가 눈을 뜰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라며 은희씨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 루게릭병은 온몸 근육 서서히 위축·마비 호흡근 마비로 수년내 사망 루게릭병(ALS·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은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되는 질환으로 사지가 서서히 위축·마비되면서 결국 호흡근 마비로 수년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질병이다. 1941년 이 병으로 사망한 미국의 유명한 프로야구 선수 루게릭(Henry Louis Gehrig)의 이름을 따 루게릭병으로 불리게 됐다. 인구 10만명에 1.5~2명에게서 발병하는 루게릭병은 60~80대에서 주로 발병하고 남성이 여성에 비해 1.5배가량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2000~3000명의 환자가 있다고 한다. 루게릭병의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신경영양인자 결핍설, 글루타민산 과잉설, 유전설, 환경적 독소의 작용 등 여러 가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 따라서 치료제도 아직은 개발돼 있지 않다. 시중에 나와 있는 릴루텍(Riluzole)은 생존 기간을 수개월 정도 연장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삶의 질을 개선하거나 근력을 회복시키는 데는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루게릭병 환자의 수명은 평균 3~4년이지만 10% 정도는 증상이 점차 좋아지는 양성 경과를 보이며 10년 이상 생존하기도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스티븐 호킹 박사는 1963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도 수십 년째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루게릭병 환자와 가족들이 가장 고통받는 것은 간병인 문제다. 간병인 바우처제도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지원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24시간 환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루게릭병의 특성상 전문적인 간병인이 절실하다. 한국ALS협회 회장인 이광우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병이 생기면 환자를 돌보느라 가정마저 황폐해져 버린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루게릭 환자들을 위한 전문 요양소 설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도움주실 분 ●황인필 국민은행 024-21-0738-345 ●조은희 하나은행 8479100-36-17407
  • “詩를 통한 삶의 진실 접근 고민해야”

    “詩를 통한 삶의 진실 접근 고민해야”

    “시는 어떤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인류를 위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 시인들은 이 시를 가지고 ‘삶의 진실’에 얼마나 더 접근할 수 있는가를 늘 고민해야 합니다.” 제14회 김달진문학제가 한창이던 지난 19일 경남 진해 앞바다를 순항하는 크루즈선상에는 남해의 바닷바람도 식힐 수 없는 열기가 가득 찼다. 문학제 행사의 일환으로 황동규(71) 시인이 나선 선상 문학특강 현장. 자리를 잡고 앉은 사람들은 면면 모두가 내로라하는 시인들이었지만, ‘삶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노시인의 열강에 이들의 눈은 마치 ‘문학청년’들처럼 반짝거렸다. 전국에서 시인과 문학지망생 200여명이 참여한 이 자리에서 시인은 ‘문학의 아우라’를 주제로 문학의 본령과 함께 자신이 걸어온 문학의 길을 되짚었다. 그는 자신의 데뷔작인 ‘즐거운 편지’를 쓸 때 일을 회상하며 “그 작품은 짝사랑하던 연상의 여인을 생각하며 쓴 것인데, 쓰고 나니 처음 생각과는 달리 이별의 당위성을 노래하는 글이 돼 있었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내 생각대로가 아니라 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길, 거기에 삶의 진실이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노시인은 특강을 마치면서 “선상에서 이런 기회는 처음”이라면서 “다음에는 우주선에서 (문학특강을)해 보겠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강에 이어서는 시낭송이 뜨거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역대 김달진 문학상 수상자인 김명인, 조정권, 이하석, 이영춘 시인이 자작시를 낭송했고, 또 계명대 송명진 교수의 색소폰 연주, 창원대 변세원 교수의 바리톤 공연도 이어졌다 김달진문학제는 문인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이 행사에는 진해시 초등학생 50여명도 함께하며 시인의 꿈을 키웠다. 이들은 신현득·이서린 시인이 진행하는 ‘시야, 놀자’ 프로그램에 참여해 시를 함께 읽었고, 선상 백일장에서 동심의 문장을 뽐내기도 했다. 한편 선상 행사와 별개로 문학제 기간 동안 진해 일원에서는 김달진 시인을 기리고 문학의 활성화를 위한 각종 행사가 개최됐다. 앞서 6일에는 월하전국백일장이 열렸고, 마산·창원·진해 어린이들이 함께하는 동화구연대회, 김달진 시인 생가·문학관 방문 행사, 역대 김달진문학상 수상 시인 특별 시화전, 문학심포지엄 등이 개최됐다. 또 김달진문학관은 문학전문지 ‘시애(詩愛)’를 김달진문학제 특집호로 꾸며 관련 자료를 수록하고 김달진문학상 및 젊은시인·평론가상, 월하지역문학상, 월하진해문학상 수상자들을 집중 조명했다. 행사 마지막날인 20일에는 진해시민회관에서 이들 수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상식이 열렸고, 소리꾼 장사익의 공연을 끝으로 김달진문학제는 내년을 기약했다. 불교와 시를 통해 평생동안 ‘삶의 진실’을 추구했던 월하 김달진(1907~1989년) 선생을 기리는 이 문학제는 시사랑문화인협의회가 주최하고 서울신문, 진해시, 경남대학교 등이 후원한다. 본래 문학상 시상만 하던 것이 지난 1996년부터 다양한 문화행사를 겸한 문학 테마 축제가 됐다. 선생의 고향인 진해시의 후원에 힘입어 지금은 ‘봄에는 군항제, 가을에는 김달진문학제’라고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울 정도로 지역은 물론 문단의 대대적인 행사가 됐다. 시사랑문화인협의회 회장 최동호(고려대 교수) 시인은 “앞으로 더 의미있고 위상에 맞는 문학제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해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도시와 산] (25) 전남 장성 백암산

    [도시와 산] (25) 전남 장성 백암산

    운문일영무인지(雲門日永無人之·운문의 해는 긴데 찾아오는 이 없고)/유유잔춘반낙화(猶有殘春半花·아직 남은 봄에 꽃은 반쯤 떨어졌네)/일비백학천년적(一飛白鶴千年寂·백학이 한번 나니 천년 동안 고요하고)/ 세세송풍송자하(細細松風送紫霞·솔솔부는 솔바람이 붉은 노을을 보내는구나). 전남 장성군 북하면 백양사 진입로에 들어서면 조그만 안내판에 조계종 5대 종정을 역임한 서옹(1912~2003년) 스님이 남긴 시구를 만날 수 있다. 이 사찰의 방장으로 지내다 2003년 12월13일 입적하기 며칠 전 지은 열반송(涅槃頌)이다. 고려 말~조선조엔 이색, 정몽주, 김인후, 송순 등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이 백암의 절경을 노래하기도 했다. 백암산은 깎아지른 듯한 병풍바위로 백양사를 품에 감싸고 있다. 해발 741.2m의 상왕봉을 정점으로 전남 장성군 북하면과 전북 순창군 복흥면, 정읍시 입암면에 걸쳐 있다. 봄·여름은 안개 낀 골짜기와 원시림을 선사하고, 가을은 곱디고운 단풍으로 물든다. 겨울과 이른 봄엔 고로쇠 물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매년 단풍철엔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진입로가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이다. 북동쪽과 맞닿은 내장산, 북서쪽의 입암산과 더불어 ‘내장산국립공원’이라 불린다. 단풍의 유명세는 내장산에 밀리지만, 정작 산악인들은 백암산을 ‘으뜸’으로 친다. 산세와 풍광이 빼어나 예부터 사찰이 많고 골마다 천년 역사가 살아있다. 장성문화원 김진노(46) 사무국장은 “천년 고찰 백양사는 장성군의 얼굴이나 다름없다.”며 “사찰에 얽인 설화나 전설 등을 관광문화 콘텐츠로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학이 날개를 편 백학봉 산 이름은 중턱에 자리한 백학봉(白鶴峯·651m)에서 유래했다. 학이 날개를 편 모양의 하얀 바위가 가파르게 솟아 있다. 늦은 오후 석양이 바위를 비추면 거대한 거울 병풍이 백양사 골짜기를 비추는 형상이다. 밑자락에 고불총림 백양사가 자리하고 있다. 많은 스님이 수행 정진하는 절이란 뜻의 총림이 붙을 정도로 법력이 높은 곳이다. 백양사는 백제 무왕 33년(632년)에 여환선사가 세웠다. 그때 이름은 산 이름과 똑같은 백암사(白巖寺)였다. 조선 선조 때(1574년) 백양사로 고쳤다. 환양선사가 백련암에서 7일간 백연경을 설법하는데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렸으며, 이 가운데 흰 양이 한마리 섞여 있었다. 법회가 끝나는 날 밤 스님의 꿈에 흰 양이 나타나 “저는 본래 이 산에 사는 양인데 큰 스님의 설법을 듣고 사람으로 환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날 영천굴 아래서 죽어 있는 흰 양을 나무꾼이 발견해 화장해 주었다. 그 이후로 백양사란 이름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백양사 이외에도 서옹 등 큰스님들이 주로 머물던 운문암, 동학혁명 당시 전봉준이 관군에게 붙잡히기 전 3일간 머물렀던 청류암, 천연 동굴로 이뤄진 영천암, 약사암, 비구니승의 도량인 천진암 등 수많은 암자가 흩어져 있다. ●빼어난 풍광·희귀 동식물의 보고(寶庫) 백암산은 빼어난 경관 못지않게 생태계의 보고로 통한다. 백암사무소~백양사에 이르는 1.5㎞ 남짓한 숲길은 가히 비할 데가 없다. 단풍철이면 더욱 그렇다. 하늘이 쳐다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아기단풍과 수령 700년 된 갈참나무, 노송, 비자나무 등은 신비감을 자아낸다. 절문앞 쌍계루와 연못은 백학봉과 어울려 ‘대한 8경’으로 꼽힌다. 숲길 여기저기엔 개화철을 맞은 상사화가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스님과 처녀의 ‘이룰 수 없는 사랑’ 전설을 담은 슬픈 꽃이다. 이영숙(28·여·광주 남구 봉선동)씨는 “단풍나무 길을 걸으면 내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며 “집에서 차량으로 40분쯤 거리여서 맘 내킬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백암산과 내장산 일대엔 1653종의 동물이 분포한다. 하늘다람쥐, 사향노루, 수달, 담비, 까막딱따구리 등 80여종의 포유류와 조류가 있다. 이에 따라 각종 동식물을 탐방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김모(13·광주 서초등학교 6년)군은 “사슴벌레 등 희귀한 곤충류 등을 직접 관찰하기 위해 엄마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희귀 식물도 지천이다. 절 뒤쪽의 비자나무 군락은 천연기념물 제153호이다. 이곳이 우리나라 비자나무의 북방한계선이다. 사자봉 동쪽의 운문암 주변에는 아열대성 상록활엽수인 굴거리나무 숲(천연기념물 제91호)이 자리한다. ●산행코스는 순탄 산세에 비해 등산로는 순탄한 편이다. 백양사~약사암~영천굴~백학봉~상왕봉~사자봉~가인마을에 이르는 8.5㎞ 구간을 많이 이용한다. 영천굴~백학봉은 급경사이지만 백학봉~정상 능선은 경사가 완만하다. 정상(상왕봉)~순창새재~소죽엄재~까치봉~ 신선봉~내장사에 이르는 횡단코스는 8시간 정도 걸린다. 어느 지점에서 출발하더라도 등산 거리는 10㎞ 안팎으로 당일 산행이 가능하다. 장성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장성주민들 백암산 이름 되찾기운동 전남 장성군은 몇년 전부터 ‘잃어버린 백암산 이름 되찾기’에 나서고 있으나 전북의 반발을 잠재우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2년 전 전북 정읍시와 명칭 개정 문제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기도 했으나 지금껏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이 문제는 정부가 지난 1971년 내장산·백암산 등을 한데 묶어 ‘내장산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내장산국립공원의 총 면적 81.715㎢ 중 백암산이 차지하는 공간은 42%인 34.211㎢이다. 나머지 38.045㎢와 9.459㎢는 각각 정읍시와 순창군에 속해 있다. 장성 주민들은 1970년 후반 지역 유림들을 중심으로 공원명칭 개정안을 국회와 건설부(국토해양부 전신) 등에 제출하는 등 백암산 이름 되찾기에 강한 의지를 표시해 왔다. 2007년 9~12월 주민 3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와 환경부 등에 제출한 뒤 국립공원 명칭을 ‘내장산·백암산 국립공원’으로 고쳐줄 것을 요구했다. 백양사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산문폐쇄’와 사찰소유지 국립공원 해지를 위한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한때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사찰 측은 백암산이란 지명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고문헌 등에서 수백년간 사용돼온 만큼 하루빨리 이름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전남·전북도의 광역단체장 협의가 이뤄지면 현행 ‘자연공원법’을 변경해 이름을 고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 간 첨예한 대립으로 협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성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미술과 산책] 미술을 가까이 하는 삶은 행복하다14

    [미술과 산책] 미술을 가까이 하는 삶은 행복하다14

    지난 7월 14일 성남아트센터 컨퍼런스홀에서는 이 미술관에서 열리는 <또 하나의 일상-극사실 회화의 어제와 오늘>展의 시작을 알리는 세미나가 열렸다. 성남문화재단과 한국미술평론가협회의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서는 우리 현대미술을 70년대 단색화, 80년대 민중미술로 양분하여 평가되었던 것을 탈피하여 극사실 회화도 한국 현대미술의 또 하나의 자생적 줄기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서성록(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 안동대 교수) 씨는 ‘극사실 회화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 70년대 후반 극사실 작업들이 그룹핑되어 나타나는 배경에는 당시 사회의 급속한 도시화를 통해 새로운 도시적 소비양식을 체험한 작가들이 광고와 인쇄물, 산업제품과 같은 그들의 일상 문화를 확대조명(close-up)해서 담아낸 것에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윤진섭(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 호남대 교수) 씨는 ‘한국형 극사실 회화’에서 우리의 극사실 회화에 영향을 준 미국의 하이퍼 리얼리즘(Hyper Realism)이 소비 산업사회의 황량한 허무감을 인간성을 배재한 무개성적 냉철함을 통해 보여주었다면, 우리의 극사실 회화는 산업사회에서 소외되는 인간성에 주목하고, 그것을 대상을 통해 풀어나간다고 설명하였다. 김영호(미술평론가, 중앙대 교수) 씨는 ‘한국 극사실 회화의 기원들’을 주제로 70년대 극사실 회화는 당대 미술의 주류를 형성하던 단색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새로운 형상성에 대한 관심이 내부로부터 일면서 젊은 작가들 사이에 산발적으로 확산된 결과라고 설명하였다. 신항섭(미술평론가) 씨는 ‘극사실 회화의 기법과 미술시장’을 통해 객관적 실체를 제시하던 사진이, 의도적 연출을 통해 주관적 개입을 암시하는 회화적 시각을 보여줌으로써 2000년대 현대미술의 주류로 들어온 흐름을 타고 사진과 같이 정치하게 묘사하는 극사실 회화가 현대미술 시장에서 중심적 위치로 떠오른 것에 주목하였다. 이상의 발표에 대해 이선영(미술평론가), 김성호(미술평론가, 쿤스트독미술연구소 소장), 서영희(미술평론가), 변종필(미술평론가) 씨의 질의가 있었다. 몇 년 사이 미술시장에서 팝아트 계열과 함께 잘 팔리는 작품으로 자리 잡은 극사실 회화의 역사와 현재를 보여주며 미술평론가들의 연구문을 통해 정리한 뜻 깊은 기획전시이다. 이런 주제 전시로 2001년 3월 호암갤러리에서 <사실과 환영: 극사실 회화의 세계> 전시도 있었다. 미술계 학술활동은 크게 학회, 단체 등의 정기적인 발표회, 특정한 주제로 기관이나 주관처가 마련한 세미나, 전시회 부대행사로 개최하는 세미나 또는 강연회 등이 있다. 학회는 1년에 봄 가을로 두 차례 정도 주제를 정해서 정기발표회를 갖고, 몇 년에 한 번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며 월례발표회를 갖는 곳도 있다. 학술대회 때 초록을 배포하고 내용을 보완하고 토론문도 추가하고 학회지로 발행한다. 현재 미술관련 학회는 동아시아문화학회, 동악미술사학회, 미술사연구회, 미술사와 시각문화학회, 미술사학연구회, 서양미술사학회, 인물미술사학회, 한국공예학회,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한국미술교육학회, 한국미술사교육연구회, 한국미술사학회, 한국미술이론학회, 한국미학예술학회, 한국미학회, 한국박물관건축학회, 한국불교미술사학회, 한국서예비평학회, 한국서예학회, 한국영상학회, 한국조형교육학회, 현대미술사학회, 현대미술학회, 현대사진영상학회 등이 있다. 새로운 학과가 신설되면서 한국미학예술학회, 한국예술경영학회,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등도 생겨났다. 학회는 회원수가 10명 미만도 있고 100명이 넘는 사단법인의 큰 단체도 있다. 권위 있는 학회에는 발표를 하려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순서를 기다리게 된다. 교수는 전국 규모의 이런 곳에서 발표를 해야 연구실적에서 높은 점수를 얻게 된다. 학회를 처음에는 어느 학교 출신 모임으로 출발하여 그 다음에 문호를 넓혀 나간다. 교수는 제자에게 발표와 활동의 장을 마련해주기 위해, 또는 뜻을 같이하는 몇몇이 모여 학회를 만들기도 한다. 몇 학회는 비슷한 이름으로 연구 목적과 중복된 회원을 갖고 있다. 학회는 자기들만의 활동보다는 더 많은 비회원 및 작가와의 교류, 홍보도 필요하며 재정문제 타개가 당면과제이다. 학회 발표회는 청중이 부족하여 학생 참여를 독려하고, 재정은 회비, 문예진흥기금, 문화재단 후원 등에 의존한다. 한 해 동안 미술사, 미술이론, 예술경영 등을 전공하여 배출되는 졸업생들이 늘어난다. 이 인력들이 주저앉지 말고 자기 연구를 위해 학회의 적극적인 동참과 연구발표를 기대한다. 이 학술활동들이 왕성해지고 관심을 가졌을 때 우리 미술문화도 넓어지고 깊어져서 더욱 발전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일상 : 극사실 회화의 어제와 오늘> 7.14∼8.27 성남아트센터미술관 ‘하이퍼 리얼리즘’의 우리식 해석인 ‘극사실주의’는 1960년대 후반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한 미술 경향으로 하이퍼리얼리즘, 슈퍼리얼리즘, 포토리얼리즘 등으로 불린다. 주로 일상의 모습을 소재 삼아 도시의 풍경, 광고물, 자동차, 인물 등을 에어브러시나 사진전사기법 등을 이용하여 사진처럼 탁월한 묘사가 특징이다. 국내에는 1970년대 중반부터 나타나게 되는데 서구의 극사실주의를 모방하는 형태로 시작되었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극사실 회화의 흐름을 살펴 볼 수 있는 전시로 국내외 작가 48명의 작품 7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 1부는 1970년에서 1980년대 극사실 회화 작업을 했던 작가들을 1세대로 구분하여 초창기 작업과 현재 작업을 비교·조망한다. 2부에서는 1990년에서 현재까지의 작가들을 2세대로 구분하여 극사실주의 회화의 흐름을 짚어본다. 그리고 외국 작가 4명의 작품도 몇 점 전시하여 극사실 회화의 현 시점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다. (문의: 031-738-8142) <2009 미술과 놀이展> 7.17∼8.23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미술과 놀이’전은 매년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하는 기획전으로 현대미술을 ‘놀이’라는 대중적 언어로 접근하고 있는 전시이다. ‘놀이’란 단순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개념이 아닌, 창작 행위 속에 깃든 원천적인 즐거움을 말하는 것으로, 미술작품과 전시를 통해 현대사회와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다양한 형태의 유머와 위트, 기지 등을 이야기 한다. 올해 7번째 맞는 이번 전시의 부제는 ‘아트인 슈퍼스타’로 우리 시대의 초상을 보여준다. 전시는 40여 명의 작품을 크게 세 가지 관점으로 구성 되어 있으며 ‘대중적 아이콘’,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이 만들어낸 ‘소비사회의 영웅적 심벌과 이미지’,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이 만들어낸 ‘소비사회의 영웅적 심벌과 이미지’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타들을 키보드, 지우개, 스테인리스 등 혼합매체의 여러 재료를 써서 표현하거나 명화를 패러디한 작품도 있다.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볼 만한 전시이다. (문의: 02-2000-6471) <아리랑 꽃씨 : 아시아 이주 작가> 7.17∼9.27 국립현대미술관 우리나라의 주변국인 일본, 중국, 독립국가연합에 거주하는 한인 작가들의 작품들을 조망하는 전시이다. 전시 제목인 ‘아리랑 꽃씨’는 세기가 바뀌어도 한민족의 삶과 함께해 온 ‘아리랑’이라는 용어에 ‘꽃씨’라는 연약하지만 생명을 내포하고 있는 존재라는 의미의 합성어로, 척박한 땅에서도 당당히 삶의 터전을 일구어간 한인 작가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상징한다. 1948년 정부수립 이전에 이주한 이주자와 그 후손들로 이루어진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사회적 상황과 예술과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으며, 각 나라마다 한인들의 위상이 작품에 반영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한민족’의 공통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민족’과 ‘국가’라는 경계에 선 자 (31명의 다양한 작품 180여 점)들의 감수성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문의: 02-2188-6038) 글_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관 관장 www.daljin.com
  • 청소년의 당돌한 방송 ‘모난 라디오’ 아시나요

    청소년의 당돌한 방송 ‘모난 라디오’ 아시나요

    ‘발칙한 소영, 학교 담을 넘다’ ‘쩡열의 제발 너나 걱정하세요’ ‘또연의 미심쩍은 언니의 위험한 상담소’….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인터넷방송 ‘모난 라디오’의 코너들이다. 지난 6월1일, ‘봄과 여름 사이’라는 노래로 시작된 방송이 18일로 110일을 맞았다. 청소년 인권활동가인 10대 4명이 인터넷 홈페이지(www.monanradio.net)를 통해 매주 월·수·금 방송을 하고 있다. 문화연대와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긴 했지만 ‘모난 라디오’는 청소년들이 기획부터 제작까지 도맡아 한 최초의 방송이다. ‘모든 청소년들이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라는 모토가 이들의 고민을 대변한다. 시사 문제부터 진로 문제, 연애 고민까지 철저히 청소년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월요일엔 ‘발칙한 소영, 학교 담을 넘다’라는 제목으로 공기(16)양이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엠건의 M채널’에선 올해 초 수능 거부선언을 한 엠건(18)양이 DJ를 맡았다. 수요일 ‘쩡열의 제발 너나 걱정하세요’ 코너에서는 쩡열(15)양이 청소년 보호 명목으로 어른들이 벌이는 간섭과 부조리에 대해 말한다. 금요일엔 ‘난다의 교신중입니다’, ‘또연의 미심쩍은 언니의 위험한 상담소’라는 코너가 진행된다. 이들은 청소년들이 직접 즐기면서 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다가 ‘라디오’라는 소통 방식을 생각해냈다. 지난 3월부터 3개월 준비기간을 거쳤다. 아름다운재단으로부터 받은 지원금 150만원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고 마이크 등 장비를 샀다. 컴퓨터를 잘 아는 사람이 없어 생방송은 못하고 집에서 방송을 녹음해 mp3파일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수준이다. 그래도 입소문이 나 단골 청취자도 늘고 있다. 많은 날은 700여명이 방송을 듣고 댓글로 반응을 올린다. 10대 청취자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주 청취자는 20대라고 한다. DJ 쩡열양은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니까 멘트가 센 편이다. 그래서 20대들이 속시원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실제 엠건양의 첫 방송 멘트는 “지금 교육감의 교육정책은 말도 안 되는 구라(거짓말의 은어)”였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110일을 넘긴 이들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좋은 내용을 채울 수 있을까다. 난다양은 “어린 것들이 뭘 알아라는 식으로 내뱉는 어른들의 말을 무력화하기 위해 우리만의 논리를 다듬고 싶다. 지금은 울퉁불퉁하게 모가 나 있다면, 좀더 내공을 쌓아서 뾰족하게 모난 라디오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 사진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江秋’ 한강 30대 명소

    ‘江秋’ 한강 30대 명소

    맑은 하늘과 단풍이 유혹하는 가을이다.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먼 곳까지 가기 어렵다면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을 중심으로 한 ‘반나절 가을여행’도 좋을 듯하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쾌청한 가을 날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한강의 30대 명소를 네 개의 테마로 나눠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한강을 벗삼아 저녁 나들이를 하는 것도 ‘추억 만들기’의 좋은 방법이다. 다음은 서울시가 추천한 주요 명소들이다. ●자녀들의 환경교육을 원한다면? 지난해 12월 재개장한 암사생태공원과 강서습지생태공원, 고덕수변생태복원지는 서울서 찾기 힘든 ‘시골 외갓집’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반포 서래섬과 여의도 여의못·수질정화원, 밤섬 생태보전지역, 난지 생태습지원은 아파트와 빌딩숲 사이에서 ‘4차원의 문’을 지나온 듯 원시적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시는 ▲잠실 어도(魚道)와 수중보 ▲뚝섬 자연학습장 장미정원 등도 생태교육 명소로 추천했다. ●한강의 진짜 야경을 즐기고 싶다면? 한강의 주요 대교마다 설치된 조망대를 찾아가면 파리의 센강이나 런던의 템스강이 부럽지 않은 전망을 즐길 수 있다. 광진교 전망대 ‘리버뷰 8번가’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한강 전체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잠실대교 ‘리버뷰 봄’에 가면 여성을 위한 꽃집 창업정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한남대교 ‘카페 레인보우’에서는 전망과 함께 맥주도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동작대교 ▲한강대교 ▲양화대교 등에 설치된 전망쉼터에서도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레저를 즐기려면? 광나루자전거공원은 12만 4000㎡의 공간에 자전거 레이싱 경기장과 어린이 자전거 교육장, 레일바이크를 갖춰 그야말로 ‘자전거의, 자전거에 의한, 자전거를 위한’ 곳이다. 뚝섬 한강공원의 사계절 테마파크 ‘수피아’ 또한 저렴한 가격의 리조트급 휴양시설이다. 난지 캠핑장에서는 가족들이 밤을 지새우며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있으며 맞은편에 위치한 강변물놀이장도 한강과 맞닿게 설계돼 강물에 직접 발을 담글 수 있다. ●연인과의 데이트 장소는? 연인과의 사랑이 깊어지길 원하면 반포 달빛무지개 분수가 제격이다.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세계 최장길이의 반포대교 음악분수는 최근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뚝섬 한강공원의 음악분수도 안개분수·스윙·은행잎 등 다양한 모양을 연출한다. 여의도 한강공원의 물빛광장도 폭포 모양의 물을 뻗어 시원한 경관을 자아낸다. 뚝섬 한강공원 자벌레, 여의도 한강공원 플로팅 스테이지, 선유도공원 내 선유도 데크는 특이한 모양으로 각광받는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임순례 감독 “무겁지만 익숙한 이야기 유쾌하게 풀어내고 싶었죠”

    임순례 감독 “무겁지만 익숙한 이야기 유쾌하게 풀어내고 싶었죠”

    영화 ‘날아라 펭귄’(24일 개봉)을 관람하는 건 그 자체로 하나의 ‘틀을 깨는’ 체험이다. 아들의 영어교육에 목매는 극성 엄마, 회식 때마다 고통받는 채식주의자, 소외감에 처연하게 눈물 흘리는 기러기 아빠, 가부장적 태도를 버리지 못해 황혼이혼에 직면한 노인….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이들 풍경들을 스크린에서 대면할 때, 관객들은 문득 무릎을 꼬집게 된다. 그동안 타인의 고통에 얼마나 무디게 지내왔는지, 소통이 막힌 지점과 원인이 무엇이었는 지를 깨달으면서 말이다. 영화는 결코 무겁지 않다. 실컷 웃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제목처럼 날아갈 듯 기분이 한껏 고양된 걸 느낄 수 있다. ‘날아라 펭귄’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영화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임순례(48) 감독은 일상 속 소소한 일들에서 소재를 찾아 장편으로 만들었다. 같은 인권위 프로젝트에서 탄생한 ‘여섯 개의 시선’ 등 기존 인권영화들이 여러 감독의 단편 몇 개를 묶은 옴니버스 영화였던 것과는 차이난다. 최근 서울 세종로 한 카페에서 만난 임 감독은 영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100배, 1000배 더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가 많지만,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편안하고 친근하게 풀고 싶었어요. 양상의 차이만 있지, 결국 인권 문제의 핵심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하다는 거잖아요? 내가 늘 인권의 피해자가 아니라, 나조차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했어요. 이렇게 일상에서 눈을 키우면 더 큰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여지가 생기겠다는 생각을 했죠.” 장편 인권영화… 4가지 에피소드 다뤄 그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년, 이하 ‘우생순’)을 준비하던 때 처음 인권위에서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는 ‘우생순’을 이유로 고사해야 했다. ‘우생순’이 끝나자 다시 의뢰가 들어왔다. 제작비는 2억원(부가세 빼면 1억 8000만원)을 준다고 했다. 예년 수준인 3억 5000만원은 돼야 한다고 요구하자, 외부 투자사를 구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추가자금 확보는 투자사 측의 사정으로 무산됐다. “인권위도 축소 얘기가 나오는 등 힘겨운 때였는데, 영화까지 그만두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애초 제작비만 갖고 하겠다고 했죠.”라고 감독은 말했다. 작업은 신속하게 진행됐다. 시나리오는 두달 여에 걸쳐 직접 썼다. 촬영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6주 동안 25회차에 걸쳐 이뤄졌다. 자료조사와 취재, 주변 이야기,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덕분인지 영화는 어느 인권영화들보다 더 현실에 맞닿아 있다. 특히, 채식주의자 에피소드에는 채식을 시작한 지 7~8년 된 감독 자신의 경험이 많이 녹아들어갔단다. 고기 안 먹고 담배 안 피고 최근에는 술도 끊었다는 감독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영화 쪽도 애로점이 많은데, 공무원처럼 짜인 조직의 일원이라면 더 힘들 것 같았다.”면서 “먹는 문제가 사소한 것 같지만, 당사자에게는 굉장한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중적 소재로 재미·감동 안겨줘 영화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인권영화는 심각할 것’이란 선입견을 가볍게 무너뜨린다. ‘세 친구’(1996년),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년)의 감독이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중적 면모를 보인다. 개봉에 앞서 선보인 전주국제영화제, 정동진영화제 등 영화제는 물론 얼마 전 언론시사회에서도 관객석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 웃음은 ‘연민과 이해의 웃음’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08년 40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우생순’과는 또다른 흐뭇한 감동을 안겨준다. “인권영화가 가질 수 있는 지루함, 무거움 등을 희석시키기 위해 코믹 장치를 넣었는데, 생각보다 더 반응이 강하게 나오더라고요. 재미있게 보고 집에 가는 길에 한두 가지 정도 자신의 문제로 생각해볼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비단 영화 내용만이 아니다. 촬영 현장도 웃음이 넘쳐흘렀다. 임 감독은 지금까지 작품들 중 이 영화가 현장에서 가장 즐거웠다고 했다. “만약 상업영화였다면 일정한 흥행을 담보해야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컸을 거예요. 하지만, 인권위에서 제작해 흥행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는 데다, 좋은 취지의 일을 함께 한다는 동질감까지 있어서 편안하게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들은 거의 개런티를 받지 않았다. 특히 문소리, 정혜선은 야식, 간식 등을 사오느라 오히려 마이너스 개런티를 방불케 했다. ‘세 친구’ 때부터 한 작품도 빠지지 않고 얼굴을 내민 박원상씨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출연했다. 감독은 “돈이나 시간이 여유롭지 않을 때도 출연해주는 배우가 있으니 감독으로서 굉장히 힘이 되고 고맙다.”고 말했다. ‘날아라 펭귄’의 배급은 올해 초 화제작 ‘워낭소리’, ‘똥파리’의 제작·투자를 맡았던 스튜디오 느림보(대표 고영재)가 맡았다. 감독은 “원래 친분이 있던 고영재 프로듀서에게 조언이나 들어볼까 해서 모니터를 부탁했는데, 자신이 해보겠다고 해서 무척 기뻤다.”고 말했다. 영화는 임 감독이 설립한 영화제작사 보리픽쳐스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거대예산이나 초저예산이 아니라, 10억~20억 내외의 예산으로 연출자들이 자기 세계를 자유롭게 얘기하는 작품들을 만들어내겠다는 게 감독의 포부다. 차기작은 멜로 로드무비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한편 그는 충무로에서 꾸준히 작품을 내는 몇 안 되는 여성감독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혹시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느끼진 않냐고 물었더니 “그런 건 없다.”며 손사래부터 친다. “1996년 ‘세 친구’로 데뷔할 때만 해도 십 몇년 만에 나온 유일한 여성감독이라며 주목을 받았어요. ‘와이키키 브라더스’ 때만 해도 변영주 등 수적으로 확실히 적었죠. 하지만 지금은 굉장히 많아졌고 다양한 영화들을 만들고 있어요. 비록 상업적으로 크게 흥행한 사람은 없지만, 다들 개성있는 작품들을 만들죠. 한국영화의 다양성, 건강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여성감독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차기작은 김도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멜로 로드무비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다. 소를 팔러 나온 남자가 우연히 옛 애인을 만나 함께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독은 “넓은 의미에서 구도(求道)영화”라고 말했다. 영진위에서 제작지원을 받아 내년 봄 촬영에 들어간다. 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영광에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영광에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노을은 쉬 사라지지 않았다. 적당히 소용돌이치며 뭉텅이진 구름이 있었고, 또 그 구름이 너무 요동치지 않게 간간이 흔들어주는 적당한 바람이 있었다. 태양은 철렁이는 수평선 위에 점점이 뿌려진 일곱개의 섬, 그리고 파도에 닿을 듯 말 듯 띠 모양으로 떠있는 구름 사이에서 숨바꼭질을 즐겼고, 뭍의 사람들은 멀찌감치 떨어진 해안 어귀에서 바람과 바다, 노을을 함께 즐겼다. 태양이 물 아래로 잠긴 것은 그 뒤로도 한참 지나서였고 검붉은 노을의 여운이 없어지기까지는 그로부터 또 한참 뒤였다. 노을이 아름다운 영광(靈光) 칠산 앞바다의 모습이다. 이 바다는 이곳 사람들의 젖줄과 같다. 주꾸미, 낙지, 민어, 전어, 돔, 조기, 보리새우 등 갯것들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고 잡혀 넉넉한 삶을 이어오게 했다. 오죽했으면 조기를 잡으러 갈 때 배 위에서 ‘칠산 바다에 돈 실러 간다.’고 노래했을까. 세월이 흘러 이제는 먹을거리를 찾아 전국을 떠도는 식객(食客)들이 여행객의 주류가 됐으니 그 발걸음이 더더욱 영광 땅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칠산 앞바다를 주황색과 보라색, 회색빛 감도는 붉은 색으로 덧칠하는 노을은 미식(美食)을 탐하며 배 두드리는 여행객들에게 심미(審美)의 만족감까지 덤으로 얹어준다. 영광 사람들도 노을이 자랑스러웠나보다. 드라이브코스로 유명한 17㎞ 길이의 백수 해안도로 어귀에 아예 노을박물관(061-350-5600)까지 뒀다. 또한 천년고찰 불갑사 일대에는 온통 붉은 상사화(相思花) 천지다. 땅에서 기다란 줄기가 맥없이 쑥 솟아나는가 싶은 모양이지만 그 위에 피어난 꽃술은 마치 농염한 여인의 기다란 눈썹처럼 근사하게 벌어져 있다. 가버린 봄을 추억하려는 가을 여인의 모습이라고 할까. ●영광의 특별한 먹을거리는 소금으로 만들어진다 식객으로 혀끝의 만족을 찾아갔다가 미(美)의 절정 한 조각 붙들고 돌아올 수 있는 곳, 영광이다. 굴비는 조기 말린 것이다. 조기 중에서도 머리에 다이아몬드 모양을 갖고 있는 참조기만이 영광 법성포 굴비라는 영예를 얻고 귀한 몸이 될 수 있다. 단단한 머리에 노란 빛을 띠고 있어 황금투구를 쓴 조기라고 부르기도 했다. 비싼 굴비는 산지 가격으로만 한 마리에 10만원을 훌쩍 넘어서니 귀하신 몸이 틀림없다. 이 참조기들은 음력 3월 즈음 알을 낳기 위해 중국 앞바다에서 추자도와 흑산도를 지난 뒤 연평도로 올라가는 도중 칠산 앞바다에서 잡혔다. 하지만 요즘은 영광 칠산 앞바다에서만이 아니라 추자도, 중국 등지에서도 많이 잡힌다. 그래서 이곳에서 잡힌 조기만이 아닌, 이곳에서 소금 뿌려 말린 굴비를 ‘법성포 굴비’라고 부른다. 법성포 굴비라고 별다를 것 없다며 폄하할 때 주로 들먹여지는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법성포 굴비가 다른 이유는 분명하다. 조기를 염장 건조하는 해다올의 박윤수 사장에 따르면 1년 이상 묵혀 간수가 빠진 천일염으로 염장하는 제조기법이 다른 지역 굴비와 다른 이유 첫 번째다. 또 하나는 하늬바람이다. 옴폭 들어간 법성포에는 강한 바닷바람이 몰아쳐 파리가 얼씬도 하지 못한다. 거리 하나, 산 하나만 넘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파리들이 웽웽거리니 천혜의 조기 덕장임에는 틀림없다. 실제로 너른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던 지느러미 달린 물고기에게 무슨 주민등록번호가 있다고 나누겠는가. 중국 고깃배에 잡히면 중국산, 추자도 고깃배에 잡히면 추자도산이 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겠다. 하지만 풍어 깃발을 펄럭거리며 만선의 배가 들어오던 법성포에는 더이상 고깃배가 들어오지 않는다. 2년 전 매립사업을 진행해 법성포 갯벌길 일부만 남기고 흙으로 메웠다. 하지만 법성포 굴비를 파는 가게는 여전히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법성포 굴비를 찾는 데 어려움은 없다. 영광의 특별한 먹을거리는 대부분 소금으로 시작한다. 굴비는 물론 꼴뚜기젓, 낙지젓, 갈치속젓 등 짭짤한 것들 모두 마찬가지다. 이곳은 국내 생산량의 11%를 차지하면서 신안 다음으로 많은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예로부터 소금을 만드는 곳인 염산(鹽山)면 등에는 현재 모두 124개의 소금 만드는 회사가 있다. 칠산 앞바다 물을 받아쓰고 있다. 영백염전 김영관 회장은 “간수를 뺀 소금은 나트륨 함량이 88%로 단맛이 난다. 친환경소금은 나트륨 함량이 더 적어서 74~78% 정도”라면서 “짠 음식이 안 좋다는 것은 정제염을 먹을 때 얘기일 뿐 천일염은 오히려 몸에 좋은 소금”이라고 말했다. ●상사화 군락에 서면 나도 사춘기 소녀 먹을거리에 대한 탐닉만으로 그치면 폼이 덜 난다. 이달 하순에서 다음달 초순이면 불타는 상사화가 지천에 가득하다. 부드러운 꽃잎의 곡선이 농염한 여인인 듯 보였지만 찬찬히 보니 불덩어리 하나를 높이 치켜든 모양새이기도 하다. 평일임에도 또 아직 상사화가 절정에 이르지 않았음에도 성미 급한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불갑사 지나 불갑산까지 삼삼오오 무리지어 꽃놀이에 나섰다. 불갑사 입구 주차장에서 15분은 족히 올라가야 등산로가 시작된다. 이곳에서도 용천봉, 도솔봉까지 가려면 최소 1시간은 올라가야 하지만 아무렴 어떨까. 아주머니들은 등산복을 잘 갖춰 입었지만 굳이 정상까지 올라갈 이유는 없다. 적당히 그늘 좋은 곳, 상사화 군락 잘 보이는 곳에 자리 깔고 앉아 각자 싸온 맛난 음식과 이야기 보따리 꺼내 놓으면 그곳이 바로 수십 년 전 사춘기 소녀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이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는 신호로써 단풍이 인생의 비의(秘意)를 품게 만든다면 영광 불갑사의 상사화는 인생의 봄날이 봄에만 머물러있지 않음을 알려주는 희망을 건네준다. 가을 꽃놀이가 가을 단풍놀이보다 좋은 이유다. 영광의 모든 유적지, 공원 등이 그러하듯 불갑사 역시 입장료도 주차료도 없다. 영광군청 관계자는 지난해만 50만명의 ‘상추객(賞秋客)’들이 찾았고, 18일부터 사흘 동안 열리는 올해 축제 역시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가능하면 주말보다는 평일에 찾아야 넉넉한 마음으로 상사화를 즐길 수 있다. ●여행수첩 ▲먹을거리 영광에서는 모싯잎 송편이 유명하다. 모싯잎과 쌀, 천일염 약간, 그리고 소로 들어가는 콩이 전부다. 보통 송편의 서너 배 크기로 일할 때 새참으로 하나만 먹어도 속이 든든하다고 해 ‘머슴 송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찌고 나면 남색에 가까운 빛깔로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맛이다. 영광에는 만나떡집(061-351-1462) 등 60여 곳의 모싯잎 송편 떡집이 있다. 전국으로 배달이 되니 서울에서도 맛볼 기회는 있다. 또한 황토갯벌장어가 있다. 일반 민물 양식 장어와 달리 갯벌의 염도를 함유한 지하수로 장어를 키워 더욱 고소한 육질을 자랑한다. 불갑사 입구에 장어정(061-353-5476)이 유명하다. 장어정식이 1만 3000원. 이 밖에도 청보리를 먹여 키운 한우와 함께 흔히 오도리로 통하는 보리새우는 영광 먹을거리의 또다른 자랑이다. ▲가는 길 광주 송정역이나 터미널까지만 오면 영광은 차로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서해안고속도로 영광나들목을 이용하면 된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영광까지 직접 가는 버스는 40분 간격으로 있다. 글 사진 영광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마법의 세계 ‘해리 포터 파크’ 내년 개장

    전 세계에서 흥행한 영화 ‘해리 포터’가 놀이동산을 겸비한 테마파크로 재현된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미국 플로리다의 유니버설 올랜도 리조트는 ‘지구상에서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테마파크인 ‘해리포터의 마법계’(Wizarding World of Harry Potter)를 곧 개장할 것이라고 밝히고 상상도를 공개했다. 이 테마파크는 영화 속 주 배경인 ‘호그와트 성’ 뿐 아니라 어른들이 즐기기에 충분한 롤러코스터 등을 메인으로 건설 중이다. 높이 700피트의 이 롤러코스터는 ‘해리 포터와 숨겨진 여정’(Harry Potter and the Forbidden Journey)이라 부르며,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최신 놀이기구다. 특히 작가 J.K.롤링이 이 롤러코스터와 테마파크의 이름을 직접 지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눈길을 모았다. 포터와 친구들의 편지를 전달하는 ‘올빼미 우체부’도 재현된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직접 쓴 편지를 올빼미에게 전달하면, 이를 배달해주는 이벤트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또 마법도구를 판매하는 가게도 들어선다. 여기서는 해리 포터와 친구들이 즐기는 스포츠인 ‘퀴디치’ 도구 및 마법지팡이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이밖에도 영화 속에서 버터를 넣은 따뜻한 맥주를 파는 ‘스리 브룸스틱스(The Three Broomsticks)도 현실이 될 예정이다. 촬영 현장이 아닌 실제 ‘해리 포터 세상’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한 주인공 다니엘 래드클리프와 루퍼트 그린트도 기쁨의 소감을 전했다. 래드클리프는 “어렸을 때부터 ‘해리 포터’에 출연했다. 그 때부터 줄곧 영화 속 세상이 실제가 되길 꿈꿨다.”면서 “(이곳은)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타임즈 온라인판이 전했다. 루퍼트도 “마치 영화 속 세상을 실제로 걷는 경험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한편 이 테마 파크는 저자인 J.K.롤링의 후원으로 세워진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처음 출간한 1997년부터 현재까지 4억 9900만 파운드를 벌어들인 그녀는 현재 2010년과 2011년에 개봉할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두 편을 기다리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인기를 끈 영화 ‘해리 포터’의 테마파크는 2010년 봄에 개장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우리말 여행] 홀태바지

    “시꺼먼 홀태바지를 입은 사람이 군도를 절컥대며 나타난다.”(이기영, ‘봄’) ‘홀태바지’는 통이 매우 좁은 바지다. ‘홀태’에 ‘좁다’는 뜻이 있다. ‘홀태’는 본래 배 속에 알이나 이리가 들지 않아서 배가 홀쭉한 생선을 뜻했다. 그러다 홀쭉한 생선뿐만 다른 물건도 가리키게 됐다. ‘좁은 물건’이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홀태버선은 볼이 좁은 버선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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